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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채색의 비(하) - after 당신을 지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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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1-16, 2016 23:50에 작성됨.

 

극채색의 비 하 목차
 
p278 after 당신을 지키는 것
 

after Side : 린 당신을 지키는 것
 
 
특별한 날, 이라는것이 만약 있다면.
그것이 오늘이었다면 좋을텐데, 라고 나는 생각한다.
 
한시기의 폭풍같은 업무량의 일과성의 무브먼트로서 지나가고 나의 아이돌로서의 일은 그런대로 진정을 보이고 있었다. 지금은 더는 신인이 아닌, 데뷔 10주년 이벤트를 작년에 끝낸 베테랑 아이돌이다.(설마 이렇게 오랜 시간 아이돌을 할거라곤 생각 못했지만)
처음으로 스카웃 당했을 당했을때는 기껏해야 2, 3년 활동하고 인기 없으면 끝날거라고 생각했고. 그 스카웃도 제대로 된 기억은 아니었지만.
"――아, 또다"
브브브, 휴대폰이 떨린다. 꺼내어서 확인하니 동료나 후배들로부터 온 메일이 잔뜩 넘치고 있었다. 다들 바쁘니까 직저버 만나는건 좀처럼 할 수 없지만, 그래도 만나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제대로 스스로 움직이면, 언제까지도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저도 모르게 얼굴이 풀어진다. 그렇게 휴대폰을 쳐다보고 있으니, 말을 걸려졌다.
"시부야군"
"아, 안녕하세요, 전무"
"안녕. 분명히 오늘은 자네의……,"
"네, 그래요"
높은 사람들과 평범하게 인사를 할 수 있게 됐다. 운영이나 프로모션에 관여하는 회의에 나는 여전히 얼굴을 내밀고 있다. 스태프들이 활약하는 뒤쪽에도.
 
내가 346의 얼굴이라 불리게 되고나서 꽤나 시간이 지났다. 해가 저물때마다 새로운 아이돌들이 들어오고 사라지기를 반복해갔다. 나는 그저 오로지 후배들을 이끌고, 때로는 꾸짖거나 해서, 일찍이 미카 씨가 우리에게 해줬던 것을 이어주고 있다.
그가 받고 있는 신데렐라 프로젝트도 지금은 7기생까지 육성하고 있었다. 멤버가 모이지 않았거나, 멤버들 사이에 다툼이 있거나 프로젝트 자체의 존속이 위태로워지거나……정말로 여러가지로 있었지만, 어떻게든 지금도 그의 일은 계속되고 있다. 지금 내가 가고 있는 곳도, 신데렐라 프로젝트의 방이었다. 그는 항상, 거기에 있어준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는 아이돌업계에 전념하는것과 동시에, 당시 멤버들 모두에게 나와 그의 관계를 털어놨다. 거짓말이지 말도 안 돼! 라며 엄청 놀랬던건, 리이나와 카나코와 란코. 그게 아닐까 생각했어, 라며 말한건 미오랑 안즈랑, 미쿠랑 키라리랑, 그리고 놀랍게도 미리아짱. 어째서 말해주지 않았던거야, 라던가 섭섭해라는건, 결국 누구에게도 듣지 않았다. 그래도 그 밖에도 공표는 하지 않고 1기생과 치히로 씨의 사이에서만 털어놓고, 그걸로 끝났다.
이 10년간, 데이트 다운 데이트를 한 적은 한 번도 없다. 항상 일밖에 함께 못 했고, 사적으로도 만나는 용건이 있을때는 반드시 누군가가 함께 따라왔었다. 아이돌은 이미지업. 팬에게 오해받아도(실제로 오해가 아니니까 괜히) 곤란하니까, 남자와 단 둘이서는 절대로 만나지 않는다. 유일한 예외가, 이따끔 시간이 맞을때 그의 차로 집까지 바래다 받는것. 둘이서 보낼 수 있는 시간은 오늘같은 날을 제외하면 정말로 그것뿐. 크리스마스도 정월도 발렌타인도, 매년매년 둘 다 업무. 그 겨울의 산정상 이래로 우리는, 접촉한것 조차 일년에 한 번 정도밖에 없다. 엘레베이터의 일을 제외하면, 키스도 한 적이 없다.
그런걸로 잘도 계속되네, 라는건 곧잘 듣는다. 메일도 용건이 없을때는 안 한다. 전화도 좀처럼 걸지 않는다. 바쁠때는 얼굴을 마주치는것 조차 안 하는 날이 몇 주간이나 이어진다. 그래도 신기하게도, 우리는 괜찮았다. 믿고 있었으니까.
나는 그를 지키고 싶다. 그를 믿고 있다. 이 두 가지만 있으면, 어떠한 일이 있어도 괜찮았다. 그도 분명 그렇다. 나를 지키고 싶고, 나를 믿고 있다. 서로가 같은걸 생각하고 있으니까, 두려워할건 아무것도 없다. 이벤트도 함께 사소한 접촉도 사랑의 속삭임도 무엇 하나 없어도, 우리는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연인 사이다.
(그래도 뭐, ……오늘 정도는)
프로젝트 룸으로 가는 발걸음이 자연히 가벼워지는걸 참을 수 없다. 길게 뻗은 머리카락은 냉방 바람에 나부끼어, 나는 콧노래를 부르면서 복도를 걸었다. 그 사이에도 몇 명의 사람에게 말을 걸린다. 신입에서 높은 직위의 사람, 같은 아이돌에서 현장의 사람, 경영측의 사람들까지 여러모로. 이 10년간 발만큼은 넓어졌다. 많은 사람들이 말을 걸어주는게 기뻐져서, 나는 웃는 얼굴을 지으며 몇 번이나 손을 흔든다.
그리고 겨우, 그리운 방의 앞까지 도착했다. 3번 노크하고, 대답이 없는걸 확인하고 천천히 문을 연다. 아무도 없다. 그리운 사무소는 현 멤버의 기호로 귀엽게 색채되어 있었다. 현미경이 걸려져 있거나, 곰 인형이 놓여있거나, 어째선지 렌치가 떨어져있거나, 제대로 된 티 세트가 갖추어져 있거나. 이 방도 매년, 반짝반짝한 여러가지 개성으로 흘러넘친다. 그 속에 있는 문으로 향해 나는 걸어가 똑똑, 가볍게 노크를 했다.
"…………, 들어오세요"
"응. 들어갈게"
오랜만에 듣는 그의 목소리는 건강해 보여서 안심한다. 나는 살짝 문을 열고 그의 방으로 몸을 미끄러뜨렸다. 등 뒤로 끼익 문이 닫힌다. 끼이, 소리를 내고 세월이 느껴지는 의자를 회전시키고,
"잘 와주셨습니다, 린 씨"
"응. ……왔어"
방금전까지 창밖을 보고 있던 그는, 나를 보고 부드럽게 미소지었다. 10년 전에는 없었던, 상냥하고 평온한 미소였다.
 
 
 
 
    ※
 
 
 
오늘은 나의 27살 생일이었다.
그와 내가 단 둘이서 만날 수 있다고 정해져 있는건, 생일 정도인 것이었다. 발렌타인은 바빠서 날이 앞뒤로도 바쁘고, 크리스마스는 연말연시의 수록 시즌이나 새해 라이브 준비로 그럴 참이 아니다. 하지만 한여름의 생일만큼은, 우리는 반드시 이 방에서 얼굴을 마주보고 있었다.
"언제만……이었지요"
"그러게, 이렇게 정면으로 얼굴을 맞대는건……4개월 만일까"
"그렇게나, 되었나요"
"응. ……쓸쓸했어?"
"읏, 그것, 은"
삭, 하며 귀를 붉히며 그가 고개숙인다. 이런 소년같은 점은 몇 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다. 그게 귀엽네, 라고 생각해서 나는 쿡쿡 웃는다.
"나는 쓸쓸하지 않았어. 만나고 싶지 않다고 하면……거짓말이 되겠지만"
하지만, 믿고 있으니까. 그렇게 말하고 웃는다. 그는 목덜미에 손을 대고,
"린 씨는 여전히 훌륭하십니다"
"그런건 아니야. 프로듀서에게 지켜지기만 하는걸"
"설마요"
쓴웃음을 지으며 말한다. 희미하게 열을 띤 시선이 이쪽을 본다.
"린 씨는 훌륭합니다. 만약 저에게 무슨 일이 있어도, 린씨라면 지금의 실력과 인맥으로, 어떻게든 해버릴것 같습니다"
"그러게. 그럴 자신은 있으려나"
그가 없어도 나는 괜찮다. 내가 없어도, 분명 그도 괜찮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둘이서 있는데 가치가 있다, 라고 나는 생각한다. 한 명이라도 살아갈 수 있지만, 서 있을 수 있지만, 그런 우리가 둘이 되면, 분명 좀 더새로운 세계가 보일게 틀림없다. 어떤 지평도 뛰어넘을 수 있다. 나는 미소짓는다.
"안심해. 만약 해고당할것 같아지면, 전력을 구사해서 저지해줄게"
"하하, ……그렇게 되지 않도록 부탁합니다"
부드럽게 웃는 그. 그도 또한, 이 10년간 변했다. 굉장히 잘 웃게 됐고, 말을 아끼는 일은 없어졌다. 말이 부족한겐 원인으로 아이돌과 마찰을 일으키는 일도, 전혀 없다. 반대로 당혹해하는 아이돌의 등을 자신의 말로 밀어줄 수 있게 됐다. 그걸 내내 옆에서 보고 왔으니까, 알고 있다.
 
"그건 그렇고, 올해도 린씨의 생일이 왔군요"
"……응. 27살이 됐어, 나"
힐끔, 귓가를 만진다. 내내 변하지 않지만 변하고 있는, 반짝이며 빛나는 은색 귀걸이와 목걸이. 오스독스하고 심플한 둥근 디자인. 같은 브랜드의 같은 상품을, 나는 매년 그에게 선물로서 받아왔다. 17살의 생일의, 그 날부터.
매년 같은 선물이라는건 신기하네, 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서툴게 새로운걸 달고 남에게 무슨 일이냐고 들어도, 얼버무리는건 힘들었고, 그럴거면 같은 것을, 하고 그가 생각했다고 하면 그건 고마운 일이었다.
뭔가를 듣기보다 먼저, 귓가에 손을 대고 귀걸이를 뺸다. 달칵한 작은 소리를 내고 책상 위에 그걸 놓는다. 반대쪽도. 그리고 머리카락을 쓸어올려 목걸이를 빼고, 체인을 겹쳐서 또 그 옆에 두었다. 그는 살짜가 손을 뻗어서 귀걸이를 잡는다. 그렇게해서 보물을 보는것처럼 눈을 가늘게 뜨고, 빤히 둥근 귀걸이를 쳐다봤다.
 
분명히 20실 생일때였다고 생각한다.
"그게……린씨, 부탁하고 싶은게, ……있습니다만"
"? 뭔데"
"……읏, 저기, ……그게"
그는 드물게도 망설이며, 몇 번이나 덛므고, 최종적으로는 얼굴을 새빨갛게 만들고. 그렇게 말한 것이다.
"……빼신 악세서리 말입니다만, …………저에게, 주실 수 없습니까"
"엣?"
그는 새빨갛게 귀를 붉힌채 숙이고, 사라질것 같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린 씨는, 이제 부적을 갖고 있습니다. 저도……그걸, …………원합니다"
"…………읏,"
(우와,) 무척이나 귀여운 사람일 것이다. 그때 솟아오른 충동은 잴 수가 없다. 사랑스럽다, 귀엽다, 정말 좋아해, 하고 싶은 말은 산더미만큼 있었지만, 나는 나대로 새빨개져버려서 아무 말도 못 하고.
"…………괘, ……괜찮, 은데"
그렇게 말하고, 스윽, 뺀 악세서리를 내미는 수밖에, 할 수 없었다. 그것이 시작이다.
 
내 주머니에는 아직 푸른 주머니의 부적이 상비되어 있다. 속은 완전히 너덜너덜해진 그의 명함과, 거의 색이 바래진 폴라로이드. 그도 또한 부적으로서 내가 1년 사용한 악세서리를 갖고 있다. 정말로, 서로 똑같다.
"저기……그거, 점점 늘어나는데, 괜찮아?"
문득 신경 쓰여서 나는, 책상 위에 올려둔 악세서리를 가리켰다.
그는 눈을 크게 뜨고,
"괜찮습니다. 수가 늘어나는게……기쁘니까요"
그렇게 상냥하게 웃었다. 그 말이 가슴에 스민다. 그래도 슬슬, 다른 부적이 있어도 좋을 무렵이라고 생각하지만, 나는 몰래 생각한다. 이제 교복이 아닌 나는, 가방 안쪽에 숨겨둔 부적을 손으로 잡고 살짝 심호흡을 한다.
그는 그건 그렇고, 하며 서랍을 뒤졌다. 그걸 보고 처음으로 선물을 받을때를 떠올린다. 그때는 지독한 생일이었다. 이별의 전별로 되었기 때문에 생일을 축하받는건 사양이라고 생각했던 것이었다.
"――저기"
"? 네"
그가 손을 멈추고 고개를 든다. 나는, 지금까지 내내 신경쓰였던걸 말하기로 했다. 책상 위에 구르고 있는 은색을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어째서, 이거였어"
"라고, ……하시면"
"그때. 왜, 아무 차이도 보이지 않는 악세서리를 골라준거야?"
그게, 내내 신경 쓰였다. 매년 같은걸 주는건, 팬에 대한 배령린지, 단순한 관습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첫 번째는? 가장 첫번째의 그때는, 어째서였던걸까. 10년째가 되는 지금, 그걸 알고 싶었다.
그는 허를 찔린것처럼 눈을 끔뻑거리고, 조금 고개숙이고,
"그렇군요"하고 말했다.
갑자기 둘이서 입을 다문다. 매미 소리가 샤샤 울린다. 유리창에 달라붙어서 분명 무지근하게 더울 것이다. 세간은 완전히 한여름이다. 아이돌에게도, 프로듀서에게도, 장기휴가는 없지만. 긴 침묵 끝에 그는 천천히 입을ㅇ 열었다"
"……그때"
"응"
그가, 시선을 책상 구석에 떨어뜨리고 툭 말을 한다. 낮은 목소리였다.
"이제, 두번 다신 당신의 프로듀서를 할 수 없어진다고, 생각했습니다"
"……응"
"솔직히, 업무량도 한계였었고, ……마음도, 무리가 있었습니다"
"…………,"
"마지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럼, 어째서"
"마지막이기 때문입니다"
"?"
그는 똑바로 말했다. 나는 잘 몰라서 고개를 기울인다.
"마지막이니까 하다못해, 당신을 위할 수 있는걸로 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저에겐, 무엇이 당신을 위해서 되는지, 전혀 몰랐습니다"
"그런건……그저 옆에 있어주면, 그걸로 나는,"
"그걸 몰랐던겁니다, 당시의 저는"
괴롭게 미간을 모은다. 그저 옆에 있어주기만 하면, 그것만으로 나는 행복했다. 그것을 몰랐던거라고 그는 말한다. 나도 그렇다. 그를 위해서 될거라고는, 한번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내가 그러고 싶으니까, 옆에 있던것 뿐이다.
"위해줄 수 있는게 떠오르지 않은 저는, 하다못해, 당신에게 해가 되지 않는걸 주고 싶다고 생각한겁니다"
"해가 되지 않는다……그래서, ……이걸?"
"네. 만났던 이래부터 내내 끼고 있었으니까, 불쾌하지 않을거라고"
"그런, 이유로?"
"……그것만은, 아닙니다"
그는 더욱 눈썹을 모으고, 쓰딘 표정으로 말했다.
"싫어하는 디자인이라면, 한 번도 껴주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요"
"……,"
"버려지는것도 각오했지만……하다못해, 한번 정도는……,"
"………………."
"……죄송합니다, 제가 생각해도 너무 쪼잔했군요. 잊어주세요"
"못 잊어"
"네?"
그가 고개를 든다. 그리고 내 얼굴을 보고 놀란 것처럼 눈을 크게 떴다.
"……잊거나 하지, 않아"
"린씨, 어째서, 그게……"
주륵, 뺨을 차가운 감촉이 흘러간다. 그것이 한 줄기 눈물이라는건 진작에 알고 있었다.그래도, 모르는 척을 하고 나는 허리를 쭉 폈다.
무척이나 갸륵한 사람이다, 라고 생각한다. 나를 생각해서, 나를 좋아하는 주제에 나를 위해서라고 생각해서 평생 헤어지려고 생각해서, 하지만 저버리지 못해 선물을 건내려고 하고. 뭘 주면 좋을지 몰라져서, 하다못해 불쾌한 마음이 들지 않아줬으면 싶어서, 버려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도 실은 단 한번이라도 좋으니까 사용해줬으면 좋겠다는, 그런, 그런 마음이 이런 작은 금속에 담겨있었다니, 나는 내내 몰랐었다.
"………………미안,"
"린씨, 왜 그러십니까"
"……미안해, 프로듀서"
그저 습관이라고만 생각해서, 미안해. 그때는, 차이점이 없는 시시한 선물이라고 생각해버려서, 미안해. 매년 선물이 늘어나는걸 무구하게 기뻐하는 너에겐, 정말로, 내가 옆에 있는걸 기뻐해주고 있었구나. 그게 기뻐져서, 참을 수 없다. 한 줄기만 흘렀던 눈물을, 스윽 손목으로 닦는다. 메이크가 지워지는것도 신경쓰지 않았다.
"나……소중히 여길게. 매년매년, 정말로, 소중하게 여길게"
"…………그렇게 해주시면, 기쁩니다"
툭, 소리를 내며 꾸러미가 놓여졌다. 작년과 같은 광경. 작년과 같고, 제작년하고도 같이, 분명 안에는 감색 작은 케이스. 안에는 보물이 들어있는걸 알고 있다.
"그럼……올해도, 낄게"
"네"
천천히 꾸러미를 손에 들었다. 리본을 풀고 상자를 연다.
안에는, (――어라?) 올해는, 감색이 아니었다. 비색의 케이스. 저도 모르게 고개를 든다. 그는, 열어주세요, 라고 눈으로 재촉했다.
살짝 케이스를 꺼내어, 위아래로 연다.
"…………아,"
거기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별같은 보석이 달린, 아름다운 반지.
 
 
"……………, 프로듀서"
"……그게, 으음……린 씨"
그는 고개를 돌린채, 귀를 빨갛게 만들고 있다. 그대로, 툭 말했다.
 
"27살, 축하합니다. 그게, 이후로는, 부적은 됐습니다. …………당신이, 저의 부적입니다. 괜찮다면, 받아주세요"
 
반짝반짝 빛나는 반지. 그의 말.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모를 정도의 바보가 아니다. 나, 나는――.
"…………읏, ……늦어, 프로듀서……!"
고개숙여버린다. 한 줄기로 참았을터인 눈물이, 점차 뚝뚝 떨어진다. 그치만 10년이나 기다린 것이다. 이 날이 오기를 내내, 내내 기다리고 있었다. 만나지 못해도, 얘기하지 못해도, 얼굴도 볼 수 없고 목소리도 못 들어도, 그래도. 언젠가 당신이 나를, 내 인생을 사랑해준다는 날이 온다고. 그렇게 믿고.
10년간 내내.
"린씨, 그게, ……대답은"
"프로듀서 이 바보"
"읏, 그것, 은……그게, 거절이라는 걸, 로…………?"
"왜 그렇게 되는데"
정말이지, 극단적이라니까. 하지만 그건 분명, 나도 마찬가지다.
나는 가방 속을 뒤적뒤적 찾으며, 안에 들어있던걸 슥, 그의 눈 앞에 내밀었다. 눈을 끔뻑거리며 그걸 보는 프로듀서.
"이것은……,"
"새로운 부적. 필요없다고해도 떠넘길거야"
 
내가 부적으로서 준비하고 있던건, 귀걸이도, 목걸이도 아니다. 반지조차 아니다.
――단순한, 기입끝난 결혼 신청서다.
 
"…………읏,"
"………………후훗,"
서로 저도 모르게 얼굴을 쳐다보고, ……울면서 웃어버린다. 되게 바보같은 이야기인 것이다. 10년을 기다렸다. 그도, 나도, 서로 상대방의 태도를 보면서 10년을 기다렸다. 그래서 둘 다 기다리지 못한 결과가, 이거. 약혼 반지와, 결혼 신청서.
"아하하하하!!"
뭐야 이거, 정말. 웃어버린다. 그도, 어깨를 떨며 웃고 있다. 그 눈꼬리에 떠오르는것에 대해서는 마지막 정으로서 언급하지 않기로 해주자. 정말이지, 예능계는 넓다고는 해도, 이런 바보같은 프로포즈를 하는건 분명, 세상에서 나와 당신 둘 정도인ㅇ 것이다.
 
 
"……키스해도 돼? 프로듀서"
"그건, 대답을 받아주신다, 라는걸까요"
"물론. 당신은, 내가 평생 지켜줄게"
"……그건 본래, 제가 할 대사가 아닌가요"
"꿍얼거리지말고 입다물고 받아줘"
"그것도, 본래 저의――읏, !"
"………………, 으응,"
 
 
증말, 조용히해.
당신은 평생 몫을 힘내왔으니까, 이번에는 내가 힘낼게.
일단, 당신의 인생은 내가 프로듀스 해줄테니까, 각오해.
나의, 나만의, 프로듀서.
 
 
"……정말 좋아해, 프로듀서"
"………………저도, 입니다"
"알고 있어"
 
 
여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모든게 다, 이제 막 시작한 참이다.
 
 
 
 
 
~ Fi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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