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카테고리.

  1. 전체목록

  2. 그림

  3. 미디어



[하루치하]사슬 끝 - 후편

댓글: 5 / 조회: 1693 / 추천: 8



본문 - 04-15, 2016 15:23에 작성됨.

 치하야는 솔직하게 어리광부릴 수가 없다.

 하지만 어리광부리고 싶지 않은 것은 아니다.

 치하야는 자신을 엄격하게 다루며 하루 하루 살고 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자신이 붙잡고 있는 것을 놓쳐 버릴 것 같아서 무섭기 때문이다.

 무언가에게 어리광부리는 것은 약함이다.

 약함은 자신의 손으로 무기를 들고 일어서기 위한 힘을 빼앗고 만다.

 자신은 한시라도 무기를 내려놓아선 안 된다.

 주저앉아 쉬어서는 안 된다.

 계속 굳게 쥐고 있던 양손은 언젠가 피가 통하지 않게 되어, 마비되기 시작한다.

 자신이 무엇을 붙잡고 있는지조차 모르게 된다.

 그렇게 되고 나면 이번엔, 놓고 싶어도 손이 움직이지 않는다.

 원하는 것이 새로 생겨도, 괴사한 과거의 소망과 함께 녹아 딱딱하게 굳어 버린 양손을 뻗을 수는 없다.

 치하야는 자신의 모습을 그렇게 굳게 믿고 있었다.

 그날, 그럴 리는 없다고 치하야의 손을 잡아 다시 피를 통하게 하고, 굳어 있던 양손을 풀어 준 하루카를 만나기 전까지는.

 치하야는 지금까지, 한 번 손을 놓아 버리면 글르게 된다고 믿고 있었다.

 손에 쥔 것만을 바라보고 그 이외의 것을 의식에서 내쫓는 것밖에 몰랐다.

 하루카가 가르쳐 주었던 것이다.

 하루카에겐 몇 번이나 감사를 했을까.

 하루카는 최고의 친구다.

 입에 담는 것은 부끄럽지만, 절친한 친구라고 생각하고 있다.

 분명 서로 다른 길로 나아간다고 해도, 멀리 떨어진다고 해도 괜찮다.

 예를 들어 서로 반려를 찾게 되더라도 계속 친구로 지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고 싶다고 강하게 강하게 바랐다.



 -Side : 하루카-

 하루카는 빈번하게 치하야의 집을 방문하고 있다.

 양친의 이혼으로 낙담해 있는 치하야를 조금이라도 기운차리게 하고 싶어서 시작한 일이다.

 혼자 사는 친구가 없었다는 호기심도 처음엔 어느 정도 있었다.

 하지만 호기심은, 몇 번쯤 방문하는 사이에 익숙함과 편안함으로 바뀌었고, 그렇게 되자 친구와 둘뿐이서 시간을 신경쓰지 않고 쓸 수 있는 퍼스널 스페이스가 생겼다는 사실만이 남는다.

 마침 둘의 유닛은 순조롭게 아이돌 랭크가 올라, 치하야의 비유로 말하자면 한 사람의 생활비 정도는 어렵지 않게 벌 수 있게 되어 있었다.

 그만큼 얼굴도 알려져 있다.

 거리로 나가는 건 즐거웠지만, 사적으로 별 용건이 없으니 그냥 거리를 돌아다니는 것은 어렵게 되었다.

 지금 단계에서는 자의식 과잉보다 조금 더 나은 정도였다. 하지만 그저 노래가 좋다는, 누군가에게 기운을 주고 싶다는 마음만으로 여기까지 와 버린 하루카에게, 무대 위라면 일종의 딴세계라고 선을 그을 수 있어도 실제로 간섭받는 일상에 닿는 거리에서 받는 시선은 아직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남의 눈을 신경쓰지 않고 느긋하게 보낼 수 있는 치하야의 집에 하루카가 틀어박히게 되기까지는 그리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치하야를 파트너로서 진지하게 대한다는 하루카의 마음은 의도치 않게 성공해 있었다.

 치하야가 강아지 놀이에 묘한 집착심을 보이게 되기 전까지는 새로운 놀이터가 하나 늘어났다는 정도밖에 명확한 변화는 없었다고 할 수 있다.

 처음엔 평소처럼, 그저 장난기였던 것이다.

 평소였으면 가볍게 가게 앞을 훑어보고 지나가버리는 팬시한 잡화점에서, 골든 리트리버 같은 강아지귀 머리띠가 유난히 신경쓰여서 충동적으로 사고 말았다.

 깔끔하게 래핑된 강아지귀 머리띠를 가방에 넣으면서, 그럼 이걸 어쩔까 생각하던 때에 떠오른 것이 치하야의 얼굴이었다.

 치하야에게 이걸 써 보라고 하면 분명히 부끄러워할 것이다. 그리고 아마 싫어할 것이다. 하지만 그대로 계속 권하면, 의외로 써 주거나 하지 않을까.

 그 자리에서 떠오르는 대로 재밌는 일을 하는 것은 좋아했다.

 실제로 치하야가 강아지귀를 쓴 모습을 봤을 땐 뺨이 풀어지는 걸 참는 게 큰일이었다.

 생각보다 어울렸던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태도를 바꾸어 즐기는 치하야가 흐뭇했기 때문이다.

 치하야는 이상한 데가 어린애 같다.

 딱딱한 태도와 노래를 대하는 스토익함으로 어른처럼 보이곤 하는 치하야가, 자기 앞에서 보여 주는 어린애 같은 행동이 하루카는 좋았다.

 치하야가 요즘 별로 자지 못하는 것은 알고 있었기에, 무릎베개로 잠들어 버렸을 땐 지쳐 있었다고밖에 생각하지 않았다.

 무릎베개로 행복한 것처럼 잠에 빠진 치하야를 보면서, 지금까지 그랬듯 소중히 여기길 계속해 나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날이 지남에 따라, 다크서클을 숨기기 위해서겠지만. 곁눈질로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컨실러의 양이 늘어 가고, 집중력이 높아지는 무대 위는 그렇다 치고 레슨중에 멍하니 있는 일이 늘어 간다.

 하루카는 위화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치하야 본인은 늦게까지 자율 레슨을 하고 있어서라고 하지만 거짓말이란 걸 금방 알았다. 동시에, 거짓말을 사실이라고 믿어 줬으면 한다는 것도 싫을 만큼 알게 된다.

 하루카는 조금만 더 속고 있는 척을 하기로 했다.

 신기하게도 거짓말을 하는 데에 저항을 느끼지 않았다.

 다음에 치하야의 집을 방문해 소파 위에 놓여 있는 강아지귀 머리띠를 봤을 때, 치하야의 장난에 어울려 주자고 생각했다. 치하야가 자신에게 신경써주질 바라는 것만큼은 금방 알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조금이라도 좋으니 치하야가 바라는 것을 해 주고 싶었다. 직접 솔직하게 말하지는 못하는 주제에, 이렇게 노골적인 의사표현은 할 수 있는 게 신기하고 흐뭇하다.

 결과는 예상 이상이었다.

 치하야는 하루카가 권해 주는 대로 아무런 저항도 보이지 않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강아지귀 머리띠를 쓰고 기쁜 듯이 어리광을 부린다. 당황해서 붙잡힌 손을 떨쳐낼 뻔 했지만, 두려움에 떠는 것처럼 보이는 치하야의 눈은 거의 강제력이 되어 하루카의 가슴을 옥죄었다.

 "치하야 짱, 무슨 일이야?"

 머뭇거리며 뺨을 쓰다듬자, 치하야는 눈 속의 두려움을 점점 엷게 하며 안도의 목소리를 냈다. 개의 울음소리라는 말 자체에 의미가 없는 상황은 생각 이상으로 숨김없이 치하야의 심정을 전한다.

 전해진 것에서 버려진 개라는 단어가 떠올라, 하루카는 그 말이 지닌 감촉에 소름이 끼쳤다. 자신도 프로듀서도, 사무소의 동료들도, 더 말하자면 수많은 팬들도 치하야와 어떤 형태로 이어지려고 하고 있는 사람이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이어지길 원하는 치하야가, 모든 것에서 버림받아 두려움에 떠는 기색을 두르고 있다. 이렇게나 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아직도 부족하다는 말인가.

 부족한 거겠지.

 치하야는 분명 그런 이어짐을 이어진 거라고 의식하지 못하고 있다.

 치하야는 자신이 원하는 것밖에 보지 못하고 있다. 가끔 오만하게도 보이는 순수함으로 자신이 골라낸 좋아하는 것만을 욕심 많게 계속 원한다.

 그런 치하야가 자신을 원하고 있다.

 그것은 얼마나 멋진 일이란 말인가.

 치하야는 뺨에 닿은 손을 머뭇거리며 확인하고 있다. 오랜만에 발견한 모닥불에 따뜻함을 구하며 뛰어들고 싶다. 하지만 바로 대면 자신의 몸을 태워, 아픔을 느낄 거라고 굳게 믿고 있는 것처럼.

 하루카는 그 불이 위험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다루는 법도 지금까지 살아오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익혔다. 치하야가 무서워하는 모습은 짐승 같다고 생각했다. 따뜻하고, 눈부시고, 이토록 눈을 끄는데도 다루는 법을 몰라서, 어두운 곳에서 바라보고 미미하게 느껴지는 열을 그 몸으로 받는 것만으로 만족한다고 믿는 것밖에 할 수 없다. 불에 다가가는 것을 포기하고 있는 짐승이다.

 깨닫고 보니 하루카는 물어보고 있었다.

 "오늘은 어떻게 해 줬으면 좋겠어?"

 그 물음에 기쁜 것처럼 멍멍 하고 답하는 치하야를 보고 있자, 마음에 작은 거스러미가 이는 것을 느꼈다. 거스러미는 위에서 훑으면 있다고 느껴질 뿐, 무엇에 의해서 생긴 것인지는 잘 알 수 없었다.



   @@@



 치하야의 다크서클은 일시적으로 사라졌지만, 1주일 정도 지나자 또 수면부족 상태로 돌아가고 말았다.

 가끔 사무소의 소파에 앉아 가만히 눈을 감고 있을 때가 있는데, 자고 있는 건 아니라고 한다. 하루카는 밤 늦게까지 레슨을 해서 졸린 거냐고 물었지만, 졸린 건 아니라고 곤란한 듯한 대답을 듣고 말았다.

 그건 더 심각한 상태인 게 아닐까.

 하루카의 눈으로 봐도 치하야는 점점 집중력이 떨어지고 있다.

 이대로라면 머잖아 큰 실수를 할 것 같아서 무섭다.

 실수를 했을 때, 원인이 전부 치하야 자신의 자기관리에 있다는 것은 좋든 싫든 실감하게 될 것이다. 그때 치하야가 받을 대미지를 생각하면 무책임하게 시간이 낫게 해 줄 거라느니 못본 척 할 수는 없었다. 지금 상황에서 더 정신적인 대미지를 받으면 치하야는 짓뭉개져 버리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카는 다음에 치하야의 집을 방문했을 때, 현재 치하야가 어떤 상태인지를 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둘뿐인 그 공간에선 치하야의 완고함도 어느 정도 풀어지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작은 결의를 가슴에 품고 치하야의 집을 찾아갔을 때, 소파에 놓여 있던 것은 개목걸이였다.

 보고 금방 저번에서 이어지는 것이란 사실은 이해했다.

 그렇다, 이어지고 있었다. 나아가 있었다.

 어디를 향해 나아가는 건지는 모르는 채로.

 치하야는 하루카의 손을 잡고 목걸이와 강아지귀 머리띠가 있는 소파 앞까지 끌고갔다. 씌워 줘, 하고.

 말 같은 건 필요 없었다. 치하야는 자신의 욕망을 알기 쉽게 명시해 보였다. 생생한 욕망을 보자 하루카는 소파와 치하야가 시야에 들어오지 않도록 눈을 돌렸다.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원하면서도, 치하야는 결정권을 하루카에게 맡기고 있다.

 지금까지 하루카의 상상속에만 살아 있던 감각이 치하야와 겹쳐져 간다. 불에 손을 뻗고 싶어도 다루는 법을 모른다. 적절한 거리를 재지 못한다. 그래서 하루카에게 맡길 수밖에 없다. 남들 이상으로 따스함을 바라고 있는 겁많은 짐승이다. 답답함에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외로움 많은 어린애다.

 하루카의 손은 어느새인가 치하야에게 세게 잡혀 있었다.

 아프다.

 치하야가 자신을 원하는 것은, 선택받은 것은, 멋진 일이다.

 그럴 텐데, 하루카의 마음속은 이 관계를 받아들이려고 하면 계속해서 거스러미가 인다.

 왜 이렇게 괴로운 걸까.

 눈치채이지 않게 조금만 시선을 올려서, 치하야의 옆얼굴을 훔쳐본다.

 치하야의 힘이 되는 것은 지금이라면 간단하다. 하지만 하루카의 마음에 쌓이고 있는 것은 거부감뿐이다. 거스러미, 거칠어진 곳이 찢어져 피를 흘리는 것 같다. 치하야의 힘이 될 수 있다고 기뻐하는 자신이 있다. 하지만 힘이 되고 싶지 않은 자신도 있다.

 치하야의 옆얼굴을 다시 한 번 힐끗 보고. 금방 시선을 돌린다.

 그걸로 너무 충분했다. 한계였다. 이 이상 치하야가 그런 두려움에 떠는 표정을 짓지 말았으면 했다.

 하루카는 치하야의 손을 세게 잡았다.

 "요, 요전에 치하야 짱, 귀여웠지."

 자신의 마음을 지키는 것보다, 치하야의 힘이 되고 싶었다.

 "있잖아, 또, 또 써 봐."

 치하야의 반응은 재빨랐다. 손을 잡은 채, 빈 손으로 강아지귀 머리띠를 쓰고 "멍."하고 운다.

 원한다면, 원하는 것을 준다. 하루카는 끄덕이고 치하야와 눈을 마주친다.

 해야 할 것은 하나뿐이었다.

 치하야에게 개목걸이를 채웠다.

 치하야의 웃음이 아팠다. 마음의 정리가 되지 않은 채 하루 종일 치하야의 강아지 놀이에 어울리고 나서, 하루카는 피로로 무거워진 머리를 몇 번인가 털고 짐을 정리해 한 발 먼저 밖에 나온다.

 그저 피로 뿐만이 아니라, 하나 수확이 있던 것은 구원이었다.

 강아지 놀이 중에, 치하야는 또 하루카의 무릎베개로 선잠을 잤다. 아마도 자고 싶어도 자지 못해서 곤란해 있을 치하야가, 정말로 간단히 잠들어 있었다.

 하루카의 무릎에 뺨을 부비고, 콧소리 섞인 달콤한 목소리를 내면서 어리광피우던 치하야가, 거의 전조 없이 갑자기 움직임을 멈추고 잠에 빠진다. 그리고 정말 한 순간 눈을 감았을 뿐이라는 듯이, 몇 시간 후에 다시 어리광부리기 시작한다.

 어쩌면 치하야는 자신이 자고 있었단 사실을 의식하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자신의 손 안에서 치하야가 이 이상 없을 만큼 마음 편히 자고 있다. 그 사실이 하루카의 마음에 더욱 거스러미가 일게 했다.

 치하야와 떨어진 문 앞, 혼자 가슴을 누르며 이유 모를 아픔을 견딘다.

 역으로 향하는 길에서 치하야의 의사를 확인해 본다.

 치하야는 강아지 놀이를 그만둘 생각은 없는 것 같았다. 생각해보면, 저번 강아지 놀이를 하고 나서도 며칠쯤 치하야는 다크서클을 감추기 위한 화장을 하지 않았었다.

 이 행위로 치하야의 숙면이 유지된다.

 치하야 자신도 그것을 눈치채고 있다.

 하루카는 피를 흘리는 마음으로 결의한다.

 이 관계로 치하야가 치유된다면, 계속하자. 마음은 아프지만 분명히 하루카는 행복도 느끼고 있다. 행복이 이렇게 아프다니, 하루카는 몰랐다. 하지만 그런 걸지도 모른다. 이 행복한 아픔을, 하루카는 받아들였다.

 한 번 행동 방침을 정하자 하루카는 흔들리지 않았다.

 장난기도 돌아온다.

 역으로 향하면서, 다음에 필요한 건 리드겠구나 생각하기 시작하고 있었다.



   @@@



 치하야의 집에서 하루카가 소파에 편안히 앉아 있다.

 치하야에게 리드를 쓰게 되고 나서 빨리도 2개월이 지나 있었다.

 그 사이에 이루어진 강이지 놀이는 두 번이다. 이 관계에도 서로 익숙해졌다고 생각한다.

 하루카의 발밑에는 치하야가 털썩 앉아 있다.

 처음에 리드를 썼던 날엔 이전과 그다지 다르지 않은 강아지 놀이를 했던 하루카였지만, 다음에 문득 떠오른 생각으로 개라면 바닥에 있어야 한다고 말해 본 것이다.

 치하야는 턱에 손을 대고 과연 그렇군, 하는 표정을 지은 뒤, 정말 간단히 소파에서 내려와 바닥에 주저앉았다. 자신보다도 키가 큰 치하야가 아래에서 올려다본다는 경험이 하루카에겐 그다지 없었다.

 생각나서 말해 본 것이었지만, 늘 자신을 올려다보는 치하야는 의외일 정도로 하루카의 보호욕을 만족시켰다. 무엇보다도 손을 조금만 뻗으면 바로 치하야의 머리를 쓰다듬을 수 있다는 게 좋았다. 치하야가 어리광부릴 때 손등에 뺨을 부비거나, 가볍게 발을 만지거나 하는 것도 신선한 감각이었다.

 그 후로 치하야는 하루카가 이리온 하고 부르기 전까진 바닥에 앉은 채 하루카를 올려다보게 되었다.

 오늘도 하루카는 치하야을 내려다보며 소파에 앉아 있다. 문득 떠오른 생각으로, 테이블 위에 있는 쿠키를 하나 집어 우지끈 쥐어 부스러뜨린다.

 강아지귀 머리띠와 목걸이, 그것에 이어지는 리드를 쓴 치하야는 신기하단 듯이 하루카를 올려다본다.

 "아~아, 더러워져 버렸다."

 "끄응……."

 다른 한 손으로 목줄을 가볍게 당기자, 치하야는 그것에 따라 조금 하루카 쪽으로 다가왔다. 쿠키 부스러기 투성이가 된 손을, 하루카는 발치로 내린다.

 "핥아줘."

 "저기……응?"

 "말하면, 안 되잖아?"

 "머……멍. 끄응."

 곤란한 눈으로 올려다보는 치하야를, 하루카는 내려다 본다. 부스러져서 수많은 조각이 되어버린 쿠키를 당연한 것처럼 치하야의 눈앞에 내밀고 있다.

 "멍! 끄응."

 곤란해하는 치하야를 하루카는 한동안 계속 바라본다.

 아무리 지나도 손을 핥으려고 하지 않는 치하야에게, 하루카는 부드러운 미소를 무너뜨리지 않고, 다시 한 번 상냥하게 손을 내밀었다.

 치하야는 곤란해졌을 때의 버릇으로 가슴께에 손을 모으고, 발밑에 시선을 떨구고 말았다.

 "워웅……."

 다시 한 번 호소하려고 눈을 든 치하야였지만, 하루카와 눈이 마주치자 입을 어중간하게 벌린 채로 울음소리를 어물어물 삼켰다.

 그 모습을 본 하루카는 웃음을 지우고 무표정이 되어, 펼치고 있던 손을 쥐고 지금까지 잡고 있던 리드를 내던진채 말없이 일어나 세면장으로 갔다. 혼자 남겨진 치하야는 하루카가 사라진 끝을 멍하니 배웅한 뒤, 내던져져 러그 매트 위에 나뒹구는 리드를 심각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하루카가 손을 씻고 있는 것이겠지. 물소리가 조그맣게 거실까지 들린다.

 치하야는 당황하며 하루카가 간 방향과 발밑에 있는 리드를 번갈아 보았다.

 그리 시간이 지나지 않아, 하루카는 거실에 모습을 나타냈다.

 돌아온 하루카는 리드는 그대로 두고 소파에 앉더니, 치하야 같은 건 없다는 듯이 근처에 있던 음악 잡지를 손에 들고 넘기기 시작한다.

 치하야는 조금 파랗게 질린 얼굴로 소파 주위를 불안하게 기며 돌아다닌다. 치하야가 기어다니는 뒤를, 그 심정을 대변하는 것처럼 힘없이 늘어진 리드가 질질 따라다녔다.

 치하야는 가끔 뜨거운 것을 만지는 것처럼 하루카의 허벅지를 살짝 살짝 만진다.

 하루카는 개의치 않고 잡지에 눈을 떨군 채다.

 치하야는 결국 한동안 그러고 난 뒤, 처음에 앉아 있던 하루카의 발밑으로 돌아와 심심한 듯이 털썩 주저앉았다.

 하루카는 잡지에서 시선을 움직이지 않지만, 옆얼굴에 아플 정도의 시선을 느끼고 있었다. 치하야의 애원하는 듯한 시선이다. 앞으로 한 페이지 쯤일까, 하고 짐작을 하고, 또 페이지를 넘긴다. 시선은 더욱 강하게, 비장감 넘치게 된 느낌이 든다.

 충분히 시간을 들여서 그다지 흥미도 없는 페이지를 다 읽은 하루카는, 잡지를 테이블에 두고 쿠키에 손을 뻗었다. 손끝에 치하야의 시선을 느낀다.

 집은 쿠키를 반으로 쪼개, 보여주듯이 천천히 맛보며 삼킨다. 또 반을 잘 씹어 삼키고 나자 손끝으로 잡은 쿠키는 4분의 1이 되었다.

 하루카는 그것을 두세 번 치하야의 눈앞에서 흔들고, 손바닥에 쥐었다.

 그 모습을 필사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치하야에게 말을 건다.

 "치하야 짱, 어떡했으면 좋겠어?"

 하루카의 손바닥을 보고 있던 치하야는, 튕겨지듯이 시선을 올렸다.

 "멍! 멍! 멍!"

 "에~, 그런 거 했다간 손이 더러워지잖아……."

 "끄응, 멍!"

 "괜찮아? 정말로?"

 "멍!"

 하루카는 일부러 애태우듯이 천천히 힘을 주어, 손 안의 쿠키를 부숴뜨린다. 치하야는 쿠키가 부서지는 마른 소리를 신탁을 듣는 것 같은 표정으로 듣고 있었다.

 "아~아, 더러워져 버렸다."

 기대를 담고 올려다 보는 치하야의 앞에서 하루카는 싱긋 웃었다.

 그리고 손을 열지 않은 채로 소파에서 일어난다.

 "또 씻고 와야지."

 걸어나가려는 하루카의 발목을 이번엔 확실히 치하야가 붙잡았다.

 "왜 그래?"

 싫다고 필사적으로 머리를 흔드는 치하야를 내려다본다. 매끄러운 머리칼이 공기를 머금고 좌우로 퍼지고 흐트러진다. 이런 상황인데도, 흘러 내려오는 것 같은 치하야의 머리칼을 예쁘다고 생각해 버린다.

 "이거 놔. 손 씻으러 못 가잖아."

 "멍! 멍!"

 필사적으로 올려다보는 치하야의 눈은 젖어 있었다. 좀 지나쳤는지도 모른다. 슬슬 그만둘까 생각하고, 하루카는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른 의미를 담아 치하야에게 말을 걸었다.

 "치하야 짱, 놔 줘."

 가능한 한 다정한 목소리를 낼 셈이었다. 이제 그런 일은 안 해도 돼, 좀 지나치게 해서 미안해, 하고. 하지만 그 목소리를 들은 치하야는 세계가 끝나는 것 같은 얼굴을 하고, 더욱 세게 하루카의 발을 잡았다.

 "워웅……."

 그리고 솟아오르는 감정 그대로 다리에 달라붙는다.

 "아!"

 하루카는 밸런스가 무너져 쓰러지는 기세 그대로 소파에 앉는 꼴이 됐다. 스프링이 충격을 흡수해서 아프지는 않았지만, 쓰러진 몸을 지탱하려고 한 탓에 쥐고 있던 쿠키는 가루가 되어 소파 위에 흩뿌려졌다.

 "아~아, 흘려 버렸다. 깨끗하게 해야겠는걸."

 생각한 걸 그대로 입에 올린 하루카였지만, 몰려 있던 치하야에겐 다르게 들린 것이겠지. 바닥에서 몸을 뻗어 소파에 흩어진 쿠키를 보고, 한 번 세게 눈을 꼭 감았다. 고여 있던 눈물이 밀려나 한 줄기가 흐른다.

 그리고 하루카가 멈출 틈도 없이, 일단은 하루카의 손에 혀를 댔다. 간지러운 감각에 한 순간 하루카가 손을 빼자, 다시 치하야의 눈엔 눈물이 차오른다. 아무리 그래도 그 모습을 보고는, 이제와서 그만하란 말은 할 수 없었다. 하루카는 다지 한 번 치하야의 앞에 손을 뻗었다.

 "착한 아이구나. 그대로 깨끗하게 해줘."

 치하야는 끄덕이고, 안도한 표정으로 하루카의 손을 구석 구석 핥고 나서, 그 다음 소파에 떨어진 쿠키까지 핥아내기 시작했다.

 하루카는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 거기까지 시킬 생각은 없었다. 소파를 낼름낼름 핥으면서, 치하야는 굴욕감 때문인지 다시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행동은 멈추지 않고, 자신이 흘린 눈물마저 깨끗하게 핥은 뒤에 하루카를 돌아본다.

 당황해서 굳어 있던 하루카에게 치하야는 울면서 웃는 표정을 보이더니, 리드를 내밀고 작게 울었다.

 "웡."

 리드를 잡아 줘, 놓지 마, 하고.

 치하야는 고작 그것만을 위해, 다른 사람의 손과 소파에 흩어진 쿠키를 핥아냈다.

 하루카는 그런 치하야의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프면서도 행복을 실감한다.

 내밀어진 리드를 잡고 하루카는 치하야를 불렀다.

 "치하야 짱, 옆에 앉아."

 꼬리가 있었으면 기세 좋게 흔들었을 것 같은 만면의 웃음. 치하야는 바로 지금 자신이 핥아서 깨끗하게 한 하루카 옆자리에 앉아서 허벅지 위에 뒹굴었다. 하루카는 치하야의 침으로 끈적거리는 손바닥을 무의식중에 한 번 핥고 행주로 닦고는 치하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러고 보니. 떠오른 생각에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치하야의 눈물을 닦는다.

 치하야는 당하는 대로 그냥 가만히, 눈을 감고 기분 좋은 것처럼 하고 있었지만 어느새인가 불쑥 잠에 빠져 버렸다.

 치하야의 머리에 손가락을 미끄러뜨려, 흐르는 물에 손을 담그듯이 하면서 하루카는 미소짓는다.

 치하야를 독점하고 있는 감각에 무의식중에 뺨이 풀어져 있었다.



 해가 저물기 시작한 길을 둘이서 역까지 걷는다.

 들어오기 시작한 가로등 빛이 저녁의 어중간한 밝기에 녹아들어 있다.

 "치하야 짱, 변태."

 "시킨 건 하루카잖아!"

 "다리 잡고 날 멈췄을 때, 너무 지나쳤다고 생각해서 이제 그만두려고 했었어!"

 "거짓말. 날 버리고 손 씻으러 가려고 했잖아!"

 "아니……그게 아니라, 이제 그만 할테니까 손 놔 줘 란 의미였어."

 "그 상황에서 그런 식으로 들릴 리가 없잖아."

 "왜! 내가 치하야 짱을 버린다니, 절대로 없을 일이고!"

 "그……."

 럴 리가, 하고 이어지려던 말을, 치하야는 입 안에서 우물우물 굴렸다.

 "그보다도, 버릴 거였으면 목걸이 같은 거 꺼냈을 때 버렸을 거고!"

 "어, 그, 그런 거야……?"

 치하야는 진심으로 개목걸이를 꺼낸 것을 전환점이라고 보고 있지 않은 것 같다.

 그 말에 하루카는 눈을 감고 질렸다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왜~애, 거기가 의문형이야!"

 "강아지귀랑 별로 안 다르지 않나 하고."

 치하야는 뺨을 붉히고 눈을 이리저리 굴렸다.

 "강아지귀가 그렇게 부끄러웠어!?"

 "그게 아니라, 개목걸이는 패션으로 차고 있는 밴드가 있잖아. 별로 취향은 아니지만 강아지귀랑 부끄러운 건 별로 다르지 않을까 하고."

 그래, 치하야는 음악에 관한 것이 상식의 상당한 부분을 점유하고 있었지.

 하루카는 한탄한다.

 "그건 분명, 세간의 룰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의미로 하고 있는 거야~."

 "그, 그랬구나."

 "정말, 내가 아니었으면 그 시점에서 도망가고 아웃이야."

 "하지만 하루카는 그렇게 안 했지."

 "그건, 그야."

 그야 왜일까. 너무 당연해서 의문스럽게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무척 중요한 일이었던 느낌이 든다.

 "기뻤어. 고마워."

 생각하려고 했던 하루카는, 치하야의 한 마디로 사고가 헛돌았다.

 "그런건 당연하지."

 그대로 입밖에 낸 어중간한 사고는, 그 이상 수렴하는 일 없이 스쳐 지나가 버렸다.

 "정말로 기뻤어."

 "개목걸이 차는 게 그렇게 기뻤구나?"

 "그게 아니라……정말, 알고 있으면서."

 "치하야 짱은 변태구나~."

 "너무 그러면 화낼 거야."

 "싫다니까 정말~ 농담이에요~."

 "정말이지. 후후, 정말 하루카라니까."

 "그거 뭔가 바보 취급 하는 거 아냐?"

 "어머. 칭찬해 주고 있는 건데."

 "거짓말 같아……."

 의심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하루카에게 치하야는 미소지었다.

 그것은 마음 깊은 곳에서 솟아 나온 기쁨이 자연스럽게 웃음을 만들 고 있는 것 같아서, 하루카도 따라서 뺨이 풀어지고 말았다.

 이 웃음을 보기 위해서라면, 치하야를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바보가 될 수 있다.

 "있잖아, 하루카. 조금만 더 기다려 줘."

 "뭘?"

 "비밀."

 "치사해!"

 "아마 정말로, 조금만 더."

 치하야는 또, 웃었다.

 하루카는 그 웃음을 무척 예쁘다고 생각했다. 솟아오르는 행복에 마음이 아팠다.



   @@@



 하루카는 걸으면서 생각한다. 이미 몇 번이나 지나간 치하야의 방으로 향하는 길은, 생각에 몰두하고 있어도 자연스럽게 돌아야 할 곳에서 돌아진다.

 치하야는 강하다. 가끔 보이는 약함은, 지금까지는 우연히 바깥에 닿는 일이 없었기에 부드럽고 상처받기 쉬운 상태 그대로였던 부분이다. 그곳을 감싸는 강함을 얻기 위해서는 고통을 동반할 것이다. 처음 닿으면 경우에 따라선 피도 흐를 것이다.

 하지만 치하야가 타고난 강함은, 아픔을 넘어 새로운 강함을 얻을 것이다.

 하루카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 마음 끝을 멍하니 보자, 마음에 거스러미가 인다.

 혼자서 걷고 있으면 이상한 것만 떠오르고 만다. 치하야의 집 앞까지 온 시점에서, 정리되지 않는 사고를 일단 끊는다.

 치하야의 집에 들어가기 전에 일단 초인종을 울린다.

 인터폰에서 들어와, 라는 간소한 대답이 있었다.

 하루카는 저번에 받은 여벌 열쇠를 써서 한 달 만에 치하야네 집의 문을 통과했다.

 "실례합니다~."

 문을 닫는다. 자물쇠를 잠근다.

 "오늘은 스콘이랑 잼 가져왔어~."

 신발을 벗고 정리한 뒤 복도로 올라선다.

 "에헤헤, 둘 다 수제야. 그리고 있지, 좀 사치 부려서 칼피스 버터랑,"

 벌써 몇 번이고 지나가서 눈을 감고도 문제 없을 만큼 익숙해진 짧은 복도를 빠져나가, 문을 열고 거실로 들어간다.

 익숙한 소파와 러그 매트가 있는 방 안, 치하야가 서 있었다.

 평소엔 하루카가 채워 주는 목걸이와 리드를 이미 채우고 있었다.

 강아지귀 머리띠도 쓰고 있었다. 그것을 스스로 쓰는 것은 치하야가 거부하고 있을 터였다. 하루카에게 결정권을 넘기고 일시적인 안전권에 몸을 두지 않으면 치하야는 장착하지 못할 것이었다.

 평소와 다른 모습에, 하루카는 방문에서 멈춰선다.

 둘이 말 없이 바라보고 있었지만 침묵을 먼저 깬 것은 치하야였다.

 "어서 와. 이리로 와, 하루카."

 "으, 응."

 강아지귀를 쓰고 있는데, 오늘 치하야는 멍멍이말이 아니었다.

 들은 대로 하루카는 치하야 앞까지 나아간다. 소파 앞이다. 이전, 치하야에게 처음으로 개목걸이를 채워 줬을 때와 같은 위치에 둘이서 선다.

 어떤 심경의 변화일까. 하루카는 치하야의 말을 기다렸다.

 "그러고 보니, 물은 적이 없었지."

 "뭘?"

 치하야는 살짝 미소짓고 하루카에게 묻는다.

 "이 모습, 어울려?"

 갑작스런 질문에 멍해진다.

 솔직히 꽤 어울리고 귀엽다고 생각한다.

 처음에 머리를 쓰다듬어 버렸을 때에도 치하야의 반응 같은 건 생각도 안 하고, 귀여워서 무심코 쓰다듬어 버렸던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여기까지 와서 그런 질문을 하는 의도를 전혀 알 수가 없다.

 "응. 엄청 잘 어울려."

 왜인지 칭찬하는 것만으론 아니꼬우니 한 마디를 덧붙인다.

 "변태 같아서."

 치하야는 한 번 멍하니 입을 열었지만, 금방 작게 뿜고서 키득키득 웃는다.

 "그렇지, 나는 변태일지도."

 계속해서 웃는 치하야는 평소와는 전혀 분위기가 달랐다.

 치하야에게서 늘 어딘가 느끼고 있던 부자연스러움, 패기나 사양 같은 게 무척 엷다.

 "치하야 짱?"

 "왜?

 "오늘은 무슨 일이야?"

 "평소랑 다른 일을 해 보자."

 "어?"

 하루카는 갑작스런 말에 당황했다.

 "있잖아, 하루카. 목걸이랑 강아지귀, 벗겨 줬으면 좋겠어."

 "직접 하면 되잖아. 평소처럼."

 "다른 일을 하는 거야. 평소랑 반대로."

 평소엔 하루카가 씌우도록 하고 끝날 때는 치하야가 벗었다. 오늘은 아무런 말도 없이 처음부터 쓰고 있고, 하루카가 벗긴다는 걸까.

 잘 모르겠지만 그렇게 바란다면 하루카는 따른다.

 벗길게, 하고 말을 걸고 치하야의 목에 손가락을 두르자, 치하야는 눈을 감고 가만히 있었다. 하루카는 일단 개목걸이를 고정하고 있던 잠금쇠를 건드렸다. 평소와 반대 순서로 잠금쇠를 풀고, 벨트를 푸는 요령으로 목걸이를 벗겼다.

 벗겨진 목걸이와 리드를 한뭉치로 해서 소파 위에 두고, 다음에 치하야의 머리에 올려져 있는 강아지귀 머리띠를 벗겼다. 이것도 목걸이가 있는 곳에 같이 둔다.

 "고마워."

 전부 다 벗긴 것을 확인하고 치하야가 눈을 떴다.

 스윽 오른손이 올라가 목덜미를 쓰다듬고, 이어서 지금까지 강아지귀 머리띠가 씌워져 있던 머리 위를 가볍게 훑는다.

 "이렇게 간단한 거였구나."

 "무슨 뜻이야?"

 "아직 비밀."

 "또 그거야. 치사해."

 "알고 있어."

 "그것도 치사해."

 치하야는 그걸 듣고 장난스럽게 웃었다.

 웃으면서 말한다.

 "있지, 하루카. 나한테 변태적인 거 시켜봐."

 "뭐야! 오늘 치하야 짱, 이상해!"

 "부탁이야."

 "정말! 나도 몰라. 엄청 변태적인 거 시킬 거야!"

 "글쎄, 어떨지."

 "뭐야 그거! 싫다고 해도 안 멈출 테니까!"

 "하루카는 내가 정말 싫어하는 건 안 하니까."

 그 말을 듣고 하루카는 숨을 삼켰다.

 삼킨 것을 쌓인 심정과 함께 내뱉는다.

 "치사하다구."

 "응."

 "치사해."

 "미안해."

 오늘 치하야는 평소와 다르다.

 아마도 무언가를 확신하고 있다.

 변태적인 일을 해 달라고 해도 곤란하다. 하루카는 늘 그 자리의 분위기와 바로 떠오르는 생각으로 그럴듯한, 치하야가 해 줄 것 같은 것을 입에 담았을 뿐이었다. 강아지 놀이라는 형태를 취할 필요가 있었을 뿐, 사실은 행위는 없더라도 문제 없었다.

 갑자기 하라고 들어도 딱히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음, 그게……."

 하루카는 검지를 세워 관자놀이에 대고 생각한다.

 어떡할까.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곤란해하고 있자 치하야가 웃으며 입을 열었다.

 "오늘은 잼하고 스콘이었지."

 "어, 응. 맞아."

 "그럼, 그걸 나한테 먹여줘."

 "그런 걸로 괜찮아?"

 듣고 나서, 문득 번뜩였다.

 "그거면 간단하고. 그럼, 접시를…."

 "접시는 필요 없어."

 "어?"

 치하야는 신기하단 듯이 하루카를 돌아본다.

 "접시가 필요 없으면, 스푼이랑 버터 나이프만 있으면 돼?"

 "그것도 필요 없어. 전부 손으로 할 거야."

 이전에 그냥 떠올라서 치하야에게 쿠키를 부스러뜨려서 손바닥을 핥게 시킨 적이 있었다. 그걸 이번에도 하려고 했다.

 "어, 음, 그러면……."

 "손을 씻고 올게. 치하야 짱은 소파에서 기다려."

 "응, 기다릴게."

 치하야는 소파 위에 올려진 강아지 놀이 세트를 바닥에 내려놓고, 편안한 모습으로 앉았다.

 하루카는 세면장으로 가서 핸드 소프를 몇 번 눌러서 거품을 내, 손톱 사이까지 정성껏 씻어 간다.

 오늘 치하야는 이상하다. 왜 이렇게 적극적일까. 지금까지는 뭐가 있든 직접 이런 행동을 제안하는 일만은 하지 않았다. 그것이 둘 사이의 암묵의 이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오늘은 간단히 밟고 넘어오고 있다.

 지금까지는 치하야가 내심 하고 싶어하고, 그것을 하루카가 대변하는 것으로 행위가 성립하고 있었다. 의사적으로 하루카가 행위의 주도권을 쥐고 있었던 게 된다. 그것이 무너지고 말았다. 치하야는 변하려 하고 있다. 오늘은 어떻게 돼 버리는 건지 불안하게 생각한다.

 평소보다도 시간을 들여 꼼꼼히 손을 씻고, 핸드 타월로 정성껏 물기를 닦는다.

 평소에 과자를 만들 때에도 이렇게까지 정성껏 손을 씻은 적은 없었다. 딱히 자신의 손이 더럽다고는 생각지 않지만, 지금부터 자신의 손을 써서 잼이나 버터를 바르고, 게다가 그것을 치하야가 먹는다고 생각하니 아무리 씻어도 부족한 듯한 느낌이 들고 만다.

 왠지 발소리를 내지 않도록 조용히 거실로 돌아왔지만, 치하야는 금방 눈치채고 고개를 들었다.

 "어서 와."

 "어, 응……네."

 "이상해. 뭐야, 그게."

 하루카는 혼자서 멋대로 긴장해 있다는 것을 깨닫고, 왜인지 불공평하다고 생각했다. 좀 더 치하야 짱도 당황하면 좋을 텐데. 그보다, 왜 부탁받는 입장인 자신이 이렇게 거북한 경험을 해야만 하는 건지 불합리하단 마음이 솟아오른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평소보다 조금 큰 소리로 말하고, 약간 기세 좋게 소파에 몸을 맡긴다.

 풀썩 하고 소파의 스프링이 튀어올라 하루카의 체중을 받아 낸다.

 "자."

 치하야가 건넨 것은 하루카가 가지고 왔던 토트백이었다.

 말 없이 받아들고, 스콘이 든 타탄 체크 무늬 종이봉투와 잼 병, 버터 상자를 순서대로 테이블 위에 늘어놓는다.

 "우와, 예쁜 빨강색. 맛있겠다. 기대되는걸."

 순진하게 잼을 보고 기뻐하는 치하야는 얄미울 정도로 귀여웠다.

 하루카는 버터 상자를 개봉해 꺼내고, 감싸진 종이를 열었다. 잼 병도 열어서 둔다. 종이봉투에서 스콘을 꺼내 반으로 쪼개, 먼저 가져오는 도중에 부드러워진 버터에 검지손가락을 담근다. 물컹한 감촉은 과자만들기를 하면서 몇 번인가 맛본 적이 있었지만, 상황이 바뀌는 것만으로 이렇게나 묘한 감촉이 되는 건가 조금 감탄했다.

 버터 모서리를 깎아내, 빵과 비교하면 딱딱한 스콘 위에 발라 간다. 이어서 중지를 잼 병에 넣는다. 모처럼 끓여서 살균했는데 이래선 빨리 먹어야 하겠네, 같은 쓸데없는 사고를 끼워넣으며 딸기 씨의 작고 동글동글한 감촉을 듬뿍, 밑준비로 발린 버텨 위에 펼쳐 간다.

 "자, 여기."

 검지에 버터, 중지엔 잼이 묻은 손을 치하야에게 내민다.

 "고마워."

 하루카의 손에 치하야의 손이 나란히 놓인다. 손은 그대로, 치하야의 입가로 옮겨졌다.

 치하야는 특별히 망설이는 기색도 보이지 않고, 버터와 잼이 뭍은 검지를 입에 물었다.

 한 번 비슷한 일을 한 적도 있고, 어쩐지 저항하지 않을 거라고 예상하고 있던 하루카는 그대로 손을 뻗은 채 핥아지는 대로 가만히 있다.

 처음엔 살짝 혀로 확인하듯이 건드리고, 혀 전체를 써서 버터를 핥아 나간다. 따뜻하게 젖은 감촉이 손가락 위를 훑는다.

 검지 손가락의 버터를 입술과 혀로 깨끗하게 핥아낸 치하야는, 이어서 잼이 뭍은 중지를 입에 물고 똑같이 혀로 핥는다.

 "음, 맜었어. 역시."

 "영광입니다, 치하야 님."

 "후후, 하루카 이상해."

 하루카는 다음에, 흘러 넘칠 것처럼 진홍색 잼이 듬뿍 올려진 스콘을 내밀었다.

 치하야는 머리카락이 늘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손으로 누르면서 입을 가져가 한 입을 베어물었다.

 치하야에 의해 표면장력의 균형이 무너진 것인지, 진홍색 물방울이 툭 하고 하루카의 무릎에 떨어졌다.

 둘 다 그쪽은 특별히 신경쓰지 않았다. 치하야는 그대로 하루카가 든 스콘을 먹길 계속한다. 마지막 한 조각까지 입에 넣자, 그대로 가져온 하루카의 손을 핥는다.

 하루카는 손가락을 한 번 뺐다가, 치하야의 뺨에 붙은 잼의 궤적을 스윽 닦는다.

 잼과 버터와 치하야의 침과 스콘 조각이 붙은 손가락을 하루카는 자신의 입으로 옮겨 핥았다.

 쪽쪽 빨면서 손가락을 핥던 하루카는, 무릎에 떨어진 잼에 드디어 의식을 향하고 자연스러운 어조로 치하야에게 말했다.

 "무릎, 핥아줘."

 그 말을 듣고 치하야도 시선을 아래로 내린다.

 하루카의 살갗에 붉고 끈적하게 흘러내린 잼을 확인하고, 치하야는 무릎베개를 할 때처럼 상반신을 기울이고 하루카의 무릎에 입을 맞추었다. 그대로 중력에 따라 무릎에서 정강이를 지나, 천천히 종아리 근처까지 내려온 잼의 선을 따라 핥아 나간다.

 마지막 쪽은 소파에 앉은 상태로는 입이 닿지 않아서, 핥기 위해 치하야는 바닥에 내려와 하루카의 발밑을 기는 자세가 되었다.

 잼을 전부 핥아낸 다음은 어떡할까 하루카는 생각했지만, 잠시 후 그럴 필요는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치하야는 잼을 전부 핥은 후에도 하루카의 종아리 부근을 계속 핥고 있었기 때문이다. 기뻐서 핥는다기 보다는 장난치려는 셈인 것 같다. 치하야는 하루카의 반응을 확인하려는 듯이 핥으면서도 가끔 하루카의 얼굴을 슬쩍 슬쩍 보았다.

 "변태."

 하루카는 작게 말하면서 치하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깨끗하게 핥았다곤 해도 침에 젖은 손이었지만, 둘 다 그것을 의식할 수는 없게 되어 있었다.

 낼름낼름 하루카의 종아리를 계속 핥는 치하야를 쓰다듬으며 하루카는 문득 생각했다.

 지금 치하야에게 어디까지 요구할 수 있을까 하고. 손가락이나 다리는 핥았다. 잼이란 촉매가 있었다고는 해도 거의 저항 없이 치하야는 핥았다. 그렇다면 다른 곳은 어떨까. 예를 들어, 배꼽이나, 목덜미나, 귀나.

 자신이 생각하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그런 것을 생각한다는 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인지, 하루카는 드디어 알게 되었다. 행복한 아픔이 엄습하고 심장이 격렬하게 뛴다.

 다른 곳도 핥아 주는 걸까.

 그래, 예를 들어, 입술이라든지.

 "있잖아, 하루카."

 생각을 읽힌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하루카의 몸이 굳었다.

 치하야는 종아리에서 입을 떼고, 기는 듯한 자세에서 다리를 벌려 바닥에 앉은 자세가 되었다. 자연히 쓰다듬고 있던 손도 떨어진다.

 "왜?"

 "안 싫어하는구나."

 "내가 하라고 했으니까.

 "그렇게 말해줬으면 하고 바란 건 나였는데도?"

 "응, 그래도."

 치하야는 웃었다. 예쁘게 웃었다. 웃고 나서 한 번 고개를 숙이고 일어서서 다시 소파에 앉은 다음, 하루카와 눈을 마주치기 위해 고개를 든다.

 "무릎베개 해 줘."

 "으……응. 자."

 하루카는 압도된 것처럼 자신의 무릎을 두세 번 두드렸다.

 치하야는 언제나처럼 뒹굴거리고 잠깐동안 가만히 있었다.

 하루카는 평소의 버릇으로 치하야의 머리를 빗어 주고 감촉을 즐겼다.

 치하야의 머리에 닿을 때마다 예쁜 생머리를 부럽게 생각했다. 하루카는 머리가 고집이 있어서 길러도 이렇게 예쁘게는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짧게 해 버리면 이번엔 머리가 뻗치는 게 유난히 눈에 띄기 때문에 숏컷도 할 수 없다. 치하야처럼 솔직한 머리라면 숏컷으로 해도 분명 잘 어울리겠지. 좋겠다고 생각하는 동시에 자랑스럽기도 하다.

 "있잖아."

 치하야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조용한 호수면에 툭 하고 빗방울이 떨어지는 듯한 목소리였다.

 "응."

 빗방울이 내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하루카도 조용하게 답한다.

 "양친이 이혼하고 나서 나, 잘 잠을 못 잤었어."

 "응, 알고 있었어."

 "그런데 하루카랑 처음 강아지 놀이를 했던 날에, 신기하게도 잘 수가 있었어."

 "그럴 거라고 생각했어."

 "하루카가 무릎베개 해 주면, 굉장히 안심이 돼. 옛날에, 동생이 아직 살아있던 시절의 집에 있는 것 같아."

 "응."

 빗방울 같은 말은 톡 톡 겹쳐져서 점점 하나의 빗소리를 이루어 간다.

 "하지만 난 아직, 양친처럼 동생의 장례식을 끝낼 순 없으니까."

 "응."

 하루카는 알 리가 없는 것도 치하야는 털어놓는다. 솔직히 그다지 이해는 할 수 없었지만, 하루카는 듣는 데에 전념한다.

 차례로 말의 빗방울은 거세어져 간다.

 "하루카에게 붙어 있으면 편했으니까. 하지만 이번엔 하루카가 없어졌을 때를 생각해 버려서, 엄청 무서워졌어. 또 잠들지 못하게 됐어."

 "그래서 개목걸이였구나."

 "난……난, 하루카를 시험했던 거라고 생각해. 그때는 거기까지 확실히 의식하고 있진 않았지만."

 "난 없어지지 않아."

 치하야의 말이, 자신의 마음이, 격렬한 빗소리가 되어 마음에 쏟아져 내린다.

 "그렇지. 그런 간단한 것도 난 좀처럼 깨닫지 못했어. 정말로 고마워, 하루카."

 치하야가 요즘 계속 뭔가를 전하려고 했던 건 알고 있다. 그것은 이렇게나 당연하고 사소한 것이었다. 이렇게까지 서로 이상하다고도 할 수 있는 교류를 쌓지 않으면 치하야는 그것을 확신할 수 없었다. 왜일까. 하루카는 자문한다. 왜 깨닫고 말았을까.

 "고맙긴 뭘."

 치하야는 이 이상한 관계에 발을 들이고 나서도, 계속 하루카와의 사이에 친구로서의 선을 긋고 그 이상은 발을 들이지 않았다. 하루카의 마음을 괴롭힌 행복한 아픔의 정체는 그것이었다.

 나는 치하야를 사랑한다.

 이런 마음, 깨닫지 못했으면 좋았을 텐데.

 치하야가 자신에게 친구로서의 감정밖에 느끼지 않는다는 건 알고 있었다. 치하야에게 독점욕을 품고 마는 자신을 신기하게 생각은 해도, 절친한 친구니까 그런 거라고 생각하며 억누르고 있었다.

 치하야를 소중히 여기는 것에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에 거짓은 없다. 그 시점에선 자신이 가진 연심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강아지 놀이를 하면서 치하야가 발을 들인 것을 계기로 마음이 흔들리고 말았다.

 자신을 의존하고 독점된 치하야를 보며 행복을 느끼지만, 그 상태는 어디까지 가더라도 우정의 연장일 뿐이다. 계속할수록 하루카의 마음은 피폐해지고 피를 흘린다.

 자신에게 달라붙어 상처를 치유하려고 했던 치하야를 내심 거절하고 아픔을 낳았던 것은 '친구로서의 자신' 이었다. 심각한 불면증이란 건 알고 있었는데도 의사에 의한 적절한 진료를 받게 하지 않고, 치하야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거란 면죄부에 어리광부려 미움받을 각오로 치하야를 위한 행동을 하지 않았다.

 내심 행복을 느끼고 있었던 것은 '치하야를 사랑하는 자신' 이었다. 형태는 어찌됐든, 치하야를 독점할 수 있는 것, 무엇보다도 먼저 자신을 의지해 주는 것에 행복을 느끼고 있었다. 이 상황을 계속해서는 치하야에게 좋지 않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사랑하는 사람과 마지막이 될 지 모르는 교류를 멈출 수가 없었다.

 사슬에 묶여 있던 것은 하루카였다.

 치하야가 붙잡아 주지 않는, 자신의 몸에서 뻗어나온 사슬을 하루카는 자각한다.

 사슬 끝에는 아무도 없다.

 "지금까지 폐 끼쳐서 미안해. 난 분명 이제 괜찮을 거야. 하루카가 곁에서 지탱해 줬으니까. 아니, 앞으로는 나도 하루카를 지탱할 수 있게 노력할 테니까. 지금까지 정말 고마웠어."

 "치하야 짱을 좋아하니까. 당연한 거야."

 치하야 짱을 사랑하니까. 정말이라구?

 "나도 좋아해, 하루카."

 그 좋아한단 말은 정말로 순수하게 말 그대로의 의미밖에 가지지 않는다.

 미안해, 치하야 짱.

 난 치하야 짱을 더럽히고 말았다.

 지워지지 않는 것을 새기고 싶었다.

 그런 상황이었다곤 해도, 다른 사람 몸을 핥는 건 평범한 친구 관계라곤 못해.

 분명 알 리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순수하게 자신을 믿고 의지해 준 치하야 짱을, 나는 욕망으로 집어삼키려 했다.

 감사의 말이 아프게 꽂힌다.

 나는 그렇게 깨끗한 이유로 너를 받아들인 게 아니었다.

 "고마워, 하루카. 정말로……고마……워."

 치하야의 말은 점점 우물우물 알아듣기 힘들게 되고, 그대로 잠에 빠졌다.

 평소처럼 치하야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으니, 툭 하고 비 한 방울이 떨어졌다.

 하루카의 마음에 계속 내리던 비였다.

 마음에서 흘러나온 비는 툭 툭 흘러넘쳐 떨어져서는 치하야의 머리칼에 빨려들어갔다.

 "치하야 짱, 정말 좋아해. 사랑해."

 비에 가로막혀서 말은 불명료해지고, 녹아들어 간다.

 "사랑해."

 이렇게 가까이 있는데, 닿지 않는다.

 "사랑하는데."

 하루카는 행복한 아픔을 가슴에 품고, 빗속에서 치하야의 머리를 계속 쓰다듬었다.

 

---

 

안녕하세요, 카와즈입니다.

하루카도 치하야도 비상식적인 행동을 하면서, 그들에겐 제대로 상식적인 고민과 동기가 있고, 그 가운데 치하야는 성장하고 무언가를 얻었지만 하루카는 행복하면서도 행복해지지 못하는. 그런 가슴아픈 이야기였습니다.

처음 이 작품을 읽었을 때는 (약 1년 전입니다) 결말이 갑작스러워서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었지요. 그런데 우연한 기회에 다시 읽게 되어, 잘 곱씹어 읽어 보니 전혀 다른 감정을 느꼈습니다. 그런 감정 묘사가 마음에 듭니다.

저는 해피엔딩을 아주 좋아하는 사람입니다만, 가끔은 이런 슬픈 엔딩도 여운이 남아서 좋군요.

부디 여러분도 즐겁게 읽어 주셨기를.

8 여길 눌러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