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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어째서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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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1-29, 2013 19:44에 작성됨.

http://player.bgmstore.net/jIZm7 출처 - BGMSTORE
이 BGM을 틀어 놓고 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들으면서 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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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765 프로덕션의 프로듀서로서 일하게 된 지도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나는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P 「아이돌들의 프로듀스도 순조로워, 어느덧 누구 하나 빠지지 않고 유명한 아이돌이 될 수 있었다. 그야말로 만족스러운 삶이라고 할 수 있겠지.」

P 「하지만, 나는 깨닫고 만 것이다. 분명히 부조리함에도 불구하고, 그 누구도 신경쓰고 있지 않았던 무서운 사실을. 그것을 나 혼자만 깨닫고 말았다는 사실이 나를 한층 더 두렵게 한다...」


하루카 「저, 프로듀서씨? 무슨 말씀을 하고 계시는 건가요?」

P 「마침 잘 왔어, 하루카. 들어줬으면 하는 게 있다.」

하루카 「들어줬으면 한다니...」

P 「잠자코 들어봐. 유키호에 관한 건데」

하루카 「유키호, 말인가요? 뭔가 문제라도 있는 건가요?」

P 「생각해 봐 하루카. 너도 눈치채면 분명히 이상하다고 생각할 거야. 유키호의 평소 행동을, 잘 떠올려 보라고!」

하루카 「네? 그거야, 유키호는 항상 차를 타 주고, 종종 울고, 개를 무서워하고...」

P 「틀린 건 아니다만, 다른 게 있잖아? 좀 더, 유키호 하면 빠질 수 없는 무언가가...」

하루카 「으음...? 아! 알겠다!」

하루카 「구멍! 구멍이예요 프로듀서씨!」

P 「잘 맞췄다. 그럼 이제 뭐가 이상한 건지 알겠지?」

하루카 「네? 아뇨, 딱히 짚이는 점이 없는데요」

P 「정말이냐?! 아니아니, 이상하잖아? 잘 생각해 봐! 유키호가 구멍을 판다는 행위의 부자연스러움을...!」

하루카 「정말, 그렇게 말씀하셔도 모르겠다구요?」

P 「크윽.. 어쩔 수 없나. 잠시만 기다려 하루카」

뒤적뒤적

하루카 「그건 유키호의 삽..」

P 「자, 지금부터 내가 하는 일을 잘 봐. 흐읍!」

채앵!

하루카 「꺄아! 노, 놀랐잖아요 프로듀서씨!」

P 「그런 것보다 하루카, 바닥을 잘 봐.」

하루카 「바닥이라니.. 방금 프로듀서 씨가 삽으로 내리치신 부분 말인가요?」

P 「그래. 흠집 하나 없지. 오히려 내 손이 아플 정도다.」

하루카 「아, 정말이네요. 하지만 그야 타일이 덮여 있고, 아래는 콘크리트일... 테니, 까...?」



하루카 「어라...?」



P 「...잘 들어, 하루카. 난 젊은 남자고, 힘에는 그럭저럭 자신이 있어. 그런 나에게도 턱없이 무리였다. 그것을, 태연하게 해내고 있는 사람이 있는 거야.」

하루카 「아... 아아...!」 오싹

P 「그래. 유키호다...!」




P 「유키호는 대체 어떻게, 사무실 바닥에 구멍을 파는 거지...?」




하루카 「하, 하지만 이상해요 프로듀서씨! 어째서, 이런 걸 지금까지 아무도...!」

P 「그건 나도 모르겠어. 실제로, 하루카 너도 내가 방금 설명하기 전까지는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고.」

하루카 「이상해.. 이런 건, 이상해요!」

P 「계속 부자연스럽다고 느껴왔어. 유키호는 사무실 바닥에 구멍을 파고, 사장님은 쓴웃음을 짓고, 오토나시씨는 예산 서류를 갱신하면서 고통스러워하고, 타루키정의 사람들은 너그럽게 용서해 준다..」

P 「그 누구도 이상하다고 느끼지 않는 거야. 유키호가 사무실 바닥에 구멍을 팔 수 있다는 사실을...!」

하루카 「프로듀서씨, 저, 무서워요..!」

P 「괜찮아, 하루카. 적어도 너와 나는 현실을 제대로 볼 수 있게 되었어. 우리들만이라도, 정신을 차린다면..」


하루카 「프로듀서씨.. 이제 어쩌면 좋죠?」

P 「너에게 한 것처럼 다른 아이돌들에게도 이 이상한 현상을 깨닫게 해 주겠어. 그렇게 하면 모두들, 뭔가 이상하다는 걸 알 수 있게 되겠지.」

하루카 「저기 프로듀서씨, 역시 유키호에게 직접 물어보는 편이..」

P 「그건... 안 돼.」

하루카 「어, 어째서인가요?」

P 「예감이야. 증거는 없지만, 그런 예감이 든다. 유키호에게 누군가가 이 사실과 관련된 이야기를 꺼내는 순간,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벌어질지도 몰라」

하루카 「유키호, 대체 어떻게 된 걸까요..」

P 「...그걸 밝혀내는 것이, 프로듀서의 일이다.」

하루카 「프로듀서씨..」

P 「나머지는 내가 어떻게든 해 보겠어. 하루카는 아무것도 하지 말고 평소처럼 지내줘. 그것만으로도, 나에게 힘이 되어줄 수 있으니까.」

하루카 「아, 알겠습니다, 프로듀서씨.」

P「다음은 치하야에게 가 보는 게 좋을 것 같네.」


끼익- 쾅


하루카「프로듀서 씨, 괜찮으시려나...」


***


치하야「......」

P「치하야?」

치하야「눈치채지.. 못했어요. 하기와라씨가 그런...」

P「치하야, 괜찮아. 괜찮으니까 조금 진정해.」

치하야「하지만 조금 오싹해졌어요. 어째서 지금까지 아무도..?」

P「그걸, 지금부터 알아보려는 참이야. 일단은 모든 아이돌들에게 이 사실을 알려주러 다닐 생각이다.」


치하야「.. 프로듀서, 이 일, 이쯤에서 손을 떼지 않으시겠어요?」

P「무슨 말을.. 하는 거야, 치하야?」

치하야「좋지 않은 예감이 들어요. 이 이상 관련되었다간, 프로듀서가 무언가에 휩쓸려 버릴 것 같은 그런 예감이..」

P「그렇기에 해야만 하는 거야. 어쩌면 유키호가 뭔가 이상한 일을 당하고 있을지도 몰라. 프로듀서로서 넘어갈 수는 없어.」


치하야「제 프로듀서로서의 입장도, 생각해주세요!」


P「치하야..」

치하야「.. 프로듀서께서 정 그러시다면 어쩔 수 없죠. 하지만 정말로 조심해 주세요. 나쁜 예감이 든다는 건 사실이니까요.」

P「알겠어. 걱정 끼쳐서 미안해, 치하야. 그럼 다녀올게.」


P「(다음은.. 마코토가 좋으려나.)」


치하야「프로듀서..」



***



유키호「하루카짱, 차 여기 있어.」

하루카「아, 고, 고마워, 유키호!」

유키호「무슨 일 있어, 하루카짱? 어쩐지 긴장한 것 같은데..」

하루카「아, 아니. 아무 것도 아니야.」

유키호「차를 마시고 긴장이 좀 풀렸으면 좋겠네!」생긋

하루카「응.. 잘 마실게, 유키호.」


하루카「(설마 유키호가 계속 사무소 안에 있었을 줄은...)」

하루카「(혹시, 듣지 않았을까...?)」 꿀꺽


유키호「후후, 편안하네에」홀짝

하루카「그, 그렇네.」


하루카「(프로듀서는 평소처럼 하라고 말씀하셨지만)」

하루카「(역시, 이 정도는 물어보는 편이 낫겠지..?)」


하루카「있잖아, 유키호. 아까부터 계속 사무소 안에 있었다고 했지?」

유키호「응. 조금 졸려서, 안쪽에서 자고 있었는데..」

하루카「그럼...」


하루카「나랑 프로듀서씨가 무슨 말 하는지, 들었어?」


유키호「응? 프로듀서랑 뭔가 이야기라도 한 거야?」 갸웃

하루카「모, 못 들었다면 됐어! 아무것도 아니야, 아하하..」



하루카「(못 들은 걸까.. 다행이다. 유키호가 들었으면..)」


유키호「맞다. 하루카짱, 잠깐만 기다려 줄래? 할 일이 생각나서」

하루카「아, 응. 알았어.」

유키호「금방 끝날 거야」생긋


하루카「(유키호, 가버렸네. 뭐 하러 간 걸까..?)」



***



마코토「프로듀서, 지금 말씀하신 거, 정말인가요..?」

P「그래. 거짓말은 하지 않았어.」

마코토「... 하하. 뭔가, 이상하네요. 항상 유키호랑 붙어 다니는데, 친한 친구였다고 생각했는데, 어째서 눈치채지 못했던 거지.」

P「.. 잘 모르겠지만, 마코토의 잘못은 아니야. 사무소의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었어.」

마코토「하지만, 프로듀서는 어떻게 알아채신 건가요?」

P「그것도 모르겠어. 어째서 나만 눈치채게 된 건지. 유키호와 함께 있는 시간이 많으면서도, 사무소에도 오래 있다 보니 주변의 변화에 민감해졌기 때문, 일까.」

마코토「.. 하긴, 그런 건 지금은 중요하지 않겠죠. 유키호, 대체 어떻게 된 걸까요..」

P「마코토,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데, 사무소 바닥을 파려고 해 본 적은 있어?」

마코토「당연히 없어요. 하려고 해 본 적도 없고, 애초에 못 할 게 뻔하잖아요?」

마코토「그렇네요. 뻔한데도, 유키호가 평소에 구멍을 파곤 하는 걸, 전혀 이상하게 느끼지 못했다니.. 하핫, 지금 생각해 보면, 농담이 따로 없네요..」

P「마코토...」


마코토「프로듀서, 유키호에게는 물어보셨나요? 오늘 만나셨을 텐데요.」

P「아니, 아직 묻지는 않았어. 그런데, 유키호와 만났을 거라는 건 무슨 뜻이야?」

마코토「그야 유키호가 오늘 사무소에 갔었으니까요. 일이 없는데도, 잊어버린 물건을 가지러 간다고 했었던가.. 사무소에서 나오는 길에 마주쳤으니 기억하고 있어요.」


P「뭐... 라고?」



마코토「그러니까 유키호는 지금 사무소에 있을 텐데요.」



P「마코토, 지금 한 말 정말이겠지?!」

마코토「네, 넷! 거짓말이 아니라구요!」

P「젠장할! 마코토, 나중에 보자! 큰일이 났을지도 몰라!」

마코토「앗, 프로듀서! 어딜 가시는 거예요!」


P「(설마, 설마라고 생각은 하지만...)」

P「(무사히 있어 줘, 하루카...!)」



***


끼릭.. 끼릭..


하루카「.. 무슨 소리지?」




유키호
「하루카짱」


하루카「유키, 호...?」


유키호「말했지? 금방 끝날 거라구.」


하루카「저기, 왜 손에, 삽을 들고 있는 거야...?」












































































유키호「구멍 파고, 묻어 줄 테니까」



***


콰당


P「하루카!!!」



조용했다.
사무소 안에는, 기분 나쁜 정적만이 감돌았다.


P「젠장, 하루카!! 벌써 돌아간 거야?! 있으면 대답을 해 줘!」

대답은 없었다. 점점 초조해졌다.
그냥 하루카가 돌아갔을 뿐이라면 좋을 텐데. 만약 유키호와 만났다면, 유키호에게 뭔가 쓸데없는 말을 꺼내기라도 했다면.

-머리가 어지러워진다.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다.


사무소 안을 돌아다닌다. 어째서인지 불은 꺼져 있었다. 창문에도 블라인드가 쳐져 있어, 대낮인데도, 너무나도 어둡다.
불을 키려고 손을 더듬다가 흠칫했다.


P「부서져 있어..」


스위치는 처참하게 부서져 있어, 불을 키고 싶어도 킬 수가 없었다.
조명은 단념하고 하루카를 찾아보기로 했다. 평소에는 아미와 마미가 너무 좁다며 불평하곤 하던 사무실인데도, 지금은 끝없이 넓게만 느껴졌다.


P「하루카! 대답해 줘! 혹시 자고 있는 거야?」


불안은 점점 더해갔다.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는 어둠 속에서 혼자만이 헤메고 있다는 공포. 그에 더해, 코에 서서히 스며들듯이 풍겨오는 옅은 냄새.

이건, 흙 냄새다.


P「젠장, 젠장할..! 하루카를 두고 가는 게 아니었는데!」


퍼뜩 정신이 들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을 잊고 있었다.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하루카의 번호를 검색했다. 그대로 통화 버튼을 누르고 귀에 가져다 댔다. 무기질적인 신호음이, 귀를 울린다.


P「받아 줘...!」


순간,
갑작스러운 곡조가 정적만이 감돌던 사무소를 강타했다.


P「- 윽?!」


♪ 하늘을 올려다보며, 손을 잡자
♪ 이 하늘은 이어져 있으니까


The world is all one.
하루카가 가장 좋아하던 곡이다.

하루카의, 통화 착신음.

곡이 울려퍼지는 근원지를 향해 아무런 생각도 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의외로 몇 걸음 떨어져 있지 않았다. 그곳에서 하루카의 핸드폰이 진동하며, 하루카의 목소리를 날카롭게 귀를 자극하는 전자음으로 흘려보내고 있었다.

그것을 망연하게 내려다보니, 어둠에 익숙해진 눈이 무언가의 형상을 잡아냈다.
핸드폰 액정의 미약한 빛이 비추는 누군가의 얼굴.

잊어버릴 리가 없다. 하루카의 얼굴이다.


그런데 어째서 하루카의 얼굴이, 바닥에 떨어져 있는 핸드폰의 바로 옆에 있냐고 한다면.



그것은 하루카가 머리만 남긴 채로 바닥에 묻혀 있기 때문이다.



충격이 뒤늦게 찾아왔다.


P「우, 으아!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악!!!!」


뒤로 쓰러진 채로 한심하게 비명을 지르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앉은 채 계속 뒤로 물러서다가, 등이 무언가에 닿는 것을 느꼈다.
벽이 아니다. 느껴지는 것은, 사람의 온기.


P「누, 누구-」

유키호「프로듀서어?」


유키호의 나긋나긋한 목소리는, 어째서인지,
지금까지 들어 왔던 그 어떤 소리보다도 공포스럽게 느껴졌다.


P「유, 유, 유키호...!」

유키호「하루카짱이라면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기절해 있을 뿐이니까. 금방, 건강하게 깨어날 거라구요?」

P「무슨- 짓을 하는 거야. 하루카는 네 동료잖아!」

유키호「그야, 어쩔 수 없는걸요오. 전부 프로듀서의 탓이니까」


유키호는 무슨 말을 하는 걸까. 이해할 수 없었다.
내 탓, 이라고?


유키호「애써서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도록 하고 있었는데. 정말이지, 어째서 눈치채버리신 건가요? 이런 건 예상에 없었어요오」

P「... 네가, 사무실 바닥에 구멍을 파는 일을 말하는 거야?」

유키호「정답이예요. 역시나 제 프로듀서시네요!」

P「단지 그걸 위해서, 이렇게까지 한다는 건가? 어째서 이런 짓을 하는 거야, 유키호!」


유키호는 웃겨서 참을 수가 없다는 듯이 킥킥대고는, 검지손가락을 느릿하게 펴서는 자신의 입술에 가져다 댔다. 어두울 터인 사무소인데도, 그 모습만큼은 확연하게 눈에 새겨졌다.


유키호「톱 시크릿이예요오. 조금은, 시죠 씨 같았을까요? 헤헤」


하하.
뭐냐, 그게.
나까지 따라서 웃어버릴 것 같았다.


유키호가 느긋한 동작으로 삽을 들어올렸다.

유키호「걱정 마세요, 프로듀서. 잠시 동안만 하루카처럼 잠들어 있으시면 돼요. 아프지 않을 테니까, 그대로 잠시만 있으세요.」


저항할 의지조차 생겨나지 않았다. 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상황인지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조차, 나에게는 결여되어 있었다.

그저 마지막으로 남는 조금의 미련. 걷잡을 수 없는 공포심과 의문만을, 소위 말하는 '마지막 남길 말'로 삼기로 했다.




P「너는, 정말로 유키호냐?」





유키호는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배시시 웃으며 만면에 미소를 띄었다.


유키호「네. 당신의 아이돌, 하기와라 유키호예요」


그 말을 듣고 안심할 수 있었다.


***




유키호「우우, 저 같은 건, 구멍 파고 묻혀 있겠어요!」

P「우왓! 유키호 기다려! 사무소 바닥에 구멍을 파면 안 된다고!」

사장「하핫, 하기와라 양은 언제나 건강하구먼」

하루카「와와와왓! 프로듀서씨, 구멍이예요! 구멍!」


치하야「(그 날로부터 불과 하루가 지났을 뿐인데)」

마코토「(프로듀서, 어떻게 되신 거지..?)」

치하야「(가만히 있을 순 없어. 이번엔 내가..!)」

마코토「(유키호, 사실대로 말해 줘야겠어!)」



유키호「후훗」히죽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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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발상은 개그물이었는데 완성은 괴담이 되어버렸습니다.
허탈한 결말이지만 만족해 주셨을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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