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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봐줘야 해? (ちゃんと見ててよ?)

댓글: 4 / 조회: 1355 / 추천: 2



본문 - 03-02, 2018 07:04에 작성됨.

                                         -일러두기 -

1.  (이 글의 일부 이미지는 공식 이미지를 흥미 위주로 합성한 것입니다.

작성자는 이에 대한 어떠한 권리 주장이나 상업적 이용을 할 의도가 없으며

문제시 즉시 삭제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절대 공식 일러스트가 아님을 미리 밝힙니다.)

2.  (이 글에는 캐릭터에 대한 개인적인 해석이 있습니다.  

    자의적인 해석을  불쾌하게 생각하시는 분들께 미리 사과드립니다. ) 

3.  링크된 곡은 SPYAIR의 명곡 'Beautiful Days' 입니다.

     같이 감상하시면서 읽으신다면  어울릴....까요?



신주쿠 역은 거대한 미로와 같다.

수 많은 노선들이 교차하고 이어지는 그곳은


혼란을 가중시키는 복잡한 표시들과 이해할 수 없는 역내 구조도를 보며  

출구를 찾아 헤메이는 사람들 투성이.

갈피를 잡지 못하다보면 어느 새 길을 잃어버리기 십상이다.


이제 추위도 한풀 꺾인 2월 말이지만

사람들은 아직까지 쌀쌀한 공기 속에서 두꺼운 옷을 입은 채

저마다의 길을 찾아 발걸음을 옮기면서도

고개를 갸웃하며 이리저리 왔다갔다하는 가운데 


프로듀서는 휴대폰 액정에 비친 시간을 확인하면서

개찰구 앞에서 초조하게 서있었다.


"시오미씨...설마 길을 잃어버린 건 아니겠지...."


오늘은 신주쿠에 있는 미시로 프로덕션 산하의 한 스튜디오에서

촬영에 앞선 대본 리딩 및 사전 미팅이 있을 예정으로 

이런 곳에서 서로 엇갈린다면 다시 만나기까진 상당한 애로사항이 꽃필 터,


약속 시간까지 아직 여유가 있긴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괜시리 초조해지는 까닭은

항상 느긋한 그녀 특유의 성격 때문일까. 뭐...할 땐 하는 똑부러지는 성격이긴 하지만...

프로듀서는 예나 지금이나 그녀가 길을 잃어버릴까 걱정이 앞섰다.


프로듀서의 담당 아이돌은 시오미 슈코, 무명의 가출 소녀에서 수 년 만에

4번째 신데렐라 걸로 화려하게 등극한 것으로 한때 화제를 모은 그 아이돌이다.


지금은 누구보다 활기차고 프로답게 바쁜 연예계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지만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당장이라도 쓰러질 듯이 창백하고

꾀죄죄한 몰골이었다는 것을  기억하는 사람은 프로듀서밖에 없으리라. 


"염치 없는 줄 알지만....그때 당신이 내게 준 명함.....그거 하나만 믿고 찾아왔어."


교토의 유명한 화과자점에서 처음 만났던, 어딘가 외로운 분위기의 새하얀 소녀.  

다시 만났을때는 처음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지만 여전히 그는 자신의 눈과 직감이 틀리지 않았다고 느꼈다.

집을 나오게 되기까지의 여러가지 복잡한 사정과 그동안 얼마나 먼 거리를, 얼마나 힘겹게 찾아왔는지 차분한 음성으로 사연을 담담하게 이야기 해나가는 슈코였지만, 그때 분명히 그녀는 떨고 있었다.


"........그게 벌써 수 년 전이라니. 시간 참 빠르네."


시간이 흘러 화과자점의 간판 소녀였던 슈코는 어느덧 '톱 아이돌'로 당당히 자리매김하였고

여러 유명 아이돌들과 함께 유닛으로 활동하며 여기 저기서 러브콜을 받고 있는 인기 스타가 되었다. 하지만 그런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도 그녀를 둘러싼 소문들을 완전히 지워버릴 수는 없었다.


액정에 비치는 뉴스란에는 그날의 이런 저런 소식들의 헤드라인이 즐비하다.

연예 가십란에 게재되는 수 많은 뜬소문들 중에는 한창 인기를 얻고 있는

인기 아이돌들을 향한 낭설들과 억측들이 잊을만하면 집요하게 오르내린다.  

이것도 어쩌면 타 프로덕션의 견제 전략인걸까. 지저분하군.


프로듀서는 무심한 얼굴로 가십란을 살펴보던 중

슈코에 대한 기사들에 시선이 멈췄다.


'신데렐라 걸, 부모와 수년 째의 심각한 불화? 진실은?'

'시오미 슈코, 학력 논란! 가출로 인한 고등 학교 중퇴?' 

'단독 취재, 시오미 슈코 학생 시절 지인 인터뷰...가출 이유가...충격!'


SNS나 여러 인터넷 포털 게시판에서 이러한 논란이 터져나올 때마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이미 슈코는 이 방면에서 수 많은 상처를 받아왔다.

그러나 여태까지 프로듀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은 사무소의 방침에 따라 

이러한 사실 무근의 가십들을 하루빨리 잠재우거나 진실을 해명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시오미씨를.....있는 그대로 보아줄 수는 없는 것일까...."


항상 슈코의 모든 상태를 최상으로 관리하고 살펴주는 것이 프로듀서의 역할이지만

프로듀서도 이 부분만큼은 섣불리 다루기가 힘들었다.

무엇보다 사람들은 이러한 뜬소문에 쉽게 휩쓸린다. 그것의 진실 여부에 관계없이

그대로 내버려두기엔 업무에 지장을 줄 정도로 퍼져나가기에 하루 빨리 손을 써야하지만 

풀려하면 더 복잡게 꼬이고, 쉽게 부풀려지고 믿어져버려 쉽지 않다.


슈코에게 별다른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그동안 프로덕션 내부에서도 이에대해  여러번 대응을 강구했을 만큼

결코 사소하지 않은 중대한 사인이라고 프로듀서는 생각하고 있다.

자신을 따라다니는 가시돋친 낭설들...이것도 인기 아이돌이 견뎌야 하는 숙명인걸까.


그렇기에 프로듀서는 이번에 의뢰받은 일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제안 받은 사안은 'LIPPS' 멤버들을 주인공으로 한 특집 '5부작 학원 드라마'.

슈코를 비롯한 립스 멤버들에 대한 무수한 낭설들을 잠재우면서

새롭게 발표될 립스의 신곡에 맞춰 이미지 변화를 꾀하기 위한 프로덕션의 전략적 구상의 일환이다.


처음에 이 시안을 슈코에게 이야기하였을때만 해도 프로듀서는 반신반의하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상당히 파격적인 시도임에 틀림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슈코는 지금껏 단 한번도 일에 있어 '교복'을 입은 적이 없을 정도로,

슈코의 '떠나온 시절'을 다루는 것을 사무소에서도 의도적으로 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차피 퇴짜를 맞더라도 알려주기는 해보자는 심정으로 넌지시 물었을 때

굉장한 흥미를 보이는 그녀의 반응은 뜻밖이었다.


수 년만에 교복을 입게되니 두근거린다거나,

언젠가 학원 드라마의 주인공이 되고 싶었다거나

프로듀서의 괜한 걱정이 무색하리만큼 그녀는 의욕을 보였다.


자신이 경험해보지 못한 시간들에 대한 호기심과 동경...

내가 모르는 그녀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한 것일까.

 

가출한 이후 숱한 역경 속에서 일궈낸 신데렐라 걸의 징표를

프로듀서에게 자랑스럽게 내밀었을 때의 놀라움 이후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기분이었다.


'그래, 슈코에겐 아직 새로운 가능성과 길이 무궁무진하다.'

프로듀서는 자신이 그동안 괜한 걱정을 한 것 같아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녀의 뜨거운 관심과 열의에 자신감을 얻은 프로듀서는

반드시 이번 일을 성공시켜 그녀에게 '행복한 시간'을 선물해주고 싶었다.

그녀가 떠나와야만 했었던 그 시간들에 대한 근거 없는 이야기들을 훌훌 털어버리고

항상 자기 자신다운, 그러면서도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 아! 프로듀서! 일찍 왔네! "



멍하니 생각에 잠겨 있던 프로듀서는 자신을 부르는 힘찬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단정한 제복의 소녀가 밝은 미소로 손을 흔들고 있다.


.....시오미씨가....처음으로 교복을 입었어?


" 시....시오미씨?"


" 이야, 신주쿠는 항상 아리송하단 말이지. 그래도 엇갈리지 않아서 다행이네 !"


" 아....네. 그런데 그 복장은...."  

   

" 응, 오늘이 학원 드라마 대본 리딩이잖아? 보다 실감나게 하려면

역시 기합을 넣어야 하지 않을까 해서, 치히로씨에게 부탁해 프로덕션 의상실에서 빌렸는데...

음....이상해?"


"아...아뇨, 이상하다기보단 뭐랄까.....열의가 대단하시다랄까...."


프로듀서는 자신의 눈 앞에 교복을 입은 소녀가 바로 

저 뒤에 보이는 대형 전광판에서 대형 무대를 휘어잡고 있는 아이돌이라는 묘한 아이러니에

어떠한 표정을 지어야할지 모르고 있었다.


"........귀여우시네요."


"응....? 귀여워?"


"네, 그....참신하다랄까....시오미씨의 이런 모습....처음이다보니....그치만 정말 귀여우세요."


"아....아이, 부끄럽게 왜 그래 ! 이래뵈도 올해 25살이라고. 25살!"


".........그러니까 더욱 귀여운거죠. 25살에 이렇게 교복이 잘 어울리시다니....역시...."


"역시....?"


" 제 눈은 틀리지 않았군요."


" 뭐.......뭐야, 정말!"


얼굴을 붉히면서도 웃음을 터뜨리는 소녀는

프로듀서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스튜디오로 향하는 내내

오랜만에 입어본 교복이 무척 신기한 모양이었다.



"헤에, 보기엔 예쁘지만 생각보다 제법 갑갑한걸?

이런 걸 입고 온종일 있어야 한다니....상상할 수 없어."


"많이 불편하시다면 갈아입을 옷을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만...."


"아, 고맙지만 괜찮아. 어차피 촬영에 들어가면 익숙해져야할 일이니까....그리고....

 프로듀서에게....이 모습, 언젠가 꼭 보여주고 싶었으니까."


졸업식 시즌이 다가올 무렵이라 그런지 거리는

교복을 입은채 삼삼오오 활보하는 왁자지껄한

졸업반 학생들의 모습이 여기 저기서 보이고 있다. 


"프로듀서가 일부러 나를 위해 이번 일을 권해준 것....알고 있어. 그러니까

 제대로 봐줘야 해? 프로듀서에게...팬들에게 처음 보여주는 슈코쨩의 모습!"


스튜디오 맞은 편 교차로의 횡단보도에 서서 신호를 기다리는 도중 

부러운듯한 눈길로 한 무리의 여학생들을 바라보던 슈코는 다시 말을이었다.


"사실......나, 알고 있어. 나를 둘러싼 이야기들. 한두번도 아니잖아. 신경쓰진 않지만."

"........시오미씨?" 

"분명 그때는 힘든 시간들이었지...하지만 괜찮아. 이미 다 지난 일인걸.

 이젠 부모님들도 항상 응원해주시고....매번 맛있는 화과자....보내주시고."


신호등이 적색에서 푸른 색으로 바뀌고

사람들의 멈춰진 발걸음은 다시 옮겨지기 시작한다.

천천히 그러나 쉼없이.




"무엇보다 지금은 나를 바라봐주는 팬분들과 내 곁엔...프로듀서가 있잖아! 

 이미 되돌아 갈 수 없는 시간들에, 말해봤자 입만 아픈 이야기들에

 언제까지고 가슴아파하며 머물러 있을 수 만은 없겠지?

 자! 건너가자! "


환한 표정으로 성큼 성큼 앞서 걸어가는 소녀와

안심한 표정으로 뒤따르는 프로듀서에게

걷힌 구름사이로 고개를 내민 아침 햇살이

내리 쬐고 있다.  


오늘 신주쿠의 하늘은 더 없이 맑고 투명하다.


(이미지 출처 - 아래의 데레스테 공식 이미지를 직접 합성함)


 

[오토쿠라 유우키] / 컴 위드 미

[시오미 슈코] / 야경의 새벽 바람


(후기 - https://www.idolmaster.co.kr/bbs/board.php?bo_table=creatalk&wr_id=12475 )


(2018 우상춘추 목록)

https://www.idolmaster.co.kr/bbs/board.php?bo_table=creatalk&wr_id=1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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