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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이렇게나 일상적인 이야기 - 제 2화, 그 여섯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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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5-07, 2016 02:09에 작성됨.

원본 링크 (ハーメルン의 満足な愚님 作 《かくも日常的な物語》韓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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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화 그 여섯 번째

모든 것에는 어울리는 장소가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학용품이라면 책상 위라던가, 서랍 안이라던가, 필통 속이라던가 하는 장소가 있겠다.

이건 생물에도 적용된다. 예를 들면, 물고기라면 물 속. 곰이라면 산 속, 같은 느낌으로 말이다. 그 생물이 원래 살아야 할 장소. 그와 동시에, 그 이외의 장소에 있다는 것은 이른바 있을 곳이 잘못됐다는 게 된다.

결국 무슨 소리를 하고 싶은 거냐면, 내가 지금 여기에 있는 게 있을 곳이 잘못됐다는 느낌이 들어서 마음이 놓이질 않는 거다.

지금 내가 있는 곳은, 어제에 이어 연속으로 미나미 여고. 하늘마저 어제에 이어 연속으로 푸르러서 구름 한 점 없었다. 이 정도로 기분 좋은 맑은 날씨가 계속되면 여러 의미로 기분이 좋아진다. 기본적으로, 비 오는 것보단 맑게 갠 날이 좋은 거다, 난. 하지만 날씨는 좋지만, 기분은 좀 그렇다.

주위를 둘러보자, 꽃 같은 여고생들이 꺄아꺄아, 하며 소리지르는 모습이 보였다.

「응? 왜 그래, 오빠? 뭘 그리 두리번거려.。혹시, 귀여운 여자아이라도 찾고 있는 거야? 오빠, 그럼 안 돼! 여자아이랑 같이 돌아다닐 때 다른 아이한테 신경쓰면 못 써!」

「아니, 그냥 내가 여기 있으면 안 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미나미 여고 문화제 2일째. 어제 미즈키가 말했던 것처럼 남자는 없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찾기 힘들다.

「그런 데 신경 쓸 필요 없어. 허가증도 들고 있잖아」

그리곤, 내 목에 걸려 있는 허가증을 가리켰다.

어제 라이브의 보상은 이 허가증이었다.

미즈키 왈, 이 미나미 여고의 문화제에는 남성은 거의 출입할 수 없는 모양이다. 들어갈 수 있는 건, 친족이나 공사 작업에 투입되는 직원 정도라던가.

확실히 주위를 둘러봐도 남자는 거의 없다. 게다가, 있다고 해도 나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분들 뿐이다. 아마 부모님이겠지.

목에 걸려 가슴 언저리에서 덜렁거리고 있는 통행 허가증을 다시 한 번 내려다본다.

「오빠, 정신차리고! 가자! 유키호도 기다리고 있다구!」

그러곤 내 두 팔을 잡고 달려나가는 마코토.

그 기세에 넘어질 뻔 했지만, 어찌어찌 버티고 나서 같이 따라간다.

특징적인 곱슬머리가 슬쩍슬쩍 곱슬거린다. 꽤 기분이 좋은 것 같다.

「마코토, 그렇게 빨리 가지 마」

나는 그저 그런 마코토에게 끌려 갈 따름이었다.






얘기했던 장소 교사 앞에 가니 벌써 유키호 짱이 기다리고 있었다. 복장은 남색에 가까운 세일러복. 잘 어울린다.

나 같은 사람한테는 안 어울릴 교복조차 잘 어울린다. 그나저나 교복이 어울린다니 대단하네.
나도 고등학교 교복같은 걸 입고 다니던 시절이 있었지…….

교복이 어울리는 건 얼굴이랑 스타일, 분위기가 중요한 것 같아.

나는 3년 동안 입고 다닌 교복조차 뭔가 안 어울리는 구석이 있었는데…….

미즈키나 히로토야 두말하면 잔소리로 뭔 옷을 입던 어울린다.

얘네들은 살짝 불량하게 입고 다녔었지. 역시 상판이 좋고 봐야 돼…….정말로.

SSK조차 은근히 잘 어울렸지, 돌이켜 보니.

뭐 이거야 어쩔 수도 없고 어떻게 해 볼 생각도 없다. 애초에 더 이상 교복 입을 기회도 없고.

「마코토 짱, 오빠, 안녕하세요」

그러면서 꾸벅, 고개를 숙이는 유키호 짱. 예의 바른 아이야 정말.

「유키호 짱, 안녕」

「유키호, 안녀엉ー!」

「마코토 짱, 오늘도 기운 넘치네」

「그거야, 그치. 난 기운 넘치는 게 장점이니까!」

그렇게 말하곤 싱긋, 미소 짓는 마코토. 이렇게 보니 정말로 유키호 짱이랑 사이가 좋은 것 같다.

진짜, 아카바네 씨 믿고 맡기길 잘했다. 행여나 아이돌로서 대성하진 못하더라도, 동료들과 함께한 경험은 분명 미래의 삶을  위해 좋은 양분이 될 것이다.

「일단, 유키호. 오늘은 어디 돌려고?」

「어ー 그러니까. 오늘도 적당히 이 쪽 돌까 싶은데, 괜찮아?」

「응! 완전 괜찮아! 오빠도 괜찮죠?」

「응, 그거 괜찮네」

이건 사실 괜찮다기보다는, 난 이 학교 학생도 아니니 이런 건 여기에 대해 제일 빠삭할 유키호 짱한테 맡길 수밖에 없다.

「앗, 유키호 짱은 문화제에서 뭐 맡은 일 없어? 너희 반에서 뭐 도와준다던가」

문화제라고 하면 학급이나 동아리에서 뭔가 선보이는 게 일반적이다. 이 미니미 여고의 문화제는 꽤 본격적이고, 이것저것 많이 팔고 있기도 하다. 첨언하자면 유키호 짱과 만난 이 교사 건너편에는 운동장이 있는데, 거기 노점이 엄청 많이 있다. 어제 연주했던 라이브 회장도 저 운동장이었다.

아무래도, 이 학교는 정말 큰 것 같다. 미나미 여고는 아가씨 학교로 명망 높아서 나조차도 이름 정도는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큰 학교일 줄은 몰랐다.

일단 교사만 6개 있다니 엄청나지 않은가. 우리 추오고의 두 배다.

게다가 우리 학교보다 훨씬 예쁘게 되어 있다. 그거야 우리 학교는 공립이었고 여긴 사립인데다 아가씨 학교다. 그래도 무심코 비교하게 된다.

「에ー 그러니까, 우리 반은 어제 했으니까 괜찮아요. 오빠!」

주먹을 꽉 쥐곤 그렇게 말한다.

「그렇구나,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우리들이랑 돌아다녀도 괜찮겠어?」

반 친구들이랑 같이 돌아다녀야 하는 거 아니려나? 나랑 마코토는 부외자라 해도 좋다. 애초에 내 경우에는 목에 걸려 있는 이 증명서 없이는 말 그대로 쫓겨날 레벨인 것이다.

「네, 괜찮아요. 저도 마코토 짱이랑 오빠랑 같이 돌고 싶고요오. 마코토 짱도 제가 불렀는걸요!」

유키호 짱이 그렇게까지 말한다면야 내가 뭐라 할 순 없다.

「좋아, 그럼 안내 잘 부탁해

「좋아! 그럼 후딱 가자구!」

그러곤 교사로 들어가는 마코토.

야야…….너가 가장 먼저 들어가서 뭘 안다고. 뭐 어제 돌아다니기도 했으니 괜찮으려나.

「오빠! 유키호! 빨리빨리!」

마코토가 재촉하는 목소리가 교사 안에서 들려온다.

「후훗, 마코토 짱 정말로 오늘 기분 좋나 보네」

유키호 짱이 웃으며 말했다.

「그러게, 정말 기분 좋은 것 같아」

나도 덩달아 웃는다.

「앗, 오빠. 어제 정말 수고하셨어요. 라이브, 멋있었어요!」

유키호 짱은 웃는 얼굴 그대로 내 눈을 보며 그렇게 말했다. 부끄러워라…….이렇게 귀여운 아이에게 멋있었어요! 하고 칭찬받으면 누구던 공평하게 부끄럼을 탈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뭐 분명 어제 라이브면 미즈키가 눈에 띄기도 했는데다, 멋있다, 하면 히로토가 수백 배 더 멋있었고.

나는 완전히 원플러스원인 거다. 뭐, 어쨌든.

「고마워, 칭찬 고마워」

그게 진심이던 겉치레던, 기쁜 건 기쁜 것이다. 게다가 아무래도 유키호 짱 같은 미소녀한테 그런 말을 들으면 기쁨도 몇 배로 늘어난다. 어제 돌아간 뒤에 마코토한테도, 완전 오늘 오빠 멋었더라! 하고 칭찬받아서 기뻤는데, 가족 외의 다른 사람한테 칭찬받아도 기쁘네.

「유키호! 오빠! 둘이서 뭐하는 거야! 빨리 가자!」

마코토가 교사 입구쪽에서 얼굴만 내밀고 우리 둘을 불렀다. 엄청 기대하고 있는 모양이다.

나도 기대된다. 다른 학교의 문화제라니, 스테이지 난입할 때밖에 가 본 적 없고. 무엇보다도 난입을 마치고 나면 문답무용으로 모르는 학교 선생님한테 욕을 얻어먹는 패턴이니까. 당연한 거라고 하면 당연하기 짝이 없겠지만서도. 미즈키나 히로토가 분위기를 올려 라이브가 성공하더라도, 얼마나 분위기가 살던간 말던간 학교 쪽에서 보면 완전 민폐인 것이다. 그래도 경찰한테 끌려간다던가 한 적이 없는 건, 라이브가 성공했던 거랑, 미즈키랑 애들이 카리스마가 있었던 것 때문일 것이다.

여튼, 내도 이런 느낌으로 다른 학교의 문화제를 돌아다닐 수 있는 게 좋은 거다. 뭐, 아까부터 주위 여고생들이 기묘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게 아프긴 하지만…….

아무래도 젊은 남성이 이 문화제에 있는 게 이상한 모양이다. 게다가 유키호 짱이 아이돌 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는 애들도 있을 것 같고.

이 이상, 마코토를 기다리게 하면 여러 모로 안 될 것 같다.

유키호 짱을 보니 같은 생각을 했는지 눈이 맞는다. 서로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마코토를 따라 교사 안으로 들어간다.

교사로 들어가기 전, 위를 올려다본다. 태양빚에 반사된 아름다운 갈색 벽돌 교사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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