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반 프로듀서
진행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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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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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밀리마스 시점에서 15년 후를 기준으로 하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밀리P로 AS의 P와는 별개인물입니다.
그냥 아이돌들의 미래의 모습을 쓰고 싶을 뿐이지 딱히 아내와의 관계회복이 목적은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미래시점의 일상물이에요.
AS 멤버들의 미래는 결정이 되어 있습니다.
밀리 멤버들의 경우 등장 앵커 혹은 이벤트로 출연하는데 주사위를 통해 어떤 인생을 살았는지 판정하게 됩니다.
다들 제가 짠 디폴트 인생은 있지만 앵커에서 지정하셔도 됩니다.
대신 인생의 굴곡은 주사위로 결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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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좀 우습다.
우선 유리코의 코디.
내가 입는 게 아닌 나랑 똑같이 생긴 아바타에게 입히는 것이기에 나도 3인칭으로 관람할 수 있다.
정말 세상 좋아졌어.
“그럼 제가 한 프로듀서 씨의 정장 코디 보시죠!”
커튼이 열리고 나타난 내 모습은.... 조금 우스웠다.
아니 뭐 어울리긴 해.
꾸민다고 꾸민 거 같고.
근데... 우습다고 할까... 보고 있는 내가 부끄럽다고 할까...
뭔가 좀 패션이 조금 어긋났는데 그걸 자랑스럽게 여기는 사회초년생이 첫 출근 때 입은 정장 같아.
“으음.... 미묘...”
“동감.”
“나도.”
“응응.”
“못 꾸민 건 아닌데...”
“뭐에요?! 멋지잖아요?!”
“그건 소재 덕분이고... 뭔가 좀.... 애매해.”
아니 그냥 웃겨.
내가 저런 거 웃고 있는 게 웃겨.
20년 정도 젊었으....도 안 입었겠지.
다음은 코토하다.
“그럼 이번엔 제 차례네요. 짜잔!”
코토하의 코디는 쉽게 말해 무난했다.
자기 센스가 6년이나 뒤쳐져 있는 만큼 시대를 안 타는 스타일에 중점을 둔 모양이다.
심플하고 깔끔하며 단정한 정장이었다.
“무난하네요.”
“괜찮은 거 같은데?”
“심플 이즈 베스트란 건가.”
“다만 좀 심심하기도 하네요.”
“으음... 뭐 어쩔 수 없지. 스스로 제안한 종목이기도 하니까... 이 정도 반응이면 괜찮겠지.”
그러고 보니 코토하가 제안한 종목이었지.
자기가 불리할 게 뻔한데 내조란 주제에 맞게 고르다니 정말 성실하다니까.
다음은 메구미다.
“내가 한 코디는 이런 느낌!”
“오오...”
호오...?
과연 메구미다.
최신 유행 스타일을 정장에 도입한 좋은 코디다.
다만 나랑 세리카 외에 아무도 반응을 하지 않았듯이 유행을 잘 알지 못하면 미묘하게 보일 수밖에 없다.
마치 로코가 디자인한 옷같이 실용보단 디자인의 참신함과 예술성에 중점을 둔 아쉬운 코디다.
무엇보다... 소재가 잘못됐다.
40 넘긴 아저씨가 입으니 오히려 젊은 애들 따라하는 주책맞은 아재처럼 보인다.
“다들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아. 하아... 너무 오래 연구를 쉰 탓인지 남자 코디가 거의 십수년만이라 그런지 실패해버렸네. 일단은 비주얼 트레이너인데 이래선 안 팔리는 것도 어쩔 수 없네...”
“아... 아니야. 메구미. 코디 자체는 좋아. 문제가 있다면 내가 너무 아저씨란 거뿐이야.”
“으응... 억지로 칭찬하지 않아도 괜찮아.”
메구미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돌아왔다.
으음... 뭐라 해주기 어렵다...
그 사이 에밀리가 앞으로 나갔다.
“제가 한 지도자님 꾸미기는... 이것입니다!”
누... 눈부셔..!
너무 멋져서 눈부신 게 아니라 물리적으로 눈부셔..!
“뭔가 엄청...”
“블링블링하네...”
“빤짝이도 빛나고 버튼에서도 빛이 나고...”
“정장은 정장인데... 뽕짝...”
“기모노라도 일본식 정장이라고 하는 걸까 싶었는데 설마 이렇게 되다니 예상하지 못했어...”
“저기... 그렇게 별로인가요?”
“으음.... 적어도 내 분위기에 어울리진 않네...”
“그런가요...”
뭐 저런 건 좀 더 밝고 신나는 이미지의 인간이 입어야 빛나는 거다.
나 같은 어둡고 재미없는 인간에겐 어울리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세리카의 코디다.
“으음 제 코디는 이래요.”
“앗...”
“겹쳤다...”
“코토하랑 거의 비슷하네...”
“뭐 남자의 정장 디자인은 다 비슷하니까. 원단 같은 게 문제인 거지.”
“블랙&화이트 투페이스. 정장의 정석이지만 코디라 부르기엔 너무 평범하지...”
“우우.... 알았어요...”
뭐 그렇게 첫 번째 정장 코디 승부는 끝났다.
다들 남자 정장이란 것엔 익숙치 않은 탓인지 의외로 유리코의 우스운 코디가 코디로선 제일 나았다.
뭐 이제부터가 진짜지.
사복 코디로 되면 다들 개성과 취향이 나오는 법이니.
현재 점수는 유리코 3점, 코토하 2점, 세리카 1점, 메구미 0점, 에밀리 -1점이다.
“그럼 이제 사복 코디로 넘어가자.”
이번엔 아예 “주사위를 먼저 굴리고 그 주사위 값에 맞게 코디를 앵커로 추가로 남기는 식”으로 하는 게 전개를 더 매끄럽게 해줄 것 같네요.
ex) 미라이란 앵커분이 주사위를 굴리고 나온 값을 본 뒤 그거에 맞춰 미라이님이 코디 앵커를 또 남긴다.
+1이 유리코의 주사위
ㄴ+1.5가 유리코의 코디
+2가 코토하가 주사위
ㄴ+2.5가 코토하 코디
+3이 에밀리 주사위
ㄴ3.5가 에밀리 코디
+4가 메구미 주사위
ㄴ4.5가 메구미 코디
+5가 세리카의 주사위
ㄴ5.5가 세리카 코디
입니다.
으음...
으음...
으음...
“으음...”
“뭐... 뭔가요. 이 뜨뜻미지근한 반응은...”
“아니 뭐... 나쁘진 않아. 내 취향이 아니긴 해도 나름 어울리기도 하고...”
“응... 평소의 프로듀서한테선 볼 수 없는 느낌이라 신선하기도 하고. 근데...”
“검은색 라이더 자켓에 감색 스키니진만으로도 충분한데 거기에 워커를 신고 목도리와 선글라스까지 더했으니...”
“묘하게...”
“좀 평상복이라기엔 과한 코디가 아닌가 싶네요.”
아... 응.
그렇네.
과하게 멋 내는 바람에 오히려 평상복 느낌이 안 나.
“멋지지 않나요?!”
“멋있어. 멋있는데 좀 유리코쨩의 좀 어긋났다고 할까... 심하다고 할까... 그런 환상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일반인 아저씨에게 입히기엔 좀 그렇지. 연예인이면 몰라도...”
응.
유리코는 나를 너무 과대평가한다고 해야 하나...
뭔가 날 어디 무대에라도 세우고 싶은 건지....
“그럼 다음은 저네요... 짠!”
“엣....”
“아...”
“아...하하...”
“으음....”
저게 뭐야.
흰색 블라우스에 체크무니 스커트...?
아니 이건 코토하 네가 입을만한 옷이잖아...
“코토하 씨... 많이 취했구나...”
“VR 아바타라 얼굴색이 멀쩡해서 잠깐 잊고 있었어요...”
“으음... 저 옷을 입고 있는 게 내가 아니라 아바타인 걸 다행이라 봐야 하나... 그 꼴을 이렇게 보고 있으니 불행이라 봐야 하나...”
“그래도 아바타는 털이 없으니까 맨다리가 매끈해서 좀 볼만 하네.”
“어디가 볼만하단 거야... 이만 들어와. 논외야.”
“어째서요! 귀엽잖아요!”
“잠시만요! 치마는 팬티까지가 코디입니다! 프로듀서의 스커트를 뒤집어주세요!”
“웃기고 앉아있네!”
“물색입니다!”
팬티까지 여자용으로 안 입혀도 돼!
역겹기만 하거든....!!
자 다음은 에밀리다.
“제가 꾸민 지도자님은 이것입니다!”
“사무라이인가...”
사무라이라곤 해도 풀아머 사무라이가 아니라 평범하게 하카마에 카타나를 찬 모습이다.
그것만이라면 나름 평범한 수준이었을 텐데...
“프로듀서...”
“응?”
“촌마게... 엄청 안 어울리네...”
“그러게...”
저게 탈모가 더 심해진 나인가...
정말 볼품없다.
머리 관리 열심히 해야지...
“촌마게는 사무라이에게 필수라고요!”
“아니 근데 하카마는 무난하게 어울리는데 머리가 다 망치잖아...”
“사실 일상복이라 하기엔 좀 문제가 있지. 코스프레이거나 어디 쇼기라도 두러 가는 게 아닌 이상...”
“쇼기라도 저걸 챙겨 입는단 건 정장인 거잖아...”
다들 많이 취하긴 취했구나.
하긴 몇 시간 동안 마셨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거지만....
“자, 이제 메구미야.”
“난 좀 수수하려나...”
“오오..!”
이건.... 좋다!
검은색 바지와 흰색 카디건 위에 베이지색 롱코트를 걸친...
무난하면서도 환하며 돋보이는 코디다.
확실히 무난하긴 하지만 앞에 있던 셋보단 훨씬 낫다.
“평소 프로듀서 씨는 좀 어두운 옷을 많이 입으시니까 이렇게 밝은 의상도 좋네요!”
“응응. 엄청 좋아. 메구미!”
“에헤헤... 고마워.”
다행히 메구미는 제정신이었구나.
역시 메구미다운 좋은 센스였다.
“그럼 마지막으로 저네요. 쨔잔!”
“꽤 평범하네?”
스포츠 런닝 위에 후드점퍼, 트레이닝복 바지와 런닝화.
평범한 동네 아저씨다운 옷이었다.
내가 좀 근육 빵빵이었다면 스포츠 트레이너처럼 보였을 것 같은 코디였다.
“프로듀서 씨가 운동 부족으로 배가 나오는 걸 신경쓰고 계시길래 적당한 스포츠 코디를 꾸며봤어요!”
“헤에, 프로듀서 그런 거 신경 쓰고 있었구나.”
“전 지도자님이 둥글어지더라도 문제없어요.”
“아니 그건 문제야. 틀림없이 문제야. 건강도 그렇고.”
“뭐 그건 둘째치고 코디는 꽤 괜찮네. 무난하고 친근한 느낌이야.”
좀 백수 같기도 하다.
아니 백수 맞지.
*
어쨌든 그렇게 코디 승부를 마치고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일단 지금까지 총합은 유리코 4점, 메구미 3점, 세리카 3점, 코토하 1점, 에밀리 –1점이다.
의외로 유리코가 앞서나가지만 금방 뒤집어질 수 있다.
이제 마사지 대결인가.
+1이 유리코
+2가 코토하
+3이 에밀리
+4가 메구미
+5가 세리카가 어딜 마사지할지 적고 굴려주세요.
목과 어깨/양팔/등/왼다리/오른다리 중에서 정해주세요.
@최대한 정주행 노력해보겠습니다.
....가능할지는 미지수입니다.
“저기 굳이 마사지 받는데 팬티바람이 되어야 하는 거야? 좀 썰렁한데.”
“네.”
“그래...”
너무 단호해서 뭐라 할 수도 없었다.
“그럼 시작할게요.... 흐읍!”
“으응...”
“으윽... 윽... 으극...!”
“으음...”
안 시원해.
근육이 눌리지도 않는 것 같아.
술 기운에 힘이 안 들어가는 걸까.
“딱딱해! 프로듀서 씨 어깨가 엄청 딱딱해요!”
“뭐.... 어쩔 수 없겠지...”
“끄응... 후아아... 죄송해요... 무리...”
“부위가 나빴네.”
아니면 술기운이 문제거나.
아마 후자겠지.
사람 어깨가 아무리 단단해져봤자 얼마나 딱딱하겠어.
“그럼 이번엔 제가 등을 마사지해드릴게요~ 자 엎드려주세요~”
“코토하 많이 취해 보이는데 괜찮아?”
“괜찮아요~”
으음...
좀 불안하지만 일단 엎드렸다.
“그럼 시작할게요~ 영차! 영차! 영차!”
“으으음...”
안 시원해!
얜 정말로 팔에 힘이 안 들어가고 있..
퍼억!
“커흑?! 뭐... 뭐야... 엣?”
갑작스러운 충격에 뒤를 돌아보자 코토하가 내 등에 머리를 박고 잠들어 있었다.
얘가 정말...
“미안한데 얘 좀 방에 데려다주라.”
“옷케~ 영차.”
메구미가 코토하를 방에 데려다주는 사이 바로 에밀리가 나섰다.
에밀리는 왼쪽 다리부터 발을 마사지해준다.
“그럼 지도자님. 하늘을 보고 누워주세요.”
“응.”
에밀리라면 괜찮겠지.
예전에 받았을 때도 잘했었다.
“흐읏... 흐읏...”
“으응... 으읏...”
역시나 좋다.
앞의 두 사람과는 힘을 넣는 법이 다르다.
허벅지를 양 엄지로 꾸욱 꾸욱 눌러주는데 확실히 시원하다.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이번엔 다리를 하늘로 올려 장딴지와 종아리를 주물러준다.
때때론 눌러주고 주물러주고 밀어주고 하면서 점점 다리에 힘이 풀려간다.
“억지로 들고 있지 마시고 제 어깨에 발을 얹어주세요.”
“아니 그래도...”
“괜찮습니다. 엇차...”
아이돌 얼굴 바로 옆에 발을 두는 게 좀 그런데...
저런 자애로운 표정을 짓고 있으면 차마 거절할 수가 없었다.
그 자세로 계속 다리를 주물러주었다.
“그럼 이번엔 발을 안마해드리겠습니다.”
어깨에 올려져 있던 발을 살며시 잡아 자기 얼굴 앞에 두고는 천천히 주물러 준다.
그런데...
“크큭...큭...”
“간지러우신가요?”
“아, 그러고 보니 프로듀서 의외로 간지럼에 약했지.”
“앗, 그랬습니다. 죄송합니다. 주의할게요.”
“아냐... 괜찮... 크큭...”
그 뒤로 에밀리가 최대한 조심스럽게 주물러준 덕분에 최소한의 피해로 마사지가 끝났다.
왼 다리와 오른 다리가 전혀 다른 다리 같아.
“그럼 이젠 내 차례네. 팔이니까 의자에 앉아.”
“괜찮겠어?”
“응... 아마 이 정돈 괜찮을 것 같아. 할게.”
“응.”
메구미의 안마는 썩 시원하진 않다.
팔 자체가 그렇게 근육이 결리는 부위도 아니고
무엇보다 메구미의 손이 떨리고 있다.
예전만큼은 아니고 안색도 그렇게 나빠 보이진 않는다.
하지만 안마에 힘이 잘 안 들어가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양팔에 손바닥까지 꼼꼼히 주물러주었다.
“마지막은 저네요.”
세리카는 오른 다리부터 발.
아까 에밀리한테 받았던 것처럼 누웠다.
“흐읏... 흐읏... 흐읏...”
“으음.... 읏...”
에밀리의 행동을 그대로 따라가는 것이었지만 다른 애들에 비하면 시원했다.
과음으로 힘이 빠진 걸 무게로 커버치면서 체중을 담아 다리를 눌렀다.
“제 얼굴 바로 옆에 발을 얹어둔다니 사치스럽네요.”
“내릴까?”
“아뇨. 괜찮아요. 어차피 이제 발을 주무를 거니까요.”
세리카도 발바닥에 발가락까지 구석구석 주물러 주었다.
중간중간 손톱을 세워 간지럽히는 장난을 치긴 했지만, 안마 자체는 잘 해줬다.
*
이렇게 모든 승부가 끝났다.
총점은 세리카 5점, 메구미 4점, 유리코 4점, 에밀리 2점, 코토하 0점으로...
“이번 승부는 세리카가 우승이다!”
“해냈다~!”
“우우... 아깝다...”
“냐하하 세리카 대단하네. 좀 이따 프로듀서랑 같이 자기도 하는 거잖아?”
“그러고 보니 메구미 씨는 아직 한 번도 지도자님과 잠자리를 함께 하신 적이 없으셨죠? 어떤가요? 내일은 메구미 씨에게 양보하는 게.”
“난 찬성.”
“나도 찬성~”
“메구미 괜찮겠어?”
“응. 오히려 기다리고 있었어.”
“그럼 오늘은 세리카. 내일은 메구미랑 같이 자고... 모레 코토하랑 데이트. 세리카랑 데이트는... 유리코가 수요일에 생일이니 세리카는 금요일날 어때?”
“네!”
“그럼 일단 방으로 가자.”
+3까지 세리카와 잠자리에서 할 이야기, 있을 일 등을 정해주세요.
"알고 있어요. 저는 그러지 못한다는 걸... 저는 포기할 수 없는 게 너무 많은걸요.
하지만요. 사회적으로 죽고서 얼마간, 하코자키 세리카가 아닌 그저 한 인간으로서 잠시 시간을 보냈던 그 때가...
너무나도 달콤했어요."
"있죠. 프로듀서 씨... 저 이제 조금은 타협해도 될까요? 이렇게 계속 누군가와 싸우고 싸우고 또 싸우는 대신, 닿지 않는 곳을 향해 달리고 달리고 또 달리는 대신...
적당한 누군가와 결혼하고 가족이 되는 그런 인생을 살아도 될까요......?"
세리카에게는 짙은 침음과 체념이 배어있었다. 세리카가 얼마나 가혹한 곳에서 버텨왔는지, 내가 얼마나 그녀에게 많은 걸 떠맡겼는지...
그리고 그녀가 어떤 심정으로 내게 이런 말을 하는지 절절하게 흘러왔다.
하지만 내게 물은 이상, 내가 말할 수 있는 건 이것 뿐이리라.
"내가 원하는 건 단 하나뿐이야. 네가 행복한 것."
그 말에 그녀는 만감이 교차하듯 수많은 감정이 얼굴에 떠오르더니, 결국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차갑기만한 품속에 그녀를 안아주며, 나는 또 무력함을 통감했다.
한참이 지나고 겨우 눈물을 그치자 이제 그만 자자고 말했다. 그러자 세리카는 품에서 얼굴을 떼고, 머리를 양갈래로 묶고선 방금 전 이상으로 간절하게 말했다.
"프로듀서 씨, 저는 당신을 좋아합니다."
"재벌 아가씨의 농락도 아니고, 결혼에서 도망치고 싶은 면피도 아니에요. 프로듀서 씨를 사랑하고 있어요."
그녀의 모습은 5년 전 결혼식에서 마주한 그 때 그대로였다. 아니, 달랐다.
그날 말하지 못한 뒷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날과는 달라진 눈으로.
"알고 있어요. 제가 뭐라 한다 해도, 저는 유리코 씨를 질투해 프로듀서 씨를 계약으로 옭아매, 제멋대로의 감정을 쏟아내고 상처입힌 끝에 두 분 사이마저 파탄낸 최악의 악녀일 뿐이에요."
"아니요, 설령 프로듀서 씨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셔도, 결국 격발시킨 것은 저에요. 제가 나쁜 거에요."
"그렇겠죠. 프로듀서 씨라면 용서해 주시겠죠. 하지만 그래선 안돼요. 안 됀다구요!"
"프로듀서 씨는 저희들에게 좀 더 독해지셔야 돼요! 진정으로 저희를 원한다면!"
"제 뺨을 때려주세요! 딱밤이라도! 하다못해 매도 한마디라도 해주세요!
죄책감에 눌려 죽을 것 같단 말이에요!"
"... 코토하 씨도 마찬가지일 거에요. 보자마자 알았는걸요. 닮은 꼴이니...
어쩌면 사요코 씨도 그렇겠죠. 더이상 저희와 관련되지 않은 채 평생을 죄책감을 끌어안고 사시려 하겠죠. 사요코 씨라면..."
"제발요... 이게 제멋대로의 위선인것쯤은 알고 있어요. 그래도 제발 부탁드려요. 프로듀서 씨..."
세리카의 부탁에 대해
1~10 뺨을 가볍게 친다
11~50 딱밤을 때리고 쓰다듬어준다.
51~90 잘못을 지적하고 위로해준다.
91~100 하지 않는다.
의식의 흐름대로 막 써서 정리가 안됐네요... ㅈㅅ...
+ 아... 그러고 보니 갈등까지만 쓰고 수습을 안했었네요. +3 앵커님 감사합니다.
세리카 : 앗! 쓰다듬는건 하지 말아주세요! 쓰다듬는건 어린 아이들에게만 하는 거라구요!
프로듀서 : 글쎄다? 내가 아는 세리카는 고등학교에 들어가고 나서도, 어른이 되고 나서도 아직 어린아이같은데.
세리카 : 정말! 저도 내일모레면 서른이에요. 16년동안 같이 지내면서 제가 자란게 프로듀서 씨한테 보이지 않으신건가요? 프로듀서 씨를 볼 때 고개를 들지 않아도 될만큼 이렇게 컸다고 생각하는데?
그 때서야 세리카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는데 키든 얼굴이든 몸매든 아름다운 숙녀로 쑥쑥 자란게 보인다. 언틋 보면 머리를 길게 풀어내린 카오리 씨 같아 보인다. 자세히 보니 세리카도 이렇게나 컸구나. 영원히 어린아이로 남아있을 줄 알았는데.
그런데 내 생각에 말이야, 만일 세리카 네가 저번의 악행 때문에 용서를 구해야 한다면 그 사람은 내가 아니야. 유리코지.
만일 유리코한테 용서를 구하고 싶다면 지금 여기서 바로 유리코한테 사과할래?
무슨 할 이야기가 있는 걸까 싶어서 나란히 앉았다.
그러자 세리카는 내 손 위에 자기 손을 포개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프로듀서 씨... 전 그냥 진짜로 죽는 게 나았을 것 같아요.”
“갑자기 무슨 소리야?”
“그냥 하는 말이에요. 저한텐 짊어지고 있는 게 너무 많아서 그럴 수도 없는 걸요. 하지만 저번에 사회적으로 죽은 게 되고 잠시 동안이지만 하코자키의 딸이 아니라 그냥 한 인간이 되었을 때가.... 너무나 달콤했어요.”
세리카가 죽었을 때...
벌써 몇 달만 지나면 그때로부터 1년이 지나는데 아직도 그때의 기억이 각인되어 있는 건가.
“프로듀서 씨. 저 이제 그만 내려놓아도 될까요. 이렇게 계속 누군가랑 싸우고 끝도 모른 채 달려가는 일 때려치고 적당한 누군가랑 결혼해서 가족이 되는... 그런 인생을 살아도 될까요..?”
세리카의 말에는... 많은 것이 담겨 있었다.
원래부터 무거운 짐을 타고난 아이인데 거기에 나 때문에 그 위에 얼마나 더 많은 짐을 쌓아 올린 걸까.
그녀가 어떤 심정으로 내게 이런 이야기를 털어놓는 건지 사무칠 정도로 느껴졌다.
하지만 내 대답은 뻔하다.
“내가 해줄 말은 하나밖에 없어. 네가 행복한 길을 선택하도록 해. 나한텐 그게 가장 중요하니까.”
내 말을 듣자 그녀의 표정이 점차 일그러지더니 이내 눈물을 터뜨리고 말았다.
세리카를 살짝 끌어안자 가슴이 젖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난 이 아이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있는 게 없다.
아니 오히려 앞으로 더 큰 짐을 지게 할지도 모른다.
너무 긴 시간 동안 세리카를 만능약 같은 것으로 이용해 온 업이겠지.
*
한참이 지나고 세리카의 울음이 그쳐가는 게 느껴졌다.
“이제 그만 자자.”
“읏, 자... 잠시만요.”
그만 자자는 말에 세리카가 얼굴을 떼곤 아까 풀어헤쳤던 머리를 다시 무... 트윈테일로 묶었다.
“그거 오랜만에 보네. 요즘엔 묶더라도 포니테일 정도였는데.”
“그야 어린애처럼 보일 것 같으니까요. 그래도 지금은 이렇게 묶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세리카는 잠시 크게 심호흡을 하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내 앞에 섰다.
“프로듀서 씨. 저는 당신을 좋아해요. 프로듀서 씨를 농간하는 것도, 결혼 압박에서 도망치려고 하는 것도 아니에요. 전 진심으로 프로듀서 씨를 사랑해요.”
“세리카...?”
“라고 한들 어차피 저 같은 건 추악한 질투심에 눈이 멀어 프로듀서 씨를 같잖은 계약으로 옭아매고 제멋대로 감정을 쏟아내어 상처입히고 결국엔 두 분 사이를 파탄낸 최악의 악녀일 뿐이에요.”
“아니야. 네가 개입하지 않았더라도 나랑 유리코의 관계는 무너졌을 거야. 아니면 더 악화된 상태로 억지로 붙들고 있거나. 오히려 더 늦기 전에 끝낼 수 있게 해준 건 너야.”
“그런 건 결과론일 뿐이에요. 설령 프로듀서 씨의 생각이 그렇더라도 두 분의 관계를 깨뜨린 주범이 저란 사실에 변함은 없어요.”
“말했었잖아. 네가 아니었으면 난 언제까지고 내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몰랐을 거야. 아니 알았더라도 눈을 돌렸을 거야. 네 덕분에...”
“프로듀서 씨는 언제나 그렇게 저희를 용서하시죠. 아무리 큰 잘못을 저질러도 별 거 아니란 듯이 하지만 그래선 안 돼요! 안 된단 말이에요..! 프로듀서 씨는 좀 더 저희에게 독해지실 필요가 있어요. 정말로 저희를 위한다면요! 있는 힘껏 제 뺨을 때려주세요! 딱밤이라도... 하다못해 감정이 실린 매도 한 마디라도 해달란 말이에요! 죄책감 때문에 미쳐버릴 것 같다고요!”
세리카의 절규에도 난 움직이지 않았다.
그런 날 보고 세리카는 고개를 푹 떨구곤 나지막히 말했다.
“분명 코토하 씨도 마찬가지겠죠. 딱 보고 알았어요. 저흰 닮았으니까... 어쩌면 사요코 씨도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두 번 다시 저희와 엮이지 않은 채 평생 죄책감을 끌어안고 살아가겠죠. 그 사람이라면... 부탁이에요. 이게 그냥 제 맘 편해지려는 위선이란 것 정돈 알아요. 그래도... 제발 부탁드려요...”
눈을 감고 자기 얼굴을 드리미는 세리카는 언뜻 보기엔 키스를 조르는 것처럼도 보이지만 떨고 있는 게 보일 정도로 불안정했다.
그런 세리카의 이마에 살짝 힘을 준 딱밤을 먹여주자.
딱!
“아얏!”
“세리카. 넌 날 너무 과대평가하는구나. 난 너희라 해도 잘못을 아무 말 없이 넘길 수 있는 그런 성인군자가 아니야. 그럼에도 내가 너희의 잘못을 용서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어. 너희는 내가 그저 너흴 좋아해서 콩깍지가 씌인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아니 뭐 이것도 내가 너흴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지.”
“잘못을 용서하는 이유요..?”
“응. 너희는 설령 어떤 잘못을 저지른다 해도 반드시 그것에 대해 보상을 해. 그게 그 잘못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형태든 없는 형태든 간에 반드시.”
“저는 그런 거...”
“했어. 뭐 난 그걸 네가 잘못을 보상한 게 아니라 내게 베풀어 준 은혜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만약 네가 나한테 잘못을 저질렀다고 생각한다면 그게 보상이겠지.”
“제가 뭘 했다고...”
“많은 것을 해줬지. 765가 무너지지 않게 지켜줬고 나를 지켜주고 에밀리랑 유리코를 구하는 일에도 협력해주었어. 그 탓에 부하들이 죽고 가문 내에서 힘을 잃어버렸음에도 또 미라이를 만나러 갈 때 날 지켜줬지. 그리고 지금도 사요코나 노리코 같은 애들을 찾는 데 힘을 빌려주고 있어. 이쯤 되면 보상은커녕 내가 너한테 받기만 해서 미안하다고 해야겠지.”
“그건... 지금 하는 이야기랑 상관없어요...”
하아...
이 애도 참 고집 하나는 세다니까...
“애초에 유리코와의 관계는 내 잘못이 가장 크니까. 너의 사랑도 유리코의 사랑도 제대로 마주보지 않고 일방적으로 내가 바라는 길만 선택하다가 그 지경이 된 거니까. 비율로 따지면 내가 일단 9는 먹고 들어가겠지. 네가 나한테 용서를 구할 일은 이제 없어. 넌 나에게 넘칠 만큼의 보상을 해줬고 난 널 용서했으니까. 하지만 만약 그럼에도 네가 용서를 구해야 할 사람이 있다면... 그건 내가 아니라 유리코가 아닐까?”
“앗... 그, 그렇죠.”
“적어도 이 집에 있는 이상 유리코에게 사과할 틈은 있을 테니까 마음의 준비가 되면 찾아가 보도록 해.”
“네..!”
힘 있게 대답하는 세리카를 무심코 쓰다듬었다.
그러자 세리카의 얼굴이 어둠 속에서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새빨개졌다.
“쓰... 쓰다듬는 건 안 돼요! 그런 건 어린 아이들에게나 하는 거라고요!”
“나한테 세리카는 몇 살이 되더라도 아직 어린아이 같은데.”
“정말~ 저도 이제 곧 서른살이라고요? 16년 동안 얼마나 컸는데 프로듀서 씨에겐 안 보이시나요? 지금도 이렇게 프로듀서 씨를 올려다보지 않을 정도로 컸는데?”
어..?
그러고 보니... 거의 올려다보지 않고 있네..?
그제서야 세리카를 보자 뭔가 달랐다.
또렷해진 이목구비와 날렵해진 얼굴형...
매혹적인 캐미솔 잠옷이 보여주는 쇄골과 결코 작지 않은 가슴.
잘록한 허리와 반대로 토실토실한 엉덩이에 거기서 이어지는 매끈한 허벅지.
무엇보다 서로 앉아서 이렇게 숨결이 가까운데 내 발과 세리카의 발이 거의 맞닿아 있다.
어느새 이렇게 커진 거지..?!
“으음... 그럼 이만 잘까. 눕자.”
“앗, 혹시 지금 의식하신 건가요?!”
“얼른 누워.”
“진짜로 의식하신 거죠!!”
침대로 들어와 눕자 세리카가 기쁜 듯이 들어와 내 몸에 달라붙어 다리로 내 몸을 고정하고 가슴이 뭉개지도록 끌어안았다.
아주 입꼬리가 귀에 걸리겠다 이 놈아.
“프로듀서 씨랑은 5년 동안 온갖 말 못할 짓을 해왔지만 지금이 가장 기분 좋네요~ 에헤헤.”
“그러냐...”
“그런데 여전히 아래쪽은 반응이 없네요.”
“포기해. 오히려 오랜 세월 귀찮았던 신체 반응이 사라지니까 편하기만 하고.”
특히 화장실 이용 편의성이 장난 아니다.
아침에 가라앉는 걸 기다리거나 억지로 힘줄 필요도 없고 물줄기가 두 갈래로 갈라지거나 난분사 되지도 않고.
딱히 아무 이유도 없이 서버리지도 않고 아이돌 앞에서 방심해도 되고.
“에휴... 그래. 원하는 만큼 그러고 있어라. 나는 손해볼 거 없다.”
“네~ 아, 그래도... 곧 잠들어 버릴 것 같으니 마지막으로 하나만...”
“응?”
“사요코 씨 어떻게 하실 생각인가요?”
“음... 역시 정신병원 원장에게 뇌물이라도 먹여볼까 해. 부디 돈의 소중함을 아는 인물이길 바라야지.”
“아뇨. 그 정신적인 부분...”
“그렇네... 자동차를 무서워하는 건 그 아이를 데리고 밖으로 나가지 않으면 되겠지. 하지만 죄책감은....”
“사요코 씨는 실제로 여러 사람을 죽게 만들어버렸으니까요.”
“그러게. 솔직히 사요코는 충분히 오랜 시간 괴로워했다고 생각하지만 그 아이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지.”
“네. 애초에 과연 지금까지 사요코 씨의 정신이 버티고 있긴 한 건지도...”
“하지만 그것도 일단 데려와서 생각하자. 지금 여기서 우리끼리 말해봐야 소용없으니까.”
“네...”
“그럼 이제 정말 자자. 벌써 내일이다.”
그나저나 정말로 안 놓아주네...
+3까지 다음날 있을 일을 정해주세요.
@ 아이돌 인생 요약 개정판 만드는데 코토하(3)-메구미(7)-엘레나(27)-미나코(8)로 이어지는 콤보에 쓰기 싫어졌어... 아직 초반인데...
자는 모습이 귀엽긴 하지만 이만 일어나야하니 볼을 손가락으로 쿡쿡 찔러 세리카를 깨우는데 세리카가 자기 모습을 확인하자마자 부끄러워 한다.
세리카 : 어째서?! 지금까지는 가족들 말고는 다른 사람들에게 속옷 차림을 보여준 적이 한번도 없었는데!!
프로듀서 : 왜? 어제는 네 속옷 색깔이 내 취향에 맞는지 확인해달라고 그러지 않았어?
세리카 : 그, 그건...! 아무튼 프로듀서 씨 변태에에!!
16년 전 13살의 세리카도 귀여웠지만 지금 어른으로 성장한 세리카도 여전히 귀엽다
자신이 프로듀서의 결혼 이후 5년간 저지른 일을, 그리고 끝내 선을 넘어버린 그 날의 일을.
유리코는 슬프게 웃으며 무릎을 꿇고 마주앉았다.
"프로듀서 씨에겐, 사과했어?
아마 프로듀서 씨라면 괜찮다고, 용서한다고 말했겠지?"
"네..."
"나도 똑같아. 그때뿐 아니라 그 전부터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어. 하지만 그래도 프로듀서 씨는 모두의 프로듀서 씨니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을 뿐, 어떻게 하자고 생각도 못한 채로 아내라는 입장에 안주해버리고 만 거야. 내가 아내가 아니게 된다면... 세리카 짱이나 리오 씨, 카오리 씨, 다른 누구도 이길 수 없으니까..."
"그래서 나는 이혼을 택했어. 나아가야만 한다고. 전부 부서질 각오를 하고서라도, 이 일상을 부숴야 한다고. 제대로 마주보기 위해... 부부라는 장벽을 허물어야 한다고
..."
"하지만 1개월의 카운트다운이 시작되고서도 나는 또 도망쳤어. 그 다음날 바로 움직여준 안나짱이나 어쩌다 만나게 된 후미카 씨를 보고선... 내가 움직이지 않아도 그 사람들이 행동해서, 적어도 이야기할 자리는 만들어주겠지 하고."
"나아가야만 하는데 무섭고 무섭고 너무나도 무서워서... 마지막 날에서야 겨우 이야기할 수 있었어."
"그래도 말야, 선택해놓고도 계속 도망치기만 한 나지만, 그래도 끝내 말할 수 있던 건 그때 세리카 짱이 프로듀서와 함께였기 때문이야. 안주해서는 안된다고 알려주었으니까."
"조금 밉긴 하지만... 고마워."
"... 이상해요."
"유리코 씨도 정말 이상하세요! 프로듀서 씨야 원래 그런 사람이지만 유리코 씨는 왜 화내지 않으시는 건가요?!
저는... 저는...!"
"그건... 세리카 짱은 연적이지만 동료이면서 친구고, 나보다 어린데도 의지할 수 있는 아이인걸. 물론 다른 사람들도 그렇고. 내가 세리카 짱을 싫어할 리가 없잖아?
세리카 짱은, 어때?"
"그건... 저도...!
흐윽... 으... 으으..."
끝내 또 울음을 터트리고 만 세리카를 유리코는 마주안아 주었다. 세리카를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라 표현했지만 그녀 또한 연상으로서의 모습을 여지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족쇄가 다 풀리고, 이제 비로소 모두가 동등해졌어.
과분함 없이, 부족함 없이.
같은 선상에 서게 된 거야."
@ 이걸 정리하겠다고 이 밤중에 맨 앞 5장을 읽었다...
근데 으음... 유리코가 갑자기 너무 득도했나...?
사실 어제 P랑 같이 자면서 P의 아랫쪽이 꼬물거린걸 느꼈다는 세리카의 증언에 아이돌들의 화색이 돌면서 이번에는 제대로 계획을 세워서 다 같이 공략하면 P의 텐트를 다시 세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이른바 'P의 텐트 세우기 프로젝트'를 세우기 시작한다.
P (저 녀석들 대체 무슨 계획을 짜는 거야...)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옆을 보자 세리카가 곤히 자고.... 왜 속옷 차림이지?
아니 잠옷이 캐미솔이어서 속옷이나 다름없긴 했지만, 지금은 정말 속옷만 입고 있다.
어제 입었던 것과는 달리 귀여운 디자인에 노란색이었다.
주변을 둘러보자 잠옷이 바닥에 널부러져 있다.
“이만 깨워야지. 이봐 세리카. 일어나.”
자는 얼굴이 천사나 다름없이 귀여워 볼을 콕콕 찔러 깨워봤다.
볼 엄청 부드럽네.
“으응... 아... 프로듀서 씨. 안녕히 주무셨어요?”
“응. 너도 잘 잤어?”
“네. 에헤헤... 응? 꺄앗?! 어... 어째서 옷이..!? 프로듀서 씨가 벗기신 건가요?! 변태!”
“어제 자기 속옷 색깔 확인해보라던 애는 어디갔다냐.”
“그.. 그거야 제가 먼저... 어 어쨌든 변태! 잠자는 여자의 옷을 벗기다니 최악이에요!”
응.
세리카는 몇 살이 되더라도 귀엽구나.
그래도 오해는 풀어야겠지.
다른 아이들에게 맞아죽을 것 같으니.
*
간단히 아침을 먹고 세리카가 진지한 얼굴로 유리코 방에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한번 상황을 볼까 싶었지만, 역시 그건 너무 멋없는 짓 같아서 그만뒀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세리카가 방에서 나왔다.
“어땠어?”
“네... 부부는 닮는다... 그게 무슨 말인지 조금은 알 것 같아요.”
“그래. 고생했다.”
“아뇨 고생이라니...”
“자자, 용서받은 거잖아? 그럼 그렇게 축 처진 얼굴이 아니라 웃어야지.”
고개를 숙이고 있는 세리카의 머리를 조금 헝클어지도록 쓰다듬었다.
그러자 세리카는 빠져나가듯 머리를 빼냈다.
“정말... 쓰다듬는 건 애들한테나 하는 거니까 하지 말라고 했잖아요!”
“이제 그 일 가지고 질질 끌기는 없기다. 알았지?”
“네..!”
나중에 유리코한테도 세리카를 용서해줘서 고맙다고 해야겠지.
*
내일 있을 코토하와의 데이트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데 거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목소리는 세리카인가?
“어째서 프로듀서의 아래쪽은 아직도 제기능을 못하는 걸까요?”
무슨 이야길 하는 거야...
무시하려 해도 나도 모르게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저번에 노래방에 갔을 때 츠무기 씨, 메구미 씨, 코토하 씨와 저 이렇게 넷이서 술김에 지도자님의 남근을 달래어보았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잠깐만요?! 그거 저 처음듣는 소린데요?! 또 노래방인가요?!”
“아... 그거 같은 날. 코토하의 데이트가 정해진 거랑 그 짓을 한 게 같은 날이야. 유리코는 그때 없었지.”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뭐 솔직히 말해서 그만 포기하는 게 좋을 것 같단 말이지. 가망이 안 보여.”
그래.
그만 포기해.
이쯤 되면 포기할 때도 됐어.
“하지만 어젯밤 일부러 딱 달라붙어서 잤는데 조금이나마 아래쪽이 꼬물거린 걸 느꼈어요! 분명 아예 가망이 없는 건 아닐 거예요!”
“그러고 보니 예전에도 한번 여럿이서 달려들어서 한순간이나마 서게 한 적이 있었지.”
“네. 있었어요. 그 후엔 계속 실패했지만.”
“그럼 이번엔 아예 제대로 작전을 짜서 다 같이 공략해보자!”
“프로듀서 씨 텐트 세우기 대작전이네요!”
저것들 뭔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야...
이까짓게 뭐라고 저렇게 끈질긴 건데...
내가 필요 없다고 하잖아...
아니 그보다 오늘 같이 자는 거 메구미라고?
만에 하나 다시 서게 되면 잘 때 잘못해서 서버리면 메구미가 무서워할지도 모르잖아...
+3까지 잠자리 가기 전까지 얘들이 작전이라며 뭔 짓을 할지 적고 굴려주세요. 체크 85 갑니다. 저번엔 잔뜩 굴려도 벽을 넘지 못했는데 이번엔 과연..?
@이거 수위가 점점 아랫쪽으로 가야할 수준으로 올라가는거 같은데.
좋아. 마침 술도 다떨어졌으니 이번 작전에 필요한 술을 준비하러 가자. 맥주든, 정종이든, 양주든 종류 가리지 말고.
안주로 삼을 요깃거리도 만들자. 상다리 휘어지게 말이야.
창고에 노래방 기계랑 게임기 있지? 그것도 바로 켤 수 있도록 준비해.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거! 옷이랑 속옷은 자기가 갖고 있는 거중에 제일 이쁜 걸로 입고오기! 작전 실행 전 목욕재계는 필수! 메이크업이랑 머리도 빡세게 하고!
@과연?
@>>-3 저같은 무명은 야한 거라도 써야 그나마 봐주시니까....
그러면서 파티를 하니 덥다면서 옷을 벗고 "P도 파티 즐기니까 덥지?" 하면서 P 옷을 풀어헤침
알몸 에이프런으로 차를 가져와 서빙하는 에밀리, 저번과는 반대로 자신이 개목걸이와 귀를 달고 오는 세리카, 첫날밤의 속옷을 입고 오는 유리코, 파티용 드레스긴 한데 대체 어느 파티에 입는지 모르겠을 시스루 드레스와 가터벨트를 입고온 코토하, 면 티셔츠를 입었지만 물에 젖어 안이 비치는 하의실종룩 메구미
오후엔 별다른 일은 없었다.
아니 없었기에 있었다.
어느 순간엔 애들의 모습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중에는 신발이 없어진 아이도 있었고 방에 틀어박힌 아이, 5시쯤 되자 하나 둘 목욕까지 하는 등 뭔가 준비하고 있단 건 확실했다.
뭔지는 몰라도 일단 방 밖으로 나가는 건 삼가고 저녁이 되자 날 부르는 소리가 들려 거실로 나가자...
“뭔가... 화려하네...”
화려했다.
테이블에는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술과 안줏거리가 펼쳐져 있었다.
아이들은 최근 본 모습 중에서 가장 아름답게 꾸미고 있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네. 실은 이번 주에 있을 유리코 씨의 생일 연회를 준비했어요!”
“케이크는 없고 온통 술과 안주뿐인데?”
“유리코쨩의 리퀘스트에요. 설마 생일 파티에서까지 금주를 시킬 생각은 아니시죠?”
“금주를 지킨 적이 거의 없잖아... 그보다 너희 정말 유리코를 아끼나 보구나. 집에서 하는 조촐한 파티인데 그렇게 예쁘게 꾸민 걸 보니...”
“그... 그럼~ 우리가 유리코를 얼마나 아끼는데~”
“당사자인 유리코도 풀 메이크업에 머리 세팅까지 하고 말이지.”
“여... 여러분들이 이렇게 준비해 주시는데 저도 한껏 꾸미고 싶어서...”
“그래서 다들 목욕까지 하고?”
“나... 나갔다 들어왔으니까요! 요즘 환경이 얼마나 더러운데 나갔다 들어오면 꼭 온몸을 씻어야죠!”
하아...
뭐 상관없지.
파티야 하는 거고 어차피 내 것은 안 설 테니까.
“뭐해. 어서 앉아. 파티해야지.”
“네!!”
*
파티가 한참 무르익자 애들의 움직임이 상당히 노골적이게 변했다.
내 몸을 자꾸 만지거나 자기 몸을 만지게 하는 건 물론이고 목소리도 애교로 가득 차선 귓가에 대고 속삭이고 숨을 불고.
심지어는 뭐가 떨어졌다며 테이블 밑으로 들어가선 내 다리 사이로 얼굴을 내밀어 허벅지에 뺨을 비비는 등 그냥 대놓고 유혹하고 있다.
문제는 얘네가 나한테 끊임없이 술을 먹여서 아무리 안주로 중화하려 해도 슬슬 제정신을 유지하기가 힘들 것 같다...
“후아~ 파티 하다보니 덥네~ 프로듀서 덥지 않으세요?”
“하아... 하아... 더... 우려나...”
“그럼 벗어요!”
“뭐..? 아앗?!”
말이 끝나자마자 다 같이 달려들어 내 옷을 억지로 벗기려 들었다.
저항해보려고 했지만 그럴 힘조차 없었고 이 다섯 마리 암사자들에게 홀딱 벗겨지고 말았다.
“그럼 저희도 시원한 복장으로 갈아입고 올 테니 잠깐만 기다리고 계세요.”
그 말을 남기고 다들 방으로 들어갔다.
지금이 기회야.
얼른 방에 들어가서 문을... 어어엇?
콰당!
“미치겠네...”
이젠 제대로 걷기도 힘들다니...
하다못해 기어서라도...
조금만... 조금만 더... 손을 뻗으면...!
“어디 가세요? 아직 파티는 안 끝났다고요?”
“아악!”
방을 향해 뻗는 내 손을 어느 스타킹이 짓밟았다.
그 다리를 따라 시선을 올리자 가터 벨트를 지나 속이 훤히 보이는 시스루 드레스를 거쳐...
“코토하...? 너 무슨 꼴을...”
“시원한 복장으로 갈아입고 온 거예요. 자 일어나세요.”
코토하는 나를 부축해 다시 테이블 앞에 앉혔다.
“냐하하 엄청 취했네. 프로듀서.”
“그야 너희가... 메구미? 넌 또 무슨...”
메구미가 입고 있는 건 하얀 면티 오직 그것뿐이었다.
심지어 그것도 어째선지 물에 젖어서 안쪽이 훤히 비쳐서 메구미 가슴 첨단에 핑크색 원이... 핑크색 원?!
“메구미 너 속옷은...”
“답답해서~”
“답답해서라니...”
“그래요. 메구미 씨 속옷은 제대로 입어야죠.”
“맞아. 유리코의 말대ㄹ....로?”
“전 제대로 입고... 있으니까요...”
제대로 입고 있다.
응 분명 속옷은 입고 있다.
속옷만 입고 있다.
그리고 이거 왠지 낯이 익는...
앗... 유리코가 입은 이거... 나랑 유리코의 첫날 밤 때 유리코가 입었던 나름의 승부 속옷이다.
순간 그 때의 기억이 되살아나....지마! 아냐! 잊어! 정신차려!
“지도자님. 차를 가져왔습니다. 드세요.”
“아..! 고마워 에밀리..!...?....?!”
차라리 지금까지 세 명은 정상이었단 걸 깨달았다.
에밀리의 복장은 오직 앞치마 한 장.
그 외에 아무것도 입지 않았다.
심지어 에밀리의 가슴이 너무 커서 앞치마가 아래쪽 둔덕을 가리질 못하고 있다..!
아냐. 이건 분명 취해서 그런 거야.
일단 차를 마시자.
꿀꺽... 응 맛있네.
이제 다시 눈을 뜨면 분명...
“세리카...?”
“멍!”
내 다리 사이에 강아지 귀와 목걸이를 차고선 날 올려다보는 세리카가 있다.
이상하다.
분명 내가 세리카의 개였을 텐데...
*
“좋았어~! 이번엔 노래방 대결이다~! 꼴찌는 벌칙이라고~!”
“예이~!!!”
3.14159265358979323846264338327950288419716939937510582097494459230781640628620899862803482534211706798214808651328230664709384460955058223172535940812848111745028410270193852110555964462294895493038196442881097566593344612847564823378678316527120190914564856692346034861045432664821339360726024914127372458700660631558817488152092096282925409171536436789259036001133053054882046652138
안 돼 더 이상 모르겠어.
제발 이성을 잃으면 안 돼...
발기는 둘째치고 이성을 잃어선 절대 안 돼..!
지금 뭐하는 거지?
유리코가 노래를... 읏?!
“당신의 투박한 손길이~ 내 살갗을 간질일 때~”
어... 어느새 내 옆에서...
게다가 가사에 맞춰 내 손으로 자기 몸을 문지르고 있다..!
“후크를 푸는 법을 몰라서~ 당황했었지~”
이 노래 뭐야?!
왜 첫 경험의 추억을 노래하고 있는 건데?!
내 손으로 후크 풀지 마!
억지로 손을 뿌리쳐냈지만 유리코는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나한테 딱 달라붙어 귓가에 속삭이듯 노래했다.
“하아...”
겨우 유리코의 노래가 끝났다 싶었으나 이번엔 세리카다.
여전히 개 컨셉을 유지하는 세리카는 지금도 내 다리 사이에 얼굴을 두고 내 고간을 응시한 채 노래하고 있다.
“저건 정말로~ 맛있겠다~♡”
으윽!?!
진정해.
노래일 뿐이라고!
“소수.... 소수를 세는 거다... 1은 소수...였나?”
안 돼...
머리가 안 돌아가...
이번엔 코토하..?
시스루를 입는데 속옷도 안 입으면 어쩌라는 거야?!
“보고 싶어? 만지고 싶어? 좋아~ 마음대로 해줘.”
노래 좀 평범한 거 불러!
그리고 벗지 마!
내 손으로 자기 몸 애무하지 마!
“하아... 하아... 저 애가... 살집이 많이 붙은 걸... 기뻐해야 하나...”
이제 두 명...
그중 한 명인 메구미는...
“앗 차가?!”
메구미가 젖은 옷 채로 내 몸에 달라붙자 그 차가움에 온몸에 닭살이 돋았다.
그와 함께 딱딱해진 내 유두를 메구미가 손톱으로 살살 간지럽혀왔다.
“후훗 민감하구나. 귀여워. 좀 더 괴롭혀줄게.”
저 노래방 기계에 있는 수위곡들을 모조리 지워버리고 말겠... 아흣!
뭐야 왜 이렇게 능숙해?!
“메구미... 남자를 무서워하지만 사실 남자가 젤 무서워해야 할 상대도 메구미일지도...”
자, 마지막은 에밀리다.
알고 있어.
너라면 다른 애들관 격이 다른 과격한 어프로치를 해오겠지.
덤벼!
“아흣... 당신의 모든... 흐읏... 좋아서... 하앗...”
죄송해요. 잘못했어요. 용서해주세요..!
지난 노래방 때 내 무릎에 올라타서 사타구니를 만지며 가슴을 누르는... 그 정도를 생각했었어.
설마 내 사타구니에 자기 사타구니를 비비며 노래한다곤 생각 못했어!
이래선 이거 완전히 스마ㅌ...
“저기.. 하응... 이대로.... 안아줘♥”
“앗...”
“까앗?!”
에밀리의 어깨를 잡아 억지로 소파에 눕혔다.
뭐냐고...
이쪽은 아까부터 얼마나 고생해서 참고 있는데...
네가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이딴 천쪼가리 당장 치워버리고..!
“윽! 젠장!”
쾅!
겨우 날아갔던 이성이 돌아왔고 냅다 벽에다 머리를 박았다.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려고 한 거지..?!
아래쪽은 여전히 서지 않았다.
그럼에도 난 지금 에밀리를 범하려고 했다.
어서 여기서 빠져나가야 해.
이대로 있다간 정말로 얘들을...!
콰당!
젠장 또 다리에 힘이...
“프로듀서 씨. 아직 가시면 안 돼요~”
“세리카. 부탁이야. 보내줘...”
“하지만 이제 거의 다 된 거 같은 걸요? 여기서 마지막으로 자극을 좀 주면...”
“아니 제발..!”
“그럼 마지막으로 제가 꼴찌한 벌칙만 할게요.”
“뭔데?!”
“키스요.”
“하아... 얼른 해.”
“아, 그쪽이 아니라... 이쪽... 츄릅.”
“으윽?!”
키스라니... 아래쪽에다?!
아니... 이거 분명 예전에도 세리카에게 당한 적이 있었다.
근데 그땐 불쾌하게 느껴졌었는데... 지금은 어째서...
“츄류릅... 쪼옥... 응그읏... 쥬류르르릅!”
“하응!...흐읏!...잠까나읏?!... 세리카하앗?!”
세리카의 혀가 안쪽으로 비집고 들어와서 어딘가를 계속 자극하고 있다..!
“세리카... 크윽... 하지... 하지마아앗?!”
*
뭐 결과적으로 말하면... 서버렸다.
기어이 서게 만들었다.
내 눈에 오랜 시간 보지 못했던 광경이 나타난 것이다.
오래전 무너졌던 바벨탑이 다시 세워졌다.
그런데 정말 세울 거라곤 생각을 못 했는지 세우고서 어떻게 해야 할지 정하지 못해 우왕좌왕하다가 누가 처음으로 할지를 정한다고 소란스러운 틈을 타 화장실로 대피.
이미 터지기 직전이던 것을 빠르게 터뜨려버렸다.
겸사겸사 몇 년 동안 쌓이면 아예 썩어서 노래진단 걸 알게 되었다.
정말... 어마어마한 탈진감에 쓰러지려는 것을 겨우 참고 샤워를 통해 정신을 되찾았다.
이... 자신의 행동을 객관적으로 돌아보게 하는 시간도 참 오랜만이다.
설마 에밀리를 덮치려 하다니...
안 됀다.
그래선 안 돼.
설령 서버리게 되었다 해도 절대로... 건드리면 안 돼...
특히 에밀리나 메구미처럼 그런 일에 상처 입은 애들은....
“어째서 스스로 해버린 거예요?!!”
“씻고 나온 사람에게 처음 하는 소리가 그거냐 세리카?”
“저희가 얼마나 노력했는데!”
“이제 다신 하지 마. 애초에 세워놓고 방치한 건 너희잖아? 참을 수 없었던 거야. 그럼 됐지.”
“그... 그럼 한번 더...!”
“내 나이를 생각해줘. 하루는커녕 3일에 한 번이어도 큰일인 나이라고. 그럼 메구미. 난 이만 자러 들어갈 건데... 무서우면 오지 않아도 괜찮아.”
“으응... 괜찮아. 술도 좀 깼겠다. 제정신으로 마주 볼 수 있어야 특훈이 되고도 하고.”
“그래 알았어.”
+3까지 메구미와 잠자리에서 할 이야기, 있을 일 등을 정해주세요.
@ 앵커 7개에 4시간 가까이 걸려서 쓴 것치곤 별 내용 없다...
프로듀서가 말하길 나같은 사람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우리가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을거라고 했잖아. 지금처럼 이렇게 고생하지도 않고. 망가지지도 않고. 근데 어쩌나? 우리 생각은 프로듀서랑 좀 많이 다른거 같은데. 우리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이유는 다른 게 아냐. 바로 프로듀서야.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은 프로듀서고 이렇게 프로듀서 곁에, 사랑하는 사람 곁에 있을 수 있는 바로 지금이 우리들에게 있어서 최고로 행복한 순간이야. 우리의 행복을 위한다는 이유로 프로듀서가 계속 자책하면서 스스로를 희생하려고 한다면 지금 행복한 우리들에게 오히려 우리한테 짐을 지우는 일이야.
프로듀서 때문에 우리 인생이 망가졌다고 프로듀서가 자책할 필요 없어. 나쁜 일에 휘말려 우리들이 망가졌다 하더라도 나쁜건 망가뜨린 그 사람들이 나쁜거지, 왜 나쁜 일을 하지도 않은 프로듀서가 자책하는거야? 오히려 우리를 아이돌 세계로 끌어들이고, 톱 아이돌로 만들고, 나나 에밀리나 유리코나 다들 위험에 처했을 떄 이를 무릅쓰고 구해낸 사람은 바로 프로듀서잖아?
유리코한테 듣기로는 서로 이혼한 후 두 사람이 화해할 떄 유리코에게 이런 말을 했다고 하던데 맞아? 이제 지난 날을 떨쳐내고 새로운 미래로 가자고.
정말 프로듀서가 우리들이 행복하기를 바란다면 프로듀서도 지금까지 짊어졌던 그 짐을 내려 놔 줘. 더 이상 우리 행복을 위해 프로듀서가 희생하지 않아도 되니까. 프로듀서도 우리를 사랑하지? 우리한테 기대도 되니까 프로듀서 혼자 아파하지 마. 기쁜 일이 있으면 같이 웃고, 슬픈 일이 있으면 같이 울어줄게. 그러니 우리들이 프로듀서를 맘 놓고 사랑할 수 있게 해 줘. 그렇게 프로듀서도 우리랑 같이 지난 날의 괴로운 기억을 떨쳐내고 새로운 미래로 가서 서로 맘 놓고 사랑하면서 행복하게 살아가자.
시어터 39명 아니, 적어도 여기 이 집에 있는 5명만큼은 이렇게 프로듀서 곁에 있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사람들이니까.
메구미 : 미, 미안해! 프로듀서가 아직도 그렇게 사니까 평생 그렇게 살까봐 안쓰러워서 그랬어! 이것도 프로듀서가 우리들에 의해 다시 태어났다는 일종의 증표(?)니까 봐주라~ 응?
고심하던 프로듀서는 아이돌들의 애원에서 결국 아이돌들의 부탁을 받아들였다.
프로듀서의 결심에 화색이 돈 나머지 역시 바로 프로듀서의 침대로 뛰어들어서 프로듀서와 꽁냥꽁냥 장난을..... (이하 생략)
“메구미 정말 괜찮겠어? 난 이제 더 이상 너한테 무해한 존재가 아닌데.”
“괜찮아. 그리고 프로듀서라면 그런 짓 안 할 거잖아? 아까 에밀리한테도 결국 안 했었고.”
“그래도 할 뻔한 거잖아. 만약 내가 제때 정신을 차리지 못하면...”
“괜찮다니까. 적어도 프로듀서는 제대로 책임져 줄 거잖아?”
“그건... 그렇지만...”
“그럼 문제없어.”
믿어주는 건 고맙지만 너무 믿어줘도 곤란한데...
책임 이전에 공포심의 문제니까...
“뭐 그렇다 치고 애초에 오늘 왜 그렇게 내 걸 다시 세우려고 작전까지 세워서 도전한 거야? 정작 세워놓곤 방치해 버리고.”
“냐하하... 그건 미안. 그래도 만약 프로듀서가 평생 그렇게 안 서면 안쓰러우니까... 미안미안 그래도 이것도 프로듀서가 우리를 만나고 변한 것 중 하나란 거로.... 응?”
“하아, 편리해서 좋았는데... 뭐 됐어. 유리코 생일 파티를 좀 과하게 했다고 생각하지. 뭐.”
문제는 앞으로다.
아이들에게 서지 않도록 조심해야지...
나이가 나이니 젊은이처럼 연중발정 상태는 아니지만, 그곳은 내 뇌의 지시를 따르지 않는 독립적인 기관이니....
“파티라고 해서 말인데 프로듀서. 파티 준비를 하는 동안 세리카가 유리코한테 사과한 거 들었어. 두 사람 다 굉장하지. 나였다면 말을 꺼내는 것도 용서하는 것도 못했을 거야.”
“너라면 했을 거야. 사과도 용서도.”
“또또 과대평가한다. 나 그렇게 착한 사람 아니야~ 그보다 들었어. 프로듀서는 우리가 프로듀서를 만나지 않았다면 더 행복했을 거라고 했다며? 고생하지도 않았을 거고 망가지지도 않았을 거라고... 그럴 리가 없잖아. 프로듀서가 있어야만 우리가 행복할 수 있는 거라고? 우리는 프로듀서를 사랑하고, 사랑하는 프로듀서 곁에 있을 수 있어서 지금 행복해. 프로듀서가 계속 우리의 행복을 위해서라며 자책하고 희생하려 하면 오히려 우리한테서 행복을 뺏어갈 뿐이라고?”
“그렇지. 하지만 너희가 사랑하는 건 프로듀서잖아. 너희를 아이돌로 만들어서 너희의 첫 번째 팬으로서 너희의 성장을 유도하고 지켜보고 이 세상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스테이지에서 이 세상 누구보다 찬란하게 빛나게 한 프로듀서. 그런 건 아무나 할 수 있었어. 너희에겐 그럴 재능이 있었고 매력이 있었고 능력이 있었고 노력이 있었어. 아니 애초에 그런 운명을 태어났다고 해도 되겠지. 내가 아니라 누구라도 너흴 톱 아이돌로 만들 수 있었어. 난 운 좋게 그런 쉽고 편한 자리를 얻어낸 주제에 주제도 모르고 불타다 남은 찌꺼기야.”
“그렇지 않아! 프로듀서니까 그럴 수 있었던 거야. 그리고 설령 누구라도 가능했다고 한들 그걸 해낸 건 프로듀서잖아! 그런데 왜 프로듀서가 괴로워하는 거야... 애초에 프로듀서가 잘못한 건 하나도 없잖아. 나쁜 일에 휘말려 우리가 망가졌다 하더라도 나쁜 건 망가뜨린 그 사람들이 나쁜 거지, 왜 나쁜 일을 하지도 않은 프로듀서가 자책하는 거야?”
“아니야. 메구미. 난 너희가 망가지도록 방관한 거야. 네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는데도 난 널 찾는데 그다지 집중하지 않았어. 네가 그렇게 말없이 사라질 아이가 아닌 걸 알면서도... 네게 어떤 위험한 일이 벌어진 걸 짐작하고도... 난 너를 구하겠다고 하지 않았어. 너만이 아냐. 많은 아이들이 괴로워하고 있는데도 난 사무소를 변명거리로 너흴 돕지 않았던 거야. 그건 내가 잘못한 거야. 분명 난 32중 추돌사고 같은 거 막을 수 없어. 하지만 사요코를 감쌀 수도 있었고 출소하고 나온 사요코를 보호할 수도 있었어. 분명 난 에밀리가 떨어져가는 걸 막을 수 없었어. 하지만 에밀리를 사들일 수는 있었지. 분명 난 레슬링 도중 탈분하거나 사기로 빚더미에 앉는 걸 막을 수 없었어... 하지만 그 아이를 숨기고 세탁하는 건 할 수 있었지.”
“아니야. 그중에 프로듀서가 할 수 있는 건 없었어. 아니 만약 한다고 해도 당장의 문제는 해결해도 그 뒤가 없는 것들뿐이지. 그런 거금을 들이거나 목숨을 걸어야 하는 것들을 해버리면 그 다음엔 아무것도 못 하잖아.”
그건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사요코까진 그렇다쳐도 노리코는 정말 목숨 걸고 다녀와야 한다.
사요코는 데려온 다음이 문제인 거고.
“프로듀서. 유리코랑 이혼할 때 그랬다며. 지난날은 떨쳐내고 미래로 가자고.”
“그건 내가 저지른 죄를 흐지부지하게 흘려보내잔 뜻이 아니야. 내가 저지른 죗값을 치르고 너희를 행복한 미래로 보내겠단 거지.”
“만약 프로듀서가 우릴 행복한 미래로 보내고 싶다면 그곳엔 반드시 프로듀서가 있어야 해. 프로듀서가 사과하고 싶으면 하면 돼. 용서를 구하고 싶다면 그렇게 해. 하지만 그 뒤에 반드시 우리랑 같이 모두가 행복한 미래로 가는 거야. 거기에 프로듀서가 희생하는 길 따위 없어. 프로듀서도 우릴 사랑한다며. 그럼 좀 더 우리에게 기대줘. 혼자서 괴로워하지 마. 기쁠 때도 슬플 때도 병들 때도 가난할 때도 언제나 함께 있을게. 우리 함께 괴로운 기억을 떨쳐내고 행복한 미래에서 사랑하며 살아가자. 40명... 아니 하다못해 이 집에 있는 5명은 이렇게 프로듀서와 함께 있는 것만으로 행복하니까. 너희도 그렇게 생각하지?”
너희..?
벌컥!
메구미의 말이 끝나자 방문이 열리고 다른 애들이 들어왔다.
다들 각자 뭔가 말을 하지만 5명이서 동시에 말하니 귀에 들어오진 않는다.
그래도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건지는 알 것 같다.
지금 이 아이들의 말을 거부할 순 있다.
하지만 그러면 분명 이후에 또 문제가 생기겠지.
지금은 일단 동참하도록 하자.
“하아... 아직 다 해결된 건 아니야. 오히려 시작도 안 한 게 대부분이지. 그래도... 여기 있는 너희 상대론 더 이상 끙끙대지 않아도 된다. 지금은 일단 그렇게 해석하면 되려나?”
-네!-
“좋아. 그럼 이제 가서 자.... 왜 다들 침대에 올라오는 거야...?”
“에헤헤...”
“아니 이 침대 더블이라고? 2명도 빡센데 6명은..!”
“에잇!”
왜 이런 건 내 말을 전혀 안 들어줄까.
다들 침대 위에 다이브해서 내 위를 깔아뭉개고 있다.
기쁘지만 괴로워....
“코토하...”
“네?”
“만약 이렇게 잤다가 내일 너와 데이트하는데 허리가 아프다거나 근육이 저린다거나 해서 제대로 못 즐길지도 모른다고?”
“전원 기상! 메구미 빼고 각자 방으로 돌아가!”
“에에~ 횡포다~!”
“잔말 말고 돌아가! 애초에 오늘 밤은 메구미의 밤이잖아! 이래선 공평하지 않다고!”
코토하가 다른 애들과 같이 방을 나서는 모습을 보고 메구미와 서로를 보며 살짝 웃고는 잠을 청했다.
마지막에 메구미가 내 팔을 살짝 껴안으며 잠들었다.
그래도 확실히 조금씩 좋아지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다.
*
자 오늘은 코토하와 데이트.
츠무기 때처럼 코토하는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코토하의 데이트 패션은....
+3까지 코토하의 데이트 패션을 적고 굴려주세요. 큰 값 갑니다.
그런데 스커트 차림인데 외골격 차도 돼? 요즘 보면 집에서는 안 차던데
코토하 : 프로듀서를 따라서 오피스룩으로 코디해봤어요. 프로듀서가 보기엔 어떠세요?
귀여운 브라우스에 감청색 스키니진에 롱부츠.
날 의자로 삼았을 때 입어본 그 옷이다.
물론 외골격은 착용하고 있다.
“안녕. 코토하. 오래 기다렸어?”
“아, 아뇨. 방금 왔어요!”
“그래? 다행이네. 그 옷 저번에 다 같이 사러 갔던 옷이지? 잘 어울리네.”
“감사합니다. 프로듀서도 멋지세요.”
“고마워. 그럼 어디부터 갈까...”
+3까지 오전 데이트 동안 어떤 일이 있을지 정해주세요.
뽑은 인형을 코토하한테 선물하니 코토하의 표정이 밝아진다
프로듀서 : 펜싱 실력은 여전하네. 펜싱을 너한테 배워서 이제 할 만 하다고 생각했는데.
코토하 : 아니에요. 연습을 안 해서 그런지 예전보다 감도 많이 죽은 걸요. 프로듀서를 지킬 수 있는 실력이 되려면 더 많이 연습해야...
프로듀서 : ?? 코토하 방금 뭐라고 했어?
코토하 : 아뇨! 아, 아무 것도....!
프로듀서: 어? 그거 고장 안 날텐데?
코토하: 걷기가 조금 힘든데 휠체어는 없고... 프로듀서가...
프로듀서: 진짜로 고장이 났다고? 잠시만 내가 전화로 엔지니어를 불러볼까? 아니면 주위에 휠체어
코토하: ... 진짜 눈치 없다니까... 업어달라고 하는 말인데... 제가 직접 말 해야하나요?
“뭘. 인형 뽑기 정도야 별거 아니지.”
“프로듀서는 이상한 곳에 재능이 있으니까요.”
이 말 들어본 적 있는 것 같은데...
아 맞아.
딱 1주일 전에 츠무기랑 데이트했을 때도 이런 일 있었지.
인형 뽑기냐 사격이냐의 차이일 뿐 인형을 준 건 똑같네.
“그런데 프로듀서. 이 인형 정말로 저랑 닮았나요? 머리색은 닮긴 했지만.... 뭔가 화난 것 같은데요?”
“극장에서 야구 하려는 스바루에게 잔소리하던 모습이랑 똑닮지 않았어?”
“에엣?! 저 이런 표정이었나요?! 으음... 그걸 듣고 나니 묘한 기분...”
그래도 꽤 퀄리티 좋은 인형인 거 같은데.
살짝 볼을 부풀린 것까지 잘 표현되어있는 게 세심하게 만들어진 인형이다.
메이커가.... 아카네쨩 메이커... 너였냐 아카네...
과연 제작자를 알고 나니 묘하게 코토하를 닮은 외모도 납득이 갔다.
“뭐 귀여우니까 됐잖아.”
“그런 걸까요.... 으음... 어?”
“응?”
코토하가 어딘가를 보더니 그대로 멈췄다.
그 시선을 따라간 곳에 있는 건...
“VR 올림픽... 펜싱인가.”
“다이브를 통해 하는 거죠? 굳이 가게가 있을 필요가 있나? 다들 집에 다이브 기기 정돈 있잖아요?”
“일반적인 미팅용 프로그램과 비교하면 운동 프로그램은 제작도 관리도 어렵거든. 그래서 저런 건 업체가 운영해. 접속하면 전 세계의 펜싱 프로그램과 연동해서 월드 와이드 PVP도 가능해.”
“과연 올림픽이란 이름 다운 프로그램이네요...”
“해볼래? 펜싱 좋아했잖아.”
“괜찮을까요?”
“그럼. VR 다이브면 다리도 신경 쓰지 않아도 되고. 무엇보다 데이트인걸. 코토하가 즐거운 걸 해야지.”
“그... 그럼 한판만...”
*
[그럼 정정당당히.... 승부!]
왜 펜싱인데 나레이션은 와풍인 거야?
“핫!”
삐빅!
“시작이라고 했는데 딴 생각하시면 안 되죠. 프로듀서.”
“이런... 당했네...”
“에페 룰로 겨루는 이상 방심하면 절대 안 된다고요? 그럼 계속 갑니다.”
“그래.”
삐~
챙!
챙!
채챙!
이거 참...
파고들 곳이 없네...
우선권 같은 룰이 없으니 오히려 공격에 나서기가 어려워...
챙!
삐빅!
“동시타인가...”
“에페에선 흔한 일이니까요. 자 계속하죠.”
튕기고 반격을 하려 해도 전신 어디든 공격하면 득점인 룰이니 수비적으로 나설 수도 없고.
그렇다고 코토하는 전혀 틈을 보이질 않고.
별 수 없지.
공격하자.
챙!
삐빅!
“읏...”
“다리를 노리는 건 좋지만 그러느라 머리가 튀어나온다고요?”
“하아... 좋아. 그래도 자존심이 있으니 그리 쉽게 질 순 없지.”
아무래도 공격에 나서는 건 악수였나 보네.
가능한 카운터를 노려야 하나.
챙!
채챙!
챙!
삐빅!
챙!
챙챙챙!삐빅!
.
.
.
15-10인가.
동시타를 허용하는 룰인데도 이 정도 점수 차면 거의 압도당한 거나 다름없네.
VR 월드에서 나와 뇌의 착각으로 흐른 땀을 닦고 코토하와 마주앉았다.
“실력은 여전하네. 펜싱이라면 너한테 배워서 나름 할만하다고 생각했는데.”
“아뇨. 프로듀서도 대단해요. 초반 실점만 아니었어도 거의 박빙이었을 걸요? 그보다 제가 문제네요. 연습을 오랫동안 못 했다 보니 감도 많이 잃었고... 이래선 프로듀서를 지킬 수가...”
“응? 마지막에 뭐라고?”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근데 정말 많이 느셨네요? 바빠서 제대로 연습하지도 못했을 텐데.”
“뭘 목숨 걸고 하는 것도 아니니까 좀 공격적으로 나선 거지. 코토하는 좀 과하게 신중하니까 그런 부분을 노린 거뿐이야.”
일반적인 펜싱이라면 신중해야 하겠지만, 이런 재미 삼아 하는 아마추어의 검은 오히려 고수의 입장에서 신중하게 바라보면 혼란스러워지기 마련이다.
“자, 그럼 일단 차로 갈까. 그 인형도 계속 들고 다닐 순 없으니까.”
“네... 어?”
“왜 그래?”
“그게 외골격이 고장난 건지 걸을 수가...”
“그거... 고장 안 나는 거 아니었던가?”
“그래도 걸으려 하니까 잘 안 움직이는 것 같기도 하고... 휠체어도 없고...”
“으음.... 큰일인데... 잠시만 전화로 업체를 부르거나 주변에 휠체어 파는 곳이...”
“하... 왜 일할 땐 뒤통수만 보고도 생각을 읽어대면서 이런 곳에는 눈치가 없는 건지... 업어달란 말을 굳이 제 입으로 하게 하는 건가요?”
“아... 그래 알았어. 차까지 업어다... 아니지. 만약 그게 고장난 거라면 오늘은 차에서 내리면 반드시 업고 다녀야겠네~?”
“조... 좋아요!”
코토하에게 등을 돌려 쭈그리자 그대로 업혀왔다.
등에 닿는 부드러운 것의 감촉은... 그다지 느껴지지 않았지만 따뜻함은 잘 전해졌다.
코토하의 외골격은 코토하에게 들게 하고 코토하의 엉덩이를 바쳤다.
얕긴 해도 손가락이 파묻힐 정도로 살집이 돌아왔네. 다행이다.
“저... 그렇게 엉덩이를 주무르시면...”
“아, 미안. 기분 나빴지.”
“아뇨! 전혀요! 좀 부끄러울 뿐이지 싫거나 하진 않아요! 오히려 더 만져줬으면 한달까..!”
“아... 응. 그래도 일단... 이 가게에서 나가자.”
점주가 보는 눈이 영....
코토하도 눈치챈 건지 등에 얼굴을 푹 하고 파묻었다.
*
그렇게 코토하를 업은 채 차까지 왔다.
길에서 지나치는 사람들의 눈길이 좀 그랬지만 코토하가 들고 있는 외골격 덕분에 이상하게 보이진 않은 것 같다.
문제가 있었다면 코토하가 중간중간 일부러 가슴이나 엉덩이를 문질러 댄 것이었지.
이젠 그런 짓을 당하면 물리적으로 반응이 나타나는 몸이 되어버려서 머릿속을 비우는 게 큰일이었다.
“코토하. 앞으론 그렇게 물리적인 자극을 주는 건 하지 말아줘. 이젠 예전처럼 태연히 넘길 수 없다고. 신체적인 변화가 나타나니까.”
“아... 네. 죄송합니다.”
“반응이 나타나도 문제가 될 것이 없는 곳이면 뭐라고 안 할 테니까.”
“즉... 보여지면 문제가 될 사람이 없는 곳이면 괜찮다는 건가요..?”
“뭐... 그렇게 되나.”
집은 솔직히 문제가 될 곳이긴 하지만 이제와서 집에서 그러지 말라고 해도 소용없을 테고.
그보다 이제 밥 먹으러 갈 시간이다.
+2까지 점심 식사 중 할 이야기나 있을 일을 정해주세요.
웨이트리스 "두 분 다 얼굴 고우시다. 남매이신가봐요?"
P "네? 아, 네, 네. 하하하..."
웨이트리스 "그럼 두 분 모두 즐거운 식사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웨이트리스가 주문 접수를 끝내고 돌아간 후,
코토하 "다른 사람들 눈에도 프로듀서랑 저랑 사이가 좋아보이나 봐요. 커플이란 소리를 듣고 싶었는데 듣지 못해서 조금은 섭섭하긴 하지만."
P "커플이란 소리를 못 들어도 뭐 어때? 이미 우리 집에서 같이 살고 있고 너랑 난 사실상 피보호자와 보호자 관계인데 그럼 이미 가족 아닌가?"
코토하 "그건 그렇지만... 그럼 프로듀서도 저희 관계를 커플 관계보단 남매 관계로 생각하시는 건가요?"
P "남들이 우릴 남매로 보든 커플이든 우리는 가족..."
코토하 "그럼 지금 오빠 옆으로 자리 옮겨도 되죠? 오빠랑 저랑 이제 한 가족이잖아요."
그 말과 함께 바로 자리를 옮겨 P 옆에 앉는 코토하. P 곁에 앉자마자 바로 P팔에 몸을 기댄다. 이걸 노린거였니, 코토하? 그나저나 언제 호칭을 오빠로 바꿨대?
코토하 "헤헤. 오빠..."
그야 다들 처음엔 놀라지만 코토하가 들고 있는 외골격을 보고 대충 무슨 상황인지 예상하고 넘어간다.
물론 그 예상은 틀린 거지만.
자리에 가서 코토하를 내려주고 마주보고 앉았다.
“정말로 업어주실 줄은 몰랐어요.”
“뭐 그렇게 무겁지도 않고 그 소품 덕분에 이상하게 보이지도 않으니까.”
“그렇네요. 그나저나 꽤 분위기 좋은 가게네요. 프랑스 가정식 가게인데도 호텔 식당 같아요.”
“요즘 살아남은 가게들은 대부분 이렇게 고급진 느낌으로 해둔 곳들이니까.”
인류 역사상 요식업계 최악의 불황이라고 불리고 있으니...
예전 같았으면 드레스 코드 맞추라고 할 법한 분위기와 가격 책정을 평범한 레스토랑에서까지 하는 꼴이다.
빠르고 배부른데 싸다를 메인으로 밀던 B급 음식들은 대부분 공장에서 찍어내선 배송하는 식이 되어버리고 요즘엔 푸아그라 같은 고급 음식들도 공장제가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세상이 어찌되려는 건지...
“잠들어 있던 사이에 너무 많이 변해버렸네요.”
“눈 뜨고 있었는데도 못 따라갈 정도였어. 그보다 어서 메뉴나 정하자.”
“네. 으음... 비싸...”
“이 정도면 평범한 거야.”
“어니언 스프가 2천 5백엔.... 에스카르고 3천엔... 이거 에피타이저 아니에요?”
“그 정도가 평범한 거야. 요즘엔. 그러니까 너무 신경 쓰면 안 돼.”
6년 전과 비교해서 가격이 두 배 뛴 정도면 무난한 수준이다.
도심으로 가면 세 배 이상은 우습게 뛰어올랐다.
아니 정확히는 그렇게 뛰어올라도 그걸 먹을 사람들이 있는 가게들만 뛰어오르고 그렇지 않은 곳은 다 망했지.
이곳도 평범해 보이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프렌치 식사 예절에 군더더기 없는 사람들투성이다.
“그... 그럼 전 어니언 스프로...”
“그것만 먹고 끝낼... 아니 됐다. 일단 주문하자.”
뻔히 사양하는 것 같으니 이럴 땐 그냥 내가 많이 시켜서 코토하에게 먹이는 게 낫다.
주문 벨을 누르자 웨이트리스트가 찾아왔다.
“네~ 주문도와... 와~”
“응? 무슨 일 있나요?”
“아, 아뇨. 그 두 분 다 미인이시네요. 남매이신가요?”
“아... 네 그렇죠. 하하하. 아, 4번이랑 11번, 16번, 그리고 와인 두 잔 주세요.”
“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남매인가.
차라리 그랬다면... 아니 형제는 그녀석 하나로 충분해.
“다른 사람들 눈에도 저랑 프로듀서 사이가 좋아보이는 것 같네요.”
“그야 업어서 들어올 정도니까.”
“그래도 커플로 보이지 않은 건 아쉽다고 할까나...”
“뭐 어때. 커플이 아니더라도 이미 같은 집에 살면서 보호자하고 피보호자 관계 같은 거니까 가족이나 다름없잖아?”
“그래도... 그럼 프로듀서도 저희 관계를 커플보단 남매로 생각하는 건가요?”
“남들이 커플로 보던 남매로 보던 가족이란 점에선...”
“그럼 지금 오빠 옆으로 자리 옮겨도 되죠? 오빠랑 저는 이제 가족이니까요.”
내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코토하가 내 옆으로 자리를 옮겨왔다.
다리... 잘 움직이네...
어느새 호칭도 오빠로 바꿨고.
처음부터 이걸 노린 거였나.
“에헤헤...”
그 후 음식을 가져다 준 웨이트리스트가 우리 모습을 보고 가볍게 웃고 떠났다.
이 모습이 남매로 보인다면 분명 저 사람은 외동일 것이다.
*
식사를 마치고 디저트를 즐기며 슬슬 나갈 채비를 하던 중...
“우냐아아아아?!”
어디선가... 누군가의.... 아주 익숙한.... 단말마가....
“프로듀서... 지금 이 목소리...”
“응. 나도 같은 생각이야.”
코토하랑 동시에 소리가 난 쪽을 바라보자...
“어떻게 또 아카네쨩의 푸딩을.., 그것도 눈앞에서 당당하게 먹을 수가 있어?! 이곳 푸딩이 맛있다고 유명해서 엄청 기대하고 있었는데!”
“우후훗 엄청 맛있으니까 절대 기대를 배신하지 않을 거야!”
“배신했어! 푸딩이 아니라 레이카쨩이 배신했어!”
“저 둘은 여전하네.”
“후훗, 그러게요. 앗 레이카 씨의 저 휠체어는..?”
“아, 넌 모르겠구나. 레이카 사고로 양다리가 움직이지 않게 되었거든.”
“에엣!? 그럴 수가...”
“본인은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지만... 어쩔래? 말 걸어볼래?”
“그... 그게...”
1. 오랜만에 만났으니 한번...
2. 그래도 오늘은 데이트니까 좀...
먼저 2표 갑니다.
근데 너무 쓸데없고 힘들다.
휠체어로 벽을 타는 방법 (바퀴 하나를 벽에 대고 엄청 빠르게 가다가 다른 바퀴도 반동으로 올리면서 속도를 내면 벽을 탈 수 있다고!)
꽁짜 푸딩 배달 받는 방법 (아카네한테 다리가 아프다고 전화하고 푸딩이 먹고싶다고 뒤에 붙이면 어느새 문앞에 푸당을 들고있는 배달원이 있답니다)
어딘가 급하게 가야할 때 쓰는 방법 (물구나무서기를 하면서 다니면 된다)
등등 이상한 것만 알려주는 레이카
코토하 "오랜만이야. 아카네쨩."
아카네 "훌쩍... 코토하쨩, 진작에 깨어났으면 아카네쨩한테 연락하지. 왜 이제서야..."
코토하 "다른 사람들한테도 연락했어야 했는데... 미안해. 5년동안 자는 동안 바뀐 세상에 적응하느라 시간이 없었어."
레이카 "코토하쨩 다리가 어떻게 된거야? 설마 코토하쨩 다리도? 다른 사람들은 부디 나처럼 안 되길 바랬었는데..."
코토하 "전 괜찮아요. 레이카 씨. 자는동안 다리를 안 움직여서 그런지 다리가 굳어서 그래요. 조금만 재활하면 괜찮아질거라고 의사가 그랬어요."
레이카 "그래? 그럼 다행이다. 아, 맞다! 코토하쨩, 코토하쨩을 위해서 여기 고져스 세레브 푸딩 많이 사놨는데 몇 개 가져갈래? 언니가 주는 선물이야~"
아카네 "레이카쨩! 그거 아카네쨩이 집에 가서 먹으려고 산거잖아!"
코토하 "아하하...;; 레이카 씨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하시네요;;"
“아냐. 데이트니까 네가 원하는 걸 해야지. 부축해줄게.”
코토하를 들쳐메고 두 사람의 자리로 옮겨갔다.
두 사람 다 아직 우릴 눈치채지 못한 모양이다.
“너희 둘은 몇 년이 지나도 그 만담 래퍼토리가 끊이질 않는구나.”
“오옷?! 이것은 예상 외의 프로쨩!...이랑.... 엣. 코토하쨩?!”
“오... 오랜만이야. 아카네쨩.”
“우와아앙! 보고 싶었어! 왜 연락 안 준 거야~!”
“미안... 세상이 너무 바뀌어서 적응하느라 정신이 없다보니...”
“자, 감동의 재회지만 일단 코토하를 좀 앉힐게.”
부축하던 코토하를 아카네 옆자리에 앉혀주고 맞은편에 레이카 옆에 앉았다.
아카네와 레이카 모두 그런 모습과 코토하가 들고 있는 외골격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코토하쨩도 하늘을 날다가 떨어진 거야?!”
“에엣?! 아, 아니에요! 전 그냥 너무 긴 시간 잠들어 있던 탓에 굳어서 그런 거뿐이라 좀 재활하면 괜찮아질 거라고 했어요!”
“그렇구나~ 다행이다~! 아, 그래! 코토하쨩. 여기 고져스 세레브 푸딩 잔뜩 사놨으니까 몇 개 가져가! 언니가 주는 선물!”
“그거 아카네쨩이 집에 가져가서 먹으려고 산 거잖아?! 뭐 코토하쨩에게 주는 건 대찬성이지만!”
“후훗 두 사람은 정말 변하질 않았네요.”
동감이다.
765가 아무리 변해도 이 둘만큼은 언제까지고 이렇게 유쾌하게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이 말이 사망플래그가 되지 않으면 좋겠는데...
“코토하쨩. 내가 다리를 못 쓸 때의 꿀팁들을 가르쳐줄게! 사람은 다리 따위 안 써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다고!”
“헤에, 어떤 것들이 있나요?”
“나는 휠체어를 쓰잖아? 그런데 이게 길거리에선 꽤 불편하단 말이지. 그럴 땐 바퀴 하나를 벽에 대고 엄청 빠르게 가다가 다른 바퀴도 반동으로 올리면서 속도를 내면 벽을 탈 수 있다고! 그러면 설령 사람이 붐비는 번화가라도 안심하고 다닐 수 있어!”
““전혀 안심할 수 없잖아(요)?!””
“와아~ 두 사람 다 날카로운 츳코미네! 흐음... 코토하쨩은 그 외골격이 마음에 든 거려나? 그렇다면 갑자기 공짜로 푸딩이 먹고 싶을 때 팁을 알려줄게! 아카네쨩에게 다리가 아프다고 연락하고 뒤에 푸딩이 먹고 싶다고 하면 와오~! 어느새 문앞에 푸딩을 들고있는 배달원 씨가..?!”
“그거 아카네쨩!! 여태까지 아카네쨩을 속여왔던 거야?! 너무해! 앞으로 푸딩 안 갖다 줄 거야!”
갖다 줄 거면서.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달려갈 거면서.
“마지막으로 어디로 급하게 가야 할 때! 그때는 물구나무서서 가면 돼! 날아서 가는 것도 방법이지만... 으음 역시 그만두는 게 좋아. 요즘 하늘은 날아다니기엔 영 좋은 하늘이 아니거든!”
“팔도 마찬가지로 재활 중이에요... 다리만큼은 아니어도 긴 시간 사용하지 않았으니...”
팔이 멀쩡했으면 가능하단 뜻이야...?
그러고 보니 옛날에 코토하에게 얻어맞았을 때 엄청 아프긴 했지.
“레이카 씨는 다리를 못 쓰게 된 거 불편하시지 않으세요? 전 여간 불편한 게 아니라...”
“으음... 처음엔 나도 힘들었지. 그래도 지금은 꽤 익숙해지기도 했고 무엇보다 다리를 다친 뒤로 남편이 훨씬 정성스럽게 대해주니까 불편함보다 기쁜 게 더 크다고 할까..?”
“엣..? 남편..?! 레이카 씨 결혼하셨나요!?”
“아... 코토하는 모르겠구나. 여깄는 두 사람 다 유부녀야.”
“에...?”
“쨘! 오가사와라 아카네쨩입니다~!”
“히라야마 레이카입니다~!”
두 사람 다 왼손의 결혼반지를 보여주며 자기소개.
코토하의 눈이 빙글빙글 돌고 있다.
*
그 후엔 두 사람의 남편 사진을 보거나 남편 자랑을 듣다가 식당에서 나왔다.
두 사람 다 유부녀인 만큼 데이트를 방해할 마음은 없는지 바로 인사하고 갈라졌다.
아카네가 힘내라며 아카네쨩 인형 하나씩 쥐어주고 떠났는데 그 쪽지에 이번엔 잘해라고 쓰여 있던 건 정말 아카네 다운 오지랖이다.
+3까지 오후 데이트 중 있을 일 등을 정해주세요.
P "갑자기 그건 왜 묻는거야? 설마 아까 두 사람이 부러운거야? 왼손 약지에 반지 끼고있던거?"
코토하 "..."
P "미안해, 코토하. 너희가 날 사랑하고 있다는걸 잘 알고있어. 너희들이 바라는건 난 뭐든지 들어줄 준비가 되어있지만 결혼까지는 힘들거 같아. 다른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 결혼하면 유리코와 있었던 그 일을 다시 되풀이할거 같아서... 미안해."
코토하 "사, 사과하실 필요없으세요! 프로듀서! 정말이에요! 결혼은 바라지도 않았으니까! 이렇게 프로듀서를 곁에서 다시 볼 수 있게 된 것도 기적인데 어떻게 제가 그런 과도한 요구를..."
P "결혼은 안되지만 코토하 너만 괜찮으면 지금 반지라도 맞춰줄 수 있는데 한번 보러 갈래?"
코토하 "아! 외골격 이제 된다! 아까 고장은 단순 오류였나봐요. 이제 내려주셔도 될..."
P "안 가도 돼, 코토하?"
코토하 "프로듀서 바보... 가요."
“프로듀서.”
“응?”
“만약 아이돌 중 한 명이 프로듀서에게 청혼하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하아....
뭐 예상은 했다만...
“갑자기 묘한 걸 묻네. 아까 둘이 결혼반지 끼고 있던 게 부러웠어?”
“읏....”
“후우... 미안해. 너희가 날 사랑해주는 건 알고 있고 난 너희가 원하는 거라면 최대한 이루어주고 싶어. 하지만 결혼은 안 돼. 여러 이유가 있지만 무엇보다 유리코에게 저지른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 않아. 미안.”
“아... 아니에요! 사과하실 거 없어요! 결혼이라니... 저한텐 그런 거 바랄 자격도 없는걸요. 이렇게 프로듀서 곁에 있을 수 있는 것만으로 기적이나 다름없는데 그런 것까지 바랬다간 분명 벌 받을 거예요.”
“결혼은 못 해도 네가 원한다면 반지 하나 정돈 맞춰줄 수 있는데...”
“아, 외골격 이제 다시 움직이네요! 이제 내려주셔도 될 것 같...”
“안 갈 거야?”
“칫... 바보... 얼른 가요.”
살짝 코토하의 엉덩이를 때려주고 차로 향했다.
이 주변에 보석점이 있으려나...
+2까지 보석점에서 있을 일을 정해주세요. 단 반지를 왼손 약지에 끼우는 건 NG입니다.
반지 가게에 들어서서 들뜬 채 고르던 코토하가 다시 와서는 다른 사람들 반지도 맞추자 한다.
"코토하, 그렇게까지 다른 아이들을 의식할 필요는 없어. 혹시 죄책감 때문이라면 그만해줘. 세리카에게도 말했지만 난 널 미워하지 않아."
"이미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죄했다면 난 더는 뭐라 할 수 없어. 스스로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난 너를 용서했다는 건 알아줘."
그러자 코토하는 가열차게 반박하고 자신의 잘못을 이야기했지만, 이미 용서해버린 프로듀서에겐 뭐라 해도 통하지 않았다.
결국 그것을 받아들인 코토하는,
"알겠어요. 더 이상은... 적어도 다른 아이들을 대할 때는 죄책감에 빠져 있지 않을게요."
"하지만 반지는 모두와 맞추게 해주세요."
"어제 아침에, 유리코와 세리카가 나누던 이야기를 들었어요.
지금의 입장에 안주하고 싶었지만 나아가야만 했고, 연적이지만 모두가 소중한 동료라고 말해주었어요."
"어쩌면, 그 말을 그때 들었더라면... 프로듀서에게 칼을 들이미는 짓은 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어요."
"그래도 그건 일어나 버렸고, 비참한 결과를 만들었죠."
"그리고 지금은, 그것조차 넘어서 저희 모두는 여기에 있어요. 저도, 유리코도, 세리카도, 메구미도, 에밀리도.
이제 비로소 모두가 동등하게...
과분함 없이, 부족함 없이.
같은 선상에 서게 된 거에요."
"프로듀서도요. 그렇게 반응하시는 걸 보니, 희망이 없는 건 아니죠?"
"그러니까 이건 저희의 약속이에요. 프로듀서 씨의 마음을 얻겠다는."
보석상 "반지라... 혹시 옆에 있는 아가씨한테 선물하려는 거요?"
코토하 "아, 네... "
보석상 "반지는 이쪽에 있는데 이리 와서 맘에 드는게 있는지 한번 보시겠소?"
전시되어 있는 반지를 몇 개 꺼내 요리조리 살펴보고 손가락에 껴보기도 하지만 모두 코토하 맘에 들지 않는다.
보석상 "이래서야 반지 하나 고르는데 하루 종일 걸리겠구만. 실례지만 아가씨, 혹시 좋아하는 색이 뭔지 알 수 있을까?"
코토하 "아, 청록색이요. 예전에 연예계에서 일할 때 제 이미지 색이 그쪽이었거든요."
보석상 "우리 가게에 찾아온 손님이 설마 연예계에서 일하는 아가씨였다니. 처음 들어왔을 떄 얼굴을 보자마자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 내가 제대로 봤구만."
코토하 "네, 사정이 생겨서 지금은 은퇴했지만요. 헤헤..."
보석상 "청록색이라... 마침 아가씨한테 어울릴만한 좋은 놈이 하나 있는데 한번 보시겠소?"
잠시 후 보석상이 금고에서 반지 케이스를 하나 들고 나온다. 케이스를 열어보니 안에 들어있던 건 다이아몬드랑 청록빛 에메랄드가 촘촘히 박힌 백금반지다.
코토하 "와! 예쁘다."
P "이렇게 귀한걸 저희한테 보여주셔도 됩니까?"
보석상 "찾는 사람이 있으면 보여줄 수도 있는거지. 어때요, 아가씨. 맘에는 들으오?"
코토하 "정말 맘에 들어요. 그런데, 딱 봐도 비싸보이는데 이렇게 비싼거까진 필요없는데..."
보석상 "가격이야 깍아주면 되는것이고. 사실 이 반지, 나도 매입한게 아니라 손님한테 선물받은거라서 말이오."
P "선물받은거라니 무슨 말씀이십니까?"
보석상 "15년 전이었나, 어느 노부인께서 우리 가게에 오셔서 이 반지를 주고가셨지. 결혼하셨슬적에 남편이 예물로 자기한테 선물한건데 결혼한 지 얼마 안되어 부부가 교통사고를 당해 남편은 세상을 떠나고 자기만 간신히 살아남았다고."
보석상 "그 후 부인은 재혼을 하지도 않고 먼저 떠난 남편을 기리며 평생 동안 그 반지를 끼고 살았는데 나이가 들고 자기도 이제 시한부 판정을 받고 세상을 떠날 때가 오니 우리 가게에 와서 이 반지를 맡기고 가셨소. 자기는 이 반지를 끼고 무덤에 들어갈 자격이 같으니 나중에 이 가게에 이 반지를 낄만 한 진짜 주인을 찾아주라고 말이오."
P "진짜 주인이라면?"
보석상 "사랑하는 사람 곁에 머물며 그 사람을 먼저 보내지 않고 내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평생동안 지켜줄 수 있는 그런 마음가짐을 가진 사람."
코토하 "..."
보석상 "어때요, 아가씨. 그 부인의 소원을 들어주시겠소?"
그렇게 둘이서 보석방에 들어가 반지를 보겠다고 하자 점주가 여러 반지를 꺼내주었다.
하지만 무엇 하나 코토하의 마음에 드는 게 없어 보였다.
“흐음... 여기 마음에 드는 게 없으면 다른 곳으로 갈까?”
“그렇ㄴ...”
“잠깐 기다리시게. 아가씨. 좋아하는 색이 뭔가?”
“청록색... 혹은 물색이에요. 한때 연예계에서 사용하던 이미지 컬러라...”
“호오 연예인이었나. 외모가 연예인 뺨친다곤 생각했지만 설마 진짜일 줄이야.”
“지금은 은퇴했지만요... 하하....”
“청록색... 물색이라... 그렇다면 이건 어떤가?”
점주는 금고에서 한 반지를 꺼내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그 반지엔 다이아몬드와 청록색 에메랄드가 촘촘히 박혀 있어 딱 봐도 엄청 비싸단 걸 알 수 있었다.
“와아... 예쁘다...”
“이건... 한낱 전직 연예인 따위에게 보여줄 물건이 아니지 않나요?”
“하하 보고 싶단 사람이 있다면 보여줄 수야 있는 법이지. 어때 아가씨 맘에 드나?”
“네... 하... 하지만 딱 봐도 엄청 비싸보이는데... 이렇게 비싼 건 필요 없어요.”
“가격이야 깎아주면 되지. 나도 이거 매입한 게 아니라 받은 거거든.”
“부인께 받은 걸 팔아도 되는 겁니까?”
“아하하하하! 재밌는 소리를 하는군! 그 여편네가 나한테 이런 걸 줄 리가 없지 않은가! 하하하하! 하아... 그게 아니라 15년 전인가.... 어느 노부인께서 이걸 맡기셨네. 결혼 때 남편이 예물로 준 것인데 결혼 직후 남편이 사고로 떠나고 그 후 재혼도 하지 않고 평생 이걸 끼고 살아왔지만 무덤까지 가져갈 자격이 없는 것 같다며 이 반지에 어울리는 진짜 주인을 찾아달라더군.”
“진짜 주인..?”
“사랑하는 사람 곁에서 절대 상대를 먼저 떠나보내지 않고 자신이 죽는 그 순간까지 지켜주고 보살필 각오가 있는 사람... 어떤가 아가씨. 그 노부인의 소원을 이루어 주겠나?”
뭘까...
이 날강도 점쟁이랑 떠들고 있는 것 같은 기분...
조금.... 기분 나쁜데....
“코토하. 다른 가게로 가자. 저런 길거리 점술 집에서 주는 핑크색 부적 같은 걸 살 필요는 없어.”
“프로듀서...”
“옛날 같으면 신경 안 썼겠지만 얼마 전까지 서큐버스인가 뭔가 하는 이상한 놈 때문에 고생했던 걸 떠올리면 영 석연찮아. 게다가 만약 저 말이 사실이면 저 반지 무조건 뭔가 씌였겠지. 거짓이라면 이런 되도않는 감성팔이에 어울려줄 이유도 없고.”
“저는....”
1~50: 받는다.
51~100: 받지 않고 다른 가게로 간다.
먼저 2표 갑니다.
코토하는 그 말만 내뱉고 가게를 떠났다.
나 역시 뒤돌아보지 않고 가게를 나와 다른 보석상으로 향했다.
*
다행히 이쪽 보석상에는 코토하 마음에 드는 반지를 찾을 수 있었다.
오히려 이쪽엔 여러 종류 있었다.
커플링...이라곤 해도 왼손 약지에 끼우진 말자고 합의 보고 가장 좋아 보이는 반지를 고르는데 코토하가 가장 저렴한 것을 보더니 나를 보고 말했다.
“저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들 반지도 같이 맞추려면 좀 싼 게 좋겠죠?”
“으음... 코토하. 굳이 그렇게 다른 아이들을 의식하지 않아도 괜찮아. 혹시 죄책감 때문이면 그러지 마. 난 널 미워하지 않아. 넌 이미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사과하고 또 그런 일을 막기 위해 스스로를 통제하려고 하지. 그거면 내가 널 용서하기에 충분하고도 남아.”
“그렇지 않아요! 왜 그렇게 쉽게 용서하는 거예요?! 전 프로듀서를 죽이려고 했다고요! 아주 조금만 칼이 빗나갔으면 프로듀서는 정말로 죽었을 거라고요! 그런데 왜...!”
“코토하. 두 번은 말 안 할게. 다른 사람들이 듣고 있기도 하고.”
“읏..!”
그제야 코토하는 주변을 돌아보곤 점주나 다른 손님이 이쪽을 보고 있단 걸 깨달았다.
고개를 푹 숙이고 미안하다고 하는 코토하에게 괜찮다고 말하고 다시 반지를 보는데 집중했다.
“알겠어요. 더 이상 다른 아이들을 대할 때 죄책감을 느끼진 않을게요. 하지만 반지는 모두와 맞추겠어요. 어제 아침에 세리카랑 유리코가 하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때의 입장에 안주하려고 했지만 나아가기로 했고... 우린 모두 연적이지만 또 소중한 동료라고 했어요.”
“너희는 예전부터 그런 관계였잖아. 이제 와서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
예전엔 톱 아이돌이 되기 위해 싸우는 상대이지만 또 가장 소중한 동료.
그 관계성이 너희를 이어주는 끈이었으니까 어찌보면 원래 관계로 돌아왔다고도 볼 수 있겠지.
“그렇네요. 만약 그때 그 말을 들었다면 프로듀서를 찌르지 않았을 텐데.... 하지만 그건 이미 일어난 일이죠. 그래도 저흰 그것마저 뛰어넘어 이 자리에 있어요. 저도, 유리코쨩도, 세리카쨩도, 메구미도, 에밀리쨩도 이제야 비로소 모두가 동등하게... 과분함 없이, 부족함 없이 같은 선상에 서게 된 거예요.”
동등하게라...
전부터 느낀 거지만 진심으로 하는 소리인가...
도대체 어디가 동등한 걸까.
누구는 나를 만지는 게 겨우고, 누구는 가문이란 짐을 지고 있고, 누구는 겉에 보이지 않게 망가져 있고, 누구는 한번 실패했는데.
같은 출발선에서 시작하는 경쟁 같은 게 있을 리가 없단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면서 왜 그렇게 고집하는 걸까.
아니 그보다 왜 동등하게 있는 것에서... 안주하고 있는 걸까.
분명 옛날엔 단 하나뿐인... 누구에게도 양보할 수 없는 것을 걸고 서로 경쟁하는 친구였는데.
지금은 정작 중요한 순간에 경쟁을 포기하고 다 같은 거리에 있는 것에서 멈춰 있어.
내가 아이들 사이의 거리를 유지하려고 하기 때문에?
다가오지 말라고 해도 억지로 비집고 들어오던 애들이 뭘 이제 와서 그런 걸 신경 쓰는 거지?
아니면.... 기다리고 있는 건가.
다른 참가자들을...
“프로듀서..?”
“아니... 반지를 41개나 사려면 지금 여기서 사는 것으론 부족하겠다 싶어서.”
“프로듀서..!”
“대량 주문 해야겠네. 디자인은.... 이것을 베이스로 박혀 있는 보석 색상을 바꾸면 되겠지.”
“감사합니다. 이런 엉터리 같은 부탁을 들어주셔서...”
“뭘... 아이돌 시절의 통일 아이템으론 이제 우릴 표현할 수 없잖아.”
다만... 개당 25만円... 정확히 1천만하고도 25만円.... 약 1만 달러...
집을 옮기고 지금 사는 집을 팔면... 아니 하지만 이 집 꽤 오랫동안 매물이 안 나가던 집이었지.
산 구석에 있는 집이니까 그렇다고 휴양지로 좋은 곳도 아니라 부자들 별장으로도 안 맞고 농사 지을만한 곳도 아니고....
이거... 765 주식을 팔아야 하나...
차라리 그냥 금반지로.... 아니 그래도 이미 이걸로 한다고 말을 했는데 다시 주워담기는...
“프로듀서. 전 이 골드 링이 좋다고 생각해요.”
“미안하다. 고작 보석 반지 41개도 사줄 수 없는 못난 놈이라...”
“아뇨아뇨. 전 제가 입을 옷 하나 살 돈도 없는데 이런 귀한 걸 바라는 거 자체가 과분한 거죠...”
그래.
직장을 구하자.
먹여살려야 할 애들이 잔뜩인데 무직이라니 있을 수 없는 이야기지.
으음.... 일단 961 프로에 연락해볼까.
“주문은 해두고 우린 저녁 먹으러 갈까.”
“네!”
+2까지 저녁 먹으며 할 이야기, 있을 일 등을 정해주세요.
1~50 토모카, 마츠리
51~100 리오, 카오리
를 만나 같이 먹기로 했다.
어느 정도 잡담을 하다가
"식사마다 만나다니... 혹시 정보를 공유하기라도 하는 거야?"
"네? 아니요!? 아니에요! 레이카 씨랑 아카네는 정말 모르고 만났..."
"그럼 이 둘은 안 거고?"
"아... 그게..."
"맞아요... 사실 프로듀서와 같이 있는 건 저희 5명 뿐이지만 저희 생활은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고 있어요."
"프로듀서, 저희는... 프로듀서와 진정으로 마주보고 싶어요. '프로듀서'를 행복하게 해드리고 싶어요."
"지금까지도 물론 행복한 추억은 많았지만, 그건 대부분 아이돌과 프로듀서로서의 추억이었어요."
"프로듀서와 함께 즐거워했지만, 프로듀서의 마음을 알지는 못했어요. 오히려 부담만 떠넘겼죠."
"그건 내가 원한 거였어. 그리고 알아. 그때의 너희들은 그 가혹한 연예계에서 스스로 버틴 것만으로도 대단한 거야. 나를 신경써주지 못했다고 자책할 필욘 없어."
(리오/마츠리 - 공주어 해제) (인물에 따라 말투 변형).
"프로듀서, 이건 지나간 과거에 대한 자책도 아니고, 당신에 대한 동정도 아니에요."
"정말 다행이게도... 지금으로선 그 누구도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은 아니에요. 아닐 거라고 믿어요. 에밀리조차 결국 돌아왔듯이, 모두 다시 함께할 수 있을 거에요."
"그리고 옛날이나 지금이나, 앞으로도 저희들의 중심에 있는 건 프로듀서에요. 그 누구도 아닌 당신이에요."
"저흰 프로듀서 씨와 함께하고 싶을 뿐이에요. 그 어떤 관계라 하더라도."
"하지만 나는...!"
(코토하)
"프로듀서, 프로듀서는 저희를 용서하셨죠? 저희의 마음과 상관없이.
그럼 저희도 프로듀서가 어떻게 생각하신다 할지라도, 프로듀서 곁에 있을게요. 이 정도의 어리광은 받아주실 수 있는 거죠? 저흰 당신의 아이돌이니까."
(카오리/토모카)
"그러니까 도망갈 생각은 하지 말아주세요. 저흰 끈기만큼은 지지 않으니까요."
"왜 그렇게까지 하는 거야?"
(카오리/토모카)
"말했잖아요. 프로듀서 씨와 제대로 마주보고, 정말로 행복하게 해드리고 싶다고."
"그러니까 그게 대체 무슨..."
"저희가 행복하지 않은데, 프로듀서 씨가 행복할 수 있을까요?"
"아니, 절대로 불가능해."
"그럼 저희 이외의 다른 사람이 행복하지 않아도, 프로듀서 씨는 행복할 수 있나요?"
"그럴 수 있지 않을까?"
"그게 당신의 적이나 싫어하는 사람이 아니라, 우호적인 사람이라도요?"
"그래."
엄밀히 말하자면 내가 진심으로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이 아이들과 미사키 씨, 동생, 이오리 씨를 제외한 올스타, 사장, 츠무기와 이쿠의 프로듀서 외 몇명 뿐이다. 그 외의 사람들은 우호적이라 해봤자 마음 한번 주고받지 않은 사람들이니.
"그게 무슨 차이인지, 한번 생각해 보세요."
"저흰 이만 일어나보도록 할게요. 이 이상 데이트를 방해할 순 없으니."
"아 그리고...
언제 시간 있으면 연락해 주세요. 저도 데이트를 하고 싶네요."
@ 와우... 뭔가 거기까지 생각하지는 않고 썼던 구절이었는데 (심지어 그 내용이 나오기 전에 썼는데) 그게 그렇게 연결이 되네요.
으음... 계속 일상같지 않은 내용을 쓰고 있네요...
뭔가 좀 잘 쓰고 싶은데 계속 정리 안된 내용으로 드려서 죄송합니다...
아 그리고 1만 달러가 아니라 10만 달러...
천만 엔... 프로듀서의 재력이 시험받는다...!
P [오랜만입니다. 쿠로이 사장님. 저 P입니다.]
쿠로이 [오랜만이군, 애송이. 연예계를 떠나 촌구석에서 은거하고 있다는 소식 들었다. 야인 생활은 재미있나?]
P [그 오만하면서도 껄렁한 태도는 여전하시군요.]
쿠로이 [이 바닥을 견디지 못해 떠난 애송이를 존중해 줄 이유따윈 없지. 그나저나 이 시간에 나한테 전화를 건 이유가 뭐지? 시답잖은 얘기 따위로 나한테 전화를 건거면 네놈을 용서하지 않겠다.]
그 후 쿠로이에게 대충 자기 사정을 얘기했다.
쿠로이 [애송이. 네놈은 아직 우리 회사에 대한 감정이 안 풀리지 않았나?]
P [맞습니다. 그 때 저희가 당신한테 당했던 수모를 생각하면 아직도 치가 떨립니다.]
쿠로이 [철면피로군. 자존심을 깔아뭉개고 지금도 증오하는 경쟁사에 들어갈 생각을 하다니. 우리 회사에 들어오면 어떤 대우를 받을줄 알고 이러는건가?]
P [저는 어떻게 될지는 몰라도 제가 키워낸 아이돌들을 행복을 위해서라면 전 어떤 짓이든 다할겁니다.]
쿠로이 [맘에 든다. 그 태도. 그런데 거두절미하고 결론만 말하지. 나는 네놈을 우리 회사에 받아줄 의향이 없다.]
P "..."
쿠로이 [물론 유감이지만 나 쿠로이 타카오도 네놈의 실력을 인정하지 않는건 아니다. 네 선배놈이랑 같이 타카기 놈의 765를 밑바닥에서부터 우리 961에 대적할 만한 크기로 키운 놈이니까.]
P "과찬이시군요. 전 그정도 실력은 아닙니다."
쿠로이 [애송아. 네놈 칭찬하는거 아니니까 내말 끝까지 들어라. 그런데 말이다, 네놈이 키운 놈들이 과연 네놈의 결정에 납득할까? 대부분은 이런저런 일이 생겨서 떠나긴 했지만 아직 현역으로 버티는 놈들은 네놈 하나만 보고 이 더러운 연예계에서 15년 넘게 버티는 놈들이다. 네 놈이 이 바닥을 떠난다고 했을 때 세상 모든 의욕을 잃다시피 하다가 다시 살아난 놈들인데 이런 식으로 다시 이 바닥에 발을 들인다면 어떻게 될 거 같나?]
P "..."
쿠로이 [네놈과 같은 마음가짐을 지닌 업계 선배로서 충고하지. 네놈이 사는 목적은 네놈이 키운 놈들의 행복이라고 했지? 목적을 위해 어떤 식으로든 발버둥치려는건 좋다. 그런데 이런 방식으로 살려고는 하지마라. 네놈의 깡으로는 이 바닥에 다시 발들이지 않고도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는 놈이니까.]
“점심엔 아카네랑 레이카, 이번엔 토모카와 마츠리라... 정보 공유라도 하는 거야?”
“엣? 아뇨!? 아카네쨩이랑 레이카 씨는 정말 우연히...”
“이 둘은 아니란 거구나.”
“아... 네... 프로듀서와 함께 있는 건 저희 5명뿐이지만 저희 생활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알리고 싶었어요. 저희는 프로듀서랑 마주 보고 싶어요. 프로듀서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어요. 지금까지도 행복한 추억은 많이 있지만 그건 대부분 아이돌과 프로듀서로서의 추억이니까요. 프로듀서와 함께 즐거워했지만, 프로듀서의 마음을 알지 못했어요. 오히려 부담만 안겨드렸죠.”
“그건 내 선택이고 내 잘못이었어. 그 당시 너희는 그 더럽고 치열한 연예계에서 스스로 견딘 것만으로 대단한 거야. 날 신경 쓰지 못했다고 마음에 둘 필요는 없어. 오히려 내가 너희를 신경 써야 하는 입장인데도 그러지 못한 게 문제지.”
내가 이 아이들에게 도움을 받는 건 최소한, 내가 이 아이들을 돕는 걸 최대한.
그걸 잊어버린 탓에 어긋난 것이지 그것만 아니었다면 아무 문제 없었을 것이다.
“프로듀서. 이 이야기는 지난 과거를 자책하는 것도 프로듀서를 동정하는 것도 아니에요.”
“마츠리...”
“정말 다행이게도... 아직 모두 돌아갈 수 있어요. 그럴 거라 믿어요. 에밀리쨩도 돌아왔는 걸요. 저희는 다시 모일 거예요. 그리고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프로듀서를 중심으로... 저흰 프로듀서와 함께 있을 거예요. 반드시.”
“마츠리. 나는...”
“프로듀서는 저를 용서했죠. 제 마음은 신경도 안 쓰고. 그럼 저희도 프로듀서가 어떻게 생각하신다 할지라도, 프로듀서 곁에 있을게요. 이 정도의 어리광은 받아주실 수 있는 거죠? 저흰 당신의 아이돌이니까.”
“아이돌이라면 프로듀서의 지시에 따라야 하지 않을까.”
“프로듀서 씨가 저희에게 지시라... 그런 건방진 소리로 도망칠 생각은 그만두시죠. 저희도 꽤 고집이 있답니다?”
“그렇지. 토모카 넌 특히 그렇지. 왜 그렇게까지 나같은 것한테...”
“뭘 들으신 건가요? 프로듀서 씨와 제대로 마주 보고 진정한 행복을 전해주겠다고 했잖아요?”
“그러니까 그게 무슨 소리냐고...”
“저희가 행복하지 않고 프로듀서는 행복할 수 있을까요?”
“아니. 절대로 안 되겠지.”
“그럼 저희가 아닌 사람이 행복하지 않더라도 프로듀서는 행복할까요?”
“뭐... 명제 상으론 참이겠네.”
“그게 프로듀서 씨가 우호적인 사람이라도요?”
“아마 그렇겠지.”
애초에 아이돌이랑 아오바 씨, 동생 정도만 빼면 남들이 어찌되든 알 바 아니다.
올스타즈는 손 뗐고 선배는 처참히 죽었으면 좋겠고 사장은... 아무래도 좋나.
당장 조카에게마저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상황이니.
“그게 무슨 차이인지 잘 생각해보세요. 이만 갈게요. 더 이상 데이트를 방해하는 건 못난 짓이겠죠. 그래도... 다음엔 저희도 데이트 하고 싶네요.”
“그럼 코토하쨩. 오늘은 만나서 반가웠어.”
“네...”
그렇게 두 사람은 떠났다.
마지막은... 무슨 소린지도 당최 모르겠고...
이 분위기는 어쩔 건데...
“평범하게 말하는 마츠리쨩... 신기하네요.”
“뭐... 그렇지.”
난 예전부터 꽤 봐왔지만 영 익숙해지지 않는다.
애초에 어쩌다 한번 보여주는 모습이었으니 그게 평범한 상태는 영...
*
보석점에 이어 그 둘과 한 이야기 덕분에 저녁 식사 내내 영 불편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뭔가.... 이 분위기를 타파할 좋은 방법 없으려나...
“아... 잠깐만 전화 좀...”
“엣? 전화?”
“장난 전화.”
“에엣?!”
번호가... 있다.
이거 맞겠지?
너무 오랜만이라 자신이 없긴 하네...
라는 걱정이 무안하게 수신호가 채 3번 울리기도 전에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쿠로이입니다.]
“아, 쿠로이 사장 오랜만입니다.”
[뭐냐 애송이냐. 연예계를 떠나 촌구석에서 은거하고 있단 소식 들었다. 어떤가. 야인생활은?]
“워낙 시대가 좋아져서 촌구석인데 촌구석이란 기분이 안 들더군요.”
[그래서 이런 시간에 갑자기 무슨 일이냐. 만약 하찮은 일로 내 시간을 뺏은 거라면 가만두지 않겠다.]
“별 건 아니고요. 슬슬 새 직장을 찾아야 할 것 같아서 혹시 그쪽에 자리 있을까 해서요.”
[..........]
어라, 침묵이네.
불 같이 화내며 뭐라뭐라 할 줄 알았는데...
눈앞에 코토하는 예상대로 눈이 동그래져 있는데 말이야.
[너 우리 회사에 앙금이 남아있던 거 아니었냐?]
“아뇨. 선배라면 몰라도 전 그다지 감정 없어요. 오히려 소중한... 그리고 유이하게 남아준 인형 둘 다 우리에게 무상으로... 아니 오히려 그들의 수익까지 765에 제공해준 당신을 원망할 이유는 없죠. 뭐 거슬리는 일이 없던 건 아니지만 그건 당신의 인형이 저지른 일이고요.”
[남의 딸을 인형이라 부르는 주제에 일자리를 달라고 하는 거냐. 배짱 하난 대단하군. 하긴 그렇지 않으면 우리 밑에 들어온단 소린 하지도 않았겠지. 여기로 오면 어떤 대우를 받을지 뻔한데 말이야.]
“당신은 철저한 실적주의잖아요. 저도 아이돌을 위해선 무슨 짓으던 할 것이기에 그런 곳이 저한텐 더 형편이 좋아요.”
[그 태도는 마음에 든다만 딱 잘라 말하지. 난 네놈을 우리 회사에 넣어줄 생각은 전혀 없다.]
뭐... 그러시겠지.
내가 이 사람을 싫어하지 않는 거랑은 별개로 이 사람은 날 싫어할 테니까.
[유감스럽게도 나도 네놈의 실력은 인정한다. 네놈의 선배가 세운 연약한 기반으로 밑바닥이던 765를 우리 961에 필적할 정도로 키운 건 네놈이니까.]
“과찬이군요. 그런 대단한 인간 아닙니다.”
[칭찬하고 있는 거 아니니까 끝까지 들어. 네가 만약 우리 961에 들어온다면 네가 키운 아이돌들이 무슨 생각을 하겠나? 아직 업계에 남아 있는 놈들은 대부분 너 하나 때문에 이 바닥에 붙어 있는 것들 아니냐. 그런데 네가 떠난 것도 모자라 961에 들어온다?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호오...”
[네놈과 같은 마음가짐을 지닌 선배로서 충고하지. 네놈의 목적이 아이돌을 위해서고 목적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것은 좋다. 하지만 이건 아니야. 네놈이라면 이 바닥에 돌아오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으니 허튼 생각하지 마라. 알았나?]
“크흑... 큭... 푸흡... 아... 이제 무리... 하하하하! 코토하도 언제까지 그런 얼굴 하고 있을 거야.”
[뭐냐..?]
“아... 아뇨. 여전히 친절하시네요. 기껏 좋은 말씀 해주셨는데 미안하네요. 딱히 961 프로덕션에 넣어달란 소린 아니었습니다.”
[뭐라고...?]
“그야 당연하지 않습니까. 만약 제가 정말로 961 프로에 가려고 했다면 일선에서 물러난 당신이 아니라 지금의 사장인 당신의 인형에게 연락했겠죠.”
[그럼 단순히 이몸을 놀리기 위해 거짓말을 했다고....?!]
“아뇨. 그건 아니에요. 당신의 인맥이면 이 업계가 아니어도 입김이 닿는 괜찮은 직장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연락한 겁니다. 안타깝게도 제 인맥은 이 업계에 한정되어 있거든요.”
아니면 더러운 업계거나.
아 이 업계도 더러운 업계였지.
그럼 내 인맥은 정말 시꺼멓네.
[흥..! 961 이외의 일자리인가.... 못 알아봐 줄 건 없지만 내게 무슨 이득이 있지?]
“아뇨. 괜찮습니다. 생각해보니 당신의 이름에 먹칠을 하게 될 테니까요.”
[무슨 뜻이냐. 네놈이 일을 대충하진 않을 텐데.]
“가까운 시일 내에 두 번 정도 휴직 사유를 댈 수 없는 휴직을 해야 하거든요. 못 돌아올 수도 있고...”
[흥... 목숨은 소중히 해라.]
“정말이지. 친절하시군요. 타카기 사장에게도 그렇게 솔직해지면 좋을 텐데.”
[여기서 타카기 녀석이 왜 나오는 거냐! 에잇! 이만 끊겠다! 아듀! 일자리는... 한번 알아봐주마.]
“당신의 인형의 당신의 반만 닮았어도 좋았을 텐데...”
쿠로이 사장은 대답하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
일단 코토하에게 상황을 설명해줘야겠지.
“너무 그런 눈으로 보지 마. 이렇게 진지하게 상담해줄 거라곤 생각 못 했다고? 언제나처럼 츤데레스럽게 ‘에에잇! 나에게 의지하지 말고 스스로 나아가라 멍청한 자식!’이라고 할 줄 알았어.”
“961에 들어간다는 소리는 농담으로라도 하지 말아주세요.”
“알았어.”
“그렇게... 돈이 없나요..?”
“당장 사는데 문제는 없지만... 너희 말대로 너희가 다시 모인다면 너희를 다 데리고 살 돈은 있어야 할 거 아냐.”
반지값도 장난 아니고.
나름 유산으로 돈 대신 빚을 받았을 정도로 가난한 집 출신이라고?
상속 거부했지만.
모아둔 돈은 많이 있어도 앞으로 수익 없이 살아간다고 생각하면 적어도 지금처럼 돈 걱정 없는 삶은 힘들겠지.
엔화 인플레이션도 심각하고.
“뭐 이번에 들어온 주주배당금도 적지 않고 모아둔 돈도 꽤 있어서 이자도 받고 있어. 건물은 없지만, 귀금속이라면 적잖이 있고.”
“왜 건물이 아니라 귀금속을 사신 거예요?”
“건물을 관리할 여유가 없었어.”
“아...”
집에도 들어가지 못하는 수준이었는데 건물 관리는 무리지.
아무리 관리원을 고용해도 내가 나서야 할 때 나설 수 없으니...
“뭐 그런 건 당장 걱정할 거 없어. 그보다 난 이 데이트가 더 걱정이다.”
“네..?”
“보석점부터 지금까지 너랑 하는 데이트인데 결국 남을 위한 시간이었잖아.”
자길 용서하네마네.
내 행복이 어쩌고 저쩌고.
쓸데없는 소리나 하다가 데이트가 날아가 버렸으니...
“남은 시간만이라도 널 위해 쓰는 게 좋지 않을까?”
“으음....”
“일단 다 먹었으니 나가자.”
“아, 네.”
+3까지 밤 데이트에 할 일 등을 정해주세요. 앵커에 따라선 이게 데이트 마지막 파트입니다.
잠든 P의 손톱을 줄로 다듬고 있는 코토하였다.
“네... 네?!”
제대로 데이트를 즐기지 못했으니 마지막은 코토하가 좋아하는 곳으로 가야겠지.
*
그래서 수영복 입고 들어가는 혼욕 노천온천으로 왔다.
“후우... 역시 이 시간이면 사람이 적네요.”
“이 시간에 온천에 간다면 여관의 온천을 가지 이런 곳으로 가진 않을 테니까. 오히려 그 점을 노리는 거지.”
“달을 보면서 노천온천이라 로맨틱하네요.”
“그러게.”
아쉽게도 날씨가 흐려 달은 거의 보이지 않지만 때때로 비춰지는 월광 속에서 빛나는 수영복 차림의 코토하는 엄청 예쁘다.
“그... 그렇게 쳐다 보지 말아주세요. 보여 드릴만한 몸도 아니고...”
“아 미안.”
그렇게 말은 하면서 살며시 내 어깨에 자기 어깨를 대어 오는 코토하는 귀엽다.
뭐라고 해야하나...
평화롭네.
요 며칠 계속 시끌벅적했으니까 이런 조용한 시간도 나쁘지 않다.
*
“으음... 잠들었었나...”
눈을 뜨자 아담한 봉우리 두 개가 하얀 천에 둘러쌓인 게 보였다.
이건...
“아, 프로듀서. 깨셨나요?”
“코토하..? 아... 무릎베개 해준 거야? 미안하네. 다리 아프지 않아?”
“아뇨 전혀요.”
코토하의 가슴이었구나.
머리만 물 위에 나오고 몸은 여전히 물에 잠긴 채 누워 있는 건 묘한 자세지만... 썩 나쁘진 않네.
번쩍.
뭐지?
방금 코토하의 손에서 뭔가가 빛나고 있엇...
저거 칼 아니냐..?!
“코토하... 손에 든 거 뭐야..?”
“아, 프로듀서 손톱 관리 제대로 안 하시죠? 삐뚤빼뚤하고 갈라져 있어서 좀 다듬었어요.”
“아... 그랬구나.... 요즘 눈이 침침해지다 보니 잘 안 되더라고...”
조금 미안한 착각을 해버렸네.
무의식 중에 그때의 기억이 각인되어 있는 건가...
“저희에게 말씀하시지. 손톱 정돈 깎아 드리는데...”
“그런 잡다한 일로 너흴 부려먹을 순 없으니까.”
“정말... 아 일어나지 마세요. 조금만 더 이렇게 있고 싶어요.”
“알았어. 그치만 머리를 쓰다듬는 건 하지 말아줘. 낯간지러워.”
“싫어요.”
예전엔 좀 더 순순히 말을 듣는 아이였는데.... 반항기가 온 건가.
귓가에서 첨벙첨벙 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거 은근히 거슬리는데... 뭐 저런 편안한 표정 하고 있으면 깨뜨리기도 미안하지.
그렇게 조금 더 코토하의 허벅지를 베개로 온천을 이불 삼아 누워 있었다.
*
그 후 바로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이제 이 차에서 내리면 데이트는 끝.
일상으로 돌아간다.
1~50: 코토하 마지막 어리광
51~100: 아무 일도 없었다.
먼저 2표 갑니다.
“응?”
“제가 즐기지 못한 것 같다고 생각하신 건가요?”
“뭐... 그렇지.”
“그러면 마지막으로 딱 하나만...”
코토하는 뺨에 손을 대더니 조용히 가까이 다가왔다.
그에 응하듯 나도 코토하의 뺨에 손을 대고 얼굴을 들이대어...
“응..츗...”
입술만 맞추는 짧은 키스였지만 코토하는 만족한 듯 자기 입술을 어루만지며 미소지었다.
나도 이런 풋풋한 키스는 싫지 않다.
“그럼 이만 집으로 들어가요.”
“그래.”
집에 들어가자 다 같이 코토하를 데리고 방으로 들어가버렸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밤새 떠들 생각이겠지만 밤새 할 이야기는 없을 텐데...
뭐 난 그냥 자기로 했다.
*
하루 건너뛰고 수요일.
유리코 생일 당일이 되었다.
파티는 이미 했고 선물은 아직 미완성이다.
설탕 공예랑은 다르게 본격적인 피규어를 만드는 거니까 며칠 만에 될 리가 없는 것도 당연하다.
지금 이 집에 있는 멤버 중 생일이 가장 가까운 건 4월 15일인 메구미니 그 전까지만 나와주면 괜찮겠지.
+3까지 오늘 있을 일을 정해주세요.
@ 퓨아퓨아 코토하는 욕심부리지 않습니다.
유리코(?) "어서와! 안나쨩! 밖에 많이 춥지? 아직 초봄이라 많이 쌀쌀하더라고."
안나 "코토하 씨...? 왜 유리코 씨 머리를 하고 있어...?"
유리코(?) "무슨 소리야, 코토하 씨라니? 나야 나. 유리코. 봐. 봐. 머리도 똑같잖아."
안나 "유리코 씨라니... 누가 봐도 코토하 씨인데..."
유리코(??) "안녕? 안나쨩? 오랜만이야?"
안나 "메구미 씨도...?"
유리코(???) "어서 와, 안나쨩! 생일축하하러 와줘서 고마워!"
안나 "세리카...?"
유리코(????) "바람의 용사 lily knight! vivid rabbit을 맞이하러 오늘도 등장!"
안나 "에밀리쨩까지? 다들 왜 그러는 거야... 어디 아퍼?"
동생 "형, 나 왔어. 형수님은 잘...아니, 이게 다 뭐야?!"
유리코(?)들 """"어서오세요, 서방님!""""
동생 "아니, 왜 다들 형수... 아니 유리코 씨 흉내를 내고 계세요?"
유리코(?)들 """"유리코 씨 흉내라뇨? 저희 모두 나나오 유리코에요.""""
동생 "네?!"
유리코 "그러면 안 돼요!!!" ///
그래서 이쪽에서도 나름 맞이할 준비를 한 참이다.
띵동~
“왔다. 제가 나갈게요.”
철컥
“어서와! 안나쨩! 춥지 않아? 아직 초봄이라 꽤 쌀쌀하네~.”
안나를 맞이한 것은 안나의 절친이자 파란 머리를 트리케라톱스처럼 땋은 유리코.
“코토하 씨..? 왜 유리코 씨의 머리,.. 하고 있어...?”
다만 그 유리코는 평소보다 조금 키가 크고 몸매가 덜 슬렌더 했다.
“무슨 소리야? 나야 나. 유리코라고. 봐봐. 머리도 똑같잖아?”
“아니... 어딜 봐도 코토하 씨...”
“안나쨩 안녕! 오랜만이야!”
이번에 나타난 유리코는 평소보다 키도 크고 몸매도 풍만했다..
“메구미 씨도...?”
“어서 와 안나쨩! 생일 축하하러 와줘서 고마워!”
이번 유리코는 평소보다 키도 작고 몸매도 슬림했다.
“세리카..?”
“바람의 용사 lily knight! vivid rabbit을 맞이하러 오늘도 등장!”
이번에 나타난 영어 발음이 심상치 않은 유리코는 좀전의 유리코보다도 키 크고 몸매가 풍하다.
“에밀리쨩까지... 그리고 그건... 아무리 그래도 유리코 씨를, 너무 바보 취급...하는 거 같아.”
“나 왔어 형... 뭐야 이거?!”
““““어서오세요! 서방님!!!!””””
“아니 이게 무슨... 왜 다들 형ㅅ... 아니 나나오 씨 흉내를 내고 있는 거죠?!”
““““흉내라뇨? 저희 모두 나나오 유리코에요!””””
“네엣?! 아니 그리고 왜 서방님인 거에요?!”
“당신...?”
“왜 그런 눈으로 보는 거야?!”
“아니... 프로듀서 씨... 핏줄이니까...”
“그건 맞지만 틀려!”
“다들 뭐하시는 거예요!?!?”
“아, 유리코 씨...”
이번에 나타난 유리코는 평소랑 키도 몸매도 똑같은 유리코였다.
“갑자기 절 방에 가두길래 무슨 서프라이즈라도 있는 건가 기대하고 있었는데 왜 다들 그러고 있는 거예요!?”
“우...우애애애애앵!”
“앗...”
유리코의 절규에 놀란 쿄우야가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
잠시 후 어찌저찌 아기를 달래고 본격적으로 유리코 생일을 축하하려는데...
“왜 아직도 그 모습인 거예요!? 부끄러우니까 그만해주세요!”
“오늘은 하루 종일 이 모습이야!”
“우째서?!”
“넌 오늘 평일인데 출근 안 하냐?”
“나 하루 없다고 회사는 안 망해.”
“너 요즘 자주 쉬잖아.”
“당장 급한 건 없으니까 괜찮아. 그보다 얼른 외쳐. 형이 외쳐야 시작하지.”
뭐 이 녀석이 괜찮다고 하면 그건 정말로 괜찮은 거니까 신경 쓸 필요 없겠지.
그럼 일단 목 한번 가다듬고...
“그럼... 유리코 생일 축하해!”
““““감사합니다!””””
“그러니까 뭐냐고요!!”
*
그렇게 다섯 유리코와 함께 떠들던 중 평소랑 키도 몸매도 같은 유리코가 최근 빠져있는 여행잡지를 읽다가 나에게 다가왔다.
“저기... 이거...”
“응? 바다 낚시...?”
“한번 가보지 않을래요..?”
“꽤 즐거웠나보네. 참치잡이.”
“에..? 아....”
옛 기억을 끄집어내고 있는 걸까.
유리코의 표정이 멍해지더니... 점점 썩어가고 있다...
“아뇨... 그런 거 말고... 그냥 평범한 보트를 타고 나가서 여유롭게 낚시를 즐기는 그런 걸 하고 싶어요...”
“흐음... 야. 배 잡아.”
“형은 날 무슨 파란 너구리 로봇 비슷한 거로 생각하는 거야?”
“할 수 있잖아.”
“할 순 있지만... 뭐 상관없나. 알았어.”
유능한 동생은 때때로 쓸만하다.
*
“설마 정말로 당일치기 낚시를 하게 될 줄이야.”
“다들 우주정거장 생활 덕분에 멀미 걱정도 없어서 다행이야.”
“우주정거장에서 라이브도 했는데요 뭘.”
그나저나 낚시라...
아오바 씨랑 같이 블랙홀에서 스페이스 트래블러나 츄파카브라 같은 걸 낚은 적은 있어도 이런 평범한 낚시는 거의 한 적이 없단 말이지....
+3까지 낚시 하며 있을 일을 정해주세요. 아마 저녁까진 배 위에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