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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나 일상적인 이야기 - 제 1화, 그 여섯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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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2-12, 2016 16:05에 작성됨.

원본 링크 (ハーメルン의 満足な愚님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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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코멘트

핫산… 태고마스 판다……. 궁금하면… 쪽지…
3주에 한 번씩 온다는 정기 격격주 번역! 《이렇게나 일상적인 이야기》!
제 1화를 두 달째 번역하고 있는 무능핫산! ドヤッ

 



제 1화 그 여섯 번째

똑. 똑.

천장에 결로가 맺혀 욕탕으로 떨어진다.

사용자가 많은 시간대였는지, 남탕엔 꽤나 사람이 많았다.

연령층도 나이가 높아서, 우리들 같이 젊은 사람은 거의 없다. 그 와중, 나와 SSK는 제일 큰 욕탕의 벽에 등을 기대고 나란히 몸을 담그고 있었다.

「그나저나 오랫만이네. 이렇게 너랑 목욕탕 오는 것도」

「흠. 확실히……마지막으로 왔었던 때가 고등학생 때였던가」

흰 수건을 접어올려 머리 위에 올린 그는 오른손을 턱에 갖다대며 수긍한다. 그리고 말한다.

「벌써 3년 전인가…….빠르네」

3년. 벌써 3년이다. 이 3년간은 눈 깜짝할 사이 흘러가 버렸다 싶다가도, 길었다 싶다면 또 길게 느껴졌다.

「그러네. 벌써 3년…….그리워라. 고등학생 시절이랑은 변했구나, 우리들도」

고등학생 시절에 이 목욕탕에 왔을 때는 대부분 학교에 늦게까지 남아 있었을 경우였다. 나와 SSK와 미즈키, 그리고 가끔 우리의 비주얼 담당 히로토. 이렇게 네 명이서 목욕탕에 적당히 오곤 했다.

가족을 데려갈 때 적절한 슈퍼 목욕탕과는 달리 욕조도 세 개밖에 없다. 게다가 사우나라고 있는 것도 대여섯 명 들어가면 꽉꽉 차서 좁은 거다.

아무것도 그 때랑 변하지 않았다. 페인트칠이 벗겨진 벽의 그림. 보통 가정집의 목욕물과 다른, 뜨거운 목욕탕 특유의 목욕물. 내 키도 SSK의 키도 그 때랑 차이 없을 거다.

우리들은…….아니, 나는 그 때에 비해 바뀌었는가.

아니면 이 욕탕에 그득 착 피부에 자극이 올 정도의 목욕물처럼, 아무것도 바뀌지 않은 걸까.

「글쎄, 난 잘 모르겠어」

「그냥…….적어도 그 때랑 비교하면 3년어치 정도는 성장했다고 생각해」

확실히 3년, 3년이라는 세월을 살아온 만큼 성장했으면 싶다.

「우와. 역시 하루카 스타일 좋구나!!」

「정말이에요오. 하루카 짱, 스타일 좋네ー」

「큿! 확실히 하루카는 좋네. 게다가 유키호도」

「아뇨아뇨, 그럴 리가요! 모두들 저보다는」

불건전한 대화가 벽 너머에서 들려온다. 목욕탕 특유의 큰 목소리로 이야기했을 때 벽 너머로 그 소리가 들려오는 현상이다.

저 쪽은 저 쪽대로 재밌게 놀고 있는 모양이다.

「그건 그렇고, 늘 신세지고 있어. SSK」

평소엔 할 수 없던 말도 이런 곳에선 말하기 쉬워진다.

「뭐, 신경쓰는 건 아냐. 나도 공범 비스무리한 건데다」

언제나 쓰고 있는 안경을 벗어 둔 탓인지, 풍기는 분위기라던가가 좀 다른 듯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항상 하는 말이지만 넌 정말 이대로 괜찮은 건가? 돈 걱정이라면 어떻게든」

「……어떠려나? 요즘, 그런 생각이 들어. 그땐 최소한 이런 건 생각 못 했을 텐데…….하지만, 난 이걸로 괜찮다고 생각해. 그 때 내가 이 길을 택한 거니까 후회는 없어. 게다가 이젠 돌이킬 수 없고」

「그런가…….네가 좋다고 생각하면 상관 없겠지만…….공주를 슬프게 할 가능성도 있는데, 그건 괜찮나?」

조그마한 목소리에 진지함이 감돈다.

「이건 포기 못 하는 내 최후의 보루야. 포기할 수 없어…….포기하지 않을 거야」

「그러냐……」

「이치를 따지면 모가 나고, 정에 빠지면 휩쓸려가. 고집을 부리면 답답해. 어쨌든 인간세상은 살기가 힘들어」<주>

「소세키냐. 확실히 그래. 인간 세상은 살기 힘들지. 하지만, 그렇다고 비인간적인 빈민굴*로 가면 더 살기 힘들 거라고 생각해」

(* '비인간적인 빈민굴' : 원문은 人でなしの世[또는 国]. 人でなし는 "사람이면서 사람답지 않은 행위를 하는 자. 은혜‧인정을 모르는 자. 사람답지 않은 사람. 사람이 아닌 사람"의 뜻.  역시 《풀베개》의 같은 부분에 등장하는 용어. 여기에서는 한국어 판본인 《쿠사마쿠라[이담북스, 2013. 조재중 역]》의 번역어를 준용함 - 역주)

나츠메 소세키의 소설. 풀베개의 초반부에 나오는 문장이다. 이치를 따지면 모가 나고, 정에 빠지면 휩쓸려가. 고집을 부리면 답답해. 어쨌든 인간세상은 살기가 힘들어.

뭐랄까 세상의 심리를 깨달은 듯한 말이다.

「뭐, 너가 좋다면 됐지만 말이지」

그는 체념한 듯, 입술 끝을 약간 올린다. 그리고 다시 입을 연다.

「이런 어두운 얘긴 그만할까」

「그러네. 모처럼 무슨 인연이 닿아서 같이 목욕 왔는데 말야. 뭔가 다른 얘기를 하자구」

벽 너머에서 꺄아 꺄아 하고 불건전한 이야기가 들려온다. 뭐라고 하는지 자세히 들리진 않지만 재밌는 듯 웃는 소리가 섞여들려오는 걸 보니 적어도 재밌는 얘기를 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리고, 나와 SSK는 탕에서 나오기 전까지 별 의미 없는 대화를 계속해나갔다.








「그럼 어쩔까?」

「으ー음. 어쩔까, 오빠?」

「으ー음……」

목욕탕에서 SSK와 헤어져 돌아왔다.
나도 SSK도 목욕탕에 가면 길게 목욕하는 타입이니까, 나온 시간은 동생들이랑 거의 같은 시간대.

그리고, 거실에서 잠깐 잡담같은 걸 하고 있던 모양이다. 나도 껴서 이야기 듣는 사람 1 역할이라도 해 볼까 싶었지만, 그럴 근성도 없는데다 여동생 친구와 떠드는 것도 이상하려나, 싶어서 느긋히 방에 있었다.

그나저나 목욕하고 나온 여자아이는 뭐 이리 색기넘치는 걸까. 마코토는 같이 살고 있으니 목욕하고 나온 모습도 익숙하지만, 다른 아이들의 그 모습은 확실히 조금 색기있다, 같은 느낌이 든다.

뭐, 마코토는 내 딸이나 다름없고, 다른 아이들도 딸 같은 존재다. 색기있다고 생각하는 마음보다, 흐뭇하다는 생각이 더 드는 나도 이래저래 이상한 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두 시간 정도 과제 레포트를 쓰고, 자 슬슬 자 볼까 하곤 마코토 일행이 있는 거실에 얼굴을 내밀었다.

이것이 화(華)의 여고생이구나. 이야깃거리는 끝이 없고, 계속 수다를 떨고 있는 모양이다.

아직 만족 못 한 걸지도 모르겠지만, 여기 있는 모두는 아이돌이다. 일상의 피로가 쌓여 있을지도 모르니 빨리 자는 편이 낫겠지.

수면 부족으로 컨디션 불량이라도 됐다간 면목이 없다.

모두들 흔쾌히 「네ー」라고 대답해 주었다.

응. 모두 다 좋은 아이들이야…….

그리고, 이제 깨달았다.

우리 집은 좁단 걸. 마코토 방도 이불 한 장 깔면 꽉 차고, 내 방도 피차일반이다.

게다가…….

「내 거랑 마코토 것까지 해서 이불이 4개밖에 없어……」

우리 집에 이불은 4장뿐이다. 마코토 거랑 내 거, 거기에 손님용으로 두 장.

「어쩌지, 오빠?」

오늘은 나, 마코토, 치하야 짱, 하루카 짱, 유키호 짱까지 총 다섯 사람.

하나 부족하다. 그 부분이야 내가 소파나 바닥에서 자면 OK다. 내 방도 마코토 방도 이불 깔 공간은 2개가 한계. 모처럼 자러 온 거니까, 다들 같은 방에서 자고 싶을 거다. 거실 테이블을 내 방으로 가져가면 이불 네 장 깔 수 있는 정도의 공간이 남는다.

그럼, 이렇게 할까.

「일단, 테이블을 내 방에 갖다놓으면 이불 네 장을 펼 수 있어. 그럼 너희들은 거실에서 자면 돼」

여기서 문제되는 건, 누군가 내가 쓰던 이불을 써야 한다는 거다. 마코토에겐 미안하지만, 오늘은 내 이불을 써야겠는걸.

「마코토, 미안하지만 오늘은 내 이불을 써 줘」

「엣. 그건 괜찮은데, 그럼 오빠는 어쩌게?」

「나는 거실 소파를 방에 갖다 놓고 잘 거야」

「안 돼! 오빠! 가뜩이나 알바뛰느니 뭐 하느니 바쁜데 소파에서 자면 피로가 풀리겠어?」

「그 말대로에요, 오빠. 제가 소파에서 잘 테니까, 이불 덮고 주무세요」

마코토에 이어 하루카 짱이 말한다.

「아니아니, 너희들도 아이돌 하느라 이래저래 힘들잖아? 게다가, 난 괜찮다니까. 바닥에서 잤던 적도 꽤 있고, 소파에서 자도 완전 아무렇지도 않아. 하루카 짱은 손님이니까, 걱정하지 마. 유키호 짱도, 치하야 짱도 걱정 안 해도 돼!」

「그래도, 안 된다니까!」

「맞아요오오빠. 이불 깔고 주무셔요」

마코토는 뭔 소리를 해도 내가 그렇게 자는 걸 반대하는 모양이다. 유키호 짱이나 하루카 짱, 마코토도 날 신경쓰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이불은 네 장. 초딩들도 할 수 있는 산수.
5−4=1.

하나 남는다.

으으…….하고 고개를 숙이고 있자니, 마코토가 갑자기 고개를 든다.

「그럼, 오빠. 나랑 같이 이불에서 자면 되잖아!」

어려운 시험문제가 풀린 듯한 얼굴이었다.

「아니아니아니! 마코토, 그건 안 돼!」

뭐라는 거야. 우리 동생…….

「그래! 마코토, 그럼 안 돼!」

「마코토 짱! 그건 안 된다고 생각해!」

내 말에 하루카 짱, 유키호 짱이 말을 잇는다. 두 사람 모두 상식인인 것 같아 다행이다.

「괜찮잖아! 나랑 오빠 둘 다 마른 편이고, 이불 하나로도 충분히 잘 수 있어!」

양 손을 꽉 쥔 채 마코토가 말한다.

「아니, 물리적인 문제가 아냐.……그, 이래저래 좀 그렇겠지? 아무리 남매라곤 해도 같은 이불 덮고 잔다니. 마코토도 그건 싫지?」

「난 완전 아무렇지도 않은걸! 그러니까 나랑 오빠가 같은 이불에서 자고, 유키호가 내 이불. 하루카랑 치하야가 손님용을 쓰면 땡이잖아!」

뭐가 땡이야 땡은. 그 부분은 좀 다시 묻고 싶다.

「나이 적당히 먹은 여성이니까 정조 개념이라던가 조금 갖춰줬으면 해. 뭔가 문제가 일어날 수도 있잖아?」

「오빤 안 그래!」

이건 신용받고 있다고 해야 하는 부분일까, 제대로 정조관념을 못 알려줬다고 슬퍼해야 하는 부분일까.

「게다가, 오빠라면…….아니아니, 아무것도 아냐여튼간 이럼 됐지?」

그러니까, 안 됐다고.

「마, 마코토 짱. 역시 좀 아닌 게에」

「유키호는 조용히 해!」

마코토는 왜 그렇게까지 하는 걸까?

혈육 된 입장에서, 다른 사람을 생각할 줄 아는 착한 아이로 자랐다고 기뻐해야 하는 걸까나.

「이제 봄이고, 감기 걸릴 일도 없으니까 괜찮대도!」

「으으…….그래도……」

그런 쓸모없는 얘기를 나누고 있자니, 지금까지 침묵을 지키던 치하야 짱이 입을 연다.

「저기, 이러면 어떨까요…………」












「같은 이불 덮고 다른 사람이랑 자는 건 오랫만이에요오」

「그러게, 나도 오랫만이야」

치하야 짱의 제안은 다음과 같았다. 우리들 중 누군가가 둘이서 이불 하나를 덮고 자면, 오빠도 이불을 덮고 잘 수 있지요.

그리고, 유키호 짱과 치하야 짱이 찬성해 가위바위보를 한 결과, 마코토와 유키호 짱이 같은 이불을 덮고 자게 되었다.

마코토가 조금 불만스러운 것 같아 보이던데 기분 탓이려나. 아마 기분 탓 아닐까.

자는 장소는 모두 다 거실. 난 방에서 자려고 했지만, 마코토가 뭘 그래! 오빠도 거실에서 자! 라고 한 데다 하루카 짱이랑 유키호 짱, 거기에 치하야 짱까지 찬성해서, 거실에서 자게 되었다.

뭐 불건전한 일은 없겠지만서도, 나이 있는 여자와 같은 방에서 자는 건 좀 그렇지 않나. 게다가, 그게 아이돌. 팬들한테 들키기라도 하면 지워져버리는 거 아냐 이거…….

현관에 가까운 순으로 나, 마코토, 유키호 짱, 하루카 짱, 치하야 짱 차례로 이불을 깐다.

「왠지 수학여행 같아」

하루카 짱의 이야기가 들려온다.

이미 불은 껐다. 주변은 깜깜했다.

「그러네. 확실히 그런 느낌이 들어」

「왠지 두근두근해져요오」

「수학여행이라ー.그러고 보니 유키호랑 나는 올해 가는구나! 유키호는 어디로 가?」

「에ー그러니까, 그, 미국이였어. 마코토 짱」

「뭐어ー!유키호, 미국이라고!?」

마코토 짱이 놀란 듯 대답한다.

「응. 분명……」

「좋겠다ー.해외로 가고」

「부러워라ー.나랑 치하야 짱은 내년이네ー」

「그러네. 벌써부터 기대되는걸」

「마코토 짱은 어디로 가? 수학여행」

「그 뭐냐, 홋카이도 아님 오키나와로 나뉘는데. 우리 학교는」

「헤에ー.수학여행 가는 데를 나누는 학교도 있구나」

「마코토는 어디로 가게?」

「나는 홋카이도로 갈 거야! 홋카이도에서 스노우보드 탈 거야!」

「뭐ー랄까, 마코토답네」

후후후, 하며 하루카 짱이 웃는다.

「확실히 마코토 짱 답네요오」

여자아이란 정말로 수다떠는 걸 좋아하는구나. 수다란 것도 질척질척한 게 아니라, 흐뭇하고.

「그러고 보니, 오빠는 어디로 가셨나요? 수학여행」

대화의 화살이 내게로 날아왔다.

수학여행이라…….그리워라.

그닥 좋은 추억이라고 할 순 없지만, 임팩트 하나는 엄청났지.

「홋카이도였어.」

「뭐어ー!오빠도 홋카이도로 간 거야!?」

「뭐, 홋카이도였지.」

이래저래, 정말 이래저래 뭐가 많았지.

「헤에ー.왠지 수학여행이라니 재밌을 것 같아! 내년 일이지만 벌써 기대되는걸!」

하루카 짱이 들뜬 듯한 목소리로 말한다.

「유키호, 부럽다ー.나도 가고 싶어. 미국」

「나는 마코토 짱이 더 부럽다고 생각해애」





결국, 이날 밤 늦게까지 그녀들의 담소가 끝나는 일은 없었다. 어두컴컴한 어둠 속에서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광경은, 왠지 일상의 평화로운 풍경을 보고 있는 듯, 평온히 시간은 흘렀다.

일상은 역시 이런 느낌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역자 후기

이 번역본을, 우리형을 우형으로 만든 밀리마스 운영진에게 바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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