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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이렇게나 일상적인 이야기 - 제 2화, 그 두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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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3-14, 2016 01:25에 작성됨.

원본 링크 (ハーメルン의 満足な愚님 作 《かくも日常的な物語》韓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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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화 그 두 번째

인생이란 것도 꽤나 잘 풀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미나미 여고에서 라이브를 한다는 걸 전해 들은 회의가 끝나고, 돌아가는 길.

나는 알바가 있어서 그쪽으로 가는 중이다. 히로토랑 SSK는 내일 라이브 기재 준비같은 걸 해야 해서 미즈키한테 끌려가 버려서, 혼자뿐이다.

내일부터 골든위크(연휴). 평소보다도 거리에 활기가 넘치는 듯 하다. 하늘은 변함없이 넓고 푸르러, 그야말로 개방적이다.



이렇게 개방적이면, 뭔가 하고 싶어지는 게 인간의 심정인 걸까.

눈 앞에선 흔히 말하는 '헌팅'이란 게 한참이었다.

알바 장소로 가는 길의 번화가. 인파는 해질녘이 되어 가고 있다는 듯 학생들도 많고, 쇼핑하러 온 주부들도 많다.

그런 인파 속에서, 누가 봐도 나 양아치요 하는 느낌의 남자 둘이서 여자 한 명을 헌팅하고 있었다.

그런데, 방법이 너무 정신나갔다. 여자 쪽은 전혀 마음이 없어 보이는데, 남자들은 어떻게든 관심 좀 끌어 보려고 앞에 서서 알짱거리고 있었던 거다.

여자아이의 머리는 예쁜 금발. 그 금빛 머리칼이 허리 근처까지 뻗어오며, 곳곳에 웨이브가 들어가 있다.

스타일도 엄청 좋고, 얼굴도 작으면서 정갈하다.

미인이네. 거리에서 지나쳤다간 무심코 뒤를 돌아보게 될 정도로 미인이다.

여자 쪽은 정말 싫다는 듯 앞으로 가려 하지만, 남자 하나가 그 앞에 서서 지나가지 못하게 막고 있다.

주위 사람들은 그 광경을 보고도 못 본 체. 아니, 어쩌면 정말 못 본 걸지도 모른다.

이런 광경은 일상에서 흔히 있는 일이니. 하나하나 신경쓰다간 끝이 안 나니까…….

뭐 히로토 같은 정의감 넘치는 인간이 도와주거나 하겠지.

알바나 가자…….

그렇게 생각하곤 다리를 움직인다.

소녀 옆을 막 지나치자니 발이 멈췄다.

정말 그냥 이대로 넘어가도 되는 걸까?

친구의 얼굴이 떠오른다. 히로토라면……?미즈키라면……?어떻게 했을까?

말할 것도 없다. 걔네들이라면 망설임 하나 없이 도와주러 가겠지…….

SSK라도 어떻게든 자신이 직접 손을 대지 않으면서도 소녀를 도울 수 있는 수단을 찾아내려 할 터이다.

나는 걔들이 아니다.

걔네들처럼 재능이 있는 것도, 정의감이 넘치는 것도, 그 어떤 것도 아니다.

이 번화가 어디에나 있는. 재능도 없는, 그냥 사람 A랑 다른 게 없어…….

내가 안 도와줘도, 재능 있는 누군가가 도와주겠지.

발길을 한 걸음 내딛으려 한다.

마코토의 얼굴이 떠올랐다. 마코토도 분명 아무 망설임 없이 도와주려 할 테지.

여동생조차도 도와주려 할 상황에, 그 성장을 지켜보고 있는 내가 도움을 주지 않는다고 하면 뭐가 되는 거지?

그래서야 마코토를 얼굴 들고 볼 수나 있겠어……?

여기서 모른 체 해도 마코토나 미즈키같은 애들이 알지는 못하겠지. 하지만, 그런 문제가 아냐.

그런 건 분명 마음 먹기 나름이니까.

위를 바라본다. 푸르름 속의 태양이 보인다.

마치 내게 노력해보렴, 하고 격려하는 것만 같다.

좋아!

기합을 넣는다. 알바 장소가 아니라, 여자아이 쪽으로 발걸음을 내딛는다.`


「ㅇ, 야!」

약간 삐끗했지만, 이 정도면 세이프겠지.

여자아이와 눈이 마주쳤다. 알고 보니 약간 초록에 가까운 깨끗한 색으로 빛났다.

저 양아치들이 헌팅하려고 벼르고 있는 것도 이해는 간다.

양아치들이 이쪽을 본다.

그리고 그 여자아이는 그 틈을 타고, 양아치들 사이를 종종걸음으로 빠져나와 그 기세 그대로 팔짱을 꼈다.

에에에에에에에에!

얘 지금 뭐 하냐!?

갑자기 여자아이가 안겨 왔다. 멘탈 나간다. 그건 어쩔 수 없지.

내 멘탈이 어떻게 되던 간에, 소녀는 입을 열었다.

「허니ー, 늦은 거야! 미키, 기다리다 지쳐버린 거야! 자, 가자!」

라고 말하며 내 팔을 잡아당긴다.

그 뒤엔 양아치 둘만 남아 멍하니 서 있을 뿐이었다.







「고마운 거야!」

팔짱을 끼고 어느 정도 거리를 벌린 다음, 금발 소녀가 내게 말을 걸었다.

「저 두 사람 정말 포기할 줄 몰라서 곤란했던 거야」

요즘 애들은 감사할 줄을 모른다던가~ 같은 말 많이 들었는데, 꽤 괜찮은 애구나.

「엄청 끈덕진 것 같았는데 아무 일도 없었어?」

「응! 괜찮아. 걱정해 줘서 고마운 거야!」

명랑한 대답이 돌아왔다.
그나저나 확실히 예쁘네. 얼굴도 미인형에. 스타일도 좋다. 게다가 옷도 브랜드나 패션같은 거 쥐뿔도 모르는 나조차도 무릎을 탁 칠 정도로 센스가 있었고.

어쩌면 어딘가의 잡지 모델일지도 모르겠다.

「앗. 오빠, 이 가게 몰라?」

소녀는 어깨에 메고 있던 녹색 가방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낸다.

보아하니 인터넷에서 다운로드받은 듯 싶은 지도였다.

이 가게면…….

도내都内에서 유명한 주먹밥 전문점이었다. 난 먹어본 적 없지만, SSK나 히로토는 먹어보고 나서 맛있네 맛있어 말하고 다녔던 것 같은 기억이 난다.

게다가 사람들도 많이들 와서 사려면 줄 서서 기다려야 하는 것 같고.

「미키 말야. 여기에 가고 싶었는데 길을 잃어버려서…….그러다가 그 이상한 인간들이랑 얽혀버린 거야」

그랬구나.
확실히 이 가게 위치는 찾기 좀 힘들다.

알바까지 시간도 좀 남았고.

「응. 알고 있어. 바래다 줄게」

아직 양아치남한테 얽힐까 걱정스럽기도 하고, 아무리 나라도 없는 것보단 낫겠지 싶다.

「괜찮아? 미키, 기쁜 거야!」

「응. 뭐, 시간도 적당히 있으니까」

파앗, 하고 미소가 활짝 편다.

응. 좋은 에가오다. 여자아이라면 웃는 얼굴로.

소녀는 무심한 듯 시크하게 발걸음을 두세 보 가볍게 옮기더니, 빙글 하고 뒤돌아 선다.

「아, 미키 이름은 호시이 미키星井美希. 잘 부탁하는 거야!」

금발 소녀의 이름은 호시이 미키라는 것 같다.

하늘은 약간 붉은빛으로 빛났다.

「잘 부탁해. 호시이 양. 내 이름은……」




「오빠! 고마운 거야!」

주먹밥 전문점은 거기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었다. 겨우 5분간이라도 미인과 함께할 수 있었던 건 기쁜 일이다.

미키 짱은 주먹밥이 기대되는 듯, 두근두근하며 걸음을 옮겼다.

뭐라고 해야 하나, 주먹밥 정말 좋아, 인 모양이다. 웃는 얼굴로 그렇게 말했던 것이다.

「오빠도 같이 먹자!」

미키 짱이 웃는 얼굴로 가게를 가리켜왔다. 마침 시간대도 괜찮았는지, 줄 서 있는 사람은 드문드문 두세 사람 정도.

이거라면 금세 살 수 있을 것 같다.

휴대폰을 본다. 아직 30분 정도 여유가 있다.

게다가 이렇게 활짝 웃는 얼굴로 말하면 거절할 수가 없지.

주먹밥은 차가워지면 맛없어지던가?

마코토한테 선물로 사 주고 싶은데…….

아무래도 바로 만든 주먹밥이 맛있겠지.

마코토랑 한 번 다시 와 볼까…….

게다가 드링크도 하나 있었을 테니까.

「그래. 시간도 약간 남으니까, 같이 먹지 뭐!」

「역시 오빠다운 거야!」

미키 짱과 함께 줄을 선다.

「오빠는 대학생?」

「응. 맞아」

「헤에ー.어른이구나. 미키도 빨리 어른이 되고 싶은 거야!」

벽에 기댄 채로 미키 짱이 말했다.

「하지만, 미키 짱은 고등학생이잖아? 곧 성인이 되잖아?」

자기 소개를 마치고 나서 미키 짱은 이름으로 불러도 괜찮다는 말을 들어서, 이름으로 부르게 되었다.

「고등학생처럼 보인다니 기쁘네ー. 하지만, 미키는 14살인 거야」

「뭐어어어어!?거짓말 하지 마?」

이 스타일에 중학생이라니. 고등학생이라도 위험할 수준인데…….

「정말이야. 오빠」

소녀는 장난스럽게 웃어 보였다.

요즘 중학생 정말 대단해.

「에ー그럼, 이거랑 이거랑 이거 부탁하는 거야!」

「그럼, 난 이걸로」

차례가 돌아왔다. 왠지 미키 짱의 말투에도 기쁨이 가득한 듯 하다.

「오빠, 하나면 돼?」

미키 짱이 얼굴을 내민다.

약간 움찔했다. 워낙 미인이니까.

「응. 괜찮아. 밥 먹은 지도 얼마 안 됐고」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머지않아 주먹밥이 나왔다. 그와 동시에 미키 짱이 지갑을 들었다.

「괜찮아, 미키 짱. 이번엔 내가 낼게」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돈을 낸다.

「에, 괜찮은데, 오빠! 내 껀 내가 내도 되는 거야」

「신경 쓸 필요 없어. 중학생이 용돈이 남아돌 리도 없고, 게다가……」

게다가, 그 때 미키를 내버려 두고 그냥 가려고 했었던 판단에 대한 약간의 죄책감도 있다.

「미키는 이래뵈도 돈 벌고 있는 거야! 아직 별로 많이는 못 받지만」

미키 짱 같은 귀여운 아이라면. 혹시 모델같은 걸 하고 있다고 해도 이상할 것 없다.

그래도, 그렇다고 해도 중학생한테 돈을 내라고 할 수는 없는 거 아닌가?

역시 그렇다.

「괜찮아 괜찮대두.」

「므으ー. 그럼, 다음엔 미키가 낼 거야!」

미키 짱은 약간 납득이 안 된다는 눈치다.

다음이 있을 것 같지는 않자만 만약 다음에 뭔가 있더라도 중학생한테 돈 내게 할 순 없지.

「알겠어. 혹시 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잘 부탁할게!」

「알겠는 거야!」

「그럼 먹어 볼까」

주먹밥을 받아 테이블에 놓는다. 2인용 테이블에 앉았다.

「미안. 잠깐 화장실 좀 갔다 올게」

그렇게 말하곤 가방을 들고 화장실로 향했다.




「미키도 오빠같은 형제가 있으면 좋겠어ー」

주먹밥을 먹으면서 미키 짱이 말했다. 주먹밥의 말은 미키 짱 왈, Good인 거야! 라는 모양이다.

음, 확실히 맛있었다.

맛 종류도 풍부해 40종류쯤 되고. 마코토 데리고 와 보고 싶다.

「미키 짱은 외동이야?」

「아니, 언니가 있는 거야! 하지만, 미키는 오빠도 있었으면 하는 거야!」

헤에ー.그랬구나.

미키 짱의 언니 분이라…….

분명 미키 짱처럼 흠 하나 없는 미인이겠지…….

한 번쯤 뵙고 싶네.

「오빠는 마음씨도 좋고, 오빠같은 사람이 가족이라면 인생이 더 재미있어질 것 같다고 생각하는 거야!」

얼굴 반반하신 분이 그렇게까지 칭찬해 주시면야.

뭐, 어차피 빈말이겠지만서도.

그래도 그런 말 들어서 기분나빠할 건 없다.

「하하하. 고마워, 미키 짱」

「미키 말야, 오늘은 왠지 이야기하고 싶은 기분인 거야!」

이것이 여자아이 클래스, 수다쟁이 같다. 나는 말하는 것보다는 듣는 게 좋다.

이런 미인과 대화할 만한 이야깃거리는 없다.

지금은 프로-듣는 사람 모드가 되어 보자.

윙ー윙ー윙ー.

그렇게 20분 정도 이야기하고 있자니 휴대폰에서 진동이 울렸다.

보아하니 미키 짱의 가방에서 나는 모양이다.

미키 짱이 가방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미키 짱다운 초록빛 휴대폰이었다.

문자 온 모양이다.

「앗!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된 거야! 미키 가야 되는 거야!」

그렇게 말하곤 일어선다.

나도 슬슬 알바 가야 하니까 매우 적절하다.

「맞다, 오빠! 번호 교환하자!」

미키 짱이 미소짓는다.

「응. 괜찮은데……」

그리곤 적외선 통신으로 번호를 교환했다.

나 같은 사람 번호를 받아서 뭐 하려는 걸까.

나야 미소녀의 번호를 따서 개-이득이지만.

자. 됐어」

「오빠! 오늘은 고마웠던 거야! 돌아가면 문자 보낼게!」

그렇게 말하곤 미키는 가 버렸다.


서쪽 하늘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






알바가 끝나고 집에 돌아가니 미키 짱한테 문자가 왔다. 미키 짱다운 귀여운 문자였다.

나는 보통 문자같은 거 잘 안 하다 보니, 마코토가 의문스러웠는지 누구인지 물어왔다.

거리에서 만난 여자라고 했더니, 왠지 오빠가 헌팅남이라는 것처럼 알아들은 모양이었다. 완전 흰 눈으로 바라보길래, 헌팅당하고 있는 걸 도와준 거라고 설명했다.

역시 우리 오빠! 기뻐하는 마코토도 볼 수 있었으니, 오늘 내 판단은 정확했다고 재확인한다.

마코토는 내일 유키호 짱네랑 스케줄이 있는 모양이다.

동료들과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다.

나도 내일 라이브. 그 때까지 피로를 제대로 풀어 둬야겠지…….

오늘은 빨리 잘까.

그렇게 생각하면서 마코토와 잡담에 한창인 것이었다.

창 밖에는 깨끗한 밤하늘에 초승달이 얼핏 비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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