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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나이트 8 - 방랑자放浪者 : 시오미 슈코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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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5-27, 2019 18:48에 작성됨.

 모자를 벗고 연신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교무실의 시선이 이쪽으로 쏠렸다. 당황한 선생이 얼른 내 행동을 제지했다. 이봐요, 프로듀서 씨, 그러지 마세요! 눈을 아래로 깔고 나는 피곤함에 절여진 목소리를 냈다. 애는, 잘못 없습니다. 전부 제가, 관리에 소홀해서……. 선생이 한숨을 팍 쉬었다. 프로듀서 씨.

 “이건 그렇게 편들어주기만 해선 안 되는 문제입니다. 시키는 학교생활에 적응 못 하고 있어요.”

 어제, 레슨이 끝나자마자 실종된 시키가 향한 곳은 학교였다. 학교대표로 도내 과학실험 대회에 나가기로 했는데 그 날이 마침 연습일이라는 게 문득 떠오른 것이다. 약속시간에는 당연히 지각. 뻔뻔한 얼굴로 나타난 시키가 탐탁지 않으면서도 팀원들은 서둘러 실험을 진행했다. 과학실 사용시간이 얼마 안 남았고 시키는 팀 내에서 최고였으니까. 그러나 이 자유분방한 문제아가 중간에 멋대로 실험내용을 바꿔버린 바람에 참다못해 폭발한 아이들은 선생님에게 달려가 시키와는 더 이상 못 해먹겠다고 하소연을 했다.

 시키가 이런 식의 문제를 일으킨 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 동안은 성적이 좋단 이유로 봐주고 넘어갔지만 경고는 쌓일 대로 쌓인 뒤. 선생은 나를 호출했고, 푹 퍼진 정신으로 서류 정리를 하던 나는 이대로 가다간 진지하게 제재를 논해야 될지도 모른단 말을 듣기 위해 여기까지 왔다.

 시키의 사정은 조금이나마 알고 있지만 그것이 다른 아이들에게 피해를 끼쳐도 될 이유는 못 된다는 걸 프로듀서 씨도 알고 계시겠죠, 그 애를 잘 잡아주셨으면 해요, 재능 있는 아이잖습니까. 선생의 정론을 끝으로 나는 교무실을 나왔다. 습한 더위가 피부에 감기고 매미 소리가 시끄럽게 귀를 찔렀다.

 중앙 현관에서 손님용 신발장에 걸터앉은 시키가 늘어지는 하품을 했다. 말썽을 일으켜놓고 저리도 태평할 수 있다니. 할 말을 잊고 그 옆에 우두커니 섰다. 고양이처럼 접힌 주먹이 내 배를 툭, 쳤다.

 “뭐래? 나 이번에야 말로 퇴학? 아님 정학인가?”

 “…….”

 “아직까진 경고이려나. 학교에선 학생이 천재 아이돌이면 홍보된다고 좋아하고, 소속사 입장에서도 아이돌한테 퇴학경력 남기긴 싫을 테니까 일 커지기 전에 최대한 조용히 덮을 거라 생각하는데.”

 “…….”

 시키가 눈치를 살폈다. 백야, 왜 그래? 지금껏 보인 적 없는 내 반응에 당황한 기색이었다. 평소에도 이렇게 말 잘 듣는 모드였으면 얼마나 좋을까. 개인적인 희망사항 뒤에 익숙한 자괴가 따라왔다. 미안해.

 “백야가 왜?”

 “이런 데는 원래 부모님이 와야 하는 건데. 나 같은 놈이 와서. 뾰족한 수도 없이 고개나 숙이고, 널 위해 변호도 못 해주고. 진짜 한심하게…….”

 학창시절에 가장 듣기 싫었던 말은 ‘부모도 없는 놈’이었다. 시비 걸어오는 놈들에 맞서 주먹을 휘두르고 나면 항상 그 놈들의 부모가 찾아와 말했다. 부모는 집에서 뭘 하냐느니, 부모가 없어서 저렇게 됐다느니. 신경이 폭발해 나는 그 자리에서 책상을 엎어버렸다.

 놀림을 받아서가 아니다. 내 부모님은 나를 올바르게 키우기 위해 아무것도 못 하셨으니까, 할 수가 없었으니까 나로 인해 모욕당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나를 가르친 자를 증오한다. 그래서 그를, 학수를 죽였고 내 손으로 묻었다. 앞으로의 나의 삶에 방해가 될 것이니까. 만약 내가 사회에서 문제를 일으켰을 때 보호자랍시고 녀석이 나타났다면 나는 다시 한 번 놈의 배를 갈랐을 것이다. 놈이 나의 부모를 대신하는 꼴을 두고 볼 순 없다.

 오랜만에 찾아간 교무실에서 사로잡힌 망상에 새로운 불안이 피었다. 시키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

 어디에 있든 찾아내준다 해놓고 애가 삐뚤어질 때까지 아무것도 못한 놈. 폭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다 모든 것을 자기처럼 망가뜨린 놈. 내가 결국 한 아이를 망친 거야. 나중에는 아나스타샤와 미오까지. 아니, 어쩌면 그 둘도 이미…….

 툭, 발끝이 정강이에 닿았다. 망상에서 정신이 들자 시키는 와락 안겨들었다. 까치발을 들고 힘껏 숨을 들이쉬더니 떨어지면서 내쉬었다. 심각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이건 아니야. 오늘 네 냄새는 평소에 알던 게 아니라고. 원래대로 돌려놔야겠어.”

 “뭘 돌려놓겠다는…….”

 “백야는 생각이 너무 많아서 탈이야. 자기도 힘들면서 지금 내 잘못까지 떠맡으려고 하니까 오류가 나는 거라니까. 그런 백야에겐 오늘 하루 특별히 시키냥다움을 전수해주도록 하겠노라!”

 이미 모든 것을 안다는 음색으로 시키가 여유롭게 말했다. 구름이 낀 그늘 아래로 나가더니 힘차게 손짓했다. 가자!

 “어딜? 뭐 하러?”

 “실종되러! 어디 가는지는 몰라! 만날 찾기만 하면 피곤하잖아. 오늘은 같이 사라져 버리자!”


 *


 “…… 그러한 연유로, 시키를 따라왔습니다.”

 “이번에는 꽤 큰 사고네요. 괜찮으시겠어요? 쭉 피곤하신 것 같던데.”

 “다른 사람들에게만, 비밀로 해주십시오. 금방, 돌아가겠습니다.”

 “외근 나가신 걸로 해드릴 테니 여유롭게 돌아오세요. 지금은 어디쯤인가요?”

 “강변입니다.”

 “수고해주세요. 너무 딴 데로 새진 마시고요.”

 전화를 끊자 바람이 불었다.

 프로덕션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한 강변에는 커다란 다리가 있다. 여름방학 내내 애들을 데리고 특훈을 시킨 뒤에는 항상 거기 그늘 아래에서 휴식을 취했다. 어린 것들이 벌써부터 골골대다가도 음료수와 아이스크림을 주면 금방 풀어지는 일상의 연속이었다.

 강물 흐르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갑자기 불어든 바람 소리에 묻히지 않고 오히려 조화롭게 들렸다. 이건 강물을 타고 바람이 달리는 것일까, 아니면 바람이 불어 강물을 앞으로 밀어내는 것일까. 어느 쪽이든 목표물을 맞추기에는 적합하지 못한 환경이었다.

 시키는 집중했다. 가르쳐준 대로 나이프를 잡고 칼끝을 표적에 향했다. 지금까지 봐온 모습 중 가장 진중하고 말 잘 듣는 모습이었다. 폼은 완벽한데, 어디 볼까. 나는 모자챙을 올리고 시야를 넓게 잡았다. 바람이 끝을 맺자 시키의 팔이 허공을 갈랐다.

 깡통이 캉, 하고 경쾌한 소리를 내며 나무판 위에서 고꾸라졌다. 튕겨난 나이프가 흙바닥에 떨어졌다. 잘 했어. 나는 깡통을 다시 세우고 나이프를 회수했다. 금방 익히네, 훌륭해. 시키가 탐탁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재미없어. 팍, 하고 꽂힐 줄 알았는데.”

 “이제 겨우 무회전 스로잉 시작한 주제에 꿈도 야무지다.”

 “백야가 가르쳐주면 척척 해낼 줄 알았는데. 천재에게도 불가능한 일은 있었나 봐. 실망이야.”

 “오히려 천재니까 짧은 시간에 이 정도 해낸 거야. 자신감을 가져도 돼.”

 시키를 데리고 한참 더 뒤로 물러섰다. 거리를 가늠하니 6m 정도. 가볍게 나이프를 쥐고 상태를 확인했다. 얼마나 사용한 건지 날이 닳을 대로 닳아있었다. 이러니까 꽂히기 어렵지, 관리 잘 해. 핀잔주듯 가볍게 던지자 나이프가 깡통을 뚫었다. 좀 전보다 예리한 캉 소리에 시키의 눈이 번쩍 뜨였다. 당장 달려가서 상태를 확인하곤 환호성을 질렀다. 백야 방금 완전 재수 없고 대단했어! 신나서 나이프를 흔들 길래 주의를 줬다. 그걸로 장난치면 뺏을 거야. 듣는 둥 마는 둥 시키가 소중하게 나이프를 챙겼다.

 그보다 이게 뭐하는 짓인지. 한 발 늦은 후회가 밀려왔다. 아이돌에게 손 붙잡고 끌려온 강변에서 나이프 스로잉을 가르쳐준다니, 절대 프로듀서가 할 일이 아니잖아. 따지고 들수록 괴상망측한 상황이었다.

 장소를 이동할 때부터 불길한 감이 들긴 했다. 이 녀석이 뭘 꾸미고 있든 간에 나에게 한 번 쯤은 엿을 먹일 게 분명하니까. 의도했든 어떻든 간에. 바짝 긴장하고 있을 때 시키는 해맑게 나이프를 꺼내들었다. “이거 던지는 법 가르쳐줘!” 라면서.

 “너 이러려고 날 꼬셔서 데려온 거야?”

 “아니. 지나가다가 마침 생각나서. 그리고 마침 생각나서 알려주는 시키냥의 실종노하우! 실종에는 준비가 없다. 사전계획도 뭣도 없이 그날그날 가진 것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 바로 실종이야.”

 “…….”

 이런 식으로 30분 정도 설교를 했으나 도통 들어먹지를 않았다. 쥐어박고 싶은 걸 꾹 참아야했다. 너무 흥분하지 말자, 위험해도 미국에선 레크레이션으로 즐기기도 한다잖아, 아메리칸 스타일이야, 혼자 장난치다 사고 내는 것보단 어른이 함께 하는 게 낫겠지. 겨우 스스로를 납득시키고 수업에 들어간 나는 우선 뒷목을 잡았다. 이 망할 놈의 천재가 회전 스로잉을 독학으로 익혀놓았다.

 “나도 푹, 꽂히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힘부터 길러야지. 힘을 실으면서 정확성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연습도 해야 하고.”

 “머리로 이해하는 건 쉬운데 몸으로 재현하는 건 역시 어렵다.”

 “폼은 완벽했어. 지금껏 알려준 사람 중 네가 제일 잘해. 다만 아무리 천재라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건 불가능할 뿐이야. 그리고 다시 말하는데 혹시라도 칼끝을 사람에게 향하거나, 이걸 실용적으로 써먹겠다는 생각 따위는 말아. 칼침 맞고도 멀쩡한 건 영화에서나 가능한 일이야. 현실은 고통에 몸부림치다 과다출혈로 죽는다고.”

 다음은 어디로 가지? 나이프를 뺏으며 물었다. 어디로 가는 건 없어, 실종이니까. 시키가 팔을 뻗어 자기 물건을 되찾으려 했다. 낚싯대 같은 장난감으로 고양이와 놀아주는 기분이 들었다. 누가 보기 전에 나이프를 품 안에 넣고 강가를 걸었다. 햇빛은 세지만 바람이 많이 불어 땀이 금방 식었다.

 “나 말고 또 누구한테 알려줬어?”

 “한국에서 만난 형님들, 동료들, 동생들. 대부분 성과를 보기 전에 포기했지. 성과를 본 사람은 무시무시하게 잘 써먹었고.”

 “백야 주변 사람들도 궁금하다. 특이한 사람 많았지?”

 그걸 말이라고. 떠올리니 그리운 기분이 들었다.

 “큰형님을 중심으로 사수 형님, 사또 형님, 강이 형님. 그 밑에 나랑 메서드. 동생들 중에는 샌드백이랑 전우, 윤지…….”

 “사또는 뭐야? 처음 들어보는 단어야.”

 “조선시대 관리 이름. 전직 탐관오리 출신이셔서 그런 별명이 붙었지.”

 “탐관오리?”

 “부패경찰이었다고.”

 “사수는 뭐 하는 사람이었는데?”

 “사격장으로 위장해 밀수한 총을 파셨지. 그걸 또 잘 쏴서 사수.”

 “강이는?”

 “큰형님과 함께 이 오합지졸들을 조직으로 기능케 한 프로듀서.”

 “메서드는?”

 햇볕에 눈이 가늘어졌다. 등 뒤에서 불어든 바람과 함께 메서드가 어깨를 쳤다. 나는 빛을 피하는 척 녀석에게서 몸을 돌렸다. 동료였어. 계단을 올라 시내로 향했다. 신뢰할 수 있는, 어쩌면 유일한 친구였을지 모르는.

 “흐응.”

 “자꾸 그런 거 묻지 마. 여기선 입에 담으면 안 될 사람들이야.”

 시키가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 것치고 백야 잠깐이지만 즐거워보였어. 이건 또 본 적 없는 현상인 걸. 기억해둬야지, 백야는 예전 동료들을 떠올리면 좋아한다.”

 “기억해뒀다가 뭐하게. 쓸모도 없는 걸.”

 “실험 대상에 대한 정보라면 어떤 사소한 것이라도 기억해두는 게 기본이야. 백야도 추리할 때 이런 식으로 하지 않아?”

 고개를 저었다. 난 그렇게 머리가 좋진 못 해, 동물적인 감각으로 해결하지. 시키가 눈을 번뜩였다. 유유자적 걷다가 새로운 산책로를 발견한 고양이의 그것이었다. 여기서 새로운 영역에 발 딛지 못하면 참지 못 하는 병에 걸린 것처럼.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는 말이 떠올랐다. 웃기고 있네. 이 고양이는 호기심으로 날 죽일 놈이었다.

 적당히 설명해줄 거리가 없을까. 시내까지 들어서서 대상을 물색했다. 역 근처를 지날 때 시키가 어울리지 않는 흙냄새가 난다 해서 봤더니 큰 가방을 매고 약도를 든 노인이 길을 헤매고 있었다.

 “우리가 도와줄 수 있겠어.”

 “어떻게?”

 보고 있어. 노인에게 다가갔다. 갑자기 나타난 키 크고 인상 날카로운 남자로 인해 노인은 당황했으나 조금 친절을 베풀자 바로 경계심을 풀었다. 나는 노인의 상황을 이해하였고, 무엇이 문제인지 알고 있었으며, 그것을 마치 지금 알아낸 것처럼 어울려준 뒤 가볍게 해결하고 그를 떠나보냈다. 돌아와 보니 시키가 설명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이가 있음에도 목이 굽고 팔은 두꺼워. 다리를 살짝 저는 걸로 보아 관절염이 있는 것 같았지. 따로 운동을 해서 팔에 근육이 발달한 건 아니야. 그럼 목이 굽을 리 없으니까. 장시간 팔을 쓰면서 자세를 망치고 몸에서 흙냄새를 풍기게 하는 일. 저 어르신은 도예를 하는 사람이야.”

 “오호.”

 “약도를 들었으니 당연히 찾는 장소가 있을 것이고, 큰 가방을 맸다는 건 멀리서 왔다는 의미. 그런데 옆에 일행이 없어. 누구에게 도움을 청하지도 않아. 잘 모르는 곳까지 늙은 몸을 이끌 만큼 완고한 성격, 불편을 감수하고서라도 이루어야 할 목적이 있는 사람. 마중 나올 사람이 없거나 있음에도 일부러 말하지 않았거나. 이 경우는 후자야. 저 노인은 후지와라 하지메의 조부님이셔. 프로덕션으로 가는 길을 알려드렸지.”

 간단히 결론을 내렸다. 납득한 시키가 노인이 지나간 방향을 바라봤다. 그래서 흙냄새가 났구나. 나는 다시 걸으면서 설명했다. 계속 도예를 하니까, 몸에 깊게 베인 냄새는 쉽게 지워지지 않아.

 하지메는 도자기로 유명한 지역 출신 아이돌로, 도자기 장인의 집에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흙을 만지면서 자랐고 도예를 좋아한다. 그러나 연예계에 꿈을 가졌기에 장인이 되라는 할아버지와 싸우고 아이돌이 되었다. 입으로는 할아버지가 강압적이라 싫다고 했지만 속으로는 정말 좋아한다고 선배에게 들었는데, 방금 만난 노인 같은 분이라면 그럴 만도 하다고 생각했다.

 장인의 고집 때문에 가족들에겐 말하지 않았지만 결국 손녀의 꿈을 응원해주는 사람. 몰래 만나보려고 혼자서라도 도시까지 올라오는 사람. 두 사람은 완고하면서도 가족을 사랑한다는 점을 닮았고, 이 또한 나에게는 하나의 단서였다.

 “단서는 현장에 남아있기 마련,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선 깨진 유리조각이 아니라 유리창이 깨진 이유를 봐야해. 보통은 단서를 파헤치고 또 파헤치지만 나는 조금 달라. 사건을 마주하면 필요한 정보들만 직감적으로 잡아낼 수 있어. 싸움이랑 비슷해. 급소를 찾아 찌르다보면 상대의 자세가 무너지고 새로운 급소가 나타나지. 상대가 죽을 때까지 반복하면 죽일 수 있어. 상대는 사건, 급소는 단서, 죽음은 해결.”

 “싸움과 추리는 전혀 다른 영역 같은데 그렇게 연결되네.”

 “그래서 내가 일반적이지 못한 거야. 업계에 들어가서 제일 처음 배운 게 잡아낸 단서들을 조합하는 방법이었지. 그 전까지 추상적으로 잡혀있던 개념들에 의미가 부여되기 시작하면서 감각이 훨씬 깨어있게 됐어. 사람의 감정이나 사물, 퍼즐조각들이 맞춰지고 이미지를 이루면 그게 남들이 찾던 진실이더라고. 이게 내가 추리랍시고 하는 방식이야. 동시에 세상을 대하는 방식이지.”

 늘어진 그늘 아래로 들어갔다. 나에겐 세상이 너무 시시해.

 “그 전의 인생을 너무 자극적으로 산 나머지, 남들이 갖고 오는 심각한 문제들이 내겐 너무 싱겁게 느껴졌어. 그깟 돈이 뭐라고 이런 짓을 벌이는지 모르겠고, 부모도 형제도 있는 놈들이 살기 힘들다고 징징거리는 소리를 들으면 속이 뒤집어져. 심할 땐 사람의 목숨까지도…… 그렇게 여겼지.”

 그늘이 끝나고 부담스럽게 밝은 세상이 드러났다. 자극이 필요한 삶이었어. 다음 그늘까진 멀었다.

 “나를 자극하는 건 항상 나의 문제야. 내 과거, 내 현재, 내 미래. 지우고 싶지 않아서 납둔 옛날 일들이 발목을 잡으면 잘 걷다가도 넘어져 버려. 간신히 일어서려다가도 너무 지쳐서 앞으로의 삶이 막막해지고. 단순한 불안이 아니라 눈앞에 또렷하게 보여서 더 괴로워.”

 손을 들어 피를 햇빛에 비췄다. 깊게 베인 냄새는 쉽게 지워지지 않아. 선명한 붉은색이 섬뜩하게 빛을 받아 현실감을 드높였다. 최근까지 그 짓을 했다면 더욱. 뚝뚝, 떨어진 방울이 지나온 길을 점점이 잇고 있었다.

 “나는 여전히 피투성이고, 앞으로도 그럴 거야.”

 검은 정장이 빛을 빨아들였다. 블랙홀처럼. 빠져나가지 못하게 열기를 붙잡고 나를 천천히 익혀갔다. 건물에 막혀서인지 이곳에선 바람이 불지 않았다. 괴로워. 무심코 뱉을 뻔한 말을 간신히 삼킬 때 시키가 급히 방향을 틀었다.

 이쪽이야, 이쪽! 목적성을 상실한 움직임이 골목으로 들어갔다. 따라 들어가자 그곳엔 그늘이 있었다.

 “백야의 문제가 뭔지는 잘 알았어. 어째서 냄새가 변질된 걸까. 정답은 여름이라서 부패가 진행됐던 거야. 필요한 건 방부제. 마침 시키냥의 전문분야니까 믿고 맡겨도 좋아.”

 시키가 자신의 영역에 발을 내밀었다.

 “전부터 쭉 생각해 봤는데, 백야는 공감각이 뛰어난 사람이야.”

 “공감각?”

 “하나의 감각이 다른 감각과 연결되는 걸 말해. 파란색을 보면 시원한 느낌이 든다거나, 어떤 숫자나 글자를 색으로 파악해 빠르게 외운다거나. 그림을 보면 교향곡 소리가 들리는 사람도 있다고 해. 참고로 시키냥도 바로 이런 사람이랍니다!”

 빙글, 돌아선 시키가 미소를 지었다. 갑자기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천천히 내쉬면서 설명을 이었다.

 “냄새를 맡으면 신기하게 특정한 이미지가 떠오를 때가 있어. 덕분에 실험할 때 아주 편해. 역시 백야는 나랑 닮았어. 내가 후각, 백야는 육감으로 공감각이 발현되는 사람이야.”

 담배 냄새가 나네. 시키가 꽁초를 눌러 밟았다. 피운지 얼마 안 됐나봐, 여기선 분명 금연해야 할 텐데.

 “이렇듯 놀라운 공감각이 19세기에는 정신착란으로 규정된 적 있대. 백야는 아직 그 시절에 머물러 있는 것 같아. 자신의 재능을 저주로 여기고 원망하는 중이잖아. 난 이해해. 직감과 지성은 다르지만 무언가를 알아낸다는 점에선 닮았잖아.”

 “닮았을 뿐이지 같지는 않아. 넌 나보다 현명해. 전에도 말했듯이 그런 스스로를 받아들이고 있고.”

 “현명하다는 건 무엇을 말하는 거야? 어떤 점이 백야를 멍청하게, 나를 천재로 만드는 거지? 그런 결정적인 차이가 존재해?”

 “너는…… 사람 안 죽여 봤잖아.”

 쥐어짜낸 음성을 냈다. 그것만큼 멍청한 일이 어디 있겠어. 아랑곳 않고 시키는 골목을 거닐었다.

 “프로듀서 백야는 해결사 백야를 받아들이지 못 하고 있구나.”

 “이런 녀석을 받아들여주는 곳이 대체 어디 있겠어.”

 있어. 즉답이 돌라왔다. 우리.

 “나랑 아냐랑 미오가 이미 받아들여줬잖아. 과거를 숨기고 있는 거? 그런 건 사소한 문제야. 중요한 건 지금이지. 미국에서 무슨 일을 겪었든 시키는 한국에서 온 백야를 만나 일본에서 아이돌을 하고 있어. 미오와 아냐도 그래. 백야가 아니었다면 대체 누가 이 세 사람을 아이돌로 만들고 함께 일을 시키겠어? 반대로 우리 세 사람은 백야가 아니었다면 만날 수도, 아이돌을 할 수도 없었겠지. 이게 다 해결사였던 백야가 프로듀서를 하고 있는 덕이야.”

 “그러다 내가 너희들을 망치면? 내 눈에만 보이는 피를 너희들까지 덮어쓰게 될지도 몰라. 난 그게 계속…….”

 멈춰 섰다. 골목을 빠져나가기 직전에. 시키가 내 손을 가져가 자기 얼굴에 비볐다. 머리와 볼, 코, 눈까지 모두 쓰다듬게 만들었다.

 갑작스러운 행동에 당황하면서도 나는 바깥의 눈치를 살폈다. 지나가는 사람은 없었다. 머리카락과 같은 색으로 물든 시키가 두 팔을 벌리고 과시했다. 어때? 활짝 미소를 지어 보였다. 새빨갛게 보여?

 “백야의 눈에만 그런 거야. 내가 이대로 밖으로 나가도 사람들은 이상함을 눈치 못 채. 그러니까 불안해 할 필요 없어. 너는 우리에게 아무런 피해도 주지 않아.”

 “이건 그렇게 장난스럽게 넘어갈 문제가 아니야.”

 “장난이 아닌 걸. 난 백야에게서 피냄새를 맡아본 적 없어. 항상 겨울 냄새만 나. 지금은 좀, 녹아서 눅눅한 겨울 냄새지.”

 “어떻게…… 어떻게 그렇게 확신하는 거야?”

 “그야 시키냥은 현명하니까.”

 골목을 나갔다. 백야는 스스로를 나쁜 사람으로 보겠지. 피투성이가 된 시키가 사람들 사이를 아무렇지 않게 쏘다녔다. 나에겐 백야가 아픈 사람으로 보여.

 “육체적 고통과 정신적 고통을 관장하는 뇌 부위는 9할 이상 같아. 그러니까 마음에 큰 상처를 입은 사람은 등에 칼이 꽂힌 것과 다를 바 없을 거야. 다그치기 보단 치료해줘야지. 내치기보단 보듬어주고. 그러기 위해선 백야가 정장 속에 감춘 상처를 드러내야 해.”

 대충 차려입은 교복 사이로 시키가 배꼽을 드러냈다. 꼭꼭 싸매지만 말고 자유롭게 풀어버려. 옷 안까지 퍼진 열기에 흉터들이 따끔거렸다.

 “아이돌이 시키인 게 아니라, 시키가 아이돌이야. 프로듀서가 백야인 게 아니라, 백야가 프로듀서지. 그래서 겨울P라 불리는 거고. 이것만 기억하면 너도 현명해질 수 있어.”

 이제 어디로 갈까. 흥밋거리를 찾는 콧노래가 들렸다. 방금 전까지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조차 잊어버렸거나 무슨 짓을 했든 간에 신경 쓰지 않는 태도였다. 기묘하게도 그 점이 마음에 들었다. 내가 정말로 어떤 인간이라 해도 받아들여줄 것만 같아서.

 내숭이란 게 없는 아이야, 솔직하지, 너무 솔직한 건 문제지만. 따라 걷던 중 시키가 위를 가리켰다. 여기, 여기! 게임센터였다.


 *


 ‘시오미 슈코’라는 아이돌이 있다.

 우리 회사가 아닌 경쟁 프로덕션 소속의 아이돌로 창백해 보일 만큼 흰 피부와 진한 검은색 눈동자의 대비가 이목을 끄는 사람이었다. 머리를 백금색으로 물들여 여우처럼 보이는 인상에 어울리게 성격은 장난기가 넘쳤는데, 라이브에선 그 특유의 여유로움으로 긴장감 없이 무대를 이끌어 나간다는 점이 호평을 받는다고 한다.

 프로필에 따르면 출신지는 교토에 취미는 헌혈과 다트. 연관성도 없고 의외의 취미들이라 이에 대한 추측이나 소문이 잇달기도 했으나 본인은 특별하게 좋아하는 이유는 없다고 밝혔다. 듣기에 따라선 성의 없는 대답조차 팬덤에선 종잡을 수 없는 매력으로 받아들였다.

 세련된 이미지도 잘 어울리지만 소속사에선 전통미를 강조한 프로듀스를 했다. 여우같은 외형과 고향이 교토인 점이 작용한 걸로 보였다. 실제로 기모노를 입은 슈코의 모습은 전설 속의 여우요괴처럼 사람을 현혹시키는 분위기가 있었다. 솔로 앨범의 재킷 사진도 이러한 점을 강하게 차용했고, 거기에 실린 노래 ‘푸른 일번성’은 일본풍의 리듬을 살리면서 딱딱하지 않게 세련된 편곡을 했다. 메서드가 자주하던 일본 게임에서도 이런 식의 BGM을 들어본 적 있어 내겐 익숙했다.

 이 곡은 여러모로 상징적인 곡인데 ‘푸른’은 슈코의 평소 쿨한 이미지, ‘일번성’은 일본에서 별들 중 가장 먼저 뜨는 별을 뜻하는 것으로, 아이돌 그랑프리에서 1위를 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사용했다고 작사가가 밝혔다.

 업계 1년차도 안 되어 총선거 1위 달성. 쏟아지는 일거리와 팬들의 축하, 성원, 데뷔곡. 그렇게 짜인 것처럼 탄탄대로를 걸어온 인생에 부족함은 없어 보였다. 기쁨에 젖은 슈코는 아이돌 매거진에 이런 인터뷰를 남겼다.

 “총선거에서 1위를 한 뒤에 오랜만에 교토에 내려갔어요. 휴식이 아니라 일 때문에요. 교토 홍보대사로 발족 되었거든요. 유명한 화과자 가게에서 잠깐 일손을 도왔는데 처음 해보는 것치고 접객이 훌륭하다고 칭찬받고, 과자를 받았어요. 좋아하는 야츠하시, 그리운 맛을 즐기며 해질녘 길가를 걷고 있으려니 여러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쪽 세상과 저쪽 세상의 경계가 애매해지는 시간대, 귀신과 요괴가 돌아다니고 잘못하면 저쪽 세상으로 넘어가 버릴지도 모르는 길……. 난 이제야 원래 세상으로 돌아온 건 아닐까? 아이돌의 세계에서 길을 잃고 헤매던 건 아닐까? 어쩌면 이대로 여기, 현실에 남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그런 생각이요. 하지만 짜잔! 이렇게 멀쩡히 돌아왔답니다! 아, 장난스러워 보여도 순간 흔들렸던 건 사실이에요. 저는 스스로를 딱히 특별하거나 아이돌답다고 생각하진 않았거든요. 그러니까 이런 제가 특별해질 수 있었던 건, 저를 위해 특별히 노력해준 사람이 있다는 거겠죠. 바로 저의 팬 분들. 그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해요. 앞으로도 아이돌 슈코에게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읽고 나서 기분이 묘해지는 인터뷰였다. 엄청 감동적이라거나 눈물을 쏙 빼는 무언가가 있어서가 아니었다. 오히려 뒷맛이 씁쓸한, 인생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는 깨달음을 주었기 때문이다.

 데뷔 1년을 조금 지난 올해 총선에서 슈코는 권외를 기록했다.


 *


 지하로 내려가는 게임 센터는 전에 아나스타샤와 미오를 데리고 갔던 곳과는 구조도 분위기도 다른 곳이었다. 그곳이 밝고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놀이동산이라면, 여기는 아지트. 푸르스름한 조명에 은밀함이 감돌고 스티븐 시걸 같은 남자가 근육질 양아치들을 상대로 터프함을 뽐낼 것만 같은, 그렇게 보이기만 하는 장소였다. 실상은 매우 건전하군. 동전을 바꿔오니 시키가 펀치머신을 가리켰다.

 “스트레스 풀기엔 제격일 것 같은데.”

 “하고 싶으면 하고 싶다고 말해.”

 “하고 싶어!”

 요령을 가르쳐줬다.

 “두 발을 어깨 넓이로 벌리고. 사용하려는 손의 반대쪽 발을 내밀어. 주먹을 날릴 땐 어깨에 힘을 주는 게 아니라 허리를 틀면서, 그렇게.”

 꽂았다. 펑, 하고 꺾였던 쿠션이 철컹, 하고 다시 일어섰다. 716점. 시키가 턱을 쓰다듬으며 감탄했다.

 “이렇게 높은 점수가 나온 건 처음이야. 사실 오늘 처음 해보지만.”

 “나쁘지 않았어. 펀치 머신은 힘보다는 요령이 중요해서 제대로 꽂으면 점수가 잘 나오지.”

 넌 안쳐? 돌아서자 시키가 기계를 가리켰다. 내가 제대로 치면 저건 박살나. 시키의 눈에 광채가 들어왔다. 진짜로? 부순 적도 있어? 새벽에 형님들이 술 취해서 하도 때려보라 길래, 전력으로 쳤다가 그만……. 다음에 어떻게 됐는데? 형님들 따라서 도망쳤지, 해 뜬 뒤에 자수해서 기계 값 물어주고.

 다음에는 사격게임을 했다. 어두운 공간에 좀비들이 몰려오면 총으로 미간을 날려버리는 하드코어한 놀이였다. 피가 너무 리얼한 거 아닌가, 하고 쏘고 장전하기를 반복하다 좀비 탱크의 진격에 깔려버리고 말았다. CONTINUE? 흥미 떨어진 시키가 옆으로 가버린 줄도 모르고 기계가 공허한 물음을 던졌다. 다음은 대전격투. 도트 단위 회피에 999 HIT. 10판 전승으로 정나미가 뚝 떨어지게 만들어줬다. 직감 완전 치사해. 뒤도 안 돌아보고 남긴 말이었다. 뚱한 얼굴로 다음 놀 거리를 물색하다 갑자기 “책상 위에 마트료시카, 저걸로 땄다고 했지?” 라면서 다트를 가리켰다.

 “이건 맞춰도 상품 없어.”

 “상관없어. 던지는 모습만 보여줘.”

 다트핀을 손에 쥐었다. 대충 감을 잡아 던지니 중앙의 불스아이에 맞았다. 환호성이 터질 줄 알았는데 의외로 잠잠했다. 오늘만 벌써 두 번째, 굉장히 집중한 상태로 내 폼을 세세하게 관찰 중이었다.

 언젠가 미오에게 들은 말이 떠올랐다. 시키냥이 진지해지면 무섭다고, 라고 했지. 속으로 웃음이 났다. 저 녀석의 관심을 끌 수만 있다면 뭔들 못해주리. 다음 핀을 손에 쥐는데 옆 사람이 다트를 던졌다.

 꽂혔다. 트리플. 다트판의 큰 원과 작은 원을 나누는 경계선. 이 보드에서는 빨강과 초록으로 칠해진 영역이었다. 꽂히면 점수가 세 배가 되는 데 지금 핀이 꽂힌 곳은 본래 20점이므로 옆 사람은 60점을 얻은 것이다. 불스아이의 50점보다 높고, 다트에서 얻을 수 있는 최고점이었다.

 둘째 형님…… 사수 형님이 다트를 가르쳐주셨을 때가 떠올랐다. 중앙보다 노리기 쉬운 트리플이 오히려 점수가 높다, 처음 던질 때 이곳을 노려 기선제압을 해야 하며 이후에는 오히려 낮은 점수를 노릴 때도 있다, 머리를 써서 점수를 계산하는 것이 다트의 묘미다. 가볍게 점수 내기를 했다가 진 뒤 각 잡고 승부했을 때 하신 말씀이었다. 그 승부에선 이기셔서 망정이지 하마터면 다트 귀신이 달라붙을 뻔했다.

 따가운 시선이 등을 찔렀다. 점수판을 확인한 시키가 묘한 눈초리로 쳐다보는 것이 느껴졌다. ‘이대로 질 거야? 왜? 어째서?’ 등을 과녁삼아 핀이 날아오는 기분이었다. 옆에서도 시선이 느껴져 눈을 굴려보니 상대가 나를 기다려주는 눈치였다. 이대로 뺐다간 평생놀림거리가 될 판이었다.

 나는 편하게 핀을 쥐었다. 보통 쥐는 법과 다른 걸 알고 상대는 조금 의아한 기색이었다. 그렇습니다, 초짜예요, 하지만 잘 던지죠. 휙, 하니 던지자 푹, 하고 트리플20에 꽂혔다.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양 어깨를 으쓱했다. 시키는 고개를 끄덕였고 옆 사람은 입을 떡 벌렸다. 핀 꽂힌 보드와 나를 번갈아 쳐다봤다.

 안 던지십니까. 내가 넌지시 시선을 던지자 상대는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아니. 이 정도로 잘 던질 줄은 몰랐지. 완전 프로급이잖아. 상대가 안 되겠어. 미안, 괜히 장난치려다가.”

 “해볼 만하지 않습니까. 트리플20, 꽂히셨는데.”

 “요행이야. 난 승부에 연연하는 타입은 아니라서.”

 “어디까지나, 취미, 로군요.”

 “그런 거지. 뭐든 열을 올리면 실망하기도 쉽잖아.”

 “잠깐. 여기서 시키냥 질문!”

 자연스레 이야기가 오고 가자 시키가 끼어들었다. 너 누구야? 둘이 아는 사이야? 그 말을 듣자, 내가 이런 애를 데리고 연예업계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깊은 회의감이 들었다. 뒷목을 긁고 대답했다. 업계 선배님이시다. 옆에서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 그렇게 딱딱하게 굴 필요 없어.

 “겨우 1년 차이로 선배 행세 하고 싶은 마음도 없는 걸. 그냥 슈코라고 불러줘.”











하편은 되도록 이번주 안으로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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