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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창댓은 "한 학생의 별 볼일 없는 일상"에서 이어지는 창댓입니다.
전 창댓을 보고 오지 않으셔도... 무방하지는 않겠네요.
이 창댓에는 오리지널 캐릭터가 등장하니, 오리지널 캐릭터에 거부감이 있으신 분들은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아, 그리고 비밀 메시지같은 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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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말이 없어도 잡나 안 잡나는 크니...
지금 그녀를 잡지 않으면, 그녀를 보내면 무언가 소중한 것이 부숴져버릴 것 같단 말이야.
"…잠깐, 나갔다 올게."
아직 늦지 않았다면 좋을 텐데…!
옷을 대충 입고 밖으로 나오자 밤의 한기가 나를 반겼지만, 지금은 추위 따윈 전혀 신경 쓰이지 않았다.
그저 후회가 남지 않도록 다시 한 번 내가 나설 기회를 잡고자 할 뿐.
"칸자키!"
그렇기에, 나는 칸자키를 찾아 길을 나섰다.
+3 (주사위)내가 칸자키를 찾기까지 걸린 시간.
단, 50이 넘었을 경우 주사위값-50(분)
칸자키를 찾으러 나온지 20분쯤이 지나고서야, 나는 터덜터덜 길을 걸어가는 칸자키를 발견할 수 있었다.
아직 멀리 가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야.
아픈 발 때문에 뒤쳐지지는 않을까, 걸을 수 없게 될 때까지 너를 찾지 못하는 게 아닐까 엄청 걱정했다고.
너는 모르겠지만.
"…너."
"돌아가자, 칸자키."
그리고 다시 한 번 더 이야기하자.
+2~3 우리가 할 대화, 혹은 다음 상황.
그저 이대로 보내면 안 될 것 같아서 라는 막연한 말은 그녀의 물음에 대한 대답이 될 수도 없을 것이다.
우물쭈물하는 주인공을 두고 다시 뒤돌아 걷기 시작하는 란코. 그녀를 잡기 위해 달리려 한 주인공이었지만, 뒤늦게 찾아온 발목의 통증이 바닥에 주저앉게 만든다.
나를 보며 평소의 말투로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보통 사람들이 쓸법한 말을 쓰기 시작하는 칸자키.
전혀 꾸밈없는 그녀의 모습을 홀로 마주하게 되자, 평소와는 다른 위압감이 내 생각을 좀먹어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렇지 않아! 난… 나는…"
난 왜 칸자키를 따라나왔지?
그저 이대로 보내면 안 될 것 같다는 막연한 이유만으로 그녀를 따라나왔던가?
아스카에게 모두 다 떠맡긴 채 방관자로 남았던 내 이기적인 행동을 만회하기 위해서 이 추운 거리로 나왔었나?
"나는…"
알고 있잖아. 이런 말들은 절대 칸자키의 물음에 대한 대답이 될 수 없다는 걸.
…난 어째서 그녀 앞에 서 있지?
결국 할 말을 찾지 못한 채 우물쭈물하는 나를 뒤에 남겨두고, 칸자키는 다시 뒤돌아서서 걸어가기 시작했다.
칸자키의 처랑한 뒷모습에서, 무거운 발걸음을 한 걸음씩 내딛을 때마다 이미 산산이 조각난 그녀의 마음이 하나씩 길 위로 떨어져 나오는 것이 느껴진다.
붙잡아야 해.
그녀가 비어버리기 전에.
"잠깐만! 칸자… 아흑!"
나는 칸자키를 다시 한 번 붙잡기 위해 달려나가려 했지만, 칸자키를 찾는 동안 참아왔던 시큰한 고통이 뱀처럼 다리를 타고 기어올라 나를 주저앉히고야 말았다.
"읏…! 아야야…"
"일어나."
내가 주저앉으며 낸 신음에 놀라서 뒤를 돌아봤는지, 쓰러진 나를 발견하고 어느새 내가 있는 곳까지 돌아온 칸자키가 나에게 손을 내밀어주었다.
"고마워."
"너도 참 무모하네. 그런 몸으로 나올 생각을 하다니."
그만큼 널 붙잡고 싶었으니까.
이런 고통쯤은 잡시 잊어버릴 정도로 너에게 열중할 정도로 널 다시 우리 집으로 데려오고 싶었으니까.
+3 그녀, 혹은 난 이제 어떤 행동을 할까.
뭔가 돌이킬 수 없는 큰일이...
그렇게 말하자 란코는 이미 돌아가긴 늦은거라고 하지만 카나하는 일방적으로 헤어지는 것 보다 일단은 뭐라도 이야기 하고 정리하는게 중요하다고 설득한다.
"지금 헤어지면 안 될 것 같았어. 지금 널 놓친다면 큰 일이, 뭔가 돌이킬 수 없는 큰 일이 생길 것 같아서… 왠지는 몰라도 그럴 것만 같은 예감이 들어서, 너를 놓치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어."
부족하다.
칸자키의 마음을 돌리기에는, 너무나도 부족하다.
그렇지만 내가 이 이유만으로 그녀를 붙잡을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내가 이 말을 꺼낸 이유는 단 하나.
지금 할 수 있는 말이라고는 이것밖에 없었으니까.
"이미 돌아가기는 늦었어. 끝난 거야."
"하, 하지만 바로 헤어져버리는 것보다는 서로 이야기하면서 차근차근 정리하는게 더 좋잖아! 그래야 나중에 아스카를 웃는 얼굴로 만날 수 있잖아!"
"그게 얼마나 아픈지는 알고 그런 말을 하는 거야?"
"계속 아파하는 것보다는 나아!"
칸자키의 입가에 조소가 걸렸다.
"그냥 솔직하게 말하지 그래. 넌 그저 내가 그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저질러버릴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내가 저지른 일 때문에 죄책감에 빠져버리는 게 두려울 뿐이잖아."
"그건…"
나는 칸자키가 쏘아붙이는 말에 어떤 말을 해야 할 지 알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 말은 어느 정도 사실이었으니까.
하지만, 하지만 분명 그것만이 아닌데, 왜 내 마음과 생각을 제대로 표현할 수 없는 걸까.
어떻게…
"그렇게 말한다면 어디 이 질문에 대답해보시지."
내가 고민할 시간도 채 주지 않고, 칸자키는 매섭게 공세를 이어왔다.
"네가 아스카에게서 받았던 쾌락을 나도 받고 싶다고 하면, 넌 허락할 거야?"
+3 그 질문에, 나는…
하지만 그 대답은, 진심이 아닌 것이 훨씬 클 테지. 칸자키도 알아챌지 모르고, 설사 그렇지 않다 해도 아스카의 마음을 배신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봐. 인정하라고. 넌 그냥 자기만족 때문에 나를 쫓아나온 거야."
자기만족일 뿐이라는 칸자키의 말이 내 안에서 메아리친다.
사실이었기에 절대 부정할 수 없는 날카로운 말이 나를 파고들었지만, 어째서인지 그것은 전혀 아프지 않았다.
오히려 명확한 사실이었기에 담담해지는 듯 했다.
"부정할 수 없네."
그래. 자기만족이지. 네 말이 맞아.
"하지만 꼭 나만을 위해서는 아니야."
내 죄책감은 내가 떠안고 가면 돼. 마음의 방에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쓸쓸하게 죄책감에 익사하면 된다고. 그러면 모든게 해결되겠지.
"그렇다면 누굴 위해서지? 나를 위한 알량한 동정심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은 거야?"
하지만 나 말고도 너 때문에 슬퍼하는 사람이 있어. 너 때문에 슬퍼해서, 눈물흘리는 사람이 있다고. 나는 지금도 내 팔에 떨어진 눈물이 부서져 흩어지던 그 감촉을 기억하고 있단 말이야.
"그것도 아냐. 아스카를 위해서야."
그래. 이게 내가 너를 따라온 이유였던 것 같네.
내가 너를 따라와 못 했던 말들을 꺼내놓고 있는 것은 나를 위해서지만, 지금 당장 너와 같이 돌아가서 이야기를 나누려는 것은 너 때문에 슬퍼하고 있는 아스카를 위해서야.
그녀가 슬퍼하는 모습을 더는 보고 싶지 않아서 아픔도, 추위도 잊고 너를 찾아나선 거라고.
"아스카가 슬퍼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이번 일로 자책하지 말아줬으면 좋겠다고. 그러니까… 돌아가자. 가서, 다시 한 번 이야기를 나누자."
너와의 앙금을 모두 털어버릴 수만 있다면,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다시 셋이 모여 간식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아스카도 더 이상 슬퍼하지 않겠지.
그러니까 우리에게 그럴 수 있는 기회만이라도 줬으면 좋겠어, 칸자키.
"아스카가 너 때문에 눈물흘리는 일은… 너도 싫잖아."
내 말에 조금은 마음이 흔들렸는지, 칸자키는 나에게 돌아가라는 말을 꺼내지 않고 내 앞에 못박혀 선 채 무언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후우… 너희 둘 다 참 멀리도 왔군. 물론 남모를 아픔을 가진 사람들이 세상에서 숨어버리고자 하는 일은 빈번하다만, 찾는 사람의 입장도 좀 생각해줬으면 좋겠는데."
차갑게 굳어진 교착 상태로 파고들어와 순식간에 서로의 앞에서 굳어버린 두 사람의 정신을 깨워버리는 누군가의 목소리.
"아스카!"
"아, 아스카…"
우리를 따라나온 아스카가, 우리를 찾아내 우리의 뒤에 서 있었다.
+3 그녀가 찾아온 이 상황은 어떻게 흘러갈까.
저거 앵커인 줄 알고 처리했는데 그 다음에 다른게 달렸었...?!
느아아아, 죄송합니다. 새로고침 한 번 해볼걸 그랬네요...
너희들 아이돌이야 이녀석들아...
"사인해 주세요!"
이미 늦었다.
"그 앞쪽엔 란코 같은데?"
"어? 진짜잖아?"
아스카가 우리를 찾아온 타이밍에 맞춰 거리를 지나가던 패거리가 아스카와 칸자키를 알아보고, 그 중 한 명이 쉽게 접할 수 없는 기회를 틈타 그녀들에게 말이라도 걸어보려 하는지 점점 이쪽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나는 내 이름이 불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아챘지만, 지금은 그 사람들의 입에서 나온 이름이 단 둘 뿐이라는 뼈저린 사실은 지금 당장 해결해야 할 아스카와 칸자키, 그리고 나의 갈등이나 기습 팬미팅에 비하면 마음 쓸 일 없는 정말 미미한 일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금 다가오는 사람들이 나보다 아스카와 칸자키에게 더 신경 쓰더라도 내가 그녀들의 옆에 있는 이상 나에게도 어느 정도의 관심이 올 것이 뻔했기 때문에, 나는 빠르게 감정을 정리해 얼굴에서 착잡한 마음을 숨기고 평소대로의 표정으로 되돌렸다.
나 때문에 우리들의 울적한 마음이 드러나면 안 되니까.
"저기, 니노미야 아스카와 칸자키 란코, 맞죠?"
어느새 지척까지 다가온 그 사람이 드디어 그녀들에게 말을 걸었다.
"운명의 인도를 따라 험한 길을 밟아온 여행자인가. 그대의 바람대로, 여는 그대가 숭배할 마왕이 맞도다."
"그, 그럼 사인을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두 분의 팬입니다!"
아니나다를까, 그는 그녀들에게 사인을 요구했다.
아직 사인에 미숙하지 않은 내가 저 요청을 받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씁쓸하다고 해야 할까.
다른 이의 무신경함을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해도 역시 기대감을 품게 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는 것 같다.
"바람대로, 만남의 증표를 건네주도록 하지."
살짝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는 칸자키 대신 아스카가 먼저 나서서 그가 건네는 종이와 펜을 받아들고 능숙한 솜씨로 자신만의 서명을 유려하게 그려내기 시작했다.
"다만, 이 사인이라는 것은 팬과 아이돌간의 소중한 만남을 증명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만남의 보상으로 주어진다는 약속의 성격도 띄고 있는만큼 희소성이 있으면 안 되는 것. 그러니 그것을 지킬 수 있도록 우리들이 주목받지 않도록 해 주겠나?"
아스카가 사인을 하면서 건네는 당부의 말.
어찌 보면 어이없기도 한 말이었지만, 다행히도 그는 어느 정도 수긍한 눈치였다.
아니. 수긍했다기보다는 아스카의 논리가 불러일으킨 탐욕에 져버린 거겠지.
그렇지 않고서야 갑자기 눈빛에서 탐욕이 엿보일 리 없으니까.
아스카의 설득이 정말로 잘 먹혀들어갔는지, 칸자키의 사인까지 받고 떠나간 그는 자신의 패거리에게 뭐라고 하더니 이내 그들을 데리고 사라졌다.
"이제 돌아가지 않겠어? 나 역시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역시 밖에서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아니니까 말이지."
아스카의 설득에, 칸자키는 내가 말할 때와는 달리 조금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렇게 앙금을 남기고 끝내기엔 앞으로 너무나도 고통스러울 거란 사실은… 란코 너도 잘 알고 있잖아. 그러니 같이 돌아가 서로 이야기하며 마음속에 쌓여버린 불순물들을 모두 털어내자, 란코. 그 편이 우리들을 위한 가장 좋은 길일 테니."
"아스카…"
몇 마디 말만으로 마음을 흔들고, 자신의 마음을 주체할 수 없게 해서 곧바로 행동에 드러나게 할 정도로 강렬한 감정을 품은 사람 때문에 앞으로도 슬퍼하게 되는 일은… 당연히 피하고 싶지.
물론 칸자키도 예외는 아닐 테고.
역시 아스카만이 제대로 된 대답을 끌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3 우리들이 집으로 돌아가고 난 후에 생길 일
언제나 늦어서 죄송합니다.
아스카는 잠시 이야기 할게 있다면서 잠시지만 셋이서만 있고싶으니 방에 들어오지 말라고 한다.
걱정스러운 눈치지만 일단은 수락하는 카나하의 어머니.
아스카의 설득으로 무사히 칸자키를 집으로 데려와 현관으로 들어서자,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엄마의 인사가 들려왔다.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을 보니 역시 우리 셋을 걱정했던 것 같았다.
하긴. 그렇게 안 좋은 표정으로 나갔는데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겠지.
"잠시 이야기할 것이 있으니, 잠깐 동안은 셋이서만 있고 싶은데…"
"…그러려무나."
엄마는 역시 우리들 사이에 무언가 일이 있었다는 것을 직감했는지 꽤나 걱정스러운 눈치였지만, 결국 아스카의 요청을 수락했다.
심려를 끼치는 것에 괜히 미안해져 엄마에게 고개 숙여 사과하고 싶어지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칸자키와 할 이야기가 있으니까.
사과는, 나중에 하자.
+3 우리들이 나누게 될 대화.
란코에게 미안하다고 한 뒤 역시 이제와서 숨길건 없을거 같으니 무엇이든지 말을 하라고 한다 . 원망의 말이건 궁금증이건 전부 말해도 좋다고...
그런 아스카에게 란코는 그저 침묵을 지키다가...
왜 카나하를 택했는지를 묻는다
하지만 우리들은 앞으로 받게 될 마음의 고통과 틀어질 관계를 미리 교정하여, 엇나가거나 비틀리지 않게 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짙은 정적을 깨고 이야기를 나눠야 했다.
"미안하다, 란코."
아스카가 가장 먼저 말을 꺼내며, 첫 시동을 걸었다.
"여기까지 와서 숨길 것은 이제 아무것도 없겠지. 그러니… 무엇이든지, 네 감정을 있는 그대로 말해주지 않겠나. 원망의 말이건, 궁금증이건 전부 말해도 좋다. 어떤 말이건 모두 감내할 준비가 되었으니까."
아스카가 질문했지만 칸자키는 여전히 침묵 속에 빠져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은 말하고 싶지 않아서 자신을 둘러싼 침묵 속에 남아있다기보다 오히려 아스카의 말에 자신이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어떻게 정적의 장막을 찢고 나와야 할지 고민하는 모습이었다.
"어째서… 내가 아니었어?"
고민을 거듭하던 칸자키가 꺼낸 질문은 바로 이 일을 만들어낸 가장 근본적인 것, 아스카가 자신을 택하지 않은 이유에 대한, 이 자리에서 나와야만 할 가장 기초적이며 앞으로의 이야기의 뿌리가 될 핵심적인 질문이라고 할 수 있는 질문이었다.
"어째서 에토를 선택했어? 에토의 병 때문이 아니라는 것쯤은 나도 알아. 네가 알량한 동정심 때문에 누군가의 사랑을 받아줄 사람이 아니라는 것쯤은 아주 잘 알고 있으니까."
질문을 이어나가다 자신의 말을 곱씹듯 고개를 숙인 채 잠시 말을 멈춘 칸자키의 입가에 자조의 빛이 스쳤다.
"그런데 난, 그걸 알고 있으면서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나도 참 한심하네."
"아무튼 됐어. 대답해줘, 아스카. 어째서 에토였어?"
+3 아스카는… 어떤 대답을 할까. 그녀는 어째서 나를 선택했을까.
아스카의 이야기에 불현듯 그 때의 만남이 기억났다.
운명적인 첫 순간의 뒤 용기를 내어 다가갔던 그 때.
지금 와서 다시 생각하기 부끄러운 일이었지만, 아스카의 입에서 그 이야기가 나오니 어째서인지 머릿속에서 그 기억늘 떠올릴 때마다 선명한 이미지로 되살아나 나를 부끄럽게 만들던 주변의 다른 학생들은 모두 퇴색되어 사라지고, 오로지 아스카와 칸자키만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카나하를 볼 때마다 지금까지 알고 지낸 그 누구보다 매력적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것 외엔 딱히 큰 이유는 없다고 생각해. 왜냐면 카나하와 함께하는 하루하루에 젖어들어 모여든 작은 즐거움들이, 하나의 큰 이유로 변해버렸으니까."
나와 있었던 일을 추억하듯, 아스카가 아련한 눈빛으로 아래쪽을 내려다본다.
나로서도 처음 듣는 이야기.
아스카와 나의 마음이 평행선을 달리기 시작한 이유에 대한 이야기.
과거의 향수에 젖은 채, 나와 칸자키는 조용히 그녀의 말을 기다렸다.
"그렇군. 나는 카나하에게 '한눈에 빠져버린' 거였나. 그래. 그 말대로다. 나는 카나하에게 점점 빠져들었던 것을 어느 순간 자각해버려 세상에서 흔히 말하는 사랑을 시작하는 마법에 걸려버리게 된 거였어. …이걸로 대답이 되었다면 좋겠지만, 너에게 충분한 대답이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군."
과연 칸자키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2~3 (주사위, 평균, 51이상 납득) 그녀는 아스카의 말을 듣고 납득해주었을까.
미친 뿜었다 여기서 펌블이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칸자키는 전혀 납득할 기미 없이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어 반항적인 눈빛으로 아스카를 노려보았다.
그녀의 잘못이 아닌데도, 그녀에게 따지려는 것처럼.
그리고 고통스러운 것처럼.
"내가 더 오랫동안 너를 알고 지냈는데! 그런데 왜 내가 아니라 에토였던 거야?"
오랫동안 품어온 마음을 내보이며 억울한 마음을 성토하는 칸자키의 모습은, 처절하면서도 애처로웠다.
그런 그녀에게 할 수 있는 말이 없는 나로선 그저 아스카와 칸자키의 대화를 듣고 거기에 나 자신만의 생각을 덧붙여, 아스카의 입장과 칸자키의 입장을 동시에 이해하려고 노력할 뿐.
지금 당장 내가 나선다고 나아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알고 있어 두 사람 사이에서 방관자가 될 수밖에 없는, 그래서 또 다시 아스카에게 모든 것을 맡겨버리고 마는 내 처지가 너무 분해 눈물이 나올 것만 같다.
내가 지금 여기서 무엇을 어쩌면 좋은 거야.
칸자키를 설득하지도 못하고, 둘만의 대화에 끼어들어갈 틈조차 없는 나는 뭘 하면 되냐고.
난 왜 바라만 봐야 하는 거야.
이건… 불공평하잖아.
나 때문에 생겨난 일인데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불공평해서, 두 사람한테 미안해지잖아.
"네 말대로라면 내가 이 녀석보다 매력이 없다는 거지? 그래서, 네가 사랑하기엔 모자랐다는 거지? 그렇지?"
"그럼 너는!"
칸자키의 말이 점점 험해지기 시작하자, 그녀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주던 아스카가 돌연 칸자키에게 호통치며 그녀의 말을 끊어버렸다.
"그렇다면 란코 너는 나같은 녀석의 어디가 좋길래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거지?"
"그, 그건…"
자신을 어째서 좋아하느냐는 아스카의 질문.
자기 자신도 마음 속에 사랑을 품고 있으면서 다른 사람이 누군가를 사랑하는 이유에 흠집을 내려고 하는 행동을 꼬집는, 그녀 자신이 던졌던 질문과 정면으로 맞붙는 아스카의 질문에, 칸자키는 동요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너도 알잖아. 사랑에는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힘든 점이 존재한다는 것을."
칸자키는 말이 없었다.
+3 침묵 끝에 찾아올 대답은, 과연.
카나라 (대체 어디가?!)
과연 뭐가 다르다는 걸까.
아스카의 '어째서 자신을 좋아하냐'는 질문은 칸자키, 네가 던진 '어째서 오래 알고 지낸 자신을 사랑해주지 않았냐'는 질문과 비슷한 맥락에서 던져진 말이잖아.
어째서 하필 자신을 사랑했냐는 질문으로 네 마음 속, 아스카를 향한 감정의 근원을 끄집어내어 그것이 오래 알고 지낸 것만으로 생겨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너에게 일깨워주려는 행동이었잖아.
그런데 넌 왜 그렇게 부정하는 거야.
정말로 아스카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해서 그렇게 말하는 거야, 아니면 그냥 인정하고 싶지 않은 거야?
아마도 인정하고 싶지 않은 쪽이겠지.
"난 달라! 난 아스카 너에게 계획적으로 접근하지 않았어! 내 사랑은 네 옆에 있는 누군가의 사랑처럼 자기가 살기 위해서 계획된 사랑이 아니라 너에 대한 순수한 애정이란 말이야!"
뭐?
내가… 아스카에게 계획적으로 접근했다고?
"란코! 그게 무슨…!"
"내 말이 틀렸다면 말해봐! 에토, 너는 왜 아스카를 좋아하는데! 말해보란 말이야! 넌 그저 네 병 때문에 아스카가 필요할 뿐이잖아! 그래서… 아스카를 유혹한 거잖아!"
내가 아스카와 점점 가까워지는 모습을 보고, 내가 아스카에게 계속 계획적으로 접근해 아스카를 홀려버리고 있다고 생각했던 거였어?
그래서 살짝 틱틱대기만 하던 사이가 갑자기 벌어지고, 그동안 날 싫어하는 모습을 보였던 거야?
"…하."
그동안 칸자키가 나에 대해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자 내 마음을 지배한 감정은 분노도, 모욕감도 아니었다.
그저 허탈했다.
지금껏 아스카를 향해 쏟아냈던 내 애정과 헌신이 모두 부정당하는 것만 같아, 마음이 비어버려 허탈함만 남아버렸다.
하지만 비어버린 마음은 곧 투쟁심으로 한가득 차올랐다.
그래. 네가 그렇게 화살을 나에게 돌리겠다면, 그게 네 진심이라면 나도 너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해주겠어.
이제 너와 내가 이야기할 때니까.
지금까지는 나설 수 없었지만, 이젠 나설 수 있으니까.
아니. 나서야 하니까.
+3 자. 이게 내가 할 말이야, 칸자키.
---
오늘의 흑역사 정립
이것은 앵커가 아니다.
계획된 사랑이었다면 이런 관계가 아니고 그냥 아는사이정도였겠지, 그리고 그런관계였다면 너와의 관계도 이 정도까진 아니였을거야 그렇지않으면 내가 왜 너와 이렇게까지 싸우고있는거야?
이미 여러 번 칸자키에게 부정적인 생각을 가졌었지만, 칸자키가 나에게 숨기고 있었던 그녀의 진심이 이따위의 왜곡된 악감정이었다는 것이 정말 원망스럽다.
"내가 아스카에게 계획적으로 접근했다면 내가 왜 아스카를 선택해서, 그녀와 같이 여기까지 왔을 것 같아? 살기 위해서? 고작 '아이돌이 되면 같이 있기 좋다'는 이유만으로 내가 아이돌이 된 줄 알아?"
서로의 손을 맞잡고 아스카와 함께하며 동료라는 관계로 단단히 싸맨 우리들의 손 안에 내가 소중하게 간직해왔던, 나를 이끌어주던 아스카의 내가 자신과 같은 길을 걸었으면 하는 소망과 나를 응원해주었던 아리사의 기대를 부정했던 칸자키의 말.
"그리고 칸자키, 네가 잊고 있는 게 하나 있어. 애초에 내 병은 '사랑하는 여성'과 함께 있지 못하면 죽는 병이야. 그런데 넌 내가 병 때문에 아스카에게 접근해서 '좋아하는 척'하고 있는 게 아니냐 말하고 있잖아."
"그게 무슨 소리야?"
"내가 살려고 아스카에게 접근했다면 아스카가 동정심이건 뭐건 나를 살려주기로 한 시점에서 아스카가 나를 좋아하게 만들 필요까진 없었어. 아스카의 옆에 있기만 하면 됐다고. 그렇게 계획적이었다면 필요 없는 짓은 하지 않아도 됐다고."
조금만 생각해도 알 수 있는 것을 놓쳐버리고 만, 이성을 잃어버린 칸자키의 말.
"난 아스카를 사랑하기에 내가 아스카에게 보이는 사랑이 진실된 마음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 했어?"
"네 병을 더 수월하게 막기 위해 아스카가 널 잃게 하고 싶지 않도록 만들어서 그녀의 마음을 이용했을 수도 있잖아! 그런 거잖아!"
"그래. 그럴 수도 있겠네. 하지만 나와 아스카의 관계가 그깟 제대로 돼먹지도 못한 관계였다면 너와의 관계도 별 것 아니었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내가 너와 이렇게까지 싸울 이유 따위 없으니까."
지금도 나를 상처 주고 있는, 칸자키의 상처받은 말.
그 말들이, 그리고 내 마음을 몰라주는 칸자키가 원망스럽다.
원망스러워서, 나의 모든 것을 걸고 그녀와 맞붙어 나 자신을 그녀에게 이해시키고 싶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무언가를 문득 깨닫는다.
내가 그녀를 이해시키려는 이유를.
아스카에게 모든 것을 맡겼을 때 자신이 나서지 못해 자책했던 이유 하나를.
"…있잖아, 칸자키. 너는 내가 왜 너와 이렇게 싸우고 있다고 생각해? 단순히 내 생각이 부정당해서? 죄책감 가지기 싫어서?"
그리고 그 이유를 말한다.
"애초에 네가 말한 대로 내가 그렇게 속이 검은 사람이었다면 떠나가는 널 붙잡을 이유는 없었어. 방해만 될 테니까. 또 아스카를 위해서 너의 사이를 원만하게 하고 싶었을 뿐이었다면 난 여기서 빠져도 됐어."
그래. 그렇지. 그런데, 내가 왜 지금 여기서 너와 싸우고 있을 것 같아?
"그렇지만 너도 나에게 있어 소중한 사람이니까. 아스카 덕분에 만나게 된 동료니까. 그래서 너와 사이가 나빠지고 싶지 않아서 너와 싸우고 있는 거야. 내가 네가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었다면 너와의 관계가 이 정도까진 아니었을 거란 사실을 너에게 이해시키고 싶어서 이러고 있는 거야."
왜냐면 다음에 만났을 때는 평소처럼 지내고 싶으니까.
+3 그런데 네 답은 어떨지 모르겠어, 칸자키.
그저 침묵만이 계속된다.
입을 굳게 닫은 채 자신이 해야 할 말들을 꽁꽁 숨겨 어떤 생각을 하는지 전혀 드러내보이지 않는 칸자키의 대답을 내가 알 수 있을 리 없었으니까.
"흐, 으흑… 흑…"
잠깐의 기다림 끝에 내가 얻어낼 수 있었던 대답은 어떠한 말도 아닌 한 줄기의 슬픈 곡조였다.
하지만 그 어떤 대답보다도 함축적인 그 울음소리는 나에게 충분한 답이 되어주었다.
이해하고 있으니까, 그러니까 인정할 수 밖에 없지만 인정할 수 없겠지.
자신의 마음이 도저히 놓아주지 않을 테니까.
"란코."
그렇게 단단히 얽매여버린 칸자키에게, 아스카가 다가가 그녀를 안아주었다.
복잡한 의미를 지닌 그 포옹을, 칸자키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3 그리고, 어떤 행동을 할까.
이런 침묵이 계속되던 그때 보다못한 아스카가 한숨을 쉬면서 벌써 꽤 시간이 지났다면서 피곤하지 않냐면서 휴전을 제의한다.
+1
그저 칸자키가 아스카의 포옹을 가만히 받아들이며 그녀의 어깨에 얼굴을 묻는 것을 지켜볼 뿐.
"하아… 일단 시간도 꽤 늦었으니까 이만 쉬는 게 어때? 피곤하잖아."
드러내지 않으려 하는 속마음을 파헤치기보단 칸자키에게 시간을 주자.
칸자키도 마음을 진정할 필요가 있을 테니까.
아무것도 걱정하지 않고, 나중에 생각할 수 있도록 그녀에게 시간을 주는 것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배려겠지.
이럴 때는 역시 시간을 가지는 게 최고의 방법이니까.
"그래. 카나하도 그렇겠지만 란코 너도 피곤할 테지. 잠깐… 쉬면서 마음을 가라앉히자."
아스카의 말에, 칸자키의 고개가 미세하게 끄덕인 것 같았다.
+3 우리들은 휴식 시간을 어떻게 보내게 될까.
칸자키는 아스카나 나를 가끔씩 흘끗 쳐다보는 것을 제외하곤 아무런 말도, 행동도 거의 하지 않고 있었으며, 우리들은 꼭 혼자 다른 세상에 있는 사람처럼 느껴지는 그녀를 괜히 자극하지 않도록 눈치를 보며 조용히 할 수밖에 없었으니까.
"그런데 이제부터 어떻게 하지?"
그런 침묵과 불안정함 속에서, 아스카가 먼저 우리들 앞에 화제 하나를 던졌다.
"지금 이대로라면 세 명이 같이 자게 될 텐데, 카나하의 어머니가 그러기엔 좀 곤란한 상황이라고 말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분위기를 환기하기 위해 던진 듯한 말이었지만, 아스카의 말은 확실히 생각해봐야 할 만한 일이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세 명이 함께 잠을 청하기는 곤란하다.
애초에 우리들이 이 무겁게 내려앉은 공기 속에서 편안히 잘 수 있을 만한 철면피가 아니기 때문에 아스카도, 나도, 칸자키도 불편해질게 뻔하니까.
분명 불편한 마음에 잠을 설치게 될 거야.
"그러게. 어떻게 해야 하지?"
한 명이 옷을 갈아입지 않고 그냥 자는 방법도 있지만…
+3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우리 모두가 희생한다니?
왜 우리 모두가 그래야 하는 거야?
"저기, 아스카. 우리 모두가 희생한다는 건 무슨 말이야?"
"말 그대로 우리 셋 다 옷을 갈아입을 권리를 포기하고 하루쯤 일탈을 즐기며 위기를 분쇄해버리자는 거지."
그건 조금 이상한 말 아니야, 아스카?
하지만 두 명만 갈아입는 편이 좀 더 이상할지도 모르니까…
"…뭐, 하루쯤은 그래도 상관없겠지. 하지만 잠은 어디서 자려고?"
내 침대는 세 명이 억지로 몸을 겹쳐넣어 누웠다간 잠결에 굴러떨어지기 딱 좋을 정도의 크기였기에, 결국 한 사람은 다른 곳에서 잘 수밖에 없다.
하지만 누가, 어디서?
"확실히, 카나하 네 침대는 우리 셋이 자기엔 너무 좁은 침대다. 그러니 방법은 우리 모두가 바닥에서 자는 것밖에 없겠지."
"그, 그건 좀 아니지 않을까, 아스카…?"
한 명도 아닌 세 명이 전부 다 바닥에서 잔다는 아스카의 다소 어이없는 발상에 내가 처음으로 했던 생각은 바로 차라리 한 명만 바닥에서 자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그래서는 안 될 것 같았다.
좀 전의 무거운 공기는 대부분 환기되어 다른 곳으로 흩어져 날아갔지만 우리들이 모여있는 곳의 바닥에는 여전히 알게 모르게 그 공기가 남아 있는 상태.
이런 불안정한 평화 위에서 한 사람을 배제하는 일은 자칫하면 독이 될 수 있다.
"…아니지. 차라리 그 쪽이 낫겠네."
칸자키나 내가 내려가고, 나머지 한 사람이 아스카와 함께 침대 위에 있는 것은 절대 안 될 일이다.
칸자키가 용납하려 하지 않을 거라는 이유도 있지만 또 다시 칸자키를 상처입힐 것만 같아 나는 아스카와 같은 자리에 누울 수 없고, 또 칸자키에겐 미안하지만 나 또한 그녀를 질투할 수밖에 없어 아스카의 애인인 나를 놔두고 다른 사람을 그녀의 옆에 눕히고 싶진 않았으니까.
그렇다고 아스카를 내려보내게 된다면 침대 위에 있게 되는 사람은 바로 칸자키와 나, 천칭의 양 저울 끝에, 대칭점에 서 있는 두 명이었다.
아직 천칭에서 내려오지 않은 그런 두 명이 과연 같은 자리에 누울 수 있을까.
아니. 그럴 수 없다. 시작부터 균형을 이루지 않았던 아스카의 천칭은 내 쪽으로 기울어있지만, 그렇기에 우리 둘은 더더욱 함께할 수 없다.
서로가 서로를 응원할 수 있게 되지 않는 한은.
"좋아. 란코, 너는 어떻지?"
"…너희들 마음대로. 바보같은 방법이지만, 다른 방법보단 낫겠지."
칸자키가 아스카의 결정에 동의하는 중얼거림을 입 밖으로 흘리는 것으로, 결국 아스카의 의견은 만장일치로 통과되었다.
침대 위에 올려놓은 이불과 요를 내려 바닥에 깔고 누운 우리 셋.
"조금 좁네."
"그래. 생각 외의 난점이군."
세 명이 누울 수 있는 공간이긴 했지만, 그래도 침대보다 좀 나아지고 바닥으로 떨어지지 않게 되었다는 점만이 달라졌을 뿐, 세 명이 누워서 가지에는 여전히 좁은 것이 사실이었다.
생각해보니 이거, 뭔가 좀 이상한 아이디어였던 것 같은데.
+3 예상 외의 난점에 봉착한 우리에게 일어날 다음 상황은 과연 뭘까.
그 생각을 하니 괞이 얼굴이 붉어진다.
란코는 그런 카나하를 보다가 도발하듯이 먼저 옷을 벗는데...
@랄까. 중2병 두명 사이에 껴있다보니까 카나하가 하는 독백이 시인처럼 되어버렸어... 여기에 린까지 더한다면...
P.s. 죄송하지만 괜히.....
하지만 괜찮을 것 같으니 채택-
혼자서도 아니고 애인과 애인의 친구와 함께 그렇게… 잠이 오기는 할까?
내가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해 가만히 누운 채 괜스레 이불을 목 위까지 바싹 끌어당기고 있을 때, 나를 지켜보던 칸자키가 일어나 앉더니 먼저 옷을 벗기 시작했다.
보란 듯이 천천히, 마치 '이것도 할 수 없냐'며 나를 도발하는 것처럼.
속옷 차림이 되어가는 칸자키의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나를 도발하는 듯한 그 태도가 꼭 '너는 아스카의 말에 따르지도 못 하는 거냐'며 뽐내는 것 같아, 괜한 호승심이 고개를 치켜들었다.
좋아. 나도 벗어주겠어.
너처럼 속옷차림이 되어주겠다고!
"…너희들 지금 뭐 하는 건가?"
칸자키에게 지지 않기 위해 그녀처럼 일어나 앉아 빠르게 윗옷을 벗어던지고 난 후 완벽하게 속옷 차림이 되려는 찰나 들려온 아스카의 목소리가, 내 움직임을 막아세웠다.
정확히는 나와 칸자키의 움직임을.
아스카의 심상치 않은 반응에 반사적으로 아스카가 누워 있던 곳을 쳐다보자, 어느새 우리들처럼 몸을 일으켜 앉아있던 아스카의 굉장히 붉게 달아오른 얼굴이 시야에 잡히며 나의 잘못을 알려왔다.
설마 나, 아니, 우리, 오해한 거였어?
"옷을 벗으란 뜻은 아니었단 말이다!"
"아…"
"으읏…!"
순식간에 세 명 모두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1~3 (주사위. 홀수 1, 짝수 2) …이제 어떻게 할까.
1. 속옷 차림이 되어버릴까나~
2. …옷 입자.
대체 언제부터 바뀐 거지...?
예전 글도 다시 좀 보면서 참고해볼까...
"너, 너도 벗어, 아스카!"
"뭐?"
그래! 아스카 너도 벗는 거야!
나만 이렇게 창피해질 수는 없다고!
아니지. 칸자키도 조금 당황한 것처럼 보이니까, '나 혼자'가 아니라 '우리'인가?
"나랑 칸자키가 벗었으니까 너도 벗어야 할 거 아냐?"
아무튼 따지고보면 네 말을 오해한 탓이니까, 이 해프닝은 아스카 네 잘못으로 인해 일어난 일이라고! 그러니까 우리들만 창피해질 수는 없다고 생각하는데!
아스카 너도 동료라면 우리와 함께 해야지!
"딱히 상관 없지 않나? 너희 둘이 내가 의도한 것보다 더한 일탈을 즐기려고 하는 것에 나까지 동참할 필요는 없다고 보는데."
"그, 그대로 자면 옷이 구겨질 거라고!"
아스카가 걸려들지 않자 다급하게 던진 말.
엉겁결에 한 말 치고는 논리적으로 어느 정도 맞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렇다고 그렇게까지 설득력이 있는 말처럼 느껴지진 않았다.
내가 생각하기에도 이렇게 엉성한 말인데, 그 말을 듣는 아스카는 얼마나 어설프게 여겼을까.
아스카까지 끌어들이려는 생각은, 포기해야 하나?
+3 아스카는 내 말에 어떤 대답을 할까.
란코 : (...이 둘 뭐하는거야...)
"하아… 뭐, 알겠다. 네가 그렇게까지 말하니 벗긴 하겠다만…"
나의 말에 상대해주기 귀찮아졌는지, 아스카는 투털거리면서도 자신의 옷을 벗어젖히며 연보라색 속옷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저 속옷, 사무소에서 서로 옷을 벗었을 때는 어두워서 잘 몰랐는데 프릴이 달려 있었구나.
…대담하게 옷을 벗는 아스카의 행동과 맞물리니 뭐랄까, 조금 야하네.
만약 평소처럼 우리 둘만 있었다면 마음놓고 두근거리며 앞으로 벌어질 상황에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품을 수 있었겠지.
하지만 지금은 칸자키도 같이 있으니까, 그렇게 마음 놓고 있을 수가 없네.
다른 감정은 모두 날아가버리고 부끄러움만이 남아버리니까.
"…흐응."
어쩐지 우릴 쳐다보는 란코의 시선이 묘하다.
+3 이제 우리 중 누군가가, 어떤 행동을 할까.
이불 덮고 얌전히 눕는 세 명.
@그런데 지금 계절이 어찌 되나요? 여름이면 춥다는 말이 이상해지니까 좀 귀찮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