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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렌타인의 신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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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2-25, 2016 14:56에 작성됨.

발렌타인의 신님
 
 
 
 
"아즈사 씨,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알고 있습니까?"
 
버라이어티 촬영 종료후, 프로듀서가 불렀다.
분명히 오늘은 2월 14일이었던것 같은데…
 
"음~…무슨 날일까요?"
"행복하게 얼떄리는건가요…"
 
정말로 몰랐는데, 얼때린다니 심해라.
그러자 프로듀서는 가방 안에서 예쁘게 포장으로 감싸인 상자를 나에게 건낸다.
 
"해피 발렌타인"
"아, 그랬네요~. 감사합니다"
 
그렇지, 오늘은 발렌타인. 그렇다는건 프로듀서가 건낸 이 예쁜 상자는 초콜렛이 들어있나?
조금 수줍어하면서도 프로듀서에게 초콜렛을 받는다. 손바닥 사이즈의 상자인데 꽤 무겁다.
 
"프로듀서, 이건…"
"신경쓰지 말아주세요. 그렇게 비싼건 아니니까요"
 
프로듀서가 수줍어하면서 뺨을 긁적이고 있다. 분위기에서 보건데 프로듀서의 수제일까.
정말로 잘 만든거겠지.
여성에게서 여성에게 받는건 처음이지만, 수줍지만 역시 기쁘다.
 
"알겠어요. 그럼 맛있게 먹을게요"
"그렇게 해주시면 기쁘겠네요. 그럼 돌아갈까요"
 
발렌타인 데이인가… 완전히 잊고 있었네…
이것저것 생각하면서 프로듀서에게 배웅받고 나는 귀로에 이르렀다.
 
 
"음~, 역시 수제지~"
 
귀가하고나서 수제 초콜렛 기사가 쓰여있는 잡지를 대충 읽는다. 잊어버렸다고는 해도 늦어져도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초콜렛을 건내고 싶다.
생각하면서 으음 거리고 있으니 현관에서 다녀왔습니다, 하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황급히 잡지를 감추고 현관으로 향한다.
 
"어서와, 치하야"
"아, 아즈사 씨. 다녀왔어요"
 
내가 사랑하는 사람, 치하야.
치하야한테 코트를 받아서 옷걸이에 걸려고 했을떄, 치하야가 뒤로 나를 꼬옥 껴안는다.
 
"왜 그래? 치하야"
"아뇨… 갑자게 껴안고 싶어져서…그만…"
"어머어머, 응석쟁이네"
 
쿡쿡 웃으면서 코트를 옷걸이에 걸고 치하야를 향해 돌아보며 입술에 쪽, 가볍게 키스를 한다.
 
"그렇게나 참았어?"
"……"
 
치하야가 말없이 내 가슴에 얼굴을 묻는다.
어머어머, 왜 그런걸까? 치하야가 이렇게까지 응석부리는 일은 없었는데…
 
"치하야, 저녁은? 아직이라면 지금부터 가벼운걸 만들건데"
"아, 괜찮아요. 방송 뒤풀이에서 먹었어요. 죄송해요…"
 
그렇게 말하자 치하야가 아쉬운듯이 나한테서 떨어진다.
확실히 뭔가 이상하다. 늘 쿨한 치하야가 아니다. 거실로 가서 가방을 두고 한숨을 쉬고 있고.
혹시…어떤 생각을 하고 잇으니, 차를 타는 척을 하면서 부엌에서 상태를 엿보기로 했다.
치하야가 가방 속을 쳐다보며 한숨을 쉬고 있다. 그리고 가방에서 꺼낸건…대량의 예쁘게 포장된 꾸러미였다. 전부 20개 가까이는 될까? 역시. 저건 전부 초콜렛일 것이다.
그나저나 치하야도 얕볼 수가 없네. 저렇게나 초콜렛을 대랴야으로 받다니.
 
"어머어머. 대단히 많이 받았네~. 그거 전부 초콜렛?"
"네. 팬 여러분이나 공통 출연자들에게, 그리고 방송 스태프까지…아, 감사합니다"
 
타온 홍차를 치하야에게 건내자 치하야는 한입 마시고 한숨을 쉰다.
 
"어쩌죠…이거……"
"안 먹을거야?"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대량으로는……거기다 아직 사무실 쪽에도 대량으로 있어서, 일단 사무실에서 보관하고 있어요"
"어머어머…"
 
예상 이상… 톱 아이돌이 되면 대단하네… 그러니까 저만큼 대량의 초콜렛산을 보고서 현실도피를 해서 스위치를 원래대로 돌리고 싶어서 아까전에 갑자기 껴안은거구나.
 
"아즈사 씨는 어땠어요?"
"나는 프로듀서에게 하나 받았어. 라디오에서 사무소로 주는 선물은 그만해달라고 딱 말했더니 올해부터는 거의 안 왔어~"
"저도 그럴걸 그랬네요…"
 
풀썩 고개를 떨구는 치하야.
으음~…
 
"일단 초콜렛에 관해서는 수제 말고는 과자 만들기 재료로 써버리자"
"죄송해요… 아즈사 씨"
"괜찮아. 그럼 얼른 밑준비를 해야겟네. 치하야는 초콜렛 선별을 부탁해"
 
하아… 그럼 치하야에게 초콜렛은 엄금이네. 어떡하지…
이것저것 과자 만들기 준비를 하면서 치하야에게 건낼 초콜렛을 생각하고 있었다.
 
 
"치하야에게 건낼 발렌타인 초콜렛이라……"
 
다음날 일이 끝나서 사무소에서 사무처리를 하고 있던 리츠코 씨에게 치하야에게 건낼 초콜렛을 상담했다. 미키랑 동거하고 있는 리츠코 씨라면 뭔가 조언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
 
"뭐, 저만큼 초콜렛을 대량으로 받으면 불안해지기도 하겠지"
 
리츠코 씨가 자리에서 일어서서 따라와요 라며 나를 회의실로 안내했다.
거기에 있던건…
 
"어머어머…"
"역시 이 산을 보면 초콜렛을 보는것도 싫어지겠지"
 
회의실 한 구석에 놓여있던 박스에는 듬뿍 산처럼 쌓여있던 치하야에게 주는 발렌타인 초콜렛.
리츠코 씨는 눈가를 누르며 험악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이건 마음만 받고 소각 처분해야지. 사무소 사람들이 처리하는것도 한계가 있으니까"
 
확실히 다른 모두도 발렌타인 초콜렛을 팬들에게 받았을 것이다. 거기다 치하야의 몫까지라는건 무리가 너무 크다.
치하야가 혼자서…는 절대로 안 돼! 치하야가 병에 걸릴거야.
 
"그렇네요… 초콜렛은 포기하는 수밖에…"
"그렇네요. 뭔가 다른걸"
"그럼 초콜렛을 사용한 주먹밥을 만들면 돼"
 
리츠코 씨의 말이 끝나는것과 같은 타이밍에 회의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와 리츠코 씨는 움찔 얼굴을 마주보며 한번 더 회의실을 돌아본다.
방금전의 목소리는 혹시…
 
"얘, 미키! 여기서 자고 있었구나!"
 
리츠코 씨의 노성으로 일어난건 미키였다.
아무래도 회의실 바닥에 누워서 자고 있던것 같다. 책상이 방해해서 꺠닫지 못했네.
 
"초콜렛 단품이나 초콜렛을 사용한 달달한 과자가 안 된다면 초콜렛을 사용한 요리로 만들면 된다고 생각해. 아후으"
"정말이지. 찾을 수 없다고 생각하니 이런데서"
"그러네……그렇게 하면"
 
머리 속에서 생각이 정리되어 간다. 그러면 바로 준비를 해야지.
 
"고마워! 미키!"
 
빠른 걸음으로 회의실을 뒤로 한다. 도중에 화이트보드에 쓰여있는 치하야의 스케줄을 확인한다.
오늘은 귀가가 빨라!
좋아! 라며 마음에 기합을 넣고 사무소를 뒤로 했다.
 
 
 
"다녀왔습니다"
현관을 열고 이미 저녁 준비를 하고 있을 아즈사 씨에게 말을 건다.
어서와~ 라며 현관까지 다가오는 아즈사 씨는 평소보다도 어쨰선지 기뻐보인다.
부엌에서 풍겨오는 냄새는… 이건 카레-?
 
"아즈사 씨, 다녀왔어요. 그나저나 기뻐보이네요?"
"우후후, 비밀이야~"
 
아즈사 씨에게 코트를 건내고 수상쩍어하면서 거실로 향한다.
아즈사 씨는 어째선지 기뻐보이지만 내 마음속은 굉장히 두리뭉실했다. 그것도 그럴게, 사랑하는 아즈사 씨에게 아직 발렌타인 초콜렛을 받지 못한 것이다.
어제 초콜렛을 많이 받았다는 얘기는 안 하는 편이 좋았다고 후회하고 있다. 틀림없이 그 탓에, 아즈사 씨는 초콜렛을 건내기 힘들어하고 있다.
 
"실수했네에…"
 
후회해도 어쩔 수 없다. 그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 옆에 있다. 이 이상 행복할리가 없다.
그렇게 속으로 들려주며 저녁 준비를 도우려고 서니, 아즈사 씨가 황급히 나를 불렀다.
 
"치하야는 앉아있어. 금방 준비가 다 되니까"
"네…"
 
어째선지 그러지 않으면 안 된다는 느낌이 들어서 다시 앉는다.
그러자 아즈사 씨가 테이블에 샐러드랑 숟가락을 올려둔다. 역시 오늘은 카레인 모양이다.
아즈사 씨 몫의 카레 후에, 제일 마지막에 내 몫이 옮겨졌다.
 
"먹으렴. 치하야♪"
"하아…앗, 이건!"
 
내 눈 앞에 놓여잇는 카레에는 '해피 발렌타인' 이라는 문자가.
 
"어? 하지만 어째서…"
"리츠코 씨랑 미키한테 아이디어를 받았어. 치하야, 그렇게나 초콜렛을 받았잖아? 그래서, 나도 초콜렛을 줄까 생각했지만 치하야는 더는 초콜렛은 싫은게 아닐까 해서"
"그런건"
"그래서 말야. 그럼 초콜렛 말고로 하자고 생각해서. 하지만 초콜렛은 빼고 싶지 않으니까…그래서, 카레로 만들면 초콜렛을 넣어도 문제 없다고 생각한거야. 문자대로, 초콜렛 데코레이션 글자로 썼어"
 
아즈사 씨… 감동이 가슴을 가득채워서 울것 같았지만 어떻게든 참고 카레를 한입 먹는다.
입 안에 퍼지는 매운맛 속에 초콜렛의 단맛과 쓴맛이 요리로 바뀌어서 굉장히 맛있다.
 
"감사합니다. 정말로 맛있어요…"
 
초콜렛을 받았다는 안도감과 아즈사 씨의 배려와 정말 좋아한다는 감정이 하나가 되어 흘러나와, 눈물이 나온다.
 
"어머어머"
 
아즈사 씨가 생긋 미소지으면서 내 눈물을 닦아준다.
올해 발렌타인은 무척이나 행복한 발렌타인 데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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