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반 프로듀서
진행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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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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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밀리마스 시점에서 15년 후를 기준으로 하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밀리P로 AS의 P와는 별개인물입니다.
그냥 아이돌들의 미래의 모습을 쓰고 싶을 뿐이지 딱히 아내와의 관계회복이 목적은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미래시점의 일상물이에요.
AS 멤버들의 미래는 결정이 되어 있습니다.
밀리 멤버들의 경우 등장 앵커 혹은 이벤트로 출연하는데 주사위를 통해 어떤 인생을 살았는지 판정하게 됩니다.
다들 제가 짠 디폴트 인생은 있지만 앵커에서 지정하셔도 됩니다.
대신 인생의 굴곡은 주사위로 결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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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네. 몇년만이지.”
“애초에 오빠는 쇼핑 같은 거 즐기는 성격이 아니잖아.”
“뭐 그렇긴 하지. 그런데 오늘은 뭘 사려고 온 거야?”
“프로듀서 씨도 알다시피 우리는 다른 언니들과 달리 둘이서 1인실 하나를 쓰고 있으니까 수납공간을 좀 늘리고 싶거든. 옷장에 공간이 부족해서 아직도 박스에 넣어둔 옷들도 있고.”
“아예 옆방이랑 벽을 뚫어버릴까?”
“으응, 그렇게까지 할 건 없어. 옷장 하나랑 수납공간 많은 화장대 하나면 더 있으면 충분해.”
“흐음.”
이쿠가 모모코를 돌봐야 하기 때문에 다른 애들은 혼자 쓰는 방에 이층침대를 둬서 둘이 지내고 있다.
당연히 다른 애들보다 개인물건을 둘 공간이 부족하겠지.
“그럼 이번엔 옷장이랑 화장대, 그리고 거기에 넣을 옷이나 화장품 같은 거 사려는 거야?”
“그런 거지. 짐이 많을 테니까 오빠를 데려온 거고.”
“예이. 근데 옷장과 화장대는 배달해야 하잖아. 그게 올 때까지 짐은 어디에 둘 거야?”
“옆방이 빈방이니까 거기에 두면 돼!”
3층엔 아직 이쿠랑 모모코 밖에 없지.
2층에 유리코, 에밀리, 메구미, 시즈카, 코토하, 미사키 씨가 있고 4층에 사요코와 창고가 있다.
“응? 저건...”
“왜? 뭐가 있어?”
“저기 장난감 코너에 있는 거.”
“어디... 호법소녀 슈텐쨩..? 마법이 아니라 호법이야? 정말 바리에이션이 다양해졌네.”
“정말. 트윙클 리듬도 마법소녀인지 가면라이더인지 헷갈릴 정도의 배틀물이었는데 아예 마법에서 빠져나와 버렸네.”
“애초에 호법이란 거로 싸울 수 있어? 불교에서 살생은 금지잖아.”
“글쎄다. 적이 요괴고 부적이라도 날리는 거 아닐까? 아니면 오른팔에 구멍이라도 나서 다 빨아들인다거나.”
뭐 저런 건 깊게 생각하지 않는 게 상책이겠지.
트윙클 리듬도 그랬고.
“저기 프로듀서 씨. 창고에 아직 트윙클 리듬 의상 있어?”
“어? 있긴 하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지금 네 몸으론 초등학생 시절 옷은 못 입을걸?”
“역시 그러려나?”
“그럼. 유리코도 아마 자기 옷 못 입을걸?”
몇 번이고 말하지만 모모코는 키와 가슴이 2cm 커진 게 전부지만 이쿠는 키 158에 가슴 83이라는 어엿한 성인의 몸매로 자랐다.
타마키는 아예 밀리언 멤버 중 top 5에 들어가는 다이너마이트 바디가 되었고.
유리코도 키 5cm에 가슴도 7cm나 자라 키 159에 85의 가슴이다.
그나마 딱 달라붙지 않는 원피스형이라 유리코는 좀 무리하면 어떻게 들어갈 수 있을 가능성이 있다쳐도 이쿠는 도저히 못 입을 정도다.
“그래도 사이즈를 고칠 뿐이라면 나도 할 수 있다고! 그러니까 오늘 밤은 집에서 트윙클 리듬 부활이야!”
“괜찮겠어? 이쿠 저번에도 바느질하다가 손가락...”
“아아 모모코쨩 말하면 안 돼! 나도 그 뒤에 열심히 연습했으니까! 유리코 씨한테도 입어달라고 하고 아리사 씬 코토하 씨한테 대신 해달라고 하면 되겠지?”
“뭐 아리사와 코토하는 키도 별 차이 없고 가슴도 아리사가 더 크니까 사이즈는 큰 문제 없으려나.”
“그거 코토하 씨한테 말해버린다?”
“그건 좀 봐주라...”
“후훗, 그럼 오늘은 전부 오빠가 사는 거네?”
“그래그래. 원하는 대로 사.”
“앗싸~ 모모코 슬슬 새로운 백이 갖고 싶었어!”
“나도!”
“어이...”
“이제 점점 더워지니까 한여름용 옷도 새로 장만해야겠지?”
“아, 수영복도 새로 살까?”
“좋네~ 아, 가구점 여깄다!”
이거 참...
무서운 아이들이네.
+3까지 오후에 있을 일을 정해주세요.
혼나는 중이지만 오랜간만에 모모코가 예전의 모습을 되찾은거 같아 기분은 그렇게 나쁘지 않다.
모모코 "오빠?! 지금 무슨 생각 하고 있는거야?! 모모코가 혼을 내고 있으면 멍 때리지 말란 말이야!!"
이쿠가 수영복을 입고 나타나자...
모모코: ... 큿
셋이서 쭉 둘러보고는 가장 마음에 드는 걸 골라 입어보기로 했다.
그리고 먼저 나온 게 모모코였다.
“오빠 어때? 모모코한테 어울려?”
모모코가 고른 것은 당연히 비키니.
옅은 물색의 정석적인 비키니였다.
애초에 어려서부터 수영복하면 무조건 비키니만 골라왔으니 놀라울 것도 없다.
“응, 잘 어울려.”
“다행이다.”
그런데 묘하다.
나는 분명 비록 외형이 어리더라도 성인이 내뿜는 섹시함에 대해 잘 알고 있다.
당장 지금의 모모코는 16년 전의 코노미 씨랑 체형이 거의 비슷하다.
나이는 오히려 16년 전의 코노미 씨가 더 어린데도 16년 전에 코노미 씨가 비키니 그라비아를 찍던 때는 그 섹시함에 꽤 놀랐었는데 그때와 비교하면 이상할 정도로 모모코에게선 섹시함이 안 느껴지고 귀여울 따름이다.
역시 11살 때부터 쭉 보고 지낸 아이에게 그런 걸 느끼는 건 어려운 걸까.
“오빠? 무슨 생각하고 있어?”
“어? 아니 코노미 씨랑은 다르구나 해서.”
“코노미 씨..? 잠깐 오빠 그게 무슨 뜻이야? 모모코가 코노미 씨보다 못났다는 거야?!”
“아니아니 그런 의미가 아니라. 그 뭐냐. 예전의 코노미 씨처럼 비키니를 잘 소화해내는 게 대단하다는 뜻이야!”
“흐응~ 설령 그렇다고 해도 데이트 중에 다른 여자를 생각하는 건 매너 위반이라고. 그게 유부녀라면 더더욱!”
“미안...”
그래도 이런 식으로 모모코에게 혼나는 건 조금 그리운 느낌이다.
모모코도 조금은 활기를 되찾은 것 같아서 다행이고.
“오빠! 모모코가 혼내고 있는데 뭘 또 멍 때리고 있는 거야? 정말로 화낸다?!”
“또 혼나고 있어? 프로듀서 씨는 정말 혼나는 거 좋아한다니까.”
“아니. 좋아서 혼나는 게 아닌...”
이쿠의 말에 반박하려던 차에 이쿠의 모습에 그만 말을 잃었다.
섹시한 수영복의 대명사라면 무엇이 있을까?
슬링? 마이크로?
그딴 걸 현실에서 입고 다닐 사람이 어딨냐.
그래도 마이크로 직전 단계 수준의 비키니는 있지.
거기에 시스루까지 더하면 오히려 마이크로보다 섹시하기도 하다.
그리고 그것을 이쿠는 제대로 소화하고 있었다.
10살부터 지켜본 아이라도 어른이 되면 섹시함을 느낄 수 있단 사실을 오늘 깨달았다.
“큿...”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신체 스펙에서 나는 차이엔 주눅이 들 수밖에 없는 법인지 모모코가 그래도 그 사람보단 4cm나 더 가슴이 큰데다 컵으로 따지면 훨씬 큰데도 그 소리를 내고 말았다.
그나마 타마키가 없는 게 정말 다행이다.
“프로듀서 씨 어때? 어울려?”
“응. 이쿠도 엄청 잘 어울려. 그나저나 꽤 대담한 걸 골랐네.”
“무슨 소리야. 나도 이제 26살이야. 이 정도는 입어줘야지!”
으음...
그런 법인 걸까.
뭐 잘 어울리니 문제될 것도 없나.
“아 그래. 언니들 수영복도 사가는 게 좋을까?”
“그래도 사이즈 잘 모르잖아. 오빠 알아?”
“뭐 대충은 알지만 그래도 역시 직접 입어보고 고르는 게 좋지 않을까?”
“유리코 씨는 학교 수영복 같은 거 고를 것 같은데.”
“심한 편견이네... 애초에 너희 구구구형 학교 수영복 본 적도 없잖아?”
“꽤 자주 바뀌었구나 그거... 그런데 오빠는 본 적 있어?”
“나도... 촬영용 소품으로 본 게 전부지.”
후카가 잘 어울렸지.
코노미 씨도 잘 어울렸고.
서로 전혀 다른 의미로.
“그럼 언니들 수영복은 사지 말고 이번엔 속옷 사러 가자!”
“가자. 오빠가 가장 좋아하는 거로 입어줄 테니까 기대해!”
“아직도 살 게 남은 거냐. 짐이 이렇게 많은데.”
“당연하잖아? 아직 화장품 코너도 안 갔다고?”
정말 젊은 애들 체력은 대단해...
*
그후 한참을 돌아다니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문득 떠오른 생각.
이 둘이 그런 수영복을 산 걸 알면 다른 애들도 분명 수영복을 사러 가자고 할 텐데 문제는 그런 섹시한 수영복을 고른 이상 그 애들은 더 위험한 수위의 물건들을 사지 않을까 걱정되기 시작했다.
어쩌면 정말로 구구구형 학교 수영복 따위를 사려고 하는 애가 나올지도...
아니 설마 그러겠어.
그것보단 먼저 밤에 있을 트윙클 리듬 리턴즈를 위해 창고를 뒤져봐야지,
+3까지 밤에 트윙클 리듬 리턴즈에서 있을 일을 정해주세요.
유리코 "다시 돌아온 트윙클 리듬! 그와 함께 새로 나온 트윙클 릴리의 새로운 각성 형태! 이름하여 트윙클 릴리 인빈서블 아머!"
"..."
유리코 "...저기... 아무도... 반응을 안 보이시나요...? 이러시면... 오히려 제가 뻘쭘하잖아요..."
P "저기, 유리코. 비키니 아머같은 핑계 대지 말고 의상이 안 맞으면 그냥 옷이 이제 안 맞는다고 말을 해. 수영복만 입고 뭐하는 거야, 그게?"
유리코 "그게... 처음이랑 다르게... 지금은... 좀... 많이 부끄럽네요... 그러니까... 죄송해요오오오~"
P "네가 하기와라야?!"
여전히 안 나오고 있는 걸 보니 역시 수선이 힘든 모양이다.
뭐 당연하다면 당연한 거지.
슬슬 포기하라고 하려던 차에 갑자기 계단 위에 사람 그림자가 나타났다.
“업계에 넘쳐나는 악당 업괴인을 물리치기 위해 15년의 세월을 넘어 다시 한번! 트윙클 프린세스 재림!”
“그리고 다시 돌아온 트윙클 프린세스를 위해 기나긴 수행 끝에 손에 넣은 나 트윙클 릴리의 새로운 각성 형태, 이름하여 트윙클 릴리 인비서블 아머!”
“..............”
“...........”
“..........”
“................”
“저, 저기... 뭐라도 반응을 해주셨으면... 괜히 제가 더 뻘쭘하잖아요...”
“저기 말이야. 그냥 옷이 안 맞으면 안 맞는다고 해. 수영복 차림으로 뭐하는 거야. 비키니 아머란 느낌으로 어물쩍 넘어가려는 거야? 그리고 인비서블과 인비저블 어느 쪽으로 하고 싶은지 확실히 하라고. 인비저블이 목적이었다면 그나마 속옷차림이나 알몸으로 나오진 않았구나 하고 칭찬해줄게.”
“그게...”
“그 말이 맞아 유리코 씨. 그런 노출은 수영복 편이나 온천 편, 옷만 녹이는 촉수괴물 편 같은 서비스편에서만 해야 하는 거라고.”
“우우... 처음엔 가능할 것 같았는데 갑자기 엄청 부끄러워졌어요... 저기 그, 죄송해요오오..!”
“하기와라가 그 꼴을 보면 아우들 불러 모으겠다. 그리고 이쿠, 너도 딱히 남말할 처지는 아니잖아.”
“응?”
“결국 사이즈가 안 맞아서 위에는 오픈 숄더에 가슴까지 열어놓곤 그 위에 리본이라니 오히려 변태적이라고. 치마도 겨우겨우 팬티를 가릴 정도로 했나본데 이렇게 계단 밑에서 보면 안 입은 거나 다름없을 정도로 잘 보여.”
“우읏?!”
이쿠는 당황한 듯 치마를 손으로 내려보지만 어림도 없다.
오히려 원피스인 옷에서 치마를 잡아당기자 가슴 부분이 내려가 유두가 튀어나올 뻔했다.
역시 초등학생의 성장을 감당하기엔 무리가 있던 것이다.
“으으 프로듀서 씨는 변태! 성희롱 업괴인! 그런 못된 업괴인에겐 벌이야!”
“트윙클 릴리는 격침당했고 아리사는 아예 없는 상황에?”
“메, 멤버는 지금 보충하면 되거든! 트윙클 리듬 신멤버 선발대회를 열겠어! 새로 멤버에 들어온 사람들은 나랑 함께 저 성희롱 업괴인을 벌주는 거야!”
“이쿠쨩. 벌이라고 해도 뭘 할 건데?”
“내가 갖고 있는 프로듀서 씨의 온갖 흑역사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프로듀서 씨를 맘껏 가지고 노는 거야!”
“흑역사?!”
“아주 옛날 것부터 언니들이 아이돌을 그만둔 이후까지 16년간 잔뜩 쌓여 있다고! 우선 맛보기로... 여기 예전에 토모카 씨의 로리타 드레스 모습을 보고 어른이 나잇값 못하고 억지로 코스프레 하는 거 같다고 했다가 그 벌로 로리타 코스프레 당했을 때 은근히 귀여워서 거울 앞에서 포즈 잡으며 살짝 웃고 있는 프로듀서 씨의 사진!”
왜 그딴 게 있는 거야?!?!
분명 다들 퇴근한 뒤에..!
“참가할래!”
“나도!!”
“어른이 나잇값 못하고 로리타 코스프레...우우...”
“앗 사요코에게 불똥이?! 괜찮아! 사요코는 잘 어울려!”
“우우... 나도 해볼래. 프로듀서에겐 몇 달째 나한테 이런 꼴을 시킨 책임을 물어야겠어!”
“그보다 성인 남자의 로리타 복장보다 당시 16살이던 토모카 씨의 로리타 복장이 안 어울린다는 건 오빠가 대단한 건지 토모카 씨가 대단한 건지...”
“뭐 토모카쨩은 어려서부터 꽤 어른스러운 외모였으니까. 그래도 그때부터 외모가 바뀌질 않아서 지금은 꽤 어려보이는 쪽이잖아?”
객관적으로 보면 어려보이지만, 너희들 중에서 보면 얼굴에 나이 먹은 게 눈에 띄는 애는 없다는 게 문제지.
아니 그보다 저 정도 수준의 사진이나 영상 따위가 더 있는 거야?!
나... 어쩌면 정말로 이쿠에게 거스르지 못하는 몸일지도...
“우선 저 사악한 업괴인이 도망치거나 방해하지 못하도록 포박하라!”
오오오!
주말이 되면 자주 묶이게 되는 기분이 들어.
*
그 후 치열한 경쟁을 하며 서로가 유리코 혹은 아리사의 대타에 어울린다며 어필한 결과 새로운 트윙클 리듬이 결성되었다.
그 멤버는...
1~20: 사요코
21~40: 에밀리
41~60: 메구미
61~80: 코토하
81~100: 모모코
+2와 +3의 다이스로 정하고 +3까지 프로듀서의 흑역사에 뭐가 있을지 적어주세요.
만약 범위가 겹치면 콤마로 합니다.
안나한테 예전에 게임에서 져서 사이좋게 같이 진 선배 P하고 하루종일 짱구 극장판에서의 중성마녀 코스프레 하고 다닌 사진
그 후 보름 동안 극장에서 애슐리 취급 당함
이참에 프로듀서의 증언을 기반으로 각 아이돌들의 장점을 종합한 'P 입장에서 가장 이상적인 아이돌 이야기'를 하던 중
술에 취해서 무슨 헛소리를 들었는지 갑자기 P가 "웃기지마! 니들 전부 다 기준미달 이거든?!" 폭탄을 터트리면서 애들의 비밀을 죄다 폭로하다가 애들한테 실컷 두들겨맞았다.
솔직히 기준은 잘 모르겠다.
의상을 입을 수 있단 게 크게 작용한 걸까.
“그럼 프로듀서 씨를 데리고 방으로 갈까. 다른 사람들은 오면 안 돼!”
뉴 트윙클 리듬을 묶여 있는 날 의자채로 방으로 옮겼다.
그리곤 이쿠가 휴대폰을 뒤지더니 무언가 사진을 보여줬다.
“자, 이거 기억나? 프로듀서 씨들이 안나 씨랑 게임으로 승부했다가 졌을 때 벌칙으로 중성마녀 코스프레하던 거!”
“이건 또 왜 있는 건데?!”
“아 나 기억나. 우리 프로듀서는 엄청 싫어했는데 선배 프로듀서는 은근 즐겼었지.”
“모모코도 기억해. 아미랑 마미 씨가 두 사람의 그 아래쪽에 툭 튀어나온 부분을 놀리다가 실수로 만지는 바람에 코토하 씨가 공공외설물이라며 사무소에 가둬버렸었지.”
만져진 선배가 말하길 만진 게 아미여서 망정이지 마미였다면 섰을 거라나 뭐라나.
뭐 마미쪽은 만져도 그렇게 질색하며 방방 날뛰기보단 좀 다른 반응을 보였을 것 같지만.
그땐 두 사람 나이도 15살이었고 불법 소리 듣던 아미마저 조금 어른스럽게 변해가던 차였으니.
“우미 씨랑 같이 발레 추는 영상도 있어.”
“그건 또 어떻게 본 거야?! 왜 찍은 거야?!”
“왜 두 사람 다 아무렇지도 않게 우미의 페이스에 맞춰 턴을 할 수 있는 거야? 우리도 우미의 페이스에 따라가는데 꽤 오래 걸렸는데...”
“아니 모모코의 기억에 따르면 이 다음날 두 사람 다 근육통 때문에 사무소에서 기어다녔어.”
“여기 사무소에서 기어다니다가 치마 입은 시호 언니한테 밟히는 사진. 시호 언니의 팬티도 찍혔어.”
“이제보니 아리사의 카메라가 아니라 이쿠의 폰을 단속해야 했어..!”
“이거 아리사 씨가 준 사진도 많은데?”
“마츠다!!! 아니지 무라카와!!!!!”
“이때 시호는 17살이었지? 그런데 이런 어른스러운 속옷이라니. 난 17살일 때 이런 거 상상도 못했는데.”
“대신 사요코 씨는 훨씬 대담한 일도 잔뜩 했잖아?”
“그건 프로듀서 씨가 가져온 일이니까..!”
응 잘 어울렸으니까.
인터넷에서도 성실한 체육계가 이런 모습 하는 게 배덕감이 엄청나다고 호평이었고.
“그리고... 이거 애슐리 프로듀서 씨.”
“아, 이거.”
“어라? 프로듀서 씨 아무렇지 않아?”
“뭐... 옷 자체는 평범하게 남자 옷이니까.”
아이돌들이 남자처럼 츄파를 던지거나 데이트 신청을 하는 건 어렸을 때 몸 팔면서 침대에서 그 때의 나보다 20살은 많던 아줌마들의 입방정 듣던 거에 비하면 세이렌의 미성이다.
뭐 나름대로 새로운 경험이기도 해서 이렇게 보면 좀 부끄럽긴 해도 흑역사라 부를만한 것도 아니다.
“그럼 마지막. 어느 라이브 뒷풀이에서 아이돌들의 증언을 종합해 프로듀서 씨의 취향을 맞추던 영상.”
“응? 이건 뭐야?”
“프로듀서 기억 안 나세요? 정말 제대로 취했었군요,”
“그럼 영상을 보면 되겠네.”
이쿠가 보여준 영상은 분명 뒷풀이 같은데 기억이 안 난다.
애들의 모습을 보면 3주년 뒷풀이인가?
[프로듀서 말이야. 이렇게 많은 미녀에게 둘러싸여 있으면서 누구한테도 관심이 없단 태도란 말이지. 이쯤되면 오히려 우리가 매력이 없나 싶어져.]
[응응. 이상형이 확고한 걸까?]
[프로듀서 씨의 이상형... 아 전에 가사를 잘하는 여자는 좋다고 하셨어요. 집에선 자기가 가사담당이었다고.]
[가사인가. 뭐 그런 건 노력하면 누구나 가능해지고 솔직히 프로듀서 씨의 가사 스킬이 너무 높단 말이죠.]
[얼굴은 당연히 보겠지. 이렇게 아이돌에게 둘러싸여 있으면 커트라인도 상당히 빡빡할 것 같네.]
[저 예전에 우연히 프로듀서의 어머니 사진을 봤는데 아이돌 중에서도 그 정도 미인은 찾기 힘들지 않을까 싶었어요.]
[그럼 얼굴은 최상급이어야 하고... 몸매는? 풍만한 게 좋은지 슬렌더가 좋은지.]
[말씀하시길 가슴에 귀천은 없다고.]
[뭐 후카쨩도 코노미 언니도 섹시하다고 하니까.]
[잠깐 무슨 의미야?]
[그럼 다리파인 걸까요?]
[아니 그 논리는 좀 이상하지.]
[으음 프로듀서의 이상형을 찾을 수 없다면 일단 우리들 모두의 장점을 다 합쳐볼까?]
[장점을 합쳐?]
[응. 프로듀서가 칭찬한 적 있는 우리 39명의 아이돌에 미사키쨩의 장점까지 다 합쳐서 프로듀서가 바라는 가장 이상적인 아이돌을 추론해보는 거야. 그럼 대충 그림이 나오겠지.]
그 뒤로 내가 아이돌에게 한 온갖 칭찬과 감상이 튀어나왔다.
솔직히 말해 저기서 나오는 낯간지러운 칭찬들을 지금 다시 할 수 있냐고 하면
당연히 할 수 있다.
오히려 책으로라도 남기고 싶을 정도다.
플라스틱 코팅까지 해서 지구상에서 몇백년은 사라지지 않게.
“슬슬 나오겠네. 여기!”
“아, 이거 설마 그..?”
[웃기고 있네! 니들 저~~~~~언부 기준미달이거든! 니들 40명의 점수를 다 합쳐도 부족하다고!]
[헤에~? 우리 전원을 다 합쳐도 프로듀서 안중에도 못 들어간다? 흐응~ 얘들아. 연장 챙겨라. 저 건방진 놈 버릇 좀 고쳐놓자.]
[어..? 히끅. 우아왓?!!]
“내가 미쳤다고 저런 소리를... 도대체 나한테 얼마나 멕인 거야...?”
“코토하 씨가 정말 엄청나게 마시게 했었지 아마?”
“응, 그렇게 마시게 해서 뭘 노리고 있던 건진 모르겠지만 프로듀서가 저렇게 취한 건 저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을 거야. 그리고 저렇게 얻어맞은 것도.”
“뭐 그런 것보다 오빠? 저때로부터 13년이나 지났는데 어때? 지금의 모모코네는 저 기준을 넘어 섰어? 아니면 아직도 기준미달이야?”
“어... 넘어섰다고 하면 믿어줄 거야?”
“아니?”
“그래. 아직도 못 넘었어.”
“그러면 오늘도 좀 맞자.”
“잠깐 얘들아 아무리 그래도 프로듀서 씨를 때리는 건...”
“사요코 씨도 오빠한테 쌓인 거 있을 거 아냐? 지금 아니면 언제 이런 걸 하겠어?”
“어... 으응.... 그럼 조금만...”
“결국 때리는 거냐! 아악!”
“좀 조용히 맞기나 해!”
결과 전치 3일의 중상을 입었다.
*
날짜가 바뀌고 월요일.
6월이라 역시 덥네.
오늘부터는 집에만 있는 게 아니라 밖에 나가서 다른 아이돌들도 만나볼 생각이다.
극장의 혼이 한 말도 다 헛소리는 아니니 뭐라도 하긴 해야겠지.
누구를 만나러 갈까?
+3까지 만나러 갈 사람을 적고 굴려주세요. 가장 큰 값 갑니다.
저번에 선배가 있던 곳에 갔을 땐 다른 사람이 선배를 범하고 있던데 미나세 님은 그걸 눈뜨고 보고 있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들어서 찾아뵈었습니다.”
“호오~? 너 내 생각보다 사람 열받게 하는데 재능이 출중한 것 같다? 애초에 니가 걔들을 데려오지만 않았어도 일이 이렇게 되지는 않았다고!!”
쨍그랑!
미나세 님이 들고 있던 찻잔을 힘껏 테이블에 내려치자 그대로 산산조각나서 그 조각 중 하나가 내 뺨을 스쳐 지나갔다.
여기가 미나세 저택이라 망정이지 그냥 카페였다면 엄청난 소란이 되었을 거다.
“아가씨 괜찮으신... 꺄악?! 손님 얼굴에 피가..! 잠깐만 기다려주세요. 곧 구급상자 가져오겠습니다. 얘 여기 치워두렴!”
“뭐 이 정돈 별거 아닙니다.”
“아뇨. 손님의 얼굴에 상처를 만든 채 돌려보내는 것은 가문의 수치입니다. 다만... 당신이 다시 돌아가는 것을 허락받는다면 말이죠.”
순간 메이드의 눈이 차갑게 식었다.
뭐 우리의 모습을 보고 있었으니 미나세 님이 나한테 화났단 건 알 수 있을 테니 당연한가.
가져온다고 한 구급상자도 안에 총이 들어있을지 모를 일이다.
“아냐. 치료해줘. 내가 냉정하지 못했어.”
“알겠습니다.”
“제가 데려온 게 아니라 제가 끌려왔다고 하고 싶을 정도라고요. 도대체 어디서 이야기가 흘러서 그녀들의 귀에 들어가 저희 집에 도청기를 설치하게 된 건지. 뭐 생각할 수 있다면 타카츠키겠지만.”
“야요이가 그럴 리가 없잖아! 그 아이한테도 보여준 적 없었다고!”
“하지만 가능성이 있는 건 그녀밖에 없잖아요. 그리고 뭐 설령 타카츠키가 흘린 거라고 해도 그녀의 입장에선 죽은 줄 알았던 선배가 어쩌면 살아 있는 걸지도 모른다는 심증이었겠죠.”
“흥, 뭐 그건 지금 중요한 게 아니지. 더 이상은 정보가 풀리지 않기를 바랄 뿐이야. 그래서 내가 어떻게 지내는지 알고 싶다고 했던가? 최악이야. 매일매일 누가 찾아와선 그 녀석을 차지하곤 내가 아무리 뭐라해도 들은 척도 안 해. 그 모습만 보면 거의 누가 먼저 임신하는지 경쟁하는 것 같아. 나도 할 때는 제대로 피임했는데!”
쨍그랑!
이번엔 피했다.
어지간히 비싸보이는 찻잔이 이 짧은 시간에 두 잔이나 박살나버렸다.
“하지만 선배는 제대로 사망신고까지 이루어졌고 죽은 지 11년이나 지났어요. 그런 사람의 애를 만들어봤자 선배도 아기도... 그야 막 새로 생긴 생명의 유전자가 선배의 유전자를 잇고 있다면 선배가 살아있다는 빼도박도 못할 증거지만 실종도 아니고 제대로 장례까지 치른 사람의 사망신고를 11년이나 지나 취소라니 선례가 있긴 합니까?”
“몰라. 평생 내가 키울 생각이었으니까 생각도 해본 적 없어.”
“너무 늦기 전에 정관이라도 잘라두는 게 좋을 텐데요.”
“너도 남자인데 꽤 잔인한 말을 하는구나.”
“저도 선배가 진짜로 죽거나 세상 밖에 나가는 것보단 씨가 말라버리는 게 낫거든요. 인정하긴 싫지만, 저로선 할 수 없는 일을 하려면 선배의 힘이 필요한데 선배가 살아있단 걸 알면 아주 귀찮은 사람이 움직이니까요.”
솔직히 선배의 사정 따위 아무래도 좋다.
쥐어짜여서 안 나오게 되든 잘려서 안 나오게 되든 관심없다.
문제는 AS가 임신해버리는 것, 그 여자의 귀에 선배의 소식이 들어가는 것, 선배의 생존이 세상에 알려지는 것이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 미나세 가문의 위상에 큰 타격을 주는 건 물론 나도 일종의 공범이라 일이 귀찮아진다.
최악의 경우 선배가 있는 건물을 통째로 태워버려야 할지도.
“뭐 너무 걱정할 건 없어. 그 애들도 바보가 아냐. 만약 그 녀석이 세상에 나오면 지금처럼 다 같이 즐기는 건 힘들어진단 것 정돈 알아. 진짜 문제는 모습을 감춘 그 녀석이지.”
“호시이... 살아있는지조차 모르지만 만약 그녀가 이 사실을 알면 무슨 일을 벌일지.”
“지금은 누구도 그 녀석의 행방을 모르니까 대비할 수도 없어. 그보다 어떻게 할 거야? 만나러 갈 거야?”
“흐음. 솔직히 갔다가 괜히 또 누가 있으면...”
“정말이지. 쓸데없는 것까지 걱정할 필요 없어. 있으면 있는 대로 행동하면 돼.”
+3까지 이후 있을 일이나 대화를 적어주세요.
"여기 있잖아."
"네, 어디요?"
"일어나봐."
"아..."
눈가리개와 입마개를 찬 채 의자가 되어있는 선배였다.
이오리 "글세... 얘한테 직접 물어볼래?"
설마 선배를 도둑맞은 건가?
하지만 그렇다기엔 미나세 님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방 중앙에 있는 의자에 털썩 앉았다.
“미나세 님 선배는...”
“여기 있잖아?”
“네?”
미나세 님의 말씀에 다시 한번 방을 둘러봤지만 선배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기껏해야 침대랑 X자 구속대, 삼각목마, 테이블 그리고 미나세 님이 앉은 의자뿐이다.
유리벽 너머의 화장실과 샤워실에도 아무도 없다.
여태까지 일부러 의식하지 않았지만, 이 방 정말 섹스하는 것 말곤 아무 생각도 안 하고 만든 걸까.
“어디 있다는 거죠?”
“에휴. 여기.”
짜악!
응?
미나세 님이 앉은 의자를 때리자 마치 사람을 때린 것 같은 소리가 났다.
설마...
“으읍... 으브븝?”
“이거 설마...?”
“맞아.”
자세히 보니 검정 고무 본디지를 입은 선배였다.
손발도 묶여 있고 얼굴까지 다 가리고 있어서 진짜 의자인지 사람인지도 모르겠네.
“으브브으븝?”
“입도 막아둔 건가. 선배 왜 이러고 있어요?”
“글쎄다? 본인에게 물어봐.”
“답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 같은데요? 뭐 상관없나.”
그나저나 이런 꼴을 하는 선배를 보니 한 가지 해보고 싶은 게 생겼다.
이쪽이 엉덩이 쪽이지?
“흡!”
빠악!
“으그그극?!!”
“무슨 짓이야? 내 물건을 걷어차다니 배짱 있네?”
“그냥 좀... 예전부터 이렇게 해보고 싶었어요.”
“흥, 뭐 이번만은 봐줄게. 이 녀석이 지금 워낙 꼴사나운 모습이기도 하고.”
“감사합니다. 그런데 보니까 오늘은 아무도 없는 것 같고 지금이 딱 선배의 남자를 끝내버리기 좋지 않을까요?”
“흠, 확실히 그렇네.”
“으브브븝?!?!?”
“내가 앉아있는데 움직이지 마!”
“우구욱!”
위에 앉아있으면서 솜씨 좋게 선배의 알을 꽉 쥐었다.
고무 때문에 제대로 느껴지지도 않을 텐데 보지도 않고 어떻게 저렇게 핀포인트로...
“잘도 위치를 알았네요. 보이지도 느껴지지도 않을 텐데.”
“이 녀석이랑 몇 년을 뒹굴었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 정돈 눈 감고도 알아.”
무슨 오래된 연인이나 부부 같은 소리 하지만 그런 정상적인 관계가 아니란 말이지.
까놓고 말하면 외부인 입장에선 그냥 유괴범이랑 스톡홀름에 걸린 피해자로밖에 안 보일 관계다.
“뒹굴었다고 하니까 생각났는데 너 지금 거의 10명 정도 되는 대가족이잖아? 괜찮아? 관리하는 것도 큰일일 테고 체력도 많이 필요할 텐데.”
“네? 뭐 지금 당장 큰 문제는 없어요.”
“그래도 방심하면 안 돼. 내가 자주 먹이는 정력제 있는데 몇 병 줄까?”
“자주 ‘먹이는’ 정력제인가... 아뇨 어차피 그런 일은 안 하니까 필요 없어요.”
“아직도 손 안 댔어? 너 그러다 후회한다. 여자도 성욕이 있다고? 그것도 자기가 좋아하는 남자와 같은 집에 살면서 한번도 상대를 안 해주면 상시 발정난 거나 다름없다고?”
“우와... 전직 초유명 아이돌이라곤 믿기지 않는 저질 발언....”
“흥, 말해두는데 남자 10명이 여자 하나를 돌려써도 여자는 견디지만 여자 10명이 남자 하나 돌려쓰면 남자는 죽어. 이거보다 심한 꼴 난다고.”
의자...가 아니라 선배를 툭툭 치며 말하는데 확실히 무게감이 다르다.
저 선배가 내 미래... 아니 선배가 저 정도면 난 더 심한 모습이 되어 있으려나.
“너도 성욕은 있을 거 아냐. 적당히 하고 좀... 하아. 일단 사람 시켜서 콘돔이랑 정력제 한 박스 보내줄게. 너한테 그런 물건이 온 걸 알면 그 애들도 알아서 움직이겠지. 적당히 한 명이랑 분위기 타서 해버리면 나머진 알아서 딸려오잖아.”
“으음...”
“뭐 니가 이런 꼴이 되는 거로 흥분하는 변태라면야 상관없겠지만.”
“생각해보겠습니다...”
“끝까지 확답은 안 하는구나. 뭐 넌 원래 그랬지. 그럼 나도 이 녀석의 주치의 부를 테니까 너도 돌아가도록 해.”
“네. 실례했습니다.”
“도움이 필요하면 뭐든지 말해. 네가 그 아이들에게 죄악감을 갖고 있듯이 나도 그 아이들에겐 면목 없으니까. 뭐 원흉은 이 녀석의 어리광이었지만 내가 그걸 들어주는 바람에 나만 득 보고 너희 모두 엄청 괴로운 일에 처하게 되었으니 내 잘못도 만만치 않으니까.”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가문 내에서 영향력을 더 키워주시죠. 아무리 가문을 이을 가능성이 없다곤 해도 작년 일 이후 워낙 힘이 약해지셨으니 지금 도움을 요청하는 건 이후 더 큰 손해를 불러일으킬 것 같거든요.”
“흥, 아픈 곳을 찔러 오네. 뭐 그건 걱정 마. 생각은 있으니까. 이 녀석의 작전이니 잘 되겠지.”
“그런가요. 다행이네요. 그럼 이만.”
정말로 잘라버리는 걸까.
뭐 그게 합리적이지.
자른다고 안 서게 되는 건 아니고.
무엇보다 내 알 바가 아니다.
애초에 모든 지위도 책임도 여자도 다 내던지고 저 길을 고른 건 선배인걸.
그 선배니까 어쩌면 언젠가 저렇게 될 것도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나무아미타불...
*
날짜가 바뀌고 화요일.
오늘은 누구를 만나러 갈까.
+3까지 누굴 만날지 적고 굴려주세요. 가장 큰 값 갑니다. 단 밀리 멤버만입니다.
“뭐 저도 언제까지고 가만히 있을 순 없으니까요.”
“후훗, 그러신가요. 그래서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하시려고요?”
“글쎄요. 그냥 만나고 싶어서 연락한 거라 무슨 목적이 있는 건 아니에요.”
“그건... 조금 기쁜 이야기네요.”
+3까지 둘이서 할 이야기나 있을 일 등을 적어주세요.
정 그러면 오랜만에 둘이서 짧게나마 여행이라도 할까? 1박2일로.
“음 뭐 평소랑 비슷하죠. 별 이상한 일에 휘말리면서 지내고 있어요.”
극장의 혼이랑 만난다거나 트윙클 리듬 리턴즈라거나 의자가 된 선배라거나.
참 이상한 일에 휘말리며 평소와 같은 일상을 보내고 있다.
“후훗, 이상한 일이 평소인 생활이라 그립네요. 전 요즘 따분할 정도인데.”
“그러고 보니 오늘은 레슨이 없는 건가요?”
“네. 운이 좋았어요. 오늘과 내일 마침 쉬는 날이었거든요.”
“그런가요. 이제 또 여름 시즌을 위해 한창 곡이 만들어지고 레슨할 시기인데 정말 운이 좋았네요.”
멀리 갈 것조차 없이 765조차 6월 28일이 극장의 n주년인 만큼 6월엔 엄청나게 바쁘다.
이제 극장은 유명무실한 존재라곤 해도 오래된 관습을 쉽게 없앨 순 없으니 지금까지도 계속 기념일로 지내고 있다.
“프로듀서 씨는 오늘 언제까지 돌아가셔야 하나요?”
“뭐 통금시간은 딱히 없긴 한데...”
“그런가요. 그...”
“흐음... 그럼 오늘 1박으로 어디 갈까요? 둘이서.”
“네?! 그... 괜찮은 건가요..?”
“그 아이들에게 따로 연락만 해두면 괜찮아요. 다행히 저를 속박한다거나 그런 애들은 아니니까.”
대략 한 사람 정도만 제외하면.
그 애도 다른 애들 있는 곳에선 그냥 휩쓸리니 큰 문제 없을 거다.
“그럼 저 가보고 싶은 곳이 있는데요.”
“응?”
*
“여자들은 참 온천 좋아한다니까. 나도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묘하게 자주 오는 기분이야.”
카오리 씨가 말한 곳은 외진 곳에 있는 작은 온천 딸린 여관이었다.
듣자하니 숨은 명소라며 종종 가족 여행으로 온다고 한다.
“호호호 언제나 가족분들하고만 오시더니 드디어 남자를 데리고 오셨네요. 아니 저분도 가족인가~?”
“에에?! 아, 아니에요. 그런 관계는...”
“어머어머 제가 괜한 소리를 했나요? 호호호.”
“정말... 자 얼른 방으로 가요.”
방은 평범한 2인실이었지만 여관 전체에서 거의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는다.
아직 비수기에 여름인 만큼 손님은 거의 없는 모양이다.
“그런데 이불이 하나밖에 없네? 실수하셨나? 카운터에 가서 하나 더 달라고 해야겠네요.”
“아... 그거... 그게...”
“....?”
“저기... 그거는 사실...”
“하아. 알겠어요. 오늘은 그냥 이불 하나로 자죠.”
“네!”
아무래도 아까 차에서 카오리 씨가 전화로 속닥거리던 게 이거였던 모양이네.
이거 말고도 또 뭐 꾸며논 게 있을지도...
+3까지 오후 동안에 있을 일을 적어주세요.
카오리: 저희 사이에 아이가 있었다면, 저 나이 쯤이었겠죠?
카오리가 P의 팔을 감는다.
갈아입을 옷은 자기가 준비해놨으니까 안심하고 빠져도 된다고 한다.
그리고 나서 자기도 퐁당!
이제 보니 얼굴도 새빨개졌다.
“수학여행이나 그런 거려나요?”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6월에 수학여행이란 것도 이상하긴 하지만.”
“후훗, 그렇네요. 저기 프로듀서 씨? 만약 저희 사이에 아이가 있었다면 저 정도 나이였겠죠?”
내 팔을 감으며 살짝 속삭여 오는 카오리 씨에게 난 뭐라 대답해야 하는 걸까.
그냥 평범하게 괜한 소리 하지 말고 평범하게 대답하자.
“글쎄요. 뭐 결혼해서 아이가 있었다면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정말 좀 더 제대로 대답해주셔도 되잖아요. 일단은 결혼까지 약속했던 사이인데.”
“그건...”
“프로듀서 씨. 결혼 이야기... 없던 이야기가 된 거죠?”
“그렇네요. 그 부분에 대해서 제대로 이야기해야겠죠.”
팔에 달라붙은 카오리 씨를 떼어내고 방 중앙에 가서 무릎 꿇고 앉았다.
카오리 씨도 진지한 이야기인 걸 알고 내 앞에 앉았다.
그 모습을 보고 허리를 숙여 이마를 바닥에 대고 담담히 말했다.
“지난해 나눴던 결혼 약속... 없던 일로 하겠습니다.”
“읏... 이유를 여쭤봐도 될까요?”
“제가 당신을 행복하게 해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분명 저희 아이돌 모두를 행복하게 하겠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물론입니다. 그렇기에 더더욱 결혼할 수 없습니다. 전 프로듀서로서 당신을 행복하게 해드릴 겁니다. 하지만 아내로서 당신을 행복하게 해드릴 수 없습니다. 그 누구도 아내로서 행복하게 해줄 수 없습니다. 전처와의 결혼생활에서 그녀와 이혼한 이후 지금까지의 생활에서 그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저는 그래도 좋아요. 이미 15년이나 당신을 사랑했어요. 올해로 39살이 되어서도 그때의 첫사랑을 잊지 못하고 사랑하고 있어요. 아무리 당신이 절 행복하게 할 수 없다고 해도 그 사랑이 맺어지는 것으로 전 행복해질 수 있다고요. 당신의 아내란 사실만으로 전 행복해진다고요...”
“아뇨. 그럴 수 없습니다. 전 이미 그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전 유리코쨩이랑 달라요!”
“그럼 묻겠습니다. 만약 저희가 결혼했다고 치고 제가 당신은 그것만으로 행복하니 더 이상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해도 되는 겁니까?”
“네..?”
“저희의 신혼집에 다른 아이돌들이 같이 살고 생활하고 저는 당신이 아니라 그 아이들을 돌보는데 더 신경 쓰고 때론 밖에서 다른 아이돌을 만나며 그 아이들을 위해 노력하고 그런 삶이어도 괜찮다는 건가요? 당신은 서류상으론 아내지만 그냥 같은 방, 같은 침대를 쓰고 다른 아이들보다 기념일이 딱 하루 더 많고 제가 죽었을 때 상속권이 있을 뿐인 그냥 거기 있는 사람이어도 되는 겁니까? 그런 결혼생활이 정말 행복합니까?”
“그건...”
“그러니 전 카오리 씨와 결혼할 수 없습니다.”
카오리 씨가 무슨 표정을 하고 있을까.
이걸로 미움받는다고 해도 좋다.
차라리 나에 대한 애정을 싹 잃는다 해도 좋다.
이 부분 만큼은 확실해 해둬야 하니까.
“고개를 들어주세요. 프로듀서 씨의 마음은 잘 알았으니까.”
“네. 제멋대로 약속을 깨버려서 죄송합니다.”
“아뇨. 사실은 알고 있던 일이니까...”
....
......
........
서로 아무 말도 못 하고 어색한 시간만이 흐를 뿐이었다.
어쩐다.
기껏 온 여행인데 이래선...
“프로듀서 씨. 온천에 가보지 않을래요? 기왕 왔는데 이러고 있어봐야 소용없잖아요. 방마다 노천탕이 있어요.”
“그렇네요. 그럼 갈까ㅇ... 읏?!”
다리 져려....
못 일어나겠어.
“풋, 뭐 하시는 거예요. 후훗.”
“아... 아하하...”
“주물러드릴게요.”
“감사합니다...”
바로 직전에 정식으로 파혼한 상대에게 다리를 주물러진다니.
이런 인간 전세계를 뒤져도 없겠지...
*
“방에 딸린 노천탕이라고 했을 때부터 예상은 했지만 정말로 혼욕일 줄이야.”
“싫으신가요?”
“싫다기보단...”
“설마 지금 막 차버린 여자한테 흥분하거나 하지 않으시겠죠?”
“으음...”
웃으면서 말하고 있지만 전혀 웃을 수 없다.
역시 화난 거겠지.
아니 당연히 화났겠지.
“자, 얼른 가죠!”
“네?! 잠깐 아직 옷도 안 벗...!?”
풍덩!
“푸하! 뜨거워!!!”
“정말 엄살은.”
“카오리 씨 이게 대체 무슨?! 옷도 다 젖어선...”
“갈아입을 옷이라면 준비시켰으니 걱정할 거 없어요.”
그러곤 카오리 씨도 옷을 입은 채 온천에 들어왔다.
아니 이거 갈아입을 옷이 어쩌고 이전에 이 여관에게 민폐잖아...
“정말이지. 나중에 여관 주인에게 제대로 사과해야 해요. 그런데 왜 옷을 입은 채...”
“그야 알몸은 장래 결혼할 상대에게만 보여주라고 배웠으니까요.”
“에에 이제와서...”
“이제와서라니 무슨 뜻인가요?! 제 알몸 따위 이제 질렸다는 건가요!!”
“아니 그런 뜻이 아니라...”
아니 차라리 이렇게 옷이라는 벽이 있는 게 더 나은 거려나.
그런데 옷이 젖어서 속옷까지 다 보이는 게 온천에서 알몸인 것보다 오히려 옷을 입은 게 더 위험한 거 같은데.
안 그래도 여름이라 옷이 얇다보니 속옷만 입고 있는 것과 보이는 것에 큰 차이가 없다.
아니 진정해야지.
괜히 너무 쳐다보지 말자.
“프로듀서 씨.”
“네?”
“전 프로듀서 씨를 사랑해요. 그건 지금도 변함없어요. 그야 아까 하신 결혼생활 내용은 좀 아니 엄청 깨긴 했지만, 요즘 시대에 결혼이 사랑의 끝이란 생각은 낡은 생각이기도 하고 솔직히 이 마음을 포기하고 싶지 않거든요.”
“정말 그걸로 괜찮으신가요?”
“네. 그저 멀리서 지켜볼 수밖에 없던 15년에 비하면 별거 아닌걸요.”
정말이지.
그렇게 어린애티를 못 벗던 카오리 씨가 어느새 이렇게...
“사랑해요. 여자로서.”
“저도 사랑해요. 프로듀서로서.”
이거로 된 거다.
된 거라고... 믿고 싶다.
“그런데 문득 떠오른 건데 어차피 몸 씻을 땐 옷을 벗어야 하지 않나요?”
“아.”
카오리 씨도 꽤 생각없이 저지른 일인 모양이다.
*
“우우... 안 벗겨져...”
“그야 그렇겠죠...”
이제 씻으려고 옷을 벗으려는데 홀딱 젖는 바람에 영 벗기가 쉽지 않다.
“저기 프로듀서 씨. 좀 벗겨주세요.”
“알몸은 결혼할 상대에게만 보여주는 거 아닌가요?”
“진짜로 안 벗겨져서 그러는 거니까 농담하지 말고 도와주세요..! 메구미쨩은 예전에 젖은 옷 갈아입는 방송도 했었는데 어떻게 했던 건지 정말...”
“방송이 거듭될수록 숙달해선 나중엔 순식간에 갈아입곤 다른 애들에게 장난치며 놀았었죠. 자, 벗겼어요.”
셔츠를 억지로 뽑아내자 출렁이는 가슴에 나도 모르게 눈이 갔지만 억지로 시선을 돌렸다.
“다른 건 알아서 벗을 수 있죠. 저도 벗어야 하니까요.”
겨우겨우 다 벗어서 이제야 씻나 싶었으나 생각해보니 지난 오키나와에서 카오리 씨와 욕조에 잠겼을 때랑은 상황이 다르다.
지금 카오리 씨와 나란히 씻었다간 발기하는 건 피할 수 없다.
어쩌지.
“프로듀서 씨. 죄송하지만 씻겨주실 수 있나요?”
“네?!”
“저 기껏 온 여행에서 차이는 바람에 엄청 기분이 안 좋거든요. 그러니 프로듀서 씨는 책임지고 제 기분을 풀어줄 의무가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차버린 여자의 기분을 풀어주는 놈이 어딨습니까. 알아서 풀리길 기다리며 냅두는 거지. 하아. 알겠어요. 대신 등만이에요.”
“네!”
어쩔 수 없이 카오리 씨의 등을 밀어주게 되었다.
그나저나 정말 피부 깨끗하네.
도저히 내년으로 40인 아줌마의 몸이라곤 생각할 수 없다.
물론 집에 있는 카오리 씨보다 5살 넘게 어린 애들의 피부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확실히 관리되고 있다는 게 느껴지는 몸이다.
“아흣... 으읏... 아앙.... 거기... 흐읏...”
“저기 카오리 씨... 이상한 소리 내지 말아주시겠어요”
“죄, 죄송해요.”
“저기 뭔가 얼굴 빨간데 괜찮으세요?”
“그... 노천탕이잖아요? 나와서 옷 벗는데 시간도 꽤 걸렸고... 갑자기 몸이 확 식더니 냉정해진까 부끄러워지기 시작해서... 그런데 몸은 몸대로 민감해져서... 그...”
“그만할까요.”
“네... 죄송해요...”
그렇게 냉정을 되찾은 카오리 씨의 말로 혼욕은 대충 마무리되었다.
카오리 씨를 먼저 보내고 나도 씻고 나와 준비된 유카타를 입으며 깨달았는데.
“옷은 있어도 속옷은 없잖아.”
이런 얇고 헐렁한 유카타 안에 아무것도 안 입은 카오리 씨와 하룻밤인가.
아직 6시도 안 되었는데...
일단 저녁부터 먹어야지.
최대한 카오리 씨 쪽으로 시선을 안 주면서.
+3까지 저녁식사부터 잘 때까지 있을 일을 적어주세요.
대체 누가 둘만 있는 방에 난입을 해서 자기도 끼워달라고 하는가 궁금해서 뒤를 돌아보니 사쿠라모리 아버님이 계시는데...
그렇다! 이것은 삼자대면을 위한 사쿠라모리네의 계획이었던 것이다!
순식간에 어마어마한 양의 음식이 차려졌는데 이거 음식의 종류가 좀 많이 편향된 거 같은 기분이 드는데...?
“저기 이거 메뉴가 좀 묘하지 않나요?”
“그런가요? 이 여관에선 가장 인기 많은 세트에요.”
“아니 그야 여기 오는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그렇겠지.”
온통 그날 밤을 뜨겁게 달궈줄 메뉴투성이인걸.
메인메뉴 급인 자라와 장어가 함께 있고 사이드는 굴이라니 너무 화려한 라인업이잖아.
주인장은 난 아무것도 몰라요 하는 얼굴로 돌아갔고 카오리 씨도 모른 척 식탁에 자리 잡았다.
“자 어서 앉아요.”
“모르겠다. 먹자.”
솔직히 말해서 맛있어 보이긴 한다.
에밀리도 이 정돈 할 수 있지만 역시 재료의 신선도가 다르다.
“프로듀서 씨 제 옆으로 오셔야죠.”
“네? 그러죠 뭐.”
그 정도야 상관없나.
“자, 여기 아앙~”
“아, 아앙...”
내가 자리에 앉아서 젓가락을 잡기도 전에 카오리 씨가 기습공격을 걸어왔다.
거절하기도 난감해 장어구이 한조각을 그대로 받아먹었다.
“어떤가요?”
“맛있네요.”
“그렇죠? 여기 음식이 정말 맛있거든요!”
“네. 딱 알맞게 구워지고 소스도 맛있네요.”
“상다리가 휘어질 정도로 엄청난 저녁상이로군. 두 사람이 먹기에는 조금 많아보이는데, 실례지만 그 자리에 나도 껴도 되겠나?”
갑자기 뒤에서 그런 목소리가 들렸다.
도대체 누가 이런 소리를 하나 싶어 뒤를 돌아보자...
“사쿠라모리 씨..?”
“오랜만이군요. ‘전’ 프로듀서 씨.”
“카오리 씨...”
“아하하하.... 데헷”
마흔살이나 돼서 그런 귀여운 표정 하지 마시죠.
귀엽긴 하지만...
“사쿠라모리 씨. 만약 제가 두 사람만의 시간을 방해하지 말아달라고 하면 돌아가주실 건가요?”
“흐음....”
1~33: 저녁 내내 잔소리 이후 카오리를 강제로 끌고갔다.
34~66: 진지하게 이야기. 표정은 그리 좋지 않다.
67~99: 이제 그만 카오리를 설득하는 건 포기하려는 낌새
100: 콘돔 한 박스 두고 쿨하게 떠났다?!
먼저 2표 갑니다.
“네.”
“그건 단순히 이 남자를 좋아했던 시간이 너무 길어서 그게 아깝기 때문 아니냐? 분명 짧은 시간은 아니지만 새로운 사랑을 찾기엔 아직 늦지 않았다. 시간이 아까워 끝난 사랑을 질질 끌어봐야 좋을 거 하나도 없다.”
“끝난 사랑이 아니에요. 저는 지금도 프로듀서 씨를 사랑하고 있어요.”
“그는 널 사랑하지 않는데도? 아니 사랑은 하는 것 같군. 하지만 그건 네가 바라는 사랑이랑은 다르지 않냐. 마치 자식, 아니 애완동물을 사랑하는 것만 같은 그런 사랑이 아니냐. 너는 주는 대로 받아먹고 놀아주면 재롱부리고 사랑받으려 발버둥치는 그런 애완동물이 되고 싶은 거냐?”
흐음.
역시 늙어서 은퇴했다곤 해도 그렇게 썩진 않은 건가.
귀찮네.
“애완동물이라. 비슷할지도 몰라요. 프로듀서 씨가 저희에게 주는 사랑은 그것과 비슷하다고 저를 포함해 다들 느끼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저희가 애완동물로 있어야만 하는 건 아니에요. 전 애완동물로 끝날 생각은 없어요. 프로듀서 씨와 대등하게 사랑을 나누는 그런 사람이 될 거에요.”
“하아, 정말 내 딸이지만 왜 이렇게나 미련한지...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지? 이 아이가 이렇게 미련하게 구는 게 나은지 다른 사랑을 찾는 게 나은지.”
“무엇이 더 바람직한가 묻는다면 당연히 다른 사랑을 찾는 것이겠죠. 저보다 나은 남자는 세상에 널리고 널렸으니까요.”
“그렇다면 왜 이 아이를 말리지 않지? 자네가 딱 선을 그었다면 일이 이렇게까지 되진 않았을 거 아닌가.”
“어장관리를 했던 것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제대로 선을 그었습니다. 그럼에도 카오리 씨가 저렇게 나오시면 저도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그러니 자네는 잘못한 게 없다고?”
“아닙니다. 전 제 잘못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 잘못으로 불행해진 사람들을 도와주고 행복을 되찾아 주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고 아주 조금이지만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느낍니다.”
“알고는 있지만 어장관리를 그만두려곤 안 하는 건가. 정말 마음에 안 드는 남자야. 예전부터 쭉.”
알고 있고 신경도 안 쓴다.
애초에 난 아이돌의 부모에게 사랑받은 적은 별로 없었다.
당장 유리코의 부모님조차 유리코가 나랑 결혼한다고 하자 몇 번이고 말리다가 마지못해 허락하곤 연락도 안 하게 되었다고 할 정도다.
다들 내 본질을 꿰뚫어 본 거겠지.
“하아, 이제 됐네. 딸내미랑 씨름하기도 지긋지긋해. 어차피 사람은 애완동물이 될 수 없네. 자네와 있다 보면 자기의 이상이 얼마나 허무맹랑한 것이었는지 깨닫게 되겠지. 난 이만 돌아가겠네.”
사쿠라모리 씨는 벌레 씹은 듯한 표정으로 일어서선 방을 나섰다.
카오리 씨는 따라가긴커녕 배웅조차 하지 않았다.
“이걸로 공인된 사이네요.”
“그럴 리가 없잖아요.”
이건 인정한 게 아니라 포기한 거잖아.
*
식사를 다 마치고 자기 위해 1인용 이불에 카오리 씨와 함께 들어와 누웠다.
바로 옆에 얇은 천 한 장 걸쳤을 뿐인 카오리 씨가 있고 숨 쉴 때마다 좋은 향기가 느껴지는 것이 얼른 자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
눈 감고 머릿속을 비우며...
“전 정말 아무 매력도 없나 보네요.”
“갑자기 무슨 소리인가요?”
카오리 씨는 뜬금없는 말을 하더니 내 손에 끈 같은 것을 쥐어줬다.
이건..?
“그 끈을 당기면 제 유카타를 묶고 있는 끈이 풀려서 알몸이 돼요. 그건 프로듀서 씨도 마찬가지잖아요? 조금 전에 그런 음식들까지 잔뜩 드셨고 이렇게까지 판이 깔리면 그럴 마음이 조금이라도 들지 않나요?”
“그건...”
“전 아까부터 은근히 기대하고 있었다고요? 온천에서 흠뻑 젖은 프로듀서 씨를 볼 때마다 유카타 사이로 프로듀서 씨의 알몸이 슬쩍슬쩍 보일 때마다 오늘 밤을 기대하면서 젖꼭지가 서버리곤 그게 유카타에 스칠 때마다 애달파져서 그곳이 젖었다고요. 프로듀서 씨가 안 보는 틈을 타 저도 모르게 손을 대려고 한 게 한두 번이 아니라고요? 그런데 프로듀서 씨는 저한테 전혀 관심도 없는 것 같네요. 애완동물에겐 흥분할 수 없는 건가요?”
“그럴 리가 없잖아요. 전 이 세상 누구보다 당신의 매력을 잘 아는 사람이에요. 제가 얼마나 열심히 참고 있는지 알아요? 근데도 그런 이야기를 하니까 자위하려는 걸 참는 카오리 씨의 모습을 상상해버려선... 서버렸잖아요.”
“네?! 그 말씀은!”
카오리 씨가 벌떡 일어나 내 쪽을 향하자 얼른 등을 돌렸다.
아니 이제와서 보이는 게 부끄러운 건 아니다.
보일 만큼 보이기도 했고.
그저....
“어째서 등을 돌리시는 건가요?! 지금 서로 같은 마음인 거잖아요!”
“아니에요. 전 절대로 최후의 일선을 넘을 생각이 없어요.”
설령 이 고집을 꺾지 않은 결과가 살아있는 의자보다 더한 것이라도 내 의지로 그 선을 넘고 싶지 않다.
아이돌을 나 따위로 더럽히고 싶지 않다.
게다가 아이돌이 나와 몸으로까지 이어진 관계가 되어버리면 지금 이상으로 내 곁을 떠나려 하지 않을 거다.
그냥 몸만 섞거나 그냥 마음만 나누는 상태에서 몸과 마음 둘 다 이어져 버린 상태가 되면 정말 떠나기 힘들어진다.
아이돌이 내 곁을 떠나더라도 행복해지기만 하면 상관없다.
실제로 기혼이고 남편과 행복하게 잘 지내는 애들도 많다.
나 따위에게 얽메여선 행복해지는 길을 닫아버린다니 너무나 아깝다.
그러니까...
“전 아이돌과 섹스 따위 하지 않을 겁니다. 다시는.”
“그럼 하다못해 하지 않는 이유라도 가르쳐주세요!”
“만약 지금 카오리 씨와 몸을 섞으면 다른 아이들과는 어떻게 하나요? 변명도 못 하고 결국엔 그럴 의향이 있는 애들과는 계속 몸을 섞게 되겠죠. 그렇게 한 명 두 명 한 번 두 번 점점 늘어나다가 아이돌이 저와 몸을 섞는 게 당연해져 버린다고요. 그렇게 되면...”
“그렇게 되면..?”
제가 아이들을 보내줄 수 없을 것 같다고요.
제가 아이들에게 지금 이상으로 집착할 것 같다고요.
제가 아이들에게 제 본성을 보여주고 말 것 같다고요.
그러고 싶지 않다고요...!
“그냥... 제가 쥐어짜여 죽을 테니까요.”
그 말을 끝으로 더 이상 카오리 씨의 말에 대꾸하지 않고 억지로 잠을 청했다.
“쥐어짜여 죽는다라... 아이돌 손에 죽는 건 오히려 바라는 바 아니셨던가요... 정말 평소엔 거짓말을 숨쉬듯 하시는 분이 왜 이럴 때는 이렇게 서툰건지...”
카오리 씨가 뭐라고 한 것 같지만 그것이 뇌에 도달하기보다 먼저 꿈속으로 의식을 떠나보냈다.
+3까지 다음날 오전에 있을 일을 정해주세요. 오전 이후 카오리와 헤어집니다.
그렇게 퇴실시간을 2시간 30분이나 어겨버린 P와 카오리씨였다.
"이 정도는 용서해주실 건가요? 당신의 우상으로서."
"본의 아니지만 차버린 사죄겠군요."
"이제 조금이에요. 저희 41명이 모두 모인 이상, 불가능 따윈 없어요. 천막에서 밀리언 라이브까지 나아간 것처럼."
"그러니까 조금만 더 다가갈게요. 마지막 선만 넘지 않는다면 뭐든지 허락해주시는 거죠?"
"...... 네"
1~33
갈아입던 상태로 몇 분동안 강한 포옹
34~66
카오리가 입술 빼고 이곳저곳에 키스
손목, 눈, 코, 이마, 귀...
67~100
둘다
@ 자꾸 왔다 안왔다 하게 되네요... 그래도 그 사이에 재밌는 일이 일어났네요?
카오리 "으응... 오빠... 으응... 너무 좋아... 나... 오빠한테 계속 이러고 싶어... 으응..."
이 아가씨가 또 무슨 소리를 내는 거야...
뭔가 이상한 느낌이 나서 눈이 떠졌다.
시계를 보자 아직 6시도 안 된 이른 시간인데 어째서...
“응? 카오리 씨 뭐 하시나요?”
“음?! 으믕.... 꿀꺽... 후우, 안녕히 주무셨어요..?”
“이렇게 이른 아침인데 카오리 씨가 일어나셨다니... 어라?”
어째선지 유카타가 흐트러진 카오리 씨가 내 다리 사이에 자리 잡은 채 내 시선을 피한다.
뭔가 하반신이 좀 싸한 느낌이 들어 시선을 내리자 유카타가 풀어 헤쳐져 있다.
게다가 지금 막 일어났을 텐데도 추욱 처진데다가 뭔가 반들반들한 게...
“이 정도는 용서해주실 거라 믿어요.”
“하아... 뭐 저도 어제는 좀 심했던 거 같고 이 정도는...”
“이제 얼마 안 남았어요. 밀리언 멤버 모두가 모이면 못할 건 없어요. 한낱 텐트에서 우주까지 갔는 걸요. 그러니 조금만 더 다가갈게요. 마지막 일선만 넘지 않으면 되는 거죠?”
“그건.... 네...”
“후훗.”
그대로 내 몸 위로 포개져 와선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무게로 누르며 내 양손에 깍지를 꼈다.
카오리 씨의 숨결에서 느껴지는 익숙한 비릿한 냄새가 카오리 씨 본인의 향기와 섞여서 야릇하다.
“원래는 비리고 쓰기만 할 텐데 어째선지 달콤하게까지 느껴지네요. 더 먹고 싶어질 정도로.”
“좀 봐주세요. 그렇게 건강한 나이가 아니라고요.”
“어쩔 수 없네요. 대신 쪽. 쪽, 쪼옥, 츗.”
내 쇄골에서 조금씩 키스를 하며 목을 올라 뺨에 코에 눈꺼풀에 이마, 귀까지 입을 제외한 내 얼굴 전체에 키스를 하며 내 몸에 자기 몸을 비볐다.
가슴에서 느껴지는 풍만한 부드러움과 딱딱해진 유두가 스치는 감각이 이미 한번 발사한 포에 다시 에너지를 채우려고 한다.
“하응... 으응... 오빠, 좋아. 계속... 하읏... 이러고 있고 싶어질 정도로... 으읏..”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거야.
아니 그보다 예전부터 신경쓰인 건데 아이돌 사이에서 내가 여동생 취향이라는 소문이라도 도는 건가?
모모코 때문인가?!
“하앗, 하앙, 아흣... 하윽... 으윽.... 아,아아,아아아...!”
아니 무슨 소리를... 잠깐 근데 뭔가 찔걱찔걱하는 물소리가 들려오는데?
어라, 내 왼손을 붙잡고 있던 카오리 씨의 손이 어디갔지..?
“ㄱ.. 가... 간다...아앗!!”
푸슛하는 어디선가 물이 터져나오는 소리와 함께 카오리 씨는 그대로 내 몸 위로 쓰러졌고 천천히 부활하려던 내 하반신을 뜨뜻한 액체가 덮쳤다.
그 정체를 알아챈 순간 풀차지 상태가 되어 축축해진 카오리 씨의 아래쪽 입에 딱 닿았다.
“아니 위험... 카오리 씨!”
“쿨... 쿨.....”
“어? 잠들었어...?”
하아.... 식겁하게 하고 있어.
다행히 막 싼 직후에 다시 선 바람에 맥박이 뛸 때마다 고통이 따랐고 순식간에 다시 수그러들었다.
“잠도 많고 아침에 못 일어나는 주제에 이거 때문에 억지로 일어나 있다가 절정의 여운에 바로 잠들어 버리다니 바보냐고. 아, 나도 한 발 뺀 탓에 묘하게 탈진감 느껴지네.”
아직 시간은 많으니 다시 자야지.
*
그 뒤로 좀 더 자고 9시쯤 일어나 카오리 씨의 유카타를 다시 여미고 이불을 덮어준 뒤 널어둔 옷들을 확인했다.
카오리 씨의 브래지어가 컵이 크고 팬티랑 같이 레이스가 많아서 아직 좀 젖어 있길래 일단 내 옷만 챙겨 입고 짐을 챙기고 방을 치웠다.
그나저나 온천에서도 생각했지만 빨간 레이스 속옷이라니 완전히 승부용이잖아.
처음부터 어떻게든 1박을 유도할 마음이었구만.
그리고 난 이렇게 여유 부린 것을 후회했고 몇 시간을 일어나기 싫어하는 카오리 씨와 씨름한 결과 퇴실 시간을 2시간 이상 넘기고 말았다.
다행히 여주인이 카오리 씨가 오면 언제나 퇴실 시간을 넘겼었다며 넘어가줬다.
그 후 카오리 씨를 바래다주고 집으로 돌아왔다.
*
다시 날짜가 바뀌고 목요일 오늘은 누구를 만나러 갈까.
+3까지 누구를 만날지 적고 굴려주세요. 가장 작은값 갑니다.
@재밌는 일이 정확히 뭔지는 모르겠지만 여러분이 원하신다면 앵커로 얼마든지 재밌는 일을 만들 수 있습니다. 기본 자유앵커니까요. 최근에 워낙 힐링 일상이었으니 가끔은 좀 자극적인 것도 좋죠.. 다만 그걸 제가 재밌게 쓸 수 있냐고 물으신다면 자신은 없습니다.
세리카는 그 사이에 또 몇 번의 내부정리와 사건을 해결하면서 하코자키 내의 지위를 거의 회복했다.
"이제 조금이에요. 조금만 있으면 지금까지 765와 하코자키를 건든 쓰레기들을 일소할 수 있어요."
"하지만 불안해요. 제가 다시 살아나게 된다면 또 다른 자들이 칼날을 들이댈까봐. 그것 때문에 여러분들이 상처입을까봐..."
"자유... 인가요. 이름도 지위도 없는 생활도 조금은 마음에 들었지만... 역시 안되겠어요.
저는 하코자키 세리카니까요. 이것만은 버릴 수 없는 저의 레종데트르니까요..."
"그렇네요. 진짜 욕심쟁이는 제 앞에 계셨죠. 이 정도 어리광은 다들 받아주시는 거겠죠..."
"그래, 너는 언제나 귀엽고 믿음직한 소녀니까."
"소녀라니... 그렇게 봐주셔서 참 영광이네요."
"그럼 믿음직한 소녀에게 상을 주세요."
"'하코자키' 세리카가 아닌, 그냥 이름없는 소중한... 소녀에게 상을 주세요.
이름없는 '저'의 마지막 추억이에요.
반드시 행복으로 채워주셔야 해요?
--- 오빠."
P: '츳코미를 되찾은 거 같아 다행이다.'
“그렇네! 다들 바쁘니까 영 시간이 안 맞지. 오늘은 운이 좋았어!”
“응. 설마 두 사람 다 가능할 거라곤 나도 생각 못 했어.”
시호를 만나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가게를 가는 거지만, 카나는 카나대로 바쁘니 함께 만날 수 있었던 건 확실히 운이 좋다.
그리고 이 둘과 할 이야기는 뻔하다고 할 수 있겠지.
“시호는 우리 집으로 온다더니 안 오네?”
“그건 뭐...”
“시호쨩 정말로 갈 거야? 나는 괜찮아! 시호쨩이랑 같이 사는 거 즐거워!”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 너희를 방해하고 싶지 않아.”
“방해라고 생각 안 하는데.”
“뭐야 드디어 리쿠랑 결혼하는 거야?”
“아뇨. 아직 릿군은 22살이라고요? 결혼은 좀 더 나이를 먹고 사회에서 어느정도 자리를 잡은 뒤에 해야 해요. 두 사람만 동거한 적이 없으니까 두 사람이서 살아보라는 거예요.”
“정말 시호쨩은 엄격해. 프로듀서 씨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전 지금 결혼해도 된다고 생각하는데.”
“뭐 시호의 말도 일리 있지. 리쿠는 지금까지 믿음직한 두 누나 사이에서 자랐으니까. 이제는 자기가 두 누나를 지켜야 한다는 사실에 깨닫는 건 중요하다고 생각해.”
보호받던 아이에서 자기 자신과 소중한 사람을 보호하는 어른이 되는 과정은 아주 중요하다.
특히 자기가 책임져야 하는 여자가 있다면 더더욱.
“프로듀서 씨까지 그런 말씀 하시는 건가요... 동료는 노바디♪ 카나는 론리♬”
“그래도 결혼할 생각이고 둘이서 동거한다면 사실혼 비슷한 거잖아. 리쿠가 어엿한 가장이 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린다고 생각해.”
“그래. 준비가 안 된 채 결혼하면 프로듀서 씨처럼 이혼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아하하... 변명할 여지도 없네.”
“으음 역시 이혼은 싫으려나~ 환불녀 카나...”
“그럼 정해졌네. 카나와 릿군의 결혼은 적어도 릿군이 제대로 자리 잡을 때까지 미루는 거다. 만약 릿군이 빨리 하자고 해도 안 돼. 나랑 프로듀서 씨한테 이야기하면 릿군도 설득할 테니까.”
“네~”
“피임도 잊지 말고.”
“프로듀서 씨. 성희롱이에요?”
“아니 이건 꽤 진지한 충고야. 지우면 된다곤 해도 애초에 처음부터 조심하면 아무 문제도 없으니까. 생겼으니 책임지고 결혼한다. 이거 생각보다 좋지 못한 마인드야.”
“걱정마세요. 임신하면 활동도 멈춰야 하잖아요. 저 아직 하고 싶은 일이 잔뜩 있으니까 조심할 거예요.”
“그래. 그렇다면 다행이고.”
임신해서 배가 많이 부풀면 출산까지는 물론이고 애가 어느 정도 커서 유치원 정도는 갈 수 있게 되어야 복귀할 여유가 생기니 당연한 이야기다.
특히 리쿠가 아직 어리니 한참 다른 동기들과 경쟁하고 실적을 쌓아 출세할 포석을 깔아야 할 시기에 육아를 병행하려면 양쪽 모두에 소홀해질 게 뻔한 이야기다.
“아, 저 슬슬 출근해야 할 시간이에요. 이만 일어날게요.”
“응, 벌써 그런 시간이야? 프로듀서 씨는 어떻게 하실 건가요?”
“나? 으음...”
위이이잉
응? 메일인가.
어디... 시호? 오늘 가게에 와달라니.
따로 할 이야기가 있는 건가.
“난 1시간 정도 시간 있어. 카나만 괜찮다면 좀 더 이야기하고 갈게.”
“전 괜찮아요!”
“그럼 전 먼저 실례할게요.”
그렇게 시호는 먼저 자리를 떠났다.
가게가 여는 시간이 되면 얼른 가서 지명해야겠네.
“저기 프로듀서 씨. 시호쨩의 일로 조금 상담하고 싶은 게 있는데요. 시호쨩의 짐을 좀 덜 수 있게 도와주실 수 없나요?”
“조금 자세하게 이야기해줄래?”
“네. 시호쨩은 저와 리쿠의 사이에 자기가 짐이 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아마 프로듀서 씨의 집이 아니었어도 언젠가 집을 나가려고 했을 거예요. 하지만 저한테는 리쿠와 시호쨩 모두 소중해요. 아이돌이 되어서 만난 소중한 친구고 곧 진짜로 가족이 될 사이인데 시호쨩은 저에게 의지하려 하질 않아요. 어머니의 병원비도 리쿠의 학비나 취활비, 용돈까지도 전부 시호쨩이 부담하고 있어요. 그나마 제가 같이 살게 되면서 같이 사니까 생활비 정돈 보태겠다고 해서 겨우 생활비를 반반하는 정도죠. 술도 잘 못 마시면서 매일매일 출근해서는 밤늦게 돌아와서 날짜가 바뀌면 매일 같이 숙취에 시달리고 그걸 또 안 들키려고 아무렇지 않은 척 집안일도 한다니까요. 오늘 시호쨩이 입은 옷 기억하세요?”
“응, 5년 전에 내가 사준 옷이잖아.”
“시호쨩의 사복은 저거 포함해서 몇 벌 없어요. 제가 새 옷을 사준다고 해도 거절하기만 하고 크리스마스나 생일 때 선물로 줘야 그나마 받아줘요. 프로듀서 씨도 좀 주실 수 있나요? 사이즈는 알려드릴게요.”
“옷이야 얼마든지 선물해줄 수 있지. 애초에 우리 집에 오면 같이 옷장을 채우러 나가는 게 국룰이야.”
“고마워요. 아, 프로듀서 씨에게 정말로 부탁하고 싶은 건 어머니의 병원비에 관한 이야기에요. 벌써 10년도 넘게 전부 시호쨩이 혼자 부담하고 있어요. 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저한테 엄청 잘 해주셨고 곧 있으면 제 장모님이 될 사람인 걸요. 저도 부담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제가 이야기를 꺼내도 어머니가 자기가 돌볼 테니 전 리쿠와의 장래를 위해 저축이나 하라고 거절해버려요. 그러는 시호쨩은 제대로 된 적금조차 없으면서... 적어도 병원비라도 저와 함께 부담한다면 시호쨩의 부담도 많이 줄어들 거예요. 그럼 시호쨩도 자기를 위해서 돈도 시간도 쓸 수 있을 테고 그러면 지금처럼 매일같이 괴로운 표정으로 지내지 않아도 될 거예요! 그러니 프로듀서 씨도 시호쨩에게 말 좀 해주세요. 전 리쿠랑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 거예요. 하지만 시호쨩이 행복하지 않으면 그건 반쪽짜리일 뿐이에요! 프로듀서 씨라면 이 마음 이해해주실 거라 믿어요!”
“으음, 솔직히 말하면 남의 집안사에 끼어드는 거 같아서 꺼림칙하긴 하지만... 알겠어. 솔직히 시호의 상황이 남의 일 같지도 않고 한번 이야기해볼게.”
“고마워요! 시호쨩을 부탁드릴게요!”
카나는 활짝 핀 얼굴로 돌아갔다.
이따 가게에서 이야기를 해봐야겠네.
*
시호가 다니는 캬바쿠라가 여는 시간에 맞춰 들어가 카호(시호)를 롱코스로 지명했다.
최대한 구석진 자리로 가서 잠시 기다리자 섹시하게 차려입은 시호가 왔다.
“어머 오랜만에 오셨네요? 제가 그리워지셨나요?”
“뭐 그런 셈이지.”
“마실 건 어떤 거로 하시겠나요?”
“샴페인 골드.”
“네. 여기요~”
샴페인은 금방 왔고 가볍게 건배했다.
기분탓인지 드레스가 예전보다 노출이 많아진 것 같다.
“정말 그렇게 가슴만 보지 마세요. 정말 밝히신다니까.”
“아니 예전에 왔을 때보다 노출이 늘었네 싶어서.”
“아... 크흠. 그 왜 제가 프로듀서 씨 집에 안 가는가 하는 이야기였죠.”
“호칭 괜찮아?”
“네. 음악도 시끄럽고 보이나 매니저도 다들 인기 많은 애들이 담당하는 부자 손님들한테나 관심있거든요.”
좋은 건지 나쁜 건지.
그래도 편하게 대화할 수 있다면 좋은 일이지.
“실은 여기서 잘리면 이사하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안 잘리더라고요. 손님은 좀 줄었지만, 장사는 여전히 잘 되고 무엇보다 가난한 손님들을 받을 재떨이는 필요하단 거겠죠.”
“흐음. 확실히 우리 집에서 여기까지 출퇴근하는 건 어렵겠지. 그것도 밤에.”
“그래서 일단은 계속 다니고 있어요. 돈은 필요하니까요. 여기만큼 잘 주는 곳 별로 없고.”
“어머니 병원비?”
“네...”
“그래도 이제 리쿠도 대학 졸업하고 취직하면 자기가 벌어서 살 텐데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기지 않을까?”
“아직 반년 아니 졸업에 취직까지 하려면 거의 1년 가까이 남았어요. 그 동안은 계속 벌어야죠. 게다가...”
“게다가..?”
시호는 고개를 숙이더니 빈 잔을 내게 내밀었다.
그 잔을 채워주자 한숨에 들이키고는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제 옷이 더 야해졌다고 하셨죠. 저기 안쪽에 문이 보이죠. 저긴 VIP룸이에요. 일반석보다 비싼 대신 더 서비스가 좋죠. 저기서 손님 맞으면 페이도 두 배는 훌쩍 넘어요. 하지만 저길 담당하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어째서?”
“우리 가게는 기본적으로 야한 건 금지에요. 최대가 손님이 하는 건 손을 잡는 정도, 여자가 하는 건 뽀뽀 정도죠. 하지만 저 안은 만지기가 가능해요. 물론 거기까지고 그 이상은 안 돼요. 덜미 잡히면 끝장이니까. 하지만 여기 있는 콧대 높은 아가씨들은 그것도 싫어해서 저길 담당하는 호스티스는 급전이 필요한 경우뿐이에요. 그리고 지금은 제가 담당하고 있죠. 이 옷도 가슴 주변이나 등이 뻥 뚫린 이유도 쉽게 만질 수 있게 하기 위한 거예요.”
그 말을 듣고 시호의 옷을 다시 보자 확실히 가슴 주변이나 등 전체는 뚫려있었다.
스커트도 미니라 몸 전체에 옷보다 살이 더 많이 보인다.
“하지만 보통 VIP라고 하면 넘버원을 데리고 놀고 싶어하지 않아?”
“네. 그래서 일반적으로 넘버원을 같이 지명해요. 그리곤 넘버원이랑 떠들고 마시면서 제 몸을 만지죠. 넘버원은 만지기 NG니까요.”
“본인은 다른 여자랑 떠들면서 한편으론 네 몸을 만진다니 그래선...”
“오나홀, 러브돌 지금 이 가게에서 제 별명이죠. 멋대로 떠들라 그래요. 무슨 소리를 듣던 이제와서 아무렇지도 않으니까.”
“왜 그렇게까지... 지금까지 VIP룸 대접을 했던 건 아니잖아?”
“실은... 어머니의 수술이 결정됐어요.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르겠지만 이번에 새로 개발된 치료법을 시험해본다고. 만약 이번에도 잘 안 되면 영영 깨어나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그래서 수술비를 벌기 위해서...”
“네. 그 금액이 정말 끔찍할 정도로 커서... 여태까지의 벌이로는 어림도 없어서 이런...”
마침 병원비 이야기가 되었으니 아까 카나에게 부탁받은 이야기를 해볼까.
시호 본인도 상당히 힘든 것 같으니 지금이라면 들어줄지도 모르겠다.
“시호 그렇게 힘들면 혼자 다 감당하려고 하지 말고...”
“카나에게 도와달라고 하라는 건가요? 역시 그 애가 이야기했군요. 그렇다면 제 대답도 이미 알고 계실텐데요. 싫어요.”
“어째서 그렇게 카나에게 도와달라고 하지 않는 거야? 그야 돈 문제인 만큼 마음이 편치 않기야 하겠지만 그래도 곧 가족이 될 텐데 좀 의지해도 되지 않을까?”
“의지하지 않는다고요? 반대에요. 반대라고요. 전 카나에게 너무 어리광만 부렸어요...”
“그게 무슨...”
“어머니가 병에 걸려 제가 부잣집에 돈을 받고 시집갔을 때 아직 중학생이던 릿군을 누가 돌봐줬다고 생각하세요? 카나에요. 제가 다시 돌아왔어도 밤일을 하는 바람에 고등학교에서 돌아온 릿군을 돌봐주는 것도 대학 수험으로 고생하는 릿군을 보살펴준 것도 대학생이 되어 진로를 고민하던 릿군을 도와준 것도 카나에요. 그 사이에 둘은 사랑에 빠져선 이젠 아예 릿군의 남은 인생 전부 카나가 돌봐주게 되었다고요. 누나로서 가족으로서 제가 했어야 하는 일들을 전부 카나에게 맡겨버렸다고요.”
“그래도 그건 카나도 한 명의 누나이자 여자로서 리쿠를 좋아했으니까...”
“어디 릿군 일로만 도와준 줄 알아요? 카나가 뭐라고 했나요. 돈 문제는 전부 제가 부담한다고 했죠? 그거 거짓말이에요. 그 애 저 몰래 집세 같은 거 가끔씩 자기가 대신 내고 있었더라고요. 그리고 제가 집세로 준비한 돈은 따로 모아두고는 이번에 어머니 수술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저한테 주더군요. 자기 말로는 릿군이 알바하며 집세를 낸 거라고 하지만 카나는 거짓말이 서투니까요. 애초에 릿군이 정말 알바를 했다면 데이트 비용을 전부 카나가 내진 않았겠죠.”
“그랬던 거야?”
“네. 그야 뭐 카나는 옛날부터 사회생활하던 누나니까 그러려니 할 수도 있지만 릿군도 남자애인 걸요. 항상 받기만 하니까 미안해하고 가끔은 자기가 내려고 했지만 거절당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릿군의 마음을 알고는 재작년쯤부턴 동거하는데 굳이 밖으로 갈 것도 없다면서 집안에서 데이트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릿군이 인턴일 하면서 돈을 벌자 그런 돈은 결혼한 뒤를 위해 모아두자며 다 저금했다고 하더라고요.”
리쿠 정말 좋은 여자를 만났구나.
하지만 동시에 정말 미안하고 자존심 상하는 연애를 했구나...
아무리 어려도 아니 어리기 때문에 더더욱 괜한 자존심이 있는 법인데.
일단 이런 이야기를 하는 만큼 시호를 진정시킬 단 게 필요할 것 같아서 살짝 손짓으로 보이를 불러 과일모둠을 주문했다.
“제가 이 사실을 알았을 때 카나에겐 정말 고맙고 릿군에겐 정말 미안하고 제가 정말로 미웠어요..! 카나가 없었으면 저도 릿군도 어머니도 전부 어떻게 됐을지... 릿군을 위해 가족을 위해라며 말만 번지르르 해놓고 사실은 아무것도 해준 게 없단 걸 알고... 정말...!”
조용히 시호의 잔을 다시 채워줬다.
시호는 그걸 또 단숨에 마시곤 이야기를 이었다.
“이렇게 릿군에 대한 걸 전부 카나에게 맡겨둔 주제에 이제는 어머니의 병원비까지 카나에게 받으라고요? 그럼 전 뭐가 되는데요? 카나는 제 인생을 바꿔준 첫 번째 친구이자 둘도 없는 최고의 친구라고요! 그런데 저는 카나에게 무엇 하나 해주지 못하고 집안 문제 돈 문제 전부 카나에게 맡겨서 카나에게 해결해달라고 하면... 그게 정말 친구인 건가요?! 전 카나와 대등한 친구이고 싶은데! 이래선... 카나에게 매달려 카나의 상냥함에 빌붙어 사는 거머리 새끼일 뿐이잖아요! 어디 그뿐이에요? 동생을 돌보는 것도 못하고 친구이자 예비 가족에겐 폐만 끼치고 거기에 이젠 어머니 병원비까지 내지 않으면... 전 가족에게 아무 필요도 없는 사람이잖아요.... 그런 건 싫다고... 난 그저 아버지 없이 자란 동생이 어머니까지 잃게 하기 싫었을 뿐인데... 동생이 괜히 고생하지 않고 잘 먹고 잘 커서 평범하게 살아가길 원했을 뿐인데... 동생과 친구 사이에서 방해물이 되기 싫었을 뿐인데... 왜 이렇게 되어버린 거냐고.... 왜...! 으흑... 흑... 흐아아앙!”
결국엔 울음을 터뜨리고만 시호를 살며시 끌어안아 남들에게는 그냥 진상에게 걸려버린 것처럼 보이게 가렸다.
안 그래도 따돌림당한다는데 약한 모습을 보여줘서 좋을 것 없겠지.
*
잠시 후 울음을 그친 시호에게 과일을 먹여주며 마음이 완전히 진정되길 기다렸다.
그 사이에 시간이 다 돼서 연장까지 해야 했다.
“죄송해요.”
“아니. 괜찮아. 그보다 화장을 고치는 게 좋겠다.”
“네. 그러네요.”
“그리고 고치면서 들어줘. 네 문제는 크게 둘로 나누면 가족과의 관계 문제랑 돈 문제야. 솔직히 가족 문제는 네가 지금 나한테 한 이야기랑 카나가 나한테 한 이야기를 서로에게 직접 이야기하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해. 너희가 어떤 사이인데 네 말대로 서로서로 인생을 바꿔준 친구잖아. 너희 우정을 처음부터 지켜봐온 사람으로서 난 전혀 걱정하지 않아. 이야기해도 잘 안 풀리면 리쿠도 껴서 삼자대면을 하고 그래도 안 되면 나한테 와.”
“후훗, 꽤 자신만만하시네요.”
“뭐 설령 내가 못하더라도 아카네라는 든든한 백이 있으니까.”
“...... 하아, 조금이라도 멋있다고 생각한 제가 바보였네요.”
“그렇게 쓰레기를 보듯 볼 건 없잖아.”
그리고 아카네가 얼마나 믿음직스러운데.
트러블메이커인 척하면서 사실은 765에서도 손에 꼽히는 해결사라고.
“그리고 돈 문제인데 네가 카나에게 받는 게 싫다는 건 알겠어. 하지만 지금 이렇게 벌어서 다 모으는데 얼마나 걸리는데?”
“지금처럼 VIP룸에 손님이 오고 이벤트 같은 곳에서도 당하는 역할로 참가하고 보너스 같은 것도 다 챙기고 애프터나 동반도 늘리면... 바, 반년이면 어떻게든....”
“그건 수술비만 따지는 거야 아니면 기다리는 동안과 수술한 뒤 퇴원할 때까지 병원비와 생활비까지 전부 고려한 거야?”
“수... 수술비만...”
“그러면 아무리 빨라도 1년 아니 1년 반 이상인가. 그 시간 동안 넌 계속 카나랑 리쿠랑 같이 지금 사는 곳에서 살 거야? 러브돌 취급받으면서?”
“그건...”
“그 둘이 널 혼자 두고 신혼집을 차릴 거라고 생각해?”
“아뇨.”
“그치? 그러니까 속도는 중요해. 거기서 내가 제안하는 방법은 둘. 우선 첫 번째는 네가 네 힘으로만 수술비를 마련하고 싶다면 여기는 그만두고 이곳에서 일한 경력을 갖고 고급 소프나 성인 클럽에 가서 본격적으로 몸을 팔아. 여기서 거지같은 취급받는 것보다는 인간다운 취급 받으면서 더 높은 페이로 일할 수 있어. 정말 작정하고 손님을 받으면서 충실한 단골을 만들면 반년으로 충분해. 이게 1번.”
“예전부터 느낀 건데 프로듀서 씨는 꽤 몸팔이에 관대하다고 할까 꽤 긍정적으로 바라보시네요. 이유라도 있나요?”
“그야 뭐... 이런 건 정말 누구의 손도 빌릴 수 없는 여자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 같은 거니까.”
그리고 어디서 일하든 어머니나 내가 받던 거에 비하면 훨씬 나은 취급과 벌이로 일할 수 있을 테고 요즘처럼 그런 가게가 적고 비싸지는 시대에 괜히 블랙 리스트에 오르거나 하면 손해기 때문에 손님은 일하는 여자에게 허튼짓도 잘 안 한다.
“돈 앞에서 더럽고 자시고가 어딨어. 적어도 살면서 내일 밥을 먹을 수 있는 걸 당연하게 살아온 인간에게 몸파는 사람을 욕할 자격은 없다고 생각해.”
“흐응... 그래서 두 번째는요?”
“뭐 네 친구는 카나 한 명이 아니란 걸 생각해보란 거지.”
“네?”
“애초에 큰돈을 마련한다고 하면 한 사람에게 잔뜩 빌리는 게 아니라 여러 명에게 조금씩 빌리는 게 정석이잖아. 당장 아이돌 동료들 중에 좀 여유가 있는 애들에게 빌려달라고 하면 꽤 모을 수 있을걸. 카나는 아예 병원비를 주겠다고 하는 거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빌리는 거. 빌린 돈은 천천히 갚아나가는 거지.”
“하지만 갑자기 큰돈을 빌려달라고 하는 건 민폐잖아요.”
“반대로 만약 시즈카가 이런 사정이 있어서 돈을 빌려달라고 하면 네 형편이 되는 한에서 최대한 빌려줄 거잖아?”
“그건... 그렇지만...”
“다른 애들도 마찬가지야. 네가 갚지 않을 아이가 아닌 것도 뻔히 아는 사실이고 빌려주지 않는다고 해서 뭐라고 할 아이가 아니란 것도 뻔한 사실이지. 게다가 그 이유가 어머니의 병원비 때문이라면 다들 흔쾌히 도와줄 거야. 물론 나도 마찬가지고.”
“카나 말고 다른 사람들에게...”
“뭐 네가 선택하는 거야. 1번이든 2번이든 아니면 제3의 길을 찾든 난 널 응원해.”
“카나가 아니라요?”
“으음... 네 모습은 보면 자꾸 내 모습이 보이니까.”
“네?”
“어려운 형편에 나는 이미 늦었으니 하다못해 동생이라도 부족할 거 없이 살게 해주려고 하는 게 어렸을 때의 나랑 비슷하니까. 옛날부터 쭉 그렇게 느꼈어. 내가 15살에 10살 어린 동생 때문에 고등학교도 안 가고 돈 벌었던 거랑 네가 14살에 어머니와 8살 어린 동생을 위해 아이돌하며 돈 버는 모습이 비슷하다고.”
“그런 것치곤 저한테 꽤 엄격하고 까칠하셨던 거 같은데.”
“그런가? 뭐 차이점도 분명하지. 난 10년 그렇게 하니까 상황도 많이 나아지고 동생은 나보다 훨씬 대단한 놈이라 15살이 되자 뭐든지 다 할 수 있게 되는 바람에 내가 도와줄 게 없어져서 나도 새로운 길을 찾았고 어머니도 동생이 18살일 때 병으로 돌아가셨지만 넌 벌써 16년에 동생도 어머니도 포기하지 않고 돌보려고 하고 중간에 한 번 크게 힘들어졌단 점은 큰 차이점이지. 무엇보다 그 힘들어진 일에 내 잘못도 크니까 나 때문에 나보다 더 힘들어진 것 같은 상황이라 특히 더 네 편에 서려고 하는 것 같아.”
“그럼 정말로 제가 1번을 선택해도 응원해주시는 건가요?”
“물론이지. 다만 나로서는 2번을 선택하길 바라니까.”
“어째서죠?”
“그야... 혼자서 해결할 수 없단 걸 아는 주제에 혼자서 해결하려고 하는 놈들은.... 결국엔 나 같은 꼴이 되어버리니까. 난 40년이 넘도록 이 천성을 못 고쳤지만 넌 아니야. 넌 이미 동료의 손을 빌리고 친구의 손을 잡을 줄 알아. 넌 나를 닮았으니까 나처럼 되지 않았으면 해.”
시호는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나는 그런 시호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어 주고 계산을 하고 가게를 나왔다.
선택은 어디까지나 그 시호의 몫이다.
해결은 시호와 카나 그리고 리쿠의 몫이다.
내 역할은 어디까지나 그 아이가 보지 못하던 선택지를 보여주는 것뿐.
선택지가 하나가 아니란 사실만 눈치채도 스스로 선택지를 늘려나갈 수 있으니 이거면 충분할 거다.
자, 이만 돌아가자.
*
벌써 금요일이다.
시간 참 빨라.
오늘은 누구를 만날까.
+3까지 누굴 만날지 적어주세요.
@ 간만에 폭주했다... 뭐가 문제였던 걸까. 자꾸 시호를 불행하게 만들고 싶어져서 열심히 머리를 굴렸더니 이렇게 됐네. 뭐 일만 벌려놓고 수습은 제대로 안 했지만요.
P랑 잔을 주고 받으며 앞에서 16년 전 입사해서부터 시달려온 것에 대한 온갖 푸념을 쏟아내기 시작하는 미사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급기야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오기 시작하는데...
“미사키 씨 오늘은 쉬는 날인가요?”
“네. 예의 그 날이에요.”
“아아...”
미사키 씨의 생일은 6월 29일로 시어터의 생일과 같은 날이다.
그 탓에 미사키 씨의 생일날엔 시어터의 기념일 라이브로 눈코뜰새도 없이 바쁘다.
당일을 넘어 그 당일을 위해 미사키 씨가 하는 업무량은 평소의 2배는 우습게 넘긴다.
그렇게 생일인데도 뭔가를 해주긴커녕 일만 늘어나는 것이 미안해서 6월 초에 본격적인 기념일 준비로 들어가기 전과 7월 중순에 기념일 라이브 뒷정리까지 끝났을 때 휴일을 주는 것이다.
비록 시어터는 유명무실해졌으나 미사키 씨가 평소에 살인적인 업무량을 담당하고 있는 것은 변함없기에 이 전통은 계속 유지하고 있었다.
“헤에, 오늘은 그 날이야? 미리 말해주지. 그랬으면 뭔가 좀 더 준비라도 했을 텐데.”
“그래요. 언제나 고생하시는 미사키 씨를 위해 뭔가 해드리고 싶어요.”
“에에?! 괜찮아! 신경쓰지 않아도 돼!”
“그럼 오늘은 저희가 미사키 씨가 원하는 것이라면 뭐든지 들어드리는 것으로 하죠!”
“오? 찬성~ 다들 괜찮지?”
네~
그렇게 오늘 하루는 미사키 씨가 원하는 걸 뭐든지 들어주는 날로 하기로 했다.
그리고 미사키 씨가 처음으로 요구한 것은...
“아직 오전인데 술이라니 괜찮으신가요? 기껏 휴일인데 머리 아파하며 보내는 건 아깝잖아요.”
“많이 마시진 않을 거니까 걱정하지 마시고 얼른 따라주세요.”
“네네.”
아점 삼아 차려진 으리으리한 술상에 앉아 나에게 술접대를 시켰다.
일단 그래도 일단은 도수 약한 것으로 준비했다.
아무리 휴일이라도 아침부터 술에 쩔어버리면 큰일일테니.
“16년이나 이렇게 살다보니 꽤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힘든 건 힘들어요.”
“네. 그렇네요. 미사키 씨한테는 정말 16년 전부터 큰 신세를 지고 있습니다.”
“16년 전에는 아이돌 따위 상품일 뿐이라고 선을 긋던 사람이 이젠 프로듀서를 그만두고도 아이돌한테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니 프로듀서 씨를 처음 만났을 때의 저한테 말하면 절대로 안 믿을 거예요.”
“저 자신에게 말해도 안 믿을 거예요.”
“프로듀서 씨. 요새 사무소에서 아이돌의 미소를 보는 일이 점점 줄어들었어요. 전 아이돌의 미소를 보는 게 좋아서 이 일을 하던 거였는데. 이제 제 앞에 보이는 광경의 대부분이 사무원이나 프로듀서들이 찡그린 채 컴퓨터를 노려보는 모습으로 변해버렸어요.”
“그런가요.”
“옛날엔 시어터의 어디에 있어도 아이돌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는데 11년 전에 선배 프로듀서 씨가 돌아가셨을 때야 큰일이었지만 프로듀서 씨의 노력으로 천천히 다시 활기를 되찾아갔고 금세 예전처럼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하지만 다들 어떠한 이유로 하나 둘 흩어져버리고 어느새 많이 줄어들고 아이돌도 세대교체가 이루어지고 새로운 직원들도 들어오고 사무소가 점점 더 차가운 공간으로 변해버렸죠. 그래도 프로듀서 씨가 있으니까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프로듀서 씨라면 분명 다시 예전처럼 따스한 사무소로 만들어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언제부턴가 프로듀서 씨는 뭔가를 체념한 얼굴이 되어버렸죠. 선배 프로듀서 씨가 돌아가신 이후의 어딘가 미쳐버린 것만 같은 표정은 무서웠지만 체념해버린 프로듀서 씨의 얼굴은 섬뜩했어요. 이제 더 이상 예전처럼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눈앞에 들이미는 것만 같아서.”
“돌아갈 수 없어요. 더 이상 765는 예전처럼 아이돌의 꿈을 이루어나가는 공간이 아니라 각자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어디에나 있는 평범한 기업이니까요.”
“그렇죠. 예전처럼 적자가 나도 미래를 위한 투자라며 과감하게 나서지 않더라고요. 그나마 프로듀서 씨가 있을 땐 뭔가를 해보기라도 했지 프로듀서 씨가 나간 뒤의 765는... 프로듀서 씨의 대행으로 오신 분은 끊임없이 진취적으로 나아가려고 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반대가 커서 쉽지가 않아요. 지금 하는 프로젝트가 잘 되기만 한다면 조금은 숨통이 트이겠지만.”
“그러고 보니 그 신인들은 어떤가요? 잘 하고 있나요?”
“네. 잘 하고 있어요. AS나 밀리언 같이 시장 전체를 뒤흔드는 수준은 아니어도 요즘 연예계 상태를 생각하면 충분히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고 있어요.”
“그나마 다행이네요.”
“하지만 만약 이 프로젝트가 잘 되어서 사장님과 새 프로듀서 씨의 힘이 커지면 많은 직원과 아이돌이 자리를 잃겠죠.”
“그건...”
“제가 어떤 자리에 있는데요. 사무소가 어떻게 흘러가고 사람들의 파벌이 어떻게 되는지 정돈 파악하고 있어요. 반대파까지 품고 가려던 프로듀서 씨와는 달리 사장님은 마음을 독하게 먹고 임하고 있어요. 자신의 회사를 되찾겠다는 의지로. 저도 참 이상하죠? 지금의 765를 차갑다며 싫어하는데도 사무소를 차갑게 하는 사람들을 내치려는 일에 완전히 동의할 수가 없어요.”
당연한 일이다.
애초에 정 많은 미사키 씨인데 765의 직원은 모두 미사키 씨의 후배들이고 부하들이다.
나이로 보면 미사키 씨보다 연상인 사람도 많지만 결국 남들보다 10년은 긴 시간을 765에서 사무원과 의상 디자이너를 하던 미사키 씨에게 배우고 친해진 사람들인데 이를 쉽게 내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어째서 그만두신 건가요.... 아니 왜 저희를 두고 혼자 그만두신 건가요... 차라리 지금이라도 저도...”
“미사키 씨...”
“아뇨. 알고 있어요. 프로듀서 씨라는 구심점을 잃어서 765는 엄청난 혼란에 빠졌어요. 아무리 새로 오신 프로듀서 씨가 유능해도 긴 시간 동안 사무소를 지탱해오신 프로듀서 씨를 대체할 수는 없죠. 그러니 저나 리오 씨 코노미 씨 같이 사무소에서 핵심적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절대 그만둘 수 없어. 누구 하나 그만둬버리는 순간 765는 완전히 무너져내리니까요.”
“765를 잃을 수는 없어요. 그곳에 남아 있는 아이들이 많으니까. 하지만 그것 때문에 여러분께 정말 몹쓸 짓을 했다는 것도 알아요. 하지만 이걸 어떻게 보상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런가요... 기대하지 않고 기다릴게요.”
미사키 씨는 나보고 체념한 얼굴이라고 했지만, 사실 누구보다 체념을 배운 건 미사키 씨다.
지금껏 여러 사람에게 이용당하고 배신당하면서 남에게 기대하는 걸 포기한 건 미사키 씨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렇게 공허한 눈을 할 수는 없으니까.
“그보다 오늘이 문제네요. 쉰다고 해도 뭘 해야 할지를 모르겠어요. 정말 오랜만에 얻은 휴가인데 뭘 하면서 보내야 하는 걸까요?”
“글쎄요. 저도 갑자기 아무것도 안 하게 되었을 땐 뭘 해야 하나 당황했지만 긴 시간 동안 아무것도 안 하다 보니 아무것도 안 하는 게 당연해져 버려서... 아예 하루 종일 아무것도 안 하고 편히 쉬는 것도 방법이겠죠. 적당히 쉬면서 필요한 거 있으면 저희한테 시키고 그렇게 느긋하게 있는 거죠. 아니면 외출을 한다거나?”
“외출인가요. 어차피 나간다고 해도 땡전 한푼 없다고요. 빚이 산더미라 그럴 여유 없어요... 아니면 전부 내주실 건가요?”
“전 그래도 좋습니다만? 이사 오시고 마땅히 해드린 것도 없는데 그 정도야 얼마든지요. 쇼핑이라도 할까요? 옷이라든지 부족하시잖아요.”
“흐응 옷도 물론 살 거지만... 기억하시나요? 제 취미.”
“낚시랑 서핑이셨죠?”
“네. 둘 다 돈이 꽤 많이 드는 취미라서 용품도 다 팔아버리고 포기했었는데 다시 다 맞춰주실 수 있나요?”
“뭐... 그정도는...”
“좋아요. 그럼 나가죠! 오랜만에 프로듀서 씨와 데이트네요.”
+3까지 데이트로 뭘 하고 무슨 일이 벌어질지 등은 정해주세요
저녁을 먹고 밤바다의 모래사장에서
"이제 좀 편안해지셨나요"
"그렇네요. 걱정 없이 놀아본 건 정말 오랜만이에요"
------
"프로듀서 씨... 이건....?"
"선물입니다. 제가... 여태 모두에게 너무 무심했다는 생각이 문득 들더군요. 프로듀서로서 선을 지키는 것 이상으로 말입니다. 나이만 쓸데없이먹고 살아와서 쉽게 고치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이런 것부터라도 해야겠더군요"
"언제나 아이돌들을 도와주어서 감사합니다. 미사키 씨."
"프로듀서 씨..."
"드레스라니, 서른 넘은 아줌마한테 이런 걸..."
"카오리나 라오도 멀쩡하던데요."
"아이돌들과 비교하지 마시라구요 정말..."
"좋아요. 프로듀서 씨. 춤추죠."
"네?"
"드레스를 선물해놓고, 댄스 한번 못 춰주시겠다는 건가요. 불빛도 잦아든 조용한 밤바다... 무대 뒤에 서있는 저희들에게 어울리는 무도회장 아닌가요."
"여유와 함께 감성도 돌아오셨나요"
"그럴지도요. 자 무슈, 차려입고 오면 에스코트 부탁할게요."
"그러죠. 마드모아젤."
@ 음 마지막이 너무 오바였나? 성격상 안맞을 수 도 있을것 같긴 한데 어떻게 잘 좀 부탁드립니다
“어째서 너희도 같이 오는 거야?”
“에이 단둘이 가면 외로울 거 아니에요.”
“게다가 두 사람 다 술도 마셨는데 운전할 생각이신가요?”
“가는 동안 쉬면서 술에서 깨어나시는 게 좋을 거예요.”
미사키 씨의 요청으로 타네가시마를 가게 되었는데 유리코 코토하 에밀리도 따라왔다.
사요코는 당연히 안 나오고 메구미도 여름에 바다로 가는 건 힘들다고 빠졌다.
덕분에 차에는 딱 5명이 타게 되어 누가 트렁크로 가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그나저나 서핑이라니 정말 오랜만이네. 다들 수영복은... 없겠지. 뭐 거기서 슈트랑 함께 빌리면 되니까.”
“나중에 수영복도 사러 가요. 이쿠쨩이랑 모모코쨩한테는 사줬다면서요?”
“두 사람 다 꽤 대담한 디자인이던데 그런 건 좀 이른 거 아닐까?”
“코토하... 그 애들도 이젠 20대 후반이라고.”
“그치만...”
“지도자님은 어떤 수영복이 좋으신가요?”
“글쎄다.”
미사키 씬 피로가 있는지 취기 때문인지 차에 타자마자 잠들어버린 채 도착하도록 깨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차에서 내려 고향에 돌아온 걸 알자 금방 안색이 좋아졌고 그대로 수영복과 슈트 보드 등을 빌렸다.
서핑할 줄 아는 게 미사키 씨랑 나뿐이라 다른 애들은 해변에서 놀거나 평범하게 바다에 떠다니고 있었다.
“아 프로듀서 씨 적당한 파도가 와요!”
“그렇네요. 그럼 가볼까요.”
보드에 엎드려 파도를 향했다.
워낙 오랜만이라 잘 될지 불안하지만 뭐 어떻게든 되겠지.
조금씩 파도가 가까워질수록 옆에 있는 미사키 씨의 얼굴이 기대감에 밝아졌다.
그리고...
쏴아와아아악!
“와아~!”
“어이쿠, 휴우...”
“프로듀서 씨 괜찮으신가요?!”
“네. 문제없어요. 미사키 씨는 어떠세요?”
“엄청 즐거워요!”
미사키 씨의 얼굴은 잘 안 보이지만 파도를 타는 모습이 즐겁다고 말하는 것만 같다.
그리고 미사키 씨의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웃음에 나도 덩달아 즐거워진다.
“프로듀서 씨 정말로 오랜만에 타시는 거 맞아요?!”
“미사키 씨도 저랑 비슷하게 오래 안 타셨다면서요. 잘 타시는데요!”
“에헤헤, 몸이 기억하는 것 같아요!”
“저도 마찬가지에요!”
파도는 순식간에 뭍에 도착했고 아이들이 물을 챙겨줬다.
오랜만에 이런 아웃도어 스포츠를 즐기니 목이 금방 타네.
“미사키 씨 엄청 즐거우신가 봐요.”
“그렇게 보여? 헤헤...”
“그나저나 프로듀서는 정말 뭐든지 할 줄 아네요. 서핑은 언제 배우신 거예요?”
“14년 전에 다 같이 여름휴가 갔을 때 미사키 씨가 가르쳐주셨어.”
“그땐 정말 깜짝 놀랐어요. 겨우 기초만 조금 알려드렸을 뿐인데 순식간에 잘 타게 되셔서 같이 타고 놀았는 걸요.”
“뭐 프로듀서 씨도 은근히 치트캐니까.”
“진짜 치트 그 자체인 놈이 있어서 내가 그렇게 뭘 잘한다는 느낌은 안 들지만.”
아마 걘 서핑보드를 본 것만으로 서핑의 원리를 전부 이해하고 바로 파도에 달려들 수 있을 거다.
그것도 10m 이상의 대형 파도에.
“그럼 또 가죠!”
“아, 네.”
“저희랑도 좀 놀아주세요.”
“아 미안 그래도 오늘은 미사키 씨가 메인이니까.”
“우우. 대신 다음에 또 바다에 놀러 오는 거예요! 그땐 숙박으로!”
“그래 알았어.”
그 후로도 몇 시간 동안 계속 파도 타고 쉬고 파도 타고 쉬고를 반복했다.
미사키 씨의 정말 즐거운 듯한 미소를 보는 게 도대체 얼마 만인지 모르겠지만, 앞으로 자주 볼 수 있도록 하자.
*
해가 지고 다들 돌아갈 준비를 하는 동안 해변에서 좀 떨어진 작은 공원 같은 곳에 홀로 있는 미사키 씨에게 다가갔다.
아까 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
“미사키 씨.”
“아, 프로듀서 씨. 벌써 갈 시간인가요?”
“아뇨. 아직 30분 정도 여유가 있어요.”
“그런가요.”
“이곳은 정말 조용하네요. 아직 그렇게 늦은 시간도 아닌데 사람도 거의 없고.”
“시골이니까요. 해가 지면 저기 시장 근처에나 사람이 있고 이 주변엔 아무도 없어요.”
“위험한 거 아닌가요?”
“괜찮아요. 그보다 프로듀서 씨 제게 어떤 용무가 있던 거 아닌가요?”
“그렇네요. 아까 한 이야기 생각해보셨나요?”
아까 미사키 씨한테 한 가지 제안을 했다.
빚을 나한테 옮기자고.
내가 미사키 씨의 빚을 전부 갚고 미사키 씨는 나에게 빚을 지는 것으로 하자고.
그에 대한 미사키 씨의 대답은...
“사양할게요.”
“어째서죠?”
“만약 제 빚이 전부 프로듀서 씨에게 빌린 거로 바뀐다면 프로듀서 씨는 제게 돈을 갚으라고 하실까요? 아마 제가 평생 한 푼도 안 갚아도 전혀 신경 쓰지 않으실 테죠. 프로듀서 씨도 사실은 그럴 속셈 아니신가요?”
“아니 그건...”
“누가 뭐라 해도 자기가 진 빚에 대한 책임은 자기가 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설령 전기나 수도가 끊겨서 회사 전기와 샤워실을 써야 하는 상황에 처해지더라도요. 그러니 그 제안은 사양하도록 하겠어요.”
“그런가요. 뭐 그럴 줄 알았습니다. 그럼 그 대신이라고 하긴 뭐합니다만 이걸 받아주세요.”
애초에 이쪽이 진짜 목적이다.
미사키 씨에게 포장된 선물을 건넸다.
“이건..?”
“선물이에요. 미사키 씨에겐 정말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로 신세를 졌는데 전 무엇 하나 제대로 돌려드리지 못한 것 같아서 우선은 이런 것부터 해보려고요. 아이돌들을 돌봐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열어봐도 될까요?”
“물론이죠.”
미사키 씨는 조심스럽게 포장지를 뜯었고 그 안에서 민트색 드레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드레스라니... 저 이제 곧 36살이 된다고요?”
“카오리 씨나 리오도 입는데요 뭘. 예전에 선물해드린 드레스를 아직도 입으시길래 기분전환으로 다른 드레스를 입어보는 것도 좋을 거예요.”
“아이돌이랑 비교하시면 안 되죠... 그래도 기뻐요. 프로듀서 씨 춤추지 않을래요?”
“네?”
“드레스를 선물하시면서 춤은 안 춰주시는 건가요?”
“여기서요?”
“네. 바다에 가려져 아무도 안 오는 어두운 공원. 스테이지에 오르지 않는 저희에겐 딱 어울리는 장소잖아요. 금방 갈아입을게요.”
“여기서 갈아입으시려고요?!”
“말했잖아요. 아무도 안 오는 공원이라고. 그래도 불안하시면 망 좀 봐주시겠어요?”
확실히 사람 소리도 차 소리도 안 들리고 주변은 어둡다.
아무리 그래도 나름 가로등도 있는 공원이니 망을 보는 게 좋을 것이다.
“자, 다 갈아입었어요.”
“네.”
뒤를 돌자 조금 낯간지러운 표정을 한 미사키 씨가 바라보고 있었다.
일부러 조금 밝은 민트색으로 했더니 주변의 어둠과 대비되어 훨씬 아름다워 보인다.
“어떤가요?”
“아름다우세요.”
“에엣?! 그, 그런가요... 그럼 음악 틀게요.”
휴대폰으로 음악을 틀어 우리만 들릴 정도로 작게 볼륨을 맞췄다.
조명은 달빛, 장소는 잊혀진 공원, 음악은 벌레 소리에도 묻힐 정도지만 애초에 무대 위에 오르는 것은 우리의 역할이 아니다.
그 누구도 보지 않는 우리 둘만의 조촐한 댄스파티는 딱 한 곡으로 막을 내렸다.
“오늘은 정말로 즐거웠어요. 고마워요. 쪽.”
은은한 민트향이 입술을 감돌며...
*
날이 바뀌고 다시 미사키 씨는 사무소로 갔다.
금요일에 휴가를 주지만 주말에 쉬는 건 아니라는 끔찍한 스케쥴이지만 반쯤은 선배 탓이고 나머지 반은 내 탓이라 정말 미안할 따름이다.
오늘은 누굴 만날지 고민하던 차에 초인종이 울렸다.
그 밖에 있는 건....
1~33: 엄청 큰 박스 하나
34~66: 작은 박스 여러 개
67~99: 편지 한 통
100: ..
먼저 2표 갑니다.
@ 기다려도 추가 앵커 안 달릴 것 같고 벌써 닷새나 연재를 안 했으니 그냥 바로 해버렸습니다.
“캐비닛이야.”
“캐비닛?”
“전에 이쿠랑 모모코가 둘이 같은 방을 쓰니까 물건을 둘 공간이 부족하다고 했거든. 우리 집 각층 마다 로비 비슷하게 넓은 공간이 있잖아? 거기에 이걸 둬서 물건 같은 걸 좀 두게 하면 어떨까 싶어서.”
“아아 학교처럼요?”
“비슷하려나. 당장 너희 물건 말고도 대부분의 물건이 4층 창고에 있어서 불편하니까 자주 쓰는 물건들은 여기다 두려고. 청소할 때마다 4층까지 가서 대걸레 같은 거 챙기는 거 귀찮아서 그냥 거실 구석에 두면 에밀리가 다시 창고에 집어넣고 하니까. 너희도 여기다 보관해도 크게 상관없는 물건들은 넣어둬. 유리코는 책 둘 공간도 부족하다고 했잖아. 일부러 보관고가 6+1개짜리인 거로 샀으니까 각자 하나씩 쓰면 돼.”
네~
층마다 캐비닛을 설치하자 꽤 시간이 걸렸다.
시간은 벌써 오후 2시를 넘겼고 이제 다시 누군가를 만나러 가야겠지.
누구를 만날까...
+3까지 누굴 만날지 적고 굴려주세요. 중간값 갑니다.
@ 사실상 노이벤트인 부분을 딱 고르다니.
먼저 리오와 만나기로 한 약속장소에 가자 그곳에 있던 건 리오만이 아니었다.
“리오, 이건 어떻게 된 일이야?”
“그냥 오랜만에 이 멤버로 마셔볼까 해서.”
“코노미 씨, 카오리 씨, 치즈루, 레이카까지 있네.”
“코노미 언니는 임신해서 술은 자제한다고 하고 후카쨩은 일이니 남편이니 바쁘다고 하더라.”
“그래서 부족한 술멤버를 보충하기 위해 아유무쨩을 데려온 거!”
“예~이 오랜만이네.”
아유무를 빼곤 다들 16년 전에 성인이던 애들이고 아유무도 1년 만에 술파티에 참가했었다.
뭐 술 무지하게 약하지만.
“그 외에도 초창기 술파티를 불러보려고 했는데 마츠리쨩, 노리코쨩, 미나코쨩, 코토하쨩이라는 멤버로 이어지다 보니...”
“코토하를 빼면 다들 술이나 마실 상황이 아니고 코토하는 프로듀서와 함께 있으니까 뺐어.”
맨 처음 만났을 때 18살이던 애들까지를 초창기 술파티로 인식하는 건가.
하긴 11년 전을 기준으로 잡으면 15살이던 애들까지 술파티 멤버니 당연하지.
그나저나 이렇게 보니 18살은 참 마가 낀 것 같네.
“그럼 출발할까?”
“엣?”
어디로?라는 의문을 남기기도 전에 다들 내 몸을 붙잡고는 끌고 가 차에 던져넣었다.
*
그렇게 도착한 곳은 다름 아닌 리오의 집이었다.
조금 늦게 들어온 다른 차에 탔던 멤버의 손에 중간에 마트에 들려 산 대량의 술과 안줏거리를 보고 오늘 밤 돌아갈 수 있을까 생각하던 중....
“아, 프로듀서 핸드폰이랑 지갑은 이리 내. 오늘은 돌아갈 생각도 말고.”
내 생각을 읽은 듯 코노미 씨가 핸드폰과 지갑을 제출하라고 했다.
도망치는 건 무리다 싶으니 순순히 넘겨주자.
“아, 집에 오늘은 못 들어간다고 연락해두고.”
철저하시네 정말....
오늘은 자고 간다고 연락을 보내고 핸드폰을 코노미 씨에게 넘겼다.
“프로듀서. 레이카 옮기는 것 좀 도와줘.”
“알았어. 의자로 옮기면 돼?”
“응 부탁해.”
휠체어에 탄 레이카를 살며시 안아들어 의자에 살포시 내려놓았다.
“와~ 프로듀서 씨에게 안겨졌습니다. 이건 바람인 걸까요? 불륜듀서 씨네요!”
“그런 거 아니야.”
“그럼 시작하자!”
+3까지 뭐하며 놀고 무슨 이야기를 할지 적고 굴려주세요. 30, 60, 90 체크입니다.
레이카 : 와아, 장난쳐볼까?
이후 메챠쿠챠 생략
나는 단 것을 좋아한다.
그걸 들으면 다들 의외라는 반응을 보인다.
이 세상 그 어떤 쓴 것도 달다고 느낄 것 같다고 하는데 그야 때에 따라선 그렇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론 단 것을 좋아한다.
이건 술도 마찬가지라 특별한 이유가 없을 땐 쓴 술보다는 단 술을 선호한다.
여기 있는 애들 그러니까 나랑 긴 시간 동안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술자리를 함께한 이들은 그것을 알고 나와 술을 마실 땐 단 술을 가져온다.
그러다보니 나도 모르게 술술 마시는 경향이 있어 주의해야 한다.
“군... 프로듀서 군!”
“어? 어, 왜?”
“벌써 취했어?”
“아니, 잠시 딴 생각을 좀 무슨 일이야?”
“프로듀서 씨는 남자가 가장 섹시해보일 때가 언제라고 생각하세요?”
“어...? 남자가?”
“네.”
“어.... 음.... 아니 남자를 섹시하다고 느끼는 경우는 거의 없지. 기껏해야 잡지 같은 곳에서 있는 조명과 옷과 기타 등등의 보정을 받은 잘생긴 연예인의 사진 정도에서나 느낄까 말까인데.”
애초에 남자가 남자에게 느끼는 섹시와 여자가 남자에게 느끼는 섹시가 같은지조차 의문이다.
“너희는 어떻게 생각하는데?”
“난 역시 진지한 눈으로 일하는 옆모습이 제일 섹시하다고 생각하거든? 근데...”
“확실히 일하시는 모습은 멋져요. 하지만 가장 섹시한 모습이라고 한다면 요리하는 모습이에요. 소매를 걷고 앞치마를 두른 채 화려한 손기술로 요리하는 모습은 너무나 섹시하답니다! 다른 분들은 어떤가요 아유무?”
“나? 으음, 난.... 땀투성이가 돼서 바닥에 주저앉아 가쁜 숨을 몰아쉬는 모습이려나? 특히 격한 댄스 뒤엔 남자의 얼굴도 붉어지고 눈빛도 좀 변하고 냄새도...”
“아유무쨩은 땀 페티시인 거구나.”
“아니거든?! 카, 카오리는 어떤데?”
“나도 아유무쨩이랑 비슷하려나? 그래도 운동해서 땀을 흘리는 게 아니라 목욕할 때 머리니 얼굴이니 몸이니 전부 물에 젖은 채 물에 잠겨선 얼굴도 상기되어 있고 몸 전체에서 열이 나는 모습이 멋지다고 생각해.”
“그건 남자가 알몸이니까 좋은 거잖아. 이 변태가.”
“에엣?! 아니야! 딱히 알몸이 아니라도...”
“목욕하는데 옷을 입고 있는 놈이 어딨냐!”
으음...
원해서는 아니지만...
꿀꺽...
“그, 그럼 코노미 씨는 어떤데요?”
“역시 키스할 때가 제일이지. 하염없이 키스하면서 서로 혀를 굴리고 있을 때 살짝 눈을 뜨면 동공 풀린 눈이 바로 앞에 있다고!”
“그거 그 직후에 섹스할 거라서 그렇게 느끼는 거 아닌가요?”
“화, 확실히 그 뒤에 섹스하긴 하지만 그거랑은 별개라고! 그럼 남은 건 레이카쨩 뿐이네.”
“저는... 으음... 아, 남편과 함께 산책할 때면 제 휠체어를 밀어주거든요. 그때 살짝 뒤를 돌아서 남편을 올려다보면 남편도 살짝 고개를 숙여서 저를 바라보며 웃어주는데 그때 저도 모르게 뱃속이 큥하고 울려요!”
“과연... 레이카쨩이기에 알 수 있는 섹시이구나.”
“다들 의견이 전부 다르네... 이렇게 된 이상 증명해볼 수밖에 없겠지.”
“그러네. 그럼 프로듀서 씨 시작해주세요.”
“뭘..?”
“지금까지 이야기한 남자가 섹시하게 보이는 장면들이요. 프로듀서 씨가 직접 시범을 보이면 저희가 그중에서 뭐가 가장 섹시한지 심사할게요.”
“중간에 딥키스도 있던 것 같은데...”
“어서요!”
“알았어. 알았다고...”
어쩔 수 없이 일단 제일 쉬운 레이카의 뒤에서 내려다보기부터 시작했다.
이건 레이카의 시선에서 봐야 한다며 전원에게 해줘야 했다.
그러나 나는 이 모든 상황이 이들이 철저히 계획한 것임을 끝까지 알지 못했다.
*
그 뒤로 1시간 정도 지나고 모든 시츄에이션을 재현한 프로듀서는 만취했다.
눈도 풀리고 비몽사몽한 채 앉아있는 이 상황이야말로 이곳에 있는 아이돌들이 노리던 상황이다.
프로듀서는 그렇게 술이 강하지 않다.
일반인보다는 잘 마시지만 주당이라고 부를 정도는 아니다.
그래서 아이돌들은 준비했다.
그가 좋아하는 단 술을... 하지만 그 도수는 30을 넘는 강한 술이었다.
그가 섹시한 상황 재현 따위를 하면서 술 마시는 페이스를 조절하게 하면서도 재현이 끝날 때마다 자연스럽게 술을 먹여 빠른 과음으로 맛이 가버리는 게 아닌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취하게 해서 한계에 다다르되 무너지진 않는 상황으로 유도했다.
그리고 지금 그 상황이 만들어졌다.
그녀들이 이렇게까지 한 이유는 단 하나 그가 한계치에 다다라 만취하면 스스로의 사고력을 거의 잃고 주변에서 하는 말에 거의 복종하다시피 따른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긴 시간 동안 그와 술자리를 함께하며 알아챘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그만 마시고 쉬라는 말을 순순히 듣고 덤으로 혼자 계산하라는 소리까지 따르는 착한 술버릇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곳에서 그는 포식자들의 말에 순순히 따르는 먹이일 뿐이다.
마지막으로 그가 완벽하게 취했다는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작은 제안을 던졌다.
“저기 덥지 않아? 여름인데 방에 사람이 많아서 그런가. 프로듀서도 더우면 옷을 좀 벗지 그래?”
“어... 그러네.... 좀 덥네.... 벗을까.”
됐다.
승리의 미소를 지으면서도 방심하지 않고 그의 탈의를 지켜보았다.
프로듀서는 별다른 의심 없이 입고 있던 셔츠를 벗었고 그럼에도 더운지 바지까지 벗어버렸다.
“저기, 속옷은 안 벗어도 돼? 어차피 리오의 집이고 우리 사이니까 신경 쓸 거 없다고? 더우면 벗어야지!”
“아... 그럼...”
아유무의 결정타로 속옷까지 벗어던져 완전히 알몸이 되었다.
아이돌들을 잽싸게 그가 벗을 옷을 집어다 세탁기에 던져넣었다.
만약의 사태가 터지더라도 옷을 입지 못하도록...
그리곤 본격적으로 작전 개시다.
코노미와 레이카를 빼고 미혼인 리오, 치즈루, 카오리와 얼마 전에 결국 이혼한 아유무도 차차 옷을 벗었다.
임신 때문에 술을 안 마셔 맨정신인 코노미는 이후 카오스한 장면이었다고 후술했으나 말릴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저기 프로듀서 우리를 어떻게 생각해? 아직 현역이라고 생각해?”
“그래. 프로듀서 언제나 칭찬밖에 안 하니까 솔직하게 가르쳐줬으면 좋겠어.”
마치 암표... 아니 암사자와 같은 자세로 프로듀서에게 다가간 리오와 아유무가 프로듀서의 양팔에 매달려 속삭이듯 물었다.
물론 아무리 취했다고 한들 이제와서 프로듀서가 풋풋한 반응 따위 보여줄리는 없지만 적어도 숨김없는 본심은 들려줄지도 모른다.
“현역이라곤... 못하겠네.”
“에?”
“역시...”
“둘 다... 현역 따위는 낼 수 없는 매력을 갖게 되었으니까. 리오는 예전의 몸매를 유지하면서도 그저 드러내는 것만이 아니라 숨기는 것의 매력을 알게 된 데다가 어딘가 망가질 듯한 덧없는 느낌까지 낼 수 있어서 한번 눈이 가면 떼기 어려워져. 아유무는 지금까지 댄스를 그만두지 않은 덕분에 딱 봐도 건강하고 균형잡힌 몸에 욕구불만인 외로운 여성 같은 분위기가 섞여서 약간 배덕적인 것 같은 느낌이 들어.”
평소의 그라면 절대 말하지 않을 어휘에 두 사람 다 깜짝 놀랐다.
리오가 망가질 것 같은 이유는 자기 탓이고 아유무가 욕구불만에 외로운 이유도 남편과의 긴 불화와 그 결과 이혼했기 때문인 걸 알기 때문에 절대 입 밖에 낼 표현이 아니다.
하지만 지금의 그는 솔직하게 말하라는 그 말에 그저 아무 생각도 없이 따랐고 평범하게 생각해서 여자쪽에서 화를 내도 이상할 게 없을 것이다.
그러나 두 사람 다 그저 얼굴을 붉힐 뿐 싫어하지 않았다.
그녀들이 그를 그만큼 콩깍지 씐 것처럼 좋아하는 건지 아니면 그 못지않게 망가졌기 때문인지는 모를 노릇이나 적어도 이 자리에선 말해도 괜찮았던 모양이다.
“후훗, 고마워. 보답이라긴 뭐하지만 에잇.”
“저런 말을 칭찬이라고 하는 프로듀서나 칭찬으로 듣는 나나 참...”
프로듀서의 양쪽을 차지한 둘은 속삭이면서 프로듀서의 유두를 꼬집었다.
가벼운 신음을 흘리는 프로듀서에게 둘은 쉬지 않고 손가락으로 유륜을 따라 훑거나 꼭지를 살짝 튕기는 등 애무를 계속한다.
시어터의 연상조들은 그가 어릴 적 10개월간 심한 조교를 받았다는 사실은 모르나 그의 성감대가 이상할 정도로 민감하단 사실은 알고 있다.
맨정신일 땐 못하는 야한 장난이나 터치도 술자리에선 할 수 있었으니까.
그리고 이렇게 그의 사고능력이 사라진 상황에서 약점을 공략하면 그를 발정나게 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를 위해선 그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그를 취하게 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고 그는 술에 취하는 것을 대단히 경계한다는 문제점이 있어 쉽지 않을 뿐이다.
“뭐야, 벌써 커졌네? 아하하, 프로듀서 그 나이인데도 의외로 팔팔하네?”
“아유무쨩, 그 말은 여기 있는 사람 중 절반을 적으로 돌리는 말이란다?”
“아 미, 미안...”
“괜찮아.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니까. 자, 프로듀서 일어나서 침대에 눕자.”
리오와 아유무가 프로듀서를 부축해 침대에 눕혔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포식의 시작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원래는 일부러 잡아먹히려고 할 생각이었다.
술에 쩔은 프로듀서는 평소의 짜증날 정도로 빡빡한 이성의 가면이 조금이지만 벗겨진 상태다.
원래 계획은 그를 취하게 한 뒤 발정시켜 일부러 범해지는 것이었다.
그는 결코 필름이 끊기는 일이 없기 때문에 다음날 일어났을 때 전부 기억하고는 더 이상 도망칠 구실조차 남지 못하게 하는 계획이었으나 마치 주사위 눈금 하나의 차이만큼 미세한 차이로 이는 이루어지지 않았고 벗겨지다 만 이성의 가면 덕분에 그는 어디까지나 수동적인 자세로 남아버렸다.
따라서 그들은 계획을 바꿔 프로듀서의 몸을 철저히 즐기기로 했다.
어차피 내일은 일요일이니 프로듀서를 집에 가둬둔 채 다시 술을 먹이든가 할 수 있으니까.
“아, 리오쨩, 삽입은...”
“알고 있다니까. 삽입 말고는 뭐든지 오케이. 프로듀서가 그렇게 말한 거잖아. 나도 미움받는 건 싫으니까 그 부분은 지킬 거야.”
그렇다.
카오리는 채 일주일도 전에 그와 간 여행에서 그에게 받은 언질을 시어터의 모두와 공유했다.
같은 집에 사는 이들조차 아직 기회를 노리던 중인데 이들은 프로듀서가 자기네들을 만나러 다니는 사실을 깨닫고 이 중 누군가 한명이 불렸을 때를 위해 계획을 짜둔 것이다.
“그럼 약속대로 난 얼굴에... 영차.”
프로듀서에게 불리는 사람이 방을 빌려주는 대신 가장 좋은 자리를 선점하는 약속이었기에 리오가 제일 먼저 프로듀서의 얼굴에 올라탔다.
그 뒤로 지금까지 가만히 있던, 정확히는 이런 짓을 해도 될지 여전히 고민하고 있던 치즈루가 잽싸게 올라가 프로듀서의 오른팔을 점령했다.
카오리가 왼팔을 차지하자 아유무는 할 수 없이 다리로 향했다.
“프로듀서, 핥아줘. 구석구석까지 전부... 아흣... 그래... 그렇게... 흐앗...”
“저, 저도 소... 손가락으로 휘저어주세요... 하읏?! 자, 잠깐... 너무 겨... 격해요! 처음엔 부드럽게 풀어주는 것이 매너라고요!”
“저는... 손가락을 핥게 해주세요. 응읏... 응, 츄릅...”
“나는... 내가 알아서 해야겠네...”
제대로 움직이지도 않는 남자 하나를 여자 넷이서 나눠야 하기에 만족스러운 플레이는 어렵지만 그들이 말도 잃고 쾌락에 빠지는 데는 채 3분도 걸리지 않았다.
프로듀서는 그저 시키는 대로 몸을 움직였다.
눈이 안 보여 더욱 예민해진 혀의 감촉을 따라 리오의 클리토리스와 질구를 희롱한다.
때로는 구멍에 혀를 집어넣어 피스톤을 하거나 아예 오줌구멍을 핥아주기도 하다 보니 참다못한 리오가 스스로 허리를 움직여 프로듀서의 얼굴 전체로 자위를 시작했다.
그러다 위치가 어긋나 질구가 아닌 항문이 입 위에 오게 되자 프로듀서는 아무것도 모른 채 리오의 항문까지 핥고 빨았다.
한편 오른손으론 치즈루의 질벽을 긁으며 엄지로 클리토리스를 자극하였고 왼손은 카오리의 입속을 휘저으며 혀를 괴롭혔다.
반면 프로듀서가 움직이기 어려운 발에 있는 아유무는 왼발에 자신의 가랑이를 얹어 프로듀서가 발가락을 움직이는 것만으로 자극할 수 있게 하며 오른발에 얼굴을 딱 붙여 냄새를 즐기고 발가락을 맛있다는 듯이 핥아먹었다.
평균 나이 37을 넘는 여자 넷의 신음소리와 물소리가 방안을 가득 채운 와중에 아직 참여하지 않은 채 다섯 명을 지켜보는 두 사람이 있었다.
두 사람 다 지금은 프로듀서보다 사랑하는 남자가 따로 있고 결혼생활에 불만도 없다.
그래도 눈앞에서 이런 모습을 보여주면 조금 정도는 그럴 기분이 드는 모양이다.
네 사람이 일단 한번씩 절정에 달하자 두 사람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자, 그럼 아직 자리 남아 있지?”
“와~이 장난쳐버릴 거예요~!”
코노미보다 먼저 레이카가 앉아있던 바퀴 의자를 밀어 그대로 침대로 돌격했다.
익숙한 듯 침대를 기어 아유무를 잠시 비키게 하고 프로듀서의 다리 사이에 자리잡았다.
“리오 씨 잠깐 프로듀서 씨의 얼굴 좀 보여주실래요?”
“하아... 하아... 하으... 으응. 알겠어.”
절정의 여운에서 빠져나온 리오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축축하게 젖은 프로듀서의 얼굴이 다시 세상에 나왔다.
그 모습을 본 레이카는 프로듀서의 불알을 한 손 위에 올리고 다른 손으로 마치 원을 그리듯 불알을 어루만졌다.
“레이카쨩? 뭐하는 거야?”
“우리 남편이 이렇게 하면 좋아하거든요!”
아무렇지 않게 남편이 좋아하는 플레이를 폭로하고는 불알을 쓰다듬거나 톡톡 건드리거나 하자 그 은은한 쾌감에 프로듀서도 작게나마 신음을 흘렸다.
그러자 꽈악 하고 불알을 세게 쥐었다.
“으윽...”
갑작스러운 아픔에 프로듀서의 표정이 일그러지자 레이카는 바로 힘을 빼고는 다시 상냥하게 주무르거나 쓰다듬었다.
프로듀서의 표정이 다시 편해지자...
짜악!
“그아아악!?”
큰 소리가 날 정도로 힘껏 손바닥을 휘둘러 불알에 따귀를 때렸다.
“어떤가요? 표정이 휙휙 바뀌는 게 귀엽지 않나요?”
레이카의 손짓 하나로 쾌감과 고통이 교차하는 것은 물론 레이카가 마음만 먹으면 프로듀서를 끝장내버릴 수도 있다.
작은 자극에도 반응하는 모습과 가여울 정도의 무력함이 묘하게 귀엽게 보이는 것은 사실이었다.
한편 코노미는 프로듀서 머리 위쪽 쿠션에 앉아선 다른 아이돌들이 자기만 즐기느라 잊고 있던 프로듀서의 젖꼭지를 발을 사용해 괴롭힌다.
“남편에게도 해준 적 없으니까 감사하라고? 자자, 좀 더 울어봐?”
“하윽, 으윽... 하... 아앗, 크읏...”
“정말 신기할 정도로 민감하다니까. 옛날부터 이랬는데 대체 어떤 여자랑 만났던 건지.”
두 사람 다 옷 한 벌도 벗지 않았고 프로듀서에게 자신의 몸 그 어느 부위도 내주지 않았다.
두 사람의 행위는 어디까지나 일을 이 지경까지 끌고 온, 자기들도 한때 남자로서 사랑했던 프로듀서에게 치는 장난일 뿐.
이미 다른 남자를 사랑하고 아유무랑은 달리 그 사랑이 지금도 변치 않은 채 가정을 이루고 있는 둘의 가족에 대한 마지막 선인 것이다.
“너희들 실수로라도 사정은 시키지 마라? 개운하게 해버리면 내일 무지하게 혼날걸? 드라이라면 몰라도 지금도 미친 듯이 눈물을 흘리고 있는 저 봉에는 가능한 손대지 마.”
“알고 있어~ 그럼 언니가 말한 김에 뒤쪽도 괴롭힐까? 관장약 가져오고 카메라 지금 녹화 중이지? 그것도 챙겨서 프로듀서 데리고 욕실로 가자.”
“아, 저 승마용 채찍 가져왔어요. 같이 써요.”
아무래도 프로듀서 능욕은 밤새 끝나지 않을 것 같다.
*
다음날이 되어 잠에서 일어난 프로듀서는 우선 숙취로 인해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고 갑자기 이유도 모른 채 온몸에 추가로 항문이 불난 듯이 아팠으며 그 순간 떠오른 어젯밤의 기억에 머리가 터질 듯이 아팠다.
그리고 눈앞에서 벌름거리는 누군가(리오)의 국화꽃에 생각하는 것을 그만두고 다시 잠을 청했다.
+3까지 일요일 오전 중에 있을 일을 정해주세요.
@주사위는 프로듀서가 얼마나 취하고 또 수위가 어디까지 위험해지나였습니다. 이 정도면 건전하죠.
34~66 아무리 노리고 먹였어도 만취해버린 건 자신의 잘못. 수긍.
67~100 공격이 상상 이상이다. 조금은 더 진지하게 마주봐야 하나...
+ ㄴㅇㄱ 대충 장난 정도로 쌌는데 이건 상상도 못했다...
하지만 좋아.
잠에서 일어나 모두를 꿇렸다.
어젯밤 기억이 워낙 내용이 어처구니없어서 꿈인가 싶을 정도지만 코노미 씨랑 레이카를 뺀 전원이 알몸에 제대로 씻지도 않고 자는 바람에 다들 화장도 무너지고 음모가 달라붙는 등 꼴이 말이 아니다.
그렇기에 지금 일부러 그런 추한 몰골인 채 설교를 하려는 거다.
“잠깐만. 우리가 혼나는 건 이상해! 그치, 카오리쨩!”
“호오? 어째서?”
“프로듀서 씨가 제게 말씀하셨잖아요. 삽입만 안 하면 뭐든 해도 된다고. 실제로 저흰 삽입하지 않았어요. 앞쪽은 물론 뒷구멍에도 안 넣었어요!”
“삽입은커녕 까딱 잘못해서 사정해버리지 않게 최대한 건드리지도 않았다고.”
아무리 내가 그런 말을 했고 실제로 삽입을 안 했다고 해도 여자 6명이 남자 하나 취하게 해서 하룻밤 내내 갖고 놀았다면 그냥 역강간이라고...
당장 내 몸 이곳저곳에 애액이 말라붙어서 끈적푸석바삭거린단 말이다.
“오히려 아무리 취해 있었다곤 해도 프로듀서도 꽤 신나서 혀나 손을 놀렸다고? 프로듀서도 꽤 쌓여있는 거 아냐? 지금도 아침 발기가 풀리지 않고 있잖아.”
“그야 눈앞에 미녀 넷이 헐벗고 있으니까 당연한 거고. 설령 내가 쌓여 있다고 해도 그건 내가 알아서 뺄 이야기고 그게 너희가 날 범할 이유가 되지는 않아.”
“애초에 저희가 이렇게까지 하게 만든 건 프로듀서가 저흴 쭉 방치했기 때문이기도 하다고요?”
“그 말이 맞아. 이 아이들이 나한테 얼마나 많이 상담해온 줄 알아? 프로듀서의 마음도 모르는 건 아니지만 적당히 돌봐주라고?”
“그래요! 아줌마의 성욕을 얕보면 큰일난다고요?”
으윽... 역시 6:1은 버겁나.
뭐 이 사람들이 하는 말도 일리는 있고 내 잘못도 확실히 있으니...
“알았어. 이제 그만할게. 그래도 일단 씻게 해주고 내 옷도 돌려줘.”
“에에 레이디 퍼스트는?”
“지금 온몸이 니들이 흘린 애액으로 끈적푸석하며 말라 있다고.”
“우우, 알았어.”
하아, 뭔가 의자가 된 선배가 너도 얼마 안 남았다고 비웃는 꿈을 꿔서 그런가.
말싸움에서도 밀리고 영 컨디션이 아니네.
*
그 뒤 어찌저찌 집으로 돌아왔는데...
“저기... 어째서 다 같이 오신 건가요?”
“에이 에밀리쨩 섭섭하게~”
“아니 갑자기 6분이나 찾아오시면 에밀리가 아니라도 놀란다고요.”
“코토하도 그렇게 경계할 거 없어. 오늘은 이 언니들이 동생들에게 좋은 걸 가르쳐주려고 온.... 아얏!? 프로듀서 왜 때리는 거야?!”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난 머리도 아프고 피곤하니까 좀 더 잘 테니까 알아서 놀다 가.”
“아, 지도자님 지금 침구를 말리는 중이라 침대에서 주무시는 건 힘들 것 같아요.”
“그래? 그럼 빈방 아무 곳이나 들어가 잘게.”
“먼지가 쌓여있을 겁니다. 그보다는 그냥 제 방에서 주무세요.”
“괜찮겠어?”
“네! 지도자님이라면 언제든 사용하셔도 된답니다!”
“그럼 고맙게 쓸게.”
그렇게 에밀리 방에 가서 에밀리의 침대에서 눈을 붙였다.
에밀리의 향기가 나서 편안해진다......
+3까지 프로듀서가 자는 동안 아이돌들은 무엇을 할지 적어주세요.
- 그, 그건 좀...
“이렇게 갑자기 함께 찾아오시니 적당히 대접해드릴 것도 없네요.”
“아냐아냐 놀러 왔을 뿐인걸.”
“그나저나 이 집 은근히 허전하다고 할까 살풍경하네.”
“프로듀서 씨가 뭘 그렇게 장식하고 그러는 분이 아니다 보니 이 넓은 집에 장식 하나 없으니까요.”
“으음, 내 방을 지저분하니까 가만히 있자니 영 진정되지 않네.”
“그러신가요? 프로듀서가 유능한 비서라고 칭찬도 자주 하셨는데 정리는 잘 안 하시나요?”
“할 여유도 없고 프로듀서 군을 위해 하는 거랑 내 방 치우는 거랑은 우선순위가 다르니까. 아, 그래. 오랜만에 언니한테 요가 수업이라도 받을래?”
“아니 그건 좀...”
한때는 아이돌들이 자주 했던 요가지만 이제는 다들 잘 안 하는 모양이다.
그 이유론 뭐... 몸이 굳었다거나 하는 것이 가장 크다는 것이 안타까운 이야기이다.
“아, 저 지도자님의 침구가 다 마른 모양이네요. 잠시 실례할게요.”
“응, 다녀와.”
“에밀리쨩은 여전히 야마토 나데시코네. 아니 저건 아내... 아니 메이드?”
“에밀리쨩이 이 집의 집안일을 거의 도맡아 하는 건 사실이죠. 메이드란 표현도 틀리진 않다고 생각해요.”
침구를 끌어안고 콧노래를 부르며 프로듀서의 침실로 들어가는 모습은 복장만 평상복일 뿐 영락없는 메이드였다.
“저런 부분 보면 프로듀서는 아내에게 집안일을 전부 맡기는 타입인 거 같은데 어때?”
“집안일을 맡긴다기보다 집에 거의 안 계셔서....”
“아 하긴... 뭐 우리 집도 남 말 할 처지는 아닌가. 나도 남편도 바쁘다 보니 애 보기도 힘들고. 지금 있는 이 애 태어나면 또 한동안 나만 고생하겠지.”
“어? 왜요?”
“우리 남편은 한번 잠들면 주변이 아무리 시끄러워도 안 일어나거든. 그래서 애가 울면 무조건 내가 깨야 해. 남편이 도와주는 것도 있지만 잘 때만큼은 혼자 숙면을 취하는 모습을 보면 무심코 얼굴을 밟아주고 싶어져.”
“프로듀서 씨도 잠들면 꽤 반응이 약해지고 웬만해선 잘 안 깨어나죠.”
“헤에? 카오리는 잘 아네?”
“에.....”
그야 자는 동안 펠라로 뽑아줘도 안 깨어나는 것을 확인했으니까.
그 외에도 이 집에 사는 애들이면 다 그가 잠들면 안 깬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짧은 수면에 최대한 회복해야 했던 버릇의 산물이지만.
“레이카쨩은 어때?”
“으음~ 그렇네요. 아 조금 다른 이야기일지도 모르는데 실은 저 지금 기저귀를 차고 있거든요?”
“에?!”
“아무리 다리를 못 움직인다고 해도 화장실 정돈 저 스스로 갈 수 있는데 남편이 만약을 위해 차고 다니라고 한단 말이에요.”
“그래서 레이카쨩은 항상 롱스커트인 거구나. 바지를 입으면 티가 나고 미니스커트는 보일지도 모르니까.”
“저도 다 큰 어른인데 기저귀는 부끄러워요. 차라리 그런 취향인 거면 그렇다고 말해주지.”
“참고삼아 묻겠는데 지금 그 기저귀 상태는...”
“뽀송뽀송하거든요~. 계속 화장실 갈 때마다 프로듀서 씨가 안아서 옮겨주셨으니까 아무 문제 없다고요. 아마...”
“뭐 그래도 레이카쨩이 아내면 과보호하게 되는 마음도 알 것 같아.”
“아... 뭔가 눈 떼는 순간 사라져버릴 것 같지.”
“무슨 이야기를 하고 계시나요?”
침대 정리가 끝난 건지 에밀리가 돌아왔다.
그녀의 몸에서 나는 따끈따끈한 향기가 오늘밤 프로듀서의 잠자리가 매우 쾌적할 것을 예고해준다.
“아, 남편 뒷담? 뭐 자잘한 불만 이야기지.”
“남편인가요... 제 전 남편분은 처음엔 친절하시다가 금세 절 빚쟁이분들 위로하는 데 사용하시더니 돈도 몽땅 챙겨서 도망치셨어요. 제가 그대로 빚쟁이들에게 잡혀가려는 걸 소속사 사장님이 지켜주시고 수청을 들게 해주셨죠. 그 대가로 제가 출연한 음란영상물의 수익은 전부 사장님의 것이 되었지만요. 전전 남편분은 절 친구분들과 공유하시다가 누군지도 모를 분의 아기를 갖게 되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 험하게 사용하시다 유산한 아이를 낳는 바람에 이혼했어요.”
에밀리의 참담한 전전, 전남편 뒷담에 차마 누구도 입을 열지 못했다.
이 화제는 그리 좋지 못하다 느꼈는지 바로 주제를 돌리기로 했고
“그래서 말이야 너희들 지금 이 집에서 사는 생활에 만족해?”
“저도 신경 쓰이어요. 어떠한가요? 프로듀서 씨에겐 말하지 않을 테니 솔직히 말해보시와요.”
“으음....”
1~33: 불만이다
34~66: 그냥저냥
67~99: 만족한다
100: .
먼저 2표 갑니다.
“네. 교통이 불편하단 점을 제외하면 사는 데에 큰 지장도 없고요.”
“인터넷도 잘 터지고 배달도 다 오고 애초에 우리는 밖에 나가는 일도 적고. 새로 들어온 직장인들은 좀 힘들어하긴 하지만.”
“평소 생활에 프로듀서 씨가 함께 있으니까요. 같이 티비를 보다가 무릎에 앉으면 얌전히 쓰다듬어주신다고요?”
“눈치 잘 보고 타이밍 잘 잡으면 프로듀서랑 같이 목욕하거나 잠을 자거나 할 수 있고 말이지.”
“에에? 그 프로듀서가?!”
“처음엔 저항하셨지만, 요즘엔 프로듀서 씨도 그냥 그러려니 하세요.”
“실화냐...”
물론 프로듀서 본인은 거절하고 싶지만 매일매일 다양한 방법으로 시도해오는 아이돌들에 결국 포기한 것일 뿐이고 지금은 그냥 같이 목욕하거나 자는 정도지만 그 정도가 심해진다 싶으면 언제든 금지령을 내릴 생각이다.
당연히 그 말을 들을 사람도 없겠지만.
이 상황을 보고 4층의 그녀는 절대 참가하지 않을 거라고 말하면서도 시간이 되면 아래쪽에서 들리는 소리에 집중한다.
“과연 이 집에서라면 어프로치가 훨씬 많고 자연스러워질 수 있다는 건가.”
“다만 너무 자연스러워져서 어프로치로서의 가치가 낮아지는 것 같지만요...”
“으음, 일장일단이 있단 것이와요...”
“다들 큰일이네. 그래도 지금 프로듀서의 곁으로 가진 않는구나?”
“굳이 지금이 아니라도 밤에 가면 되니까요.”
“와우, 여유롭네.”
프로듀서가 자는 동안 아이돌들은 한참 동안 이야기꽃을 피웠고 다들 돌아갔다.
*
다음날 새로운 한주가 시작되어 또 누굴 만날지 고민하던 프로듀서에게 일어난 일은...
1~33: 택배가 왔다.
34~66: 전화가 왔다.
67~99: 문자가 왔다.
100: .
먼저 2표 갑니다.
이건... 사쿠라의 주소인가.
그 내용은 미라이를 넘길 테니 지정장소로 오란 것이었다.
드디어 마지막 실종자가 돌아오는 건가.
노리코나 사요코랑은 다르게 일상생활에 큰 지장은... 없으리라 빌어야 하나.
“흐음, 얌전히 건네준다면 좋겠는데...”
그래도 일단 찾아가야 뭐든 시작하겠지.
일단 챙길 건 챙겨놓고.
*
지정한 장소로 가자 그곳은 개인실 형식의 고급 식당이었다.
안내받은 방으로 들어가자 보인 것은...
1~33: 사쿠라 혼자.
34~66: + 딱 봐도 건강에 문제가 있을 것 같은 미라이
67~99: 의외로 멀쩡한 모습의 미라이
100: .
먼저 2표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