
일반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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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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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밀리마스 시점에서 15년 후를 기준으로 하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밀리P로 AS의 P와는 별개인물입니다.
그냥 아이돌들의 미래의 모습을 쓰고 싶을 뿐이지 딱히 아내와의 관계회복이 목적은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미래시점의 일상물이에요.
AS 멤버들의 미래는 결정이 되어 있습니다.
밀리 멤버들의 경우 등장 앵커 혹은 이벤트로 출연하는데 주사위를 통해 어떤 인생을 살았는지 판정하게 됩니다.
다들 제가 짠 디폴트 인생은 있지만 앵커에서 지정하셔도 됩니다.
대신 인생의 굴곡은 주사위로 결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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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그야 그렇긴 하지. 지금보다 더 예뻐지는 게 가능하다면야.”
“그럼... 그렇게 더 예뻐지면 더 매력적이게 된다는 뜻인 거죠?”
“그렇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
“그러면 프로듀서 씨도 참을 수 없게 되겠죠..?”
“으..응? 아, 아아.... 설마...”
“그러면 저희랑 뜨거운....”
“하아, 그런 거냐...”
또 이런 거냐.
정말 포기할 줄 모르네.
그 부분은 정말 변하질 않아.
“전원이 45kg 이하, 미라이는 90kg 이하.”
“네?”
“그 조건을 맞춘다면 딱 하룻밤... 딱 하룻밤만 어울려주지 못할 것도 없어.”
“에..? 에엣?! 지, 지금 녹음했지?!”
“네넷! 아까부터 돌려놓고 있었어요!”
“됐다! 드디어 넘어갔다!”
“10번으로 모자라 도대체 몇 번을 찍은 건지...”
무지하게 좋아하네...
“괜찮은 건가요?”
“사요코 넌 걱정해주는구나.”
“그야 그 하룻밤 새 죽을 때까지 쥐어짜질 게 뻔하니까요.”
“훗, 하지만 생각해봐. 전원이 45kg 이하... 메구미나 에밀리의 가슴 크기로 그게 가능할까? 메구미는 현역 시절에도 47kg였다고? 그것도 전원이 동시에 그 무게 이하여야 하니까 가능성은 더 떨어지지. 게다가 이런 약속을 빌미로 그날이 올 때까지 섹스 권유를 회피할 수 있게 되는 거라고.”
“와... 정말 쓰레기시네요.”
“알다시피 난 이기는 것이 당연한 싸움만 선호한다고? 너희처럼 챌린저 스피릿으로 똘똘 뭉친 사람이 아냐.”
“뭐 좋아요. 말씀하셨다시피 저흰 챌린저 스피릿으로 똘똘 뭉쳐있고 자신의 승리를 확신하는 사람을 짓밟아주는 게 얼마나 즐거운지 누구한테 철저히 배웠으니까... 너무 방심하지 않는 게 좋을 거예요.”
“그래그래.”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니까 문제없다.
음향기기가 고장나서 아카펠라로 노래하는 건 가능해도 목소리가 안 나오는데 노래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
다음날 금요일인데도 다들 운동하느라 정신이 없다.
난 미라이의 요청도 있어서 오늘도 운동은 빼기로 했다.
우선 머리도 자르고 옷도 사고 해야 하는데...
“에밀리 운동 빠져도 괜찮아? 내가 건 조건은 꽤 빡셀 텐데?”
“네. 저는 이미 그 기준보다 가벼우니까요.”
“뭣?! 그....”
그 가슴으로?!라고 말하려던 걸 가까스로 참았다.
몸에 근육도 지방도 많은데 어떻게... 정말 예전부터 느낀 거지만 아이돌들의 몸은 수수께끼다....
“그럼 가요. 우선 머리를 정돈하고 옷을 사고 그리고 미라이 씨의 생일축하회에 쓸 요리 재료도 사고 또 미라이 씨는 그렇게 말씀하셨지만 별도로 작은 선물 정도는 준비해도 좋을 거라 생각해요. 미사키 씨는... 지금은 한참 바쁠 시기니 축하회는 나중에 따로 열도록 하고요.”
“그래. 그럼 갈까.”
+3까지 갖가지 쇼핑을 하며 있을 일, 할 이야기, 산 물건 등을 정해주세요.
에밀리와 백화점을 돌아다니며 머리도 자르고 옷도 새로 사던 중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목소리가 난 쪽을 바라보자 레이카와 그 남편이 있었다.
그런데....
“어머, 레이카 씨! 그리고...”
“남편인 히라야마 씨야.”
“그러셨군요! 처음 뵙겠습니다. 에밀리 스튜어트라고 합니다.”
“네, 처음 뵙겠습니다. 두 분도 쇼핑이신가요?”
“네! 으음..? 그런데 어딘가 위화감이... 아앗?! 레이카 씨가 서 있으시네요! 설마 의족..?”
“아니, 에밀리 잘 봐. 서 있는 게 아니라 떠있는 거야.”
“네? 저, 정말이네요?!”
레이카가 마치 서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잘 보면 발이 바닥에 닿지 않은 걸 알 수 있다.
힐 높은 구두로 적당히 속이고 있지만, 주의 깊게 관찰하면 눈치챌 수 있을 정도다.
“이제 휠체어 생활은 질렸어?”
“아뇨, 그게 레이카도 본인 의지로 떠있는 게 아니라...”
“그래요. 이건 제가 아니라 제 안에 있는 아이가 저까지 통째로 띄우는 거예요!”
“뭐? 네 안에 있는 아이라니...”
“이, 임신하신 건가요?! 축하드려요!!”
“아하하, 감사합니다. 솔직히 레이카의 다리가 안 움직이는 만큼 만삭일 때가 좀 걱정되긴 하지만 분명 괜찮을 거라 믿고 있습니다. 아기도 말 그대로 날아다니고 있고요.”
“분명 괜찮을 겁니다. 그런데 아기가 날아다니려 하고 실제로 레이카의 몸 통째로 띄우고 있다니... 얼마 전에 만났을 땐 그런 기미도 없었잖아?”
“시기상으론 그때 이미 임신한 상태였던 거 같아요. 전 전혀 눈치채지 못했지만요!”
그랬던 건가.
그럼 거기 있던 사람 중 유부녀는 전원 임신한 상태였단 소리잖아.
뭐 그래봐야 둘이지만.
“그런데 프로듀서 씨네는 뭐하고 계신 건가요? 데이트인가요?”
“아니, 그게 일요일에 미라이 생일이잖아? 그런데 미라이가 나보고 좀 꾸미라고 해서 옷을 둘러보던 중이야.”
“프로듀서 씨는 티셔츠에 청바지 같은 평범하고 재미없는 스타일이 가장 잘 어울려요!”
“레, 레이카... 실례잖니...”
“아뇨아뇨, 레이카는 예전부터 저에겐 평범한 게 제일 좋다고 말해왔으니까요. 그러는 두 분은 어쩐 일로 오신 건가요?”
“그... 임산부용품이나 아기용품 같은 걸 보러... 아직 배도 안 나왔고 아기 성별도 몰라서 너무 이른 것 같지만, 뭔가 가만히 있기도 어려워서....”
“그런가요. 그런데도 이미 하늘을 날 수 있다니 정말 레이카의 아이답네요.”
“이건 나는 게 아니라 떠 있는 수준이에요. 좀 더 자라면 제대로 나는 법을 가르쳐야 해요.”
“뜨는 것만으로 충분히 굉장하다고 생각하는데...”
언젠가 저 아기도 평범하게 하늘을 날아 우주공간이나 세계 간의 통로를 돌아다니게 되는 걸까.
또 얼마나 많은 우주를 관측하고 실증하게 될지 기대되네.
*
레이카와 헤어지고 또 여러 가지를 산 뒤 집으로 돌아왔다.
미라이 생일은 모레지만 사실 우리 집에서 파티를 한다고 하면 1박2일로 하는 법이니 내일부터 파티라고 해도 되겠지.
시즈카와 이쿠, 모모코도 간신히 휴가를 냈다고 하니 기대된다.
당장 집안 인물로만 에밀리, 유리코, 메구미, 코토하, 시즈카, 이쿠, 모모코, 사요코로 8명에 추가로 9명이 더 참가한다고 했다.
+3까지 각각 3명씩 파티 참가자를 정해주세요.
뭐 다들 바쁘니까 멤버에 큰 변화가 없는 건 당연한 법이지.
오후부터 시작해서 다음날 오후까지 이어지는 파티에 참가가능한 인원이 많을리가 없지.
그래도 제일 바쁜 코노미 씨랑 리오가 있는 건 의외다.
+3까지 오후에 있을 일을 정해주세요.
“네, 고맙게도 꽤 흔쾌히 와주는 애가 많아요.”
“그래서 이런 섹시한 애들이 점점 늘어나는 생활은 어때?”
“어떻냐니... 즐거워요.”
“그런 거 말고! 매일매일이 자극적이어서 눈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모르겠다거나, 매일밤 몇 발씩 뽑고 있다거나 그런 거!”
“없네요. 그렇게 젊지도 않고 오랜 시간 함께 지내던 애들이라 굳이 말하자면 딸 같은 느낌이니까요.”
“하아... 최근 소식 듣고 좀 변한 줄 알았더니...”
“최근 소식?”
코노미 씨는 또 무슨 소식을 들었길래 이런 소리를 하는 거지?
최근엔 운동 삼매경이라 별다른 일도 없었는데.
“프로듀서 씨!”
“오, 세리카 왔구나. 안녕.”
“네. 안녕하세요. 아니 그보다 프로듀서 씨께 부탁하고 싶은 게 있어요!”
“어? 응, 뭔데?”
“저도 프로듀서 씨랑 섹스하고 싶어요!”
“...............응?”
갑자기 시끌벅적하던 집안이 확 조용해졌다.
36개의 눈이 전부 날 향하고 있다.
“무, 무슨 이야기인지 모르겠는데... 난 누구랑도 그런 짓 한 적 없ㅇ...”
“저희도 다 들었어요! 이 집 사람 모두랑 하룻밤씩 섹스하기로!”
“전원에게 하룻밤씩이 아니라 전원이 해서 하룻밤만이야?! 그리고 그건 다이어트에 참가해서 전원이 목표치를 채웠을 때 다이어트한 사람에게만 한 약속이고!!”
왜 이렇게 와전되어 있는 거야!?
애초에 그것도 해줄 생각 없거든!
“저 이 16년 동안 체중관리 실패한 적 단 한 번도 없어요! 프로듀서 씨가 제안하셨던 45kg 넘긴 적 없어요!”
“아니... 그건 확실히 대단하지만 어디까지나 애들 다이어트 동기부여를 위한 약속이었던 거니까...”
“그럼 저도 중학생 시절 몸무게인 37kg까지 뺄게요!”
“그건 위험한 수준이잖아...”
“애초에 불공평한 조건이에요!”
“시즈카?!”
“저도 매일 같이 바쁘고 일도 힘들어서 운동에 참여 못 하지만 몸무게는 제대로 관리하고 있다고요! 그런데 전 아무것도 못 받는데 집안에서 놀고먹느라 살찐 유리코 씨랑은 해준다니 이상하잖아요!”
“왜 나를 콕찝어서 말하는 거야?!”
“그래그래 불공평 한 건 좋지 않다고.”
“저도 불공평한 일을 잔뜩 당하며 살아왔는데 이곳에서까지 당하고 싶진 않네요.”
곧 이사 올 예정인 스바루와 시호까지 합세해왔다.
그 외에도 이 츠무기와 리오, 카오리 씨 등도 무지하게 강렬한 눈빛을 보내고 있다.
“아... 알았어... 알았다고... 그럼 다이어트 하는 애들 전원이 45kg 이하일 때 자기도 그 무게 이하란 걸 증명한 애들 모두 포함하는 거로 할게.”
“에엣?! 저, 정말로 모두인 거죠! 나중에 딴소리하시면 안 돼요!”
“그래... 모두... 하아.”
뭐 어차피 불가능할 테니까.
저 멀리 사요코가 내 생각을 읽고 비웃는 것 같지만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건 불가능한 거다.
“얘들아 이 소식을 어서 널리 알려라! 그 누구도 몰라서 이 찬스를 놓쳐선 안 돼!”
“네!”
“얘들아 이거 미라이쨩에게 주려고 가져온 다이어트 용품이야. 너희도 같이 쓰면서 반드시 이번 기회를 붙잡는 거야. 알았지? 다이어트하고 그 뒤에 열달에 걸쳐 15kg 이상 찌워야지!”
“네! 감사합니다!!”
“우리도 가져왔어. 반드시 해내!”
“아하핫, 프로듀서 씨 큰일이네~ 이것도 줄게.”
“카오리 씨, 카나쨩, 츠바사쨩... 고마워! 반드시 뺄게!”
다들 김칫국부터 마시네.
뭐 이걸로 동기부여가 더 잘 된다면 좋은 일인가.
+3까지 저녁~밤에 있을 일을 정해주세요.
온 집안에 살기가 돈다.
이거 내 생일상이냐 미라이 생일상이냐
특히 저녁상.
파티를 위해 평범하게 맛난 음식들을 하기로 하고 재료를 샀는데....
“어째서 내 자리만 이렇게 화려하고 너희는 모두 그런 소박한 식탁이야?”
“뭐뭐 신경쓰지 마세요.”
“그래. 프로듀서군은 오늘부터 천천히 정력과 체력을 길러줘야 하니까!”
정력에 좋다는 음식으로 하나 가득한 내 상, 평범하게 파티 음식인 유부녀상, 그리고 채소와 닭가슴살만 있는 다른 아이들 상으로 삼분된 식탁이라니...
오늘은 파티잖아?!
술도 디저트도 유부녀 상에만 올라와 있고 난 왜 없는 거야?!
“술은 정력에 안 좋대!”
“도대체가.... 하아...”
“앞으로 지도자님 식단은 그렇게 고정하도록 하겠습니다.”
“어?!”
“하룻밤에 20발 정도는 쌀 수 있어야 하니까 그 정돈 먹어야지.”
“죽일 셈이냐.”
왜 이루어질 수 없는 일에 매달리는 거냐.
이것은 마치 키사라기가 72를 벗어나는 것 수준으로 불가능한 조건이라고.
“자 식사가 끝나면 바로 식후 운동이야!”
“오오!”
“아니 왜?!”
생일이잖아!
파티잖아!
왜 손님들까지 와서 운동이야?!
“자, 프로듀서 씨는 이쪽이에요~ 유부녀 모임에 초대해드릴게요!”
“아니 난 너희 남편 푸념 듣고 싶지 않은데...”
“거부권 따위 없다! 세 명뿐인데다 나랑 10살이나 차이난다고! 24살은 14살과 이야기가 통하지만 40살이 30살 둘과 이야기하는 건 쉽지 않아!”
“저도 딱히 다르지 않은데...”
당장 같이 사는 애들이 좋아하는 유튜버 같은 거 몰라.
애초에 안 봐.
평소에 애들이 방에서 뭐하는지도 몰라.
“그리고 남편 이야기하면 되잖아요.”
“됐으니까 잔말 말고 따라와!”
“우쨔서?!”
결국 새벽까지 유부녀 토크에 휘말리게 되었다.
+3까지 다음날 오전에 있을 일을 정해주세요.
“뭐 저희가 4번째 병 깔 때까지도 계속 운동 중이었으니까요.”
“시호쨩 괜찮으려나? 근육통 올 텐데.”
“욕실에 물이라도 받아둘까.”
“프로듀서가 모두의 근육을 손으로 상냥하게 풀어주면 다들 좋아할 것 같은데 어때?”
“해주지 못할 것도 없지만... 사람이 너무 많아서 오늘 안에 다 안 끝날 것 같은데요.”
애초에 체중 제한에 안 걸려서 멀쩡한 에밀리를 빼도 무려 14명이다.
한 명 당 10분을 잡아도 2시간 넘게 걸리는데 10분 만에 끝날 리도 없다.
“그보다 츠바사는 요즘 어떻게 지내? 남편 아직도 퇴원 안 했어?”
“평소처럼 모델 일 위주로 하고 있어요. 남편은 지금 재활 치료 중이고요.”
“얼른 퇴원하면 좋겠네.”
“그러네요. 남편인데 벌써 1년 넘게 얼굴도 자주 못 보고 있다고요. 그이도 1년이나 쌓였을 테고 저도 욕구불만을 넘어서 점점 흥미가 사라지고 있다고요.”
“그건 좋지 않네. 병원에서 몰래 할 수는 없어?”
“저도 말해봤는데 6인실이라 들키기도 쉽고 만약 들켰다간 일에 지장이 많이 갈 거라면서 그이가 말렸어요.”
“타당한 이야기긴 한데 조금 걱정이네. 한창 깨가 쏟아져야 할 시기인데 그냥 다 날려버려서.”
“에휴, 정말 그 말대로에요.”
1년 전에는 꽤 남편을 신경쓰는 것 같았는데 지금은 달관한 건지 그러려니 하는 식으로 넘어가게 된 것만 봐도 영 징조가 좋지 않다는 게 느껴진다.
“그래도 츠바사 너라면 요령 좋게 해낼 수 있지 않아?”
“어라? 프로듀서 씨가 웬일로 그런 소리를 다 하세요?”
“뭐... 그래도 신혼일 때 남편과 너무 시간을 못 보냈으니까. 그게 얼마나 위험한지도... 잘 알고.”
“그렇네요. 저도 유리코 씨처럼 되는 건 사양이니 한번 시도해볼게요. 프로듀서 씨의 이야기를 하면 남편도 받아들여줄지도 모르고.”
“그래. 힘내.”
*
다들 깨어난 뒤에 따뜻한 욕조에 잠기고 푹 쉬는데도 다들 다이어트 이야기가 쉬질 않는다.
“아이돌 시절 길러둔 체력 덕분인지 그래도 못할 짓은 아니네요.”
“나는 아직 현역으로 활동도 하고 있어서 그런지 꽤 할만해.”
“그러네요. 저도 크게 무리가 가진 않습니다.”
“세리카나 스바루 씨, 츠무기 씨는 그럴지 몰라도 저한텐 꽤 힘드네요. 일의 특성상 외모 유지엔 신경을 썼지만 이렇게 본격적인 다이어트는 할 여유가 없었으니...”
“나는 허드렛일이란 게 체력이 많이 필요해서 운동 자체는 문제가 없는데 외모 관리를 할 이유가 없었다보니 빼야할 체중이 좀...”
“어머, 시즈카는 가슴도 없는데 허리만 굵어졌구나.”
“뭐?! 말 다 했어?! 나는 키가 커서 그런 거라고!”
“예전엔 비슷했는데 멀대같이 커가지고 살도 쪄서 거의 드럼통이 됐네.”
“하아?! 옥상으로 따라와!”
“체급 차이를 생각해줄래?”
“이 년이 진짜..!”
“아하하, 시즈카쨩이랑 시호쨩은 변하질 않네~”
“확실히~”
“미라이는 조용히 해!”
“카나 잠깐 다른 곳 가 있어.”
이거 참... 익숙한 광경이네.
엄청 그립고 반가운 광경이야.
“어머, 프로듀서군이 마치 손녀들이 노는 모습을 바라보는 할아버지 같은 얼굴을 하고 있어.”
“뭐 아예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네. 그보다 리오 넌 괜찮아? 근육통이라던지.”
“나도 제대로 관리는 하고 있다고? 요가라든지 에스테라든지 다니면서. 체중도 난 이미 아슬아슬 합격점에 걸쳐있다고?”
“여전히 대단한 자기관리네. 그 누구도 네가 내일모레 마흔이라곤 못 믿을 거야.”
“시끄러워. 나이 이야기하지 마.”
“내일모레 마흔이라 하니 카오리 씨는?”
“걔야 뭐.... 아직 안 일어났겠지.”
“그녀도 여전히 대단한 잠버릇이네.”
정말 익숙하고 그립고 반가운 광경이야.
+3까지 오후에 있을 일을 정해주세요.
이게 생일파티인지 헬창파티인지 구분이 안 가네.
“다들 현역 시절에도 지지 않을 정도로 열심히 하네.”
“에휴, 뭘 이렇게까지 하는 건지...”
“그런 것보다 저희 지루해요~ 미라이쨩도 시즈카쨩도 운동하느라 정신없는데 저는 프로듀서 씨의 이제 총애에 그렇게 관심없다고요~”
“그래요. 보드게임 같은 거라도 없나요?”
“요즘 시대에 보드게임을 갖고 있는 사람이 더 적을 거 같은데. VR 있잖아. 소프트는 다양하게 있어. 애들이 조금씩 새로운 걸 사서 노는 것 같더라. 나도 가끔 하고.”
“흐응~ 재밌는 게 있으면 좋겠네. 프로듀서도 같이 할 거야?”
“그러고는 싶지만 조금 신경 쓰이는 게 있어서요.”
“신경 쓰이는 거?”
“아까부터 유리코랑 에밀리가 안 보여. 한번 두 사람의 방에 가보려고.”
“이렇게 사람이 많은데 그게 한눈에 보여요?”
“이보다 더 많을 때부터 수시로 체크하고 살았으니까. 이젠 거의 버릇이야. VR은 2층 중앙에 있어.”
“네~!”
우선 에밀리 방부터 가봤지만 안에 아무도 없었다.
그렇다면 유리코 방에 있으려나.
여기도 없으면 전화라도 해봐야지.
똑똑
“유리코? 들어간다.”
짜악!
“꺄하읏?!”
방문을 열자 에밀리가 유리코의 등을 힘껏 내리쳤고 어째선지 상반신 나체인 유리코가 비명을 지르는 모습이 펼쳐졌다.
“어... 미안, 내가 방해했구나. 나갈 테니까 신경 쓰지 말고 계속해.”
“틀려욧?! 프로듀서 씨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에요!!”
“유리코 씨가 허리를 다치셔서 찜질접착용지를 붙여드렸을 뿐이랍니다.”
“찜질... 아, 파스구나. 정말이지 무리한다 싶었어.”
“아하하... 죄송해요....”
“에밀리 고생했어. 아마 이런 애들이 앞으로도 나올 테니 그때도 부탁 좀 할게.”
“네, 맡겨주세요. 그보다 지도자님, 저와 하신 약속 잊지 않으셨죠?”
“아... 요즘 다들 운동 삼매경이라 영 타이밍이 안 맞았는데 마침 딱 좋겠네.”
“그러면 저는 자리를 피하도록 할게요.”
에밀리는 그대로 방을 떠났고 나와 유리코 단둘이 방에 남았다.
“저기... 무슨 이야기인지 못따라가겠는데...”
“뭐 별 건 아니고 저번에 에밀리가 다른 애들이랑도 단둘이서 시간 좀 보내라고 했거든.”
“그게 왜 하필 지금인가요?! 저 지금 윗옷도 안 입은 채 파스 붙이고 엎드려 있는데?!”
“뭐 너랑 나 사이에 윗옷 하나 안 입은 정도는 큰 문제 없잖아.”
“파스 냄새가 문제인 거라고요! 그리고 보여드릴 거면 다이어트 끝낸 뒤의 모습이 좋아요!”
“그럼 옷을 입어. 벗어둔 거 옆에 있잖아.”
“그렇네요...”
+3까지 유리코와 할 이야기, 있을 일 등을 정해주세요.
“솔직히 말하면 애초에 달성 자체가 불가능할 거라고 생각해.”
“그럼 역시...”
“그래도... 설령 그런 불가능한 것을 정말로 해낸다면... 그때는 나도 각오를 다져야겠지.”
“그... 말씀은...!!”
“애초에 그때 가서 내가 뺐다간 가만두지 않을 거잖아?”
“그야 당연하죠!”
그랬다간 하루이틀로는 안 끝날 것이다.
평화롭게 끝내야지 정말.
“그러는 너는 어때? 다이어트 해낼 수 있을 거 같아?”
“해낼 거예요. 해내고 말건데.... 힘들어요....”
“그러니까 너무 무리하지마. 현역 시절 이상으로 빡세게 하고 있잖아.”
“그야 그때보다 더 빡세게 하지 않으면 도저히 달성할 수 없는 조건인걸요.”
“그건 그렇지만... 그럼 이런 건 어때? 아예 다이어트를 포기하고 지금 이 자리에서 한 판 해버리는 거 어떻게 생각해.”
“에, 엣? 에엣?! 지, 지금요?!”
“그래. 지금.”
“다이어트 없이?!”
“그렇다니까?”
유리코는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아니 고민하는 척인 걸까.
“후우, 아니요. 감사하지만 그만둘게요. 그런 짓을 했다간 다른 사람들한테 무슨 짓을 당할지도 모르고... 그렇게 뻔히 보이게 시험하지 말아주세요. 제가 수긍하면 프로듀서 씨가 거부할 생각이셨잖아요.”
“에.아닌걸.정말.할.생각이었는걸.”
“네네, 그러시겠죠. 그래도... 적어도 저녁 시간까진 둘이서 있지 않을래요..?”
*
저녁 시간이 지나 다들 집으로 돌아갔다.
자, 그럼 내일은 미사키 씨의 생일이자 765의 기념일로 특별 라이브가 있는 날이다.
요즘 시대엔 다들 VR로 라이브를 하지만 765는 VR과 현장 라이브를 동시에 하기 때문에 우리도 오랜만에 현장에서 라이브를 볼 생각이다.
지난번에 본 신인 유닛에 츠무기와 이쿠도 나오기로 했다.
그 외에는...
+3까지 라이브에 참여하는 다른 아이돌을 정해주세요.
현장 참가하는 팬이 평소보다 3배는 많은 건 다들 예전 팬들이 보러 와준 거겠지.
"라이브를 현장에서 봐야 제맛이라고 생각하는 건 나이든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역시 현장의 분위기는 좋네요."
"옛날 생각도 나고 좋지. 내가 무대에 서지 않을 땐 자주 객석에서 동료들의 무대를 보곤 했지."
"특히 아리사는 한번도 빠지지 않았으니까. 심지어 자기도 참가하는 쪽이면서 객석에 있던 적도 있잖아."
"그 아리사도 오늘 특별 게스트로 한 곡 하는 거지? 프로듀서로 전직하고도 라이브 뛰는 건 리츠코 씨랑 똑같네. 결혼까지 했다면서?"
"코토하는 본 적 없나? 아리사랑 파는 분야는 달라도 만만찮은 사람이었어."
"그 외에도 아카네랑 타마키, 로코도 유부녀에 아이돌 그만뒀는데도 참가했지. 타마키는 좀 다른가."
"타마키는 연예계를 은퇴한 건 아니니까. 아 마침 유부녀들의 등장이네."
1~50: 역시 공백이 길다
51~75: 공백기를 생각하면 충분히 잘한다
76~90: 역시는 역시나
91~100: 무대를 찢어버렸다(니들이 왜...)
+3까지 가장 큰 값 갑니다.
“오랜만에 서는 무대라 평소보다 훨씬 열심히 연습하고 준비했다고 하더니 텐션도 장난 아닌데. 그런데...”
“저기, 지도자님 이건 괜찮은 걸까요...?”
“아니 좀 위험하지 않아?”
“하아, 저 녀석들 너무 들떴잖아...”
라이브라는 것은 언뜻 보면 각각의 무대의 집합처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론 모든 무대가 하나의 라이브를 이루며 유기적으로 상호작용하는 일종의 연출이다.
가장 기본적으론 초반에 단체곡 중에서도 콜이 많고 신나는 노래를 통해 관객 텐션을 끌어올리고 중간엔 이를 적절히 유지해나가면서도 적당한 타이밍에 MC 코너나 발라드를 통해 관객의 체력을 유지시키고 후반부에 노도의 공격으로 넉아웃 시키는 것이 일반적인 흐름이다.
경우에 따라 초반을 흡입력 있는 발라드 등을 통해 관객의 집중력을 높이거나 때론 과열된 분위기를 식히기 위해 앉아서 조용히 관람하는 뮤지컬 형식의 무대를 삽입하는 등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냐는 프로듀서와 연출가의 성향에 따라 크게 달라지지만, 오늘 무대처럼 주인공이 명확한 무대의 경우 암묵적인 룰이 있다.
최선을 다하되 최고가 되지는 말 것.
앞서 나온 무대가 양질일수록 후에 무대에 서는 사람의 부담과 후의 무대에 향하는 관객의 기대는 점점 커지게 되고 이는 훌륭한 무대마저 관객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원인이 된다.
특히 저 아이들은 이미 아이돌을 은퇴했으나 츠무기의 복귀 기념 우정출연을 한 것으로 속된 말로 퇴물이라 볼 수 있다.
츠무기야 이 정도는 알아서 이겨낼 거라 믿지만 신인들이 과연 잘 해낼 수 있을지...
이 다음에 MC가 있다면 텐션을 떨어뜨릴 수라도 있겠지만 공연은 이미 마지막 MC 무대가 끝난 후반전이라 이후 나오는 건 신인들의 신곡 겸 첫 유닛곡의 첫 라이브, 그리고 츠무기의 마무리다.
그러니까 쉽게 말해서 얘들이 너무 잘해서 이대론 주객전도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거다.
“하지만 이 정도도 이겨내지 못한다면 톱 아이돌 따위 될 수 없지. 저 녀석들도 아니 오히려 무대 뒤로 전향한 저 녀석들만큼 라이브의 연출과 흐름의 중요성을 잘 아는 사람들도 없겠지.”
“그러네. 뭐 흔히 말하는 신고식이란 건가. 그러고 보니 우리도 비슷한 일을 겪었었지.”
“프레셔와 사고대응... 아무리 재능있는 아이돌이라도 이 둘을 이겨내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 프로듀서 씨가 하셨던 말씀이죠.”
“아 끝났네요. 이제 드디어...”
“어디, 실력 좀 볼까.”
뭔가 다들 언젠가 주인공에게 썰릴 운명인 옛 4천왕 같은 대사를 내뱉고 있다.
다들 유리코랑 살면서 물들어 버린 건가...
1~70: 뭐... 신인치곤 잘했는데...
71~95: 이 정도면 충분하다.
96~100: 이게 신...인...?
+3까지 가장 큰 값 갑니다.
“거짓말이지?”
“이거 잘못하면 츠무기쨩이 묻히겠는데...”
신인 그룹의 퍼포먼스는 쉽게 말해서 최고였다.
직전에 있었던 베테랑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는 완성도에 관객을 휘어잡는 카리스마, 무대를 충분히 활용하고 팬서비스용 애드리브까지 완벽하다.
채 석달 남짓한 시간으로 생초짜를 이렇게 만들다니....
아아 정말...
“나는 선배의 발끝에도 못 미치는구나...”
“엣? 선배라니... 올스타즈의 프로듀서 씨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왜 그 이름이 지금...”
“아, 아아... 선배가 떠나기 전에 나한테 저런 컨셉의 아이돌을 키워보고 싶다고 했거든. 해가 바뀌면 스카우트부터 한다고 했었지. 사망플래그였지만 설마 11년을 앞서본 선견지명이었다니.”
“그랬어? 그래도 11년 전에 저 아이들은 없었겠지. 사장님이 어디선가 데려온 아이들이라며? 팅 하고 온다는 거 정말 무섭네.”
“츠무기쨩 긴장하고 있는 거 아냐?”
“그러고 보니 츠무기도 어제그제 무리하게 다이어트 하지 않았어?”
“아....”
츠무기...
1~50: 역시 후유증이...
51~75: 성능 확실하네
76~100: 오늘 라이브는 역사에 남는다.
+3까지 가장 큰 값 갑니다.
@100이지만 줄 특전도 없는 창댓이라니....
츠무기의 목에서 아름다운 목소리가 첫 소절이 내뱉어진 그 순간부터 약 4분 남짓한 시간 동안 우리 중 그 누구도 입을 떼지도 눈을 돌리지도 못했다.
그저 오른손에 쥐어진 사이네리움을 반사적으로 흔드는 것만이 그 무대의 지배력에 대한 유일한 저항이었다.
회장을 가득 채운 여리지만 강한 목소리는 도저히 마이크에서 흘러나온다곤 믿기지 않고
카메라가 잡아주지 않으면 보이지도 않을 손끝의 미세한 움직임에 회장의 분위기를 조종하고
얼굴이 클로징 될 때 슬쩍 흘리는 눈빛은 마치 보석과도 같았다.
노래가 끝나고 무대에 조명이 꺼지고 잠시 후 다시 조명이 켜지고 무대 뒤에서 출연자들이 우르르 몰려나오고 나서야 겨우 현실로 돌아올 수 있었다.
“나중에 츠무기에게 사과해야겠네. 너무 얕봤다고.”
“응... 그렇네.”
“이게 지금의 츠무기쨩.... 이 나라 최고의 아이돌인가...”
“아름다워.... 아뇨, 이런 말론 표현해낼 수 없어요.”
“왠지... 가슴이 따뜻... 아니 뜨거워진 것 같아요. 직업병...의 후유증인 걸까요?”
“알 것 같아. 어딘가 마음속 깊은 곳에 잠들어 있던 게 깨어나려고 해. 하지만 결코 이길 수 없겠지. 우린 이미 내려와 버렸으니까.”
일본 최고의 아이돌.
이 수식어가 오히려 부족할 정도로 훌륭한 퍼포먼스였다.
내가 있던 시절의 츠무기보다 더욱 성장한 것 같아.
하지만 이게 선배가 손을 쓴 결과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조금 짜증난다.
“이제 앙코르만 하면 라이브도 끝인가. 오늘 라이브는 765의 역사에 남을 수준이었네.”
“그러게. 무서울 정도였어. 프로듀서 무대 뒤에 가실 건가요?”
“아니 오늘은 돌아가자. 이 정도면 아마 뒤쪽도 정신없을 거야. 뒷풀이도 있을 테고. 나온 애들과는 또 따로 만나면 되니까.”
“네~”
“저기 우리도 오늘 밥 먹고 들어가자! 이런 라이브를 봐버리면 얌전하게 집에 돌아가서 잔다는 건 불가능해!”
“그래. 그럼 근처 식당으로 갈까.”
근처 식당에 들어간 우리는 몇 시간이고 라이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다들 옛날 생각이라도 난 건지 엄청 흥분해선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
+3까지 다음날 있을 일을 정해주세요.
“네.”
“이게 어떻게 된 거죠?”
“뭐가요?”
“아직 다이어트 시작한지 얼마 안 지났으니 극적인 변화가 있을 리가 없죠. 그 정돈 저도 알아요. 그런데.... 왜 더 찐 거죠?!”
“근육이 붙은 게 아닐까요..?”
“전 단순히 무게만 말하는 게 아니에요! 허리둘레로 말하는 거라고요!!”
“아하하.... 내장근육이 붙은 걸까요..?”
하아아아아아
하고 정말 노골적인 커다란 한숨을 내쉬며 트레이너 씨는 아이들 쪽을 바라봤다.
“어떻게 의욕이 이렇게나 넘치는데 전혀 진척이 없다 못해 퇴보하는 건지...”
“뭐 너무 성급하게 중간점검을 한 게 아닐까요? 적어도 한 달은 넘기고 다시 해보죠.”
“묘하게 기뻐하는 것처럼 보이네요.”
“설마요. 저도 이런 무모한 다이어트 얼른 끝났으면 좋겠다고요.”
“흐음... 뭐 좋습니다. 천천히 꾸준히가 답이니까요. 자, 이제 다시 시작한다! 모두 모여!!”
이렇게 오늘도 다이어트는 계속된다.
내일은 누구를 만나러 외출이나 해볼까.
+3까지 누구를 만날지 적고 굴려주세요. 가장 작은값 갑니다.
“그러네요. 하지만 이야기 전에 묻고 싶은 게 있어요.”
“뭐지?”
“거세... 당했어요?”
“역시 니가 이오리한테 바람을 불어넣었던 거구나!!”
나는 딱히 불어넣지 않았다고.
미나세 님이 자기 스스로 도달한 결론이었지.
“오늘은 평범한 모습인데 벌써 질려서 버려진 건가요?”
“그럼 다행이게. 너 오기 전에 이미 한 번 한 거야.”
“그럼 적어도 아직은 붙어 있는 거군요. 아쉽네요.”
“아쉽긴 뭐가!”
어차피 죽었는데 애 같은 거 만들어봤자 소용없잖아요.
그냥 얌전히 생체딜도로 살아가시지.
“그래서 오늘은 무슨 일이야?”
“글쎄요. 무슨 일일까요.”
“뭐?”
“그냥... 그런 라이브를 봐버리면 말이죠. 정말 선배는 대단하네요.”
“아... 그저께 했던 라이브.”
“네. 정말... 정말로 대단한 라이브였어요. 현역 시절과 비교해도 전혀 녹슬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애들, 그런 베테랑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신인 그리고 저로선 더 이상 성장시킬 수 없었던 츠무기의 성장.... 제가 10년 동안 무슨 짓을 해도 해내지 못했던 일들을 선배는 채 반년도 안 걸려서 해냈죠. 아니 제가 10년 동안 망쳐온 것들을 당신이 원래대로 되돌리고 있어. 이상한 일이죠. 분명 제가 당신이 저지른 일을 수습할 셈으로 10년이나 발버둥쳤는데 오히려 그 10년간 제가 저지른 온갖 실수의 수습을 선배가 해주고 있어.”
“네가 쌓아둔 게 있어서 가능했던 거야. 그리고 난 별로 한 것도 없어. 다른 직원들이 함께 협력해준 덕분이야.”
“훗, 그걸 못 해서 제가 실패한 거잖아요. 하하... 알고 있었는데 말이죠. 설령 백년 천년이 지나더라도 전 당신을 넘어설 수 없단 거. 이해하고 있었는데 그런 라이브를 봐버리면...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프로듀서로서의 프라이드나 선배에 대한 대항의식이 많이 남아 있었던 것 같네요. 다 떨쳐낸 줄 알았는데...”
보지 않는 게 좋았다.
그런 생각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본 걸 후회하는 마음이 없는 것도 아니다.
“차라리 앞으로 제가 뭘 해야 하는지 전부 가르쳐주면 좋겠네요. 선배도 동생도 도대체 얼마나 먼 미래까지 보이는 건지 솔직히 감도 안 잡히지만, 이상할 정도로 저에겐 아무것도 안 가르쳐주니까 미치겠어요. 분명 선배가 죽음을 위장한 이유도 그게 최선이란 걸 알고 했던 거겠죠. 그런데 제가 원래 이루어져야 했을 것과 다른 행동을 하는 바람에 이 지경까지 왔죠. 그것조차 선배는 읽어냈을 텐데 왜 아무것도 안 가르쳐주는 건지. 제 선택을 존중한다...같은 개같은 배려 따위 필요없다고요.”
“넌 나를 너무 과대평가하고 있어. 나도 너처럼 아무것도 몰라.”
그러시겠지.
늘 그러셨지.
“그리고 넌 한 가지 큰 착각을 하고 있어.”
“착각?”
“난 네 아이돌에겐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 그건 그녀들이 스스로 해낸 성장이야. 남의 아이돌에게 멋대로 손댈 리가 없잖아.”
“그건 당신의 아이돌을 멋대로 프로듀스 했다가 말아먹은 저에게 보내는 비아냥인가요.”
“애가 왜 이렇게 비뚤어졌어.”
“선배와 처음 만났을 때부터 비뚤어진 채였거든요. 그리고 그 말이 사실이라면 오히려 그 아이들의 성장을 제가 방해하고 있었단 거잖아요.”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지.”
“뭐..?”
“765를 지탱하던 네가 떠나고 홀로서기를 해야만 했던 것과 떠나 버린 네 눈길을 끌고 싶다는 마음이 성장의 동력이 된 것이 아닐까. 너는 아이돌을 좀 과보호하는 경향이 있었으니까.”
“그런가요. 결국 제가 문제였던 거네요.”
“하아... 뭐 그렇게 생각하고 싶다면 그렇게 생각해. 그보다 너 아직도 집에 아이돌을 모으고 있지?”
“무슨 피규어 모으는 것처럼 말하네요. 뭐 그래요.”
“분명 한 사람 한 사람이 너에게 소중하겠지만... 조금 힘든 삶을 산다고 해서 그걸 전부 네가 품을 책임은 없어. 그녀들의 인생은 어디까지나 그녀들의 인생이고 그녀들이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거니까. 설령 절망 속의 삶이라도 도와달라는 손을 뻗지 않는 사람의 손을 억지로 붙잡아야 하는 건 아니야.”
“그럴지도 모르죠. 그래도 극장의 영혼이 그러더군요. 유일하게 실패한 게 저라고. 유일하게 아이돌을 불행하게 만든 프로듀서가 저라고. 그렇다면 절망 속에 살아가는 아이들은 제 책임이란 거잖아요. 그러니까 제가 하지 않으면...”
“극장의 영혼이란 게 뭔지는 모르지만... 그렇다면 다음은 누구지? 사타케 씨? 토요카와 씨? 아 지금은 둘 다 성이 다른가. 도쿠가와 씨는 텐쿠바시 씨랑 살며 꽤 안정된 것 같지만.”
“글쎄요. 두 사람 다 제가 너무 접근하지 못하도록 벽을 치고 있어서 쉽지가 않네요.”
“유부녀에게 손대는 건 좋지 않다고? 사타케 씨는 미망인이지만 남편에게 마음이 남아 있고 토요카와 씨는... 그런 남자라도 내치지 않는 사람이니까.”
“집에 들인다고 해서 손대는 게 아니거든요.”
“뭐 그런 너에게 내가 주는 작은 힌트. 스스로 설득하기보단 비슷한 처지인 사람을 이용해라. 마침 병원에 사타케 씨랑 비슷한 처지인 사람이 치료받고 있잖아.”
“아... 노리코인가. 그러고보니 요즘 신경써주질 못했네요. 내일 보러 가야지.”
조금은 더 건강해졌다면 좋을 텐데...
병원에서도 별다른 소식은 없고.
“그럼 이만 가봐. 슬슬 다음이 올 차례야.”
“다음..? 아... 그럼 돌아가죠. 선배가 먹히는 모습은 보고 싶지만, 아이돌에게 실례니까요.”
그리고 정말로 돌아가는 길에 후타미 씨들과 마주쳐 상당히 뻘줌했다.
*
다음날 선배의 말에 따라 노리코가 있는 병원을 찾아갔다.
노리코의 상태는....
1~79: 변화 없이 격리 중
80~89: 병은 점점 나아지는 중
90~99: 병도 나아지고 몸도 조금은 움직이게 됨
100: 정말 빠르게 낫는 중
+3까지 가장 큰 값 갑니다.
여전히 침대에서 움직이지 못한 채 핼쑥해진 노리코의 모습이었다.
“안녕, 오랜만에 왔네.”
“안녕. 자주 오지 못해서 미안해. 요즘 좀 일이 있어서.”
“프로듀서는 그만두지 않았어?”
“프로듀서는 그만뒀지만 그만두니까 그만둔 대로 묘한 일에 자꾸 휘말리더라.”
극장의 영혼이라든지 다이어트라든지 프로듀서 시절에도 휘말리지 않은 일인데 말이지.
인생 모를 일이야 정말.
“아하하. 꽤 즐거워 보이네.”
“너는 어때? 다들 많이 만나러 와줬어?”
“응, 많이 와줬어. 특히 나오라든지 스바루라든지 자주 와서 몇 시간씩 떠들기도 한다고?”
“그래 다행이네. 다들 널 많이 보고 싶어 했어.”
“고마워. 모습은 나도 다른 애들도 꽤 변했지만 그래도 나한테도 아직 남은 게 있구나 싶었어.”
“검은 장발 머리도 잘 어울려.”
“그래? 앞으로는 이렇게 살아가려고. 원래 모습으로 살다가 잘못해서 빚쟁이나 사정을 아는 사이라도 만났다간 난감할 테고. 뭐 몸도 이렇게 흉하게 변했으니 못 알아보려나. 가슴 이거 120cm래. 이래선 속옷도 찾기 힘들고 옷도 많이 못 입으니 퇴원하기 전에 재활치료하면서 최대한 빼자고 하더라.”
“걱정 마. 넌 운동신경도 좋으니까 금방 뺄 수 있을 거야.”
“우리 남편 내 가슴 만지는 거 좋아했는데... 이런 흉측한 가슴이라도 좋아했을까.”
“물론이지. 네 모습이 어떻든 하마사키 씨는 널 좋아했을 거야.”
“그러려나. 응, 그렇겠지. 그야 토사물이랑 똥 위에서 뒹구는 모습을 보고도 나랑 결혼한 거니까. 들었어. 그 모습이 담긴 영상이 지금은 프로레슬러의 안전교육에 종종 쓰인다며?”
“그렇다고 하더라. 자제해달라고 하긴 했는데 개개인이 보존한 영상을 보는 걸 막을 순 없다 보니까...”
“됐어. 그야 지워버리고 싶은 기억이지만... 그걸로 조금이라도 많은 미래의 프로레슬러들이 안전하게 시합을 할 수 있다면야.”
“프로레슬링 자체가 그리 안전한 경기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상냥하네.”
“나 하나 구하겠다고 봉쇄지역까지 들어온 사람이 할 말이야?”
“난 그렇게 불특정 다수에게 상냥하진 않아. 너희에게만 상냥한 거지.”
만약 내가 정말 상냥한 사람이었다면 그 지역에서 고통받는 모든 인간을 데리고 나오려고 했겠지.
하지만 난 그딴 거 하나도 관심없다.
아니 그보다 슬슬 본론에 들어가자.
“그보다 노리코 너한테 한 가지 부탁하고 싶은 게 있어.”
“부탁? 이런 나한테?”
“그런 너니까...라고 해야 하나. 미나코는 만났어?”
“으응, 아직 만나지 못했어.”
“실은....”
노리코에게 미나코가 겪은 일과 지금 상황을 간략히 전달했다.
“그런 일이...”
“그래서 너라면 그 아이의 고통에 공감해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그건 괜찮지만 미나코 본인이 찾아오지 않으면 난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그 부분은 내가 어떻게든 해야지...”
“프로듀서를 피한다면서.”
“나만이 아니라 다른 애들이랑도 교류를 끊은 모양이야. 그래도 그 부분을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시작조차 못 한단 말이지...”
“그렇다면 다른 애들에게도 도움을 요청해봐.”
“다른 애들에게라...”
“내 경우엔 물리적으로 고립되어 있던 거고 위험성도 크니까 프로듀서 혼자서 온 거겠지만, 미나코의 일은 정신적인 거고 프로듀서 혼자선 아무것도 할 수 없잖아?”
“으윽... 그건 그렇지만...”
“뭐 프로듀서 성격을 생각하면 뻔히 말을 안 듣겠지. 그러니까...”
노리코는 침대 옆으로 손을 뻗더니 무언가 찾는 듯한 행동을 했다.
그리고 노리코가 가져온 것은...
“핸드폰?! 너 어느새...”
“헤헷 스바루가 하나 사줬어. 이오리가 준 가짜 신분으로 등록해서 완전히 내 것이란 말씀! 그러니 이걸로.... 자, 연락이 되는 애들 모두에게 지금 프로듀서의 상황을 보냈어!”
“뭣?! 너 무슨...!”
“이거로 여유가 있거나 오지랖이 넓은 애들은 프로듀서를 도와주려고 하겠지. 뭐 애들 대부분 오지랖이 넓지만. 이제 당분간은 다른 애들한테서 연락이 오길 기다리면 되겠네.”
“너 말이야....”
“자 그럼 난 슬슬 검사 시간이니까 나중에 좋은 소식 가져와~”
뚝하고 홀로그램이 끝나버렸다.
하아.........
돌겠네.........
“선배... 설마 이것까지 다 예상하고..?”
그 선배라면 그러고도 남지....
완전히 손바닥 위에서 놀아나고 있군...
“저기... 이만 퇴실해주시겠습니까?”
“아... 네, 실례했습니다.”
집으로 가자.
집에 도착해서 노리코의 문자를 받은 아이들이 왜 또 혼자 끌어안고 있냐며 화낸 것은 덤이다.
+3까지 다음날 있을 일을 정해주세요.
두 사람의 방만이 아니라 다른 방이나 거실도 전반적으로 청소했더니 순식간에 저녁이 되었다.
“후우, 이제 거의 다 끝난 것 같네.”
“고생하셨습니다.” 에밀리가 차를 건네주며 말했다. “금방 저녁 식사 준비를 할 테니 잠시 기다려주십...”
에밀리의 말을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덧씌웠다.
문을 바라보자 어딘가 멍한 표정의 시즈카가 터덜터덜 들어왔다.
“어서 와 시즈카. 오늘은 일찍 왔네?”
“프로듀서..? 흐윽, 프로듀서..!”
나와 눈이 마주친 순간 눈물이 핑 돌며 내게 안겨왔다.
뭐지?! 나 무슨 짓 했던가?!
“프로듀서... 프로듀서 저...!”
“아앗 프로듀서 씨가 또 시즈카쨩을 울리고 있어!”
“또라니 뭐야?! 아니 울린 적은 있긴 한데... 요즘엔 아무것도 안 했어?!”
유리코의 외침에 다른 애들도 점차 모여들었다.
그리고 하나같이 나에게 냉랭한 시선을...
“저기 시즈카 무슨 일이야? 또 프로듀서가 나쁜 짓 했어?”
“괜찮아. 우리는 시즈카쨩의 편이니까 편하게 말해줘.”
메구미와 사요코의 추가타까지 이어지자 슬슬 내가 뭔가 잘못한 것 같다.
생각해보면 시즈카가 바쁘단 이유로 잘 챙겨주지도 못했으니...
“시즈카... 그, 내가...”
“드디어...”
“응?”
“저 드디어 막내에서 탈출해요!!”
“막내에서 탈출이라니... 설마?”
“네! 다음 주부터 새로 들어오는 사람이 정말 아예 신입이고 저도 이제 나름 한 사람 몫을 하게 되야 한다고.... 대장이 축하한다고...!”
“그렇구나.” 시즈카의 머리를 살며시 쓰다듬으며 눈물을 닦아주었다. “정말 잘 됐다. 몇 년이나 정말 고생했어.”
“흐윽... 8년 전에 프로듀서한테 차이고... 흑... 도망치듯 들어가서 매일매일매일매일 아침 준비, 육수 관리, 재료 손질, 청소에 재고 채우기 손님 접대에 설거지에 짬처리에 마감에 대장이나 선배들한테 구박이나 듣고 살았는데 드디어...!! 흐아아아앙!”
그대로 폭발해버린 시즈카를 토닥이며 몇 번이고 축하해줬다.
*
시간이 지나고 시즈카는 옷을 갈아입고 돌아와 성장한 자기 우동을 먹어달라며 부엌으로 향했다.
문제는 반죽부터 시작하고 육수를 끓이고 있어서 꽤 늦은 저녁이 될 것 같다는 점이려나.
“시즈카쨩 대단하네~ 분명 엄청 유명한 우동집이라고 들었는데 정식으로 인정받은 거잖아!”
“응, 특히 요즘 요식업계는 엄청 어렵다고 하던데 다행이야.”
“배달해주는 진공요리가 상당히 질이 높으니까 말이야. 그것보다 딸리는 식당은 다 사라지고 그보다 더 좋은 식당만 남은 대신 요리사 실력의 기본 수준도 가격도 엄청 올랐으니까. 그게 딱 시즈카가 떠난 시기와 맞아떨어지는 바람에 오래 걸린 거지.”
“뭐 그래도 이젠 어엿한 프로 우동 요리사야. 잡일할 막내도 새로 들어온다면 시즈카의 평소 생활에도 여유가 꽤 생기겠지.”
“기껏 여름이고 집안 사람들과 함께 어디 놀러가고 싶네.”
“놀러간다라...”
“아, 미안 사요코...”
“으응, 괜찮아.”
“그래그래. 나랑 사요코가 집보고 있을 테니까 실컷 놀다 오라고!”
“메구미...”
“가더라도 바다나 수영장은 좀 싫으려나. 이런 몸으로 수영복 입기는...”
“정말 미라이쨩까지.”
“뭐 지금은 시즈카의 일이야. 강, 바다야 일본 각지에 넘쳐나니까. 당장 우리 집 뒷산에 숨겨진 작은 계곡도 있고.”
“네. 시즈카님의 노력은 분명 보답 받을 것입니다. 어쩌면 가게를 이어받거나 자기 가게를 얻을 수도..!”
“오오, 그거 굉장하네!”
시즈카가 자기 가게를 받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부터 인테리어는 어떻게 하고 메뉴는 어떻게 하고 버는 돈의 얼마를 이 집에 바쳐야 하는지 등 이야기꽃을 피우다보니 어느새 시즈카의 우동이 완성되었고 그 맛은 평소보다 훨씬 행복한 맛이었다.
*
다음날 시호와 스바루의 이사를 위해 두 사람의 집으로 차를 끌고 갔다.
시호는 동생, 스바루는 오빠 걱정하느라 쉬이 집을 떠나지 못했지만 지금은 둘 다 차에 타고 있다.
+3까지 둘이 이사하는 동알 있을 일 등을 정해주세요.
“그야 필요한 건 다 여기 있잖아? 기껏해야 옷이나 화장품이나 뭐 그런 거면 충분하지.”
“그래? 시호는 꽤 짐이 많은데.”
“제 건 대부분 책이니까요. 그런데 방에 책장이 마땅치 않더군요.”
“아... 좀 공간이 애매하지. 거실이나 뭣하면 내 방 책장에 넣어도 돼.”
“그 말은 저는 언제든지 프로듀서 씨의 방에 들어가도 좋다고?”
“내 방은 누구에게나 언제나 열려있다고?”
선객이 없다면이라는 조건문이 붙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찾아오는 사람 말리진 않는다.
불순한 목적이 없다면이라는 조건문도 붙긴 하지만.
“우와 시호쨩 이거 뭐야?! 야해!!”
“드레스? 꽤나 얇고... 면적이 없네...”
“일할 때 입던 거야. 뭐 네 말대로 거의 다 비치고 거의 다 드러내서 옷이라 부르기도 뭐하지만... 그래도 나름 디자인은 세련되고 원단도 좋은 거라 버리기 아깝더라고. 어쩌면 계속 써야 할지도 모르고.”
미라이가 들어 올린 드레스는 시즈카의 말대로 옷의 기능을 상당 부분 상실한 모습이었다.
내가 봤던 드레스는 면적은 별 차이 없어도 적어도 저렇게 투명하진 않았는데.
“어디어디 스바루의 짐 중에 특별한 건.... 오오 이건?! 뭐야 글러브네.”
“와앗?! 던지지 마! 그거 엄청 귀한 거라고! 국가대표의 사인까지 받은 거란 말이야!”
“헤에~ 어라 이건... 흐으으응~~~~ 이거이거 스바루도 얕볼 수 없네~~~~~~”
“응..? 아앗?! 그그그그거!!”
“가려야 할 부분이 뻥 뚫린 속옷이라니 스바루쨩도 참 대담하네.”
“아냐! 그, 그건.... 우우...”
“냐하핫~! 괜찮아! 우리 모두 이런 거 한 벌씩은 있는걸? 프로듀서가 그다지 반응해주지 않아서 불만이긴 하지만...”
아니 거기서 나한테 불만이라고 해도 말이지....
아니 반응을 안 하는 건 아니다.
어떻게든 냉정을 유지하는 거다.
“그나저나 이사 온 두 사람 모두 짐에 이런 야한 옷이 들어 있다니 다들 속셈은 비슷한 건가.”
“하지만 누구 하나 그 속내를 숨길 생각은 없잖아요?”
“지도자님이 그 속내를 일부러 안 보려 하시지만요.”
왜 자꾸 화살이 나한테 오는 거지.
지금 두 사람의 짐을 보며 하하호호훈훈한 분위기를 이어가는 시간 아니야?
“뭐 어쨌든 두 사람 다 짐 정리는 대충 마친 것 같고 내일은 전통의 쇼핑 타임이네.”
“쇼핑 타임?”
“새로 이사 온 아이가 있으면 그 아이의 방을 채우기 위해 나랑 같이 쇼핑을 나서는 거야. 원래는 여기 오는 애가 자기 짐이 거의 없어서 옷 같은 생필품 같은 걸 사러 가는 거였는데 이젠 자기 짐이 있는 애들도 늘어서 그냥 내가 이사 선물을 주는 것처럼 되었지.”
“저 안 데려가 주셨는데요?”
“시즈카랑 미사키 씨는 두 사람의 스케줄 문제로 본의 아니게 스킵했어...”
“치사해요! 저도 데이트 할래요!”
“응... 그럼 내일 다 같이....”
“““각자!”””
“오우...”
그렇게 되어서 내일은 일단 시즈카랑 나가기로 했다.
다른 두 사람과 달리 시즈카는 이번 주말 끝나고 다시 열일모드라고 하니까.
후배를 구실로 더 부려먹을 생각이라고...
+3까지 시즈카와 나가서 있을 일, 할 이야기 등을 정해주세요.
@ 과연 앵커가 모이긴 할까? 다들 경마하러 떠났나...
“기분 좋아 보이네.”
“네! 그야 주방장님께 인정도 받았고 그 덕분에 이렇게 쉬는 날도 얻었고 또 이걸 계기로 우동에 대한 깨달음에 한 걸음 더 나아갔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안 좋을 수가 없죠!”
“정말 우동 좋아하네.”
우동이라.
이제 벌써 아이돌 모가미 시즈카보다 우동가게 직원 모가미 시즈카 쪽이 더 길어졌나.
그렇게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말이 튀어나왔다.
“언제까지 할 거야?”
“네? 무슨 뜻이에요.”
“아... 그 아이돌로 활동한 시간보다 우동가게에서 말단 생활한 시간이 더 길어졌잖아. 아무리 좋아하는 것이라 해도 말단 생활에서 이제 겨우 벗어나 뒤에서 두 번째가 된 거니까 아직 젊은데 우동 하나에 너무 인생을 갈아넣는 게 아닌가 싶어서.”
내 말을 가만히 듣던 시즈카는 눈을 감고 뭔가 생각하나 싶더니 옆에 있던 벤치에 앉았다.
분위기 잡는 걸 보니 진지하게 들어야겠다 싶어 나도 옆에 앉았다.
“프로듀서는 절 찼던 날의 일 기억하세요?”
“잊진... 않았어.”
“전 아직도 가끔 꿈에 나와요. 그 날 아이돌과 프로듀서를 한 번에 잃고 제 마음은 텅 비어버렸죠. 게다가 그걸 계기로 저에게 평범한 사람으로 돌아오라는 부모님도 싫었고요. 그러던 중 아이돌 활동을 하며 알게 된 장인... 지금의 주방장님을 우연히 만나고 제자로 받아달라고 빌었어요. 텅 비어버린 마음을 어떻게든 채워보려고. 아이돌이 아닌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려고. 딸의 상처를 비집고 파고드는 부모님에게 반항하려는 마음도 있었죠. 주방장님도 제 마음을 알아챈 건지 정말 괜한 생각 따위 하지도 못하게 매일매일 한숨 돌릴 틈도 없이 바쁘고 뒤척일 틈도 없이 지쳐 잠드는 그럴 하루하루를 보내게 하셨어요.”
슬픈 듯하면서도 기쁜 듯한 오묘한 표정.
하지만 적어도 입은 웃고 있다.
“정말 고단했지만, 마음은 편했어요. 그저 한낱 요리. 아이돌과 비교하면 수수하고 재미없어 보일지도 모르지만... 제 텅 빈 마음을 채워준 다름 아닌 우동이었어요. 만약 프로듀서가 저를 걱정하며 우동에서 떨어뜨리려 한다면.... 또다시 텅 빌 제 마음을 프로듀서가 채워주실 수 있나요? 제가 아이돌이나 우동에 대한 미련이나 후회 따위 떠올리지 않도록 매일매일 하루종일 제 곁에 있어주실 수 있나요?”
“그건...”
못 한다.
알고 있다.
불가능하다고.
“그런 거예요. 우동은 이미 제게 좋아하는 것의 수준이 아니에요. 길을 잃고 헤매던 저에게 제시된 유일한 길이에요. 너무 걱정하실 건 없어요. 좋아서 하는 일인 걸요. 그러니까 저는 앞으로도 이 일을 계속할 거예요.”
“그래... 그럼 응원할게. 네가 세계제일의 우동장인이 되기를.”
“네!”
“그런데 우동의 길을 걷는 건 좋지만 언제까지고 말단 생활은 힘들지 않아? 계속 그 사람 밑에 있을 거야? 자기 가게를 차리거나 할 생각은 없어?”
“제 가게요? 으음... 솔직히 갖고 싶죠. 하지만 아직 실력도 한참 멀었고 게다가 저 경영이나 그런 거 하나도 몰라서...”
“그런 건 할 수 있는 사람을 고용하면 되는 일이야. 너희 가게 주방장이 경영이나 경리나 혼자 맡아서 하진 않을 거 아냐?”
“네. 그런 부분은 사모님이 하세요.”
“믿을 수 있는 사람이랑 같이 경영하면 될 이야기야. 애초에 그렇게 어렵지도 않아서 배우면 금방이야.”
“그러면 프로듀서가 해주시겠어요?”
“이봐... 내가 경영한 765가 얼마나 개판이 되었는지 너도 알잖아. 나한테 경영은 안 맞아.”
“후훗, 그래도 내 가게라... 언젠가 갖게 되면 좋겠네요.”
그 후 시즈카와 데이트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
그리고 다음 날 시호를 데리고 나왔다.
월요일이니 일을 찾겠다는 시호를 일을 구하면 또 스케줄이 애매해진다고 억지로 끌고 나왔다.
시호 옷도 많이 사둬야 한다.
+3까지 시호와 나가서 할 일, 할 이야기 등을 적어주세요.
@ 앵커가 모였다!
“아냐, 자주 있지. 다 챙겼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안 챙긴 게 잔뜩 있는 거.”
“그래도 굳이 가지러 갈 것도 아닌데...”
“뭘, 어차피 차도 있고 쇼핑 겸사겸사 챙겨오면 되는 건데. 그리고 평소에 가는 백화점의 직원이 점점 날 보는 눈빛이 무서워져서 멀리 나가는 것도 좋아....”
“절조 없는 남자는 여자의 적이니까요.”
“시어터에 들어오기 전엔 여자랑 엮일 일도 없었는데.”
사적인 의미론.
공적인 의미로도 좋은 의미로 엮인 건 아니지만.
“그런데 시호, 리쿠나 카나에게 짐 가지러 간다고 연락했어? 월요일이니까 둘 다 없을지도 모르잖아.”
“어차피 열쇠는 저한테도 있으니까 괜찮아요. 문자만 보내두면 돼요.”
“으음... 그래...”
뭐 청소가 좀 안 된 상태라거나 그 정도면 괜찮겠지만...
집에 단둘뿐인 첫 일요일을 과연 얼마나 얌전하게 보냈을지...
*
시호의 집에 들어온 순간 7월인 걸 감안해도 공기가 뭐랄까... 눅진하다.
마치 어제 하루종일 어떠한 이유로 에어컨도 안 켜도 창문도 열지 않은 채 집안에서 땀을 흘리고 그대로 잠들어 오늘 아침 환기할 여유도 없이 출근하여 공기가 그대로 집안에 남아있는 듯한...
“시호..?”
“아뇨, 전기요금 아낀다고 에어컨을 안 키는 건 좋은데 그러면 환기라도 똑바로 해야 할 것이지. 정말 두 사람 다 아직 생활력이 부족하다니까.”
시호가 커튼을 치고 창문을 열며 말했다.
시호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을 거다.
어제 이 집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싱크대에는 적당히 물만 부어둔 플라스틱 일회용기가 여럿... 적어도 두 끼 이상 분량인가.”
“저, 정말이지! 아무리 퀵요리가 싸고 편하다곤 해도 먹은 건 제대로 치워야지. 카나 열심히 요리 연습해놓고 결국 귀찮았던 거야?!”
어떻게든 현실도피를 해보려는 시호가 안쓰럽기까지 하다.
하아...
“자자, 일단 챙겨야 할 것부터 챙기자. 쓰레기는 내가 치워둘게.”
“죄송해요. 역시 두 사람만 두고 나오는 건 너무 빨랐으려나...”
너무 늦은 반동 아닐까.
자, 그러면 플라스틱은 어디ㅇ...
“꺄악?!”
꽈당!!
“시호?! 무슨 일이야!!”
“아야 아파라... 뭔가 미끄러운 걸 밟고 넘어진 거뿐이에요. 으으 이게 뭐.....아.....”
시호가 발꿈치의 붙은 것을 떼어보자 그것은 약간의 액체가 담긴 바람빠진 풍선이었다.
리쿠야... 제대로 쓰레기통에 버리자...
주변을 둘러보자 같은 게 눈대중으로만 10개 남짓... 젊구나...
“시호야. 일단 진정하고...”
“아뇨... 오히려 저 자신도 놀랄 정도로 냉정해요. 릿군도 이제 어엿한 성인이고 이런 걸 할 나이죠. 다만 이렇게 눈앞에 증거를 들이밀어지니 제가 정말 두 사람에게 있어 방해물이었단 걸 실감하게 되네요...”
“방해물이라니 그렇지 않아.”
“..... 짐 챙겨올게요.”
하아아아아아아.......... 어쩐다.
*
시호네 집에서 빠져나와 옷을 사러 왔다.
시호의 기분이 영 좋지 않으니 최대한 맞춰줘야겠다.
“프로듀서 씨는 가슴팍이랑 배꼽 중 어딜 내놓은 게 더 좋으세요?”
“무슨 질문이 그래. 보통 색이나 옷 종류로 물어보잖아.”
“그럼 하얀색 탱크탑이랑 시스루 튜브탑 중 뭐가 더 취향이세요?”
“훨씬 더 극단적인데?! 그리고 튜브탑은 둘 다 내놓은 쪽이잖아. 그렇게 따지면 튜브탑이겠지만.”
“에?”
“응?”
“아, 아뇨. 둘 다인 게 좋다니 변태네요.”
끄응...
노출이 많다고 무조건 좋은 건 아니지만, 워낙 입는 사람이 예쁘다 보니 괜히 가려봤자라고 느낀 거뿐인데.
“그럼 치마랑 바지 어느 쪽이 좋나요?”
“이번엔 그나마 평범하네. 시호는 다리가 기니까 뭘 입든 잘 어울리겠지만 개인적으론 치마려나.”
“흐응... 안쪽을 엿보고 싶은 심리 또는 들춰보고 싶은 심리인가요. 변태네요.”
아까 일 때문인가.
평소보다 말에 가시가 돋쳤네.
아마 어느쪽으로 대답해도 변태란 말이 돌아오겠지...
“그럼 다리는 스타킹을 신은 게 좋나요? 아니면 맨다리?”
“으음.... 굳이 고르자면 맨다리려나? 시호는 피부가 예쁘니까 그대로 드러내는 쪽이 더 좋다고 생각해.”
“............”
“시호?”
“아뇨, 그럼 종합하면 가슴팍도 배도 다리도 전부 드러낸 옷... 즉 평소에 비키니 차림으로 다니란 뜻이군요.”
“뭔가 갑자기 엄청난 결론에 도달했는데?!”
“세라미즈기라던지 프로듀서 씨의 취향이셨군요.”
“아니 그건 선배의 취향이야.”
세라미즈기를 처음 봤을 때 내가 얼마나 놀란 줄 알아.
그게 라이브 의상이란 걸 알았을 때 내가 얼마나 더 놀란 줄 알아.
“뭐 농담이에요. 애초에 뭘 살지는 나올 때부터 정해뒀었고.”
“하긴 넌 예전부터 패션에 민감했으니까.”
“뭔가 오랜만에 이렇게 옷을 고르니까 좀 좋네요. 제 옷들은 좀 뒤처진 게 많으니까요.”
“원하는 만큼 사도 돼. 아 그래도 나중에 겨울옷 들어갈 자리는 남겨둬.”
“알고 있어요.”
*
“프로듀서 씨. 밖에 계시죠?”
“응, 무슨 일이야?”
“이거 갈아입기 좀 힘든데 들어와서 도와주시겠어요?”
“엑... 그건... 에휴 알았어. 들어간다.”
“네?!”
주변에 사람이 없는 걸 확인하고 피팅룸 안으로 들어가자 시호가 놀란 듯 벗어둔 옷으로 몸을 가렸다.
“저, 정말로 들어오다니 저질이에요.”
“네가 들어오라며...”
“정말로 들어올 줄은... 뭐 됐어요. 이렇게 된 김에 도와주세요.”
“그래.”
“저기... 신경써주셔서 고마워요.”
“응? 무슨 이야기야?”
“보통 프로듀서 씨는 뭐가 좋냐고 물어도 늘 어느 게 어울린다, 이미지에 맞다, 매력적이다 같은 ‘프로듀서’ 같은 대답을 하시는데 오늘은 어느 게 더 취향이다 라고 하신다거나 옷 갈아입는 거 도와달라 했다고 진짜로 들어온다거나 평소 같으면 뒤로 뺐을 일을 하시는 게 티가 나잖아요.”
“아하하... 싫었어?”
“그럴리가요. 그보다 오늘은 이렇게 평소보다 좀 더 우대해주시는 거죠? 아직 속옷에 가방에 액세서리, 화장품, 수영복까지 살 게 잔뜩 남았는걸요. 이참에 프로듀서 씨의 개인적인 취향 전부 알아내도록 하겠어요. 뭐 아까의 예를 보면 뻔히 변태 같은 취향이겠지만요.”
“글쎄다. 어떠려나.”
성벽이 뒤틀릴 계기는 잔뜩 있었지만... 실제로 어떨지는 나도 모르는데.
그래도 그걸로 시호의 기분이 풀린다면 충분한가.
*
그 후 하루 종일 시호의 쇼핑에 시달린 뒤 집으로 돌아왔다.
내일은 스바루인가.
+3까지 스바루와 쇼핑하며 할 일, 이야기 등을 정해주세요.
@ 무려 3주만에 연재... 저도 바쁘고 앵커도 안 모이니 이렇게 되버리네요... 3주나 기다려도 앵커 3개가 안 모여....
(누가 누구에게 묻는 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