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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담당돌이었던 아내와 이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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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1-12, 2019 13:21에 작성됨.
현재 밀리마스 시점에서 15년 후를 기준으로 하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밀리P로 AS의 P와는 별개인물입니다.
그냥 아이돌들의 미래의 모습을 쓰고 싶을 뿐이지 딱히 아내와의 관계회복이 목적은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미래시점의 일상물이에요.
AS 멤버들의 미래는 결정이 되어 있습니다.
밀리 멤버들의 경우 등장 앵커 혹은 이벤트로 출연하는데 주사위를 통해 어떤 인생을 살았는지 판정하게 됩니다.
다들 제가 짠 디폴트 인생은 있지만 앵커에서 지정하셔도 됩니다.
대신 인생의 굴곡은 주사위로 결정됩니다.
2984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철컥
밤 12시가 다된 시간, 어두컴컴한 집안,
회사에서 돌아온 나를 전자키의 안내음과 문 열리는 소리만이 반겨준다.
분명 집 안에는 아내가 있지만 더 이상 그녀는 나를 반겨주지 않는다.
물론 내가 늦게 들어오는 걸 기다리지 말라고 한 것은 나다.
신혼여행조차 가지 못할 정도로 바쁜 나를 밤늦게까지 기다리고
또 다음날 일찍 일어나 아침을 차려주는 것이 힘들어 보여 기다리지 말라고 했었다.
신혼 때는 그래도 기다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결혼하고 5년이 지난 지금은 더 이상 기다리지 않는다.
양복을 벗어 옷방에 걸어두고 갈아입을 옷을 들고 욕실로 향한다.
오늘도 당연하다는 듯이 욕조에는 온수가 가득 차 있다. 세상 참 좋아졌다.
이런 늦은 시간이라도 제대로 뜨끈한 욕조에 몸을 담글 수 있는 생활이 일상이란 걸 과거의 나는 못 믿겠지.
목욕을 끝내고 몸을 말린 뒤 방으로 향하던 중 문득 아내의 방이 눈에 들어왔다.
내가 늘 늦게 들어와 기다리지 않고 잠들었어도 늘 깨는 게 미안해서 각방을 쓰기로 했지만,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본격적으로 우리 사이가 소원해진 것도 그 때쯤 부터일 것이다.
뭐 이제 와서 이런 이야기는 아무래도 좋은 이야기다.
아내의 방문을 바라보고 있자 괜히 열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각방 쓴지 벌써 3년인가 4년인가...
아내의 자는 얼굴이 기억나지 않는 걸 보면 확실히 오래되었다.
물론 방문은 열지 않는다. 몰상식에도 정도가 있는 법이다.
아내의 방에서 눈을 돌리고 내 방으로 들어간다.
컴퓨터와 책, 그리고 침대.
요즘 시대에 책이나 컴퓨터를 쓰는 일 자체가 없는 만큼 이미 먼지투성이(아내가 청소해둬서 깨끗하다) 장식품 정도다.
아내나 때때로 집에 찾아오는 예전 아이돌들은 이걸 보고 방이 아닌 숙소라고 평가했었지.
예전엔 방에 담당 아이돌들 상품이나 앨범도 장식해 뒀지만
15년이나 이 짓을 하느라 공간이 남아나질 않아 따로 방 하나를 통째로 사용 중이다.
뭐 아직까지 아이돌을 하는 아이는 많이 없고, 나도 더 이상 현장보단 사무실에서 있는 시간이 많아졌지만.
잡생각은 그만하고 잠이나 자야겠다. 벌써 1시 반이 되어간다.
잠드는 시간까지 계산해보면 다행히 5시간 정도는 잘 수 있을 것 같다.
침대에 기어들어가 눈을 감는다.
잠에서 깨면 아내의 요리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내일은 특별한 행사도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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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를 정해주세요. 밀리 39명중에서 골라서 굴려주세요. 오늘 자정까지의 주사위 중 제 것과 가장 가까운 주사위로 하겠습니다. 결혼은 밀리 기준 10년 후에 했으므로 이쿠까지도 가능합니다.
@설정을 짠 건 꽤 예전인데 중간에 컴터가 랜섬웨어 걸려서 날라가는 바람에 기억이 가물가물 하네요.... 원랜 좀 더 다크한 느낌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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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떠졌다.
현재 시간은 틀림없이 아침 7시.
아무리 무조건 설정한 시간에 눈이 떠지게 한다곤 해도
이렇게까지 갑작스런 기상은 도저히 익숙해질 수가 없다.
방 밖에서 무언가가 분주히 움직이는 소리가 난다.
아내가 아침 준비를 하고 있는 증거이다.
삐걱이는 몸을 억지로 움직여 침대에서 일어난다.
방밖으로 나서니 좋은 냄새가 코를 간질인다.
오늘 아침은 전통 가정식인가.
“안녕히 주무셨어요?”
“응. 안녕...”
“어서 씻고 오세요. 밥 다되어가요.”
“그래...”
아내는 뒤를 돌아보지도 않은 채 작업을 하며 인사를 했고
나 역시 아내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대답했다.
매일 아침 똑같이 반복되는 기계적인 대화를 마치고 욕실로 이동한다.
*
몸을 씻고 양복으로 갈아입고 나오자 식탁엔 아침상이 차려져 있고
건너편에선 아내가 자신의 트레이드마크를 만들고 있었다.
이제는 예전처럼 어깨까지 오는 단발이 아닌 가슴까지 오는 장발이지만
아내의 아이돌 시절 퍼스널리티인 그것만큼은 유지하고 있다.
“어디 나가나 보네. 트리케라톱스 만드는 걸 보니.”
“에...? 아! 네... 잠깐...”
의자에 앉으며 살짝 건넨 말일 뿐인데도 반응이 느리다.
살짝 섞어둔 농담에도 반응을 안 해주고...
이 정도로 서로 대화를 안 하고 살았던 건가...
“전부터 느낀 거지만, 잘도 거울 없이 그걸 만드네.”
“네...뭐... 익숙하니까...”
처음 만났을 때도 이렇게 어색하진 않았을 거다.
기억은 안 나지만...
더 이상 이야기를 이어가는 건 무리라고 보고 식사에 집중하기로 했다.
기술의 발전 덕분에 거의 모든 음식을 원터치로 할 수 있는 이 시대에 수제요리를 만들어 준다는 것에 만족하자.
*
식사를 거의 마쳤을 때 문득 어젯밤의 잡생각이 떠올랐다.
내 방이 숙소라....
잘 때만 쓰고, 나갔다오면 깨끗이 청소되어 있고, 아침엔 셰프의 수제 조식이 나오고...
정말 더할 나위 없는 호텔이네.
그런 자조적인 헛소리를 생각하며 식사를 마친 뒤 가방을 챙기고 현관으로 향했다.
“다녀올게.”
“네. 다녀오세요.”
이것으로 오늘 아내와의 대화는 모두 종료되었다.
*
오후 6시.
오랜만에 일찍 끝났다.
물론 귀가는 멀었다.
오늘 일찍 끝난 이유는 이후 있을 신입 사원(신인 아이돌 포함)들을 위한 파티 때문이다.
오늘 있을 파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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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신입사원 입사 환영 파티 (봄)
2. 연수 종료 및 정사원 승급 축하 파티 (가을)
먼저 2표 나오는 쪽으로 가겠습니다.
뭐 6개월 동안 프로듀서, 매니저, 아이돌, 사무원, 기타 서포터 등
각자의 자리에 맞는 연수나 트레이닝을 받은 뒤에나 정사원이 되는 것이니
사실 이 파티를 하는 이유를 나는 잘 모르겠다.
사장이 하자고 하니까 하는 거지.
비서에게 먼저 가라고 전해두고 나도 적당히 옷매무새나 다듬고 파티장을 향했다.
*
파티장은 구 765프로 라이브 시어터 건물.
우주에 떠 있는 새 극장에게 뒤를 맡기고 다용도 건물로 이용되고 있는 곳이다.
왜 여기다 파티장을 만들게 되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이곳에 올 때마다 기분이 묘해져서 파티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몇몇 부하직원이 가볍게 인사를 건넸다.
2년 이상 이곳에 있는 직원들은 대부분 내가 파티를 즐기지 않는 걸 알기에
길게 잡아두거나 잡담하거나 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상사에게 그렇게 쉽게 접근하기도 어려운 일이고.
나는 적당히 인사를 받아주며 내 지정석(2층 난간 구석)에서 샴페인이나 홀짝이러 갔다.
내가 지정석에 앉자 조명이 꺼지고 무대에서 사장이 나타났다.
뻔한 연설을 마치고 자그마한 축하 공연이 이루어졌다.
사장이 15년간 연마한 마술은 상당히 좋아졌고 직원들 사이에서도 호평이다.
다만 그의 나이가 나이다보니 손이 머리를 따라가지 못하는 점은 아쉽다는 평이다.
그 후 몇몇 직원이나 초대 예능인의 공연이 있은 후 공연의 하이라이트인 아이돌 공연의 시작이다.
라이브는 지겹도록 보는 모습이지만 늘 무대 뒤나 연습실에서의 모습만 보는 프로듀서에게
이렇게 무대 정면에서 라이브를 보는 것은 신선한 경험이자 유용한 경험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무대 뒤로 보이는 765 식물관의 커다란 벚꽃나무가 절경이다.
봄이란 계절이 사라져 벚꽃나무가 자생하지 않게 된 이 일본에서
무료로 벚꽃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은 내가 이 파티에 참석하는 몇 없는 이유 중 하나다.
평소엔 식물관을 관람객용으로 쓰고 있지만 오늘 만큼은 우리의 전세다.
여담으로 가을 파티 땐 은행나무와 단풍나무가 보이도록 식물관 바닥을 움직인다.
*
‘저 아이는 비주얼 레슨을 더 할 필요가 있을 것 같군.’
‘저 애는 아까부터 뭘 보고 있는... 아, 음식인가.... 하긴 배꼽노출이니... 누군가가 떠오르네.’
‘이 창법.... 좋긴 한데 보컬 트레이너의 영향을 너무 깊게 받았군. 개성이 죽고 있어.’
이런 식으로 15년의 경험치를 유감없이 발휘하여 파티에서 그들을 평가하던 유감스러운 내게
“저...저기...”
낯 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지?
1. 신인아이돌 & 아이돌부 부장
2. 신입프로듀서 & 서포트부 부장
먼저 2표 나온 쪽으로 갑니다.
“안녕하세요. 프로듀서씨.”
단정히 정돈된 붉은 머리와 그에 어울리는 붉은 드레스를 입었지만 얼굴에선 화장도 감추지 못한 피로와 근심이 엿보이고 있는 765 프로덕션 총괄 서포팅부 부장 아오바 미사키씨와
“아...안녕하세요...”
새것인 티가 나는 양복을 입은 젊은 청년이 인사를 하고 있었다.
“아오바씨, 안녕하세요. 그쪽은...”
“아, 저... 저는..!”
“이시하라군...이었죠?”
“에, 어떻게 저를...?”
“이 회사에 있는 사람의 얼굴과 이름은 외우고 있습니다.”
한번 본 사람의 이름과 얼굴은 잊지 않는 것이 프로의 기본이라고 예전에 누군가가 말했었지.
실제로 그렇지 않으면 해먹을 수 없는 게 이 업계의 일이다.
그의 얼굴이 벙찐 상태인 걸 보면 아직 그런 건 모르는 것 같지만.
“자자, 이시하라씨. 이 분이 이 회사에서 두 번째로 높으신 분인 765 총괄 프로듀서, 통칭 “프로듀서”씨이니 제대로 안면을 트지 않으면 안 돼요? 아, 다른 프로듀서 분들은 담당 아이돌이나 유닛을 붙여 부르지만 이 분은 특별해요.”
“대주주님들 어디 지옥으로 다 같이 온천여행이라도 가셨습니까.”
좀 갔으면 좋겠다... 특히 회장. 나 이제 그만 퇴사하게 해주라.
“그 사람들은 그냥 돈주머니고요.”
“그 돈주머니에 돈을 채워 넣는 건 우리지만요.”
그 아오바씨 입에서 이런 말을 듣게 될 줄 15년 전엔 꿈에도 생각 못했는데...
“에? 두 번째..? 하지만 부사장님이랑 전무님이 계시다고 들었는데?”
“....”
“....”
순간 공기가 얼어붙었다.
이 떠들썩한 파티장 중 이곳만이 고요하겠지.
“저... 제가 뭔가 실수라도...?”
“아니, 부사장이랑 전무라... 내 선배와 아오바씨의 선배를 말하는 거군.”
“프로듀서씨의 선배라면... 그 레전드 13을 프로듀스 하셨던 전설의! 하, 하지만 그분은 이미...”
레전드 13은 또 뭐야.... 그나저나 이 반응... 알고 있는 건가...
“그래. 보아하니 자네도 아는 것 같군. 선배는 10년 전 전무님과 함께 떠난 신혼여행에서 사고를 당해 죽었지. 당연히 부사장이란 사람은 없어. 그저 그가 이 회사에 끼친 영향이 너무 커서 사장을 포함해 대부분이 그의 흔적을 남기고 싶어 만든 이름뿐인 자리일 뿐이야.”
“네. 저도 그 초유명 프로듀서의 사고사 소식을 들었을 땐 충격이었어요. 저도 그 분을 동경해서 프로듀서를 진로로 잡은 거라....”
사고사라.... 정말 그렇게만 알고 있는 걸까...
아니면.... 그 뒤의 진실도 알고 있는 걸까....
“뭐, 괜한 이야기는 그만두지. 오늘은 파티, 즐기는 날이니까. 그보다 여기까지 온 이유가 뭐지? 인사라면 저번에 단체로 했을 텐데.”
“그게, 이시하라군. 프로듀서씨의 팬이라고 하더라고요.”
“하...?”
“그래서 프로듀서씨께 별도로 인사도 드리고 프로듀서로써의 노하우도 듣고 싶다고 해서요.”
연수도 안 끝냈으면서 벌써 너무 많은 걸 바라는 군....
뭐 딱히 설명할 것도 없지만...
“이봐... 난 벌써 5년 가까이 사무실에 쳐박혀 살고 있다고? 현장에 가는 건 어지간히 큰일이거나 여전히 내게 담당을 맡긴 일부 별종 아이돌들의 일이 아닌 이상 안 가. 이런 퇴물의 노하우 따위 알아서 뭐해. 현장은 현장이 아는 법이야. 다른 선배들에게 물어봐.”
“에? 그...그치만!”
“그리고 그런 걸 원하면 적어도 정사원이 되고 자기 힘으로 어느 정도 일을 해 나가면서 자신이 신용 받기에 마땅한 사람인 걸 보여주라고.”
“네....”
그는 거기까지 말하곤 고개를 숙이고 입을 다물었다.
일부러 표정을 숨기는 건지, 아님 진짜로 풀죽은 건지.
어이~ 이시하라~! 거기서 뭐해~! 내려와서 같이 마시자~!
“동료가 부르는 모양이군. 이만 가보게.”
“네. 실례했습니다.”
그는 끝까지 얼굴을 보이지 않은 채 뒤를 돌아 1층으로 내려갔다.
아오바씨는 아직 여기 남아있으려는 것 같다.
“꽤 매몰차네요.”
“저 애.... 잘 감시하세요.”
“알겠어요.”
“즉답이시네요. 예전 같으면 어째선지 물어보거나 거부하거나 했을텐데...”
“워낙 사람 믿었다가 데인 적이 많거든요. 특히 남자한테.”
“......”
그녀는 본래 믿을 수 없을 만큼 순진하고 사람을 잘 믿었었다.
그렇지만 세상은 착하고 순진한 사람에게 잔인하게 돌아가는 법.
나라고 그녀의 사생활을 모두 알지는 않지만, 대부분의 내게 일은 상담을 했기에 대충 안다.
그리고 내가 생각 없이 떠들어도 될 문제가 아니란 것도 안다.
단지 지금의 그녀는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금전적으로도 위태롭다.
당장 지금 입고 있는 드레스도 내가 10년 전에 선물한 드레스를 고쳐 입은 것이다.
심지어 한번 망가졌던 드레스인데도.
그녀의 업무 복장 역시 15년 전 지급 받은 것을 직접 수리, 개조한 것이다.
오히려 그 때보다 더 야위어서 약간 헐렁해졌다고 한다.
하지만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금전적인 지원 정도가 한계다.
“그 믿었다 데인 남자들 중에는 저도 포함되어 있는 걸까요?”
“물론이죠. 프로듀서씨의 잘못은 없지만... 그래도...”
“.....”
내 잘못이 없다라.... 정말 그럴까...
아니 분명 꽤 많은 부분에서 내가 잘못했겠지.
“이야기를 돌리죠. 일단은 여쭤볼게요. 그를 의심하는 건 어째서죠?”
“그렇네요... 보통 아무리 입사지원 회사라 해도 10년 전 사건까지 조사하지는 않죠.”
“하지만 뉴스를 통해 본 걸 수도 있잖아요. 좀 전에 한 이야기는 이미 모두 언론에 흘려진 정보니까..”
“그는 선배를 보고 프로듀서를 지망했다거나 선배의 죽음에 충격을 받았다고 했는데... 그의 나이를 생각하면 선배가 죽은 건 그가 초등학생이던 시절이겠죠. 초등학생이 과연 프로듀서란 직업에 얼마나 흥미가 있을까요? 아이돌이라면 몰라도. 적어도 전 프로듀서란 직업의 존재도 몰랐어요. 그 땐 정말 눈에 잘 보이는 직업만을 아는 나이니까...”
“확실히.... 그래도 요즘엔 이쪽 업계는 그나마 사람을 쓰는 업계란 평판이라...”
“10년 전에 로봇이 인간을 대체한 경우가 얼마나 있었죠? 있긴 했지만 지금처럼 많지 않던 시절인 만큼 낙관적인 전망을 내다보던 시절이었어요. 하물며 초등학생이면...”
“과연.... 알겠어요. 신중히 살피도록 하죠.”
“부탁할게요.”
거기까지 말하고 나는 손에 들고 있던 샴페인을 모두 들이켰다.
.
.
.
1~50: 아이돌부 부장
51~100: 사장
먼저 2표 나온 쪽으로 가겠습니다.
이번 차례는 아직 은퇴하지 않은 내 예전 담당 아이돌들.
이전까지완 격이 다른 퍼포먼스를 보이고 있다.
역시 저 애들 이후의 아이돌들은 아직 경험이 부족한 건가.
하긴 저 애들은 다른 아이돌들의 2배 이상의 경력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역시 대단하네요. 밀리언 라이브 애들은.”
“그러네요. 저런 애들을 제가 프로듀스 했단 게 영 실감이 없단 말이죠.”
“어흠! 그러나 틀림없이 자네가 다듬은 보석들이지.”
“사장....”
어느새 사장이 와서 말을 걸고 있었다.
이 사람 가끔 무서울 정도로 그림자가 옅단 말이지...
“자네 지금 뭔가 굉장히 실례되는 생각을 하고 있지 않나?”
“아뇨.”
그리고 가끔 무서울 정도로 감이 좋아....
“뭐 그것보다 자네, 요즘 집사람하고는 어떤가? 잘 지내고 있나?”
“만약 당신이 진짜로 제 가정을 걱정하고 계시다면 제 일거리 좀 줄여주시죠? 요즘 아내랑 1분 이상 말을 한 적이 없거든요.”
“그건 나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인 거 자네도 잘 알지 않나....”
물론 잘 알고 있다. 애초에 내가 자초한 일이기도 하고...
“10년 전 약간 무리를 해서 해냈던 밀리언 라이브... 자네는 그것을 훌륭히 성공으로 이끌어줬지만 그 직후 방심하던 차에 그 친구가 죽어버리고 그가 맡고 있던 업무까지 자네가 도맡아 해주었지. 그렇지만 그의 죽음으로 그에게 많은 것을 기대고 있던 우리 사무소도 흔들리기 시작했어. 내가 너무 그에게만 의지를 하고 사무소를 키웠던 게 화근이 되었지. 그걸 자네가 말 그대로 죽음의 문턱에 서 가며까지 겨우겨우 살려내 지금은 이렇게 크게 만들어낸 사무소야. 당연히 주주들이 자네에게 보내는 신뢰는 매우 높아... 그래서 지금의 난 경영권의 대부분을 자네에게 넘겨주고 이름뿐인 사장이 되어버렸지. 사실상 이 회사의 최고경영자는 자네야. 내가 하는 업무는 사장이 아닌 회장의 업무지. 당연히 자네가 업무에 부담을 느끼는 건 알지만 나로썬 도울 방법이 없어.”
“알고 있습니다. 그딴 건.... 그리고 주주들에 대해선 이야기 하지 말죠. 어차피 5% 이상을 가진 주주는 한 손에 꼽으니까. 어쩌다 이렇게 된 건지.... 살리는 거에만 집중하다 보니 이걸 놓쳐 버렸어....”
“내가 30, 자네가 15, 미나세가 15, 하코자키가 30이었나. 나머지는 일반 주주들이 3% 미만씩 가지고 있고..”
이렇게 들으니 정말 정신 나갔구나. 고작 작은 예능 사무소인데 사장의 지분과 외부의 지분이 같다니...
“그거 괜찮은 건가요? 만약 미나세나 하코자키 가문이 등을 돌리면...”
“그건 괜찮습니다. 아오바씨. 적어도 미나세와는 절대 깰 수 없는 거래를 한 상태이기에...”
미나세... 그녀가 절대로 깨고 싶지 않아할 계약이니 그 부분은 문제는 없다.
다행히 셋째인 그녀라도 가문 내에서 충분히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고,
주식 투자 계열은 그녀에게 반쯤 일임되고 있는 상황이니 당분간은 안심이다.
그 결과로 이쪽에서 움직일 수 있는 지분만 60%는 유지가 되니....
“그러면 문제는 하코자키 가문일세..... 작정하면 다른 주주들을 먹어치워 40%의 지분을 독차지 할 수 있다는 점, 미나세에게도 대등하게 힘을 쓸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니....”
“그 점도 제가 어떻게든 하고 있습니다.”
“프로듀서씨가 가끔씩 세리카와 어디로 가는... 그것 말씀이신가요?”
“네....”
가서 무슨 짓을 하는지는 굳이 이야기 할 필요 없겠지.
사장도 아오바씨도 그렇게까지 눈치가 없지는 않고...
“유리코쨩도 불쌍하네. 겨우 프로듀서를 쟁취했다 싶었더니 신혼여행도 못 가고, 만날 시간도 없고, 갈수록 관계는 소원해진다고 하고.... 마지막으로 관계를 가진 게 언제에요?
“각방쓰기 전이었으니.... 3년전... 아니 4년전이었나...?”
“미쳤어요?”
“네”
정말 미쳤으니까 이렇게 된 거겠지.
그나저나 아오바씨가 이렇게 신랄한 소리를 한 건 오랜만이네.
“관계부족은 엄연한 이혼사유라고요?”
“솔직히 오늘 집에 갔더니 이혼서류가 방에 놓여있어도 제게 할 말은 없죠. 그렇다고 그녀에게 신경 쓸 여유가 생기는 것도 아니고...”
“정말... 자기파괴적 성격인 건 10년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하긴 뭐, 그 성격이 아니었으면 결혼조차 안 했겠죠.”
“뭐... 그렇죠. 애초에 평범한 연애라거나 그런 거 없었으니까....”
“잠깐! 그게 대체 무슨 이야기인가? 나는 처음 듣는데?!”아, 사장은 몰랐던가....
뭐 딱히 말할 이유도 없지만.
“별 거 아니에요. 이 사무소 살리기 위해 전속력으로 파멸을 향해 달려가던 그를 보며 걱정 반, 공포 반을 품던 아이돌들 중 유리코쨩이 제일 먼저 움직였다. 그저 그 뿐인 이야기에요.”
요즘 잊고 있었는데 이 사람 원래 이렇게 말이 많았었지...
“그게 뭔가! 소원이고 자시고 처음부터 파탄 나 있지 않나! 어째서 내게 말하지 않았나!!”
“아까 말씀하셨잖아요? 아무 것도 변하지 못해요. 말해봤자...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아요.”
그래....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차라리 그녀를 해방시켜 주는 게 더 좋을지도 모르고, 아닐지도 모른다.
선택을 내가 할 권리는 없겠지.
“알겠네... 좋아. 이 이야기는 그만하지. 오늘은 즐거운 파티니까. 오! 보게나! 레전드 13의 공연이 시작하는군!”
당신도 그 이름 쓰는 거야?
“레전드 13이라.... 이미 절반 넘게 사무소를 관뒀지만...”
“지금 남아있는 건... 하루카쨩, 치하야쨩, 유키호쨩, 마코토쨩, 히비키쨩... 정도인가?”
“아키즈키와 후타미 자매는 다른 일 하면서 남아있고, 미나세는 아예 주주 중 한명이니 절반 넘게 남아있는 건가... 뭐 아마미랑 가나하는 예능, 키사라기는 노래, 하기와라랑 키쿠치는 연기에 집중하는 만큼 단순히 아이돌이라 하긴 미묘하게 되었죠.”
“그걸 따지면 현재 바바 군이 이끌고 있는 아이돌부도 아이돌이 아닌 친구들도 많이 있지 않은가.”
“그렇네요. 적당히 이름 바꿀까.... 코노미씨에게 상담해 보죠.”
그나저나 레전드인가....
[돈가라갓샹~!!!!]
30살 넘긴 게 언젠데 지금 무대에서 전력으로 구르고 있는 저게... 레전드란 말이지....
15년 전부터 느낀 거지만 그녀의 카리스마의 원천은 대체 뭘까.
그냥 느낌적인 느낌으로 느껴지는 카리스마란 말이지.....
*
그 후 별 일 없이 파티는 끝났고 나는 집에 와서 자고 다음날 유리코가 만든 아침을 먹고 출근했다.
+2까지 오전에 있을 일을 정해주세요. 아이돌을 만나는 앵커도 좋지만 첫 등장인 밀리 아이돌의 경우 주사위도 같이 굴려주세요. 인생체크입니다. 아이돌의 현재 직업이나 전반적인 인생사 등은 앵커에 같이 남겨주셔도 되요. 물론 굴곡은 주사위지만.
물건은 작가님 마음대로
적당히 화장실이나 가려고 비서에게 말해두고 내 사무실을 나서 서포팅부를 지나가던 중
“안녕하십니까!”
귀가 뜯겨 나갈 것 같은 인사를 맞았다.
돌아보니 어제 본 이시하라군이 허리를 숙이고 있었다.
“아아.... 안녕하세요.”
“어디 가십니까?”
“화장실이요.”
“아,, 그러시군요! 다녀오세요~!”
보통 이 정도로 떨어진 상사에게 저렇게까지 하나?
내 직책명이 프로듀서라 느낌이 안 오나?
나중에 상무로 직책명을 바꿔야 하나...
난 그런 잡생각을 하며 화장실로 향했다.
*
화장실에서 돌아오는 길
“아, 프로듀서님! 잠깐만요!”
“응?”
이시하라 군이 쟁반에 무언가를 올린 채 달려오고 있다.
그리고는 내 앞에서 급정차하며 쟁반을 내밀었다.
“여기 커피 드세..어어어!?”
그러나 쟁반 위의 종이컵은 관성을 이기지 못하고 쓰러졌고..
“앗 뜻...!! 으읏...!”
그대로 일부가 내 옷에 쏟아졌다.
분명 아마미 덕분에 단련 되었을 터인 위기감지와 회피는 이번엔 일해주지 않았다.
“아앗! 죄송해요!! 얼른 닦아야...”
“잠깐, 프로듀서군?! 괜찮아?!”
아픔을 참고 고개를 들자 비서가 구급상자를 들고 달려왔다.
그리곤 내 윗옷을 들어 올려 커피 맞은 부분에 냉패치를 붙이고
재킷에 묻은 커피를 손수건으로 닦아준다.
“정말~! 어떻게 된 거야. 평소엔 휙 하고 피하더니 오늘은 또 왜 못피한 거야?”
“그러게. 나도 나이가 나이란 거지.”
“그런 식으로 말하면 나도 나이가 많은 게 되어 버리잖아!”
아니... 많잖아....
근데... 얼굴... 가까워....
배 부분을 닦아주는 거니 당연히 가까울 테지만
평소에도 아니 예전부터 거리감이 가까웠지만 이렇게 가까이 있는 건 꽤 오랜만이네.
노란 빛이 도는 연두색 머리카락에서 은은한 향기가 느껴진다.
샴푸 바꿨구나. 갈수록 예전의 강렬한 향기에서 부드러운 향기로 변해가네.
쓸데없이 파여 있던 옷도 최근에는 꽤 점잖게 되었고.
“프로듀서군? 왜 그래? 멍하니 있고. 아, 혹시 이제야 내 매력에 넘어간 거야~?”
“응? 아니... 너도 나이를 먹었구나... 해서. 그리고 15년 전 처음 만났을 때부터 이미 네 매력에 넘어가 있었어. 당연하잖아, 프로듀서인데.”
“무...뭐야?! 가..갑자기 그런 건 치사하잖아! 응? 잠깐! 나이 먹었다니 무슨 소리야! 얼른 마의 벗기나 해. 세탁 맡길 테니까. 다행히 와이셔츠는 무사한 거 같으니 그냥 그대로 있어도 되겠지?”
“아, 응. 고마워.”
방어력 낮은 건 여전하구나.
옷을 벗어 그녀에게 넘겨주자 그녀는 그것을 받아들고는 나가려고 하다가...
“아! 이시하라군? 그에게 커피를 가져다주려고 한 태도는 좋지만 말이지.... 그에게 커피를 내려주는 걸 포함한 모든 일은 나만의 특권이니까 멋대로 뺏어 가면 안.된.다.고?”
라며 윙크를 한 채 손가락을 흔드는 짓을 그 나이 먹고 진심으로 할 수 있고, 또 어울리는 네가 참 대단하다고 난 생각해.
란 생각을 하며 이시하라의 얼굴을 보자
그녀의 팬이 한명 더 늘었단 사실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
개인 사무실이라도 와이셔츠 한 장만 입고서 일을 하고 있으면 역시 좀 으슬으슬하다.
비서에게 난방을 키워달라고 하기 위해 호출을 하려는데
[아~ 프로듀서군? 손님이야~ 들여보낼게~]
라는 음성이 들려왔다.
손님? 오전에 손님이 온다는 건 들은 적 없는데?
그리고 뭘 멋대로 허가도 없이 들이는 거야?!
위잉~
“시...실례합니다...”
아내가 들어왔다.
“에? 당신이 어째서 이곳에?”
“아. 그게... 양복에 커피를 쏟아서 새 걸 가져다 달라고 연락을 받아서...”
“아아... 그런 거군. 그럼 나한테 미리 말을 하지. 두 사람 다....”
“죄송해요...”
“아니, 사과할 필요는 없어. 어쨌든 가져다 줘서 고마워.”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에게서 옷을 받아 입었다.
“그러고 보니 곧 점심시간이 다가오는데 어떻게 할 거야?”
“아... 집에 가서 먹으려고요...”
흐음....
1~33: 그래. 조심히 들어가.
34~66: 다른 아이돌들 보고 가지 않을래?
67~99: 비서의 헬프.
100: 오랜만에 둘이서 먹지 않을래?
먼저 2표 나오는 걸로 갑니다. 당연히 100은 한방.
@ 아이돌들의 인생 굴곡은 앵커로 깊게 파지 않는 이상 묘사의 차이나 성격의 차이 정도의 영향 밖에 주지 않습니다.
위잉~
“두 사람, 잠깐 기다려!”
“엣?”
유리코를 보내려던 참에 비서가 갑자기 방에 난입해 왔다.
“저기 유리코쨩, 오늘 점심은 나랑 프로듀서군이랑 해서 셋이서 먹지 않을래? 좋은 가게를 찾았거든!”
“에? 하... 하지만...”
“어때, 프로듀서군? 괜찮지?”
“응. 상관없어.”
“유리코쨩은?”
“네... 저도 괜찮아요.”
“그럼 결정~! 점심시간 때 봐!”
그렇게 말하고 그녀는 다시 사무실 밖으로 나갔다.
신경 쓰게 만든 건가.... 미안하네.
안 그래도 자기도 최근 힘들 텐데....
슬쩍 아내를 보니 쓴웃음을 짓고 있었지만 어딘가 분명 기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나도 오랜만에 아내랑 점심이 가능한 거니 군말 없이 자리로 돌아와 남은 일을 처리했다.
그동안 아내는 적당히 사무실에 있던 책을 읽고 기다리고 있었다.
아주... 아주 오래된.... 그렇지만 정말 그리운 광경이었다.
*
점심시간이 되자 비서는 사무소에 들어와 나와 아내를 데리고 나섰다.
셋이서 회사를 나가기 위해 걷고 있는데...
‘어. 프로듀서님이랑 비서님이랑... 또 한명은 못 보던 얼굴인데?’
‘저 사람... 나나오 유리코쨩?!’
‘엣? 아, 진짜다. 프로듀서씨 아내라던!’
‘에에! 프로듀서씨 아이돌이랑 결혼한 거야?! 그것도 10살이나 어린 애랑!?’
‘너 몰랐어? 우리 회사 상식이잖아.’
‘아... 나 유리코쨩 팬이었는데... 설마 이런 식으로 다시 보다니,,,’
‘난 아예 첫사랑이었다고....’
‘두고 봐... 나도 반드시 아이돌이랑 결혼하겠어!’
프로듀서로썬 기쁜 소리가, 상사로썬 슬픈 소리가, 남편으로썬 미묘한 소리가 들려온다.
그리고 마지막, 누군지 기억했다. 요주의 해야겠군.
슬쩍 아내를 보니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이고 걷고 있는데 귀가 빨갛다.
“아이돌 사무소인데 전직 아이돌에게 이렇게 반응이 클 줄이야.”
“뭐, 유리코쨩은 이 사무소가 이렇게 커진 뒤론 한 번도 오지 않았으니까.”
“죄송해요. 몇 번 얼굴을 비출까 했는데 제가 그럴 자격이 있을까 싶어서...”
“이제 와서 그런 거 신경 쓰는 아이는 없으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유리코쨩이 잘못한 건 없으니까.”
역시... 아직 신경 쓰고 있는 건가.
그걸 신경 쓰기엔 결혼 생활이 너무 개판이라 신경 쓰지 않아도 될 텐데...
“그래도 정말 몰라보게 커졌네요. 예전엔 작은 상가 건물 2층이 전부였단 게 믿기지 않아요.”
“뭐 지금은 극장도 인공위성이니까.”
“제가 은퇴하기 한참 전부터 극장은 인공위성이었는데요?”
“에, 밀리언 라이브 성공하려고 위성으로 바꾸고 또 유리코쨩 은퇴하고 더 크게 바꿨어.”
“요즘엔 공연장의 규모도 뒷정리도 사건사고도 잘 안 보이거나 안 들리거나 걱정할 필요도 없는 VR라이브가 대세니까. 더 이상 극장의 증축을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만 키우고 극장 발전은 끝냈으니까.”
물론 라이브의 그 열기를 잊지 못하는 사람들의 수요도 있어서 여전히 극장은 매번 만석이지만.
“후훗...”
“응? 유리코쨩 왜 웃어?”
“아뇨. 그냥... 남편이랑 이렇게 같이 걸으면서 이야기한 거.... 결혼하고 거의 없었으니까. 목소리도 말투도 뭔가 신선하고도 그리워서요...”
“......................그러네.”
*
지금은 리오가 추천한 식당에 들어와 자리를 잡고 주문을 하고 기다리는 중이다.
도시 한 가운데인데도 은근히 조용한 게 꽤 마음에 든다.
“저기... 리오씨... 이렇게 비싼 걸 시켜도 괜찮은 건가요? 1인분에 3천 엔이 넘는다니...”
“괜찮아! 프로듀서군이 내는 거니까. 그치?”
“5년 만에 먹는 아내와의 런치치곤 오히려 좀 싼 것 같은데?”
“여보?!”
“그럼 이따가 디저트랑 커피값도 프로듀서군이 내줄 거야?”
“리오씨?!”
“맘대로 해.”
“여보?!?!”
어차피 내 돈은 썩어 넘치니까 상관없다. 쓸 시간이 있어야지...
그보다 아내의 이런 목소리 듣는 거 정말 오랜만이네.
익룡 소리였던가... 확실히 비슷한 느낌이야.
근데 요즘 시대에 수제 요리 가격은 대충 2천 엔은 넘는데 왜 저리 놀라지?
아, 그러고 보니 집에 책이 꽤 늘어난 걸 보아 아내는 책 사느라 돈을 꽤 많이 쓰는 것 같네. 게다가 집 밖으로 잘 나가지 않는 성격이고 하니 잘 모르는 걸까.(출근 이후 그녀의 생활은 나도 모르지만)
하긴 요즘 종이책은 예전보다 많이 비싸졌으니까.
다음에 두둑하게 챙겨주자. 독서 말고 집에서 할 일도 별로 없을 텐데.
덤으로 비서한테도 보너스 두둑히 넣어두자.
+2까지 밥 먹으면서 할 얘기나 있을 일을 적어주세요.
생각 이상으로 호화롭고 맛있는 것이 놀라웠다.
이 정도면 그 가격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
유리코도 그렇게 생각했는지 순식간에 얼굴이 밝아지고 음식을 먹고 있다.
그러던 중...
“그러고 보니 두 사람은... 자식 계획 있어?”
“푸후우우웁!!!!”
유리코가 성대하게 뿜었다.
“유리코쨩 괜찮아?!”
“네..콜록콜록... 그, 그보다 갑자기 무슨 소리 하시는 거에요?!”
“에? 아, 그게... 봐, 벌써 두 사람이 결혼하고 5년이나 지났다고? 슬슬 본격적으로 생각해야지.”
“이봐... 내가 몇 시에 출근해서 몇 시에 퇴근하는지 다 알잖아. 할 시간도 없어.”
“에에~?! 집에 들어가면 몇 시인데?”
“적어도 날짜는 바뀌지.”
날짜가 바뀌는 정도면 다행이지.
아예 3시 4시에 들어갔던 적도 있으니....
“그래도 그 정도 기다려서 할 수 있잖아!”
“이봐. 네가 예전에 말했잖아. 늦게 자는 건 미용의 적이라고. 얘도 내가 키운 아이돌 중 하나야. 조금이라도 망가뜨리고 싶지 않아.”
“아이돌....”
내 말이 끝나자 어째선지 유리코가 시무룩해졌다.
물론 그 이유가 다가 아니다.
“그리고 지금 상황에서 애를 가진다 해서 내가 돌봐줄 수가 없잖아. 유리코도 아이도. 결국 임산부 생활부터 출산에 양육까지 모조리 유리코에게 맡겨야 하는데, 이 이상 아내를 힘들게 하기는 싫어.”
“저... 저는 그래도 상관없어요!”
“난 상관있어. 난 아이가 선생님의 ‘엄마아빠 뭐하세요?’ 란 질문에 ‘두 분 다 매일 집에서 놀고먹어요.’ 라고 답할 수 있게 될 때까지 생각 없어.”
5년 동안 집에다 방치해 놓고 애만 만들고 다시 방치라니...
그런 쓰레기가 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이미 충분히 쓰레기지만.
“그럼 일이 줄어서 아이와 충분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정도면 어쩔 건데?”
“저기... 나 이제 곧 40이야? 이제부터 우리 사무소가 내 일이 잔뜩 줄어도 안정되려면 아직 더 걸릴 텐데 그 때 쯤 되면 나랑 아이의 나이차이가 몇이야... 지금 당장 낳아도 애가 20이면 난 환갑이야. 애한테 무슨 짐덩이를 맡길 생각이야. 이대로만 가면 그야 돈에 문제는 없겠지만 내 몸뚱아리가 문제겠지.”
“생각보다 깊게 생각하고 있었네...”
“여보....”
“당연하잖아... 이 이야긴 이 정도로 하자. 어쨌든 난 포기야.”
그 후 차례차례로 음식이 나오고 대망의 디저트 타임이다.
본래 코스에 딸린 디저트에 비서가 추가로 주문시킨 뭔가 굉장한 디저트 3개...
이거... 칼로리가 장난 아닐 것 같은데.....
“어이... 너네 이거 칼로리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이 누나가 몸매관리 몇 년차라 생각하는 거야? 이 정돈 별 것도 아냐~”
“저도 매일매일 운동이나 요가 같은 거 다니고 있어요. 일단은 당신이 키운 전직 아이돌이란 자부심이 있으니까....”
또다시 처음 듣는 아내의 사생활이 나왔다.
뭐 나로썬 감사할 따름이다.
외모와 체력이 유지 된다면 돌아온 추억 속의 라이브 같은 것도 가능할 테니.
“헤에~ 유리코쨩도 제대로 관리 하고 있나 보네. 아, 그러고 보니 평소에 프로듀서군이 출근하면 뭐해? 다른 이웃들과 어울리거나 해?”
“이웃들과요? 네. 뭐...”
“일단 그녀의 인지도를 생각해서 주변에 사람이 많이 없는 외곽지역으로 간 거니까 그다지 교류가 있기는 힘들 것 같은...”
“아이 참, 프로듀서군은 조용히 있어봐. 어때? 어떤 사람들이 있어? 어떻게 어울려?”
“에... 그게... 뭐 어느 정도 교류 하는 사람들은 있어요. 혼자선 심심하기도 하고.”
+3까지 유리코가 어떤 이웃과 어떻게 교류하는지 정해주세요.
아이돌이 적합하지 않다면 주변의 유사 대취맘들과 교육 이야기
이유는 부부동반모임이 있을 때도 참가하는 일이 없는 유리코의 남편 때문에
부부사이가 안 좋다고 뒤에서 수군대서...
“에? 어째서?”
“그.... 우연히 귀에 들어온 건게... 부부 동반 모임 같은 거 한 번도 간 적 없으니까... 부부 사이가 나쁘다고 소문이 나 있더라고요.... 심지어는 남편이 진짜로 있긴 한 건지조차 의심하고...”
“프로듀서군?”
“...”
유리코의 말을 듣고 날 바라보는 리오의 눈빛을 피하며 커피나 홀짝였다.
아니 뭐 나도 가기 싫어서 안 가나....
“그... 그래도 친하게 지내는 사람도 있어요! 그 동네에서 조금 나가면 자그마한 레트로 느낌의 북카페가 하나 있거든요. 외곽지역이라 크기도 커서 알게 된 뒤로 종종 가고 있는데, 그곳의 사장님이랑 자주 이야기해요.”
“헤에... 북카페라... 요즘에 찾아보기 힘들지. 종이책이 비싸서 일부 마니아층만 노리기엔 가격 부담이 만만치 않으니...”
“그렇죠. 저도 가면 거의 혼자서 있어요. 그래서 뭐 몇 없는 단골이라 몇 번 말을 걸어주셨는데 둘 다 책을 좋아하고 취향도 비슷해서 금방 친해졌거든요. 그래서 딱히 일 없을 때는 그곳에서 책을 읽거나 사장님이랑 이야기하거나 해요.
다행이네. 내성적인 성격이라 걱정했는데.
아줌마들끼리 얕고 허식적인 인연 만들기보다 취미가 맞는 사람이랑 깊이 친해지는 게 좋지.
“흐응~ 프로듀서군, 괜찮겠어? 와이프가 너 없을 때 심심하면 다른 남자한테 간다고 하는데?”
“...”
시끄럽네. 아줌마냐? 아줌마구나...
또다시 눈을 피하며 커피를 마신다. 뭔가 살짝 쓴 맛이 강해졌다.
“그 외에는 안나쨩이랑 가끔 만나서 게임해요. 뭐 VR 세계에서 만나는 거지만.”
“헤에~ 두 사람은 여전한가 보네.”
“네 뭐... 가끔은 집에 놀러가거나 집으로 부르거나 하기도 해요.”
“에? 집에 불러? 프로듀서군 알고 있었어?”
“아니.”
“앗, 죄송해요...”
“아니 뭐... 보여선 안 될 것도 없고 더군다나 상대가 안나라면야... 딱히 상관없어.”
그렇게 전혀 모르던 아내의 사생활의 편린을 알게 된 식사시간이었다.
*
그 후 계산(합계 약 1.5만엔)을 마치고 유리코는 집으로 향하고 나랑 비서는 사무소로 향했다.
“리오.”
“어? 별일이네. 프로듀서군이 이름을 다 불러주고. 꽤 오랜만인 거 같네.”
“그러네... 그건 됐고, 기왕 사무소 밖에서 둘만 남았으니 물어볼게. 저번 남자... 어떻게 됐어?”
“안 됐지, 뭘.”
그녀는 내가 결혼한 뒤 몇몇 애인을 만드는 것까진 겨우겨우 성공했지만 하나같이 오래 못가고 있다.
“시간이니 돈이니 잔뜩 투자해 봤지만... 뭔가 아니더라. 좋은 사람들이긴 한데... 위화감이 있다고나 할까... 내가 전직 아이돌이라 그런가... 아이돌인 나랑, 지금의 나랑, 그들이 생각했던 나랑, 그들이 느끼는 나랑... 다른 거겠지.”
“리오....”
“프로듀서군은 어때? 아이돌인 나랑, 지금의 나... 네가 생각하는 나랑, 네가 느끼는 나... 얼마나 달라?”
평소의 그녀랑은 달리 진지한 눈빛으로 물어오기에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그렇지만 어차피 답은 정해져 있었다.
“다 달라. 다 내가 15년 간 함께 지내 온 모모세 리오의 일부분들이야.”
“그래. 그렇게 말해줄 거라 믿었어. 전혀 다른 나를 전부 알고 있는 너니까.”
그 말을 마친 리오는 나에게 더 바짝 붙어 걷더니
자신의 손등을 내 손등에 맞추었다.
“역시... 네 곁이 가장 있기 좋아.”
“리오... 난...”
말을 꺼내려던 순간 맞대고 있던 리오의 손이 내 손등을 꼬집었다.
난 아무 말도 하지 말란 소리로 알고 입을 다물었다.
리오는 그게 맞다 하듯 미소지으며 말을 이었다.
“사실 오늘 너와 유리코랑 같이 밥 먹자고 한건 물론 유리코쨩을 도와주려던 것도 있지만, 두 사람의 관계를 확실히 알아두고 싶었던 것도 있어.”
“우리 관계..?”
“응. 오늘 밥 먹으면서 프로듀서군... 제대로 유리코쨩이랑 대화한 적 한 번도 없는 거 알지? 적당히 묻는 말에 대답이나 하는 정도로 스스로 말을 걸거나 대화를 이어가게 하려는 행동은 없었어. 유리코쨩도 그것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서로 대화를 하지 않는 게 당연한 상태였어.”
“........”
확실히 그랬다.
애초에 아침 인사 외의 대화를 한 적이 거의 없으니....
“대화도 제대로 안 하고 게다가 아이를 가질 생각도 없다고 하니...”
“나를 유리코로부터 뺏을 희망이 보여?”
“에? 아니아니. 설마~ 난 딱히 나랑 사귀어 달라거나 안 해. 그냥 일방적으로 곁에 있고 싶을 뿐이야. 일방적으로 바라보고 싶을 뿐이야. 네가 손을 뻗어줄 필요도 눈길을 줄 필요도 의식할 필요도 없어. 난 지금 상태가 제일 좋아.”
“지금 상태...?”
“응. 그야 비서잖아? 네 개인실 바로 앞에 내 자리가 있고, 인터폰으로 이야기 하거나, 커피를 타주거나, 네 사무실을 청소하거나, 네 스케줄을 관리하거나, 네 심부름을 하거나, 너에게 올린 서류 체크나 너에게 보고할 회사의 모든 상황들을 내가 꿰고 있고, 내가 하는 업무는 전부 너에게 연결되어 있다고? 그거면 돼. 네가 가장 긴 시간을 보내는 곳에서, 너와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너를 위한 일을 하는 것. 그거면 충분해.”
“리오 너...”
변했구나.
차마 이 말을 입에 담을 수는 없었다.
아까 그런 답을 한 직후인데...
“변했지? 나.”
“읏...”
“어때? 변해버린 나는? 지금 네 눈앞의 나는 어때?”
“..... 너도 내가 아는 모모세 리오야.”
“응.... 그렇게 말할 거라 알고 있었어.”
그 후 리오는 진심으로 내 가정상태를 걱정해주었고 몇몇 조언도 해주었지만
내 귀에 남은 건 그녀의 고백 뿐이었다.
의식할 필요 없다니....
어떻게 의식 하지 않을 수 있다는 거야...
*
오후가 되자 의무실에서 연락이 왔다.
건강검진 결과가 도착했으니 상세를 알고 싶으면 오라는 연락이었다.
굳이 오지 않아도 전반적인 결과는 메일로 알려주겠다고 한다.
어떻게 할까.
1. 간다.
2. 가지 않는다.
먼저 2표 나오는 쪽으로 가겠습니다.
tip) 이 작품에 정해진 히로인은 없습니다.
@ 내가 하면 로맨스라고 하더군요. 여기까지가 설정 설명을 위한 반강제 프롤로그였습니다.
기왕 검사 받은 거 이 몸이 어디까지 망가졌는지 한번 보자.
그렇게 생각한 나는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의무실을 향했다.
“어? 프로듀서군, 어디 가? 오늘 오후에 어디 나갈 스케줄을 없을 텐데?”
“의무실에서 건강검진 결과 나왔으니 보러 오래. 갔다 올게.”
“응, 다녀와~”
리오의 물음에 답한 뒤 곧장 의무실로 갔다.
*
“어, 벌써 오셨네.”
“네. 질질 끌 문제도 아니고 얼른 끝내죠.”
의무실에 가자 갈색 머리를 오른쪽으로 단정히 묶고 백의를 입은 의사,
765 명물 통칭 양호선생님이 맞이해 주었다.
“그러네. 우선 이게 병원에서 넘어온 카르테야. 읽어봐.”
“어째서 건강검진인데 카르테...?”
“뭐뭐 그냥 읽어봐.”
일단 의심쩍지만 쭉 훑어 보았다.
그리고 그 결과 끔찍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전부 독일어라 읽을 수 없어....”
“킄큭... 그렇지? 당연하지~ 의사는 환자에게 제대로된 정보를 주지 않는 법이라고~?”
“사실이지만 신고감이라고요?”
“뭐, 그건 사장의 카르테니까 신경 쓰지 마. 이쪽이 진짜 검진 결과야.”
그리고 그녀는 책상 서랍에서 서류 파일을 내밀었다.
슬쩍 보니 제대로 일본어로 적혀 있었다.
“아, 그전에 잠시만.”
“네?”
“그 어떤 내용이 있어도... 놀라면 안 돼?”
“.....네.”
그녀의 경고를 듣고 떨리는 마음으로 결과를 살펴보았다.
그 결과...
1: 암
2~34: 지방간, 관절염, 고혈압, 성기능 약화, 스트레스성 “탈모” 외 각종 성인병
35~67: 지속적인 피로누적과 과로로 인해 언제든 적색등이 켜질 수 있음
68~100: 가벼운 감기
먼저 2표 나온 쪽으로 갑니다.
@늦어서 죄송해요... 갓 오브 워 너무 갓겜이야...
....
“저기... 이것도 제거 아니잖아요. 뭐야 감기라니. 일교차가 20도 가까이 나는 시기인데 누가 감기에 안 걸린다고....”
“에? 그거 맞아. 이름도 제대로 쓰여 있잖아?”
맨 앞장을 보니 제대로 내 이름이 쓰여 있었다.
아니 근데 그럴 리가....
과로사에 주의 정도는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뭐... 과로는 저출산으로 인해 블랙화 되어가는 일본에서 늘 있는 일이니까 죽을 정도가 아니면 굳이 적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하고~ 그런 거 아닐까?”
“이딴 나라 얼른 멸망해 버려라.”
일단 별 문제가 없단 건 알았으니 이제 이곳에 볼일은 없다.
어서 돌아가서 일을 마치자.
지금 시간이 4시 정도니 빨리 끝내면 10시 정도엔 퇴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전 이만 가 볼게요.”
“응응. 아, 과로와 운동부족, 수면부족은 모든 병의 시작이니까 주의하라고? ‘오빠’와 같은 길을 걸으면 안 돼. ‘프로듀서.’ 프로듀서가 없으면 이 회사는 유지될 수 없으니까.”
“네. 걱정하지 마세요. ‘후타미’씨.”
그 말을 마치고 의무실을 빠져나왔다.
선배처럼이라....
그것 따위가 되기는 절대로 싫다.
“어래? ‘오빠’잖아! 의무실에서 나오다니.... 설마... 유-리 버려진 거야?!”
어느새 갈색머리를 왼쪽으로 묶고 백의를 입은 여성이 말을 걸어왔다.
그러나 그 내용은 농담이 아니다.
안 그래도 아까 리오의 일도 있어서 혼란스러운데...
“무슨... 건강검진 결과 받으러 온 거 뿐입니다. ‘후타미’씨는 어디 갔다 오시는 겁니까?”
“레슨 하다 다친 애가 있다고 해서 보고 왔지~”
“그런가요....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음! 그러도록 하거라.”
그 후 후타미씨는 그대로 의무실로 들어갔다.
예전엔 성격도 외모도 분위기도 똑같았는데...
지금은 성격과 분위기는 크게 달라졌다.
외모는 여전히 구분 못할 정도로 똑같지만.
일이나 하러 가자.
+2까지 잘 때까지 동안 있을 일을 적어주세요. 유리코는 등장하지 않습니다.
10시 반.... 오차범위내로군.
얼른 집에나 가자.
그렇게 생각하고 사무실을 나서자 마침 퇴근하려고 하는 어느 프로듀서가 눈에 들어왔다.
"이제 가세요?"
"아 프로듀서씨?! 네. 지금에서야 끝났습니다. 프로듀서씨도 지금 가시나요?"
"네. 분명... 이번에 데뷔한 야마자키 하루카양의 프로듀서셨죠?"
"아, 네! 기억해주셨군요!"
"물론이죠. 힘든 일을 맡으셨으니.... 이곳에서 이러고 있는 것도 뭐하니 일단 나가죠."
*
둘이서 아이돌이나 프로듀스업의 애환이나 그런 걸로
적당히 떠들면서 건물 밖으로 나서자
"아빠!!"
"엣?! 우왓!?"
갑자기 달려온 어느 꼬마가 같이 온 프로듀서에게 안겨들었다.
그 뒤엔 어느 여성이 웃으며 다가오고 있다.
"얘... 네가 왜 여기에 있는 거야?!?"
"애가 당신을 보고 싶다고 하도 조르니까 마중 나온 거에요."
"당신까지... 미리 연락이라도 해주지."
"후훗... 죄송해요. 애가 아빠를 놀래키고 싶다고 해서..."
"정말... 아! 프로듀서씨. 이 들은 제 아이와 아내입니다. 이분은 우리 회사 총괄 프로... 아, 상무님."
"반갑습니다. 765 프로덕션의 프... 상무입니다."
"엣, 아 안녕하세요..."
'잠깐 여보, 왜 경영진이랑 같이 나오는... 설마 무슨 사고라도 친 거야?!'
'그럴리가 없잖아! 그냥 우연히 야근이 같이 끝나서 같이 나온 거 뿐이야. 사고는 무슨!'
그녀의 경영진에 대한 의견은 좀 과하게 편향된 것 같군...
그리고 다 들리고 있고 남의 앞에서 귓속말은 좋지 않은데 말이지...
"아빠! 얼른 집에 가자!"
"에? 아, 응... 그럼 전 먼저 들어가보겠습니다."
"네. 안녕히 가세요. 모레 회사에서 봅시다."
"아저씨 바이바이!"
"응. 바이바이."
그들은 인사를 하고 멀리 모습을 감췄다.
아이인가....
내게 아이가 있었으면 저런 게 나에게도 있을 수 있었을까....
유리코랑 아이가 나를 만나러...
훗.... 말도 안돼... 오늘 유리코랑 이딴 이야길 한 탓인가 괜한 생각을 하게 되네.
*
운전기사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집으로 향하던 중
창 밖을 보자 꽤 나이 차이가 많이 나 보이는 커플이 눈에 들어왔다.
힘든 길일텐데.... 아니 두 사람의 표정을 보면 나랑 유리코처럼 될 일은 없을 것 같아 보인다.
나랑 유리코는.... 제대로 사귀지도 않았으니까....
10년전에 선배가 죽은 걸로 되고 밀려온 일거리와 흔들리는 회사는 잡아야 하는데
사장이 팅하고 오는 직원이 없단 이유로 직원채용도 안 해, 새 직원도 없이 혼자서 52 아니 51명의 프로듀스를 위해
극장 지하의 방에서 생활하면서 24시간 중 21시간 이상을 업무에 바치는 삶이 3년 정도 지나고 회사가 적당히 안정되자
죽음의 문턱 바로 앞(프로듀서 겸 경영자)에서 죽음의 영역(프로듀서 겸 최고경영자)으로 나서려는 날
보다못한 유리코가 아이돌을 관두고 극장 지하에 살면서까지 나를 돌봐주고
그 외에도 코노미씨를 필두로 여러 아이돌들이 일을 줄이거나 아이돌을 그만두고 사무직이 되어주거나
다른 일을 시작해준 덕에 내게도 상당한 여유가 생겼었지. 하루에 3시간은 잘 수 있었으니....
뭐 그 탓에 방심했는지 아님 쌓여있던 둑이 무너진건지 결국 과로로 쓰러져서 2달 가까이 일어나지 못했지... 깨어나고도 퇴원에 3달이 걸렸고...
뭐 그 때 내가 깨어날 때까지 그리고 깨어난 뒤에도 퇴원할 때까지 매일같이 와서 하루 종일 내 옆에 있어준게 유리코였고
그러다 눈치채보니 결혼까지 했었던 거지. 평범한 연애는 커녕 데이트조차 제대로 한 적이 손에 꼽을 정도.... 아니 있었던가...?
극장 지하나 병원에서 단 둘이 있던 시간은 데이트라 할 수 있는 건가? 모르겠다. 이제와선 부질없는 이야기다.
유리코의 인생 전부 받아놓고 유리코보다 회사를 중요시하는 주제에 유리코에게 아이라는 족쇄까지 채운다니 염치없는 것도 정도가 있지.
의무감으로 결혼한 유리코에게 미안해서 언제든지 나 같은 거로부터 떠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건데...
*
쓰잘데기 없는 생각을 하다보니 어느새 집에 도착해 있었다.
집에 들어가서 옷갈아입고 씻고 나니 아까의 일들 때문인가.
괜히 술이 땡겨서 가지고 있던 것 중 제일 센 거 한잔 쭈욱 들이키고 잠들었다.
내일을 일요일이지만 어차피 난 출근해야 한다.
오히려 일요일은 중요한 손님이 오거나 다음주의 계획을 정리하는 등 내게는 일이 더 많은 날이다.
생각해보면 아까 그 프로듀서는 토요일인데 야근한 건가....
하긴 다른 아이돌도 아니고 야마자키 하루카양이면 더 힘든 점이 많을테니 당연한가....
다른 이름도 아닌 하루카란 이름으로 우리 회사에 지원한 게 재밌어서 합격 시켰지만 그에겐 미안한 일을 했네.
뭐 그가 직접 고른 아이돌이니 알 바 아닌가... 얼른 잠이나 자자.
+2까지 내일 오전에 있을 일을 적어주세요. 다른 아이돌의 출현도 상관없습니다.
@앵커를 썼다가 지웠는데 혹시 글상 시점이 몇월인지 알수있을까여
+1이 주사위 굴려주세요
내일 연재까지 안나에게 기쁨과 행복이 넘치는 내리막이라곤 없는 최고 최상의 인생을 적어 주세요. 적당히 섞고 부족하면 제가 임의로 더해서 만들겠습니다.
그만큼 망가져 있고 어긋나 있는 것이기도 하지만...
평소의 갑작스런 기상의 감각이 아니야....
불길한 마음에 시계를 보니 8시가 넘어 있었다.
"진짜냐..."
알람의 로그를 보니 아침에 일어는 났던 것 같은데 그대로 다시 기절한 건가....
어차피 오늘 출근은 나랑 리오 둘 뿐이니 지각 같은 건 없으니 다행인가.
오늘 퇴근은 좀 늦어지겠지만...
정신 차리고 침대에서 일어나 방을 나섰다.
그러자...
"으음... 어제 좀 많이 먹었나..."
유리코가 거실의 전신거울 앞에서 속옷 차림으로 포즈를 잡고 있다.
유리코의 하얀 피부와 어우러지먄서 예전보다 훨씬 좋아진 몸매와는 갭을 보이는 핑크색 레이스의 귀여운 속옷이었다.
"으음....응? 꺄아앗?!?! 다...당신 어째서?! 일찍 나간 거 아니었어요?!!?"
"아아... 늦잠잔 것 같네..."
포즈를 잡던 유리코는 나를 발견하곤 만점짜리 비명을 지르며 몸을 둥글게 말며 몸을 가렸다.
굳이 가릴 필요가 있나 싶기도 했지만 나도 유리코의 몸을 본 건 오랜만이라 조금 놀란 참이다.
아이돌 은퇴하고 7년 넘게 지났는데도 군더더기 없는 몸매인 걸 보고 유리코가 참 대단하다고 다시한번 느꼈다.
"늦잠이라니... 결혼하고 처음 아니에요?"
"내말이... 얼른 가야겠어."
"아, 네... 그럼 전 옷 입고 올게요.."
그 뒤 서로서로 옷을 챙겨입고 나는 집을 나섰다.
집을 나오자 귀엽단 소리라도 하고 나올까 하는 생각이 겨우 들었지만 이미 늦었었다.
*
그런 색다른 아침을 뒤로한 채 일에 집중하고 있던 중 메일이 보내졌다.
[프로듀서씨, 오랜만! 안나야!! 지금 살짝 이야기 하고 싶은데 시간 괜찮아? 시간 될 때 알려줘, VRM 하자!!]
확인해보자 안나에게서 온 만나자는 내용의 메일이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안나에서 온 거라면 언제든지 시간을 내야지.
[VR 미팅 말이지? 지금 당장이라도 가능해. 초대해.]
그렇게 보내자 마자 미팅 초대가 날아왔다.
나는 리오에게 미팅룸에 다이브 하겠단 연락을 해두고 VR 미팅룸으로 들어갔다.
*
시야가 암전되었다 빛이 들어오자 토끼 투성이인 들판이 나타났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스킨인가.
그리고 중간에 있는 큰 나무 밑에 있는 테이블에서 한 여성이 기다리고 있었다.
아이돌 시절과 다름없는 긴 보라색 머리와 작은 체구의 안나가 의자에서 일어나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뵙습니....다. 아주버님..."
"네, 오랜이네요. 제수씨. 그동안 잘 계셨어요? 동생놈이 힘들게 하진 않았나요?"
"아니에...요. 정말... 잘 살고.... 있어...요."
그래. 그녀는 내 동생놈이랑 결혼한 내 제수이다.
밀리언 라이브 이후 AS조차 제치고 765 최고의 아이돌 생활을 마친 뒤 프로게이머로 전환하면서
나도 모르는 새에 동생이랑 6년의 연애 끝에 결혼한, 나와 유리코랑은 다른 제대로된 관계이다.
"그래요. 뭐 그 녀석은 나랑은 달리 요령있는 놈이었으니... 얼마전에 동생에게 들었습니다. 임신 하셨다면서요? 축하드려요."
"아, 네... 감사합니...다. 그래도 좀 걱정이에...요. 그이는 요즘 사업이 바빠...서 집에 늦게 들어오다.... 보니.... 지금은 어떻게...든 저랑 1시간 이상씩....은 보내주지만..."
"아아... 최근 사업이 승승장구 하고 있더군요. 정말... 일도 잘 되고 부부관계도 좋다니... 친동생 부부지만 정말 부럽네요."
"765도 한창 잘되고 있잖아...요?"
"그야 그렇지만... 제 경우 가정은 포기하고 있으니..."
"실은... 오늘 상담할 내용도... 유리코씨에 대한 것...이에요."
"그런가요.... 뭐 알겠습니다. 어떤 이야기시죠"
+2까지 안나의 상담 내용을 적어주세요.
@ - 1,2 글쎄요... 어쩌면 정말 의무감일지도 모르고~ 리오처럼 보답을 바라지 않는 사랑일지도 모르고~
뭐 아직 숨겨진 건 여럿 남아 있으니 그 중엔 유리코와의 관계를 개선시킬 만한 것도 있을지더 모릅니다~
다만 그냥 불륜 루트를 타는 게 난이도는 낮아요. 애초에 왜 하렘물은 있는데 불륜물은 없나 하는 맘으로 시작한 창댓이니... 불륜 루트로 유도하려면 유리코를 정말 기계처럼 P를 대하는 걸로 했어야 했는데 실수해 버렸어.....
"그 부분만 따로 보면 엄하게 들리네... 그래. 뭐 이런 말투도 동생이 내가 널 안나라고 부르는 걸 싫어해서니까."
"응....프로듀서...씨"
역시 이게 편하다.
안나의 경우 존칭인 건 똑같지만... 사실 반말로 해도 상관 없지만.
"그래서...프로듀서씨... 유리코씨에 대한 이야기인데.."
"응..."
"안나도...프로듀서..씨가 진짜로 바쁜 거.... 알고 있어... 그래도... 유리코씨..를 조금이라도 좋으니... 돌아봤으면... 좋겠어..."
"..."
"안나...는 결혼해서... 이렇게 행복한데.... 유리코씨.... 최근 점점... 웃지 않아... 그게 너무... 괴로워.... 30분... 아니 10분이라도... 유리코씨와 얼굴 보고...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져줘..."
안나의 말은 지당하다.
나랑 유리코는 과하게 대화가 없다.
그러니 서로의 진심을 말할 자리가 필요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유리코는..."
"응...?"
"유리코는 나 같은 거랑 대화하고 싶을까..."
"에, 그건 대체...?"
"유리코는 나를 미워하고 있지 않을까. 이런 의무감으로 유지되는 결혼생활 따위 그만둬 버리는 게....! 어차피 대화를 한다고 해서 내 상황이 바뀌지도 않고, 유리코에게 괜한 희망을 주는 게 아닐까?! 차라리 얼른 해방시켜 주는 게...!"
"에잇."
"에...?"
감정이 북받치던 내 머리에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졌다.
정신을 차리니 안나가 손을 뻗어 나를 쓰다듬고 있었다.
"이건...?"
"옛날에... 라이브 전... 떨던 안나에게.... 프로듀서씨가 해줬던.... 진정되는 주문..."
안나는 매우 온화한 표정으로 계속해서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이게 내가 아는 안나인 건가...
예전부터 힐링되는 얼굴과 미소였지만 나이를 먹으면서 방향성이 아예 반대가 되어 있었다.
"진정됐..어?"
"응.... 고마워. 안나."
"그래서..? 유리코씨와 이야기... 할 거야..?"
"괜찮을까..."
"프로듀서씨는... 유리코씨에게 미움받기... 싫어? 이혼하자는... 소리 들으면... 싫어?"
"미움 받고 싶지는 않아... 하지만 이혼은 할 수 있어. 그게 유리코가 행복해지는 길이니까."
"어째서 프로듀서씨..는 유리코씨가 이혼해야... 행복해질 거라... 생각해?"
"그야... 지금 내 상황은 바뀔 수 없어. 절대... 그래선 유리코와 있을 수 없고, 그러면 유리코를 행복하게 할 수 없어.."
"안나는... 프로듀서씨의 상황을... 잘 몰라... 말해주지 않으니...까. 지금도, 예전에도...."
"응... 그럴거야."
그래야 해
반드시
"하지만 그건... 프로듀서씨도... 마찬가지..."
"응?"
"유리코씨의 상황... 유리코씨가 원하는 거.... 직접 유리코씨에게.... 듣지 않으면... 프로듀서씨도 몰라..."
"윽..."
"만약 유리코씨가... 프로듀서씨가 싫다고 하면.... 이혼하고 싶다고 하면.... 하면 돼.... 그게 정말... 유리코씨가 바라는 거면.... 하지만... 만약 다르다면....?"
"........."
"프로듀서씬... 늘 밀리언 라이브의... 아이돌들을 위해... 무리... 해왔잖아? 그게 당연...하다는 듯이.... 그러니...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무리해보자...응?"
"유리코와 다신 무리하지 않기로 약속했는데..."
"프로듀서씨... 무리할 때... 주변에서 말린다고... 들은 적.. 있어...?"
"크하핫..! 아아... 내가 졌다! 안나.... 어느새 이렇게 어른이 되어 버린 거야?"
"안나는... 언제나 성장 중 러버.... 프로듀서씨가... 눈을 돌리고 있던.... 것 뿐이...야?"
"그렇...네. 정말이지... "
"유리코씨랑 이야기.. 할 거지?"
"그래.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것 뿐이야. 들어주는 건 가능해도 해결하는 건 힘들어."
"그건... 두 사람의 문제..... 안나가 거기까지.... 끼어들면 안 돼... 아, 그 이가 부른다.... 이만 가볼게."
"그래. 다음에 한번 보자. 그 때 내 옆에 유리코가 있을지 어떨지는 장담 못하지만."
"응.... 아, 마지막으로... 안나는 결혼생활에.... 의무감은... 정말로 중요하다고... 생각해? 서로가... 서로에게.... 의무감을 가져야만... 행복할 수 있다고... 안나는 믿어... 바이바이..."
그 말을 끝으로 안나는 로그아웃 했다.
나는 테이블에 놓인 차를 들이키고 로그아웃 했다.
*
눈을 뜨자 리오가 눈앞에서 기다리고 있다.
"무슨 일이야..?"
"일단 여기 물, VRM 하면 목마르니까."
"고마워."
나오기 전에 차를 마셨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가짜.
갈증을 해소하기엔 진짜 물이 필요한 참이었으니 딱 좋다.
나는 그대로 물을 다 마시고 컵을 리오에게 건넸다.
"그리고... 오늘 오후에 올 대주주 말인데..."
"아아.... 오늘은 그녀였나..."
"응... 밤까지 시간을 받겠다고...."
"후우..."
지금 막 안나에게 그런 약속을 하고 나온 참인데.....
하지만 이건 절대로 거절할 수가 없다.
게다가 그 만큼 일에 공백이 생기니....
당분간은 어려우려나.... 아니 무리라면 언제든 할 수 있지.
나이가 40이지만 철야 정도는 할 수 있겠지....?
"어떻게 하겠어?"
"거절할 수 있다면 참 좋겠다만.... 무리겠지. 알겠다고 전해줘."
"응. 너무 무리하지 말고."
"너에겐 내가 무리해서 회사에 쳐박혀 있는 게 좋은 거 아냐?"
"그렇다고 쓰러지면 도루묵이니까. 병문안은 유리코쨩의 독무대고..."
그것도 그렇네. 그녀의 간호스킬은 그 당시에 엄청 늘었으니....
*
그리고 현재 시간 오후 2시 반.
곧 대주주가 도착한다.
오늘 올 사람은....
1. 미나세
2. 하코자키
먼저 2표입니다.
@ 주사위 체크 안나 우대 실화냐고... 50 못넘겼으면 안나가 쓰다듬는게 아닌 프로듀서 얼굴에 차를 뿌리고 화내며 접속을 끊었을 겁니다. 아쉽....
후우.....
아니 이건 일이니까.... 그래. 일이니까.
현재 회사 정문에서 그녀가 타고 올 차를 기다리고 있다.
그녀가 도착하면 나도 그 차에 타 그녀가 준비한 특별룸으로 간다.
그곳에서 이후의 회사의 현재 상황, 이후 전략 등 업무에 관한 1:1 미팅이 이루어진다.
그저.... 그 뿐이라고 리오를 포함한 다른 직원들은 알고 있다.
뭐 리오라던지 다른 일부 예전 아이돌들은 대충 감을 잡고 있는 것 같지만...
부우웅, 위잉...
차 아니 리무진이 도착하고 뒷문이 열리자 그곳엔 초록 머리를 깔끔하게 땋아 내리고 멋진 정장을 입은 세리카가 있었다.
"안녕하세요. 프로듀서씨."
"네. 안녕하십니까, 하코자키님."
"자, 어서 타세요. 오늘은 밤까지 저와 어울려주셔야 해요."
"네. 알고 있습니다."
나는 그대로 리무진으로 들어가 세리카 옆에 앉는다.
앞에는 다양한 음식과 음료가 놓여 있지만 손이 갈 생각은 들지 않는다.
현재 나와 세리카는 완벽한 상하 관계, 괜히 세리카의 눈에 들 짓은 하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음.... 오늘은 오랜만에 미팅 중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미소를 유지할 것을 조건으로 하죠."
"알겠습니다."
세리카는 나와의 미팅 때 이렇게 하나의 조건을 걸고 내가 그것을 어기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내가 끝까지 지키지 못할 경우 세리카가 보유한 765의 지분의 일부를 판매하겠다고 하기에 도저히 거스를 수 없다.
그녀가 가진 765의 지분은 30%.
과거에 회사를 살리기 위해 세리카에게 상당량 판매해 투자를 받았던 것에 더해 세리카가 이후 별도로 다른 주주들에게서 사들인 것까지 하니 아주 큰 지분을 독차지하고 있다.
거기까진 좋았지만 내가 결혼한 이후 세리카는 그 지분을 가지고 나를 협박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달에 한번 일요일에 그녀와 1:1 미팅을 갖게 되었다.
*
"그래서 이번에 들어온 신입은..."
나는 지금 그녀가 준비한 창문없는 방에서 그녀에게 현재 회사의 움직임이 어떤지 보고 하고 있다.
그리고 세리카는 현재
"흐음... 최근 살짝 배가 나오기 시작한 거 아닌가요? 뭐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만."
내 온몸을 더듬으며 서서히 옷을 벗기고 있다. 물론 현재 나는 웃고 있다. 그게 조건이니까.
그녀의 조건에 내가 따른다. 5년 전부터 고정된 이 장소에서의 룰이다.
애초에 내가 실질적 경영자가 된 것도 어느정도 그녀의 입김이 작용한 것이다.
이상하게 많은 양의 일은 내 퇴근을 늦추고, 내가 없으면 회사가 돌아가지 못하게 하여 내가 절대로 회사를 그만둘 수 없도록 하는 것으로
나를 회사에 묶어두고 자신의 밑에 두기 위해서, 유리코와의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
순진하고 어리숙한 모두의 아이돌, 하코자키 세리카가 거짓된 모습인 건 알고 있었지만 설마 이렇게까지 할 줄은 생각 못했던 내 미스다.
"자, 다 벗겼다. 아아, 회사 이야기는 이제 충분해요. 어차피 다음달 회의에서 똑같은 이야기 하실 거잖아요."
"그리고 다음주부터는..."
따를 필요는 없다.
그녀의 협박은 이곳에서의 미팅과 조건을 따를 것, 그리고 이 일에 대해 침묵할 것 정도로 이곳에서 그녀에게 복종하란 지시는 없다.
이건 어디까지나 업무 관련 미팅이기에 나는 그 정도까지만 하면 된다. 그녀가 내게 가하는 괴롭힘은 어디까지나 일방통행의 괴롭힘으로 나는 샌드백처럼 조용히 받기만 하면 된다.
시간만 지나면 끝날 달이 보여주는 환상의 시간일 뿐이다.
"흥, 뭐 계속하고 싶으시면 계속하세요. 저도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할 거니까."
+3까지 오늘 남은 시간(현재 시각 3시쯤) 동안 세리카와 있을 일을 주사위와 함께 적어주세요. 저녁도 이 방에서 둘이 먹습니다. 체크는 85입니다.
@ 이오리는 정신적 족쇄, 세리카는 물리적 족쇄가 밝혀지는 선택지였는데.... 유리코를 위한다면 지금 상황에선 이오리가 답이었답니다.
복종, 친애, 사모... 수많은 의미를 담아 그녀는 그에게 접한다. 어쩌면 지금의 표정을 보여주고 싶지 않기에 그녀는 머리를 풀었을지도 모른다. 모순된 마음 속에서 헤메이며, 이렇게밖에 접할 수 없는 자신을 자조하며, 그녀는 그저, 입을 맞출 뿐이였다.
창문도 없고 철문 하나만이 전부인 이 방에서 모든 빛이 사라져서 순간 경계하고 있자 음악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어디선가 조명이 켜지게 되었다.
"자, 프로듀서씨? 같이 춤 춰요."
세리카가 나에게 손을 내민다.
흘러나오는 음악은 흔히 고급 파티장에서 남녀가 밀착해 추는 사교댄스용 음악, 탱고였나?
거기서 문제는 지금 나는 넥타이 하나만 남아 있는 상태라는 점이다.
이 상황에서 그녀와 바싹 밀착한 채 눈을 보며 춤을 추는 게...
"윽?!"
"여자를 언제까지 기다리게 하려는 건가요. 자 제게 맞춰주세요."
어째선지 남겨둔 내 넥타이를 잡아당겨 나를 강제로 밀착시켜 댄스를 시작했다.
왜 시작 전에 그녀가 옷을 바꿔 입었는지 이제야 이해했다.
과거에 미나세에게 속성으로 때려박힌 사교댄스를 기억해내면서 겨우겨우 그녀에게 따라갔다.
"헤에... 꽤 잘 따라오시네요. 역시 이오리씨는 대단하네요. 그러면 이제....쪽."
"?!"
천천히 댄스가 이어지던 중 갑자기 세리카가 내 가슴에 입을 맞추었다.
놀라서 쳐다보자 세리카의 얼굴은 잠깐 머리카락에 의해 보이지 않다가 돌아보더니 매혹적으로 웃으며 나를 올려다 보고는....
"자, 둘 뿐인 파티는 이제부터에요?"
내 인생 최악의 파티이자 도전이 시작되었다.
*
"허억.....허억..."
시작은 가볍고 쉬운 사교댄스에서 빠르고 강렬한 사교댄스에 더해 젊은층들 파티음악 같은 과격한 댄스 음악까지...
12살이나 어린 여자애 앞에서 전라보다 더 치욕적인 모습으로 춤을 춘다는 행위는 정말 끔찍하다.
당장이라도 넥타이로 내 목을 졸라 죽고 싶다.
게다가 중간중간 세리카가 온몸 구석구석에 입을 맞추고 핥는 등 지속적으로 자극을 주는 바람에 더한 고행이었다.
"후훗... 프로듀서씨는 의외로 춤을 잘추시네요. 자, 벌써 저녁 식사 시간이에요."
세리카를 쳐다보자 어느새 식탁이 생기고 그 위에 음식까지 차려져 있었다.
아무래도 내가 죽어가는 도중에 차린 모양인데.... 당연히 내 모습을 봤겠지.
하아... 아무리 일교차가 심하다지만 오전과 오후의 온도차가 너무하다.
"자, 어서 제 옆으로 오세요. 오늘을 위해 셰프에게 단단히 일러뒀으니 분명 마음에 드실 거에요."
"하아..."
결국 세리카 옆자리에 앉아 테이블을 보자 딱 보기에도 고급진 음식이 늘어져 있다.
한입 먹으려 젓가락을 찾았지만 알고보니 젓가락이 한 쌍 밖에 없는 걸 눈치챘다.
"오늘은 제가 먹여드릴테니 절대로 손을 쓰지 마세요."
세리카는 그리 말하고 음식을 한젓가락 집어서 내 입에 넣었다.
그런데...
"맛있어..."
굉장히 맛있었다.
나도 모르게 음미하며 천천히 목으로 넘기곤 그 여운에 젖으며 나도 모르게 입가가 흩으러지려는데
"으윽!?"
넥타이가 확 당겨지더니 볼에 부드럽고 따뜻한 감촉이 느껴졌다.
놀라서 세리카를 쳐다보자 세리카의 표정은 머리카락으로 보이지 않았다.
"아직 음식은 많아요. 자, 식사를 계속하죠."
*
그 뒤로 세리카는 한젓가락 줄 때마다 내 얼굴에 키스를 했다.
볼, 귀, 이마에 목 심지어 눈에까지.... 입술을 뺀 얼굴 전체와 몸의 곳곳이 세리카의 립스틱 색의 입술 자국 투성이다.
이런 모습 유리코에게 보였다간....
[바람의 전사는 돌아가~]
그게 플래그가 된 건지 유리코에게 전화가 왔다.
그렇지만 내 폰은 이미 세리카의 손안에 있다. 아마 끊거나 방치할 거라 생각했지만..
"여보세요? 아, 유리코씨? 안녕하세요~"
"뭣?!"
세리카는 아무렇지도 않게 전화를 받았다.
.
.
.
자, 어떻게 될까! +3까지 주사위 굴려주세요. 50, 90 체크입니다.
@>>-1 전 아직 유리코의 망상벽이 나았다는 서술을 한 적이 없으므로 제가 책임지고 유리코를 지옥으로 인도하겠습니다.
세리카는 폰을 스피커 모드로 바꾸고 땅에 내려놓았다.
나는 그걸 집으러 가려 했지만 세리카가 내 앞을 가로막고는 불길한 미소를 지었다.
‘아, 저건 위험한 웃음이다....’
직감이 말하고 있다. 경험이 말하고 있다.
지금 이 장소에서 처신을 잘못하면 끝장이라고.....
“프로듀서씨를 만나고 싶어서 765에 왔거든요. 겸사겸사 업무 이야기도 좀 하고. 프로듀서씨는 잠깐 나가셨어요.”
“그랬구나. 아 그럼 돌아오면 나에게서 전화 왔었다고 좀 전해줄래?”
“아, 지금 오셨어요! 바꿔 드릴게요!”
세리카는 나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상태로 받으란 거겠지...
“여보? 무슨 일이야?”
“아, 그게... 오늘 아침에 늦잠을 자신 게 영 걸려서... 혹시 요즘 다시 무리하고 계신 건 아니죠?”
무리하고 있지는 않지만, 무리하기로 생각한지 몇 시간 만에 이런 소리를 듣게 되다니...
여자의 감이라는 건가....
“으응... 약속했잖아. 절대로 무리하지 않..으윽?!”
쿵!
전화에 정신이 팔려있던 중 갑자기 세리카가 나를 밀어 엎드린 자세로 만들었다.
그리곤 폰의 마이크를 손으로 누르고는 귀에다 대고 속삭였다.
‘그러고 보니 아직 키스하지 않은 곳이 있었죠... 입술.... 아 그래도 괜찮아요. 아래쪽에다가 할 거니까. 그러니... 들키지 않게 조심하는 게 좋을 거에요?’
순간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 직후 몸통의 가장 끝에서 느껴지는 감각에 정신이 들었다.
이건 미친 짓이라는 것을 확실히 이해했다.
“당신?! 무슨 일이에요?!?”
“아, 아냐... 실수로 의자에 앉는데 의자가 밀려났..으읏...크흑...”
40 평생 느껴본 적이 없는 감각이 머릿속을 휘젓는다.
나도 모르게 숨이 막히고 어울리지도 않는 목소리가 튀어나올 것 같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쾌감이 아니라 유리코다.
여기서 잘못하면 끝장이다..!
“정말 괜찮은 거 맞아요?!”
“으응... 나이 때문인가... 끄윽... 이젠 의자에서 넘어진 정도로도 읏...으아.... 아프네...”
“구급상자... 준비해서 갈까요?”
“아냐. 하아... 의무실에 가서 으읅... 파스나 붙이면 돼... 으흐긁!?”
들어왔어?! 부드럽고 미끌미끌한 게?!
움직이고 있어!??!
말도 안 돼.... 이런.... 건!?!
“갑자기 또 왜그래요!?”
이 이상 전화를 계속해서는 절대 안 돼!
“아하하... 전화하면서...하아.. 의무실로 가다가앗..! 중간에 있던..끄응... 책상에 박았어..”
“뭐하시는.... 애도 아니고...”
“그러게...크으음... 아, 아침에 늦잠 잔 건..으긋... 어제 한잔 했던 거 때문이야...하아...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돼.”
“저기... 정말 괜찮은 거 맞아요? 신음이 멈추지 않는데... 게다가 이상한 소리도 들리고...”
세리카가 내는 소리!!
이런 어서 대화를 마무리 해야해.
“으응... 아무 문제 끄응.... 없어... 그러니 걱정 말고... 후우... 쉬어.”
“...... 정말인 거죠?”
“그래....”
“.....알겠어요. 내일 아침에 뵈요...”
그리고 전화는 끊겼다.
하지만 마지막에 가서 유리코의 목소리에는 확실한 의심이 들어 있었다.
그녀의 망상력을 생각할 때 잘못하면 폭주할 가능성이 있으니 어떻게든 해야 하는데...
지금의 내 상황은 변명할 여지조차 없다...
나는 몸을 크게 움직여 세리카를 떼어내곤 세리카를 노려봤다.
그녀는 얼굴을 돌려 내 눈을 피하고는 잠시 침묵한 뒤 입을 열었다.
“후.... 너무하네요. 제가 28년간 지켜온 퍼스트 키스를 받아갔으면서... 퍼스트 키스는 씁쓸한 맛이네요. 여러 의미로...”
“세리카 너 정말!! 어떻게 이런 짓을 할 수가 있는 거야!!! 이건 나랑 유리코 뿐만 아니라 너랑 나아가선 너의 가문과 우리 회사 전체에까지 위험한 일이라고!!!!”
“이런 상황에서조차 부부 관계 이외의 것에 더 신경 쓰시네요...”
“엣...?”
“후우... 그보다 제게 그렇게 큰 소리 쳐도 되는 건가요? 자기 주제를 아시죠?”
“크으윽....”
“흥. 흥이 깨졌네요. 전 이만 돌아가겠어요. 옷은 거기 있으니 알아서 돌아가세요. 이걸로 회사뿐만 아니라 가정까지 제 손에 들어와 버렸네요~ 잊지 마세요. 절대로 놓아드리지 않을 거니까.”
그렇게 말한 세리카는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방을 나섰다.
아무도 없는 방에서 나는 미친 듯이 울었다.
미친 듯이 화냈고 미친 듯이 소리 쳤다.
변해버린 과거가 괴롭다.
망가져 가는 지금이 끔찍하다.
일그러져 가는 미래가 두렵다.
그리고...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아무 것도 하지 않았고.. 아무 것도 하지 않는... 내가 너무나도 혐오스럽다.
안나에게서 받은 용기가 으스러져 간다.
과거의 내가 상기시켜 준 무모한 의지가 흩어져 간다.
누구보다 존경했고 증오하는 인간의 저주가 떠오른다.
[어차피 너도... 나랑 같은 짓을 하게 될 거야. 네가 너인 이상 너는 반드시 나처럼 될 거야.]
10년 간 도망쳐 겨우 잊어버린 저주(경험담)가 다시 나를 옭아맨다.
절대로 놓치지 않겠다고 말하는 듯이...
*
한참을 울부짖다 겨우 방에서 나왔다.
그 뒤 회사에 와서 일부러 의자에서 세게 넘어지고 다리를 있는 힘껏 책상에 부딪혔다.
그리고 적당히 파스를 붙이곤 집으로 돌아왔다.
유리코는 이미 자고 있었다.
나도 지쳐서 대충 씻고 그대로 잠들었다.
*
그리고 아침이 되었다.
언제나처럼 유리코가 아침을 만들어 주었지만 확실히 분위기가 달랐다.
내가 나갔을 땐 깜짝 놀라서 계속 눈치를 보더니 식탁에선 평소보다 하이 텐션이었다.
어색하게 짝이 없었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출근을 했고, 퇴근을 했고 다음날이 되었다.
*
다시 어색한 아침이 반복되었지만 유리코의 반응이 더 커지고 이상해졌다.
그리고 결국 또다시 아무 것도 못한 채 다음날이 되었다.
*
일요일에 있었던 일은 수요일이 된 오늘 아침까지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이제 다시 방에서 나가 어색한 유리코를 만날 시간이 되었다.
아마 그녀의 의심은 점점 커지고 있겠지만... 누명이 아니다보니 어떻게 해야 하는 걸지.....
+3까지 아침에 있을 일을 적어주시고 주사위 굴려주세요. 가장 낮은 값으로 갑니다.
@ 수위 주사위 체크 통과 + 예상치 못한 앵커 + 의심 체크 중간의 3단 콤보로 이제 저도 이 글이 어떻게 될지 전혀 모르겠습니다. 이제 제가 전부터 구상해 둔 이벤트는 한 개 남았고 작중 시간으로 일요일에만 일어나는 것이니 이제 저는 앵커의 노예가 되겠습니다.
@@ 참고로 의심 체크 50 못 넘기면 그 자리에서 들켰을 겁니다. 그리고는 뭐... 네.... 90 넘겼다면 의심을 안 했을 것이고요.
@@@ 이번 앵커에서 예상치 못한 앵커들이 많이 나와서 즐겁네요. 창댓 쓰는데 제가 상상도 못한 앵커가 나오면 굉장히 재밌어요! M 성향이라 그런건가...?
알몸 에이프런을 입고 유혹한다. 전화 너머에서 그렇고 그런 일이 있지 않았을까 하고 망상한 듯?
뭐, 그것 말고도 본심으로 그를 유혹하는 것도 있다만.
씻고 나와 밥을 먹는데 그녀의 행동이 그제와 어제에 비해 훨씬 더 어색하다.
아마 그녀 특유의 망상벽으로 내 행동에 대한 의심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진 것이겠지.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능청스레 무슨 일 있냐고 물어볼까? 그 뒤에 뭐라고 하게.
아니면 그냥 다 밝혀버릴까? 절대 안 돼.
그냥 죽을까? 나는 괜찮긴 한데 나만 괴로운 게 아니니 안 돼.
그런 생각을 하며 유리코의 얼굴을 살피며 밥을 먹고 있자...
[내일은 분명 빛나는 미러볼]
미나세님께서 연락을 해오셨다.
“여보세요?”
[아, 나야. 당장 와. 명령이야.]
뚝
정말 그것뿐인 전화.
그렇지만 나는 거절할 수 없다.
나는 유리코에게 긴급 호출이 왔다고 말하고 밥을 먹다 말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때의 유리코의 표정은 묘사하고 싶지 않다.
분명 이 일로 그녀의 망상은 그녀의 안에서 확신으로 바뀌겠지....
그나저나 그녀가 이렇게 급한 일로 부르다니 별일이군.
+2까지 이오리가 호출한 이유를 적어주세요.
@ 혹시 세리카 대신 이오리를 골랐을 경우의 이벤트를 기대하신다면 포기해 주세요. 한번 놓친 키이벤트를 그리 쉽게 보여줄 수는 없으니까요. 그 이벤트는 작중 시간으로 일요일에 선택지로 고를 수 있을 겁니다. 앵커의 노예가 되겠다 선언한 직후 죄송합니다.
내 사무실 앞에는 까만 선글라스 두 명이 지키고 있었지만 그냥 들여보내줬다.
사무실 안에 들어가자 미나세님이 내 자리에 앉아 있었다.
나는 책상 앞까지 다가가 그녀에게 허리를 숙이며 인사했다.
“미나세님, 안녕하세...”
“정좌.”
“네?”
“정좌.”
미나세님이 째려보는 눈빛이 진심으로 화가 나신 상태인 걸 여실 없이 보여주기에
나는 군말 없이 바닥에 무릎 꿇었다. 하필 이 부분엔 카펫이 없네....
바닥의 냉기가 뼈를 얼리고 얼마 전에 다리에 멍들게 한 곳이 아프지만
그녀는 그저 나를 노려볼 뿐 아무 말씀도 하지 않는다.
*
내가 정좌한 채 미나세님의 눈초리를 받는 시간은 하염없이 계속되었다.
그렇게 1시간이 지났을 쯤 미나세님께 어떤 연락이 도착했다.
“어, 어, 해결한 거지? 그래. 수고했어.”
아무래도 무언가 일을 해결한 것 같다.
아마 그 일이 나랑 관련이 있는 것 같이 보인다.
“후우...”
미나세님은 가볍게 한숨을 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크게 돌기 시작했다.
그녀의 하이힐 소리만이 방안에서 울려 퍼지고 있다.
“내가 왜 당신을 불렀는지 알아?”
“모릅니다...”
“그래....”
반 정도 돌아 내 뒤로 가셨을 때 처음으로 내게 말을 거셨다.
그리고 내 답을 듣고선 다시 침묵.
한 바퀴를 다 돌자 이번엔 의자가 아닌 내 바로 앞의 책상에 걸터앉으셨다.
“야마자키 하루카...라는 애 알지? 건방지게 765에서 하루카란 이름으로 데뷔한 신인....”
“ㄴ..네.... 알고 있습니다.”
“그녀의 프로듀서는?”
“물론 알고 있습니다.”
그런 질문은 하시고는 책상에서 파일을 집어 나에게 넘겼다.
“읽어봐. 내가 왜 여기에 있는지, 당신이 왜 그러고 있어야 하는 지 알 수 있을 테니까.”
“네... 엣?!?”
파일을 열자 여러 장의 사진과 글이 써진 종이가 있었다.
그 사진들은 다름 아닌 그 두 사람의 밀회 사진이었다.
밤에 그 두 사람이 만나는 것, 팔짱을 낀 것, 키스를 하는 것에 심지어 러브호텔에 들어가는 것까지.
그리고 종이에 써진 글은 기사의 초고였다.
두 사람의 연애 사실을 만천하에 공개하는 악의적인 서술로 가득한 찌라시였다.
“글이나 사진의 질을 보면 알겠지만 그걸 찍은 건 삼류 중의 삼류인 풋내기야. 근데 중요한 건... 그런 풋내기조차 이런 걸 알아낼 수 있었다는 거지!! 안 그래?!!”
쾅
미나세님은 다리를 휘둘러 책상에 큰 소리를 내며 화를 내었지만 나에겐 들어오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게 나는 바로 며칠 전에 그 남자의 가정을 보았다.
행복해 보이는 아내와 아빠를 보고 싶다고 회사까지 찾아온 아이, 그리고 그들을 정말로 소중히 여기는 것 같았던 그....
그런데 그런 그가 사실은 데뷔한지 반년 밖에 안 된 담당이랑 불륜이라니...
“잠깐! 이봐! 듣고 있어?!”
“핫!? 아, 네. 죄송합니다.”
“지금 그게 이 상황에서 죄송한 사람의 태도야? 좀 더 올바른 자세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녀의 말을 듣고 나는 망설임 없이 허리를 숙여 도게자를 올렸다.
그러자 뒤통수에 강한 압력이 느껴지며 얼굴이 바닥에 짓눌렸다.
“대체 아이돌과 프로듀서에게 어떤 교육을 하고 있고 어떻게 관리를 하고 있으면 데뷔 반년 만에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 거지? 응? 네가 아이돌과 결혼했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연애 자유 방침을 세우고 있는 거야? 어!”
“즤승흡느다... 푸하...이...기사는 언제...?”
“흥, 아직 나기 전에 우연히 우리 쪽 레이더에 걸렸던 거야. 다행히 당장의 돈에 눈이 멀 멍청이라 적당히 회유했다고 좀 전에 연락이 온 거고. 나중에 확실히 처리 해야지. 그보다 중요한 건 당신의 처분이야. 일을 이딴 식으로 할 거야?!”
잠깐 힘을 푸셨다가 다시 있는 힘껏 밟으시는 미나세님.
힐을 신고 계셔서 굉장히 아프지만 이 일은 분명 내 책임이 크기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이 일이 만약 밝혀졌다간 어떻게 되었을 것 같아? 회사 지키려고 나랑 그런 계약까지 해놓고 이딴 하찮은 일로 회사가 흔들리면 아무 의미도 없잖아! 나, 이래봬도 당신에 대한 거 꽤나 신뢰하고 있었는데.... 이런 식이면 나도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정말...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후우.... 이번엔 사전에 해결이 되었고 솔직히 이런 어처구니없는 멍청이들이 있을 거라곤 쉽게 생각할 수도 없을 테고 하니.... 당신에 대한 건 이 정도로 끝내 주겠어. 이번 일은 너랑 나 둘의 선에서 끝내자고. 대신, 이 둘... 확실하게 처리해.”
“네.... 제가 책임지고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관대한 처우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래. 그리고 여태까진 소속 부서에게 교육과 관리를 맡겨둔 거 같은데... 이제부턴 당신도 직접 교육과 관리에 신경을 쓰도록 해. 알았어?”
“네. 알겠습니다.”
일이 또 늘었다. 게다가 하필이면 지금 한창 신입 연수와 교육이 시작된 타이밍에...
“하아.... 이제 됐어. 머리 들어.”
“감사합니다.”
뒤통수의 압력이 사라지고 나는 고개를 들어 그녀의 얼굴을 보았다.
“그러고 보니... 야요이는 어떻게 지내? ,잘하고 있어?”
“에? 무슨 말씀이신지...? 타카츠키양은 분명 미나세님 집에서 일하고 계신 게 아니었나요?”
“하아? 무슨 소리야?! 몇 달 전에 당신네 쪽으로 다시 이동한다고 나한테 말했었는걸! 당신도 저번 회의 때 ‘타카츠키양이 잘 해주고 있습니다.’ 라고 했잖아!!”
“분명 타카츠키양은 잘 해주고 있습니다만.... 저희 쪽에 있는 타카츠키양은 카스미양을 말하는 것입니다만?”
그 말이 끝나자 그녀의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그리고 그녀는 빠르게 자신의 옷과 짐을 챙겨 입구로 향했다.
“난 야요이에 대해 찾아볼 거니까 넌 그 두 사람 확실하게 처리해 둬. 그리고 그 두 사람에 대한 걸 알고도 침묵한 놈들이 있을 거야. 그것들에게도 본보기가 되도록 해야 해! 알겠지! 그럼 난 간다!!”
그 말을 남기고 그녀는 밖으로 나섰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후들거리는 다리로 겨우겨우 자리에 앉아 생각을 시작했다.
“내가 그런 사람을 통해 가정을 되돌아보고 있었던 건가...”
사실 아이돌과의 연애도, 불륜도 내가 뭐라고 할 수 있는 처지는 아니겠지만,
그것과 이것은 별개의 이야기라고 선을 긋고 그들에 대한 처분을 결정해야겠지.
[프로듀서군? 이오리쨩 엄청난 얼굴로 뛰쳐 나갔는데 무슨 일 있어?]
“리오, 딱 좋은 타이밍이네. 아이돌부의 야마자키 하루카양과 서포팅부 프로듀서과의 그녀의 프로듀서, 이 두 사람에 대한 인사 보고서 모조리 가져와. 그리고 이따가 오후에 내 사무실로 오라고 전해. 아, 둘에게 따로따로 연락하도록 해.”
[으응... 무슨 일 있었어?]
“응. 있었어. 부탁할게.”
[응. 알겠어. 보고서는 잠시만 기다려줘.]
삑
“후우.....”
자, 일단 밀린 일부터 처리하자.
오늘은 철야를 해야 할 것 같네.
.
.
.
+2까지 그 두 사람과 이야기할 것을 정해주세요. 뭐 최후 변론이라던지, 처벌이라던지... 뭐 해고는 할 거지만 그 외의 추가적인 처분으로.
처벌은 프로듀서는 앞으로 이쪽 계열에 발을 들이밀지 말라는 것, 업계 전체에서 블랙리스트에 올릴 것이니 생각도 하지 말 것.
하루카는 반년간 자숙할 것. 양성소에 가든 근신하든 아이돌로서의 마음가짐을 다잡고서야 업계의 문을 두드릴 것. 물론 765와 관련된 곳은 제외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