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반 프로듀서
진행중
댓글: 2984 / 조회: 20693 / 추천: 11
일반 프로듀서
관련 링크가 없습니다.
현재 밀리마스 시점에서 15년 후를 기준으로 하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밀리P로 AS의 P와는 별개인물입니다.
그냥 아이돌들의 미래의 모습을 쓰고 싶을 뿐이지 딱히 아내와의 관계회복이 목적은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미래시점의 일상물이에요.
AS 멤버들의 미래는 결정이 되어 있습니다.
밀리 멤버들의 경우 등장 앵커 혹은 이벤트로 출연하는데 주사위를 통해 어떤 인생을 살았는지 판정하게 됩니다.
다들 제가 짠 디폴트 인생은 있지만 앵커에서 지정하셔도 됩니다.
대신 인생의 굴곡은 주사위로 결정됩니다.
총 3,107건의 게시물이 등록 됨.
2984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아침이네...
유리코는..... 아직 옆에서 자고 있군.
화장실 가고 싶다....
“읏차...”
바닥에 베개를 깔고 그 위에 유리코를 살며시 눕혔다.
깨지 않았지..?
좋아 화장실 가자.
*
후우, 이 화장실도 오랜만이네.
“으으...”
“아, 깼어? 미안.”
“아뇨... 프로듀서 씨 때문에 깬 거 아니에요... 그보다 지금 몇 시죠?”
“으음... 9시 반.”
“하아, 늦잠이네요. 아, 잠시만 기다리세요. 차라도 내드릴 으웁...”
“아냐, 넌 쉬고 있어. 아, 냉장고에 재료 있던데 해장국이라도 끓여줄테니까 거실에서 쉬어.”
“옮겨주세요.”
“후우.... 하압..!”
“꺗?! 이... 이렇게까지 바란 건 아닌데... 헤헷.”
묘하게 어리광부리려는 유리코를 그대로 안아 들어서 소파에 앉혔다.
TV를 켜두고 부엌으로 향했다.
냉장고에서 재료를 꺼내고 냄비랑 칼이랑 도마랑.....
*
“으응...”
“맛없어?”
“아뇨... 저도 요리 정말 많이 연습했는데 해장국은 프로듀서 씨가 훨씬 맛있네요. 분해요.”
“뭐... 그건 짬밥이 다르니까. 동생한테 물어보면 내가 해준 아침은 80% 이상이 해장국이었다고 할걸? 내 해장국 역사는 25년이라고.”
“그 정도로요?!”
“어머니가 직업 상 술을 많이 마셨으니까. 어쩔 수 없었지.”
뭐 딱히 어머니를 위해서...라기 보단 학교에서 돌아왔을 때 집안이 엉망인 게 싫고 또 술 때문에 다음날 일을 제대로 못 해서 수입이 주는 걸 막기 위해서였지만.
“아 동생이라고 하니까 이번 주 금요일부터 월요일까지 에밀리랑 메구미랑 동생네 가족이랑 스페인으로 여행 가는데 너도 갈래?”
“저도 가도 되나요?”
“나야 뭐 상관없어. 어차피 비용은 동생이 감당한다.”
5년 전에 못 간 신혼여행을 대신...하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옛날 일 중 마음에 걸리는 것들을 해결해야 변할 수 있는 거겠지.
유리코랑은 저번에 에밀리와 함께 오키나와도 같이 갔었고.
이번엔 카오리 씨 대신 메구미가 있지만.
“그러면.... 가고 싶어요.”
“안나에게 전해볼게.”
바로 안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아, 안나 나야.”
[잘 해결...했어?]
“뭐.... 어찌저찌. 그 유리코가 해외여행에 같이 가고 싶다는데.”
[에?! 정말?! 알았어! 바로 표랑 호텔잡을게! 아, 쿄우야 아빠한테는 내가 말해둘 테니 걱정마!]
“후후 쿄우야 아빠인가... 완전히 부모님이 되어버렸네. 그래. 부탁할게.”
전화를 끊고 유리코에게 갈 수 있다고 했다.
그나저나 호텔 어떻게 하려나.
원래 동생네랑 우리 집이 각각 3인실을 빌렸다던데.
유리코 혼자 1인실에 넣기도 그런데....
“저기 프로듀서 씨...”
“응?”
“그 어제 씻지 않았으니까 목욕하고 싶은데... 같이 하지 않을래요?”
“아직 알코올 다 날아가지도 않았으면서 욕조에 잠기는 건 위험하지 않을까.”
“그, 그렇죠....”
“그러니 샤워로 참아줘.”
“엣..? 아, 네!!”
*
내가 먼저 들어가 있자 곧 유리코도 들어왔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유리코는 수건으로 자기 몸을 가리거나 하지도 않았다.
손으로 가리긴 했지만.
여전히 하얗고 매끈하고 섹시한 몸이다.
군더더기 따위 있을 수 없는 모습이다.
“ㅈ..저기 그렇게 쳐다보시면 부끄러워요...”
“아아 응 그렇네. 난 이제 더 이상 유리코의 몸을 마음껏 볼 권리는 없으니까.”
“아 아니에요! 얼마든지 보셔도..!”
“후후 농담이야. 자, 물 온도는 맞춰뒀어.”
“정말~!”
둘이서 욕조에 들어가 일어서서 샤워하기엔 가로가 좁기도 하고 위험해 보여서 앉아서 하기로 했다.
사실 이게 유리코의 몸을 감상하기엔 좋다.
보는 것만으로 기분 좋아지는 훌륭한 신체니까 계속 보고 싶다.
“저기 프로듀서 씨...?”
“응?”
“기분 탓일지도 모르지만... 조금 배가 나오신 것 같네요.”
“아아... 뭐 나이가 나이니까. 게다가 이젠 일도 안 하고.”
“아 물론 저는 그런 거 전혀 신경 안 쓰니까요.”
“그런 말을 하는 유리코도 지금 허리나 옆구리가 좀 접혀있는 것 같은데?”
솔직히 별로 티는 나지 않는다.
맨몸으로 앉아 있는 모습을 보고 있어서 겨우 보이는 정도라 접혔다는 표현조차 잘못됐다.
“으으.... 보지 마세요~!!”
“옾푸푸푸푸?!”
샤워기로 뿌리지 마!
그리고 좀 전엔 얼마든지 봐도 된다며!
“우우... 다시 다이어트 해야지....”
“글쎄다. 난 오히려 좀 살집이 있는 게 좋은데.”
“남자의 그런 말에 안심하다가 남자가 말하는 좀을 넘어버리게 된다고 전에 잡지에서 읽었어요.”
“그.... 그렇구나. 힘내.”
흐음 나도 뱃살 빼야 하나.
요즘 에밀리가 삼시세끼 다 챙겨주다보니 원래 내가 먹던 양에 비해 너무 잘 먹고 있기는 한데....
“그런데 프로듀서 씨는 다시 일할 생각은 없으신 건가요?”
“그렇네... 사실 지금 수입이 예전보다 많이 줄어든 게 좀 신경 쓰이긴 해.”
“그런가요? 주주 배당금이란 게 그렇게 적어요?”
“7.5%밖에 안 되다 보니... 알바라도 해야 하나 싶긴 하면서도 돈이 부족한 건 아니고. 솔직히 이대로 에밀리랑 메구미를 죽을 때까지 데리고 살아도 뭐 적당히 살 정도는 모아둬서...”
“뭐... 거의 쓰질 않으셨으니까요.”
“그러는 유리코는 어때? 일 안 하고 있지?”
“그게... 프로듀서 씨가 주고 가신 돈이 워낙 크다 보니... 죄송합니다...”
“아니 뭐 일 안 해도 될 정도로 남겨두고 가긴 했지.”
최악에 경우 이 집을 팔거나 세를 들이거나 할 수도 있는 거고.
“앞으론 열심히 일을 찾아볼게요.”
“뭐 안 하는 것보단 낫지. 자 그럼 이제 그만 올라갈까.”
“네. 샤워란 건 둘이 하면 한쪽이 하는 동안 다른 사람은 몸이 식어서 춥네요...”
“그러게.”
*
몸을 말리고 옷을 입은 뒤 거실에서 멍 때리던 중 머리를 말린 유리코가 방에서 나왔다.
“그런데 프로듀서 씨.”
“응?”
“이제서야 눈치챘는데 아직도 발기부전 안 나으셨군요.”
“응. 매일 약을 먹고는 있는데 강력한 성욕만 느껴질 뿐이야. 뭐 편해서 좋긴 하지만.”
“그걸 편하다고 방치하는 건 어떨까 싶은데....”
그렇게 말해도 편한 건 편한 거니까.
“그런데 프로듀서 씨는 이대로 돌아가실 건가요?”
“흐음.... 뭐 그래도 되지만.... 좋아. 오늘은 여기서 점심도 먹고 오후에 돌아갈게.”
“네!”
+3까지 유리코와 할 이야기나 있을 일을 정해주세요.
@ 2페이지까지 넘어가다니 창댓판 흥하네!
@@ 유리코와 결혼한 건 5년 전입니다. 언제 한번 설정 정리해서 올려야 하나...
@우리 사장님 어케...
유리코 "이 키스는 새로운 출발의 증표로 받아들여주세요."
“응?”
“코토하 씨는 어떤가요?”
“코토하라.... 그렇... 유리코.”
“네?”
“너무 자연스럽게 술을 꺼내는 거 아니야?”
슬쩍 화제를 건네면서 자연스럽게 저장고에서 새 술병과 잔 두 개를 꺼내왔다.
마치 물이 흐르는 듯한 움직임으로 마시는 것이 당연하다는 움직임이었다.
“에.... 좀 무거운 주제라고 생각해서 거기에 해장술 겸.... 안 될까요?”
“하아.... 뭐 너무 자주 많이 마시지만 않으면 괜찮긴 한데.”
“에이 괜찮아요. 딱히 중독이라거나 그런 건 아니라고요?”
“그거 중독인 사람이 하는 말이잖아....”
유리코가 술을 자주 마시는 아이는 아니지만 그래도 어제 그 참상을 본 뒤라 좀 걱정이다.
그래도 뭐 그건 홧술이었을 테니 괜찮겠...지?
“자 프로듀서 씨도 드세요.”
“못 돌아가니까 안 돼.”
“체엣. 그럼 저만 마실게요.”
아니 보통 그러면 자기도 안 마신다고 하지 않던가?
유리코는 거리낌 없이 한잔 가득 채워 쭈욱 들이켰다.
“후우, 이렇게 맛있는데...”
“운전해야 해. 그보다 코토하였지.”
“네. 회복될 것 같아요?”
“아니. 오히려 더 위독해졌어.”
“엣..?”
유리코에게 저번에 스바루와 함께 코토하 병문안을 갔을 때 의사가 한 말을 전해줬다.
“코토하 씨...”
“정말... 난 코토하를 지킬 수 없는 운명인가 봐.”
“그럴 리가 없잖아요! 프로듀서 씨라면 분명..!”
“고마워. 그렇지만 이번 일에는 정말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어. 코토하가 스스로 이겨내야지.”
코토하는 강한 아이지만 여러 가지 사건으로 약해져 있다.
그 사건도 사실 내가 원인이기도 하고.
“실은 악마의 속삭임이 있었어.”
“네..? 서, 설마 코토하 씨를 살리고 싶다면 프로듀서 씨의 영혼을 바치라고..! 그렇게 바쳐진 프로듀서 씨의 영혼은 세상을 멸망시킬 마왕의 코어로 활용되고 그 마왕을 쓰러뜨리기 위해 코토하 씨가...”
“스톱, 스톱 유리코! 진짜 악마에게 제안을 받은 것도 아니고 대마왕은 없고 대마왕을 쓰러뜨리면 악마와의 계약이 깨져 코토하도 죽게 되는데 세상을 지키기 위해 희생하는 코토하도 없어!”
“어.. 어떻게 거기까지 예상하셨어요?!”
“네 망상을 한두 번 듣냐.”
어느 정도 패턴이 있단 말이지.
어느 특정 시기의 클리셰들을 차용해 자기를 포함한 주변 사람들을 그 틀에 끼워맞추고 쓸데없이 장대한 이야기.
“어쨌든 의사가 코토하를 깨울 방법이 있다고 하더라.”
“정말요?! 다행이네요!!”
“그런데 그렇게 억지로 깨우면 뇌에 무리가 가서 걷지도 못하고 말도 못 하게 된다더라.”
“에...?”
“그건 재활을 통해 어느 정도 좋아질 수 있지만, 눈은 영영 보이지 않게 된다고 했어. 그러고는 나보고 어떻게 할지 정하라더군. 웃기고 앉아있어.”
주먹에 힘이 들어간다.
그 의사는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딴 소리를 한 건지...
“걷지도 말하지도 보지도 못해. 얼마나 불편하고... 무서울지... 나보고 또다시 내 독단으로 그 아이의 인생을 망치라는 거야?”
“프로듀서 씨...”
“나 때문에 5년이나 잠들었고 나 때문에 쓰러졌는데 나 때문에 눈도 다리도 목도 잃어버리면 난 대체 무슨 낯으로 코토하를 보라는 거야.”
“그렇지 않아요! 그건 프로듀서 씨가 잘못한 게...”
“됐어. 내가 저지른 일에서 도망치지 않기로 했어. 그러니 나는 그 아이에게 행복한 미래를 주고 싶어. 누군가가 자신의 인생을 포기하고 언제나 어디서나 옆에서 도와줘야 하는 미래가 아니라. 내가 붙어 있는 것도 가능하지. 그렇지만 언제나 어디서나 같이 있으면... 아마 다른 모두랑 함께 행복해지는 건 힘들어져.”
“코, 코토하 씨라면 금방 재활해서 스스로 살아갈 수 있을 거예요!”
“레이카가 다리를 잃은 지 꽤 지났지. 그렇지만 여전히 남편 없이 밖을 나오지 않아. 아카네는 레이카에게서 다리를 뺏은 것 따위론 그녀의 자유를 뺏을 수 없다고 했지만 적어도 혼자서 마음껏 돌아다니는 자유를 누리진 않아. 그런데 신체 기능 중 가장 핵심적인 기능 세 가지를 잃어버리면....”
“읏...”
“결국, 난 내게는 그걸 정할 권리가 없다고 말하고 도망쳤어.”
“분명 잘못된 선택이 아닐 거예요. 그, 그보다 금요일에 스페인으로 출발이면 모레잖아요! 가서 뭐할까요? 뭘 가져가야 할까요?”
후우, 노골적인 주제 변화였지만 그녀의 배려는 고마웠다.
그 후 스페인에 대해 좀 이야기하면서 평범한 이야기로 넘어갔다.
*
4시가 되었다.
이동시간을 생각하면 이제 그만 가야 한다.
“그럼 슬슬 갈게.”
“아, 네!”
현관으로 가자 유리코도 바로 마중 나와주었다.
“저기 프로듀서 씨.”
“응?”
쪽.
하는 소리와 함께 입술과 입술이 잠깐 만났다가 곧 헤어졌다.
“후훗, 이 키스는 새로운 출발의 증표에요.”
“훗 그래. 모레 보자.”
“네!”
+3까지 다음날 있을 일을 정해주세요.
바로 병원으로 달려가는 P.
의사 소견에 따르면 건강 상태도 괜찮고 눈도 보이고 말도 할 수는 있지만 걷지는 못한다고 한다.
괜찮다. 걷는건 다시 재활훈련을 받으면 되니까. 생사의 기로에서 다시 살아날 기회를 붙잡고, 소중한 3개를 잃어버릴 뻔한 상황에서 2개를 되찾은 것도 기적이니까...
@진짜 사장이 죽은걸까요?
-6<< 설마요. 에밀리도 살려내고 코토하도 살려냈는데 사장을 못 살리겠어요? 이 창댓은 기본적으로 불살루트입니다. (아마도)
이는 다이스 갓께서 가호하시는 바이므로 누구 하나 죽을 수 없어요. (아마도)
내용을 들은 나는 싸던 짐도 내팽겨치고 병원으로 향했다.
*
드르륵!
“코토하!”
“아, 프로듀서... 안녕하세.. 앗.”
“코토하..!”
병실 문을 열자 코토하가 침대에 앉아서 날 맞아주었다.
정말 아무 생각도 없이 달려가 그녀를 꽈악 껴안았다.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야... 깨어나서 정말로 다행이야...”
“네. 또 기다리게 해버렸네요.”
“아니야... 기다린 건 너지.... 아, 눈은 보여? 말은... 할 수 있는 것 같은데.”
“네? 네. 잘 보이는데... 왜요?”
“아니 보인다면 됐어. 걷는 건?”
“그건 조금 힘들어요. 거의 40일 가까이 안 움직였을 뿐인데도 벌써 재활이 필요하다고 하네요.”
“그래... 그래도 다행이야.”
“보호자분 잠시 괜찮을까요?”
“아, 네.”
의사에게 불려 병실을 나섰다.
“전에 말씀하신 방법을 쓴 건가요?”
“아뇨, 그저... 하늘이 도왔다고밖에 드릴 말씀이 없네요. 타나카 씨는 스스로 이겨낸 겁니다. 다리는 그저 오래 사용하지 않아서 그런 거지 금방 원래대로 돌아올 겁니다.”
“그런가요... 다행이다...”
“그럼.... 현실적인 이야기로 넘어가 볼까요?”
“병원비라면 지급했을 텐데요?”
“아뇨, 그거 말고요. 퇴원한다고 했을 때 그녀가 갈 곳이 있나요?”
“그건 당신이 신경 쓸 부분이 아니지 않나요?”
“뭐 그렇긴 하죠. 그냥 늙은이의 오지랖입니다. 딸내미가 비슷한 나이인지라.”
코토하를 어디로 데려가느냐.
평범하게 생각하면 좀 더 현실에 적응할 때까지 그 치료소에 두는 게 맞겠지.
예방접종은 자고 있는 동안 했다고 해도 지금의 상식과 기술, 변해버린 인식 등을 가르치는 건 오래 걸리니까.
“일단 세상과 그녀 사이에 벌어진 거리를 좁히기 위한 곳으로 보내려고 합니다.”
“그곳에서 숙식을 포함한 모든 생활을 시키는 건가요?”
“아마도요.”
“흐음. 뭐 필요한 일이겠죠.”
의사는 아무 말 없이 자리를 떴다.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걸까?
어깨를 으쓱이며 다시 병실로 돌아갔다.
“프로듀서. 무슨 이야기를 하신 건가요?”
“네 재활이 끝나면 널 어디로 데려갈 건지 물어보더라.”
“어디로 데려가실 건데요?”
“일단 그 치료소겠지. 네게 가르쳐야 할 게 많으니까.”
“그렇....겠죠....”
“거긴 싫어?”
“아뇨, 다들 좋은 분들이긴 한데.... 제 모든 걸 구석구석 알고 있다고 생각하면 좀 거북해서...”
“아아... 그렇겠구나...”
그럼 어쩐다....
“저기... 프로듀서의 집은 안 돼요?”
“우리 집? 뭐.... 난 괜찮은데... 널 가르치거나 하기는 어려워서... 인터넷이나 그런데 싸돌아다니는 정보를 가르치는 것은 절대로 좋은 게 아니고. VR 멀미도... 없겠구나 너라면! 그러면 그걸 이용하면 우리 집에서 자택공부도 가능할 테니. 한번 그때가 오면 타네다 씨한테도 말해볼게.”
“네!”
그 후 코토하랑 좀 더 이야기하다가 코토하가 검사를 받으러 잠시 자리를 비웠다.
그 사이 미나세님께서 연락을 해오셨다.
“네, 미나세님.”
[저기 말이야. 아무래도 사장이 죽은 게 아닐까 하는 정황이 밝혀졌어.]
“그게 무슨...”
[의심되는 시체가 발견되었거든. 우리쪽에서 회수해서 보관 중인데 너도 확인하러 같이 갈래?]
“지금이요?”
[그래. 시체는 최대한 빨리 확인해야 하니까.]
“죄송해요. 지금 코토하가 깨어나서 그 애랑 같이 있거든요.”
[코토하가 사장보다 중요하단 거야?]
“저한테 사장은 수단이지만, 코토하는 목적이니까요. 게다가 제가 간다고 해서 뭐 할 수 있는 것도 없고. 중요한 건 그 시체의 진위여부와 그 후에 어떻게 하느냐일 테죠.”
[정말... 아이돌 외엔 드라이하다니까... 뭐 좋아. 나도 이제 네 사고방식에 익숙해졌어.]
내 사고방식이라.
그저 우선순위를 확실하게 할 뿐이지만.
“하지만 그렇다고 사장을 무시할 수는 없죠. 수단이 없으면 목적을 지키지 못하니까요. 선배는 뭐라고 해요?”
[일단 이 시체를 부검해보는 게 먼저라더라. 그 뒤에 대책을 짜는 거지.]
“그런가요. 선배의 결론이 나오면 알려주세요.”
[꽤 고분고분해졌네? 예전엔 그렇게 싫어하더니.]
“그 인간의 능력은 인정하고 있어요. 그리고... 중요한 건 아이돌이지 제 감정이 아니니까요.”
[그래. 그럼 일단 끊을게.]
“아, 저 내일부터 월요일까지 해외라서 돌아오진 못해요.”
[그걸 왜 이제 말... 하아... 됐어. 잘 놀다 와.]
“네.”
전화를 끊자 어느새 코토하가 돌아와 있었다.
코토하는 살며시 침대에 들어가 앉았다.
“내일부터 해외로 가시는 건가요?”
“그래. 미안해. 막 일어났는데 옆에 있어 주지 못해서.”
“아뇨... 어쩔 수 없죠. 그래도 오늘 바로 와주셨으니까 괜찮아요. 그래도 돌아오신 뒤엔 얼굴 좀 비춰주세요.”
“물론이야. 최대한 자주 만나러 올게.”
“약속이에요. 반드시 오셔야 해요.”
“물론이야. 오히려 그런 말 해줘서 솔직히 기쁠 정도야.”
“네..?”
“그야 너한테서 5년이란 시간을 뺏은 것도 나고, 또 1달 넘게 누워있게 만든 것도 나니까...”
어느 쪽도 내가 좀 더 코토하를 제대로 보고 있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
다른 아이들도 그렇지만 정말 난 얼마나 많은 아이들을 괴롭게 만든 건지....
“그렇지 않아요! 어느 쪽이든 제가 바보 같은 짓을 해서... 오히려 제가 더 죄송해요. 저는 프로듀서의 아이돌인데 프로듀서를 이렇게 곤란하게 만들고....”
“무슨 소리야. 서로가 서로를 곤란하게 만드는 게 우리의 관계였잖아.”
“그렇네요... 그때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돌아가지 않아.”
“네..?”
“돌아가는 게 아냐. 지금의 우리들에게 맞는 새로운 미래로 갈 거야. 너를 포함해 모든 아이돌들이 행복한 그런 미래로.”
“제가 행복한 미래... 데려가... 주실 건가요?”
“그래. 같이 가자.”
코토하에게도 내 새로운 꿈을 똑바로 전하자.
이 아이까지 행복하게 할 수 있다면 분명 다른 아이들도 할 수 있을 거다.
[1, 2, Step 발꿈치로 톡톡 치는 Rhythm]
아, 카오리 씨의 메일이다.
“미안 잠깐 답장만 할게.”
“아, 네.”
[프로듀서 씨. 안녕하세요. 카오리입니다. 갑작스럽게 죄송하지만, 내일 저녁에 만날 수 있을까요?]
[미안해. 기껏 불러줬는데 내가 내일부터 해외로 나가 있을 예정이라 힘들 것 같네. 월요일에 돌아오니까 화요일에 만날 수 있다면 그때 만나도 될까?]
그렇게 보내자 곧 알겠다는 답장이 돌아왔다.
*
그 후 한참을 코토하와 함께 있다가 돌아왔다.
두 사람에게도 코토하가 깨어났다는 이야기를 하자 둘 다 정말로 기뻐했다.
생각해보니 코토하랑 메구미는 깨어난 이후 서로를 본 적이 없으니 여행에서 돌아오면 만나게 해주자.
*
다음날 스페인으로 가기 위해 공항으로 향했다.
“다 모였네.”
“유리코 씨... 별일 없어서... 다행이야...”
“미안해 안나쨩. 걱정을 끼쳐버렸네.”
“형, 형네 방은 4인실로 잡았어.”
“아, 그래. 그거 신경 쓰였는데 4인실이란 게 그 좀 넓고 방 딸린 곳이지?”
“맞아. 방 하나가 붙어있는 리조트 형식의 방.”
“밤에 다 모일 수도 있겠네.”
“아예 그 안에서 전원이 잘 수도 있겠지만, 우린 아기가 있으니까.”
“후훗, 쿄우야 씨 곤히 자고 있네요.”
“응, 귀엽네~”
“그럼 슬슬 티케팅하러 가자.”
+3까지 도쿄 공항에서 스페인 공항까지 공항이나 비행 중에 있을 일을 정해주세요.
1- 33 에밀리
34 - 66 유리코
67 - 99메구미
100 코토하가 왜 거기서 나와?
1~33 에밀리가
34~66 안나가
67~99 유리코가
100 고토하가
날치기를 당한다.
“응?”
“아기가 있다 보니까 이코노미는 조금 그래서.”
“그래. 뭐. 돈 내주는데 그 정도야 뭐.”
“여기 네 사람 표.”
“그래.”
출국 심사 이후 비행기에 탑승했다.
우리 자리는 G 1~4인가.
그런데 문제가 뭐냐면 2명 2명씩 앉아야 한다는 것이다.
“약 15시간 가까이 지도자님 옆자리...”
“프로듀서의 옆자리는 누가 앉을까.”
“누가 되든 서로 원망하기 없기에요.”
하아.....
뭐 그래서 티켓 세 장 중에서 각자 하나씩 뽑아 그 자리에 앉기로 했고...
“됐다~!”
“이런...”
“실패해버렸군요...”
유리코가 당첨되었다.
*
“에헤헤...헤헤헤....우헤헤헤헤...”
“유리코... 웃음이 갈수록 이상해지고 있어.”
“으앗?! 죄송해요...”
“15시간이나 걸리면 8시간을 자고도 7시간이나 남는 건가.”
“그 시간 동안은 계속 같이 있을 수 있네요!”
“그러네. 졸리면 내 어깨에 기대도 되니까?”
“네! 아 프로듀서 씨도 제게 기대도 돼요.”
네 어깨는 내 머리보다 훨씬 밑에 있어서 불가능할 것 같지만...
슬쩍 반대쪽을 보자 에밀리랑 메구미는 뭔가 즐겁게 이야기를 하고 있다.
저쪽도 비행 시간 동안 지루하지는 않겠지.
지칠 수는 있겠지만....
“스페인이라... 기대되네요. 뭐부터 할까요?”
“글쎄다. 동생놈이 뭔가 생각이 있는 것 같던데 자세히는 몰라.”
“실은 저도 가보고 싶은 곳이 있는데...”
“어느 책에 나온 거니?”
“에, 그걸 어떻게 아세요?”
“네가 그렇게 적극적으로 가고 싶다고 하는 곳은 대부분 그랬으니까. 스페인이면 여러 책의 배경으로 쓰였을 테니.”
“네! 실은 얼마 전에 읽었던...”
그 후로 유리코의 스페인을 배경으로 한 각종 책에 관한 이야기가 한참 동안 이어졌다.
유리코도 이제 책 소개하는데 예전처럼 막 나가지 않고 상대가 충분히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조절하면서도 중요한 부분을 잊지 않고 이야기해준다.
덕분에 나름 긴 시간 지루하지 않게 보낼 수 있었다.
그리고 아마 그 이야기를 듣다가 잠들어 버렸다.
나중에 유리코가 말하길 아이의 잠자리에서 동화책을 읽어주는 엄마의 기분을 알겠다고...
눈을 떴을 땐 유리코가 내 어깨에 기대어 자고 있었지만.
*
“어으아으어으아으어”
“프로듀서 아저씨 같아.”
“이제 곧 41살이 될 아저씨야. 어으 온몸이 찌뿌둥하네....”
“영국에서 일본으로 올 때도 그랬지만 오랜 시간 좁은 의자에 앉아 있는 건 괴롭네요.”
“으으 온몸에서 뚜두둑 거리는 소리가 나...”
오랜 시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한 몸을 풀어주고 미리 나와 있던 동생네와 합류해 입국심사까지 마쳤다.
“자, 이제 어떻게 할 거야?”
“우선 호텔로 가서 짐부터 풀자. 캐리어 들고 돌아다니긴 싫잖아?”
“그렇네. 렌트?”
“응, 두 대 빌렸으니까 하나는 형이 운전해.”
“오케이. 그럼 찾으러 가...”
꺄아악!!
“뭐지?”
“비명..?”
“저리 비켜!”
한 남자가 가방을 끌어안은 채 스페인어로 비키라고 하면서 우리쪽으로 달려왔다.
하지만...
“끄아악?!”
언제나 우리 주변을 돌아다니며 우릴 감시 겸 지켜주는 SP들에게 금세 제압당했다.
이 사람들 스페인까지 따라온 거냐.
뭐 그건 둘째치고 이 남자 꼴을 보니 날치기군.
“가방... 돌려주러 갔다가 보따리 내놓으란 식으로 나와도 곤란하니 알아서 찾아오게 둘...”
“아앗?!”
“아, 찾으러 왔..... 코토하?”
어라?
눈이 잘못됐나?
코토하에 대한 죄책감이 너무 커서 헛게 보이는 건가?
왜 여기 휠체어에 탄 코토하랑 타네다 씨가..?
“아, 안녕하세요. 프로듀서...”
“코토하... 너 정말로 코토하인...”
“코토하!!”
눈앞에 나타난 믿을 수 없는 상대에 놀라서 굳어있던 차에 뒤에 있던 메구미가 코토하에게 달려가 안겼다.
“메구미..?”
“코토하! 오랜만이야! 정말로... 흐윽... 오랜만...”
메구미는 오랜만에 만난 절친에게 안겨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우리는 일단 사정을 듣기 위해 자리를 옮겼다.
*
“그래서... 날 만나기 위해 왔다고?”
“네....”
“어제 깨어난 직후인데?”
“네...”
“걷지도 못하면서?”
“네...”
하아....
어제 여행간다고 했을 때 언제 어느 공항으로 갈지 물어봤던 건 이걸 위해서였다.
“타네다 씨... 당신은 무슨 생각으로 그녀를 데려온 거죠?”
“그녀가 너무나 간절히 원했고 또 당신 옆에 있는 것이 그녀의 정신 안정에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해...”
“그래도 코토하는 어제 겨우 한달... 아니 5년간의 잠에서 깨어난 직후라고요?! 아직 세상과 그녀 사이에 큰 갭이 있는 상황에... 만약 저번처럼 쓰러지거나 하면..!”
“예방접종 등은 이미 쓰러져 있는 동안 전부 해두었습니다. 현재 세상에 있는 거의 모든 병의 백신을 투여했죠.”
“하지만 지금 이 애는 스스로의 몸도 가누지 못한다고요! 그런데 보호자로 따라온 당신은 날치기나 당하고 있고!!”
아무리 그래도 이런 아이를 병원 밖을 넘어 해외로 데려오다니.
심지어 치료를 위한 것도 아니라 나랑 같이 여행을 하게 만들기 위해서...
“저기 프로듀서... 너무 타네가 씨를 탓하지 마세요. 제가 억지로 부탁한 거라...”
“코토하... 난 너희가 하는 일은 기본적으로 응원하고 최대한 화내거나 하지 않는데... 이건 정말 아니야. 여행 같은 건 다 나은 뒤에 나랑 같이 가자고 하면 얼마든지 가 줄 거야. 지금 네가 할 일은 얼른 건강해지는 거지 여기 따라오는 게 아니야. 지금도 그래. 운 좋게 SP들이 날치기를 제압해줘서 그렇지.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정말 큰일이 나는 거였어. 게다가 잘못해서 나랑 만나지 못했다면 어떻게 됐겠어?”
“죄송해요...”
“아직 늦지 않았어. 얼른 일본으로 돌아가서 재활 치료도 받고 5년 동안 변해버린 세상도 따라잡는데 집중하자.”
“하지만 저는..!”
“코토하!”
“자자, 형. 진정해봐.”
나도 모르게 코토하를 향해 언성을 높여버렸다.
그렇지만 이 사태는...
“이번엔 어쩔 수 없으니까 그냥 형이 타나카 씨를 데리고 다니는 게 낫지 않을까?”
“뭐?”
“이대로 타나카 씨를 돌려보낸다 해도 그녀에게 괜한 스트레스도 줄 테고 그녀가 또 무슨 짓을 벌일지도 모르잖아? 그럴 바에야 형의 시야에 계속 그녀를 넣어두는 쪽이 안심되지 않을까?”
“그건 타네다 씨만 똑바로 하면.... 아니 근데 이 사람 어디갔어?”
“타네다 씨라면 절 프로듀서에게 넘겨주면 바로 귀국할 예정이어서...”
“도망쳤구나?!”
일을 이렇게 벌려놓고 혼자 일본으로 도망친 거야?!
이거.... 코토하를 맡길 다른 사람을 찾아봐야겠는데....
믿을만한 의사가 후타미들 정도뿐인 게 문제지만...
게다가 그녀들도 전문분야 밖이겠지...
“하아.... 너희들은 어떻게.... 좋다는 얼굴 하고 계시는구만.”
“방이라면 충분히 넓은 곳이었으니까 문제없어.”
“하아.... 좋아. 지금은 상황이 이러니까 그냥 넘어가겠어. 그렇지만 앞으론 절대 이런 짓 하면 안 된다?”
“네!”
그렇게 해서 처음에 6명이던 여행 인원은 8명까지 늘어났다.
무슨 RPG 게임도 아니고......
*
차를 렌트하고 숙소에 도착했다.
방에 들어가자 꽤나 깔끔하고 세련된 방이었다.
“와아~ 예쁘다!”
“정말이네요. 신발을 신고 들어가야 한다는 점이 조금 걸리지만요.”
“스페인이니까 어쩔 수 없지~ 아 코토하 도와줄게.”
“고마워 메구미.”
“그럼 코토하는 소파에 앉혀두고 각자 짐을 풀자. 코토하 짐 푸는 건... 내가 하는 건 좀 그러니까 아무나 좀 도와줘.”
“내가 할게~”
침대는 4개뿐인가.
이따가 엑스트라 베드를 넣어달라고 해야겠다.
아니면 뭐 내가 소파에서 자면 되겠지.
“그런데 메구미?”
“응?”
“에밀리쨩은 같이 사니까 그러려니 하고 유리코쨩은... 헤어진 아내랑 여행이라니 잘 이해는 안 가지만 그래도 넘어가는데 메구미가 프로듀서랑 같이 여행이라니 의외라고 해야 할까. 생각도 못 했어.”
“아~ 그야 나도 지금 프로듀서랑 같이 살고 있으니까.”
“하?”
그 순간 방안 공기가 얼어붙었다.
코토하의 그 한 단어에 대체 얼마나 깊고 강하고 다양한 감정이 담겨 있었을까.
그렇지만 그런 코토하는 이미 익숙하단 것일까.
메구미는 아무렇지 않게 넘기며 사정이 있다고만 말했다.
“살짝 사정이 좀 있어서 말이지. 그래도 코토하가 걱정할만한 일은 없었다고?”
“그래?”
“응. 이따 밤에 천천히 설명해줄게. 괜찮지 프로듀서?”
“응. 어차피 코토하 빼곤 다 아는 사실이니까 코토하에게도 말해줘야겠지.”
그보단 이제부터 진짜 시작하는 스페인 여행이다.
작가는 스페인에 대해 아무것도 아는 게 없으니 앵커들이 힘내줘야 한다.
+3까지 나가서 밤에 호텔에 돌아올 때까지 있을 일을 정해주세요. 지금은 약 15시 전후 정도입니다.
@ 코토하의 생존력과 히로인 자리를 회복하려는 강한 의지가 느껴지는 군요..... 무섭다....
P "유리코, 그 드레스 괜찮긴 한데... 그거 입으려고 도쿄에서 낑낑거리며 여행가방 하나 더 들고 온거야?"
유리코 "명색이 스페인, 그것도 정열의 땅 안달루시아에 왔는데 이 정도는 입어줘야죠! 돈키호테! 카르멘! 에스메랄다!"
P "에스메랄다는 노트르담의 꼽추고..."
또 뭐가 있나 싶어서 유리코가 드레스를 꺼낸 여행용 가방을 뒤져보니 여벌의 드레스가 나온다. 아마도 안나를 비롯해서 나머지 애들 거겠지. 그리고 투우사 옷... 이건 또 어디서 구해온거야? 유리코의 발품 파는 실력에 기가 막힐 따름이다.
P "유리코... 이 투우사 옷... 설마 내거야?"
얼굴이 빨개진 유리코는 그저 고개를 끄덕거릴 뿐이다.
...그래도 이렇게까지 준비해 온 유리코 성의는 무시할 수 없어 투우사 옷을 한번 입어봤다. 옷. 상의는 삐까번쩍하고 바지가 너무 꽉 끼는데.
메구미 "ㅋㅋㅋㅋ 프로듀서, 소 잡으러 간다!"
에밀리 "그래도 생각보다는 훨씬 괜찮은거 같아요, 제작자님!"
칭찬이냐 욕이냐...
그와중에 유리코와 코토하는 투우사가 된 P를 보고 신났는지 오페라 '카르멘'의 '투우사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유리코 "Toréador, en garde!(투우사여, 대비하라!)"
코토하 "Toréador! Toréador!(투우사여! 투우사여!)"
안나 "프로듀서한테도... 이런 면모가..."
동생 "풉! 형! 기왕 이렇게 된 거 스페인에 있는 동안 그 복장으로 다니는 것도..."
P "죽고싶냐?"
@P 일행의 여행지는 대충 안달루시아라는 설정, 숙박지는 세비야. 관광지는 3박4일 일정을 고려해서 세비야, 코르도바, 그라나다 정도?
1~10 뿔이 고간을 가격, 병원으로 호송된다.
11~50 야유를 뒤로하고 도망친다.
51~70 혈투끝에 어떻게든 해냈다.
71~99 화려한 몸놀림으로 가볍게 소를 제압한다.
100 의외! 그것은 타카기! 절체절명의 순간 위기의 P 앞에 나타나 소를 제압!
“아, 이거요? 스페인이라고 해서 급하게 구했어요!”
메구미의 말에 유리코를 돌아보자 카르멘에 나올 법한 집시 여인풍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잘 어울리긴 한데....
“유리코 그 옷 괜찮기는 한데... 그거 입겠다고 도쿄에서 낑낑거리며 여행 가방 하나를 끌고 온 거야?”
“명색이 스페인, 그것도 정열의 땅 안달루시아에 왔는데 이 정도는 입어줘야죠! 돈키호테! 카르멘! 에스메랄다!”
“에스메랄다는 노트르담의... 아니 뭐 됐나.”
사실 카르멘 그 여자 좀 싫긴 하지만, 저렇게 기분 좋아 보이는데 굳이 말하진 말자.
물론 호세가 호구인 것도 있지만 1막에선 이 여자가 진심으로 사랑을 하는 건지 호구 잡은 건지 구분도 잘 안 되고 3막에선 이미 사이가 틀어져 있고.
애초에 결말에서도 말이지...
“그나저나 저 가방에서 드레스가 나온 거지? 다른 것도 들어있는 건가?”
남의 가방을 뒤지는 건 매너 위반이지만 슬쩍 가방을 열어보자 그 안에서 사이즈가 다른 드레스가 몇 벌 더 나왔다.
아마 다른 아이들한테 입히려고 가져온... 이건 뭐야? 투우사 옷??
도대체 이딴 걸 일본 어디서 구해 온 거야??
그것도 하루 만에...
“저기 유리코 설마 하는 마음으로 물어보는데 이 투우사 옷 내 거야?”
유리코는 아무 말 없이 그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아....
이 의상을.... 내가?
슬쩍 유리코를 보자 기대에 찬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다.
하아... 그래. 기껏 가져왔다는데 한번 입어줘도 괜찮겠지.
용기병 의상이 아닌 게 어디야.
*
“냐하하하하하! 프로듀서 소 잡으러 간다!”
“시끄러...”
입긴 입었다만 상의는 빤짝빤짝삐까뻔쩍 쓸데없이 화려하고 바지는 너무 쫙 달라붙어서 몸 라인이 전부 드러난다.
엉덩이는 아예 먹혀버릴 것 같네.
솔직히 말해서 엄청 부끄럽다....
“그, 그래도 생각보다 훨씬 괜찮으세요. 지도자님!”
“그게 칭찬이냐....”
참고로 날 이 꼴로 만든 유리코는 뭐가 그리 신난 건지 코토하랑 같이 투우사의 노래를 열창하고 있다.
코토하는 소파에 앉아서 움직이지 못하는데도 아주 신났다.
“저기 저녁 먹.... 뭐야 그 꼴은?”
“프로듀서 씨... 의외의 취미...네.”
“아냐.”
“형. 기왕 그렇게 된 거 스페인에 있는 동안 계속 그러고 다니는 것도 괜찮겠는뎈?”
“웃기고 있...”
““좋네요!!””
유리코와 코토하의 목소리가 훌륭하게 하나가 되었다.
아니 그러니까....
*
결국엔 오늘 하루 투우사 옷을 입고 다니기로 합의 봤다.
코토하를 뺀 다른 여자들도 집시 드레스를 입었고 동생은 그냥 집시다.
뭐 이런 차림하고 돌아다니는 것도 외국인의 특권이지.
밥 먹으로 가는 길 치곤 너무 화려하지만...
“당신... 어울려....”
“응... 너랑 맞춰 입었다고 생각하면.... 뭐....”
“후훗 러브러브네 두 사람. 그래도 놀랐어. 정말로 결혼해서 애까지 있다니.”
“고마...워.”
이 둘이 사귀는 건 알아도 결혼은 코토하가 쓰러진 이후였으니 당연한 반응이겠지.
그나저나 주변의 시선이 느껴진다.
복장 때문인가?
[이봐! 여기 있었군!]
응?
갑자기 스페인 남자 둘이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공연이 코앞인데 여자나 만나고 있고.... 정말이지.]
[호오? 동양계 미녀에 영국계 미녀까지... 제법인데?]
[이봐... 당신들 뭔가 착각을...]
[아, 이럴 때가 아니지! 얼른 가자고! 뒤에 미녀들에게도 좋은 모습 보여줘야지!]
이 사람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설마 날 진짜 투우사라고 생각하는 건가?!
“여보... 무슨 이야기... 하는 거야?”
“뭔가 일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어.”
[자 가세!]
[아니 그러니까!!]
난 두 사람에게 억지로 끌려갔다.
*
“하아... 어쩌다 일이 이렇게 된 건지...”
난 지금 어느 투우장의 한 가운데에서 관객들에게 인사를 마친 참이다.
사진을 보니 정말로 날 닮은 투우사가 오늘 공연이더군.
다만 그 모습이 안 보여서 찾다가 날 발견해서 데려와 빨간 천이랑 구두만 바꿔 신기고 스테이지로 내쫓았다.
심지어 마타도르다.
뭐 말을 타지 않아도 되는 점을 위안으로 삼아야 할지 최후에 죽기살기로 덤벼오는 소와 싸워 죽이는 역할인 점을 불평해야 할지...
소를 죽이는데 양심의 가책은 없지만 내 몸이 걱정이네.
[그럼 소를 부르겠습니다!]
스테이지 벽 한 곳에서 검은 들소가 튀어나왔다.
후우, 시작이군.
“올레!”
손에 든 붉은 천을 흔들어 소를 흥분시키고 한두 번 상대해준 뒤 말을 탄 친구들에게 맡기고 퇴장.
당분간 할 일이 없다.
말에 탄 친구가 창, 다른 친구들이 작살로 소를 찔러 계속 흥분시킨다.
그리고 작살 여섯 개가 소의 몸에 박히면 이제 다시 내 차례다.
“올레!”
흔들리는 천에 흥분해 덤벼오는 소를 약간의 차이로 피하며 소를 찔러 죽일 타이밍을 찾는다.
이때 움직임은 최소로 해야 한다.
소는 붉은 천이 아니라 빠르게 움직이는 것에 덤벼드는 것이니까 최대한 천을 흔들면서 내 몸은 거의 움직이지 말아야 한다.
도망치려고 하는 순간 소의 타깃은 천이 아니라 내가 된다.
하지만 그래선 쇼가 되지 않는다.
소의 시야에서 내가 벗어난 순간엔 화려한 몸짓으로 쇼를 달구어야 한다.
살기 위해, 날 죽이기 위해 덤벼오는 소를 상대하면서도 관객들의 흥을 돋운다.
정신이 깎여나가는 것 같지만, 망쳐선 안 돼.
실수하면 죽는다.
사실을 밝히면 경찰이니 조사니 하면서 여행을 망칠 수 있다.
“올레!”
벌써 몇 번째 돌진일까.
좀처럼 틈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이 이상 끌 수도 없다.
소가 지쳐 죽거나 내가 지쳐버리면 끝이다.
칼을 고쳐 잡고 천을 다시 흔들어준다.
소가 천을 통과하려는 것을 몸을 틀어 소가 최대한 내 몸 가까이 목을 뻗게 하고...
‘지금!’
푸욱!
소의 살을 비집고 들어가 무언가 탄력 있는 것을 꿰뚫는 감각이 손끝을 타고 전해졌다.
확실하게 심장을 뚫었다.
소가 관성에 의해 좀 더 달리다가 쓰러진 것을 확인하고 관객들에게 인사.
객석에는 나를 뺀 다른 일행들도 있었다.
동생을 빼고 다들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이었다.
와아아아아아!
환호와 박수를 받으며 대기실로 돌아가자 아까 날 끌고 온 두 사람과 진짜 투우사가 머리 숙여 사과했다.
착각해서 관광객을 목숨을 건 쇼에 내보낸 건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대참사지만, 뭐 잘 끝났고 내 수준에서 봐도 상당한 거금의 사죄비와 각종 선물도 받았으니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다른 아이들을 불러 대기실로 데려오자 다들 울면서 안겨드는 바람에 말리는데 고생 좀 했다.
덤으로 진짜 투우사 일행은 일본어에 있는 모든 욕을 다 얻어먹었지만, 뭐 알아듣지는 못했으니 됐나.
*
투우 사건이 일단락된 후 저녁 식사를 하러 식당을 찾았다.
유리코가 먹어보고 싶다고 한 요리가 있어서 그걸 팔고 나이가 든 손님이 많은 가게를 찾아 들어갔다.
“이게 오야 포드리다인가. 뭐 평범한 스튜네.”
“그래도 돈키호테에 나온 걸 보고 한번 먹어보고 싶었어요.”
“조금 전까지 화려한 투우로 환호받던 투우사가 이런 동네 가게에서 저녁 식사라니.”
“뭘 모르는구나. 동생아. 그런 특별해 보이는 인간이 이런 평범한 사람들과 같은 행동을 보여주는 것은 좋은 마케팅 수단이라고?”
“멀리 있는 것 같지만 의외로 비슷하고 가까운.... 그래도 역시 좀 먼 존재라는 거리감이 중요하니까요.”
“뭐 작정하고 절벽 위의 꽃이 될 수도 있지만, 그러면 일상생활이 큰일이라고?”
동생의 발언에 내가 반박하자 에밀리와 메구미가 거들어주었다.
메구미가 든 이유로 토모카나 마츠리의 캐릭터는 그만두자고 했었는데 그 둘은 듣질 않았지.
뭐 잘 지켜냈으니 된 거지만.
“예전에 프로듀서 씨가 말씀하셨던 비슷하니까 오는 친밀감과 다르니까 오는 경외심의 균형 맞추기라는 거죠.”
“안나는 그거... 귀찮았지만.”
“뭐 그래도 필요한 일이었으니까. 프로필에 있는 취미나 특기는 자주 하고 그 모습을 보여주되 그 외의 일반적인 여가 생활은 그다지 공개하지 말고 변장해서 하고 가능하면 애초에 하지 않기. 그러다 미리 프로듀서와 상담한 뒤에 조금씩 공개할 만한 건 공개하기.”
“아이돌도 큰일이네.”
“근데 얘네들 내 말을 어지간히도 안 들어서 말이지...”
정보 통제와 캐릭터 유지가 일 따오는 것보다 큰일이었지....
그렇게 시작한 아이돌들의 일상 공개에 대한 이야기를 꽃피우며 식사를 계속했다.
*
식사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 쉬려고 하자 코토하가 낮에 한 이야기에 대해 설명해달라고 했다.
메구미랑 동거에 대한 이야기였지.
뭐 딱히 숨길 이야기도 아니니까....
코토하의 반응
1~33: 남성공포증을 빌미로 프로듀서와 밀착....?
34~66: 남성공포증을 극복하기 위해 프로듀서와 동거...
67~99: 남성공포증.... 극복했으면 좋겠네..!
100: 남성공포증 극복하자!
먼저 2표 갑니다.
@ 늦어서 죄송합니다...
나쁜 경험 때문에 남성 공포증에 걸린 것, 버닝 걸 복귀를 위해 남성 공포증을 극복하고자 나랑 같이 살게 된 것, 그걸 위해 일부러 나랑 종종 접촉 등을 하면서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것, 비록 프로젝트는 터졌지만 치료를 위해 동거를 계속하고 있단 점 등.
‘남성 공포증을 빌미로 프로듀서와 밀착 생활...’
“응? 코토하 뭐라고 했어?”
“으응, 아무것도 아니야. 그보다 메구미 정말로 큰일이었구나.”
“응... 그래도 프로듀서가 도와주고 있어서...”
“그래서.... 얼마나 어디까지 했어?”
“에? 저기 코토하 팔 놓아주지 않을래? 조금 아픈데...”
코토하가 메구미의 팔을 꽉 쥐고 메구미를 아래에서 올려다보며 물어보는데 말에 온기가 없다.
그 목소리는 친구를 걱정한다기보단....
“공포를 극복하기 위해 같이 사는 거지? 하루에도 몇 번이나 프로듀서를 만지고 프로듀서에게 만져지고 있는 거겠지? 얼마나 만져? 어디까지 만져? 접촉 시간은? 접촉 면적은? 옷 위로? 맨살로? 손으로 만지는 것 이상의 행동까지 이어져?”
“트, 틀려 코토하! 기껏해야 하루 10분 정도 눈을 보며 손을 잡는 정도라고!”
“손..? 10분..?”
“으..응! 원래는 닿는 것도 힘들었는데 요즘 나아진 거야!”
“그렇구나... 그 이상의 일은 하지 않는 거지?”
“엣, 그.... 가끔 안겨지거나...”
“읏..!”
“아얏! 아, 아파 코토하...”
“그래. 걱정이네. 메구미는 프로듀서가 무서워서 무서워서 어쩔 줄 모르겠는데 남성 공포증을 극복하기 위해 억지로 프로듀서랑 접촉하고 생활하면서 괴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는 거구나. 그래도 메구미? 이미 버닝 걸 복귀는 물 건너갔고 굳이 무서운 걸 억지로 참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사람은 누구나 무서운 게 있고 그게 설령 세상의 절반이라도 메구미라면 분명 괜찮을...”
“자자, 코토하. 진정하자.”
한 손으로 코토하의 머리를 가볍게 쓸어내리며 다른 손은 메구미를 잡은 코토하의 손 위에 살모시 포개 스르륵하고 힘을 빼게 한다.
메구미가 팔을 빼 손자국이 난 부분을 문지르는 사이 코토하를 조용히 달래준다.
“메구미 씨 괜찮으세요?!”
“응, 괜찮아. 코토하가 폭주하는 건 익숙하고. 그래도 예전엔 이렇게 심하진 않았던 거 같은데... 8년이나 지났으니 어쩔 수 없는 걸까.”
“이건 5년 전에 비하면 나은 편이지만요...”
“우와아... 나도 듣긴 했지만... 정말로 찌른 거구나...”
코토하를 살살 달래주면 금방 제정신으로 돌아온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자주 이렇게 되다 보니 이젠 익숙하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그립기도 하고 낯설기도 하고...
“핫! 아, 메구미... 미안해... 또...”
“괜찮아! 친구잖아!”
“고마워....”
대충 이야기가 끝나고 각자 씻고 잘 준비를 했다.
오늘은 많이 돌아다니지 못했으니 내일은 뽕 뽑을 기세로 움직여야지.
+3까지 다음날 오전에 있을 일, 할 일 등을 정해주세요.
@ 여기서 코토하는 얀데레가 아닙니다. 중요하니까 두 번 말합니다. 얀데레가 아닙니다! 그저 남들보다 쬐끔 더 프로듀서가 소중할 뿐입니다.
조금 걷자 탁 트인 공원 같은 공간이 나왔다.
“프로듀서 씨! 저거 타보지 않을래요?”
“응..? 2인승 자전거?”
“네!”
2인승 자전거라....
우리가 나랑 유리코 에밀리 메구미 동생 안나 쿄우야는... 논외로 치고 코토하... 앗!
“유리코쨩? 나를 잊은 건 아니지?”
“앗 코토하 씨...”
“전동 휠체어긴 하지만 자전거를 쫓아가는 건 무리라고 생각해. 아니면 혹시 나만 여기 버려둘 생각인 거야?”
코토하의 다리가 저래서야 자전거를 타는 것도 불가능하겠지.
설령 페달을 밟지 않더라도 균형을 잡거나 타고 내리는 데에 애로사항이 꽃핀다.
“그럼 넷이서 타다 와. 나랑 안나는 여기서 타나카 씨랑 같이 있을게.”
“너희는 왜?”
“그냥 뭐 애 업고 타는 것도 힘들고 기왕 데려왔는데 즐겨줬으면 하고.”
“흐음... 어떻게 할래?”
“민폐가 아니라면 저는 타보고 싶어요.”
“나도 좋아.”
“그래, 괜찮지 코토하?”
“부우... 대신 다음엔 저도 챙겨주셔야 해요!”
“그래. 알았어. 자 그럼 어떻게 탈까? 2인승 두 개에 나눠 타면 될 것 같은데.”
“그야 물론... 가위바위보!”
*
“바람이 기분 좋네요. 지도자님!”
“그렇네. 안 떨어지게 꽉 잡아.”
“네!”
공정한 승부 결과 에밀리가 나랑 같이 타는 거로 되었다.
그리고 어째선지 우리에겐 커플 특전이라며 뒷자리엔 핸들이 없는 특이한 2인승 자전거를 빌려줬다.
뒷자리에 탄 사람은 자연스럽게 앞에 탄 사람을 붙잡고(에밀리는 껴안고) 가는 자세가 되는 사양이다.
“좋겠다 에밀리쨩...”
“자자 공정한 승부의 결과니까 받아들이자고? 그보다 지금은 즐기는 게 우선이지!”
“뭐 그렇네요. 구름이 없어서인지 겨울인데도 그렇게까지 막 춥지는 않아서 자전거 타기에 괜찮은 날씨인 것 같아요.”
당연히 남은 두 사람이 한 자전거에 탔다.
저쪽은 평범한 2인승 자전거다.
그보다 확실히 날씨가 좋다.
원래 스페인 날씨가 이런 건지 아니면 오늘이 특별한지는 모르겠지만 자전거 타기 좋은 날인 것은 확실하다.
“에헤헷...”
“에밀리 너무 달라붙은 거 아니야? 자세 불편하지 않아?”
“아뇨! 오히려 이게 좋아요!”
“그, 그래...”
보이지는 않지만 팔이나 닿은 감각을 보자면 몸을 좀 앞으로 빼서 안겨있는 것 같은데.
솔직히 에밀리가 등에 얼굴을 문지를 때마다 좋은 향기가 나고 가슴도 계속 닿고 있어서 좋긴 하지만 에밀리가 불편한 게 아닌가 좀 걱정이다.
“그래도 불편하면 언제든지 말해.”
“괜찮은데... 앗! 그러면 자리를 바꿔보시지 않겠습니까?”
“자리를?”
“네! 제가 앞으로 갈 테니 지도자님께서 뒤에서 절 안아보세요. 그럼 불편하지 않다는 것을 아실 겁니다.”
논리가 좀 묘하긴 해도 내가 뒤로 가면 에밀리 자세에 부담이 가지도 않을 테니 괜찮겠지.
잠깐 멈추고 자리를 바꾼 뒤 에밀리의 허리를 살포시 잡고 다시 출발했다.
“자 지도자님 한번 제가 했던 것처럼 자세를 잡아보세요.”
“이렇게..?”
몸을 살짝 앞으로 빼고 에밀리를 껴안듯이 팔을 두르고 에밀리 등에 얼굴을 대었다.
키 차이 때문에 머리는 등이라기보단 어깨에 닿았고 팔은 거의 가슴에 닿기 직전까지 올라왔지만.
“하우....”
“에밀리??”
“아, 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보다 별로 불편하지 않으시죠?”
“응... 괜찮긴 한데...”
“그럼 계속 이대로 달리도록 하죠!”
텐션이 높아졌네...
에밀리의 손잡이에 달린 벨에 비친 에밀리의 얼굴은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을 필사적으로 참는 모습이었다.
*
자전거를 돌려주고 그 공원 적당한 곳에서 쉬던 중 자판기에서 마실 거나 뽑으러 잠깐 자리를 빠져나왔다.
아직도 코끝에서 에밀리의 향기가 좀 나는 것 같네.
덜컹
나는 포카리로 하고 에밀리는 말차...라고 해도 있을 리가 없지.
영국인이니까 홍차도 되려나.
[거기 잠깐 괜찮을까?]
“응?”
[그래. 당신. 혼자야?]
갑자기 건장한 남자 세 명이 말을 걸어왔다.
인종차별인가.
[무슨 볼일이지?]
[오우 생긴 건 동양인 같은데 우리 말 잘하네? 동양계일 뿐인 건가?]
[뭐 어때. 말이 통한다면 이야기는 더 빠르지. 이봐 혼자라면 우리랑 같이 놀지 않을래?]
에, 설마 이거 헌팅?
농담이지..?
남자... 그것도 이런 아저씨를??
[아니 미안하지만 나는...]
[자자, 너무 그러지 말고 한번 같이 놀 뿐이라고?]
[그러니까 난 그런....]
[우리도 딱히 나쁜 생각이 있는 게 아니라고? 그저 놀기에 인원수가 애매해서 한 명 더 필요한 거뿐이니까. 응?]
한 남자가 내 한쪽 팔을 잡았다.
쯧...
귀찮네...
이런 우락부락한 놈 3명을 상대하는 건 무리인데....
[이봐 적당히 하지 않으면...]
“우... 웨잇!!”
[응?]
갑자기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리더니 무언가가 내 다른 쪽 팔에 안겨들었다.
“메구미..?!”
[뭐야 넌?]
“히...히 이즈 마...마이 허허허...허스밴드!”
[엣? 남편?]
“위 아.... 데 데이팅 나우!.... 도도...돈 인터럽트 어스!”
[이런... 유부남이었나.]
[둘 다 어려 보이는데.... 뭐 이런 미인의 남편을 꼬시긴 힘들겠지.]
[하아, 어쩔 수 없지. 실례했수.]
그들은 아쉽다는 듯이 떠나갔다.
나... 이제 곧 41살인데 몇 살로 보인 걸까?
아니 그보다 메구미다.
“메구미 괜찮아?”
“무.....”
“무?”
“무서웠어!! 흐아아앙!!”
다리에 힘이 풀린 건지 메구미는 그대로 주저앉으며 내게 안겨들었다.
“고마워. 날 위해서 무서운데도 힘내줘서...”
“저 사람들... 흐윽... 몸집도 크고... 날 노려보는데...훌쩍.... 너무....”
“그래. 괜찮아. 저 사람들은 널 해치지 않아. 걱정하지 마.”
“미안해..! 도와주려고 했는데... 크흙.... 무서워서....”
“무슨 소리야. 네가 없었더라면 큰일 났을 거야. 네가 용기를 내준 덕분이야.”
메구미의 얼굴을 내 품에 안고 조용히 그녀의 등을 토닥여주며 열심히 달래주자.
넌 잘한 거라고, 훌륭했다고, 고맙다고, 괜찮다고, 메구미를 안심시켜주자.
몇 분 정도 달래고 있자 흐느끼는 소리가 멎어들었다.
“이제 됐어?”
“응...”
“자, 눈물 닦자.”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서 메구미의 눈물을 닦아준다.
“기껏 예쁘게 꾸민 화장도 다 흘러버렸네. 자, 코도 풀어.”
“흐으응!”
“그래. 이제 괜찮아. 설 수 있겠어?”
“으응...”
“알았어. 그럼 나한테 업힐 수 있겠어? 내가 업어도 무섭지 않겠어?”
“괜찮아...”
살짝 고개를 끄덕이고 손수건을 다시 주머니에 챙긴 뒤 메구미 앞에서 쭈그려 앉았다.
곧 중량감과 함께 따뜻하고 부드러운 것이 등에 닿았다.
그대로 양손으로 메구미의 엉덩이를 받치고 일어섰다.
“그럼 돌아가자.”
“응...”
한참 동안 음료수는 사지도 않고 메구미를 업은 채 돌아간 나에게 비난의 화살이 좀 날아왔지만, 메구미가 다 해명을 해줬다.
특히 코토하의 눈이 무서웠다.
*
그 후 어느 한 광장에서 플라멩고 축제가 열렸다고 하길래 다 같이 보러 갔다.
다양한 사람들이 광장에서 춤을 추며 즐기고 있었다.
“뭐랄까 요즘엔 이런 거 보기 힘든데 특이하네.”
“그러게요. 요즘 이런 걸 한다면 대부분 안전하고 편한 가상현실에서나 하지 진짜 현실에선 잘 안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런 걸 현실에서 볼 수 있다니... 감동이에요!”
“냐하하 유리코는 정말 기뻐보이네!”
“당신... 춤출래..?”
“좋아. 형, 쿄우야 좀 부탁해.”
“오냐.”
쿄우야를 내게 맡긴 동생 부부는 그대로 춤추는 사람들 사이에 섞여 들어가 함께 춤을 추기 시작했다.
“안나쨩.... 행복해 보이네.”
“그러네... 나도 춤 출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이 다리로는...”
“나중에 다 나으면 다시 오면 되지.”
“데려와 주실 건가요?”
“얼마든지. 다른 애들도 마찬가지야.”
어차피 매일 멍하니 집에 있는 것보단 낫겠지.
평소엔 집에서 뒹굴뒹굴거리고 있으니까.
[거기 신사분?]
[응? 저요?]
[네. 저와 한 곡 어떤가요?]
춤 권유인가.
현지인 아가씨 같은데 이런 걸 거절하는 건 예의가 아니겠지만...
-지긋이......-
주변 시선이 너무 따갑다.
어떻게 얼버무릴지 고민하던 중 코토하가 눈에 들어왔다.
[영광이네요. 이 나이 먹고도 당신 같은 아가씨에게 춤 권유를 받다니. 평소 같으면 기꺼이 받아들이겠지만 지금 아내가 다리를 다쳐서 춤을 못 추고 있다고 삐졌거든요. 그런데 만약 당신과 춤을 췄다간 집에 못 들어가는 꼴이 될지도 모르는 노릇이라 말이죠. 미안하게 됐군요.]
[어머, 그녀가 아내였군요. 후후 어쩔 수 없죠. 인연이 아니었단 것으로. 이만.]
그녀는 살짝 인사를 하고 다른 남자에게 춤을 권유하러 떠나갔다.
“제법이네. 형.”
“왔냐.”
“현지 아가씨한테 춤 권유에 그걸 차버리다니.”
“프로듀서 뭐라고 거절하신 건가요?”
“아... 그게...”
“타나카 씨를 아내라고 하면서 다리를 다쳐서 못 추는 바람에 삐쳤다고 하면서 둘러대던데?”
“엣..!? 아, 아내!?”
“야, 너 진짜..!”
“프로듀서 씨! 바람인가요?!”
“유리코쨩? 프로듀서는 더 이상 네 것이 아니란다? 오히려 내가 프로듀서에게 아내라고 인정받았다고?”
“이... 인정 받은 건 아니잖아요!”
아아....
메구미랑 에밀리까지 껴서 정신없어졌다.
동생에게 원망의 눈빛을 보내자 동생 뒤에서 안나가 노려봐서 그만뒀다.
왜 동생이 아니라 내가 안나의 엉덩이에 깔려 있는 거지?!
+3까지 오후에 있을 일을 정해주세요.
@ 메구미와 코토하는 앵커보고 이벤트 딱이다 생각해서 넣었는데 자전거를 유리코와 에밀리 중 누구에게 줄까 고민하다가.... 동전 던지기로 공정하게 정했습니다.
유리코 "예전엔 프로듀서씨도 기타를 엄청 잘 쳤었는데..."
동생 "맞아, 고등학교 시절부터 형이 기타를 익혔는데 그 때부터 기가 막히게 쳤지."
P "과찬이야, 나는 그냥 조금 칠 줄 아는거 뿐인데..."
에밀리 "아, 그거 저도 기억나요. 은근슬쩍 지도자님의 기타 실력을 무시하던 줄리아씨가 나중에는 오히려 지도자님한테 가르쳐달라고 했었죠."
안나 "그러고보니 예전에 프로듀서씨... 소원 중 하나가 기타 하나만 들고... 외국으로 배낭여행을 떠나서... 버스킹 한번 해보는 거라고..."
P "에이, 지금은 더 이상 그렇게 못 하지. 기타를 안 치게 된 것도 벌써 5년이 훌쩍 지났는데.."
메구미 "한번 몸에 배인 감각은 죽을 때까지 안 없어진다고. 지금이라도 줄 몇 번 튕기다보면 바로 되살아날껄?"
코토하 "언젠가 프로듀서가 치는 기타를 다시 한번 듣고싶어요. 프로듀서, 부탁드려도 될까요?"
1~20 엉망진창. 가수가 자신의 기타를 더럽혔다며 P에게 침을 뱉는다.
21~40 오랜만의 연주에 긴장했던걸까? 일행에게 위로의 박수를 받는다.
41~60 훌륭하다. 기타를 빌려준 가수도 엄지를 내민다.
61~80 P의 연주가 끝나자 산더미같이 불어난 갤러리들이 박수갈채를 보낸다.
81~99 엄청난 연주에 안나의 다리가 풀려버렸다! 그렇지만 몸을 날린 P의 등위에 엉덩이로 착지해서 무사했다.
100 어디선가 들려온 기타소리에 홀려 루까스는 자신도 모르게 방아쇠를 당기려던 손가락을 멈췄다. 그 잠깐의 빈틈이 타카기의 목숨을 구했다. 평소의 마술연습으로 단련된 능수능란한 손놀림으로 타카기는 루까스의 아스트라 m300을 빼앗았다. 처음에 줄에 묶였을 때 미리 어깨를 빼두었기에 가능한 묘기였다. 그렇지만 한순간 모두의 주의를 돌렸던 기타소리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터였다. 신체를 구속하고 있던 물리력에서 벗어난 타카기는 세구의 시체-루까스와 그의 부하들-를 뒤로하고 방금전의 기타소리에 경의를 표하며 방을 나섰다.
@안나의 엉덩이에 깔려있는 사는 P! 앵커로 물리적으로 재현하고싶네요
그 모습을 누군가랑 겹쳐보기라도 한 것일까.
나도 모르게 발을 멈춰 연주를 듣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도 같은 마음이었는지 다들 그의 연주를 감상했다.
이 곡은....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군.
이 노래를 듣는 것 자체가 아주 오랜만이다.
“옛날 생각나네요.”
“그러네. 줄리아도 종종 저렇게 길거리에서 버스킹을 하곤 했는데.”
“줄리아 씨도 그렇지만 프로듀서 씨도 예전엔 기타 엄청 잘 치셨잖아요.”
“아 맞아. 형이 고등학교 들어가서 갑자기 기타를 익히더니 그걸로 돈을 벌어올 정도가 되어버렸지.”
“아.... 그때 딱 시골 깡촌으로 이사 갔는데 거기 음악 교사가 기타리스트 하려다가 실패한 인간이어서 가르칠 줄 아는 게 기타뿐이었던 게 계기였지. 그래도 그다지 잘 치진 않아. 워낙 시골이라 기타를 다룰 줄 아는 게 나랑 음악교사 둘뿐이라 주변 마을 행사에서 용돈 좀 버는 수준이었지.”
뭐 주최측에서 주는 돈은 지금 돌이켜보면 어처구니없게 적었고 놀러 온 노인들이 준 선물 쪽이 더 이득이었지만.
다양한 식재료니 옷이니....
지금 시대의 시골이면 그런 일도 없었겠지.
“아 기억나요. 처음엔 지도자님의 실력을 얕잡아보시던 줄리아 씨도 한번 지도자님의 연주를 듣고는 바로 가르침을 받으려고 하셨었죠.”
“아... 맞아.... 분명 그때... 프로듀서 씨의 꿈, 기타 하나 들고.... 해외로 여행가서.... 버스킹하는 거라고... 줄리아 씨한테 말했어.”
“에?! 형이?!”
“그건 그냥 줄리아 흥미 맞춰준다고 지어낸 이야기야. 뭐 내가 너희에게 흥미를 갖지 못한 채 이 녀석이 독립했다면 내가 어느 순간 갑자기 사라졌을 수는 있겠지만.”
그래도 기타 하나 들고 해외로 가진 않았겠지.
애초에 딱히 기타에 애정은 없으니까.
그저 처음엔 돈벌이 수단이었고 나중엔 줄리아와의 관계를 위한 도구였을 뿐이고.
“애초에 이미 진작에 잊어버렸어. 손 안 댄 지 5년이 뭐야 10년은 됐을 거다.”
“줄리아가 말하길 한번 몸에 밴 감각은 안 없어진다던데? 어쩌면 프로듀서도 좀 치다 보면 다시 살아날지도 몰라?”
“저도 프로듀서의 기타를 다시 들어보고 싶어요. 부탁드려도 될까요?”
“아... 글쎄.....”
“뭘 고민해. 지금 들으면 되잖아.”
“뭐?”
동생이 갑자기 인파를 뚫고 들어가 가수에게 무언가 설명을 하더니 나보고 오라고 손짓했다.
진심이냐....
동생이 얼른 오라고 재촉하여 어쩔 수 없이 가수에게 다가가 기타를 넘겨받았다.
[내 연주를 가로챈 거니까 허접하게 하지 말라고.]
[장담은 못 해.]
텃세 부리는 가수를 무시하고 기타에 집중하자.
코드는.... 기억하고 있어.
튕기는 방법도.... 기억하고 있다.
그럼 이제 기억나는 악보를 찾아서 머릿속에서 펼쳐본다.
다음은 그저 정해진 순서대로 정해진 법칙대로 정확한 타이밍에 손을 움직인다.
그저 그걸 노래가 끝날 때까지 반복한다.
우선 가볍게 쳐보자.
♪♬♪♩♩♪♪♩♬
흐음.... 적당히 기억난다.
그럼 무엇을 상상하며 연주할까.
그래.
기왕 하는 기타연주니까 줄리아로 하자.
펼쳐진 악보 너머에 나와 마찬가지로 기타를 연주하는 줄리아를 바라본다.
그녀가 연주를 시작하면 나도 따라서 연주한다.
그녀의 연주와 내 연주를 동기화.
상상하는 것에 맞춰서 연주를 움직이면 해석이 달라지고 연주가 달라진다고 그 엉터리 강사가 가르쳤다.
솔직히 난 차이를 잘 모르겠지만 줄리아와 합주를 하는 것 같으니 뭐 됐나.
악보와 줄리아를 번갈아 보며 악보에 쓰여진 대로 코드를 잡고 줄을 튕긴다.
이것을 그저 반복하고 있다 보니 어느새 곡이 끝나 있었다.
“후우.... 뭐 이 정ㄷ.... 뭐야 이 인파....”
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
눈을 뜨자 아까랑은 비교도 안 되는 인파가 몰려 날 에워싸고 있었다.
얼른 기타를 가수에게 주고 빠져나가려던 차에 시야 한구석에서 안나가 뒤로 자빠지려는 모습이 들어왔다.
“이런!!”
퍼억!
배는 쓸리면서 등에는 둔탁한 충격이 느껴졌다.
다행히 안나가 넘어지기 전에 몸으로 받아낸 것 같다.
등에서 안나의 엉덩이가 느껴진다.
예전엔 자주 안나를 무릎 위에 앉히고 게임했는데....
그 시절에 비하면 확실히 무게가 있다.
그리고 그때 안나의 엉덩이는 부드러웠는데 지금은 탄력 있다.
음 성장했구나.
뭐 이제 안나의 엉덩이는 내가 아니라 동생의 것이지만.
아니 그전에 아까 속으로 생각한 게 씨가 되어버렸네.
여기까지 생각하는데 3초도 걸리지 않았다.
안나가 남자를 깔고 사는 타입인 건 상관없지만 제발 동생에게만 해줬으면 좋겠는데...
“안나 괜찮아?!”
“응.... 괜찮아.”
“자, 내 손 잡고 일어나.”
안나가 일어섰으니 나도 이만 일어서야지.
[괜찮으세요? 자 도와줄게요.]
[아, 감사합니다.]
일어서려고 하자 몇몇 현지인들이 나서서 날 일으켜 세워줬다.
[연주 좋았어요!]
[일본 기타리스트인가요?]
[아뇨. 그런 건 아니에요. 아,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천만에요. 그보다 정말 잘 치시네요! 저 사람도 요즘 떠오르는 샛별인데 당신이 더 잘하세요!]
[아, 고마워요...]
뭔가 좀 여자들의 접촉이 심한 거 같은데...
내 팔을 잡고 자기네 가슴 속에 끼우고 문지르는데 이쪽은 그런 거에 별로 신경 안 쓰는 문화인 건가...?
[우리 말도 엄청 잘 하시네요!]
[기타리스트가 아니라고 하셨는데 취미로 이렇게 잘 하시는 건가요?]
[아하하... 칭찬해주시는 건 감사합니다만 조금 떨어져주시면...]
[에~ 부끄러워하는 거예요? 의외로 귀엽네요~]
[그보다 좀 더 당신의 연주를 듣고 싶은데 오늘 밤 시간 되세요?]
[아니 그게 아니라...]
부끄러운 게 아니라 무서운 거라고...
애들이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히익!?!
사, 살기..?
“프.로.듀.서..?”
순간적으로 온몸에 소름이 돋는 강력한 살기가 느껴졌다.
그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아이돌이고 자시고 사람이 해선 안 될 표정으로 다가오는 휠체어 악마 아니 코토하가 있었다.
그런 코토하의 패기에 공포를 느낀 건지 여성들이 하나 둘 떨어져 나갔다.
“아까는 남자들에게 헌팅 당하고 댄스 권유도 받더니 이번엔 하렘이야? 프로듀서 오늘 인기 많네~ 아, 이게 그 인생에 한 번은 온다는 모테키?인가 하는 그건가?”
“이 나이에 그런 게 찾아와도 말이지...”
“정말 지도자님 너무 절조가 없으신 거 아닌가요?”
“최저에요 프로듀서 씨.”
“에... 이거 내가 나쁜 거야?”
너희가 연주하게 해놓고 이러기야?!
옆에서 안나랑 동생도 한심하게 쳐다보고 있다.
아니 이게 정말.... 하아.....
기타를 빌려준 가수에게 인사를 하자 좀 더 쳐보지 않겠냐고 하고 주변 사람들도 다들 더 치라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두 곡 정도 더 치고 빠져나왔다.
이번에도 내게 다가오려는 여성들이 있었지만, 다른 애들의 철통 방어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저녁이나 먹자.
+3까지 잘 때까지 있을 일을 정해주세요.
"프로듀서, 제 사랑이 좋게 말하자면 남들에 비해 조금 많이 과격한 것도 프로듀서도 아시죠? 그것 때문에 프로듀서한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입히고 5년 동안 세상이랑 단절된 상태에 들어갔는데도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걸 자제할 수가 없어요."
"어제 메구미한테도 그랬고 아까 길거리 버스킹 때도 그렇고. 이게 나쁜 짓인걸 저도 잘 알고 있고 그러지 말아야한다는 생각도 들고, 다른 사람들이 프로듀서 곁에 붙어있는걸 봐도 좋게 웃어넘기고 좋게 살아보려는 생각도 해보는데 어째서인지 프로듀서를 향한 사랑, 그게 제어가 안돼요."
"'프로듀서 옆, 저 자리는 원래 내 자리였는데 왜 다른 사람들이 계속 붙어있는거지?', 그래서인지 갑자기 화가 치솟고.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면 다시 괜찮아지고. 하지만 제 상태가 이대로 계속 쭉 이어진다면 언젠가 다시 한번 프로듀서 때문에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히는 날이 오겠죠. 아마 그 때가 되면 5년 전 일의 결과만으론 끝나지 않을 거에요. 프로듀서, 전 어떻게 해야하죠? 지금 이 상황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을까요?"
1~20 P가 몸으로 눌러 얌전하게 만들었다.
21~40 코토하가 배빵으로 제압했다.
41~60 에밀리가 연수를 내려쳐 기절시켰다.
61~80 안나가 어깨를 주먹으로 때려 울렸다.
81~99 막을 수 없다. P에게 마구 돌격해온다.
100 막을 수 없었다. 유리코는 창문을 뛰어넘어 바람처럼 사라졌다. P가 유리코를 쫓아 밖으로 나왔을때 골목으로 뛰어가는 유리코의 뒷모습이 보였다. 유리코를 따라 으슥한 골목으로 들어가는 P. 앞만 보고 달려갔기에 옆쪽에 숨어있던 유리코의 기습을 막아 낼 수 없었다. 유리코의 밑에 깔린 P는 허리를 튕겨 일어나려고 했지만 술에 취해 쳐진 유리코가 생각보다 무거웠고 격하게 저항했기에 쉽사리 일어서지 못했다. 그렇게 한동안 유리코와 P의 로데오는 뒤쫓아온 일행에게 발견될때까지 한동안 지속됬다.
“에이, 이 정도는 괜찮아요~!”
“그거 플래그라고....”
뭐 여긴 도와줄 사람이 여럿 있으니 괜찮으려나.
최악에 경우 안나가 말려주겠지.
그녀에게서 의식을 돌려 식사에 집중하자.
“저기 프로듀서.”
그럴 순 없는 모양이다.
코토하가 말을 걸어왔다.
“무슨 일이야?”
“저는 프로듀서를 사랑해요. 아시죠?”
“응... 알지.”
“그리고 제 사랑은 남들보다 살짝 과격한 면이 없잖아 있는 것도 아실 거예요. 그것 때문에 프로듀서에게 큰 상처를 입혀버리고 5년이나 잠들었는데 지금도 그걸 자제할 수가 없어요.”
다들 잡담을 멈추고 코토하의 이야기에 집중했다.
유리코만이 계속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어제 메구미에게도 그렇고 아까 길거리에서도 그렇고... 이게 잘못된 거란 걸 알면서도 멈출 수가 없어서... 다른 여자들이 프로듀서 곁에 붙어 있는 걸 봐도 좋게좋게 넘기려고 하는데 프로듀서를 향한 사랑이 도저히 제어되질 않아요! 프로듀서의 옆자리는 원래 제 자리인데 왜 자꾸 다른 여자들이 꼬이는 거지?! 라면서 화가 치미는데 또 시간이 지나면 진정되고... 이대로 가면 언젠가 또 프로듀서를 향한 사랑을 주체하지 못하고 누군가를 상처입히게 될 것 같아서. 그때는 5년 전보다 더 심각한 일을 벌일 것 같아서. 프로듀서. 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 상황을 타파할 답을 찾을 수 있을까요?”
“그렇네.... 코토하는 매사에 남들 이상으로 진지하고 고지식하니까 말이지. 그게 사랑에도 반영되고 있다고 봐. 고지식해서 남들보다 조금 더 질투가 강하고 진지해서 남들보다 사랑이 강해. 그저 그뿐이라고 생각해. 그건 잘못이 아니야. 하나의 사랑일 뿐이지.”
글라스에 와인을 가득 담고 전부 한 번에 들이켰다.
깊게 한숨을 내쉬고 다시 코토하를 바라봤다.
“그렇지만 사랑 때문에 다른 사람 특히 동료들을 상처입히는 건 잘못이겠지. 만약 네가 그런 짓을 한다면 난 너를 싫어하게 될지도 몰라.”
“으윽... 저는...!”
“그래도 넌 그런 짓을 하지 않아. 말했잖아. 넌 매사에 진지하고 고지식해. 넘지 말아야 하는 선은 절대 넘지 않아.”
“전 이미 한번 프로듀서를 찔렀어요!”
“그래. 찔렀지. 나를. 유리코도 아니고 유리코를 찌르려던 걸 내가 대신 찔린 것도 아니야. 나를 찔렀어. 그것도 절묘하게 급소를 피해서. 유리코를 찌르면 내가 널 미워할 걸 알고, 날 죽여서는 안 되는 걸 알고서. 너는 그때도 절대 넘어선 안 될 선을 지켰던 거야. 그래서 난 널 잠재운 거야. 지금은 그저 쌓여있는 스트레스와 충격이 너무 커서 그런 거고 시간이 지나면 괜찮을 거라고 믿고. 그리고 일부러 가장 행복했던 시절의 꿈을 꾸게 한 거야. 네 뇌가 스트레스를 없애고 또 네가 깨어났을 때 최초의 기억이 날 찌르는 장면이 아니라 행복한 기억이게 만들어서 정신적 충격을 중화하려고.”
“그렇지만 그게 반복되지 않을 거란 보장은 없어요. 죽이지는 않았다고 해도 찌른 건 사실이잖아요.”
“그 시절 너는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가장 친한 친구가 실종되고 내게 의존하다가 나마저 널 떠나는 줄 알고 그렇게 된 거야. 그렇지만 지금은 달라. 메구미는 지금 네 옆에 있고 나도 더 이상 너를 봐주지 못하던 시절의 내가 아니야.”
비록 그녀의 부모님은 돌아오지 않고 메구미는 예전과 다르다.
그래도 나는 이 아이를 돕고 싶고 도울 거고 반드시 행복하게 해줄 거다.
분에 넘치는 꿈이지만 40명 모두....
“그리고 만약 내가 네 사랑은 위험하다며 사랑을 접으라고 하면 할 수 있어?”
“아뇨. 못 해요. 저한테서 프로듀서마저 빼버리면 아무것도....”
“그렇지는 않겠다만... 어쨌든 결국 답은 뻔하네. 사랑을 포기할 수도 없는데 뭘 고민해. 오히려 난 이젠 꽤 많은 아이들과 소원해지는 바람에 네가 그런 말을 해주는 게 기쁘고 또 고마워. 질투? 해. 하면 되지. 그저 남을 상처입히거나 혹은 너 자신을 상처입히지 마.”
“하지만... 그건 제가 제어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만약 또 다른 여자가 프로듀서를 유혹하려고 하면 전 분명 또 화를 제어하지 못할 거에요.”
“으응.... 그럼 관점을 좀 바꿔볼까?”
“네?”
“앞으로 또 그런 모습을 보고 화가 나면 어떻게든 화를 참고는 나중에 나한테 찾아와. 그럼 내가 가능한 한도 내에서 상을 줄게.”
“상이란... 어떤?”
“으음... 뭐 그건 차차 정하도록 하고. 이제부턴 누가 나한테 어프로치 하는 모습을 봐도 그게 화낼 일이 아니라 오히려 내게서 무언가를 얻어낼 기회라고 생각하는 거야.”
“그런 걸로.... 가능할까요?”
“솔직히 말해서 난 그것도 필요 없다고 생각해. 난 널 믿어. 너라면 네 사랑을 잘 조절할 수 있을 거라고. 그리고 그럴 수 있도록 최대한 도와줄 거고 말이지.”
사실 이 아이의 사랑은 곤란한 것도 사실이다.
이 아이의 곁에는 내가 있어도 내 곁엔 이 아이만 있는 것이 아니다.
난 40명을 행복하게 해주기로 정했고 이 아이는 그중 하나.
그렇지만 행복하게 해주기로 했으니까 행복하게 해줄 거다.
그리고 굳이 내가 아니더라도 이 아이는 스스로 이겨낼 것이다.
문제를 인식하고 고치려는 의지가 있다.
그것만으로도 이미 앞날이 밝단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정말 병들어 있는 사랑이라면 문제라는 생각도 하지 않았을 테니까.
“증말... 아까부터 듣자듣자하니까 머에요~!!”
“유리코?!”
“질투에 상이라니... 그렇게 따지면 전 받을 거 으으음청 많그든요!”
“유리코 씨.... 과음했어...”
“애초에 프로듀서 씨의 옆은 제 자리거든요~! 프로듀서 씨가 직접 앉혀주신 거거든요!”
“그렇지만 유리코쨩 그 자리에서 쫓겨났잖아?”
“쫓겨난게 아니--!!”
“실례... 흡!”
“끄읋!”
얼굴이 시뻘개져서 날뛰려는 유리코를 에밀리가 당수로 기절시켰다.
생각해보면 마음고생이라면 이 아이도 상당하니....
“프로듀서 씨가.... 나빠...”
“알고 있어. 하아...”
메구미와 에밀리가 유리코를 양쪽에서 부축해서 가게를 나왔다.
*
“으응.... 안 되겠네.”
숙소로 돌아가는 도중 코토하의 휠체어가 갑자기 말을 듣지 않게 되었다.
동생이 만져보곤 있지만 고칠 수 없는 모양이다.
“바퀴에 뭐가 걸린 것 같지는 않은데... 안쪽에서 브레이크가 걸린 건가?”
“어쩌지?”
“휠체어는 접이식이라 들고갈 수 있지만 타나카 씨는....”
에밀리랑 메구미는 이미 유리코를 부축하고 있고....
“아, 프로듀서.”
“응?”
“아까 상을 준다고 했었죠?”
“뭐... 그랬지.”
“호텔까지 업어주세요!”
그렇게 코토하를 업은 채 호텔까지 이동하게 되었다.
아까 업었던 메구미에 비하면 등에 느껴지는 볼륨감은 덜 하지만 코토하가 은근히 움직이면서 몸을 비비고 있어서 괜히 자꾸 의식하게 된다.
특히 손으로 엉덩이를 받치고 있는 만큼 움직이면 손가락에 살집이 느껴지...진 않네.
역시 야위었나.
여기 있는 동안 찌워둬야 하려나...
*
“엿차. 코토하 불편하진 않았어?”
“오히려 좀 기분 좋았어요.”
“그래.... 아, 에밀리랑 메구미도 수고했어.”
“유리코 은근히 무게가 있네.”
“본인에겐 말하지 말라고?”
아마 울지도 몰라.
“그런데 곤란하네요. 코토하 씨의 바퀴의자가 망가져서는 내일 돌아다니는 게 어렵지 않을까요?”
“내일도 프로듀서가 업어주시면 돼요.”
“안 돼.”
“안 돼요.”
“그렇다네.”
“므우...”
볼을 부풀린 코토하.
귀엽다.
그래도 확실히 어쩐다.
내일 동생이랑 이야기해봐야겠다.
+3까지 다음날 있을 일을 적어주세요.
2 - 50 동생이 노력해봤음에도 불구하고 돌아오지 않는 휠체어의 상태. 결국 현지에서 전동휠체어를 하나 샀다.
51 - 99 동생의 노력이 통했는지 다시 굴러가는 휠체어. 하지만 이번 여행까지 밖에 못 쓸거 같고 코토하 재활도 시작할 겸 해서 일본으로 돌아가면 휠체어는 버리고 재활보조기구를 하나 사야겠다. 이오리한테 부탁하면 최신 외골격형으로 준비해주겠지?
100 P "어젯밤 휠체어에 대체 뭔 짓을 했길래 휠체어가 아이언맨 슈트로 변하냐?"
1~20 에밀리가 같이 남는다
21~40 메구미가 같이 남는다
41~60 코토하가 같이 남는다
61~80 P가 같이 남는다.
81~90 안나가 같이 남는다.
91~99 P의 동생이 같이 남는다.
100 과음은 본인책임이므로 숙소에 버리고 간다
아침이 되어 코토하를 어떻게 데리고 다닐지 고민하던 차에 동생이 희소식을 전해왔다.
복도로 나가보자 동생이 휠체어를 멀쩡하단 듯이 굴리고 있었다.
“고쳐낸 거야?”
“응. 이라고 하고 싶지만 아마 이번 여행 끝나면 바꿔야 할 것 같아.”
“뭐 그건 어쩔 수 없지. 이제 내일이면 귀국할 거니까 가서 바꾸... 아니지. 아예 재활을 위해서 그건 버리고 재활보조기구를 하나 장만하는 게 나으려나?”
미나세님한테 부탁하면 최신형 외골격으로 하나 장만해주시겠지.
갑부가 뒤에 있어서 든든하네.
“뭐 어쨌든 이걸로 코토하를 데리고 다시 여행을 만끽할 수 있겠네.”
“그러... 응?”
아아앗?!
유리코 씨?!
“뭐지?”
“방에서 무슨 일 있나?”
둘이서 방안으로 들어가자 순간 역한 냄새가 풍겨왔다.
방 중간에 유리코가 노란 토사물 웅덩이에 orz 모양으로 엎어져 있었다.
“유리코?!”
“유리코 괜찮아? 자 어서 화장실로 가자.”
“손을 꽉 잡아주세요.”
메구미와 에밀리가 토사물에 자기 발이 더럽혀지는 걸 개의치 않아하며 유리코를 부축해 화장실로 옮겼다.
나랑 동생 부부는 얼른 유리코가 뱉어낸 토사물을 치웠고 이후 여자들이 유리코를 깨끗하게 씻긴 뒤 옷을 갈아입혀 침대에 눕혔다.
*
“정말이지... 1주일 동안 두 번이나 과음과 숙취로 고생하다니... 얘 정말 알코올 중독인 건가?”
“그건 조금 위험한 거 아니야? 중독은 몰라도 몸에 부담은 갈 텐데.”
자고 있는 유리코의 머리를 쓸어넘기며 한 혼잣말에 동생이 반응했다.
다시 정신을 잃은 유리코를 두고 의논한 결과 여자들끼리의 시간을 주자며 나랑 동생이 남아 유리코를 지키고 다른 네 명은 놀러나갔다.
“그렇겠지. 원래 이렇게 술을 많이 마시는 아이가 아니었는데. 5년 동안 살면서 거의 안 마셨는데 요새 벌써 몇 번이나 얘가 만취하거나 숙취로 괴로워하는 모습을 봤어.”
“그거 혹시... 형 때문이야?”
“나 때문이겠지. 애초에 이 애들이 가진 문제 중에 내가 원인이 아닌 걸 찾는 건 어려울 걸?”
“자랑이다.”
“고러~엄 내 자랑이지.”
안 좋은 의미긴 하지만 아이돌들 깊숙이 나를 박아뒀단 소리잖아.
얼마나 대단한 일이야.
고럼고럼.
“안나에게 들었어. 모두를 행복하게 만들겠다며? 진심이야?”
“응.”
“그렇겠지.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해?”
“아니. 그래도 할 거야.”
“형을 싫어하거나 미워하는 사람도 있을지 몰라.”
“있을 거야. 그래도 날 싫어하는 건 괜찮아. 행복해지기만 하면 돼.”
“하아.... 좀 변한 건가 싶었더니 본질은 그대로네.”
“그리 쉽게 변하겠냐.”
아이돌들 모두가 행복해하면 나도 행복해진다.
그 부분은 변하지 않는다.
그거 말고 내가 행복해질 방법은 없고 내가 살아갈 이유도 없다.
그 외의 행복 따위 난 모르니까.
“나는 형의 그런 조금 유별난 행복론에 최고 수혜자니까 형의 그런 점은 긍정해. 남을 행복하게 해서 행복해진다니. 좋다고 봐. 그래도 말이지... 그걸 이해하지 못하는 입장에서 보면 남을 위해 자기 행복마저 포기하고 고생하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그래. 여태까진 숨겨왔으니까. 그러니 앞으로는 그냥 말하고 다닐까봐. 난 그런 사람이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과연 납득해줄지.... 뭐 그 부분은 형이 하기 나름이니까. 안나에게만 피해가 가지 않는다면 난 상관없어.”
“노력할게.”
도와줄게라는 말은 하지 않네.
뭐 이 녀석도 사실 은근히 드라이한 녀석이니까.
반밖에 섞이지 않았지만 바꿔 말하면 반이나 같은 핏줄이니 그렇겠지.
그나저나 그 애들 괜찮으려나.
요즘 번역기 기능은 우수하지만 남성공포증이 있는 메구미랑 세상 변한 걸 모르는 코토하가 좀 걱정인데....
안나랑 에밀리가 잘 커버해주길 바래야겠지.
+3까지 오후에 있을 일을 정해주세요.
동생 "형수님, 요즘따라 술 너무 많이 마시는데? 거의 중독 수준이야. 알코올 중독자 치료소로 보내야 되는 거..."
P "해도 될 말이 있고 해선 안 될 말이 있지. 농담으로라도 그런 소리 하지 마라."
동생 "법적으로는 이제 형이랑 형수님이랑 남남인데... 한 때 사랑한 배우자라서 그러는 거야?"
P "이혼한 와이프이기 이전에 내가 지켜야 할 아이돌이라서 그런다, 꼽냐?"
동생 "근데 형, 형도 이제 그 뭐같은 프로듀서 일도 그만두고 시간도 남아돌고 그런데, 기왕 이렇게 된 거. 와이프가 아니라 아이돌로서 확실히 보살필 수 있게 형수님이랑 재결합 하는 게 낫지 않아? 형수님도 지금 혼자 사시잖아."
때마침 잠꼬대를 부리는 유리코
유리코 "이 반지... 나한테 주는... 선물이야...? 와아... 이쁘다.... 고마워... 자기야... 사랑해... 헤헤헤..."
동생 "저거 봐봐. 잠꼬대까지 저러는 거 보면 형수님도 형한테 마음이 남아있는게 확실한데. 이혼 후 재혼은 좀 그렇지만 동거 정도는 괜찮잖아? 지금도 두 명이랑 같이 살고 있고. 부부 명의가 아니라 보호인과 피보호인 명의로 사는 거야. 내 생각에는 그게 아까 형이 말한 '아이돌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방법 같은데?"
“그러게.”
“형수님 정말 알코올 중독인 건가? 치료받아야 하는 거야?”
“모르겠다. 지난주에 나랑 리오랑 마실 때는 평범한 수준으로 마셨었는데. 그리고 형수님 아니다.”
그런 걸 보면 알코올만 들어갔다 하면 죽을 때까지 마시는 건 아닐 텐데.
그 전에 어떤 빈도로 마셨는지를 모르니....
“일주일 사이에 몇 번을 마신 거야?”
“토요일 밤에 한번, 어제 한번, 그리고 아마 화요일과 수요일 내내... 려나.”
“그럼 중독 이전에 단기간 과음이 문제일지도 모르겠네. 왜 그런 거 있잖아. 한번 폭음한 뒤에는 당분간 술에 대한 내성이 급격히 떨어지는 거.”
“과연...”
그럼 그런 상태에서조차 그렇게 술을 마신 건가.
확실히 당분간 술을 자제하도록 하는 게 좋을 것 같네.
“저기 형 어차피 프로듀서도 관둬서 시간 남아도는데 형수님을 와이프가 아니라 아이돌로서 돌보기 위해서라도 재결합하는 게 낫지 않아?”
“야 그건...”
“으응... 이 반지... 제게 주시는 거예요? 에헤헤..... 예쁘다... 고마워요 사랑해... 여보...”
“......”
“봐, 형수님도 형한테 마음 남아 있는 거 확실하잖아. 이혼했다가 다시 재혼하는 게 좀 그러면 그냥 동거라는 형태로도 가능하잖아. 지금도 두 명이랑 같이 살고 있고. 그게 아까 형이 말한 '아이돌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방법 아냐?”
“말 참 쉽게 하네. 한번 갈라졌다가 다시 붙는다는 게 그리 단순한 건 아니라고? 갈라진 원인이 해소되지 않으면 같은 일이 반복될 뿐이야. 그리고 그 원인은 단순히 시간이 없어서도 아니었고. 애초에 지금 같이 사는 두 사람도 그 둘에게 도움이 필요해서 내가 붙어 있는 거지 솔직히 탐탁치는 않아. 이 애들에게도 유리코에게 한 것과 같은 짓을 할까 봐 걱정이고.”
물론 내가 유리코를 소홀히 한 이유엔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점도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이유다.
그렇지만 그와 비슷할 정도로 문제였던 것이 그 애와 부부라는 관계가 되면서 너무 가까워지는 바람에 다른 아이돌들이 내게 다가오기를 부담스러워 한 점이다.
모두와 같은 관계였다면 모두가 사양하지 않고 다가와 주지만 임자가 있는 몸이 되자 어느 정도 거리를 두려는 모습이 보였다.
그건 싫다.
그래서 유리코와 일부러 거리를 두어 다른 애들이 마음 편히 다가올 수 있게 한 거였다.
몇몇 아이돌들에게 따로 임자가 생겨서 나와 거리를 두려고 하는 경우도 있다.
그건 나한테서 멀어지는 게 아니라 나보다 더 가까이에 누군가를 두는 것이니까 괜찮은 거다.
“형이 행복해지려면 형수님 한 명을 행복하게 하는 거로는 부족하단 거지?”
“그런 식으로 말할 수도 있으려나.”
“예전엔 나 한 사람 키워내는 것만으로 만족하던 인간이 40명을 돌보고 나니 욕심이 많아졌네...”
“지금 같이 있는 두 사람은 명백히 도움이 필요해서 내 옆에 있다는 것을 다른 아이돌들도 알기 때문에 그나마 나은 거지. 전 와이프였던 유리코와 사는 건 명백히 그 이상의 무언가라는 거로밖에 보이지 않잖아. 그러면 난 아마 또 같은 짓을 반복해버릴지도 몰라. 차라리 다들 다른 좋은 남자 만나서 행복해지는 편이 더 나아.”
당장 유리코랑 같이 살게 된다면 에밀리나 메구미가 지금처럼 나에게 쉽게 다가와 줄까?
아마 아닐 거다.
두 사람 다 과할 정도로 타인을 배려하는 아이들이니까.
“뭐 알았어. 형의 그 성격은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닐 테니까. 더 이상 이야기 안 할게.”
“알았으면 됐어. 그리고 형수님이라 부르지 마.”
*
“그러더니 이젠 소리 내서 웃는데 그게 얼마나 귀여운지...”
“그래...”
좀 전의 이야기가 끝나고 괜히 어색한 침묵이 흐르는 게 싫어서 쿄우야 이야기를 꺼냈더니 신이 나서 떠들고 있다.
“또 우리를 똑바로 쳐다보게 되었다니까! 들어서 안아주는데 내 눈을 보더니 웃어줬어!!”
“후후후...”
“뭐야?”
“아니, 완전히 아들바보 다 되었구나 싶어서. 내가 키운 녀석이 이젠 자기가 키우는 아들 이야기를 나한테 하고 있으니까 감개무량하다고 해야 하나...”
“형도 키워보면 알아. 아빠란 건 결국 자식바보가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니까. 아 맞아. 얘가 완전 천재인지 벌써 말도 해!”
“응?”
이제 겨우 50일 정도인데?
뭐 이 녀석의 DNA가 박혀 있을 테니 천재인 건 이상하진 않지만, 아무리 그래도 너무 빠른데?
“내가 맨날 안나를 보고 안나라고 부르니까 쿄우야도 안나라고 부르더라고! 그래서 이제부턴 안나를 애기 엄마라고 부를까 생각 중이야.”
“뭐 애를 낳으면 이름보단 누구 엄마라고 불리는 경우가 많기는 하지. 그게 관련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뭐 그냥 옹알이가 발음이 안나로 들렸던 거겠지만.
딱 옹알이 시작할 시기이기도 하고.
비슷한 이야기를 코노미 씨한테도 들었던 적이 있네.
“그리고 그리고...!”
“으응... 프로듀서 씨..... 안 돼..!”
신나서 아들자랑을 하던 동생의 말을 끊은 것은 유리코의 잠꼬대였다.
유리코의 상태를 보자 악몽이라도 꾸는 건지 식은 땀을 흘리며 괴로운 표정으로 뒤척이고 있다.
“으음... 이렇게 된 거 아예 깨울까?”
“주무신 시간만 거의 15시간 정도니 깨우는 게 맞겠지.”
“그래. 유리코. 일어나. 유리코!”
유리코의 어깨를 잡고 세게 흔들자 허걱!하는 소리를 내며 유리코가 벌떡 일어났다.
“유리코 괜찮아?”
“프로...듀서...씨? 프로듀서 씨!!”
대체 무슨 꿈을 꾼 건지 유리코가 갑자기 나에게 안겨들어 흐느끼기 시작했다.
조용히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달래고 나자 부끄러운 건지 고개를 돌려버렸다.
“그런데 지금 몇 시에요?”
“거의 4시 정도.”
“에엣?! 어째서 더 일찍 안 깨워주신 거예요?!”
“그야 뭐....”
“내일이면 돌아가야 하잖아요! 게다가 오전 비행기라면서요!”
“그야 그렇지. 비행시간이 얼만데.”
“그럼 사실상 오늘 밤이 스페인을 즐길 수 있는 마지막 시간... 우우... 좀 더 다양한 곳을 돌아다니고 싶었는데....”
“뭐 언젠가 한 번 더 오면 되는 거지. 뭘.”
“다시 데려와 주실 건가요!?”
“확답은 못하지만....”
스페인이 아니더라도 갈 곳은 많이 있으니까.
우선 이따가 저녁에 대해 생각하자.
저녁부터는 다시 합류하기로 했으니까.
+3까지 잘 때까지 있을 일을 정해주세요.
@ 조금 힌트를 던지자면 저번에 모든 걸 포기하더라도 유리코를 구하려던 주사위 앵커는 프로듀서 내에서 유리코는 소중한 40명 중 하나가 아니라 특별한 하나가 되는 첫단추였습니다. 뭐 그땐 다들 주사위 잘못 나왔다며 절규했지만, 그거 아니었으면 유리코 루트 아예 봉쇄했을 겁니다. 물론 아직 갈 길 멀지만요. 다른 아이돌의 경우 프로듀서는 처음부터 모든 아이돌에게 반해 있는 거나 다름없기에 열심히 이벤트를 쌓아 올리다 보면 점점 가까워지겠지만, 유리코는 한번 실패하고 벽을 쌓은 거라 훨씬 어렵습니다. 아마 제일 쉬운 게 하렘일 걸요.
하긴 남자 둘이 같이 갔으면 몰라. 여자들만 있는 무리에 한명이 떨어지면 쉬운 먹잇감이 되는거지.
다행히 안나와 에밀리가 찾았고 안나와 에밀리고 당할 뻔 했는데 코토하 등장. 휠체어를 타고 있어도 아우라로 한번 잡고 주변에 있던 기다란 얇은 철 봉으로 펜싱. 정확하고 빠르게 남자들 머리를 공격했다고 한다... 그거 펜싱은 찌르는 거 아니야? 어... 음...
메구미는 패닉 상태. 몸이 떨리고 구역질도 하고 울고 난리도 아니다. 프로듀서와 동생도 못 보는 거 같다. 일단 방으로 들어가는 남자 2명
1~30 진정하지 못하고 착란상태에 빠져 주변물건을 던져댄다.
31~60 조금 진정한것 같지만 아직 공포가 가시지 않았는지 혼자 있고 싶다고 한다.
61~90 이제 괜찮다고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다시 관광을 하러 나가자고 말한다.
91~99 과호흡증상을 보이며 고통스러워한다.
100 메구미합삐 해지는 약을 주사한다.
P "무리야. 비행기표를 구하는건 둘째치고 지금 메구미를 설득하는거 자체가 안 되잖아?"
코토하 "메구미도 엄청 고생이 심했나봐요... 제가 없었던 사이 대체 극장에 무슨 일이 있었길래..."
동생 "그냥 우리는 밖에 나가서 메구미 씨가 진정해질 때까지 기다리자. 메구미씨 스스로 정신을 차리는게 가장 좋은 방법 아닐까? 지금은 그게 최선이야."
그렇게 메구미를 방에 남겨두고 밖으로 나가는 P 일행. 메구미가 문을 걸어잠근 방문 앞에 작은 글귀와 함께 P 폰을 두고 나간다. "메구미. 마음껏 울어도 괜찮으니까 조금 진정됐다 싶으면 내 동생 폰으로 전화해줘."
“응? 돌아왔나보네.”
문 열리는 소리와 함께 여러 명이 방안으로 들어오는 소리가 났다.
방에서 나가 현관을 바라보자 나갔던 네 명이 급하게 들어왔다.
“왔... 메구미?”
“에... 시, 싫어!!!!!!!!”
메구미가 날 보더니 갑자기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았다.
자세히 보니 몸도 계속 떨고 있고 다른 세 명도 얼굴이 창백하다.
“프로듀서 죄송하지만 잠깐 방에 들어가 계세요. 동생분도요. 좀 이따가 설명할게요.”
“아, 응!”
“알겠습니다.”
나랑 동생은 다시 방으로 들어가고 거실에 여자들이 모여 메구미의 상태를 보는 것 같다.
메구미가 울면서 소리 지르는 소리, 무언가가 계속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 애들이 메구미를 말리는 소리나 비명을 지르는 소리, 메구미가 구역질하는 소리까지 보이진 않아도 거실이 얼마나 지옥일지는 대충 상상이 갔다.
*
잠시 시간이 지나자 거실이 잠잠해지고 나와도 된다는 소리가 들려 거실로 나갔다.
거실의 상태는 참담했다.
옷이며 쿠션이며 손에 들 수 있는 크기의 웬만한 것들은 전부 바닥에 널부러져 있다.
컵이나 접시 같은 것들이 없는 게 천만다행이다.
“잠시만요 금방 치울게요.”
“아, 나도 도와줄게.”
“코토하 씨은... 됐어....”
“에? 어째서?”
“코토하, 뺨에서 피나고 있어.”
“아.... 괜찮아요! 지퍼에 살짝 스친 거뿐이에요!”
“기다려, 약 있으니까.”
안나랑 유리코, 에밀리와 동생이 거실을 치우는 동안 코토하의 뺨에 연고와 반창고를 붙여주었다.
코토하의 얼굴이 빨개진 것은 일단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정리가 끝나고 메구미를 빼고 모두가 거실에 모여 이야기했다.
“그래서... 대충 예상은 가지만 상황을 좀 설명해줄래?”
“그게... 잠깐 저희 세 명이랑 메구미 씨랑 떨어졌던 찰나에 남성분들께서 메구미 씨에게 치근덕대는 바람에.... 저희가 봤을 땐 이미 메구미 씨를 둘러싼 채 메구미 씨의 어깨를 끌어안고 얼굴을 비비거나 허벅지를 손으로 문지르는 등....”
우지끈!
“아아, 미안. 나도 모르게 손에 든 연필에 힘을 너무 줬네. 신경 쓰지 말고 계속해줘.”
“아, 네. 그래서 저랑 안나 씨가 달려갔지만, 남성분들 수가 더 많고 덩치도 커서 오히려 저희도 끼워준다면서 다가오는데...”
콰직!
“아아, 죄송해요. 폰에 힘을 너무 줬네요. 신경 쓰지 마세요. 스튜어트 씨.”
“나도 부러진 연필이 또 부러져 버렸네. 신경 쓰지 말고 계속해줘.”
“당신... 얼굴 풀어. 안나는... 괜찮으니까?”
“에... 그 도망치는 거라면 익숙하고 자신도 있지만, 메구미 씨가 완전히 얼어버리시는 바람에.... 그런데 코토하 씨가 어디선가 쇠파이프를 들고 오시더니 휠체어에 탄 몸으로 남성분들의 머리를....”
“다행히 몸이 아직 펜싱하던 시절을 기억하고 있더라고요.”
“쇠파이프로 머리를 찌른 건가.... 코토하.... 잘했다.”
“타나카 씨. 나중에 제대로 감사를 전하겠습니다.”
생각해보면 애초에 여자들만 보낸 게 잘못이다.
미녀가 4명이나 몰려다니는데 남자가 안 꼬이는 게 오히려 이상한 거겠지.
“역시 우리 중 하나는 따라갔어야 했는데...”
“설마 아직 6시도 안 되었는데 길거리에서 그런 짓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니... 스페인은 무서운 곳이네요.”
“이상한... 나라...”
“일본은 전 국민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다고 해도 될 정도로 감시망이 깔렸지만, 이쪽은 자유 침해라며 그런 게 덜하니까.”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
중요한 건 메구미다.
“아예 메구미 씨를 지금 바로 일본으로 보내는 게 좋을까요?”
“무리야. 비행기표를 구하는 건 둘째 치더라도 지금 메구미를 설득할 방법이 없잖아. 게다가 일본에 돌아간다고 해서 낫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15시간 동안 비행기 안에 있어야 하는데 비행기에 여자만 있는 게 아니잖아.”
“메구미.... 대체 사라졌던 동안 무슨 일이... 저런 메구미는 본 적도 없어요.”
“형 말대로 토코로 씨가 저 상태면 귀국하는 것도 녹록지 않아. 토코로 씨가 스스로 정신을 차리게 하는 게 제일 나은 방법이야. 우린 잠시 나가서 토코로 씨가 진정할 때까지 기다리자.”
동생에 말에 달리 방법이 없으니 다들 이곳이 아닌 동생과 안나의 방으로 이동했다.
나는 가기 전에 메구미가 틀어박힌 방 문틈에 실컷 울고 얼마든지 기다릴 테니까 진정되면 동생에게 전화를 주라는 쪽지를 끼우고 문 앞에 폰을 두었다.
1~33: 곧 자정인데 메구미에게 연락이 오지 않는다.
34~66: 슬슬 9시인가. 한번 상태를 보러 가는 게 좋겠네.
67~99: 진정됐을 때 달래줄 사람 한명은 남는 게 좋지 않을까?
100:...
먼저 2표 갑니다.
슬슬 진짜로 불안하다.
“미안하지만 누가 가서 메구미 상태 좀 봐주지 않을래?”
“그럼 제가 갈게요.”
“부탁해 에밀리.”
역시 메구미를 달래기엔 요 몇 달 계속 같이 생활한 에밀리가 좋겠지.
코토하랑 친한 건 맞지만 코토하는 오랫동안 잠들어 있었고 에밀리가 메구미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진 않은 비슷한 계열의 고통을 겪었으니 더 잘 도와줄 수 있을 것이다.
“혹시 모르니 형도 같이 가봐.”
“내가?”
“응. 아직 토코로 씨가 진정하지 못했다면 위험해도 진정한 뒤라면 형이 필요할 거야. 문 밖에서 대기하다가 스튜어트 씨가 신호하면 들어가면 되잖아.”
“으음... 뭐 알았어.”
그렇게 나랑 에밀리가 메구미의 상태를 보러가기로 했다.
방에 들어가자....
+3까지 85 체크입니다. 와 정말 너무 쉽게 해버렸다. 전에도 이랬다가 코토하 꺄어났잖아.
순간 불길한 예감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메구미!”
철컥!
“큿.... 젓가락!”
급히 메구미가 있는 방의 문을 열려고 했지만 굳게 잠겨 있었다.
부엌에서 젓가락을 가져다 문을 따고 안에 들어가자 메구미가 바닥에 쓰러져있다.
“메구미?!”
“메구미 씨?!”
“으응...”
“자... 잠든 건가...”
하아.......
눈 밑이 빨갛게 부은 걸 보아 울다 지쳐 잠든 것 같다.
“일단 메구미는 이대로 자게 두자. 내가 침대로 옮길게.”
“네.”
메구미를 들어서 침대에 조용히 눕혀준다.
자고 일어났을 때 조금이라도 공포가 누그러들어 있기를 바라며 다른 애들 불러서 짐 싸자.
내일 아니 이미 오늘인가.
아침에 나가야 하니까.
*
다음날 아침 잠에서 깨어난 메구미는
1~33: 어제만큼은 아니어도 상당히 무서운 것 같다. 얼굴도 똑바로 보지 못한다.
34~66: 프로듀서 집으로 오기 전의 메구미랑 비슷한 느낌이다.
67~99: 프로듀서를 상대할 때는 그나마 나아 보인다.
100: 단순 발작이었을 뿐 원래대로 돌아옴.
먼저 2표입니다.
@ 많이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근데 결국 또인가. 앞으론 평균 85 이상으로 해버릴까...
“에밀리... 어제는 미안...”
“아뇨아뇨! 메구미 씨는 하나도 잘못한 거 없으세요!”
“안녕 메구미. 오늘은 괜찮아?”
“코토하. 고마워.... 하지만 자신은... 없으려나...”
“우선.... 남자들에게... 가봐?”
“응. 노력해볼게.”
여자들의 응원 속에서 메구미는 나에게 다가왔다.
내 앞에서 우물쭈물하고 있어서 마음 굳게 먹고 내가 먼저 말을 건넸다.
“안녕 메구미.”
“응... 안녕. 프로듀서.... 다행이다...”
“다행이라니 뭐가?”
“프로듀서는... 무섭지 않아. 이렇게... 손도 잡을 수 있어.”
“그렇구나... 고마워 메구미. 날 무서워하지 않아 주어서.”
“으응... 나야말로 고맙지. 비록 어제는 무서웠지만, 그래도 프로듀서가 날 위해 노력해준 덕분에 프로듀서를 무서워하지 않게 되었으니까.”
메구미는 내 손을 양손으로 꼭 붙잡고는 마치 되새기듯이 몇 번이고 만지고 주무르고 꽉 쥐고 문질렀다.
살며시 메구미의 머리를 쓰다듬자 잠깐 움찔했지만 그래도 조용히 머리를 맡겨주었다.
이 아이와 보낸 시간이 헛되지 않았단 것이 다시 한번 마음속 깊이 느껴졌다.
“아, 토코로 씨.”
“꺄아악!”
메구미는 동생을 보자마자 비명을 지르며 내 뒤로 숨었다.
아무래도 괜찮은 건 나 하나뿐인 모양이다.
*
어찌저찌 공항까지는 무사히 도착했지만 정말 괜찮을까.
메구미를 위해서라면 좀 나아질 때까지 스페인에 불법체류도 할 수 있다고 했지만, 그건 좋지 않다며 억지로 공항에 왔다.
부디 집에 갈 때까지 아무 일 없기를...
1~33: 심사에서 하필 남자 심사관! 대답 못 하고 무서워하다가 남자 경비들까지 와서 붙잡는다.
34~66: 공항에서 줄 서거나 할 때 남자랑 몇 번이고 스치고 그때마다 공포와 구역질 호소.
67~99: 아이돌들의 철통 방어로 겨우겨우 큰 고비 없이 귀가.
100: .
먼저 2표 갑니다.
“제가 메구미 씨의 오른쪽, 유리코 씨가 왼쪽.”
“그리고 내가 메구미의 뒤에 서면 되는 거지.”
“미안해. 나 때문에...”
“괜찮아요! 자 가요!”
메구미를 중심으로 앞에 코토하 좌우에 에밀리와 유리코 뒤에 내가 서서 메구미를 철통 방어한다.
보안대 통과, 출국심사, 입국심사 할 때는 눈치 보다가 여성이 있는 곳으로만 가게 하고 비행기에선 창가에 앉히는 등 메구미 주변에 남자의 접근을 최대한 차단했다.
물론 완벽하게 막아내는 건 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메구미에게 무슨 문제가 생길 수준은 아니었다.
*
일본에 도착해 코토하는 타네다 씨를 불러다 보내고 동생네랑도 헤어진 뒤 유리코를 집까지 태워다 주고 집으로 돌아오자 이미 밤이 늦었다.
이만 씻고 침대에 다이브 했다.
잊고 있었는데 카오리 씨랑 만나기로 했던 것이나 미나세 님이 사장 시체에 대해 이야기한 것도 있었지.
내일 어쩐다...
1~33: 나이는 이기지 못한다. 여행에 지치는 바람에 몸살.
34~66: 이오리에게 가자.
67~99: 카오리랑 만나자.
100: ...?
먼저 2표 갑니다.
@ 메구미 강하다!
사장이야 뭐 미나세 님이 어떻게든 해주시겠지.
그럼 바로 내일 만날 수 있는지 메일을 보내자.
*
잠시 후 카오리 씨한테서 가능하다고 답장이 왔다.
그럼 내일 일정은 정해졌네.
이제 그만 자자.
+3까지 카오리와 있을 일, 할 이야기 등을 정해주세요.
프로듀서: 그러게...
카오리: 그럼 이제 에밀리 씨랑 메구미 씨랑 같이 살고... 저랑 했던 결혼 계획은 없어진건가요? 아니면 아직 기회가 있나요?
...그런가요.
아니요, 그건 프로듀서 씨의 잘못이 아니에요.
분명, 누구의 잘못도 아니에요.
저기, 프로듀서 씨.
유리코나 다른 아이들과는 언제까지 함께하실 건가요?
그 아이들이 싫은 게 아니에요. 하지만 지금은... 프로듀서가 온전히 그 아이들만을 위해 함께하고 있다는 게 너무 괴로워요.
조금 여유가 생기셨다면, 주변을... 저희를 봐주셨으면 해요. 모모코 짱, 이쿠 짱, 츠무기 짱, 그리고 세리카 짱... 다들 아직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어요. 그래도 아이돌이고, 윗사람으로서 필사적으로 처신할 뿐이에요.
저도, 요.
--- (전화)
그런가요... 알겠습니다.
......
프로듀서 씨... 도와주세요.
@ 복귀?했습니다. 최근 너무 바빠서 앵커를 못달았네요. 어떻게든 다시 참여를 해야 하는데..
1~30 자신의 맞선이 다음주 주말에 잡혔다.
31~60 세리카가 내부 권력투쟁에 휘말려 부상당했다 (다이스값이 낮으면 약한 염좌 정도, 높으면 골절이나 2도 이상 화상 등.)
71~99 홀수-이쿠 짝수-츠무기에게 사생팬이 습격하는 사태
100 이 모든 일
“네, 안녕하세요.”
약속 장소로 가자 카오리 씨가 조용히 맞이해주었다.
적당히 커피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자 여행이 어땠는가를 물으며 가볍게 이야기를 하곤 카오리 씨가 진지한 얼굴로 물었다.
“유리코쨩이나 에밀리쨩, 메구미쨩은 잘 있나요? 아, 이제는 코토하쨩도 있죠. 어때요?”
“뭐... 그렇네요. 잘 지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좀 잘 안 되기도 하지만... 그래도 다들 노력하고 있죠. 제가 좀 더 잘 도와줄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자꾸 실수하고 실패해서...”
“그런가요. 그렇지만 그건 프로듀서 씨의 잘못이 아니에요. 분명 누구의 잘못도 아니겠죠.”
그럴까?
아니다.
분명 내 잘못이 크다.
그러니까 어떻게든 하고 싶은데 말처럼 쉽지가 않은 거지.
도착한 커피를 한 모금 마시자 입안에 씁쓸함이 퍼져나갔다.
좀 단 걸 시킬 걸 그랬네.
“한가지 묻고 싶은 게 있어요.”
“뭐죠?”
“유리코나 다른 아이들과는 언제까지 함께하실 건가요? 그 아이들이 싫은 게 아니에요. 하지만 지금은... 프로듀서 씨가 온전히 그 아이들만을 위해 함께하고 있다는 게 너무 괴로워요. 프로듀서 씨는 분명 저와 결혼을 약속하셨죠. 그렇지만 계속 사건이 터지면서 어느새 흐지부지되어 버린 채 지금은 에밀리쨩이랑 메구미쨩이랑 살면서... 저랑 한 결혼 약속은 없어진 건가요?”
“그건...”
“요즘 들어 아버지의 결혼 독촉이 견디기 힘들 정도로 심해지셨어요. 프로듀서 씨만 보며 살아왔는데 사실상 차인 거나 다름없지 않냐며 다른 사람을 찾으라고... 어떤가요? 저에겐 아직 기회가 있는 건가요?”
.......
똑바로 말해야겠지.
더 이상 어중간한 태도를 유지하는 건 잘못된 일이겠지.
분명.... 그럴 거야.
“솔직히 말씀드리면.... 없다고 생각해주셨으면 하네요.”
“읏......! 어째서...죠?”
“유리코와 이혼하고... 카오리 씨와 한 약속도 흐지부지되고 반년 동안 몇 번이고 생각했어요. 저는 당신을 포함해 제가 담당했던 39명 모두를 사랑해요. 그건 틀림없어요. 하지만.... 그건 당신들이 생각하고 느끼고 바라는 그런 사랑과는 달라요.”
“부모자식 사이의 사랑.... 같은 건가요?”
“아뇨, 그런 보답없는 무조건적인 사랑도 아니에요. 훨씬 이기적이고 독선적인 사랑이죠. 저는 사랑하는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어요. 제가 어떻게 되든 상관없이... 그 사람의 행복에 제가 공헌했다는 사실이 절 행복하게 해줘요. 그렇지만 한 사람만으론 부족해요. 40명... 한번 경험하고 나니까 욕심이 많아져 버리더군요. 동생을 빼면 다들 이런 건 사랑도 행복도 아니라고 부정하더군요. 카오리 씨는 어떤가요?”
“그건..... 잘못된 건 아닐지 몰라도 역시 조금 다르다고 생각해요.”
“네. 그래서 안 되는 거예요. 전 당신의 바람을 들어줄 수 없어요. 만약 제가 카오리 씨와 결혼한다고 해도 저는 당신만을 사랑하지도 못하고 또 다른 아이돌들을 행복하게 해주려 하겠죠. 그리고 당신이 주는 사랑을 받지 못하고 당신이 저에게 바라는 사랑을 채워주지도 못하고 결국 당신을 행복하게 해주지도 못해요. 그러면 저도 행복해지지 못해요. 유리코 때랑 하나도 달라지지 않아요. 그런 결혼에 무슨 의미가 있나요.”
“.......”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마세요. 그저 제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못났고 이기적이고 나쁜 사람이라 아내를 행복하게 해주기는커녕 자기 행복을 위해 다른 여자들을 쫓아다니겠다고 말하고 있는 거예요. 서로가 생각하고 바라는 사랑이나 행복의 형태가 어긋나 있는 걸 조율하려고 하지도 않겠다는 그런 한심한 이야기에요.”
카오리 씨는 그저 내 말을 듣고만 있었다.
말을 마치고 커피를 다시 한 모금 마시자 카오리 씨도 따라 한 모금 마시고는 입을 열었다.
“그게 당신의 진심인가요?”
“네.”
“그렇군요.... 좋아요. 이 이야기는 여기서 마치죠.”
“그러면..!”
“아니요. 그저 생각해야 할 것이 또 하나 늘었을 뿐이지 달라진 건 없어요.”
“읏.... 정말... 다들 왜 그렇게까지 나를...”
“글쎄요. 그 답은 아마 당신이 가장 잘 알고 있을 텐데... 조금 전까지 열심히 그거에 대해 이야기하셨고.”
이야기했다니... 언제?
애초에 그걸 알고 있다면 이렇게까지 되지 않았을 테지.
원인을 잘라내면 결과가 없어지는 법이니까.
“그럼 이번엔 제가 아니라 모두의 이야기를 할게요. 프로듀서 씨 이제는 여행도 갈 정도로 여유가 생기신 거 맞죠?”
“시간적 여유라면 확실히 예전과는 비교가 안 되긴 하죠.”
“그러시다면 주변을... 저희를 봐주셨으면 해요. 모모코쨩, 이쿠쨩, 츠무기쨩, 그리고 세리카쨩... 다들 아직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어요. 그래도 아이돌이고, 윗사람으로서 필사적으로 처신할 뿐이에요.”
“그렇네요... 그 부분은 카오리 씨의 말씀이 백번 옳아요. 저도 다른 아이돌들을 돌아볼 필요송에 대해선 느끼고 있었어죠. 다만.... 어렵네요. 한 명씩 만난다고 하면 한 번씩 만나는 데만 한 달이 걸리고 여럿이서 만나면 진솔한 이야기가 하기 어렵고 다들 나름의 스케쥴도 있고. 예전의 프로덕션처럼 자연스럽게 또 당연하게 만날 수 있는 공간이 사라진 것은 은근히 뼈아픈 일이에요.”
“아이러니한 일이네요. 프로듀서를 그만둬서 여유가 생기시니 이번엔 프로덕션이란 공간이 없어서 불편하다니...”
“애초에 프로덕션이나 프로듀서란 직책이 없었다면 모두를 만나지도 않았겠지만, 또 우리가 어긋나게 된 이유도 프로듀서란 자리와 프로덕션의 위기와 성장에 있으니.... 그래도 언제까지고 이런 변명만 늘어놓을 순 없겠죠. 정한 이상은 해야 하니까.”
“좋은 자세... 음? 잠시만요.”
카오리 씨는 갑자기 걸려온 전화를 받더니 표정이 안 좋아졌다.
뭔가 문제라도 생긴 건가?
“프로듀서 씨. 도와주세요..!”
“무슨 일이죠?”
“츠무기쨩이... 사생팬에게 습격당했어요...”
“큭... 바로 가죠.”
“네.”
*
프로덕션에 도착해 바로 회의실로 올라가자 코노미 씨나 리오, 총괄 프로듀서까지 다양하게 모여있었다.
“프로듀서..?!”
“안녕하세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상황을 설명해주세요.”
1~33: 길에서 츠무기의 팬이라고 접근한 사람들에게 납치당함. 현재 추격 중.
34~66: 라이브 대기실에 혼자 있는데 습격, 강간당할 뻔 함.
67~99: 사인회에서 흉기를 들고 날뜀. 금세 제압했지만 얼굴에 상처를 입음.
100: 꽃다발 속에 벌이 있었음.
먼저 2표 갑니다.
“뭐..?”
“아, 그래도 직전에 우연히 스태프가 발견해서 미수로 끝나긴 했지만 츠무기쨩 충격이 커서....”
“그래서 그 애는 지금 어디에 있죠?”
“일단 특별 휴게실에서 쉬고 있어.”
“그 애의 프로듀서는?”
“같이 있을 거야.”
“그래.... 그럼 나도 그 아이에게 가볼게. 괜찮지?”
“응. 부탁해.”
“경비 회사랑 해당 스테이지 쪽에는 제대로 책임을 묻는 것도 잊지 말고. 아 설마 우리 시어터야?”
“아니, 외부 라이브였어. 그런 일은 걱정하지 마. 우리도 잘 알고 있으니까.”
“그럼 카오리 씨. 전 츠무기에게 갈게요.”
“아 네!”
코노미 씨랑 리오에게 상황을 듣고 카오리 씨에게 양해를 구하고 바로 츠무기에게 향한다.
카오리 씨가 따라올지는 모르지만, 일단 츠무기가 먼저다.
*
특별 휴게실로 가자 츠무기의 프로듀서가 문 앞에서 날 기다리고 있었다.
“모모세 씨께 연락받았습니다.”
“그 애의 상태는 어때?”
“그게...”
1~33: 공포에 질려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는다.
34~66: 잔뜩 울고 나니 나름 추스르고 있다.
67~99: 이 정도는 아니어도 팬들과의 충돌은 아이돌의 숙명. 괜찮은 모양이다.
100: 쬐깐하더군요.
먼저 2표 갑니다.
@ 요즘 바빠서 자꾸 창댓이 밀리네요.... 연말은 이래서 싫어. 크리스마스 빼고 늘 바빠...
“그래... 알았어. 이번엔 내가 한번 들어가 볼 테니까 넌 사건 수습에 힘 써줘.”
“네. 부탁드립니다.”
그를 보내고 휴게실로 들어가자 무릎을 감싸 안은 채 침대 위에서 이불을 얼굴 위쪽까지 덮어쓰고 얼어 있는 츠무기를 볼 수 있었다.
차라리 메구미처럼 날뛰기라도 하면 지쳐서 잠들기라도 하지 이렇게 혼만 빠진 상태면 어떻게든 이쪽으로 정신을 돌려야 하는데....
“츠무기?”
“........”
“츠무기 내 말 들려?”
이불 위에서 츠무기의 몸을 살짝 쓰다듬으며 불러봤지만, 살짝 움찔하고 삐져나온 은발이 조금 움직일 뿐이다.
어쩐다....
+3까지 츠무기의 반응을 불러 일으킬 방법을 적고 굴려주세요. 가장 큰 값이 80을 넘겨야만 그 값으로 갑니다.
흠칫!
하고 이불이 떨렸지만, 튀어 나오진 않는다.
그래도 반응이 있다는 건 진짜로 영상을 틀면 나온다는 소리겠지.
어디 영상이라면 많이 있는데 뭐가 좋을까....
+3까지 츠무기의 흑역사 영상 내용을 적고 굴려주세요. 가장 작은 값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