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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기획] 아이돌 마스터, 러브라이브… 오타쿠 공연 문화와 이를 ‘즐기는 사람들’

팬들이 만들어가는 공연 문화와 콜 가이드(콜북)… 공연 문화를 즐기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현남일(깨쓰통) 2019-06-02 17:43:57

최근 다양한 일본 게임과 애니메이션이 서비스를 시작하거나, 손쉽게 접할 수 있게 되면서 이른바 ‘오타쿠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주목받는 분야 중에 하나가 바로 일본의 성우가 주연이 되는 이벤트나 콘서트 같은 '공연 문화'인데요. 


디스이즈게임은 이런 ‘공연 문화’를 한국에서 접하는 방법, 그리고 이를 즐기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연재 기획으로 준비했습니다. /정리: 디스이즈게임 현남일 기자

 

[이전 기사] 한국 게이머들에게도 다가온 ‘성우 오타쿠’ 공연 문화

  


  

# 그냥 공연을 보기만 하면 재미없잖아? - 러브라이브 선샤인 내한 공연과 팬들이 만들어가는 문화

 

지난 4월 20일과 21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화정체육관에서는 애니메이션과 게임 등으로 유명한 <러브라이브 선샤인> 주력 그룹 아쿠아(Aqours) 9명의 내한 공연(Aqours World LoveLive! ASIA TOUR 2019)이 펼쳐졌습니다. 국내에서 대규모로 펼쳐지는 성우 내한 공연은 정말 흔치 않기 때문에 많은 관심과 주목을 받았는데요. 양 일간 6천 명 가까운 관객들을 동원하면서 공연은 성황리에 마무리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공연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본진(?)이라고 할 수 있는 일본에서도 많은 화제가 되었습니다. 사실 우리나라는 공연 및 음반 시장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한 번 공연을 했다 하면 유달리 팬들의 참여가 적극적이고, 또 ‘떼창’으로 대표되는 공연 문화 또한 신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이 때문에 해외의 유명 아티스트 중에는 흥행과 관계없이 한국에서의 공연을 선호하는 가수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양일간의 <러브라이브 선샤인> 공연 또한, 다방면에서 팬들의 참여가 적극적으로 진행되어 여러 흥미로운 장면을 많이 연출한 것입니다. 

 

특정 곡에 맞춰서 관객들이 사전에 합의한 순서대로 펜라이트(야광봉)를 들어 올려 아름다운 광경을 연출해 내는데 성공했습니다. 위 영상은 ‘Thank you, FRIENDS!!’ 곡에 맞춰 팬들이 이른바 ‘아쿠아 레인보우’를 완성하는 장면. 
출처: <러브라이브 선샤인> 공식 트위터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이, 공연 중간에 관객들이 합심해서 진행한 여러 펜라이트 연출 프로젝트가 있습니다.

 

이번 <러브라이브 선샤인> 내한 공연에서는 특정 곡/구간에서 관객들이 펜라이트를 들고 ‘파도타기를 한다거나’, ‘정해진 순서대로 펜라이트를 든다’는 식으로 아티스트가 아닌, 관객들이 다양한 퍼포먼스를 보여줬습니다. 덕분에 관객들은 물론이고, 내한한 아티스트들에게도 잊지 못할 추억과 멋진 장면들이 대거 연출되었는데요. 

 

사전에 어떠한 연습이나 강요가 있었던 것이 아닙니다. 열정적인 일부 팬들이 해당 프로젝트를 커뮤니티를 통해 ‘제안’ 하고, 해당 내용은 팜플렛으로 제작해 공연 당일에 배포하고, 다른 관객들이 이에 호응한다는 식으로 모두가 함께 참여해서 굉장히 아름다운 모습을 연출했습니다. 덕분에 공연을 즐기는 관객들 입장에서도 단순히 아티스트들의 공연을 보고 간다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힘을 합쳐 하나의 무대를 만들고 ‘즐겼다는’ 점에서 만족감을 느낄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이 내한 공연에서는 팬들이 준비한 프로젝트가 모두 7개 이상이었습니다. 프로젝트를 제안한 측에서는 사전에 인터넷 커뮤니티에 알림 페이지를 만들고, 오프라인에서는 팜플렛을 만들어 당일에 공연장에서 배부했죠. 


이런 식으로 공연장 앞에 쌓아놓고 배포했고, 이를 받아본 관객들이 모두 호응해준 덕분에 거의 대부분 문제없이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이밖에도 내한 공연이 펼쳐진 화정 체육관에서는 공연 전/후로 팬들이 모여서 ‘다 함께’ 즐기고 노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자발적으로 제작한 동인 굿즈 등을 나눔/판매하기도 하고

공연 중 많은 사람들이 육성으로 응원하기 때문에, 목이 상하지 말라고 목캔디를 나눔하는 사람도 있었고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었던 '오타쿠는 냄새가 난다'는 편견을 벗자고 탈취제를 자발적으로 뿌려주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일부는 자발적으로 후원을 받아 캐릭터 및 성우의 일러스트를 그린 래핑 버스를 운영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공연을 보러온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공연을 즐기고 추억을 만들었습니다.


 

 

# 단순히 보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추억’으로 남기고 싶다 - 콜 가이드를 만드는 사람들


공연을 즐기는 사람들 중에는 단순히 공연을 보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해당 공연을 하나의 ‘추억의 순간’으로서 남기고 싶어하는 열정적인 팬들 또한 많이 있습니다. 특히 국내에서 라이브 뷰잉이나 각종 성우 공연을 즐기는 열성 팬들 중에는 본인만 즐기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다른 관객들과 함께" 즐겁게 즐기기 위해서 이른바 ‘총대’를 메는 사람들도 많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이 이른바 ‘콜 가이드’(혹은 콜북) 입니다. ‘콜’이란 각종 공연에서 아티스트들의 곡 중간중간에 관객들이 목소리로 일종의 ‘추임새’를 넣는 것을 말하는데, 특정 구간에서는 특정 콜을 한다는 식으로 팬들 사이에서는 일종의 암묵의 룰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공연에 처음 오거나 이런 문화에 익숙하지 않다면 제대로 즐길 수 없는 것이 사실인데요.


2017년 6월에 있었던, <아이돌 마스터 밀리언 라이브>의 첫 번째 국내 라이브 뷰잉을 기념해 제작한 콜 가이드(콜북)의 이미지


‘콜 가이드’(콜북)은 주요 곡들에서 ‘이런 식으로 콜을 넣으면 된다’라고 안내해주는 책자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일부 열성적인 팬들이 공연이 전에 자발적으로 제작하고, 이를 공연 시작 전에 배포하는데요. 특히 <아이돌 마스터> 관련 성우 공연에서 다양한 방식의 콜 가이드 제작이 활발하게 진행됩니다. 


그렇다면 콜 가이드(콜북)을 만드는 사람들은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이렇게까지 열정적으로 제작에 임하는 것일까요? <아이돌 마스터> 시리즈의 공연에서 수많은 콜 가이드를 제작한 프로젝트 팀을 만나서 직접 그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응한 <아이돌마스터> 콜가이드 제작팀 닉네임 '워프'님과, 닉네임 '장화'님. 이번 인터뷰는 지난 4월 28일 있었던 <아이돌 마스터 밀리언 라이브> 6th 라이브 투어의 국내 라이브 뷰잉 직전에 진행되었습니다. 

Q: 만나서 반갑습니다. 먼저 콜 가이드(콜북)와 그 제작 과정에 대해 설명을 들을 수 있을까요? 


콜 가이드(콜북)는 해당 공연에서 불려 질 가능성이 높은 곡 4~5개를 선정하고, 해당 곡에서 콜이 어떤 식으로 들어가는지를 설명하는 내용이 담긴 5~6페이지 미만의 책자, 혹은 리플렛입니다. 때로는 부채 같이 다른 형태로 제작되는 경우도 있으며, 30페이지 정도에 10~15곡 정도를 수록한 [북] 형태의 콜가이드를 제작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보통 ‘콜북’ 이라고도 많이 부르고 있습니다.


보통 국내에서 라이브 뷰잉이 개최된다는 소식이 들리면, 저를 포함해서 뜻이 맞는 그룹 몇 명이 책자의 제작 방식 등을 결정하고 실제 제작에 들어갑니다. 일례로 저희 그룹은 현재 총 7명(장화냥이, 워프, 양갈제복, 류세이, 주진, 메이스톰, 인스트리카)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디자인부터 필요한 작업을 다 나눠서 진행합니다. 

 

그리고 제작이 완료되면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후원을 받고, 또 배포를 도와줄 사람들을 모집합니다. 여러 팬들이 함께 힘을 모으는 의미라고 할까요? 이렇게 후원까지 완료되면 인쇄에 들어가고 공연이 있는 당일에 공연장, 혹은 라이브 뷰잉이 개최되는 극장 주변에서 배포를 진행하게 됩니다.

 

 


콜 가이드를 제작할 때는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이에 대해 공시하고 팬들끼리 최대한 투명한 과정을 거쳐서 제작하게 됩니다. 필요한 경우 외부 일러스트레이터에게 의뢰해서 책자의 표지를 디자인하기도 합니다.

Q: 제작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편인가요? 


보통 후원을 받을 때 해당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합니다. 일례로 이번에 진행한 <아이돌 마스터 밀리언 라이브> 6th 라이브 투어의 콜 가이드 같은 경우에는 인쇄비, 자스락(JASRAC, 일본음악저작권협회) 라이선스 비용 모두 합쳐서 100만원 정도 든 것 같네요. 


Q: 자스락을 통해서 라이선스 비용까지 지불하나요?


우리나라와 다르게 일본에서는 모든 음악. 심지어 ‘가사’가 적힌 텍스트 조차도 외부에 개제를 하기 위해서는 모두 자스락(JASRAC)에 라이선스 비용을 지불하고,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사실 저희가 제작하는 콜 가이드는 한국 프로듀서(아이돌마스터 시리즈에서는 팬들을 ‘프로듀서’라고 지칭합니다)들을 위한 한정적인 용도로 소량만 인쇄하기 때문에 굳이 자스락의 라이선스까지 받아야 하나…에 대해 의문이 있긴 합니다. 


하지만 저희가 콜 가이드를 제작하면서 한 가지 원칙을 세운 것이 있습니다. 바로 ‘기왕 즐기는 것, 정정당당하게 즐기자’ 인데요. 사실 밖에서 보기에 이런 식으로 콜 가이드를 제작하는 것, 그리고 일본인이 아닌 한국인이 오타쿠 문화를 소비한다고 하면 ‘어차피 불법으로 즐기는 것 아니야?’ 와 같이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정말 많습니다. 저희는 그런 시각을 조금이라도 타파하고 싶었어요. 저희도 정정당당하게. 돈을 지불해야 할 일이 있으면 정정당당히 지불을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굳이 콜북을 만들 때도 자스락의 허가를 받고 있습니다.


콜 가이드 제작팀의 활동이나 배포 계획 등은 모두 트위터를 통해 공지합니다.

Q: 이런 콜 가이드를 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사실 저희들은 다들 그냥 <아이돌 마스터> 게임 시리즈를 좋아하다보니 자연스럽게 게임에 출연한 성우들을 좋아하게 되고, 그들이 공연하는 것을 즐기게 된 평범한 마니아들입니다. 불과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이런 <아이돌 마스터> 시리즈 공연은 일본에서만 개최되고 한국에서는 즐길 방법이 없었죠. 


그런데 지난 2014년 <아이돌마스터 신데렐라 걸즈>의 2번째 정규 공연이, 마침 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아이돌마스터 신데렐라 걸즈> 모바일 게임의 국내 서비스에 맞춰서 ‘라이브 뷰잉’ 형태로 국내에서 처음으로 중계가 되었죠. 이 때 ‘어떻게 하면 다른 게이머들과 즐겁게 공연을 즐길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하다가 나온 아이디어가 바로 이 콜 가이드의 제작이었습니다. 그 때부터 국내에서 진행되는 <아이돌 마스터> 관련 라이브 뷰잉에서는 가급적 콜가이드를 제작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4년, 사이게임즈를 통해 한국에서 모바일 소셜 게임 <아이돌마스터 신데렐라 걸즈>가 정식으로 서비스를 개시하면서 그 홍보 일환으로 국내에서도 공연이 라이브 뷰잉으로 중계되었다. 이후로 국내에서 성우 공연의 라이브 뷰잉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Q: 그럼 거의 5년 가까이 콜 가이드를 제작했다는 것이 되는데요. 처음과 지금이 다른 점은 무엇이 있을까요? 


예전에 비해서 공연을 굉장히 라이브 뷰잉으로 자주 해준 덕분인지, 즐기는 팬들의 숫자가 예전보다 굉장히 많아졌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최근에 <러브라이브> 시리즈는 아예 내한 공연까지 성사시켰고, <아이돌 마스터> 시리즈 또한 예전에는 정말 ‘즐기는 사람들만 즐기는’ 콘텐츠였다면 최근에는 모바일 게임이나 애니메이션을 통해 유입되는 팬들의 숫자가 정말 많아졌어요. 이번에 콜 가이드를 400부 가량 인쇄했는데 아마 문제 없이 모두 배포가 끝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보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공연을 즐기고, 이것이 더욱 더 발전해서 다수의 아티스트들이 한국에서 내한 공연을 하게 되면 정말 여한이 없을 것 같습니다. 사실 콜 가이드는 말 그대로 실용적인 용도가 있는 책자라기보다는 일종의 ‘기념품’, ‘굿즈’와도 같은 물건입니다. 


하지만 저희가 이렇게 제작한 콜 가이드가 많은 분들에게 ‘이런 공연이 있었다’를 추억하게 하는 아이템이 될 수만 있다면 정말 만족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희는 <아이돌 마스터> 관련 다양한 공연에서 앞으로도 다양한 콜 가이드를 제작할 것이고, 또 배포할 예정인 만큼 많은 분들이 콜 가이드 제작에 관심을 가져 주시고 또 응원해주시면 감사할 것 같습니다.

 

국내에서는 현재 <아이돌 마스터>, <러브라이브 선샤인>, <뱅드림> 등 다양한 일본 성우 공연들의 라이브 뷰잉이 예정되어있습니다. 그만큼 공연을 다양한 방식으로 즐기는 사람들 또한 늘어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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