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무소 *
나오>
카렌 녀석 말인데.
결국 그 셋리스트로 가기로 했다나봐.
린은 그 뒤로 뭔가 얘기 들은 적 있어?
린>
아니, 아무 것도.
셋리스트에 대해서는 신경쓰였지만…….
그걸로 하기로 했구나. 그래.
나오>
그렇다나봐.
나도 방금 프로듀서 씨한테 들은 거야.
나오>
그거야 이번 센터는 카렌이고,
셋리스트나 대본도 카렌이 맡기로 했지만.
역시 좀 지나치게 자기 맘대로 하는 것 같단 말이지…….
나오>
애초에 LIVE니까 말야.
본인 스스로가 진심으로 즐겨야 하는 거잖아?
그렇지 않으면 관객들도 즐거워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린>
……나오 말도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해.
하지만 그런 건 카렌에게 직접 말하는 게 어떨까?
린>
푸념 정도는 나도 들어주겠지만.
하지만 나한테 말해봤자 아무 소용 없으니까.
……나오는 뭘 겁내는 거야?
나오>
겁낸다니……그야 말다툼 같은 건 누구나 싫어하잖아.
난 린이나 카렌하고 싸움 같은 거 하고 싶지 않아.
스테이지 위가 아니더라도 즐겁게 아이돌을 하고 싶어. 그뿐이야.
린>
하지만 필요할 때는 제대로 말해야 하지 않겠어?
그런 건 싸우는 게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나오>
그치만……역시 뭔가 싫어, 그런 거.
모처럼 우리 셋이 모여서 노래하게 됐으니까.
쭉 즐겁게 하고 싶어. 나는.
린>
그래.
나오>
……응. ……미안해 린, 잊어버려.
방금 건 이상한 불평이나 늘어놓은 내가 나빴어.
슬슬 스케줄 시간이니까 갔다올게.
린>
아, 나오…….
가버렸네……내 말투도 좀 문제가 있었던 걸까…….
린>
……나오는 LIVE를 즐기고 싶다고 했었지.
즐기지 못하는 것보다 즐기는 쪽이 좋은 건 당연한 거지만…….
하지만 그게 목적이라는 건 뭔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린>
나는, 카렌의 말도 나오의 말도 틀렸다고 생각하고 있어.
린>
……아아, 그렇구나.
우리 셋은 전부 LIVE의 목적이 다르구나.
그러니까 뭔가 맞물리지 않는 거야.
린>
하지만…….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 거리 *
나오>
……그래서. 우린 지금 그런 느낌인 상황이라 말야.
왠지 어느 새에 다들 흩어져버린 것 같아.
프로듀서 씨한테 이런 말 하는 것도 이상하지만.
나오>
난 그저 셋이서 즐겁게 유닛활동을 할 수 있다면
그걸로 족했어.
하지만 즐겁게 활동하고 싶다는 내 생각은 잘못된 걸까…….
프로듀서>
잘못된 게 아니야.
프로듀서>
즐기면 안 될 리가 없잖아.
하지만 그것 이외에도 중요한 건 많이 있겠지.
나오>
그렇……겠지.
응, 프로듀서 씨가 말한대로야.
나도 제멋대로 굴었던 걸까…….
나오>
조금. 불안해. 그 둘을 보고 있으면.
아이돌이나 노래에 전부 바치는듯 전력을 다하고.
그것 자체는 진심으로 존경하고 있어. 하지만…….
나오>
이따금씩 그런 생각이 들어.
그 둘은 아이돌이 즐거운 걸까.
Triad Primus를 즐겁게 여기는 걸까 하고.
나오>
무서워…….
어느 날 갑자기 두 사람이 내 앞에서
사라져버리는 게 아닐까 해서.
나오>
내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가버릴 것 같은 느낌도 들고,
어디선가 문득 멈춰서서, 그대로 꺾여버릴 것 같은 느낌도 들어.
그 둘은 친구니까……정말로 무서워.
프로듀서>
3명 모두 그렇게 약하지 않아.
나오>
응……알고 있어.
린도 카렌도 그렇게 약한 녀석들은 아니지.
나오>
알고 있지만…….
왠지 석연치가 않아…….
* 녹음 스튜디오 *
카렌>
프로듀서, 수고했어.
일부러 마중나와줘서 고마워. 갈까?
프로듀서>
상태는 어때?
카렌>
LIVE 준비? 음ー…….
상세한 조정은 프로듀서한테도 부탁해놨으니까
알고는 있겠지만, 준비는 대충 됐……나.
카렌>
남은 건 우리가 연습을 빡세게 해서
멋진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것뿐……이겠지만.
카렌>
그 부분이 서로 잘 안 맞는단 말이지…….
설마 우리 셋이 이런 분위기가 될 줄은
전혀 상상도 못했어.
프로듀서>
3명 모두 주장하는 바가 있지.
카렌>
응……분명 린도 나오도 양보할 생각 없을 거야.
물론 나도.
카렌>
……오늘 녹화했던 방송에서 말야.
몇 년 전에 유행했던 노래를 틀어준다 라는 코너가 있었어.
카렌>
나도 알고 있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흥얼거릴 수 있는 유명한 곡.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걸 불렀던 사람들의 이름은 물어보지 않아.
나도 노래를 들을 때까지 잊어버리고 있었지. ……무서운 일이야.
카렌>
지금은 나름대로 많이 활동하고 있지만,
나도 어느 순간 눈치채면 사라져 있을지도 몰라.
누구의 기억에도 남지 않고 말야.
카렌>
그게 싫은 거야.
호죠 카렌이라는 아이돌이 있었다고, 어딘가에 남기고 싶어.
아이돌로서의 내 존재를 새겨놓고 싶어.
카렌>
혼자서는 힘들더라도, 린과 나오랑 함께라면 반드시 할 수 있어.
혼자일 때보다, 다같이 남길 수 있다면 기쁠 거야.
그렇게 생각했는데……그저 내 고집이었던 걸까…….
프로듀서>
그걸 전하는 거야.
카렌>
합숙, 이제 곧 하겠네.
제대로 마주할게.
린과 나오, 나 자신과.
셋이 싸우는 이유가 어째 공감이 되는지라..
셋 중 누구도 탓할 수가 없다는 게 좀 안타깝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