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반 프로듀서
진행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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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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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밀리마스 시점에서 15년 후를 기준으로 하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밀리P로 AS의 P와는 별개인물입니다.
그냥 아이돌들의 미래의 모습을 쓰고 싶을 뿐이지 딱히 아내와의 관계회복이 목적은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미래시점의 일상물이에요.
AS 멤버들의 미래는 결정이 되어 있습니다.
밀리 멤버들의 경우 등장 앵커 혹은 이벤트로 출연하는데 주사위를 통해 어떤 인생을 살았는지 판정하게 됩니다.
다들 제가 짠 디폴트 인생은 있지만 앵커에서 지정하셔도 됩니다.
대신 인생의 굴곡은 주사위로 결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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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무기는 특히 흑역사가 많은 쪽의 아이인 만큼 상당한 숫자의 영상이 나타났지만 틀 영상은 정해져 있다.
망설임 없이 12년 전에 찍은 영상을 재생한다.
[오빠앙~]
흠칫!
또다시 침대의 이불이 들썩였다.
아무래도 이 영상이 무엇인지 아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곧 일어나겠군.
[츠무기... 너무 마셨어...]
[뿌뿌~! 츠무기 아니야! 오빠의 귀~~여운 여동생 시라이시쨩이랍니다~!]
“으아아아!!”
“우왓?!”
“당신이란 사람은 어떻게 그렇게 무신경하고 잔인한 거죠?! 제가 심한 짓을 당해서 괴로워하는데 옆에서 제 어린 시절 치부를 드러내고는 비웃다니! 당신에게 저는 고작 그 정도... 읏!”
침대에서 튀어나와 불만을 터뜨린 츠무기를 있는 힘껏 껴안아 준다.
빠져나가지 못하게 팔에 힘을 잔뜩 주고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
“미안. 무서웠지.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이... 이런다고 제가 그냥 넘어갈...흑.....줄 아시....흐윽...흑...”
결국 눈물을 흘리고 만 츠무기를 그저 안아주며 울음을 그칠 때까지 기다렸다.
+3까지 츠무기와 할 이야기, 있을 일을 정해주세요.
하소연 하는 와중에 은근히 P랑 동거하고 싶다는걸 어필하는 츠무기
1~25 밖에서 엿듣고 있다 못참고 들어온 카오리
26~50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
51~75 츠무기의 담당프로듀서
76~99 어떻게 들어왔는지 모를 기자들
100 츠무기가 걱정되서 찾아온 카오리
“최근... 점점 아이돌을 하기가 힘들어요. 이번 일도 일이지만 요즘 계속 생각하고 있어요.”
“츠무기 너...”
“제가 왜 이 일을 계속하고 있는 건지... 예전엔 당신이 있었으니까 계속했지만, 지금은 당신도 없고...”
“이제 아이돌 일에 아무것도 못 느끼는 거니?”
“그렇지는 않아요. 지금의 프로듀서 씨가 저보고 계속 아이돌을 하게 북돋아 주시고 그럴 때마다 다시 열심히 하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팬분들의 미소나 동료들의 응원, 그리고 무엇보다 당신을 실망 시킬 수 없다고. 예전부터 동기는 변하질 않았어요. 그런데...”
“이번 일로 폭발했다는 거구나.”
츠무기는 침묵으로 답했다.
잠시 입을 다물더니 옆에 놓인 그녀의 프로듀서가 두고 간 음료를 마시곤 다시 입을 열었다.
“악질인 팬은 예전부터 많이 있었죠. 사인회에서 억지를 부리거나 저질스러운 선물을 보내거나 VR에서 제 모델링을 만들어 놀거나... 그래도 이렇게까지 직접적으로 공격을 당하니 마음이 흔들리네요. 점점 제 팬이라곤 이제 저런 사람들밖에 남지 않은 걸까 싶고...”
“그렇지 않아..! 그야 좀 질이 나쁜 팬도 있지만 착한 팬들이 훨씬 많아. 그리고 이번엔 어디까지나 경비측의 실수로...”
“그렇지만 앞으로도 이런 일이 있을 수 있겠죠. 한 번 있었으니 앞으론 더 늘어날지도 모르고... 게다가 그때도 역시 당신은 절 구해주지 못하겠죠?”
“그건..!”
아니야.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야 계속 츠무기와 붙어 있을 순 없으니까.
앞으로 마주 봐야 할 아이가 40명이나 있으니까.
“차라리 저도 프로듀서처럼 연예계를 떠나면 마음이 한결 편해질까요?”
어느새 내 손 위에 츠무기의 손이 겹쳐 있다.
츠무기는 그저 말을 이었다.
“아예 업계를 떠나서 산속의 집에서 조용히 당신과 같이 여유롭게 살아가면...”
“그래도.... 에? 지금 뭐라고?”
나와 같이..?
like me?
with me?
“츠무기 방금 그 말은...”
“이렇게 말해도 알아듣지 못하다니... 당신은 역시 바보입니다.”
“아니...”
똑똑똑
“엇..?”
갑자기 문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다.
그 녀석이 돌아온 건가?
“네. 들어오세요.”
츠무기도 그렇게 생각했는지 거리낌 없이 상대를 불러들였다.
“실례합니다.”
들어온 건 분명 양복 남자들이었지만 그 녀석이 아니다.
물론 내가 아는 사람도 아니다.
“당신들은?”
“경찰입니다. 사건을 듣고 피해자분을 만나러 왔습니다.”
1~50: 외부인은 빠져주시죠.
51~100: 보호자라면 사정청취 때 같이 있겠습니까?
먼저 2표 갑니다.
뭐라 하기도 전에 경찰들에게 떠밀려 방에서 쫓겨났다.
외부인이라...
그 말을 곱씹으며 회의실로 돌아갔다.
*
회의실로 돌아가 츠무기가 조금 나아졌단 것과 경찰이 찾아온 것을 이야기했다.
범인은 물론 경비 업체와 스테이지 관계자의 책임을 물을 증거도 충분하며 내일 있을 키사라기의 버스데이 라이브에도 지장이 없을 거라고 한다.
이제 정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을지도.
카오리 씨가 말한 게 신경 쓰인다.
츠무기도 츠무기지만 아직 마주 봐야 하는 상대는 많이 남아 있다.
당장 눈앞에 있는 리오도 그중 한 사람이지만.... 오늘은 날이 아니겠지.
우선 오늘은 집으로 돌아가자.
*
집에 와서 생각을 정리하자 조금 묘한 것이 떠올랐다.
이런 사태인데 미나세 님도 세리카도 나타나지 않다니 이상하다.
보통 둘 중 한 명은 얼굴을 보였는데...
아니 이 둘도 꽤 바쁜 사람들이니 그럴 때도 있는 법이겠지.
+3까지 다음날 있을 일을 적어주세요.
P "아니, 츠무기가 여긴 왜...?"
츠무기 "저, 현 시각 부로 아이돌 활동 잠정 중단했습니다."
P "?"
츠무기 "계속되는 스케줄로 인해 심신이 지친 상태에 어제 '그 사건'도 터지고 그래서... 라이브가 끝나자마자 병원에 갔는데 의사선생님이 휴식이 필요한 것 같다고 해서요. 그래서 마음도 추스르고 요양도 할 겸 당분간 여기에 머물기로 했어요."
P "???"
1~33 취한듯이 얼굴이 시뻘건 유리꼬가 나타나 이곳은 마음대로 지내거나 하는 여관이 아니며 요양은 카나자와 산골에서 샤미센이나 뜯으며 지내는게 나을거라고 말한다
34~66 이오리가 나타나 타카기를 찾았으니 당장 따라오라고 한다.
67~99 세리카가 나타나 기자들이 자신의 죽음에 대해 파헤치고 있어 상황이 좋지 않다며 당분간은 몸을 숨겨야 겠으니 이곳에서 지내겠다고 통보한다.
100 알몸의 타카기가 다급하게 들어온다. 그 처참한 모습이 시라이시의 트라우마를 자극했는지 그대로 쓰러져 정신을 잃는다. 타카기도 굉장히 지쳤는지 P에게 무언가 말을 하려다 그의 품안으로 쓰러져 정신을 잃는다. 그 광경을 우연히 P의 집 뒷뜰을 지나가던 유리꼬가 창문밖에서 목격하고 창문에 들러붙어 안쪽을 바라보며 망상에 빠져있다가 P와 시라이시에게 차를 주기위해서 P의 방에 들어오던 에밀리에게 목격당한다. 에밀리는 이 혼란스러운 상황에도 평상심을 잃지않고 차분하게 P와 창문밖의 유리꼬에게 설명을 요구한다.
765 프로덕션에선 버스데이 라이브가 이루어진다.
참가자에는 키사라기나 아마미는 물론 765의 수많은 아이돌들이 참가한다.
물론 츠무기도.
슬슬 라이브 시작할 시간인데... 츠무기 괜찮으려나.
어떤 일이 있어도 일을 대충할 아이는 아니지만.... 아니 오히려 그래서 더 걱정이다.
차라리 어제 일을 이유로 이번만큼은 넘어갔으면 좋았을 텐데.
물론 팬덤에게 박히는 이미지는 더 좋겠지만.
“지도자님? 무슨 일 있으신가요?”
“아니... 그보다 너희는 키사라기 생일 라이브에 안 가도 돼? 너희라면 대기실에 들여보내 줄 거야.”
“네. 괜찮습니다. 치하야 씨께는 이미 연락도 드렸고 이제는 언제든 만날 수 있으니까요.”
“나도 괜찮아. 예전과는 달리 거기엔 남자도 잔뜩 있고. 괜히 가서 민폐 끼치고 싶지 않아.”
“뭐 너희가 그렇게 말한다면야....”
부디 아무 일 없이 하루가 지나길...
*
벌써 8시...
이미 라이브는 끝나고 인터넷에 감상들이 올라오고 있다.
특히 불상사를 겪고도 훌륭한 퍼포먼스를 보여준 츠무기에 대한 평가가 자주 보인다.
다행히 별일 없이 끝난 모양이다.
이걸로 당장은 안심해도 괜찮[띵동]...응?
“이 시간에 누구지?”
“나가볼까요?”
“아니 내가 나갈게. 만약을 위해 무기도 준비해 둬.”
“아, 네!”
인터폰을 확인했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조용히 문 앞으로 다가가 옆에 있던 구둣주걱을 왼손에 숨겨 쥐고 조심스레 문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프로듀서.”
“어, 츠무기..?”
왜 이 아이가 지금 여기에?
이 시간이면 아직 키사라기의 버스데이 라이브 뒷풀이 중일텐데...?
“들어가도 괜찮겠습니까?”
“어, 응... 들어와.”
츠무기가 집 안으로 들어오는데.... 캐리어?
그것도 상당한 크기의 캐리어를 끌고 들어왔다.
“저기 츠무기 그 캐리어는...”
“실은 저 지금 시간부로 아이돌 활동을 쉬기로 했습니다.”
“응?”
“끊이지 않는 스케줄에 의한 격무로 최근 몸도 마음도 건강이 좋지 않았는데 어제의 그 사건을 계기로 당분간 휴식을 취하는 게 좋겠다고 프로듀서나 모모세 씨 같은 분들도 말씀하시더군요. 그리고 후타미 씨... 크흠 닥터 후타미 씨들도 휴식을 취하라고 하셨습니다.”
“그, 그랬구나. 하긴 조금은 쉬기도 해야지. 팬들도 이해해 줄 거야.”
“네. 그래서 오늘부터 이곳에 살려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응..???”
에?
산다고?
여기서?
오늘부터?
“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 잠깐만! 난 그런 이야기 못 들었고 다른 아이들의 동의도...”
벌컥!
“어이 있...네!”
“미나세님?!”
“사장을 찾았어! 너도 따라와!”
갑자기 들이닥친 미나세님이 다짜고짜 팔을 잡아당기며 나를 끌고갔다.
사장이라니 타카기를 찾은 건가?!
아니 그 전에 츠무기!
“잠깐 미나세님 차에 꾸겨넣지 말고... 츠무기 오늘은 아무리 그래도 돌아가~!!”
그렇게 말했지만, 과연 돌아가 줄지...
아니 애초에 들리긴 한 건지 문은 굳게 닫혀있었다.
*
미나세 님의 저택에 도착해 직행으로 창고 지하의 개집으로 향했다.
그곳에 있던 건
1~33: 처참한 모습인 타카기의 주검과 그걸 관찰하는 선배
34~66: 타카기가 유리벽(매직미러) 너머에서 초췌한 모습으로 쉬고 있고 그걸 관찰하는 선배.
67~99: 타카기와 선배가 떠들고 있다.
100: ......?
먼저 2표
“ᄊᆞᄍᆞᆼ님.... 아ᄁᆞ뿌터 그에속 그 야깁ㅈ니다. 그리고 코토리를 향ㄷ한ㅋㄴ 내ㅣ 맘으ㄴ ㅇ여져ㅓ니 불탁ㄷ고 이따구요!!”
두 인간이 꽐라가 되어 떠들고 있다.
11년 만에 만나선 뭐 하는 거야.
따로 쌓인 이야기라던가 아니 그전에 사장 당신은 오토나시 씨 말고 불만 거리가 없는 거냐.
“헤에~~~?”
“윽..?!”
순간 등 뒤에서 혹한의 살기가 느껴졌다.
“아직 코토리한테 마음이 남아있었구나.”
“후에....에..엣?”
“그랬구나~~ 나로는 만족하지 못했구나~~~~”
“미.... 미나세 씨... 좀 진정을...”
“놔.”
“옙.”
엄청난 살기를 두르고 선배에게 접근하려는 걸 본능적으로 막으려고 했지만 팔을 잡는 순간 그 살기가 나에게 향해졌다.
저런 선배라도 살리려고 한 본능이 내 생존을 위해 손을 놓으라고 나에게 외쳤다.
“미안하지만 사장의 술 상대는 맡기겠어. 난 이 멍청이의 버릇을 고치고 올 테니까.”
“이... 이오리? 저기....”
“어머 술 깼어? 다행이네. 지금부터 할 일을 다시 잊어버리면 또 반복해야 했을 텐데 다행이네.”
“저기... 아니야. 내 마음 속 1순위는 언제나 이오리라고?”
“1순위? 순위를 매기고 있는 시점에서 안 된다는 걸 아직도 모르는 거야? 뭐 됐어. 지금부터 가르칠 거니까.”
“저기 나 좀 도와줘!”
선배의 처절한 외침은 가볍게 무시하고 술잔을 쥐었다.
그래.
츠무기에 대한 것도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도 술이 다 해결해 줄 거다.
여전히 꽐라인 사장과 건배를 나누고 술을 들이켰다.
+3까지 다음날 이들과 할 이야기를 적어주세요.
사장 "잠깐 어디 다녀왔다네... 그나저나 자네 시라이시 양이랑 이혼한 거 아닌가? 왜 다시 만나고 있나?"
P "예?"
사장 "시라이시 양이랑 알콩달콩 살다가 시상식 때 '그 사건' 때문에 사이가 틀어져 헤어졌다지?"
P '뭔 소리를 하는거야, 이 양반. 술을 퍼마시더니 정신줄을 놨구만.' "무슨 소리를 하시는 겁니까? 저는 6년 전에 츠무기가 아니라 유리코랑 결혼을 했는데..."
사장 "아이돌들이 자네 뒤를 노리고 있다네. 시상식 때 조심하게나."
P "아니, 사장님. 그러니까 전..."
사장 "됐네! 그리고 자네 물건은 함부로 놀리지 말고 간수 잘 하게나. 남자가 가장 소중히 다뤄야 할 물건이니까."
P '뭐야, 이 양반. 처음 입사했을 때부터 '이 양반은 이상한 놈이다' 생각하긴 했지만 오늘은 더 이상하네.'
선배가 아주 수척한 반면 미나세 님은 피부가 밴들밴들해진 게 어젯밤 쥐어 짜였단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어제 마시다 만 술잔을 기울이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뭐 우선 이것부터 물어봐야겠죠. 사장님 지금껏 어디 계셨습니까?”
“흐음 그게 말이지... 아 그보다 자네 시라이시군 하고는 이혼한 거 아니었나?”
“네..?”
“둘이서 신혼집 차리고 알콩달콩 살다가 그 시상식 때 있었던 그 사건으로 사이가 틀어져 이혼했다고 들었는데?”
나는 사장의 말을 이해하지 못해 선배와 미나세 님을 쳐다봤지만 두 사람 모두 무슨 소리냐는 표정으로 날 보고 있었다.
아니 그거야 말로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
“무슨 착각을 하고 계신 겁니까? 전 6년 전에 츠무기가 아니라 유리코랑 결혼했습니다.”
“아이돌들이 자네 뒤를 노리고 있단 말일세. 시상식 때 조심하게.”
아니 뭔 소리야.
무슨 시상식을 말하는 거야.
우리 애들이 나간 시상식이 어디 한 둘인가.
애초에 시상식 때 있었던 사건이 어쩌고 해놓고 시상식을 조심하라니 말하는 것의 시계열이 하나도 안 맞잖아.
아무래도 어제 취기가 가시지 않은 채로 마시니까 더 맛이 간 것 같네.
“이거 오늘도 제대로 된 대화를 하긴 힘들 것 같네. 이오리 미안하지만 사장 술 깨는데 도움 될 만한 것들 좀 가져와달라고 해줄래?”
“알았어.”
“사장님 너무 마셨어요. 전 츠무기랑 결혼 같은 거...”
“됐네! 그리고 자네 물건 함부로 놀리고 다니면 큰일 나. 간수 잘 하게. 남자한테 있어선 심장보다 중요하고 소중한 거야.”
“하아.... 글렀네.”
*
“그래서 내가 그 위험을 무릅쓰고 적들 사이를 정면으로 돌파해 나갔네!”
“선배는 그 나이 먹고도 쥐어짜일 기력이 남아 있다니 대단하네요. 전 불능인데.”
“그건 니가 너무 자기 몸도 안 챙기고 막 쓰면서 여자도 안지 않고 그러니까 그런 거지.”
“이런 지하에서 몸 관리가 돼요?”
“내가 특별히 짠 영양만점 식단에 완벽한 몸매관리 운동 코스로 철저하게 관리 중이니까.”
하긴 이곳에도 보면 런닝머신이나 각종 헬스 기계들에 밸런싱볼까지 집안에서 헬스한다는 느낌의 기구들은 다 모여있다.
식재료도 뻔히 최상급일 테니 건강 관리 걱정은 없겠네.
“총알세례를 뚫고 건물 밖으로 도망치자 웬 폭풍이 몰아치고 있는데..!”
“어제는 조금 놀랐어요. 선배가 여전히 오토나시 씨에게 마음이 있다니. 죽음을 위장하기 위한 도구로밖에 보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찌릿.”
“아~ 그, 글쎄~? 지금은 이오리 일편단심이니까~ 크흠 그래도 난 누구도 도구로 본 적은 없어. 너랑은 다르게.”
“그러셔.”
뭐 오토나시 씨에게 관심 없는 건 내 쪽이지.
그 사람이 폐인이 된 건 신경도 써본 적 없고.
지금 어떻게 사는지 애초에 살아는 있는지도 모르고.
“그 폭풍을 헤쳐나간 끝에 기다리고 있던 것은 무려 검과 마법의 세계...!”
“그래서 선배. 아마 경험이 풍부할 테니 물어보는 건데 어느 날 밤 갑자기 찾아와서 앞으로 내 집에서 묵겠다고 하는 아이돌은 어떻게 되돌려 보내면 되나요?”
“어? 너 경험 없어?”
“아예 없지는 않지만 우리는 애초에 사람 수가 많다 보니 서로가 거미줄처럼 견제했으니까 당신네처럼 돌아가며 신세 진다 같은 선택지는 없었지.”
“아, 쿨타임 최소 1달 이상이니.... 그렇네. 돌려보내는 방법이라.... 독은 독으로 제압한다고 하면 되려나.”
“그거 아무리 생각해도 악화될 거 같은데...”
“저기 이쯤에서 사장의 헛소리는 막는 게 좋지 않아?”
“그렇네요. 자 사장님 그 이야기는 이제 됐으니 일단 이 갈배부터 한잔 들이키시고.”
“음? 아, 고맙네.”
사장은 받아든 갈배를 쭈욱 들이켰다.
“자 그럼 우선 이것부터 물어보죠. 복귀 하실 건가요?”
“물론이네! 765는 준이치로가 자신의 인생을 걸고 세워서 나에게 물려준 소중한 회사일세. 절대로 포기하지 않아!”
“그렇군요. 그럼 우선 당신이 없던 동안 있었던 일은 알고 있나요?”
“그래. 타나카 군이 깨어났고 시라이시 군이 습격당했다지. 그리고 나를 포함해 765 내부에 있는 나와 가까운 자들의 입지도 안 좋아졌고. 걱정말게. 자네는 여태껏 고생했으니 이젠 내게 맡기게. 나도 그렇게 어리석은 인간은 아니니까.”
“뭐.... 사장뿐 아니라 선배도 있으니 알아서 잘 해결하실 거라 믿습니다만.”
“그러니 자네는 자네가 할 일에 집중하게. 이쪽은 우리에게 맡기고.”
“그러시다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걸로 이야기는 끝.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곳에서 빠져나왔다.
어차피 저 둘이면 알아서 일을 다 해결해 줄 거다.
나와는 다르게 유능한 인간들이니까.
난 지금 내 문제를 해결하는데 집중하도록 하자.
+3까지 집으로 돌아가서 있을 일을 정해주세요.
한창 저녁식사 중인 P와 메구미, 에밀리, 츠무기. 대문 바깥에서 노크 소리가 들린다. 대문을 여니 코토하가 여행가방 여러 개를 손에 쥔 채 문 앞에 서있다. 그 동안 쓰던 휠체어는 사라지고 다리에 보행보조기구로 외골격 로봇을 차고 있다.
P "코토하, 너 아직 재활 중인 거 아니었어?"
코토하 "퇴원했어요. 병원에서 퇴원해도 된다고 해서요. 병원에서도 '이렇게 재활 진행 속도가 빠를리가 없는데'라면서 놀라더라고요."
P "아니, 보통은 병원에서 재활 중인 환자를 이렇게 빨리 퇴원시켜줄 리가 없는데."
코토하 "저 엄청 노력했어요. 다시 프로듀서 곁에 두 발로 설 수 있기를 꿈꾸면서요."
P "퇴원은 그렇다 치고 그 다리로 일상생활은 가능해? 걷거나 뛰는건?"
코토하 "제 다리에 외골격 로봇 보이시죠? 퇴원 선물로 이오리쨩이 보내준 건데 이걸 착용하면 일상생활에는 문제가 없대요. 걷는 건 물론이고 계단 오르는 거랑 뛰는 것도 가능해요.
코토하 "그러니, 저, 이제 다시 프로듀서 곁에 있을 수 있게 됐어요! 저번에 프로듀서가 제가 퇴원하면 남은 인생은 프로듀서가 책임져주시겠다고 한 거 아직 기억하고 있고요. 그래서 이 곳으로 온 건데..."
병원에 입원하고 있었을 때도 보호자는 내 명의로 되어있었고 코토하를 다른 가족이나 친척은 없으니 코토하를 돌봐줄 사람은 나 밖에 없긴 한데... 이렇게 빨리는 좀...
코토하 "안... 되나요...?"
그리서 뒤에서 보이는 앞치마를 한 츠무츠무.
코토하: 아.. 그렇군요.. 사람이 많으면 사람을 없애야..
뭐라고?
코토하: 아 아닙니다.
“아 어서 오세요!”
집으로 돌아가자 늘 그렇듯 에밀리랑 메구미랑... 츠무기가 마중을 나왔다.
셋 다 앞치마를 두르고 집안에 좋은 냄새가 나는 걸 보니 저녁 식사 준비 중이었나 보다.
“츠무기 결국 안 갔구나.”
“네.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앞으로 이곳에서 살기로 했다고.”
“츠무기 이미 빈방에 짐까지 풀어버렸어. 인터넷에 보니까 츠무기의 휴식 이야기로 떠들썩하던데?”
“그래... 하아, 다른 사람들에겐 이야기했어?”
“아뇨. 잠시 다른 곳에서 쉬겠다고만 이야기했습니다.”
“적어도 네 프로듀서에게만큼은 이야기해둬. 만약을 위해.”
“그렇다면...”
“그래. 마음대로 해라.”
괜찮으려나 모르겠네.
에밀리나 메구미는 그렇다 쳐도 츠무기는 현역 오버 랭크 인기 아이돌.
남들 눈에 띄기도 쉬운데다 들키면 아주 귀찮은 일이 되어 버리는데...
그나저나 이렇게 하나 둘 사람이 모여서 언젠가 전원이 한 집에 살게 되는....
뭐 그런 일은 없겠지.
*
라고 아까 플래그 세운 나를 때리고 싶다.
“안녕하세요, 프로듀서.”
“코토하... 너 어째서...”
넷이서 저녁 식사를 하던 중 초인종이 울려 나가보자 코토하가 캐리어 몇 개를 들고 서 있었다.
휠체어가 아닌 두 다리... 정확히는 보행보조형 다리 외골격 로봇으로 지탱하고 있다.
“그거를 차고 있다는 건 아직 걸을 수 있을 정도로 재활이 된 건 아니란 뜻이잖아. 그런데 어떻게 이곳에...”
“아니요. 반대에요. 이걸 차면 평범하게 다닐 수 있을 정도로 재활이 된 거죠. 의사 선생님도 리사 씨도 놀라시더라고요. 아무리 안 움직인 게 한 달밖에 안 됐다곤 해도 이렇게 빨리 재활할 줄은 몰랐다고.”
“아니 그래도 완전히 나을 때까진 퇴원시켜주지 않을 텐데.”
“저 엄청나게 열심히 노력했어요. 다시 프로듀서 옆에 나란히 서고 싶어서..!”
아니 그게 노력으로 사흘 만에 다리가 움직일 리가....
그렇지만 의사가 보내줬다고 하니...
“그 다리로 어디까지 움직일 수 있어? 생활은 가능해?”
“걷는 데는 지장 없어요. 조금 느리긴 해도 뛰거나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도 가능은 해요.”
세상 정말 좋아졌네...
“그래서 저 이제 다시 프로듀서 곁에 서 있을 수 있게 됐어요! 저번에 제가 퇴원하면 남은 인생 책임져주신다고 하신 거 잊지 않으셨죠? 저 그 말만 믿고 여기까지 온 건데..!”
그... 그런 식으로 말하면 마치 내가 뭐라도 저지른 것 같잖아...
아니 저지른 건 맞나....
그야 뭐 코토하의 보호자 명의는 나로 되어 있고 코토하에게 가족이나 친척은 없으니 내가 돌보는 게 맞고 그럴 생각이었지만 설마 이렇게 빠르다니...
“저기... 안 되는 건가요?”
“아... 그게...”
집에 방이.... 없네.
5개의 방 중에 하나는 창고로 쓰고 있고 2층의 방 두 개는 메구미랑 새로 온 츠무기가 들어갔고...
창고 방을 비운다고 해도 오늘 안에는...
“저기 프로듀서. 무슨 일 있나요?”
그때 뒤에서 츠무기가 앞치마 차림으로 나타났다.
내가 너무 오래 현관에 서 있는 바람에 신경 쓰였던 거겠지.
“츠무기쨩..? 그래... 사람이 너무 많았던 거구나... 그럼 사람을 줄이면... 내가...”
“코토하... 뭐라고?”
“아, 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
“하아... 일단 들어와. 다른 애들에게도 말해야지.”
*
코토하가 들어온 것까지는 뭐 좋다.
카오리 씨가 한 말이 걸리긴 해도 차라리 이렇게 작정하고 기회가 생기는 건 좋은 거겠지.
아예 40명 다 같이 살면 좋겠다.
유부녀인 애들도 있지만....
그보다 문제는 지금 집에 방이 없다는 것이다.
코토하의 다리를 생각해도 2층을 쓰라고 할 수도 없고 2층은 이미 만원이다.
결국 1층에 있는 창고 방을 비워야 하는데 지금부터 시작해도 밤새 해야 한다.
게다가 그 방엔 침대며 옷장이며 아무것도 없으니...
“그래서 아예 집을 늘릴까 생각 중이야.”
“늘리다니... 증축하겠다는 말씀이신가요?”
“그렇지. 창고 방을 정리해서 코토하까지 수용한다고 해도 이제 또 어떤 손님이 올지 모르는 일이니까. 같이 사는 사람이 느는 건 비교적 찬성이기도 하고. 아니면 좀 더 오지로 가되 정말 큰 대가족용 집을 구하는 것도 방법이고.”
“여기도 꽤나 오지라고 생각합니다만....”
“그건 그렇지. 아니면 아예 다세대 주택 하나를 통째로 구하거나. 뭐 어쨌든 그건 지금 당장 급한 건 아니고 우선 오늘 밤이 문제야. 이 집에 사용 가능한 방은 4개. 사람은 5명. 그런 이유로 난 오늘은 누가 코토하를 방에서 재웠...”
‘그래... 사람이 너무 많았던 거구나... 그럼 사람을 줄이면... 내가...’
순간 아까 코토하가 중얼거린 말이 떠올라 차마 누가 재우라곤 못 하겠다.
“아~ 내가 소파에서 잘 테니 코토하는 내 방에서 자도록 해.”
“엣?! 안 돼요! 그렇게까지 하는 건 죄송해요!”
“말없이 불쑥 찾아온 부분부터 죄송해야 한다고 봐.”
“그래도...”
“그렇다고? 코토하라면 내 방에서 같이 잘 테니까.”
“메구미...”
코토하를 맡긴다는 선택지로는 메구미 만한 사람도 없겠지만....
조금 불안한데....
“그렇다면 저희 중 한 명이 지도자님과 함께 자면 되지 않나요?”
~찬성!~
만장일치로 그렇게 하게 되었다.
왜일까.
나에겐 반대할 권리조차 없었다.
그렇게 나와 같이 자게 된 사람은...
1~25: 코토하
26~50: 츠무기
51~75: 에밀리
76~100: 메구미
먼저 2표 갑니다.
예전에도 비슷한 일 있었을 때 에밀리였는데 이번에도 에밀리네.
뭐 차라리 에밀리가 제일 마음 편하긴 하지.
그리고 1층 방이라 코토하가 오르내리느라 불편할 일도 없을 테고.
"그럼 코토하는 에밀리의 방에서 자고 에밀리는 씻고 내 방으로 와."
"아, ㄴ..네!"
"뭔가 지금 그 말투 조금 묘한 느낌이었는데..."
"응? 메구미 뭐라고 했어?"
"으응. 아무 것도."
흐음?
+3까지 에밀리와 자기 전에 할 이야기 등을 적어주세요. 다른 애들 난입은 안 됩니다.
에밀리: 씻고 왔습니다 지도자님. 이런 거 원하신거죠?
프로듀서: 아니 그런 의미로 말한게 아니고
에밀리: 그럼 부끄럽지만...
프로듀서: 아니아니아니!
에밀리가 타워를 떨어트리자 보이는 에밀리. 옷을 다 입고있다.
에밀리: 장난입니다 지도자님
“씻고 왔습니다.”
“어... 응. 근데 왜 타월 하나만....”
“아까 전에 씻고 방으로 오라는 그 말씀... 저는 기뻐요. 여태껏 한 번도 지도자님께서 먼저 침소로 불러주신 적도 없고 불능이라는 이유로 피하기만 하셨는데 먼저 불러주셔서...”
“아니 그런 의미가 아니었는데...”
“부족한 몸입니다만....”
툭 하고 타월이 떨어졌다.
타월이 사라지고 태어났을 때 그대로인 에밀리의 모습이.... 아니네?
“후훗 장난이었답니다.”
“정말이지... 놀라게 하고 있어...”
근데 캐미솔과 핫팬츠인데 속옷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만....
“평소에 입는 소복은?”
“세탁했는데 날이 흐려서 아직 안 말랐기에 어쩔 수 없이 이것을 입었습니다.”
“춥지 않아?”
“괜찮습니다.”
“그래도... 자, 얼른 들어와.”
“네. 실례하겠습니다.”
에밀리는 이불 속에 들어와 자연스레 내 품 안에 안겨왔다.
뭐 둘이서 잘 때마다 이런 느낌이었으니 당연한가.
“후우... 이 집에 이렇게 사람이 늘어나니 마치 합숙하는 것 같았어요.”
“합숙이라... 예전엔 꽤 했었지.”
“네. 전국 순례길을 마치고 다들 한숨 돌리던 시기에 아카네 씨께서 해이해졌다며 강화 합숙을 추진하셨죠. 텐구 카루타는 특히 즐거웠어요.”
“오리지널 카드 제작도 나무에 카드 매다는 것도 너희가 날리거나 못 잡은 카드 회수한 것도 전부 나였지만 말이지.”
“그러셨습니까? 말씀하셨다면 도와드렸을 텐데.”
“뭘 그런 잡일도 내 역할이니까. 너희가 즐거워하는 모습을 본 것만으로 충분했어.”
마지막에 다 같이 한 불꽃놀이 때 찍은 소중한 사진들은 아직 잘 보관하고 있다.
아마 인쇄판은 슬슬 색이 바래기 시작했을 테니 새로 인쇄해야겠지.
“그때는 이런 다사다난한 삶은 생각도 하지 못했었는데. 팔려가고 쫓겨다니던 것도 그렇지만 메구미 씨랑 지도자님이랑 같은 집에 살며 여행도 가고 이렇게 침소를 함께하기도 하게 될 줄은 꿈에도... 아니 꿈으로 바란 적은 있었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러게. 나도 이런 생활은 상상도 못 했어. 15살 정도부터 집은 그저 잠을 자는 장소일 뿐이고 늘 일만 했으니까. 이렇게 집에서 쭉 시간을 보낸다는 건 상상도 못 했어. 그것도 너희와 함께 살면서라니...”
“전 지금 삶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도자님은 그렇지 않으신 거죠?”
“......”
“괜찮습니다. 그건 절대로 잘못되지 않았습니다. 더 나은 삶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훌륭한 것입니다. 저도 미력하나마 최대한 돕겠습니다.”
“고마워.”
에밀리를 조금 더 가까이 끌어안으며 쓰다듬어주었다.
아직 갈 길이 멀긴 해도 조금씩 나아가면 분명 가능할 거다.
우선은 츠무기와 코토하... 카오리 씨도?
가장 좋은 방법은 나를 향한 연정을 없애는 거지만 아마 가장 어렵기도 하겠지.
특히 코토하는...
“지도자님. 만약 지도자님이 그저 한 명의 일반인으로서 저희 중 한 명과 결혼하신다면 누구를 고르실 건가요?”
“으응..? 결혼? 으음.... 아마 누구를 골라도 최고이지만 또 누구를 골라도 후회하지 않을까?”
“그게 무슨..?”
“너희 모두 각자 색다른 매력이 있으니까. 어느 한 사람을 택하더라도 다른 사람의 매력이 눈에 들어오면서 아쉬움이 느껴질 때가 있겠지. 뭐 이건 좀 쓰레기 같긴 하지만.”
“으....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닙니다. 진지하게 대답해주세요.”
난 꽤 진지하게 대답한 건데....
에밀리의 이런 헌신적인 면도 훌륭한 매력이지만 때로는 츠무기처럼 바보 같은 모습이나 코토하의 진지한 면, 메구미의 조금 불안불안하지만 앞으로 향하는 모습도 훌륭한 매력이니까.
“저를 골라달라고 하진 않습니다. 저는 다른 분들에 비하면 부족한 면도 많고 매력적이지도 않고... 무엇보다 아이를 만들지도 못하는 몸이 될 만큼 셀 수 없이 많은 남성에게 범해지고 그보다 훨씬 많은 남성에게 시간 당한 더러운 몸이니까...”
“바보 같은 소리. 네가 매력 없다니 그럼 이 세상 여자의 90%는 폭탄 덩어리겠네. 그리고 내가 네 몸을 더럽다고 생각할 거라 생각해? 너처럼 깨끗하고 청렴한 아이가 어딨다고. 오히려 지금 이 집에 있는 사람 중에서 최고의 신붓감에 가장 가까운 사람은 아마 너라고 생각하는데?”
“ㄴ....네네네... 네?! 그그그그그 그 말씀은..!”
“만약 내가 그냥 일반인이었다면 당장 초인기 아이돌인 츠무기는 부담스럽고 남성공포증인 메구미나 여러모로 기억이나 의료적 부분에 문제가 있는 코토하는 일반인의 신분으론 감당하기 어려울 테니 그런 면에선 네가 가장 좋을지도 모르겠다.”
“하우.....”
부끄러운지 에밀리는 이불로 얼굴을 가려버렸다.
에밀리를 끌어안는 팔에 조금 더 힘을 주었다.
이 아이의 콤플렉스가 조금이나마 나아졌다면 좋을 텐데.
+3까지 다음날 있을 일을 정해주세요. 시간대는 2월 27일 금요일입니다. 연재 1년 다가오니 작중 시간도 1년 좀 못 돌았네요.
코토하 "그나저나, 제 몸... 처음 보시죠? 16년 만에 처음 보는 담당 아이돌의 몸, 소감은 어떠신가요?"
P "크, 크흠...! 코토하, 지금은 씻는 거에만 집중하고 이 주제는 나중에 얘기하면 안될까?"
코토하 "프로듀서가 제 질문을 회피하려고 하셔도 프로듀서 아랫도리는 그렇지 않은 거 같은데요?"
순간 자신의 아랫도리를 쳐다보는 P. P의 의지와 달리 P의 아랫도리가 불룩 솟아올라있다. 그 모습을 본 코토하랑 P, 둘 다 얼굴이 빨개진다.
코토하 "이렇게 서로 부끄러워하는 것도 오랜만이네요. 그죠, '오빠'?"
답답해....
더워....
에밀리랑 붙어 자서 그런가...?
일어나야겠다.
“으응.... 응?”
누군가가 내 오른팔을 베고 자고 있다.
그런데 내 왼팔을 누군가가 베고 있다.
그리고 내 몸 위에도 누군가가 두 명이 올라와 있다.
눈을 떠 오른쪽을 보자 에밀리가 곤히 자고 있다.
몸을 보자 츠무기와 코토하가 조금이라도 더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내 몸 위에 겹쳐 누워서 서로를 밀어내고 있다.
왼팔을 보다 메구미가 내 얼굴을 응시하고 있다.
“아, 프로듀서. 일어났어?”
“저기 이게 무슨 상황이야?”
“안녕히 주무셨어요.”
“좋은 아침입니다.”
“아, 응. 안녕. 그래서 무슨 상황이야?”
메구미의 인사에 당장 떠오른 의문을 내뱉었지만 돌아온 건 코토하와 츠무기의 인사였다.
에밀리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것 같다.
“아침이 됐는데 웬일로 에밀리가 아침 준비를 하지 않고 있어서 한번 들어와 봤더니 두 사람이 서로를 꼬옥 껴안고 너무 곤히 자고 있더라고. 그래서 그냥 두려고 했는데 코토하랑 츠무기가...”
“뭐야. 메구미도 같이 들어왔잖아.”
“그래요. 혼자만 착한 척하는 것은 치사합니다.”
“그래... 근데 이만 비켜주지 않을래? 숨 쉬기도 힘들고 팔도 아파서 슬슬 일어나고 싶은데.”
“조금만 더 부탁드릴게요.”
결국, 내가 침대에서 일어날 수 있었던 건 그로부터 30분이 더 지나서였다.
*
그렇게 침대 위에서 빠져 나와 식사를 마친 나는 지금....
“그럼 부축 좀 부탁드릴게요.”
“그건 도와주지만 너무 달라붙지는 말아줘...”
코토하와 서로 알몸으로 욕실에 들어왔다.
보조기구가 기계이다 보니 목욕할 때는 그걸 사용할 수 없어서 도움이 필요한 바람에 어젯밤에 씻지 못했다는 코토하가 억지로 나를 목욕 도우미로서 지정했다.
스페인에서처럼 자기들이 하겠다고 유리코와 메구미의 반발이 있긴 했지만 코토하가 억지로 밀어붙였다.
물론 오전인 만큼 샤워만 하고 나올 거다.
옷을 벗고 다리의 기구를 풀며 바로 나에게 몸을 맡겨와 그녀의 부드러운 살이 내 피부에 닿고 있다.
“우선 탕에 들어가자. 부축해줄게.”
“아, 네. 영차...”
코토하의 몸을 부축해 목욕통에 들어가게 하고 통에 앉혔다.
코토하... 정말 가볍다.
40키로도 안 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가벼웠다.
“그러고 보니 프로듀서. 제 알몸... 처음 보시죠? 16년 만에 처음 보는 담당 아이돌의 몸은 어떤가요?”
“그렇네. 살 좀 찌워야 할 것 같아. 근육도. 너무 가벼워.”
“우우... 그런 게 아닌데.... 그렇지만 확실히 지금의 제 몸은 그다지 매력적이진 않죠. 1달 전에 깨어났을 땐 그래도 몸이 좀 야위긴 했어도 큰 문제는 없었는데 지금은 나와야 할 곳은 들어가고 들어가야 하는 곳은 나오고 살은 처져서 흔들리고 아래쪽 털도 정리가 안 됐고... 싫어.... 이런 모습이 프로듀서에게 처음 보여주는 모습이라니.... 환멸하셨겠죠.죄송해요.프로듀서의아이돌로서몸매유지는기본중의기본인데이런한심한모습을보여드려서앞으론하루한끼만먹고매일최소두시간이상은운동하면서몸매복구할테니까제발부탁드려요절버리지말아주세요프로듀서한테버려지면전살의미가없...”
“코토하. 진정해. 네 몸은 지금도 예뻐.”
오랜 시간 햇빛에 노출되지 않아 막 쌓인 눈밭처럼 새하얀 피부에 스페인 여행 때 드러내고 다닌 얼굴에서 가슴골까지가 조금 색이 진한 것, 하얀 피부 위 비록 조금 작아졌어도 봉긋 솟은 가슴에 사랑스러운 핑크빛 중심이나 귀여운 배꼽, 그녀의 고지식한 성격을 나타내듯 절도있게 난 아래의 털과 그 밑의 둔덕 등이 강조되며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조금 나와 허리에서 조금 접힌 배와 옆구리 살은 오히려 귀엽게 보인다.
다만 내 눈에는 앙상히 드러난 갈비뼈나 팔다리에 근육이 전혀 없는 것이 더 들어와 걱정스러울 따름이다.
“하지만 이런 몸으론 외국인인 에밀리쨩이나 현역 아이돌인 츠무기쨩, 원래부터 몸매가 765 탑 클래스던 메구미에게 이길 수 없어...”
“내가 너희들을 몸매로 차별하거나 그런 짓을 할 리가 없잖아. 중요한 건 너희지 너희의 몸이 아니야. 아이돌 활동을 한다면 몸매 관리가 필요하겠지만 그런 게 아니라면 어떤 모습이든 중요하지 않아. 오히려 코토하는 앞으로 맛있는 거 많이 먹고 좀 더 살을 찌웠으면 좋겠어. 지금은 너무 야위었어. 운동은 다리가 다 나은 뒤에 시작하면 돼.”
“그치만..... 꺄앗?!”
여전히 어두운 표정을 하고 있는 코토하에게 샤워기로 찬물을 뿌리자 아이돌로서 백점만점의 비명을 지르곤 너무하다는 눈빛으로 날 치켜본다.
그 모습이 귀여워 한 번 더 찬물을 뿌려주고 온도를 맞춰서 샤워기를 위에 걸고 각도를 조정해 코토하에게 물이 뿌려지게 맞췄다.
바닥이 물바다가 되긴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코토하가 따스한 물을 맞으며 내 몸에 달라붙어 몸을 지탱했다.
“저기 코토하? 난 등받이가 아닌데...”
“다리에 힘이 안 들어가서 균형을 잡기 어렵단 말이에요.”
“으응....”
“머리 감을 테니 제대로 받쳐주세요.”
“알았어.”
물을 잠그고 욕실 바닥에 무릎 꿇어 손으로 그녀의 몸을 단단히 붙잡았다.
코토하는 머리가 긴 만큼 머리를 감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 후 알아서 자기 몸을 씻었다.
다행히도 씻겨 달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아마 지금의 몸, 특히 뱃살 등을 내게 만지게 하기 싫은 거겠지.
“프로듀서.”
“응?”
“역시 제 몸엔 매력이 없나요?”
“갑자기 또 왜 그래. 그렇지 않다니까.”
“그렇지만... 전혀 반응이 없으시잖아요. 그건 제게 흥분하고 있지 않다는 뜻이잖아요.”
“아니. 말 안 했던가? 내가 발기부전이라 안 서는 거뿐이야. 네 몸은 정말 매력적이고... 그 흥분된다고 생각해.”
“으읏..?! 그... 그런가요....”
“부끄러워할 거면 그런 말 하지 말라고...”
그나저나 벌써 석 달이나 약을 먹는데도 훌륭할 정도로 반응을 안 하는구나.
그만 포기해야 할 때인지도 모르겠네.
*
코토하의 샤워도 끝내고 이제 코토하의 방을 만들기 위해 창고 방을 비우기로 했다.
안에 있는 장식물 등은 전부 집안에 장식하고 CD나 잡지 등은 책장에 꽂고 하다보면 어떻게든 되겠지.
그리고 어차피 침대나 옷장이나 그런 것도 사야 하니까 장식장도 추가로 구매하면 된다.
아직 당장은 절약하며 살 필요는 없고 정 돈이 필요해지면... 뭐 막노동이라도 해야지.
더 이상 늙기 전에...
“좋아. 그럼 시작해 볼...”
띵동~
오늘은 또 누구지?
밖을 보자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바로 문을 열자...
“안녕, 오빠.”
“안녕, 프로듀서 씨 놀러왔어!”
“모모코랑 이쿠. 오랜만이네. 응 일단 들어와.”
“네~ 어? 뭔가 신발이 많네.”
“응... 그렇게 됐어.”
*
“흐응... 그래서 츠무기 씨랑 코토하 씨가 오빠 집에서 살고 있구나.”
“좋겠다~ 나도 프로듀서 씨 집에서 살고 싶어! 아, 일단 주말 내내 여기서 잘 생각이니까!”
정말 집을 늘리긴 해야겠네....
빚을 진다고 해도 돈이...
좋아.
이제 다시 일하자.
아예 961 프로에 데려가 달라고 할까.
시이카에게 선배 위치를 팔아넘기면 임원직 줄 거 같은데.
아니 그보다 일단 눈앞의 일을 처리하자.
“실은 지금 창고 방의 짐을 모조리 빼고 사람 살 방으로 하려고 하던 참이었는데 혹시 도와줄 수 있어? 안 도와줘도 괜찮아. 손님에게 그런 일을 시킬 순 없는 노릇이니까.”
“난 괜찮아. 그 창고 방에 있는 거 전부 우리들에 관련된 상품이나 그런 거잖아? 앨범 보는 것 같아서 즐거울 것 같아!”
“모모코도 도울게. 오빠가 이상한 거 갖고 있지 않은지 검사해야 하고.”
으음....
이상한 거라...
미리 치워놔야 할 게 좀 있긴 하겠네.
+3까지 창고 방 정리하며 있을 일을 적어주세요.
@ 에밀리, 메구미, 츠무기, 코토하, 이쿠, 모모코까지... 사람이 많다... 개인별 분량 조절 어쩌지...
하필이면 나를 만나서 그 끝이 이렇게 되어버리다니. 하지만 내가 아닌 프로듀서가 그녀들을 프로듀싱하는 것은 상상도 하기 싫다.
아아, 이 얼마나 추악한 독선인가.
"... 프로듀서."
"아니야. 우리들은 프로듀서와 함께해서 행복했어. 프로듀서가 있었기에 행복했던 거야."
"그리고, 틀림없이 행복해질 수 있어. 모두가 함께라면..."
"어리고 아무것도 몰랐던 15년 전의 저희가, 100만명과 함께하는 라이브를 했듯이"
"다시 한번, 우리 모두가 모인다면, 행복을 찾아낼 수 있을 거에요."
그래,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런 불확실한 것에 몸을 던지며 상처받는 너희들을 더는 보고 싶지 않아.
하지만 너희는 행복해지고 싶어서 그렇게 나아가려 하지.
그럼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프로듀서로서, 아이돌이 상처받지 못하게 막아야 한다.
프로듀서로서, 아이돌들이 행복해지기 위해 나아가는 걸 도와줘야 한다.
아니라면...
@ 정말 오랜만입니다! 여태 너무 바빴어요... 그래도 시간을 내서라도 다시 참여할게요! 이 창댓 영원히 잘 부탁드립니다 작가님!
1~33 창고 구석 앨범의 산 뒤에 숨겨져있던 일인용텐트와 빈 술병들. 그리고 술에 취해 자고있는 유리코
34~66 상자들 밑에 숨겨져있던 지하로 향하는 문
67~99 부적으로 봉인되어있는 굉장히 불길해보이는 상자
100 갑작스런 지진으로 갈라진 벽틈으로 보이는 두구의 백골. 다 삭아있어 알아보기 힘들었지만 그들이 입고있는 옷은 P와 츠무기의 옷이었다.
우선 책이나 CD, 블루레이 등과 기타 장식물로 나누고 이후 집안 어딘가에 장식한다.
장식할 자리가 부족한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어딘가에 쌓아놓는 식으로 타협해야겠지.
그렇게 창고 방에 가득 찬 물건들을 정리하는데....
“아, 이건 제가 썼던 응원 구슬 장식이잖아요?!”
“아, 아이돌 운동회 때의 그거! 그립네~ 미라이랑 카나쨩이랑 같이 줄넘기하고 했었는데.”
“앗 모모코의 첫 번째 발판! 오빠한테 받은 새 발판으로 옮기고 오빠한테 맡겼던 거 아직까지 보관하고 있었구나.”
“지금 쓰는 건 몇 번째야?”
“7번째. 전부 오빠가 준 거야.”
“이거... 내가 운동회 때 프로듀서 씨한테 줬던 특별 일등상... 후훗.... 오늘 하루 누구보다 열심히 응원이라니... 그날 하루만이 아니었을 텐데.... 좋아. 오늘 하루를 언제나로 고치자.”
“이쿠, 미안하지만 그건 하지 말아줘.”
다들 튀어나오는 자기 추억이 담긴 물건으로 추억 이야기를 꽃피우기 바쁘다.
당연하지만 여기 있는 물건들은 모두 그녀들의 추억이 담긴 것들이니까.
“아, 이거 내가 선물한 푸른 초승달 장식의 팔찌... 정말, 팔찌는 창고가 아니라 손목에 장식해야지.”
“헤에, 별자리 공연 때? 그러고 보니 여기 블루문 하모니 팀은 메구미 씨뿐이네.”
“이 참치 머리... 설마 유리코쨩이 잡은 그 참치의 머리를 박제한 건가요?!”
“츄바카브라도 있어요?!”
“붕대는 뭐지..? 후우카 씨랑 관련이 있는 건가? 근데 다 풀어져 있어.”
“할로윈 의상...이란 상자에 담겨 있는데? 아..! 그 의상인가!”
“붕대만 두른 후우카씨 대단했지. 설마 정말로 그 안에 아무것도 입지 않았을 줄은...”
“뭐 입으려 해도 못 했겠지. 기껏해야 니플리스 정도였을 거야.”
“타마키쨩이 만들었던 코붕의 집도 있어!”
“코붕이라... 오랜만에 듣는 이름이네.”
“아카네씨 인형이 대량으로..! 브라질 전통춤 의상을 입은 대형 인형도 있어요!”
“웃는 아카네, 귀엽게 웃는 아카네, 짱 귀엽게 웃는 아카네, 메이드 아카네, 프리티 냥냥... 대단하네...”
“이건 거품기..?”
“미야의 발렌타인 선물이야. 그거랑 믹스를 주더니 같이 만들어 먹자고 하더라. 인생 최고로 인상적인 선물이었어.”
다들 발굴해낸 물건들로 이야기하기 바빠 정리는 뒷전이 되었고 결국 나 혼자 정리하게 되었다.
뭐 이렇게 될 거라 알고 있었지만.
“응..? 이건...”
정리하던 중 아주 오래된... 아마 여기서 가장 오래된 사진이 나왔다.
밀리언 라이브 프로젝트를 정식으로 시작한 날 찍은 단체 사진.
그저 시작했다고 말만 하고 실제론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았던 때의 사진.
문자 그대로 새하얀 도화지... 혹은 아무것도 못 칠하게 까맣게 물들인 도화지.
웃고 있든, 긴장하고 있든, 무표정하든 다들 무한히 펼쳐질 빛나는 미래를 기대하던 시절.
그런데 하필이면 펜을 잡은 게 나였기 때문에 다 망쳐져 버렸지.
만약 다른 사람이 프로듀서였다면 다들 조금은 더 나은 삶을 살았을 텐데.
아예 처음부터 만나지 않았다면 내가 이 아이들에게 집착하지 않았을 텐데.
그런 생각을 하던 차에 무심코 힘을 주어 사진 구석이 조금 구겨져 버렸고 나 때문에 몇몇 아이돌의 얼굴에 그림자가 씌워졌다.
“아니야, 프로듀서. 우리는 프로듀서와 있어서.... 프로듀서가 있어서 행복했던 거야.”
“메구미...”
내 생각이라도 읽은 건지 메구미가 내 등 뒤로 안겨서 사진을 매만지며 말했다.
하지만 내가 아닌 프로듀서였어도 그 프로듀서가 있는 것으로 지금보다 더 행복했을 것도 안다.
“그 시절 저희는 아무것도 모르고 미숙했어요. 그렇지만 그런 저희가 100만명이나 되는 분들과 함께 공연할 수 있었던 것은 다름아닌 지도자님과 또 저희 모두의 힘을 합친 덕분이에요. 그러니 분명 이번에도 저희 모두가 힘을 합치면 새로운 행복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
그것도 물론 알고 있다.
이 아이들이라면 분명 해낼 것이다.
그렇지만 그 과정에서 과거에 겪었던 것 이상의 상처를 입게 되겠지.
과거의 그녀들이 입은 상처와 지금의 상처는 전혀 다르다.
그녀들의 상처엔 세월이 쌓이고 무게가 생겼다.
그것도 털고 일어날 수 있는 게 아닌 짊어져야 할 상처들이...
알고 있지 않은가.
그녀들을 상처 입힌 것도 나.
상처를 짊어지게 하는 것도 나.
상처에 족쇄를 채워 못 빠져나가게 하는 것도 나다.
그녀들을 행복하게 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내가 그녀들에게 폭언과 폭력을 퍼붓고 그녀들에게 미움받고 그녀들과 아무 관련도 없는 이유로 죽는 거다.
시간은 좀 걸리더라도 그녀들이라면 언젠가 털고 일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거다.
더 좋은 사람들과 만나고 더 좋은 관계를 맺고 그러다가 새로운 사랑을 할 수도 있는 거고.
난 그녀들이 행복해하는 걸 지옥에서 보고 있으면 되는 건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
“고마워. 자, 이 사진도 다른 사진들과 같이 앨범에 넣어둬.”
“응...”
메구미는 석연치 않은 표정이었지만 일단 그렇게 해줬다.
나는 다시 정리로 돌아갔고 다른 아이들도 날 보다가 각자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한 가지 걸리는 점이 있다.
저 사진을 찍었을 때 나에게 저 아이들은 팔아치울 상품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기에 사진 같은 거 보관하지 않았을 텐데 왜 저 사진이 이곳에서 나온 걸까.
누가 줬던가?
*
그리고 다시 정리하던 중 이상한 게 나왔다.
“저기... 이것은....”
수많은 부적으로 봉인되어있는 불길하게 생긴 검은 상자.
“으음... 악몽 저주받은 인형의 집 때의 건가?”
“그 극장 전체가 저주를 받아 인형의 집이 되었을 때의 일 말인가요? 저도 기억나요. 저 스스로는 움직이기도 힘들 정도로 탈진감이 느껴지는데 창문에 비친 제가 웃고 있던 것이...”
“어, 어째서 그런 걸 가지고 있는 거예요?!”
“몰라. 애초에 그때 그게 맞는지도 모른다고...”
어쨌든 괜히 이런 불길한 것을 가지고 있어서 좋을 건 없겠지.
어쩌면 이게 불행의 원인일지도 몰라.
코노미 씨에게 붙어 있는 경국지색 수호령처럼 웃고 넘길 문제는 아닐 것 같아.
“이런 건 버리는 게 맞겠지?”
“괜히 버렸다가 더 문제가 생기는 거 아냐? 왜 그런 거 있잖아. 날 버리다니 괘씸하구나. 같은...”
“그렇다고 해서 갖고 있어서도 안 되잖아. 아, 그래. 사장에게 주자.”
“프로듀서... 사장에게 무슨 원한이 있는 거야?”
“그러면.... 시이카에게 줄까?”
“아니.... 그냥 교회 같은데 주면 퇴치해 주지 않을까? 엑소시스트들이!”
“그건 아닐 것 같은데....”
“내일 쓰레기 버리는 날이니 그때 같이 버리면 되지 않을까요?”
이 불길한 상자를 어떻게 하느냐로 한참을 논의한 결과 누구의 손길도 닿지 않도록 원전 지역에 던져놓기로 했다.
+3까지 오후~ 저녁까지 있을 일을 정해주세요. 방 정리는 해도 자리가 부족하니 오늘도 같이 자는 이벤트는 따로 있을 겁니다.
@ 하루 쉬었더니 2페이지로 밀려나다니... 창댓판 흥한다!
유리코 "인류가 처음 두 발로 걷기 시작하고, 불을 다루기 시작했으며, 문명을 이루기 시작했을 때부터 인류와 더불어 살아온 존재... 정기를 양분삼아 세계를 유혹하고 다니는 색욕의 화신..."
P "뭐?"
유리코 "서큐버스라고요! 서큐버스! 몽마! 남자를 유혹해 정기를 빨아먹는다는 애들!"
유리코의 폭탄 발언을 그냥 헛소리 취급하는 P와 나머지 아이돌들.
유리코 "다들 왜 제 말을 못 믿는건데요?! 아직도 제가 중2병 망상증 환자라고 생각하시는 거에요?! 진짜라니까요!"
P "...그래, 유리코. 네 말대로 이 상자 안에 서큐버스가 봉인되어있다 쳐. 그럼 왜 서큐버스를 상자 안에 봉인해서 들고 다니는건데?! 그리고 왜 이 불길한걸 우리집 창고 안에다 갖다 놔?!"
불길한 상자와 서큐버스와 관련해서 유리코를 거세게 몰아붙이는 P와 아이돌들에게 유리코가 아무말도 못하고 있던 와중에 상자에서 들리는 의문의 목소리.
??? "에휴... 유리코. 그러게 진작에 나를 집안 더 깊숙한 곳에 숨겼어야지."
아이돌 "상자가 말을 했어?"
??? "그래, 유리코 말대로 나는 몽마 서큐버스. 극장이 처음 문을 열었을 때부터 P, 당신이랑 아이돌들을 지켜본 몽마라고 할까?"
서큐버스 "그나저나 얘기를 들어보니 다들 내가 어떻게 유리코를 알게 됐고 왜 P, 당신 곁에 있는지 되게 궁금해하는거 같은데. 지금 내가 봉인되어있는 이 상자에 붙여진 부적들 보이지? 부적들을 다 떼어내면 봉인이 풀리거든? 봉인이 풀리면 내가 가르쳐줄게."
아이돌들이 '봉인이 풀리면 악마가 자신들을 해칠지 어떻게 아냐'면서 서큐버스의 말을 믿을 수 없다고 하니까 '하느님의 이름을 걸고 절대 해치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서큐버스. 악마가 자신의 최대 적수인 하느님의 이름을 건다는게 뭔가 이상하지만 '악마가 자신들을 해쳤으면 극장에 있었을 때 진작에 해쳤을거'라는 유리코의 의견에 아무튼 논의 끝에 부적을 떼어내고 봉인을 풀기로 한다.
하나둘 부적을 떼어내고 마지막 부적까지 떼어내자 상자에서 뿜어져 나오는 검은 연기. 그리고 그 검은 연기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몽마 서큐버스. 근데 이 서큐버스. 몸매부터 외모, 헤어스타일, 심지어 목소리까지 16년 전 유리코의 모습이랑 똑같이 생겼다. 누가 악마 아니랄까봐 등에 달린 한 쌍의 마족 날개랑 관자놀이 쪽에 솟아난 마족스러운 뿔만 빼면.
이불을 깔면 자는 것만은 가능하지만 옷장이고 뭐고 아무것도 없으니 여기다가 짐을 풀게 할 수도 없다.
그리고 설령 이 방에서 누가 자더라도 2명이나 잘 곳이 부족하다.
그 둘이 거실에서 함께 잔다면 해결되긴 하겠지만 느낌상 그렇게 쉽게 풀리지는 않겠지.
“그나저나 집안 곳곳에 우리들의 사진이나 포스터나 굿즈나 등신대가 있는 건 조금 부끄럽네...”
“확실히... 부끄럽기도 하고 부담스럽기도 하고....”
“거실 벽 한쪽이 전부 굿즈라니 프로듀서 도대체 얼마나 모은 겁니까.”
“아마 너희가 데뷔하고 1년 정도 후부터 나온 거의 모든 굿즈나 소품이나 기타 등등.”
“아, 우리들의 피규어 전부 한 곳에 뒀구나.”
“발매된 거 전부 있네. 오빠도 아리사 씨한테 할 말 없는 거 아냐?”
“39명만 판 사람과 일본 아이돌 거의 전원을 파는 사람을 비교하는 건 좀 무리가 있지 않을까.”
아리사는 못 이겨.....
765에 소속해 있는데도 당당하게 다른 사무소 아이돌이 최애라고 말하는 오타쿠는....
띵동
“으음.... 요즘 뭔가 손님이 많네....”
당장 요 며칠 사이에 츠무기 코토하 이쿠 모모코에 이번엔 또 누구려나.
인터폰을 보자 밖에 있는 건 유리코였다.
살짝 한숨을 쉬고 문을 열자 유리코가 서슴없이 들어오는데 뭔가 좀 이상하다.
“유리코 괜찮아? 얼굴이 좀 수척해진 것 같은데?”
“아... 갠찮아요!”
“윽... 이거 술 냄새 맞지. 유리코 너 또...”
“그렇게 많이 안 마셨어요! 그보다 저번에 왔을 때 놓고 간 게 있어서 그런데 창고 방에 좀 가도 될까요?”
“창고 방은 오늘 대부분 정리했는데? 거기에 유리코가 두고 갔을 법한 물건은...”
아니 애초에 왜 창고 방에 물건을 두고 간 거지?
거기 들어갈 일이 뭐 있다고.
“에..? 그 저기 검은 상자 없었어요? 부적으로 감싸져 있는...”
“아, 그거... 그거 유리코 네 물건이었어?!”
“그거에요! 그거 지금 어딨어요?!”
“거실 탁자 위에 있긴 한데...”
“핫..!”
내 말을 듣자마자 신발을 벗어 던지고 집안으로 뛰어들어갔다.
뭐지 뭔가 이상해.
“저기... 무슨...꺗?!”
“모두! 유리코를 막아!”
“에엣?! 어어, 에에잇!!”
갑자기 뛰어들어온 유리코와 내 말에 모두 한순간 당황했지만 빠르게 유리코를 제압해주었다.
아무리 그래도 혼자서 6명이 덤비는 것을 상대할 수는 없는 노릇.
제압당해 바닥에 눕혀졌는데도 어떻게든 상자에 손을 뻗으려고 하는 게 확실히 이상하다.
“놔주세요! 저걸 다시 극장에 풀어놓지 않으면...!”
“아니 저게 뭔데 이러는 거야? 저 상자에 뭐가 봉인되어 있는 거야?!”
“인류가 처음으로 두 발로 걷고, 불을 다루며, 문명을 이룩했을 때부터 인류와 더불어 살아온 존재... 정기를 양분 삼아 세계를 유혹하고 다니는 색욕의 화신...!”
“으응..?”
“서큐버스라고요! 서큐버스! 몽마! 남자를 유혹해 정기를 빨아먹는다는 애들!”
아... 응
다들 유리코의 발언에 힘이 쭉 빠진 모양이다.
그 틈을 타 유리코가 일어섰지만...
“서큐버스라니... 저런 일본풍 부적으로 봉인된 상자 속에 있는 게 서큐버스인가....”
“서큐버스란 건 남자를 유혹하는 게 아니라 꿈속에서 야한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신앙을 재는 그런 존재 아니었나?”
설정의 어설픔을 한탄하는 메구미나 서큐버스의 정의에 대해 따지는 코토하는 그나마 나은 편으로 다른 사람들은 모두 유리코를 그저 한심한 눈으로 쳐다볼 뿐이었다.
물론 나도.
“뭐, 뭐에요! 왜 다들 그런 눈으로 보시는 거예요?! 아직도 절 중2병 망상증 환자라고 보는 거예요?! 진짜라니까요!”
아니 솔직히 네가 30줄 되도록 망상증인 건 맞잖아...
게다가 그런 소리를 해도 믿을 수 있을 리가...
“아니 믿고 안 믿고를 떠나서. 저기에 진짜로 서큐버스가 봉인되어 있다고 치면 그걸 왜 들고 다니고 극장에 풀어놓으려 하고 무엇보다 왜 이 집에 두는 건데?!!”
“그... 그건...”
“그리고 봉인해둔 걸 왜 이제 와서 극장에 풀려고 하는 거야? 그리고 오빠 집에 두고 간 것도 봉인해둘 거였으면 무슨 의미가 있어?”
“그게...”
“애초에 프로듀서의 집에 이러한 것을 두는 것 자체가 의미불명입니다. 만약 우연히 서큐버스가 풀려나서 프로듀서를 유혹하기라도 했다간 어떻게 될 줄 알고...”
“아니....”
모모코와 츠무기를 시작으로 하나 둘씩 유리코의 이해할 수 없는 언동에 대해 따지기 시작했다.
솔직히 이번 일은 나도 실드치기가 어려우니 얼른 헛소리라 하고 혼나고 마는 게 편할 텐데...
[정말이지.... 그러기에 미리미리 안 들키게 날 좀 더 깊숙이 숨겼어야지.]
“상자가 말했어?!”
갑자기 상자에서 목소리가 들려와 유리코에게 말을 걸었다.
상자 안에서 말하는 거라 그런지 조금 울리긴 해도 뭔가 익숙한 목소리다.
[그래, 유리코 말대로 나는 서큐버스. 극장이 처음 문을 열었을 때부터 당신들을 지켜봤지. 그나저나 얘기를 들어보니 다들 내가 어떻게 유리코를 알게 됐고 왜 당신 곁에 있는지 궁금해하는 거 같은데. 이 상자에 붙여진 부적들 보이지? 부적들을 다 떼어내면 봉인이 풀리거든? 봉인이 풀리면 내가 가르쳐줄게.]
“악마가 하는 말을 어떻게 믿어. 아무리 야한 꿈을 꾸게 하는 것밖에 못 하는 악마라 해도 악마잖아. 우리를 해칠지 누가 알아.”
[걱정하지 마. 신의 이름을 걸고 절대로 해치지 않는다고 약속할게.]
“악마가 신의 이름을 걸고 한 약속을 지킬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마, 만약 악마가 저희를 해칠 마음이 있었으면 극장에 있던 시절에 이미 해치고도 남았을 거예요. 한번 믿고 열어주세요!”
매우 당연한 논리를 펼치는 모모코와 에밀리였지만 유리코의 말도 어느 정도는 일리가 있다.
만약을 위해 집에 있는 은제 나이프와 포크를 각자 들고 위험하다 싶으면 그대로 찔러버리기로 한 뒤 상자를 열기로 했다.
애초에 서큐버스라는 특성상 피해를 보는 건 나 혼자일 것 같긴 하다만....
그렇다면 별문제는 없겠지.
“그럼 뜯어낸다..”
[빨리 해줘~]
상자를 표면을 가득 메운 부적을 하나씩 하나씩 떼어낸다.
절반쯤 떼어내자 상자에서 뭔가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거기서 또 절반쯤 떼어내자 뭔가 불길한 기운이 느껴진다.
이거 정말로 열어도 괜찮은 거야?!
[아아~ 그냥 본능적인 거니까 신경 쓰지 않아도 돼.]
“본능적으로 위험하다 느끼는 거면 절대로 가까이해선 안 되는 거잖아!”
조금씩 조금씩 더 떼어 이제 마지막 한 장.
살며시 부적을 뜯는 순간...!
푸슈우우우욱!
“으읏?! 커흑 컥... 케흑! 뭐야 연기!”
“지도자님 괜찮으세요?!”
“뭐야 저거...”
“사람... 모양?”
상자 속에서 시꺼면 연기가 뿜어져 나오더니 한곳에 뭉쳐지더니 점차 사람의 모습을 하기 시작했다.
점차 사람 윤곽이 뚜렷해지더니 소녀의 실루엣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연기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아~! 드디어 밖으로 나왔네!]
“유리...코?”
유리코였다.
정확히는 16년 전 처음 만났을 때의 유리코.
얼굴도 몸매도 목소리까지 똑같다.
다른 점이 있다면 관자놀이에 솟아난 산양의 뿔과 등에 난 작은 마족 날개 한 쌍이 있는 것뿐이다.
[이야~ 이 썩을 놈의 상자에서 풀어준 건 진심으로 감사할.... 응? 뭔가 묘한 표정을 하고 있네? 무슨 일 있어?]
“아니. 뭐... 서큐버스인데 고딕계 로리타 드레스라니 특이하네 싶어서.”
[아아, 뭔가 알몸보다 부끄러운 의상일 거라 생각했어? 흐음.. 이런 거?]
서큐버스가 손가락을 튕기자 입고 있던 옷이 흐물거리더니 새로운 모양으로 변해갔다.
박쥐 모양 장식물이 양쪽 유두와 성기를 아슬아슬하게 가리고... 그 뿐이었다.
그 외에는 장갑과 구두만 입고 있는 모습이었다.
“잠깐?! 내 모습을 하고 무슨 꼴을 하는 거야?!!”
[그치만 이 녀석은 이게 마음에 드는 거 같은데?]
“뭐 이 정도는 되야 서큐버스라고 할 수 있겠지.”
“프로듀서... 엄청난 취미네....”
“저런 의상을 좋아하시는 건가... 부끄럽지만... 힘내야지..!”
“저, 저런 파렴치한... 그래도...!”
“아니... 그런 건 아니지만...”
솔직히 좋냐 싫냐로 물으면 좋지만, 그래도 딱히 바라고 한 소리는 아니다.
오히려 비아냥거릴 생각으로 한 말이었는데....
아니 그보다 중요한 게 있지.
“그래서 일단 약속은 지켜주시지. 너는 뭐고 왜 유리코와 알게 되었고 왜 유리코의 모습을 하고 있고 왜 봉인된 채 이 집에 있던 거고 극장에선 무슨 짓을 해왔던 건지. 전부.”
[아라써 아라써~]
+3까지 유리코와 서큐버스의 과거나 관계 서큐버스의 행적 등을 정해주세요.
@ 갑자기 판타지가 되어 버렸다.
모모코 "당신은 왜 유리코 씨 모습을 하고 있고 또 유리코 씨는 어떻게 알게 됐는데?"
서큐버스 "너희들한테 답이 될 지는 모르겠는데 유감이지만 이게 내 본 모습이야."
코토하 "도플갱어?"
서큐버스 "응, 도플갱어. 자신과 똑같은 존재가 세상 어딘가에 존재한다는 전설 말이야. 그동안 도플갱어는 인간한테만 있다고 알려져 있었는데 악마한테도 도플갱어가 있을 수 있단 얘기는 나도 처음 알았거든. 사실 극장에 눌러앉으면서 유리코를 처음 봤을 떄 나도 조금 놀랬어."
에밀리 "여성형 몽마님. 그래서 유리코씨는 어떻게 알게 되었나요?"
서큐버스 "처음 며칠 동안은 유리코를 계속 지켜보다가 유리코가 극장에 온 지 얼마 되지않은 어느날 밤. 유리코 극장에 혼자서 책을 읽는 걸 보고 처음으로 말을 걸어보기로 결심했지. 근데 유리코 이 녀석. 날 보자마자 도플갱어를 봤으니 자기는 죽는다면서 살려달라고 엉엉 울면서 싹싹 빌더라고."
유리코 "유, 유리쨩?! 그런 얘기는 다른 사람들한테는 안 하기로 했잖아?!"
P "...유리쨩?"
유리쨩 "원래 서큐버스한테 이름이 없어.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만 우린 인간이 아니니까. 그런데 내가 자기랑 똑같이 생겼다면서 유리코가 자기 이름이랑 비슷하게 지어줬어."
유리코 "///"
유리쨩 "아무튼. 자기랑 똑같이 생긴 존재를 보면 무섭기도 한데 신기하기도 하잖아? 그래서 유리코가 혼자 있을 때마다 나타나서 얘기를 나눴더니 어느 순간 친해지게 되더라고. 사실 그동안 인간은 여럿 만나봤지만 유리코는 내가 처음으로 솔직하게 친해진 인간이라 솔직히 나도 기뻤어. 그래서 답례로 유리코의 상상하는 버릇을 좀 비틀어서 색다른 곳에 눈 뜨게 해줬지."
유리코 "유리쨩?! 그동안 나한테 그런 얘기는 안 해줬잖아?!"
츠무기 "대화를 하다보면 평범한 얘기인데도 가끔씩 유리코씨가 흠칫흠칫 거리고 부끄러운 망상을 하던데 그게 다 당신 때문이었나요?!"
P "네가 유리코 망상병의 원인이었냐?! 당장 원래대로 고쳐 놔!"
유리쨩 "망상병을 하루이틀 앓았으면 고칠 수 있는데 미안하지만 유리코는 16년동안 망상을 하고 살면서 망상이 이미 습관이 돼버린 거 같은데? 난 병은 고칠 수 있지만 습관은 고칠 수 없어서. 미안^^"
- [바로 이거 때문에.]
프로듀서의 아랫도리를 손가락으로 튕기는 유리짱. 정상 체질인 남자가 16년 동안 40명이 넘는 이쁜 여자랑 같이 살면서 그곳이 한 번도 서지 않았다는건 몽마계에 보고된 적 없는 특이한 현상이라고 한다. 심지어 346이나 283같은 다른 프로덕션에 눌러앉은 친구들의 말에 의하면 그 동네 프로듀서들도 그곳이 선 적이 있다고 하는데.
그 후 극장 아이돌들의 프로듀서 공략에 알게 모르게 도움을 주던 중 결혼 직후 '프로듀서는 남자인데 남자가 아닌 것 같다'는 유리코의 푸념을 듣고 '내가 반드시 저 남자의 그곳을 세워보이겠다'는 일념으로 본격적으로 나서 수많은 시도를 했으나 모두 실패했다고.
그러던 중 프로듀서가 극장 일을 그만두고 다른 곳으로 이사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 곳으로 이사하기 위해 준비하던 중 타카네한테 걸려 봉인당했다고 한다.
“그럼 어째서 유리코 씨와 똑같은 모습인지랑 유리코 씨랑 어떻게 만나게 되었는지부터 가르쳐줘.”
[으음... 뭐 간단히 말하면 우연이지. 아니면 운명이거나. 이 모습은 딱히 유리코의 모습을 따라 했다거나 그런 게 아니야. 순수 100% 내 원래 모습이지.]
“그렇다면.... 도플갱어?”
[그런 셈이지. 도플갱어는 인간들 사이에서나 있는 거라고 했는데 설마 인간과 몽마 사이에 도플갱어가 있을 줄 누가 알았겠어? 극장에 눌러앉을 때 유리코를 처음 보고 얼마나 놀랐는지.]
흐음.... 모습이 똑같은 건 그냥 우연.
유리코를 본 것도 우연인 건가.
정말로..?
“그래서 여성형 몽마님 유리코 씨와는 어떻게 안면을 트신 건가요?”
[처음엔 유리코를 그저 지켜보다가 유리코가 극장에서 혼자 책을 읽고 있길래 그대로 가서 말을 걸었지. 그런데 유리코 얘가 날 보더니 도플갱어를 보면 죽는다며 울고불고 난리를 치면서 살려달라고 매달리더라고~]
“잠깐 유리쨩 그건 말하지 않기로 약속했잖아?!?!”
“유리쨩..?”
[우리 서큐버스는 이름이 없거든. 그런데 유리코가 자기랑 닮았다고 자기랑 비슷한 이름을 지어준 거야.]
“에헤헤...”
보통 서큐버스 등을 포함해 마(魔)나 영(靈)적인 존재에게 이름은 중요한 거라 함부로 붙이면 안 된다는 건 판타지에서 흔히 나오는 설정 아니었나...
예전에 유리코가 위쳐 시리즈를 읽고 또 게임을 하는 걸 본 적이 있던 거 같은데....
[어쨌든 자기랑 닮은 사람은 좀 기분 나쁘고 무섭지만, 또 신기하잖아?]
“서큐버스가 신기하다고 하는 이 상황이 신기한데....”
“메구미와 동감.”
나도 동감이다.
[좀 들어라. 그래서 자주 말을 걸고 떠들다 보니 어느새 친해지더라고. 정기 빨아먹으러 만난 수컷이 아닌 첫 인간이었으니 나도 나름 솔직하게 대하게 되었고. 그래서 답례로 유리코의 망상벽을 조금 뒤틀어서 색다른 곳에 눈뜨게 해서 쉽게 성욕을 채우고 해결할 수 있게 해줬지.]
“유리쨩!? 나 그거 처음 듣는 소리인데?!?!”
“가끔씩 평범하게 대화를 하다가도 갑자기 부끄러운 망상을 하던 것... 당신이 원인이었던 건가요?!”
“유리코의 망상벽이 네 탓이었나.... 되돌려....둘 필요는 없나.”
“에, 어째서죠?!”
“이제와서 망상하지 않는 유리코라니 그게 더 어색해. 유리코는 유리코인 게 좋아.”
[흐응... 뭐 어차피 망상벽 자체는 유리코가 원래 갖고 있던 성질이야. 그 망상이 조금 수위를 높이고 그거에 성벽을 채우도록 했을 뿐이었다고? 뭐 그것도 16년이나 시간이 흐르면서 습관이 되는 바람에 내가 어떻게 할 수 없게 되었지만.]
그러니까 원래 유리코의 망상은 건전했는데 서큐버스의 힘으로 야한 망상이 주가 되도록 변해버린 건가.
뭐... 유리코에게서 망상을 뺄 수는 없는 노릇이지.
빈도만 좀 줄여주면 좋을 텐데.
“아, 그러면 이제 다음 질문. 왜 우리에게 계속 붙어 있는 거야?”
[아, 그거? 이거 때문이지.]
“읏..?!”
메구미의 질문에 유리쨩이 내 사타구니를 손가락으로 튕겼다.
15살 유리코가 유두와 성기만 겨우 가린 모습으로 이런 짓을 한... 건 아니지만 그렇게 보이니 좀....
“어린 유리코의 모습으로 그런 행동은 하지 말아줘...”
[에~ 남자를 만졌더니 그러지 말란 소리를 듣다니... 내 몽마생 통틀어 처음이야. 쇼크... 뭐 쉽게 말해서 평범한 남자가 이런 미인 40명 이상에게 둘러쌓여 10년을 살면서 그것도 꽤 어프로치 받으면서 사는데 누구한테도 손을 대지 않았잖아? 그런 거 몽마 업계에서도 꽤 보기 드물거든? 비슷하게 346이나 283 등에 눌러앉은 친구들 이야기 들으면 결국엔 손을 댄다고 하던데 여긴 전혀 그런 게 없었으니까.]
“때때로 아이돌을 보고 이상할 정도로 흥분되거나 하는 일이 있었는데... 설마...”
[뭐~ 여자애들이 너무 찬밥 취급인 것도 너무하다 해서 좀 도와줄려고 했던 건데... 안 되더라.]
쓸데없는 짓이야....
얼마나 힘들었는 줄 알아....!
[그러다 유리코랑 결혼하고 드디어 몸을 섞었단 소리를 듣고 다른 프로듀서들 관찰하다가 2년쯤 전부터인가 유리코가 그러더라. 더 이상 자기한테 흥분하지 않는다고. 보니까 정말 그렇더라고? 그래서 내가 도와주겠다고 호언장담을 했는데.... 이것도 안 되더라. 서큐버스로서 프라이드가 걸린 문제라 계속 매달려봤는데 당신이 프로듀서 관두고 이사를 한다길래 따라가려고 했지.]
“꽤 최근까지 자유롭게 움직였네. 봉인된 건 최근이야?”
[그렇지. 이사 준비 중에 배가 고프더라고. 근데 마침 시죠 타카네? 그 여자의 컵라면이 있길래 조금 먹었다가..... 그대로 봉인당했어.]
“뭐하는.... 아니 시죠가 대단한 건가..?”
[뭐 그렇게 돼서... 앞으로 나도 당당히 도와줄게. 좋은 꿈 기대하라고?]
“필요 없어.”
*
뭐 일단 서큐버스 소동도 마무리되고 씻고 저녁도 먹고 잘 준비까지 마쳤다.
유리코가 또 술을 마시려 했지만 겨우 말렸다.
얘 진짜 중독일지도 모르겠네...
어쨌든 자야하는데 문제가 있다.
현재 이 집의 인원은...
나, 에밀리, 메구미, 츠무기, 코토하, 이쿠, 모모코, 유리코로 8명이지만 실질적 방은 4개뿐이다.
아마 느낌상 내일도 다들 자고 갈 것 같은데....
둘둘둘둘씩 자야할 것 같다.
창고방 정리랑 청소도 끝났으니 이불만 깔면 잘 수 있으니 만약을 위해 코토하를 따로 재우는 선도 생각하고....
“그럼 오늘도 정해볼까요. 누가 프로듀서랑 잘지...”
“일단 숫자가 많으니 반으로 나뉘어서 먼저 후보를 줄이죠.”
1~58: 에밀리, 메구미, 츠무기, 코토하
59~100: 이쿠, 모모코, 유리코.
먼저 2표 갑니다.
@ 잘못해서 8표나 필요해지는 상황이 와도 곤란하니....
그리고 다시 4명의 승부
1~25: 코토하
26~50: 츠무기
51~75: 메구미
76~100: 에밀리
먼저 2표 갑니다.
분위기
판타지
“뭐.... 그럼 오늘 나랑 같이 자는 건 츠무기고.... 다른 사람들도 2인 1조로 같이 자도록 해.”
같은 방을 쓰는 조는 나와 츠무기, 유리코와 에밀리, 이쿠와 모모코, 코토하와 메구미가 되었다.
뭐 애초에 이쿠랑 모모코, 코토하랑 메구미는 당연하다면 당연한 조합이라 유리코와 에밀리가 만나게 된 거지만.
“그럼 츠무기. 준비되면 내 방으로 와.”
“네. 금방 가겠습니다.”
+3 츠무기와 있을 일, 할 이야기 등을 적어주세요. 다른 사람 난입은 지양해주세요.
@ 한바퀴 쭉 돌고 수미상관 츠무기...
@@ 1001번째 댓글부터 그 전에 등장한 아이돌의 설정 등을 적당히 요약해둔 버전이 있으니 설정을 알고 싶은 캐릭터가 있다면 한번 확인해보세요. 그 이후엔 엘레나 정도밖에 등장을 안 했고요. 아리사의 경우 주사위 60으로 현재 민완 프로듀서로 활약하고 있으며 다른 장르를 파는 오타쿠 남편이 있는데 최근엔 서로의 장르에도 꽤나 빠져 있습니다. 금슬은 좋은 편입니다.
1~10 어림도 없지! 민첩하게 피하여 츠무기는 방바닥에 널부러진다.
11~30 가볍게 안아준다.
31~60 숨이 막힐정도로 꼬옥 안아준다.
61~90 부드럽게 안아주며 머리를 쓰다듬는다.
91~99 힘껏 안아준다. 동시에 타액교환을 통해 정서적 안정을 꾀한다.
100 깨어 있는 시간이 길면 머릿속에 그 일이 계속 떠오를 것이기에 가볍게 연수를 내리쳐 숙면을 취하게 해준다.
아무튼 둘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마침내 결심한 츠무기가 운을 떼려한다.
츠무기 "저, 저기... 프로듀서...?"
P "무슨 말을 하고 싶은데?"
츠무기 "저, 저는... 다, 다, 다, 당신을...!" ///
P "츠무기?"
츠무기 "다, 다, 당신을...! (부끄러워서 못 하겠어...!)"
그 순간 갑자기 이상해지는 츠무기의 상태. 뭔가 귀신에 씌인 듯 발작 수준으로 몸을 발발 떤다. P가 다급히 119를 부르려 핸드폰을 찾으려고 할 때 츠무기의 상태가 정상으로 돌아온다.
P "츠무기, 괜찮아?!"
츠무기(?) "나는 괜찮긴 한데... 얘는 괜찮지 않은거 같은데?"
P "? 츠무기, 너 말투가...?"
츠무기(?) "에휴, 얘도 참. 좋아하는 남자 앞에서 그렇게 고백을 못 해서야 되겠어? 모든걸 다 가진 여자애가 정작 사랑하는 사람한테 고백할 자신감은 없네요."
P "너, 설마... 아까 그 서큐버스지?"
츠무기(유리쨩) "정답." 데헷
아무튼 P는 츠무기에게 빙의한 서큐버스와 16년 동안 고생만 한 자신의 신세를 털어놓으며 이제 아이돌들의 사랑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에 대해 상담을 나눈다
“아, 츠무기. 왔구... 엇?”
방에 들어온 츠무기는 그대로 내 앞으로 걸어와 품에 안겼다.
이 아이... 떨고 있어..?
“으흑....흑.....”
“그래... 여태껏 계속 참고 있던 거구나.”
그 일로부터 3일 동안.... 혼자서 버텨온 거구나.
젠장 왜 눈치채지 못한 걸까.
그런 일을 겪고 괜찮을 리가 없었을 텐데.
“눈치채주지 못해서 미안해.”
“흐윽.... 훌쩍...”
츠무기의 몸을 부드럽게 감싸 안고 머리를 쓰다듬으며 진정시킨다.
한번 울기 시작하면 오래 가는 아이니까 살짝 침대에 앉혀주자.
*
“아침에도 누워봤지만 좁네요...”
“1인용 침대니까. 그래서 둘이 자면 이렇게 꼭 끌어안는 모습이 될 수밖에 없어. 답답해?”
“아뇨, 오히려 매우 마음이 편해집니다.”
츠무기가 울음을 그치고 함께 침대에 누웠다.
이러고 있으니까 츠무기의 향기가 느껴져서 살짝 기분 좋다.
“뭔가 묘한 웃음을 짓고 계시군요.”
“응? 아, 뭐... 잘 자랐구나 싶어서.”
“17살이던 시절과 비교해도 큰 차이는 없을 것입니다만?”
“신체적인 부분은 확실히 많이 달라지지 않았지만, 어른의 분위기란 게 있는 법이니까.”
17살 소녀와 올해로 33살이 되는 레이디는 다른 법이다.
뭐 츠무기 특유의 이미지는 그대로지만.
“과거의 저는 어른스럽지 못했다는 것인가요?”
“그야... 첫 솔로곡 데모를 듣고 CD를 가져가 극장 구석에서 풀어진 표정으로 몇 번이나 돌려 들으면서 방방 뛰던 아이에게 어른스러움이라 해도 말이지...”
“뭣?! 다... 당신이 어째서 그걸?! 엿보고 있던 건가요?!!”
“그야 데모CD 본판을 들고 가버리면 찾으러 가겠지. 복사본도 없었는데.”
뭐 그 모습을 보고 CD를 뺏을 수도 없어서 메일로 다음날 돌려달라고 했지만.
“으읏... 데뷔한지 얼마 안 된 상태에서부터 당신에게 그런 추태를 보였었다니...”
“추태라니. 그럴 리가 없잖아. 그 노래는 네가 노력한 결과물인걸. 신인상 받았을 때 안겨 울었던 것처럼 당당해도 괜찮은 거라고?”
“그러니까 그런 걸 추태라고 하는 겁니다. 기껏 메이크를 받았는데 눈물에 젖어 당신 양복에 묻어서 경사스러운 날에 제 얼굴도 당신의 옷도 엉망이 되어버리고...”
“그런 일이 그 이후로도 몇 번이나 있었지. 첫 단독 콘서트 때는 아예 코까지 풀어버리고.”
“그... 그런 건 좀 잊으라!!”
“잊을 리가 없잖아. 너와의 소중한 추억인걸.”
“윽... 그런 건... 치ㅅ...”
“내 소중한 여동생 시라이시쨩과의 추억이니까.”
“읏!? 이, 이런 상황에서까지 그런 부끄러운 기억을 끄집어내서 창피를 주다니 당신은 정말로 바보천치입니까?!”
“아하하하 미안미안.”
그래도 이제 좀 무서운 건 가신 것 같아 다행이다.
그 후에도 함께 안미츠 가게 순회를 한 거나 츠무기네 가게 기모노를 입어본 것 등등 다양한 추억으로 이야기를 꽃피웠다.
*
“저기... 프로듀서...?”
“응, 왜 그래?”
“그... 저.... 저는.... 다다다다다당신을....!!”
“츠무기?”
“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당신을.... ㅈ..조.....조오.... 아으..... 윽?! 아윽! 크흑..!!”
“츠무기?! 왜 그래?! 어디 아파!?!”
갑자기 츠무기가 경련과 발작을 일으키며 몸을 떨었다.
이거 위험한 거 아닌가.
119... 119를 불러야..!
[윽... 후우.....]
“츠무기? 괜찮아?”
[나는 괜찮지만, 이 애는 안 괜찮은 거 같은데?]
“너 말투가...”
[하아, 이 애도 정말 대단하네. 좋아하는 남자 앞에서 좋아한단 한마디가 그렇게 힘드냐. 모든 걸 다 가져놓고 정작 고백할 용기는 없다니 신이란 놈도 얄궂다니까.]
“너... 아까 그 서큐버스냐?”
[정답★]
츠무기에게 빙의한 건가.
기껏해야 야한 꿈이나 보여주고 성벽을 조금 비트는 정도의 악마라 생각했더니 빙의 능력까지 있을 줄이야...
“어쨌든 츠무기 몸에서 나와. 네 존재는 납득했지만 그렇다고 이런 걸 해도 좋단 게 아냐.”
[난 그저 당신과 대화를 하고 싶을 뿐인데?]
“그거라면 내일 네 몸으로 찾아와. 츠무기의 몸이 아니라.”
[흐응.... 이봐. 착각하지 마. 내가 당신이나 유리코의 동료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고 해도 내가 악마란 사실을 잊지 마.]
협박하는 건가.
협박이라도 악마를 신뢰할 수는 없는 노릇.
당연한 소리지.
그렇다면 밀리면 안 된다.
재빨리 츠무기 위에 올라타 츠무기에 빙이한 몽마의 눈을 보며 단언한다.
“호오... 너야말로 잊지 마. 니가 아무리 유리코와 똑같은 모습이고 츠무기의 몸에 들어가 있다 한들 난 너한테 일말의 관심도 없고 허튼짓을 한다면 목숨을 걸고서라도 널 처리할 거야.”
[어이쿠... 그 눈 나쁘지 않네. 문자 그대로 아무 흥미가 없이 그저 방해물, 가는 길에 놓인 비둘기 시체를 보는 듯한 눈이야. 그런 눈으로 이 아이를 봐도 괜찮겠어? 이 아이에게 의식이 있을지도 모르잖아?]
“츠무기가 날 무서워하게 되는 것보다 너라는 위험요소를 배제하는 게 우선이야.”
[흐응.... 뭐 너무 그러지 마. 빙의당한 인간은 그저 잠들 뿐이야. 그리고 난 방해받지 않고 당신과 대화를 하고 싶은 거고. 이렇게 멋대로 빙의하는 건 오늘 밤만이야. 약속하지. 악마는 약속을 지킨다고?]
.......
악마에게 계약은 절대적.
흔한 이야기지만 믿어도 되는 건지.....
“하아... 좋아. 그렇다고 하고....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서큐버스가 할 이야기야 뻔하잖아. 사랑 이야기지.]
“무서울 정도로 안 어울리는데....”
서큐버스에게 사랑이란 게 있긴 한 걸까.
애초에 서큐버스는 모조리 암컷이잖아.
수컷은 인큐버스고.
이 둘 사이에 사랑이 생기는 걸까?
[뭐 나도 16년 동안 당신을 지켜보면서 대충 당신이 어떤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인간인지는 이해하고 있어. 그래서 더 이해가 안 가는 거야. 당신은 왜 아이돌들이 당신에게 보내는 호감을 거부하는 거지?]
“몇 번이나 설명하는 건지... 유리코와 결혼하고 알았어. 내가 누군가랑 결혼하면 다른 아이들이 나에게 다가오기를 사양해. 그게 싫어서 아내와 거리를 두려고 하게 되고 결국 누구에게도 득이 되지 않아. 그래선 안 돼. 그뿐이야.”
[아니아니 그게 아니야. 내가 궁금한 건 왜 모두의 마음을 전부 받아들인다는 선택지가 없냐는 거지.]
“뭐..?”
[그야 그렇잖아. 너한테 호감을 가진 애들은 많이 있고 그들 모두가 상당한 미인들. 그런데 왜 걷어차냐는 거지. 전부 받아들이고 사랑하면 되는 거잖아. 일부일처제에 목매는 거면 몰라도 아예 사랑 자체를 안 한다니 이상하잖아.]
아아 과연....
악마라.... 확실히 악마네.
가치관이 전혀 달라.
“그게 가능할 리가 없잖아. 사람은 누구나 좋아하는 상대를 독점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있지. 그건 사람으로서 당연한 거야.”
[하지만 독점하면 한 명만 행복해지지. 그럴 바에야 다 같이 나누는 게 합리적이잖아?]
“합리적이지. 하지만 인간은 합리만으로 움직일 수 없어. 이성만으로 움직인다면, 혹은 본능만으로 움직인다면 행동을 예측할 수 있지만, 인간은 그 중간 어딘가에서 이상한 가치관으로 움직이니까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가 없지. 처음엔 그 공유 생활이 잘 가다가도 어디서 어긋날지 알 수가 없는 거야.”
[그걸 잘 조율해내는 게 당신의 역할이잖아. 프로듀서.]
“그렇지. 그런데 난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 아니라 여러 사람의 사랑을 전부 받아들일 정도로 그릇이 크지 못해. 어디까지나 프로듀서. 그 위치가 딱 좋아.”
[흐응... 겁쟁이네.]
“그렇지.”
애초에 겁쟁이가 아니었다면 우리가 이런 상황에 내몰릴 일도 없었을 것이다.
선을 그을 용기조차 없던 거니까.
[그럼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뭔데.”
[당신은 아이돌들을 상당히 고평가하는데... 왜 그녀들이 당신을 공유해내지 못할 거라 생각하지? 그녀들이라면 완벽하진 못해도 나름 잘 그 관계를 유지할 거라고 생각해 본 적 없어?]
“글쎄다. 어쩌면 그럴 가능성도 없지는 않겠지. 근데 그 애들 의외로 꽤 승부욕과 경쟁심이 있거든. 아이돌 때부터 이상한 곳에서 경쟁 붙어서 일이 커진 게 한두 번이 아니었지. 그보단 차라리 나를 포기하고 그럼에도 일어서는 것을 믿는 쪽이 더 가능성 있어.”
[그렇지만 당신이 직접 그녀들이 당신을 포기하게 하는 것은 싫다?]
“.........”
[겁쟁이.]
서큐버스는 그 말을 끝으로 사라졌다.
츠무기는 세상 모르고 자고 있다.
나도 자자.
“내가 전부 받아들인다라.... 그럴 수 있었다면 참 좋았을 텐데.”
선배조차 못 한 걸 내가 할 수 있을 리가.....
+3까지 다음날(토요일) 있을 일을 정해주세요.
유리쨩 [깼어?]
P "아직도 안 갔어? 너희 몽마들은 잠도 없냐?"
유리쨩 [계속 지켜보고 있었지. 당신같은 겁쟁이를 사랑하는 저 애들이 측은해서 말이야.]
P "겁쟁이라... 맘대로 해. 네가 그렇게 부르고 싶으면 그렇게 불러. 하지만 어젯밤 너한테 얘기한 내 생각이 바뀔 일은 아마 없을거야."일
유리쨩 [이런걸 고집이라고 하나? 쓸데없는 곳에서 신념이 확고하다니까. 인간은.]
유리쨩 [당신의 태도에 대해 나도 생각해봤지만 당신의 태도, 그건 사랑이 아니야. 회피지. 생각해보라고. 당신이 지금 상대하는 애들은 극장이 들어서고 16년 동안 당신만 바라본 애들이야. 16년. 만약 당신이 저 애들이 공유할 수 있다고 생각되는, 그럴 그릇이 아닌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당신을 포기하고 다른 길을 찾아갔을거야.]
유리쨩 [그런데 그게 아니야. 16년 동안 당신을 바라봤다는 건 앞으로 16년 동안 당신을 계속 바라볼 수도 있다는 얘기야. 비유하자면 당신은 걔들이 당신과 선을 긋길 바라고 있지만 이미 걔들은 당신과 선을 그은 대신 당신과 '서로를 잇는' 선을 그었단 얘기지. 그러니까 당신은 그들을 모두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해. 그런데 당신은 그렇지 않지. 겉으로는 아이돌들을 사랑한다 사랑한다 말하지만 당신을 바라본다는 사실을 일부러 회피하고 무시하고. 그러면서 그 애들이 하나둘씩 지쳐나가 떨어지길 고대하고 있는거지. 그걸 보면서 나는 그릇이 못되니 어쩌니 하면서 합리화하는 거고.]
P "..."
유리쨩 [뭐, 내가 이렇게 귀에 닳도록 얘기를 해도 당신이 그걸 알아먹어야 말이지. 솔직히 당신의 그 태도가 썩 맘에 들진 않아서 당신을 도와주고 싶지 않은데 16년 동안 당신과 저 애들을 지켜보면서 생긴 정도 있고 유리코 앞에서 당신의 그 아랫도리를 다시 세우겠다고 공언도 했으니까.]
P "어제 그 얘기를 했는데 아직도 포기 안 한거냐?"
유리쨩 [말했잖아? 악마는 약속을 지킨다고. 기대하라고. 당신의 그 생각, 내가 어떻게든 고쳐버릴테니까. 그게 못 되면 내가 당신을 그 그릇에 맞는 사람으로 키워주도록 하지.]
손에서 어떤 물건을 소환해 P에게 건내주는 서큐버스. 물건을 보니 자주빛이 감도는 새까만 흑수정으로 장식된 은색 반지다. 악한 기운은 느껴지지 않지만 악마가 꺼낸 물건이라 그런지 불길해 보인다.
유리쨩 [그럼 나도 이제 쉬러 돌아가지. 평상시에 보이진 않겠지만 난 이 집에 계속 눌러앉아 있을거야. 그 반지의 수정을 문지르면 내가 나타나니까 필요하면 언제든지 날 부르라고. 당신의 그 태도로 아이돌이랑 대체 어디까지 가는가 계속 지켜보고 있을 테니까.]
유리쨩 [하지만 이것만은 명심해. 피하지 마. 도망치는 것도 한계가 있는 법이야. 그럼 아이돌들이랑 즐거운 주말 보내시기 바랍니다. 프로듀서씨.]
그 말을 남긴 채 사라지는 유리쨩.
유리쨩 [아! 깜빡하고 말 안한게 있는데, 앞으로 유리코도 여기 계속 머물거야. 참고하라고.]
그런데 자세히 보니 얘네들 프로듀서를 보는 눈빛이 평소와 다른 메가데레 모드이다
지금 몇 시지..?
오른손을 움직여 핸드폰을 붙잡고 시계를 보자 아직 6시도 안 됐다.
슬쩍 왼쪽을 보자 츠무기는 곤히 자고 있다.
흐트러진 이불을 다시 덮어주고 화장실 가기 위해 일어나자 침대에 걸터앉은 사람...이 아닌 것의 그림자가 보인다.
[아, 깼어?]
“아직도 있었냐. 서큐버스는 잠도 없어?”
[그야 인간들이 잘 때가 우리가 활동할 때인데 당연한 거 아냐?]
뭐.... 그건 그러네.
오히려 밤에 활동 안 하면 큰일이지.
[뭐 자려고 하면 잘 수는 있지만, 그냥 좀 지켜보고 있었어. 당신 같은 겁쟁이를 사랑해버린 저 애들이 불쌍하니까.]
“겁쟁이란 것을 부정할 생각은 없어. 네가 그런다고 없던 용기가 생기는 것도 아니고.”
[안 생기는 건지 생기지 않게 하는 건지. 별 이상한 거에 고집부리고 있어.]
그런 소리 가볍게 흘려듣고 일어나 화장실로 향했다.
전부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았지만 그도 끝내 해내지 못하고 죽음을 택한 사람을 알고 있다.
그라면 해낼 거라고 의심치 않았는데 그러지 못했다.
그렇다면 내가 가능할 리가 없다.
[당신 태도에 대해 나도 나름대로 생각을 해봤는데 적어도 그게 인간이 말하는 일반적인 사랑의 개념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란 것 정도는 알겠더라. 그건 도망이나 회피와 같은 개념에 더 가깝겠지. 지금 그 애들은 16년이란 세월 동안 당신만 바라본 애들이잖아? 애들이 인생의 절반 가까이 당신만 바라본 거야. 동료의 대다수가 라이벌인 걸 알면서도. 만약 당신이 모두에게 공유될만한 그릇이 아니었다면 다들 포기하고 떨어져 나갔겠지.]
“그 이야기 꼭 화장실에서 해야 하는 거야?”
[뭐야. 난 신경 안 쓰는데. 신경 쓰여?]
“어. 유리코랑 똑같은 얼굴로 내가 볼일 보는 걸 뚫어져라 보고 있는데 신경 안 쓰이겠냐.”
하아... 눈을 감고 정신을 하반신에 집중.
몸에 흐르는 기를 조절해 소변이 나오도록 유도...
[어쨌든 그 애들은 당신을 포기하지 않았어. 16년이나 바라봤는걸. 16년 더 바라볼 수도 있어. 오히려 16년이나 바라봤는데 이제 와서 포기하기도 싫겠지. 당신은 그 애들이 당신과 자기네 사이를 선으로 나누길 바라지만 그 애들은 당신과 자기들을 선으로 잇는 길을 택한 거야. 그러니 당신이 아무리 고집부려도 소용없어. 정말로 그 아이들을 사랑한다면 용기를 내야 해. 이대로 질질 끌어봐야 누구도 행복하지 않아. 그런데도 당신은 그 아이들의 사랑으로부터 도망치고 회피하면서 자기 분수에 안 맞는다고 합리화해. 정말로 사랑하고 있는 거야?]
그 애들이 공유한다는 생각을 하는지 경쟁하겠다는 생각을 하는지조차 모르는데 꽤나 확신을 갖고 말을 하네.
애초에 내가 그녀들을 사랑한다고 하면 그건 절대 일반적인 인간의 사랑이란 개념이 아닐 텐데.
[뭐 내가 이렇게 하나하나 알려줘도 당신이 듣지를 않으니 무슨 소용이야. 당신의 그 태도는 마음에 안 들지만, 그 애들에게 쌓인 정도 있고 당신의 그 쓸모없어진 하반신 부활시켜주기로 약속도 했으니 계속 돌봐줄게.]
“돌봐준다라.... 악마에게 그런 소리를 들어도 말이지. 그보다 어제도 그러더니 내 거 세우는 거 포기하지 않는 거야?”
[당연하지. 우리 악마는 신이나 인간과 달리 약속을 어기지 않는다고. 걱정마. 그 애기꼬추뿐 아니라 당신의 정신머리도 뜯어고쳐줄 테니. 남자 다루는 건 서큐버스의 특기니까 망가져 있는 걸 한 번 더 망가뜨리면 정상이 되겠지.]
“그 논리는 이상하잖아.”
[글쎄. 정말 그럴까? 아, 맞아. 이거 줄게.]
서큐버스가 내민 손에는 까만 흑수정이 박힌 은반지가 놓여있었다.
어제 본 상자처럼 불길한 기운은 없지만 그래도 불길하다.
그런데 서큐버스가 은을 만져도 되는 거야?
[나 당분간 이 집에 눌러앉을 생각이야. 모습은 안 보이겠지만. 반지의 수정을 문지르면 내가 나타날 테니 무슨 일 있으면 부르고. 당신이 그딴 식으로 언제까지 버티나 계속 지켜보겠어.]
그 말을 마치고 서큐버스는 연기처럼 사라졌다.
이제야 볼일을 볼 수 있겠...
[아, 맞아. 앞으로 유리코도 이곳에 머물 생각이니까. 참고해.]
다시 들어갔다....
하아....
말은 참 쉽게 한다.
일단 다시 자자.
*
눈꺼풀이 밝아지는 바람에 일어났다.
츠무기는... 없네.
시간이.... 10시인가.
없을 만도 하네.
방에서 나가자.
“아, 지도자님 안녕히 주무셨어요?”
“응, 안녕.”
“오, 프로듀서 일어났네. 안녕.”
“안녕하세요. 프로듀서.”
“오빠 아무리 토요일이라도 너무 늦게 일어나는 거 아니야?”
“저기 프로듀서 씨. 츠무기 씨랑 무슨 일 있었어? 엄청 풀 죽어 있던데? 저기.”
“으으으... 내는....”
아...
그야 중간에 서큐버스에게 몸을 빼앗겨 강제적으로 잠들었으니....
“뭐 피곤했는지 금방 잠들더라고.”
“흐응~ 그래서...”
“그런데 왜 다들 외출복인 거야?”
“다 같이 나가기로 했어. 기껏 주말인데 집에만 있는 것도 아쉬우니까.”
“그래? 알았어. 나도 바로 준비할게.”
아, 맞아.
유리코에게 좀 신경 쓰이는 게 있었지.
츠무기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고.
“저기 유리코. 어제 서큐버스가 그러던데 앞으로 이 집에서 지낼 생각이란 거 정말이야?”
“에? 아.... 네... 안 되나요?”
“안 된다기보다... 원래 살던 집은 어떻게 하게? 츠무기도 그래. 둘 다 살던 집이 있잖아.”
“저희 집은 관리해주시는 분이 계시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뭐... 츠무기는 그렇다치고 유리코는?”
“글쎄요... 그건 생각을 안 해봐서... ”
으음...
아예 미국이나 그런 곳이면 집을 통째로 옮기는 식의 이사를 할 수 있었겠지만 여기는 일본이니...
집을 통째로 옮겼으면 딱 좋은 확장 공사라고 볼 수 있었을....지는 모르겠네.
“게다가 유리코까지 산다고 하면 정말로 방이 없는데.... 진짜 증축을 해야 하나...”
한번 진짜로 알아보긴 해야겠다.
일단 오늘 나가는 것부터 생각하고.
+3까지 외출해서 있을 일 등을 정해주세요.
@ 참고로 당연하게도 유부녀 아이돌도 공략 대상에 들어갑니다. 물론 어지간해선 무리겠지만.
@@ (추가) 메가데레 아닌 적이 없어서 앵커에서 말한 평소와의 눈빛 차이가 없습니다.
그러다가 어젯밤 서큐버스의 얘기, 아이돌들을 보면서 지금 P가 느끼는 생각, 어젯밤 서큐버스에게 말한 아이돌들의 사랑에 대한 내 생각이 과연 맞는 걸까 하는 의문, 저 아이돌들을 데리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등 여러가지 잡념들이 섞이면서 점점 P의 머리가 아파온다.
그리고 그런 P의 속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P가 혼자 멀찍이 떨어져 있는 걸 발견한 아이돌들이 P에게 대시해온다.
수영복을 입고 들어가는 혼욕탕이었다.
게다가....
“안나쨩 이쪽~!”
“안녕, 유리코 씨... 사람... 잔뜩 있, 네.”
“그럼 안나도 왔으니 들어갈까?”
유리코가 부른 안나까지 있다.
무려 9명이나 되는 인원이 다 함께 온천이라니.
안 그래도 주말이라 사람도 많은데 조심해야겠네.
“코토하, 다리 괜찮겠어?”
“걱정하지 마. 우리가 확실하게 서포트해줄 테니까.”
“네. 최대한 코토하 씨가 불편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고마워 얘들아.”
솔직히 불안하긴 해도 믿어봐야겠지.
근데 메구미는 메구미대로 수영복 차림의 남자들이 있는데 괜찮으려나...?
*
혼욕이라도 탈의실은 별도.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샤워를 한 뒤 탕으로 가자 다른 애들은 이미 탕에 들어가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괜히 어제 서큐버스가 한 소리가 떠올랐다.
안나를 빼고 저기 있는 아이들.... 아니 거기에 추가로 더 많이...
그들 모두의 사랑을 받아들인다라.
정말 말로 하면 참 쉬워 보이는데...
“애초에 내가 바라는 건 저 애들이 사랑을 이루는 게 아니라 저 애들의 행복에 기여해주는 건데 말이지.”
그렇다고 내가 저 애들 모두를 받아들여서 행복하게 해준다니 그런 건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당장 저 애들을 데리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조차 막막한데 그런 건 정말 꿈이나 다름없다.
모모코랑 이쿠는 돌아간다고 해도... 아니 솔직히 그것도 좀 불안하긴 하지만.
당장 유리코가 잘 곳도 없고 다른 아이돌을 포함해 손님을 맞을 방도 없다.
증축을 한다고 하면 이젠 금전적인 부분이 문제다.
지금 거의 3달을 백수로 살고 있지만 쌓아둔 돈도 있고 주식도 좀 있어서 당장 문제는 없다.
하지만 증축에 가구도 더 들이고 벽지 바르고 등등
어지간한 돈으론 떼울 수 없다.
어쩐다....
“오빠. 이런 데서 뭐해? 춥지 않아?”
“프로듀서 씨도 얼른 탕에 들어가자!”
“아, 응. 그래야지.”
생각에 잠겨있자 모모코와 이쿠가 서로 내 팔을 붙잡고 탕으로 데려갔다.
11살일 때랑 신체적으로 큰 차이가 없는 모모코에 비해 이쿠는 상당한 몸매가 되었다.
게다가 둘 다 수영복이라 살이라든지 가슴이라든지 팔에 다이렉트로 닿아 뜨겁다.
아니 지금은 그런 것보다 중요한 게...
“지도자님 겨울에 수영복 차림으로 밖에 서 있으면 감기 걸립니다.”
“괜찮아. 이 정도는.”
“과연... 바보는 감기에....”
“츠무기... 하아, 그보다 코토하 다리는 어때?”
“네. 괜찮아요. 오히려 뭔가 스며드는 느낌이라 좋아요.”
“그래. 메구미는 어때? 남자도 꽤 있는데.”
“괜찮...아... 여자나 프로듀서만 쳐다보고 있으면 돼...”
“그건 괜찮은 게 아니야...”
다들 좀 구석진 곳으로 가서 코토하와 메구미를 다른 아이들이 에워싸듯이 자리를 잡았다.
난 애매하게 떨어져서 누가 접근하지 않도록 자리를 잡았다.
이러면 두 사람에게 문제가 생길 일은 그나마 적어지겠지.
“뭔가, 여러모로.... 큰일이네...”
“금방 익숙해질 일이야.”
“흐응...”
어느새 안나가 옆에 와서 앉았다.
저쪽에 끼지 않아도 괜찮은 건가?
“다들, 예쁜 몸...이네.”
“응?”
“안나.... 임신하고 몸매, 망가져서... 어때?”
“어떠냐니...”
갑자기 안나가 몸을 밀착해 올려다본다.
비록 키는 그다지 안 자랐지만, 몸매는 예전과는 비교가 안 되게 좋아진 안나답게 빌린 원피스형 수영복이 그 언밸런스한 신체에 맞지 않아 가슴이 상당히 아슬아슬한데 이렇게 다가오면 가슴 끝 분홍색이 보이려 한다.
“너말야... 이런 건 네 남편한테나 하라고...”
“어... 설마 프로듀서 씨.... 부끄러워? 안나한테 흥분, 하고 있어..?”
“아니 말을 꼭 그렇게...”
“헤에... 그렇구나. 애딸린 유부녀....가 취향, 이었구나.”
“아니 그러니까...”
“실은 최근... 쿄우야 돌보느라 지쳤거든. 유부녀 취향... 들키기 싫으면 어깨... 주물러줘.”
누명에도 정도가 있지.
무구한 남자를 이렇게 유부녀 취향으로 몰아가다니...
그래도 괜히 일이 꼬이는 것보단 나으려나.
“알았어. 등 이쪽으로 돌려.”
“응... 부탁해.”
안나가 등을 돌려 내 앞에 앉았다.
어깨에 온천물을 묻히고 손으로 가볍게 주물러 보았다.
“으응...”
“우와... 확실히 굳었네.”
“역시..?”
“응. 아직 그렇게 심하진 않지만 꽤 뭉치고 굳었어. 이건 좀 힘을 줘야겠는데?”
“맡길...게.”
손가락에 힘을 줘서 꾸욱하는 의성어가 나올 정도로 안나의 어깨를 압박한다.
“하읏... 응흐읏.... 아앙.....”
“안나... 일부러 이상한 소리 내지 마.”
“들켰어..?”
“당연하지.”
안나의 진짜 신음은 전에 동생이랑 집에 왔을 때 들었다.
남의 집에서까지 뭐하냐고 하고 싶었지만... 애 때문에 집에선 맘편히 못하는 걸 봐서 넘어갔다.
애초에 안마 받는다고 신음이 나올 리가 없잖아.
“좀 더 힘줄게. 아프면 말해.”
“으응... 괜찮...읏! 하아....아윽....윽...”
이거 참... 상당히 뭉쳤네.
다시 한번 물을 묻히고...
그렇게 몇 분 정도 더 주물러주자...
“아아! 프로듀서 씨가 안나 씨 안마해주고 있어-!”
이쿠에게 들켜 결국 모두의 어깨를 주물러주기로 했다.
우선 우리 집에서 가장 고생하는 에밀리부터.
“어우... 얘도 상당히 뭉쳤네. 하긴 우리 집 가사를 거의 혼자 떠맡고 있으니...”
“아뇨... 읏... 메구미 씨도... 으응.... 도와주세으윽!”
“앗 미안 아팠어?”
“아뇨... 괜찮습니다. 오히려 조금 더 세게 부탁드릴게요.”
“으응... 알겠어.”
힘을 팍 줘서 누를 때마다 묘하게 에밀리의 반응이 좋은 건 기분 탓이겠지?
그 다음은 메구미.
“너도 꽤 뭉쳤네.”
“으응... 몸 쓸 일..윽..없고... 최근엔...하읏..늘 집에 있어서엇!...그런가?”
메구미도 765에서 비주얼 트레이너였던 만큼 몸 쓸 일이 없었지만, 저번 버닝 걸 사태 이후로 거의 불리는 일이 없어졌다.
그보다 얘도 꽤 반응이 강하네.
“으읏 프로듀서... 이런 건.... 하윽... 잘한다니까... 으응...”
“칭찬인 거지?”
“그럼~”
그렇다면야 칭찬으로 받아들여야지.
그 다음은 이쿠.
“역시나라고 해야할까. 거의 뭉쳐있지 않아. 관리 잘 했나 보네.”
“헤헷 리오 씨가 좋은 에스테를 소개해줘서 종종 받고 있거든.”
물론 나이도 있겠지.
이제 26살이 될 텐데 벌써.... 뭉치지.
응 26살이면 뭉치지.
그럼 정말 이쿠가 잘 관리하고 있는 거겠지.
“모모코도 이쿠만큼은 아니어도 그다지 뭉치지 않았네.”
“흐흥 모모코는 프로니까 그 정도 몸관리는 기본이라고!”
“그래그래. 장하네.”
모모코 역시 앞의 세 명에 비하면 훨씬 부드럽다.
전에 공백기를 가졌는데도 이 정도면 정말 열심히 관리했겠지.
“츠무기는 좀 뭉쳤네.”
“윽... 어쩔 수 없잖아요. 저도 이제 나이가 나이니까...”
하긴 이제 츠무기도 어엿한 30대 중반.
이 중에선 코토하 다음으로 나이가 많다.
그리고 그 코토하는
“아악!... 아윽!....끄읏..!!”
“뭐 어쩔 수 없지. 오랜 시간 정말 최소한의 근육 유지만 받다가 1달 동안 잠들었으니 뭉쳐 있을 수밖에.”
“으극!....꺄악!....아극..!!”
그래도 좀 많이 뭉치긴 했네.
거의 돌이야...
이제 마지막으로 유리코인가.
“으윽.... 아흑...”
“유리코도 꽤 뭉쳤네. 몸관리는 열심히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야... 으극...보여줄 사람...악....없어졌으니....아흑!!”
뭐 일단 이걸로 전원인가...
“하아.... 8명이나 안마를 해주는 건 확실히 빡세네...”
“우후훗, 아직 안 끝났다고요?”
“에?”
“이젠 프로듀서가 안마받을 차례잖아요?”
“아... 아니. 난 괜찮은데...”
“에이 사양하지 마시고~”
“아니 정말로... 끄아아악?!!!”
8명의 여자에게 온몸 구석구석을 안마 당했다.
어으으..... 아파....
온몸 구석구석이 뭉쳐있는데 그걸 서로 경쟁하듯 주물러대니....
역시 공유는 무리 아닐까...
+3까지 이후 있을 일을 정해주세요. 뭐 시간상 점심식사부터 저녁먹기 전까지?
새로 나온 게임기 사고 싶은데 반반씩 내주고 P가 산 것처럼 P의 집에 설치해 달라는 부탁. 남편이 아이 놔두고 게임에 몰두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고.
이번엔 P가 자기가 사는 집의 증축 얘기를 꺼내려고 하던 찰나 안나는 유리코로부터 얘기를 들어서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고 한다. 증축 관련해서는 걱정하지 말라고. 태어날 때부터 쭉 아주버님 도움만 받고 살아온 남편이라면 분명 P를 도와줄 거라고 안심시킨다.
아무튼 안나와의 얘기가 끝나고 이쿠와 츠무기가 집에 P가 입을 옷이 별로 없다고 옷을 사러가자고 한다.
온천을 나와 길을 거닐던 중 유리코가 모두에게 제안했다.
얘 정말 술...
“유리코 너 정말로 중독 아냐? 당장 어제도 마셨잖아.”
“에이 괜찮아요. 어제도 집 찾아올 정도였잖아요?”
“아니... 그것도 못할 정도로 마시는 건 정말로 문제거든.”
“나는 찬성. 프로듀서 씨랑 술마신지도 오래됐고.”
“이쿠가 그렇게 말한다면... 모모코도 좋아.”
이쿠와 모모코가 가장 먼저 찬성표를 냈다.
하긴 이 둘은 유리코의 술주정을 본 적이 없으니...
“저도 좋아요.”
“안나도... 찬성...”
“후훗 즐거운 저녁이 될 것 같네요.”
코토하에 안나 에밀리까지....
츠무기와 메구미도 말은 안 해도 표정이 이미 찬성이다.
하아... 어쩔 수 없지.
분명 은퇴할 때 받은 50년 묵은 양주가 있었지.
술은 잘 모르지만 방송국의 높으신 분이 준 거니 뭐 좋은 거겠지.
그렇게 다들 술파티에 대해 이야기하며 걷던 중 갑자기 안나가 내 팔을 당겼다.
“안나? 무슨 일이야?”
“조금... 중요한 이야기, 있어.”
“으응.... 뭔데?”
“따라와...”
안나가 뒷골목으로 들어가는 걸 따라갔다.
어지간해선 그런 곳에 들어가는 건 말리겠지만 워낙 표정이 진지해서 그럴 틈도 없었다.
“그래서 무슨 일이야?”
“절대로.... 그이한텐 말하면, 안 돼.”
“응. 알았어.”
안나가 동생에게까지 말하지 말라달라고 할 정도라니....
꽤 심각한 이야기인 것 같네.
“실은.... 이번에 새로 나온, 게임기. 반반씩 내서.... 프로듀서 씨 집에 두면....안 돼?”
“으...응? 새로 나온 게임기라면 PS VR SWITCH BOX 말하는 거지? 그 역대 최고의 VR 환경 재현으로 VR 특유의 위화감마저 없다던...”
“응..! 안나... 그거 꼭... 하고 싶어... 그런데 그이, 눈치가 보여서...”
남녀 반대 아니냐. 이거.
결혼한 남자 게이머들의 최대 고민이잖아.
아내 눈치.
“아니 그보다 걔는 네가 게임하는 걸 좋아하잖아?”
“그건 그런데... VR 하면 주위가 안 보이니까.... 아기를 두고 게임에 집중.... 싫어해...”
“하긴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으니 아기 혼자 두는 거나 다름없겠구나.”
“응... 그러니 부탁해. 게임하는 안나의 몸... 마음대로, 해도 되니까...”
“그 조건은 애딸린 유부녀가 내걸 조건이 아니다 싶은데...”
“취향...이잖아?”
“아냐...”
흐음... 솔직히 그 기계엔 흥미가 있다.
하지만 결국 아기를 우리에게 맡기고 자기는 남편 몰래 게임을 하겠다는 건데.....
아이가 아기가 아니면 몰라도 생후 2개월 아기를 맡기고 게임에 몰두하는 건 역시 좀 아닌 것 같다.
당장 쿄우야를 제대로 돌볼 수 있는 건 안나뿐인데...
“안나. 그 부분은 내가 동생을 설득해볼게. 애초에 그 애는 게임에 몰두하는 널 좋아했던 만큼 좀 밀면 넘어와 줄 거야.”
“그럴까...”
“응. 걱정마. 게다가 지금 우리 집엔 더 이상 사람이 늘어날 여유가 없어서...”
“아... 그거라면 걱정... 안 해도 돼.”
“응?”
“유리코 씨에게 들었어... 괜찮아. 태어나서부터 프로듀서 씨에게.... 도움을 받아온 그이라면... 알아서 잘 해줄, 거야.”
“아니, 딱히 걜 태어나서부터 돌보진 않았는데...”
걔가 5살 때 그 일이 일어날 때까지 눈길하나 제대로 주지 않았던.... 아.
그러고 보니 그 시절엔 걔가 울든 말든 신경 안 쓰고 포커나 화투 같은 것의 속임수 연습했었지.
그게 무의식 중에 트라우마가 되어서 안나가 아기보다 게임에 몰두하는 걸 싫어하는 건가.
으음.... 그런 건 잊어버리자.
“어쨌든.... 괜찮아.”
“흐음.... 뭐 큰 기대는 하지 않고 기다릴게.”
“프로듀서? 이런 곳에서 안나쨩과 무슨 이야기를 하시는 거죠?”
“아, 별거 아냐. 안나가 동생 선물로 뭐가 좋을지 물어본 거 뿐이야.”
“헤에....”
코토하에게 적당히 얼버무리고 다른 애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애들 말로는 이 다음에 쇼핑을 간다고 한다.
내 옷이 없는 것 때문이라고.
하긴 거의 다 양복이니...
*
그렇게 백화점에서 옷을 보는데....
1~33: 아니 펑크 록은 조금....
34~66: 사실 이 나이엔 캐주얼도 기본 베이스가 와이셔츠란 말이지.
67~99: 기모노라... 뭐 나이도 있으니 이런 것도 좋지.
100: 으응..?
먼저 2표 갑니다.
“오오.... 강해보여...!”
“아니.... 유리코.... 이 나이 먹고 펑크 룩은 진심으로 아니야... 응. 정말 아니야. 안나도 호응하지 마.”
유리코의 주도 아래 이루어진 내 옷 쇼핑은 30대 중반 넘기면 직업상 입는 게 아닌 이상 절대 입을 수 없을 것 같은 옷들로 이루어졌다.
쇠사슬과 화려한 장식이 주렁주렁 매달린 검정 가죽 자켓은 기본에 시꺼먼 바탕에 해골이나 천사 날개 같은 그림이 그려진.... 솔직히 말해서 헤이세이도 아니라 쇼와급 시대착오다 싶은 셔츠와 심각한 수준의 데미지.... 진이 아니라 이것도 가죽..?!
줄리아라도 이건 아니라고 말할 거다. 분명.
“으음... 뭐 어울리기는 하겠지만 좀 너무 화려하지 않아?”
“아니에요! 메구미 씨 잊으셨어요? 스페인에서 기타를 치는 프로듀서 씨의 모습을! 상상해보세요! 이 옷들을 입고 쿨한 표정으로 기타를 튕기는 프로듀서 씨의 모습을!!”
“아니... 프로듀서가 연주한 건 통기타고 이건 최소 일렉 기타를 들어야 하는 하드 펑크 룩스잖아....”
“유리코 씨 이건 완전히 코스프레잖아. 적어도 평상복으로 입을만한 옷으로 하자?”
“으으..... 그렇다면....”
유리코는 다시 옷들을 뒤지며 새로운 옷을 찾았다.
잠시 후 유리코가 옷을 바리바리 들고 왔다.
“이건 어때요! 제복 스타일 가죽 코트를 기본으로 했는데!”
“으응.... 뱀파이어 헌터?”
“아, 딱 그 느낌이네. 가슴에 벨트도 있고.”
“서큐버스 사냥할 때 입으면 딱 좋을 것 같네. 톱 단창이랑 산탄총 들고...”
“그건... 야수 사냥복, 아냐...?”
“유리쨩을 사냥하면 안 돼요?!”
모모코의 솔직한 감상에 이쿠도 동감했고 나도 동감이었다.
그렇지만 이것 역시 평상복으로 입기는 힘들 거 같은데...
디자인 자체는 세련되어서 입는 게 문제는 아니지만 정말 과할 정도로 멋부렸단 느낌의 옷이라....
“지도자님께 어울릴 것 같기는 합니다만 관리가 큰일일 것 같네요.”
“프로듀서 자체가 괜찮은 소재라 소화하기야 하겠지만...”
“늘 깔끔한 혹은 일에 찌든 느낌이 나는 양복만 입으셨으니 오히려 우리가 어색할 거 같아.”
에밀리와 메구미 코토하 역시 좀 아니란 반응이었다.
유리코와 안나는 마음에 들어하는 것 같지만....
“츠무기는 어떻게 생각해?”
“흐음. 평상시에 입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만, 외출할 때 가끔 입는 정도로는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거봐요! 츠무기 씨도 그렇게 말하고 있고! 부탁...해요?”
그런 눈빛으로 올려다보지 마...
하아... 이런 거에 낚이는 나도 참...
“알았어... 그거 사자.”
“앗싸~!!”
“하아...”
그 후 신난 유리코가 가죽점퍼나 바지, 장갑, 은제 사슬 팔찌 등까지 들고 왔고.... 거부하지 못했다.
처음에 본 것에 비하면 훨씬 순한 디자인이라 상대적으로 나아 보인 탓이겠지.
그 외엔 적당히 티셔츠나 청바지 등을 샀다.
*
저녁이 되어 안나는 이만 아기를 보러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우리는 술 파티를 위한 술과 안줏거리를 잔뜩 사들고 집으로 돌아갔다.
전원에게 한잔씩만 받아도 7잔인가.
페이스 조절 못하면 훅가겠네.
예전에도 그렇게 성인조에게 자주 죽을 때까지 마시게 당했고....
+3까지 술파티 하면서 있을 일, 할 이야기 등을 정해주세요.
그러다 문득 드는 생각.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이들은 16년 동안 나만을 바라보고 온 사람들이다. 자신들의 고백에 대한 나의 대답을 듣기 위해 16년 동안 남아있는 사람들이다. 16년 동안 내 대답을 기다려왔으면 지칠 법도 하다. 다른 길을 찾아 갈 법도 하다. 그런데도 저들은 나에게서 답을 듣길 기다리고 있다. 저들에게 있어서 나란 존재는 뭘까? 나란 사람이 뭔데 16년 동안 기다리는거지? 그런데 나는 저들의 사랑에 대답하지 못한 채 15년 동안 저들의 사랑을 피해왔다.
해가 바꼈지만 그들은 여전히 나를 바라보고 있다. 이쯤 되면 나도 바껴야 되나 라는 생각도 든다. 그러고보니 얼마전 유리코한테 이전의 15년과는 다른 새로운 미래를 약속했던 사실이 기억난다. 그렇다면 진짜 서큐버스의 말이 맞는걸까? 나는 저들의 사랑을 모두 받아줄 수 있는, 그런 그릇이 되는 사람이 맞는걸까? 하지만 서큐버스의 얘기대로 내가 용기를 내서 다가간다 쳐도 그렇다면 내가 이 아이돌들을 끝까지 책임질 수 있을까? 진짜 새로운 미래를 약속할 수 있을까? 그 유능했던 선배도 못해낸 일을 내가? 또다시 지난 15년처럼 눈을 꼭 감은채 피해다니는거 아닐까?
대답해보라고...
난...
아이돌 "프로듀서... 왜 우시는 거에요...?"
P "어...?"
벌써 4번째 건배다.
이미 조금씩 취기가 올라오는 애들도 있고 분위기도 무르익었다.
“저기... 어제 이런 걸 찾았습니다.”
츠무기가 내민 것은 노래방 마이크.
나름 최신 기술이 담긴 것으로 마이크 하나에 수많은 노래가 저장된 것은 물론 점수 표시까지 나온다.
“헤에, 마이크인가.”
“기왕이니 이것으로 가요제를 해보지 않겠습니까?”
“가요제? 노래로 승부하자는 거?”
“와아! 재밌겠다! 오랜만에 에밀리 씨나 메구미 씨, 코토하 씨의 노래 듣고 싶어!”
“승부라면 뭔가 거는 편이 재밌지 않을까?”
“꼴찌는 벌칙주라든지?”
“좋네~ 하자! 하자!”
아이돌들은 자연스럽게 순서를 정해 노래 배틀을 하게 되었다.
맨 처음은 메구미.
예전부터 노래방 첫 타자는 메구미였다.
물론 8년 전까지의 이야기지만.
다음 타자는 에밀리.
청렴한 목소리로 자아내는 음색은 여전히 아름답다.
예전엔 큰 이벤트가 있으면 반드시 아이돌 전원이 뒷풀이로 회식도 가고 노래방에 가고 그랬는데...
이젠 절반 정도도 안 남았나.
“코토하 50점이라니~”
“꼴등은 코토하 씨로 확정이려나?”
“아, 아직 모르는 거잖아!”
코토하를 점수로 놀리는 아이들을 보며 조용히 한잔 더 기울였다.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아이들은 모두 나에게 마음이 있다.
그 정돈 알고 있다.
표현한 아이도 있고 표현하지 않은 아이도 있지만, 알고 있다.
차라리 내 착각이라면 좋을 텐데.
16년이면 이 아이들의 인생의 반 이상이다.
왜 나한테 그렇게까지 오래 매달리는 걸까.
이 아이들만이 아니다.
리오, 카오리 씨, 세리카 그 외에도 잔뜩...
내가 아닌 사람과 사랑해 행복하게 사는 아이들도 많다.
안나, 코노미 씨, 로코, 아카네 그 외에도 잔뜩...
내가 아닌 사람과 사랑해 행복하지 못한 아이들도 많다.
마츠리, 시호, 후우카, 아유무 그 외에도 몇몇....
사랑한다고 행복해지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16년이나 나만 보는 것보단 눈을 돌리는 게 훨씬 행복해질 가능성이 컸을 텐데.
이 아이들은 나 같은 것보다 훨씬 훌륭한 아이들이다.
아이돌로서 여성으로서 인간으로서 분명 최상위에 있는 존재들이다.
나를 만나지만 않았어도 훨씬 나은 인생이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왜 나 따위를 16년이나 바라봤을까.
내가 도망치는 걸 뻔히 알면서도...
“역시 코토하가 꼴찌네~ 그럼 벌칙주 제작한다! 나 대형 글라스 가져올게!”
“분명 냉장고에 과일 있었지? 깎아올게.”
“모모코는 과자 가져올게.”
코토하가 진 모양이다.
그나저나 과일이랑 과자라니...
얘네 진심이네....
“어머? 벌칙주라는 것은 정액이나 소변 같은 것을 넣는 것이 아니었나요?”
“에밀리 씨. 그것은 AV에서나 하는 짓입니다. 친구 사이에선 침 정도로 하는 것이 선을 지키는 정도입니다.”
“그랬군요. 처음 벌칙주라는 것을 알았을 때는 이미 그런 쪽 일에 종사하던 차라 몰랐습니다.”
“자, 에밀리 씨도 넣어!”
“으음... 그러면 저는 이 돼지 고기의 지방을...”
기름인가...
대형 글라스에 싸구려 양주가 한가득.
그 안에 얇게 썬 사과와 포카칩, 쥐포, 지방 덩어리, 마늘, 그리고 최악의 사태를 대비한 초콜릿인가.
첫판부터 엄청 강한 거네....
“자, 코토하. 아, 프로듀서. 첫 잔부터 대신 마시는 건 없기야.”
“메구미 너무해.... 으윽.... 꿀꺽꿀꺽... 우웁..... 꿀꺽.... 우물우물....우우욱.....”
“입 떼면 안 돼!”
얇게 썬 과일이나 과자가 술을 흡수해서 그걸 씹어먹는 것은 정말...
올라오는 마늘 냄새랑 돼지고기 냄새에.... 초콜릿을 얼마나 유용하게 활용하느냐가 관건이겠지.
“으읍... 꿀꺽... 우물우물우물... 끄윽.... 꿀꺽....꿀..꺽..!! 푸하아! 꺼어억! 꺗!? 프, 프로듀서 지금껀..!”
“응? 미안. 잠시 딴 생각 좀 하고 있었어.”
“우우.... 그런 배려가 더 괴로워요... 히끅... 좋아. 1판 더!”
“이번에 제가 1등을 했습니다만, 1등에게 아무런 혜택이 없는 것은 아쉽군요.”
“그런 이번엔 꼴찌가 1등이 시키는 거 하는 거로 하자.”
“좋아! 그럼 이번엔 나부터!”
그렇게 다시 노래 대결이 시작되었다.
다시 눈앞에 있던 글라스를 기울였다.
전에 메구미와 에밀리에게 안나에게 유리코에게 예전과는 다른 형태의 행복한 미래를 맞이하자고 했다.
그렇지만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이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선을 긋는 게 맞다.
난 너희를 사랑하지만 그건 너희가 바라는 사랑이 아니고 너희의 사랑은 기쁘지만, 너희와 사랑을 나누지 않을 거라고.
난 그녀들이 사랑을 이루냐 마냐에 관심 없다.
난 그저 그녀들이 행복해지고 그것에 내가 기여했다는 그 사실만 있으면 된다.
그러면 내가 행복하니까.
그렇게 해야만 내가 행복해질 수 있으니까.
하지만 내가 선을 긋는다면 분명 관계는 소원해진다.
그래선 내가 행복에 기여하기 어려워진다.
아이들 쪽에서 나로부터 멀어져 간다면 난 눈치 없는 척하며 계속 아이들의 곁에서 아이들을 도와줄 명분은 있다.
괴롭긴 해도 그거면 충분하다.
그러면 내가 행복해진다.
“결국 또 코토하가 졌어~”
“우우... 치사해! 현직 아이돌 상대로...”
“자, 그보다 이쿠가 이겼으니까 코토하 씨에게 어떤 벌칙을 내릴지 정해.”
“응? 그냥 마셔. 아까 거.”
“옷케~ 그럼 만들게!”
만약 내가 나를 사랑하는 전원을 받아들인다면?
내가 그럴 수 있을까?
받아들이는 게 어려운 게 아니다.
그걸 행복한 상태로 유지하는 게 어려운 거다.
100mL짜리 밀폐 용기에 100L만큼 물을 넣고 뚜껑을 닫는 짓이다.
만약 서큐버스 말대로 내가 100L짜리라 해도 그 안에 어떤 불순물도 들어와선 안 된다.
뭐라도 들어오는 순간 터진다.
뚜껑이 조금만 느슨해져도 흘린다.
얼리면 깨진다.
끓어도 깨진다.
그 선배가 14명을 감당하지 못했는데 내가 그보다 많은 수를...?
무리야.
난 이 아이들을 행복하게 할 수 없는 걸까.
난 이제 행복해질 수 없는 걸까.
나는....
“지도자님... 어째서 울고 계신 거죠?”
“에..?”
이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나 보다.
젠장 벌써 갱년긴가...
“아냐. 갱년기가 벌써 왔나 보지. 신경 쓰지 마.”
“어이...”
“으응? 코토하?”
“프로듀서르르 울린믄 살만으 ㄴ 내가 요엇하지 안ㅇㄹㅎ,ㄴ다11!”
“꺄악?!”
“잠깐 코토하 뭐하는 거야?!”
“타나카 씨 진정하세요!”
갑자기 코토하가 유리코를 덮쳐 때리기 시작했다.
얼굴이 시뻘겋고 말도 제대로 못하는 걸 보니 제대로 취했네!
“이겍!딩게`익벡1이게!”
“자, 잠깐 코토하 씨 하지 마세요! 아파요!”
다행히 팔에 힘이 안 들어가는지 투닥거리는 정도긴 해도 심하게 취했네.
메구미랑 츠무기가 달라붙어 겨우 땠지만 아직 버둥거린다.
하아.
“코토하.”
“ㅍ,롣규서?”
“날 위해 화내준 거구나. 고마워. 그렇지만 괜찮아. 네가 아니 너희가 노래하는 모습을 본 게 기뻐서 운 거니까.”
“ㅏ..... 그럼 좀너 불를게요.”
그 후로 코토하는 번외로 치고 몇 번 더 대결을 펼쳤고
유리코가 촛불에 방귀를 뀌거나 이쿠가 어린 시절 봤던 마법 소녀 흉내를 낸다거나 메구미가 옷 입고 샤워를 하거나 츠무기가 엄청 리얼한 고양이 흉내를 내며 애교를 부리거나 등등 다들 완전히 취할 때까지 놀았고...
다들 거실에서 뻗어 잠들었다.
+3까지 다음날 있을 일을 정해주세요.
1~30 에밀리
31~40 메구미
41~50 모모코
51~60 이쿠
61~80 츠무기
81~89 코토하
90 유리코
91~100 P
P "후, 어제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그런가 계속 나오네."
??? "맞아. 빨딱 서지도 않는 애기꼬추인데도 오줌 하나는 잘 나오네."
P "???"
소리가 난 쪽을 바라보니 욕조에 걸터앉은 어제의 그 서큐버스가 보인다.
하아... 이 녀석은 지치지도 않나...
P "저기, 나랑 대화를 하고싶어서 나오는건 좋은데 좀 장소를 봐가면서 나오면 더 좋지 않을까 싶은데?"
유리쨩 [그럼 뭐 어떻게 해? 이미 집안은 저 사람들로 만원이고. 당신과 둘이서 편안하게 대화를 할 수 있는 장소가 여기 밖에 없는데.]
P "됐고... 이번 대화 주제는 뭔데?"
유리쨩 [뭐라고 해야하나... 당신이 어젯밤 흘린 눈물?]
P "...보고 있었던 거냐..."
유리쨩 [어제 당신한테 미리 말했잖아. 당신이 그런 마음가짐으로 언제까지 버티는지 계속 지켜보고 있을거라고.]
P "그래서? 난 울면 안 되냐? 그 눈물과 관련해서 네가 하고 싶은 말이 뭔데?"
유리쨩 [어젯밤 당신이 우는 모습을 보면서 당신이 흘린 그 눈물, 그 눈물 속에 스며든 당신의 감정을 느꼈거든.]
P "눈물만 보고도 눈물을 흘릴 당시의 내 감정을 알아챈다고? 대단한 서큐버스로구만."
유리쨩 [맘대로 생각해. 아무튼. 저들을 바라보면서 느끼는 당신의 감정은 크게 세 가지라고 생각해. 첫번째 16년 동안 자신만을 바라본 저들의 사랑을 만족시켜주지 못 해 느끼는 자괴감. 두번째는 저들에게 새로운 미래를 약속했지만 진짜 저들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까 하는 회의감.]
P "그 두개는 그 때 내 머리속에서 든 생각이었으니 이미 예상했던 거였고. 나머지 하나는?"
유리쨩 [그리고... 세번째 감정은... 부담감?]
P "???"
유리쨩 [솔직히 말해 당신도 이제 부담스러운거지. 16년 동안 당신만을 바라본 저 아이들의 사랑. 16년 동안 나만 바라본 저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 16년 동안 몸이 부서져라 일해서 저 아이들을 뒷받침했는데, 정작 당신은 사랑을 받아주지 않아 도망치기만 하고, 그러니 저 아이들은 당신과 이어지지 않아 행복해하지 않고, 그렇다고 다른 만족할만한 성과는 하나도 없고.]
[그러다가 마음 속이 허무해지는 거지. 왜 나는 저 아이들을 바라보고만 살아야 하는 거지? 16년 동안 저 아이들만 바라보고 산 내 인생은 누구한테 보상받아야 하는거지? 하지만 앞으로 저 아이들이랑 계속 엮이면 왠지 인생이 더 꼬일 거 같고. 그걸 속에만 담아두고 표현하지 않을 뿐이지만.]
P "..."
유리쨩 [뭐, 내가 파악한 결과는 이 정도가 전부야. 마지막 감정에 대해 당신이 뭐라고 변명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허리가....
맨바닥에서 잤다고 허리가 이렇게 아프다니....
정말 늙었구나...
“아, 프로듀서 일어났어?”
“메구미 안녕. 아침 만드는 거야?”
“안녕. 이미 10시 넘었으니 아점이려나. 아직 다른 애들도 안 일어났고.”
“그래. 고마워.”
“아냐아냐.”
“난 화장실 좀 가야겠다.”
“오케이~”
요리하는 메구미를 뒤로하고 화장실로 갔다.
후우...
“어제 술 마셔서 그런가 계속 나오네...”
[그러게. 아침인데도 빨딱 서질 못하는 애기꼬추인데 쉬야 하나는 잘해. 하긴 이제 그 쪼꼬미는 그것밖에 할 줄 아는 게 없으니 당연한가.]
갑자기 들려온 유리코 목소리의 악질적인 성희롱에 고개를 돌리자 욕조에 서큐버스가 걸터앉아선 비웃고 있었다.
“저기 말이야. 나랑 이야기하는 건 좋지만 좀 더 TPO를 가려보는 게 어때?”
[어떻게? 이미 집안은 애들로 가득한걸. 당신이랑 단둘이 조용히 말할 곳은 여기 정도뿐이라고?]
몽마인 주제에 꿈에서 대화한다는 선택지는 없는 건가.
[꿈이란 건 금세 흐릿해지는 법이니까. 진지한 대화를 나눌 장소로는 마땅치 않아.]
이 녀석 머릿속에 직접 말을..!
“하아.... 그래서 이번엔 또 뭔데?”
[음... 당신의 눈물?]
“보고 있던 거냐.”
[말했잖아? 당신이 언제까지 버티나 지켜보겠다고.]
“그랬나. 그랬지.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뭔데?”
[어젯밤 당신이 흘린 눈물에 담긴 당신의 감정이 좀 느껴졌거든.]
눈물만 보고 그 사람의 감정까지 알아낼 수 있는 거냐.
서큐버스 너무 만능이잖아.
누구야 서큐버스가 하급 악마라고 퍼뜨린 놈은.
[당신이 느낀 감정은 대충 3개. 하나는 16년간 자기만 바라본 저 아이들의 사랑을 채워줄 수 없다는 자괴감. 또 하나는 저 아이들에게 새로운 미래를 약속했지만, 자기가 정말 그런 걸 할 수 있을지 하는 회의감.]
“그래그래. 계속 읊어봐.”
[마지막 하나는 부담감이려나?]
“흐응...”
[솔직히 이제 부담스러운 거지. 16년이나 당신만 바라본 저 애들의 사랑. 16년 동안 저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 몸이 부서지도록 일하며 저 애들을 뒷받침했지. 하지만 동시에 당신이 저 아이들의 사랑으로부터 도망치고, 그러다 보니 저 애들은 사랑을 이루지 못해 행복해지지 못하고. 그런데 또 외부적 환경이 계속 꼬이다 보니 11년 동안 만족할만한 성과는커녕 계속 일이 틀어지고. 그러니 슬슬 허무해지는 거지. 왜 난 저 아이들만 바라보고 있는 걸까. 저 아이들만 바라본 내 인생은 누구한테 보상받아야 하는 거지? 이 이상 저 아이들과 엮이면 인생이 더 꼬이지는 않을까. 뭐 그런 걸 마음속 깊이 숨겨두고 있는 거지.]
“끝?”
[응. 이 정도. 뭐 당신이 뭐라 변명할지는 모르겠지만.]
“할 말은 많지만, 하진 않겠어. 내가 너한테 굳이 변명을 할 필요는 없잖아?”
[뭐 그렇지.]
“아, 그래도 하나만 말할게. 난 저 아이들을 만나서 저 아이들만 바라보고 산 것에 대해 전혀 후회라던가 생각하지 않아. 저 아이들이 날 만난 건 불행이어도 내가 저 아이들을 만난 건 행운이야. 저 애들은 지금까지의 내 인생에서 틀림없이 최고의 인간들이고 또 앞으로의 내 인생에서도 틀림없이 최고의 인간들이야. 이제와서 저 아이들보다 소중한 사람 따위 있을까 보냐.”
그 말만 남기고 화장실을 나왔다.
[근데 왜 그것 또한 행복이란 걸 모르는 건데.]
서큐버스가 뭐라고 한 것 같지만, 물 내리는 소리에 묻혀 들리지 않았다.
“미안해! 유리코쨩!!”
?
화장실에서 나와 거실로 돌아가자 코토하가 유리코를 상대로 머리를 박고 있다.
“괜찮다니까요?! 고개를 들어주세요!”
“그렇지만... 술에 취해서 폭력을 휘두르다니... 난 최악이야...”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니까요?! 술자리에서 친구끼리 투닥투닥 거리는 건 당연한 거잖아요!”
“그래도..!”
“자자 코토하. 그 정도로 해둬.”
꿇고 있는 코토하 앞에 쭈그려 억지로 고개를 들게 했다.
“이미 용서한 일로 계속 그러면 오히려 부담일 뿐이야. 그러니 그만 일어나.”
“ㄱ, 그래요! 전 이미 용서했으니까 너무 그러지 말아주세요!”
“으응... 용서해줘서 고마워 유리코쨩.”
“자, 밥이나 먹자.”
다 같이 모여 메구미가 만들어준 아침 겸 점심을 먹었다.
뜨끈한 국물이 뱃속의 알코올을 모조리 날려주는 것만 같았다.
+3까지 오후에 있을 일을 정해주세요.
P : 유리코랑 난 이런 육아 문제로 다툴 아이도 없었는데 이건 불행인건가, 다행인건가.
동생 [형, 안나 지금 형네 집에 있지?]
P "어, 안나 지금 여기 있는데. 보아하니 어젯밤에 둘이서 거하게 싸웠나 보네. 그 게임기 때문이야?"
동생 [안나가 말해줬나보네. 이 사람, 쿄우야 때문에 조금 뭐라했기로 서니 바로 토라져서 핸드폰도 집에다 둔 채 나가버리고... 일단 알았어. 바로 갈게.]
이번엔 또 누구려나.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인터폰을 확인하자... 안나?
뭐 놓고간 거라도 있....을 리가 없지.
집에 들어오진 않았으니까.
뭐지.
바로 현관으로 나가 문을 열었다.
“안녕 오늘은 무슨... 어째서... 울고 있어?”
“프로듀서...씨...”
“무슨 일 있... 손에 든 거 뭐야?”
문밖에 서 있던 안나는 아무리 오늘자로 3월이 되었다곤 해도 너무 얇은 옷차림을 한 채 울고 있었다.
그리고 한 손에 상자를 들고 있는데...
“이거....”
“PS VR SWITCH BOX..? 안나... 너 설마...”
“우우...”
“하아... 일단 들어와.”
“고마워...”
안나는 조용히 올라와 거실로 향했다.
*
안나의 설명에 따르면 어제 돌아가는 길에 게임기와 동시 발매해 현재 엄청난 인기몰이를 하는 중인 소프트를 끼워서 게임기 하나 값에 파는 이벤트를 하고 있어서 충동구매를 해버렸다고 한다.
유리코가 같은 게이머로서 열심히 내 동생 욕해주고 있지만....
“그래도 말이지... 보통 그걸 그대로 집으로 들고 가? 어제 나한테 그런 말까지 해놓고?”
“흐윽... 그이라면.... 괜찮을 거라고.. 훌쩍...”
“그래서 어젯밤에는 잘 숨겼는데 오늘 들켜버려서 대판 싸우고 가출했다는 거야?”
“응... 안나... 제대로 훌쩍... 쿄우야랑 게임... 흑... 양립할 수 있는데.... 흐윽, 흑... 왜....”
뭐 아이돌과 게이머도 양립했었으니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그 녀석 입장에선 불안하겠지.
특히 이 게임... 한번 시작하면 시간 여행을 한다는 평을 받는 게임이기도 하고.
“뭐냐 안나는 하면 되는 아이니까 분명 양립해낼 수 있겠지.”
“응...”
“하지만 그 녀석은 네가 게임하는 걸 정말 좋아했어. 그런데도 반대한 이유가 뭘까?”
“안나를... 흑... 못 믿어....”
“아니야. 만약 안나가 아이를 돌보며 짬짬히 게임을 한다고 하자. 아마 걔도 거기까진 좋았을 거야. 하지만 쿄우야를 돌보는데도 게임하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잖아? 특히 안나는 야리코미도 꽤 깊게 하고. 그러면 그 두 가지 하는 것만으로도 꽤 힘들텐데 거기에 그 녀석이나 안나 너 자신을 돌볼 시간은 있어?”
“응..?”
“게임하고 아이 돌보고 하면서 너 스스로를 돌본다. 뭐 친구를 만나거나 멋을 부리거나 관리를 받거나 그런 것들을 할 시간은? 그리고 덤으로 그 녀석을 돌봐줄 시간은? 그런 것까지 생각하면 꽤 힘들어질걸?”
애초에 그 녀석이 화내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나보다 훨씬 더 넓게 보고 멀리 보는 아이니까 나중에 가서 보면 그 녀석이 옳았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분명 이번 싸움에도 이유가 있었을 것이고 내가 생각할 수 있었던 이유 중 그나마 안나를 자극하지 않는 이유를 골라 말할 뿐이다.
난 유리코랑 육아 문제로 싸운 경험이 없으니 어떻게 위로를 해야 할지 잘 모르겠으니...
불행인지 다행인지...
[Thank You for 만들자~]
동생이네.
살짝 자리를 피해 방안으로 들어왔다.
“여보세요.”
[아, 형. 혹시 안나 지금 형네 집에 있어?]
“어, 우리 집에 있어. 보아하니 꽤 거하게 싸웠나 봐. 살짝 안심이야. 너희 부부가 적어도 싸움이란 게 성립하는 관계여서.”
[형은 그런 적이 없었어?]
“없었지. 뭐 그딴 것보다 놀라운 건 싸운 이유가 게임기 때문이란 거려나.]
[안나가 말했구나. 이 사람 쿄우야 때문에 조금 뭐라했더니 바로 삐쳐선 집에서 입던 옷차림 그대로 핸드폰까지 두고 나가버렸다니까. 일단 알겠어. 금방 갈게.]
”그래. 어떻게든 달래보겠지만, 마무리를 짓는 건 너란 걸 잊지 말고.“
[알고 있어. 하아...]
동생의 깊은 한숨과 함께 전화는 끊어졌다.
거실로 나가자 안나는 아직 울고 있지만 그래도 아까보단 좀 나아진 것 같다.
잘 풀리면 좋겠는데....
1~33: 동생이 왔지만 다시 대판 싸우고 만다..
34~66: 동생이 왔지만 여전히 삐그덕대고 있다.
67~99: 동생이 와서 이러저래 해서 극적인 화합.
100: ..?
먼저 2표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