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카테고리.

  1. 전체목록

  2. 그림

  3. 미디어



이렇게나 일상적인 이야기 - 제 1화, 그 다섯 번째

댓글: 4 / 조회: 1939 / 추천: 0


관련링크


본문 - 01-30, 2016 05:38에 작성됨.

원본 링크 (ハーメルン의 満足な愚님 作)

전편 목록

 

역자 코멘트

살어리 살어리라ᄯᅡ 靑의 살어리라ᄯᅡ



제 1화 그 다섯 번째

오렌지빛 가로등불이 검은 아스팔트를 비춘다.

도시의 밤은 밝다. 그 도시가 일본 제일의 도시라고 한다면 엄청 밝다.

그건 오늘처럼 보름달이 뜬 밤도 예외가 아니다. 인공 조명 없이도 밝은 날. 그런 날에도 빌딩 간판과 편의점의 불빛, 그리고 가로등 같은 게 존재감을 발휘한다.

노골적인 조명이 부드러운 달빚을 차단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 빛 아래를 다섯이서 터벅터벅 걸어갔다.

집에서 잡담을 하던 중 뭔가 떠올랐다.

우리 집 욕실은 좁다는 게.

집세도 싼 낡은 방치고는 다행히도 유닛 배스는 아니지만, 크기는 작아서 왠지 불안했다.
(* [→英Unit+Bath<和英>] 욕실의 구성요소를 미리 공장에서 완성시킨 뒤, 시공처에 조립하는 방식으로 만드는 현대식의 욕실을 가리키는 일본식 영단어.
** 여기에서 파생된 용법으로 "3점 유닛(3点ユニット)"이라고 하여, 변기와 샤워 시설, 욕조가 합쳐져 있는 구조의 화장실을 가리키기도 함.
*** 일본에서는 전통적 가옥 구조의 영향으로 욕조가 있는 <욕실>과 변기가 있는 <변소>가 별도의 방 또는 칸으로 구분되어 있는 경우가 많음. - 역주)

보통 자고 가는 건 한 명이었으니 괜찮았지만, 오늘은 네 명.

여자 아이다. 느긋하게 욕조에 몸을 담그고 싶을테지.

한 사람 한 사람씩 써도 되긴 하지만, 이런 때엔 근처 목욕탕에 가자.

라고 제안했다.

모두들 흔쾌히 찬성해 주었다.

하루카 짱이라던가는, 목욕탕이라니 오랫만이다! 재밌을 것 같아~. 라고 했고.

유키호 짱의 낯가림 때문에 걱정했지만, 같은 여자끼리라면 문제 없는 것 같고.

무기질적인 빛 아래에서 네 사람의 활기찬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아직 19시 쯤이라 인적도 적당히 있다.

퇴근길의 샐러리맨이나 고등학교 이름이 새겨진 가방을 든 학생, 좀 늦게 쇼핑하고 돌아가는 듯 한 장바구니를 든 주부 느낌 나는 사람.

그런 사람들이 오가는 와중에도 네 소녀들은 눈에 띄었다.

존재감이 다르다. 이렇게 표헌하는 게 옳을지도 모르겠다.

빛나고 있는 거다. 저 녀석들은………….

나는 그 빛의 무리에서 약간 뒤로 해서 걸어간다.

거리는 2, 3미터 정도.

사람에겐 재능이라는 게 있다. 여기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터다.

재능이 없으면 인간이 모두 똑같은 재미없는 세상이 되어버릴 거다.

노력해도 어쩔 바 없고, 필사적으로 노력해도 닿을 수 없다. 그 영역을 재능이라고 부른다.

인간은 모두 평등하다는 대전재를 내걸고 있는 기독교는 재능 있는 사람을 차별하는 무능력자들의 종교다!

라고 통렬하게 비판한 건 그 니체였던가. 니체 철학이야 잘 모른다만, 아마 그가 말하려고 했던 건 이거겠지.

니체가 말하고 싶었던 건 알 것 같다. 난 머리 안 좋지만, 기독교를 "강자에의 르상티망"이나 "원한"이라는 말로 표현했으니 니체가 상당히 재능 있는 사람이였을 거라는 정도는 알 것 같다.

하지만 재능 없는 사람 대표인 내 입장에서 보면 재능이 존재한다고 정해 버리면 변명이 될 뿐이다.<오>특히 나 같은 인간은 노력해도 안 될 건 안 된다. 뭘 해도 안 된다면 아무것도 안 하는 게 나은 법. 왠지 단적인 의견이 되어 버렸다.

몇 걸음 앞을 걸어가는 그녀들을 본다.

분명 주변 인파와는 달랐다.

빛나고 있어………….

아이돌이 되기 위한 일종의 재능. 카리스마라고 불리는 것을 갖고 있는 거다.


순수하게 굉장하다 생각한다.

순수하게 부럽다.

이런 생각은 평소 학교 생활에서도 머리를 스친다.

이 감정은 재능 없는 자만 느끼는 감정일까? 아니면 그녀들도 느끼는 걸까?

단 몇 걸음. 단 2, 3미터.

하지만, 내겐 그 거리가 너무나도 길게 느껴졌다.




집에서 4, 5분 정도 거리에 그 목욕탕이 있다. 옛날엔 이 지역에도 목욕탕이 많이 있었다고 하지만, 지금은 여기 하나밖에 남아 있지 않다.

시대가 흐르고, 국도변에 큰 대형 목욕탕이 출현하면서 점점 사라져간 것이다.

최소한 우리 아버지가 어렸을 때엔 여기에도 목욕탕이 발에 채일 정도로 있었다던가.

유일하게 남아 있는 목욕탕이 제일 가까운 곳이라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모퉁이를 하나 돌면, 목욕탕 간판이 바로 보인다.

모퉁이를 돌자, 멀대같이 큰 남자가 목욕탕 노렌(暖簾)으로 나오고 있었다.
(* [노렌<暖簾>]  일본에서, 가게나 건물의 출입구에 쳐 두는 발³ - 역주)

그 남자와 눈이 마주친다.

「흠. 공주와 너인가……」

SSK는 얼굴빛 하나 변하지 않은 채 말했다.

「에스 씨! 오랫만이에요!」

마코토가 반갑게 인사한다. SSK와 마코토는 이상하게 사이가 좋다. 상성이 좋다고 해야 할까.

일단 왠지 말이 맞는 것 같다.

사이좋은 건 좋은 일이지. 뭐, SSK에게 마코토를 내줄 순 없지만서도.

「공주, 잘 지냈나?」

「네! 걱정해 주셔서 고마워요! 요전엔 상담해 주셔서 감사했어요!」

상담? 상담이라…….마코토 요즘 내겐 상담 안 하더니!

확실히 SSK와 마코토는 사이가 좋았지만, 이 정도까진…….

마코토가 남자와 상담을 하다니 의외였다.

으ー음. 마코토가 여자다워졌으니 좋아해야 하는 걸까…….

「마코토 짱, 저, 저, 저 사람은?」

그런 나를 가뿐히 무시하고 대화가 시작됐다.
어느 새 마코토 등 뒤에 숨은 유키호 짱이 목소리를 낸다.

「음, 미안하다. 자기소개를 아직 하지 않았군. 나는, 거기 있는 저 남자와 같은 대학에 다니는 사람이다. 이름은 적당히, SSK나, 저 공주처럼 에스라던가, 적당히 아무거나 불러 주길 바라. 덧붙여, 저 인간과는 중학교 시절까지 거슬러오르는 지긋지긋한 인연이다. 안타깝게도」

안타까운 건 내 쪽이야. 라고 말하진 않는다.

어른이니까.

「앗.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마코토 친구 아마미……」

여기까지 말하던 차에 SSK가 말을 끊는다.

「이름은 알고 있다. 아마미 하루카군. 그리고 공주 뒤에 숨어있는 게 하기와라 유키호. 그리고 파랑 머리를 한 넌 키사라기 치하야. 맞나?」

「어…….어째서 알고 계시는 겁니까」

치하야 짱이 조심스레 물었다.

그것도 그렇네 너 왜 쟤네들 알고 있냐.

「음, 미안하다. 공주가 아이돌을 한다고 들어서, 공주의 프로덕션에 소속되어 있는 아이돌은 전원 체크하고 있었던 거다. 물론, 응원하고 있다」

「감사합니다! 아직 마이너인 저희를 응원해 주시다니」


하루카 짱이 만면의 미소로 답한다.

「참고로, 765 프로덕션에 소속된 아이돌에 대해선 프로필에 기재되어 내용 정도는 모두 외워 두고 있을 정도다」

「과연 에스 씨!」

마코토가 칭찬한다.

다른 아이돌은 좀 꺼림직한 듯 보고 있다. 처음 보는 남자가 응원하고 있다곤 해도, 프로필을 전부 암기하고 있다고 하면 그런 반응을 보이는 것도 무리는 아닐지도 몰라.

「아니아니. 공주의 소속 프로덕션이다. 응원 안 할리가 없지 않나. 그런데, 너희들도 목욕탕에 온 건가?」

SSK가 내게 시선을 돌린다.

「응, 오랫만에 목욕탕에 가자 싶어서. 그런데, 너 목욕탕 다녔던가?」

SSK가 목욕탕에 갔다는 기억은 거의 없다. 게다가 집도 대학 근처여서 여기서는 좀 거리가 있을 터였다.

「아, 미즈키가 불러서 말이야. 잠깐 장비를 가지러 갔어. 그리고 돌아오는 김에 오랫만에 여기 와 본 거다」

고등학교 시절, 이 목욕탕에 친한 멤버끼리 온 적이 몇 번 정도 있었다. 체육대회 연습 뒤나 문화제 준비 후. 귀가가 늦어질 때 가곤 했다. 말하자면 청춘의 추억이란 거다.

「미즈키 씨는 집으로 돌아갔나요!?」

마코토가 미즈키라는 단어에 반응한다. 사이 좋구나, 마코토랑 미즈키.

「응, 또 뭔가 꾸미고 있는 모양이다」

약간 피곤한 얼굴로 말하는 SSK。

「으악……진짜냐」

그만 나도 질렸다는 표정을 지었다.

「히로토에게도 뭔가 부탁한 모양이야. 이건 사실상 확정이지」

요즘 좀 얌전하다 했더니, 도대체 뭘 꾸미고 있는 거야…….

「마코토, 미즈키 씨는?」

하루카 짱이 묻는다.

「미즈키 씨는 내 가라테 선생님인데 우리 오빠 동급생이야!」

「마코토의 선생님이란 건 꽤 강한 사람이겠네……」

치하야 짱이 감탄한 듯 흠흠, 하며 고개를 끄덕이곤 말한다.

「엄청 세고 게다가 엄청 미인이라구!」

확실히 용모도, 격투기 능력도 빼어나긴 하다.

하지만…….

「하지만 사고와 행동마저 날아다니는 건 어쩔련지, 나는 생각한다만……」

SSK가 마코토의 말을 잇는다.

그래. 미즈키는 행동마저 날아다니는 것 같다.

미즈키의 전설은 많다. 예를 들자면, 심야에 고등학교 수영장에 잠입해서 수영을 한다던가. 심야에 학교 열쇠를 따서 담력 시험을 한다던가. 문화제 폐막식 때 마이크를 가로채서 밴드를 했다던가, 정말 많다. 특히, 체육대회 야간 축제라는 명목 하에, 학교 측 허가도 맡지 않고 교정에서 캠프파이어랑 불꽃놀이를 했을 때는, 정말 퇴학당하는 거 아닌가 싶어서 내심 두근거려 쓰러질 뻔 했다.

그리고 이 모든 이야기는 실화다. 대부분, SSK나 나도 미즈키에 휘말려 같이 벌을 받았다. 지금은 모교에서 "전설의 학생"이라고 일컬어지는 모양이다.

왜 그 전설에 SSK나 나까지 끼어 있는 건지 납득이 안 간다.

「헤에ー.뭔가 굉장한 것 같은 사람이네」

하루카 짱이 흥미롭다는 듯 끄덕였다.

「도대체 이번엔 뭘 할 생각일까?」

SSK에게 묻는다.

「뭐, 기재라고 한 걸 보니 어느 정도 예상은 되는데…….일단 아직 지금은 괜찮을 거라 생각해」

약간 지친 표정이다.

「4월이라곤 해도, 밤은 좀 춥네. 이런 곳에서 서서 이야기해서 공주와 친구분들이 감기에 걸리게 둘 순 없어. 일단, 안으로 들어가지 않겠나?」

확실히 SSK 말이 맞다. 이런 곳에서 서서 이야기해서 마코토나 다른 아이들이 감기에 걸리게 둘 순 없다. 게다가 미즈키에 대해선 나랑 SSK랑 마코토 셋밖에 모르는 이야기다. 하루카 짱이나 유키호 짱은 대화에 낄 수 없는 거다.


SSK에 이어 마코토, 유키호 짱, 하루카 짱, 치하야 짱 순서로 노렌(暖簾)으로 들어갔다.

노렌 안쪽으로 들어가기 전에, 하늘을 올려다봤다.

크고 노랗게 빛나는 보름달이 하늘에 떠 있다. 인공의 빛에 지지 않으려 열심히.

응. 좋은 풍경이다. 괜찮네……

조금 차가운 바람이 불어온다.

이대로라면 내가 감기에 걸릴 것 같다.

목욕탕의 감색 노렌을 헤쳐나간다.

그런 내 등을 인공의 빛이 부드럽게 비추고 있었다.

 



 

역자 후기

밢밠따박다맣밢밟따박다맣밣밣따밥다맣밣밣따밦다맣하

0 여길 눌러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