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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5학원, 제 1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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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2-03, 2016 02:01에 작성됨.

원본 링크 (FanFiction.net의 gracegrrl007님 著)

 

역자 코멘트


제 1장

작은 화롯가 앞에 여섯 인영이 둘러앉아 있다. 여기에서 가장 연장자인 중간 정도 키에 갈색 머리, 눈은 진갈색에 안경을 낀 소녀가 천천히 일어나 주위를 훑는다.

"광(光)술사가 온다고." 관록 있는 목소리로 그녀가 말했다. "미키가 가르친다고 했지, 아마?"

"그런 거야!" 어리기로는 앞에서 두 번째인 밝은 금발소녀가 신나서는 벌떡 일어섰다. "미키가 듣기론 정말 귀엽고 재미있는데다 완전 기운 넘친다고-"

"치하야, 당신은 어떤가요?" 동양풍으로 차려입은 은발 여성이 말허리를 자른다. 미키는 조용히 입을 비쭉거리더니 마지못해 자리에 다시 앉는다.

대마법사장 치하야, 라는 이명을 가진 푸른 머리 소녀는 그저, 제 앞의 불길에 시선을 줄 뿐이었다. "...일(日)마법사 미키랑 같이 수련한다고 했죠, 맞나요?"

"맞습니다." 타카네가 수긍했다. 소녀의 은발머리가 춤추는 듯한 불빛을 받아 우아하게 빛난다. 염(炎)마법사 미나세 이오리가 장작더미에 손질하자 사그라들던 불길이 다시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가장 젊은 소녀 마법사가 자그마하게, 그렇지만 자신감 있는 미소를 빛낸다.

치하야가 신중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우린 그 아이가 필요해요." 소녀는 속삭이듯 말했다. "트리아비타의 세력은 날이면 날마다 커지고 있어요. 뭔가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765학원은 머지않아 그쪽 마녀들에게 점령될 겁니다. 그 광술사는 그 흐름을 막아주리라 봅니다."

"수적인 면에선 그렇겠죠." 리츠코가 대답한다. "하지만 우리 쪽 마법사들이 그 쪽 마녀나 흑마법사보다 한참 뒤떨어진다는 거 알고 계시잖아요?"

"그게 상관 있어?!" 이오리가 외친다. "난 당신을 잘 몰라, 석(石)마법사 양반. 하지만 난 말이지, 그... 거지 깽깽이들한테 우리 제자들을 뺏기게 둘 순 없어!"

"이오리-"

"그것들은 마법 그 자체에 대한 모욕이라고!" 이오리는 말을 잇는다. "그러니까 네 말은 순수하고 강한 우리들이 그 흑마법사 짝퉁들도 못 이긴다는 거 아냐?!"

"그들은 이미 '흑마법사 짝퉁' 수준이 아닙니다," 석마법사가 반론한다. "당신도 아시지 않습니까."

이오리는 말을 잇지 못한 채, 다만 눈동자를 굴릴 뿐이었다.

"마빡이는 걱정할 필요 없는 거야." 미키가 웃는 얼굴로 말한다. "미키네 새 마법사가 쑥쑥 커서 나쁜 놈들을 다 때려잡아주는 거야!"

"이오리라고!" 이오리가 항의한다. "리츠코, 치하야! 쟤가 마빡이란 말 좀 안 하게 해 봐, 안 그럼 대마녀 년보다 빨리 노릇노릇하게 구워버릴 테니까!"

"우아, 미키 무서운 거야!" 미키가 놀리듯 말한다. 화염이 이오리의 몸을 휘감아, 으르렁거리며 이를 간다.

그 때 바람이 크게 불어 이오리의 화염을 꺼 버리고, 검은 머리의 마법사가 일어나 조소했다. "그만해!" 소녀는 놀라 움츠러든 미키와 풍마법사를 노려보는 이오리에게 따가운 시선을 보낸다.

치하야는 그녀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고, 그러자 소녀는 다시 앉아 치하야가 말하기를 기다린다. "미키, 신입 마법사의 훈련에 집중해줬으면 해. 정말 천채라는 것 같으니까 말야."

"그 소녀의 영혼은 빛으로 가득 차, 사실상 빛나고 있어요." 리츠코가 말을 잇는다. "좋은 동료가 될 겁니다."

"동의하는 바에요." 타카네가 숨을 들어마신다. "765학원의 광술사, 별칭 빛나는 천재..."

"타카츠키 야요이."

*.*.*.*

주황빛 포니테일 곱슬머리를 한 소녀가 어느 학원의 복도를 지난다. 이 행성에서 가장 명망 있다는 마법학교, 765학원. 소녀는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마법사가 될 수 있는 재목으로 선택받았다. 소녀는 제 스승을 만나 능력을 개발하게 될 생각에 들떠, 아침 일찍부터 학원에 발을 들였다. 제가 아는 것은 '능력이 있다'는 것 뿐이었기에. 천성적으로, 소녀는 배움을 청했다.

"내 스승님은 누구실까...?" 소녀는 작은 목소리로 자문한다. 주위를 훑은 끝에, 소녀는 뭔가 나올 거라는 희망을 갖고 아무 방이나 들어가보기로 한다.

소녀는 금이 간 사이로 작게 그림자가 스며든 문을 바라본다. 궁금함을 이기지 못하고, 주황빛 머리의 소녀는 그 근처로 가선 천천히 문을 열었다. 낡은 나무 문이 삐걱거리는 소리가 방의 주인에게까지 들려오고, 방 안을 가득 채우고 있던 어둠이 물러나며, 마침내 멋진 검은 의자에 앉아 있는 은발의 여성이 비친다. 소녀는 그 등을 마주본다. 주황빛 소녀는 조심스레 안쪽으로 들어와 묘령의 은발 여성 옆에 섰다. 마침내 여성은 소녀를 바라보며 미소지었다.

"환영합니다, 타카츠키 야요이 양." 타카네가 마주친다. "저는 영(影)마법사 시죠 타카네라고 합니다. 미키를 찾고 있나요?"

"미키... 씨요?" 야요이가 조심스레 되물었다. "제가 배우게 될 그 일마법사님 말이신가요?"

"맞습니다." 타카네는 긍정했다. "기다리고 있었답니다, 야요이 양. 미키도 제 제자가 생긴다는 생각에 신이 났답니다." 소녀는 의자에서 일어난다. "안내해 드릴까요?"

"아... ㄴ, 네 부탁드릴게요, 타카네 씨!" 야요이는 그렇게 말하고, 타카네는 빙긋 웃는다. 야요이도 환한 미소로 답한다. "어, 음... 질문이 있는데요."

"뭔가요?"

"여기 있는 이 그림자들 말인데요."

"저것들 말인가요?" 타카네의 말문이 잠시 끊긴다. "실례를 범했군요. 무서웠는지요? 제 시간까지 없앨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에"

"그러셨는걸요." 야요이가 미소짓는다.

"연습을 하고 있었답니다." 설명하는 타카네. "실력을 정진하기 위해 저희들은 매일 연습을 빼놓지 않습니다. 전쟁의 때가 다가오고 있기에. 그런 의미에서 야요이 양 같은 천재를 얻을 수 있어 다행이에요."

"천재... 말인가요?" 야요이는 깜짝 놀란 듯, 고개를 기울였다.

타카네는 작게 웃어보였다. 야요이는 그 미소를 보며 집에 있을 어린 남동생을 떠올렸다. "그렇답니다."

"우와...!"

타카네는 미소를 짓곤 복도 쪽을 향해 나선다. 야요이가 그 뒤를 따랐다. "야요이, 마법사를 강하게 하는 게 뭔지 알고 있나요?" 타카네가 기습 질문을 해 왔다.

"음... 끈기와 노력일까요?" 야요이는 운을 띄운다.

"그것도 중요하죠. 하지만 재능이 있는 야요이나 저, 아니 모든 마법사들에겐 힘을 주는 다른 무언가가 있답니다."

야요이는 대화를 따라가고 있다는 뜻인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영혼이에요. 자신의 영혼 안에 깃들어 있는 원소가 많을수록, 더 많은 힘을 얻게 됩니다."

야요이는 다시 한 번 고개를 끄덕였다. 좀 더 천천히. "알 것 같아요."

"이곳 석마법사와 풍마법사는 지금 그들의 위치에 도달하기까지 끝없이 노력해 왔답니다. 자신의 한계까지 몰아붙인 끝에 대마법사의 길을 열 수 있었죠. 나머지 대마법사들은 야요이처럼 재능이 있었습니다. 분명 우리도 나름대로 열심히 했지만, 그건 열심히 한 축에도 들지 않을 겁니다." 타카네는 말을 잇는다. "저는 상당히 비밀스러운 사람이랍니다. 과거는 그림자 속에 가려져 있고, 다른 사람에게 그걸 말하는 일도 거의 없죠. 제 영혼 자체가 비밀스러우며 그림자 속에 가려져 있었으니, 쉽게 영마법사의 능력을 얻을 수 있었던 겁니다. 일마법사 미키는 야요이처럼 밝게 빛나는 소녀에요. 만인의 주목을 끌어오는 미키는, 그렇기에 아무 문제없이 일마법사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죠. 염마법사 미나세 이오리는 다혈질적이고 고집스렵지만 열정에 차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대마법사장, 빙마법사 키사라기 치하야는 불안정한 상처가 가득한, 쓰디쓴 과거를 지녔어요. 그래서 쉽사리 우리 중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지닌 대마법사장이 될 수 있었던 겁니다."

야요이는 활짝 웃는다. "알겠어요!" 말을 이었다. "제가 긍정적이고 활기차니까 그게 재능이란 거네요! ...맞나요?"

타카네는 다시 한 번 웃고는 뒤를 돌아 대답한다. "정답이랍니다."

기뻐하는 야요이. "웃우-! 정말 기대돼요!"

"비켜!"

타카네가 빛과 같은 속도로 야요이를 낚아채 바닥으로 숙인 그 찰나에, 거대한 화염구가 머리 위를 스쳐지나간다. 타카네는 눈으로 주위를 훑는다. 화염구가 갑자기 방향을 바꿔 다시 제 쪽으로 돌아와 갈색 머리 소녀를 향해 날아간다. 소녀에게 경고하듯 비명을 꺄악, 지르는 야요이였건만 소녀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화염구가 돌진하더니 이내 소녀의 몸에 흡수되듯 사라진다. 충격과 공포 속에 야요이는 다만 소녀를 멀뚱히 바라봤고, 타카네는 자리에 서서 멋진 검은색 가운을 툭툭 털어내고 있을 뿐이었다.

똑같이 생긴 소녀 둘이 천천히 구석에서 걸어나오매, 부끄러움에 얼굴을 들지 못한다. 갈색 머리 소녀는 이를 갈며 그 자매를 노려본다.

"아미! 마미! 이것들이 우리 신입을 거의 칠 뻔했잖아!" 질책하는 이오리.

"미안, 이오링!" 쌍둥이 동생이 사과한다.

"맞아맞아, 이오링. 정말 미안해!" 거기에 쌍둥이 언니가 맞장구친다.

타카네는 웃으며, "아미, 마미. 능력 연습 중이었니?" 하고 말한다.

"응, 공주찡! 아미가 만든 불덩어리 봤어?" 동생은 신나서 이오리를 뒤로 한 채 타카네를 향한다.

"마미도 만들었다구!" 맞장구치는 언니. "그랬더니 합쳐져서 엄청 켜졌다구."

"그리고 마미가 거기 맞아서 죽을 뻔 했고 말야."

갈색머리 소녀가 눈살을 찌푸리더니 허리에 손을 얹고는, "작작 해, 너희들. 방으로 돌아가. 나중에 훈련 때 보자." 명령조로 말한다.

"네- 누님..." 아미 마미 쌍둥이는 축 처진 어조로 조용히 대답한다. 자매는 타카네를 향해 우울한 눈빛을 보내더니 이내 구석을 돌아 자리를 비웠다.

이오리는 깊게 한숨을 하아, 쉬곤 타카네와 야요이를 향해 선다. "타카츠키 야요이니?"

"ㄴ, 네." 야요이의 말이 꼬인다. ...다혈질적이고, 고집스럽지만 열정적이다... 그럼 이오리, 가 염마법사인 걸까?

"내 이름은 미나세 이오리, 염마법사야."

맞네. "만나서 반가워요, 이오리... 씨!"

이오리가 옅게 미소짓는다. "이오리 짱이라고 해도 괜찮아." 소녀는 그렇게 말했다. "듣기론, 동갑이라는 것 같고 말야."

"겨우 열네 살이라고요?!" 깜짝 놀라는 야요이. "우, 우와! 그 나이에 벌써 대마법사라니...!"

"우리 대마법사장은 열여섯 살인걸 뭐." 이오리가 별 생각 없이 말한다. "그 대마법사장은 스물한 살짜리 수마법사 제자가 하나 있지. 그게 대단하지. 솔직히 아즈사는 나사가 너무 빠졌다고!"

야요이가 풋, 웃는다. ""

이오리가 찡긋한다. """미키 방까지 데려다 줄게, 알겠지? 뭐 나중에 만날 기회가 있을 거야. 난 저놈의 불쌍둥이 데리고 훈련하느라 코가 석 자라서..."

"아미... 짱이랑 마미 짱 말인가요?"

"맞아. 걔넨 우리들보다도 어려. 열세 살이라고."

"아."

이오리는 타카네를 향해 목례하고, 타카네는 거기에 맞춰 목례하며 복도를 향하는 야요이에게 미소짓는다. 이오리가 앞에 섰다.

"야요이, 여기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진 알고 있어?" 이오리가 묻는다. 야요이는 어깨를 으쓱한다.

"6원소의 마법사가 있고, 진보속성 6원소, 그러니까 영(影), 빙(氷), 염(炎), 풍(風), 석(石), 일(日)의 대마법사가 있고요. 그리고 대마법사는 마술사를 제자로 맡아서, 가르칠 게 없을 정도까지 성장하거나.... 아님 대마법사가 죽을 때까지 훈련시키게 되는 거던가요?"

이오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대마법사는 제 원소 속성에 맞는 마술사를 제자로 들여. 예를 들면 나한텐 저 불쌍둥이겠고, 타카네한텐 암(暗)술사겠지. 그리고 그 거지같은 일마법사가 너를 맡게 되겠네. 행운을 빌게."

"이오리 짱은 일마법사 씨를 별로 안 좋아하나요?"

"이것도 최대한 정중하게 표현—"

갑자기 경첩을 떨치고 문이 하나 날아올라 이오리의 말을 가로막았다. 소녀는 비명을 지름과 함께 본능적으로 화염의 방어막을 펼친다. 날아가던 문은 재로 화하고 이번엔 문이 날아가버린 방에서 비명이 울려퍼진다. 이에 이오리는 소리쳤다.

"마코토오오오오!"

"미... 미안해, 이오리 짱!" 연약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요이가 방 안을 힐끗 들여다보자, 손으로 가슴을 움켜잡고 있는, 흰 옷의 연갈색 머리 소녀가 보였다.

이오리가 방어막을 거둔다. "마코토 그 인간은 또 어디 갔어?!"

"화... 화장실에..."

"그리고 혼자 연습하고 있었단 말야?!"

"계속 연습하고 있으라고 해서...!"

이오리는 발로 또각또각, 소리를 낸다. "기다려야겠어." 소녀는 마침내 결정내렸다. "뭐, 이 참에... 야요이, 우리 공(空)술사 유키호야. 유키호, 이쪽은 우리 광술사 야요이야."

유키호는 손을 덜덜 떨면서도 갈색 눈을 부릅뜨고 문가에서 천천히 걸어나왔다. "마... 만나서 반가워요오," 말을 더듬으며 야요이를 향해 손을 뻗는다. 야요이는 활짝 웃으며 소녀를 향해 뛰어갔다.

"만나서 반가워요! 웃우-!" 야요이는 쾌활하게 유키호의 뻗은 손을 잡고 흔들었다. 유키호가 살짝, 웃는다.

그 때, 구석의 문이 쾅, 하고 열리더니 흑발의 소녀(ᆫ)이 유키호와 야요이를 향해, 말 그대로 '날아왔다'. 야요이가 본능적으로 점프해서 참사를 피하는 한편, 흑발의 소녀(ᆫ?)이 유키호의 어깨를 잡는다. 유키호는 꺅, 하는 소리를 냈다.

"뭔가 박살나는 소리가 나던데 괜찮아?!" 따지듯 묻는다.

"이오리 짱을 또 문으로 받아버렸어!" 울먹이는 유키호.

"너 말야..." 이오리는 헛기침하고 흑발 소녀(ᆫ)이 그를 향해 천천히 뒤돌아봤다.

"마코토! 저거 하나 간수 좀 제대로 못 해?!" 이오리가 짜증을 낸다. "그래, 이거 인젠간 쟤가 나를 팬케이크마냥 뭉개버릴 거라고! 이 순간에도 트리아비타 세력이 커지고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이 왜 이러나 몰라."

마코토는 후, 하고 한숨을 쉬더니 멋쩍은 표정으로 이오리를 향해 걷는다. "으아, 이오리... 미안해 그건. 내가 아직 잘 가르치질 못해서..."

"참 나, 잘 좀 간수하시지 그래!" 이오리가 쏘아붙인다.

"그래서 잘나신 니네 제자들은 그 모양이고!" 반격하는 마코토.

"최소한 걔네들은 문 가지고 사람을 패려 들진 않아!"

"그건 그렇네. 화염구 갖다가 복도를 다 태워먹을 뻔 하긴 했어도 말야. 어젯밤에 걔네들이 사람들 다 보고 있는데 내 옷 태워먹은 거 알아? 쫄딱 태웠다고!"

"뭘 어째?"

"걔네들이나 잘 간수하면서 얘기하시지?" 마코토가 빈정거림을 가득 담은 미소를 보냈다.

이에 다시 소리지르는 이오리. "닌 나한테 짜증낼 자격도 없단 거 알기나 해?! 여기 새로 온 마술사나 보고 빨리 어디 꺼져버려!"

"신입 마술사라고?" 마코토의 어조가 순식간에 비꼼조에서 혼란조로 바뀌더니, 이내 소녀(ᆫ)은 야요이를 눈으로 훑고 미소지었다. "아, 너가 그 빛나는 천재구나? 만나서 반가워. 내 이름은 키쿠치 마코토. 풍마법사야." 소녀(ᆫ)는 손을 내밀었고, 야요이는 그걸 받아 악수한다.

풍마법사님이나 석마법사님은 엄청 열심히 노력해서 그 자리에 있는 거겠지...

"어... 엄청 세시겠네요." 야요이는 제 의견을 마무리하듯 말한다.

소녀(아니면 소년? 야요이는 아직까지도 감을 못 잡았다. 가까이서 봐도 마코토 얼굴은 그리 여자아이 상은 아니었지만, 765학원에 남자가 있을 것 같진 않았다)은 작게 웃는다. "사실 그렇지도 아냐. 지금 난 우리 6마법사 중에서 최약체지. 하지만 그건 내가 제일 신출내기라 그런 거고, 곧 익숙해지지 않을까." "맞다. 이오리가 미키한테 데려다주는 거야?"

"근데?"

"음, 난 따라갈 수가 없겠네. 유키호한테 문을 사람한테 던지지 않는 방법을 알려줘야 할 것 같아서 말야. 그리고 누구누구 덕분에 문을 또 하나 더 사게 생겨서 말야."

"그건 쟤 잘못이거든!" 불평하는 이오리.

"죄송해요!" 유키호가 눈물을 훌쩍인다.

마코토는 손을 내저었다. "아무렴 어때. 각자 자기 일에 충실하자고. 난 유키호 잘 간수할 테니까, 닌 그 쌍둥이들이 공공장소에서 남 옷 태워먹지 않게 좀 잘 해 봐."

"잠깐만요!"

마코토가 뒤돌아본다. 야요이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말한다.

"마코토 씨..."

"응?"

"... 혹시 성별이 어떻게 되시나요?"

마코토는 푹 쳐졌다. "...그래, 그게 궁금했구나..."

"바지랑 셔츠를 입고 계시잖아요. 다른 마법사분들은 치마같은 걸 입고 있는데 말이에요. 하지만 제가 알기론 여긴 여자만 있으니까 마코토 씨는 여자일 테지만 그럼 가슴은 어떻게 된 건가요?" 마코토의 기분이 축축 쳐지고 옆에서 이오리가 깔깔 웃어대는 것도 모르는 듯, 야요이는 말을 계속 이어갔다.

"...야요이."

"네?"
"모르는 것 같으니 말해주는데, 다시는 내 앞에서 남자같이 생겼다느니 하지 마라. 샹들리에에다 걸어버릴라니까."

"...네."

"그리고 난... 확실히 여자야. 과거에도 난 여자였고 미래에도 계속 여자일 거야. 이야기 끝."

"...네, 죄송해요."

한숨을 쉬는 마코토. "그래, 뭐 어쨌든... 유키호, 그 제트기류 좀 다시 보러 가자..." 풍마법사는 기운이 쫙 빠진 채로 방으로 돌아가고, 이오리는 빅잼의 기운을 떨쳐내고 진정을 되찾는다.

"끝내줬어..." 이오리가 중얼거린다. "야요이 너 정말 맘에 들어."

"고맙습니다?" 껌뻑거리는 야요이. "상처를 준 것 같았는데 말이죠."

"알아서 잘 이겨내겠지. 자 가자, 미키 만나러!"

걷고 걸은 끝에 둘은 보석으로 장식된 문에 반짝이는 손잡이와 노커(knocker)가 빛나는 방에 도착했다. 이오리가 문을 콩콩 두드리자 문이 미끄러지듯 열려, 활짝 웃으며 반겨주는 금발 녹안의 소녀가 시야에 들어왔다.
(* 노커<英Knocker>: 문을 두드리는 데 사용하는 고리쇠 - 역주)

"마빡아! 무슨 일이야?" 재잘거리는 소녀.

"마빡이라고 한 번만 더 부르면 그 땐 진짜 말 그대로 토스트로 만들어버릴 테니까 그럴 줄 알아." 이오리가 쏘아붙인다. "네 신입 제자 데려왔어. 타카츠키 야요이, 빛나는 천재... 호시이 미키, 짜증나는 댕청이를 만나보렴."

"보통 미키한텐 반짝이는 신성이라고 부르는 거야." 미키는 자신감 넘치게 지적했다. "그래서, 이제 막 여기 온 거지 야요이?"

"네!" 야요이가 밝게 대답한다. "일마법사님이신가요?"

"정답인거야!"

야요이가 웃는다. "미키 씬 정말 재미있는 분인 것 같아요!" 환한 미소. "정말 기대되요! 하이-터치!"

미키는 팔을 쭉 뻗은 야요이를 보곤 손을 대며 하이 터치를 한다. "시작하기 전에... 대마법사장님은 뵙고 왔는지 궁금한 거야."

이오리가 헉, 하곤 말한다. "빙마법사님한테 데려간다면서 깜빡했어!" 눈치챈 소녀. "아이고 맙소사... 야요이, 지금 당장 만나보고 와야 해!"

야요이가 살짝 점프했다. "그, 그러죠!" 숨을 내쉬곤, "미키 씨도 가죠!"

"알겠는거야~!"

셋은 홀 끝쪽에 있는 대마법사장 치하야 방의 크고 아름다운 양쪽 문(바깥 소음을 차단해 줌)을 향해 걸어나갔다. 야요이는 크고 아름다운 문을 보고 깜짝 놀랐고, 그 문 뒤에 있는 더 크고 아름다운 방을 보고 또 깜짝 놀랐으며, 방 뒷쪽 물침대에 누워 있는 예쁜 소녀를 보고 더더욱 깜짝 놀라고야 말았다. 푸른 머리의 빙마법사(추정)가 침대를 살짝 만지자 물이 죄다 얼어붙더니, 침대를 넘어 주변 바닥마저 얇은 얼음의 막으로 둘러쌓인다. 야요이는 방 주위에 놓인 수많은 얼음 조각상을 바라봤다. 대부분 야요이로서는 누군지 알 수 없을 어떤 소년을 조각한 것이었다. 이오리는 천천히 걸어가 치하야 앞에 선다. 둘은 이야기를 몇 마디 주고밭더니, 이오리가 화염을 약간 내뿜어 치하야 침대 주위의 얼음을 녹여 물로 되돌린다.

미키는 야요이를 잘 달래 야요이가 오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는 치하야에게 보낸다. 치하야가 천천히 일어나 손님을 마주하는 한편, 이오리가 빳빳하게 똑바로 서서 그 옆을 지킨다.

"타카츠키 야요이, 빛나는 천재. 맞나요?" 그 천사와도 같은 부드러운 목소리에선 과거의 그 아픔을 짐작할 수 없었다.

"맞습니다." 야요이가 대답한다.

치하야는 얕게 웃었다. "나는 빙마법사, 키사라기 치하야입니다. 타카츠키 씨, 무슨 일로 당신이 여기 오게 되었는지 알고 있나요?"

"...치하야 씨를 만나려고요?"

"그 '여기'란 건 '이 방'이 아니라 '765학원'이라는 뜻이랍니다." 치하야는 잠시 뜸을 들이고 말을 잇는다. "아니, 질문에 문제가 있었네요. 제가 묻고 싶은 건, '765학원의 존재 의의에 대해 알고 있나요?'에요."

야요이는 눈을 껌뻑인다. "새... 마법사를 양성하기 위해서요?"

치하야는 고개를 끄덕인다. "네, 처음에는 그랬었답니다." 작은 목소리로 말한 소녀는, 이내 침대에서 발을 미끄러뜨리듯 움직여 야요이 앞에 선다. "하지만, 지금은 더 위험한 데에 그 목적이 있어요."

침묵을 지키는 야요이.

"10년 전, 어떤 악의 조직이 형성됐어요. 그 악의 축들은 마법 세계의 점령을 목표로 했죠. 그들은 복제, 어둠의 복사체입니다. 최강의 마법사·마술사를 물리적으로 구현한 현현이라 할 수 있죠... 네 뭐, 대부분은 그렇습니다. 그들은 악한 영혼의 어둠 속에서 탄생했습니다."

야요이는 아무 말도 꺼내지 않은 채 치하야의 말에 귀를 기울일 뿐이었다.

"그들의 이름은 트리아비타. 빛의 복제라 할 수 있는 자들은 몬덴킨트라는 이름의 그 하위조직을 형성해 악의 개 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스스로를 '흑마법사'나 '마녀' 라고 자칭합니다. 우리들을 모두 살해한 뒤, 우리의 힘을 제 것으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자들입니다.

야요이는 침을 꿀꺽, 삼킨다. "...치, 치하야 씨..."

"그만두고 싶나요?" 실눈을 뜨는 치하야. "날이면 날마다 트리아비타 세력은 강대해지고 있어요. 내 복제인 대마녀는 저와 동급이고,
빙마녀, 일명 '얼음여왕'의 키쿠치 마코토는 언젠간 내 재능마저 뛰어넘겠죠. 증오와 냉기로 가득 찬 그 마음이라면 분명... 저는 마음 속 마지막 무름을 버릴 수 없으니, 자연히 그 자보단 약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방은 완전한 침묵에 잠긴다.

"...그 흑의 복제들은, 우리랑 똑같은 건가요?" 야요이는 조용히, 물었다.

"아뇨, 보통은 안 그렇죠." 조용히, 치하야는 말한다. "더 악하고, 더 매서우며, 더 꼬여 있는 게 보통입니다."

야요이는 고개를 끄덕인다. "...도움이 되고 싶어요." 속삭이듯 말을 이었다. "정말 무섭긴 하지만, 도움이 되고 싶어요... 네? 치하야 씨, 미키 씨, 이오리 짱! 저를 더 나은 마법사로 만들어 주세요! 제 힘을, 어떻게 쓰는지 가르쳐 주세요!"

미키가 활짝, 이오리가 능글맞게, 치하야가 흐뭇하게, 웃는다.

"그렇다면, 765학원을 대표해 당신을 환영합니다." 치하야가 공표한다. "환영합니다, 빛나는 천재, 타카츠키 야요이. 당신의 능력이 아름다운 영혼을 빛낼 수 있길."

야요이는 미소짓는다. "고마워요!" 기쁨과 안심이 눈물의 형태가 되어 소녀의 눈에서 방울져 떨어진다. "실망시키지 않을게요, 여러분! 고마워요!"

이오리 역시 미소지으며 거기에 끼어든다. "그럼... 이제 시작할 때가 됐네. 미키, 이리 와! 우리 이제 얘 훈련시켜야 되잖아!"

"우리가 아니라 미키겠지."

"알 게 뭐야."

셋은 대마법사장에게 인사하고, 치하야의 방을 나간다. 그리곤 천천히, 야요이의 훈련을 시작하려 미키의 방으로 걸음을 옮긴다. 그렇게 걷는 중, 야요이는 질문 하나가 뿅 하고 떠올랐다.

"이오리 짱, 여기 있는 사람들은 다 별명이 있는 건가요?" 궁금한 어조로 묻는 야요이. "저를 '빛나는 천재'라고 부른다던가, 미키 씨를 '반짝이는 신성'으로 부른다던가 하는 거 말예요."

"웬만해선 그렇지." 이오리가 답한다. "내 이명은 '열정의 화염'. 석마법사 아키즈키 리츠코는 '지성의 근원'. 마코토는 '북풍(北風)', 그 쌍둥이들은 '폭발사산의 개구장이'—이건 내가 지은 거네—, 치하야는 '765학원의 얼음미녀'고... 또 뭐 있더라?"

"마빡—이오리 짱, 유키호의 '다정한 겁쟁이'랑 하루카의 '지구바라기' 빼먹은 거야. 맨날 넘어져서 땅에 얼굴을 파묻어서 말야."

야요이가 쿡쿡 웃는다. "트리아비타에서는요?"

"차하야가 '심리폭발', 마코토가 '얼음여왕', 카라스가 '팬텀 새디스트', 유키호가 '고독의 바람'에—"

"잠깐만요, 카라스는 또 누구죠?"

"흑마법사야. 치하야 혼의 암흑에서 탄생한 존재지. 영(影)마법사지만 엄청 위험한 놈. 나올 거라고 생각도 못 하고 있을 때 튀어나오는 걸로 유명해. 치하야 옆에 붙어서 트리아비타를 굴리는 주역이고 머리도 꽤 잘 돌아—"

"쩌는거야." 미키가 끄덕인다.

이오리가 미키를 쏘아본다. "그러니까, 트리아비타 최강. 조심해."

긴장하는 야요이. "...타카네 씨의 복제도 있나요?"

"없어. 힘들거든."

"미키도 없어. 미키 친구 암술사 히비키도 없는 거야. 히비키 별명은 비밀총탄인 거야."

야요이는 작게 고개를 끄덕인다. "네, 이제 좀 알 것 같아요..." 중얼거리는 야요이. "...미키 씨, 절 잘 봐 주세요! 짱 쎈 마법사가 되고 싶어요!"

"물론인거야!" 미키가 즉답한다. "마빡이도 같이 최선을 다하는 거야!"

"난 마빡이가 아니라고!"

야요이는 양 손을 들어 팔을 뻗는다. "하이 터치에요, 미키 씨! 이오리 짱!"

만면의 미소로 세 소녀가 하이 터치를 한다. 그리고 소녀들의 입에서 단결의 상징이,

"765학원, 화이팅-- 오-!"

울려퍼진다.




Mage와 Wizard, Witch 등의 번역에 대해
한국어로 "마법사"에 대응되어 번역되는 영단어로는 Wizard, Mage, Sorcerer, Magician 등이 있습니다. 분명히 서로 다른 단어이지만 보통 일괄적으로 '(대)마법사'로 번역되는 게 보통입니다. (해리포터 시리즈의 한국어판이 대표적인 예죠)
여기에서는 Mage를 (대)마법사, Wizard를 (마)술사로, Witch/Warlock을 마녀/흑마법사로 번역했습니다. 그래서 Grand Maze는 대마법사장...이 됩니다.

제목에 대해
원제는 Namuko Academy입니다. 765의 고로아와세 독음은 "나무코"지 "남코"는 아니기에. 따라서 제목의 한국어역은 '765학원'으로 합니다.

기타 원소와 성질, 조직명에 대해
마법 원소와 성질에 있어서는, 영(影), 빙(氷), 염(炎), 풍(風), 석(石), 일(日)을 각각 shadow, ice, flame, wind, stone, sun에 대응했고, 광(光), 수(水), 화(火), 공(空), 암(暗)을 각각 light, water, fire, air, darkness에 대응했습니다. 따라서 darkness wizard는 '흑마법사'가 아니라 '암술사(暗術師)'가 됩니다. 아이고 맙소사.

트리아비타(羅?Turiavita)와 몬덴킨트(獨Mondenkind)는 제노그라시아(...)의 등장 조직명입니다. 나◯위키 등지에서는 '트리아비터'로 표기했지만, 어원이 라틴어라는 것 같으니 '트리아비타'로 번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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