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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채색의 빛 - 25. 【완결】We are your only star(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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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2-12, 2015 13:08에 작성됨.

힘은 전혀 들어가지 않았다. 단 한 명의 소중한 여자애의손조차, 좀처럼 뿌리칠 수 없다. 그래도 무리하게 몸에 무언가를 넣어, 날뛰려는 마음을 비틀고, 이를 악물고, 겨우 그녀의 손에서 자신의 손을 빼어냈다.
그러는걸 린은 제지하지 않고, 그저 가만히 쳐다보고 있었다.
눈 앞이 흔들거린다. 물 탓이다.

"…………울어도 괜찮은데"

린이 툭 중얼거린다.
그게 가능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고작 그것뿐인 것조차 못하니까, 우리는 이렇게나 괴로운거다.

그저 묵묵히 몸을 움직여서 서류를 린의 가슴팍에 민다.
린은 조용히 그걸 받고서,

"옆에 있을거야"

그것만 말하고 방을 뒤로했다.
끼익, 소리가 났다. 그것이 무언가 실을 끊었다. 질질 바닥에 주저앉는다. 머리를 감싼다. 울어버리고 싶었는데, 그럴 수 없었다. 어쩌면 좋을까. 아니, 어떡해야할지는 이미, 정해져 있다. 그런데 어째서, 이제와서.

(이젠, ……지쳤다)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아무것도.

 

          ※

 

신체제 프로젝트는 아직 시동하지 않았다.
프로젝트 리더가 좀처럼 정해지지 않았던 것이다. 타케우치가 추천한 인물들은 각기 장점과 단점이 있고, 다들 하나같이 젊었다. 346의 사운을 건 일대 프로젝트에 발탁하는데 신중한 선별이 행해진다. 그것이 좀처럼, 진전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도 기한이라는것은 있으므로, 리더 부재인채로 천천히 린의 일은 프로젝트 프린세스 블루로 이행해갔다. 타케우치의 일은 점점 줄어들어갔다. 여름은 이제, 끝으로 가까워져갔다.

그렇게해서, 마침내 그 날이 왔다.
린과 하는, 마지막 행사일.

이동하는 차 안에서 린은 밝았다. 이쪽을 곧게 쳐다보며, 자주 말하고 자주 웃었다.
그건 프로젝트 이행이 결정됐을때부터 내내 그렇다. 타케우치에게 대하는 태도를 전혀 바꾸지는 않고, 아니, 오히려 전보다 훨씬 밝아진건 아닐까 할 정도로 린의 타케우치에 대한 태도는 양호했다. 호되게 버린듯한, 거나 마찬가진데.

정말로 린은 계속 자신의 옆에 있을 생각인걸까.
그 이래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날은 없었다. 하지만 몇 번이나 지우고, 린이 그럴 생각이어도, 자신은 절대로 그녀를 거부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고쳐 생각했다. 말로는 하지 않았지만 태도나 대화에서 선을 그어왓을 생각이었다. 그녀는 거기에 전혀 동요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이날까지 계속 밝게 접해왔다.

"아, 프로듀서, 바다가 보여"
"그렇……군요"

프로듀서라고 불리는것도 오늘로 마지막이다.
내일부터 그녀는 누군가, 아직 정해지지도 않은 리더인 누군가를, 프로듀서라고 부르게 될 것이다. 진보는 늦었다. 그래도 이마니시 부장님의 수완인지 프로젝트는 어떻게든 돌아가서, 남은건 정말로 프로젝트 리더를 정하는것만이 남았다.

마지막 일은, 무슨 인과인지 그라비아 촬영 일이었다.
그 사건이 있던 이래로 린에게는 한 번도 그라이바 일을 들인적은 없었다.
그것이 신 체제로 이행 문제로 우연히 엇갈려서 들어가버렸다. 나중에 거절하려고 했지만 린 본인이 괜찮아, 나 할거니까, 라며 너무나도 가볍게 말하니까, 일은 결국 넘어가는 일 없이 오늘에 이른다.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돌아가자)
그렇게 결심하고 차를 움직인다. 설령 오늘이 마지막이어도, 할 수 있는한 오랫동안 옆에 있고 싶다고 생각해도, 그녀를 위해서라면 당장 집까지 바래다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실제 촬영은 놀랄정도로 순조롭게 진행됐다.
그렇게나 버거워했던 그라비아 특유의 포즈나 수영복도, 지금의 린에게 있어선 별것 아니었던 모양이다. 린은 빛나는 듯한 미소로 수영복을 입고, 때로는 근심을 띤 표정으로, 때로는 대담한 시선으로, 아무 망설임도 없이 파인더에 찍혔다.
그렇게해서 촬영은 무사히 종료했다.

"……끝났네"
"네"

저녁. 이제 남은건 옷을 갈아입고 물러나는것 뿐이다, 라는때가 되어, 린은 둘이서 산책하고 싶다고 말을 했다.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스태프도 알고 있어서 그럼, 하고 우리를 남기고 다들 물러가줬다. 남은 일도 막힌게 없고, 굳이 말하자면 자주연습이 조금 있는 정도라서 시간으로는 얼마든지 여유가 있었다.

사박사박 소리를 내면서 맨발의 린이 물가를 걷는다.
수트인 자신은 낮과 비교하면 나아진 정도의 더위를 참으면서 상의도 벗지 않고 린보다 조금 떨어진 곳을 걸었다. 린은 아직 수영복 차림이다.

"햇살이 눈부시네……반짝거려"

석양을 받고, 눈 위를 손으로 가리는 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눈부시다고 생각한다.
첨벙, 물 소리를 내며 한 걸음, 린은 물가 쪽으로 걸어간다. 점점 오렌지 새긍로 물들어가는 경색 속에서 그래도 더욱 푸르름을 가진 바다를 쳐다보며,
"바다도, 푸르네……굉장히 맑아……"
툭 중얼거렸다. 그 목소리가 생각했던것보다도 쓸쓸해서 조금 놀란다.
하지만 그걸 지우듯이 바로 밝은 목소리로 그녀는 말했다.

"프로듀서도 수영복을 입지 그래? 봐, TPO잖아"
"……저는, 갖고 다니는게 없으니까요"

또 선을 긋는다. 할 수 있는한 또렷하게, 조금 차갑게.
린은 전혀 동요한 모습을 보이지 않고 흐응-, 하고만 말하고 묘하게 밝게 웃었다. 그대로, 물소리를 내면서 점점 안으로 뛰어간다.

"린 씨, 너무 깊은곳은……,"
"여기, 얕대. 괜찮아! 봐"
"……, "

무릎 아래까지 물에 잠긴 린이 훨씬 멀리 있는 힘껏 손을 흔든다. 반짝반짝 빛나는 햇살에 잠기어 눈이 아프다. 얕게 끄덕이고 린이 하고 싶은대로 하게 했다. 저기, 하며 크게 불려진다.

"저기, 나 잡아봐라, 프로듀서. 그런거 좋아하지? 후훗"
"……딱히, 좋아하진 않습니다"
"자, "
"…………."

쿡쿡 웃는 목소리. 정말로, 린은 내내 밝은 상태였다.
오늘로 정말로 마지막인데도 불구하고, 자신이 그녀의 손을뿌리친 그날부터, 린은 내내 미소를 끊임없이 지으며 타케우치의 옆에 있다. 무언가를 바라는것도 없이, 그저 옆에서.

(그만둬주세요……, 린 씨)
당신이 너무나도 밝으면, 결의가 흔들릴것 같으니까.
옆에 있어도 좋은지 생각해버리니까.
그녀에게 해를 입히지 않고 있을 수 있다고 오해하니깍.
그렇게 눈을 피하고 모래사장을 쳐다보고 있으니, 갑자기.

"……됐어"

마치 호응하듯이 목소리가 내려왔다.
고개를 든다. 시선이 얽힌다. 표정을 잃은 린은 이쪽을 빤히 쳐다본다.
내밀어진 손이 천천히 올라간다. 이쪽을 부르듯이.

"파도를, 넘어올래?"

그렇게 말하고 린은 조용히, 파도가 없는 호수같은 얼굴로 상냥하게 미소지었다.
(아, )
저도 모르게, 걸어가려고 한다. 파도소리. 그걸로 제정신을 차리고 두 걸음 물러섰다.
뭘 하려고, 했던걸까. 자신은.

어떠한 일도 이제와서다. 자신은 그녀에게서 떨어지겠다고 결심한 것이다.
그것이 누구에게 있어서도 올바른 길이었다. 그래야한다고 알고 있었다.
옆으로 가서는 안 된다. 아무리, 좋아해도.

이제 이런 식으로 고민하는데 지친것이다.
그녀를 놓으면, 편해질 수 있냐고 말하면 그런건 아닐 것이다.
지금까지 이상으로 괴로운 일도 있겠지. 하지만. 이미 괴로웠다.
좋아한다는게, 그리고, 옆에 있어버린다는게.

그때, 첨벙, 물소리가 나고.
문득 눈 앞이 그림자졌다.
정신을 차리니 린은 자신의 바로 앞에 서 있었다. 그렇게나 물가에 있었는데, 어느틈에. 물에 젖은 머리카락이 뺨에 달라붙어있다.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쿡 웃는 미소.

"와버렸어"
"……, "

아아, 이 사람은.
아무리 자신이 두문불출을 해도, 거부해도, 끝을 내고 상처입혀서 버리려고 해도, 이렇게 몇 번이나 정신을 차리면 자력으로 올라와서 옆에 다가온다.
어째서.이제, 그만두고 싶은데.

"잡았다"

문답무용으로 팔을 잡힌다.
뿌리칠까 생각했지만 그대로 있더니, 심술궂게 웃은 린은 꼬옥 세게 타케우치의 팔을 움켜쥐었다고 생각하니.

"우, 읏……와!?"
"에잇!!"

휙, 하고 체중을 실어서 회전시켜서, 원심력으로 이쪽의 몸을 돌린, 그 기세로. 바다 쪽으로 타케우치를 때려박았다.
첨벙!! 하는 큰 소리.
그리고나서 보글보글 모든것이 멀어진다. 물이 목에 들어오려는걸 어떻게든 참고, 질식하기 전에 상체를 일으켰다. 첨벙, 소리를 내며 머리카락에서 뚝뚝 바닷물이 떨어진다. 수트가 물을 머금고 있는 무거운 감촉, 구두 속에는 지금도 용서없이 바닷물이 점점 들어온다. 이 옷은 더는 틀렸꾼, 하며 머리속으로 어딘가 냉정하게 생각한다.
그 정도로 뜬금없는 일이었다. 물을 끊듯이 머리를 흔든다.

"푸하, 린 씨, 뭐를……!"
"에잇"
또 첨벙, 하며 물을 얼굴에 낑넞어졌다.
"린 씨!!"
"자,"

슥하고 눈 앞에 손이 내밀어졌다. 올려다본다.
역광 속에서 손을 내밀고 머리카락을 쓸어올린 그녀의 뒤에는 금색의 빛이 빛나고 있다.
린은 한 순간만 진지한 눈동자를 하고, 그걸 바로 지우고는 마치 아무것도 아닌듯한 얼굴을 하고 노래 부르듯이 말했다.
"뭐였더라. 으음-"


"조금이라도……네가 말야,
 뭔가……대답이나, 무언가를, 찾고 있다면.
 …………한 걸음, 걸어보지 않을래?"


낯이 있는 말이었다.
그렇다, 이건, 언젠가 자신이 그녀에게 말했던 그 말.
조금이라도 당신이, 무언가에 폭 빠질 수 있는것을 찾고 있다면, 하고.
그렇게해서 나는 그녀의 손을 잡고 이 세계로 부른 것이다.

굉장히 먼 옛날처럼 생각이 들었다.
그때는 이런식으로 된다고는 생각도 못해봤다.
이런 일이, 되어서는 안 됐던 것이다. 만남조차도 죄라고 생각할 정도인데.
뻗어진 손에서, 눈을 피한다. 작게 내뱉으려고 한다.

"농담이 심합니다, 린 ㅆ――"
"들어"
"읏, "

갑자기, 확, 목소리 톤이 떨어졌다.
저도 모르게 린을 올려다본다. 꼴사납게 옷을 입은채로 물에 잠긴 나와 비교하면, 수영복으로 이쪽으로 손을 내밀고 있는 그녀는 최고의 경색을 뒷짐지고 반짝반짝 빛나고 있어서, 너무나도 동떨어진 존재로 느껴졌다.

오랜만에 보는, 미소가 아닌 린.
예시를 들 수가 없는 한 편으로 진솔한 표정.
벚꽃색 입술이 벌어진다. 귀를 기울여버린다.


"나는, 너를 믿고 있어"

 

――계속, 옆에 있을거야.
그렇게, 그녀는 말했다. 미소같은게 아닌, 정말로 진지한, 일절 거짓하나 없는 표정으로.
무슨 일이 있어도, 하고 그때도 그녀는 말했다.
설령 오늘로 프로듀스가 끝나도, 린이 아이돌을 그만둘 때가 와도, 타케우치가 퇴사하는 날이 와도, ……계속?(그런, )

 

"그러니까, 네가 하고 싶은대로, 해보지 그래?"


등을 가볍게 미는것 같은 어조로 말하고 린은 방긋 웃었다. ……아름다웠다.
저도 모르게 내밀어진 손을 보고 만다. 무의식중에 오른손이 올라가려는걸, 어거지로 누르고 생각한다. 머리속이 빙글빙글 돈다.

이 사람의 손을 잡고 싶다. 잡고 싶지 않다.
강렬한 폭풍과, 선렬한 욕구가 가슴 속에서 폭풍을 일으킨다.

하고 싶은대로 하면 된다.
그런 말을 들어버리면, 모든게 다 헛되고 만다.
그녀의 인생은. 나의 각오는. 지금까지 쌓아온, 모든것들은.

하지만.
몸이 차갑다. 뚝, 뚝, 물이 떨어지는 소리가 난다.
이 무슨 꼴인가 생각한다. 이렇게나 꼴사나워져서, 이제와서 뭘 고치면 되나. 몸도 마음도 누덕더기가 되어서, 그녀의 앞에 비출만큼 모든 추태를 비추었다. 온갖 모든 추한 짓도 했고, 부적절한 거리까지 좁힌적도 있었다. 키스도 했다. 연기하는 말이라면, 몇 번이나 정말 좋아한다고 말했다. 이제와서, 뭐를.

칭칭 얽매여있던 사슬이 벗겨져간다.
어떡하지 않으면 안 되는지, 어떡하면 린을 위한게 되는건지, 내내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떡하고 싶냐고 들으면, ……대답은, 하나밖에 찾을 수 없었다.

(……………나는, ……당신, 을)

빨려들어가듯이 오른손이 올라간다.
스스로도 제어불가능한 충동이었다. 떨면서, 반쯤 무의식으로 손을 뻗어서.
완전히 차가운 손끝이 린의 가늘고 흰 손가락의 끝에, 살짝 닿았다.

"……응!"

팟, 하고 미소를 보인 린은 그대로 타케우치의 손을 꽉 잡고 세게 잡아당겼다. 저도 모르게 비틀거리듯이 일어선다. 마주본다.
수트 소매에선 뚝뚝 바닷물이 떨어졌다. 시선은 앞머리에서 흘러 떨어지는 바닷물로 방해가 되고 있다.
옷이 몸에 찰싹 달라붙는 감촉. 하지만. 눈 앞에는 린.

린의 뒤에는 극상의 그라데이션이 펼쳐지고 있었다.
불타는듯한 오렌지, 그리고 옅은 보라색을 지나 엷은 파랑색으로, 그리고 짙은 밤의 색으로. 힐끔 빛나는 일등별. 그 앞에서 웃는 얼굴의 린. 그만큼 계속 보고 싶어서 견디지 못해, 쫓고 쫓아서, 이 세계까지 끌고와서, 겨우 볼 수 있었던 미소. 조용한 목소리가 말한다.

"새로운 세상, 보였지?"

그것이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아무 망설임도 없이 올곧게 달리고 있는 그녀의, 진심에서 나온 미소는 아름다웠다. 최고급의 배경을 등지어도 색이 바라는 일 없는 미소. 내내, 원했던것.
그것이 여기에 있다.

"………………, 네"

저도 모르게 입에서 새어나왔다.
그 말을 듣고 린은 미소를 짙게 짓고, 살짝 양손으로 타케우치의 손을 움켜쥐었다.

믿고 있다. 옆에 있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당신의 곁에서, 당신을.

그렇게, 전해졌다.
그것이 너무나도 순수하고 아름다워서, 마음이 떨렸다.

하고 싶은걸 하면 된다고 린은 말한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너를 믿는다고.
그렇다면 나는, ……당신의 옆에 있고 싶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내내.

 

그날 밤에.
프로젝트 프린세스 블루의 프로젝트 리더가 결정됐다.
 
이름은, ――타케우치 슌스케.
 
 
 
          ※
 
 
 
새 프로젝트의 리더를 이어받은 이래, 바쁜건 늘어났다.
내내 공석이었던 리더자리로 전화를 걸었을때 이마니시 부장은 "언젠간 그렇게 올거라고 생각했어" 라며 전화너머로 웃었다. 그러니까 다른 멤버와 얘기를 해서 자리를 비워둔채 계속 기다렸다고. 그걸 듣고 이 사람에겐 대적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몇 년을 지나도, 나는 이 사람처럼은 못 되겠지.
 
이제 곧 프린세스 블루의 피로 라이브다.
스케줄은 가득 채워져 있고, 관계자 각소로 인쇄가 몇 가지 있어서, 돌아가지 못하는 날도 이어졌다. 그래도 린이 곁에 있다면, 아무리 바빠져도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린은.
계속 타케우치의 옆에 있었다.
물론, 일은 들어왔고, 레귤러도 늘었다. 라디오도 드라마도 산더미만큼 있다. 나도 다른 유닛의 일이 있다. 항상 함께 있는건 아니다.
하지만 옆에 있는거라고 느꼈다.
떨어져 있을때도, 린의 존재를 느끼고 있었다. 어떠한 때도 웃는 얼굴로, 가끔 삐친 표정이나 진지한 얼굴을 보이거나, 그래도 역시 마지막에는 웃는 얼굴을 지어서 프로듀서, 하고 밝게 이쪽을 부르는 린의 모습. 그 모습만 있다면.
지금이 되어서, 린이 명찰을 부적으로 삼고 있던 마음을 겨우 알것 같았다.
단 하나의 매개만 있으면 사람은 어떠한 때도 강하게 있을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해서 라이브 당일.
회장도 뒤쪽도 기분 좋은 긴장감으로 가득차서, 이게 린의 새로운 시작이라고 굳게 생각이 든다.
오늘은 신데렐라 프로젝트 멤버도 아리나 석에서 보고 있을 것이었다. 모두에게는 가장 앞에서 봐줬으면 싶다는 린의 희망으로 티켓 수배를 한건 타케우치였다. 푸른 사이리움을 한 명당 네 개씩 들자며 멤버가 상담했던걸 알고 있다. 그리고나서 선물 준비도.
 
눈에 띈 문제도 없이 모든 일은 순조롭게 진행되어간다.
린으로 말하자면, 유연함과 발성을 진작에 끝내고 메이크와 의상을 입고 밑석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 무대는 규모가 크다. 등장은 옆에서가 아니라, 아래쪽에서 올라오는 형태가 된다. 우선 프로젝트 프린세스 블루의 로고가 스크린에 표시되고, 인트로가 시작되고 그리고 린이 나타난다는 수순이다.
 
그 린의 옆에 타케우치는 붙어 있었다.
마지막 조정으로 스태프들은 여기저기를 오가고 있다. 가끔 지시를 날리는 것은 있어도, 프로젝트는 거의 모두가 분업제가 되어 있기 때문에 이전 라이브보다 자신이 할 일은 적었다.
 
새까만 밑바닥에서 자신의 펜라이트의 빛 하나로 린은 선다.
그래도 그녀는 정말로 아름다워서, 마치 스포트 라이트에 비쳐지는것 같다.
이제 몇 분 후면 모든게 시작된다. 긴장에서인지, 린은 가슴에 손을 대고 심호흡을 했다.
그러자 빙그르 이쪽을 돌아본다. 희미한 미소.
 
"프로듀서"
"네, 린 씨"
"이제 곧, …시작되네"
"그렇군요"
"저기 말야. 좋은거, 가르쳐줄게"
그렇게 말하고 린은 조금만 미소를 짙게 지으며,
 
"전에, 어두운 곳이나 좁은 곳이 안 된다고 했잖아. ……그거, 거짓말이야"
 
어두운 곳에서도 비치는 아름다운 미소로 그렇게 말했다.
그건 린 나름대로의 있는 힘껏한 고백처럼 생각이 들었다. 대답한다.
 
"……알고 있었습니다"
"흐응-"
 
그런가. ……그렇구나.
그렇게 린은 말하고 즐거운듯이 쿡쿡 웃는다.
 
"자아, 달려야지. 오늘은 멈추지 마"
"그런짓은 안 됩니다. 오늘은, ……등을 밀겁니다"
"응. 그렇게 해줘"
 
펜 라이트를 끊고, 뒤로 물러난다. 린 혼자만이 남겨진다.
위가 열리고 무대에서 빛이 새어들어온다. 관객의 환성. 카운트 다운 소리. 그걸 이렇게 가까이서 들을 수 있는 나는 행복하다. 푸른 빛. 인트로 소리.
린이 고개를 드는 모습이 뒤에서도 보였다.
 
스테이지가 시작된다.
 
아래에서도 알 수 있는, 깨질듯한 박수 소리와 환성 소리가 들려온다.
그리고 린의 노래소리도.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 강하고 강한 목소리가.
 
(……정말로, 포기하지 않았군요)
린은. 아무리 거부해도 선을 그어도 밀쳐내도, 결코 포기하지 않고, 나는 네 옆에 있을거야, 라고만 불러왔다. 틀어박힌 자신의 탑을 어거지로 기어올라서, 왕자님인것처럼 손을 잡아당겨왔다. 그렇데 되어 처음으로, 그녀의 옆에 있고 싶다, 라는 욕구 하나가 된 것이다, 라고 지금은 생각한다. 그 미소 덕분에.
 
"죄송합니다!"
"아아, 네"
"이쪽 말입니다만……"
 
지금도, 앞으로도, 일을 하자. 린을 위해서, 뒤에서 그녀를 받쳐주자.
그렇게해서 옆에 있는것이, 그녀에게 응답해주는게 되겠지. 설령 불모해도, 아무리 앞이 없어도, 차라리 메말라버리는 편이 좋은 사랑이었다고 해도. 그래도, 옆에 있고 싶으니까.
 
피로 라이브는 대성황으로 종료했다.
앙코르는 세 곡, 전 2시간 27분. 다소의 시간 루스는 있었지만 거의 문제다운 문제도 없고, 스태프 전원이서 린을 받치며 무사히 라스트를 맞이할 수 있었다.
 
메이크가 지운 린은 지금 신데렐라 프로젝트 멤버와 회장 구석에서 사소한 뒤퓔이를 하고 있다.
이쪽으로 말하자면 마지막 일이 산더미만큼 남아있었다. 철수나 선물이나 편지 배분, 회장 쓰레기 줍기, 기타등등.
전체에 지시를 내리면서 각 부서를 돌고 있으니,
 
"죄송합니다"
"무슨 일 있습니까"
"……좀, "
 
좌우를 신경쓰면서 소근소근 불려졌다. 무슨 일인가 싶어서 따라간다.
불린 곳에는 라이브 종료후에 모은 선물류를 분류하고 있는 곳이었다. 거기서 스태프 여성이 얼굴을 창백하게 만들며 울고 있다.
……그것만으로 대충의 사정은 파악해버렸다.
 
"괜찮습니까"
"아, 네……………, 네, "
"무리는 하지 마세요"
"……, 읏, 괜찮습, 니다"
 
오열을 참으면서도 다부지게 말한 스태프였지만, 주위 참상을 보건데 상당히 심해졌다. 그녀의 눈 앞에는 소위 놀래키기 상자 종류가 스프링을 흔들면서 세워져있다. 그 끝에서 공에 해당되는 부분에는 몰래 찍었다고 추정되는 린의 사진이 붙여져 있었다. 그것들이 구깃구깃 찢어져있다.
 
……그것만일아면, 아직 나았다.
하지만 주위에는 아무래도 짠내나는 역겨운 냄새가 나는 액체가 흩어져있다. 열어본 순간 폭발한거에요, 라며 옆에서 보고 있던 다른 스태프. 자세하게 얘기를 들으니 선물 상자에 손을 대고 열려고 한 순간 파앙, 파열음이 나곡, 액체를 날리면서 무언가가 파열했다, 라는 모양이었다.(공들인 짓을, )
그걸 정통으로 맞은 여성 스태프는 수건으로 몸을 벅벅 닥고 저, 옷갈아입고 올게요, 라며 아직 울면서 나갔다. 주저앉아서 액체의 상태를 본다. 탁하지는 않고, 미끈거리고 있다. 그리고 이 독특한 냄새. (……오줌인가)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저급한 짓을 한다. 분노가 치밀어오르는건 감출 수 없었다.
 
"청소하겠습니다. 도구를"
"준비해올게요. 사진, 찍지 않아도 괜찮나요?"
"그렇……군요, "
 
슬슬 이것도 경찰에 갖고 가야하겠지.
린의 사진은 어디에서 찍었는지 모를 사적인 장면이었다. 몰카하고 있다, 라는건 상대는 린의 행동을 파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싹했다.
 
"몇 장을 찍어서 경찰에 상담하겠습니다"
"알겠어요. 이거, 카메라에요"
"감사합니다"
 
그때까지도 몇 번인가 경찰에 상담은 했었다.
하지만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아이돌 한 명을 위해 많은 동원을 움직일 수도 없어서 주변 경비는 강화하겠습니다, 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와주세요, 라고만 들을 뿐이라, 현장에는 경비회사의 인간을 많이 고용하는 정도밖에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몇 번인가 각도를 바꾸어 사진을 찍는다.
이런걸 찍고 싶지 않았다. 구토가 나온다.
하지만 이렇게 우리가 오줌을 끼얹지 않으면 상처를 입는건 린이다.
이전에 있었던 악수회를 떠올린다. 그때와 같은 일은, 절대로 있어선 안 된다.
 
사진을 다 찍고 경찰에 전화를 걸어, 방문 일정을 조정한다.
그것들이 끝나 품에 휴대폰을 집어넣고 한숨을 쉬고 있으니 아, 하며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프로듀서"
"린 씨,"
 
아무것도 아닌 얼굴을 해야한다.
그녀에겐, 이러한걸 알리지 않는다는게 전체의 방침이었다. 린의 멘탈에 관여되는 일이다. 그녀는 항상 최고의 퍼포먼스를 발휘해주지 않으면 곤란하다, 라는게 상층부의 의사이기도 했다. 평소대로의 얼굴을 한다.
 
"무슨 일 있으십니까?"
"으응, 아무것도 아니야. 그저, 프로듀서는 어쩌고 있나 생각해서"

모두 와 있는데 얼굴도 보이지 않고, 하며 린은 조금 삐친듯한 얼굴을 만들었다.
이렇게 보면 그 무대에서의 존재감은 거짓말같은 단순한 17살이었다. 쓴웃음을 짓는다.
 
"죄송합니다. 뒷정리가 조금 남아있어서"
"……그렇지. 프로듀서, 바쁘니까. 고집부려서 미안해"
"아니요. 상관없습니다"
"고집을 듣는것도, 일으니까?"
"……, "
 
그 바다를 간날 이후, 가끔 린은 확신을 갖는듯한 말을 한다.
거기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는 자신이 있다는걸 알았다. 확실한 약속을, 나는 그녀에게 아무것도 해주지 못한다. 그런건 물론, 그녀가 나를 좋아하고 있다, 라는것조차, 모르는 척을 아직, 어딘가에서 계속 하고 있었다.
망설임이 목에 손을 댄다. 그렇게해서 조금만 눈을 피하고,
 
"……아닙니다"
 
작지만 또렷하게 말했다.
그녀가 하는 말을 이루어주고 싶은건, 일이기 때문인건만은 아니다. 그녀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걸 노골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부정은 할 수없다.
타케우치의 말에 린은 기쁜듯이 생긋 웃고,
"그런가. 흐응-……그래,"
되씹듯이 말하고, 몸을 젖혔다.
 
"그럼 나 모두가 있는 곳으로 돌아갈게. 열심히 해. 나한테도 할 수 있는 일이 생기면, 말해"
"알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응. 그럼"
 
손을 흔들고 가는 린. 뒷모습이 멀어진다.
그녀의 옆에 있고 싶다. 이 사람을 지키고 싶다. 그 마음이 한층 강해진다.
그걸 위해, 할 수 있는걸 전부 해야한다. 저급한 스토커를 생각하면, 머리가 아파지는 마음이었다. 그래도. 해야하는 일을.
 
 
 
          ※
 
 
 
계절은 흘러, 여름은 끝나고 가을이 됐다.
린은 기쁨으로 흘러넘치는 예능활동을 계속하여 국민적인 아이돌로서 인기를 확실한걸로 만들고 있다. 타케우치로 말하자면 그걸 그늘에서 받쳐주는 나날을 계속하고 있다.
힘들지 않을리는 없다. 바쁜건 터무니 없을 정도였고, 집에 돌아가지 못하는 날이 지금은 많을 정도였다. 회사 안에서 수면을 위한 공간을 준비하여, 갈아입을 옷을 상비하게 됐다.
그래도. 린이 옆에 있어주니까, 옆에서 자신을 받쳐주니까, 두 사람은 이렇게, 달려가고 있었다.
 
하지만 악질인 팬(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 어떤지도 의심스런 스토커)의 괴롭힘은 점점 공이 들어가고, 빈도도 늘어갔다. 대처에 쫓기는 나날로, 전용 스태프 팀이 결성될 정도가 됐다. 경찰에게 상담은 했지만, 린의 집 주위를 순찰해주는 정도라서 여기저기 이동을 거듭하는 린을 항상 따라갈 수는 없었다.
 
린은 아무것도 모른다.
아무것도 모른채, 이쪽을 신뢰하고, 모든걸 맡겨주고 있었다.
어느때부터 편지에 대답을 쓰지 않게 됐다. 너무 많은 양에 린의 손이 더는, 처리할 수 없게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악수회 일정도 하루로는 수습이 안 되어서 최저 3일은 잡게 되었다. 린의 인기는 멈출 줄을 모른다.
 
신데렐라 걸, 이라고 그녀는 불리고 있었다.
스카웃 되어 혜성처럼 예능계에 나타나, 순식간에 계단을 뛰어올라가서 스타 덤의 정점에서 빛났다. 순식간의 일이었다.
매일 텔레비전이나 라디오에서 그녀의 노래가 흐르고 패션지에선 사적인 린의 옷이 실리고, 그 옷이 순식간에 매진된다는 현상까지 일어나고 있었다.
 
항상 린은 말한다. 나는 특별한게 아니야.
그저 자신이 폭 빠질 수 있는게 여기에 있었으니까, 그걸로 달려온것 뿐이라고.
그걸 준 사람들에게, 등을 밀어준 사람들에게 감사하고 있다고.
 
린의 신뢰에 응답하고 싶다.
그녀를 지키고, 이끌고, 때로는 등을 밀고, 때로는 브레이크가 되어, 언제까지고 함께 달려가고 싶었다.
내내 옆에 있고 싶었다. 그러니까, 어떠한 일에라도 견딜 수 있었다. 바쁜것도 피리ㅗ도, 끝없이 이어지는 괴롭힘의 다람쥐 챗바퀴도.
 
그 날은 성우 양성소의 마지막 레슨이었다.
처음으로 받은 라디오 드라마는 최종회 수록이 가까워져서, 그녀는 성우로서도 한 걸음, 어엿하게 성장해갔다. 극장판 애니메이션의 게스트로 불리는 일도 늘었다. 그리고나서, 다큐멘터리의 나레이션도. 뭐든지 하는것이, 아이돌의 일이다.
 
드물게도 그녀를 따라갈 수 있는 시간이었다.
마지막이라는걸로 양성소 쪽에 인사도 해야한다고해서 린을 차로 바래다주고 레슨 모습을 지켜봤다.
들은적이 없는듯한 목소리로 놀라거나 웃거나 화내는 린을 보고 정말로 훌륭해졌다고 감개가 가슴을 채운다. 이제 자신의 손을 떠나도, 분명 그녀는 괜찮을테지. 그래도, 옆에 있겠다고 결심한 것이다. 둘이서.
 
인사를 끝내고 컨디션은 어땠는지 등을 얘기하면서 둘이서 걷는다.
오랜만에 평온한 시간이었다. 다음 일은 가득했지만, 그래도 둘이서 걸으며, 둘이서 차에 타고, 그렇게 있을 수 있는게 기쁘다고 생각한다. 나무들의 잎사귀는 이미 가을 색을 하고 있고, 떨어지는것도 시간 문제라고 생각했다. 물든 붉은색이 아름답다.
 
"……예쁘네, 잎이 벌써, 이렇게나 물들다니"
"저도 지금, 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구나. 우연이네"
"네"
 
기쁜듯이 린이 웃는다. 거기에 응답해서 웃어보인다.
옛날부터 미소는 특기가 아니었다. 얼굴이 무서운건 알고 있었고, 어떤 식으로 웃어봐도, 역시 무서워하거나, 꺼려져왔다. 그러다가 어른이 되어, 웃는걸 그만뒀다. 그래도 미소라는것에 내내 동경을 하고 있어서, 그 힘을 믿고 싶어서 신데렐라 프로젝트를 임명되었을 때는 미소로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자고 생각한 것이다.
 
옥외 주차장에서 차를 어디에 주차했더라, 하며 잠깐 헤멘다.
열쇠를 주머니에서 꺼내려고 한 순간,
 
"읏, 꺄앗!!!"
 
짧은 비명이 들려왔다. 린.
팟, 하고 뒤돌아본다. 열쇠가 지면에 떨어진다.
 
거기에는, 마스크로 얼굴을 감춘 남자에게 끌려가는 린이 보였다.
"뭣……읏,"
입을 막고, 손을 잡혀, 어딘지 모를 차로 질질 끌려가는 린. 그걸 본 순간 냉수를 뒤집어 쓴듯이 등이 오싹해졌다.
 
반사적으로 뛴다. 달라붙어서 린을 벗겨내려고 한다.
하지만 그 녀석의 힘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강해서, 힘싸움이 된다.
 
"린짱……린, 짱……!!!"
"읏, 큭"
 
어디에서 들은 적이 있는 목소릴였다. 하지만 그런걸 생각할 겨를은 없다.
힘으로 린을 벗겨내고 끌어안는다. 남은 다리로 남자를 차 날린다.
쿵, 하고 지면을 구른 남자를 보지 않고 린을 안은채로,
 
"갑시다!"
"읏, 아, 프로듀서!!"
 
린의 비명에 가까운 목소리. 뒤돌아본다.
남자는 비틀비틀 일어나서 품에서 뭔가 번쩍거리는걸 꺼냈다.
힉, 하고 린이 목구멍으로 목소리를 죽인다. 날붙이다.
 
"린짱은, ……시부야, 린짱,"
"린 씨! 가주세요! 도망쳐요!!"
"하, 하지만, ……읏"
"어서!!!"
 
있는 힘껏 소리를 질렀다.
생각할 수 있는한의 최악의 사태였다. 남자가 린 쪽으로 달린다.
그 사이로 파고들어서 움켜쥔다. 달려든다.
엄청난 힘으로 저항당한다. 그래도, 놓칠 수는 없다.
 
"린짱, 린짱, ……짱,"
"젠장,"
 
힘에는 자신이 있는 편이었다. 하지만, 이런 장면에선 아무런 도움도 안 된다.
하다못해 무술의 심득이라도 있으면 좋았다고 생각하면서 필사적으로 달라붙는다.
린을 확인하지도 못했다.
뒤척이며 그래도 놓치 않고, 어떻게든 다리를 후려찬다. 남자가 넘어진다.
그 위에 올라타서 팔을 억압하려고 한다. 날뛴다.
 
"지금, 경찰 부를게!!"
 
린이 소리지르는 목소리.
거기에 남자는 심하게 반응하고, 영문 모를 소리를 지르고.
팔을 들어올렸다고 생각하니,
 
――지져지는듯한 통증이 왔다.
 
"시……싫어엇!!"
린의 목소리가 멀다. 왼쪽 어깨가 욱신욱신 맥동하고 있다. 두근, 두근, 소리가 들려오는 모양이다. 저리는 그걸 참고, 어깨에 박힌 날붙이를 남자의 손채로 잡는다.
 
"읏, ……!"
 
그렇게해서 날붙이를 먼곳으로, 가능한 먼 곳으로 던졌다. 함께 핏방울이 날았다.
하아, 하아, 숨이 거칠다. 현기증이 난다. 어질어질 시야가 흔들린다. 그래도.
날붙이를 잃은 남자는 갑자기 힘을 잃고, 추욱 체념한것처럼 탈력했다.
그대로 올라타서 팔을 무릎으로 제압한다. 이제 두번 다신 이런 짓을 못하도록.
 
"……, 너, 는"
"린짱……린짱은, ……내가 발견했어…, 내가, 훨씬 전부터……"
 
헛소리처럼 중얼거리는 남자의 마스크를 벗겨냈다.
그 얼굴은 알고 있다. 언젠가 린에게 외설스런 행위를 하려고 한, 전직 카메라 맨이었다.
 
린이 달려오려는걸 "오지 말아주세요!" 하고 짧게 제지한다.
움찔, 하고 경직하는듯이 린은 멈춰서고,
"그 녀석의 목소리, ……알고 있어"라고 말했다.
힐끔, 린 쪽을 본다. 주고 있는 힘만큼은 절대로 풀지 않도록 하면서.
 
"전부터 나를 따라다니며, 치한짓하던 녀석일아……같아……,"
 
아연한듯이 린은 말하자,
"이런, 일이, ……되다니,"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또르륵, 눈물을 흘렸다.
그것이 너무나도 빝농해서, 아픈것도 뭐도 잊어버릴것 같았다.
 
 
 
          ※
 
 
 
"어땠어!?"
치료실에서 나오자마자 린은 팟,하고 대기 소파에서 일어섰다.
그 후에 일은 모두 다른 날로 이동, 혹은 캔슬했다. 경찰의 사정청취가 있기 때문이었다. 부상입은 타케우치는 청취 전에 병원에 실려가게 됐다.
 
린은 무슨 일이 있어도 따라간다고 말을 듣지 않았다.
청취가 있으니까요, 라고 하는데 울면서 싫다고 몇 번이나 말하니까 경찰도 포기한 모양인지, 진찰이 끝나면 전화를 주세요, 라고 하며 구급차를 탄 린을쳐다봤다.
 
"동맥이나 신경은 빗나갔으므로…문제, 없는 모양입니다"
"………………, 그래, "
 
거기까지 듣고 린은 안도한건지, 휘청거리며 소파에 또 앉았다.
그 옆에 앉는다. 뭘 말해야할지는 명백했다.
 
"죄송합니다. 대책부족이라, 이러한 일이 되어서"
"……어째서, 프로듀서가 사과하는거야?"
"전부터……위험은 느꼈습니다"
"에, "
"대책 팀도 짰지만……저의 실수였습니다. 죄송합니다"
"팀이라니……뭐야, 그거"
"린 씨는 모르는 이야기입니다"
 
그렇게 말하자 린은 무언가를 눈치챈건지 입을 다물었다.
고개숙이고, 무릎 위로 꼬옥 움켜쥔 손이 떨리고 있다. 머리카락으로 가려져서 표정을 알 수 없다.
 
"다행이, 저런 무리는 지금은 한 명뿐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이젠,"
"…………그런게, 아냐"
"……그렇, 지요. 죄송합니다"
"…………."
 
잠시, 긴 침묵이 이어졌다.
병원의 전기는 무척이나 밝아서 눈부신데, 차갑게 보였다.
공기 환풍기가 켜져 있는데 몹시나 춥게 느낀다. 피를 잃어서 그런가.
 
린은, 굉장히 오래동안 침묵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고개를 들었다.
표정이 없는 얼굴이었다. 인형 같은 얼굴이었다.
 
 
 
 
"…………우리들"
"네?"
"함께 있지 않는 편이, 좋을지도"
"――에,"
 
 
믿을 수 없는 느낌으로 그녀를 본다. 슥 일어서는 린.
그 린이. 어떠한 때라도 옆에 있겠따고, 그렇게나 거절해도 튕겨내도 전혀 개의치않고 옆에 있엇떤, 린이. 처음으로, 그런 말을 한다. 믿을 수가 없어서, 입을 연다.
 
"그건……무슨, 소리, 입니까"
"그 말대로의 의미"
"하지만, 린 씨는 그때, "
"……그건 거짓말"
 
조명의 역광으로 린의 표정이 보이지 않는다. 어둡게 칠해져있다.
감정이 전혀 실리지 않는 목소리로 린은,
 
"그러니까, 좀 더 자신을 소중하게 여겨. ……안녕"
 
그것만 말하고 그대로 가버렸다.
택시를 스스로 불러서 청취하러 간거라고 알게 된건 조금 후였다.
 
 
 
          ※
 
 
 
그 사건은 대대적으로 뉴스가 됐다.
신데렐라 걸, 마침내 스토커 피해를 입다, 라는 표제가 신문에 실린다.
뉴스로도 연일로 보도되어, 린 뿐만 아니라 타케우치도 마이크를 향해졌다.
 
괴롭힘류는 놈이 체포되고나서 딱 그쳤다.
아무래도 정말로 모든걸 혼자서만 하고 있던 모양이다. 병술에 의하면 아직 린이 데ㅔ뷔한지 얼마 되지 않을때 처음 보고, 전차에서 우연히 만난걸 운명이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그 이래로 내내 따라다녔지만, 손은 대지 않았다. 그것이 무슨 박자가 걸려서. 그리고나서는 질질, 에스컬레이트 해간 것이라고. 그라비아 일이 들어왔을때도 운명이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린이 자신을 거부한다는건 생각도 못했다고 놈은 말했다. 타케우치에게 날붙이를 향한건, 몇 번이나 자기들의 사이를 갈라놓는 방해꾼을 없애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는 모양이다.
 
(……바보같은 이야기다)
 
여러가지 이야기가 날아들어올때마다 그렇게 생각한다.
어째서 린이 그런 꼴을 겪어야만 했는가. 그 이유가 그저, 운명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니. ……하지만. 자기도 비슷하게 다가갔던 것이다.
 
첫번째로 만났을때는 몰랐다.
두번째로 만났을때는 이 사람의 미소를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만남이 거듭된다는걸 알았을때는 무슨 인과인가조차 생각했다.
……아무런 차이가 없다.
 
자기혐오. 그리고나서 붕대의 아래로 복잡한 통증과 불쾌한 마음.
린의 태도도, 그리고나서 이상했다. 눈에 보이게 미소가 줄었다. 라고해도, 일하는 중에는 아무것도 변한점은 없다. 다른 스태프에 대해서도다. 변한건. ……타케우치에 대해서만.
 
배웅을 거절하게 됐다.
이제 안전하니까, 라면서. 그래도, 라고 말을 하니, 너는 바쁘니까, 제대로 자, 나는 택시로 돌아갈게, 라고 말하고. 정말로 그것만 말하고, 그 말대로 했다.
 
일을 제외한 얘기를 하지 않게 됐다.
사적으로 관련된 얘기를 하려고 하면, 살짝 얼버무린다.
 
갑자기 어른스런 얼굴을 하게 됐다.
소녀다운 무구한 얼굴이나 짖궂은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게 됐다.
 
그러고보니 프로듀서, 라고 불리지 않게 됐다.
그저 너, 혹은 당신, 이나. 그렇게 부르기만 됐다.
 
옆에 있겠다고도, 믿는다고도, 듣지 않게 됐다.
나누는 말은 사무적인 말 뿐이라, 얘기가 전혀 발전하지 않는다.
 
린은 마치 완전히 보이지 않는 선을 그어버린것 같아서, 아무리 타케우치가 옆에 가려고 해도, 그녀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환영이나, 혹은 아지랑이같았다.
17살일텐데, 린은 마치 20살을 넘긴 어른처럼 보였다.
 
일에 대해서도 그렇다.
최근에 린은 할 수 있는건 스스로 하고 싶다고 말했다.
스케줄 관리를 자기도 같이 하거나, 악질 팬에 대한 대처방법을 공부한다고 말하거나, 그런데다 오퍼레이션을 검토하는 회의에, 나도 나갈래, 라고 말했다.
 
모든건 그 말대로가 됐다. 린은 착실하게 하고 있었고, 어떠한 일에도 영리하고 성실하다.
가르쳐준건 금방 흡수했다. 린이 할 수 있는건 눈에 보이게 늘어갔다.
 
 
 
 
가을은 깊어져간다. 나를 두고.
 
 
 
 
"…………."
 
린은 점점 성장하고 있다.
아이돌이라는건 이렇게 자립해가는걸까, 생각했다.
그래도 어딘가 역시 이상해져서, 위화감을 지울 수 없다.
 
겨울의 기척이 다가오고 있었다.
정장을 춘동복으로 갈아입고나서 얼마간 지난다. 린의 태도가 이상해지고나서도, 얼마간.
 
그 여름날, 린은 옆에 있겠다고 말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믿겠다고.
 
하지만 지금의 린은 어떻지?
단단히 경계를 긋고, 일과 사적인걸 완전히 떼어내어, 나와 거리를 두고 있다.
그런식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이것이 자립인가? 그렇다고는 생각할 수 없다.
 
그 뒷정원에, 린을 불러냈다.
일 이야기입니다, 라고 거짓말을 하고.
 
"……그래서, 다음은 무슨 일이야?"
퉁명스럽게 그녀는 말한다. 시선은 맞지 않는다. 추운건지, 주머니 속에 손. 마치 처음 만났을때 같다, 라고 생각한다. 시간이 되감아져버린것 같았다.
 
"일 얘기라고 한건……거짓말입니다"
"어?"
 
린은 놀란것처럼 고개를 들었다. ……오랜만에 시선이 맞았다.
이렇게 얼굴을 맞대는것조차, 굉장히 오랫동안 없었던것마저 생각한다.
린은 얼굴을 찡그리며 뭐야 그거, 하고 말했다.
 
"그럼 나, 돌아갈게. 일이 있으니까"
"기, 기다려. 기다려, 주세요"
 
발꿈치를 돌리는 린에게 저도 모르게 매달리는듯이 말을 해버린다.
그대로 가버린다고 생각했지만 딱, 린은 발을 멈췄다. 천천히 돌아본다.
 
"……뭔데"
 
날카로운 시선. 오지마, 라고 명백하게 보인 태도.
그걸 전혀 모르는 척을 하고, 타케우치는 말했다.
 
"계속……어떡하고, 있었습니까"
"무슨 소리"
"요즘 린 씨는, ……훌륭해졌습니다"
"……."
"자신의 일을 스스로 하고 싶다. 굉장히 멋진 뜻입니다"
"그럼,"
"하지만"
", "
"……어째서, 시선이 맞지 않는겁니까"
 
약한 목소리가 되는걸 멈출 수 없다.
왜냐면 옆에 있겠다고 맹세한 것이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상대를 믿겠다고.
그런데, 시선 하나 나눌 수 없다니, 이런건, 이상하다.
 
"딱히 상관없잖아"
"없지는……않습니다. 일에도, 지장이"
"안 나오잖아"
"그건…………, 하지만, 그게"
"……"
"프로듀스나 매니저먼트는, 저의, ……일입니다"
"그래서"
"린 씨의 일은, 미소입니다, 그러니까, 그게"
"흐응-"
 
그러자 린은 본 적도 없는듯한 미소를 지었다. 경멸하는 듯한.
 
"그래. 요컨대 일을 빼앗기고 싶지 않은거야?"
"아닛, 아닙니다, 저는, 그저 린 씨의 부담을"
 
거짓말이다. 그런걸 얘기하고 싶었던게 아니다. 얘기하고 싶었던건, 좀 더.
 
"그런건 말야. 참견이지"
"읏, "
 
경멸하는 눈동자로 린은 말한다. 조금도 표정을 무너뜨리지 않은채로.
 
"나 제대로 하고 있잖아. 거창한 참견인데"
"그건……"
"내 일은 내가 짊어질거야. 이제 됐어"
 
그렇게 말하고 린은 순간만, 정말로아주 한 순간만 시선을 흐리고.
하지만 마치 환상이었던것처럼 또, 내려다보는 눈으로 돌아갔다.
 
 
 
"지금의 나에게, 너는, 더 이상 필요없어"
 
 
 
푸욱, 꽂혔다. 진작에 나은 어깨 상처가 욱신거린다.
밀쳐졌다. 더는 옆에 없다고, 린은 말한것이다. 하지만 뭔가가 이상하다.
(뭐지……?)
린의 시선을 본다. 부딪쳐올거라 생각한 시선은 실은 틀어져 있고, 린은 타케우치의 왼쪽 어깨를 내내 쳐다보고 있었다. 다친 곳을.
 
(아, )
 
일부러 상처주는듯한 말씨. 완벽할 정도의 경멸.
경계를 긋고, 한 발짝 뒤로 물러나서, 그저 일을 할 뿐인 태도.
그건, 일찍이, ――자신이.
 
 
『……더는, 못 기다려요』
 
 
몹시 선렬한 여름의 체험을 떠올렸다.
그때. 소중한 누군가를 위해서, 그것만 생각해서 발버둥쳤던 나날.
린을 위해, 료코를 위해, 자신은 보이지 않는 선을 많이 그었다.
예방선을 치고, 소중하게 여기는 척을 하고, 멀리하고, ……상처주고.
 
그것과 같은 짓을 린은 하고 있는 것이다, 하고 직감으로 깨달았다.
 
상대를 위해서 생각하여, 참고, 참고 참아, 몸을 뺀다.
어째서인지는 금방 알았다. 린을 감싸고, 다쳤으니까.
이제 두번 다신 같은 일이 없도록, 린은, 나를.
(……하지만, 그런건)
 
그런건, 누구를 위해서도 되지 않는다.
그걸 이미 나는 알고 있다.
료코의 눈물. 린의 당혹. 그것들 전부를 짓밟아왔다.
자신을 죽이는건, 상대를 위한건, 되지 않는 것이다.
 
그때, 료코의 마음을 처음으로 알것 같았다.
자신을 위해서 무언가를 했으면 싶은게 아니다. 그저 상대의 마음을 듣고 싶은것이다.
그걸 할 수 없다는건, 이렇게나 괴로운건가.
 
"이제 됐어? 그럼"
"기다려주세요, ……린 씨!"
"……, "
 
린은 뒤돌아보지 않았다. 한 번도.
쫓아가려고 생각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이럴때에 무슨 말을 들어도, 어찌할 수도 없는걸 알고 있다.
어떻게든 되기 위해서는, 자기 스스로, 무언가를 깨달을수밖에 없는 것이다.
 
"………………젠장, "
 
하고 싶지도 않은 더러운 말을 내뱉었다.
시들은 잎은 이미, 몇 장이나 떨어지기 시작했다.
 
 
 
          ※
 
 
 
린을 저지하고 싶었다.
자신을 죽이고, 누군가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
말은 아름답게 보일 것이다. 하지만 실정은, 그저 괴로운 길이다.
자신을 속박하는 사슬만이 나날로 늘고, 거짓말만 하게 되어, 허무해질 뿐이다.
 
하지만, 떠나가려고 하는 린을 멈출 수는, 없었다.
내 입장에서 본 린의 모습과, 주위에서 본 린의 모습은 다르다.
지금의 린은 나를 제외한 누가 봐도 아이돌로서 자립해서 성장해 가려고 노력하는걸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멈출 이유가, 하나도 없다.
 
그날 회의중에도, 어른들은 린을 칭찬하고 있었다.
 
"최근은 그녀 덕분에 346도 평안하군"
"그렇군요. 이 상태로 가면 연령을 넘어서도 싱거송 라이터로서 활약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작곡에 흥미도 갖기 시작한 모양이고요"
"성우 방면으로 갈 수 있다는것도 든든하고요"
"멀티 탤런트로서 인기가 생기면 몇 년이라도 할 수 있겠지"
 
(……………….)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린을 막을 이유가 없다.
린은 훌륭해졌다. 성장해서, 위대한 아이돌이 됐다. 하지만.
 
 
『너는, 이제 필요없어』
 
이것이 정말로 성장일까? 린을 위해서 좋은 일일까?
아니, 린을 위해서는 되겠지, 실제로 린은 점점 일을 흡수하고, 좋은 아이돌이 되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역시, 이유는, 하나도.
 
"아아, 그렇지. 타케우치군"
"아, ……네"
 
생각 도중에 말을 걸려서 저도 모르게 고개를 팟 든다.
타케우치보다도 훨씬 상사에 해당하는 인물은 프로젝터에 문자를 표시시켰다.
거기에는.
 
 
『프린세스 블루, 프로젝트 리더의 교대에 대해서』
 
 
"……에?"
저도 모르게 굳었다. 뭐가 쓰여있는지, 몰랐다.
반사적으로 이마니시 부장님을 본다. 그도 처음 들은건지 놀란것처럼 고개를 좌우로 흔든다.
거기에 쓰여있던건, 이런 소리였다.
 
시부야 린 본인에 의한 강한 희망으로 인해, 프로젝트 팀의 개변을 한다.
신 체제의 프로젝트에선 시부야 린 자신이 리더로서 지휘를 잡는다.
현장에는 서브 리더로서 다른 인물을 두지만, 전체의 통괄은 린이 한다.
이후 린의 프로듀스는 모두, 셀프 프로듀스에 의한걸로 이행한다.
 
"그녀의 실력이라면, 그런것도 가능할테니까. 타케우치군. ……생각해주겠나?"
"아, …………그게, ……, "
"자네가 복수 프로젝트를 안고 바쁜건 모두가 알고 있어. 슬슬 신데렐라 프로젝트에 전념해서 컨디션 관리도 일중 하나라고 배웠으면 싶네"
 
――그건 사실상, 추방 선언이었다.
 
머리가 새하얘져서, 상사의 목소리가 잘 들려오지 않는다.
그저 적당하게 맞장구를 치거나 고개를 저었다고 생각한다.
이마니시 부장님이 톡, 어깨에 손을 올린다. 그 감촉으로 겨우 제정신을 차린다.
 
"자자. 그도 갑작스런 이야기로 놀란 모양이고"
"……부, 장님"
"조금 시간을 주는 편이 좋지 않겠나? 준비도 여러모로 있을테지"
 
이 사람이, 그렇게 말한다면. 그런 흐름이 만들어진다.
그의 발언력이라는걸 알게되면서, 자신의 무력함을 통감한다.
왜냐면 린은, …………, 그런, 것이다.
이제 필요없다, 선을 긋는다, 라는것을. 정말로 철저하게 할 생각인 것이다.
 
 
 
그저 고개숙여 무릎 위의 손을 쳐다보고 있는 사이에, 정신을 차리니 회의실에는 아무도 없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부장님이 배려의 말을 한것 같았지만, 대답을 못했던걸로 생각한다.
 
(아무 이유도…………, 자격도, ……없어)
 
그녀를 만류할 이유도, 자격도, 나에겐, 아무것도.
정말로 린이 자신을 밀쳐내고 싶다면, 그걸 막는건 도저히 불가능한 것이다.
 
텅 비어버린 회의실에서 나의 떨리는 호흡소리만이 조용히 울린다.
무력했다. 어찌할 수도, 없는것이.
느릿하게 오른손을 들어올려서 편다. 그 손에는 아무것도 쥐어져있지않다.
린은 걸어간다. 타케우치를 두고.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너를 믿고 있어』
 
 
 
그 여름날, 내밀어진 손을, 이 손으로 잡았다.
린은 어떠한 때여도 옆에 있겠다고, 믿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정말로……안 되는, 건가?)
 
무언가 괴롭고 참을 수 없는 무언가가, 치솟아 올라서, 망가질것 같다.
린을 거부할 수 없다. 왜냐면, 자신에겐, 아무것도 없다. 그녀를 저지할만한, ,무언가가.
 
 
 
"…………………………정말로, 인가?"
 
 
툭, 중얼거림이 새어나왔다.
정말로, 아무것도 없나? 린을 저지할 이유. 막고 싶은 이유. 그건.
 
 
 
『엉망이라도 좋아. 나는, 여기에 있고 싶어』
 
 
 
린은 어떠한 때여도 자신에게 솔직하게, 한 번도 도망치지 않고, 몇 번이나 타케우치와 마주봤다.
그런 점에 자신은 끌린것이다. 강하고 약해서, 무척이나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그래…………, 그렇, 지"
 
단 하나. 하나만이, ……있다.
린을 막고 싶은, 이유가. (…………당신이…소중해서, ……왜냐면,)
심히 이기적이고 자기멋대로에 아집이라 설득력따위 조금도 없는, 그런 이유로 괜찮다면.
 
 
 
"읏, !!"
 
 
벌떡, 소리를 내고 일어선다.
아무도 없는 회의실에 큰 소리가 울려퍼진다. 의자가 쓰러진다.
그런건 개의치도 않고 달려갔다. 린을 찾아서.
 
만나고 싶다고 생각했다. 지금, 무슨 일이 있어도 만나야한다고.
레슨 룸의 문을 연다. 없다.
트레이닝 룸. 사무소. 일의 예정 확인. 없다.
(그렇다면, 어디에, )
 
마지막 희망으로 도착한, 거기에는, 린은, 있었다.
 
자신과 그녀가 오랜시간을 보낸, 그 뒷정원에.
 
린은 라디오 드라마 대본 읽기를 하고 있었다.
내용으로 보면 최종회 같았다.
성큼성큼 걸어간다. 눈치챈 린이 몸을 굳힌다.
 
"뭐, ……뭐야"
"……, "
"회의였잖아. ……들은거지, 그 얘기"
"………………"
"뭐라, ……말해보지 그래"
 
시선이 조금도 맞지 않는다. 이야기도 맞물리지 않는다.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단 하나, 하나만, 이유가 있다고 한다면.
 
린의 손에 있는 대본을 낚아챘다. 앗, 하며 놀라 짧게 비명을 지른다.
전혀 개의치않고 입을 열었다.
 
"대본 읽기를 하겠습니다"
"헤, ……엣? 뭣, "
"……여보세요, 미카코? …………자"
"어, 아……노, 노보루군?"
 
어색해하면서도 린은 마지못한 식으로 대본 읽기를 시작했다.
내용은 완벽하게 머리에 들어있는지 대사에 막힌곳은 전혀 없다.
 
거리와 시간에 의해 저지된 두 사람이, 언젠가 재회를 맹세하는 이야기.
전부터 내내 말할 수 없었던 단 한 마디를, 말하는 최종회.
 
여러가지 일이 있었다.
만남도 있고, 사랑도 했고, 산만큼 후회를 했다.
하고 싶은 말도, 하지 못하는 말도, 말해버린 말도 얼마든지 있었다.
 
"……노보루군, 잘 지내나요. 저는 지금, ……"
"……………미카코를, 잊은 날은, 한 번도 없었어"
 
옆에 있겠다고 맹세했다. 서로 믿자고 생각했다.
그래도 린은, 나를 위한거라 생각하고, 그걸 그만둔다고 말한다.
멈출 수 없는 나에겐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단 하나의 소중한 이유가, 나에게는, 있다.
 
나는, 그저, 린을. 린, 을.
 
"우리는, 여기에 있어"
"우리는, 여기에 있어"
 
마지막 장면. 유니존으로 매듭짓는, 마지막 희망으로 가득찬 대사.
 
"언젠간 분명,만날 수 있으니까………, ……어, 어?"
 
그 마지막 말을 나는, 말하지 않았다. 말할 수 없었다.
긴장으로 가슴이 조여진다. 호흡이 얕고 거칠다. 쿵, 쿵, 굉장히 시끄러워서, 귀 바로 옆에서 들려온다. 관자놀이에서 뺨을 타고 화악 뜨겁다. 숨을 들이켰다.
 
그녀를 막고 싶은, 단 한 가지 이유.
그건.
 
 
 
"――너를 좋아해!!!"
 
 
 
있는 힘껏 힘을 담아, 감정의 모든것을 실어서, 그렇게 외쳤다.
대본을 들지 않으면 말할 수 없을법한 대사였다. 하지만, 진심이었다.
어떠한 정상성도 확실성도 아무것도 없지만, 그 단 하나만의 이유로, 나는 린을 막고 싶었다. 옆에, 있고 싶었다. 계속.
 
기나긴 틈이 있었다.
팔랑팔랑 낙염이 떨어진다. 바람이 린의 머리카락을 흔든다.
영원이라고 느낄 정도의 시간 끝에, 린은,
 
"……대사, 전혀 다르다고…,"
 
툭, 중얼거리고.
그 자리에 주저 앉았다. 얼굴을 덮는다.
그대로 작은 오열소리가 들려왔다.
 
"………………어째서……, …………기쁜거야…, "
 
쉬어서 흔들리는, 지금이라도 사라질것 같은 목소리.
(……아아,)
그래도, 그녀가 그렇게 댇바한것이, 타케우치도 기뻤다.
 
 
 
          ※
 
 
 
린을 집까지 바래다주게 됐다.
굉장히, 오랜만인것처럼 생각했다. 실제로 그랬다.
 
차 안에서 린은 거의 말없이, 점점 겨울로 가까워지는 바깥을 쳐다보고 있었다.
이미, 진작에 밤이었다.
 
"소풍, 갈까"
 
툭, 린이 말했다.
 
"어디로……갈까요"
"어디라도 좋아. 우리들이, 모르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알겠습니다"
 
모르는 곳에 가고 싶다.
나도 그녀도, 입장도 아무 관계가 없는 곳으로.
아이돌도, 프로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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