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반 프로듀서
진행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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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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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밀리마스 시점에서 15년 후를 기준으로 하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밀리P로 AS의 P와는 별개인물입니다.
그냥 아이돌들의 미래의 모습을 쓰고 싶을 뿐이지 딱히 아내와의 관계회복이 목적은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미래시점의 일상물이에요.
AS 멤버들의 미래는 결정이 되어 있습니다.
밀리 멤버들의 경우 등장 앵커 혹은 이벤트로 출연하는데 주사위를 통해 어떤 인생을 살았는지 판정하게 됩니다.
다들 제가 짠 디폴트 인생은 있지만 앵커에서 지정하셔도 됩니다.
대신 인생의 굴곡은 주사위로 결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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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을 해야 한다는 걸 이용해 기어이 술을 마시지 않은 날 칭찬하고 싶다.
얘네는 불만이었지만...
다만 이렇게까지 적극적이고 노골적인 유혹에도 전혀 반응이 없던 내 아들은 아마 이제 정말 안 되나 보다.
뭐 못 쓰면 못 쓰는대로 살아야지.
어쨌든 넷을 겨우 차에 태우고 집으로 향했다.
마지막 노래들은 츠무기가 55 메구미가 71 코토하가 57 에밀리가 56이었다.
총합은 츠무기 205점, 메구미 201점, 코토하 227점, 에밀리 216점으로 데이트는 코토하, 오늘밤 같이 자는 건 에밀리로 결정되었다.
다른 아이들을 방으로 보내고 에밀리를 데리고 침대 속으로 들어왔다.
씻지 않은 탓에 술냄새가 나면서도 평소 잠자리에 들어온 에밀리에게선 맡을 수 없던 에밀리만의 냄새가 침대에 스며든다.
+3까지 자기 전까지 적잖이 취한 에밀리와 있을 일이나 할 이야기 등을 정해주세요.
에밀리가 침대에 앉자마자 옷을 전부 벗어던지곤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저런 에밀리는 처음 봐...
어차피 말려도 소용 없을 걸 알기 때문에 던져진 옷을 가지런히 개어 침대 옆에 두... 브래지어... 크다...
입으면 말라보이는 아이다 보니 종종 잊어버리는데 이렇게 보니 정말 외국인 DNA는 대단하네....
근데 이건... 어떻게 접냐...?
그냥 맨 위에 얹어두면 되겠지...?
"얼른 들어와~"
에밀리가 내 자리라는 듯이 이불을 들어 올리고 있다.
몇 번이나 봤지만 다시 봐도 폭력적인 수준의 몸이다.
저기 들어갔다간 빠져나올 수 있는 걸까...
"팔 아파~ 추워~"
"아... 응. 들어갈게."
재촉하길래 들어가긴 했는데 역시 살에 직접 닿으면 평소보다 따뜻해서 좀 더 만지고 싶어진다.
아니... 참아야...
"저기... 안아주지 않는 거야? 언제나처럼 해줘~"
읏... 언제나처럼 안는 법.
에밀리를 다키마쿠라처럼 팔과 다리를 이용해 못 빠져나가게 걸어잠그듯 껴안는 것.
에밀리랑 잘 때는 늘 그 자세였지만.... 에라 모르겠다.
"으응..."
평소처럼 안아주자 에밀리도 만족한 건지 조용히 내 가슴에 머리를 기댔다.
"저기 오빠. 가끔은 이렇게 편하게 대해도 돼?"
"응? 물론이지. 아랫사람이라 생각하고 편하게 대해."
"헤에~ 아랫사람인가... 그럼 빵 사오라고 하면 사올 거야?"
"거스름돈으로 1만엔 남겨올게."
"후후후... 그런가 아랫사람이라~ 그럼 이렇게 하는 게 맞으려나?"
에밀리가 내 팔다리를 내리고 내게 안겨 있던 자세에서 날 끌어안는 자세로 바꿨다.
맨가슴에 얼굴이 묻히는 거.... 장난 아니게 부드럽고 뜨거워....
그런 자세에서 내 머리를 조용히 쓰다듬어주는 에밀리.
평소랑은 반대란 건가.
나쁘지 않네.
그래서일까...
나도 모르게 입이 움직이고 말았다.
"저기 에밀리... 지금부터 할 이야기는 신경쓰지 말고 잊어줘."
"뭔데~?"
"사실... 요즘 좀 무서워."
"응..?"
"난 너희와 시어터 멤버 모두와 다시 만나 예전보다 행복한 미래를 만들기로 약속했어. 그리고 나도 정말 그러고 싶어. 그런데 사실 그렇게 실감이 있던 건 아냐. 그런데 어제 임자가 없는 아이돌 전원을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의 집이 이제 곧 지어진다고 하더라. 그제야 실감이 나는 거야. 날 위해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이 진행되고 있는데 난 뭐하는 걸까. 지금 같이 사는 5명조차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데 정말 가능한 걸까. 아니 그전에 난 정말로 그럴 마음이 있는 걸까. 적극적으로 아이들을 만나러 다니지도 않고 아이돌이든 정보원이든 상대방이 찾아오기를 기다릴 뿐이야. 어쩌면 난 그냥 그런 구실로 너희와 좀 더 가까이 지내고 너희랑 살아가는 거로 만족하고 있는 건 아닐까. 물론 나 스스로 너희 5명만으론 부족하다 느끼는 주제도 모르는 욕심쟁이지만.... 부족한대로 만족해버린 건 아닐까. 다른 아이들을 만난다 해도 내가 그 아이들을 설득하고 케어하고 사랑하여 예전보다 좋은 관계를 만든다. 그런 게 가능할 것 같지가 않아. 오히려 괜히 더 나빠질 것만 같아. 그럴 바에야 차라리 이렇게 나한테 확실한 호감을 표시해주는 너희와 이러고 사는 게 좋다고 내 마음 속 어딘가에서 포기해버린 게 아닐까. 이런 내가 정말 너희를...! 아니... 아냐..."
"오ㅃ... 지도자님..."
"미안... 미안해. 갑자기 이런 소리해서... 나 정말 최악이네... 넌 내가 흔들리는 사무소나 변해가는 인간관계에 헤메일 때 확실한 목표를 제공해주었어. 사무소를 그만둔 내 새로운 삶의 시작을 함께 내딛어주었어. 그리고 허송세월을 보내는 나에게 새로운 꿈을 만들어 주었어. 넌 내 은인이야. 그런데 난 너에게 이딴 소리나 하고 있고... 미안해. 이런 한심한 놈이라... 정말 미안해... 이런 못난 놈은 너희에게 사랑받을 자격도 없는데...."
아... 정말 왜 이러지...
술도 안 마셨는데...
정말 갱년기인가.
눈물날 거 같....
"그래도... 당신을 사랑합니다."
"에..?"
"설령 당신이 꿈을 향해 나아갈 용기를 잊고 나아가야 할 길을 잃어버렸어도. 포기하고 체념해서 주저앉더라도. 꼴사납게 울어도 한심하게 굴어도. 저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하지만... 나는..."
"용기를 잊었다면 몇 년이고 몇 십년이고 다시 떠올릴 때까지 곁에 있겠습니다. 길을 잃었다면 진흙투성이가 되더라도 함께 더듬으며 찾아내겠습니다. 포기했다면 울부짖을 때까지 채찍질 하겠습니다. 체념해 주저앉았다면 다신 못 앉을 때까지 엉덩이를 걷어차 드리겠습니다. 아무리 꼴사납게 울어도 그 눈물을 제 소매로 닦아 드리겠습니다. 아무리 한심하게 굴어도 눈을 돌리지 않겠습니다. 왜냐하면... 전 알고 있거든요. 당신은 약속을 어기지 않는 인간임을. 당신은 뛰어난 인간임을. 당신은 혼자일 때보다 여럿일 때 강한 인간임을. 그런 당신을 제가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음을."
"에밀리..."
"몇 번이고 말하겠습니다. 그대를 사랑하고 있습니다. 몇 번이고 맹세하겠습니다. 앞으로 그대의 몸과 마음에 무슨 일이 있더라도 제 몸과 마음은 그대와 함께, 그대를 위해 있습니다. 조금 전 저보고 편하게 대해도 좋다 하셨죠. 그대도 마찬가지입니다. 힘들 때, 지칠 때, 짐이 무겁다고 느껴질 때, 외롭다고 느껴질 때 편한 마음으로 제게 기대주세요. 저는 사랑하는 사람이 홀로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습니다. 저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일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대를 누구보다 사랑하고 있습니다."
에밀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미 에밀리의 가슴을 손수건 삼아 울어버렸다.
정말 꼴불견이지만 에밀리는 상냥하게 내 머리를 어루만져줬다.
그렇게 에밀리의 품에서 나오지 않은 채 잠들고 말았다.
+3까지 다음날 있을 일을 정해주세요.
@ 현재까진 프로듀서에게 있어서 에밀리가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을지...도?
에밀리 : 이제부터 지도자님께 조금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그래요.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하지만 저는... 그럼에도 지도자님을 사랑해요. 옆에 있고 싶다고, 평생을 함께하고 싶다고, 서로의 상처를 지지해 주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지도자님... 저뿐만 아니라, 다른 분들께도 좀 더 이렇게 지도자님에 대해 이야기해주세요.
지도자님께서 아무리 부족하다 해도 저희들은 지도자님이기에야말로 지도자님의 그런 모든 걸 좋아하니까요...
다시 한번 에밀리에게 위로받았다. 정말로 아름다운 아이다.
그렇게 목욕이 끝나고 방에 돌아가려 했는데 유리코의 방에서 이상한 소리가 났다. 그건...
1~33 악몽으로 괴로워하고 있었다.
34~66 유리짱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67~100 술기운이 가시지 않은 채 계속 울었다. 슬프고 슬픈 감정들이 넘쳐흘렀다.
@ 정말 오랜만입니다... 또 여태 바빠 앵커를 올리지도 못하고 가끔 보러오면 앵커가 다 차있고... 네...
그래도 다시 열심히 참여하겠습니다.
요즘 계속 프로듀서네 집 이야기만 나와서 타깃 돌릴 때가 됐죠. 또 힘내서 (산으로 가는) 이야기 만들겠습니다.
어떻게 봉인을 뚫고 십자가를 탈출한건가 싶어서 저 서큐버스에게 따지려고 달려드는데.
유리코 "꺄아악!!! 괴롭히지 말아주세요! 프로듀서 씨! 저에요! 당신 와이프인 나나오 유리코!"
P "뭐....? 네가 진짜 유리코라고...? 그럼 그 서큐버스는?"
유리쨩 [하아... 나 아직 여기 십자가 안에 갇혀있거든? 유리코가 내 모습으로 변해버려서 진짜 유감이지만 지금 당신 눈앞에 보이는 악마처럼 보이는 생물는 진짜 유리코 맞아. 그래봤자 원래 유리코에 뿔이랑 날개만 달린거 뿐이지만.]
유리코 (끄덕끄덕)
P, 에밀리 "어...?"
“자님.... 지도자님...”
“으응... 에밀리..?”
“깨워서 죄송합니다. 저기... 괜찮으시다면 함께 목욕하지 않으시겠습니까?”
“으음.... 좋아.”
아직 새벽인 것 같은데 역시 안 씻고 잔 게 찝찝했던 걸까.
같이 씻는 것 정도야 뭐...
*
왜 난 지금 에밀리를 품에 안은 채 욕조에 잠겨있는 거냐...
잠결에 생각없이 들어왔다가 이제야 정신이 들었다.
긴 머리를 경단처럼 귀엽게 묶은 것과는 상반되게 살짝 상기된 에밀리의 목덜미와 등라인은 솔직히 말해서 야해서 계속 보게 된다.
“이렇게 함께 목욕하는 게 얼마 만일까요.”
“그러게. 뭔가 엄청 오랜만인 것 같아.”
에밀리는 자기 손을 내 손 위에 겹쳐 살살 문지르며 간질였다.
그런 장난에 나도 손가락을 좀 움직여 에밀리의 배를 건드리자 꺗 하면서 몸을 뒤로 뺐다.
뭐 내 몸에 막혀 빠져나가지 못했지만.
그래도 분위기는 좀 나아졌다.
에밀리는 한번 크게 숨을 쉬곤 내 손을 꽉 쥐었다.
“지금도 가끔 꿈을 꿔요. 차라리 지옥의 업화에 불타오르고 싶다고 생각하던 그 시절이... 여자로서의 저는 수많은 남성과 일부 여성의 욕망과 오락을 위한 장난감일 뿐이고, 아내로서의 저는 남편의 용돈 벌이를 위한 형편 좋은 밑천일 뿐이고, 어머니로서의 저는 몇 번이고 생명을 품고 잃고 품고 잃기를 반복하며 특수한 취향의 작품을 찍기 위한 소품일 뿐이던 그 시절을.... 몸에 남은 상처들은 의학의 힘으로 지워냈지만, 가끔 상처가 있던 자리에 환통이 느껴지고 여러 생명에게 빛을 보여주지 않은 저는 어머니가 될 권리를 박탈당했죠. 메구미 씨는 생리통이 심해 고생하시지만 전 이미 생리가 어떤 느낌이었는지마저 잊어버렸어요. 이런 흔적들은 제 마음이 아무는 것을 허락해주지 않겠죠. 영원히.”
“윽...”
에밀리는 굳센 아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상처를 남에게 보여주지 않고 참는 아이다.
아무리 이 아이가 웃고 있어도 마음은 여전히...
“하지만 이런 저라도 지도자님은 믿어주셨어요. 제가 지도자님을 배신했는데도 절 위해주시고 구해주셨어요. 저에게 또다시 새로운 삶을 살 기회를 주셨고 제 상처가 아물도록 도와주셨어요. 더렵혀진 저를 아름답다고 해주셨어요. 저는 그런 지도자님 곁에 있고 싶어요. 평생 동안... 아뇨 저세상까지도 함께 하고 싶어요. 서로의 상처를 핥아주고 서로의 몸을 지탱해주고 서로의 마음을 키워가고 싶어요.”
고개를 돌려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는 에밀리의 눈은 평소보다 훨씬 더 깨끗하고 아름다웠다.
순간 그 눈동자에 비치는 내 모습은 정말 꼴사나웠지만 에밀리는 살며시 웃으며 말해주었다.
“사랑합니다.”
살며시 다가오는 그녀의 얼굴에 빨려 들어가듯 입술을 포갰다.
“으응... 쪽.... 쪼옥.... 쪽.... 아응....읏... 츄릅... 츕... 꿀꺽... 푸하아... 하읍... 쪽... 쪽쪽...”
몇 번이고 서로의 입술을 탐하고 혀를 돌리고 에밀리의 타액을 마시고 내 타액을 마시게 했다.
에밀리의 키스는 정신이 아찔해질 정도로 기분 좋아서... 에밀리를 이대로 덮치고 싶다는 충동마저 들었다.
물론 덮친다 한들 나에겐 부질없는 짓이지만.
“응긋... 꿀꺽... 후우.... 후훗 사, 상스러워요~~”
“풉... 그러네. 상스럽네...”
에밀리의 엉터리 옛날 흉내에 힘이 빠져 에밀리의 어깨에 얼굴을 얹으며 꼬옥 껴안았다.
내 가슴과 에밀리의 등이 맞닿자 에밀리의 심장 소리랑 내 심장 소리가 함께 울리지만... 마치 심장이 하나뿐인 듯 동시에 두근거리고 있다.
“지도자님. 저에게 하신 것처럼 다른 분들께도 지도자님의 진심을 말해주세요. 설령 지도자님이 정말로 지도자님이 생각하시는 그런 못난 사람이라도 저희는 그런 부분까지 다 포함해서 좋아한답니다.”
대답 대신 에밀리 뺨에 살짝 키스하고 욕조에서 일어섰다.
후우, 난 앞으로 몇 번이나 더 에밀리에게 위로받는 걸까.
이런 아이가 더럽다니... 이렇게 아름다운 아이가 또 어디 있다고.
*
욕실에서 나와 몸을 말리고 옷을 입을 쯔음엔 이미 해가 뜬 아침이었다.
다시 자는 건 그만두자.
“그런데 에밀리. 트윈테일은 안 하는 거야?”
“네. 이제부턴 지도자님께 조금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거든요. 그러니 양갈래 머리는 당분간 봉인이에요.”
“생머리인 에밀리도 좋지만 트윈테일도 좋아해.”
“후훗, 고맙습니다.”
사실 자연 금발의 초사이어인 머리도 보고 싶은 게 남자 마음이지만.
말은 하지 말자.
~게... 야.... 대ㅊ...
“응? 무슨 소리 안 들려?”
“네. 코토하... 아니 지금은 유리코 씨가 주무시는 방에서 들려오는 것 같아요.”
“가보자.”
황급히 방문을 열자 방 안에 있던 건 그 진절머리가 나는 서큐버스가 평소보다 좀 자란 모습으로 침대에 앉아있었다.
“또 어떻게 빠져나온...”
“꺄아악?! 잠깐만요! 때리지 마세요! 저에요! 당신의 아내인 유리코에요!!”
“네가 진짜 유리코라고...? 그럼 그 서큐버스는?!”
“여기 있어요!”
자신을 유리코라 주장하는 서큐버스가 십자가를 건네주자 눈앞의 서큐버스보다 좀 어린 유리코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감이지만 난 여전히 여기 갇혀있고 지금 당신 눈앞에 있는 악마 비슷하게 생긴 건 진짜 유리코야. 뭐 유리코에게 뿔이랑 날개, 꼬리가 달린 것뿐이지만.]
“유리코..?”
“네!”
이게 무슨.....
*
갑작스런 소동에 집안 사람 모두가 모였다.
유리코의 뿔과 꼬리와 날개는....
1~50: 코스프레용 장식일 뿐이었다.
51~100: 진짜로 자라난 것이다.
먼저 2표 갑니다.
@ >>-2 2달 전에 영원히 잘부탁한다고 하시곤 또 사라지셔서 당황했던.... 근데 그 동안 저도 연재를 많이 못 하는 바람에 창댓 내 시간은 채 열흘도 안 흘렀네요. 심각하네....
“아... 이건 그냥 장식이에요! 보세요!”
유리코는 뿔이랑 날개를 툭하고 떼어냈다.
그냥 코스프레용으로 만들어진 좀 리얼한 녀석이라고.
“꼬리는 안 떼?”
“그.... 꼬리는 이따가...”
?
그러고보니 꼬리가 꽂힌 곳이 묘하게 낮은.... 아.
그런 거구나....
“그런데 그걸 왜 갑자기 꺼내서 쓰고 있던 거야? 아니 애초에 왜 그런 걸 갖고 있어?”
“장식들은 예전에 안나 때문에 억지로 코스프레 대회에 나갔을 때 썼던 것들이에요. 이걸 꺼낸 건.... 유리쨩이 지루해하니까 좀 놀래켜주려고 했는데... 이미 진작에 들켜서 오히려 놀려지던 차에 프로듀서 씨가 발견한 거예요.”
“그래. 무슨 일 생긴 거 아닌가 걱정했잖아. 그래도 뭐 별일 없었으니 됐어.”
그렇게 유리코의 서큐버스 차림은 별 거 아닌 해프닝으로 끝났다.
그보다 내일은 츠무기랑 데이트다.
모레는 미즈키랑 여행이다.
미리 준비를 해둬야지.
+3까지 밤까지 있을 일을 정해주세요.
다른 아이들도 마찬가지인지 슬쩍슬쩍 에밀리 머리를 흘겨본다.
“저기 프로듀서 씨. 에밀리쨩 머리 어떻게 된 건가요?”
“밤새 무슨 일이 있던 거야? 아, 혹시 프로듀서는 긴 생머리가 취향인 거야?”
“!”
“!”
“아니 뭐 생머리로 바뀐 건 그냥 이미지 체인지를 하고 싶다고 해서 한 거뿐이야. 딱히 내 취향이 긴 생머리인 건 아니니까 코토하랑 츠무기도 진정하고.”
5명 중 3명이 긴 생머리인데 거기서 생머리로 어필하는 게 무슨 소용이겠나.
다만 최연소인 에밀리가 조금 더 어른스럽게 보이긴 한다.
*
“저기 프로듀서.”
“응? 무슨 일이야 츠무기.”
“그... 에밀리 씨와 함께 목욕했다고 하던데 사실인가요?”
“아.... 응.”
에밀리가 말해준 건가.
뭐 딱히 찔릴만한 일은 하지 않았으니 괜찮....겠지..?
키스한 뒤에 에밀리의 가슴을 주무르고 싶다는 욕망을 어떻게 참아냈는데...!
“그.... 저도....”
“응?”
“오늘 밤.... 등을 밀어드리지 못할 것도 없습니다만.... 그...”
“아아.... 고마운 제안이지만 말이지.”
“아, 그... 그렇죠. 죄송합니다. 잊어주세요. 그럼 이만...”
“잠깐잠깐 기다려봐 츠무기. 말은 끝까지 들어. 기왕 같이 목욕할 거면 내일 데이트 때 하는 게 더 좋지 않을까? 다른 사람들 눈치 보지 않아도 되고.... 혹시 일찍 들어올 예정이었어?”
“아, 아뇨! 가능한 늦게까지... 크흠 어, 어쨌든 그.... 감사합니다... 그 내일 데이트 어딘가 가고 싶은 곳은 있나요?”
“그러네... 오랜만에 하는 데이트니 네가 가고 싶어하는 곳을 하려고 했는데...”
“그... 그래도...”
“괜찮아. 앞으론 다시 만나기 어려워지는 만큼 최대한 네가 즐거웠으면 좋겠으니까.”
츠무기는 765 최고의 아이돌이다.
매일매일 스케줄이 있고 또 한참 뒤까지 스케줄이 쌓여있다.
오히려 2주 정도를 쉰 만큼 당분간은 정말 바쁠 것이다.
그러니까 최대한 많은 추억을 만들고 싶다.
“그렇군요. 내일이 지나면 또다시 프로듀서와 헤어지게 되는군요. 내일 하루 동안 프로듀서를 독점할 수 있어서 기쁘기도 한데 또 헤어질 것이 슬프기도 해요.”
“그렇네.... 혹시 내일 데이트는 네가 리드하려고 했어?”
“네? 아, 네. 그럴 생각이었어요.”
“그럼말이야. 도저히 너와 한 데이트가 잊히지 않아서 내가 먼저 널 찾아가서 데이트하자고 매달릴 정도로 즐거운 데이트를 하자. 어때?”
“당신... 바보입니까?”
“에엑...”
이렇게 차가운 바보입니까는 정말 오랜만이다.
“하아, 좋습니다. 제가 없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즐겁게 해드리겠습니다.”
“아니, 그래선 부족해. 우리 둘 다 즐거워야 해. 나만 즐거운 데이트론 안 돼.”
“욕심이 많으시군요....”
욕심은 과할수록 좋은 법이다.
수단을 그르치지만 않는다면.
츠무기는 철저한 계획을 만들겠다고 방으로 들어갔다.
저거 아마 어디서 크게 실패하겠네.
뭐 좌절해 머리 싸매는 츠무기를 보는 것도 츠무기와 있을 때의 즐거운 일 중 하나니 잠자코 있자.
*
밤이 되었지만 츠무기는 플랜 짠다며 방에서 나오질 않고 다른 아이들도 내일은 중요한 날이니 내 컨디션이 좋아야 한다며 오늘 밤은 코토하랑 메구미가 같이 자는 것으로 난 혼자 자게 되었다.
이런 곳에선 배려할 줄 아는 아이들이다.
덕분에 오늘을 일찍 잘 수 있었다.
*
다음날.
아침에 일어났을 때 츠무기는 이미 나가고 없었다.
어디로 오라는 쪽지만을 남겨 놓고.
“츠무기 씨. 기합이 잔뜩 들어가 있으셨어요. 지도자님. 반드시 즐겁게 해드려야 해요?”
“응. 노력할게. 그럼 갔다올게.”
차를 끌고 츠무기가 기다리는 곳으로 향했다.
*
츠무기가 지정한 곳에 도착하자 멀리 흩날리는 은발의 아가씨가 보였다.
그녀의 복장은...
+3까지 츠무기의 데이트 패션을 적고 굴려주세요. 가장 큰 값 갑니다.
무난하면서도 돋보이게, 수수하면서도 화려하게 입었다고 할만한 룩
좋게 말하면 깔끔하고 단정하지만 나쁘게 말하면 뻔하고 단조로운 옷.
무엇을 입어야 할지 한참을 고민하다가 결국 가장 무난한 선택을 한 츠무기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물론 톱 아이돌인 만큼 너무 눈에 띄어서도 안 되고 워낙 미인이다 보니 그것만으로도 차원이 다르게 아름답다.
“안녕 츠무기. 오래 기다렸어?”
“아... 아뇨, 그렇게는... 저기...”
“그 옷 엄청 잘 어울리네. 단정하면서도 섹시한 게 엄청 예뻐.”
“난..?! 가... 갑자기 무슨 소리를...!?”
“이런 모습을 보면 이젠 정말 어른이구나 싶네.”
“다, 당연하지 않습니까. 저도 이제 33살이라고요!”
“벌써 그렇게 되었나.... 뭐 좋아. 그래서 어디로 갈 거야? 리드해 주는 거지?”
“물론이죠. 절대로 잊히지 않을 데이트를 해내겠어요.”
지금 시간은 오전 10시인가.
아직 점심을 먹기에도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2까지 점심식사 전까지의 데이트 내용을 적어주세요.
츠무기 "며칠 뒤에 마카베 씨를 만나게 될텐데, 검사님 앞에서 조금은 더 멋져보여야 될 거 아니겠어요?"
“옷..? 으음, 지금 내 옷 그렇게 별로야? 이래봬도 나름 열심히 꾸민 건데...”
“아, 아뇨 딱히 프로듀서의 옷이 마음에 안 드는 게 아니라..?!”
“풉... 알아알아. 그냥 해본 소리야. 그럼 백화점? 아니면 너희 가게 체인점?”
“이 주변에 있는 백화점에 저희 브랜드에 입점해 있습니다. 그곳으로 가죠.”
흐음...
아마 츠무기는 백화점에서 내 옷을 사고 거기서 점심까지 해결해버릴 생각인 것 같지만...
쇼핑 이후 점심식사는 짐 때문에 불편하고 어수선해진다는 단점이 있지만.... 뭐 츠무기의 데이트 경험치를 생각하면 이상하진 않나.
짐이야 차에다 실으면 되겠지.
“그럼 이 주변에 차를 세워뒀으니 그걸 타고 가자.”
“네. 부탁드려요.”
*
백화점에 도착해 츠무기네 점포로 찾아갔다.
한 층의 거의 1/3을 차지한 이 가게를 보면 정말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예전엔 그냥 아오바 씨 혼자론 힘든 전통풍 의상 발주를 위한 지방의 작은 가게였는데 이젠 전통복과 현대복 그리고 무엇보다 그 둘을 적절히 조화시킨 옷으로 고평가 받는 일본 최대급 의류 사업장이란 게 참....
“프로듀서에겐 역시 나이에 어울리는 중후한 느낌의... 아니 그래도 프로듀서는 아직 그렇게 나이 있어 보이는 외모가 아니라 괜히 불협화음이 일어날 가능성도...”
츠무기는 스스로 내 옷을 골라주겠다고 직원의 도움도 뿌리치고 매장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온갖 옷들을 집었다 고민하고 다시 내려놓고 다른 옷을 집어드는 것을 30분 가까이 반복하고 있다.
어차피 나한텐 뭘 입히든 별 의미도 없을 텐데...
“저기 츠무기.”
“잠시만요. 제가 반드시 프로듀서에게 어울리는 옷을 찾아낼 테니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
“으응.... 나한테 어울리는 옷보단 네가 나한테 입히고 싶은 옷을 찾아보면 어떨까?”
“제가 프로듀서에게 입히고 싶은 옷...?”
“응. 네가 나한테 어울리는 옷을 찾아주고 싶은 만큼 난 너에게 잘 보이는 옷을 입고 싶거든. 그러니까 네가 나한테 입히고 싶은 옷이 내가 가장 입고 싶은 옷이란 거지.”
“무... 무슨 남사스러운 소리를... 크흠 그, 그렇네요. 그러면.... 이건 어떠신가요?”
“하오리 풍 재킷인가. 한번 입어볼게.”
츠무기가 고른 옷의 사이즈를 받아서 입어보자 생각보다 괜찮았다.
하오리의 이미지를 잘 살리면서 얇은 옷감이 봄에 입기에 딱 적당했다.
색도 푸른색에 소매에 밝은 그라데이션이 들어가고 꽃 등의 그림이 있어 너무 우중충하지 않고 봄의 느낌을 살려준다.
“꽤 괜찮네. 츠무기는 어때?”
“오오.... 아, 네. 그 멋ㅈ... 좋다고 생각해요.”
“그래? 그럼 이걸로 할까.”
“엣!? 그렇게 간단히 정해버려도 괜찮은 건가요?!”
“네가 골라준 거잖아? 그럼 그거면 됐어.”
“자, 잠시만요!”
츠무기가 다른 곳에서 새로운 옷을 집어왔다.
마찬가지로 하오리 풍 재킷인데 이번엔 붉은빛이 감도는 검은 바탕에 소매 끝과 허리 밑에 학이나 구름 같은 도교풍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이번엔 봄보단 사계 언제나 입어도 무난한... 그래도 가을에 좀 더 어울리지 않나 싶은 옷이었다.
“흐음... 이것도 좋네. 특히 이건 지금 츠무기의 옷과 비슷해서 커플룩처럼 보이기도 하고.”
“ㅋ 컾을..?!”
“그럼 이 두 벌 주세요.”
“네~ 감사합니다~ 검은 쪽은 입고 가시겠나요?”
“네. 부탁드려요.”
입고 있던 겉옷을 벗어 직원에게 넘겨주자 직원이 태그를 떼고 하오리를 건네줬다.
그럼 계산을....
“자, 잠시만요! 왜 스스로 사려고 하시는 거죠?!”
“에, 그래도 굳이 츠무기가 사주지 않아도...”
“당신은 바보입니까?! 제가 꼬신 건데 당연히 제가 사야죠!”
츠무기가 내 손을 억지로 붙잡곤 자기 카드를 내밀어 결제를 마쳐버렸다.
하아, 이렇게까지 말하는데 그냥 받는 게 낫겠지.
새 옷을 입고 다른 두 벌이 담긴 쇼핑백을 넘겨받았다.
“그럼 점심은 이 백화점에서 먹는 거지?”
“네. 그럴 생각입니다.”
“그럼 일단 차에 한 번 돌아가서 이 옷들 좀 두고 오자.”
“알겠습니다.”
그렇게 다시 주차장으로 향하는 도중 문득 게임센터가 눈에 들어왔다.
백화점 중간에 게임센터라니 특이하다 싶어서 들어와 보자 꽤 본격적인 게임센터였다.
일본 게임센터 특징인 도박과 게임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것들은 물론 있고 인형뽑기나 각종 게임기, 심지어는 다트나 사격과 같은 축제에나 있을 법한 게임들도 있었다.
그중에서 눈에 띈 것은 사격의 1등 상품인 유리색 금붕어 인형이었다.
슬쩍 츠무기를 보자 그 인형 샘플에서 눈을 못 떼고 있다.
“얻어줄게.”
“엣?”
굳이 츠무기의 대답을 들을 것도 없이 사격 게임에 돈을 넣고 총알을 장전했다.
코르크 총알이 아닌 BB탄 총알로 정 가운데를 전탄 명중하면 금붕어다.
자세를 잡고 정 가운데...보다 살짝 위를 겨눴다.
호흡을 멈추고....
탕
탕
탕
탕
탕
탕
탕
탕
탕
탕
문제없이 전탄 명중시켰다.
요란한 축하 음성이 나오자 직원이 나와 축하한다며 인형을 건네주었다.
“자, 받아.”
“다... 당신은 정말... 이상한 곳에 재능이 있군요...”
“쓸데없는 한 마디가 많아.”
츠무기의 이마에 딱밤을 한 대 때려주고 게임센터를 떠났다.
*
짐을 차에 두고 식당으로 왔다.
+2까지 밥먹으며 할 이야기를 적어주세요.
“응? 갑자기 무슨 소리야?”
적당히 주문하고 음식 나오는 걸 기다리는 중 츠무기가 뜬금없는 이야기를 꺼냈다.
“아니 그게 예전에도 다른 분들이 제가 유난히 프로듀서에게만 가시 돋친 말을 한다는 이야기를 종종 하셨고 조금 전에도 프로듀서에게 말투로 지적받았고 하다 보니 신경 쓰여서. 어떤가요? 역시 좀 더 부드러운 말투로 고치는 게 좋겠죠?”
“으음.... 난 굳이 고칠 필요는 없다고 보는데.”
“어, 어째서죠?”
“그야 츠무기는 굉장히 예의도 바르고 좀 나쁘게 말하면 남들 눈치도 많이 보는데 나한테만큼은 그렇게 직설적으로 가시 돋친 말을 하거나 비꼬거나 한다는 건 그만큼 날 눈치보지 않아도 되는 편한 상대로 본다는 뜻이잖아. 뭐 그냥 날 얕잡아 보고 낮게 보는 걸 수도 있지만 그래도 괜히 눈치보고 딱딱하게 대하는 것보단 조금 막 대하더라도 편하게 대해주는 게 난 좋아.”
“즉 당신은 자기보다 훨씬 어린 여자에게 막 대해지는 게 좋은... 그런 취향이라고...”
“푸훕.... 그렇네. 그럼 그냥 그런 거로 하자. 그러니 앞으로도 괜히 무리하지 말고 편한대로 해줘.”
“알겠습니다. 정말 이상한 사람이군요. 당신은.”
뭘 이제와서.
처음에 아이돌들에게 애정이 없던 시절에야 츠무기의 말투가 거슬렸지만, 애정을 갖고 나니 조금 별난 형태이긴 해도 나름 츠무기에게 특별한 대우를 받는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지금은 오히려 그렇지 않은 게 더 어색할 정도니까.
게다가 그런 부분은 억지로 고치려 하면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는 법이니까 바꿀 이유가 전혀 없다.
“음식 나왔습니다~”
주문한 음식이 나와 일단 대화를 멈추고 음식에 집중했다.
음식은 뭐... 평범하네.
“프로듀서. 저는 내일이면 도쿄에 돌아가는데 당신은 제가 돌아간 뒤 어떻게 지낼 생각인가요?”
“음? 뭐... 지금이랑 큰 차이는 없을 것 같은데... 당장 다음주부턴 아무 예정도 없으니까. 아, 그래도 좀 하고 싶은 건 있으려나.”
“하고 싶은 것?”
“다른 아이들을 만나러 가고 싶어. 만나서 뭘 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만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까.”
사과를 하든 뭘 하든 우선은 만나야 한다.
내일 미즈키가 만약 사요코나 노리코처럼 지금 행방불명인 아이들의 행방을 알아와 준다면 그 아이들을 찾아나서겠지.
미라이 때 그랬던 것처럼.
아마 이 둘은 오키나와를 넘어 해외이겠지만 남는 게 시간이다.
남아서 기다리는 애들에겐 미안하지만.
설령 그런 애들이 아니더라도 만나야 할 사람은 잔뜩 있다.
“그런가요. 다음번에 이 집에 돌아왔을 땐 지금보다 훨씬 북적거리는 집이 되어 있는 걸까요.”
“어떠려나.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그리고 그땐 새 집도 완공되어 있으면 좋겠네.”
내가 생각해도 낙관론이다.
솔직히 아무것도 못하는 미래가 훤히 보인다.
당장 세리카나 카오리 씨 같은 사람들에게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시즈카는 내 얼굴을 보고 때리지나 않으면 다행이다.
그래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엊그제 에밀리에게 그런 소리를 들어버렸으니 뭐라도 해야 하지 않겠나.
“부디 잘 되길 기도하겠습니다.”
“응. 고마워.”
+3까지 오후 데이트 내용을 정해주세요.
“저기... 혹시 괜찮다면 스모를 보러 가지 않겠습니까?”
“스모..? 츠무기 스모 좋아했어?”
“아버지께서 좋아하셨는데 저번에 같이 보다가 빠져버려서...”
“헤에, 그래 좋아. 어디로 가면 돼? 티켓은 안 끊어도 돼?”
“네. 티켓이라면 있습니다. 장소는....”
그렇게 예상하지 못한 스모 경기 관람을 하게 되었다.
프로레슬링이라면 몰라도 스모에 대해선 정말 거의 모른다.
그래도 나름 스포츠인데 모르고 봐도 재밌겠지.
*
와아아아아!
츠무기가 갖고 있던 티켓은 무려 VIP석이었다.
심지어 이 경기가 스모계에선 전국적으로 아주 큰 시합이라고 한다.
역시 전통복 전문이던 집이라 그런가. 이런 곳에 연줄도 있나 보네.
어쨌든 그래서 아주 좋은 자리에서 스모를 보는데 나름 재밌다.
조금 징그러울 정도로 살찐 남자들의 가슴과 뱃살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는 것만 빼면 말이다.
한편 오자고 한 츠무기는...
“가라앗! 밀어붙여!”
아예 자리에서 일어나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응원하고 있다.
응원하는 선수가 오늘 승승장구하고 있어서인지 츠무기의 텐션도 최고다.
뭐 즐기고 있다면 그게 최고지.
“거기! 밀어! 오오오...! 와아아앗!! 이겼다!!!!”
“오오, 저 덩치로 엄청 날렵하네.”
“하아~ 이 경기... 직관해서 다행이다...”
“자, 응원하는 사람도 수분 보충은 꼼꼼히 해야지.”
“아, 알고 있습니다.”
이번 경기가 끝나자 마침 휴식시간인 건지 다들 의자에 앉아 쉬거나 화장실로 가는 모습이 보였다.
츠무기도 다리에 힘이 풀린 듯 주저앉길래 목에 피나기 전에 포카리를 건네줬다.
“생각했던 것보단 재밌네. 츠무기가 응원하던 선수도 오늘 많이 이기고 있고.”
“당연합니다. 그는 이번에 요코즈나로 올라가는 것이 거의 확정된 선수니까요.”
“요코즈나?”
“간단하게 말하면 스모에서 가장 높은 계급입니다.”
“헤에... 아직 젊어 보이는데 대단하네.”
와아아아~!
갑자기 객석이 소란스러워졌다.
뭐지?
“아, 이건 휴식시간 중 전광판이 캐치한 커플이 키스하면 상품을 주는 이벤트입니다.”
“야구냐...”
“으읏...”
응?
왠지 모르게 안절부절못하고 있네.
계속 전광판을 쳐다보고...
설마...
“츠무기 혹시 우리가 찍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어?”
“엣?! 아, 아뇨 딱히 그런 건...”
“아쉽지만 여긴 VIP석이라고? 보통 그런 건 일반 관중을 찍는 법이야. 게다가 너 자기가 누군지 잊어버린 건 아니지? 넌 지금 이 일본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아이돌이야. 그런 네가 카메라에 대고 당당히 키스라니 절대 안 돼.”
“아... 알고 있습니다.”
전광판은 예상대로 우리가 아닌 일반 관객들을 찍다 끝났다.
츠무기는 만약 전광판에 나와서 분위기에 어쩔 수 없이 키스하지 않을까 기대한 모양이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고 다시 시합이 시작되었다.
에휴 어쩔 수 없지.
“츠무기.”
“뭔가ㅇ... 쪽....후에?”
“아무도 안 보면 해도 괜찮지.”
“다 다... 당다.. 다다다당.... 다아아아아앙신! 웃... 우우....”
기습 키스에 버그 걸린 듯 다다다 거리던 츠무기는 결국 오버히트 해버렸다.
그런 츠무기가 재밌어서 시합 도중에 손을 잡거나 어깨를 끌어안는 등 가벼운 스킨십을 했더니 그때마다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곤 고개를 숙이는 츠무기는 도저히 33살 레이디로는 보이지 않았다.
*
“결국 후반부는 제대로 보지도 못했지 않습니까!”
“미안미안. 그래도 데이트인데 이 정도는 해줘도 되지 않을까?”
“그래도 그런 것에는 분위기라든지 좀 더... 뭔가 그런 게 있어야..!”
“그래그래. 응 뭐지?”
경기장 밖으로 나가자 무슨 축제처럼 노점들이 늘어서 있다.
과연 큰 시합이라고 듣긴 했지만 이런 일일 노점들이 들어설 정도일 줄이야.
다양한 점포들이 늘어서 있고 그중 가장 눈길을 끈 것은.... 금붕어 낚시?
츠무기가 금붕어 낚시에서 눈을 못 떼고 있다.
“금붕어 낚을래?”
“괜찮은 건가요?”
“물론이지.”
“그럼... 아 그래도 지금 낚아도 그걸 차에 보관하다가 집에 데려가서 내일 상경한다고 하면 과연 그때까지 금붕어가 살아남을 수 있을지...”
“뭘 굳이 데려갈 필요는 없지. 그냥 재미로 낚고 다시 주인장한테 돌려주면 돼. 낚시 자체를 즐기는 거지.”
“알겠습니다. 그럼...”
정숙근엄한 말투로 말했지만 입꼬리가 떨리고 있는 게 눈에 보인다.
마음만은 영원한 17세 츠무기였다.
*
벌써 6판째.
찢어먹은 뜰채만 25장에 새로 5장이 들어왔다.
전적?
당연히 전패다.
첫판에 바로 잡아서 들어올려 거의 다 됐다. 싶었을 차에 실패해 버리곤 그 후론 뜨지도 못하고 츠무기의 얼굴과 옷만 젖고 있다.
“우... 우째 안 되는 겨?!!”
“자자, 너무 큰 소리 지르면 주변에 민폐잖아.” ‘괜히 들키면 곤란해진다고?’
“우우.... 그치만...”
“어쩔 수 없지. 같이 도전해보자. 잠깐만...”
이럴 때 대신 뽑아주는 것보단 함께 뽑아주는 게 좋다.
등 뒤로 돌아가 어깨를 안은 뒤 채를 든 츠무기의 손을 내 손으로 감싼다.
“자, 우선 진정하고 심호흡해봐.”
“후우.... 후우....”
“자, 저기 온다. 천천히 다가갔다가.....”
“핫!”
다가오는 금붕어를 향해 살짝 움직여 바로 들어올려 대야에 던져넣는다.
평정심만 유지하면 쉬운 일이다.
“됐다..!”
“잘했어.”
머리를 살짝 쓰다듬어주고 일어섰다.
이곳에서 너무 시간을 썼어.
이미 주변 사람들은 거의 다 사라졌다.
“자, 이제 그만 저녁 먹으러 가자.”
“아, 네! 그... 생각해둔 레스토랑이 있어요!”
“그래? 그럼 거기로 가자.”
+2까지 저녁 먹으며 할 이야기를 정해주세요.
음식이 나오기 전에 먼저 나온 술을 마시던 츠무기가 갑작스러운 이야기를 해왔다.
“프로듀서는 제가 언제까지 아이돌을 할 수 있을 것 같나요?”
“........ 아이돌로 사는 게 싫어졌니?”
“아뇨! 그런 게 아니라... 이제 나이도 있고 저보다 어린 분들도 다른 쪽으로 나가시는 분들이 많다보니 슬슬 저도 다른 쪽을 찾아봐야 하는 게 아닐지 싶어서...”
“흐음... 솔직히 내가 보기엔 앞으로 10년도 더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전 진지하게 묻는 겁니다.”
“나도야. 네 매력과 지금의 인기라면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해. 하지만 네가 정 그렇다면 다른 길을 찾는 걸 응원할게. 억지로 할 필요는 없어. 프로덕션엔 큰 타격이 될 테고 나도 꽤 섭섭해지긴 하겠지만 본인이 즐기지 않으면 해나갈 수 없는 일이니까.”
“섭섭...한가요?”
“그렇지 뭐. 난 내 아이돌들 사이에 우열은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역시 아이돌로서 가장 성공한 건 너니까 이러니저러니 해도 다른 애들보다 좀 더 자랑스러운 건 사실이야.”
물론 이쿠나 스바루 같이 츠무기에게 지지 않을 정도로 활발한 활동과 높은 인기를 자랑하는 아이들은 있지만 그래도 역시 최고란 자리엔 조금 더 마음이 기울어지는 법이었다.
“너라면 어느 길로 가도 괜찮을 거야. 키사라기처럼 노래에 집중해도 좋고 츠바사처럼 모델을 하거나 타마키처럼 배우로 전향할 수도 있겠지. 스바루나 미야처럼 예능에 집중할 수도 있고. 아예 업계에서 은퇴하고 전혀 다른 길을 걸을 수도 있지.”
“나가요시 씨나 미야오 씨는 아직 아이돌이신데 반해 오오가ㅁ... 아니죠. 이나가와 씨는 결혼한 탓에 빠르게 전향한 편이시죠. 사이토 씨도 그렇고.”
“타마키의 지금 성이 이나가와고 츠바사가 사이토인 건 맞지만 765의 타마키와 츠바사는 여전히 오오가미랑 이부키니까 굳이 고쳐 말할 필요는 없다고? 나도 여전히 올라온 서류에 타카하시 코노미나 오가사와라 아카네 같은 건 영 익숙하질 않아서 종종 응? 했었으니까.”
“그래도 역시 제대로 부르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야 그렇겠지만.... 크흠 이야기가 탈선했네. 그래서 츠무기는 혹시 아이돌을 그만둔다면 이 길로 가고 싶다. 같은 건 있어?”
“어렸을 때는 가업을 이을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사업이 너무나 커져서 도저히 이을 자신이 없어졌습니다. 회사 경영 같은 건 문외한이고.”
“경영이라곤 해도 어느 정도 정형화되어 있고 부딪혀가며 익히는 거니까 몇 년 공부하면 금세 할 수 있게 될 거야.”
“그건 당신 기준이고요. 제겐 너무나 낯선 세계라고요. 역시 아이돌이 전향한다고 하면 업계 내에서 전향이겠죠.”
“솔직히 넌 뭘해도 잘 하니까 이걸 해라! 라고 딱 잘라 말해줄 수 없단 말이지. 가장 하고 싶은 게 있어?”
노래를 잘하니 가수도 가능하고, 비율이 좋으니 모델도 어울린다.
워낙 예쁜데 연기도 잘하다 보니 드라마, 영화, 연극 뭘 해도 주연감이고.
예능감은 말할 것도 없다.
“저도 당장은 이게 좋다 싶은 건 없지만 프로덕션에서 다른 분들이랑 은퇴나 전향에 대해 종종 이야기하다 보니 미리 정해둬서 그쪽 일의 비중을 점점 늘리는 게 좋다고들 하셔서.”
“틀린 말은 아니지만 당장 하고 싶은 게 없는데 억지로 그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만약 네가 정말로 아이돌 일에 흥미를 잃고 정이 떨어졌다고 하면 그땐 그만두는 게 맞지만, 아직 네가 아이돌에 애정을 갖고 있다면 조금만 더 해봐. 날 봐서라도.”
“후우, 알겠습니다. 대신 제가 내려와야 할 때를 놓쳐버리면 책임져주세요.”
“그래. 그럴게.”
“약속하신 겁니다?”
츠무기는 뭔가 기쁜 듯이 와인글라스를 한번에 비웠다.
*
식사가 끝나 디저트가 나오자 츠무기 얼굴이 빨갛게 물들었다.
아무리 와인이라도 몇 잔이나 마셨으니 당연하겠지.
“프로듀서...”
“응?”
“타나카 씨랑 토코로 씨... 여전히 마음이 병들어 계시잖아요?”
“그렇지...”
두 사람 다 괜찮은 것처럼 지내지만 코토하의 말을 잘 들어보면 상당히 위태롭단 걸 알 수 있다.
메구미는 자기 말에는 난 괜찮다고 하지만 갑자기 마주치거나 하면 소스라치게 놀라고 밖에 나갈 땐 다른 아이들에게 둘러쌓인 채 바닥만 보고 걷는 실정이다.
“두 분의 마음은.... 나을 수 있을까요?”
“글쎄다... 메구미는 오랜 시간 계속된 학대의 트라우마가, 코토하는 스트레스에 취약한 성격과 의존성 그리고 자신의 실수 등이 합쳐진 결과가 그 아이들이 괴로워하는 이유지. 솔직히 쉽게 낫지는 않을 거야.”
“으읏....”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손놓고 있을 순 없지. 비록 낫게 해주진 못하더라도 그런 마음의 병이 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어. 생활에 불편은 생길지언정 불행해지는 건 막고 싶어. 난 그렇게 생각해.”
“불편해도 불행하지 않게... 가능한가요?”
“할 거야.”
“후우, 당신은 늘 그렇게 근거없는 자신감을 내비칠 때가 있으시죠.”
“아하하.... 뭐 그렇지...”
“그래도.... 그때마다 잘 헤쳐나오셨으니 이번에도 그러실 거라 믿겠습니다.”
“고마워. 자, 이만 나가자. 벌써 7시다. 데이트의 마지막은 어떻게 장식해주려고?”
“그건....”
1~50: 함께 목욕하자는 약속 잊으셨나요? 호텔입니다.
51~100: 다른 곳.
먼저 2표 갑니다.
짧은 시간이나마 프로듀서 곁에 있어서 행복했는데... 프로듀서 곁에 좀 더 있고 싶었는데... 내일이 오지 않았음 좋겠는데... 이제 헤어져야 하는건가요... 죄송해요... 그리고 사랑해요... 프로듀서...
P는 그런 슬픈 고백을 해오는 츠무기를 안아 위로해줄 뿐이다.
이곳에 들어갈 수 있는 건 사장과 그에 준하는 인물들 뿐이기에 내가 없으면 갈 수 없다며 꼭 가보고 싶다고 했다.
예전에 유리코와 한 데이트도 이곳에서 끝났었는데... 역시 이 곳은 그만큼 의미 있는 장소인 거겠지.
나 역시 이제 아무 쓸모 없어진 이 건물을 없애거나 팔지 않고 연회장으로 개조했을 정도니.
건물 안에 들어오자 츠무기는 어느 곳으로 직행했다.
우리에게 있어서 가장 특별한 장소.
바로 스테이지다.
*
“꽤 잘 관리되고 있네요.”
“그야 물론이지. 사무소에서 특별한 파티를 하면 이곳 로비를 파티장으로 이 스테이지를 특별 무대로 사용하니까. 그래도 너희가 매일같이 청소하던 시절에 비할 순 없지만.”
업자를 고용한다고 했는데도 자기들이 쓰는 곳이라며 청소하겠다고 고집을 부렸지.
청소를 귀찮아하는 나한텐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프로듀서. 잠시 객석으로 내려가 주시겠습니까?”
“응? 그래.”
요청에 따라 무대에서 내려가 객석 맨 앞줄 가운데 자리에 앉았다.
츠무기는 센터 자리에 서서 무대에 붙은 스티커를 어루만지고 있다.
“제가 이 자리에 서본 것은 제 솔로를 부를 때뿐이었지요. 덕분에 새 솔로곡이 나온 게 아니면 n주년 라이브 때나 서볼 수 있었죠.”
“그런가?”
“네. 지금은 제가 센터에 서는 경우가 많지만, 우주에 지어진 시어터 때까지만 해도 센터는 아마미 씨나 카스가 씨의 자리였죠. 유닛에선 리더를 맡아본 적이 없었고요.”
그랬었지.
그 당시엔 츠무기에겐 리더를 맡긴 적이 없었다.
그리고 밀리언의 센터는 미라이였고 765의 센터는 아마미.
그것은 5년 동안 변하지 않았던 암묵의 룰이었다.
“그렇지만 오늘은 제가 리더, 제가 센터입니다. 오늘만큼은... 제가 당신과 자아내는(つむぐ) 이야기의 주인공입니다.”
뚝
하고 스테이지 전체의 불이 꺼지고 츠무기가 서 있는 센터 자리에만 조명이 비춰지고 있다.
어느새 스위치를....
“이 자리에 처음 섰을 때 이 마음이 태어났습니다. 이 자리에 두 번째 섰을 때 이 마음을 자각했습니다. 이 자리에 세 번째 섰을 때 이 마음이 깊어졌습니다. 이 자리에 네 번째 섰을 때 이 마음의 이름을 알았습니다. 이 자리에 다섯 번째 섰을 때 이 마음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이 자리에 여섯 번째 섰을 때 이 마음을 전하자고 마음먹었습니다. 이 자리에 일곱 번째 섰을 때 이 마음을 전하게 해달라고 빌었습니다. 이 자리에 여덟 번째 섰을 때 이 마음을 전하고 싶어서 미칠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이 자리에 아홉 번째 서는 데.... 12년이 걸렸습니다. 더 이상 미룰 수 없겠죠. 프로듀서. 저는... 시라이시 츠무기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16년... 식은 적도 흔들린 적도 없이... 사랑하고 있습니다. 어떤가요? 당신은 저를... 사랑해주실 건가요?”
당장이라도 울 것처럼 울먹이며 사랑을 전하는 츠무기에게 최대한 거짓 없는 대답을 해주는 게 맞겠지.
“이제 와서 너만을 사랑할 수는 없어. 하지만 약속.... 맹세할게. 너도 사랑할게. 아니 너도 사랑해. 아마 네가 바라는 사랑관 다를 거야. 네가 주는 사랑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할 거야. 그래도 난 너도 사랑해. 네 마음에 이런 쓰레기 같은 대답밖에 해줄 수 없는 날 용서하지 말아줘.”
“바보입니까... 용서할 리가 없잖아요... 전부 보답 받을 때까지 놓지 않을 거예요..!”
스테이지에서 뛰어내리는 츠무기를 받아주자 그대로 내 품에 안겨서 울음을 터뜨려버렸다.
좀 세게 끌어안아 눈물이 내 옷에 스며들게 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프로듀서와 함께 있을 수 있어서 행복했어요... 아직 프로듀서 곁에 남아 있고 싶어요... 내일 같은 거 오지 않고 계속 이대로 있고 싶은데.... 왜 헤어져야 하는 거야.... 아뇨, 이런 소리 해서 죄송해요.... 그래도.... 사랑해요.....”
그녀의 말에 제대로 대꾸도 못 하고 그저 위로해주는 거나 겨우 할 수 있었다.
*
“도착했어.”
“이걸로 데이트도 끝이네요...”
다시 집에 도착했을 땐 10시 전후였다.
이제 차에서 내리려는데 츠무기가 아쉬운 듯 내 손을 잡았다.
1~50: 츠무기 용기를 내다.
51~100: 그없
먼저 2표 갑니다. 근데 별로 기대할만한 건 아니에요. 상대가 츠무기라...
“저기... 그...”
“응?”
“아뇨. 내일 아침 일찍 나가셔야 하죠? 저는 밤 늦게까지 다른 분들과 이야기 하다 내일은 늦잠을 잘 생각이므로 전 신경 쓰지 마시고 마카베 씨를 만나러 가주세요.”
“고마워 츠무기.”
살며시 츠무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쪽
하고 이마에 입을 맞췄다.
“무...무무...무무..뭐....뭣...”
“후후 진정해. 츠무기 너와 함께 살았던 2주간 정말 즐거웠고 너와 함께 일상을 보낼 수 있었던 거 정말 기뻤어. 언제든지 와. 환영할게.”
“네.... 저도 행복했어요.”
그렇게 츠무기와의 데이트는 막을 내렸다.
*
다음날 츠무기는 미리 말했듯이 내가 나갈 때까지 나오지 않았다.
정말 자는 건지 아니면 그냥 날 볼 자신이 없는 건지....
어쨌든 난 미즈키를 만나러 그녀의 집까지 차를 끌고 나갔다.
“오랜만입니다. 프로듀서.”
“응, 잘 지냈어?”
“네. 오늘부터 당분간 잘 부탁드립니다.... 꾸벅.”
“나야말로 잘 부탁해. 자 짐은 트렁크에 넣고 타.”
그렇게 미즈키와 함께 숙소로 향하자 점심 시간 언저리가 되었다.
+3까지 오후 동안 미즈키랑 있을 일, 할 이야기 등을 정해주세요.
“네?”
“숙소는 맡긴다고 했지만.”
“네.”
“왜 방이 하나야?”
“이불은 두 개입니다.”
“가족탕은 왜 딸려있어?”
“가족탕이 있는 쪽이 할인 중이었습니다.”
“하아.... 뭐 괜찮겠지. 일단 짐부터 풀자.”
적당히 필요한 물건들을 꺼내 세팅하고 포장해 온 점심을 차렸다.
들어야 할 이야기는 있지만 다짜고짜 본론으로 들어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
“오오.... 이거 맛있습니다.”
“입맛에 맞는다니 다행이네. 이 주변에선 나름 인기라 하더라.”
“과연 현지인 맛집이었습니까.... 우물우물.”
“검사일은 어때? 즐거워?”
“아이돌처럼 즐거운 일은 아니지만, 그에 지지 않을 정도로 보람 있는 일입니다. 다만 무죄일 가능성이 점점 커지는 사람까지 유죄로 만들어야 하는 것은 조금 마음 아픕니다.”
“일부 예외적인 안건을 제외하고 무죄 판결이 나오면 자진 사퇴하는 게 일본 검사계의 암묵적 관행....이었던가.”
“경력과 인맥이 충분히 있다면 그것도 어느 정도 용인되지만 저처럼 5년도 안 된 사람에겐 가차 없이..... 뎅강.”
“뭐 그런 건 아이돌도 비슷하잖아. 인기가 적거나 경력이 짧을 때 사고치면 수습하려고조차 안 하는 건.”
“프로듀서라면 도와주셨을 겁니다.”
글쎄다.
너희가 인기가 생기기 전엔 나도 너희에게 관심이 없었으니... 아마 잘라냈을 것 같지만.
“그래도 지금은 아베 검사였나? 그 사람이랑 사내연애까지 하고 있고 검사로 돌아선 게 또 좋은.... 응?”
“그 일로 조금 상담이 있습니다.”
“으응... 뭔데?”
꽤 진지한 얼굴이다.
남친이랑 잘 안 되고 있는 건가..?
“저에겐 여자로서 매력이 없는 걸까요?”
“엣..?”
“머리도 기르고 가슴도 예전에 비해 무려 2cm나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무표정하다고 하고 애교도... 부족할지 모릅니다.”
“여러모로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후우, 왜 갑자기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거야?”
“그... 실은 아베 씨.... 바람 피고 있는 걸지도 몰라요.”
“...........................에?”
“아시다시피 전 아베 씨랑 동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아베 씨 외식이나 밤늦게 귀가하는 일이 많아지고 저한테 말도 없이 나가거나 묘하게 제 눈치를 보거나.... 수상해.”
“응? 어.... 그거뿐?”
“네. 이것만으로 길티 확정입니다.”
“하다못해 물증은 있어야지....”
“사실 이 여행도 그의 마음을 떠보려는 의도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프로듀서와 1박이란 사실을 말했는데도 쉽게 허락해주고... 잡지에 있던 바람기 자가진단 결과 100%라고 나왔습니다..!”
하아....
뭐 의심이 싹트는 것도 어쩔 수 없겠지만 이것만으론 뭐라 할 수가...
“으음... 뭐라고 해야 좋을까.... 그 사람이 바람을 필 수도 있지만.... 난 아니라고 생각해.”
“어째서죠?”
“그야 너처럼 훌륭한 여자를 두고 바람이라니 어느 멍청이가 그런 짓을 하겠어. 외모, 성격, 조금 속물적이지만 수입까지 네 어디가 부족해서 다른 여자를 찾아.”
“거유 취향이라든가...”
“네 수없이 많은 매력이 고작 가슴 하나에 질 리가 없잖아. 그리고 만약 그 사람이 가슴 하나 때문에 여자를 갈아치울 인간이면 애초에 너랑 이렇게 오래 사귈 리도 없고 네가 사귀어줄 이유도 없어.”
“그럼 최근 그의 모습이 이상한 건...”
“으음.... 뭔가 커다란 사건을 맡는 바람에 그런 걸 수도 있고 어쩌면 이번 주 토요일인 화이트 데이 때 서프라이즈 이벤트를 해주려는 걸지도 모르지.”
오히려 내가 아무 생각 없이 지내고 있었네.
화이트 데이...
저번에 에밀리랑 메구미에겐 엄청난 걸 받았었는데 어떻게 보답해야 하나...
“서프라이즈.... 그렇지만 보통 애인이 남자랑 단둘이 1박 한다고 하면 말리지 않을까요?”
“그 사람한테 지금 이렇게 우리 둘이 한방 쓰는 거 말했어?”
“아뇨.”
“아마 그는 우리가 같은 방을 쓴다고도 생각하지 않을 테고 무엇보다 널 믿고 있는 거겠지. 네가 바람필리가 없다고 말이야.”
그 남자가 어떤 인간인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미즈키랑 동거까지 할 정도면 미즈키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거다.
표정도 읽을 줄 알고 이 아이가 꽤 일편단심에 헌신적인 것도 알 것이다.
물론 그걸 악용하는 걸 수도 있지만, 미즈키가 그렇게 사람 보는 눈이 없는 것도 아니다.
뭣보다 바람을 의심할 거면 적어도 와이셔츠에 키스 마크 정도는 가져오라고...
“프로듀서라면 어떤가요?”
“에? 뭐가?”
“프로듀서도 다양한 분들과 동거하고 있는데 어떤 분이 이런 바람피는 것 같은 모습을 보인다면 어떻게 할 건가요?”
“나? 난 오히려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마음도 있어서... 나 같은 거에 매달리지 말고 좋은 남자 찾아가는 게 그 아이들을 위한 길이라고...”
“즉 그곳에 있는 분들은 프로듀서 러브러브인데 프로듀서는 NTR 당하는 게 좋다고.... 배덕적.”
“그런 거 아니야.”
그런 말은 또 어디서 배운 거야.
아니 33살이나 되어서 모르는 것도 묘하긴 하지만.
“어쨌든 걱정할 건 없다고 생각해. 솔직히 널 두고 바람필 정도로 어리석은 사람은 아닐 테고 만약 바람핀다고 하면.... 네가 철저히 응징해줄 수 있잖아?”
“네. 만약 사실이라고 밝혀지면... 사형입니다.... 문답무용.”
“그래. 기대하고 있을게. 자, 일단 먹은 거나 치우자.”
*
식탁을 정리하고 미즈키가 내려준 차를 마시며 느긋한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슬슬 그 이야기를 꺼내야겠지.
“미즈키. 노리코랑 사요코에 대해 알아낸 거 있어?”
“실은....”
1~33: 없슴!
34~66: 한 명만 알아냄
67~99: 둘 다 알아냄
100: 서프라이즈~!
먼저 2표 갑니다.
“뭐..! 하, 미나세의 정보력으로도 못 알아낸 걸...”
“두 분 다 여러 의미에서 검사국이 예의주시하고 있는 분들이니까요.”
“그래... 그래서 둘은 지금 어디에?”
“두 분 다 살아있다. 그 정보만으로 만족해주실 순 없나요?”
“미즈키.”
애초에 죽었다는 생각은 한 적도 없다.
하지만 미즈키가 이렇게까지 말한다면 뭔가 있는 거겠지.
“냉정하게 말하겠습니다. 두 분을 만나는 건 포기해주세요.”
“그 이유라도 가르쳐주지 않으면 뭐라 답할 수 없겠는데.”
“으읏... 알겠습니다. 우선 하마사키... 아뇨 이젠 다시 후쿠다일지도 모르겠네요.”
“남편은 죽은 건가.”
“네. 후쿠다 씨의 빚은 너무나 큰 금액이었고 결국 부부가 함께 인신매매에 의해 대륙에 팔려갔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남편분은 막노동, 본인은 창관에서 일하게 되었죠. 그러던 중 두 사람은 도망쳤습니다만 그 과정에서 남편분이 사망했습니다.”
“그래.... 그래서 지금 노리코는 어디 있는 거지?”
“그 전에 프로듀서는 레이와 2년 대륙의 어느 도시에서 시작해 전 세계로 퍼진 전염병을 기억하고 있나요?”
“응? 아... 기억해. 결국엔 전 세계적으로 방역에 실패, 전 세계에 수백만명의 감염자와 수만명의 사망자를 냈던 사건이었지.”
어떤 국가는 이미지를 위해 정보 차단에만 집중해 치료가 늦어지고 어떤 국가는 정보가 너무 투명해서 국민들 사이의 불신과 불안이 커져 안쪽에서 무너지고 어떤 국가는 너무나 비싼 검사비, 치료비를 감당할 수 없는 서민들이 죽어나가고 어떤 국가는 애초에 치료는커녕 발병조차 확인하지도 못하는 등 21세기라곤 믿기 어려운 추태를 보였던 사건이었다.
뭐 사실 바이러스나 합병증 자체보다 혼란과 분쟁, 검은 선글라스 등 부차적인 이유로 죽은 사람이 더 많았던 사건이다.
“그런데 그게 왜?”
“대륙에서 그 사건을 어떻게 잠재웠는지 기억하십니까?”
“분명.... 진원지인 도시에 전국의 감염자, 감염 위험자를 모아놓고 그대로 완전 폐쇄. 경제 활동조차 이루어지지 않는 대륙의 섬으로 만들어버렸다고... 설마...”
“네. 그녀는 그곳에 있습니다.”
“하.. 하지만 어째서 그런 위험한 곳에...”
“모든 경제 활동조차 마비된 공간에서 그들은 어떻게 살아갈까요?”
“배급...”
“네. 그리고 경제 활동 없이 국가와 범국가적 자원 단체의 지원만으로 먹고 살아가는 도시란 것은....”
“바꿔 말하면 경제 활동을 하기 어려운 인간이라도 먹고 살 수 있다.”
“네. 한 번에 너무나 많은 수를 억지로 집어넣느라 인간 파악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덕분에 가능한 일이지만, 도저히 인간다운 삶을 기대할 수 있는 곳은 아닙니다. 1일 1식이면 럭키인 삶이겠지만 그저 생존이 목표라면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그래... 빼내오는 건 어렵단 건가.”
맞는 말....일지도....
다른 곳도 아니고 대륙에서 사람을 빼내어 일본으로 데려온다.
애초에 노리코가 대륙에 정상적인 수단으로 입국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큭.... 그러면 사요코는?”
“으응....”
차를 마시며 목을 축이는 미즈키를 보고 그제서야 내 목이 바싹 말랐단 걸 눈치챘다.
노리코의 이야기가 상상 이상으로 심각해서....
나도 마시자.
“후우, 타카야마 씨는 출소한 이후 반도로 떠났습니다. 그곳에서 친척이 가게를 하고 있었거든요. 성실한 타카야마 씨는 그래도 열심히 살아보려고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자동차를 볼 때마다 심한 발작을 일으키고 죄책감을 이기지 못해 몇백 번의 자살미수와 몇천 번의 자해 행위에 견디지 못한 친척분이 그녀를 정신병원에 보냈고 그곳에서 전신구속, 격리된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래.... 두 사람 다 갇혀 있단 거구나. 그것도 해외에.”
“네. 프로듀서. 손이 닿지 않는 곳에 계신 분들은 일단 접어두고 가까운 분들부터 찾아보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윽... 조금 생각할게.”
“네.”
미즈키의 말은 백번 옳은 말이지만....
이렇게 포기해버려도 되는 걸까....
“프로듀서.”
“응?”
“저녁 식사 후 목욕을 하고 충분히 쉰 다음 내일 아침 생각을 정리해보세요. 지금은 아마 무슨 생각도 나지 않을 겁니다.”
“그렇네.... 그래도 시끄러운 건 사양하고 싶으니 가족탕은 내가 쓸게. 미즈키는 노천탕을 써줄래?”
“가족탕인데 같이 들어가는 것도..... 부끄...”
“말해놓고 부끄러워 하기냐... 아니 그보다 남친 바람핀 거 걱정하더니 넌 바람필 생각인 거냐....”
“바람이 아닙니다. 아.... 알몸의 교류...입니다....”
“너야말로 푹 쉬어라... 후우 고마워. 조금은 긴장이 풀렸어.”
“아뇨. 프로듀서가 자주 하던 방법을 따라했을 뿐입니다.”
그래.
지금은 미즈키와 여행을 즐기자.
어차피 이건 나 혼자 처리할 수 있는 안건이 아냐.
도움이 필요하고 적어도 세리카 정도는 되야 도움이 될 거야.
그리고 세리카에게 도움을 받으려면 우선 그 아이와의 꼬여버린 관계를 정리해야지.
+3까지 저녁식사부터 잘 때까지 미즈키와 할 이야기, 있을 일 등을 정해주세요.
@ 원래는 노리코 빚이나 사요코 벌금, 피해보상 등등 다양한 걸림돌도 쓸려고 했는데 쓰고 보니 너무 답이 없어서 그건 버렸습니다. 그걸 따지면 에밀리도 마찬가지고. 창댓인데 그렇게까지 하기도 그러니....
1~10 대실망. 타카기는 구제불능의 쓰레기
11~30 실망. 완전 사기
31~66 만족. 매우 신기
67~99 감탄. 후일 배우기
100 그것은 사실 마술이 아니라 과학... 즉 클론기술
“그러네. 음식 평가가 굉장히 좋더니 그럴만 하네. 술도 굉장히 좋은 술이야.”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나온 음식은 매우 맛있고 푸짐했다.
미즈키도 말을 잊고 계속 먹고 있다.
“그러고 보니 그거 알아? 사장님 본격적으로 마술 쇼를 하고 다녀.”
“네, 저번에 아베 씨와 보러 갔습니다.”
“네가 보기엔 어때? 사장님의 마술 괜찮아?”
“물론입니다. 매우 신기합니다.”
“헤에, 그 정도야?”
“본래 마술이란 것은 경험이 중요하기에 연륜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나이를 너무 먹으면 노화로 인해 다양한 애로사항이 꽃핀다고 들었습니다. 그 연세가 되도록 실력이 녹슬지 않는 것은 드문 일입니다..... 유니크.”
“일리가 있네.”
그 사람 가끔씩 느끼는 건데 재능이 너무 한쪽으로 치우쳐져 있지 않나?
아니 쓸데없는 재능이 뛰어나다고 해야 하나....
“프로듀서도 한번 보러 가는 게 어떤가요?”
“주 1회 억지로 보던 걸 돈까지 내고 보러 가고 싶진 않아.”
“그렇군요. 아쉽네요.”
아, 맞다.
이거 건네줘야지.
“미즈키, 이거.”
“뭔가요? 이거..... 읏?! 프로듀서... 체포 당하고 싶은 건가요?”
“아니. 그저 네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그것만 있으면 천황 살인사건 같은 게 아닌 이상 법정을 네 맘대로 끌고다닐 수 있을 거야.”
“어째서 이런 자료를 프로듀서가 갖고 있는 거죠?”
“이쪽에 있다 보면 도저히 흰색으론 살아갈 수 없더라고.”
“으음.... 알겠습니다. 보관해 놓지만.... 쓰진 않을 겁니다.”
“나도 그걸 쓸 일이 없길 바란다.”
그 자료를 본 탓인지 미즈키는 엄청난 기세를 술을 마셨다.
뭐.... 보고 있으면 화가 치미는 내용이긴 하지....
*
“프료듀사.... 목욕.... 안 가요~?”
“아... 응, 가야지. 잠깐 생각 좀 하느라. 그런데 미즈키... 많이 취했다. 너 욕탕엔 들어가지 마라.”
“네에~~~”
으음.... 화이트 데이 때 어떻게 할지 물어보려 했는데....
저 상태면 무리겠지...
지금은 일단 목욕이나 하자.
손님 많은 것 같으니 가족탕을 쓰는 게 낫겠지.
*
“가족탕이라더니.... 정말 작긴 하네...”
기껏해야 일반 가정집 욕조의 3배 정도의 크기인가.
정말 겨우 세 명 들어갈 수준이네.
옆에 냉탕 같은 걸 만들어두니까 그렇지.
온천에 냉탕이 왠말이야....
후우, 그보다 화이트 데이... 까맣게 잊고 있었다.
지난 발렌타인 때 그렇게 엄청난 걸 받았는데 제대로 답례를 하지 않으면 안 될 텐데...
1~50: 마카베 난입!
51~100: 그없
먼저 2표 갑니다.
시원하게 목욕을 마치고 나오자 미즈키가 구석진 곳에서 무릎을 안고 앉아있다.
그리고.... 은근히 나는 토사물의 냄새...
모른 척 해주는 게 맞겠지...
“아까 꽤 마시던데 술은 깼어? 괜찮아?”
“프로듀서....”
“응?”
“그 배려는 따뜻하지만... 아파요...”
“으응...”
자기가 안 들키게 다 숨겨놓고 그러면 어쩌란 건데....
뭐 술은 깬 것 같으니 잘 됐다.
“저기 미즈키. 아직 머리랑 속이 아프겠지만 조금 들어줄래?”
“네..?”
*
“과연... 화이트데이 선물... 심지어 에밀리 씨와 토코로 씨에겐 발렌타인 때 그런 엄청난 걸 받았는데도 이제야 생각하다니.... 최악.”
“말하지 않아도 알아.... 그래서 혹시 좋은 생각 있어?”
“흐음..... 그렇네요....”
+3까지 미즈키가 제안할 화이트 데이 선물을 적어주세요.
“그게 어딜 봐서 정석이냐...”
“그치만 만약 발렌타인데이 때 에밀리 씨와 토코로 씨가 이런 선물을 주셨다면 받았을 거잖아요.”
“바로 닦아냈겠지...”
“혀로?”
“물과 수건으로!”
나이 먹고 섹드립만 늘어서는....
애초에 그런 거 화상 입거나 굳어버리거나 하니까 위험하다고...
“그럼.... 3배 돌려주는 원칙에 따라 밀리언 스타즈 전원을 본 딴 설탕공예는 어떨까요?”
“그런 초콜릿을 받았으니 그런 사탕으로 돌려주는 건가.... 좋긴 한데 시간 맞출 수 있으려나...”
“일단 발주라도 넣어보시는 게 어떨까요?”
“그렇지. 주저하면 할수록 시간만 줄어드니...”
바로 아는 전문가에게 연락하자 말도 안 된다는 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말도 안 되는 걸 해내는 게 자기 일이라며 맡기는 한다고 했다.
물론 기대는 하지 말라고...
“만약 늦어버렸을 때를 대비해 몸에 바를 초콜릿도...”
“필요 없어! 일단은 집에 있는 사람들을 우선적으로 만들어달라고 했으니까. 네 명 정도라면 시간에 맞출 수 있겠지. 다른 애들은 나중에 건네주거나 할 수도 있으니까.”
“그래도 평범하게 시판용 사탕 같은 것도 준비해 두는 건 어떨까요? 부담스러워 할 수도 있으니까.”
“으음.... 하긴 좀 부담스럽기도 하겠다. 돌아가는 길에 한번 찾아볼까.”
“네. 저도 도와드리겠습니다.”
“고마워. 그럼 슬슬 잘까. 우선 저 붙어 있는 이불부터 떨어뜨리고.”
“굳이 떨어뜨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있어.”
억지로 두 이불을 떨어뜨리고 불을 끈 뒤 잠자리에 들었다.
*
“미즈키...”
“아직 안 자고 있었네요?”
“응. 그러니까.... 다시 돌아가.”
“싫습니다... 믕..!”
“하아... 그건 다른 사무소의 아이돌이었잖아.”
잠자리에 들고 30분 정도 지나자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싶더니 미즈키가 다시 이불을 붙여왔다.
어쩔 수 없이 허락하자 갑자기 내 손을 잡았다.
“예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죠.”
“그랬지... 그것도 이제 꽤 옛날이네.”
“그땐 제 운명의 사람은 프로듀서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다른 사람인 거지?”
“네. 비록 그 사람이 지금 바람피고 있을 가능성도 있지만.”
“하아, 괜찮아. 그 남자 인생에 너보다 좋은 여자는 나타나지 않을 거야. 그 정도도 모를 만큼 어리석은 남자는 아닐 거 아냐.”
“네...”
“그럼 걱정할 것 없어. 만약 정말 그런 어리석은 남자였다면 오히려 네가 뻥하고 차버려.”
“그땐... 다시 받아주실 건가요?”
“몰라. 다른 남자 알아봐.”
아니 보통 바람났다고 하면 새 사랑을 찾지 옛사랑을 찾아가진 않잖아...
게다가 난 이미 좋은 사람 만나서 행복해진 사람까지 건들 맘 없다고...
“농담입니다. 프로듀서와의 운명을 떨쳐낸 것은 후회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는 새로운 사랑은 찾았고 앞으로 또 찾아다닐지도 모르지만 지금 프로듀서의 곁에 있는 분들은 제가 다른 사랑을 찾을 동안 계속 그 마음을 간직해온 분들입니다. 부디 떨쳐내지 말아주세요.”
“응. 노력할게.”
“그럼 안녕히 주무세요.”
“자기 전에 이불 끄느라 풀어헤쳐진 앞섬부터 다시 메고 자. 다 보인다.”
“읏.... 변태.”
“그래그래.”
“남친에게 이를 겁니다.”
“자폭이잖아.”
“후훗... 정말로 안녕히 주무세요.”
“잘 자. 미즈키.”
당연히 에밀리한테 하듯이 끌어안고 자는 짓 따위 하지 않는다.
그저 손만 잡고 잘 뿐이다.
+3까지 다음날 오전 중에 있을 일을 정해주세요.
“아이돌의 모습을 본 딴 공예로 하자곤 했지만 상세한 디자인을 정해두는 게 좋다고 봅니다.”
“상세한 디자인이라... 등신비 같은 거?”
“네. 그리고 입고 있는 옷 같은 것도.... 알몸은 좀 대담....”
“하아... 일단 사이즈는 시간을 생각하면 넨드로이드 같은 사이즈가 한계겠지.”
1:1은커녕 1/7 사이즈로 하기에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럴 바에야 넨드로이드 같은 크기로 SD에 데포르메 된 캐릭터로 만드는 게 나을 것이다.
“무시 당했어.... 그럼 사이즈는 그렇게 한다고 하고.... 의상이랑 포즈은 어떻게 할 건가요?”
“의상은 아이돌 시절에 입었던 옷으로 하는 게 좋겠지. 디자인 자료가 남아 있으니까. 프롤로그 루주로 하면 되려나...”
“저기 프로듀서 지금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한다는 의미로 지금 모습으로 만드는 것은 어떨까요?”
“흐음.... 괜찮네. 오히려 그렇다면 더더욱 SD로 가야겠네. 예전이면 몰라도 지금은 그 애들의 키나 쓰리사이즈 같은 건 모르니까.”
“의상은...”
“의상은 반대로 아이돌 의상으로 가자. 지금도 그 애들은 내 아이돌이니까.”
비록 데포르메 되었다곤 해도 지금의 모습으로 아이돌 의상을 입은 에밀리나 메구미, 코토하에 유리코인가.
내가 주는 선물일 텐데도 마치 내가 받는 것 같네.
*
그런 내용으로 장인에게 발주를 넣자 욕하면서도 해주겠다고 했다.
요즘엔 워낙 공장제 음식이 판을 치다 못해 이런 분야까지 넓어져 장인들이 싼 값에 어려운 오퍼도 해결해주니 좋다.
당사자는 싫겠지만.
“흐음....”
“왜 그래 미즈키.”
“저녁때면 프로듀서의 집에 가서 오랫동안 못 봤던 분들과 재회하는데 뭔가 선물을 해주고 싶습니다.”
“아 그런 거군. 그럼 한번 돌아다녀 볼까?”
“네.”
+1이 유리코
+2가 메구미
+3이 코토하
+4가 에밀리에게 줄 선물을 정해주세요.
역시 여자에게 주는 선물론 악세서리가 1순위인 건가.
“나나오 씨께 드리는 선물론 이 목걸이가 좋을 것 같습니다.... 반짝반짝.”
“실버 체인에 백합 장식인가. 응, 유리코에게 잘 어울릴 것 같네.”
유리코의 목에 그것이 걸려 있는 모습을 상상하자 매우 좋은 느낌이었다.
유리코는 기본적으로 화려한 치장 같은 거 안 하니 이런 심플한 디자인이 부담스럽지 않고 좋겠지.
“흐음... 다른 분들에게 어울릴 만한 건 보이지 않는군요. 다른 곳으로 가죠.”
목걸이만 구매해 포장해 받고 다른 가게로 갔다.
이번에 간 곳은 화장품 가게.
화장품은 선물의 정석이지.
“이게 최근 유행하고 있는 화장품 브랜드입니다.”
“아, 알고 있어. 높은 가격대나 이미지, 향기 등이 어른스러워서 10대보단 20~30대 여성들에게 인기인 브랜드잖아. 덤으로 어른으로 보이고 싶어하는 애들에게도.”
“네. 이것은 토코로 씨에게 드리려고 합니다. 비주얼 트레이너이신 만큼 스스로의 치장도 중요한 법이니까요.”
“그러네. 메구미에게 잘 어울릴 이미지야.”
정작 메구미는 거의 2달 이상 출근을 못 하고 있지만...
적당히 식으면 좀 불러줄 거라 생각했는데 그새 새 트레이너라도 고용한 건지...
“그럼 이 세트 하나 포장해주세요. 그럼 다음 장소로 가죠.”
“다른 아이들 건 안 사는 거야?”
“네. 타나카 씨나 에밀리 씨는 너무 오랫동안 보질 못 해서 이미지가 잡히질 않습니다. 화장이란 것은 그 순간 순간의 취향과 흥미를 크게 타는 법이니 함부로 선물할 수 없습니다... 상식이라고?”
“그렇군...”
사실 코토하도 에밀리도 나이에 비하면 화장을 옅게 하는 편이라 무슨 화장품을 쓰는지 나도 잘 모른다.
애초에 집 밖으로 나가는 일도 적고...
*
그 다음으로 온 곳은 옷 판매점...라기보단 그냥 츠무기네 체인점이다.
밀리언 전원 VIP니 대부분 이곳을 이용한다고...
“이게 최신 유행인 옷들입니다.”
“20년 전 유행이 다시 돌아왔으니 말이지. 그리고 유행인 거 굳이 말 안 해도 돼. 직업병이라 그런 건 민감하거든.”
“과연.... 이것은 타나카 씨를 위한 선물입니다. 타나카 씨는 맞는 옷이 적을 테니까요.”
“뭐 그렇지. 예전 옷들은 사고로 소실되었고 지금 코토하의 옷이라곤 다 해서 10벌 언저리니까.”
“여성의 옷장엔 언제나 하나 가득 옷이 차 있어야 하는 법입니다..... 입을 옷은 없지만.”
“하아..... 뭐 괜찮겠지.”
코토하가 그렇게 유행에 민감하지 않다보니 최신 유행을 잘 모르는 건 사실이다.
유행보단 언제나 입을 수 있는 옷을 고르는 편이니 메구미가 가끔 불평할 정도다.
위아래로 두 벌씩 구매해 포장하곤 이번엔 와풍 드레스가 있는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에밀리 씨께 드릴 선물론 이게 가장 떠오르는 군요. 혹시 에밀리 씨의 취향이 변했나요?”
“으음.... 그렇게 변하진 않았지. 아 그래도 화려한 옷이나 좀 대담한 옷도 좋아하게 되었어.”
“호오... 그렇다면 이것으로 하죠.”
“미니 스커트 드레스라.... 디자인을 보면 가슴도 꽤 드러나는 타입 같은데... 기모노 베이스로 가슴 드러내려면 상당히 섹시해지겠네....”
“예. 에밀리 씨가 아마 지금 29세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지금 아니면 미니 스커트나 오픈 숄더 같은 거 입을 수 없게 되어버리니 즐길 수 있을 때 즐겨두어야 합니다.”
“너 지금 미니 스커트에 오픈 숄더잖아.”
“..... 제 나이까진 괜찮습니다...”
“앞으로 4년은 OK인 건가.... 뭐 옷 자체는 좋지만 이거 가격 장난 아닌데...”
“노 프로블럼입니다.... 키릿!”
“그러시다면야 원하시는 대로.”
그렇게 미즈키의 선물 고르기가 끝났다.
*
그 후 점심 식사 후 둘이서 집으로 돌아왔을 땐 이미 저녁이 되어 있었다.
+3까지 저녁~잘 때까지 있을 일을 적어주세요.
연락받은 시호와 나오가 어디서 만났는지 모르지만 같이 왔다. 둘은 지금도 예전같이 사이좋은 모양.
다른 아이돌들과 모여 이야기를 나눈다.
그 후 미즈키와 프로듀서에게 자신이 조사한 자료를 넘긴다. 그리고 이 이상은 자신에겐 한계가 있으므로 이오리와 카오리에게 협력을 요청해달라고 한다.
오랜만의 재회로 프로듀서가 세리카의 상태를 묻지만 그녀는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는다.
그녀의 현 상태는...
1~25 심각한 위기. 피를 잇기 위해 비밀 정략혼이 진행되고 있다.
26~50 좋지 않음. 그녀의 지혜와 경험만이 대리인을 통해 하코자키를 이끌고 있다. 선배와 같은 말로.
51~75 보통. 겉으로만 죽었을 뿐 그래도 하코자키의 영애이기에 자유를 뺀 나머지들은 남아있다.
76~100 양호. 휘청였던 하코자키 가를 다시 세우는 데엔 그녀의 존재가 필수적이었다. 직접 움직일 수 있는 말은 한정적이지만 이미 아버지와 하코자키의 충신들을 통해 하코자키를 잠식한 자들에게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그럼 제가 운전할까요?”
“읏?! 미즈키?!!”
집으로 가기 전 마지막으로 가족탕에서 가볍게 쉬고 있자 수건조차 걸치지 않은 미즈키가 들어왔다.
에밀리처럼 풍만한 것도 코토하처럼 야윈 것도 아닌 얇은 몸에 아담한 가슴, 윤기 나는 피부에 탄탄한 잔근육, 깔끔히 깎은 다른 애들과 달리 수북한 푸른색 음모까지...
예전과 거의 변하지 않은 듯하면서도 확실히 성숙한 몸이었다.
“그렇게 크게 반응할 것도 아니지 않나요? 예전엔 프로듀서 앞에서 갈아입는 일도 잦았고 함께 온천에 들어간 적도 있잖아요.... 추억이네.”
“갈아입는 거야 내가 여러 현장에 왔다갔다 해야 해서 시간적 여유가 없다 보니 갈아입는 시간을 기다릴 수 없어서 그렇게 했던 거고 애초에 갈아입는 거랑 안 입은 거랑은 전혀 다르잖아. 그리고 온천은 수건 두르고 있었잖아.”
“그건 비매너입니다.”
“너랑 나 둘 뿐인데...”
뭐 상관없나.
이럴 땐 내가 ED인 게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아니었으면 이미 섰을 테니까...
“후우... 좋은 물이네요.”
“그러고 보니 너 어젯밤에 결국 탕에 안 들어갔었지.”
“네. 그리고 기왕 들어올 거면 프로듀서와 들어오고 싶었으니까요.”
“그... 그러냐. 넌 절대 남친한테 바람핀다고 하지 마라...”
“사랑을 나누고 있진 않잖아요?”
아니 이거 엄연한 바람이야....
남녀가 단둘이 알몸으로 온천욕이라니...
“그보다 다들 선물을 마음에 들어하시면 좋을 텐데...”
“걱정하지 마. 다들 좋아할 거야. 아, 맞아. 이번에 갔을 때 유리코가 아무도 없는데 십자가에 대고 뭔가 말을 해도 신경 쓰지 마. 미친 거 아니니까.”
“그건.... 신경 쓰일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만....”
“아니 그... 실은...”
미즈키에게 집에 나타난 유리코의 친구인 서큐버스를 십자가에 봉인해서 십자가를 만져야만 대화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해줬다.
그러자 미즈키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내 이마에 손을 짚었다.
“프로듀서... 너무 오래 있었던 거 같네요. 부축해 드릴 테니 나가서 쉬도록 해요.”
“아니 안타깝지만 사실이야... 이따 가서 확인해봐...”
사실 내가 생각해도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이긴 하다.
그런데 어쩌겠어.
그게 사실인데....
*
미즈키와 함께 집으로 들어오자 다들 버선발로 마중 나와 미즈키에게 안겨들거나 울음을 터뜨렸다.
그런 아이들 옆을 살며시 지나 거실로 들어오자 의외의 얼굴이 있었다.
“시호랑 나오? 언제 왔어? 온다면 미리 이야기해주지.”
“조금 전에 왔습니다. 미즈키 씨가 미리 저한테 오늘 이곳에 온다고 알려주셨거든요. 저도 여기 계신 분들은 오랫동안 못 만났으니 한번 만나러 왔습니다.”
“일은 괜찮아?”
“주말이 화이트데이잖아요. 가게에서 이벤트도 하고 손님들이 선물이나 돈을 잔뜩 챙겨오시기 때문에 그에 대한 보답으로 죽을 때까지 마셔야 하거든요. 그걸 위한 컨디션 관리로 당분간 쉬라고 했어요.”
“그거 참.... 큰일이네.”
“그런 관계로 이번 토요일 제 매상 좀 올리러 와주시겠어요? 서비스 해 드릴게요.”
“미안하지만 네 가게 한번 갈 때마다 상당히 깨져서 최대한 안 가기로 했어.”
시호한테 한번 잘못 잡히면 가볍게 10만엔이 날라간다.
안 살 수도 없는 노릇이고....
“나오는 알바 안 가?”
“오늘은 시프트 읎는데 미즈키 연락받고 놀러 왔습니더.”
“그래 뭐 기왕 온 거 자고.... 아, 방이 없네....”
츠무기가 빠지자 셋이 늘어서 방이 턱없이 부족해졌다.
정말 얼른 새 집 만들어져라....
*
다 같이 저녁을 먹으며 술판을 펼쳐 떠들던 중 갑자기 세리카에게 영상통화가 걸려왔다.
세리카에게 연락이라니 얼마만이지.
[오래간만이에요. 프로듀서 씨.]
“세리카. 응 오래간만이야. 잘 지냈어..?”
[네. 이젠 프로듀서 씨를 도와드리기 위해 움직이기 위해 제가 멋대로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여러모로 조사를 해보다가 미즈키 씨랑 프로듀서 씨가 만났단 걸 알아서 연락 드렸어요.]
“그래. 아직 날 도와주고 있었구나. 고마워.”
[아뇨. 이 정도는 하지 않으면....]
세리카랑도 한번 만나야 한다고 생각은 했지만 설마 세리카가 먼저 접근해올 줄이야.
그래도 아직 날 위해 힘 쓰고 있단 점은 고마우면서도 세리카도 힘들텐데 고생하는 게 아닌지 걱정되고 미안하기도 하다.
“저기 세리카 씨..!”
[아, 에밀리 씨. 안녕하세요. 오키나와 이후 처음인가요. 지운 자국들은 도지거나 하지 않았죠?]
“네! 그런데 제 몸은 괜찮은데.... 지도자님의 발기부전이 낫질 않아요...”
[에엣?! 아직도요?!]
“네... 약도 다 떨어져서 한번 다시 사서 계속 먹었는데도 소용이 없어서....”
[역시... 수술을...]
아니... 그걸 여기서 굳이 말해야 해?
안 나으면 안 낫는데로 살면 되는 거지 뭐...
“프로듀서 씨.... 발기부전인 건가요?”
“아직 40인데 거 큰일이구만....”
“과연 그래서...”
“응? 미즈키. 그래서라니... 프로듀서랑 무슨 일 있었어?”
“아, 아뇨. 아무것도.... 휘휘~”
“설마... 미즈키쨩.... 프로듀서랑.... 에..?”
미즈키를 뺀 7명의 눈빛이 무서워....
아니 안 선다니까 뭘 의심하고 있는 건데..!
*
그 후 10시가 되도록 걸즈 토크는 계속되었다.
아니 평균 연령 31세 이상을 걸이라고 하는 건 잘못된 거려나.
어쨌든 다들 상당히 취해 신나게 떠들고 있다.
[아, 이런. 전 이만 끊어야 할 것 같네요. 그 전에 프로듀서 씨에게 건네줄 자료가 있어요.]
세리카가 옆에 있던 컴퓨터를 조작하더니 내 컴퓨터에 대량의 데이터가 전송되었다.
이건...
[제가 오키나와 이후 프로듀서 씨의 행동을 위해 조사해본 자료에요. 솔직히 만족스러운 조사는 할 수 없었지만요.]
데이터를 열어보자 아이돌 업계의 전반적인 상황, 다른 아이돌들의 생활, 765가 돌아가는 상황, 돈이 될 만한 주식 등의 자료가 있었다.
그리고 가장 눈에 띈 것은 노리코와 사요코에 대한 정보도 있었다.
그 내용을 빠르게 훑어보자...
1~33: 앗... 미즈키의 정보랑 내용이 같아...
34~66: 노리코의 정확한 주소..!
67~99: 사요코가 있는 시설 자료..!
100: 둘 다 + 노리코의 연락처 + 사요코의 카르테까지... 하코자키 슷게~!
먼저 2표 갑니다.
반도의 수도 주변 녹지대 안에 세워진 정신병원에서 치료 중인가.
하긴 설령 말은 잘 안 통해도 사요코에 대한 무분별한 증오가 있는 일본에서 치료하는 것보단 낫겠지.
“고마워 세리카. 정말 도움이 될 것 같아. 특히 사요코가 있는 곳을 알게 된 것은 큰 수확이야. 반드시 보답할게.”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이네요. 노리코 씨에 대한 정보도 찾고 있어요. 다만 있는 곳이 하필이면 그런 곳이라...]
“사요코?! 노리코랑 사요코가 어딨는지 아는 거야?!!”
“아, 응. 그렇네. 두 사람이 이야기해 줄 수 있을까?”
“네. 제가 조사한 부분과 하코자키 씨가 조사한 부분을 합치면 많은 것을 알려드릴 수 있을 겁니다.”
[미리 말씀드리지만 유쾌한 이야기는 아니에요.]
*
두 사람은 괜히 안 좋은 이야기를 하기보단 지금 두 사람이 어디 있는지를 중심으로 이야기했다.
물론 두 사람 다 난감한 위치에 있는 것도 사실이다.
솔직히 나로는 어떻게 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니...
“해외에 있는 봉쇄지역과 정신병원.... 어느 쪽이든 만나서 모셔오기는....”
“힘들겠지. 그래도 포기할 수는 없는 거잖아.”
“그렇네. 내버려 둘 수는 없겠지.”
“놀러왔는디 엥간히 큰 소릴 들어부렀구만.”
[솔직히 말씀드리면 지금 제가 도와드릴 수 있는 건 이 정도가 한계에요. 도움이 더 필요하시다면 이오리 씨나 카오리 씨 같은 분들게 도움을 요청하는 게 좋을 거예요.]
“고마워. 저기 세리카. 너 괜찮은 거지...?”
[....]
세리카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웃었다.
그리고 적어도 그 웃음은 쓴웃음이나 그런 게 아니라 정말 괜찮다는 듯한 웃음이었다.
부디 세리카의 연기 실력이 는 게 아니길 바랄 뿐이다.
[그럼 전 정말로 이만 들어가 볼게요. 프로듀서 씨. 다음에 또 만나요.]
“응. 꼭 다시 만나자.”
그렇게 세리카는 통화를 끊었다.
집에는 뭐라 말하기 힘든 분위기가 맴돌고 있었다.
마지막에 영 좋지 않은 분위기로 이어지려는데....
“자자, 이제 그만 잘 시간이네! 얼른 오늘 밤 프로듀서랑 잘 사람을 정하고 이만 자자!”
“엣... 프로듀서 씨랑 잔다니.... 그게 무슨...”
“그저께까지 집에 있는 방은 5개인데 사람이 6명이라 한 명이 지도자님과 함께 잠자리에 들었거든요. 지금은 방은 5개인데 사람이 8명이니 한 사람이 혼자 자고 나머진 둘이 자면 되겠네요.”
“그 혼자 자는 사람을 프로듀서 씨로 하면....”
옳소!
시호 말 잘 한다!
“안돼.”
“네....”
코토하에게 졌다...
그렇게 또다시 잠자리 쟁탈전이 이루어 지려는데....
1. 어디서 굴러온 돌이 자리를 넘봐! 같이 사는 4명 중에서 선발
2. 언제나 기회가 있는 사람들이 더 하네! 뉴페이스 3명 중에서 선발해야지!
먼저 2표 갑니다.
@ 세리카... 내가 등장시켜놓고도 막상 보니 약간 캐릭터에 위화감이 들었다. 예전엔 장문으로 엄청 써냈는데... 다시 정주행해야 하나...
그나저나 다른 사람들 잊힌 거 아니죠? 떡밥 던져지고 한참 회수 안되는 사람들이 많은데 언제 등장시킬지가 참 난감하네요.
이번같이 끼어드는 게 별로 안좋지 않을까 해서 주저되기도 하고..
그렇게 놀러 온 3명이서 승부를 보았고....
1~33: 나오
34~66: 미즈키
67~99: 시호
100: 집 멤버지만 못했었던 메구미가 여기서!
먼저 2표 갑니다.
@ 안 그래도 이 미즈키 방문, 화이트데이, 코토하 데이트까지 끝내고 나면 다른 아이돌 만나러 다니는 스토리로 이끄려고 하고 있었습니다. 솔직히 미즈키처럼 지금 결혼하고 잘 살고 있는 애들은 프로듀서랑도 인생에도 별다른 문제도 없으니 그리 많은 분량이 생기진 않을 것 같지만, 미혼이거나 좀 힘들게 사는 애들은 도와주거나 하는 식으로 분량 챙길 수 있을 테고. 노리코는 거의 지난번 유리코/에밀리 구출작전 같은 분량이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애초에 이 창댓이 2천댓을 바라보는 거 자체가 이상한 상황이라고요....
“으음... 그럼 미즈키가 오늘 나랑 같이 자는 건가. 그럼 방으로 가자.”
“네.”
*
“어젯밤에 이어 연속으로 두 번째 같이 자네요.”
“심지어 이번엔 이불도 하나뿐이고 말이지.”
“프로듀서의 얼굴 엄청 가까워.... 두근두근.”
“네가 얼굴을 가까이 하고 있는 거잖아. 뭐 그것보다 오늘은 어땠어? 오랫동안 못 보던 아이들이랑 만났잖아.”
에밀리랑 코토하는 말할 것도 없고 메구미도 이 집에 온 뒤 누굴 만난다며 나가는 모습을 본 적은 없다.
평상시에도 그렇겠지.
애초에 나가는 거 자체가 고역인 아이니까.
“즐거웠습니다. 하지만 다들 많이 변해서... 타나카 씨는 요즘 세상의 이야기를 따라오시지 못하고, 토코로 씨는 좀 불안해 보이시고, 요코야마 씨는 오사카 아줌마가 되어버렸고... 그래서조금 쓸쓸하기도... 시간은 잔혹해.”
“그렇지. 떨어져 있던 시간이 점점 늘어나면서 내가 모르는 사람으로 변해버리는 건 슬프지.그래도 아예 다른 사람인 것도 아니고 시간이 좀 지나면 다들 익숙해지고 즐겁게 지내더라.”
“네. 특히 에밀리 씨는 타카야마 씨나 후쿠다 씨처럼 안 좋은 상황에서 연락도 기록도 끊겨서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괜찮아 보여서 다행이에요. 다만 조금...”
“위태로워 보이지. 특히 혼자 있을 땐 눈이 죽어있거든. 남들 앞에서 무리하게 밝게 있는 건 아닌 것 같지만 혼자 멍하니 있는 모습을 보면 걱정되는 것도 어쩔 수 없지.”
예전엔 가끔 별 생각 없이 거실로 나갔다가 소파에 앉은 채 눈은 떴지만 아무것도 안 보고 있는 에밀리를 보면 조금 섬뜩했다.
그래서 우리 집에선 언제나 TV를 틀어놓는다.
그러면 적어도 초점이 TV로 향하게 되고 때론 누군가가 에밀리 옆에 앉아 같이 보며 실없는 소리를 하기도 한다.
“그래도 평범하게 웃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프로듀서와 있는 게 많이 도움이 되는 것 같더군요.”
“그렇다면 다행인데...”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후쿠다 씨나 타카야마 씨를 구하려고 해서는 안 됩니다.”
“미즈키.”
“너무나 위험합니다. 한 분은 세상이랑 완전히 단절된 감염 구역에 생사도 모른 채 있고 다른 한 분은 이 나라에 미움받고 있습니다. 한 발짝 잘못 디디면 프로듀서도 죽습니다. 아뇨 그보다 더한 상황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나마저 포기할 수는 없잖아.”
“포기하란 뜻이 아닙니다. 그저 충분한 준비를 갖추고 든든한 지원이 받쳐줄 때 시도하란 겁니다. 지금 제대로 준비도 안 하고 돌격해봤자 무엇 하나 해낼 수 없습니다. 게다가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할 생각인가요? 언제 돌아올지.. 아니 돌아오기는 할지조차 알 수 없는 프로듀서를 그저 기다리는 삶을 살게 할 것인가요?”
“그건....”
“프로듀서. 잘만 하면 일본의 초거대재벌 두 곳과 야쿠자, 군사정치계쪽의 지원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 좋은 환경을 준비하고 일을 시작해도 늦지 않습니다.... 유비무환이라고.”
“하아... 알고 있어. 그리고 나도 당장 저지를 생각은 없어.”
그 아이들에겐 미안하지만, 당분간은 계속 버텨달라고밖에 할 말이 없다.
두 사람 다 정상적인 루트로 일본에 돌아올 수 있을지조차 의문이니....
“흐음... 프로듀서는 지금 행복하신가요?”
“갑자기 또 뜬금없네. 행복하냐라... 즐겁긴 하지만 행복하진 않으려나. 한참 부족해...”
“아뇨, 질문이 잘못되었네요. 행복이 무엇인지는 알고 있나요?”
“알고 있지. 내가 행복해지는 방법도 알고 있어. 다만 네가 아는 행복보단 조금 범위가 좁을 테지만.”
“그 행복해지는 방법을 끝까지 고집한 결과가 지금 아닌가요?”
“아니. 지금은 내가 주제 파악도 못하고 넘보지 말아야 할 선을 넘본 결과야.”
30살이나 먹고선 자기가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도 파악 못하고... 아니 그때의 난 분명 기고만장해 있었겠지.
열등감을 극복한다니 그림자에서 벗어난다니 그런 무의미한 생각으로 넘을 수 없는.... 아니 넘지 말아야 할 벽을 넘으려 했고.... 그걸 위해 가장 소중했던 것들의 시체를 발판으로 삼았으니....
“프로듀서는.... 지금 행복하지 않다고 하셨죠.”
“응.”
“에밀리 씨, 토코로 씨, 타나카 씨, 나나오 씨와 함께 사는 생활도, 거기에 요코야마 씨랑 아마미야... 아니 키타자와 씨까지 모여 놀던 시간도, 저랑 이렇게 함께 잠자리에 누워 있는 순간도 전부 행복하지 않나요?”
“엄청 즐거워. 편안하고 보고 있는 것만으로 웃음이 나와. 하지만 행복하진 않아.”
“으음.... 기준이 많이 다르네요.”
“그렇게 다른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래. 뭐 너무 신경 쓰진 마. 그래도 행복감은 부족해도 즐거우니까.”
“난적이네요..... 뭐 지금은 후쿠다 씨랑 타카야마 씨를 구하러 가지 않는단 확답을 들은 것으로 만족하겠습니다.”
“구하지 않는 게 아니라 좀 늦게 구하러 가는 거지만.”
어쨌든 그렇게 미즈키와의 두 번째 동침은 마무리 되었다.
+3까지 다음날 있을 일을 정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