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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담당돌이었던 아내와 이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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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1-12, 2019 13:21에 작성됨.
현재 밀리마스 시점에서 15년 후를 기준으로 하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밀리P로 AS의 P와는 별개인물입니다.
그냥 아이돌들의 미래의 모습을 쓰고 싶을 뿐이지 딱히 아내와의 관계회복이 목적은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미래시점의 일상물이에요.
AS 멤버들의 미래는 결정이 되어 있습니다.
밀리 멤버들의 경우 등장 앵커 혹은 이벤트로 출연하는데 주사위를 통해 어떤 인생을 살았는지 판정하게 됩니다.
다들 제가 짠 디폴트 인생은 있지만 앵커에서 지정하셔도 됩니다.
대신 인생의 굴곡은 주사위로 결정됩니다.
2984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그리고 츠무기와 카오리가 따로 이야기하자고 부른다. 그곳에 따라가서...
주주총회와 765내부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얼마 안있어 츠무기와 카오리가 유동주식을 더 매입할 것이다.
카오리가 세리카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다. 현재 그녀의 상황이 상당히 안좋게 돌아가고 있다고.
그리고...
1~40 거기서 끝낸다.
41~99 그녀들의 계획을 아주 조금만 예고한다. 당신이 버닝걸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한 이상, 도망갈 수 없을 거라고.
100 닥치고 덮친다.
“무슨 이야기.”
“이번에 사장님이 밀리언 라이브 시절의 유닛을 부활시키려 한다는 거.”
“아아, 나도 좀 전에 소식 들었어. 주주들이 반대하는데도 밀어붙였다지?”
“에, 뭐야 그거. 난 처음 듣는데?”
적당히 변장을 하고 프로덕션을 돌아다니고 있자 썩 달갑지 않은 이야기가 들려왔다.
두 남자가 이번 기획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하자 근처에 있던 여자가 끼어들었다.
이런 말단들 사이에까지 이야기가 퍼지고 있는 건가....
“사장님께서 버닝 걸을 부활시키는 기획을 생각했다고 해요.”
“버닝 걸이라니... 내가 초등학생일 때 나온 유닛이잖아?!”
“그래. 당장 5명 중 4명이 30을 넘겼지. 뭐 거기까지는 이벤트로서 납득하지 못하는 건 아니야. 최근 정체되고 있는 업계 분위기 때문에 과거의 인기 유닛을 잠깐 부활시키는 경우는 많으니까. 다만....”
“문제는 멤버지. 당장 버닝 걸의 멤버인 토코로 씨의 경우....”
“아, 그 걸레 트레이너?”
“쉿! 목소리가 커요!”
“뭘 다들 알잖아. 톱 아이돌 찍고 돈이고 인기고 넘쳐나니까 아이돌 때려치고 비싼 거 사들고 남자들 따먹으면서 흥청망청 살다가 돈도 뭣도 다 잃고 전 총괄 프로듀서님한테 매달려서 트레이너에 꽂혔다는 거.”
꽤나... 악의적으로 와전됐네.
뭐 소문이란 게 그런 다 법이지.
이걸 또 수정한답시고 나섰다간 괜히 더 복잡해져서 손을 못대고 있던 거지만...
“에? 저는 전 총괄 프로듀서님께 매달 대주는 조건으로 들어왔다고 들었는데.”
“야, 그 분이 자기 딸내미들 얼마나 아끼는지 너도 알잖아. 결혼만 안 했어도 자기한테 영구취직 시켰을 텐데 무슨.”
“실력은 있으니까 써먹고는 있지만, 솔직히 소중한 아이돌들을 그런 여자에게 화장을 시켜도 되는 건지... 당신들은 그 트레이너랑 말도 못 붙이잖아.”
“그러니까요... 전 총괄 프로듀서님은 실력이나 수완은 있으시지만, 자기 아이돌이었던 사람들을 과하게 좋아하시니까. 아마 이번 프로젝트도 그런 생각이겠죠.”
“에? 그분도 관련되어 있는 거야?”
“그야 오늘 총회에 그분도 계셨으니까 당연히 관련되어 있겠죠. 애초에 사장님의 말도 안 되는 기획을 수행해 온 건 그분이셨으니까.”
“솔직히 토코로 씨가 남자놀음이 어쨌고는 둘째치고 지금은 남자 얼굴도 못 보는데 아이돌 활동이 가능할리도 없다고 생각하고. 그 두분의 실력을 의심하는 건 아니지만 이번 건 너무 무리수란 생각이 든단 말이지.”
“그러고 보니 그 유닛엔 그 타나카 코토하도 있는 거 아니었나? 그 사람 지금 행방불명이잖아.”
“그렇죠. 게다가 아무래도 그 행방불명에 뭔가 있는 것 같아요. 그 사람 동료였던 분들에게 그 사람 이야기를 하면 다들 언급을 꺼리시거든요.”
“우와.... 유닛이 완전히 콩가루네... 다른 유닛도 많은데 왜 하필 이런 문제투성이의 유닛을...”
“그러니까....”
“어이, 거기 세 사람! 일 안 해?!”
“아앗!? 죄송합니다!”
사내에서 부정적인 여론이 생기는 건 막을 수 없을 것 같네.
게다가 잘못하면 메구미의 인식을 더 나쁘게 만들지도 몰라.
정말 진행해도 괜찮은 걸까....
*
메구미의 생각을 하면서 움직였기 때문일까.
나도 모르게 메구미가 있을 레슨 에리어에 오고 말았다.
그 중 열려있는 레슨룸을 들여다보자 트레이닝복을 입은 채 쉬고 있는 츠무기가 있었다.
그 옆에는 아유무랑 카오리 씨도 함께였다.
츠무기는 나를 눈치챈 건지 들어오라 하여 나도 레슨룸에 들어갔다.
“프로듀서 그걸 변장이라고 하신 건가요?”
“꽤 그럴듯하지 않아?”
“도수 없는 안경을 썼을 뿐이지 않습니까!”
“너희도 변장할 때 안경이랑 모자 정도를 쓰는 수준이잖아....”
애초에 변장을 할 일이 기본적으로 없었다고.
안경이란 도구를 들고 다니는 것만으로도 별나단 소리를 듣는데...
“그래서 지금 츠무기는 레슨 중이었던 거야? 그런데 아유무랑 카오리 씨가 같이 있단 건 종합 레슨인가?”
“응. 아, 메구미도 있어. 지금은 잠시 자리를 비웠지만.”
“그래... 실은 말이지...”
조금 전 주주총회에 있었던 일을 카오리 씨와 아유무에게도 공유했다.
“안 그래도 그 이야기를 하던 참이었어.”
“프로듀서 씨. 당신은 그 기획을 어떻게 생각하나요?”
“솔직히 무리수라고 생각은 해. 그렇지만 사장의 감을 믿어보라고 내 15년의 경험이 외치고 있어. 그래서 계속 고민 중이야.”
“저기 프로듀서. 나는 아이돌을 하던 시절의 메구미나 코토하가 좋아. 걔들이 다시 스테이지에 선 모습을 보고 싶어. 그걸 도와주고 싶어. 예전처럼... 함께하고 싶어. 이건 나만의 생각이 아니야. 버닝 걸(작열소녀)의 이야기를 들은 모두가 그렇게 생각했어. 그러니까 부탁할게. 그 애들을 프로듀스 해줘.”
........
정말이지...
“프로듀서 씨..?”
“후우, 그래. 그게 너희들의 뜻인 거야?”
.....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눈을 보면 알 수 있다.
비록 예전에 비해 멀어진 우리 사이라도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것은 남아 있는 모양이다.
“알았어. 그걸 들었으니 더 이상 고민하지 않겠어. 난 이제 프로듀서가 아니지만, 과거에 묶여있는 애들이 상대라면 잠깐 동안 프로듀서 흉내를 내도 괜찮겠지.”
“하실 생각이시군요.”
“그래.”
아이돌들이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다.
그걸 위해선 내가 움직여야 한다.
그것을 해내면 아이돌들이 행복해할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할 일도 정해진다.
더 이상 망설일 이유가 없다.
실패한다면 또다시 내가 전부 뒤집어쓰면 되는 이야기다.
“그럼 이번엔 아이돌이 아니라 이 프로덕션의 주주로서 이야기를 하고 싶네요. 아유무쨩 잠시만 자리를 비켜주지 않을래?”
“응? 뭐 좋아. 나는 그런 복잡한 이야기는 잘 모르니까. 맡길게! 아, 그럼 나는 메구미의 발을 묶어두는 편이 좋으려나.”
아유무가 그대로 레슨룸을 나서고 나는 두 사람에게 무슨 의미냐고 물었다.
“저희는 앞으로도 계속 765의 유동주식을 매매할 생각이에요.”
“주식은 정으로 구매하는 거 아니다.”
“저희도 그런 걸로 하는 거 아니에요. 제대로 다 생각하고 하는 거죠.”
그럼 다행이지만 두 사람 다 아직 어린애 같은 구석이 있으니까...
이 아빠는 걱정이 많다...
“그리고 요즘 세리카쨩 쪽이 영 상황이 좋지 않아요.”
“세리카에게 무슨 일이 있나요?”
“저도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썩 달가운 상황이 아니란 것 정돈 알아요. 한번 신경써 주세요.”
“알겠습니다. 기억해둘게요.”
조금 전에 세리카를 봤을 때만 해도 그런 낌새는 없었는데...
하긴 그 애도 마츠리 못지않게 연기를 잘했으니....
“아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요.”
“프로듀서.... 당신이 정말 버닝걸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한 이상... 도망칠 수 없을 겁니다. 그럼 이만...”
그녀들은 그런 말을 남기고 레슨 룸을 나섰다.
도망칠 수 없다니....
당연히 도망칠 생각은 없다.
내일 코토하를 만나서 그 아이를 꿈에서 깨울 거다.
설령 다시한번 배에 구멍이 난다고 해도...
잘 안 될 수도 있다.
실패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
그래도 아이돌들이 바라는 것이다.
그러면 나는 그것을 이루어준다.
그것이 내게 전부니까.
*
마음을 다잡는 의미로 예전에 살았던 지하실을 방문했다.
그런데 입구가 책장으로 막혀있다.
이걸 치우고 들어가 볼까...?
1. 들어간다.
2. 들어가지 않는다.
먼저 2표 갑니다.
@ 트레이너로 판명된 애들이 카오리 아유무 메구미 밖에 없으니 조금 이상해졌네요....
도대체 안에다 무슨 짓을 해뒀길래 책장으로 봉인해둔 걸까.
설마 문을 열었더니 좀비가 튀어나오거나 하지 않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문을 열자 그곳엔....
+3까지 방의 상태를 적고 굴려주세요. 가장 큰 값으로 갑니다.
1~33 리오
34~66 유리코
67~99 세리카
100 타카기
1-33 다행히 옷을 입고 있다. 그냥 평범하게 프로듀서가 그리워서 냄새를 맡는.
34-66 속옷만 입고 있다. 조금 몸이 프로듀서를 원하는 듯한 느낌
67-99 아무도 없다고 생각해서 다 벗고있다. 침대에 몸을 비비며 프로듀서를 원하고 있는 느낌
100 크흐흠.. 크흠... 냄새를 맡으며... 크흠
침대는 이불이며 매트리스며 전부 커버까지 벗겨진 채 분리되었고 책상과 옷장은 아예 분해되어 있다.
하지만 거의 모든 짐을 가져갔고 애초에 간이침대랑 책상, 옷장 이 세가지 밖에 없는 방에 무엇이 숨어 있겠는가.
원하는 것은 손에 넣지 못했을 것이다.
방문이 책장으로 완전히 숨겨져 있던 건 명색에 전 총괄 프로듀서의 방이... 그것도 버젓히 사내에 있는 방이 털렸다는 사실을 공개할 수는 없었던 거겠지.
그래도 아이돌 프로덕션의 사무소 지하에 있는 방이 털리다니 시큐리티 상태가 영 좋지 않은데...
아니면 내부인의 소행이거나....
일단 이 사실을 미나세님이나 하기와라 씨 등에겐 확인해보자.
세리카는... 상황이 안 좋다고 하니 보류.
*
참상을 뒤로한 채 집으로 향했다.
어제는 무단으로 외박을 했으니 적당히 케이크라도 사갈까.
+2까지 잠잘 때까지 있을 일을 정해주세요.
메구미: 그게 컴백을 하려면 다시 몸매 관리를 해야 하는데... 밤에 케이크는...
메구미: ???
외박까지는 그럴 수 있어도 미리 연락이라도 해달라면서 현관에서 한참 동안 잔소리를 들었다.
그래도 금방 화를 풀어주었다.
메구미가 퇴근해서 저녁을 먹고 내가 사온 케이크를 먹기로 해 거실에 모였는데 메구미의 표정이 갑자기 안 좋아졌다.
“메구미 무슨 일 있어?”
“아, 그게... 만약 컴백하게 된다면... 다시 몸매관리... 해야 할 텐데... 밤에 케이크를 먹기는 좀... 이제 젊지 않으니까.... 이런 건 조심하지 않으면...”
“31살이면 젊은 거야.”
그래도 엊그제 메구미의 몸을 봤을 때를 생각해보면 확실히 외부 활동을 안 하는 만큼 유리코나 카오리 씨와 비하면 군살이 좀 있는 편이었다.
그런 게 오히려 더 보기 좋게 느껴지는 건 나이 때문이 아니라고 믿고 싶다.
“프로듀서... 지금 무슨 상상을.... 하는 거야.”
“아니, 아무것도.”
“지도자님...?”
“아니 정말로 아무것도 생각 안 했어.”
때때론 거짓말도 필요한 법이다.
“하아, 메구미 씨. 그 마음은 저도 충분히 이해하지만, 기껏 지도자님께서 사주신 것이니 먹도록 하죠. 복귀한다면 다시 춤 연습도 하게 될 테니 그때 빼면 괜찮을 겁니다.”
“으응. 그렇겠지. 그럼 잘 먹을게.”
메구미도 납득한 건지 포크를 들었다.
역시 이런 건 같은 여자가 이야기하는 게 더 효과가 좋은 법이겠지.
“자, 그럼 저희도 먹도록 하죠. 자아 주인님 아앙 해주세요.”
““엣..?””
에밀리가 내 바로 옆에 붙어선 케이크를 잘라 입으로...
아니 그 전에 주인님이라니...?
“에밀리... 지금 무슨...”
“저번에 이쿠 씨께 들었습니다. 저는 마치 지도자님의 가정부 같다고. 그래서 그 흉내를 내본 것입니다만, 마음에 드시지 않으십니까?”
“아니... 그냥 놀랐을 뿐이야...”
메이드 에밀리라니 좋은 게 당연하잖아.
그저 그런 명백한 주종으로 나뉘고 싶지 않을 뿐이지.
“시호 씨의 초등학생 가정부 같은 것은 역시 어렵지만, 저 나름대로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아니, 그건 국가기밀빔과 함께 시호 평생의 안줏감이니까 건드리지 말고, 굳이 메이드 흉내를 낼 필요는 없잖아.”
“제가 먹여드리는 것은 싫으신가요...?”
“아니, 절대로 그렇지 않아.”
“그러시다면 자, 아앙 해주세요.”
“으음... 아앙...”
에밀리의 눈빛에 이기는 것은 불가능했다.
마지못해 받아먹은 케이크는 에밀리의 미소 때문에 맛이 느껴지지 않았다.
“자, 이번엔 메구미 씨의 차례입니다.”
“에엣..?!”
“어느 쪽이 지도자님의 첫 번째 가정부로서 어울리는지 승부입니다.”
그러면서 메구미에게 살짝 눈짓을 보내는 에밀리를 보고 그제야 에밀리의 뜻을 이해했다.
메구미도 눈치를 챈 건지 쭈뼛쭈뼛 내 옆에 다가와 다른 케이크를 내밀었다.
“아...앙....”
“아앙....”
이걸 이거대로 메구미가 괜찮을지 걱정이라 맛이 안 느껴진다.
“그러면 지도자님, 아앙....”
“응?”
에밀리는 마치 어미 새의 먹이를 기다리는 아기 새처럼 입을 벌리고 기다리고 있다.
으음.... 어쩔 수 없네.
에밀리가 먹여준 케이크를 잘라 에밀리 입에 넣어줬다.
“으응~ 달콤하네요! 자, 메구미 씨도!”
“에엣..! 나도?! 으음.... 아, 아앙..”
메구미에게도 한 조각 먹여주었다.
그리고 뭐 당연한(?) 흐름으로 케이크는 전부 먹여주는 방식으로 먹게 되었다.
*
그리고 결국 오늘이 왔다.
코토하를 만나러 가는 날.
미리 그쪽에는 연락을 넣어뒀고 ok 답변도 왔다.
후우 5년만인가.
마음을 다잡고 가자.
*
“아, 드디어 오셨군요. 어서 오세요. 전자공간지각응용치료소에.”
“그 이름 지금 붙이신 거죠, 타네다 씨.”
“네!”
하아...
이분은 타네다 리사 박사.
코토하의 주치의 비슷한 사람이다.
다만 좀 별난 사람이다.
뭐 과학자란 사람 중에 정상적인 사람을 찾는 게 헛짓거리란 건 알고 있고 다른 사무소의 모 아이돌 겸 과학자들에 비하면 나은 편이지만.
“자 따라오세요.”
그녀의 안내에 따라 옷을 갈아입고 소독을 한 뒤 코토하가 있는 병실... 옆에 유리벽으로 나뉘어져 있는 제어실로 들어갔다.
유리 너머에는 머리에 큰 다이브 장치를 장비한 코토하가 침대에 누워있었다.
“평소라면 최소 근력 유지를 위해 운동을 하고 있을 시간이지만, 손님을 맞는데 런닝머신에서 뛰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요.”
그녀의 정신은 다이브를 통해 과거를 보고 있지만, 육체엔 마치 뇌에서 명령하는 것처럼 전기 신호를 보내 운동이나 소화 등의 행위를 하고 있다.
자신도 모르게 수많은 사람들에게 배설 행위를 보여져 왔다는 사실을 코토하가 알면 부끄러워 죽어버리겠지만.
“자, 프로듀서 씨는 이곳에서 다이브 해주세요.”
“네? 다이브하는 건가요?”
“코토하 양의 AI가 당신과 만날 땐 직접 마주 보고 싶다고 해서...”
“흐음, 알겠습니다.”
“다만 주의해주세요. 저희가 계속 모니터링 하고 있을 거지만, 그녀가 무슨 짓을 저지를지는 모르니까요.”
타네다 씨의 주의사항을 들으며 다이브 머신을 쓰고 의자에 앉아 몸에 힘을 뺀다.
뇌에 가벼운 두통이 일고 눈을 뜨자...
“안녕하세요. 프로듀서. 5년만에 뵙네요.”
“그래. 안녕 코토하.”
5년 전 코토하에 모습에서 전혀 변하지 않은 코토하가 테이블 반대편에 앉아서 웃고 있었다.
つづく
@ 나머진 내일....
“그건 저에 대한 걸 묻는 건가요? 아니면 제가 아닌 코토하에 대한 걸 묻는 건가요?”
“양쪽 다야.”
“저쪽의 코토하는 뭐 아무 일도 없죠. 아, 기억 회상은 이제 10년 전에 했던 밀리언 라이브를 지났을 거예요. 그리고 저는 뭐, 그럭저럭 지내고 있어요. 인터넷 접속은 불가능하지만, 매체를 일방적으로 전달받는 건 가능해서 대충 세상 돌아가는 모습도 알고, 엘레나나 메구미가 가끔 보러 와주거든요.”
그러고 보니 엘레나가 코토하를 만났다고 했었지.
그리고 버닝 걸(작열소녀)에 대해 들었다고...
“그 두 사람이...”
“그 둘 뿐 아니라 다른 아이돌들도 찾아와 줘요. 제가 그런 짓을 했다는 걸 알면서도 찾아와주죠. 정말 고마운 동료들이에요.”
순간 오랜 상처가 시큰거렸다.
이미 상처는 아물었고 무엇보다 이곳은 가상 세계이지만.
“그리고 얼마 전엔 사장님께서 찾아오셨죠. 아마 프로듀서가 오신 이유도 같은 거겠죠.”
“그래. 거의 비슷하지.”
“제 대답은 똑같아요. 프로듀서가 프로듀스 해주세요. 언제나 어디서나 언제까지나 제 곁에서. 아침밥을 먹을 때도, 출근할 때도, 점심밥을 먹을 때도, 레슨을 위해 옷을 갈아입을 때도, 레슨 할 때도, 레슨 하고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을 때도, 퇴근할 때도, 저녁밥을 먹을 때도, 목욕할 때도, 잠잘 때도, 아침에 일어났을 때도, 계속 제 곁에 있어 주세요. 현장이나 라이브 때는 그럴 수 없지만, 적어도 제 목소리가 닿는 범위 내에 있어 주세요. 그러면 저도 버닝 걸(작열소녀) 복귀할 게요.”
“그래선 버닝 걸(작열소녀)의 프로듀서가 아니라 네 프로듀서인 것 같은데.”
“그럴까요. 버닝 걸(작열소녀)는 늘 함께 활동할 거잖아요? 그리고 미야를 제외한 3명은 이미 아이돌을 그만두었잖아요. 미야도 약간 겸업 비슷해졌고. 그렇지만 저는 전업 아이돌이니까 계속 저한테 붙어 있어도 이상할 건 없지 않나요? 다른 아이들은 출근 전이나 퇴근 후에는 아이돌이 아니지만, 저는 계속 아이돌이니까요.”
“너도 출근 전이나 퇴근 후에는 아이돌이 아니라 그냥 타나카 코토하일 뿐이야.”
“아뇨. 프로듀서의 아이돌인 타나카 코토하에요.”
후우, 이렇게 가서는 이야기가 끝나질 않는군.
아니 그보다 중요한 건.... 이게 정말 코토하의 뜻일까?
“그게 코토하의 대답이야? 잠들어 있는 코토하가 깨어나서 나한테 버닝 걸(작열소녀) 부활에 대해 들으면 그렇게 대답할 거야?”
“그럼요. 저는 알 수 있어요. 저도 타나카 코토하니까요.”
“...... 아니, 역시 넌 코토하가 아니야.”
“에..?”
코토하는 순간 벙찐 얼굴을 하더니 바로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나한테 따졌다.
“그게 뭔 소리에요! 제가 AI니까 코토하가 아니라는 건가요?!”
“맞아.”
“저도 타나카 코토하에요! 코토하와 같은 기억을 갖고 같은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한 명의 타나카 코토하에요!”
“아니. 그저 코토하의 기억을 갖고 코토하의 사고방식을 통해 생각하며 코토하의 흉내를 낼 뿐인 AI야.”
“그게 무슨!”
코토하의 표정이 더욱 일그러지더니 내 멱살을 잡았다.
“넌 네 대답이 코토하의 대답이라고 했지. 하지만 그럴 리가 없어. 아니 정확히 말하면 네 대답은 5년 전의 코토하가 할 대답이겠지. 지금의 코토하의 대답이 아니야.”
“아니에요! 코토하는 5년 동안 잠들어 있었어요. 과거 가장 행복했던 시절의 꿈이나 꾸면서 5년 전과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고요!”
“그럴 리가 없잖아. 만약 그렇다면 내가 코토하를 저런 꼴로 만들자고 하지도 않았을 거야. 5년 동안... 설령 꿈이라 해도 아니 오히려 꿈이기 때문에 코토하를 바꾸기엔 충분하지. 그 아이가 꿈에서 깨어났을 때, 10년 전의 자신과 5년 전의 자신이 생생할 때, 그녀는 분명 생각할 거야. 느낄 거야. 변할 거야. 성장하든 퇴보하든 그 아이는 5년 전의 코토하가 아니야. 그렇지만 너는 어떻지? 5년이나 사고하고 다른 사람과 접촉하고 세상의 움직임을 봐왔지만 결국 넌 5년 전과 달라지지 않았어. 사람은 5년이란 세월이 지나면 변해. 반드시 변해. 하지만 넌 변하지 않았어. 너라고 하는 AI의 한계야. 그렇기 때문에 너는 지금의 코토하가 아니야.”
“아냐! 나도 타나카 코토하야! 가족에 대한 기억도 친구에 대한 기억도 동료에 대한 기억도 당신에 대한 마음도 전부 코토하랑 같아! 뭐야... 뭐에요 그 눈... 그 아무런 흥미도 없다는 듯한 그 공허한 눈... 아아, 알고 있어... 이 눈... 알고 있어... 당신이 765에 들어와서 코토하를 처음 만났을 때 보여준... 아무런 흥미도 가치도 느끼지 못하는 것을 보는 그 눈.... 그 눈으로 날 보지마! 나는 타나카 코토하, 당신이 누구보다 소중히 여기는 아이돌이라고!”
“아니. 넌 그냥 0과 1로 만든 코토하의 모조품이야. 타네다 씨. 이만 접속을 끊어주세요. 그리고 이 AI는 폐기해주세요. 더 이상 이 AI를 유지하는 것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웃기지 마! 나를 폐기해?! 다른 사람도 아닌 당신이... 당신이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어!!”
그것은 내게 달려들었지만, 내 몸을 통과해버렸다.
“이게 너야. 넌 진짜 코토하처럼 날 찌르는 것조차 할 수 없어. 넌 그저 그런 존재야.”
“당신이 나에... 코토하에 대해서 얼마나 알아! 내가 코토하야! 분명 잠에서 깨어난 코토하도 나랑 같은 말을 할 거야! 틀림없어! 이 세상 누구보다 내가 코토하에 대해서 잘 알아!”
“애초에 너 말야. 자기 자신을 코토하라고 부르면서 코토하와 자신을 별개의 존재로 바라보고 있잖아. 그 시점에서 넌 이미 알고 있는 거야. 니가 코토하가 아니란 걸.”
그 순간 시야가 암전되며 모든 감각이 사라졌다.
잠시 후 약간의 두통과 함께 감각이 돌아왔다.
역시 외부에서 강제 종료하는 건 영 기분 나쁜 감각이야....
“으으... 후우.”
“설마 저희가 혼신의 힘을 다해 만든 AI를 그런 식으로 말씀하실 줄은 몰랐네요. 그렇지만 뭐 납득은 했어요. 5년 동안 변하지 않는 건 인간이라고 볼 수 없죠. 아직 개량이 필요하겠네요.”
“애초부터 사람의 뜻을 AI에게 물어본다는 것 자체가 어긋나 있었던 거겠죠.”
직후 1년 정도면 몰라도 5년이나 지났는데 사람의 생각을 모방하는 건 불가능하겠지.
자 그럼 진짜 코토하에게 이야기를 들어봐야겠지.
그런데 만약 코토하가 AI처럼 5년 전과 달라진 게 없다면 난 과연 코토하에게 계속 흥미를 느낄 수 있을까?
“이제 그만 코토하를 깨우도록 하죠.”
“그럴까요. 그녀의 가족은 이미...”
“네, 다 돌아가셨어요.”
“그러면 가족승인 절차는 넘기고 그냥 바로 깨워버리죠.”
그래도 되는 건가...
“다만 당장은 매우 혼란스러워할 가능성이 있어요. 그리고 당신도 말씀하셨다시피 반드시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날 거란 보장도 없죠.”
“네.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언제까지고 재워둘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알겠습니다. 그럼 깨우도록 하죠.”
깨우는 것이 결정되자 직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구석에 앉아서 조용히 기다리고 있자 유리벽 너머에서 코토하에게 연결된 기계들이 하나하나 분리되고 있다.
“그런데 제가 모습을 드러내도 될까요? 유리 너머로 절 봤다가 죄책감 같은 거 때문에 폭주하면...”
“아, 이 방의 유리는 매직미러라 저쪽에선 이쪽이 안 보입니다.”
“그런가요.”
“첫 실험ㅊ... 환자다 보니 솔직히 어떻게 될지 확신을 못 하겠네요. 과거의 기억을 보며 오히려 더 마음이 깊어졌을 수도 있고 더 병들었을 수도 있고. 무엇보다 5년이나 잠들어 있었으니 그 공백을 메울 필요도 있고요.”
“노력해야죠. 그녀랑 저랑 다른 사람들 모두가.”
그보다 지금 이 인간 실험체라고 하려고 한 거지.
이래서 과학자란 인간들은....
*
1시간가량 지나자 코토하 몸에 붙어 있던 기계들은 거의 다 정리가 끝나고 이제 그녀의 정신을 가상세계에서 끌고 오고 있다.
앞으로 약 10초면 코토하가 깨어난다.
과연 그녀는 어떻게 될까.
1~59: 일어나자마자 프로듀서를 미친 듯이 찾는다.
60~89: 머리를 쥐어뜯으며 고통스러워 한다.
90~99: 조용히 눈물을 흘린다.
100: 光
+3까지 가장 큰 값으로 갑니다.
@ AI를 좀 더 세심하게 다루려 했지만 무리데시타....
아니나 다를까 깨어난 직후의 코토하는 머리를 쥐어뜯으며 비명을 질렀다.
“이건...!”
“아무래도 뇌에 상당한 압박이 가해지는 것 같네요. 그리고 기억도 상당히 혼란스러울 테고.”
“타네다 씨... 코토하 괜찮을까요.”
“걱정마세요. 고통스러워한다는 건 뇌가 현재를 받아들이려 하는 반동이니까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진정될 겁니다. 문제는 그 다음이지만요.”
“코토하...”
유리벽 너머의 코토하는 한참 동안 머리를 움켜쥐고 괴로워하다가 기절했다.
타네다 씨는 코토하가 진정하는데 시간이 걸릴 거라며 주말에 다시 와달라고 했다.
코토하..... 괜찮으려나.....
집에 돌아와서도 코토하의 비명소리가 머릿속을 떠나질 않았다.
+3까지 다음날 있을 일을 적어주세요.
"제가 말한 게 몸에 난 상처뿐이 아니라는 건 아시잖아요..."
"죄송해요... 당신이 키운 아이돌인데, 당신을 상처입히고 말았다니..."
코토하에게 버닝걸 프로젝트를 묻자 코토하는 하겠다고 대답했다.
"모두 제가 민폐를 끼쳤어요. 극장의 모두도, 팬이었던 분들에게도 뵐 면목이 없지만... 적어도 765 모두의 도움이 되고 싶어요. 그럴 수... 있는 거죠?"
"그래. 코토하는... 우리는, 분명 할 수 있어. 사장님의 직감도 보증했어."
"아하하... 여전하시, 네요. 역시 모두 그때 그대로군요. 변해버린 건, 저뿐이네요......"
"아니야. 모두 변했어. 변하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어. 그러니 코토하도, 분명 변할 수 있어."
"그런... 가요. 정말, 변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자... 그럼 나가봐야지. 저 빌어먹을 하이에나들의 한가운데로.
(프로듀서는 코토하는 5년만에 깨어난데다 기억 혼란과 여러 사정으로 절대안정이 필요하다며 기자들에게 말했다. 기자들은 초유의 사태를 일으키고 가상현실 속에 수용되어버린 코토하에 대해 계속 캐물으려 했지만 프로듀서가 방금 전 대화의 일부를 녹음, 공개해서 그녀의 치료는 성공적이며, 그녀에게 더는 위험이 없고, 또한 자신이 일으킨 행동에 대해 충분히 반성하고 있다고 밝힘. 기자들은 일단은 후퇴함. 이렇게 된거 여기서는 더 이상 얻을게 없고, 이후 코토하가 나오게 되면 그때 그녀에게 캐물으려 함.)
저 4는 뭐야... 죽음의 전개 스타트인가...
“네, 누구세요.... 에?”
“아아... 프로듀서... 보고 싶었어요...”
문을 열자 코토하가 눈물을 흘리며 안겨들었다.
이게 무슨...
“프로듀서...”
“코토하. 네가 어떻게...?”
“프로듀서... 10년 아니 5년 사이에 이렇게나 늙어버려서.....”
코토하는 품에서 한 발짝도 떨어지지 않고 내 얼굴을 양손으로 감싸며 올려다봤다.
“그런 말 하는 너 역시 꽤 나이를.... 먹지 않았네.”
물론 아예 먹지 않았단 소리가 아니다.
다만 28살이던 시절의 모습과 큰 차이가 없는 33살의 모습이었다.
“후후 여전히 말을 잘하시네요. 아, 프로듀서... 여기 오는 동안 얼마나 만나고 싶었는지 몰라요. 타네다 씨에게 프로듀서의 집 주소를 듣고 바로 찾아왔어요. 다행히 옛날 정기권은 아직도 사용할 수 있더군요.”
이번엔 내 목을 팔로 감싸고는 숨이 막힐 정도로 끌어안았다.
“으읏... 코토하 이만 집으로 들어가게 놔주지 않을래?”
“으으... 어쩔 수 없네요.”
일단 코토하를 집으로 들였다.
“지도자님..? 누가 오셨습..... 코토하 씨..?”
“에, 너는...”
“코토하 씨!”
코토하를 발견한 에밀리는 그대로 코토하에게 안겨들었다.
에밀리가 코토하보다 키가 크기 때문에 코토하를 안았다는 느낌이 더 크지만...
“너는...”
“저에요! 에밀리 스튜어트에요!”
“에.. 에밀리쨩?! 정말로 그 에밀리쨩인 거야?!”
“네! 저에요!”
“어쩜... 다행히 아무 일 없었구나. 아이돌을 그만두고 게이샤 일이 잘 안 된다고 해서 얼마나 걱정했는데...”
“읏..... 네!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코토하가 나를 찌른 것은 에밀리의 세 번째 직업으로서의 데뷔작이 나오기 보름 전의 일이었다.
코토하는 에밀리가 그 뒤에 어떻게 됐는지 모르고 에밀리 역시 굳이 말하지 않으려는 것 같다.
그렇다면 굳이 내가 말할 이유도 없겠지.
“그런데 에밀리쨩.”
“네?”
“어째서 프로듀서랑 같은 집에 있는 거야?”
“에, 그것은...”
“일단 들어가자. 현관 앞에서 언제까지 있을 거야. 거실에서 이야기하자고.”
“아, 그렇네요. 그럼 차를 준비하겠습니다.”
에밀리는 차를 준비하러 부엌으로 향했고 코토하는 나와 함께 거실로 갔다.
타네다 씨에게 전화를 걸고 있자 에밀리가 차를 가지고 와서 모두에게 나눠주고 내 옆에 앉았다.
순간 코토하의 표정이 언짢아 보인 것 같은데... 기분 탓이겠지..?
“우선 타네다 씨. 당신의 이야기부터 들어야 할 것 같네요. 어제는 분명 안정이 필요하다고 하셨으면서 코토하를 여기까지 데리고 오시다니.”
[물론 안정은 필요합니다. 그렇지만...]
“제가 처음 눈을 떴을 땐 그 전까지 보던 것과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것에 괴리와 기억의 혼란 때문에 금방 다시 기절했어요. 그런데 다시 눈을 떴을 땐 바로 전까지 보고 있었던 기억은 희미해지고 이곳이 현실이라는 자각이 점점 더 강해졌어요.”
[그건 뇌가 당신이 5년 동안 봐왔던 것을 꿈이라 결론지었기 때문이에요. 뇌는 현실을 살아가게 하기 위해 꿈속에서 얻은 기억을 빠르게 지워버리죠. 다행이에요. 만약 뇌가 반대로 판단했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기억은 희미해졌지만, 원래 제가 가지고 있던 기억인 만큼 선명해진 것도 있었어요. 10년... 아니 15년 전부터 10년 전까지 시어터에서 다른 아이돌과 함께 걸어온 기억, 함께 웃으며 울며 아이돌로서 빛나던 기억... 당신이 가져다준 일, 당신이 보여준 경치, 당신이 들려준 말, 당신과 걸었던 길, 당신이 가르쳐준 행복. 그런 모든 것들이 점점 선명해지면서도 또 먼 과거의 것처럼 느껴지고... 그러면서 바로 직전의 기억이라고 느껴지게 된... 제가 저지른 죄의 기억이 얼마나 끔찍하고 추악한 짓이었는지 실감이 들었어요.”
순간 다시 배에 남아있지도 않은 상처가 벌어진 것만 같은 아픔이 느껴졌다.
“죄라니... 별로 큰 상처도 아니었고 그다지 신경 안 쓰니까...”
“아뇨, 저는 프로듀서가 길러주고 프로듀서에게 감히 헤아릴 수도 없을 만큼 수많은 은혜를 입은 프로듀서의 아이돌인데 그런 제가 프로듀서를 칼로 찔러서... 죽이려고 하다니... 그런 패륜, 아니 패륜보다 더 악질인 짓을 저지르다니....”
“아니 절대로 패륜이 더 악질일 거야... 그보다 나는 정말 괜찮으니까...”
“그래서 날이 밝자마자 타네다 씨에게 부탁한 거예요. 프로듀서를 만나도 싶다고... 만나서 꼭 전하고 싶은 게 있다고.”
코토하는 슬며시 바닥으로 내려가 몸을 웅크리더니 이마를 바닥에 대었다.
“죄송해요... 정말로 죄송합니다..!”
코토하의 고지식함이 느껴지는 딱딱하고 정돈된 도게자.
에밀리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아니 오히려 그렇기에 더 무리를 하는 것만 같아 애처로운 모습이었다.
“코토하 고개를 들어줘. 나는 그런 거 전혀 신경 쓰지 않아.”
“하지만..!!”
“이미 5년이나 지난 일이야. 난 너를 진작에 용서했어. 네가 말했잖아. 넌 나의 아이돌이라고. 내가 내 아이돌에게 배때지 찔리는 것 정도에 뭐 네가 미워지기라도 하겠어? 오히려 그런 상황에서조차 급소는 피해 찔렀던 게 더 어이없더라.”
코토하에게 다가가 그녀의 상체를 일으키고 그대로 끌어안았다.
한손으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녀를 안심시킨다.
어느새 타네다 씨의 전화는 끊어져 있었다.
“괜찮아. 오히려 내가 더 미안해. 네 의사는 듣지도 않고 5년이란 긴 시간을 너에게서 뺏어버려서. 네가 다른 사람들에게 미안하다고 하고, 더 좋은 미래를 만들어갈 기회를 뺏어버려서.”
“아니에요... 아니에요... 아니에요... 제가... 제가 더... 으흑...”
코토하는 내 품 속에서 한참을 흐느꼈다.
*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그녀의 목소리가 점차 안정됐다.
“이제 진정됐어?”
“네... 감사해요.”
“에밀리, 뭔가 달콤한 것 좀 가져와 주지 않을래?”
“아, 네. 지금 가져올 게요.”
“그러고 보니 어째서 에밀리쨩이 프로듀서네 집에 있는 거죠? 그리고 어째서 프로듀서네 집에 달콤한 것이 어디에 있는지, 있는지 없는지 알고 있는 거죠? 유리코쨩은 어떻게 된 거죠?”
“아, 응. 그 부분도 설명할 테니까 우선은 간식이 오는 걸 기다리자.”
잠시 후 에밀리는 큰 그릇에 마카롱과 쿠키를 담아왔다.
“어제 지도자님이 나가 계시던 사이 새해 참배 때 갔던 후식감과찻집에 가서 사 온 것입니다.”
“후식감과(後食甘菓) 찻집.... 디저트 카페?! 프로듀서, 에밀리쨩이랑 새해 참배에 디저트 카페까지 간 건가요?!”
“응, 5년 전부터 차근차근 이야기할게.”
*
난 5년 동안 있었던 일 중 굵직한 일들을 중심으로 이야기했다.
누가 아이돌을 그만두었다거나, 누가 결혼을 했다거나, 프로덕션이 어떻게 되었다거나...
당장 그녀에게 너무 걱정을 끼치게 하고 싶지는 않아서 프로덕션이 공격을 당했었다거나 지금 썩 생활이 좋지 못한 아이돌들의 이야기는 적당히 넘겼다.
그러다가 내가 유리코와 이혼한 부분까지 오게 되었다.
“유리코쨩이랑 이혼... 그랬군요... 그리고 에밀리쨩이랑 재혼하신 건가요..?”
“그런, 제가 지도자님이랑 결혼이라니...”
“아니... 그 부분도 설명할게.”
그 뒤 내가 프로덕션에 도래한 위기로부터 프로덕션을 지키지 못하고 프로듀서를 그만두게 되었는데 하필 그때 게이샤를 관뒀는데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갈 곳이 없던 에밀리를 거뒀다고 꾸며냈다.
언젠가는 진실을 말해야겠지만, 지금은 이 정도의 거짓말로 넘겨두자.
에밀리가 남을 잘 속이는 아이도 아니고 머지않아 사실대로 말하겠지.
“흐음... 그렇군요. 그러면 프로듀서는 지금은 누구랑도 결혼하지 않은 상태인 거죠?”
“뭐 그렇지.”
“그렇구나...”
음?
방금 코토하가 슬쩍 웃은 거 같은데..?
아닌가?
고개를 숙여서 잘 보이지 않는다.
“저기 지도자님 조금 전부터 집 앞이 조금 소란스럽지 않습니까?”
“그러고 보니 그렇네. 이 주변에 사람 사는 곳은 없을 텐데.”
그때 타네다 씨한테서 메일이 왔다.
그 내용은...
-실례합니다~! 지금 그 안에 타나카 코토하 씨가 있다고 들어서 왔습니다!-
-이곳은 전 765 프로덕션의 프로듀서의 집 아닙니까?!-
-피해자인 당신의 집에 가해자인 타나카 씨가 오셨는데 그것에 대해 가르쳐주세요!-
누군가가 코토하를 알아보고 SNS에 올리자 바로 그녀의 발자취를 쫓는 기자들이 생겼다고 한다.
그리고 그들이 지금 내 집앞에 모여 있는 건가...
“프로듀서...”
“신경 쓰지 마. 요즘 기자란 것들은 이름만 기자인 인터넷 관종들 뿐이야. 진짜 기자는 진작에 SNS에 먹혀 사라진지 오래야. 그들 앞에 나설 필요는 없어.”
“그렇지만...”
“내 말을 들어. 알겠지?”
“네...”
집을 전체 완전보호모드로 전환해 모든 창문을 가리고 외부 소리가 집안에 들어오거나 그 반대의 경우를 완전히 차단했다.
쓸데없는 소음으로 코토하를 힘들게 할 것도 없다.
“아, 이야기를 바꾸자면 실은 사장님이 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려 하거든.”
“프로젝트요?”
“그래. 버닝 걸(작열소녀)를 이벤트성으로 재결합하는 거야.”
“버닝 걸(작열소녀)을.... 과연 저는 그걸 위해서 깨어난 거네요.”
“아니, 널 깨운 건 내 독단이야. 너를 만나기로 한 계기는 분명 그거지만, 널 깨운 건 내가 널 깨우고 싶어서 한 거야.”
“으읏...////”
그렇지만 확실히 코토하 입장에서 생각하면 꽤 불쾌한 이야기일 수 있을 것 같다.
그녀의 입장에서 보면 정말 그걸 위해 불려온 것 같을 테니....
“하기 싫다면 하지 않아도 괜찮아. 네 의사를 존중할게.”
“그 프로젝트를 하면 프로듀서가 저희를 프로듀싱 해주시는 건가요?”
“글쎄다. 아마 아닐 가능성이 크겠지. 난 이미 765 프로덕션의 프로듀서가 아니니까.”
“그런가요...”
“내가 프로듀싱 하지 않으면 싫어?”
“솔직히 탐탁치 않아요. 저는 프로듀서의 아이돌인데 다른 누군가가 저를 프로듀싱 한다니... 더럽혀지는 것 같아...”
“응? 마지막에 뭐라고?”
“아뇨, 할게요. 프로듀서는 저를 믿고 저를 깨우셨다고 믿으니까. 그리고 저도 5년이나 늦어버리긴 했지만, 아니 5년이나 그러지 못했기 때문에 더더욱 프로듀서에게 제가 아이돌로서 빛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그게 제가 프로듀서를 위해 할 수 있는 전부니까... 게다가 다른 사람들과도 제대로 마주 보고 사과해야 하고... 모두에게 용서받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걱정하지 마. 분명 잘 될 거야. 사장님의 직감이라는 보증수표도 붙어 있고.”
“후훗, 그건 듬직하네요.”
코토하는 후우, 하고 한숨을 내쉬더니 서글픈 눈빛으로 말했다.
“다들 전혀 변하지 않았군요. 변해버린 건 저뿐이네요.”
“아니. 다들 변했어. 5년이나 지났으니까 누구 하나 할 것 없이 변했지. 오히려 가장 변하지 않은 건 너야. 그렇지만 괜찮아. 너라면 다른 사람들의 5년 정도는 금방 뛰어넘어서 변할 수 있을 거야. 물론 좋은 방향으로.”
“프로듀서도 도와주실 건가요?”
“물론이지. 프로듀서는 관뒀지만, 여전히 너희는 내 소중한 사람이야. 언제나 무슨 일이 있든 반드시 도와줄게. 사양하지 말고 부탁해도 좋아.”
“감사합니다. 꼭 변했으면 좋겠네요.”
자, 이제 슬슬 저 하이에나들을 쫓아내야겠지.
기왕 산속에 사는 거니까 맹수 한 마리... 하다못해 뱀 정돈 길러둘 걸 그랬네.
기자들에겐 타네다 씨에게 연락해 그녀가 완전히 치료, 교화되었단 사실을 증명하고 동시에 당분간 절대안정이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또한 그녀가 저지른 죄에 대해 논하는 기자에겐 피해자인 내가 불문에 부친다는데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냐고 반박했다.
그들은 일단 해산하는 듯 보였지만, 아마 집앞에서 대기하다가 코토하가 나오길 기다리겠지.
5년 전에도 비슷한 짓을 했던 거 같은데.... 기자란 것들을 나아지질 않는군.
메구미가 돌아올 때까지 저러고 있으면 안 되는데....
1. 경찰을 부르자. 평소엔 도움이 안 되니 이럴 때라도 써야지.
2. 발로 뛰는 잡몹들에게 소리질러서 뭐하냐. 윗선에다가 항의하자. 몇몇 쎈 이름 좀 들먹이면서.
먼저 2표로 갑니다.
“응, 경찰을 부르려고.”
“경찰입니까?”
“그래. 평소엔 도움이 안 되니까 이런 데라도 써야 세금 내는 맛이 나지.”
“그렇지만 과연 경찰분들이 와주실까요?”
“에? 경찰이라면 당연히 오는 게 아닐까?”
코토하의 순진한 물음에 에밀리도 난감해했다.
그야 물론 코토하의 말이 맞지만, 현대의 경찰은 그렇지 않다.
“지속적인 저출산으로 일반 시민의 민원에 하나하나 대응하는 낮은 계급의 경찰은 많이 줄었거든. 그리고 반대로 고령화가 심해지면서 노인 민원에 대응하는 게 실적 면에서 다른 것보다 높게 쳐주게 되었어. 그래서 시민의 민원에 대응하는 일은 점점 더 줄어드는 추세지. 특히나 한 두 사람이 전화로 넣는 민원은 무시하는 게 당연한 사회가 된 거야.”
“그런... 너무해....”
“그러니 요즘엔 민원을 넣을 때 혼자 넣는 게 아니라 주변의 온갖 인맥을 동원해서 민원을 폭주시켜. 민원을 넣은 사람이 늘어날수록 민원을 해결했을 때 실적을 더 높게 쳐주거든.”
“5년 사이에 심각한 사회가 되어 버렸네요.”
“길거리나 도시 속 건물에서 대기업이나 야쿠자끼리 총질할 수 있게 될 것도 그 덕분이지.”
그 덕분에 에밀리를 구출할 수 있었던 거기도 하고.
“그리고 내가 사용할 방법은 이거.”
나는 내가 가진 온갖 연락 수단을 꺼냈다.
그리고 그것들의 위치 정보를 이 주변 곳곳으로 설정하고 경찰에게 계속해서 민원을 넣었다.
그 외에도 이 지역 경찰 소환 협회에 부탁해 단체 민원을 넣어달라고 부탁했다.
“시민이 시민으로서 당연한 권리를 행사하는 게 참 힘든 사회가 되었군요.”
“이 나라가 늘 그랬지 뭐. 조금씩 착실히 멸망에 가까워지고 있지.”
잠시 기다리자 경찰차 사이렌이 들려왔다.
그 후 밖에서 말싸움 소리가 들려왔다.
기자가 경찰에게 늘 하는 소리인 언론의 자유가 어쩌고...
경찰은 지역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고 여기는 사유지니 맘대로 들어오면 안 되니 얼른 꺼지라고...
그렇게 서로 소리를 높이다가 한 기자가 경찰을 밀쳤나 보다.
결국, 공무집행방해를 핑계로 강제 해산시키는 것 같다.
“뭐 애초부터 이렇게 되길 바래서 한 거긴 한데... 좀 과하게 소란스럽네. 잘못하면 지역의 다른 사람들 눈에 찍히게 될지도 모르겠네.”
“에?! 그럼 저희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뭘 어떻게 돼. 그냥 살면 돼. 애초에 얼굴도 모르고 살고 있잖아. 적어도 이 집 주변의 산은 누가 작물을 따는 곳도 아니고 이 집 5m 언저리는 내 사유지고 다른 사람들이 뭐라 하든 신경쓸 이유는 없어.”
애초에 다른 사람들이 사는 곳과 꽤 떨어진 곳이다.
굳이 이곳까지 찾아올 사람은 없다.
그보다 밖에 꽤 큰 싸움으로 번지고 있는 것 같은데....
*
그 뒤로 경찰에 지원군이 도착해 기자들을 모조리 체포해갔다.
다만 기자들이 이걸 가지고 또 같잖은 소설을 써댈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때는 정식으로 고소하는 게 답이겠지.
기자랑 경찰들이 모두 사라지고 코토하를 타네다 씨가 있는 곳까지 태워다줬다.
아직 그녀는 일상생활을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적어도 5년의 공백을 따라잡고 정신도 가다듬지 않으면 안 된다.
33살의 몸에 28살의 정신이나 다름없으니까.
뭐 그래도 어른 몸에 아이의 정신인 건 아니니까 큰 문제는 없겠지.
타네다 씨는 이번에야말로 주말에 찾아오라고 했다.
퇴근한 메구미에겐 코토하가 깨어났으니 주말에 보러 가자고 했다.
+3까지 다음날 있을 일을 정해주세요.
@ 경찰을 부른다고 꼭 큰일이 난다기 보단 오히려 그 이후에 큰일로 번질 수 있는 법...
혹시 지금 전 프로듀서 집에 코토하가 있는게 전 프로듀서와 함께 컴백? 근데 코토하가 사고치지 않았나? 혹시 지금 프로듀서 다시 코토하한테 다친거 아니야? 경찰도 코토하가 부른거면 그 남자 진짜 위험한 상황 아니야?
별별 의혹과 의심들이 인터넷을 떠돈다
1~50 회사에서 숙식하기로 한다.
51~99 일을 쉬고 P의 집에서 두문불출하기로 한다.
100 P와 함께 도피성 여행을 떠난다.
자기네들은 진실을 보도하기 위해 코토하의 취재에 임했으나 경찰의 폭거에 물러났다거나 국민들의 알 권리와 언론의 자유를 위해 계속해서 코토하를 만나겠다는 올바른 스토킹 의지를 숨기지 않는다.
코토하의 복귀까지는 그렇다 쳐도 버닝 걸(작열소녀)의 복귀까지 기사에 올라오다니 어느 상상력이 뛰어난 기자의 소설이거나 아니면....
“내부인의 짓인가...”
뭐 대충 예상은 간다.
반사장파가 꾸민 일이겠지.
잘되면 자기들도 숟가락 얻어서 좋고, 안 되면 사장을 실각시킬 재료로 쓰겠단 의지가 확고히 보인다.
후우, 어째서 이렇게 작은 그림밖에 보지 못하는 건지.
아니 자기네 딴에는 큰 그림이라 좋아하고 있을 게 뻔하다.
그 후에 있을 차기 사장이라든지 내부에 남은 765의 고참 직원들 처우나 새로운 765를 이끌 아이돌 등등 미리 준비해야 할 것이 산더미일 텐데 판부터 벌리다니....
돈이 있다고 머리는 안 굴러가면서 꼴에...
하아 아니다.
지금 이래 봐야 무슨 소용인가.
그보다 중요한 건 여론이다.
설령 순백이라도 칠흑으로 만드는 게 여론이란 것인데 아이돌이란 특성상 도저히 무시할 수 없다.
코토하가 내 집에 찾아왔단 사실까지 기사에 적혀있는 바람에 온갖 되지도 않는 소설들이 넘쳐 흐르고 있다.
아이돌 마스터 SS는 점점 안 보이는 추세인데 이럴 때는 다들 어디서 나온 건지 수많은 작가가 나타난다.
코토하랑 내가 함께 컴백할 거란 사실 4할에 거짓 6할의 추리 소설부터
날 죽이는데 실패했던 코토하가 다시 날 죽이러 온 거라는 호러 소설
기자들을 경찰들을 불러서 퇴치하고 날 감금하고 있다는 얀데레 로맨스 소설 등등
유리코도 읽다 던질 수준의 졸작들이다.
문제는 이것들을 어떻게 수습하고 처리하느냐인데....
“다녀왔어...”
“메구미 씨? 벌써 돌아오...흡..!”
메구미가 돌아왔다고?아직 퇴근시간은 아닐 텐데?
“메구미 오늘은 일찍.... 읏..!”
집에 돌아온 메구미의 모습은 뭐라고 해야 할까... 죽어있었다.
얼굴에 그 어떠한 표정이 흔적조차 보이지 않는다.
“아, 프로듀서...”
“메구미 프로덕션에서 무슨 일 있었어?”
“아~ 그게... 냐하하...”
그녀 특유의 웃음으로 분위기를 환기하려 한 것일까.
그렇지만 그게 오히려 토코로 메구미를 연기하는 메구미란 느낌을 주어 상태가 심각함을 직감했다.
“실은 프로덕션 내에서.... 버닝 걸(작열소녀)의 복귀.... 반대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어서 말이야... 사장님이 괜히 불필요한 소란에 휘말리지 말라면서.... 당분간은 이 집에서... 나오지 말라고 하셔서...”
타당한 의견이다.
메구미뿐만 아니라 타마키나 미야, 우미와 코토하에게도 해당되는 일이다.
물론 너무 자취를 감춰도 안 되겠지만, 괜히 나서기보단 안 보이는 게 나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런 것치곤 그녀의 표정이 너무 안 좋다.
“메구미 그것만이 아니지. 말해줘. 프로덕션에서 무슨 일이 있었어?”
“.....”
“메구미 씨. 저희에게 다 털어놔 주세요. 저희는 무슨 일이 있어도 메구미 씨의 편이니까요.”
“읏...”
메구미는 이를 악물더니 억지로 입을 열어 말을 내뱉기 시작했다.
“버닝 걸(작열소녀)의 복귀에 부정적인 건... 사무직만이 아니야.... 아까 트레이닝 하던 아이 중 하나가 말했어.... 자기네들은 그렇게나 765 프로덕션에 있어서 쓸모없는 아이돌이냐고....”
“에...?”
“물론 자기들은 4년이나 아이돌 하면서 아직 B랭크에 머무는 수준이지만.... 그래도 이 765 프로덕션에서 아이돌로서 4년이나 열심히 해 왔다고... 그런데 사장님이란 사람이 765의 위기에 자기들(지금의 아이돌)이 아니라 우리들(과거의 아이돌)에게 매달리냐고...! 자기네는 그렇게나 아이돌로서 못써먹겠냐고..! 그렇게 전망이 없냐고.! 그렇게 못 미덥냐고! 자기네보다 살인미수자가 더 나은 거냐고!! 자기네들은... 나 같은 창녀보다 매력이 없는 거냐고!!!”
“메구미..!”
울부짖는 메구미를 있는 힘껏 껴안아 그녀의 얼굴을 가슴에 묻었다.
그녀에게 남성공포증이 있는 걸 잊은 건 아니다.
차라리 이대로 기절이라도 했으면 하는 마음도 있다.
그렇지만 메구미는 남자에게 안긴 것보다 그 아이에게 들은 말이 더 충격이 큰 모양이다.
“훌쩍... 미안해 프로듀서... 나.., 그 말을 듣고... 갑자기 아무것도 모르겠어... 내가... 우리가 복귀하는 게 맞는 걸지...”
“메구미. 그 아이도 진심으로 그렇게 말한 게 아닐 거야.”
“알고 있어... 그 애는 상냥한 아이인걸. 그렇지만.... 그 아이의 흔들리던 눈동자가, 흘러내리던 눈물이, 갈라지는 외침이, 서글픔과 분노와 분함과 질투와 괴로움과 온갖 다양한 감정이 쌓여있던 그 표정이...! 젊었을 때 아무리 힘내고 노력하고 견디고 나아가도... 하루카네의 그림자 속에서 결국 빠져나오지 못해서..!! 아무한테도 기대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의상실 구석에서 매일매일 울고 있던 내 모습이랑 너무나도 똑같아서!!! 그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니까...! 그렇지만 동시에 그런 생각은 괜히 엄한데 화풀이하는 거란 것도 알고 있으니까... 그래서 어떻게 하는 게 맞는 건지 더더욱 모르겠어....”
“메구미... 그건 네가 신경 쓸 문제가 아니야. 그건 그 아이와 그녀의 프로듀서가 극복해나갈 문제야. 15년 전의 너와 내가 그랬듯이. 그때도 말했을 거야. 사장이나 클라이언트는 이익을 극대화할 의무가 있다고. 그걸 위해 아름다운 과거에 매달릴지 추할지도 모르는 미래에 걸어볼지는 그들의 선택이라고. 그리고 만약 그들이 과거에 매달린다면 우리는 그들의 선택을 후회할 만큼 아름다운 미래를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그때와 지금의 차이는 그저 시간이 지나서 우리가 과거가 되었을 뿐이고 언제나 어디서나 똑같이 반복되어 온 흔한 이야기야. 그러니 우린 그저 과거에 매달리는 이들의 기대를 만족 시켜 주면 돼. 그러다가 미래를 걸어가는 애들이 우리보다 더 아름다워졌을 때 조용히 떠나면 되는 거야. 우리도 해냈는데 그 애들이라도 못할 게 뭐가 있어. 만약 그것마저 싫다면 그냥 이번 프로젝트를 거부하면 돼. 너에겐 그럴 권리가 있어.”
“........... 지금은 모르겠어.”
“그러면 그걸로 좋아. 급하게 결정할 필요 없어. 어차피 아직은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아. 움직일 수 없어. 적어도 서로서로 준비가 끝날 때까진 아무것도 할 수 없어. 그러니 천천히 고민하면 돼. 괜찮아. 네 곁엔 나랑 에밀리랑, 다른 많은 동료가 있고 다들 네 선택을 존중해줄 거야.”
“응...”
메구미는 조용히 2층으로 올라갔다.
에밀리에게 메구미의 상태를 계속 봐달라고 부탁하여 에밀리도 올려보내고 난 다시 생각에 잠겼다.
에밀리나 메구미는 계속 집안에만 있게 하자.
반대로 나는 코토하에 대한 바보 같은 소문이 퍼지는 것을 조금이라도 막기 위해서라도 평범하게 밖을 돌아다니고 일상을 보내는 모습을 보여주며 내가 코토하에게 무슨 해코지를 당했다거나 하는 일이 없다는 사실을 알릴 필요가 있다.
다만 내가 나간다면 집에 있는 두 사람이 걱정인데...
슬쩍 창문을 통해 밖을 보자 숨어있던 SP와 눈이 마주쳤다.
보호가 목적이라곤 해도 사실상 늘 감시받고 있는 거나 다름없단 건 불쾌하면서도 참 편리하다.
SP들에게 내 생각을 전하고 내가 없는 새에 이 집을 보호할 인력을 좀 배치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럼 내일부터 밖을 좀 돌아다녀 보자.
+3까지 다음날 있을 일을 정해주세요.
@ 메구미 부분은 저도 모르게 폭주해버렸네요. 폭주해도 괜찮게 좀 더 필력을 갖고 싶다...
이오리 "권력에 미친 더러운 짐승들 같으니라고... 그깟 회사 경영권이 뭐라고..."
P "껀수 하나 잡았으니까 미쳐 날뛰는 거죠."
마침 SP도 추가 배치되었고 내가 멀쩡하단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좀 돌아다녀야지.
에밀리랑 메구미에게 절대 집에서 나오지 말라고 단단히 일러두고 미나세님이 오라고 한 곳으로 향했다.
*
“왔네.”
지정된 곳으로 가자 미나세님과 몇몇 SP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시간도 여유도 없으니 바로 본론으로 들어갈게. 엊그제부터 765의 반 사장파의 움직임이 영 심상치 않아.”
“그야 코토하의 등장 이후 언론과 여론이 불타오르고 있으니 자기네들이 뭔가를 해보려고 하는 건 뻔하죠.”
“그래. 근데 그 도가 좀 심해. 보아하니 버닝 걸(작열소녀)의 복귀를 빌미 삼아 지금의 총괄 프로듀서를 포함해 사장파를 모조리 숙청하려는 것 같아.”
“아직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았는데 벌써 숙청이라... 단순히 쫓아낸다는 의미로요, 혹은 죽인다는 의미로요?”
“글쎄다. 어느 쪽이든 마찬가지지. 정말 권력에 미친 짐승만도 못한 더러운 새끼들... 그깟 회사 경영권이 뭐라고.”
“외부측 인간을 끌어들인지 슬슬 8년이 되는데 그 8년간 우리가 권력을 완전히 독점하고 있었다가 일 하나 터지니 얼씨구나 하고 물고 늘어지는 거죠. 그래서 어떻게 하실 생각이세요?”
자기네 딴에선 참을 만큼 참았단 거겠지.
아무리 사무소에 돈이 필요했다곤 해도 외부인을 끌어들였던 건 실수였던 거려나.
외부인들이 힘을 잡지 못하게 최대한 조치를 취한다고 한 거였는데....
8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나를 뜯어 말려... 아니 만약 그런다면 나를 765에서 쫓아내야겠지.
“물론 나를 건드리려 한다면 짓밟아주겠어. 그렇지만 솔직히 최근의 나는 그다지 힘이 없어. 나뿐만 아니라 다른 애들도. 자기 방위는 가능해도 다른 사람 모두를 지켜줄 수는 없을 거 같아. 그러니 최선은 네가 성공하는 것. 차악은 더 이상 일이 커지기 전에 프로젝트를 포기하는 것이려나. 포기하고 반대파의 목소리가 좀 커지는 수준으로 피해를 줄이는 거지.”
“회사 경영의 권력 밸런스가 비슷해진다는 것의 위험성을 당신이 모르지는 않겠죠.”
“물론 알고 있지. 추진력을 잃고, 세상의 변화에 따라가기 힘들어지고, 뭐 하나 제대로 하지도 못하게 되다가 결국 회사가 분열될 수도 있지. 그렇지만....”
물불 가릴 상황이 아니게 될 수도 있단 건가.
메구미의 결심도 흔들리는 상황에 어떻게 해야 할지...
“그러면 그들은 우리에 대항해서 뭔가 하려고 하는 건 없나요?”
“아무래도 신인 아이돌을 내세울 모양이야.”
“과연... 우리와의 대비를 보여주면서 사무소 내에서의 지지도 얻을 생각이군요.”
어제 메구미가 들려준 이야기를 생각하면 아마 사무소 전체에 그런 인식이 퍼지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그런 생각은 갈수록 커지고 끔찍해진다.
선배라는 괴물이 있었기 때문에 나 역시 그 기분을 잘 이해한다.
한번 그런 생각에 빠지고 말면 그 뒤를 계속 떨어질 뿐이다.
위로 올라갈 계기 혹은 옆으로 빠질 계기가 없다면.
“아니면 최후의 방법으로 765를 포기하고 그 안에 있는 동료들을 빼내는 거지. 어차피 너 밀리언 애들 아니면 관심 없잖아?”
“뭐... 그렇죠. 제가 담당했던 아이돌, 선배의 아이돌, 그리고 아오바 씨 정도죠. 츠무기랑 이쿠의 프로듀서는 나름 괜찮은 애들이지만, 뭐 우선순위는 낮죠. 반대파도 그들을 잃기는 싫을 테고.”
“그래. 그 애들만 빼낸다는 길도 있지만, 현실적인 문제가 좀 있지.”
“대외적인 이미지, 금전적 문제, 재취직 문제, 765의 밥줄인 인기 아이돌들...”
결혼한 사람도 있지만, 기본이 맞벌이에 아이돌쪽이 가장인 경우도 몇몇 있다.
솔직히 그들 모두를 부양하라고 하면 난 기꺼이 할 거다.
물론 돈이 상당히 부족하긴 하지만, 그래도 할 거다.
설령 이 몸이 부서지는 한이 있더라도 멈출 이유가 없다.
그렇지만 아마 오래가지 못하겠지.
그 애들보다 먼저 죽어버리면 그 이후의 그녀들의 삶이 문제가 된다.
“아가씨. 슬슬...”
“아, 그래. 미안하지만 난 이 뒤에도 일이 있어서 먼저 갈게. 어떻게 해야 할지 너도 생각해보고 있어. 난 그에게 물어볼 테니까.”
그 말을 남기고 미나세님은 빠르게 사라졌다.
만약 세 번째 길을 간다면 사장을 쿠로이, ‘그’를 시이카에게 갖다 바치면 흔쾌히 모두를 961에 받아 들여줄 것 같은 기분도 든다만....
만약 그런 짓을 저지르면 미나세님은 두 번 다시 나를 도와주지 않겠지.
나도 이만 돌아가자.
*
내가 멀쩡하단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좀 거리를 걸으며 생각을 정리한다.
역시 최고의 방법은 버닝 걸(작열소녀)의 부활을 해내는 거다.
동시에 가장 어려운 길이기도 하다.
한때의 톱 아이돌들이라 해도 지금은 아니다.
대외적 이미지도 나빠지려는데 아이돌로서 성공이라니....
아이돌이 성공하려면 가장 중요한 게 운이란 것 정도는 뻔히 아는 사실이다.
게다가 메구미의 상태도 걱정이고...
“뭘 그렇게 세상이 다 망한 것 같은 표정을 하는 건가요~?”
“응..?”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서 고개를 들자 그곳엔 한겨울에 입기엔 추워 보이는 소박한 옷차림에 앞치마를 두른 토모카가 빗자루를 들고 서 있었다.
“토모카 네가 왜 여기에?”
“왜라고 해도 말이죠. 여기가 저희 집이니까요.”
그 말에 옆을 보자 어느새 토모카가 운영하는 고아원 앞에까지 와 있었다.
“그래서 프로듀서 씨는 어째서 여기에?”
“아, 좀 생각할 게 있어서 정처 없이 걷다 보니 어느새...”
“그러셨군요. 그럼 이것도 인연인데 안으로 들어가시지 않겠어요? 아마 마츠리 씨가 환영해주실 거에요.”
“너는 안 들어가는 거야?”
“저는 아직 청소가 안 끝났기 때문에 다 끝나면 들어갈게요.”
“그럼 도와줄게.”
“괜찮아요. 10분 정도면 끝나니까 먼저 들어가 계세요. 알겠죠?”
“하아...”
확실히 주변을 둘러봐도 매일 청소하고 있단 게 느껴질 정도로 깨끗해서 솔직히 도와줄 건 없어 보인다.
그렇지만 토모카를 혼자 두고 들어가기도 그런데...
“저의 배려를 받들어 어서 들어가시지 않으면 혼낼 겁니다~?”
“성모의 배려가 아니네.”
“.... 저는 성모를 칭하기엔 너무 많은 사람을 슬프게 해버렸으니까요.”
“하아...”
추워서일까. 아니면 떠올리기 싫은 걸 떠올려서일까.
손이나 얼굴이 파래지곤 떨면서 빗자루를 움직이는 그녀에게 입고 있던 코트를 입혀주었다.
“무슨 짓인가요~?”
“네가 많은 사람을 슬프게 했을지는 몰라도 그 안에 나는 들어있지 않아. 그러니 나에게 너는 언제까지고 성모야. 그리고 난 성모를 한겨울에 가을용 티셔츠와 세미롱스커트 차림으로 길바닥에 두고 갈 정도로 신성모독적인 짓을 할 마음은 없어. 네가 감기라도 걸리면 큰일이잖아? 나에게도 고아원 안에 있는 애들에게도.”
“정말... 어째서 이럴 때만.... 자, 이제 들어가 주세요.”
토모카는 얼굴을 피하며 나보고 들어가도록 독촉했다.
그런 토모카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건물 안은... 솔직히 지금 차림으론 따뜻하다고 하긴 힘들었다.
딱 최소한의 난방만 하고 있단 걸 알 수 있었다.
“호? 프로듀서 씨..?”
“아, 마츠리. 안녕. 오랜만이네.”
고아원에 들어간 나를 맞이한 건 토모카와 비슷한 아니 더 얇은 옷차림의 마츠리였다.
경영난인가...
아마 내가 퇴사하고 765에서 보내는 기부금이 줄어든 건지도 모르겠다.
“프로듀서 씨가 어째서 여기에?”
“그냥 정처 없이 길을 걷다 보니 어느새 이곳 앞까지 왔더라고. 밖에 있던 토모카가 기왕 온 거 들어가라 해서 말이야.”
“그러시군요. 지금 아이들은 낮잠 시간이니 조용히 따라와 주시는 거예요.”
“그래. 그런데 마츠리.”
“네?”
“컨셉을 잡을지 말지 확실히 하자. 공주 마츠리어와 진심 마츠리어가 섞여 있다고?”
“저는 이제 공주가 아니에요. 그렇지만 아이들에게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열심히 공주의 흉내를 내고 있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 어느새 평소에도 이런 어중간한 상태가 되어버린 거예요.”
마츠리를 씁쓸하게 웃으며 2층으로 안내했다.
2층엔 몇몇 방이 있는데 그 중 한 곳에 들어가자 토모카와 마츠리가 생활하는 것 같은 원룸식 방이었다.
“토모카나 마츠리의 속옷은 옷장 속에 봉인되어 있으니 둘러봐도 소용없는 거예요.”
“딱히 찾을 생각도 없어.”
두 사람이 생활하기엔 굉장히 아슬아슬해 보일 정도로 작은 방에 이층 침대 하나 있는 정말 잠을 자기 위한 공간이란 느낌이다.
적당히 바닥에 앉자 마츠리가 접이식 간이 테이블을 꺼내와 내 앞에 펼치곤 방을 나섰다.
기다리고 있자 마츠리가 차를 가지고 왔고 잠시 뒤 토모카도 왔다.
+3까지 이곳에서 있을 일, 할 이야기 등을 적어주세요.
P "..."
마츠리 "공주도 성 밖의 소식은 여전히 듣고 사는 것이에요. 성 밖에는 버닝걸에 대해 좋게 보지 않는 마물들이 많다죠? 버닝걸이 성공한다 해도 여전히 프로듀서씨와 버닝걸을 물어뜯을 마물들이 많이 남아있을텐데 만일 실패라도 한다면..."
P "..."
마츠리 "프로듀서씨?"
P "?"
마츠리 "만일 자기가 하는 일이 너무나도 힘에 부치다고 느껴지면... 차라리 그냥 모든 걸 내려놓고 다른 길을 가는 것도 좋을 방법인 것이에요"
P "..."
마츠리 "공주도 성 밖의 소식은 여전히 듣고 사는 것이에요. 성 밖에는 버닝걸에 대해 좋게 보지 않는 마물들이 많다죠? 버닝걸이 성공한다 해도 여전히 프로듀서씨와 버닝걸을 물어뜯을 마물들이 많이 남아있을텐데 만일 실패라도 한다면..."
P "..."
마츠리 "프로듀서씨?"
P "?"
마츠리 "만일 자기가 하는 일이 너무나도 힘에 부치다고 느껴지면... 차라리 그냥 모든 걸 내려놓고 다른 길을 가는 것도 좋을 방법인 것이에요"
P "..."
마츠리 "프로듀서씨는 이미 왕자로서 성 안의 모두를 공주로 만든다는 자신의 소명을 다한 것이에요. 소명을 다한 후 잠든다 하더라도 그것을 두고 욕할 사람은 없는거에요..."
>>>오류 때문에 두번 써졌네. 위에 앵커는 그냥 무시하시기 바랍니다.
"...... 공주는..."
"응?"
"공주는, 왕자님이 구원해줘요. 행복하게 해 줘요.
그럼 왕자님은 누가 행복하게 해주죠?"
"당연히 공주님이 행복하게 해주지.
'그리고 그들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그렇잖아?"
"그래요. 그것도 분명 행복,이겠죠. 부정하진 않아요.
그럼 왕자님은 누가 '구원'하나요?"
.......
공주님이다. 당연히 그럴 터인데... 어째서인지 말이 나오지 않았다.
"... 그래요. 아무튼 왕자님이 행복하기 위해선 공주님이 필요하단 말이지요?"
"그래."
--- 스윽
"언질, 분명히 받았어요.
이번엔 부디, 말 바꾸지 말아주세요."
--- 쪽
"언젠간, 입술을 받아갈 수 있는 멋진 공주님이 되어 보일게요. 다시 한번...
그때는, 당신의 공주님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그렇네요. 저출산이라곤 해도 고아인 아이들은 늘기만 하고 아이들이 커지면서 필요한 물건들의 종류나 양도 늘어나고 있어서 물건들이 조금씩 부족해지고 있어요.”
“국가에서 지원을 해주고 기부금도 종종 들어오긴 해도 빠져나가는 금액을 메우기엔 부족한 것이예요.”
“그래서 어떻게든 지출을 줄이기 위해 이런 한겨울에도 난방은 최소한으로 하고 너희 옷은 가을옷이었던 거였군. 하지만 그러다 감기라도 걸리면 오히려 큰일이잖아.”
“그거는 기합으로 이겨내는 거예요!”
“아하하...”
이 방만해도 굉장히 검소하게 살고 있단 것이 느껴진다.
있는 거라곤 2층 침대 하나와 공용으로 쓰는 것 같은 옷장 하나에 아주 기본적인 화장품뿐.
아무리 꾸미지 않아도 예쁘다곤 해도 여자 두 명이 겨우 하나의 옷장과 서너 개의 기초 화장품뿐이라니.
“여자아이의 방을 그렇게 두리번거리다니 매너 위반이라고요?”
“아, 미안.”
만약 765를 뺏긴다면 지금 765에서 이곳으로 매달 보내고 있는 기부금도 줄거나 사라지겠지.
그러면 분명 이 아이들은 더욱 힘든 생활을 하게 될 것은 뻔하다.
철컥
그때 문이 열리고 한 아이가 눈을 비비며 들어왔다.
“어머, 아야카쨩 무슨 일인가요?”
“잠에... 깼는데.... 잠이 안 와서...”
아야카쨩이라 불린 아이는 그대로 다가왔다.
슬쩍 인사를 건네려 했지만, 내 옆을 쑥 하고 지나가 마츠리 품에 안겼다.
마츠리가 조용히 머리를 어루만져주니 금세 잠들어버렸다.
“후후, 금방 잠들어버렸네요.”
“그러네. 마츠리도 꽤 그럴듯하게 되었네.”
“벌써 이곳에 온 지 3년인 거예요. 언제까지고 이 아이들처럼 토모카쨩에게 어리광부릴 수는 없는 것이에요.”
“후후, 요즘 마츠리 씨는 이 건물 안에서라면 꽤 믿음직해졌답니다.”
“다행이네. 정말로.”
예전의 마츠리는 정말 보고 있는 쪽이 괴로울 정도로 망가져 있었으니...
제한된 공간이라도 예전처럼 살 수 있게 되었단 건 정말 다행이다.
“그런데 프로듀서 씨. 버닝 걸(작열소녀)이 컴백한다는 이야기 들은 것이에요.”
“너도 들었구나.”
“네. 저는 인터넷을 포함해 이 성(고아원) 밖이 무섭지만, 그래도 예전 성(765)에서 일어나는 중요한 소식은 듣고 있는 것이에요. 미야쨩이 말해주기도 했고요. 분명 성 밖에는 버닝 걸(작열소녀)에 대해 좋지 않게 보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네요.”
“프로덕션 안에서도 썩 좋은 느낌은 아니야.”
“설령 성공한다 해도 프로듀서 씨를 계속해서 괴롭히려 들지도 몰라요. 그런데 만약 실패한다면...”
물론 그냥은 안 끝나겠지.
무서울 정도로 많은 것을 걸고 하는 도박이다.
나 하나로 끝나면 걱정할 거 하나 없이 저지르면 되지만 분명 그럴 일은 없겠지.
“프로듀서 씨.”
“응?”
“만약 지금 하는 일이 도저히 못 하겠고 힘에 부치다고 느껴진다면... 아예 전부 내려놓고 다른 길을 가는 것도 하나의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프로듀서 씨는 이미 한번 왕자로서 저희 모두를 톱 아이돌로 만든다는 역할을 훌륭히 해내셨어요. 그러니 이제 그만한다고 해서 프로듀서 씨를 책망할 수는 없어요.”
공주어를 줄이고 말하는 모습에 놀라긴 했지만, 그녀의 말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결코....
“분명 나는 너희를 한번 톱 아이돌로 만드는 데에는 성공했을지 몰라. 그렇지만 지금의 너희가 모두 행복하진 않지. 그래선 안 돼. 부족해. 난 너희 모두를 행복하게 만들 거야. 절대로 무리하는 게 아니야. 아니 무리지. 애초에 너희 모두를 톱 아이돌로 만든 것 자체가 나에겐 무리였어. 그래도 해냈으니까 이번에도 해낼 거야. 물론 너랑 토모카도 행복하게 만들 거야.”
만약 이 고아원에 있는 아이 중 하나가 자립했다 해서 토모카나 마츠리가 그 애랑 끝나진 않을 거다.
그 애가 도움을 요청하거나 설령 도움을 요청하지 않더라도 그 애를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 발벗고 나서겠지.
비록 난 그런 숭고한 이타심이 아닌 철저한 이기심이라곤 해도 결과는 비슷한 느낌이라 생각한다.
그랬으면 좋겠다.
“.... 공주는...”
“응?”
“공주는 왕자님이 구원해주고 행복하게 해줘요. 그럼 왕자님을 행복하게 해주는 건 누구예요?”
“그야 공주님이겠지. ‘그리고 두 사람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하고 끝나는 해피엔딩이라면.”
“그렇네요. 그것도 행복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러면 왕자님을 구원하는 건 누구예요?”
“그야.....”
공주일 터다.
그런데 뭔가 조금 다른 것 같다.
흐음.... 왕권? 왕관? 아님 국민이려나?
왕자를 구원한다. 란 부분에 묘한 기시감이 느껴진다.
왕자가 행복해지는 게 아니라 구원받는 동화가.... 뭐가 있지?
“왕자는 구원받지 않아. 구원을 바라지 않아. 구원받을 필요가 없어. 왕자에게 그런 건 필요 없어.”
““.......””
두 사람 다 내 결론에 입을 다물었다.
어이없어하는 거려나.
아니면...
“하아, 어쨌든 왕자가 행복해지려면 공주가 필요하단 거죠?”
“그렇지.”
마츠리는 품 속의 아이가 깨지 않게 살며시 침대에 내려놓고 나에게 다가왔다.
“언질, 확실히 받았어요. 말 바꾸기 없기에요.”
쪽
오른뺨에 따뜻하고 부드럽고 상냥한 감촉이 느껴졌다.
“자, 토모카쨩도....”
마츠리에 행동에 놀란 토모카는 마츠리의 말에 다시 놀라더니 슬며시 마츠리 반대편으로 와서...
쪽
“언젠가 입술을 받아갈 수 있는 멋진 공주님이 되겠어요. 다시 한번 반드시... 너의 공주님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게.”
“저는 공주는 아니지만, 당신은 저를 성모라 불러주셨어요. 그렇다면 당신만의 성모로서 그 소임을 다할 겁니다. 그렇지만 언젠가 성모가 아닌 공주가 될 수 있다면 그것도 좋겠네요.”
*
“그럼 이만 갈게.”
“네.”
“네인 거에요!”
“아, 가기 전에 아까부터 신경 쓰였던 것만 정정할게.”
““?””
“난 왕자가 아니야. 나이트지. 네가 늘 그랬잖아. 난 성을 지키는 기사일 뿐이야. 그럼 이만.”
두 사람의 대답을 듣지 않고 빠르게 그곳에서 빠져나왔다.
그래.
난 왕자가 아니라 기사.
공주가 왕자를 만날 때까지 지키고, 왕비가 되고도 지키다 죽는 기사.
기사에게도 구원은 없다. 필요 없다.
그리고 기사에겐 공주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도 필요없다.
기사의 행복은 왕자와 행복하게 사는 공주를 보고 지키는 것이다.
+3까지 다음날 있을 일을 정해주세요.
@ 분명 같이 있는데 3개의 앵커에서 한 번도 언급되지 않은 토모카....
P 앞에서는 괜찮다 괜찮다 그랬지만 5년 간의 공백으로 인한 정체성의 혼란과 쏟아지는 찌라시를 견디지 못해 결국 탈주한 듯.
@기사의 길을 걷고 싶은가? 그럼 시련의 길을 걸어야지!
1-25 왠지 모르게 어색한 사이
26-50 의미없는 잡담을 나누고 있다. 최대한 지금 일어나는 일을 이야기 하기 싫어하는 분위기
51-75 예전처럼 웃으면서 이야기를 나눈다. 오랜만에 코토하와 메구미 둘다 조금 편해 보인다.
76-100 오랜만에 둘이서 춤 연습을 하고있다
타마키: 오야붕. 그게 기사를 봤는데 이거...
1-25 언제 컴백이야? 기사는 조금 안좋게 나왔지만 오야붕은 다 계획이 있는거지? 나는 믿어!
26-50 가능할까? 다른 아이돌들 상태가...
51-75 사실 나도 아이돌로 컴백이 무서워...
76-100 나... 임신해서 이제 조심해야 하는데...
1~33 아무래도 복귀는 무리려나...
34~66 나는 P만 믿어!
67~99 버닝걸 컴백, 꼭 성공시키자!
100 집 근처에 텐트를 치고 살고있는 수상한 사람이 있어...
에밀리도 메구미도 있긴 하지만, 나도 메구미도 심란하고 에밀리도 그걸 알기에 굳이 건드리지 않는다.
버닝 걸(작열소녀)...
할 수 있을까.
과연 내가 그 아이들을 다시 한번 이끌어 줄 수 있을까.
그 아이들이 상처받지 않게 해줄 수 있을까.
솔직히 말하면 자신 없다.
젊었을 땐 아무리 불가능한 난제라도 그 아이들과 함께라면 가능할 것 같았는데.
분명 그 아이들이라면 가능할 거라고 아무 의심도 없이 믿었는데.
“하아....”
어쩐다....
띵동~
“누구지? 또 망할 기자놈들인가.”
인터폰으로 밖을 확인하자 그곳에 있는 것은...
“타마키..?”
*
“타마키 씨. 오랜만이네요. 여기 차에요.”
“응! 고마워! 에밀리도 오랜만!”
에밀리와 타마키가 만나는 건 굉장히 오랜만일 테지.
타마키도 에밀리가 어떤 일을 겪었고 그게 무슨 뜻인지 안다.
그러나 예전과 다름없는 태도로 에밀리를 대하는 것이 타마키의 좋은 점이겠지.
“건강해 보여서 다행이네. 신혼 생활은 즐거워?”
“응! 오야붕이나 다른 사람들과 놀았을 때처럼 매일매일이 즐거워!”
“그래. 다행이네.”
타마키의 남편이 누군지도 알고 타마키를 소중히 생각한다는 것도 알기에 큰 걱정은 없다.
“그런데 타마키 씨 오늘은 어쩐 일로 오신 건가요?”
“아, 그렇지. 실은 타마키도 버닝 걸(작열소녀)의 컴백에 대한 기사를 읽었어. 이거 언제 컴백하는 거야?”
“으음... 실은 아직 확정된 건 아니야. 내부에서 소식을 흘러나가는 바람에 이렇게 된 건데. 아직 망설이고 있는 아이도 있고 컴백을 위해선 준비도 많이 해야 하니까 설령 컴백을 한다고 해도 언제쯤 가능할지는....”
“그렇구나... 그래도 괜찮을 거야! 기사에선 안 좋게 이야기하고 있지만, 타마키는 오야붕을 믿고 있으니까!”
“그래. 고마워...”
좀 전까지 엄청나게 고민하고 있었기 때문에 조금 마음이 아프지만 고마운 것도 진심이다...
그래서 쓴웃음을 지으면서도 타마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에헤헤 오야붕이 쓰다듬어주는 건 오랜만.... 헛?! 안 돼!!”
“엣..? 무슨 일이야 갑자기 머리를 떼고.”
“타마키는 이미 결혼했으니까 남편 이외의 사람에게 이런 거 받으면 바람이라고 했어!”
“...풋.”
“후훗.”
타마키의 말을 듣고 에밀리랑 함께 웃어버렸다.
27살이라도 타마키는 타마키네.
“우으으 어쩌지... 바람핀 게 들키면 미움받을 거야... 이혼하게 될지도..?!”
“괜찮아요. 지도자님이 해주시는 거는.”
“그래? 에밀리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에밀리의 말에 타마키도 안심하고 머리를 내밀었다.
타마키를 좀 더 쓰다듬었다.
“저기 프로듀서...”
“엇... 메구미.”
“아앗 메구미다!”
메구미가 거실로 내려오자 타마키가 그대로 메구미의 품속으로 안겨들었다.
“메구미 오랜만!”
“응, 오랜만 타마키!”
타마키의 기운찬 인사를 메구미도 기운차게 받아주며 타마키를 쓰다듬어준다.
훈훈한 광경이네.
“저기 프로듀서.”
“으응?”
“그 버닝 걸(작열소녀)에 대한 건데.”
“응.”
“나, 역시 해볼래.”
“에? 괜찮겠어? 어제의 그 일도 있지만, 너 남성공포증도...”
“응. 솔직히 무서워... 그렇지만 조금 전에... 타마키도 말했잖아. 프로듀서를 믿는다고. 그래서 나도... 프로듀서를 믿어보려고. 믿어보고 싶어. 그러니까... 부탁해도 될까...?”
“.....”
아, 정말이지...
이렇게까지 들어버리면....
“안 할 수가 없잖아.”
“프로듀서...”
“오야붕..!”
“사장님은 할 수 있다고 했어. 너희는 하고 싶다고 했어. 그럼 내가 할 일은 정해졌지. 알겠어. 내가 할 수 있는 것, 없는 건 전부 해보이겠어.”
그러려면 우선 준비를 해야지.
사무소... 정확힌 내가 썼던 사무실에는 다양한 프로듀스 데이터가 잠들어있다.
그것들을 찾으러 가자.
*
5일만에 다시 온 회사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가시 돋쳤다고 해야 하나 다들 썩 밝은 분위기는 아니다.
그런 분위기를 헤치고 사무실로 들어갔다.
의외로 그곳에 있는 것은 현재의 총괄 프로듀서가 아닌 심각한 얼굴을 한 미나세 님과 리오였다.
“어라? 두 사람이 왜 이곳에..?”
“그건 이쪽이 할 말이야. 네가 여기 왜 있는 거야?”
“버닝 걸(작열소녀) 프로듀스를 위해 이곳에 잠재워 둔 자료들을 꺼내러 왔죠.”
“아, 프로듀서군... 그거 말인데...”
리오와 미나세 님의 표정이 썩 좋지 않다.
무슨 일 있는 건가?
*
“코토하가 사라져?!”
“그래. 어젯밤에 모습을 감추곤 전혀 연락이 안 된다고 하더라.”
“담당자 말로는 아무래도 5년간의 기억의 차이로 정체성의 혼란이 오거나 아니면 돌아다니는 찌라시에 프레셔를 받고 있던 게 아닐까 말했어.”
“크윽... 확실히 코토하는 삭히는 타입이니까.... 아무리 불안해도 겉으론 드러내지 않으려 하니... 아직 인터넷에서 코토하의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 걸 보니 변장은 제대로 한 모양이지만....”
“일단 그 애가 갈만한 곳을 최대한 찾아보긴 했지만, 애초에 지금 그 애가 갈만한 곳이 별로 남아있지도 않아서 다 뒤졌다고 생각하는데 없었어.”
“어디어디 찾아보셨어요?”
“그 애의 집이었던 곳, 가족의 묘, 펜싱 학원, 옛날 사무소나 시어터 정도려나.”
“시어터는 지상이요, 우주요?”
“물론 둘 다지.”
“그럼....”
그 외에 코토하가 갈만한 장소....
“프로듀서 군. 생각나는 곳 없어?”
“으음.... 일단 생각나는데로 돌아다녀 볼게. 아, 자료... 다음에 챙기자.”
“그거라면 내가 나중에 프로듀서 군네 집으로 가져갈게.”
“고마워 리오.”
코토하가 갈 곳.... 코토하가 갈만한 곳....
일단 거길 가볼까...
1~50: 있다.
51~100: 없다.
먼저 2표로 갑니다.
“.....어떻게?”
“감이지. 나한테 너라는 존재를 가장 강하게 각인시킨 장소가 이곳이라서 그런 게 아닐까.”
“그렇군요...”
그녀의 옆에 섰지만, 그녀는 여전히 나를 보지 않는다.
그저 눈앞에 있는 도로와 그 너머를 응시할 뿐이다.
“일루미네이션은 이제 없네요.”
“크리스마스는 진작에 지나버렸으니까. 벌써 새해가 된 지 일주일 하고도 하루가 지났어.”
“아쉽네요. 그 경치를 다시 보고 싶었는데. 그러면 뭔가가 변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그러게. 나도 다시 보고 싶었어. 그 경치와 그런 경치마저 압도하던 너의 모습을.”
으읏... 하는 소리를 내며 그녀는 처음으로 내게 시선을 돌렸다.
“뭐에요 그게.”
“15년 전 내가 765에 입사하고 처음 맞는 크리스마스 때 이곳에서 본 네 얼굴, 말 그리고 눈물을 보며 정했었어. 네가 톱 아이돌이 되고 난 후의 크리스마스 때 다시 한번 널 이곳에 데려오겠다고. 너의 변화와 성장을 실감하게 해주겠다고. 그렇지만 그러지 못했지. 그 조건을 만족했을 때 난 하찮은 감정들에 눈이 멀어 너희를 보지 못하고 있었으니까.”
“.... 15년이나 전의 일인데도 기억하고 있는 거군요.”
“그럼. 나한텐 이곳이야말로 타나카 코토하를 처음 본 장소나 다름없어. 너야말로 잘도 기억하고 있네.”
“저한텐 10년 전, 또는 5년 전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곳이니까요.”
“그래...”
찾은 것까진 좋았지만, 그녀에게 대체 무슨 말을 해줘야 할까.
그녀가 느낄 감정, 괴로움, 고뇌, 혼란은 나로선 도저히 상상도 안 간다.
그녀를 위해서라며 그녀를 헛된 추억에 가둬버린 과거의 나를 죽여버리고 싶다.
“잠들어 있는 동안 본 꿈은 이미 거의 다 희미해져서 10년 전의 기억으로밖에 느껴지지 않아요. 그렇지만 그 10년 전을 추억하면 마치 얼마 전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
“저는 프로듀서의 아이돌인데...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메구미가 사라지고, 엘레나가 떠나고, 그런 와중에도 프로듀서는 제 곁에 있어 줄 거라고 믿었어요. 그런데 프로듀서는 유리코쨩과 결혼한다고 했죠. 전 그때 프로듀서마저도 제 곁을 떠나는 거라고 생각했지만, 결과적으로 제가 스스로 프로듀서로부터 떠나버렸죠. 분명 저는 아이돌이었고 프로듀서는 프로듀서였는데 프로듀서를 찌르고... 그 질기면서도 부드러운 것을 찌르는 감각 이후 눈을 떴더니 전 아이돌이 아니게 되었고, 프로듀서는 프로듀서가 아니게 되어 있더군요.”
“....”
“처음엔 마치 지난주에 밀리언 라이브를 성공시켰더니 다음날 AS의 프로듀서와 코토리 씨가 결혼하고 며칠 뒤 AS의 프로듀서 씨가 돌아가시고 코토리 씨가 정신을 잃고 또 며칠 뒤에 프로듀서와 유리코쨩이 결혼한다고 해서 저도 모르게 프로듀서를 찌르고 눈을 떴더니 전 아이돌이 아니게 된 지 5년에 프로듀서는 프로듀서도 유리코쨩의 남편도 아니게 되고 저에게 아이돌로 복귀해 달라고 한 것만 같았어요.”
그런 대사건들이 1주일이란 짧은 시간 안에 일어난 것처럼 느껴진다면 혼란스러운 건 당연하다.
만약 내가 코토하와 같은 입장이었다면 과연 제정신으로 있을 수 있었을까.
“그렇지만 동시에 저의 올바른 기억과 희미해져 가는 기억, 그리고 제 이성이 그것은 잘못된 것이며 현실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어요. 아마 곧 있으면 이 기억은 아예 먼 추억으로밖에 느껴지지 않게 되고 그러고 나면 저도 지금의 상태를 받아들일 거에요. 분명 이건 제가 프로듀서에게 저지른 일에 대한 죄값을 받는 것일 테니까요.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시간이 해결해줄 테니까.”
“정말... 넌 여전히 성실하구나.”
“에..?”
“그렇게 괴로우면 나나 타네다 씨에게 말하거나 다른 동료들에게 터놓거나 할 수 있었을 텐데. 그렇게 괴로우면 웃긴 것을 보거나 즐거운 일을 하며 더 빨리 잊어버릴 수 있었을 텐데. 그렇게 괴로우면 깊게 생각하지 않고 자신을 그저 긴 잠에 깨어났을 뿐이라고 타이를 수 있었을 텐데. 자신을 괴롭히는 어긋난 기억을 부정하지 않고 자신의 혼란과 마주보며 자신이 누구인지 자문하고... 정말 나로서는 도저히 그럴 수 없을 거야.”
“그런 건...”
“그보다 우선 자리를 옮기자.”
“네..?”
“이런 한겨울밤에 내 소중한 아이돌을 언제까지고 찬바람을 맞게 할 수는 없으니까. 게다가 괜히 누군가에게 우리란 것을 들키면 귀찮아져.”
“내 소중한 아이돌...”
자 그럼 코토하를 어디로 데려간다.
+3까지 코토하를 데리고 갈 곳을 적고 굴려주세요. 중간값 갑니다.
@ 요즘 창댓 쓰면서 경영, 심리학, 철학 등등의 강의를 들어둘걸. 하는 생각이 종종 드네요....
겨울인데 유빙이나 보러갑시다
“우리 집에 데려가면 너와 단둘이 대화할 수 없을 테고 시설에 데려가면 오히려 너를 격리하러 들지도 모르지. 그리고 어젯밤부터 네가 얼마나 풍족한 식생활을 보냈는지 모르니 누구도 방해할 수 없고 음식도 나오는 곳을 택했을 뿐이야. 덤으로 여긴 미나세 가문의 것이라 괜히 새나갈 일도 없지.”
“그렇군요....”
입고 있던 코트와 모자, 목도리를 벗자 나타난 건 얇은 환자복과 같은 옷이었다.
그런 얇은 옷을 입고 그 추위에 돌아다닌 건가....
침대에 다소곳이 앉아 있지만, 다소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이다.
“배 안 고파? 식사는 어떻게 했어?”
“그 편의점에서 영양 젤리를....”
“하아, 그럼 뭐 적당히 룸서비스나 시키자.”
TV를 켜고 히터의 온도를 높인 뒤 그 밑에 놓여 있던 메뉴판을 들어 코토하에게 보여줬다.
5년 사이 심각한 가격 인플레에 놀라는 그녀였지만, 기묘할 정도의 가격 차이가 나는 메뉴에 의문을 가졌다.
“비싼 것들은 전통적인 농사법으로 키운 평범한 유전자의 작물을 요리사가 요리한 것, 중간 정도는 그중 하나만 해당하는 것, 싼 것들은 어처구니없을 정도의 유전자 변형을 통해 강해진 작물을 공장에서 키우고 통조림한 걸 기계로 요리한 것. 그런데 개인적으로 이 일본에서 벚나무가 멸종할 수준의 환경 상태에서 전통적 농사법이 좋은 걸까 하는 의문은 있다만...”
“엣?! 벚나무가 멸종했나요?!”
“그래. 구 시어터 건물에 하나 키우고 있긴 한데 그런 온실에서나 가능하지 자연에선 불가능해.”
“어떻게 그런 일이...”
“뭐... 여러 가지 있었지.”
전자공간의 범지구적 아노미와 아나키를 막기 위해 전 세계의 정부들이 현실에 관심을 줄 여유가 없던 사이에 전 세계의 기업들이 손잡고 현실을 뒤흔드는 뭐 별짓을 다 하던 부작용으로 어쩌고 저쩌고.
그런 이야기를 지금 해봤자 의미는 없겠지.
그녀의 성격을 생각하면 머지않아 스스로 조사할 테고.
그보다 이제 어쩐다....
+2까지 할 이야기나 있을 일을 적어주세요.
“에..? 코토하?”
“아, 아니에요. 우는 거 아니에요. 그저... 에... 에에....”
후엣취!
아이돌로서 100점 만점의 귀여운 재채기다.
아니 그게 아니라.
“코토하 괜찮아? 이런 한겨울에 그렇게 얇게 입고 돌아다니니까 그렇지. 얼마나 밖에 있던 거야?”
“그... 어젯밤부터 계속...”
“잠은 어디서 잤는데?”
“구 시어터 건물 구석에서...”
“하아... 너 정말...”
“죄송해요...”
코토하에게 다가가 내 이마와 그녀의 이마의 온도를 비교했다.
물론 손으로.
코토하의 이마가 좀 뜨거운 게 느껴졌다.
“좀 뜨겁네. 이제 보니까 얼굴도 좀 붉고. 이럴 줄 알았으면 병원에 데려가는 건데.”
아니 지금 이 애를 병원에 데려가는 건 찌라시 써달라고 부탁하는 거나 다름없다.
애초에 병원은 토요일 밤에 하지도 않는다.
“이마 이외의 부분은 얼음장처럼 차갑네. 보니까 샤워룸이 아니라 욕조형식이던데 얼른 가서 따뜻한 물에 잠기고 있어. 그리고 음식 오면 먹고 자자. 난 네가 샤워하는 동안 편의점에서 감기약 사 올게.”
“감사합니다... 아 그런데 갈아입을 옷이 없어서...”
“으음... 어쩔 수 없지. 약 사오는 김에 편의점에서 속옷도 사 올 테니까 그걸 입고 가운은 저기 옷장 안에 있었으니 그걸 입어.”
“정말... 하나부터 열까지 감사합니다.”
욕조에 물이 찰 동안 코토하의 옆에 있다가 그녀가 욕실에 들어가는 소리가 들리자 편의점으로 갔다.
그녀가 지루하지 않게 하는 것도 있었지만, 그사이 도망치지 않게 감시하는 의도도 있었다.
다행히 호텔 바로 앞에 돈키가 있었다.
감기약을 챙기고 여성용 속옷을 위아래로 하나씩 사려 했는데.... M사이즈면 코토하에겐 크지 않으려나?
혹시 몰라 S 사이즈도 함께 구매했다.
*
호텔로 돌아가자 코토하는 아직 욕실에 있는 것 같다.
옷이나 신발 등이 남아있긴 해도 혹시 몰라 이름을 부르자 대답이 돌아왔다.
하긴 코토하도 은근 목욕하는 걸 좋아하긴 했지.
머리가 긴 만큼 시간도 걸릴 테고.
속옷을 탈의실에 두고 침대에 앉아 에밀리에게 오늘은 못 들어간다고 메일을 보냈다.
잠시 후 코토하가 가운 차림으로 욕실에서 나와 드라이로 머리를 말렸다.
호텔에서 가운 차림의 여자가 머리를 말리고 있다...
묘한 기분...
곧 룸서비스가 도착했다.
“와아... 맛있어 보여...”
“역시 미나세 가문이 하는 고급 호텔이네. 비싼 값은 하는군. 자, 먹자.”
“잘 먹겠습니다!”
코토하는 상당히 배가 고팠는지 조금씩 먹다가 어느새 엄청난 기세로 먹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귀여워서 나도 모르게 먹지도 않고 바라봤다.
음식의 반 이상이 사라졌을 때 코토하가 뭔가가 떠올랐다는 듯이 고개를 들어 나를 보더니 얼굴을 붉히고 으므믐 하는 소리를 내면서 얼굴을 돌렸다.
그런 상황에서도 제대로 입안의 음식을 꼭꼭 씹어먹기 전까지 말을 하지 않는 게 그녀답다.
“죄, 죄송해요. 저도 모르게.... 제가 방해돼서 드시지 못한 거죠.”
“아니아니. 건강하게 먹는 네 모습이 귀여워서 그만.”
“ㅇ엣?! 귀엽다니... 으으...”
“그래도 그렇게 잘 먹는 걸 보니 입맛이 없진 않나 보네. 다행이야. 이제 나도 먹을 테니까 너도 먹어.”
감기에 걸렸을 땐 일단 영양 섭취라고 미나코도 그랬다.
입맛이 없으면 어쩌나 했는데 흐뭇해질 정도로 잘 먹는다.
“아뇨, 전 이미 충분히 먹어서 배부르니까 프로듀서가 다 드세요.”
“안타깝지만 미나코의 밥을 먹던 시절관 달리 소식이야. 나이도 있어서 저녁에 많이 먹어서 좋을 것도 없고. 그러니 같이 먹자. 혼자 먹어서 뭐하냐.”
“정 그러시다면...”
배부르다고 했으면서 남아있던 밥의 반 이상은 코토하가 먹었다.
이러지 저러니 해도 배가 많이 고팠겠지.
“자, 여기 약.”
“아, 감사합니다.”
“그럼 나도 씻고 올 테니까 잘 준비하자.”
“에? 아직 9시도 안 됐는데요?”
“최고의 감기약은 밥 먹고 자는 거야. 어차피 약 기운 때문에 금방 잠이 올 거니까 오늘은 조용히 자.”
“네... 아, 욕조 물은 안 뺐으니까 사용하세요.”
“아, 응. 고마워.”
원래는 그냥 샤워만 하고 끝내려 했지만, 저렇게 말하니 잠기도록 하자.
*
씻고 나오자 작은 스텐드만 켜져 있는 방에 코토하가 침대 위에 앉아 있으니 꽤 그림이 된다.
18~23살과 비교하면 33살의 나이가 만드는 분위기는 확실히 달랐다.
“아, 끝나셨나요?”
“응, 슬슬 자자. 아, 화장실 안 가도 돼?”
“정말, 섬세하지 못하세요. 그래도 일단 다녀올게요.”
코토하가 화장실에 간 사이 드라이로 머리를 말리고 침대 속으로 들어갔다.
코토하도 옆 침대에 들어갔다.
당연하지만 트윈룸이다.
절대 더블룸이 아니다.
“프로듀서.”
“응?”
“오늘은 정말로 감사합니다. 저를 찾아주시고 음식에 약에 속옷도 챙겨주시고 호텔 방까지...”
“뭘 그런 걸 가지고. 넌 네가 더 이상 내 아이돌이 아니라고 했지만, 그럴 리가 없잖아. 넌 여전히 내 소중한 아이돌이고 그런 널 위해서라면 그 까짓거 별거 아니야.”
“그런, 가요...”
“그래.”
옆 침대에서 코토하가 무슨 표정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나저나 내일은 또 어쩐다....
+3까지 오전에 있을 일을 적어주세요. 일요일입니다.
이오리 "진짜 코토하 찾은거 맞아? 지금 어디 있어?"
P "미나세 호텔이요"
이오리 "잠시만.. 왜 걔가 거기 있는건데? 혹시 나한테 숨기는 거 있는 거 아냐?
P "어젯밤에 찾아서 일단 하루만이라도 이 상황은 잊어두라 한 뒤 재워두고 아침에 연락하려고 했는데, 아무튼 지금 상황이 급해요"
이오리 "...알았어. 지금 바로 의료진 데리고 갈테니까 아무한테도 연락하지마!"
연락이 끝난 후 아픈 코토하 곁에서 그녀를 토닥이며 "그래... 나 여기 있어... 코토하... 너를 버리지 않아..."
'그래, 나는 기사다... 기사라면, 공주를 호강시켜주지는 못하더라도... 고통 속에서 내버려두진 않는다...'
1 갑작스레 상태가 나빠져 의료진이 도착하기도 전에 의식불명상태가 된다.
2~50 열이 심하게 오르고 의료진의 도착이 늦어진다
51~99 금방 의료진이 도착하고 응급처치후에 병원으로 이송된다.
100 전화를 끊음과 동시에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 문을 열어보니 구급대를 동반한 유리코가...!
그래 이젠 뭔 상황인지 뻔히 안다.
옆을 보자 코토하가 내 팔을 꽉 끌어안고 자고 있다.
깨우지 않는 게 좋겠지.
슬쩍 빠져나가자...
“하아....하아....프로, 듀서...허억...”
읏..?!
코토하의 숨소리가 이상하다.
얼굴도 빨간 거 같아서 이마에 손을 올렸더니...
“불덩이야...”
이런 아무래도 꽤 심각한 상태였던 모양이다.
젠장, 바로 옆에 있었으면서 눈치채지 못하다니....
어떡하지..?!
“가지마세요... 프로듀서.... 부탁이야... 프로듀서...!”
팔을 쥐는 힘이 더욱 강해지며 코토하가 울부짖는데 눈은 여전히 감겨 있다.
무슨 꿈을 꾸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대로 둘 수는 없다.
일반 병원에 데려가는 건 당연히 말도 안 되고....
미나세 님께 연락하자.
*
“어째서 아픈 애를 호텔로 데려가는 거야?!!”
“으읏... 죄송합니다. 이렇게 상태가 나쁠 줄 몰라서....”
“하아, 바로 의료진을 보낼 테니 아무한테도 연락하지 말고 거기서 기다려. 알겠지?”
“네.”
전화를 끊자 코토하가 안는 힘이 더 강해졌다.
나도 그녀의 몸을 꽉 끌어안고 등을 토닥이며 최대한 진정시켜보려 한다.
“괜찮아. 코토하. 난 여기 있어... 늘 네 곁에 있어. 절대로 널 두고 떠나지 않아.”
의식이 없는 아이에게 이런 게 의미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지금 내가 가능한 건 이것뿐이다.
*
의료진이 늦는다...
생각해보면 코토하의 몸은 5년 동안 무균실에 있었을 텐데 그동안 진화한 바이러스에게 면역이 없는 걸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면 단순히 감기라도 그녀에겐 생사의 문제가 될지도 모른다...
제발... 얼른 와라...!
1: 너무 늦었다. 창댓 첫 희생자가....
2~34: 정말 아슬아슬. 그러나 의식은 물론 회복 여부도 여전히 불명이다.
35~67: 신종 독감이다. 처치도 늦었는데 아직 치료제조차 충분하지 않다.
68~99: 의식이 없던 상태에도 운동과 식이요법을 늘 지킨 덕분에 면역력은 있다. 그녀 본인 나름.
100: 무균실에 있다고 해서 예방접종을 안 했다고 한 적 없다. 원래 감기는 감기 기운이 느껴진 다음날이 제일 힘든 법이다. 이겨낼 가능성이 높다.
먼저 2표 갑니다.
@ 코토하 무균실 이야기 하면서 주사위 투표 할려 했는데 앵커로 나올 줄이야....
시간이 지날수록 코토하의 몸은 점점 뜨거워진다.
이미 옷이며 침대며 축축할 정도로 땀을 흘리고는 있지만, 여전히 뜨겁다.
식혀주고 싶은데 코토하가 내 팔을 놓아주질 않는다.
거기서 또 시간이 지나 코토하가 더 이상 잠꼬대도 하지 않고 불길한 침묵만을 지키게 되어서야 의료반이 도착해 그녀를 병원으로 이송했다.
*
“솔직히 말씀드리죠. 매우 위험합니다.”
“얼마나.... 아니 어떤 상태인 거죠..?”
“그녀는 최근 발견된 신종 열병에 걸린 겁니다. 처음엔 그저 감기처럼 보이지만 갑자기 40도를 넘는 고열이 시작되고 의식이 옅어지며 시간이 지나면 땀까지 나지 않게 됩니다. 그러다... 뇌가 익어버릴 위험이 있습니다.”
“무, 뭐...?!”
“그나마 지금은 억지로 두부의 체온을 낮추고 있고 치료제도 한참 개발 중입니다. 사실 이 열병은 현대인의 대부분은 내성이 있습니다. 정확히는 현대에 더럽혀진 환경에 일상적으로 접하는 사람들이 말이죠. 반대로 자연 속에서 살아가던 사람들은 이 병에 내성이 없습니다. 그녀도 그렇고요.”
“으윽....”
결국 내가 그녀를 제대로 돌보지 않고 가상세계에 집어넣은 탓이다.
그녀의 육체적 고통도 정신적 고통도 전부 내 잘못인 거다.
“이미 오랜 시간 고열에 노출된 것 같더군요. 솔직히 의식을 회복할 수 있을지.... 회복하더라도 정상적인 인간의 뇌기능일지....”
“말도.... 안 돼...”
이제야 깨어났는데...
이제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되었는데...
코토하가 다시 잠들어 버릴지도 모른다니....
중환자실 속 코토하의 모습에 눈이 간다.
만약 저 아이가 두 번 다시 눈을 뜨지 못하게 된다면... 나는....
어째서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걸까...
어째서 나는 또 모두를 불행하게 만드는 걸까...
어째서...
1~69: 한 달이 지났지만, 코토하는 깨어나지 않았다. 버닝걸은 포기했다.
70~89: 보름이 지났다. 이제 버닝걸 기획을 재검토 해야 한다. 부정적으로...
90~99: 1주일 후 코토하의 상태가 조금씩 좋아진다고 한다.
100: 다음날 이것이 사랑과 사람의 힘이다.
+3까지 가장 큰 수로 갑니다.
@ 2개를 하면 더 신중히 써야 하는 이쪽이 느려지는구나.....
여전히 코토하는 깨어나지 못했다.
그녀의 상태를 본 의사의 몇 가지 소견을 바탕으로 버닝 걸(작열소녀) 복귀 계획은 포기했다.
우선 그녀가 설령 깨어나더라도 긴 시간 정신을 잃고 있던 만큼 재활에 시간이 걸린다.
그녀가 평범한 생활이 가능할 때까지 재활을 하고 다시 아이돌로 활동할 수준의 체력이 붙을 때까지 걸리는 시간을 생각하면 머릿속으로 봄에 컴백하는 걸로 계산 중이던 것은 불가능하다.
물론 시간을 들여 천천히 해나간다면 가능은 하겠지만, 적어도 지금 765의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서라는 명분을 사용하기엔 너무 늦어버린다.
둘째로 그녀의 면역 기능이 걱정이다.
코토하는 오랜 시간 세균이나 바이러스와 동떨어져 있던 반면 세상의 오염이 심해지면서 균이나 바이러스는 5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하고 활발해졌다.
그런 상태에서 그녀를 불특정 다수와 수시로 접해야 하는 아이돌 활동을 시키면 또 언제 어디서 어떤 병이 그녀의 목숨을 위협할지 모른다고 한다.
코토하의 안전을 생각해서라도 기획은 포기했고 다른 4명도 받아들여줬다.
그 사실을 지난 2월 초에 있었던 주주총회 때 알리자 이 기획을 반대하던 이들이 어떻게 책임을 질 거냐고 따졌지만, 다행히 프로젝트가 기획에 단계를 벗어나지 않아 회사의 실질적인 손실은 거의 없던 것을 들어 내가 그 자리에 있던 반대파 전원의 구두를 핥으며 사과하고 내가 가진 지분의 절반을 배상으로 지불하는 선에서 이야기를 끝내는 데 성공했다.
미나세님은 자존심을 버리지 말라고 하셨지만, 오히려 다른 아이돌에게까지 피해가 가지 않게 했단 점에서 자존심이 넘쳐흘렀다.
그보단 조금 더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히고 말았다.
“으음....”
“지도자님, 무슨 일 있으신가요?”
“아... 뭐 별 거 아니야.”
“프로듀서 그런 소리 하지 말고 말해 봐.”
에밀리와 메구미가 걱정스러운 듯이 물어왔다.
그나마 한 달간 나아진 것이 있다면 메구미가 나에게 좀 익숙해진 건지 더 이상 안나나 카렌처럼 말을 더듬거나 끊기지는 않게 되었단 점이다.
“아, 그게 12월에 프로듀서 그만두고 이번에 지분이 절반으로 줄어들고 하다보니 짧은 시간 동안 수입이 꽤나 줄었구나 싶어서.”
“혹시 돈이 부족해? 우리 때문에...?”
“엣...”
“아니 그렇진 않아. 너희 둘 평생 먹여 살릴 정도는 돼. 앞으로도 7.5퍼센트 만큼의 배당금은 들어올 거고. 다만 3개월 사이에 0이 둘이나 줄어든 수준으로 수입이 줄어드니까 묘하다 싶었던 거뿐이야.”
“저기 프로듀서. 나 어느 정도 저금해 둔 게 있으니까...”
“아니 괜찮아.”
“죄송합니다. 저는 모아둔 것이...”
“아니 그러니까 너희가 신경 쓸 필요는 전혀 없다니까?!”
“그렇지만 저는 늘 지도자님께 받기만 할 뿐이고...”
“전혀 상관없어. 오히려 앞으로도 계속 받아줘. 나한테는 그게 더 좋아.”
정말이지...
내가 못 쓰고 모아둔 게 얼마나 되는데 그런 걱정을 하는 건지.
그렇지만 이 둘을 데리고 사는 것뿐이라면 몰라도 지금까지처럼 다른 아이돌들과 만나면서 돈 걱정 하나 없이 애들에게 쓸려면 좀 더 여유가 있는 편이 안심이긴 한데....
아이돌 상대로 돈 아끼긴 싫으니까 알바라도 할까.
어차피 매일매일 집에서 멍하니 보내는 것도 질려오기 시작했고 알바로 번 돈은 전부 아이돌에게 사용한다면 나름 편히 쓸 수 있을 거 같은데...
한번 살펴나 볼까...
어디.... 사타케 반점.... 타도코로 우동.... 니카이도 정육점.... 시라이시 기모노.... 세상 기가 막히게 좁네.
그래도 다들 이 시기에 알바 구하는 거 보면 장사는 잘 되나 보네.
아니 뭐 당장 돈이 필요한 건 아니니 나중에 천천히 구하자. 응.
어차피 저런 음식점이나 옷가게는 이런 아저씨 알바로 구하지 않으니까. 응.
오늘은 자자.
+3까지 다음날 있을 일을 정해주세요.
@ 원래 ~79까지던거 낮춘 건데도 의미가 없었네.....
“코토하...”
코토하가 눈앞에 서 있다.
분명 코토하는 병원에서 의식을 잃고 있었던 것 같은데...
뭐 그게 중요한가.
코토하는 눈앞에 있다.
커다란 식칼을 들고...
“어째서...”
그녀가 중얼거렸다.
“어째서?”
그녀가 물었다.
“어째서...!”
그녀가 외쳤다.
“어째서!!!”
그녀가 울부짖었다.
“코토ㅎ.....으윽!”
그녀의 이름을 부르려고 한 그 순간 뱃속에 이물감이 느껴졌다.
시선을 내리자 그녀가 식칼로 내 배를 찌르고 있었다.
옷이 붉게 물들어 간다.
배에서 아픔이 느껴진다.
그러나 괴롭지는 않다.
나보단 지금 눈앞에서 울고 있는 코토하가 더 괴로울 것이다.
코토하의 얼굴에 손을 대자 코토하는 날 밀쳐 넘어뜨리곤 그 위에 올라타 그 손을 찔렀다.
“윽..!”
손에 격통이 달리는 느낌이다.
“어째서..!”
푹
“어째서..!”
푹
“어째서..!”
푹
“어째서..?”
푹
“어째서..?”
푹
“어째서!”
푸욱
어째서라는 말을 반복하며 그녀는 그저 그저 나를 찔렀다.
온몸에서 피가 흘러 방안이 피로 가득 찼다.
온몸에서 형언하기 힘든 아픔이 느껴지지만 그런 것보단 눈앞에서 눈물을 흘리는 코토하가 문제다.
그녀의 얼굴을 보며 살며시 웃자 그녀도 미소지으며 내 얼굴에 식칼을 꽂았다.
“....... 무슨 개꿈이냐.”
얼굴에 식칼이 꽂히는 순간 잠에서 깨어났다.
온몸에서 환통이 느껴져 움직일 수가 없다.
칼에 찔리는 꿈을 꾸면 평소 원하던 일이 이루어지거나 신분 상승의 기회가 온다던데.
*
는 개뿔.
갑자기 긴급주주총회가 열렸다 싶었더니 사장과 현재의 총괄 프로듀서의 해임안이 건의되었다.
나한테 구두를 핥게 하고 지분을 뺏어간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욕심이 많은 놈들이다.
어차피 저들이 얻은 건 8%뿐이라, 여전히 지분의 과반수는 여전히 이쪽에 있다.
그런데 왜 이딴 무의미한 짓을....
뭔가 믿는 구석이 있는 건가?
생각할 수 있는 건 배신자....려나.
그런데 누가?
사장이 배신할 리는 없고 미나세 님이나 세리카도 배신이랑은 거리가 멀 텐데...
아, 그러고 보니 세리카가 집안 내에서 입지가 위험하단 소리는 전에 들었었지.
슬쩍 세리카의 얼굴을 봤지만, 딱히 뭔가 읽히진 않았다.
사장이나 미나세 님도 그렇고... 츠무기?
“읏..!”
츠무기가 눈을 마주치자 바로 고개를 숙여 시선을 피했다.
뭐지?
설마 츠무기가..?
하지만 츠무기의 지분을 확보했다 한들 과반수를 넘지는 못할 텐데.
그리고 실제로 당연하다는 듯이 건의안은 부결되었다.
의도를 못 읽겠네....
단순히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는 경고?
모르겠다...
+3까지 잘 때까지 있을 일을 정해주세요.
츠무기 "사실... 이번 주주총회에서 반대파 편을 들었어요..."
P "왜...? 어차피 네 지분을 합쳐도 반대파 지분이 과반수가 안된다는 건 알고있지 않아?"
츠무기 "그렇지만 15년 동안 고생만 하다 이 바닥을 떠난 사람이 다시 이 바닥에서 구르는 걸 보고싶지도 않고... 자기들 편만 들어주면 프로듀서랑 무슨짓을 해도 신경도 안 쓰겠다고 회유하는 바람에 혹시나 싶어서..."
아니면 그냥 동생만? 안나와 동생만? 안나, 동생, 유리코? 작가님 마음대로 해주세요.
@해임안이 올라온 총괄p는 선배의 꼭두각시인 그 사람인게 아닌지...?
“응? 무슨 일이야 츠무기?”
“잠깐 이쪽으로 와주시겠습니까?”
집에 가려고 하자 갑자기 츠무기가 불러서 사람이 없는 방으로 데려갔다.
“무슨 일이야?”
“그... 정말로 죄송합니다!”
방에 들어가자 츠무기가 나에게 난데없이 사과했다.
아무래도 진짜로 좀 전의 총회에서 뭔가 있었나보다.
“실은 이번 총회에서 사장을 해임시키자는 쪽에 붙었습니다.”
“흐음.... 그래.... 그런데 어째서? 어차피 네 지분을 합치더라도 그들의 지분이 과반수를 넘기지 못하는 건 자명한 사실일 텐데.”
“물론 그것은 알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15년 동안 고생만 하다가 이미 이 바닥을 떠나게 된 당신이 다시 이 바닥에서 구르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아서...”
“그게 이번 사장이나 현재의 총괄 프로듀서 해임안이랑 관련이 있나?”
“새 프로듀서는 어찌 됐건 사장은 여전히 당신에게 기대고 있습니다. 당장 저번 총회 때도 사장을 감싸기 위해 자신의 지분의 절반을 잃고 이마를 땅에 붙이는 것도 모자라 여러 사람의 구두 밑을 핥는 굴욕... 아니 치욕을 겪는 당신의 모습을 보며 이대로 괜찮은 건가 싶던 와중 그들이 만약 자신들의 편을 들어주면 당신을 어떻게 하든 신경 쓰지 않겠다고 하는 말에 혹해서 그만...”
“그래...”
스윽 하고 팔을 올리자 츠무기가 읏! 하는 소리를 내며 눈을 감고 무서워한다.
때릴 거라 생각한 거려나...
때리는 것이 아닌 조용히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자 그녀가 어째서?란 눈빛으로 바라봤다.
“화내지 않는 건가요?”
“딱히? 넌 나를 생각해서 그런 일을 한 거잖아? 그런데 내가 어떻게 화를 내. 그래도 츠무기. 난 너희를 위해 일하는 게 제일 좋아. 그리고 만약 사장이 실각되면 너를 포함해서 남아 있는 초창기 멤버들이 어떻게 될지 모르잖아. 그래서 난 사장을 지키려고 한 거고 그걸 위해 내 혀가 희생되는 것 정돈 별 거 아니야. 겉멋은 잔뜩 들어가지곤 다들 구두에 먼지 하나 없던데 뭘.”
“그런 문제가... 읏! 당신은 언제나 그렇게 저희를 위해주시는 군요.”
“그래. 내가 그렇게 하고 싶으니까 그러는 거야. 그러니 걱정하지 마. 그래도 고마워. 날 위해 괴로운 선택을 해줘서.”
츠무기의 머리를 다시 한 번 쓰다듬고 그 자리를 벗어났다.
그래도 다행히 이번 총회가 큰일의 전조가 되진 않을 거 같아서 다행이다.
*
그나저나 꿈에서 본 코토하가 자꾸 눈에서 어른거린다.
한번 코토하를 보러 병원에 찾아가 보자.
[Thank you for 만들자~]
응?
동생에게서 전화가 왔네?
“여보세요?”
[아, 형. 안녕.]
“어, 안녕. 무슨 일이야.”
[그게 오늘 형네 집에 놀러가도 돼?]
“으응? 우리 집에? 뭐... 상관은 없는데 언제?”
[저녁쯤에 가서 하루 자고 올까 하는데 괜찮아?]
“음... 집에 있는 두 사람에게 한번 물어보고 메일 보낼게.”
[응. 아, 안나랑 쿄우야도 같이 갈 건데 괜찮지?]
“그래, 난 괜찮아. 물어보고 연락할게.”
[응, 끊어.]
애가 왠일이지?
뭐... 일단 에밀리와 메구미에게 연락해보자.
.....
두 사람 다 좋다고 했다.
근데 메구미는 동생이 괜찮으려나?
뭐 적당히 띄어놓으면 아마 어떻게는 되겠지.
정 안 되면 동생만 쫓아내면 되고.
일단 동생에게 가능하다고 보내자.
곧 동생이 알겠다고 연락해왔다.
그럼 이제 다시 코토하에게 향하자.
*
코토하가 있는 병원 앞에 오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라? 프로듀서?”
“응? 스바루구나. 여긴 어쩐 일이야?”
“그러는 프로듀서야 말로 이렇게 멀리 떨어진 병원에 오다니 별일이네.”
“코토하가 여기 있으니까.”
“흐응...”
+2까지 이곳에서 있을 일을 정해주세요.
P "그러게 말이야, 스바루. 39 프로젝트로 뽑힌 애들이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였을 때 기억나? 코토하 녀석, 자기소개할 때 지었던 그 미소. 극장에서 다시 볼 줄 알았는데."
"..."
"..."
스바루 "극장에서 야구하는 거 가지고 코토하랑 추격전 벌인게 엊그제 같은데..."
내색은 하지 않지만 어느샌가 눈시울을 붉히는 스바루. 스바루 녀석, 미우나 고우나 코토하한테 오만 정 다들었나보다.
2-34 갑자기 의사들이랑 간호사들이 코토하가 있는 곳으로 달려간다... 코토하 상황이 좋지않다... 죽을 고비를 넘기지만 잘못하면 다시는 병원을 나가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는 의사
35-67 많은 의료 기계에 의존하며 누워있는 코토하... 아직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씀하시는 의사
68-100 다행이 고비는 넘겼고 이제는 기다리기만 남았다고 말씀하시는 의사 선생님.
병실로 걸어가던 중 스바루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얼마 만에 느끼는 자유의 공기일 텐데... 채 일주일도 못 느끼고 쓰러져버리다니....”
“그러게. 밀리언 스타즈가 맨 처음 한 자리에 모였을 때... 그 때 코토하가 자기소개하면서 지었던 그 표정 다시 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 표정이란 딱히 환하게 웃는 표정은 아니다.
긴장과 각오, 그리고 과할 정도의 성실함이 엿보이는 딱딱한 미소....
그렇지만 코토하가 새로운 것을 시작할 때는 늘 비슷한 표정이었다.
갈수록 그 미소가 자연스러워져 갔지만, 그래도 성실함이 눈으로 느껴지는 표정이었다.
“코토하랑 시어터에서 야구하네 마네 그러면서 쫓기던 게 엊그제 같은데 말이야.”
스바루 역시 코토하가 꽤 그리운 모양이다.
사실 이 두 사람의 관계는 꽤 좋았다.
코토하는 스바루의 야구 이야기를 끝까지 진지하게 들어주고 관심을 가져주는 몇 안 되는 아이였고,
스바루는 코토하가 너무 매사에 진지한 것을 걱정해 일부러 코토하의 기분을 풀려고 시어터의 유리창을 깨서 일부러 혼나는 등 긍정적인 관계였다.
그걸 알기에 유리창도 내가 몰래 회사 예산을 빼돌려서 고치곤 했다.
“그런데 뭔가 의사들이 분주하지 않아?”
“확실히... 어, 이쪽은 코토하의 병실일 텐데... 설마?!”
나랑 스바루는 한번 얼굴을 마주보고는 급하게 코토하의 병실로 향했다.
*
“솔직히 말씀드리면 각오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게 무슨...”
“타나카 씨의 상태가 악화되어서 지금 고비는 넘긴 참입니다만, 또 언제 어떻게 일이 터질지 알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잘못하면 병원에서 나가지 못하게 될 수도...”
“크흑..!”
“스바루....”
스바루도 충격이 컸는지 내 품에 안겨서 울음을 터뜨렸다.
난 조용히 스바루를 안아 달래주며 의사의 말을 들었다.
그래봤자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고 그냥 병원비만 대주면 된다는 이야기지만.
*
스바루를 달래서 달콤한 걸 함께 먹은 뒤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오니 이미 동생 가족이 온 것 같다.
+3까지 주사위 굴려주세요. 80이상이면 유리코도 같이 왔습니다.
“유리코도 왔네?”
“응. 데려왔어. 혹시 불편해?”
“아니, 괜찮아. 난 오늘 호텔에서 잘게.”
“에엣?! 잠깐만요?!”
“농담이야. 내가 유리코를 환영하지 않을 이유가 어딨어. 그러니까 안나, 그렇게 째려보지 말아줘...”
+3까지 자기 전까지 있을 일/할 이야기 등을 정해주세요.
안나가 오토메 스톰 앨범 TV 광고가 자기 편만 안 나온 거 보고 삐져서 틀어박혀 있다가 유리코가 겨우 달랜 에피소드.
기타 등등...
39 프로젝트가 결성된 지 얼마 안 된 신인 시절 에피소드들
메구미: 뭔가 프로듀서 동생이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힘들지는 않아... 근데 나도 언젠가 저렇게 행복한 가정을 이룰수 있을까...? 일단 남자공포증부터 어떻게 해야 결혼하고 아기를 가질수 있겠지? 냐하하...
눈물이 살짝 보이는 메구미를 안아주는 프로듀서. 그때 뉴리코가 부엌으로 들어온다
일의 자리 0 - 망치
일의 자리 1~3 - 부엌칼
일의 자리 4~9 - 찻주전자
유리코가 그 물건을 찾는 이유는
십의 자리 0 - 메구미의 머리통을 내려치기 위해서.
십의 자리 1~3 - P의 동생이 가져온 호두를 까기 위해서.
십의 자리 4~7 - 감시를 위한 핑계.
십의 자리 8~9 - 전에 P의 집에 왔을때 놓고 간 것을 찾기 위해서.
유리코는 그 물건을
1~40 찾았다.
41~99 못찾았다.
100 P에게 함께 찾아주기를 부탁한다.
아기는 잠시 침대에 눕혀두고 6명이서 식사를 하는데 유리코가 무언가를 보여줬다.
어렸을 적 미라이, 츠바사, 안나, 미즈키, 유리코가 나온 사진이 붙은 CD였다.
“오토메 스톰 CD? 아니, 그거 혹시 TV CM?”
“네! 저희 앨범 광고가 담긴 CD에요!”
“으으, 안나는 그거... 싫어.”
“에? 어째서?”
“그거 안나 편만 쏙 빠졌거든. 원래 30초짜리 CM으로 예정되어 있던 걸 예산 때문에 급하게 25초로 줄이는 바람에 안나 편이 통편집되었어. 그래서 안나가 삐져가지고 틀어박혔지.”
“유리코 씨가 겨우겨우 달랬다고 들었어요.”
사실 거기서 안나편이 빠진 것은 내가 뺄 거면 안나편을 빼라고 했기 때문이다.
당시엔 이 애들에게 흥미가 없어서 필요한 일을 필요한 대로 해결할 뿐이었으니까.
안나의 on off는 cm에서 스포일러 하지 않으면 그건 그거대로 좋은 반전이 될 것 같으니 안나가 가장 빠지기 적당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고 실제로 그 덕분에 릴리즈 이벤트 때 안나의 갭은 금세 화제가 되었다.
물론 나만 아는 비밀이다.
“헤에 그랬구나.”
“첫 TV CM...이라 기대했었단...말이야.”
“뭐, 그 점은 대비하지 못한 내 미스였지. 예산안을 봤을 때부터 좀 적지 않나 생각은 했지만, 신입 아이돌에게 TV CM을 준다고 하니 좀 타협을 했던 거고. 그래서 그 다음 CM은 안나를 메인으로 내세웠었고.”
“후후후 30초 CM 중 10초나 안나쨩 단독이었죠. 그거 보고 안나쨩 엄청 기뻐해서 하루 종일 on 상태로 지냈지...”
“우우, 안나 이야기만... 유리코 씨도... 신인상 받았을 때.... 프로듀서 씨 앞에서... 울었으면서...”
“아, 그런 일도 있었지. 양복에 코를 풀었을 땐 솔직히 당황했지...”
“그건..! 너무 기뻐서... 그만....”
“뭐 신경 안 써. 너 전후로 그런 애들이 종종 있었고.”
슬쩍 에밀리와 메구미를 보자 두 사람 다 시선을 피했다.
안나도 코를 푼 것까진 아니어도 자국이 생길 정도로 눈물이나 콧물이나 침이나 흘렸었고.
생각해보니 거의 전원 아니었나?
“메구미 씨나 에밀리쨩은 뭔가 없었어? 초창기 시절에 좋았거나 실망했던 에피소드.”
“엣? 음 그렇네요. 저는....”
그 뒤 에밀리와 안나, 유리코의 세 명으로 계속 초기 시절 이야기를 해나갔다.
그보다 메구미의 상태가 좀 걸리는데...
썩 안색이 좋지 않다.
“나, 잠깐 부엌에 갔다 올게.”
메구미가 부엌으로 가는 것이 걱정되어 슬쩍 따라갔다.
“메구미 괜찮아?”
“으응... 괜찮아...”
“안색이 안 좋아. 이만 들어가서 쉬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아니... 프로듀서의 동생이라 그런지 그렇게까지 무섭진 않아. 외모는 전혀 안 닮았지만.”
“뭐, 그건 별 수 없지.”
피가 반밖에 같지 않으니...
외모도 성격도 능력도 많이 다르지.
“근데 그렇다고 하기엔 상태가 많이 안 좋아 보이는데...”
“그게... 안나를 보고 있으면 나도 언젠가 저렇게 행복한 가정을 이룰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건...”
“응, 힘들겠지. 이렇게 남성공포증이 심한데 사귄다거나 결혼하거나 아이를 만... 으웁.!!”
“메구미..!!”
“거봐, 아이를 만든다고 생각하는 것만으로 싫은 기억이 떠오르고 무서운데... 하아, 역시 힘들겠지. 냐하하...”
“그렇지 않아.”
메구미의 어깨를 살짝 잡고 메구미의 눈을 바라봤다.
메구미는 살짝 흔들리긴 하지만, 그렇게 힘들지 않은 모양이다.
“봐, 처음엔 날 보는 것도 힘들어했지만, 지금은 이렇게 눈도 마주보고 조금이라면 닿을 수도 있어. 이렇게 조금씩 조금씩 앞으로 가다 보면 그리 머지않아 공포증도 극복할 수 있을 거야!”
“정말... 가능할까..?”
“물론이지. 그때까지 내가 최선을 다해 도와줄게. 네가 좋은 사람 만나서 행복해질 수 있게 될 때까지 난 언제나 네 편으로 있을게.”
“으흑...”
메구미는 고개를 숙이고 한걸음 다가와 내 가슴에 손을 얹고 어깨에 얼굴을 기댔다.
살짝 한쪽 팔을 메구미의 허리에 두르고 다른 팔은 뒤통수에 얹어 끌어안았다.
이렇게나 성장했다.
메구미가 평범하게 남자를 만날 날도 분명 금방일 것이다.
드르륵
그 순간 부엌문이 열렸고 그곳에 있는 것은...
“유, 유리코....”
유리코는 멍한 눈으로 잠시 나와 메구미를 보더니 마치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부엌 안쪽으로 들어가 무언가 찾기 시작했다.
난 메구미를 살짝 떨어뜨려 놓고 나 역시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유리코에게 말을 걸었다.
“뭐, 찾는 거라고 있어?”
“부엌칼이요.”
윽...
그 말을 듣고 어째서 코토하가 떠오른 걸까.
그저 부엌칼이다.
부엌칼일 뿐이다.
“부엌칼이면...”
“으응, 안 보이네요. 뭐 괜찮겠죠. 그보다 프로듀서 씨, 슬슬 돌아오세요. 다들 걱정하고 있다고요?”
“아, 응. 메구미 넌 어떻게 할래? 힘들면 들어가서 쉬어.”
“아, 아냐... 좀 더 힘내 볼게.”
유리코가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아서 괜히 더 불안하다.
아니 뭐 난 딱히 잘못을 저지른 건 아니다.
아닐.... 거다.
*
그 후 별일 없이 잠자리에 들었다.
유리코는 2층에 저번에 썼던 방, 안나 부부는 그 옆방이다.
종종 아기가 우는 소리가 들리긴 하지만, 알아서 하겠지.
+3까지 다음날 오전에 있을 일을 적어주세요.
형 우리 잠시 산책 어때?
산책하며 대충 이야기를 한다. 형은 괜찮냐고 물어보고 아기 키우는 거 어떠냐고. 그리고 침묵. 그러다 거의 다 집에 돌아와서 말을 꺼내는 동생형... 유리코 아직 형한테 마음 있는거 같아. 출처는 비밀. 그때는 프로듀서 일 때문에 바빠서 그랬다면 지금은 아무것도 안 하는데. 그냥. 그렇다고. 뭐 내가 말한다고 형이 듣겠어? 그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