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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이렇게나 일상적인 이야기 - 제 2화, 그 다섯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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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4-26, 2016 00:35에 작성됨.

원본 링크 (ハーメルン의 満足な愚님 作 《かくも日常的な物語》韓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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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화 그 다섯 번째

두근. 두근.

고동소리가 들려온다. 두 번째 커튼을 넘기면 바로 스테이지다.

준비는 금세 끝났다. 그게 10분이었는지, 1분이었는지, 아니면 5분이었는지.

멍하니 있었던 나로서는 '준비가 빨리 끝났다'라는 사실밖에 모른다.

「여러분. 준비는 다 되셨나요?」

학생회장의 목소리가 뒤쪽에서 들려왔다.

아무래도 커튼 친 뒷쪽에 있는 듯 하다.

「언제라도 괜찮아」

「나도」

SSK나 히로토 모두 준비가 끝난 것 같다.

「괜찮아, 너?」

역시나. 나 같은 놈이란. 이 와중에 긴장하는 꼴이라니.

두근. 두근.

또 고동소리가 커져온다.

「야! 듣고 있는 거 맞아?」

이제 바로 연주 시작이다. 아주 잠깐.

아주 잠깐.

어라?

기타 어떻게 연주하는 거였더라?

이렇게 잡으면 됐던가?

왜 연주같은 걸 하려던 거지?

응?

애초에 난 왜 여기 있는 거야?

「작작 좀 해!!」

퍽.

둔탁한 소리. 둔탁한 아픔. 옆구리가 쑤신다.

「읏……」

입으로 숨이 빠져나간다.

「너, 괜찮은 거야?」

정신을 차리고 보니 바로 옆에 미즈키가 있었다.

이렇게 가까이 올 때까지 눈치채지 못했다니.

그 얼굴은 진지했다. 보아하니 모르는 새에 걱정시켰던 모양이다.

「응, 아무것도 아냐. 괜찮아」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뭐 니가 하는 생각이 다 그렇지. 짐짝이나 되지 않을까, 연주 레벨이 추락하는 거 아닐까, 뭐 그런 거나 생각하고 있던 거 아냐?」

미즈키가 확신에 찬 어조로. 확실히 그 말 그대로지만, 그렇게 얼굴에 빤히 씌여 있는 걸까.

소녀는 내게 말을 걸듯 말을 잇는다.

「뭐, 확실히 니 연주는 빈말로도 쩔어준다고는 못 할 정도 수준이긴 해. 근데 말이야, 니가 이 그룹에 있으니까 이 그룹은 음악을 할 수 있는 거야! 알겠어? 나랑 저 색골남이랑 저기 자연곱슬남만 가지고 연주하면 확실히 연주 레벨은 프로급 찍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런 건 음악이 아니야! 그 연주는 아무런 짜임새도 없는, 그냥 기계적인 연주일 뿐이라고! 난 그런 연주를 하고 싶은 게 아냐! 그런 걸 음악이라고도 안 부른다고! 알겠냐, 누가 뭐라 씨부리든 넌 우리 동료라니까! 저기 자연곱슬도 색골놈도 다 같은 생각일 거야. 고딩 때 나랑 SSK, 거기에 히로토가 들어왔을 때부터 지금까지, 넌 누가 뭐라 그러던 말건 우리들의 리더란 말이야. 게다가, 혼자서 골골대면서 머리 싸매는 건 정말 너답지 않거든. 넌 그냥 머가리 비우고 연주나 하면 되는 거야. 음악은 말 그대로 소리(音)를 즐기(樂)라고 있는 거라고. 아침 세션 때 감각을 떠올려」

타오르는 듯이 내게 말을 걸어온다. 그렇지만, 결코 커튼 너머로는 들리지 않을 정도로 미묘한 크기의 목소리로.

소리를 즐겨라.

아침 세션을 떠올려 본다. 그 때는 아무 생각 없이 했지. 하지만, 그건 전혀 괴롭지 않고, 오히려 즐거웠다.

고민걱정은 나답지 않아. 우직하게, 그냥 눈 앞에 보이는 것에만 집중하자.

「여러분!!방금 학생회랑 문화제 실행위원회 쪽에서 빅 뉴스가 들어왔습니다!」

실패하든 말든, 잘하든 말든 그런 건 아무 상관 없어.

「돌아가시려는 여러분, 잠깐 기다려주시길! 미나미 여자 고등학교 문화제 야외 스테이지 1일째,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뭐, 무어어, 세상에, 특별 게스트가 급거 와 주셨습니다!!!」

과거도 미래도 없이. 있는 건 오직 이 순간뿐.

이제 고민 하나 없이. 고민이야 나중에 질릴 정도로 할 수 있어. 하지만, 연주할 수 있는 건 지금 이 순간뿐.

「올해 2, 3학년들은 작년 졸업생분들께 들으셨을지도 모르겠는걸요?」

「옷. 대충 해결 본 것 같네. 이래야 우리 리더지. 즐겨보자구, 리더!」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내게 미소짓는다.

「고마워, 미즈키, 너 덕분이야」

「음, 빚 하나 진 거다」

그렇게 말하곤 오른주먹을 내민다.

「꼭 되돌려줄게」

오른손을 가볍게 말아쥐고 미즈키의 주먹을 맞부딪힌다.

「즐겨보자구ー. 리더」

드럼의 히로토.

「이제 좀 누구누구같네. 리더」

키보드의 SSK.

「추오 고등학교 전설의 학생밴드, 아니 전설의 그룹이라고 하면 이 그룹!」

「뭐, 우리가 하는 건, 노는 것도 음악 하는 것도 근본은 똑같이, 즐겨보자란 것. 그치, 리더?」

「이 지역 학생인데 모르면 간첩. 오늘 와 주신 OB분들 중에서는 이 사람들의 전설이나 연주를 직접 본 사람, 직접 들은 사람도 꽤 계시지 않을까요?」


분명, 우리들의 근본에 있는 것.

그건 단순히 "재미있게"라는 것뿐.

「응, 미즈키 말이 맞아. 즐겁게 가보자고!」

내가 그 말을 내뱉기가 무섭게 커튼이 점점 열려 간다.

「그럼, 나 먼저 가 볼까. 재밌게, 힘내서 가보자구!」

미즈키의 힘을 바짝 집어넣은 한 마디.

「「「화이팅!」」」

세 얼간이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모두들 웃고 있었다. 분명, 나도 아무 그림자 없이 웃었을 것이다.

거울이고 뭐고 그런 거 없지만, 그 정도는 없어도 안다.

「「「「---------------」」」」

비명소리의 성원이 들려왔다.

이쪽저쪽에서, 추오의 미즈키!?라던가, 정말로!?라던가, 뭐? 그 전설은 맞고 레전드인!?막 이런 소리가 들려 온다.

두근.

두근.

심장의 고동소리가 들려온다.

하지만, 아까완 달라. 이건 즐기지 못해 근질근질 좀이 쑤시는 심장의 울림.

「자아! 얼간이들이 간다! 잘들 쫓아오라고!」

미즈키가 관객에 한 마디.

퓨우우ー, 펑펑펑.

그와 동시에 뒤를 밝히는 눈부신 빛과 큰 폭발음.

뒤를 보니, 빛의 꽂이 피어 있었다.

다른 애들을 보자하니 장난이 성공한 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준비에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 싶었는데 그런 거였나.

새파란 하늘과 빛의 꽂이 펼치는 콜라보레이션. 보통 검은 하늘에 피는 일이 많기에 꽤나 신선하다.

낮에 보는 불꽃놀이도 꽤 괜찮은데.

「「「「「----------------」」」」」

관객의 볼베이지도 최고조를 찍는다.

사람들이 산처럼 모여 있다.

사람이 몇 명이든 관계 없이, 나는 그저 즐길 뿐.

자, 최고의 미소로, 최고의 스테이지를!











「수고했어!」

라이브가 끝나고 스테이지 뒤에서 물을 마시고 있자니, 미즈키가 말을 걸어왔다.

「응, 수고」

「수고 많았어」

「수고, 재밌었어」

SSK, 나, 히로토 순서로 대답했다.

그리고 다시 물을 한 모금.

뭔가 전력으로 해치운 뒤엔 그냥 맹물도 꿀맛이구나. 뭔가 과학적인 근거라도 있는 거 아닐까? 시장이 반찬이라던가, 하는 식으로, 피로는 모든 걸 맛있게 만든다, 같은 느낌이랄까.

라이브는 어떻게 됐냐고?

뭐, 정말 열심히 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기억이 어렴풋하게밖에 안 난다는 거다.

어느 새 끝나 버렸다.

그런 라이브였다. 하지만, 관객들 반응도 엄청 좋았다 싶고, 성공이라고 해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여러분! 너무너무 대단했어요! 저, 감동했어요!」

라이브 전에 봤던 양갈래머리 소녀가 흥분한 기색으로 말했다.

저런 느낌으로 말해 주는 사람도 있는 것이. 이번 라이브는 확실히 성공이라고 할 수 있을 듯 하다.

아니, 그건 아닌가.

관객이 어떻게 생각했던간에, 우리들이 재밌었으면 다 성공이라고 해도 되는 거지.

「당연하지. 뭐니뭐니해도 우리들이니까」

미즈키가 득의양양하게 대답한다.

「뭐, 이러니저러니 해도 무사히 끝나서 다행이야」

히로토가 땀을 수건으로 닦아내며 대답한다.

「넷이서 연습도 안 한 채로 갑자기 뛴 것 치곤 어떻게든 잘 된 것 같니」

「그도 그렇지, 뭐니뭐니해도 우린 최강의 팀이니까. 게다가 리더께서도 우수하시고」

그 말에 모두가 웃는다.

모두가, 오늘 최고의 미소였다.






스테이지 뒤에서 라이브의 여운에 젖어 있을 때,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잘못 들었을 리 없는, 이 목소리는 우리 여동생이다.

그리고, 힘차게 열어젖히는 커튼.

그 너머엔 숨을 헐떡이고 있는 단발의 소녀가 있었다.

어라? 왜 여기 온 거지?

「무슨 일이야, 마코토? 애초에 여긴 무슨 일이야?」

「무슨 일이냐고 묻고 싶은 건 이쪽이라구!」

숨을 몰아쉬며 빠른 말로 몰아붙이며 물어 온다.

「무슨 일이냐니, 라이브 했는데……」

「왜 그런 중요한 걸 안 말해 준 거야!?게다가 오빠 기타 칠 줄 알았는지 전혀 몰랐다고! 게다가 미즈키 씨도 그 '추오의 미즈키'였다니!?」

딱히 숨기려고 했던 것도 아니고, 숨겼던 것도 아니다. 뭐 알고 있겠거니 싶었을 뿐이다.

사실 모르고 있었단 거 자체를 방금 알았는데.

「알고 자시고 말이지, 내 연주같은 건 애들 장난같은 거고, 그렇게 자랑할 만한 거리는 못 돼」

「그런 건 관계없어! 게다가 오빠도 완전 멋졌다구!」

뭐랄까, 우리 여동생은 가끔씩 엄청 부끄러우면서도 행복해지는 말을 할 때가 있다.

그것도 완전, 돌직구로.

그건 정말 기뻐서, 표현할 수가 없을 정도다.

「여어! 오랫만이야, 마코토! 그리고, 여전히 남매사이가 좋아 보이네!」

「미즈키 씨도 그냥 말해주시면 될 것을!」

「아니ー, 숨길 생각도 없었는데, 설마 마코토가 모르고 있었다니 말야. 아하하하하」

「그냥 웃고 넘어갈 일이 아니거든요!」

「아니아니, 내가 어디 사는 누구고 네 오빠가 뭘 하든 그런 건 별 신경쓸 것도 없지 않아?」

「뭐, 그건 그렇지만……. 하지만, 저한테도 알려주시면 좋았을 텐데」

「뭐 여튼, 신경쓸 거 없어. 이번에 투어링에 데리고 가 주는 걸로 퉁 쳐 줘!」

「정말요!?그럼 그걸로 퉁치죠」

그런 걸로 괜찮은 걸까. 우리 여동생은.

「오랫만이야, 마코토 짱」

「히로토 씨! 오랫만이에요」

「잘 지냈어?」

「네! 잘 지냈어요!」

「변함없이 예쁘네. 오빠보다 훨씬 잘난 여동생이야」

그런 대사를 평범하게 칠 수 있다니, 역시 히로토는 플레이보이구나.

히로토랑 마코토라.

괜찮네. 히로토는 더 이상 생각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괜찮고. 얼굴도 반반한데다.

「아뇨아뇨, 히로토 씨가 그러시면 부끄러운걸요. 게다가 저 같은 게 예쁘다니……」

마코토가 부끄럼 타는 건 흔한 일이 아니다. 이대로 넘어가는 거 아니려나.

아, 근데 아이돌이니까 연애는 터부려나?

어쩌면, 사무소적으로 OK 떨어져서 미남미녀커플로 엄청 뜬다던가 하지 않으려나. 히로토는 당장이라도 잡지 모델이나 배우로 스카우트될 만한 미남이니, 이미지 다운될 것도 없어 보이고.

괜찮네, 이거.

「게다가, 저희 오빤 제게 둘도 없을 정도로 소중한 오빠에요!」

어떻게 나같은 인간이랑 같이 자란 마코토가 저렇게 좋은 아이로 자랐는지, 정말 세계 7대 불가사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오랫만에구나, 공주」

「S씨! 오늘 멋있었어요!」

응? 뭔가 SSK랑 더 좋은 느낌인 건 기분 탓이려나?

뭐, 저 인간이 나쁜 사람은 아니고 신용할 수는 있다만, 오빠로서는 좀 더 괜찮은 사람을 골랐으면 싶은데.

어디 굴러다니는 말뼈다귀보단 저 인간이 더 믿음이 가긴 해도, 괴인인 건 부정할 수 없으니까.

「하아…하아…하아……. 마코토 짱, 너무 빨라……」

그러던 차에 숨을 헐떡이며,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언제나처럼의 단발머리에 언제나처럼과는 다른 복장. 검정색에 가까울 정도로 진한 남색 세일러복. 양갈래머리 소녀나, 상당수의 관객들이 입고 있었던 거랑 같은 교복.

알겠다. 유키호 짱은 이 학교 학생이었던 모양이다.

「미안, 미안.~ 유키호」

「연주가 끝나자마자 갑자기 뛰어나가다니 깜짝 놀랐다구우」

「정말로 미안. 유키호, 놀래켜서……」

듣자하니 마코토는 유키호 짱을 내버려두고 달려올 정도로 놀랐던 모양이다.

「나도 깜짝 놀랐어. 마코토 짱 오빠가 스테이지 위에 서 있었는걸」

나를 보고 난 유키호 짱은 호흡을 가라앉힌 다음 말을 이었다.

「앗, 오빠. 오랫만이에요. 오늘 깜짝 놀랐어요. 특별 게스트였다니!」

아니, 그건 내가 아니라 미즈키였고, 나는 굳이 따지자면 덤이다. 정확히 말하면 덤 이상의 존재가치가 없다.

「오랫만이야. 유키호 짱, 내 연주같은 건 애들 장난 레벨이고 말이지, 여기 있는 다른 멤버들 발목이나 잡고 있는 꼴이라고」

「그럴 리 없어요! 에ー 그리고, 오빠 정말 멋있었어요!」

힘차게 단언해온다. 맘씨좋은 아이로구나. 내 연주가 수준급이라던가, 엄청났다던가 할 리가 없지만, 유키호 짱이 빈말이나마 이렇게 말해 주니 마음이 정화되는 듯한 기분이 든다.

「뭐야 너, 여동생 친구한테 손도 뻗고 그러냐」

미즈키가 능글능글거리는 얼굴로 놀려온다.

「그럴 리가 없잖아. 내 인간관계가 망한 건 너도 잘 알고 있잖아」

미즈키는 내 말을 듣곤, 아하하하하 하며 큰 소리로 웃는다.

「만약 아무도 부담할 사람이 없으면 내가 부담해 줄 테니까 걱정 붙들어 매」

「서로 그런 일 없도록 하느님께 빌자구」

미즈키는 외모도 반반하고, 스타일도 좋다. 부담하고픈 사람이야 산더미겠지만, 성격이 있으니까 말야.

나도 미즈키 클래스의 미녀랑 결혼하고 싶지만, 뭐, 급이 안 맞는다.

돼지 목에 진주목걸이. 소 귀에 경 읊기. 개 발에 편자.

이 말도 놀이의 일환. 농담 따먹기다.

「혹시 마코토 짱의 사부 되시는 분인가요?」

「마코토의 사부?……아, 가라테 말이구나. 맞아, 내가 미즈키야. 잘 부탁해」

「마코토 짱한테 들었던 얘기 그대로에요오! 정말 예쁘셔요오!」

「아하하하하. 고마워. 아가씨! 아가씨도 엄청 미인인걸!」

확실히 미즈키도 미인이지만, 유키호 짱도 미인인걸ー.

확실히 미즈키는 동성이 봐도 끌리는 존재인 모양이다.

「그럴 리가, 저 같은 건 땅딸보에요오」

어두침침한 속에서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안색이 변한다.

「미즈키 말이 맞아. 너는 귀엽다고 생각해」

처음 만난 상태에서 이런 대사를 칠 수 있다는 부분이, 히로토는 뭔가 연애의 신같은 게 붙어있는 거 아닐까 의심이 가는 것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싶고, 그런 걸 평범하게 말하고 있으니 플레이보이란 소리를 안 듣고 배길 수가 있나.

뭐, 유키호 짱이 귀엽다는 건 동의하지만, 처음 만난 상대한테 저런 대사를 친다는 건 나로서는 네 번 다시 태어난다고 해도 무리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 남자에요오!?」


어두침침해서 히로토가 있는지 몰랐는지, 깜짝 놀라며 비명을 지르는 유키호 짱. 그리고, 그 상태 그대로 내 등 뒤로 숨어선, 꼭 하고 내 셔츠를 움켜쥔다.

「어라? 설마 나 싫어하는 건가?」

히로토가 멋쩍게 말한다. 조금 목소리에 동요가 섞인 게 유쾌하다.

「아하하하하. 색골남 의문의 1패라니, 이런 거 처음이야」

「하기와라 유키호는 분명, 심한 남성공포를 앓고 있다. 너무 신경쓰지 말도록, 히로토」

SSK가 언제나 그래 왔듯 담담한 음색으로 말했다.

「그렇자만 리더는 거리낌없이 대하잖아. 뭔가 불합리해」

요즘 나랑은 평범하게 대화하길래 괜찮겠다 싶었는데, 역시 남자엔 약한 모양이다.

「우우우우우……」

정작 유키호 짱은, 얼굴을 붉힌 채로 내 등 뒤에서 얼굴을 빼꼼 내밀어 SSK와 히로토를 슬쩍 내다보았다.

잠깐 동안 재기불능일 것 같다.

「쟤는 남자답지가 않으니까 그런 거 아닐까?」

미즈키의 말에 모두가 빵 터진다. 확실히 남자다움이 부족하다던가 같은 소리 많이 듣긴 하는데.

그 때 조금 시야가 뿌옇게 변해서.

그러고 보니, 오늘은 좀 빡세게 뛰었으니까…….

약간 휘청거렸다. 유키호 짱은 재기 불능 상태라 알아채지 못한 것 같다.

미즈키랑 다른 애들은 마코토까지 끼워서 둥글게 모여 앉아, 담소를 시작한다.

「유키호, 오빠, 앉아서 얘기하자구!」

마코토가 우리들을 불렀다.

그 목소리에 유키호 짱이 현실 세계로 돌아왔다.

「그, 그치만 저, 저 남자랑 잡담한다던가 무리에요오」

「오빠랑은 괜찮았으니까 다 괜찮을 거래도! 자, 오빠도! 미즈키 씨가 요번 라이브 보상같은 걸 해 준대!」

마코토가 일어나며 손짓했다.

좋은 기회다.

「미안. 잠깐 화장실 좀 갔다 올게!」

「엣ー. 오빠 완전 깬다!」

「미안미안. 금세 갔다올게」

그렇게 말하고 밖으로 나온다.

스테이지 뒤에서 나오려니, SSK와 눈길이 마주친다.

다 알고 있고 아무것도 말 안 해.

그의 눈동자에서는 그런 느낌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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