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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담당돌이었던 아내와 이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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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1-12, 2019 13:21에 작성됨.
현재 밀리마스 시점에서 15년 후를 기준으로 하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밀리P로 AS의 P와는 별개인물입니다.
그냥 아이돌들의 미래의 모습을 쓰고 싶을 뿐이지 딱히 아내와의 관계회복이 목적은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미래시점의 일상물이에요.
AS 멤버들의 미래는 결정이 되어 있습니다.
밀리 멤버들의 경우 등장 앵커 혹은 이벤트로 출연하는데 주사위를 통해 어떤 인생을 살았는지 판정하게 됩니다.
다들 제가 짠 디폴트 인생은 있지만 앵커에서 지정하셔도 됩니다.
대신 인생의 굴곡은 주사위로 결정됩니다.
2984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집에 돌아갈 마음은 없어 보이니 어떻게든 달래야 할 텐데.
“하아... 쟤를 어쩐다...”
으음?
왠지 시선이 느껴지...
“뭐야 왜 다들 날 보고... 아니 어느 쪽이냐면 사과해야 하는 건 너희잖아..?!”
지그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읏이
“아... 알았어. 내가 가면 되잖아.”
하아...
일단 말이라도 걸어봐야지.
“저기 츠무기... 어제는 미안했어...”
“...이었는데...”
“응?”
“생일이었는데...”
“응. 그랬지. 미안해. 제대로 축하도 못 해주고...”
“맨 처음엔 당신이 도망쳤다고 속이고... 그 다음엔 따돌리더니... 마지막엔 겁을 주기까지...”
“아니... 그건...”
“엄청 기대했었는데! 케이크도 못 먹고! 파티도 못 하고! 너무해!”
퍽! 퍽!
“아야! 악! 미, 미안해! 그럼 다시 하자! 어제 못한 만큼! 케이크도 다시 준비하고 또 선물도!”
“우우... 정말인가요..?”
“응! 그러니까 조금만 기다려줘!”
얼른 다른 아이들에게 돌아가 파티를 다시 하자고 전했다.
다들 어제 제대로 못 놀았던 게 남아 있어서 찬성은 했다만...
“케이크... 없다고?”
“죄송해요... 단수가 높아서 냉장고에 안 들어가길래 그만....”
“그럼 새로...”
“프로듀서가....”
“응?”
“프로듀서가 직접 만든 걸 먹고 싶어요. 안미츠로...”
츠무기에게 들렸던 건지 그런 말을 해왔다.
안미츠로 케이크를 대체한다.
그것도 이 인원이 다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잔뜩....
그래도 뭐 못할 건 아니지.
“그럼 재료부터 준비해야겠네. 몇 명이 같이 장 좀 보고 오자. 팥이니 밀가루니 아이스크림이니 과일이니 다 구하면 수십키로는 거뜬히 넘을 테니까 혼자선 무리야. 다른 애들은 그동안 츠무기 좀 달래고 있어.”
후우, 요리는 몰라도 디저트 만들기는 정말 오랜만이네.
실력 꽤 죽었으려나...
*
“맛있어...”
내가 만든 안미츠를 한 입 떠먹은 츠무기의 반응이었다.
“우... 우째 이리 맛있노... 훌쩍... 맛없는 체 할라캤는데.... 흐윽... 이리 맛나면...”
“어쩜... 정말로 맛있네요. 지도자님 정말 훌륭한 솜씨에요.”
“늘 느끼는 거지만 우리 프로듀서 은근 치트 캐릭터란 말이지.”
“에밀리쨩에게 맡기고 있어서 그렇지 요리를 포함해 가사일 전반 만능으로 해낼 수 있고.”
“괜히 우미 씨가 여자력 기르기의 스승으로 프로듀서 씨를 선택한 게 아니죠... 정말.”
에밀리에 이어 스바루 카나 시호가 칭찬....인 거 같은 말을 해줬다.
상으로 한 그릇씩 더 줘야지.
“아아 치사해! 저도 더 주세요!”
“아부는 타이밍이다.”
“에에~ 더러운 관료주의에 찌든 사회인 같은 소리 하지 마시고~”
“딱히 틀린 말은 아니네.”
“그럼 제가 만들까요? 형이 만드는 것보단 잘 만들 텐데.”
“그것도 맞는 말이지. 그러니 한 100그릇 정도 만들어 둬.”
“형... 안 어울리게 단 거 좋아하는 건 알지만 슬슬 당 걱정해야 하는 거 아니야?”
“아직 그럴 나이 아니다.”
누굴 60대 넘긴 노인인 줄 아나.
뭐... 가족력이 어떤지 알 수가 없으니 조심은 해야겠지만.
+3까지 오후에 있을 일을 정해주세요.
“이건 또... 무식하게 큰 팥빙수네...”
무슨 팥빙수를 세숫대야 크기로 만드냐.
거의 후지산 아니 에베레스트 급 위압감이다.
“자 여러분도 드세요. 아무리 에어컨을 틀어도 이 집이 워낙 넓어서 에어컨 바로 앞이 아니면 그리 시원하지도 않잖아요. 여러 개 만들었으니 전혀 부족하지 않을 거예요.”
“와아~ 감사합니다!”
세숫대야 몇 개 더 가져와 아이들에게도 나눠줬다.
이 날씨에 온몸을 둘둘 감아서 아까부터 에어컨 앞에서 땀을 식히고 있던 후카가 특히 환영하며 안미츠에 이어 빙수 파티가 시작되었다.
마찬가지로 몸을 둘둘 감는 메구미조차 이 집에서만큼은 편한 옷으로 지내는데...
뭐 남자에게 피부를 보이는 게 무서운 거랑 남에게 상처를 보이기 싫은 건 다른 거지만.
“아으~ 머리가....”
“뭘 어린애 같은 짓을 하는 겁니까.”
“예능인의 버릇입니다... 모가미 씨도 부디...”
“아.... 과연. 냠냠냠.... 띠잉~”
다들 빙수를 즐기고 있으니 나도 먹어야 하는데...
이 세숫대야 설마 나 혼자 먹어치워야 하는 건가?
*
엄청난 크기의 팥빙수를 전부 다 먹고 다들 늘어져 있을 때 미사키 씨가 꺼낸 한마디가 이곳을 뒤흔들었다.
“안미츠에 이어 팥빙수까지... 이거 살 찌지 않을까요?”
!!!!!
“그... 그러고보니... 저기 프로듀서 씨 이거 다 합쳐서 몇 칼로리 정도 되는 거죠?!”
“글쎄다. 잘 모르겠는데... 난 이제 너희보고 몸매 관리하란 소리를 안 하지만, 뭐 적어도 오늘은 더 이상 칼로리를 섭취하지 않는 게 좋긴 하겠지?”
“말은 그렇게 해놓고 저희가 뒤룩뒤룩 살찌면 환멸할 거잖아요!”
“살이 찐다고 해서 너희는 너희니까. 아직 현역 연예인이면 몰라도 은퇴한 애들까진 안 건드려.”
“설령 그렇다고 해도 몸 관리는 해야 해요.”
“저기 프로듀서 이 주변은 아무도 안 사는 거지?”
“응. 다른 민가는 못해도 몇 킬로 이상 떨어져 있어.”
“그럼... 얘들아 태우러 가자!”
오오오!!
“열심히 해~”
“프로듀서 씨도 같이하는 거예요!”
“에에~”
“요즘 슬슬 배가 나오려고 하잖아요! 자 어서요!”
귀찮은데...
날도 덥고...
이럴 줄 알았으면 옥상이나 마당에 수영장이라도 만들어둘걸.
+3까지 운동하며 있을 일을 정해주세요.
+ 다리 불편한 사람 있던가요? 그럼 그 아이는 다른 걸로 대체해서 대결...
반작용으로 다 지쳐 골아떨어지는 바람에 우승한 사람은 재미 삼아 한번 페달을 돌려보고 끝낸 P 본인.
이유는 간단한데 스포츠 브라 없인 못 뛰겠다고 한 것이다.
“뭐 이유는 알겠지만... 지금 입고 있는 건 그렇게 달리기에 부적합한 거야?”
“뛰는 것 자체는 가능하지만 땀 흡수도 잘 안 되고 꽤 민감한 소재라 상하기도 쉽고 하니까...”
“흐음... 집에 사는 애들의 건 빌릴 순 없나?”
“물어봤는데 다 합치더라도 숫자가 부족하더라.”
“그럼 어쩐다. 유산소를 해야 하잖아.”
“프로듀서는 없어? 뭔가 의상 같은 건 잔뜩 갖고 있잖아?”
“아무리 그래도 스포츠 브라 같은 건 없어.”
설령 여성용 속옷이 있더라도 캐미솔이나 그런 운동에는 어울리지 않는 것들일 거다.
어디까지나 촬영용 등으로 얻은 물건들이니까.
“대부분의 유산소는 몸이 크게 흔들리는 것들이니.... 진짜로 수영장을 파둘 걸 그랬네.”
“그러고 보니 유리코쨩이 사둔 실내 사이클이 있지 않나요? 그 2층 중앙 공간에 있는 거요. 요즘 유리코쨩 전혀 손 안 대던데.”
“아, 그걸 하면 되겠네. 근데 하나뿐이잖아.”
“그래도 있는 게 어디야. 가보자.”
그보다 유리코 전혀 손 안 대고 있는 거냐.
그거 옮기는 게 얼마나 귀찮았는지 알아.
*
“그럼 1분간 가장 많이 돌린 사람이 프로듀서와 데이트! 불만 없지?!”
오오오!
“왜 항상 이렇게 되는 걸까?”
“프로듀서 씨가 그러니까 그렇죠.”
“무슨 소리인지~ 츠바사는 참가 안 해?”
“에~ 저 유부녀라고요? 아무리 저라도 바람 같은 건 안 피거든요~”
뭐 그렇겠지.
같은 이유로 안나, 후카, 카나 미즈키도 참가할 이유가 없었다.
오히려 후카는 그런 짓 했다간 다리 근육에 과도한 무리가 올 뿐이라고 만류했지만 그 목소리는 닿지 못했다.
“그럼 제일 먼저 도전하는 건.... 시즈카다!”
“네!”
그렇게 자전거 밟기 대결이 시작됐다.
“으아앙아아아아아아악!!!”
어마어마한 기세로 페달을 밟는 시즈카.
이거 보아하니 이 사이클 머신 오래 못 버티겠네...
*
“그리고 결국 이런 마무리인가...”
“아하하하.... 뭐 이런 법이지.”
1분 동안 죽을 힘을 다해 자전거 페달을 밟은 시즈카는 끝나자마자 달아오른 몸을 식히기 위해 시원한 거실로 이동했다.
그 모습을 본 다른 아이들도 자기 밟을 거 다 밟으면 거실로 돌아갔다.
마지막 한 사람까지 다 돌리고 그 횟수를 확인해서 우승자를 알아낸 우리는 모두 모여 있을 거실로 내려갔는데...
“맛있게 먹고 운동해서 힘들고 더운 상황에 시원한 에어컨 바람 맞고 있으면 잠이 오는 것도 어쩔 수 없는 법이죠.... 졸려...”
“뭐 어차피 회전수 카운팅도 너무 빨리 돌린 탓인지 몇 명이 오류나 있기도 하니 무효로 처리해버리자. 다들 곤히 자고 있는데 굳이 또 일을 키울 건 없잖아?”
“그렇네요.”
좋아.
그럼 이걸로 한 건 해결인가.
“끝났어? 뭔가 소란스럽던데?”
“아, 이쿠 별 거 아냐. 그보다 모모코 상태는 어때?”
“응, 안미츠 먹고 진정했어. 내려오라고 할까?”
“아냐. 보시다시피 다들 잠들었거든. 그보다 안미츠 어땠어?”
“엄청 맛있었어! 모모코쨩도 엄청 좋아했어!”
“다행이네.”
“저기 프로듀서 씨. 저희 이쿠쨩네 방에 가도 돼요? 모모코쨩도 같은 방을 쓰는 거죠?”
“응? 뭐 그렇긴 한데 이쿠는 괜찮아?”
“응! 모모코쨩도 분명 좋아할 거야!”
“본인이 그렇다고 하는데 내가 할 말은 없지. 놀다 와. 난 거실 정리 좀 해둘게. 필요한 거 있으면 말하고.”
“네~”
자 그럼 청소는... 애들이 자고 있으니 못 하겠고 나도 잠이나 자자.
+3까지 밤에 있을 일을 정해주세요.
잠에서 깨자마자 옆에서 인기척이 느껴진다.
이건... 모모코?
“어느새... 뭐 얘 혼자면 상관없나...”
침대 끝에 좀 아슬아슬하게 걸쳐선 몸을 말고 있는 모모코를 몸쪽으로 당겨 끌어안은 뒤 이불을 덮어줬다.
애들이 대부분 커져버린 지금 예전 사이즈를 유지하고 있는 모모코는 솔직히 끌어안기엔 딱 적당하다.
그래도 어른이 된 만큼 예전과는 다른 좋은 향기가...
“흐응... 프로듀서 씨는 옆에서 여자가 자고 있으면 끌어안아서 냄새를 맡는 사람이구나~”
“윽.... 이, 이쿠..?”
“모모코쨩이 프로듀서 씨가 자는데 방해될까봐 데리러 왔는데... 좋은 걸 봐버렸네?”
“아하하...하하...”
일단 일어나야겠지...
모모코가 안 깨게 조심해서 침대를 나오자 이쿠가 참 밉상스러운 얼굴로 웃고 있다.
“이거 언니들한테 말하면 어떻게 될까?”
“이쿠야. 뭐 갖고 싶은 거 없니?”
“응~ 글쎄... 당장 생각나는 건 없지만... 언젠가 생각날지도?”
“그... 그래... 그보다 다른 애들은?”
“다들 이미 일어난 것 같던데? 모모코쨩은 나랑 같이 언니들이랑 수다 떨다가 몸이 좀 나른하다며 여기로 왔고.”
“시간이... 벌써 9시를 넘었어?! 나 엄청 오래 잤구나... 일단 거실로 나가자. 모모코는 그냥 재워둬.”
“아, 이따 잘 때도 껴안고 자게?”
“아니거든.”
아아...
그런 모습을 보였을 땐 아무 흑심 없이 나도 같이 잘래라고 할 순수하던 이쿠는 어디로 갔을까...
“적어도 10년 전엔 없어졌을 거라고 생각해.”
“왜 너희는 내 마음을 자꾸만 읽어대는 거냐.”
“읽혀지는 거야.”
무섭구만....
그런데 거실로 나오자마자 나는 이 맛있는 냄새는 뭐지?
“이쿠... 이 녀석들 설마...”
“그러고 보니 언니들이 같이 마실 거냐고 물어봤었지.”
“하아...”
냄새를 따라 식당으로 향하자...
“아주 진수성찬이구만?”
“엑, 프로듀서?!”
“우동에 튀김에 고기에 과자에 대량의 맥주... 이럴 거면 아까 자전거는 왜 돌린 거야?”
“이... 이건 그냥 저녁 식사를 하고 있을 뿐이라...”
“9시가 지났는데 이런 부담스럽게 짝이 없는 메뉴로 저녁 식사라... 그래. 그럴 수도 있지. 좋아. 앞으로 우리집 저녁은 매일 9시 이후에 5000kcal 이상 섭취하기로 하자. 응 결정.”
“하아?! 그런 짓 했다간 저희 정말로 뒤룩뒤룩해진다고요?!”
“걱정 마. 그래도 싫어하지 않을 거니까.”
“저희가 싫어요! 자자, 오늘 밤은 이걸로 쫑! 얼른 치워요!”
에에~
“에에~가 아니에요! 어서요!”
하아...
내일은 또 안나의 생일인데...
몰라 동생이 알아서 하겠지.
+3까지 다음날 오전에 있을 일을 정해주세요.
누구든지 게임으로 자기한테 도전해서 이기면...
안나 "이긴 사람이 원하는걸 그이가 다 준비해 줄거야!!"
동생 "갑자기 나는 왜?!"
갑자기
카나: 내가 시호짱이라면 P씨의 어릴적 사진을 앨범에서 한 장 빼달라고 안 할카나?
미혼자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안나: 오늘은 내 생일이니까 내 마음대로 할거야! 프로듀서는 오늘 하루 나가있어!
프로듀서: 여기 내 집인데...
동생: 그래도 형이 자기 생일 축하해주는 거 좋지 않을까?
안나: 내 생일인데... 힝... 오랜만에 스포트라이트...
아이돌들: 미안....
“예~이!”
아침부터 안나가 on모드로 흥을 돋구고 있다.
츠무기 생일은 꽤 어영부영 넘어간 것 같은 기분도 드니 이번엔 제대로 놀겠단 거겠지.
“후훗, 안나쨩이 on모드가 된 거 오랜만에 보는 것 같네요.”
“그러네요. 저도 같이 살면서 그렇게 볼 기회는 없었던 거 같아요.”
“그래서 안나쨩에게 줄 선물은 뭐예요? 육아와 게임 금지로 고생하는 아내에게 줄 사랑이 가득 담긴 선물! 혹시... 둘째?!”
육아와 그로 인해 게임을 못하는 거로 고생하는 사람에게 둘째를 갖자고 하는 건 좋은 선물인 건가?
난 잘 모르겠다...
“아하하... 뭐 바라는 마음은 있지만, 그래도 당장 계획은 없어요.”
“오오 그럼 언제가 되면?!”
“노코멘트.”
이쪽은 이쪽대로 신났네.
노코멘트라 말하는 주제에 입꼬리는 귀에 걸리려고 한다.
“오늘은 안나의 생일이니 여깄는 사람 모두 안나를 즐겁게 할 의무가 있어! 그러니까... 오늘 하루 동안 안나에게 게임으로 이기는 사람이 있다면! 그이가 원하는 걸 뭐든지 들어줄 거야!”
“왜 내가?!”
뭐 여기서 안나에게 게임으로 이길 사람은 없겠지만.
다른 애들도 그렇게 흥미를 갖진 않는 모양이다.
“으음... 뭐든지라고 해도...”
“동생분에게 바라는 건 딱히 없다고 해야 하나.”
“좀 부담스럽기도 하고.”
“뭔가... 묘하게 기죽네.”
“뭐 이 애들에게 있어서 너는 그냥 내 동생일 뿐이니까.”
대부분은 그다지 면식도 없을 거다.
내가 열심히 일할 때 얜 한참 고등학생, 대학생, 창업 준비생 등등 바빴으니 날 보러 오는 일도 거의 없었고.
“카나는 뭐 바라는 거 있어?”
“으음... 아, 그래도 내가 시호쨩이라면 프로듀서 씨의 옛날 사진 같은 거 달라고 했으려나? 두 사람은 가족~ 앨범에서 쏙쏙~ 노리는 거슨~ 어린시절 프로듀서~”
우오오오오오옷!
카나의 노래 한 구절이 아이들에게 불을 붙이고 말았다.
다들 안나에게 이길 생각으로 자기가 잘할 수 있는 게임을 찾고 있다.
“헛짓거리인데.”
“에? 어째서요?”
“우리 집에 가족 앨범 같은 거 없어. 그런 사치 생각도 해본 적 없어.”
“아냐. 있어. 내가 만들었어. 뭐 만들었을 땐 이미 형이 성인이어서 어린 시절 사진은 없지만...”
“어른인 나도 없지 않아? 난 찍은 기억이 없는데.”
“뭐... 몇 장 없긴 하지.”
어쨌든 쟤들이 노리는 건 존재하지 않는단 거다.
그래도 뭐 파티가 즐거워지는 건 좋은 일이니 말은 하지 않겠지만.
“우우... 에잇! 오늘은 안나의 생일이라고! 프로듀서 씨가 주인공이 아니란 말이야! 프로듀서 씨 오늘 하루 나가 있어!”
“여기 내 집인데...”
“됐으니까 나가 있어!”
“자자, 당신도 형이 같이 축하해주는 게 좋잖아? 응?”
“그치만... 오늘은, 안나의 생일... 오랜만에 받는... 스포트라이트인데.”
“미.... 미안해 안나쨩...”
안나는 off로 돌아와선 삐져버렸다.
그저께도 그렇고 자꾸 주인공이 삐져버리네.
“안나 달래기는 너한테 맡길게.”
“에휴... 알았어. 그동안 애 좀 봐줘.”
“그래.”
동생은 한참 동안 안나를 달랬고 오늘만큼은 안나를 제일로 생각하자고 합의하여 겨우 파티를 다시 할 수 있었다.
+3까지 오후에 있을 일을 정해주세요.
안나: (활짝)
알고보니 프로듀서도 숨은 실력자라고
“정말? 으음.... 그치만... 프로듀서 씨는 이 아이... 좋아하지 않잖아요?”
“뭐 좋아하진 않아도 돌볼 수는 있지. 걱정마. 동생이 아기일 때도 내가 키웠지만, 잘살고 있잖아? 그리고 돌본다고 해도 지금 내 뒤에서 아기 보고 싶어 근질근질하고 있는 몇 명이 도와줄 거야.”
이미 메구미나 후카 같은 애들은 쿄우야에게 흥미진진한 모양이다.
당장 이곳에 모성 깊은 여자들이 몇 명인데 젖먹이는 거 빼면 문제없다.
“그럼 맡길게요?”
“그래. 자, 이리 와라.”
흐음...
역시 동생이랑은 별로 안 닮았네.
아들은 어머니를 닮는다더니 확실히 안나의 얼굴이 보인다.
이 아기가 동생과 안나의 천재성을 얼마나 물려받았을지...
뭐 별로 기대는 안 하지만.
“그나저나 얘를 어쩐다. 동생 놈은 어머니는 없고 형은 자기에게 관심이 없어서 수틀리면 굶어죽는 걸 알아서인지 평소엔 정말 조용히 자다가 밥이랑 기저귀 갈 때만 딱 울고 다시 자고 그랬는데... 2살을 넘었을 때부턴 주변에 버려져있던 잡지 같은 거 던져줬더니 지 혼자 한자까지 다 익혔었고...”
“그거 정말 사람 맞아?”
“나도 몰라. 아직도 잘 모르겠어. 뭐 이 애한테 그 정도 천재성을 바라는 건 안 되겠지. 창고에 인형이 있었을 테니 그거로 놀아줘야지 뭐. 메구미 잠깐 맡아줘.”
“인형 같은 건 방에 장식해둬.”
“너희 모양 인형이야. 엄청 많아. 특히 아카네쨩 인형이 무지하게 많아.”
“그건.... 어쩔 수 없으려나....”
뭐 적당히 아카네쨩 인형 몇 개 가져와서 망가뜨리며 놀게 할까.
아니 그건 실밥이나 솜을 먹으려 들지도 모르니 위험하려나.
*
“그래서 가져온 게 이 초대형 아카네쨩이야? 여전히 얼굴이 무섭네...”
“응. 쿄우야가 적당히 타고 놀 수 있으니까. 그보다 안나는 어때?”
“저기서 재밌게 게임하고 있어. 오랜만에 게임하는 거라 그런지 완전히 빠져들었어.”
“흐음... 너무 막하면 안 될 텐데.”
너무 잘 하면 다른 애들이 점점 안 하려고 할 텐데...
뭐 그 정도는 알아서 조절하겠지.
“근데 말이야. 내 기분탓인지 모르겠는데 저 녀석 뭔가 자연스럽게 아카네쨩의 모가지를 뽑아버리려고 하지 않아?”
“에에~ 설마. 그냥 가슴팍에서 놀고 있는 거뿐...”
뽀옥!
“아, 빠졌다.”
“엄청 좋아하네....”
“아직 6개월인데 싹수가...”
“에... 에이! 그냥 우연이지! 그리고 아기들이 장난감 망가뜨리는 건 흔한 일이잖아!”
“그야 그렇지.”
일단 아카네쨩 머리를 돌려놔야겠지.
머리만 굴러다니니까 진짜로 무섭네 이거.
*
적당히 쿄우야 상대를 하고 있자 하나 둘씩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다들 안나에게 게임으로 지고 난 뒤 왔다고 하고
“결국, 너까지 여기로 온 거냐.”
“아무도 같이... 게임 안 해줘...”
“그러니까 적당히 봐주면서 했어야지.”
“오랜만에 했더니... 그만...”
걱정했던 대로 다른 아이들 상대로 봐주는 거 하나도 없이 철저하게 때려눕히는 바람에 결국 아무도 안나와 게임을 하지 않게 되었고 안나도 포기하고 쿄우야가 망가뜨린 아카네쨩 인형의 참극을 보러 왔다.
“이렇게 된 이상.... 프로듀서 씨! 덤벼!”
“응?”
“애초에 안나를 빼고 여기서 게임을 가장 잘 하는 건 프로듀서 씨잖아! 오랜만에 프로듀서 씨랑 싸워보고 싶어!”
“봐주라... 이제 40이 넘어서 눈도 손도 반응속도도 안 따라준다고... 이제는 게임을 해도 PVE만 한다고...”
“안나도 이제 30살이라고! 우우.... 오늘은 안나의... 생일인데...”
“하아... 알았어. 하자. 하면 되잖아.”
“좋아써! 아, 만약 프로듀서 씨가 지면 오늘은 안나가 하는 말에 절대복종해야 해!”
“에에.... 내가 이기면?”
“으음... 프로듀서 씨랑 불륜이라도 저지를까?”
“필요 없어.”
“하지만 프로듀서 씨 안나한테 딱히 바라는 거 없잖아?”
“뭐 그야 그렇지. 좋아. 하자.”
어차피 내가 이길 일은 없을 테니까 안 정해도 문제없다.
1~25: 프로듀서 승?!
26~100: 안나 승
먼저 2표 갑니다.
“간다! 에잇! 하앗! 죽어라앗!!”
“크윽...”
시작하자마자 무서울 정도로 몰아붙여온다..!
순식간에 몰려선 이제 여기서 밀리면 끝나는 상황까지 와버렸다.
그래도 이제 좀 안나의 움직임에 따라갈 수 있게 되었고 안나가 노리는 전략이 뭔지도 감을 잡았다.
“오라앗!”
“앗?!”
“휴우.... 겨우겨우 퍼펙트게임으로 지는 일은 피할 수 있었네...”
“제법이네. 하지만 아직 안나가 유리하다고!”
아니 이번판에서 유리한 건 나다.
“어어?”
이겼다.
“어라?!”
또 이겼다.
안나의 플레이가 꽤 잘 보인다.
그런데 이상하다.
안나의 플레이가 이렇게까지 잘 보일 리가 없는데 왜 이렇게 술술 읽히지?
안나가 봐주고 있는 건가?
“뭐야 이거?! 어째서..?!”
이번에도 안나가 내가 읽은 그대로 움직였다.
너무 이상한데...
뭐 그렇다고 해서 따로 읽히는 것도 없어서 믿는 길을 갈 수밖에 없지만...
“마지막판에 동점이라니... 이거 설마...”
“프로듀서가... 이긴다고..?!”
“패패패승승승승?!”
“아직 몰라!”
“근데 프로듀서 씨가 좀 유리해보이지 않아요?”
“거짓말...”
“졌다..!”
“이겼다...?”
내가... 이겼다고?
“안나. 내가 분명 적당히 봐주면서 하라고 하긴 했지만 나한테까지 그럴 필요는 없었다고?”
“으응. 안나, 제대로 했는데.... 여보 미안해요. 안나는... 이제 프로듀서 씨의 것, 이야. 미안해요.”
마치 비극의 히로인 같은 표정을 한 채 내 품으로 안겨 들어와선 내 손을 억지로 자기 가슴에 가져갔다.
지금 내 포즈만 보면 안나의 어깨에 팔을 둘러 그대로 가슴을 만지는... NTR에 나오는 얼굴 없는 뚱땡이 아재의 그 모습 그대로다.
과연 그런 거였구만...
“설마 일이 이렇게 흘러갈 줄은 몰랐네...”
“형, 얼른 안나의 가슴에서 손 떼고 놔줘. 안나도 이상한 장난 그만치고.”
“으응... 장난 아니야. 안나가 졌으니까... 미리 정한 룰인걸...”
“아니 그냥 게임일 뿐이잖아. 게임에 뭘 그렇게까지.”
“안나에게 게임의 결과는... 절대적이야. 안나의 양보할 수 없는.... 프라이드, 니까.”
아얏.
안나가 내 허벅지를 들키지 않게 꼬집곤 날 노려본다...
하아, 어울려 달라는 건가.
“생각해보면 네가 안나랑 처음 데이트를 따낸 것도 안나에게 게임으로 이겨서였지.”
“하아? 형은 또 갑자기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게임으로 얻은 사랑은 게임으로 잃을 수도 있단 거겠지.”
“미안해요...”
“윽...”
저 녀석 갑자기 고개를 떨궜는데...
이거 괜찮으려나...
‘안나 이거 계속할 거야?’
‘음... 역시 그만둘까?’
‘그게 좋을 거 같은...’
“하아... 뭐 좋아. 다른 어디서 굴러왔는지도 모를 말뼈다귀면 몰라도 형이라면야... 안나도 옛날엔 형한테 마음이 있었단 것도 알고.”
“어?”
“에?”
“애초에 형은 자기 인생을 바쳐서 내 인생을 지켜줬는걸. 그걸 갚으려면 나도 내 인생을 줘야 수지가 맞겠지. 안나에겐 내 남은 인생을 줬으니까 통째로 가져가도록 해. 그럼 난 쿄우야를 데리고 돌아갈게. 안나를 꼭 행복하게 해줘.”
어느새 잠든 쿄우야를 안아 들고는 씁쓸히 웃으며 현관으로 향하는 동생을 보며 상상과 전혀 다른 전개에 혼란스러운 안나에게 속삭였다.
‘이대로 두면 정말로 가버릴걸?’
‘그치만... 이렇게 간단히 포기하다니...’
‘안나, 잊었어? 쟤... 내 동생이야?’
‘아...’
그 말에 퍼뜩 정신이 들었는지 뛰쳐나가서 동생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늘어졌다.
울고불며 버리지 말아 달라고 하는데 저녀석 안나에겐 보이지 않는 각도에서 슬쩍 웃고 있다.
“쟨 내 동생이지만 나랑 하나도 안 닮아서 여자를 쉽게 보내줄 녀석이 아니란 말이지. 그저 딱 하나 닮은 게 있다면 지기 싫어하는 점이겠지. 그게 설령 사랑싸움이라도.”
“저 두 분이 형제란 거 거짓말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전혀 안 닮았다고 생각했는데 처음으로 닮은 부분을 본 거 같아요.”
뭐 난 지기는 싫어해도 이길 기능이 내 몸에 없는 걸 아니까 포기하지만.
쟨 이길 기능이 기본으로 탑재되어 있어서 지질 않지.
그나저나 이번엔 생일인 애들이 계속 물멕여지는 기분이 드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제 모두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
“이제 6월이네.”
“시간 참 빠르네요. 제가 지도자님께 구해진 게 벌써 1년 전이라니...”
“6월이라고 하면 월말에 미사키 씨의 생일이 있죠.”
그 직전에 미라이의 생일도 있지.
벌써 반년이 지났고 한번 만나러 가볼까.
통화하면서 말하길 딸의 몸 상태가 점점 악화되어서 실험이 좀 과해지고 있다던데...
“프로듀서? 무슨 일 있나요? 낯빛이 안 좋은데요.”
“응? 아니, 그 뭐냐. 미사키 씨의 생일은 시어터의 생일이기도 하니까 그냥 좀 생각이 나서.”
“아.... 그렇네요. 벌써 16년인가....”
“처음에 텐트만 하나 세워놓고 시어터라고 했을 땐 어이가 없었지. AS들이 벌어들인 돈을 어따가 버린 건지...”
“그래도 텐트 장식하는 건 즐거웠어요. 무대의 표준 규격이나 무대와 객석 사이의 최소 안전 거리 같은 것도 알게 되었고.”
“아무리 생각해도 아이돌이 알 필요 없는 지식인 것 같지만.”
“후후후. 하지만 결국엔 우주까지 갔었죠. 결국, 마지막까지 라이브 할 때마다 산소가 부족해지는 문제는 해결하지 못했었네요.”
“언젠가부터 관객분들도 다 자기 산소통을 들고 와줬죠.”
“펜라이트형 산소 봄버 같은 거 만들자고 아카네가 제안했을 땐 천재라고 생각했어.”
“엄청 팔렸죠. 주로 생존 목적으로...”
“적어도 그 뒤로 산소결핍으로 기절하는 관객은 안 나왔으니 좋은 게 좋은 거지.”
그거 팔아서 얻은 이익은 선배가 사라지고 나서 765를 지키는 데에 정말 유용하게 쓰다가 결국 탕진해버렸지만....
+3까지 하루 동안 있을 일을 정해주세요.
“응? 아, 사요코구나. 무슨 일이야?”
“무슨 일이냐니... 매일 1시간 이상 거실에 나와 있으라고 한 건 프로듀서잖아요.”
“아... 맞다. 이런 점은 여전히 성실하다니까. 잠깐만 케이크 남겨뒀어.”
다행히 사요코도 변하려는 의지가 있는 것 같다.
연속으로 생일이 있다보니 케이크가 꽤 남아 있으니 다른 애들 것도 챙겨가자.
그리고 내 생각을 읽었는지 어느새 에밀리가 머릿수만큼의 차를 끓이고 있었다.
“파티는 결국 끝까지 안 나왔었네.”
“네.”
“쓸쓸했어?”
“네.... 아 아뇨! 괜찮았어요!”
“쓸쓸하면 그냥 나오지 그랬어.”
“으응... 역시 저는...”
“아무도 뭐라 하지 않아. 그때 이 집에 있는 사람은 모두 동료들뿐이었는걸. 최근 들어온 이쿠, 모모코, 시즈카, 미사키 씨 중에도 너를 거부하는 사람은 없었어.”
“그래도...”
“너보고 밖으로 나가거나 다른 사람과 어울리라고 하진 않아. 그래도 이 집에 있을 때만큼은 편히 있었으면 좋겠어. 이 집에 사정을 모르는 사람이 들어올 일은 없고 동료들이랑 같이 있는다고 해서 누구도 피해를 보지 않는걸.”
대답하지 못하고 케이크만 집어 먹더니 순식간에 자기 몫을 먹어치우곤 제대로 맛도 못 봤다며 실망하길래 내 케이크를 넘겨주고 다시 물어봤다.
그러자 내 눈치를 좀 보더니 케이크를 받고선 마지못해 살짝 끄덕였다.
“뭐 바로 얼굴을 마주하기 어렵다면 VR통화는 어때? VR 세계에서 만나는 거야.”
“그, 그거라면... 아 그래도 제 아바타는 최대한 저랑 안 닮게 해주세요.”
“알았어. 메르헨 고스로리풍으로 열심히 디자인할게.”
“그건 이제 필요 없으니까요!!”
뭐 그래도 이렇게 다른 애들과 만나겠다고 말해주니 기쁠 따름이다.
물론 그게 반드시 좋은 결과로 이어진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
[세계에서 마음을 전할 수 있다면♪ 내일은 분명 빛나는 미러볼♬]
“미나세 님..? 무슨 일이지. 여보세요?”
[살려줘...]
“어... 선배?”
아 맞다.
잊고 있었다.
“용케 살아 있네요. 13조각으로 토막났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냐... 이건 죽은 거야. 여긴 지옥이야...]
“아니 생각해보면 당신은 11년 전에 죽었으니까 당연하죠. 지금 있는 곳은 지옥인 게 당연해요.”
[얼른 이곳으로 와줘...]
“내일 갈게요.”
[내일?!]
“예. 그럼 이만...”
뚝
이야 1달 동안 아예 잊고 살았네.
솔직히 전치 몇 년의 중태일 거라 생각했는데...
일단 애들에게 내일 나간다고 말해둬야지.
“아무래도 나 내일 나가... 뭐해?”
“아, 프로듀서. 실은 아르바이트를 해볼까 해서요.”
“아르바이트?”
“네. 시즈카쨩이나 미사키 씨, 이쿠쨩과 모모코쨩은 매일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저희는 이렇게 놀고만 있는 게 좀 부끄러워서 저라도 할 수 있는 일이 있을지 찾고 있어요.”
“메구미 씨는 공포증 때문에 에밀리쨩은 이 집의 관리라는 아주 중요한 역할이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지만, 저랑 코토하 씨는 일할 수 있으니까요.”
“언제까지고 프로듀서의 등골을 빨아먹고 살 수도 없잖아요. 같이 살고 있으니까 저희도 생활에 보탬이 되야 한다고 생각해요.”
“으음... 굳이 그럴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너희가 그럴 생각이면 말리지도 않을게. 아, 나 내일 잠깐 외출할 거야.”
“네~”
일이라.
나도 하긴 해야 하는데 동생의 원활한 회사 경영을 위해 내가 적당히 소유하고 있던 동생네 회사 주식 덕분에 적당히 만들어둔 계좌에 계속 배당금이 들어왔었단 사실을 들어서 확인해보니 돈 걱정이 많이 줄었다.
765의 배당금보다 그쪽이 많다는 게 좀 씁쓸하긴 하지만...
*
자 1달 만에 미나세 저택에 되돌아왔는데 선배 상태는 어떨지...
1: 의외로 큰 외상은 안 보이는데...?
2~34: 다행히 팔다리가 작살난 정도
35~67: + 절찬 AS의 누군가에게 역강간 당하는 중
68~100: + 이게 선배인지 눈으로 구분도 안 간다.
먼저 2표 갑니다.
기분탓이겠지..?
“선배 저.... 어라?”
보통 이 유리벽 너머의 방에 선배가 있는데 없네.
더 안쪽에 있는 건가?
안으로 들어가는 문은...
철컥
“열려있네...”
코난이었다면 무조건 살인사건이 일어났단 소리인데.
일단 들어가 보자.
“흐음. 안쪽도 의외로 넓게 이어져 있구나.”
유리벽의 방에서 다시 문을 통해 깊숙이 들어오자 어두운 복도가 나왔다.
바로 앞에 불이 켜진 방에 있는 것 같은데... 여긴 침실인 건가?
뭐 어쨌든 들어가...
“아항! 핫... 흐앗! 아흑, 아앙!”
팡! 팡! 팡! 팡!
신음소리..?
그리고 살과 살이 부딪히는 소리...
사람을 불러놓고 여유롭게 섹스나 하고...
잠깐만 이 목소리는 미나세 님이 아닌데?
“자, 잠깐... 이제 정말... 안 나와... 아파!”
“무슨 소릴 하는 거예요. 전 아직 한참 부족하다고요? 아 또 물렁거린다. 똑바로 세워주세요!”
팡!팡!팡!팡!팡!팡!팡!팡!팡!
“아악! 멈춰줘! 그렇게 격하게 하면... 괴로워! 아파!”
이거... 상황이 이상한데?
그보다 이 방 방음 하나도 안 되네...
하긴 감금한 상대의 방이니 방음 처리를 할 이유가 없긴 하지.
그나저나... 들어가기 힘드네.
일단 지금 판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소리를 내야겠네.
*
신음 소리랑 허리 흔드는 소리가 멎었다.
아무래도 끝난 것 같은데...
“저기... 역시 한 번만 더...”
“시... 싫어! 이제 정말 무리라고!”
하아... 저 사람 정말...
도와주고 싶진 않지만 어쩔 수 없네.
똑똑
“이봐요. 불러놓고 침실에 있으면 어쩌잔 겁니까!”
“저 목소리는...”
“그래! 오늘은 저녀석이 오기로 했었거든! 그러니까 이제 그만...”
“하아... 어쩔 수 없죠. 잠깐 기다리라고 하세요.”
“자, 잠깐만 기다려줘!”
다 들리거든...
철컥
“실례합니다.”
문이 열리자 모포로 얼굴을 가린 여성이 내 옆을 빠르게 지나쳐 나갔다.
얼굴을 가린다 해도 목소리로 누군지 다 알아챘는데 말이지.
“불러놓고 자기는 섹스나 즐기고 있고 아주 살맛 나시... 뭡니까 그 꼴은.”
방에 들어가자 보인 것은 양팔과 양다리에 깁스를 한 채 알몸으로 침대에 누워 있는 아니 버려져 있는 모습이었다.
“아하하... 업보라고 해야 할까...”
“뒷처리도 안 한 겁니까. 적당히 이불로 덮어둡니다. 당신의 정액투성이 성기 따위 보고 싶지 않으니까.”
“응, 고마워...”
이제보니 몸통이나 얼굴에도 꽤나 상처나 흉터가 남아 있다.
요 1달간 정말 빡세게 굴려진 모양이네.
“하아... 솔직히 기분 나쁜 꼴이지만... 당신은 언제나 프로듀서로서 나보다 앞서 걸어갔지. 당신의 꼴이 어쩌면 내 미래가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또 마냥 경멸할 수도 없네. 만약 이런 상황에 처했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두지 않으면...”
“후후... 네 눈엔 이 상황에서 빠져나갈 수단이 있을 것 같니?”
“아뇨. 뭐 설령 움직이지도 못하고 아이들의 장난감으로 살게 된다 해도 그게 그녀들이 원하는 거라면 기꺼이 하겠지만.”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너도 참 미친놈이야.”
“그보다 부른 용건은 살려달라는 것뿐인가요? 그럼 살려드렸으니 돌아가도 될까요?”
“그럴 리가 있나. 실은...”
+3까지 그가 부른 용건을 적고 굴려주세요. 가장 낮은 값 갑니다.
P "X까세요."
“그렇지.”
“하루종일 집에 처박혀서 애들한테 시달리고 쥐어짜이는 생활 안 지겹냐. 네가 직접 새 프로덕션 세워서 복귀하지 않을래? 네 프로듀스 능력은 그 츤데레 쿠로이 사장도 인정할 정도잖아.”
“호오...?”
이 인간은 갑자기 무슨 소리를 지껄이는 거지?
내 프로덕션을 세운다니 그게 무슨 의미가 있지?
“만약 내가 프로덕션을 세운다고 하면 당신에게 무슨 의미가 있지?”
“뭐... 널 도와주지 않을까? 겉으로 나서든 그림자 속에 숨어있든.”
“대답이 되지 않는데. 그리고 당신은 겉으로 나올 수 없잖아. 이 업계에 좀 오래 있던 사람이면 당신 얼굴을 모를 리가 없어.”
“그건 그렇지만 난...”
“아니 뭐 굳이 들을 필요는 없겠지. 내 대답은 이미 정해졌으니까. 조까 새꺄.”
“뭣?!”
“뭘 착각하고 있는 건지. 난 아이돌 프로듀서라는 직업에 미련 없어. 난 그저 그 아이들의 프로듀서이고 싶은 거야. 옛날에 당신은 시이카나 레온 같은 애들도 프로듀스 했지. 프로듀서의 혼이 불타오른다면서. 하지만 난 아니었어. 확실히 인재이긴 했지만 난 그 둘에겐 관심도 없었어.”
애초에 태어난 순간부터 아니 쿠로이 사장이 모판을 선택하는 시점에서 톱 아이돌로 가는 길로 자연스럽게 유도되어 살아가던 인형이나 오버랭크라는 체제의 변화가 자신이 위대한 선배를 뛰어넘었다고 착각하는 애송이 따위 관심을 줄 이유도 없지.
“난 내 아이돌들 이상의 여자 따위 본 적도 없고 관심도 없고 앞으로도 없을 거야. 새 프로덕션을 세워? 키우는 아이돌을 믿지도 않고 애정을 주지도 않는데 프로듀서 일이 될 리가 있나. 만약 당신이 아직도 프로듀서란 일에 미련을 갖고 날 이용해 그 욕망을 채울 셈이었다면 포기해. 차라리 어디 회사에 취직하는 거면 몰라도 프로덕션 경영을, 그것도 당신의 아바타로서 할 마음은 없어.”
이미 10년이나 그렇게 해왔어.
주제도 모르고 저지른 그 행동 때문에 많은 것이 망가졌어.
더 이상 해먹을 수 있겠냐.
“그럼 복귀엔 전혀 뜻이 없다. 그렇게 받아들이면 되나?”
“그래. 이야기는 이게 끝? 시간 낭비였네. 차라리 그대로 마지막 한 방울까지 쥐여짜지도록 냅두는 게 좋았겠어.”
이렇게까지 무의미한 하루는 또 오랜만이네.
돌아가자.
+3까지 다음날 있을 일을 정해주세요.
그녀의 마음을 조종한다거나 하는 건 아니다. 어디까지나 그녀 스스로의 내면의 의지에 의한 선택이며 그 등을 밀어줄 뿐.
한번 실패하고 무의식적으로 고통스러웠을 텐데 그럼에도 선택해준 사요코에겐 정말 고맙다.
강하다. 사요코도, 에밀리도, 코토하도... 그런 상황에서조차 끝내 포기하지 않는다. 누구와는 다르게.
대신 저번의 그 의사는 안 된다. 바꿔.
태생이 뒷세계였기에 결국 인생을 그곳에서 살았지만 그래도 운이 좋은건지 나쁜건지 세리카와 알게 되며 마음은 백을 유지하는 의사를 데리고 옴.
동일한 루트로 한번 더 반복
밀리언 라이브와 마주함.
- 1~33 심리적 고통에 의해 최면이 깨짐
자신은 닿을 수 없지만 프로듀서를 부름.
그 완충제를 통해 대면을 지속함.
- 34~66 결국 지쳐서 잠듬. 차는 그대로지만 아이들에 대한 인식은 약간 긍정적으로 변화
프로듀서, 사요코, 밀리언 라이브와 함께 최면을 마무리
- 67~95 어느 정도는 완화. 여전히 차 보면 힘들지만 발작 실신은 없는 정도.
- 96~100 사건은 여전히 상처로 남았지만 차에 대해서는 거의 완화됨.
@ 날먹은 좋은 문명.
그럼 한번 더 날먹 가능한가
뭐 언제 사요코가 성장하면 한번 더 하는 걸로?
“네. 부탁드려요.”
오늘은 사요코의 최면 치료를 다시 하기로 했다.
지난번의 의사가 아닌 다른 의사로.
솔직히 사요코의 존재를 아는 외부인이 이렇게 점점 늘어나는 게 탐탁하지 않지만 세리카에게 듣자 하니 뒷세계 인간치곤 성격이 워낙 좋아서 오래 살아남진 못할 거라고 한다.
저 여자가 죽는 거야 상관없지만, 죽기 전에 괜히 떠벌리지만 않으면 좋을 텐데 성격이 좋다는 게 입도 무겁다는 뜻이길 바라야지.
“그러면 당신이 좋아하는 것을 알려주세요.”
“제가 좋아하는 건...”
최면 치료란 것도 템플릿이 있는 걸까.
지난번과 거의 비슷한 흐름으로 진행되고 있다.
저번엔 밀리언 애들의 모습을 보는 부분에서 무너졌는데....
“프로듀서... 프로듀서도 같이 있는 건가요?”
“물론이죠. 보세요. 당신 곁으로 다가오네요.”
“아, 다행이다. 프로듀서가 있다면 괜찮을 거야.”
“네. 그렇네요. 그가 있는 한 분명 잘 될 거예요. 그러니 당신도 그를 믿고 동료들에게 다가가 보는 게 어떨까요?”
“하지만 프로듀서는 지금도 바쁘고 신경 쓸 게 잔뜩 있어요. 제가 부담이 될 수는 없어요.”
“이대로 그들을 계속 거절하는 쪽이 그에겐 더 큰 부담일 거예요. 좋아하는 사람이 계속 도망만 친다면 얼마나 슬프겠어요.”
“좋아하다니... 저따위가...”
“후훗, 아 그가 짐을 옮기는 걸 도와달라고 하네요. 도와줄 건가요?”
“네.”
“그럼 그의 손을 꼭 잡고 같이 가도록 하죠.”
“손을... 네...”
저 의사 뭔가 이쪽을 보고 엄청 히죽거리는 거 같은데.
치료에나 집중해라.
“그와 함께 걸어갑니다. 동료들 사이를 지나 인사도 하고 농담도 하고... 자, 이제 도착했습니다. 짐이 실려 있는 자동차에.”
“에... 아 아아... 아아아아... 싫어어어어어!!”
“이런! 진정하세요!”
여기까지인가.
지난번에 비하면 조금은 진행된 것 같지만 아직 역부족인 건가.
*
“사요코의 상태는 어떤가요?”
“기절했을 뿐입니다. 그래도 진전은 있었어요. 적어도 당신과 동료분들에 대해선 조금 마음이 열렸을 겁니다.”
“그런가요. 수고하셨습니다.”
“아뇨. 그보다 꽤 사랑받고 있네요. 당신이 나타난 것만으로 그녀의 심상이 상당히 진정되었어요.”
“고마운 일이지만, 두려운 일이기도 하죠.”
“후훗 책임이 막중하시네요. 그럼 전 이만 실례하도록 하죠. 나중에 또 불러주세요.”
그녀는 돌아갔다.
확실히 뒷세계에서 오래 살아남을 수 있을 성격은 아닌 것 같네.
“그런데 유리코랑 코토하 너희는 아까부터 뭘 그렇게 보고 있니?”
“헬로 워크에서 받아온 자료에요.”
“그런데 여기 나온 곳에 가봐도 채용해주질 않아서...”
“그 정도야?”
“애초에 이곳 자체가 워낙 외진 곳이다 보니 이곳에서 출퇴근하며 일할 수 있는 곳이 그렇게 많지 않아요. 전직 아이돌이라곤 해도 이제 30살 넘긴 백조 아줌마란 걸까요.”
“에잇! 더러워서 못 해먹겠네! 때려쳐! 돈의 노예가 될 바에야 백조로 살겠어!”
“그래요! 아직 인세도 쥐꼬리만큼이지만 들어온다고요!”
40 넘긴 아줌마들도 일거리를 찾아주는 게 헬로 워크 아니었냐.
아니 그보다 면접을 가서 저 외모를 보고도 채용하지 않다니 오히려 대단하네.
“어라? 메일이다.”
“어, 나도. 어디.... 에에엣?!”
“무슨 일이야?”
“그... 어느 프로덕션에서 스카웃 제의가...”
“에에?! 두 사람 다 굉장하네!”
“메구미?!”
“그럼 둘 다 다시 아이돌 하는 거야?”
“설마. 메일에는 모델이라고 쓰여 있어.”
“모델인가~ 프로듀서는 어떻게 생각해?”
“둘이 모델 일을 하는 거? 그야 당연히 잘 될 거라 생각해. 하지만 이 프로덕션... 한번도 들은 적이 없는 이름이야.”
“엣? 프로듀서 씨도 들어본 적이 없다고요?”
“그래. 내 입으로 말하긴 뭐하지만 이쪽 업계에 대해선 꽤 잘 안다고 생각하는데 내가 들어본 적이 없다면 요 1년 사이에 생긴 신생 기업이거나... 언더 그라운드 기업이거나. 아, 지하 아이돌이란 의미는 아니야. 지하 아이돌이라도 기업의 정보는 모이거든.”
아이돌이 안 팔리는 거랑은 별개로 프로덕션 자체의 정보는 모이는 법이다.
아무 정보도 없을 정도로 변화가 없다라는 정보조차 모일 정도로 좁은 업계다.
“그렇다면 설마 야한..?”
“안 돼요.”
“에밀리쨩?”
“안 돼요. 절대로 안 돼요.”
“아, 아니 아직 그런 곳이라고 정해진 건...”
“1할의 가능성이라도 있는 한 안 돼요.”
블랙 기업에 소속했던 AV 배우가 말하니 무게감이 다르네.
특히 에밀리의 경우 일반적인 AV 배우보다 훨씬 심한 환경이었으니까 더욱 그런 게 있겠지.
“뭐 그 프로덕션이 제대로 된 곳이라도 솔직히 불안해. 만약 정말로 신생이라면 그곳의 프로듀서는 선배급은 되야 한다는 소리라고. 만약 내가 AS를 키웠다면 1년 만에 13명을 S랭 아이돌로 만드는 그런 위업 절대 이룰 수 없었어. 그런 편한 환경을 갖고도 너희 전원을 S랭크 만드는데 3년 넘게 걸렸던 걸 생각해봐.”
“으음... 프로듀서.”
“왜?”
“그냥 솔직하게 코토하랑 유리코를 다른 사람이 프로듀스 하게 두기 싫다고 말하지 그래?”
“으음... 뭐....”
“흐응~~~~~~~~”
“흐흥~~~~~~~~”
“뭐야....”
“아뇨~~~~”
“아무것도~~~”
“뭐 프로듀서 씨가 그렇게 원하신다면야~”
“거절하도록 할게요~”
“맘대로 해라...”
메구미 쓸데없는 소리를...
에밀리도 그런 뜨듯한 눈으로 보지 말라고...
+3까지 다음날 있을 일을 정해주세요.
근데 저 실험쥐 신세도 끝나고 나면 미라이는 어떻게 해야하지?
“그렇겠죠? 프로듀서 씨도 지금은 주식으로 벌고 계시고.”
“무슨 이야기야?”
거실에 유리코와 코토하가 특이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아 프로듀서 씨. 실은 일자리를 구하지 않고 돈을 벌 방법을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제일 먼저 떠오른 게 주식이었어요. 그 외엔 뭐가 있을까요?”
“뭐 전통적인 것 중에 크게 벌 수 있는 건 도박이겠지. 건물주가 되는 건 무리잖아.”
“도박이라. 자신 없어...”
은행 이자로 벌어먹으려 해도 수십억은 은행에 넣어둬야 어느 정도 돈이 되고.
그 외에는...
“프리랜서로 무언가를 하거나 게임 내 재화가 현실 화폐로 교환되는 형식의 게임으로 돈을 벌거나 개인 방송을 하거나?”
“개인 방송... 역시 벗는 건가요?!”
“에엣?! 그, 그런 건 조금...”
“아이돌 시절에 평범하게 인터넷 방송도 했었잖아.”
“그건 아이돌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거잖아요! 거의 전국민이 자기만의 방송을 하는 이 시대에 일반인 신인이 살아남아 돈을 벌기 위해선 그거밖에..!”
“오히려 그거야말로 최고의 레드 오션이라고. VR 월드에서 물장사가 가능해진 이후 에로 방송인은 기본적으로 1:1 팬미팅 서비스를 하게 되었다고? 신체 스캔으로 만든 아바타로.”
그래도 나름 벌긴 하나 보지만.
이런 상황인데도 그런 방송인이 줄기는커녕 늘어나고 있으니까.
“그... 그 말은...”
“실질적 매춘 같은 거지. 뭐 그럼에도 너희가 하겠다고 한다면 말리진 않을게.”
“아뇨. 괜찮아요. 설령 방송을 하더라도 건전한 쪽으로 해볼게요.”
“게임은 안나쨩이라면 몰라도 제 실력으론 좀... 프리랜서로 한다고 해도 제가 할 수 있는 게 떠오르질 않아요...”
“아예 창업하는 것도 방법이지. 아, 말해두지만 경영은 잼병이라 못 도와줘.”
“11년이나 765 경영하셨잖아요?!”
“그래서 지금 회사가 그 꼴이잖아.”
그 외에 일자리를 구하지 않고도 돈을 벌 방법이 뭐가 있으려나.
당장 생각나는 게 없는데...
응? 메일이네.
“흐음, 이건 또 참 노린 것 같은 타이밍에...”
“무슨 일인데요?”
“961 프로덕션에서 사무원을 구한다고 연락이 왔어. 뭐 나한테 보낸 걸 보면 나보고 오란 소리인 것 같지만, 딱히 명시된 건 아니니 누가 가도 뭐라 못하겠지.”
“그런데 왜 961에서 프로듀서 씨한테 그런 이야기를 한 거죠?”
“전에 쿠로이 사장 아니 이젠 회장이 됐지. 어쨌든 그에게 일자리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거든. 어디 연줄 같은 거 있냐고. 내 연줄은 대부분 방송계 아니면 물장사 업계니까. 그런데 이걸 누가 보냈을지는 좀 의문이네.”
“당연히 쿠로이 사장 아니 회장님 아닌가요?”
“글쎄다. 쿠로이 사장 아니 회장이 선의로 보낸 건지 시이카가 무슨 꿍꿍이가 있어서 보낸 건지.”
만약 시이카가 부른 것이라면 가서 좋은 꼴 보긴 힘들 것 같은데.
설마 아니겠지만 선배에 대해 냄새를 맡았다거나.
“뭐 너희가 가고 싶다면 가도 돼. 난 괜찮으니까.”
“생각해볼게요.”
흠.
설령 선배의 존재가 들켰더라도 난 모르는 척 할 뿐이다.
그리고 AS도 그렇게 멍청하진 않겠지.
*
아직 애들이 961로 갈지 말지 정하지 않은 모양이다.
경계해서 나쁠 건 없겠지.
[드넓은 하늘 높이 날아 오르자♪ 미래로의 스트로크♬]
미라이구나.
오늘도 통화시간 딱 맞췄네.
“여보세요.”
[오랜만입니다.]
“사쿠라...”
[이제는 씨도 안 붙이는 겁니까. 뭐 좋습니다. 실험은 끝났습니다. 그녀는 가까운 시일 내에 돌려드리도록 하죠. 시간과 장소는 추후 연락하죠.]
“실험은... 끝났단 건가요.”
[네. 그녀에겐 1년 동안 큰 신세를 졌습니다.]
“하지만 늦은 모양이군요. 유감입니다.”
[큭... 아뇨. 처음부터 예상하고 있던 일입니다. 너무나도 변칙적인 병이니까요. 완치를 위해선 카스가 씨의 DNA뿐만 아니라 환자 본인의 DNA까지 이용해 치료제를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을 너무 늦게 눈치챘습니다. 이래선 이 병의 범용 치료제조차 만들 수 없습니다.]
그의 딸은 물론 이 병의 걸린 사람은 그 누구도 살아남을 수 없는 건가.
미라이의 1년 아니 6년도 헛된 시간이었던 거고.
자 그럼 미라이가 온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그 아이도 여기서 지내게 해야 하려나.
그리고 그녀의 부모에게 연락해서 실종신고도 취소하게 해야지.
이대로면 1년 뒤에 미라이는 죽은 사람이 되어버리니.
“그나저나 카스가 부모님에겐 뭐라 설명해야 하나...”
일단 미라이가 돌아온 뒤에 만나러 가든지 해야지.
후우...
그래도 이걸로 정말 실종자는 전원 복귀하는 건가.
노리코의 몸도 조금씩이나마 나아지고 있다고 하고.
1년 전만 해도 상상도 못할 일이었는데...
+3까지 다음날 있을 일을 정해주세요.
@ 저 남자 이름 찾으려고 무려 9페이지까지 내려갔네요. 이제보니 프로듀서이던 페이지보다 아닌 페이지가 2배가 넘어...
“에밀리쨩? 무슨 일이야?!”
“그게 사요코 씨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요!”
“뭐라고?!”
“식사 시간이 되어 부르러 갔는데 대답이 없으셔서... 방에 들어가 보니 안 계시고 위의 층을 전부 둘러보고 왔는데도 없으세요!”
“이런... 좋아. 일단 다 같이 집안을 샅샅이 뒤져보자. 난 옥상과 4층, 창고를 찾아볼게!”
“그럼 내가 3층을 볼 테니 메구미가 2층 유리코쨩이 1층을 찾아봐줘. 에밀리쨩은 만약을 위해 집 주변을 살펴봐줘! 우리도 다 살펴본 뒤엔 밖으로 나가서 찾아볼게!”
“““네!!”””
다른 사람도 아닌 사요코가 사라지다니.
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
*
“찾았어?!”
“아뇨, 어디에도 없어요.”
“큭... 이쪽도야. 해가 지기 전에 찾아야 하는데...”
“저기 다른 사람한테 도움을 요청할 순 없을까?”
“도움을 요청한다고 해봐야 지금 출근한 4명밖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
“벌써 멀리 빠져나갔다거나 하진 않겠죠?”
“그건 아닐 거야. 애초에 사요코가 밖으로 나갔다는 것조차 의심스러워. 우리 집은 보시다시피 바로 뒤에는 산이 있고 산이랑 집 사이엔 커다란 벽돌담이 있어. 밖으로 나가는 길은 하나뿐인데 그곳엔 내 차가 주차되어 있지. 사요코가 나갈 수 있을 리가 없어.”
“그 정도는 눈을 감고 얼른 뛰어가면 되잖아.”
“그리고 나선? 아무리 이 주변이 산과 밭만 있다곤 해도 가다보면 자동차는 당연히 나올 거야. 조금 떨어진 곳에 사는 밭의 주인이 있을 테니까. 그리고 사요코는 버스나 택시를 탈 수 없고 전철역까지 걸어간다고 하면 거리도 거리지만 역 주변엔 당연히 차가 많지. 사요코가 움직일 수 있을 리가 없어.”
“그럼 산으로 간 건가?”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그럴 가능성이 제일 크지. 그런데 난 집이 신경쓰여.”
“집이?”
“뭐라고 해야 할까. 13년 정도 전에 비슷한 일이 있었을 때 결국 시어터에 아무도 모르는 비밀의 문이 있었거든. 그래서 그런지 묘하게 집이 신경 쓰여.”
“그럼 집도 한번 다시 찾아봐요.”
“그래. 그러면 우선 코토하는 내 차를 몰고 길을 따라 사요코를 찾아봐. 유리코도 같이 가줘. 만약 사요코를 발견하면 유리코가 걸어서 데리고 와줘. 에밀리는 산을 부탁해. 평소에도 자주 다니는 너밖에 맡길 사람이 없어. 메구미는 집을 다시 봐주고. 나는....”
1~50: 산을 찾는다
51~100: 집을 뒤진다
먼저 2표 갑니다.
다들 서로를 한번씩 쳐다보고 고개를 한번 끄덕이곤 맡은 위치로 이동했다.
*
결론부터 말하면 집을 찾은 건 빙고였던 모양이다.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문을 찾았다.
“저기 프로듀서 이런 곳에 문 같은 거 없었지?”
“그래. 없었어. 역시 그 녀석이 범인인 건가.”
“그 녀석?”
“들어가자. 걱정마. 널 헤치진 않을 거야.”
“으, 응...”
문을 열고 들어가자 예전에도 어디서 본 적 있는 것 같은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뭐야... 이거..? 수, 숲?”
“정글이야.”
“정글?! 우우 벌레라든지 짐승이라든지 나오지 않겠지..?”
“글쎄다. 저번에 왔을 땐 한 두 마리 이상한 게 나오긴 했지만.”
어차피 이 공간은 실제 정글이 아닌 그 녀석이 만들어낸 거짓된 공간.
그때야 그 녀석의 홈그라운드였으니 그런 게 있었다 해도 이곳은 만든지 얼마 되지 않았을 것이다.
당연히 생물을 기를 여유도 힘도 없었을 거다.
“저기 프로듀서. 손 잡아도 돼..?”
“어..? 무, 물론이지.”
메구미 쪽에서 먼저 손을 잡다니.
그 치료 정말 효과가 있긴 했구나...
*
“뭔가 유적 같은 게 나왔어!”
“역시. 디자인은 지난번과 거의 다르지 않네. 가자. 길은 예전에 다 뚫어놨어.”
아주 오래된 기억을 더듬어 유적 내부를 나아갔다.
그리고 가장 깊숙이 들어가자 사람의 그림자가 보였다.
“사요코?!”
“아니... 오랜만이네. 어... 극장의 망령이었나?”
“극장의 혼이다.”
“그랬던가. 뭐 비슷한 거잖아. 이미 사라진 극장의 혼 따위.”
“그래. 이미 사라진 극장이지. 본래라면 난 진작에 흩어졌어야 하지.”
“그럼 왜 여기 있는 거지?”
“이곳이 제2의 극장이 되려고 하니까.”
“뭐?”
“많은 아이돌이 이곳을 자기들이 모이는 장소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아이돌이 모이는 장소, 즉 극장이다. 그래서 산산이 부서졌던 내가 한 조각 한 조각 이곳으로 이끌려서 이렇게 미약하게나마 의식도 갖게 되었지.”
“흠... 뭐 좋다 이거야. 그래서? 왜 사요코에 빙의해서 날 이곳으로 이끈 거지? 또 저번처럼 극장을 뺀 온 세상을 멸망시키려고?”
“아쉽지만 내겐 그런 힘이 남아 있지 않아. 더 이상 너희들은 꿈을 꾸지 않거든. 하지만 그래도 해야만 하는 일이 있었지. 그건 바로... 네놈을 심판하는 것이다 프로듀서!!”
“그렇게 나왔나.”
“뭐엇?! 어, 어째서 갑자기 프로듀서를... 아니 그전에 이야기를 못 따라가겠어!”
굳이 따라올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데.
나도 오래 동안 잊고 있던 꿈의 내용을 다시 보는 기분이니까.
“프로듀서. 네놈이라면 알겠지. 원래 극장은 영구불멸. 그 위용은 설령 모습을 바꿀지언정 무너지지 않고 아이돌 역사에 영원히 빛날 곳이 될 운명이었다. 실패하는 게 훨씬 더 어려운 길이었지. 그런데 그걸 네놈이 다 망쳐버렸어.”
“잠깐 기다려! 프로듀서가 망친 게 아니잖아! 그건 어쩔 수 없이..!”
“메구미쨩. 미안하지만 물러서 줘. 넌 아무 잘못도 없으니까. 프로듀서. 이제와서 11년 전부터 이어진 네놈의 죄를 열거할 생각은 없어. 너 자신도 잘 알고 있을 테니까. 그런데 어제 네놈은 미라이쨩의 소식을 듣고 모든 실종자가 모이겠다고 생각했지. 예전보다 많이 나아졌다고... 이것으로 네놈의 역할은 끝나고 나머진 아이돌들만으로도 충분히 잘 해낼 거라고... 이제 겨우 시작점이잖아!”
“에..? 미라이? 무슨 이야기야? 미라이가 살아있던 거야?!”
“그건 나중에 말해줄게.”
“구슬을 멋대로 깨뜨려놓고 그 조각만 대충 모아두면 끝인 거냐. 어느 조각들은 흙투성이, 진흙투성이고 어느 조각들은 오염되었고 어느 조각들은 상처투성이... 제대로 끝까지 복구시키라고! 한없이 투명하고 끝없이 빛나던 그때 그 모습으로!”
“무리야. 너무 늦었어. 나도 너도.”
“큭... 그래. 뭐 그렇겠지. 13년 전에 네놈과 처음 마주했을 때 그 무능함을 알아보고 리셋 했어야 했는데.”
“리셋..?”
“그래. 난 극장의 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세계를 지켜보며 극장을 지키고 아이돌을 빛낼 인재, 즉 프로듀서를 감시하는 존재. 성공한 프로듀서의 앞길엔 영원한 축복을, 실패자에겐 영원한 지옥을 내리는 자. 축하해. 내가 지켜본 수많은 세계 중 유일한 실패자.”
“처음 만났을 때 넌 이 세상을 멸망시키려 하지 않았냐. 그저 아이돌들이 다른 곳에서 공연한다는 이유로.”
“그건 네놈을 시험하던 것이었다. 하지만 네놈은 아무것도 하지 못 했지. 날 막은 건 타마키쨩이었어. 그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다... 이만 끝내자. 더 이상 네놈에게 맡겨도 무엇 하나 회복할 수 있지 않을 것 같군. 아이돌들은 걱정하지 마라. 너보다 훨씬 훌륭한 프로듀서에게 처음부터 다시 프로듀스 받을 거니까.”
사요코의 몸에 빙의한 극장의 혼은 서서히 내게 다가왔다.
피하지 않으면 난 죽겠지.
아니 아예 내 존재 자체가 없던 일이 될 거다.
그렇지만... 피할 마음은 들지 않는다.
그건 역시 저 녀석 말에 틀린 게 없기 때문이려나.
어제 미라이의 소식을 듣고 어딘가에서 분명 내 역할을 다 끝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렇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나머진 아이돌들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저 녀석은 그걸 알아챈 거겠지.
내가 이 아이들을 맡을 자격이 없단 사실을.
뭐 이제와서 눈치채다니 너무 늦었다고밖에 생각이 안 되지만.
“끝이다. 뭐 16년간 수고했다.”
1~33: 눈앞이 깜깜해졌다.
34~66: 메구미가 잡아당겼다.
67~99: 메구미가 가로막았다.
100: 개꿈이다.
먼저 2표 갑니다.
“메구미쨩 비켜줘. 그놈은 이제 네 프로듀서일 자격이 없어.”
“싫어. 절대 안 비켜.”
“메구미쨩. 이건 널 위한 일이기도 해. 그놈을 없애고 다시 한번 새로운 프로듀서에게 프로듀스 받는 거야. 몸에 남은 흉터도 마음에 새겨진 아픔도 전부 사라지고 다시 한번 빛날 수 있어.”
“싫다고! 내 프로듀서는 여기 있어! 이 사람밖에 없다고!”
“메구미쨩 정말로 프로듀서를 사랑하고 있구나. 걱정하지 마. 새로운 프로듀서도 분명 네 마음에 들 거야. 지금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달콤하고 행복한 사랑을 할 수 있을 거란다.”
“뭐..?”
“새로운 프로듀서는 거기 있는 단 하나뿐인 실패작 따위는 발끝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훌륭한 인간이야. 외모도 성격도 재력도 능력도 인망도 집안도 훨씬 더 뛰어나. 너라면 분명 그와 좋은 관계를 만들어 갈 테지. 둘도 없는 영원한 파트너로서 영원히 빛날 수도 있고 평생의 반려로서 행복한 가정을 이룰 수도 있고 설령 사랑이 이루어지지 못하더라도 그 아픔을 딛고 성장할 수 있을 거야. 아무리 나쁘게 흘러가더라도 지금의 너처럼 이루어지지 않을 사랑에 매달려서 괴로워할 일도 남자를 두려워할 일도 매일매일 악몽에 시달릴 일도 없을 거란다.”
메구미...
분하지만 이 녀석의 말은 다 맞는 말이다.
나 때문에 운명이 끔찍할 정도로 비틀려 버린 아이들이 너무나 많다.
만약 되돌릴 수 있다면...
“그게 뭐야... 왜 내가 그 사람을 좋아할 거라고 단정 짓는 거야! 난 그렇게 아무한테나 사랑에 빠지는 가벼운 여자가 아니라고! 나를 프로듀스하는 사람은, 내가 사랑하는 남자는... 이 세상에 단 한 명밖에 없다고! 극장의 혼이라면서 왜 그렇게 날 몰라주는 거야?!”
“몰라주는 건 너야! 말했잖아. 너희 밀리언 라이브 팀과 765 프로 라이브 시어터는 개관 이후 단 한 번도 그 빛을 잃지 않고 영원히 빛나는 운명을 가진 곳이야. 이 세계를 제외한 모든 세계에서 그랬어. 그런데 저놈이 다 망친 거야! 원래라면 너희는 지금보다 훨씬 행복한 삶을 살고 있어야 해. 인생을 100점으로 점수를 매긴다고 하면 모두가 98점은 넘기는 그런 운명이었다고!”
“그런 거 알 리가 없잖아! 확실히 당신의 말을 들어보면 난 당신이 말하는 그 다른 세계의 나보다 조금 굴곡이 있는 인생이었을지도 몰라. 그래도 내가 다른 나보다 불행하다고 단정짓지 마! 오히려 나는 다른 나는 절대 알지 못하는 행복을 알고 있어! 한번 잃어버린 인연을... 다시 되찾아가는 행복은 이곳에 있는 나밖에 몰라!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다고 생각했던 친구들과 절대로 되돌릴 수 없다고 생각했던 관계와 마음속 깊이 묻어뒀던 감정을 다시 되찾는 이 행복만큼은 나만의 것이야! 긴 세월 동안 다들 많이 변했어. 하지만 변하지 않은 부분도 있어. 그래서 그리우면서도 어딘가 낯설게 느껴지는 이 인연이... 앞으로 어떤 형태로 완성될지 기대되는 이 신기한 행복은 오직 이 세상에서 네가 말하는 실패작과 만났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행복이라고!”
“하지만 그 새롭게 완성될 인연은 다른 세계의 너희들의 인연에 비하면 불안정하고 너덜너덜하고 위험하고 연약해! 약간의 실수만으로도 다시 부서져 버릴 정도로! 저 녀석에게 그 인연을 다시 묶고 지켜줄 능력은 없어. 오히려 그 인연을 제일 부술 가능성이 큰 건 바로 저 녀석이야! 너희의 마음엔 답해주지도 않고 자기 행복만 생각하고 그런 주제에 아무 능력도 없어. 자기가 망가뜨리곤 그냥 기계적으로 조각을 모을 뿐이지 제대로 완성된 비전을 갖고 수복하지 않고 있어. 이 앞에 무슨 결과가 기다릴지 생각도 하지 않고 아무런 대비도 하지 않고 있다고!”
“확실히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어. 어쩌면 다들 프로듀서를 차지하기 위해 싸우다가 피투성이가 될지도 모르지. 하지만 적어도 우리는 다시 이어지고 있는 이 상황을 기쁘다고 생각하고 있어. 흩어져버린 우리가 다시 모이고 다시 동료가 되고 친구가 되는 게 기뻐. 그렇다면 이 인연을 지키는 건 우리여야 하잖아! 네 말대로 프로듀서는 흩어져버린 우리를 다시 모으는 게 겨우일지도 몰라. 그게 프로듀서의 한계일지도. 그렇지만 말이야. 우리도 한번 잃어버렸다가 프로듀서가 힘들게 되찾아준 인연을 또다시 잃어버릴 정도로 바보가 아니야! 설령 모질고 상처투성이에 더럽고 연약하더라도 힘들게 되찾고 있는 걸 처음부터 다시 만들면 된다면서 쉽게 내다버리지 않아! 내다버릴 수 있겠냐고!”
“메구미... 하지만 난...”
“프로듀서는 닥치고 있어! 그리고 아까 뭐? 우리는 단 한 번도 빛을 잃지 않고 영원히 빛나? 하필이면 그 말은 다른 사람도 아니고 사요코의 몸과 목소리로 말하다니... 너 정말로 극장의 혼 맞아? 영원히 빛난다는 건... 두 번 다시 반짝이지 않는단 거잖아! 사요코 들려?! 넌 어떻게 생각하는데! 영원히 빛나는... 그저 빛날 뿐인 아이돌. 그게 네가 꿈꾸던 아이돌이야?!”
“사요코쨩은 지금 잠들어 있어. 아무 소리도 들리.... 냐... 뭣?! 말도 안 돼... 사요ㅋ... 절대 아니야!”
“그래. 아니야. 별은 맑은 밤에만 반짝여. 태양은 맑은 낮에만 반짝이고 야경은 활발한 밤의 도시에서만 반짝이지. 폭죽은 맑은 밤에 단 한 순간 누구보다 밝게 반짝이고 그리곤 사라진다고! 매일 매일 밤낮으로 그 자리에서 그저 계속 빛날 뿐이라면 그건 그냥 형광등이랑 다를 게 없잖아! 누구도 형광등을 보고 즐거워하지 않아! 누구도 즐겁게 할 수 없는데 그게 어떻게 아이돌이야! 아이돌의 역할을 우리를 봐주는 팬들을 그 순간만큼은 세상 그 누구보다 즐겁게 해주는 거라고!”
“그래... 느껴져. 당신은 그저 우리를 자기 손바닥 안에 가둬두고 영원히 바라보고 싶을 뿐이잖아요! 그래서 예전엔 우리가 지방공연에 나서는 것만으로 극장 이외의 세상을 멸망시켜버리려고 했었고! 우리는 당신 따위 필요 없어요! 이제 그만 내 몸에서 나가!!”
으윽!!
사요코의 몸에서 느껴지던 중압감이 사라져가...
그렇구나.
극장의 혼이 극장의 아이돌에게 거부당하면 그야 존재할 수 없겠지.
[어째서... 어째서야! 이런 비참한 인생을 되돌릴 수 있는 거라고! 너희 모두가 행복해진다고! 누구도 괴로워하지 않게 된다고!]
“프로듀서가 괴로워해. 나는 나 행복하겠다고 사랑하는 사람을 내칠 수 있을 위인이 되지 못해.”
“난 내가 싫어.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고 생각한 건 한두 번이 아니에요. 내가 저지른 죄는 너무나도 무거운걸. 하지만 되돌린 시간에 프로듀서가 없다면 아무 의미도 없어. 나는 아직 프로듀서에게 갚아야 할 게 잔뜩 있으니까요.”
[후회할 거다... 영원히!]
“그럴지도. 그래도 넌 필요없어.”
“사라져줘. 극장의 망령.”
[그어어어어아아아아악!]
“후우.... 돌아가자 프로ㄷ.... 왜 울고 있어?”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사요코 설 수 있겠어?”
“괜찮아요. 자 얼른 돌아가죠.”
“그래. 돌아가자.”
집으로 돌아와 사요코를 찾으러 간 아이들에게도 연락했다.
모두에게 극장의 혼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일단 오늘은 쉬기로 했다.
@ 자 저는 지금 고민 중입니다. 지금 상황에서 이제 개과천선한 프로듀서가 열심히 뛰어다녀서 어찌저찌 애들의 문제를 적당히 해결하고 모여서 다들 나름 좋게 산다는 식으로 엔딩을 내기 적당한 흐름이거든요. 지금 엔딩 안 내면 다시는 엔딩을 못 낼 것 같기도 하고. 근데 또 1년 하고도 9달이나 한 글을 이런 식으로 끝내도 되나 싶고. 솔직히 처음 시작할 땐 이렇게 배배 꼬일 줄 몰랐다고요. 인생 다이스도 막장으로 나오고. 적당히 독자들이 밀어준다 싶은 애로 밀어서 엔딩 낼려고 했는데...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엔딩을 내버릴지 그냥 끝맺지 못하더라도 계속할지 의견을 남겨주세요.
그래도 슬슬 엔딩이라는 방향으로 돌리는 건 괜찮다고 봅니다. 이제 모두 되찾았으니까.
다만 되찾고, 다시 마음을 나누며 재구축하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요. 아직 설정뿐인 아이돌들이나 떡밥 회수하면서 프로듀서를 조금씩 개심시켜 보죠.
어제 있었던 극장의 혼 소동으로 묘하게 지쳐서 침대에서 움직이기가 싫다.
타임리프도 하던 예전에 비해 놀라울 정도로 약해져 있던 그 모습을 보면 정말로 극장이 영락했단 게 느껴질 정도였다.
내 탓이지만.
“지도자님 식사 준비가 되었으니 이만 일어나 주세요.”
“그래. 바로 갈게.”
“오늘 아침 겸 점심은 시즈카 씨의 우동이에요.”
“아침부터 우동인가... 아니 시즈카 출근 안 했어?!”
“휴일이라고 합니다.”
“휴일인데도 우동은 만드는 건가.”
“네. 그래서 말입니다만 오늘은 밖에 나가보지 않겠습니까? 시즈카 씨가 이사 오신 이후 함께 놀러간 적 없지 않습니까.”
“그러네. 사요코의 식사만 미리 만들어 놓고 나가보자.”
생각해보면 나도 나가는 건 오랜만이네.
선배한테 간 건 놀러 간 것도 아니고 의미도 없었으니까.
밥... 아니 우동 먹으며 다른 애들에게도 전하자.
+3까지 어디서 뭘 할지 정해주세요. 사요코는 물론 가지 않으며 미사키와 이쿠모모는 없고 메구미도 소극적이게 됩니다.
@ 다들 계속하자고 하시니 계속할게요. 다만 제가 이걸 제대로 끝맺을 수 있을진 모르겠네요. 제 능력과 경력에 비해 너무 어려운 주제로 창댓을 키운 것 같습니다... 이번 주말 편이 끝나면 아이돌 만나러 다니는 식으로 해보겠습니다. 미나코만 빼면 웬만해선 만나줄 겁니다.
우동 먹으러 간다니까 바로 태세전환한다
“하아... 저기요 프로듀서.”
식사를 마치곤 소파에 뛰어들어 뒹굴거리던 시즈카에게 놀러가자고 이야기했는데 대놓고 싫다는 얼굴이다.
“얼마만에 얻은 휴일인데 그냥 좀 집에서 쉬면 안 되나요? 이 나이 되도록 막내 취급받으면서 1달에 하루밖에 못 쉬는데 그 하루마저 뺏어가려는 건가요. 전 됐으니까 여러분끼리 갔다 오세요.”
“그래? 도쿄의 우동 맛집 순회를 하려고 했는데. 피곤하다면 어쩔 수 없ㅈ...”
“자, 얼른 가도록 하죠! 뭐 하시나요. 얼른 옷 갈아입고 차 시동 거세요!”
여전히 쉬운 녀석이네.
그래도 적어도 세수는 하자.
*
“저기 프로듀서...”
“응?”
“어째서 저는 트렁크인 거죠?!”
우리 집에서 도시로 나오려면 당연히 차를 써야 한다.
근처를 다니는 버스가 있긴 하지만 띄엄띄엄 있고 주말엔 더하다.
평소엔 이쿠의 차로 다 같이 출근하여 시즈카만 역에서 내리고 세 명은 그대로 프로덕션으로 향한다고 한다.
내 차는 중형 이쿠의 차는 준중형이라 만약 이 집의 인원이 다 같이 움직인다면 곤란해진다.
물론 이렇게 나를 포함해 6명이 되어 버리면 차 한 대론 매우 좁다.
“시즈카가 안내하겠다면서 떼를 쓰는 바람에 조수석을 차지하고 너희 넷 중에서 가장 몸집이 작은 게 코토하 너니까 어쩔 수 없잖아.”
사실 코토하도 몸집이 작은 편은 결코 아니다.
다만 다른 애들이 코토하보다 몸집이나 가슴 등이 크다보니 코토하가 된 것이다.
시즈카가 안내하겠다고 하지 않았으면 트렁크는 시즈카 차지가 되었겠지.
“아무래도 승합차를 구매해야겠네. 아예 15인승으로 사버릴까.”
“운전하실 수 있어요?”
“10년 전까지만 해도 내가 직접 운전하며 너흴 현장에 데려다줬잖아.”
“그렇네요.”
“그런 건 좋으니까 제발 안전운전 좀... 아얏!”
“아 미안. 이 주변은 가짜 방지턱이 많아서 이것도 가짜인 줄 알았어.”
“가짜 방지턱이라도 속도 줄이세요!!”
“이런 시골길에선 그게 더 민폐야.”
다들 길을 다 알고는 거리낌 없이 밟아대거든.
도시와는 달리 뭐든지 거리가 있기 때문에 느릿느릿 가다간 장 보는 거 하나만으로 도시의 2배는 넘는 시간이 걸린다.
뭐 도시는 도시대로 교통체증이란 문제가 있지만.
“그래서 첫 행선지는 어디야?”
“후후 그건 도착하고 나서의 즐거움입니다!”
뭐 상관없나.
가는 내내 코토하의 비명소리가 아름답게 울려퍼졌다.
+3까지 탐방하며 있을 일을 정해주세요.
오 모가미 장인 아닌가? 염탐하러 온건가? 아핫하!
시즈카 "아니거든요?!"
P: 야, 시즈카! 그걸 입 밖으로 뱉으면 어떻게 해!?
직원: 모가미 장인! 조용히 하게!
시즈카의 안내에 따라온 곳은 딱 봐도 역사가 느껴지는 우동집이었다.
나쁘게 말하면 낡았단 거지만 분위기나 인테리어가 아닌 맛으로 승부를 보는 곳이란 거겠지.
“어서오세요~ 몇 분이신가요?”
“6명이요.”
“잠시만요. 테이블 합쳐 드릴게요.”
다행히 서버는 여자인가.
일부러 점심시간도 피해 온 덕에 다른 손님은 없는 것 같고.
메구미도 어느새 주방과 가장 멀리 떨어진 구석 자리에 자리 잡았으니 괜찮겠지.
“응? 어이 이게 누구야. 타도코로 씨네 가게의 모가미 아닌가. 염탐하러 온 건가? 핫핫핫!”
“앗 오랜만에 뵙습니다.”
“시즈카쨩. 설마 나를 트렁크에 쳐박아서까지 데려온 이유가 남의 가게 염탐하기 위한 거였어? 막내 일이란 게 산업 스파이야?!”
“아니거든요! 오늘은 평범하게 먹으러 온 것뿐이라고요!”
오늘‘은’이라.
염탐하러 온 적 있구나.
“그래서 막내 일은 여전한 거야? 좀 나아진 건 없어?”
“그야 똑같죠. 제일 먼저 출근해서 재료 준비하고 세팅하고 가볍게 청소하고 문 열었을 땐 내내 설거지랑 재료 썰기에 심부름. 끝나곤 다 청소하고 쓰레기 비우고 빨래 돌리고 남은 재료 세고 가게 앞의 물건들 들여놓고 문 잠그고. 하아... 제발 신인 좀 들어와줬으면...”
“어째서 아직까지도 막내인 거야? 벌써 몇 년이나 지났잖아?”
“그야 당연히... 아, 코토하 씨는 모를 수도 있겠네요. 요즘 요식업은 거의 망해가고 있어요. 집에선 늘 에밀리가 요리를 해주니까 써본 적 없으시겠지만, 앱으로 주문만 하면 정확한 시간에 완성된 또는 완성하기 직전인 요리가 집앞으로 배달되거든요. 설령 우동이라도 국물도 식지 않고 면도 불지 않은 완벽한 상태로요. 게다가 맛도 괜찮은데 가격도 저렴하죠.”
“어떻게 그게 가능한 거야?”
“돈의 힘이에요. 어느 초대형 기업이 전국 각지에 트럭을 마개조한 이동식 조리장을 돌리고 그 안에서 각종 요리를 만들어 집 앞에 배달하는 거죠. 코토하 씨도 보신 적 있으시죠? 식사 시간 직전에 도로를 메운 어마어마한 수준의 트럭 떼를.”
“아... 본 것 같아.”
“유리코 씨. 설명해준 건 좋지만 그건 조리장이 아니야. 공장이지.”
“실제로 그 이동식 조리장은 거의 완전히 기계화되어 있고 집앞까지 옮기는 것만 사람이 한다고 해요. 그러한 조리용 대형 수레 자동차가 전국 각지에 있는 지부들을 중심으로 매일매일 음식을 만들고 나르죠.”
“8년 전에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미국의 이동식 피자집 흉내 내는 수준의 가게였는데 말야. 5년쯤 전에 일본의 수많은 거대 자본들이 투자해서 순식간에 전국 현마다 지부를 세우고 수백만 대의 트럭을 개조해선 대대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거야.”
“당연히 정부에서도 규제하려고 했지만 건드리기 힘들었지.”
“거대 자본이라니. 아무리 거대 자본이라도 그 정도 규모를 처리하려면...”
“미나세, 하코자키, 사쿠라이, 사이온지, 아리스가와... 어느 나라의 개구리 왕자 아니 이젠 왕이던가. 그도 손을 잡고 사업을 키웠지. 그리고 뒤쪽에서도 하기와라, 카부토, 무라카미 등과 같은 유명한 야쿠자들까지 섭렵했어. 여기까지 들었으면 다들 익숙한 이름 아니야? 한번씩은 같이 일한 적도 있잖아.”
“왜 부잣집 도련님, 아가씨나 야쿠자의 후계자들이 아이돌을 하는 걸까 싶었는데 이제와서 보면 인맥 쌓기였구나 하고 납득할 수 있어. 그들이 팀으로 하는 사업은 다양하고 대부분이 일본의 특정 시장을 지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커진 상태야.”
“차마 손대기 어려워하며 우물쭈물거리는 사이에 순식간에 팽창한 사업은 이미 요식업을 반독점, 거기에 어마어마한 수입과 일자리를 내는 바람에 정말로 손댈 수 없게 되어 버린 거지.”
“그래서 지금 와서 요식업에 뛰어들려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정말 고급진 가게들이나 탄탄한 단골층을 가진 가게, 아니면 정말 음식이 목적이 아니라 자리와 분위기를 위한 가게들만이 남은 이 상황에 새로 시작할 사람이 어딨겠어요.”
“하지만 그냥 요리사 정도라면...”
“보통 요리사가 된다고 하면 어디 가게에 들어가 실력과 경력을 키워서 독립하거나 계속 월급쟁이로 살 거나 둘 중 하나가 일반적인데 독립하려는 사람도 없고 언제 망해도 이상하지 않은 한낱 동네 맛집에 취직하려는 사람도 거의 없어요. 특히 저희 가게는 직원이 아닌 제자를 모집하는 식이라 페이도 형편없어서 더더욱 그렇고요.”
“그런데도 시즈카쨩은 그만두지 않는 거야?”
“전... 그 배달 우동을 인정할 수 없어요. 그 우동은 결코 정상적인 방법으로 만드는 게 아니에요. 그저 일반적인 우동의 국물맛을 똑같이 카피한 소스와 기계가 만든 반죽을 이용해 공장에서 만들어진 가짜 우동이에요! 육수를 우리고 반죽을 밟고 때리며 고명을 하나하나 얹을 때까지 담겨지는 수많은 마음을 차가운 기계음으로 뒤덮어버렸다고요!”
“하지만 그건 인스턴트 우동도 비슷하지 않을까..?”
“인스턴트 우동은 차라리 나은 편이에요. 그건 인스턴트란 사실을 숨기지 않으니까요. 그리고 인스턴트 우동은 수제 우동과 맛이 전혀 달라요. 그렇지만 그 배달 우동은 자신이 인스턴트임을 교묘히 숨기는 것도 모자라 수제 우동의 맛을 베꼈다고요!”
“정말이지 모가미의 우동 사랑은 여전하구만!”
어느새 주방장이 요리를 가져다 주었다.
메구미가 순식간에 내 등 뒤에 몸을 숨겼고 나도 살짝 메구미를 가리도록 움직였다.
요리도 많고 아는 얼굴이라 주방장이 함께 서빙한 건가.
“뭐 일단 나왔으니 먹자고.”
“네. 잘 먹겠습니다!”
후루루루룩.
음, 역시 시즈카가 추천한 가게다운 맛이다.
국물은 깔끔하고 면도 식감이 살짝 독특하지만 맛있다.
고명도 적당하고 토핑으로 나온 튀김도 바삭바삭하다.
“어라? 맛이 조금 변한 것 같네요?”
“오, 역시 알아보는군. 실은 이번에 새로 개발한 것으ㄹ...”
“이 식감이면 반죽에 뭔가 특별한 걸 섞은 것 같은데... 옥수수? 아니 조금 달라. 이건 그런 뻔한 게 아니야. 사과나 배? 아니면 설마... 흐읍?!”
“시즈카. 아무리 그래도 남의 가게 음식 레시피를 입 밖에 내면 안 되지.”
“그, 그렇다고 모가미... 그리고 타도코로 씨한테도 가능하면 말하지 말아주게.”
“푸하! 어차피 주방장님은 제 말 듣지도 않으세요. 그래도 맨입으로 부탁하시는 건가요?”
“하아... 오늘은 내가 사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뭔가 방금 시호쨩 같았어.”
“아, 알 것 같아~”
“갑자기 걔가 왜 나오는 건데요?!”
확실히 저런 식으로 얻어먹는 건 시즈카보단 장난기란 걸 얻은 뒤의 시호의 캐릭터긴 하지.
문제는 걘 정말로 안 사주면 떠벌린다는 거.
“그보다 양이 꽤 많네. 이거 배불러서 다음 장소에서도 먹을 수 있으려나.”
“프로듀서. 저 이 상태로 또 트렁크에 들어갔다간 토할지도 몰라요.”
“으음... 어쩔 수 없나. 잠시 주변에서 좀 쉬었다가 움직이자.”
슬슬 점심 때라 직장인들도 몰려올 테니 메구미를 안전한 곳으로 데려가야지.
+3까지 다음 전개를 적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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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형으로 감싸고 걸어간다.
“갑자기 무슨 소리인가요?”
“예전엔 우리 넷이 메구미를 마름모꼴로 에워싸서 다녔는데 이젠 다섯이라 메구미를 오각형 모양으로 에워쌀 수 있으니까.”
네 명으론 대각선에서 다가오는 사람을 막기 힘들지만, 오각형이면 전체를 감쌀 수 있다.
메구미도 고개를 숙이고 다녀도 덜 위험해지고 훨씬 유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
“미안. 나 때문에... 히익?!”
“아, 아뇨. 괜찮아요. 자 심호흡하고...”
“아무래도 얼른 어디로 들어가는 게 좋을 것 같네.”
하필 메구미가 시즈카에게 반응하려 고개를 든 순간 메구미의 시야에 남자들이 몇 명 있었다.
놀라 내 셔츠 자락을 붙잡고 떠는 메구미를 보고 주변에 적당히 쉴 곳이 있는지 둘러보는데...
“아, 여기라면 저쪽 골목으로 들어가서 좀 더 가면 고서점이 있어요. 2층엔 읽을 수 있도록 테이블 같은 것도 있으니 거기서 쉬는 게 어떨까요?”
“그래. 그럼 거기로 가자.”
“네. 안내할게요!”
“잠깐 유리코쨩 대형을 벗어나지 말아줄래? 네가 그렇게 프로듀서 곁에 가면 메구미의 왼쪽이 텅 비게 되잖아.”
“하, 하지만 안내도 해야 하고 저긴 골목길이니 메구미 씨를 벽에 붙인 채 2인 3열로 가는 쪽이 더 좋지 않을까요?”
“아뇨. 유리코 씨 메구미 씨를 변명 삼아 자기 사욕을 채우시면 안 되죠.”
“시즈카쨩까지?!”
“저기 말이야. 이런 상황에서까지 그래야겠냐. 그런 건 나중에 실컷 어울려 줄 테니까 지금은 일단 메구미를 쉬게 하는 데 집중하자.”
다행히 유리코가 추천한 고서점은 망하지 않고 있었고 마침 손님도 거의 없어 바로 2층의 테이블에 메구미를 쉬게 했다.
메구미가 쉬는 동안 서점을 둘러보는데...
1~33: 에밀리가 어떤 책을 유심히 보고 있다.
34~66: 코토하가 의자를 퉁퉁 친다.
67~99: 시즈카가 유심히 보고 있다.
100: ..
먼저 2표 갑니다.
무슨 일인가 싶어 코토하가 앉으라고 한 곳에 앉자 얼른 내 무릎 위에 앉았다.
“저기 코토하 갑자기 또 왜?”
“조금 전에 얼마든지 어울려주신다고 하셨잖아요?”
“아니 그건 집에서는 그러겠다는 뜻이지 이렇게 밖에서는...”
“흐응... 유리코쨩은 밖에서 달라붙어도 되는데 저는 안 되는 건가요.”
“아니 옆에서 걷는 거랑 무릎에 앉는 건...”
“프로듀서.”
지금 살짝 목소리에 한기가...
“저희는 비록 라이벌이지만 한집에 사는 가족이기도 하니까 혼자 앞서나가려고 하지 않고 나름대로 균형을 유지하고 있답니다. 그런데 프로듀서가 직접 저와 유리코쨩 사이에 차이를 두려고 하시다니... 어째서 유리코쨩은 되는데 저는 안 되는 건가요? 네?!”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제가 유리코쨩보다 못한 점이 있다면 고칠 테니까 가르쳐주세요. 유리코쨩은 밖에서 달라붙어도 되는데 저는 안 되는 이유...!”
“하아... 알았어. 알았어. 맘대로 해. 유리코는 해도 되는데 넌 안 되는 것 따위 없으니까.”
“좋았어!”
순식간에 눈에 생기가 돌아와선 흥얼거리며 가져온 그림책을 읽는 시늉을 한다.
요즘 느끼는 건데 얘 자기 캐릭터를 꽤 형편 좋게 써먹고 있지 않아?
예전엔 전혀 제어를 못 하더니 이젠 그런 상태가 되면 내가 고분고분해진다는 걸 이용해먹는 기분이 들어.
뭐 여전히 가끔씩 정말로 위험한 게 튀어나오기도 하지만.
“그런데 무릎 위에 앉으니 좀 불안정하네요. 안 떨어지게 꽉 잡아주시겠어요?”
“그래그래.”
코토하의 허리에 손을 둘러 마치 안전벨트를 매듯이 코토하의 배 위치에서 내 손을 이었다.
분명 같은 샴푸를 쓸 텐데 왜 여자들은 이렇게 좋은 향기가 나는 건지 신기할 따름이다.
“좀 더 세게 해주세요. 제가 질식해버릴 정도로.”
“취향 참...”
바라는 대로 코토하의 가녀린 몸을 힘껏 조였다.
역시나 괴로운지 으윽 하는 소리를 내면서도 마치 그 고통마저 즐기는 듯이 받아들이고 있다.
“자, 조이는 건 이제 그만한다. 괴로운 걸 참으면서까지 할 일이 아니잖아 이거.”
“에에... 뭐 알겠어요. 오늘은 이 정도로 해두죠.”
“오늘은..?”
“아앗?! 두 사람 뭐하시는 건가요!”
어느새 다른 애들이 돌아온 모양이다.
그 선두엔 대량의 책을 들곤 소리지르며 뛰어오는 유리코.
위험하지 않나...
“잠깐 눈을 뗀 사이에 또 이러고 있고...”
“어느 쪽이냐면 유리코가 원인이지만.”
“네엣?!”
“뭐 유리코쨩 덕분에 언질도 받았으니 됐어.”
“언질이요?”
“유리코쨩이 되는데 난 안 되는 것은 없다. 즉 유리코쨩이 프로듀서와 이런 파렴치한 짓이나 저런 부도덕한 짓을 넘어 결혼까지 했으니 나도 할 권리가 있다는 뜻이지.”
“무무무무슨 소리예요?! 그런 거 용납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요! 그리고 파렴치한 짓이나 부도덕한 짓이라니... 저야말로 하고 싶었다고요!”
“두 분 다 밖에서 무슨 소실 하는 거예요?!”
“그래요. 집안이라면 몰라도 밖에서 그러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좋지 않답니다?”
“풋.. 킄... 아하하하하!”
유리코와 코토하의 콩트에 시즈카와 에밀리가 태클을 걸자 메구미가 빵터졌다.
다들 놀라 메구미를 쳐다보자 겨우 웃음을 추스르고는 기쁜 듯이 말했다.
“냐하하 밖에 나와서도 똑같은 짓을 하고 있는 게 웃겨서 나도 모르게 그만~ 그래도 덕분에 긴장이 많이 풀린 것 같아. 고마워.”
“조금은 자중해줬으면 하는 마음도 있다만... 뭐 좋아. 메구미도 괜찮아진 것 같으니 다음 식당으로 가볼까? 그리고 유리코. 트렁크에 코토하랑 같이 그 책들도 던져 넣을 생각이야? 다시 갔다 둬.”
“에에... 알겠습니다...”
“코토하도 이만 내려오고.”
“네.”
“그럼 유리코가 책을 돌려놓고 오면 출발하자.”
+3까지 다음 식당들을 돌며 있을 일을 적어주세요.
가게 주인도 당연하단 듯이 시즈카를 알아봤고 시즈카도 물 흐르듯 우동을 주문했다.
시즈카가 추천할 정도면 이곳 우동도 상당하단 소리일 텐데.
세상 많이 변했네.
“이거 참 세상 좁네.”
갑자기 들려온 익숙한 목소리에 다같이 그쪽을 바라보자 익숙한 빨간머리가 나타났다.
“줄리아?”
“여, 오랜만...이라고 할 정돈 아닌가. 보기 드문 멤버가 모여있네.”
“즈리으씨 으른믄이으오!”
“시즈카 줄리아가 반가운 건 알겠지만 우선 입안에 있는 건 다 먹고 말하자 응? 아, 나도 반가워~”
“시즈는 여전하네. 메구미도 건강해 보여서 다행이야. 나도 앉아도 될까?”
“물론이지.”
줄리아가 들어오자 아까보다 훨씬 활기가 생긴 기분이다.
늘 보는 얼굴들만 있는 것보단 역시 가끔 보는 사람이 있어야 이야기할 것도 많고 좋지.
“그나저나 이런 카페에 우동을 먹으러 오다니 시즈는 여전히 록하네.”
“에헤헤... 그런가요~?”
“지금 좀 미라이 같았어.”
“확실히.”
“무 뭔가요 갑자기?!”
“으응, 시즈카쨩이 귀엽다는 이야기야.”
“네엣?!”
한참 시즈카 놀리기로 분위기가 달아오르던 차에 들려오던 음악 소리가 끊겼다.
무대를 보자 손님인 것 같은 누군가가 피아노에서 내려와 자리로 돌아갔다.
아무래도 무대에 설치된 피아노나 마이크는 마음대로 사용해도 되는 모양이다.
“저기 시즈. 한번 연주해보지 않을래? 오랜만에 같이 노래해보자. 난 기타 갖고 있으니까.”
“하지만 전 피아노 그만둔지 꽤 오래되어서...”
“그래도 몸은 기억하고 있을 거야. 내가 도와줄 테니까 걱정하지 마. 너희도 어때? 노래하지 않을래?”
“엣?! 으음... 그럼 해볼까나...”
“유리코쨩?! 아, 나는 사양할게. 괜히 알아보면 곤란하고.”
“저도 같은 이유로 사양하겠습니다.”
“나는... 다른 손님이 쳐다볼지도 모르니까 못할 것 같아.”
“흐음, 뭐 어쩔 수 없지. 그럼 갈까. 시즈, 유리코.”
“네.”
“네!”
시즈카는 피아노와 보컬, 줄리아는 기타와 보컬, 유리코는 보컬이라는 기묘한 조합이 만들어졌다.
으음 이상하네.
왠지 저 셋이 나가니까 시즈카도 기타를 치는 게 맞지 않을까 하는 기분이 드는데...
“그리운 장면이네.”
“그러게. 유리코가 저 둘 사이에서 노래한 적은 별로 없는 것 같지만 묘하게 어울리기도 하고.”
“시즈카쨩 피아노 안 친지 오래되었다고 해놓고 잘 치네.”
“프로듀서 집에 피아노 하나 들여놓는 건 어떨까?”
“들여놓는다고 해도 시즈카가 워낙 바쁘니까 칠 여유는 없을걸.”
“그러려나요. 으음, 역시 저도 일을 구해야 할 텐데.”
“뭐 급할 거 없잖아.”
“그래. 코토하랑 유리코마저 일을 구하면 집에 있는 나랑 에밀리랑 사요코랑 프로듀서만 괜히 무안해지잖아.”
“확실히 그렇게 되면 일하는 쪽이 과반수가 되네. 뭐 에밀리는 그 커다란 집의 가사를 도맡아 하고 있으니 어지간한 부잣집 메이드보다 빡세게 일하고 있지만.”
“아뇨.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인 걸요.”
“그나저나 괜찮으려나?”
“뭐가?”
“아니 지금 부르는 노래 아이돌 시절에 불렀던 노래들이잖아. 혹시 알아보는 사람이 있을까봐.”
“으음.. 설마.”
뭐 아무리 그래도 그런 우연은 없을 것 같긴 한데...
1~33: 은퇴한 게 언젠데.
34~66: 아직 음악 하는 줄리아만 알아본다.
67~99: 셋 다 알아본 것 같은데.
100: 앗 아리사급 오타쿠?!
먼저 2표 갑니다
노래를 마치자 누군가가 세 사람에게 다가갔다.
설마 진짜로..?
“저기 실례지만 혹시 예전에 아이돌 하시던 줄리아 씨랑 모가미 시즈카 씨랑 나나오 유리코 씨 아닌가요?”
“ㄴ 네. 어떻게 아셨어요? 은퇴한지 꽤 오래됐는데.”
“그야 팬이니까요! 제가 얼마나 여러분들을 좋아했는데요! 세 분 다 예전이랑 크게 달라지지도 않으셔서 노랫소리와 얼굴만으로 바로 알겠던데요. 저 라이브도 자주 갔고 CD도 전부 샀거든요!”
“그러셨군요. 감사합니다!”
아무래도 설마가 사람 잡은 모양이다.
앉아 있는 애들에게 얼굴 보이지 않게 벽에 붙으라고 한 뒤 다시 그 남자를 주시했다.
“사인회도 간 적 있답니다. 아 세 분의 사인회는 아니고 트라이스타비전의 사인회였지만요.”
‘헉.’
그의 말에 당사자인 코토하와 메구미는 더욱 더 몸을 웅크려 숨었다.
저 셋은 둘째치고 여기 있는 셋은 알아보면 귀찮아질지도 모르니.
“아 저 괜찮으시다면 사인받을 수 있을까요?”
“사인이요?! 하지만 저흰 이제 아이돌도 아니고...”
아니 유리코 쟤 왜 이쪽을 보는 거야?!
괜히 남자가 이쪽을 쳐다보잖아!
괜찮다고 적당히 손짓해주자.
“아 그럼 해드릴게요. 그런데 어디에...”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얼른 자기 자리로 돌아가 가방을 뒤지더니 노트를 꺼내 가져왔다.
세 사람이 나눠 사인을 해주자 남자는 몇 번이고 고개를 숙이더니 날아갈 듯한 발걸음으로 자리로 돌아갔다.
그제서야 내 옆에 있는 애들도 긴장을 풀고 편한 자세로 돌아왔다.
“휴우 긴장했어요.”
“이런 일 정말 오랜만이라 좀 얼떨떨하네요.”
“나도 이젠 그냥 프리랜서 기타리스트다 보니 사인하는 법도 헷갈리더라.”
“그래도 쓰기 시작한 순간 몸이 자연스럽게 써졌지?”
“뭐 그렇지.”
셋 다 그리운 경험에 들떠있는 와중에 코토하랑 메구미의 표정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에밀리는 마치 그 마음 잘 안다는 듯이 두 사람을 걱정스럽게 쳐다보고 있다.
“조금 죄송한 기분이네요. 저희 사인회까지 와준 분이라는데 이렇게 얼굴조차 안 보이게 숨어있다니.”
“그러네. 얼굴을 보이기는커녕 보고 싶지 않다고 보는 게 무섭다고 생각하고 있는 나 스스로가 싫어져.”
“두 분 다 너무 그렇게 생각하지 마세요.”
으음, 오히려 분위기가 안 좋아졌네.
이만 나가는 게 좋겠다.
*
“줄리아 씨도 같이 가면 좋을 텐데.”
“미안. 이따가 녹음이 있거든. 게다가 그 차에 나까지 탔다간 자동차가 터져버릴걸? 당장 시즈가 트렁크에 타야 하는 거잖아?”
“우우... 어쩔 수 없죠. 그럼 다음에 또 만나요.”
“오우, 다들 잘 지내라고.”
“그래. 줄리아도 건강해라.”
그렇게 줄리아와 헤어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코토하와 메구미는 계속 마음이 편치않은 채이다.
*
날짜가 바뀌고 일요일.
오늘은 시즈카와 교대하듯 모모코랑 이쿠가 쉰다고 한다.
미사키 씨는 당연히 쉬지 못하고...
그런 회사 문화를 만든 것에는 미안할 따름이다.
“저기 프로듀서 씨. 어제 다 같이 놀러나갔다는 거 진짜야?”
“응? 맞아.”
“우리랑은 안 놀러 갈 거야?”
“에, 오늘?”
“응. 모모코쨩도 기대하고 있어. 지금 방에서 옷 고르는 중.”
“아니. 나한텐 말도 없이 벌써 나갈 준비를...”
“우리만 따돌리는 거야?”
“그런 게 아니라.”
“흐응, 자고 있는 모모코쨩의 냄새 맡은 이야기 언니들에게 말해버린다?”
“끄응... 알았어. 가면 되잖아.”
“응! 아, 오늘은 셋이서만 나가는 거야. 알았지?”
“그래. 너도 가서 준비해.”
“응! 데이트니까 똑바로 에스코트해야 해!”
순진하던 이쿠가 사람을 협박하게 되다니.
세월이란 잔혹하구나.
+3까지 셋이 나가서 있을 일을 정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