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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이렇게나 일상적인 이야기 - 제 2화, 그 네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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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4-13, 2016 22:24에 작성됨.

원본 링크 (ハーメルン의 満足な愚님 作 《かくも日常的な物語》韓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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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코멘트

이번 화까진 아이마스 본편 등장인물은 안 나옵니다.
다음 화엔 많이 나와요!




 

제 2화 그 네 번째

미즈키네 집에서 미나미 여고까진 전차로 25분 정도 걸린다.

미나미 여고 후문으로 오토바이를 끌고 들어가, 오토바이를 멈춘 건 태양이 가장 높이 뜰 때보다 살짝 서쪽으로 기운 시간이었다.

후문에서 한 번 제지당했지만, 미즈키가 뭔가 보여주자 아무 일 없단 듯 수위 아저씨가 물러서는 걸 봐선 확실히 허가 받은 것 같다.

뭐 큰 상관은 없지만, 오토바이 타고 있는 동안은 쭉 심장이 콩닥콩닥거려 혼났다.

미녀랑 밀착하고 있는데 긴장 안 하는 인간이 더 이상하다고 본다.

미즈키가 내 심장 고동을 알아차렸을 린 없겠지만 걱정이다. 미즈키가 놀려먹지 않는다면야 괜찮은 거겠지만.

「됐어, 시간 맞췄어」

오토바이에서 내린 미즈키는 왼손에 찬 손목시계로 시간을 확인했다.

「응? 그 시계 아직도 갖고 있었어?」

그 동작을 보고 알아차렸다. 미즈키가 차고 있는 시계는 고등학교 1학년이었나, 2학년이었나 내가 생일 선물로 준 거였다.

알바 월급 떼서 산 싸구려 시계. 상태는 새것처럼 반짝거렸다.

「응, 당연하지? 친구한테 받은 건데. 박살날 때까지 잘 써야지」

풀 페이스 헬멧에 메아리치는 목소리에, 표정도 안 보이지만 아마 평상시처럼 웃는 얼굴로 말하는 거겠지. 뭐니뭐니해도 그건 알 수 있다.

「「-----------」」

후문쪽으로 들어가자마자 꺄아꺄아 하는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왔다. 확실히 여기 여고구나 하는 게 실감이 났다.

그녀는 천천히 헬멧을 벗었다.

「그나저나 럭키하네. 여기 문화제는 이 학교 다니는 자제분들 가족 이외엔 못 들어오니까 말야」

「헤에ー.그건 처음 듣네」

여학교 다니는 친구도 없고, 문화제 갈 생각도 해 본 적 없으니 그 정보는 금시초문이었다.

비명 사이로 연주가 들려왔다. 아무래도 어떤 그룹이 라이브를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역시 시간 맞춰 왔구나」

라고 말하며, 교사 뒷쪽으로 자연곱슬 친구가 나왔다. 검은 와이셔츠에 새하얀 바지. 상하의 모두 주름 하나 없는 것이, 평소에 적당적당한 그 인상과는 완전 다른 느낌을 준다. 평소에 이렇게 하고 다니면 좀 괜찮은 인상이 박히지 않을까 싶지만, 저 인간 입장에선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든 알 것 없는 거다.

그리고 그의 손에 들려 있는 약간 큰 봉지.

「당연하지. 날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아니 이건 조금만 늦어도 큰일나니까 좀 걱정이 안 될 수가 없었던 거야」

늦는다고? 어딜 늦어?

「늦는다니 어딜?」

내 소박한 의문에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다.

「무슨 일 나냐니, 그거야 연주 시간 놓치는 일 말고 뭐가 나겠어」

「그렇게 시간 빠듯하게 짠 거야?」

「시간 빠듯하게라니, 아직 10분이나 남아 있는데?」

10분!?그거 준비라던가 이것저것 생각하면 아슬아슬하지 않아?

그렇게 초조해지는 동시에 안심되기도 했다.

역시 미즈키는 미즈키. 아무것도 안 변했어.

「정확히는 10분밖에 없다고 해야겠지만. 뭐, 안 늦으면 된 거지. 일단 갈아 입고 와」

SSK가 아이고, 하는 느낌으로 말하곤, 손에 들고 있던 봉지를 내게 건네준다.
무게를 보아하니 이 안에 의상이 들어 있는 모양이다.

「탈의실은 스테이지 뒤에. 그리고 들고 있는 기타 줘, 튜닝이랑 세팅 해 둘 테니까」

「미안, 고마워, SSK」

「뭐, 별 일이야 없겠지만 말이지」

역시 SSK 인성은 알아줘야 한다.

「시간이 없다구! 후딱 갈아입고 최고의 라이브를 보여주자!」

시간이 없는 건 미즈키 탓 아닌가, 라고 말하진 않는다. 미즈키가 그렇게 결정한 건 SSK나 히로토의 동의를 받았을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미즈키의 웃는 얼굴이 너무나 밝아서.

그 말을 내뱉고, 미즈키는 악기 소리와 음악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발길을 향한다.

SSK도 그쪽을 따라 걷는다.

나는 약간 뒤쪽에 서서 모두들 뒤를 쫒는다.

우리들 차례 전 그룹이려나?

가까워질 때마다 느껴진다. 연주 잘 한다. 꽤나 연습으로 갈고 닦은 그룹인 것 같아. 연주에 망설임이 없다. 호흡도 맞고.

록 같은 격렬한 연주였지만, 서로를 서포트하는 것도 잊지 않았고.

관객 분위기도 점점 오르고 있다. 꺅꺅거리는 응원의 목소리가 스테이지 근처로 갈수록 점점 커져 갔다.

그와 동시에 늘어나는 무언의 압박. 나는 이 수준의 연주를 할 수 있을까?

미즈키, SSK, 히로토. 이 셋이라면 할 수 있다. 이건 100%다. 걔들의 연주하는 걸로 봐선 여느 프로 뮤지션이라도 안 질 법 하니까.
그 정도의 기량에 퍼포먼스 파워가 있다.

하지만, 거기에 내가 끼면?

방해나 되지 않을까?

완벽한 조화 속에 위화감이 생기진 않을까?

안 생길 리가 없다. 예전부터 알고 있었어.

라이브 전엔 매번 떠올린다. 내가 이 그룹의 유일무이한 결점이며, 전체적인 퀄리티를 하향 평준화하고 있단 걸. 그건 어쩔 수 없는 사실.

적발의 소녀와 안경 쓴 인남캐 친구, 거기에 외모가 훈훈한 친구까지. 그들 중 아무도 내 실수나 기량을 지적하려 들지 않는다.

반대로 나는 그게 괴로운 걸지도 몰라.

나와 미즈키, SSK 사이의 거리는 걸음걸이로 말하면 두, 세 걸음 어치.

물론 이 감각은 얼마 전 하루카 짱네랑 있을 때에도 느낀 그 감각이다.

보폭으로 겨우 두, 세 걸음. 거리로 따지면 2-3m. 조금 빨리 달리기라도 하면 따라잡을 수 있을 거리. 하지만, 내겐 왠지 그 두세 걸음이 너무나도 길고 멀어서, 평생껏 달린다 해도 영원히 닿지 못할 끝이 없을 정도로 긴 거리처럼 느껴졌다.

「뭘ー또 수심에 가득 찬 표정을 하고 그래」

뒤돌아서는 붉은 빛깔.

「뭐 또 거지같은 잡생각이나 하고 있었으려나?」

그리고 잠시 웃더니, 말을 잇는다.

「그랬지, 넌 너무 생각이 많이 나가는 경향이 있어」

검은 빛도 거기에 가세한다.

「뭘ー또, 신경쓸 것도 없잖아. 누가 뭐래도 내가 동료로 인정했는걸. 누구에게 한 소리 들으면 당당하게 가슴을 펴. 그런 사고방식이 너“다운”거라구」

그래. 확실히 나답지 않았어.

어떤 때라도 나답게. 미즈키나 SSK, 히로토는 언제나 자신다운 삶을 살아왔다.

아무리 쟤네들이 멀디 먼 존재이더라도, 자신다운 삶을 살아가는 자세는 흉내낼 수 있을 것 같고, 따라하고 싶은 거다.

고민해 봐야 답 안 나오는 데 징징거리는 건 전혀 나답지 않아.

「그러네. 확실히 나답지 않았어」

라고 말하곤, 웃어 보였다. 그렇지만, 나 자신으로서도 그 웃음이 어딘가 찡그린 듯한 이상한 웃음이었다는 건 알 것 같았다.








「오옷! 어울리잖아ー」

옷을 갈아입고 스테이지 뒷편으로 향하자 진작 다 갈아입고 나온 미즈키와 SSK가 있었다.

미나미 여고엔 고등학교 축제에선 보기 드물게도, 실한 철제 야외 스테이지가 설치되어 있었다.

후문 바로 앞 쪽에 있는 큰 건물(나중에 들은 바에 의하면 별관)에서 바로 옆쪽이 그 스테이지의 뒷편이었다.

그러니 들어가자마자 그렇게 연주 소리가 들려온 거겠지.

미즈키는 검은 바지에 머리처럼 붉은 와이셔츠.

나는 검은 바지에 흰 와이셔츠.

뭐랄까, 오늘은 러프한 느낌으로 연주하는 모양이네.

「옷. 왔다왔다. 역시나 미즈키, 시간이 칼같아」

미즈키 목소리를 들었는지 커튼 너머로 히로토가 나왔다.

아무래도 무대랑 나랑 미즈키가 있던 장소에는 커튼이 두 개 있었던 모양이다.

으ー음. 아무래도 히로토도 미즈키도 뭘

히로토가 있는 쪽엔 우리 악기가 있다. 거기에 교복을 차려입은 두 여자아이. 아무래도 히로토랑 무슨 작업을 하고 있던 모양이다.

여자에게 인기 좋은 건 확실히 히로토가 전문이니까. 미즈키가 히로토한테 준비는 맡겨둘게, 라고 했던 속뜻도 여기에 있던 거다.

「에!미즈키라면 추오의 그 미즈키 씨 말이에요!?」

검정색에 가까울 정도로 진한 남색 세일러복. 트윈테일에 깜깜해서 잘 안 보이지만, 아마 검정색이 아닐까.

눈이 크고 귀여워 보이는 소녀다.

「추오의 미즈키. 오랫만이네, 그렇게 부르는 건」

히로토가 미즈키를 보며 웃는다.

추오의 미즈키. 확실히 오랫만이다.

이것저것 저지르고 다닌 미즈키는 어느 샌가 "추오의 미즈키"라고 불리게 되었다. 앗, 추오란 건 우리들의 모교, 추오 고등학교를 가리킨다.
(* 中央; 중앙)이건 토막 상식.

미즈키는, 전에도 말한 적이 있던 것 같은데, 수많은 전설을 남겼다. 폭주족을 하룻밤에 괴멸시켰다던가, 미군과 싸워서 이겼다던가, 니시 고등학교 문화제에 난입해서 무대를 하이잭했다던가, 엄청 많다.

「그나저나 의외네. 우리가 고등학교 졸업한 지도 3년이 됐는데 아직도 그 이름을 기억하고 있다니」

내 사소한 의문.

「그거야 당연히 전설급으로 유명하니까죠!」

내 의문에 트윈테일 소녀가 흥분한 기색으로 답한다.

「하하하하하. 확실히 미즈키가 정신 나간 소문이 많이 돌긴 했지」

「정신 나간 소문이라니 뭐가」

퍽.

둔탁한 소리와 함께 웃던 히로토의 옆구리에 미즈키의 오른 주먹이 꽃힌다.

이상한 소리를 하니까 그렇지. 입이 원수라는 말도 있지 않는가.

「하하하하하……」

꽤나 아프겠지. 웃는 얼굴이 쓴웃음으로 업종 변경한 히로토를 보고 생각한다. 그와 동시에 쓴웃음이라도 웃음을 잃지 않고 있는 그 모습을 칭찬한다.

「너는 몇 번을 맞아야 학습을 하는 거냐……」

SSK도 나랑 별반 차이 없는 생각을 하고 있는 모양이다.

「에!?그럼, 진짜로 미즈키 씨!?그럼 여러분은……」

「맞아요 맞아. 흥분하지 마. 이 사람들은 내가 정말 무리해가면서 모셔 온 스페셜 게스트라고」

흥분해서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는 두 소녀들을 진정시키는 다른 한 명의 소녀.

숏컷에 앞머리에 핀을 끼웠다.

「그래도 말이지, 이 학생회장이 나한테 직접 부탁하러 왔을 땐 정말 깜짝 놀랐다구」

음ー, 얘가 학생회장이었구나. 묘하게 어른스러운 느낌도 들고, 사람들 앞에 서면 성숙해지는 타입이려나?

「에, 제도 설마 승낙해주실 줄은 몰랐어요」

학생회장의 말이 끝나자마자, 환호성이 들려온다.

「「「---------------」」」

고함도, 칭찬도, 앵콜 사인도 들려온다. 다양한 감정이 한데 섞인 듯한 환호성이였다.

『이상, 미나미 여자 고등학교 야외 스테이지 1일차 마지막 공연, 경음부의 연주였습니다』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사회자의 어나운스 후에 터져나오는 큰 환호성. 그와 동시에 쏟아지는 박수.

응? 어라, 마지막?

우린?

「자ー그럼, 여러분. 준비 부탁드려요」

내 머릿속에 그런 의문이 떠오르는 찰나, 학생회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좋았어, 뽷 하고 끝내버리자구」

「그럼, 가볼까」

「즐겁게 끝내버리자구ー」

그 말에 다들 제마다의 대답을 마치고. 모두들 커튼 뒤로 향했다. 발걸음은 너무나도 가벼워,

「자자, 이동 부탁드릴게요」

학생회장에게 재촉받아 문득 제정신을 되찾아 뒤를 돌아 커튼 뒤로 향한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발걸음이 무거워져 간다. 그건 긴장해서일까. 아니면 다른 요인이 있는 걸까.

그런 거, 알 턱이 없다.

너무 걱정하는 건 나답지 않아. 그 말이 뇌리를 스친다. 하지만, 아까 그 연주를 듣고 느꼈다.

나보다 확실히, 훨씬 잘한다.

그건 그렇지, 조금 깨작거렸을 뿐인데 고등학교 생활 전부를 경음악에 바친 애들이랑 어떻게 비벼서든 이길 수 있을 리가 없다.

그거야 알고 있어. 이길 수 없는 거야 상관없지만, 다른 애들의 발목을 잡는 것. 내가 망설이고 고민하는 유일한 이유.

그런 고민을 품은 다리는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역자 후기

우리형의형도 충분히 리얼충인데 말이죠. 주변에 먼치킨들밖에 없어서 자기혐오에 빠져버린 우리형의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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