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반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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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부터 벼르고 있던 SF창댓입니다.
배달쪽이 왜 그렇게 묻혔는지 계속 연구를 하다가, 게임 형식이 아닌 적당히 스토리 형식이면 스토리만 잘 짜면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으로 이리저리 개조했던 물건입니다.
사실 완성된건 1달 쯤 전이지만 하도 하는게 많아서 말이죠...
린 창댓도 끝나간다, 한 번 열어봅니다.
※주의 : 일단 상냥한 세계관은 아니기에 아이돌이 중간 사망 판정이 나버릴지도 모르는 세계입니다.
※연재텀이 길겁니다. 그러니, 앵커는 '거의' 무한정으로 받을 예정입니다. 무슨 이야기인지는 한 번 보시면 쉽게 아실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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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네?"
"쿠키라던가, 초콜렛이라던가."
"좋아하는 편이에요."
내 질문에 멍하니 대답하는 세리카.
아무래도 지금 왜 이런걸 묻는가 궁금한거겠지.
하지만 정말 별 이유 없다.
"그럼 적당히 쿠키라도 만들어 줄까."
"엣, 가능하신가요?"
"요리같은건 배웠으니까 말이야."
요리, 집필, 연주, 학습...
원하지도 않은 것들을 머릿속에 주입당했다.
뭐, 지금와서는 크게 생각하고 있지는 않지만 내 성격이 이렇게 된 것에 가장 큰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도 일단 이렇게 써먹을 수도 있고.
"재료는 식당에 가서 구할 수 있을려나."
"그럴...걸요?"
"그럼 가 볼까?"
내가 손을 내미니 그 손을 잡고 따라오는 세리카.
식당에 도착해서 나는 요리장에게 물었고, 허락을 맡고 재료를 약간 가지고 왔어.
밀가루하고 버터, 설탕, 베이킹 파우더... 그리고 초콜렛.
기억을 하고 있는 레시피대로 반죽을 하고, 적당히 오븐에 넣어둔다.
그리고 바삭하게 구워지는걸 기다리고...
"자, 다 됬어. 먹어봐."
"ㄴ, 네...! 잘 먹겠습니다..."
쿠키를 한 개 집어서 입에 넣는 세리카.
그리고...
"맛있어요...!"
"그래, 그럼 좀 더 먹어. 나도 좀 먹어볼까나."
나도 내가 만든것을 한 개 집어 먹었다.
입에서 바스라지는것이, 역시 이 레시피로 하면 조금 퍽퍽해지네.
물... 우유 있나?
나는 식당에서 우유를 한 병 가지고와서 컵에 따랐다.
"...하아..."
세리카는 그것을 마시고 숨을 크게 내쉬었다.
아까전보다는 조금 안정을 찾은 느낌이다.
안정을 찾았달까, 조금 흥분되어 있던 마음이 가라앉았다고 하는게 더 나을려나.
"그래서, 조금 괜찮아 진 것 같아?"
"ㄴ, 네?"
"아까전의 세리카. 되게 어두웠으니까. 축처져있고. 그런데도 불구하고 조금 흥분하고 있기도 했었어."
"그랬었나요...?"
자각 없었던걸까.
"참 전쟁이라는 년은 망할년이지... 지금의 세리카처럼 큰 후유증만을 남기는 그런 녀석이야."
"제가요...?"
"솔직하게 말해줘, 부모님 일... 아직도 생각나고 하는거지?"
"..."
그래서 평범하게 있으면 없을 그런 양갈래의 감정 싸움이 일어났던 것일거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축 처져있는데 흥분하고 있다던가 하는 상반된 감정이 일어나기는 힘들다.
소설이나 영화, 만화 같은 곳에서 슬프지만 웃음이 나온다던가, 기쁘지만 눈물이 나온다던가 하는 장면이 많이 있는데, 사실 정말 그렇게 되기 어렵다.
보통의 사람들은 한 쪽으로 치우쳐져 버린다.
그렇지만 무언가 특수한 경험이 있다면 가능성이 생기는거지.
"그것 덕분에 세리카는 타슈겐트의 사람들을 포기 못하는 것 아닐까... 라고 추측만 할 수 있는데, 정말이야?"
"모르겠어요..."
"응, 도리어 아는게 이상하지."
나는 다시 쿠키 한 개를 입에 물었다.
내 입맛에는 좀 너무 단거 아닐까 싶지만... 세리카는 맛있게 먹어줬으니 앞으로 만들거면 이정도로 만들어야겠다.
"전쟁이라는건 수천년이상 이전부터 계속해서 이래왔어. 남는건 엄청난 상처와 후유증 뿐, 타슈겐트의 상황도 비슷해, 아니 똑같다고 볼 수 있지. 전에 누군가가 말했듯이 전쟁은 절대로 변하지 않으니까."
"그럼... 어떻게 해야 되나요...?"
"우리는 우리의 일을 할 수 밖에 없어. 막 이제 온 신참 크루가 말하는것도 뭐한 말이긴 하지만... 우리의 일을 찾아서 하는 수 밖에. 여기서는 우리의 무대가 아닌 것 뿐이야."
내 말을 듣고 고개를 숙이는 세리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걸까.
정말, 아무리 기술이 발전했지만 이렇게 생각을 읽을 수 없다는건 꽤나 불편하다.
가끔씩 마인드 리딩이 가능한 사이커들을 보면 부럽다니까.
"납득하지 못할수도 있어. 그걸로 괜찮아. 납득하지 않은채로 있어도. 도리어 그게 가장 좋은거야."
"...모르겠어요 저는..."
"응."
"저는... 어떻게 하면 좋은걸까요?"
세리카가 말인가...
그거야 내가 정하는것이 아니지만, 여기서는 아주 짧지만 그래도 인생 선배인 내가 조언은 해줄 수 있지.
그건...
【투표입니다! 세리카에게 무슨 이야기를 해 줄까요?】
1. 세리카가 좋을대로 행동하라고 한다. 그게 가장 스트레스 안 받을 것이고...
2. 하루카 같은 평소에 존경이나 좋아하고 있는 사람의 옆에서 지켜보는 것도 좋다. 그것을 보고 배울 수도 있을거고...
3. 카나데에게 기대도록 한다. 하루카가 카나데를 룸메이트로 해 준 이유도 있을거고...
다음 연재 떄 까지 가장 많은 표를 채택합니다.
"...네?"
"그야, 네 인생은 너의 것이야. 내가 여차저차 참견할 순 없고, 그래선 안 되는거야."
"..."
내 말에 아무 말 못 하고 있는 세리카.
어떻게 알아야 될지 모르는걸까.
그냥 그 말 뜻 그대로인데 말이야...
"나랑은 다르게 누군가가 세리카의 인생을 이래저래 간섭하지 않잖아? 그건 세리카는 자신의 선택의 자유가 있다는거야."
"..."
"하루카도 말했었잖아? 조금 과격하긴 하지만.. 남고 싶으면 남아도 되. 나도 하루카도... 말리진 않을거야."
물론 주위에서 이런저런 소리가 나오긴 하겠지만, 결정적으로 선택하는건 세리카의 몫이다.
이걸 누군가에게 강요하거나 부탁할 순 없는 일이다.
"만약 세리카가 여기 남고 싶으면 그렇게 하면 되. 그것을 도와달라고 한다면 난 도와줄거야."
"그래도... 되는건가요...?"
"응, 어리광 부리고 싶으면 어리광부려, 울고 싶으면 울고, 가고 싶으면 가. 나는 세리카의 선택을 존중해."
"..."
내 말을 듣고 또 다시 생각에 빠지는 세리카.
"정말... 안 말리실 건가요?"
"으응, 말릴거야. 하지만 너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겠다고 하면 붙잡아둘 이유는 없지. 하루카도, 슈코도 말릴거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겠다는 의지가 확실하다면... 가는거겠지."
만약 세리카가 저기에 남겠다는 말을 꺼내면 다들 그렇게 할 것이다.
몇몇 과격파는 같이 남겠다거나, 아니면 남아야된다고 재주장을 하겠지만, 적어도 내가 예를 든 두 명은 말리겠지.
"그럼 전..."
"응."
"슐로스에 남을게요."
...그런건가...
그렇다면 나로서는 다행이지.
하지만 이렇게 뜸을 들였다는 뜻은 이 타슈겐트에 남을 생각이 있었다는건데...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물어도 될까?"
"그야... 잘 알고 있으니까요. 소중한 사람을 잃는게... 어떤건지..."
"그래서?"
"...하루카 씨나... 슈코 씨나... 카나데 씨도... 슬퍼하실 거잖아요?"
그런 생각인건가.
옳지 않은 생각은 아니다. 무슨 슈퍼히어로도 아니고 모두를 지킬 순 없다.
도리어 그런것이 불가능하니까 허상이라 치부되고 판타지라고 생각되서 소설이나 만화 같은것이 나오는거다.
"그러니까..."
"응, 그럼 오늘은 그저 여기에 이러고 같이 있을까?"
"네...?"
"괜히 어디 가지말고, 그냥 나랑... 여기서 푹 쉬자."
지금의 세리카를 어디 내보내기엔 너무 불안하다.
그러니까, 적어도 내 눈 앞에 두고 싶다.
안전한 곳에서...
"..."
"다른 사람들에게는 내가 알릴테니까, 적당히... 여기 앉아있어."
나는 세리카를 내 침대위에 앉게하고, 잠시 방을 나왔다.
방문 앞에서 PDA로 하루카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지금 상황을 대략적으로 말을 해주고, 이곳에서 쉬고 있겠다고 하니 하루카는 알았다고 해주었다.
어차피 나와 세리카가 있을 필요는 없으니까 지금은.
나는 다시 방으로 들어가, 세리카를 봤다.
세리카는 침대에 앉으채로 자신의 발 아래로 시선을 떨어트리고 있었다.
그런 세리카의 옆에 가서 앉아서...
"이렇게 자는건 처음인가?"
"잘...건가요?"
"아무것도 안 하고 시간 죽이기에는 수면만큼 좋은건 없잖아?"
나는 세리카를 끌어서 누워있는 내 몸쪽으로 오게 하였다.
그리고 내품에 꼭 들어오게 하고...
"...응... 괴로웠지?"
내 품에서 훌쩍이고 있는 세리카를 달래주었다.
...
일주일 후.
타슈겐트에 대한 소식이 하루카에게서 나한테 왔다.
타슈겐트는 말 그대로 초토화. 완전히 박살이 나버려서 원래의 인프라는 흔적도 남지 않았다고 한다.
물론 그건 사람을 뜻하기도 한다.
이런 이야기이다.
그냥 뭐, 별로 반전도, 감동도 없는 그냥 보고서 한 장.
아마, 이런 일이 계속되겠지.
그리고 나는 지금...
【투표입니다!】
1. 시키와 함께 연구실에서 이야기 중.
2. 미쿠와 같이 술을 마시는 중.
먼저 2표 뽑힌걸 채택합니다.
"에에, 그럼 재미없잖아. 직접 알아보는게 재미라구."
"..."
"그렇게 보지마. 지금 뭔가 알아챈다고 생각하면 너 정도는 순식간에 없어져버릴테니까 말이야. 걱정해주는 거라구?"
그렇게 말을 하고 있는 존재는 시키.
일주일 전, 세리카를 달래주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시키는 날 찾아왔다.
정확히는 내가 연구실에 있었더니 뿅하고 나타난거지만.
그 후로 2~3일 간격으로 나타났다.
시키는 시키 나름대로 저쪽에서 자신의 몸을 다시 이 현실세계로 빼오기 위해 노력중이라고 한다.
하지만 영 진전은 없다고.
하지만 그게 재밌는지 도와주겠다는 내 말에도 자기 혼자 하고 있다.
정말 괴짜야...
그리고 지금까지처럼, 늘 중요한 이야기는 회피해왔다.
나도 이젠 포기했다. 차라리 이 시키에게 물어보느니 슈코나 다른 애들에게 물어보는게 나을 것이다.
"그래서 말인데, AI는 어떻게 됐어?"
"어떻게든 잘 됐어. 선원들도 100% 믿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천천히 익숙해져 가고 있고."
"흐응..."
"왜, 원하던 결과가 아니야?"
내가 좀 더 골탕먹기를 바랬던걸까.
"그런것보다 말이야. 다음 목표는 어디래?"
"다행이라고 해야될까. 내란의 징조가 보이지 않는데. 평화롭지."
"꽤나 오래간만이네."
"이런 적 또 있어?"
"대충 3년 전 쯤?"
3년 전인가.
그떄 나는 뭘 하고 있었던가.
맨날 똑같은 일상에, 똑같은 일들만 벌어지고 있었더니 영 생각이 나질 않는다.
그게 그날 같고, 그게 그것 같다.
나도 참 재미없는 인생을 살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역시 나는 재미없는 인생을 살고 있었던 것 같아."
"이제와서?"
"뭐야, 나에대해 잘 알고 있었던 것 같다는 것 같은데 그 말은."
"그야 잘 알고 있으니까 불렀지~."
그렇게 말하면서 간이 침대에 가서 점프해 눕는 시키.
'푹신푹신한거 오래간만이야~.' 라면서 뒹굴거린다.
도대체 시키는 나와 무슨 관계가 있는걸까.
하루카는 나와 배다른 자매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카는 이렇게 내가 슐로스에 들어올떄까지 얼굴 한 번 본적 없다고 한다.
물론 사진으로는 봤으니까 날 인식했던 거겠지만...
그런데 시키가 나에대해서 잘 알고 있다라.
뭐, 사전적인 의미로 말하자면 잘 알고 있을것이다. 일단 유명인의 딸이니까.
하지만 꼭 개인적으로 잘 알고 있다는 듯이 말을 하니...
"그런 침대같은건 없는거야?"
"있을리가 있나~. 찌릿찌릿한 전기신호는 있어도 말이지."
시키에게서 들은 비현실세계는 원래부터 알고 있는 지식에 보강이 되었다.
비현실세계는 꽤나 무미건조한 세계라고 한다.
차갑고, 딱딱하고, 뭐든지 부서지기 쉬운 세계.
우주 항행을 하면서 늘상 접하는 비현실세계이지만, 이렇게 생생하게 몸으로 느끼는건 시키가 처음이니 흥미로운 이야기들이였다.
"엿차. 시간 다 됬네."
"그 시간이라는거 말이야. 어떻게 아는거야?"
"조금 더 있으면 죽을 것 같다~ 같은 느낌? 막 심장이 옥죄어오고 정신이 혼미해지고... 펑하고 몸이 터져버릴 듯한 느낌?"
"터지기전에 빨리 가버려."
"에에~. 너무해~."
그렇게 말하면서 기지개를 피고는...
"조심하는게 좋아. 정말 어디든지 있으니까 그녀석들."
"도대체 뭐길래 이런 길드에 그런 조직이 있는거야?"
"꼭 여기에만 있다고는 한정 할 수 없다고?"
그 말을 끝으로 다시 사라지는 시키.
...
꼭 여기에만 있는건 아니다...라는건가.
그렇다면...
더 큰 무언가가 있는거겠지.
단순히 이곳의 전복만을 노리는게 아닌... 다른 목표를 가진 단체가.
【이후 카나데는 누구와 같이 행성으로 떠나게 될까요? 자료조사 같은 느낌이 될 예정입니다.】
세리카는 뭐, 나름 잘 회복이 된 것 같다.
조금 달라진 점이 있다면 조금 자기 고집을 부릴 수 있게 되었다고 해야될까.
아에 그런게 없었던 저번보다는 확실히 낫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적당히 내 일을 찾아서 할 때 쯤...
"가능할까요?"
"뭐, 나야 나름 만능인이니까 말이야. 그런것도 문제 없는데... 왜 갑자기 나야?"
"그렇게 위험한 임무같은것이 아니니까요. 거기에다가... 조금 주변이 그래서요."
"흐응..."
아마 주변에서 하루카를 쪼아된게 있는걸까.
"그리고보니 인원 축소는 어떻게 될 예정이야?"
"일단은 자발적으로 받고 있어요. 억지로 쫓아낼수도 없는 노릇이니... 그래도 점점 사람 숫자가 모이고 있네요."
뭐... 원래의 목표는 진행되고 있는 것 같네.
그래도 역시 한순간에 확 줄진 않을려나...
"그 대신 혼자 보내는건 아니에요."
"그건 일단 당연한거잖아."
"아하하... 아무튼, 저번에도 보셨죠? 미나미 씨..."
아아...
그 녀석 말인가.
그 다음부터 영 보질 못했는데, 역시 이렇게 한 번 쯤은 더 엮이는구나.
"미쿠가 아니고?"
"미쿠 씨는 다른 할 일이 있으셔서... 죄송해요..."
"아니, 괜찮아. 하루카의 잘못도 아니고."
지금까지 계속해서 날 도와주고 있다. 그것만으로도 이미 내가 빚을 진건데 말이야.
이정도는 못 할 일도 아니다.
그냥 가서 뭐 한 가지 받아오면 되는거잖아.
"그런데 어디 가는거야?"
"뉴도쿄에요."
"...정말, 이건 무슨 장난인지..."
세리카에게 가라고 해놓고서는 내가 먼저 가는건가?
그래, 뭐...
어차피 가봤자 그 행성이 얼마나 큰데, 우연히 만나기는 불가능하겠지.
"그럼 지금 출발하면 되는거야?"
"미나미 씨는 준비 되셨을거에요."
"그럼... 다녀올게."
"...그, 몸 조심 해요...?"
조심스럽게 말을 해오는 하루카.
역시 미안한걸까.
"비행 갑판으로 가면 되지?"
"ㄴ, 네...!"
나는 하루카에게 손을 흔들어주고 나왔다.
나는 비행갑판으로 나왔다.
많은 사람들이 언제나의 정비를 하는 시간, 주위를 둘러보고...
저 멀리의 미나미를 찾을 수 있었다.
"기다렸어?"
"앗... 언제 오셨어요?"
"방금전에."
"...잘 찾으셨네요..."
"서 있는게 보였으니까?"
아마 평범한 사람은 이렇게 미나미를 식별해내는건 불가능했겠지.
아무튼...
"어떻게 가는거야? 날 가라고만 해서 왔는데."
"이걸 타고 갈거에요. 전에도 타 보셨죠?"
"그야 같이 타고 갔었잖아."
전에 미쿠와 함께 타슈겐트에 갔던 그 소형 우주선.
STAR-15.
이것도 정말 많이 타네...
"운전은? 내가 해?"
"엣, 할 줄 아세요?"
"어느정도는."
"일단은 제가 할거지만... 무슨 일 나면 부탁드릴게요."
그럼... 가 볼까.
【주사위를 굴려주세요! 가장 많이 뽑힌걸 채택합니다.】
1~33 : 아리스.
34~66 : 후미카.
67~100 : 아스카.
목적지로 향하기 앞서, 나와 미나미는 점심을 먹기위해 한 식당에 왔다.
일단 먹어야 일을 할 수 있으니까.
"하아... 피곤해요..."
"운전 수고했어. 그러니까 넘기지 그랬어."
"...신경 쓰여서요."
"내가 어디다가 박을까봐?"
내 눈길을 피하고는 앞의 볶음밥에 눈을 돌리는 미나미.
그런 미나미를 굳이 더 쏘지 않고 나도 내 밥을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가 지났을까.
나는 다 먹고 적당히 후식으로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었던 때.
"...카나데 씨도 밥을 먹어야 되는 건가요?"
"어라, 무슨 의도야?"
"그야 나노봇 시술같은걸..."
"그런걸 받았다 하더라도 영양분을 보급받지 않으면 안 되. 생물의 기초적인 기준이라고 그건."
그렇다고는 해도 다른 사람들처럼 매끼 꼬박 먹어야만 되는것은 아니다.
근육이나 장기에 활용되는 에너지를 적게 하고, 다른 사람들보다 안 먹고 버티는 것은 오래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도 대충 일주일 정도. 그 후에는 나도 배고파진다.
거기에다가 평소처럼 활동은 거의 안 된다.
움직이는 것도 최소화하고... 아니, 움직이는 것도 몸의 기능이 떨어져 있어서 쉽게 넘어지니 안전을 위해서는 그냥 누워있는게 가장좋다.
뭐, 그건 그거고.
"다 먹었어?"
"네, 뭐..."
"그럼 가자. 그냥 정보만 받아가면 되는거지?"
"네, 접선 시간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았으니까 느긋하게 가도 될거에요."
나는 미나미를 따라 대로에서 대로로, 그리고 골목길로 들어갔다.
아니, 들어갈려고 했다.
"...도대체 무슨 장난인지 이거..."
행성 규모의 뉴 도쿄.
이곳에 아직 머물고 있다고는 알고 있지만 정확히 어디에 살고 있는지, 어떤 상태로 살고 있는지는 모른다.
그런데...
"..."
그쪽도 나를 인식하고는 굳었다.
그야, 이렇게 만나게 될줄은 몰랐을테니 말이다.
"저기, 카나데 씨?"
"응? 아, 가자. 응."
하지만...
여기서 괜히 아는척 했다가는 상황이 좋지 않다.
그렇게 모른척 나는 미나미를 따라가 골목길로 들어갔다.
그리고 뒤를 돌아보니...
...역시나 없었다.
그래, 그렇겠지.
아무튼, 그렇게 접선장소에 도착했다.
약속 시간까지는 5분 정도 남은 상태.
"그런데 이건 뭐길래 받아가야 되는거야?"
"글쎄요... 저도 그냥 받아오라고만 들어서..."
"누구한테?"
"리이나가 부탁한 일인데... 그쪽은 하루카 씨에게서 받은거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저나 리이나인가...
생각해보니 따로 정보부 같은것이 없었고 전부 지상팀 쪽에서 알아서 했던가.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던 도중에 저 끝에서 사람의 인영이 보였다.
그리고 점점 다가오니 알 수 있었다.
이 사람이 접선책이라는 것을.
"가지고 오셨어요?"
그 접선책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우리에게 한 개의 PDA를 넘겼다.
그런데...
"윽...!"
"엣, 카나데 씨?!"
그 접선책이 휘청하면서 쓰러지는 것이 보이고, 내 배에 화끈한 통증이 느껴진다.
그리고 그것이 한 곳에서 두군데, 세군데로 늘어난다.
분명 나는 총에 맞고...
"난 괜찮아. 뛰어...!"
고통 감각을 차단하고 나는 미나미의 팔을 끌었다.
PDA는 내가 받았다. 일단 뛰어서 거리의 사람들 사이로 뛰어 들어가면 안전해 진다.
"카나데 씨 피가!"
"조용히하고 뛰어...!"
이 정도는 조금 있다가 알아서 막힌다.
하지만 정말 이 이상의 상처가 나는건 사양이다.
나와 미나미는 골목길 깊숙한곳에서 점점 대로로 향하고 있었다.
오른쪽으로 꺽고, 왼쪽으로 꺽고, 일부러 조금씩 다른 방향으로 향하면서...
그떄였다.
갑자기 옆으로 무언가가 확 나를 당겼다.
미나미는 아니였다.
그리고 나는 그대로 끌려져서는 어딘가에 부딛쳤다.
"이쪽으로!"
"엣, 당신은 누구..."
"말은 해주고 싶지만 일단 상황이 급박하니까 뛰는걸 추천하지."
라면서 내가 부딛쳤던 그것은...
무언가의 품이라고 금방 인식이 되었다.
시선을 위로 올리니 그곳에는 주황색의 머리.
그리고 예전부터 안 변하던 그 에쿠스태로 만든 보랏빛의 장발이 보였다.
언제나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바라보던 그 붉은빛의 눈빛은 아직도...
마음에 든다.
그렇게 그아이를 쫓아 우리들은 한 건물에 들어갔다.
그리고 지하로 향했고...
얽히고 섥힌 지하도롤 따라가서 어느 한 구석의 방에 도착했다.
"이 정도면 안전하겠지..."
"하아... 하아... 고맙습니다. 이걸 어떻게 해야될지..."
"그런건 됬어. 것보다... 이름은?"
"아, 닛타 미나미에요."
숨을 크게 고르면서 대답을 하는 미나미.
그리고 그런 미나미의 자기소개에 언제나의 말을 꺼내는...
"나는 아스카. 니노미야 아스카다. 앞으로가 있을지는 모르곘지만 앞으로 잘 부탁하지. 그리고... 거기의 스파이 씨는 왜 여기에 돌아왔는지 물어도 될까."
"뭐겠어? 스파이짓 하다가 쫓기는거지."
"아아, 그렇군, 넌 언제나 그렇게 무모한 짓을 하다가 꼭 위험에 달했었지..."
우리 둘이 이렇게 아는 것 처럼 대하니 미나미는 살짝 이상하다는 듯이 우리 둘을 봤다.
그러겠지, 이런곳에서 갑자기 아는 사람을 만나는건 정말로 이상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이건...
뭐, 아스카를 만났으니까 아스카 식으로 생각을 한다면.
운명...이라는 여신의 장난이겠지.
"그런데 두 분이서 아는 사이인건가요?"
"일단은, 영 좋은 사이라고는 못하겠지만 죽는걸 내버려 두는 정도의 사이는 아니지."
"그런가요..."
날 의심하는 걸까.
합리적인 의심이야.
하지만 전체를 다 알고 있는 상황에서 말을 하자면 이 아스카는 아마 이 일에 대해서는 전혀 무관한 사람일 것이다.
내 USB의 일이라면 몰라도, 이런 슐로스의 복잡한 사정과는 멀리 떨어져 있는 인물이지.
하지만 이걸 지금 말해순 없는 노릇이고, 말한다고해도 믿어줄지가 의문이다.
"이 녀석의 협업 관계라고 치자면... 뭔가 받아온 것 같은데 맞나?"
"응, 맞아. 다행히 그거 수거했지."
미나미에게 물은 것을 나는 가로채서 말했다.
"그나저나 국가 전복죄로 지명수배라니. 도대체 뭘 했길래 그렇게 거창한 수식어가 붙은거지? 조금은 부럽군."
"부러워하지마 귀찮다고. 거기에다가 그건 누명이니까. 내가 그런 거창한 일을 저지를 것 같아?"
"하긴, 귀찮아서라도 안 하겠지. 것보다... 거기의 미나미, 조금은 쉬어도 될거야. 어차피 지금 위에는 경찰병력이 쫙 깔려있을테니 말이야."
뭔가 물을 것이 많아 보이는 미나미였지만, 미나미는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미나미와 아스카, 그리고 카나데는 무슨 이야기를 나누게 될까요?】
"그 에쿠스테는 왜 계속 하고 있는거야?"
"응? 이거 말인가?"
아까부터 계속 신경쓰이는 것.
아스카의 트레이드 마크라고 할 수 있는 그 에쿠스테.
색이 가끔가다 바뀌기는 하지만, 아스카가 그것을 안 달고 있다면 그게 더 신기할 정도로 말이다.
그런데...
"그건 확실히 더 눈에 띄잖아. 잡히고 싶은거야?"
"확실히... 그건 그렇네요."
미나미가 동의하듯이 요즘와서 에쿠스테를 쓰는 사람은 적다.
머리카락 길이야 미용실에 가면 적은 돈으로 조절할 수 있고, 염색 역시 거의 모발의 손상 없이 가능하다.
이건 일반 서민들도 하는 정도라 별로 특별한 것도 아니다.
굳이 에쿠스테까지 구해가면서 하는 사람은 적고...
애초에 그걸 어디서 구했는가도 신기할 정도이다.
"이, 이건 변장일 뿐이다. 그러니 큰 문제는..."
"변장이라고 한 것 치고 너무 눈에 띄는데... 심지어 그거 예전부터 해왔던거잖아."
"으윽..."
내가 말하자 뭐라 말 못하는 아스카.
하아...
"이, 일단은 카나데 씨도 걱정이 되서 하는 말일테니..."
"흥, 저 애가 퍽이나 날 걱정해줬겠군. 안 그러나?"
"퍽이나 걱정해줬겠지."
안절부절 못하는 미나미.
하긴, 지금 상황에서 괜히 싸움을 벌여봤자 손해보는건 우리들이겠지.
이 은신처...같은 것도 알단은 아스카가 데려온 것이고.
하지만 나도 믿는 구석이 있어서 그렇다.
"...뭐, 그건 그렇다고 치고. 일단 좀 최근의 일을 다뤄보지 않겠나? 이런 쓸대없는 감정싸움은 그다지 반기지 못하겠다만."
"그래, 차라리 그렇게 하는게 낫겠지."
이렇게 어쨌든간에 아스카도 꽤나 머리가 돌아가는 편이다.
물론 천재라던가 그런 류의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런 천재를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인물은 된다.
즉, 지능적이지는 못하지만 지식적으로 판단할 만한 머리는 가지고 있고, 그것으로 감정을 컨트롤 할 수 있는 존재이다.
그래서 내가 이렇게 말 할 수 있는 것이고.
"몇 개의 질문을 좀 하고 싶군. 첫 번째. 도대체 그 이후로 어디로 사라진 것이지? 정말 아무런 정보도 남기지 않고 사라졌었는데."
"일단 이 미나미가 있는 조직에 몸을 의탁하고 있어."
"...자세히는 알려주지 못하나?"
"굳이 알려줄 필요는 없을텐데?"
내 말에 '흠...'하면서 고개를 숙이고는 생각을 진행시키는 아스카.
그리고는 다시 시선을 맞추면서 입을 열었다.
"두 번째. 그건 아직도 안전하나?"
"안전하다고는 못하지. 애초에 정부에서 조직적으로 이렇게 일을 꾸몄는데."
"그건 그렇지. 하지만 너라면 어떻게든 안전하게 보관했을거라고 생각하지만."
"너무 믿지마."
그것은 지금 내 목걸이로 되어있다.
늘 메고다니는 것.
이렇게 단순한만큼 숨기기도 쉽지만... 썩 그렇게 믿을 수 있는 수단은 아니지.
"그럼 마지막으로 세 번째. 리오는 잘 지내지?"
...이 질문은 언뜻보면 내 지인이 잘 지내는건가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질문의 본의는 내가 현재 속해있는 곳에서 강제로 속박당하고 있냐는 물음이다.
여기서 만약에 내가 '미오'라는 존재를 입에 담으면 아스카는 내가 그렇게 속박당해 있다고 알고 날 꺼내고 도주시킬 것이다.
상세히 말하자면... 내가 만약 '리오는 잘 모르겠지만 미오는 잘 있을거야.' 라고 말한다면 아마 여기서 미나미를 죽이거나 한 다음 나를 다른 곳으로 도피시키겠지.
하지만 그럴리는 없다.
"뭐, 리오는 잘 몰라. 전에 사건 터졌을때도 못 봤는걸."
이렇게만 말해두면 아스카는 그냥 넘어갈 것이다.
역시 미나미는 딱히 눈치챘다고 볼 수 없는 반응이다.
아마 그냥 안부를 묻는 것 정도로만 생각할 것이다.
"그럼 됬어. 나중에 따로 알아보지."
"뭐어, 잘 있을거야. 어디서나 잘 있으니까."
내 말에 피식하고 웃는 아스카.
그럼 이제...
"그런데 혹시 우리가 타고온 우주선은... 역시 압수되거나 했겠지?"
"아니, 그대로 있어."
"...함정이구만."
"함정이겠지."
그렇다면 돌아가는 방법도 따로 구해야 될 것이다.
어떻게 하는게 좋을까...
【투표입니다!】
1. 아스카의 도움을 받는다. 현실적으로 가장 괜찮은 방법이고...
2. 아스카를 휘말리게 하기엔 좀 그렇다. 우리들끼리 방법을 알아보는게...
3. 어떻게든 슐로스 쪽에 정보를 보내면 구하러 오지 않을까? 그게 가장 안전해보이고...
다음 연재 때 까지 가장 많이 뽑힌걸 채택합니다.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이 뉴 도쿄에서 기댈 수 있는건 아스카 밖에 없고, 지금 바로 따로 움직일 수 있는것도 아스카 정도이다.
돈으로 사람을 고용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그것을 어디까지 믿어야 될지는 모를 노릇이고.
"저기 말이야 아스카. 도와 줄 수 있곘어?"
"언제 그 말이 나오나 했다."
"아무튼, 안 되?"
"안 된다고 했다가는 나중이 두렵군. 뭐, 도와주겠다."
선심쓰듯이 말하는 아스카지만 원래 본성은 꽤 착한 아이니까 아마 무슨 이유를 들어서라도 도와줬을거라고 생각한다.
아무튼, 그런 아스카는 우리에게 "그럼 잠시만 기다리고 있어." 라면서 밖으로 나갔어.
"...괜찮을까요?"
"괜찮을거야. 그야 일단 여기에 뿌리내리고 있는 녀석이니만큼 여러 루트가 있겠지."
우리가 아스카를 걱정하는 것 보다 우리 걱정을 먼저 하는게 더 맞는 말이다.
저 녀석은 우리가 어떻게 되도 잘 알아서 살아 남을테고.
"그런 의미에서. 네가 나를 의심하고 있다는건 알아. 하지만 일단 지금은 힘을 합쳐야 되지 않겠어?"
"...그렇겠죠."
"걱정마. 나도 널 의심하니까. 무한정으로 돕겠다는 이야기가 아니야."
마음 같아서는 그냥 둘이서 도와서 같이 탈출하는게 좋겠지만 그게 마음대로 될까.
애초에 이 미나미는 나를 의심하고 있고.
그러니까 무한정으로 돕겠다는건 도리어 독이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하는게 좋은걸까요."
"일단은 슐로스로 돌아가자는 목표는 똑같잖아? 그러니까 거기에 한해서는 같이 행동하고, 그 외에는 우리는 남남이야."
"..."
"뭐, 그래도 도움이 필요하면 말을 해. 나도 마찮가지지만 이곳에 대해서 잘 알고있는건 우리중에서는 아스카 뿐이니까."
내 말을 듣고 한숨을 쉬고는 옆의 침대용으로 있는 메트릭스에 털썩 앉는 미나미.
아무래도 아스카가 올때까지는 딱히 큰 행동은 하지 않을건가보네.
나도 마찮가지지만 말이야.
그렇다면 적당히 생각을 해보자.
어떻게 해야 빨리 이 곳을 나갈 수 있을까.
아스카가 방법을 찾아오긴 하겠지만 생각을 해보자.
일단 가장 간편하게 우주선을 한 개 구해서 빠져나가는 방법이 있겠지.
아니면 미간 우주선을 타고 밀항을 한다던가.
그런 커넥션은 아스카한테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만약 이게 안 되면 귀찮아 지는건데...
아직 멀쩡하게 있는 우리 우주선을 타고 도망치는거지.
하지만 이건 분명 함정일 것이다.
그것을 알고 걸어들어가는 수 밖에 없을 것이고.
그 외의 것은 잘 모르겠다.
일단 행성을 떠나는 방법은 어쨌건간에 우주선을 타고 떠나야 되는것이니...
아마 끝보다는 중간을 걱정해야 될 것이다.
그렇지만 그걸 생각하기에는 여기에서는 알 수 있는게 없으니...
그래, 여기서는 그냥 아스카를 기다리자.
어쩔 수 없지 뭐.
【카나데와 미나미가 아스카가 올때까지 무슨 이야기를 하게 될저 적어주세요.】
몇 분이 지나고, 고민을 하던 미나미가 입을 열었다.
무슨 좋은 생각이라도 난 것일까.
"...그 아스카 씨를 너무 믿는거 아닌가요?"
"응?"
"아무리 옛 동료라고 하지만 지금와서는 변했을 가능성도 생각해봐야되요. 카나데 씨의 말대로라면 오래간만에 이곳에서 만난것인데..."
...그렇긴 하지.
하지만 지금 당장 좋은 방법이 있는것도 아니다.
물론 여기서 만약 이 문 앞으로 곧바로 대규모의 인원을 끌고와서 잡아갈지도 모르겠지만, 여긴 러시아제국의 영토 안이다.
기껏해봐야 연방 직속의 전담반 정도가 한계의 인원이겠지.
하지만 만에 하나라는 것이 있다.
완전히 안심해서는 안 되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어쩌겠어 믿어야지. 그래도 동료인데."
"그래도..."
"만약 아스카가 배신을 한다고 한다면... 으응, 아니야. 그냥 뭐. 그떄 가서 알아서 해야겠지."
만약, 아스카가 배신을 했다고 한다면.
나는 누구를 믿어야 되는걸까.
아리스? 후미카?
아스카가 이미 그렇게 된 이상 이 둘도 무사하다고는 못하다.
그렇다면...
세리카 정도인가.
하지만 그 세리카는 지금 우리에게 도움을 줄 수 없다.
그러니 지금은...
아스카를 믿는 수 밖에.
그것밖에 정말 방법이 없다.
행성안에서 찾아본다면 찾을 수 있겠지만 그건 정말 몇 달의 시간이 걸릴 것이다.
한 번 밀항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그 쯤이니 말이다.
돈은 충분하니... 걱정없지만...
...아냐, 아스카를 믿자.
"어차피 아스카 말고는 지금 당장 이렇다할 방법이 없잖아?"
"어떻게해서든 저희가 여기에 있는걸 알리면 슐로스 쪽에서 구원 인원을 보내올거에요. 미쿠 씨라던가..."
"하지만 우리의 구조신호를 우리를 노린 사람들이 먼저 가로챌 가능성도 있지."
"..."
"뭐든 만능은 아니라는거야."
만능인 방법이 있다면 과학자는 진작에 없어졌겠지.
...
그렇게 또 다시 몇 분...
아니, 두 시간이 흘렀다.
어느정도 지루해질 때 쯤, 방의 문이 열렸다.
그리고...
"여, 많이 기다렸지?"
"정말 많이 기다렸어. 왜 그렇게 걸린거야?"
"앞서 말했듯이 위에는 경찰이 쫙 깔렸다. 안전한 루트를 찾기에는 좀 시간이 걸렸지."
"그래서 어떻게 할 샘?"
아스카는 자신이 들고있는 PDA를 보였어.
거기에는 이 지하도의 지도가 충분하다고 생각될만큼 그려져 있었고...
"일단 이 지하도에서 탈출한다. 일단은 매음굴에 뒷세계 녀석들이 아지트로 쓰고 있는 곳이라 경찰들도 쉽사리 들어오지 못하지만 상층부에서 허가가 떨어지면 곧 이 곳을 수색하게 될거야."
"빠져나갈 방법은?"
"두 가지 방법이 있어."
아스카는 그 두 가지의 방법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첫 번째 방법.
이곳의 업자를 구해서 간편하게 돈을 지불하고 나가는 방법.
뒷세계의 아지트가 많은 곳인 만큼 돈만 지불하면 뭐든지 하는 녀석들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녀석들이 우리들에 대한 정보를 팔지 말라는 이유 역시 없다.
그러므로 그것을 보안한 두 번째 방법...이라고는 하지만.
이건 보안했다고 하기보다는...
"너무 안일한거 아니야?"
"그래도 어쩔 수 없는걸. 지금 상황에서는 이게 최선이다. 다행히도 변장에 필요한 도구와 약간의 무기는 챙겨올 수 있었지."
"하아..."
그냥 방법이 없으니까 정면으로 나서자는 것이였다.
저 경찰들의 목표는 우리들이지 괜히 다른 조직을 건들 생각은 안 하고 있다.
그러므로 그 조직원으로 변장해서 나간다는 방법.
하아...
"선택권은 너희들에게 있어. 어떤 것을 고를거야?"
"...저는 양 쪽다 어느정도 장단점이 상충하고 있다고 봐요."
"결국엔 나한테 정하라는 거구만?"
아스카의 말에 슬며시 나한테 넘기는 미나미.
하지만 이해 못 할것은 아니다.
어느쪽이든 위험요소가 있고, 어느쪽이든 장점이 있으니까 말이다.
하아... 그래.
어느쪽을 골라야하나...
【변장하고 나갈지 업자에게 의뢰할지 정해주세요!】
1. 업자에게 의뢰한다.
2. 변장하고 나간다.
다른 사람에게 우리에대한 정보를 넘겨주는건 역시 뼈아프고.
하지만 변장이라고 한다면...
"변장은 어떤 변장인건데?"
"그쪽으로 가는거야?"
"...일단은, 그래봐야지."
나에게 선택권을 넘겼었다는 것은 확실하게 하는 것인지 미나미는 별 말 하지 않았다.
나름 정직한 성격이라고 하는것일까.
"일단은 유니폼이라고 하기에는 뭐하지만 조금 고위의 자리에 가게 되면 이런 문양 같은것이 있지."
"대놓고 다니는구만..."
"뉴도쿄잖나. 이름부터가 그런데 실상도 지구의 일본 열도랑 똑같은 것이다."
일본 열도.
러시아 제국이 2차 세계대전 때 집어삼켰지만 지역군벌을 정리 못한결과 현재까지도 야쿠자라고 하는 범죄조직이 되어서 뒷세계에서 암약하고 있다.
아스카가 들고 있는 그 문양의 주인은 하도 몸집이 커서 제국 정부도 귀찮아서 방치하고 있는 것들 중에 한 곳의 문양이다.
"그런데 그렇게 이용해도 괜찮겠어요?"
"몸집이 크면 클수록 말단의 보안은 취약해지지. 이런곳에서 사용 되는지조차 모를 가능성이 크고, 안다하더라도 큰 불이익은 없을거다. 여기에 사는것도 아니잖나?"
그렇게 말하고서는 우리들에게 옷을 던져주었다.
검은색과 흰색의 조합의 살짝은 깔끔한 조합의 옷.
"여기서 너희들이 입고있는건 눈에 띄니까 말이다. 적당히 평상복으로 보이는 것으로 갈아입고 시작하도록하지."
그 옷으로 갈아입고, 조금 지난 뒤 아스카는 시계를 보았다.
그리고 나서 입을 열었다.
"슬슬 가지. 지금쯤 교체시간이군."
"교체시간이요?"
"아무리 드론 기술이 발전했다고 해도 소형 베터리는 발전이 멈춰버린지 오래다. 기동하는데에는 한계가 있어."
아스카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우리들도 그 뒤를 따라 문을 나왔고, 미나미가 문을 닫았다.
주위를 둘러보면 지하 특유의 칙칙한 냄새가 난다.
퀘퀘한 곰팡이 냄새와 습도높은 환경으로 인한 찝찝한 감각.
아까전에는 도망쳐왔으니 잘 못 느꼈지만 지금은 확실히 느껴진다.
"정확히 우리들은 어떤 루트로 가는거야?"
"여기서 쭉 지하를 통해서 28구역으로 나갈거다. 그곳에 숨겨져있는 말을 타고 빠져나가는 것이지. 검문 같은건 없다만... 가로막는 자들이 있을 확률이 높으니 긴장은 해야되."
말...인가.
뭐 이런 시대에 진짜 말은 아닐거고, 뭔가 탈 것 이겠지.
굳이 예상해보면 2륜차 같은 느낌일 것 같지만...
왠만한 운전 방법은 알고 있으니까 상관 없나.
그것보다 지금 물어보고 싶은게 한 개가 생겼다.
"그런데 한 가지 말 할게 있는데."
"응?"
"넌 이후로 어떻게 할거야?"
아스카는 무슨말을 하냐는 듯이 나를 봤다.
"우리들이야 어차피 이 행성을 뜰거니까 그렇다고쳐도, 너는 아니잖아. 만약에 이 문양을 사용한게 들키면 그쪽은 불이익이 있는거라고 생각하는데."
"안 들키면 되는 노릇이다. 어차피 여기 한 번 썼다고해서 들킨다는건 천문학적인 확률이고."
"하지만 0은 아니잖아? 너는 늘 많은 계산을 해서 자신에게 만큼은 전혀 피해없는 루트를 짰어."
"확률론이군. 하지만 그렇게 치면 모든 계획은 어떤식으로라도 무너질 취약점이 있다. 그 누가 짜도, 심지어 신이 짠다고해도 이세계의 법칙을 사용한다면 취약점이 있을수밖에 없다."
그건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위험을 감수해가면서 이런 방법을 제시한건 무엇떄문일까.
"내 생각에는 이 일을 끝내고 너도 자리를 뜰 것 같아보이는데, 아니야?"
"왜 그렇게 생각하지?"
"여기서 살지도 않으면 딱히 문제없다. 방금전에 너가 한 말이 증거인데?"
내 말에 피식하고 웃는 아스카.
미나미는 그저 이런 내용의 이야기를 조용히 듣고 있다.
...솔직히 이쪽도 걱정이다.
지금까지의 일들이 미나미와 그 위의 사람들이 꾸민 일이라고 생각해도 별 이상한건 없기에 말이다.
여기서 이렇게 아스카의 얼굴을 보여주는건 별로 좋진 않지만...
"뭐, 네 말이 맞다. 나는 여기서 뜰거야."
"흐응... 목적은 있어?"
"목적이랄까, 그냥 가고 싶은곳이 있다. 그것 뿐이야."
【아스카에게 무엇을 물어볼지 적어주세요.】
"딱히 너가 알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아무튼, 어딘데 그래? 너가 굳이 말해서 가고 싶다고 하는 곳이라면 궁금증은 당연히 생기는거라고 생각하는구만."
"하아..."
내 말에 걷고 있던 아스카의 다리가 멈췄다.
아무래도 크게 귀찮아하고 있는것 같아 보이네.
하지만 이런 지하를 그저 걷고만 있는것도 지친다고.
"3번 섹터다."
"...거긴 갑자기 왜?"
"금성 조합에 일이 있어서 말이지. 걱정마, 딱히 널 그런 암흑의 구덩이에 던질 생각은 안 하고 있으니까."
딱히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갑자기 아스카가 왜 그곳을 갈려고 하는걸까.
도리어 금성 조합이 눈에 불을 키고 우리들을 찾고 있을텐데.
하지만 아스카가 저런 말을 하는걸 봐서는 딱히 우리들에 관한 무언가가 나오는건 아닐 것 같은데...
뭘까.
뭐, 가는 이유는 둘째 치더라도...
"혼자 죽지는 않는게 좋을거야. 정말로."
"흐응, 걱정해주는건가?"
"너 말고 아리스라던가 후미카라던가."
"이제는 좀 솔직해지지 그러나? 우리들 중에서 모르는 사람이 있는것도 아닐텐데."
"아리스는 아니잖아?"
"...그렇군."
납득을 하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아스카.
"그럼, 또 슬슬 가볼까. 이럴때 너무 시간을 즐기는건 좋지 않겠지."
"그렇네."
그렇게 다시 자리를 옮길려고 했는데, 이번에는 뜻밖의 목소리가 들렸어.
"저기, 그렇다면 혹시... 괜찮으시다면 저희배에 올라가시는건 어떤가요?"
"응?"
아스카 역시 예상 외의 발언이였는지 살짝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나도 예상외인걸, 아스카가 예상했을리는 없지.
"저희들이 다음에 갈 곳도 3번 섹터이거든요. 3번 섹터의 네네아라는 곳이에요."
"흐음... 뭐, 3번 섹터까지 안전히 갈 수 있다는 조건아래에는 괜찮긴 하지만, 갑자기 무슨 일이지? 솔직히 말해서 쉽게 믿을 수가 없는데."
그렇게 말하면서 나에게 시선을 보내는 아스카이지만 나도 모르는 일이다.
다음 행선지 같은곳은 관심도 없고, 끼어들기도 싫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그저 어깨만 으쓱하고 말았다.
"일단은 저희들을 이렇게 도와주는 것도 있으시고... 거기에다가 일단 묻고 싶은것도 많아서요."
"흐응... 그건 이녀석에 대한 것인가?"
"..."
턱짓으로 나를 가리키는 아스카에게 미나미는 잠시 이야기를 끊었다.
"역시 그 신비주의 컨셉은 계속하고 있는 것 같군, 안 그래?"
"컨셉이라니, 그냥 성격이 이런거지만?"
"나로서는 이녀석의 정보를 팔아먹을 생각은 없다. 애초에 그럴만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 사람도 아니다, 나는."
그렇게 말하는 아스카의 눈은 살짝 식어있었다.
만약에 세리카라던가가 여기에 와 있었다면 조금 식겁할 정도의 기운을 뿜고 있기에 미나미도 잠깐 움찔했다.
저게 지금까지 아스카가 살아온 방법이다.
사람의 연줄은 만들지만, 그렇다고해서 깊게 들어가지는 않는다.
단 한 번. 그랬던 인물이 있지만, 여기에는 없으니 이야기는 넘기자.
"그런 사람으로 보였다면 유감이지만 말이야."
그렇지만 미나미의 제안은 꽤나 달콤한 제안인건 틀림없다.
금성조합이 대부분의 항성계를 먹어치우고 있는 제 3 섹터라면 경계는 꽤 삼엄하다.
네네아라는 곳은 나는 처음 들어보지만, 그렇다면 연방의 행성일 가능성이 크다.
금성조합의 행성들은 거의 꿰고 있으니 말이다. 거기에다가 슐로스의 취지하고도 맞고.
그런곳으로 거의 공짜로 데려다준다는 것은 꽤나 매력적인 조건이다.
그렇다면 여기서는 내가 나서주는게 좋을까.
"그렇다면 적당히 이번에 빚을 갚는다는 생각으로 와줘."
"응?"
"하루카라면 꽤나 환영할테니까 말이야. 걱정마 뒷처리는 알아서 해 줄테니."
거기에다가 아스카에게는 나도 묻고싶은게 몇 가지 있다.
다른 아리스나 후미카의 현재 상태나 지금까지의 행동.
그리고 앞으로의 우리의 계획.
이런 것들은... 당장 여기서는 말하지 못하니까 말이다.
"흐음... 뭐, 일단 진행하지. 너무 시간을 잡아먹혔어."
"그렇게 할까."
"이 이야기는 나중으로 돌리지. 아무튼, 곧 지상이니까 조금만 참아라."
그렇게 말하면서 다시 앞장서는 아스카.
그럼 뒤를 따라가볼까나.
미나미야 알아서 잘 따라오겠지.
【주사위를 굴려주세요!】
1~55 : 운 나쁘게도 들킨다.
56~80 : 매끄럽게 일이 처리되지는 않는다. 좀 시끄러워 질 것 같은데...
81~90 : 완벽하진 않다. 뛰어야 겠는걸.
91~100 : 딱히 아무 일 없이 목적지까지 도착한다.
높은 수를 채택합니다.
"응?"
"여기 안전한 길 맞아?"
우리가 지하도를 통해서 나온곳은 흔히 말하는 할렘가같은 느낌이다.
그런 곳 치고는 조용하지만 그래도 음산한게 우리 몸 지키기에는 참 어려운 길 같은데.
"이 주위는 다 이렇다. 어쩔 수 없어."
"하아... 뭐, 그렇다면 그냥 가야지."
한숨을 쉬며 따라가길 약 10분.
어느정도 사람이 있는 공간으로 나올 수 있었다.
도리어 이런 편이 더 안심이 된다.
"으음..."
"왜 그래?"
같이 쫓아오던 미나미는 뭔가 고민이 있는듯이 보였다.
고민이랄까, 조금 이상해하는 눈치였다.
"제가 여기에 대해서 잘 모르긴 하지만... 원래 이런 분위기인가요?"
"뭐, 여기는 어떤 분위기던 이상하지 않은 곳이다만."
"뭐랄까... 분위기가 너무 어색하다고 해야될까요...?"
"흐음... 그렇게 느껴지는건가?"
미나미의 말을 듣고는 주위를 둘러보는 아스카였지만 별로 이상한건 못 찾았는지 자신은 모르겠다는 듯이 어깨만 으쓱하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그 말을 듣고 나도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크게 이상한건 없어 보이는데...
"저기 아스카."
"응?"
"우리가 달고 있는 이 문양 있잖아. 어떤 조직의 것이야?"
"그냥 조금 여기저기 흑색의 사업을 벌어놓고서는 거기서 나오는 피를 빨아먹는 곳이라고 할 수 있겠군."
불법적인 일인가...
"구체적으로는?"
"납치나 마약... 뭐, 그 정도이지. 흑색의 사업이라고 한다면."
"그래서 그런가... 주위의 시선이 좀 그렇네."
경계한다고 해야될까.
아무래도 이곳에서는 별로 환영은 못 받는 것 같은 느낌이야.
"미나미, 지금도 어색한 것 같은게 느껴져?"
"...네... 뭐라고 말 할 수는 없지만 그냥..."
불안한건지 계속해서 주위를 둘러보는 미나미.
사람의 감이라는건 꽤나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기행이나 고행같은 걸로는 치부할 수도 없고, 운이라는 요소라는 것이 실제로 적용이 된다는 증명을 해낸것이 그 인간의 감이다.
조심해서 나쁠건 없어 보이네.
"자, 여기만 통과하면 적당히..."
"왜 그래?"
"...조금 돌아가야겠군, 막혔어."
아스카가 어느 한 먼 곳을 가리키니, 거기에는 검문대가 있었다.
조금은 조악해보이는게 원래의 검문대가 아니라 간이로 만든 것 같아 보인다.
그렇다는건 우리를 노리고 새운것일까.
"돌아간다면 어떤길로?"
"샛길이 있다. 그쪽으로 가야지."
"그쪽도 막혔으면?"
"이 뒷골목은 익숙한 사람이 아니라면 지도보고서도 길 잃기 쉽상이야. 저런 번쩍번쩍한 정부군이 여기를 자주 들락걸렸을리는 없지."
아스카는 그렇게 말하면서 나와 미나미를 한 골목길로 인도했다.
그 골목길은 말 그대로... 정말 골목길이였다.
골목골목마다 3~4개의 거리가 이어져 있었고, 그것은 거미줄같이 여기저기 사방으로 펄쳐져 있었다.
도대체 이렇게 도시를 짠 사람들은 머리가 있는 것일까.
분명 그냥 대충 팬으로 찍찍 그어서는 대충 만들었을 것이 뻔하다.
그런데...
"아스카, 지금 떠오른건데 말이야."
"응?"
"만약에, 나 같은 시술을 받은 사람이라면 여기서도 길은 안 잃겠지?"
"그야 그렇겠지."
터벅터벅 걸어가면서 무슨 이상한 소리를 하냐는 듯이 말하는 아스카.
그야 이상한 소리이겠지. 너무 당연한 일이니까.
"잠시만요, 길을 안 잃는다는거면... 그런 사람이 여기에 포함되어 있으면 위험한게...?"
"설마 귀족 나리가 여기에 오셨을까. 자기 목숨을 너무 귀하게 여겨서는 특구에서 나오지도 않는 놈들이?"
"그렇긴...하지만..."
나도 혹시나 해서 물어본 것 일뿐이지...
아니, 잠시만.
그녀석이라면...
...설마?
"저기 말이야. 나 지금 안 좋은 것이 머리에서 스쳤거든?"
"응?"
"그녀석 이라면..."
그녀석이라면 가능성이 있다.
내가 그렇게 말하자 아스카의 얼굴또한 굳어갔다.
아스카도 이제야 떠올린 것이겠지.
"하지만 그녀석은 엔젤이 되어서 더 이상 활동은..."
"드물게도 그 상태에서 벗어나는 사람이 있다는건 알고 있지?"
"설마, 그런 천문학적인 확률에..."
"아까전에 너가 말했잖아. 위험률이 0%인 계획은 없다고."
나를 무지 싫어하면서, 그것 때문에 나를 맨날 노렸고, 오버드 실험에 폭주해버려서는 엔젤. 그러니까 천사가 되어버려서는 폐인이 되어 살고 있던 사람이 천문학적인 확률을 뚫고 그 상태에서 벗어날 확률.
정말로 천문학적인 확률일 것이다.
하지만...
0은 아니였지.
"그럼 빨리..."
아스카가 위기감을 느끼고 달릴 준비를 하고 있을때였다.
【과연 카나데의 적은 누가 될것일지... 말도 나온 겸 밀리쪽 아이돌들을 적어주세요! 다음 연재때까지 가장 많이 뽑힌 아이돌을 채택합니다.】
느낌이 왔다.
느낌이라고 해야될까, 자연스럽게 몸에 반응이 오기 시작한다.
그 사람에게 하도 쫓겨서, 하도 죽을뻔해서 알고있는 이 감각.
인간의 본능으로서 피해야 된다고 몸에 경고를 울리는듯한 이 감각.
평범한 인간이라면 이렇지 않겠지만 이미 내 몸에는 거의 각인된 수준이다.
아마도, 몸속에 있는 나노봇이 폭주하는 그런 부작용이겠지. 아니면 설계가 잘못되었다던가.
하지만 그것이 지금까지 나를 지켜왔다.
그리고...
"그 감각은 정말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네요."
한 손에 들고있는 레이피어와 같은 검.
그리고 저 붉은색의 눈.
붉은색의 장발.
"윽... 일단 뛴다, 미나미! 따라와!"
"에, 넷?!"
아스카는 미나미의 팔을 잡고 뛰었지만, 앞에는 중무장한 병사들이 섰다.
그것에 발이 멈추는 아스카와 미나미.
그런 것 보다 가장 궁금한 것이 한 개 있다.
"어떻게 살아난거야?"
도대체 어떻게 저렇게 멀쩡하게 다시 나타날 수 있는 것일까.
분명 그때 완벽하게 끝냈다고 생각했는데.
"별거 아니라고 생각 할 수도 있지만, 딱히 정말 별 것 없었어요."
"..."
"분명 오버드였전 저는 떨어져서 결국에는 거의 폐인같은 녀석이 되어버렸었죠. 당신 때문에. 하지만 뭐... 왠지 몰라도 지금도 당신을 쫓고 있네요?"
무기라도 한 개 가지고 올 걸 그랬다.
이렇게 될 줄은 누가 알았겠어.
미나미의 경계를 줄인다고 그냥 아무것도 안 챙긴거였는데...
"그나저나... 저 니노미야 아스카가 당신들의 협력자였다니, 놀랍네요."
"그 말은 정정하지, 난 카나데가 지금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몰라. 옛 정을 생각해서 공항까지 데려다 주고 있었것만..."
저렇게, 멀쩡한 척 하고 있지만 아스카도 지금 되게 혼란스러울 것이다.
도대체 저...
다나카 코토하가 어떻게 이렇게 살아 돌아왔는가.
그리고 갑작스럽게 포위된 이 상황은 정말로 상정 외이겠지.
"그래서, 잡혀가는거야?"
"글쎄요, 사실 그러라고 명령을 받긴 했습니다만... 그것이 목표였으면 절 이곳에 보내지도 않았곘죠."
그렇겠지.
저녀석은 분명 나를 죽일려고 할테니까.
이거, 위험하게 됬다.
기본적으로 아스카도 나도 비전투직이다.
아스카야 원래부터 뒷골목 사람이였으니 호신술 정도야 배웠지만 그걸 여기의 군인들하고 상대하라고 하기에는 무리인 이야기이고.
기껏해야 미나미인데, 미나미도 여유가 없어 보인다.
어떻게 해야될까.
어떻게 하면 이 장소를 벗어날 수 있을까.
"그럼 긴 말 하지 않기로하죠."
터벅터벅 걸어오는 코토하.
아래쪽으로 자신의 검을 내리고는 나에게 다가오고 있다.
거리를 허락하면 저 검은 나를 베러 온다.
그런 압박감에 뒷걸음을 쳤지만.
철컥. 하고 총의 장전 소리가 들린다.
"거기서 움직이지 말아주세요? 그렇지 않으면 저에게 죽을 수가 없잖아요."
"너, 성격마저 좀 이상해진거 같지 않아?"
"저도 잘 모르겠네요. 그야... 한 번 죽었다 깨어나면 어떻게 변하든 모르잖아요?"
처음이다.
저렇게 저 코토하가 싱긋하고 웃는것은 처음봤다.
정말로 기쁜것이겠지, 날 죽인다는게.
그렇게 얼어붙은체로 방법을 강구하고 있을때였다.
치직, 하고 정전기가 튀었다.
나만이 눈치챈, 작은 정전기.
코토하도 이쪽으로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고, 아스카와 미나미 역시 섵불리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지만.
그 정전기 만큼은 묘하게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
정전기라는건 기본적으로 마찰이 일어나야가 발생하는 것이다.
그런데 아무런 곳에 접촉하지 않고 있는 내 손에 정전기가 일다니, 이상하지 않나?
정전기, 전기, 공간...
그런 단어가 내 머릿속을 스쳤다.
코토하고 내 눈 앞까지 다가왔다.
붉은색의 머리카락.
그리고 예쁘게 생긴 얼굴.
붉은색의 눈동자.
저런 녀석에게라면 죽어도 괜찮을 것 같기도 하다.
"안녕히 계세요."
검을 치켜드는 코토하.
뒷쪽에서 발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것과 동시에 총이 격발되는 소리도 들렸다.
손을 움직였다.
정전기가 튀었다.
붉은색...
그래.
붉은색이라면 다른 붉은색도 있다.
뒤에서 나에게 다가오는 아스카의 팔을 잡고 정전기가 느껴지던 왼손 쪽으로 크게 몸을 굴렸다.
아스카가 끌고 온 미나미도 내가 몸을 굴린곳에 순식간에.
빨려들어왔다.
"으악?!"
"꺄악?!"
아스카와 미나미의 비명소리가 들렸지만, 상처를 입어서 나는 비명소리가 아니다.
이 감각은 나한테는 익숙하다.
그리고, 다른 목소리가 들렸다.
"냐하~. 실험 대 성공!"
...
"이야, 정말로 위험했네~."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거야?"
"카나데가 어디 가길래 몰래몰래 따라와봤지~. 다시 나와보니까 왠 우주선 안이더라궁? STAR-15였나? 그 모델의 녀석."
숨을 고르고 나서 시키에게 물으니 시키의 장황한 연대기가 시작되었다.
대충 줄이자면, 시키는 아마도 자신은 자신이 마지막으로 있었던 위치를 좌표삼아 그 물체가 있는 공간으로 순간이동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지 않았다면 진작에 슐로스에서 없어졌을때 우주 밖으로 튕겨져 나왔을거라고...
하긴 그렇다. 공간좌표 그대로 있었으면 슐로스는 어찌됬든간에 이동했을테니 다시 현실세계로 나오면 그곳은 우주공간일 것이다.
아무튼, 나를 쫓아와서 미나미와 내가 타고 온 그 STAR-15에 숨어 들어온뒤, 비현실세계로 진입, 거기서 시간 좀 떄우다가 나와보니 왠지 모를 군인들이 있어서 그것들을 재압하고 정보를 얻어냈다고 한다.
그대로 무전을 감청하다가 지금... 우리가 있는 이곳으로 이동시킨거고.
그리고 그 이동시킨 방법은...
"이야, 또 부서져버렸네, 뭔가 구조적 결함이 있는걸까나..."
전에 미쿠가 날 구할때 썼던 그 장치였다.
저거에 필요한 재료같은건 이 우주선에 없었을텐데 도대체 어떻게 만든거지?
아니, 것보다 그럼 여기는 그 우주선 안이라는건데...
"지금 우리는 그 STAR-15에 있는거지?"
"그렇지?"
"...그렇다면 이 우주선은 함정이였던게...?"
"함정이였지~. 안쪽에서부터 부서버리니까 별 저항도 못했지만. 암튼 우리 지금 우주야."
조종석을 제외하면 창문하나 없는 이 구조 때문에 전혀 못 느끼고 있었나보다.
하아...
"저기, 그... 뭔가 이야기가 많이 나왔지만 시키 씨...맞으시죠?"
"맞지~. 그리고보니 넌 누구?"
"아, 닛타 미나미라고 합니다...! 지상팀의 일원으로서 있는 요원입니다."
"헤에, 뭐, 그건 그렇구, 저쪽은?"
자신의 에쿠스테를 정리하던 아스카에게 시키의 시선이 향했다.
아스카는 그 시선을 받고서는 "딱히 알 건 없지 않나?" 라면서 질문이 나오기도 전에 막아버렸다.
"그런데 그런 함정이였으면 우주선에 백도어라던가..."
"걱정마~ 시키 쨩이 잘 알아서 했으니까. 것보다 말이야, 무전을 듣고 있다보니 나도 궁금해졌거든, 엔젤에서 어떻게 오버드로 다시 기어올라올 수 있었을까?"
미나미를 무시하고 나한테 시선을 돌리는 시키지만 나도 잘 모른다.
애초에 그녀석이 살아있다는 것도 어디까지나 그냥 예상일 뿐이였지 정말로 될 줄은 몰랐다.
"나도 몰라."
"에~. 시시해."
"그야 살아있는것도 지금에서야 알았는데 어떻게 알겠어?"
그런 내 말에 '냐하~'하면서 언제나의 웃음으로 조종석 쪽으로 가는 시키.
아니, 잠시만.
"너가 운전할려는거야?"
"응, 그런데?"
"어디로 갈려고?"
"글쎄~."
...이거 어떻게하지.
【투표해주세요! 카나데는 과연 어떻게 할까요?】
1. 시키에게 운전석을 맡긴다. 어디가나 한 번 보자고.
2. 아니, 역시 여기서는 안전하게 미나미로 해서 슐로스로 돌아가기나 하자.
"네? 문제는 없지만..."
"시키에게 맡기긴 조금 불안해서."
내 말에 시키는 조금 반항하다가 내가 끌고 오니까 투덜거리면서 자리에 앉았다.
아니, 정말로 못 믿겠으니까 이 녀석은.
뭔가 또 일을 치뤄버릴 녀석이기도 하고.
"뭐, 대충 관계는 잘 알 것 같군."
"에~. 아스카라고 했었나? 시키 쨩은 그쪽보다는 믿음직스럽다고 보는데요."
"나한테 묻지 마라. 내가 정한게 아니라 카나데가 정한거다."
자신에게 달라붙는 시키를 때어내면서 말하는 아스카.
원래부터 시키는 저렇게 스킨쉽이 진했던 것일까.
아니면 외롭게 혼자 비현실세계에 있어서 심해진걸까.
뭐, 이것에 대해 잘 알법한 사람이 있으니까 그 사람에게 물어보도록 하고...
미나미가 운전하고 있으니까 괜찮겠지.
그럼 조금 쉬어볼까.
"에~? 자는거야?"
"피곤한 사람 건들지 마."
나는 그렇게 자리에 앉아 눈을 감았다.
아까전의 피로하고 아직 상처가 전부 재생하지는 않았다.
말하지는 않았지만 총알은 원래부터 내부를 휘젓게끔 만든다. 그러니까...
아무리 고성능 나노머신을 투여받았다고 해서 이렇게 금세 낫진 않는다.
그냥 가서 세리카에게 신세 지는게 나을정도로.
애초에 전에 맞았던 것 처럼 강력한 효과의 나노머신. 그러니까 MN-22 같은 것들은 거의 일회용이여서 지속이 되질 않는다.
그렇게 아스카와 대화를 시작하는 시키를 두고, 나는 잠에 빠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우주선에 큰 진동을 느끼고는 눈을 떴다.
"깼나? 도착했다."
"...시키는?"
"사라졌다고 해야되나... 뭐, 너라면 알고 있을거다."
...그런가.
뭐, 언젠가 시간이 되면 또 만나게 되겠지.
STAR-15의 문이 열리고 나는 그곳을 통해 밖으로 나왔다.
슐로스의 비행도크가 보인다.
어떻게 또 잘 살아 돌아왔구만.
"카나데 씨!"
"어라, 세리카네."
"'어라?'가 아니라구요! 얼마나 걱정했는지 아세요?!"
나한테 매달려서는 그렇게 말하는 세리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것 밖에 뭔가 더 해줄 수 있는건 없었다.
걱정끼친건 사실이고, 그것은 일단 조심하지 않은 내 탓이니까 말이다.
아니, 일단은 위험정보를 알려주지 못한 정보부... 그러니까 저쪽 미나미의 지상팀 쪽이 잘못한 것이긴 하지만 굳이 묻지는 않을거다.
일단 미나미에게 빚을 만들어 두는것도 좋을거고.
아무튼, 그렇게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있으니 내 뒤에서 내린 아스카가 '것보다 치료가 먼저일텐데.' 라고 일러주니 그때서야 세리카는 나를 준비해둔 이동침대에 실어서 의료동으로 갔다.
...솔직히 혼자서 걸을 수 있는데 꽤나 강인했다.
환자에게는 꽤나 강인한 면이 있구나 하는 것을 꺠달을 수 있었다.
간단한 수술이 끝이 나고, 나머지는 나노머신을 투여해 치료를 계속하고 있을때, 내가 누워있는 병실...
...그리고보니 여기 내가 처음 왔을때 쓴 곳 아닌가?
아무튼 그 곳에 하루카가 들어왔다.
"그... 이야기는 미나미 씨에게 들었어요. 큰 일이 있었다고..."
"뭐, 그렇지."
"그리고 그쪽 분에 대한 이야기도 말이에요."
내 침대 옆의 의자에 앉아 팔짱을 끼고 있던 아스카를 바라보면서 하루카는 입을 열었다.
"듣기로는 정보원... 같은 느낌이였다고 하는데, 맞나요?"
"한 때는 그랬었지."
아스카는 스파이 노릇을 예전에 때려쳤다.
떄려쳤다고 해야되나, 나한테 이것을 넘겨주고 나서 계속 활동하면 위험해질 것 같다면서 그냥 그만 둔거지만.
"이번에 저희들을 도와준건 정말로 감사합니다. 이곳 슐로스의 대표로서 감사의 말씀을 드릴게요."
"아니 뭐, 그렇게 대단한건 아니니까 그렇게까지 격식 차릴 필요는 없지 않나?"
"그렇지만 일단은 전해주고 싶어서요."
"흠... 뭐, 환자 앞에서는 좀 그런 딱딱한 이야기는 줄이는게 좋지 않을까싶은데."
아스카로서도 큰 이득을 바라고 도와준건 아닐 것이다.
그러니까 이렇게 심드렁한 것일거고.
만약에 뭔가 얻어야 하는것이 있다면 끝까지 가서 어떻게든 얻어내는게 이녀석의 능력이니 이렇게 쉽게 물러서진 않을테니 말이다.
"것보다 실종된뒤로 슐로스의 수석 과학자가 되어 있었다니. 그런 자리에 앉아 있을거라면 차라리 다른 애들에게도 이야기를 해보는게 나았지 않았나?"
"내 욕심대로라면 그렇게하고 싶지. 상황이 그러질 않으니까. 그치?"
나는 일부러 크게 운을 띄었다.
적어도 이곳에서 아스카만큼은 믿을 수 있다.
내가 몇 번이고 검증을 끝낸 사람이였고, 이래보여도 정에 좀 약한 사람이다.
쉽게 배신을 생각할 사람도 아니고, 지금 그것을 해봤자 얻을 이득도 없으니 할 이유도 없다.
"...그렇네요. 카나데 씨는 이곳에서 적이 많으니까요."
"그 성격 어디 안 가서는... 뭔 일을 저지른거야?"
"내가 뭐 저지른게 아니야?"
아스카의 말에 그렇게 받아쳐주고는 기지개를 폈다.
몸이 좀 뻐근하다.
역시 신체가 재구축 되고 있어서 그런걸까.
"정확히는... 이곳에서 일어나고있는 소용돌이에 억지로 끌려들어 오셨달까... 이야기하면 길어져요."
"긴 이야기는 좋아하는 편이다."
"...그럼... 조금 시간을 내어 볼까요."
하루카로서도 일단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을 만들고 싶은거겠지.
내가 인증을 한 사람이니까 마음 놓고 이것저것을 말했다.
슐로스의 현재 상태, 과거의 사건, 그리고 지금의 사건이 벌어진 이유에 대한 추측.
그것들을 하나하나 듣던 아스카는 잠시 곰곰히 생각을 하다가 입을 열었다.
"그럼 모든 문제는 전 대의 선장과 그 과학자인 시키를 중심으로 돌고 있다고 봐야되는건가."
"지금으로서는... 그렇다고 봐요."
"그렇다면 그 전 대의 선장은 좋은 꼴 못 봤을지도 모르겠군. 사라졌다고는 하지만 그게... 단순히 사라진 것 뿐만이 아닐지도 모르니까."
그 이야기를 묵묵히 듣고 있느 하루카.
아무래도 그런 생각을 아에 안 헀던 것은 아닌 것 같아 보인다.
"이거야 원, 낙하산인 줄 알고 있었것만 너는 맨날 사건사고를 몰고다니는군."
"내가 낙하산으로 꼽혀서 뭔가 잘 된 곳 본 적 있어?"
"아니, 본 적 없다. 연구소는 폭파되지, 반란에 휩싸이지... 기술유출도 되고 말이야."
"나야 뭐 이런 상황 익숙해."
나도 참 유명인이라 말이지, 그런 것의 표적은 자주 되어왔다.
하야미 가의 마지막 후손.
그런 거창한 타이틀을 달고 있으니...
다행히도 이런 그래도 어느정도 뛰어난 머리를 가지고 있어서 그렇지 이것마저 없었으면 어딘가의 육변기 같은걸로 귀족가에 팔려갔어도 이상하지 않으니 말이다.
"그래서, 하루카, 너는 어떻게 하고 싶은거지? 왜 카나데를 품고 있는건가. 솔직히 말해서 이만큼 위험분자는 더 없다고 보는데."
"나도 그게 궁금해서 물어봤거든, 난 이미 대답을 들었는데."
"...너가 그렇게 밝히는걸 봐서는 평범한 대답은 아니군? 첫 눈에 반하기라도 했나?"
"그런거였으면 얼마나 좋겠어."
비아냥 거리는 아스카였지만 차라리 그런거였으면 훨씬 나았을 것이다.
"뭐, 난 신경 안 쓰니까 말해도 괜찮아."
"...네, 그게 말이죠. 사실 저하고 카나데 씨는 가족관계... 그러니까 자매라는 사이라서 말이에요."
"...........하?"
큰 침묵 후에 나오는 어이 없다는 반응.
나도 처음엔 그랬어 아스카.
【아스카, 혹은 하루카한테 카나데가 무슨 주제로 이야기를 꺼낼지 적어주세요.】
"그렇게 되겠네요."
"헤에... 카나데가 언니라 말이지..."
나를 보고 신기하다는 듯이 보는 아스카.
그리고서는 다시 나를 보고는 살짝 이상하다는 듯한 표정이야.
"흠. 하루카가 동생인건 확실한건가?"
"그렇죠? 나이상 아마 그렇게 될테니까요."
몇 번이고 확인을 하는 아스카.
"뭐, 그런 언니 동생이 굳이 중요한건 아닌데 왜 그렇게 관심을 가지는거야? 너가 그런 의도도 없이 괜히 질문을 던질 것 같진 않은데."
"사실 조금 이상해서 말이다."
이상하다...?
"카나데, 너가 17살인건 맞는 사실이지?"
"그렇지만..."
"그런데 동생인 하루카는 그 이하의 나이일것이 자명하고, 대충 겉모습을 보기에는... 동갑처럼 보이는데."
그렇지.
하지만 딱히 동갑수준이라고 해도 이상하진 않은게 일단은 같은 사람의 배에서 태어난 것이 아니니까 별 상관없지 않나?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하루카가 언제 이 슐로스에 합류를 한지는 모르겠지만 정황상... 태어나자마자 바로 이곳에 있었다고는 할 수 없지. 그야 카나데의 부모는 카나데가 태어난지 일 년 조금 안 되서 죽었으니까."
그렇긴하다.
하지만 그 전에 먼저 낳았거나 이미 하루카의 어머니쪽의 배 안에 있었다면...
...어라.
"왜 그렇게 동생이라고 확신하는거지? 도리어 네 쪽이 언니라고 생각할 수 있는 정황이 더 많은데?"
"그건..."
아스카의 말이 옳다.
확실히, 확률상으로 내가 태어난지 얼마 안 되서어 죽은 아빠한테서 아이가 나왔다기 보다는 그 전에 일을 치뤘다는 것이 더빠르다.
거기에다가 외모를 봐서는 동갑정도로 보인다. 해봐야 +-1 살 정도이겠지.
하지만...
"자, 너무 그렇게 밝힐려고 하지마. 너도 직업병이야 그거."
"뭐, 그렇지."
"애초에 지금 알 필요 없으니까."
하루카는 적어도 선의로 나를 도와주고 있다는건 확실하다.
내가 구해진건 미쿠가 나를 발견한 순전히 우연에서 나타난 것이지만, 결국에 이곳에서 생활하게 하고, 적당한 자리까지 주고... 그리고 현재 나를 지지해주고 있는 몇 안 되는 사람이다.
그것도 거의 무보수로 말이지.
뭐, 처음에는 과연 의심했었지만 지금와서는 꽤나 사람 좋고, 나를 내버려두지 못하는 것 뿐이겠지.
"것보다, 아스카는 어디더라... 맞다. 3번 섹터. 그쪽으로 간다고했는데 우리 그쪽으로 가는거야?"
"ㄴ, 네. 어디서 들으셨어요?"
"미나미가 말해줬어."
"아마 미나미 씨에게서 들은 것 처럼 네네아라는 곳으로 가게 될거에요. 섹터 경계는 저희가 잘 숨어들 수 있구요."
네네아인가...
"그곳에 대해 정보를 못 들었는데 뭐하는 곳이야?"
"인구는 약 1억명. 행성의 크기는 지구정도의 크기에요. 정확히는 네네아-3 행성이죠."
하루카 역시 이야기를 돌리기 좋은 때라고 생각하고는 네네아에 대해서 상세하게 알려줬어.
네네아에서 추출되는 희귀광석들 덕분에 막대한 부를 나았지만 그 부는 역시나 상위 몇 퍼센트 정도의 인물들에게 몰렸고, 나머지는 기계처럼 일하고 있는 노예들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그리고 다행히 이 기형적인 구조.
인구 1억명 중에 약 8000~9000만명 정도의 3등 신민들이 차지하고 있는 이런 기형적인 구조덕분에 확실하게 처리할 수 있는 행성이라고 예상된다고 한다.
"문제는 2등 신민들이네요... 이 중에서 얼마나 우리의 뜻에 동참하는 사람이 나타날지는 의문이에요."
"그럼 이번에는 우리가 아에 중심에서 내전을 일으키려는거야?"
"...그럴 수 밖에 없게되었어요. 내전의 조짐을 느꼈던 파견요원이 저희에게 정보를 보내주고 얼마 안 있어서 정말로 내전이 일어나고... 종식됬거든요."
좋지 않은걸.
이미 내전이 종식되었다면 그 다음번의 내전은 많은 사람들이 외면하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사전작업이 철저해야겠지.
아마 그런 반란 세력이 자생하는건 얼마간 볼 수 없을거고, 그렇게 오래 머물고 있을 수 없는 노릇이니...
"다행히도, 아직 많은 반란군의 지도자들이 살아있는체로 감옥에 잡혀있다고해요. 아마 때가 될때마다 본보기로 사형시킬 생각이겠죠."
"그럼, 그 지도자들을 빼낸다면 가능성이 있다는거야?"
"네. 그렇다고 생각해요. 안 되더라도 일단 그런 인원들을 저희에게 끌어들일수도 있을거구요."
인원보충도 가능하다...라는건가.
역시 이런쪽으로는 하루카가 더 머리가 잘 돌아가는걸까.
"아무튼... 일단 네네아까지는 잘 숨어들 수 있으니까 니노미야 씨도 손해본건 아닐거에요."
"그렇긴하지. 그리고 아스카로 괜찮다."
"...네, 아스카 씨."
그나저나...
아스카의 말에 의해 새로운 의문이 생겼다.
하루카는 정말 내 동생인걸까.
가족관계인 것도 아무런 증거 없지만, 하루카의 그 말은 믿고 싶다.
뭐, '사실은 언니였다!' 라고 해도 딱히 큰 문제는 없는데.
하루카가 쉽게 말을 못 한 것을 봐서는 아마 뭔가 좀 문제가 있는 이야기이겠지.
어차피 이런 귀족들의 사생활은 정말 기괴한 경우도 많으니까 말이야.
【카나데의 상처가 다 낫고 나서 카나데는 어떻게 움직일지 적어주세요】
앵커는 저거 말고는 딱히 티 안나도록 실험실행. 실험실서 분석도 가능할거고...
"아..."
어느정도 몸도 움직일 수 있을 것 같고, 나는 몸을 일으켜 침대에 걸터 앉은체로 하루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것에 조금 놀란듯한 하루카였지만 곧 표정은 풀어졌다.
그리고서는 부끄러운지 얼굴이 붉어지고 있었고...
곧 그것이 "그, 그럼 무리하지는 말아주세요...!" 라면서 병실을 뛰쳐나갔어.
의외로 이런 스킨쉽에는 약한걸까.
"사람 놀리는건 적당히 하지 그래?"
"뭐, 귀엽잖아."
"그리고... 그렇게 말하면서 그건 뭐지?"
"이거?"
하루카의 머리카락이 두 가닥이 내 손 위에 얹어져 있다.
아무리 머리 관리를 잘한다고 하더라도 사람의 머리카락은 하루에 수십개에서 백개가량이 매일같이 갈아치워진다.
막 머리를 감고 온것이 아닌이상 시도만 한다면 머리카락을 얻는 것은 이렇게 손으로 조금만 머리를 흐트러줘도...
몇가닥은 잡혀나온다.
"뭐라고는 안 할거지만, 개인적인 지식욕은 채워야지."
"...너도 참 음흉한 녀석이야."
"언제는 안 그랬나?"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서 기지개를 펴봤어.
조금 배쪽의 장기가 놀랐는지 콕콕 쑤시는 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이상태로라면 움직여도 되겠지.
나는 PDA로 세리카에게 병실에서 나온다고 메세지를 보냈다.
곧 세리카 "조금더 쉬어요!"라는 메세지가 왔지만 이미 그곳을 떠난지 오래였지.
아마 첫만남때의 세리카가 지금까지 이어졌으면 이허게 막 억지로라도 쉬게 하지는 않겠지.
뭐, 좋은 변화다.
자기 의견을 피력하게 될 수 있다는건 점점 보호만 받는 어린애에서 어른이 되간다는 증거니까 말이다.
아스카는 나를 따라 연구실로 들어왔다.
"그런데 DNA같은 거라도 분석할려면 기계가 있어야 되는 것 아닌가? 그건 딱 봐도 3D 프린터라고 밖에 안 보이는데."
"네 말대로야. 그렇지만 내가 좀 손을 봐둬가지고 말이야."
"하아... 도대체 너는..."
"사실 거의 80%는 시키가 해놓은 거였어. 아마 나랑 비슷한 목표를 가지고 있었거나, 아니면 관련된 무언가가 있었겠지."
그나저나 시계는... 8시인가.
빠르게 끝낸다고 해도 12시는 되겠어.
아무튼, 시작해볼까.
빠르게 끝내자.
...
과연 머리카락 2 개로 모든 것을 알아내는 것은 불가능해.
그 사람의 모든 정보를 알기 위해서는 피와같은 대규모로 세포가 포진되어있는 것이 필요하다.
기껏해야 모근 부분에 자그맣게 붙어있는 세포들로는 역시 무리가 있다.
하지만...
"흐응..."
유전적 일치성은 따져볼 수 있지.
"...이건..."
"왜 그래?"
내가 뽑혀나온 자료를 보면서 말이 없자 아스카는 다가왔어.
아스카도 그 자료를 보게 되었고, 곧...
"...조금 이상한데."
"아직 한 가닥 더 남았어. 한 번 더 돌려보자."
이것으로 확정된게 아니다.
뭐, 일단은 겨우 머리카락 한 가닥, 불확실성이 커진다.
그것에 걸고 다시 한 번 DNA를 검사해봤지만...
"...똑같네."
"응, 똑같군."
전의 자료랑 거의 비슷하게, 사실상 똑같다고 봐도 좋을 정도로의 사실이 PDA에 적혀져 나왔다.
완전히 똑같았다.
그래, 거의 99%만 똑같아도 완전히 똑같다고 할 수 있겠지.
왜 내 유전자 정보와 99%가 똑같다는 것인지는 의문이지만.
기계가 거짓말을 할 이유는 없다.
...
그 후, 아스카에게 입단속을 약속받고, 나는 내 방으로 향했다.
아스카는 적당히 내 연구실에서 지내기로 했다.
아스카에게 제한된 접근 권한을 주고, 자리를 떠서 방에 돌아오고 있는 지금의 시간은 새벽 3시.
아마 세리카가 자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문을 열고 들어가니, 역시나 세리카가 자고 있었다.
정말 얼마 되지 않은 시간인데 이렇게 자고 있는 모습을 보는게 오래간만 인 것 같다.
...그것보다 중요한 사실은 하루카의 DNA정보와 나와 똑같다는 것이다.
만약 아버지의 유전자만 물려 받았으면 50%나 그것 비슷비슷하게 DNA를 물려 받았을 것이다.
해봤자 60%...라고 생각해도 좀 많이 잡는 거겠지.
그런데 나의 유전자와 99% 동일하다.
일단은 거의 100%으로 확정 된 것이나 다름없다. 아마 앞서 말한 피와 같은 물질을 쓴다면 정말로 100%가 완성이 될지도 모른다.
그렇다는건 나의 부계와 모계가 똑같은... 말 그대로 정말 한 명의 배에서 태어난 존재라고 봐야된다.
그렇지만, 내가 기억하기로는 나에게 자매같은건 없었다. 애초에 있다는 것도 여기, 슐로스에 타서 처음 알았다.
그렇다고해서 내 자아가 확립되기 이전의 시간. 즉, 갓난 어린애일떄에 헤어진 쌍둥이 자매나 혹은 태어났던 동생이라고 하더라도...
우리 엄마와 아빠는 유명인이다.
분명히 대서특빌 되었을거고, 쌍둥이나 둘째를 낳았다던가, 그런 자료는 남아있어야가 정상이다.
그런것도 없다.
도대체 뭐지.
뭐가 어떻게 된걸까.
"고민되나보네~."
"...넌 뭔가 알고 있는거야?"
"글쎄, 난 뭐가 뭔지 모르겠는데~ 냐핫."
내가 침대에 누워서 생각을 하고 있으니 옆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 저 목소리와 말투를 봐서는 누군지 눈을 안 떠도 딱 머릿속에 그림이 떠오르지만 말이다.
"어떻게 잘 여기까지 왔네."
"아스카랑 놀다오는 길이거든. 있을 줄 알았는데."
"놀았다기 보다는 그쪽이 아에 무시를 했었을텐데."
"그런 아이를 괴롭히는거야 말로 이 시키 님의 본분인것이다~."
조금 과장되게 말을 하며 몸을 움직여 침대에 걸터앉았다.
그 덕분에 침대의 전체적인 스프링이 흔들렸다.
"하루카의 정체는 뭐야?"
"알고싶어?"
"알고싶지."
"알아서 뭐하게?"
"딱히?"
그저 나는 궁금한 것 뿐이야.
하루카가 뭔가 다른 존재여도.
인간으로서의 인식을 벗어난 괴물이여도, 모든게 거짓말로 점철된 인물이라고 하더라도 지금 내가 보고 있었던 하루카는 하루카이다.
그것을 부정할 생각은 없다.
"딱히 내가 하루카에게 뭔가 하고싶어서 알아내는건 아니야. 과학자라면 너도 잘 알텐데?"
"순수한 호기심과 지적 호기심. 거기에다가 채우고 싶은 지식욕."
"잘 알잖아?"
역시, 이래저래해도 시키는 나하고 생각이 잘 맞는 것 같다.
그 성격이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하고 말이 통하는 사람.
적어도 아까전의 코토하보다는 낫겠지.
"글쎄, 내가 말해줄 수 있는건 별로 없는걸, 갑작스럽게 나타난 아이였으니까."
"...너 몇살이야?"
"비밀~."
그때였다.
시키의 건너편에서 부스럭 걸리는 소리가 들렸다.
너무 시끄럽게 했던 걸까.
시키는 재빨리 내 시야에서 지직거리며 없어졌다.
역시 예상대로 나를 제외한 인물에게 모습을 보이는건 꺼리는걸까.
미나미 쪽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였다는 것일거고.
아마 시키라면 미나미에게 뭔가 수작을 부려놨을지도 모르곘네.
"으응... 어라..."
"...안녕?"
"도, 도대체 여기서 뭘 하고 있는거에요! 정말...!"
...
세리카의 잔소리를 듣고 일단은 의료동으로 끌려 왔어.
뭐, 몸의 스캔 결과 단순한 피로만 좀 있을 뿐, 몸은 정상이였지만.
"거봐, 내 몸은 좀 특수하니까."
"...그렇다고 그렇게 움직이진 마시라구요..."
"나도 의학적으로 생각해서 다 나았다고 생각하고 움직인거니까 걱정마."
"역시 천재는 옆에서 보면 조금... 4차원 적이네요..."
"짜증나거나 거슬리지?"
내 말에 대답을 못하는 세리카.
정곡인 것 일까.
아무리 천사와 같은 아이여도 인간의 기본적인 감정을 지울수는 없다.
물론 그런 시술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그걸 받았을리는 전무하고.
"죄송해요..."
"아냐, 누구나 공감할걸. 거기에다가 과학자라는 직업상 괴팍해지는 수 밖에 없지."
나는 웃으면서 세리카를 쓰다듬어 주었다.
이 아이도 내가 걱정되서 이렇게 해주는거고, 그것에는 순수하게 감사한 마음도 있다.
그러니까. 조금 어울려줄까.
【세리카와 잠들기 전까지 이야기 할 주제를 적어주세요.】
"네?"
나한테 썼던 도구를 정리하고 있는 세리카를 불렀다.
고개를 돌려서 이쪽을 보는 세리카.
"혹시 말이야. 가족이 아닌데 99%정도 유전적으로 비슷한 사람이 있을 수 있어?"
나는 세리카에게 물었다.
일단 나로서는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정도이지만, 세리카같이 의학계에 몸을 담고 있었으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나보다 정보가 더 확실 할 것이고.
"사실상 불가능하죠. 클론이 아닌이상이야... 아무리 쌍둥이여도 일란성이 아닌이상 99% 똑같을 순 없어요. 형제자매도 30~40%정도 가까이 다르다고 연구 결과가 나왔는걸요."
역시 그 정보가 뒤바뀌진 않았다.
그렇다면 몇 가지 결론이 나온다.
하루카는 나의 클론이다.
하지만 그런 것 치고 생김세가 꽤나 다르다. 성격도 좀 다른 것 같고.
거기에다가 클론은 꽤나 성공률이 낮다.
"혹시 도플갱어 같은걸 보신건가요?"
"응? 아냐. 그냥... 갑자기 궁금해져서 말이야."
"흐응... 그런데 확률상 아에 0%는 아니에요. 한없이 0에 가깝긴 하지만... 딱 0은 아니죠."
"무슨 소리야?"
"격세유전이에요."
격세유전.
세대를 건너 뛰어서 발현되는 유전자.
"우연찮게 조상이 같지만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다고 해도 조상의 유전자는 남아있어요. 그것이 우연찮게 같은 세대에 발현했다... 정말 한없이 0에 가까운 확률이지만, 없는 이야기는... 아니, 지금까지 나온적도 없어요."
"...그렇단 말이지..."
"사실 이정도까지 인구가 불어났으면 한 두명은 나왔겠죠. 인구조사도 제대로 안 되는 곳이 많으니까 유전자 정보를 비교할 수가 없을 뿐이지..."
아무래도 얼마전에 코토하를 만난 것 때문에 그렇게 낮은 확률이더라도 신경쓰인다.
그런게 한 번 일어났으니 한 번 더 일어나지 않으라고는 할 수 없다.
희귀한 상황에 벌어졌다고해서 더 낮은 확률의 무언가가 벌어지지 않으리란 법은 없다.
도박사의 오류라고도 한다. 1%의 확률의 룰렛에 당첨되었다고 해서 같은 룰렛의 1%는 바뀌지 않는다.
아무튼, 그렇다면 남는건 한 가지이다.
누군가가 치밀하게 내 유전자 지도 정보를 알아낸 다음에 치밀하게 설계해서 모자이크 베이비를 만들었다.
배양아와 같은 느낌이지.
그렇다면 1%정도 차이가 나는건 기계나 재료 탓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런데 굳이 왜 그렇게 만든거지?
나는 그래, 머리가 똑똑하긴 하다.
그렇지만 희대의 천재라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럴 돈과 인력이 있다면 차라리 나보다 뛰어난 컴퓨터를 만들거나 하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일 것이다.
"저기... 혹시 무슨 일 있으시나요?"
걱정 된다는 듯이 묻는 세리카.
방금 전만 해도 다쳤던 나한테 화내던 세리카니까 걱정되는 것도 당연하겠지.
【세리카에게는 말하는게 좋을까요?】
1. YES
2. NO
나는 그렇게 거짓말을 했다.
거짓말 하는것 자체는 익숙하니까 별 생각 없지만, 역시 하게되는 인물이 세리카여서 그럴까. 조금은 신경쓰인다.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정말 별 일 아니니까 신경쓰지마. 돌아온지 몇 시간이나 되었다고 일이 있겠어?"
"그건 그렇네요... 랄까, 그건 별로 자랑이 아니니까요?!"
"하지만 진실인걸."
내가 그렇게 말하면서 놀리듯이 웃어주자 세리카는 살짝 한숨을 쉬면서 "걱정시키는건 누군데..." 라면서 투덜거렸다.
그리고 그대로 나와 세리카는 방으로 돌아왔다.
나도 더 이상 할 일은 없으니까 방에 얌전히 들어와서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보니 방금전까지 자고 있었던 세리카인데, 미안한 짓 해버렸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천천히 잠에 들었다.
...
"잘 잤나?"
"뭐, 잘 잤지. 옆에는 천사도 있으니까."
"천사?"
"뭐, 그런게있어. 아무튼... 뭐하고 있었어?"
"그냥 이것저것 보고 있었다만."
내가 아침에 일어나 연구실에 오니까 아스카는 내 책상에 앉아서 위에 올려진 문서들을 보고 있었다.
팔락 거리면서 읽던 아스카는 내가 들어가자 읽던것을 책상에 두고는 기지개를 폈다.
"혹시 밤 샜어?"
"그건 아니다. 그냥 이런 것을 읽고 있다보니 머리가 복잡해져서 말이야."
어려운 공식들이 써져있는 문서들과 AI 구조에 대해서 써져있는 문서들.
아무래도 아스카가 이해하기에는 조금 어려웠던 것일까.
몇번이고 되돌아봤다는 흔적이 남아있다.
꽉 쥔듯이 구겨진 곳이 있다면 읽다가 짜증이 났다던가 하는것의 증거가 될 것이다.
"그나저나 참 하는 일 많구만 그래. 엔진 개량에 AI 구축에... 이번에는 아에 정보까지 구하러 발로 뛰었으니..."
"그냥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가면서 하다보니까 그만."
"단순히 그런거라면 문제 없지만. 평소의 너와는 달리 꽤나 몸을 혹사시킨다는 느낌이다만."
"이번에 코토하만 아니였으면 그냥 평범하게 관광이 되었을 예정이였어. 난 쉬러갔던거라고."
딱히 막 하고싶어서 나서서 하는건 아니다.
이번에도 적당히 이미지 챙길 수 있고, 편한 일을 골라서 하다가 이렇게 크게 다친거였고.
"뭐, 어떤 일을 하던지 내 상관은 아니지만 널 알고 있는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일단은 살아있다는 것 만큼은 알려두는게 어때?"
"애초에 연방에서 날 현상금 때려가면서 찾고 있다고. 죽었다고는 생각 안 할걸."
"하긴, 너가 죽는것도 상상하기 힘드네."
그렇게 아스카와의 만담을 끝으로 다시 AI쪽을 한 번 체크해볼려고 테이블에 있는 홀로그램 화면쪽으로 가까이 가고 있었는데...
【주사위와 함꼐 이곳에 찾아올 아이돌을 적어주세요. 지금까지 등장한 아이돌로 적어주세요. 가장 높은 수를 채택합니다.】
문 앞에서 누군가가 왔다는 것.
이런 곳에 올 방문자는 별로 없는데.
시키라면은 그냥 들어올거고, 다른 사람들이라면 도리어 나를 만나러 오지는 않는다.
누군가해서 밖의 카메라를 봤는데...
세리카다.
"흐응... 전의 그 아이군. 생각해보니 꽤나 신경써주고 있던거 같은데. 혹시 또 연인을 갈아치운건가?"
"딱히 어린애 취향은 없는데."
놀리듯이 말하는 아스카였지만 난 딱히 누군가랑 사귄적은 없다.
그냥 놀리자고 하는 말일거다... 아마.
나는 문 앞에가서 문을 열어주었다.
"역시 여기 계셨네요..."
"왜 찾은거야? 연락을 했으면 받았을텐데."
"그런 믿음을 주질 않으니까요 카나데 씨는."
그렇게나 불신을 준걸까.
하긴, 환자가 멋대로 탈주했다고 한다면 나도 과연 세리카랑 비슷한 눈길을 줬을거다.
내 일이 아니니까 이렇게 있는거지.
"그래서... 무슨 일로 온거야?"
"분명 일할 생각이라고 생각되서 온거에요. 맞죠?"
"뭐... 틀린말은 아니지만."
"환자는 환자답게 쉬시라구요. 미나미 씨도 쉬고 있는데 더 중환자인 사람이 이렇게 나돌아다니고 있으면... 다른건 몰라도 제가 곤란해요!"
그렇게 자기주장 하고 있는 세리카의 머리를 쓰다듬어 줬다.
뭔가 눈 앞에 있길래 그냥 손이 간거지만...
역시 자주 이랬던 감각이 남아있던 걸까. 버릇이다.
딱 이 정도 키였지 그 아이도...
조금 더 작긴 했지만.
"가, 갑자기... 이런건 그게..."
"아, 미안, 기분나빴어?"
"아뇨, 그러진 않지만... 우..."
아스카의 눈치를 본다.
아아, 부끄러운걸까.
"쿡쿡... 그렇다는데 어떻게 할건가?"
"글쎄, 어떻게 해야될까나."
뭐, 일단은... 이렇게까지 찾아왔는데 그냥 무시하기도 뭐하고 말이지.
만약 시키라던가가 와서 그럴리는 없지만 이렇게 말린다면은 무시하겠지만 세리카가 이렇게 하면 무시하기가 힘들다.
세리카도 내가 걱정되서 이러는 걸테고.
그래도 흐음...
【세리카의 권유를 어떻게 할까요?】
1. 세리카의 말에 따라 쉬도록 한다.
2. 역시 아무것도 안 하면 그러니까 평소보다는 조금 덜 할까.
3. 일단 하던것도 있고, 지금와서 미루기에는 조금 아깝다. 조금만 더 하면 될 것 같은데...
"...하아..."
"지금 하고 있는게 있으니까 말이야. 지금 쉴 순 없을려나."
내 말이 끝나자 세리카만이 아니라 아스카도 꽤나 크게 숨을 내쉬었다.
아마 세리카하고는 다른 의미의 한숨이겠지.
"정말 과학자라는 사람들은 죄다 말 안 듣는 사람들만 모인건가요..."
"괴짜니까 말이야. 그 부분은 어쩔 수 없을려나."
말을 잘듣는 과학자라는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기존에 틀을 벗어나고자 어떻게든 발버둥 치는것이 과학자이고, 그런걸 통칭 괴짜라고 부르니까 말이다.
"걱정마, 어차피 과로사 같은건 안 할거고."
"...그러니까 정말 더 걱정되는거 아세요? 아에 모르고 있으면 모를까... 알고 있음에도 그러고 움직이면 정말 한계까지 가게 된다구요."
"그런건 없을거야. 어차피 쓰러져도 몸이 못버텨서 쓰러진게 아니라 안의 나노머신이 자동으로 잠재운걸테니까."
"...이러니까 설득하기도 어려워요..."
그리고서는 다시 한 번 한숨을 쉬는 세리카.
그런 세리카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나중에는 충분히 쉴테니까."
"...약속이에요?"
"응, 약속할게."
세리카는 내 거짓말에 넘어와주었다.
그리고 다시 연구실 밖으로 나가면서 '나중에 방에서 봐요.' 라고 말을 했다.
오늘 안 들어갈지도 모르는데 말이지...
"저렇게 걱정을 해주는데 들어줘도 괜찮지 않나?"
"너도 그런말 할 처지는 아니라고 보는데."
"옛날의 어둠은 이미 벗어던진지 오래다. 이미 빛을 찾아가는 여행을 떠나고 있고 그 여정 중이지. 하지만 넌 아니잖나."
그렇게 말하는 아스카의 말을 가볍게 무시하고 나는 다시 테이블의 홀로그램을 켰다.
아키하와 같이 만들던 그 AI 구조가 보였고. 일단은 이번에 인격을 업데이트를 시켜야된다.
뭐, 인격 데이터는 내가 가지고 있는게 있다.
어떤걸 고르냐는건데...
역시 아리스나 후미카 같은 그런 애들. 그러니까 괜히 지금 살아있는 녀석들을 넣으면 뭔가 외로워보이고 조금 그렇지.
그렇지만... 죽은 사람의 데이터를 넣자니 그게 더 뭔가 안쓰러워 보인다.
어떻게 해야될까. 누구를 고르는게 좋을까.
그냥 자율적으로 맡기는것도 좋지만, 이 슐로스는 지금 그런 시간이 없다.
"AI로군... 보아하니 인격 데이터를 넣을려고 하는건가?"
"응."
"흐응... 너라고 생각하기에는 좀 의외인걸. 평소에는 이런 것에 정을 주진 않았잖나."
"정을 줬다기 보다는, 이 배에 타고 있는 사람들이 조금 더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어야만 한다는거야."
그냥 무기질적인 AI보다 정말 살아있는 것 같은 AI가 좋다.
특히 이렇게 폐쇄적인 함선이라는 공간에서는 새로운 인물, 그것도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잘 이해해주는 그런 인물이 나타나면 사기진작에도 좋고...
획기적으로 관리인원도 줄일 수 있다.
"그래, 그럼 어떤 녀석을 넣을거지?"
"넌 가지고 있는거 없어?"
"안타갑게도 그런걸 들고 다니는 성격은 아니여서."
...어떻게할까.
미련한 생각이라는건 알지만...
기억의 저편의 묻어둔 그 사람을... 써 볼까.
【카나데의 기억의 저편에 있는 인물. 이미 이 세계 사람이 아닌 사람은 누가 있을까요? 카나데의 동료였던 아이돌을 한 명 적어주세요. 다음 연재때까지 가장 많이 뽑힌걸 채택합니다.】
그 사람이라면 다른건 몰라도 선원들의 사기는 확실히 올라갈 수도 있을거고.
상담사로소도 괜찮겠지.
거기에다가 뭐... 그런 인격 떄문에 실수를 할 사람도 아니고 말이지.
"정해진 것 같군. 정말로 할건가?"
"왜?"
"...과거에 이루지 못한걸 이룰려고 하는 것 같아서 좀 그렇지만."
과거에 이루지 못한...그런건가.
"너가 그 사람에게 과거의 그 사람을 투영하게 될 수 있다고 보는거다."
"내가 그렇게 될거라고 생각해?"
"그야, 넌 의외로 이런 과거에 잘 사로잡히니까 말이다. 솔직히 말해봐. 넌 너가 휩쓸렸던 그 연구소의 사람도 떠올리고 있었겠지?"
...반박을 할 수 없다.
진짜로 그랬으니까.
카에데가 생각나기 전에는 그 사람들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그 중에서 인격 데이터로서 가지고 있던 몇몇 사람들이 떠올랐다.
"넌 분명 그 AI에게 여런 종류의 애착을 가질거라고 생각해. 그것이 허망한 오아시스의 신기루 같은거라고 해도 말이지."
"...그래서, 그게 나쁜걸까?"
"나쁜건 아니라고 생각해. 인간은 언제나 대채를 할 수 있는걸 갈구해왔지. 조금 더 나으면서도 완벽한 것. 그것을 부정할 생각은 없어."
아스카는 그런 말을 하면서 이 테이블로 다가왔다.
그리고 손을 뻗어, 그 위에 떠있는 홀로그램을 만졌다.
아스카의 손에 따라 움직이는 AI 구조를 표현한 홀로그램.
그것은 이리저리 엉켜가고 있었다.
"그렇다면 날 이렇게 말릴려고 하는 이유는 뭐야?"
"너도 미래에 알 수 있겠지. 어차피 데이터 덩어리. 너가 원하는 그녀는 아니라고."
"누군지 확신하는 눈치인데."
"타카가키 카에데. 아닌가?"
그 말에 나는 다시 침묵을 지켰다.
대답하기가 싫었고, 인정하기 싫었다.
하지만 그것은 진실이다.
"너가 선망하던 존재. 그 뛰어난 과학자인 너, 하야미 카나데가 유일하게 우러러 보던 존재. 그 시선이 깨어졌음에도 곁에 있고 싶어했던 존재."
그 사람을 그렇게 생각했었다는 것을 잊고 싶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그런 사실들은 뇌리에 박혀서 빠져나가질 않았으니까.
"나는... 너라는 존재가 그 존재에게 집어삼켜지는 것을 보고 있을 수 만은 없는 것이다."
"말은 거창하게 잘 하네. 지금까지 살아있는지도 몰랐던 주제에."
"뭐, 그건 마침 시간이 안 맞았다고 둘러두도록 하지. 아무튼, 나로서는 그렇게 변해버린 너를 똑바로 볼 수 없을거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다."
나는 한숨을 쉬고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그 장치를 꺼냈다.
마인드 업로더.
"...그래도 할건가?"
"이건 나만을 위해서 하는게 아니야."
"...그래, 그런 변명도 좋겠지. 말리진 않아. 다만. 나는 네 행동에 반대하는 것 뿐이다."
"걱정해줘서 고마워."
나는 그 장치를 내 머리에 썼다.
이 마인드 업로더는 뇌에 저장되어 있는 것을 읽어낼때 필요하다.
뇌파로 조종할 수 있는 이 장치는 내 뇌 속에 저장되어 있는 카에데의 인격 데이터를 이 테이블에 설치되어 있은 컴퓨터로 전송을 한다.
그렇게 작동을 시키니 조금씩 전송이 되는게 보인다.
100% 전부를 보내고, 나는 개인적으로 봤던 기억까지 전송시킨다.
아니.
...이건 필요할까?
【카나데는 어떻게 행동할까요?】
1. 개인적인 기억으로 AI의 완성도를 더 끌어올릴 수 있다. 뭘 망설이지?
2. ...사욕을 넣어서 뭘 할려는걸까. 중단하자.
어느쪽이든 카에데라는 AI가 만들어지긴 할겁니다. '카나데가 알고 있는 카에데.' 인지, 아니면 '순수한 카에데 그 자체'인지가 다르겠죠.
나의 한정된 거익이지만, 이것은 참고삼아 어느정도 완성도를 더욱 끌어올려주겠지.
그것들의 업로드가 끝이나고, 나는 그 기계를 벗었다.
이건 익숙해지는 감각이 아니다.
머리에서 뭔가가 빠져나간다는 것 자체가 익숙해서는 안 되는 감각이지만...
"결국엔 해냈군 그래."
"비꼴거면 방에서 나가지?"
"미안미안, 그런 생각은 없었다."
분명 아닐거다.
하지만 지금 괜히 꼬투리 잡을것도 아니고, 그냥 넘어가자.
인격데이터가 AI에 입력이 되기 시작했고, 나는 그것을 멍하니 보고만 있었다.
"그런데 그 사람, 은근 덜렁이 아니였나?"
"덜렁이라기 보다는... 정신연령이 낮았지."
"그렇게 말하면 덜렁이보다 더 심한 욕이 되버리네만."
어린애 같은 사람이였지.
분명 다 큰, 나보다 나이도 훨씬 많은 사람이였지만...
그런 부분이 순수해서 도리어 더 끌렸던 걸지도 모른다.
거의다 완성이 되어간다.
일단은 종료시켜두고, 하루카를 부르자.
가장 먼저 알려야 되는 사람들중 한 명이니까.
나는 PDA를 켜서 하루카에게 메세지를 보냈다.
조금 있으니, 곧 가겠다는 답장이 날라왔고, 나는 멍하니 테이블에 붙어있는 패널을 보면서 있었다.
이런 멍함도 저 마인드 업로더의 단점이다.
이래서 쓰기가 싫다.
꼭 술에 취한 것 같지만, 내 몸으로 술에 취한다는건 좀 이상하지...
그렇게 얼마 안 있어서 하루카가 도착했다.
"다 되었나요?"
"응, 기초적인 AI는 전에 말해줬듯이 끝났고. 지금 이건... 버전 2 같은 느낌이야."
"그렇다면 뭐가 더 달라지는 건가요?"
"일단은 저번의 것 보다 능률이 올라가는건 당연하고, 부차적으로는... 사람과 같이 대화를 할 수 있을거야. 원래라면 학습 기간이 필요하겠지만 지금은 내가 가지고 있는 인격 데이터를 멋대로 썼어. 이걸 베이스로 다른 인격으로 따로 두는것도 가능할거야."
기본적인 베이스는 이미 백업을 진행해놨다.
아마 개인 비서용 AI로서 쓸때는 자신의 취향에 맞게 개조를 할 수 있곘지만, 일단 함내의 AI는 이...
타카가키 카에데의 인격이 베이스가 될 것이다.
이렇게 말하니까 좀 불안하긴 하네.
하지만 이미 저지른 것, 어쩔 수 없지.
"뭐, 깨워보는건 나도 처음이니까, 문제가 있을지도 몰라."
"네..."
"시제품. 프로토타입이라고 생각해줘."
나는 다시 테이블 홀로그램에 전원을 넣고, 거의 99%까지 작업중이던 그것을 다시 재기동 시켰다.
그리고 곧, 네모낳게 무기질적이던 그 홀로그램은 적합한 모양의 홀로그램으로 변형되기 시작했다.
눈코입이 생기고, 몸이 구성되어간다.
아마 AI가 가장 적합한 모습을 취하고 있는 것일거다.
내 기억에 있는 그 카에데의 모습을 찾아가는 것이겠지.
그리고 내 새악대로 최종적으로... 조금 작아진. 아니, 손 위에 올라갈 정도로 작아진 카에데가 눈 앞에 비춰졌다.
"최종확인. 코어 인격 타카가키 카에데. NO 2. 필요로 하는 것이 맞습니까?"
"응, 맞아. 기동해."
내 말이 끝이나자 잠시 AI는 행동을 멈추고. 다시 기동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흐음... 안녕하세요. AI 타카가키 카에데. 지금 막 기동 완료했습니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그 목소리로 말을 건내온다.
나도 모르게 조금 가슴이 두근거렸다.
아스카의 말이 맞는걸까.
나는 과거의 그림자에서 잘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걸까.
...그건 인정해야겠네.
겨우 이 한 마디로 그렇게까지 가는걸까. 조금은 자괴감이 든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왜냐하면 이건 이미 이루어져 버렸기 때문이다.
"연산효율과 이 함에 적용시 어느정도의 행동이 가능할지 시뮬레이션 해줘. 자잘한 보고는 생략하고 최종보고로만."
내 말이 끝이 나자 얼마 30초 정도가 흘렀을까.
대답이 없던 그 카에데가 대답을 해왔다.
"현재 상황에서 함 기능은 40%를 더 끌어올릴 수 있을거에요. 그리고... 가장 우선순위인 인력 문제는 90%까지 줄일 수 있을거고... 아, 무기의 장전 시스템의 결함을 발견. 이건..."
"미리 짜놓은 시나리오야."
"흠, 그렇군요. 그렇다면 문제 없어요. 충분히 앞에 말한것이 이루어질거에요."
이 성능은...
솔직히 내가 생각했던 것의 이상이다.
나도 그 정도는 되겠지... 라고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을 뿐이지만, 이건 꽤나... 유능하다.
"지상 전투 요원을 그대로 둔다면 어느정도까지 인력 감축이 가능하지?"
"70% 정도에요."
"그래, 그건 그렇게만 수정해둬. 나중에 따로 문서화해서 정리해놔줘."
...이것으로 끝인가.
"어때?"
"...대단하네요..."
"이것 외에도 조금 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경험이 쌓이고, 나중에 가서는 카운셀링 같은것도 가능할거야. 그것도 일단은 하루카가 허락을 해야지만 나오는거긴 하지만... 가능은 해."
그것 뿐만이 아니라 요리에 대한 새로운 레시피를 제공하거나, 청결 및 위생 관리 등 기본 적으로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것도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나중에 가서는 지상팀 작전 등도 이 AI가 지휘를 할 수 있겠지.
"그리고 카나데가 넣어둔 지상팀 스파이 색출은..."
"에...?"
"아, 이건 말 하면 안 됬나요?"
하루카가 좀 놀란 표정을 짓자 카에데는 서둘러 입을 닫았다.
이쪽으로는 수정해야겠구만.
"앞으로 기밀 지정해두는건 이곳의 인원, 그러니까 아스카와 나, 그리고 여기 하루카를 제외한 사람들에게는 이야기 하지 말것. 암호는 로맨시아."
"앞으로 입 조심할게요..."
...이런 실수마저도 그 사람 답다.
역시 내 기억이 추가된 탓일까.
이런 사소한 것들은 내가 기억하고 있는 그녀와 똑같다.
다른 사람이 보면 얼떨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100%의 그 사람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최종적으로 후보는 몇 명이야?"
"닛타 미나미 혹은 마에카와 미쿠. 둘 중 한 명일 가능성이 가장 높아요."
"뭐... 그럴거라곤 생각 했지만..."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그 둘이 아니라고 하고는 싶지만, 아에 배제를 해둔건 아니였다.
도리어 나한테 가까이 있는 지상팀 인원이라면 그 쯤일테니까.
어라, 그렇다면.
"타다 리이나는?"
"카나데가 준 자료로는 도리어 모르고 있을 확률이 높다고 결론이 나왔어요."
"그외 변동 가능성은?"
"아직까지는 확정된건 없어요. 정보가 부족해요."
흐응...
그렇단 말이지.
정보인가...
"카나데, 내가 생각하고 있는 일만 아니면 좋겠는데."
"어라, 어떻게하나. 딱 알아맞춘건 같아."
"...너 말이야..."
"여기 선원들의 PDA를 해킹, 백도어를 놓고 도청하는데까지는 얼마나 걸리지?"
머리를 짚는 아스카를 무시하고 AI에게 물었다.
그리고 그 대답은 얼마 안 있어서 나왔다.
"폐쇄 회로가 있거나 아에 함에 연결이 되어있지 않은 기계들을 제외하면... 3초입니다."
"...자, 하루카, 어떻게 할래?"
여기서는 하루카에게 떠넘기는게 가장 편하겠지.
【하루카는 어떻게 행동할까요?】
1. 카에데의 의견을 수용한다. 첩자 수색은 가장 중요하기도 하고.
2. 해킹까지는 동의한다. 하지만 지속적인 감청은...
3. 역시 이건 아니다.
1~34: 1
35~67: 2
68~100: 3
꽤나 고민하고 있네.
하긴, 이건 윤리적인 문제라던가 그런 문제도 좀 껴있으니까 말이다.
고민하는건 어쩔 수 없지.
조금 천천히 기달려...
"...괜찮아요. 그렇게 해 주세요."
"응? 아, 뭐. 그렇게 하도록 하지. 아까 말한데로 실행해줘. 기밀등급은 최상등급으로 해두고. 역시나 여기 인원들을 제외하면 볼 수 없게 해둬."
AI의 홀로그램은 고개를 끄덕였고, 정말 몇초 지나지 않아서 해킹이 완료되었다는 대답이 왔다.
"...솔직히 말해서 무섭군."
"왜 그래? 이런 시대에서 개인정보 같은건 없는거야 사실."
"그건 알고 있었지만, 네가 만든 AI의 성능은 말이다... 음... 솔직히 말해서 평균 이상인건 알고 있나?"
"알고는 있어."
천재 까지는 아니여도 영재까지는 나 자신도 자신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당장 시키가 옆에 있는데 천재를 자칭할정도로 나는 그렇게까지 머리가좋진 않다.
아무튼...
"기본적으로 나나 여기의 하루카, 그리고 슈코와 아스카, 그리고 의료동의 하코자키 세리카를 위협할 수 있는 발언들은 녹음 후 저장해놔. 암호화해서. 철저하게."
"네."
그런데...
난 이것보다도 솔직히, 하루카의 모습에 등이 좀 서늘했다.
바로 이런 것도 하라고 대답하는 하루카의 모습은 조금...
솔직히 고민이라도 좀 더 할 줄 알았다.
"일단 이걸로 끝이겠군..."
"그래, 저기 하루카. 업데이트 이대로 하면 되겠지?"
내가 하루카에게 물으니 하루카는 고개를 끄덕였어.
그것을 보고 AI는 업데이트를 하기 시작했고...
"일단 오늘 18시에 공고를 할테니 그 전까지는 예전 성능대로만 제어해줘."
"네, 알겠습니다."
【잠시 후, 하루카가 나가고 나서 연구실을 찾아올 사람은 누구일까요? 지금까지 나온 사람들 중 한 명을 적어주세요. 가장 많이 뽑힌 사람을 채택합니다.】
"세리카 씨가 오고 있네요. 어떻게할까요?"
"으음... 뭐, 오면 열어줘. 세리카라면 딱히 문제 없으니까."
"그 아이를 정말 믿는군..."
그야 그 아이만큼 새하얀 아이도 없을걸.
나 덕분에 좀 물들어 버리긴 했지만, 그 천성은 어디 가는건 아니야.
그때 내 품에서 엉엉 울던 아이니까.
그만큼 약한 아이기도 하고... 저런 애를 보면 돌봐주고 싶잖아?
"어라..."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때, 문이 열렸어.
그렇게 열린 문을 놀란듯이 멍하니 보고 있는 세리카.
"놀랐나보네."
"그, 그야 갑자기 이렇게 열릴줄은 몰랐는데요..."
"뭐 업그레이드 된 AI 덕분이야. 이제 수동으로 안 눌러줘도 된다고."
"헤에..."
내 뒷편에 있는 홀로그램을 보는 세리카.
신기하다는 듯이 눈이 반짝이고 있어.
"그게 그 AI인가요?"
"응, 그리고 들어와. 그렇게 멀뚱히 서 있어도 할 것 없잖아?"
세리카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들어왔어.
"그런데, 무슨 일인가? 카나데를 잡으로 온거라면 어서 잡아가라고 하고싶군. 이녀석 요 몇 시간 보고 있는데 일을 몇 개를 하는건지 모르겠어."
"야..."
그걸 세리카 앞에서 말하기냐.
하아...
"아, 그건 그거대로 할 거고... 이번에 발표가 있다고 들었어요."
"누구한테...라고 해도 하루카겠구나?"
"네."
그렇다는건 슈코도 알고 있겠네.
"그래서 그거 구경하러 온거야?"
"네, AI도 먼저 봐볼까나~ 해서..."
아마 내가 보여줄거라고 확신을 하고 있었겠지.
딱히 숨길건 아니지만...
【주사위를 굴려주세요!】
1~60 : 갑자기 무슨 알람이... 뭐? 갑자기 왠 함대가...?
61~84 : 왠 함선이 우리쪽에 접촉해오는데...?
85~100 : 딱히 별 일 없다. 그냥 순조로운데...
높은 수를 채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