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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채색의 빛 - 25. 【완결】We are your only star(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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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2-12, 2015 13:07에 작성됨.

극채색의 빛 - 25. 【완결】We are your only star
 




"새, 프로젝트……입니까?"

눈 앞의 서류에 시선을 떨군다.
거기에는 시부야 린 전속 프로듀스 프로젝트, 라고 쓰여있었다.
고개를 든다. 서류를 갖고 온 부장님은 아아, 하고 끄덕였다.
"자네도 알다 시피, 그녀는 지금, 최고의 파도에 올라타 있어"
"그렇, 군요"
"신데렐라 프로젝트를 인솔하는 한 명으로서, 그녀는 충분한 역할을 대하주고 있겠지. 하지만 말야, 그것만으로는 아깝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라고, 하시면"
"그래서, 이거지"
통통, 손끝으로 탁상 위의 서류를 두드린다.
프로젝트 명, 프린세스 블루. 시부야 린 한 명을 프로듀스 하기 위해 여러 분야의 스태프를 모은 전용 팀을 짜서, 여러수 체제로 통합 프로듀스를 꾸린다, 라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신데렐라 프로젝트는……"
"거기는 걱정 필요없어"
그녀에겐 두 프로젝트를 겸임하게 할거니까, 라며 부장님은 말했다.
"……뭐, 조금 바빠지겠지"
"그렇……게 되겠군요"
린의 모습을 생각한다. 최근 그녀는 자기관리를 똑바로 할 수 있게 되었다. 아마, 지금보다 다소 바빠지는 정도라면 린의 실력으로 할 수 있겠지.
부장님은 넉넉한 시선으로 이쪽을 엿보고,
"……자네의 눈으로 보고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나?"
조용히 물었다. 끄덕인다.
"지금의 그녀라면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그런가"
기쁜듯이 말하는 부장님. 그대로 말을 한다.
"그 서류, 자세하게 봐주지 않겠나. 다음 회의에서 말하겠어. 거기서 결정이다"
"네……알겠습니다"
거기까지 말하고 고개를 들어 부장을 보고, ……망설인다. 도무지 말을 하지 않으면 안 될 일이 있었다. 하지만, 어떻게 말하면 좋을까.

"저기, 부장님……조금, 할 얘기가……"
"간결한건가?"
"아뇨, 그게……깊은 얘기라"
"그럼 미안하지만, 다음 기회에 해주지 않겠나. 지금은 새 프로젝트를 기반 만드는데 바빠서 말이지. 정말이지, 이 나이에 부려먹히는건 힘들다"
"네……"
아무것도 모르고 웃는 부장님에게 그저 맞장구를 치는 수밖에 없다.
그럼, 하고 손을 흔들고 가는 모습을 쳐다본다. 끼익, 문이 닫히는걸 보고 하아, 하고 깊은 한숨을 쉬었다.

료코를 얘기하지 않으면 안 됐다.

약혼은 정식으로 파담. 료코와 만난건 그 이후로 없었다.
결혼 직전까지 갔기 때문에 분쟁이 있을거라 생각했지만 전혀 그런 일은 없다.
타케우치 자신이 문 앞에서 소금을 얻어맞을생각으로 료코의 실가까지 곡개를 숙이러 갔지만, 료코의 부모님은 순순히 타케우치를 집으로 들이고 객실에 들여서 그리고 우리 딸이 미안한 짓을 했네, 라며 손을 대고 사죄했다. 진심으로 놀랬다. 심한 짓을 한건 자신이다.
그렇게 말하려고 했지만, 료코는 자신이 아무것도 나쁘지 않았다고 부모님에게 말했던 모양이다. 평소부터 상대의 희망을 아무것도 듣지 않고, 자신의 사정으로 가고 싶은곳이나 하고 싶은것만 얘기해서 타케우치를 휘둘렀기 때문이라고.
그런건 진실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녀가 하고 싶은대로 한다는 명목하에 자신의 속사정을 무엇도 밝히지 않고, 그저 쾌히 자신을 기다린다고 말한 그녀에게 응석부려서 정당한 커뮤니케이션을 취하는걸 거부했다. 그건 타케우치의 잘못이다.
말했지만, 료코의 부모님을 그걸 염려나 배려류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괜히 깊게 고개를 숙여서 견딜 수 없게 되어, 몇 번이나 사죄같은 불모스런 형태가 되어서, 사태는 결국, 아무것도 변하지 않고.

――그녀하고는 끝났다.

그걸, 료코를 소개해준 부장님에게 말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하지만 서로 바빠서 제대로 시간을 내지 못해, 좀처럼 얘기를 할 수 없었다.
새 프로젝트가 시동하면 더 바빠질까. 서류를 봤다.

거기에는 프로젝트 리더로서 당연하게 타케우치의 이름이 올라가 있었다.
얼굴을 찡그린다. 신데렐라 프로젝트를 돌리는걸로도 지금은 손이 가득했다. 인기 비등중인 린이 우선 크다. 거기에 다른 유닛들도 있다. 프로듀스 방침 회의나 스케줄 관리나 매니저로서의 일, 멘탈면의 보조나 기타등등.
라고는해도 린이 독립한 프로젝트에 무게를 둔다면, 자신의 일은 오히려 분산되어서 줄어들게 된다. 지금보다 조금은 편해지겠지.

곰곰히 생각하고, 하지만 정말로 생각해야하는건 거기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린이다.
그녀를 위해서 무언가를 하고 싶었다.
그녀가 바라는대로, 그녀를 위한게 된다면, 어떠한 일이라도.
하지만 뭘 어떡하면 좋을지, 지금의 타케우치에게는 잘 모른다.
행복해진다고 약속했다, 그건 이미 깨져버렸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제안하는건, 린을 위한게 되는걸까.

린은 뭘 바라고, 어떠한 미래를 그리고 있는걸까.
먼 곳으로 보내어져 자유로운 세상에서 살고 있는 지금의 그녀는 너무나도 눈부시다.
그녀는 아직 자신을 좋아하는걸까. 아니면 이미.

아무리 생각해도 대답은 나오지 않았다.
아플 정도로 빛나는 창밖에서 매미 울음소리만이 몹시 크게 울리고 있었다.



          ※



"…………, "
"…………………."

침묵이 무겁다. 주위의 소동도 한층 크게 들린다.
평소의 선술집에서, 타케우치는 선배와 마주 앉아있었다.
드물게도 서로, 첫 맥주에 전혀 입을 대지 않는다. 하얀 거품이 살짝 사라져간다.

"…………순전히, 좋은 얘기라고 생각했어"

툭, 선배가 말했다.
"……죄송, 합니다"
"집어쳐. 딱딱하게시리"
"죄송합니다"
정좌를 풀지 않는다. 한편 선배는 가부좌를 풀고, 하지만 맥주에도 역시 손을 대지 않고있다. 벌레를 씹은듯한 표정. 죄악감이 솟아오른다.

"틀려먹었나"
"네"
"……그런가"
"네"

다시 침묵. 장례식장같은 분위기다.
이 사람에게는 파담이 된걸 말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여러모로 신세를 봐주었고, 상담도 들어줬다. 말할 의리가 있다.
선배는 묵묵히, 거품이 소멸해가는 맥주를 쳐다보고 있다.

"……제가"
"……"
"제가, 나쁜겁니다"
"헤에"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과 결혼하려고 한 것이, 애시당초 실수였던겁니다"
"……그야, ……그럴지도 모르지만"

추천한건 나니까 말이지, 하며 선배는 얼굴을 찡그리며 중얼거린다.
그렇게해서 겨우 맥주에 손을 뻗고, 한입만 마시고 맛없어, 하며 중얼거렸다.

"……있잖아, 너"
"네"
"아직…………좋아하냐"
"…………, ……네"
"……그러냐"

누구라고는 듣지 않았다. 그래도 얘기는 통했다.
"포기하라고 말해도……무리겠지"
"노력은……했, 습니다"
"뭐, 그런건……어쩔 수 없는 일, 이니까"
"…………."
"너니까 말인데"
안주에 손을 대기 시작한 선배는 재미없다는 얼굴로, 하지만 진지하게 말한다.
"그저 보고 있을 뿐이지 평생, 손은 대지 않고 괜찮겠지만 말야"
"……"
"하지만, 그런건 장래가 없잖아"
"장래"
"그래. 상대가 아니라, 네 장래"
"저의 장래……입니까,"
그래, 하며 선배는 겨우 감정을 드러내며 딱하다는 듯이 이쪽을 봤다.
"아까부터 들어보니 너, 상대방의 얘기만 하지 자기 얘기는 하나도 안 하잖아"
"그건……"
"너는 어쩌고 싶은건데"
"……어쩌, 냐고, 들어도…"
"딱히 성취해라는 얘기가 아니야. 그저, 지금의 너를 보고 있으면, 상대를 위해, 상배당을 위해서라고만 말하고 주문처럼 말한다고 생각해서 말야"

네 미래는 어디에 있는건데?

그렇게 짧게 질문을 받는다. 꽂힌다. 그런건, ……생각한 적도 없었다.
대답하지 못한채 고개숙이자 그럴거라고 생각했어, 라며 툭 듣는다.

"마음을 전하지도 않고, 내내 상대를 위해서만 생각하고, 자기자신을 죽이고. 그게 네 행복이냐?"
"그건……그렇, 습니다. 그런겁니다"
"정말이야?"
"………………."
"무리하는거 아냐?"
"그녀를 위한것이……저의, 행복입니다"
"…………흐응"
거기까지 말하고 선배는, 뒤로 손을 짚고 위를 쳐다본다. 하아-, 긴 한숨.
더러운걸 뱉어버리듯이, "씨부렁할" 하고 짧게 말했다. 선배답지 않은 말씨에, 놀란다. 오늘 그는 전체적으로, 말이 거칠다.
고개를 내린 선배는 이쪽을 빤히 노려봤다. 시선이 날카로워서 가만히 있을 수 없다.
"그냥 때려쳐라"
"……"

"누구를 위한것도 안 돼. 이런건 사랑이 아냐……, 단순한 저주다"

말이 꽂힌다.
진흙늪에 발을 들이고 있다는건 진작에 알고 있었다. 그래도, 남에게 들으니 괜히 마음에 왔다.
누구를 위한것도 안 되는 사랑이었다. 린을 위해서도, 자신을 위해서도, 료코를 위해서도.
어떻게 굴러가도, 아무도 행복해지지 않는다. 어찌할 수도 없다. 시작되었던 때부터 그건 정해져 있었다. 그렇기에, 자신은 그녀에 대한 연심을 알았을때, 그렇게나 절망했는데.

"알겠습니다. ……이제, …그만두려고, 생각합니다"

쥐어짜듯이 말했다.
선배는 흠칫 눈썹을 움직이고, 맥주를 입으로 옮기면서 그러면, 하고 말했다.
어디까지가 사랑이고 어디까지가 일인지조차 모르게 된 지금의 나로선, 그녀의 옆에 있는것조차 허락되지 않는다. 뭘 해도, 그녀를 위한게 되지 않는다. 자신을 위해서도.
끝내는 수밖에, 없다.

그녀를 풀어주지 않으면 안 된다. 나한테서.
이제 이 저주같은 연정에서, 자유로워져야한다. 자신도, 그녀도.



          ※



프로젝트 프린세스 블루에 대한 의회 자리는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모여든 모든 참가자는 프로젝트에 긍정적이고, 남은건 상세한걸 매울뿐이라는 얘기였다.
그것도 부장님의 기반으로 인해 거의 모두가 정해져있는거나 마찬가지였다.

가만히 고개숙이고 생각한다.
그녀를 위한게 되는 것을. 자신의, 미래는 어떻게 되는가를.
이 사랑은 저주라고 선배는 말했다. 그 말대로라고 생각한다. 린은 어떨지 모르지만, 자신은 이 사랑을 하고나서 거의 기쁨에 찬 적이 없다.
가령 성취했다고 해도, 그 길은 가시밭길이다.
린은 아이돌이고, 자신은 프로듀서고, 그것이 변하지는 않는다. 그녀의 무한한 가능성을 자신이 하나씩 부숴가는 결과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건, 사양이다)
좀 더 기쁨으로 가득찬 눈으로 그녀를 지켜보고 싶었다. 이런 더러운 감정을 갖지 않고, 순수하게 그녀의 성장을 기뻐하고, 때로는 등을 밀고 때로 브레이크가 되어, 함께 성장하고 싶었다. 그렇게 할 수 있는 미래는 확실하게 있었을텐데, 자신이 이 손으로, 그걸 짓부숴버린것 뿐이다. 사랑하는걸로.

더는, 모든게 다 막혔다.
누구의 도움도 기대할 수 없다. 남자인 자신에겐 마법을 걸어줄 사람은 없다. 왕자님도 무도회도 먼 세계의 이야기밖에 되지 않는다. 자신의 힘으로 어떻게 하는 수밖에 없다. 즉, 잘라낼 수밖에.

그러면 이만, 하고 회의가 끝날것 같을때,
"그게……실례합니다"
타케우치는 살짝 손을 들고 일어섰다. 무슨 일이냐며 시선이 모인다.
거기에 망설여질것 같은걸 꾹 참고 입을 열었다.

"프로젝트 리더에 대해섭니다만……저는, 사퇴하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갑자기 술렁임이 퍼졌다. 그걸 무시하고 계속한다.
"저는 이미, 그녀를 충분히 길렀습니다. 그녀는 훌륭한 아이돌이 됐습니다. 다음 세대의 프로듀서에게 이임해도 괜찮을 시기입니다"
신데렐라 프로젝트 일도 있으니, 하고 말을 열고, 그리고.

"저는 여기서, ……내려오겠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깊게 고개를 숙였다.
술렁임이 퍼진다. 자네가 하지 않으면 달리 누가 한다는거냐는 목소리. 너무 갑작스럽다는 목소리. 이런 얘기는 듣지 못했다며 당혹하는 목소리.

"후임은……제가, 책임을 갖고, 찾도록 하겠습니다"
"잠깐 기다리게나"

끼어든건 이마니시 부장님이었다.
당혹으로 흘러넘치는 자리에서도 혼자만 평상시와 같은 얼굴을 한 그는,
"이 이야기, 갑작스러워서 놀란 사람도 많을테지. 나도 그 중 한 명이고"
"네……사전의 상담도 없이, 죄송합니다"
"자자. 일단, ……조금, 생각해보는게 어떤가?"
"……하지만"
"조금이면 돼. 자네가 후임을 찾을때까지면 돼. 정식으로 후임이 결정되고, 그래도 무슨 일이 있어도 내려가고 싶다고 한다면, ……우리는 자네를 막을 수는 없지"
그러니까 조금만 시간을 주게, 하며 부장님은 말한다.
이 사람은 항상 말을 잘한다. 성실하게, 상대의 시선에 선 말씨를 하고, 그리고 정신을 차리면 이사람이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해볼까, 라는 기분이 든다. 지금도 그랬다.
부장님에게는 말로 형용못할 정도로 신세를 졌다. 약혼파기의 죄책감도 있다. 그걸 아직, 얘기하지 못한것도.
몇 번을 망설이고, 결국,
"……알겠습니다. 조금, 시간을 받겠습니다. ……죄송, 합니다"
그렇게 말하고 한번 더 고개를 숙였다. 그걸로 그 자리는 수습됐다.

회의 후, "잠깐 시간 되겠나" 하고 타케우치를 부르는 목소리가 있었다. 부장님이었다.
"이번에는 갑자기 말을 꺼내서 죄송합니다"
"아니, 그건 됐어. 그저, 괜찮나 싶어서 말이지"
"저는……괜찮습니다. 그보다, 부장님에게 할 얘기가"
"아아, 미안해. 아직 시간을 낼 수 없을것 같아, 간결하게 부탁해"
"네. 그게……혼약, 말입니다만"
"오, 예물교환은 끝났는가?"
"아뇨"
거기까지 말하고 이를 악문다. 어떻게 말하면 좋을지, 생각했지만, 그대로 말할수 밖에 없다. 발밑을 쳐다보고 고개숙인채로, 조용히 말했다.

"파담이, 됐습니다"
"………………, 뭐라,"

입을 다무는 부장님.
그건 그렇다. 그에게 뭔가 물어질때마다 나는 그저, 순조롭다고 밖에 대답하지 않았으니까. 순조롭다고 생각했던건 자신 뿐이고, 료코는 혼자서 내내 고민하고 있던 것이다.
고개를 든다.
"자세한 얘기는, 시간을 낼 수 있을때. 모처럼 이야기를……죄송합니다"
"아아……아아, 알았어. 그럼 그때에"
부장님은 아연한 모습으로, 그래도 바쁘게 갔다.

깊은 한숨을 쉰다.
이걸로 해야할 일은 한 차례 했다.
남은건 자신의 후임을 찾고, 린에게 새로운 프로젝트를 말하고……,
(아, )
잊고 있었다.
이제 곧 린의 생일이다. 뭘 줄지, 아직 정하지도 않았다.
료코에게 상담하려고 했던 때를 떠올린다. 그건 최악의 타이밍이었다. 모든게 다 자신의 탓이었다. 괴로운 마음이 가슴에 퍼진다.
그러한 짓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사랑은 독이다. 지울 수 없다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분명, 이게 마지막 생일이 되겠지)
그녀와, 자신의. 뭘 건내면 좋을까. 어떡하면, 그녀는 기뻐할까.
전혀 몰랐다. 린은 이미 새로운곳에서 빛나고 있다. 지금의 자신하고는 먼 존재다. 그런 린이 원하는것도, 받아서 기뻐하는것도, 짐작도 안 갔다.

하다못해 마지막 정도는 그녀를 위한것을 주고 싶은데.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 자신이, 한심해서 견딜 수 없었다.



          ※



누구에게도 묻지 못하고 결국 혼자서 이틀 정도 생각했다.

『너는 어쩌고 싶은데』

선배의 말이 몸에 스민다. 그녀가 어쩌고 싶은지, 자신은 어쩌고 싶은지.
생각하고, 생각해서――결국, 그녀가 불쾌하게 되지 않을만한걸 주자고 생각했다.

처음 만났을때부터 지금까지 내내, 그녀가 끼고 있는 악세사리가 있다.
은색의 간단한 귀거링와 목걸이다. 대충 흐뜨려입은 교복에 잘 어울렸다. 학교를 마치고 사무소로 올때마다, 그 악세사리는 여전히 빛을 띠고 린을 비추고 있었다. 먼 기억같다.

내내 끼고 있다, 라는건, 끼고 있어도 불쾌하지 않다, 라는 것이다.
그녀가 기뻐하는게 떠오르지 않는다면, 그녀가 싫어하지 않는걸 주는수밖에 없다.

프로젝트 멤버에게 부탁해서 귀걸이와 목걸이의 브랜드를 묻게 했다. 같은 브랜드의 세트품이라는걸 알았다. 정규 상품이니까 지금도 팔고 있다고 생각해, 라는 미오의 말. 땀이니 뭐니해서 악세사리는 소모품이니까, 라는건 그 자리에 함께 있던 미카의 말이었다. 그저, 대부분의 멤버는 타케우치의 선택에 의문을 갖고 있던 모양이라, 정말로 같은걸로 할거야? 같은 브렌드의 다른 상품으로 하지 그래? 라며 조언을 보냈다. 그래도, 같은걸로 하려고 생각했다. 옛날과, 같은걸로.

확실하게 계속 껴줄만한게 좋았다.
그 귀걸이와 목걸이가 부러웠다. 처음 만나기 전부터 내내, 린의 곁에 있는 악세사리가. 어떠한 때에도 그녀를 해하지 않고, 곁에 있을 수 있다. 그것뿐인데, 그것만인데, 아플만큼 부럽다. 자신에겐 결코 할 수 없으니까.

여성용 악세사리 브랜드 샵에 혼자 들어가서 여기저기 두리번거려서 점원에게 수상쩍은 눈으로 보여지고 반쯤 통보당할뻔한 끝에, 겨우 그 악세서리를 샀다.
쓸데없는 장식이 없는 디자인은 소재의 아름다움이 잘 나와서, 린같다고 생각했다.
이 선물이, 내내 그녀의 곁에 있을 수 있도록, 그저 빌었다.

그리고나서는 새 프로젝트의 후속이나 후임을 찾기에 쫓기는 바쁜 나날이 계속됐다.
부장님에게 파담 얘기의 상세한 내용도 아직 하지 못했다. 조만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린이 모르는 곳에서 프로젝트는 계속되어 간다. 프로젝트 명은 확실히, 로고디자인 작성, 선전용 소재만들기, 새로운 멤버로 체제 만들기, 신규 이벤트 확보, 피로 라이브용 밴드 멤버의 선별등.

이러저러하는 사이에, 이제 린의 생일 전날이 되어 있었다.
역시 생일 정도는, 하는걸로 내일 린은 드물게 하루종일 오프가 되어 있다.
피곤해 지쳐서 사무소로 돌아오니, 아, 하고 큰 소리가 자신을 맞이했다. 신데렐라 프로젝트 멤버들이었다. 드물게 모두가 사무소에 모여있다.

"프로듀서! 저기, 지금 잠깐 괜찮나요!"
"우즈키 씨……간결하다면요. 무슨 일, 있습니까?"
"저기, 내일은, 린짱의 생일이죠"
"그렇군요"
"그게, 저기……저희들, 생일 파티를 하려고 생각해서……"

거기까지 우즈키가 말하고 뒷 내용을 미오가 이어받았다.
"그래서 말야, 프로듀서가 도와줬으면 싶어"
"제가, 말입니까? 하지만, 일이 들어있어서, 도저히……"
"아, 그런게 아니야. 가 아니라……내일 말야, 시부린을 좀, 그쪽 방에 잡아주지 않을래?"
"제, 방에서 말입니까"
"응. 그 사이에 잽싸게 파티 준비를 해서 말야, 나온 순간에 모두 함께 축하해-! 하고 싶어! 괜찮은 생각이지"
"과연……"
"10분이라도 좋으니까! 부탁해!"

짝, 하고 손을 맞대는 미오에 생각한다.
10분. 그 정도라면 뭐, 시간을 빼지 못할것도 없다. 새 프로젝트 얘기를 해도 좋고, 선물을 건내는것도 좋다. 뭘해도 충분히 현실적인 시간배분이었다.

"상관없습니다. 해보죠"
"정말로!? 아싸-! 고마워, 프로듀서!"

와아-, 하며 손을 들며 기뻐하는 프로젝트 멤버들.
그 모습이 눈부시게 보인다. 순수하게, 그저 동료를 위해서만 행동하는 모습이, 반짝반짝 빛나보였다. 자신하고는, 다르다.
갑자기 몸을 공격하고 싶어지는 시커먼 감정이 가슴을 채우려고하는걸 참았다. 자기혐오하고 있을 상황이 아니다. 지금은, 그녀들의 기획을 성공시키는것이 자신의 역할이다. 그리고 그건 린을 위해서 되겠지.

마실걸 뭘 갖고 올까, 등의 얘기를 하는 멤버를 보고, 내일은 좋은 날이 되면 좋겠다고 바랬다.



          ※



"무슨 일 있었어? 새로운 일?"
"아뇨……그런, 건"

……뭘 말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그녀를 여기로, 최저 10분간은 묶는것이 자신의 역할이었다. 전날밤에도 여러가지로 생각은 했지만, 정상적으로 생각이 돌아주지 않아서, 결국 나온것이 승부를 하는 것밖에 없다, 라는 결론이 된 것이다.
아무튼 어떻게든 해야한다.

린은 더듬는 나를 보고 뭔가 다른걸 생각한건지 안색을 나쁘게 만든다.
전날의 악수회를 떠올리고, 황급히 그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래, 마침내 린에게 실해가 나왔다.
린이 인기 생기기 시작하고나서 계속, 악질적인 선물을 보냈던 것이었다. 저속한 내용의 편지라던가, 사용 끝났다고 생각이 드는 남성의 속옷이나, 성적 장난감이나, 명백하게 내부에 정액이 걸쳐진 흔적이 있는 신품 양말이나, 린의 사진을 콜라쥬한거라던가. 묘하게 무거운 인형 속에 도청기가 들어있던 적도 있었다. 시간을 지날수록 내용은 에스컬레이트해져서 경계태세는 강화하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사건이었다.

신체검사도 수하 검사도, 악수 직전의 손 확인도 했을 것이다. 그래도, 갖고 오려고 하면 얼마든지 갖고 올 수 있다. 어떻게서든, 가능한 것이다. 아무리 대책을 취해도, 다람쥐 챗바퀴밖에 되지 않는다. 결국, 마지막에 상처를 입는건 린이다.

그때, 옆에 있어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린의 손에 걸쳐진걸 보고, 불타듯이 머리가 확 올라서, 반사적으로 뛰쳐나가고 있었다. 생각나는 최대한의 매도의 말이 머리를 지나가서 도저히 냉정하게 있을 수 없었다. 마음 어딘가에서는 린의 옆에 있어야한다, 그러고 싶다, 라고 생각했는데, 그것과 같은 마음으로 그 자식을 끌어내고 싶다, 라고 불타듯이 생각한다. 두번 닫신 같은 짓을 못하도록 하고 싶다고.
그래, 재발은 방지되어야 했다. 괴롭힘을 하는 범인은 지금은 한 명일거라고 생각되므로, 그 녀석만 붙잡으면 모든건 완만하게 수습될 것이다. 설령, 상처입은 린을 혼자 두게 되어도. 그것이 자신의 일이다. 결과적으로, 린을 위해서다.

(……그만두자,)
이런건 린의 생일에 생각해야할 얘기가 아니다.
무엇이 그녀를 위한건지는 아직 모른다. 그래도, 적어도 그녀에게 해를 주지 않는 자신으로 있고 싶다. 이걸로 마지막이 된다면, 더 그렇다.

몇 번인가 망설이고, 겨우 그녀를 탁상 앞까지 불렀다.
무방비하게 다가오는 린. 그걸 보고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지금 생에서 헤어진것도 아닌데, 그저 괴롭다고 생각한다. 서랍에 댄 손이 떨릴것 같은걸 의지의 힘으로 눌렀다.
탁상 위에 올려둔 선물을 내밀고,

"생일, 축하합니다. 린 씨"

정면으로 말하는건 조금 부끄러웠다. 그래도 말했다. 마지막이기 때문이다.
린은 굉장히 놀란듯한 얼굴을 하고 오늘? 하고 물었다. 아무래도 너무 바빠서 자신의 생일마저 잊고 있던것 같다. 저도 모르게 쓴웃음을 짓는다. 오늘입니다, 하고 대답한다.

"그런가……응, 생일……이구나"
린은 살짝 상자에 손끝을 댔다. 마치 소중한 보물을 발견한것 처럼.
올려다보기로 이쪽을 쳐다보며 열어봐도 돼? 하고 묻는다. 갸륵했다. 끄덕이자 린은 뺨을 상기시키며 상자를 들고 그대로 열었다.
눈이 끔뻑거리며 크게 뜨여지고, 끔벅거림이 반복된다. 놀란다.

"에, 이건"

예상대로라고하면 예상대로의 반응이었다.
뭔가 새로운 출발을, 우리들의 헤어짐을 축하할만한 무언가를 줄 수 있다면 좋았는데, 공교롭게도 나는 심하게 미련이 있으니까, 그러지 못해서. 과거를 그리워하는듯한 짓밖에 할 수 없다. 만난 당초에 끼고 있던, 지금도 끼고 있는것과 완전히 같은 악세사리를 그저 보고 있는 린에게, 가슴이 아프다. 희미하게 표정이 일그러지는걸 스스로도 안다.

"항상 끼고 있는거라면, ……필요한건가, 생각해서요"

그러니까, 하다못해 끼어줬으면 싶다. 그것만큼은 말할 수 없었다.
지금 끼고 있는것도 여전히 사용해도 상관없으니까, 하다못해 버리지 않고 옆에 놓아뒀으면 싶다. 뭣하면, 쓰지 않아도, 되니까. 그저 옆에.

린은 어리둥절한 얼굴을 했다고 생각하니 즐거운듯이 웃었다.
악세사리에 필요고 불필요도 없잖아, 이래선 마치 내가 스스로 선물을 고른겉 같네, 라며. 그 말에 아아, 그럼 하다못해 한번 정도는 끼어주겠군, 하며 희미하게 안도했다.

힐끔 시계를 본다. 아직 5분도 지나지 않았다.
그녀의 얼굴을 보고, 선물로 눈을 떨구고, 몇 번인가 조금 망설이고. 감상을 위해 시간 벌기를 이용하는것 같아서 괴로웠지만,
"……껴주시겠습니까"
그렇게 물었다. 그럴까나, 하는 당연하게 대답하는것이 기뻤다.

가늘고 하얀 손가라이 살짝 귓가로 뻗었다.
매끈한 흑발로 반쯤 정도 감추어져 있고, 손가락이 얽혀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잘 모르지만, 귀걸이를 뗴고 있다는것만은 알았다. 살짝 고개를 기울인 동작으로 귀걸이를 뺀 린은 작은 금속음을 내며 자신의 탁상 위에 귀걸이를 둔다.
그걸 원한다, 라며 강렬하게 생각했다. 하다못한 전별로, 교대로 그걸 주지 않겠냐고.
하지만 당연히 그런 말을 할 수 있을리도 없다. 물욕어리게 쳐다볼뿐이다.
반대쪽 귀걸이도 마찬가지로 빼어 둔다. 조금 색이 바란 실버가, 무척이나 아름다운걸로 보인다.
린은 머리카락을 쓸어올리듯이 양손을 뒤로 돌리고, 아무래도 몇 초간 뜸을 두고, 목걸이를 벗었다. 하난하나 동작이 무척이나 아름다워서 눈을 빼앗긴다. 그대로 목걸이의 사슬을 개듯이 모아, 벗은 귀걸이의 옆에 뒀다.

"음, 왜?"
마침내 린에게 들켜서 질문을 받는다. 대답할 수 있을리가 없다. 그저 얼버무린다.
"이상한 프로듀서"
웃음이 나오는 목소리가, 살랑 흔들리는 머리카락을, 좋다고 생각한다. 도저히 말할 수 없다. 그저 자신의 시선이, 그녀를 좋아한다고 말한다. 그걸 들키지 않도록 힐끔 눈을 피했다. 귀가 뜨겁다.

그러자 그녀는 갑자기 심술궂은 미소를 짓고, 재미있는걸 떠올렸다, 같은 얼굴을 했다. 있잖아, 하고 부른다.

"괜찮다먄 말야. 이거, 프로듀서가 끼워줘. 나한테"
"에?"

무슨 말을 들은건지, 순간 몰랐다.
자신이, 린에게. 그저 한번 껴주는것만으로, 버리지 않고 옆에 두는것만으로도, 그것만으로도 좋았는데. 그녀는 이 손으로 그걸 끼워보라고 한다.

단순한 농담인건 알고 있었다.
그래도, 멋대로 허리가 의자에서 떠올랐다. 파티를 위한, 시간 벌기다. 그렇게 변명을 한다. 추악한 어른이라고 생각한다. 교활하고, 더럽고, 한심하다. 그래도, 하다못해 마지막으로 그녀를 접하고 싶었다.

정면에 서자 린은 당황한것처럼 이쪽을 올려다봤다.
귀걸이도 목걸이도 없는 그녀를 보는건 드물어서, 왠지 굉장히 무방비한것처럼 생각이 든다. 평소보다도 쇄골의 존재를 세게 느낀다. 사복인것도 상응하여, 사적인 그녀가 갑자기 눈 앞에 나타난것마저 느꼈다.

목이 마른다. 목소리가 떨리려고 한다.
"머리카락을……치워, 주시겠습니까"
하다못한 승낙을 받을 생각으로 한 한마디에, 뜻밖일 정도로 린은 쉽게 그 말대로 했다. 가느다란 손가락이 매끄럽게 머리카락을 치우고, 얼굴이 아주 조금만 옆으로 기운다. 달기 쉽도록.
두근두근 심장소리가 귀 바로 옆에서 울고 있다. 손이 떨린다.
눈을 숙이게 된 속눈썹이 린의 뺨에 그림자를 늘어뜨리고 있다. 그 뺨이 붉다. 린도 마찬가지로 느끼고 있는걸까. 그런거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눈을 피하고 싶어져서, 린을 쳐다본채로 탁상 위를 더듬어, 귀걸이를 손에 든다. 어떻게 달면 좋을지는 잘 모르지만, 아까 린이 벗기는걸 보는한, 대개의 구조는 이해할 수 있었다. 힐끔, 눈을 내린다. 아직 새로운 은색의 빛. 어떻게든 이게, 내내 린의 옆에 있어주도록.

"……만지겠습니다"
어미가 떨리는건 감출 수 없었다. 목이 바싹바싹해서 숨이 괴롭다.
할 수 있는한 살짝, 귀를 만졌다. 놀랄만큼 뜨거웠다. 색도 빨갛다. 손으로 귀걸이를 분해해서 슬쩍 린의 귓불을 잡는다. 거기도 역시, 뜨거웠다.
"괜찮, 습니까"
"응……"
둘이서 쉰듯한 목소리였다.
귀걸이의 막대같은 부분을, 찾아서 린의 귓불에 댄다. 조금 귀를 잡아당기자 희미하게 뚫린 구멍이 보였다. 여긴가.
아프지 않도록, 가능한 천천히, 귀걸이를 넣었다. 이렇게 긴장한건 태어나서 이 나이가 될때까지 없었던게 아닐까 생각한다. 조금이라도 방향이나 힘조절을 실수하면 린을 상처주어버린다고 생각했다.
영원과도 같은 시간 속에서, 가장 안까지 지나간걸 확인하자, 귓불의 안쪽에서 꼬옥 받아들이듯이 금속을 끼웠다. 이걸로 아직 하나다.

두 번째를 손에 쥔다. 이번에는 말없이, 린의 귀를 만졌다.
놀란건지, 움찔거린다. 저저은 눈이 이쪽을 쳐다본다. 그런 얼굴을 하지 말아줬으면 싶다고 생각한다. 아니면 자신도, 비슷하게 다가간걸까.
한번 경험해서인지 두 번째는 생각했던것보다도 부드럽게 들어간다. 그 만큼 괜한걸 생각한다. 만진 손가락 끝에 전해지는 부드러움이나, 피부 아래에 연골이 묻혀있는 희미한 감촉이나. 그런 감촉이 모두 생생하게 올라선다. 현기증이 난다. 목이 마른다.
그것들을 전부 비틀듯이 누르고, 마개로 맊는다.

"다음으로, ……마지막입니다"
여러가지 의미를 담아서 그렇게 말했다. 린은 아무것도 모른채 작은 목소리로 응, 하고 말한다.
이걸로 마지막이다. 그녀와 함께 달리는것도, 그녀를 이렇게, 만지는것도.

본 적이 없는 작은 이음새를 벗기는건 고생했다.
구조만 알고 있으면 간단하다고 생각했지만, 어쨌든 작다.이런 가늘고 번거로운걸 린은 매일 하고 있는건가, 하고 감탄마저 한다. 아니면 그저, 자신의 손이 린의 손하고는 다른것 뿐인가.
어떻게든벗기자 꿀꺽, 하고 한번 침을 삼키고 각오를 굳히고 린의 목 뒤로 손을 돌렸다. 순간 린의 몸이 굳어졌다. 뺨에서 귀까지 새빨개졌다. 속눈썹이 감겨서 끔뻑일때마다 소리가 날것 같다.
이음새는 좀처럼 잠글 수 없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잠그는건 꽤 어려워서, 몇 번이나 실수했다. 그 때마다 다시하고, 아마 린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이 가까워졌다는걸 깨달은건 상당히 지난 후였다. 코끝이 슥, 닿고 처음으로 깨닫는다. 움찔한다. 한번 의식해버리면 더는, 틀렸다. 심장이 뛴다. 관자놀이 부근에 압력을 가한다. 현기증이 날것 같다. 손끝이 떨린다. 그렇게해서 더욱, 시간이 걸린다.

집중하자, 라고 다시 생각해도, 다시 생각해도, 린의 선열함이 의식을 날리게 한다.
이따끔 닿는, 뺨이나 귀의 솜털 감촉. 그녀의 귀 뒤쪽이 서서히 뜨거워진다. 그런 모든걸 잊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린을 만지고 있는 동안, 아플만큼 안타까웠다. 이제 두번 다신 이런 기회는 오지 않는다. 길은 달라진다. 그것이, 그녀를 위해서다.

"하, ………………끝났습니다"
"고마, ……워"
방심한것처럼 되어있는 린을 보고 한, 두 걸음 떨어진다. 멀리로.
"린 씨"
가능한 조용하게, 정중하게, 이름을 부른다. 젖은 눈동자가 이쪽을 본다.

"17살, 축하합니다"

만감의 마음을 담아서 그렇게 말했다.
그녀는 변했다. 처음으로 그녀를 알게 된 15살의 시간은, 차가운 태도의 뒤로 격정을 감추고 정신없이 빠질 무언가를 찾고 있는듯한, 그런 길에 헤메는것 같은 소녀였다. 지금은 다르다. 그녀는 길을 발견하고 자신의 발로 그곳을 걸어가려 하고 있다. 타케우치를 두고.

"처음 만났을때보다도……훨씬 멋져졌다고, 생각합니다. 린 씨"

하다못해 웃었다. 그녀들의 선고 이유. 자신에게는 없는것.
남을 행복하게 만드는 미소의 힘. 그걸 믿고 있었다. 자신의 미시ㅗ에도ㅗ 그것이 있기를 그저 바라며, 린만을 위해 조용히 웃었다.

그 말에 린은 조용히 고개숙이며 후우, 하고 무언가를 뿌리치듯이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고개를 든다. 평소의, 이름대로 늠름한 그녀가 된다. 그대로 조금 미소짓고, 린은 있잖아, 하고 불렀다.

"약속을 말야, 했잖아, 나"

약속. 그녀와 나눈 약속은 너무 많아서 생각나지 않았다.
지킨것도 꺤것도 있었다. 린은 즐겁게 웃는다.

"신곡이 완성돼면, 가장 먼저 들려준다고 한거"
"……아아,"
"그거, ……지키지 못했지"

욱신, 가슴이 아프다. 레코딩때, 자신은 료코와 있었기 때문이다.
음원은 체크했습니다, 하며 얼버무리는듯한 말이 멋대로 입에서 나와서 자기혐오를 한다. 린은 그런건 신경쓰지도 않는것철머 그게 아니야, 하며 노래부르듯이 말한다.

린은 한 번만 오른귀에 손을 대고, 쿡 웃으며 빙그르 돌아보였다.
반짝반짝 빛나는 귀걸이와 목걸이. 그것이 너무나도 눈부셔서, 눈을 가늘게 뜬다.

"지금, 불러줄게"

그렇게 말한 그녀는 아름다웠다. 눈부시고, 빛나 있어서, 틀림없는 아이돌이었다.
앉으라고 재촉받고 들은대로 앉는다. 그걸 확인하고 그녀는 희미하게 쓸쓸한 미소를 지으며, 그리고 노래를 불렀다.

결코 포기하지 않아.
어디까지나, 달려간다.
많은 사람들의 힘을 빌려서, 그녀는 간다.

멈춰선 자신에겐 아플 정도로 눈부신 노래가, 방에 울려퍼진다.
자신의 역할은 끝났다. 사랑도 또한, 끝내지 않으면 안 된다.

(……안녕히, )

아름다운 노랫소리 속에서, 가슴 속에서 중얼거렸다.
하다못해 웃는 얼골로 듣고 싶었는데, 가슴이 아파서, 그럴 수 없었다.



          ※



린의 생일 파티는 막힘없이 행해졌다.
멤버 전원이 참가, 기획한 그건 수제감이 흘러넘치는 따뜻한 것이라, 선물이나 과자나 음료와 함께 떠들고 나누는, 적령기의 여자애다운 모임이었다.
나는 일이 있어서 좀처럼 그 자리에 있을 수는 없었지만.

그 동안에 겨우 만든 시간을 사용해서 부장님을 만나러 갔다. 신 프로젝트 일로 바쁜건지 엇갈릴때마다 몇 명의 사람이 나간다. 인사를 하며 엇갈려서 들어가니, 부장님은 지쳤다는 얼굴로 앉아있었다.

모든 사정을 설명하니 부장님은 그저 인연이 없었던것 뿐이다, 라며 짧게 말했다.
문책당하지 않는게 훨씬 괴로웠다. 실은 모든걸 누군가에게, 누구라도 좋으니까 누구에게, 지금 당장 부딪쳐버리고 싶었다.

린을 좋아한다는것.
그걸 잊고 싶어서 결혼하려고 한것.
연정을 주지 못해, 사랑을 키우려고해서, 성실하게 있으려고 한것.
하지만 그건, 상대의 바람을 듣는다는 명목으로, 자신의 마음을 감췄던것뿐이라는것.
그걸 날카로운 료코는 간파하고 있었다. 그래도 계속 그녀는 기다리고, 기다리고, 기다려서……그렇게해서, 자신이, 최악의 타이밍에 그걸 깨부순 것이다.

선배말고는 이 얘기는 하지 않았다.
그 선배도, 타케우치를 탁하지는 않았다. 씨부렁할 사랑이다, 라고 한 마디만 했을 뿐이다.
누구라도 좋으니까 자신을 탓해줬으면 좋았는데, 어디에서도 그걸 얻을 수 없다.
그것이, 이렇게나 괴로울줄은 생각 못했다.

실례합니다, 하고 방에서 나가려고 하자, 문 틈새가 비어있다는걸 깨달았다.
엇갈려 나갈때 누군가가 문을 닫는걸 잊은 모양이었다.
그대로 밖으로 나간다. 그러자 파닥파닥 작은 발소리가 들려왔다. 뒤돌아본다.
멀리 뒷 모습은 린이었다.
(……들린, 걸까)
멍하니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이제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했다.
모든 일은 끝을 고한 것이다. 어차피 마지막이다.
료코와 인연도, 그리고 린과의 인연도 또한, 끝을 고한다. 그것 뿐이다.



          ※



귀가길. 린은 말이 없었다.
극히 가끔 툭툭 멤버에게 받은 선물이나 파티에 있던 일을 얘기하는 정도지, 그 후에는 내내 입을 다물고 있었다.

(역시, ……듣고 있던걸까)
아마, 그런거겠지. 그래도 모든게 이미 늦었다.
후임의 견적은 몇 명인가 후보를 뽑았다. 그 중에서 한 명을 회의에서 선택하기로 했다. 자신의 차례는 끝났다. 내일에는 이제 린에게 새 프로젝트에 대해서, 그걸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데 대해서, 말을 꺼내지 않으면 안 됐다. 모든것이 정해지고 인수마저 끝나면, 그녀가 자신의 손을 떠나버리면, 지금같은 차에서의 시간도 끝날 것이다. 이제 정말로 마지막이 다가오고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따끔따끔 아팠다. 하지만 무시했다. 이건 적절한 감정은 아니다.

린과 처음으로 만났을때는, 실은 잘 모르겠다.
초대면이라고 생각했던 그 만남은 실은 두 번째고, 첫 번째는 다른 라이브때였다는 모양이다. 그걸, 나중에 들었다.
겨울에 했던 다른 부서의 라이브에서, 자신이 스태프로서 참가하고 있을 때였다. 그녀는 꽃의 반입을 하러 와서, 어쩌면 아마, 어딘가에서 나와 만났었다.

어째서 그것만으로 끝나주지 않았던걸까, 하며 지금 되어서 생각한다.
그 두 번째의 만남이 없다면, 이런 사랑을 하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하고 다시 생각한다. 두번째로 만난 린의, 길에서 헤메어 해답을 찾고 있는듯한 눈을. 그녀를 그대로둘 정도라면, 지금이 더 나은걸지도 모른다. 어쨌든간에, ……이 사랑만 없다면, 모든건 잘 갔을 것이다.

이 사람의, 웃는 얼굴을 보고 싶었다.
처음으로 만났을때의 선렬하게 느낀 충격은, 타케우치를 저도 모르게 움직일 정도로 강했다. 누구나가 뒤돌아볼만한 오러가 있는 미소녀였다, 라는것만은 아니다. 이 사람이 웃으면 어떤 식으로 되는 걸까, 이 소녀가 진심으로 미소를 보여준다면, 자신은 어떤 일을 해도 상관없다고. 그렇게 생각할 정도로 그녀는.

그런데 결국, 린의 미소를 빼앗은건 항상 자신이다.
그녀는 나에게 사랑을 했다. 나도, 그녀에게 사랑을 했다. 모든건 실수였다.
엇갈림이나 망설임이나 고민이나 괴로움이 그녀를 강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저, 그저 린이 웃어줬으면 싶었던것 뿐이다. 그것만으로 예능계라고 하는 길에 끌고 온 것이다. 그런데. 기억에 있는 린은, 울고만 있다.

그녀에게 사랑을 한걸 깨달은건, 눈물이 너무나도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 훨씬 전부터 사랑은 시작되어서, 웃는 얼굴을 보고 싶다고, 무슨 일이 있어도 그녀의 미소를 만났을때부터 줄곧, 사랑은 진작에 생겨났을 것이다. 어찌할 수도 없는, 실수가.

내일 일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거웠다.
린을 빨리 놓아버리고 싶었다. 이런 마음으로, 린도 자신도 어찌할 수도 없는 사랑에 몸을 애태울 바에야 빨리 결별해버리고 싶다.

차를 멈춘다. 그녀의 집, 꽃집 앞이다.
린은 겸연쩍게 이쪽을 쳐다보고, 툭 중얼거렸다.

"으음……오늘은, 고마워, 프로듀서"
"……네"
"그럼, 그게, 나……돌아, 갈게"
"네"

늘 하는 인사였다. 정형화한, 감정이 없다.
그것이 지금은 고마웠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있을 수 있다.
린은 가방을 어깨에 매고 문에 손을 대고 짧게
'그럼 안녕' 하고 말했다.

(평소대로 있을 수 있는건, 이게 마지막이다)

그대로 문이 열린다.
그대로 바라보려는데 하지만 어째선지 린은 가지 않았다.
이상하다는 얼굴을 하고 뒤돌아본다. 그대로 고개를 기울인다.

"왜 그, 러십니까?"

묻는다. 뭔가 물건이라도 잊은걸까.
그러고보니 전에 차에 잊고 갔었던 자신의 명찰. 그걸 린은 아직, 부적으로 삼아주고 있는걸까. 그런거라면, ……내일 이후로, 가능한 빨리 버려줬으면 싶다.

린으로 말하자면 정말로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살짝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덩달아 아래를 본다. 그러자 믿을 수 없는것이 보였다.

(――어?)

린의 오른손목을, 자신의 왼손이 단단히 쥐고 있다. 매달리듯이다.
무슨 착각이라고 생각해서 몇 번이나 깜빡인다. 보이는 풍경은 변하지 않는다.

"아, ……어, 저기, 이것, 은"

린은 묵묵히 이쪽을 보고 있다. 검은 동공이 나를 비춘다.
애가 타서 몇 번이나 풀려고 했다. 그런데, 그럴 수 없다. 몸이 말을 듣지 않고, 몇 번을 당겨도, 흔들어도, 손은 떨어지려고 하지 않는다.

"으음……어라, ……어, 라?"

가슴 속에서 뭔가 시커멓고 큰 구멍이 뚫리는 느낌이 들었다.
스윽, 하고 감정이나 제어나, 여러가지가 그곳으로 빠져간다. 단순한 사실이 남는다. 매달려서 린을 잡고 있는, 추악한 자신의 구도가.

(그녀를, 풀어줘야해……, )

그러지 않으면 안 되는데.
사랑은 저주라고 선배는 말했다. 그 말대로다. 그녀도 자신도, 이런 사랑을 하고나서 상처입는것밖에 하지 않는다. 이미 린은 먼 세계에서 달리고 있다. 자신의, 자기 혼자의, 힘으로. ……타케우치를 두고.

"…………읏, ……, 죄송, 합니다…"

쥐어짜는듯한 목소리가 나왔다.
무엇에 대한 사죄인지는 몰랐다.
온갖 모든 일에 대해서 사죄하고 싶었다. 만난것, 스카웃 한것, 이 세계로 끌고온것, 사랑을 한것, 그리고나서 있었던 모든 일에. 그녀와 자신이, 그저 만난, 그뿐인 모든것에.

만류따위 하고 싶지 않았다.
성장한 그녀를 웃으며 바래다주고 싶었다.
그런데 몸은 전혀 말을 듣지 않고, 린을 만류해서, 그저 가슴이 괴롭다.
아무리 손을 떼려고 해도 꿈쩍도 하지 않아서, 고옥 도움을 바라듯이 린의 가느다란 손목을 움켜쥔다. 나는 이미 어른인데, 꼴사납다.

린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조용히, 타케우치를 보고 있었다.
그것이 단죄같아서 무서웠다.
마음이, 망가질것 같았다.

조심조심 반대손을 가져와서, 손가락을 하나 잡고 벗견내다. 그건, 제대로 되었다. 안도한다. 같은 동작을 다섯번 반복해서, 그 때마다 상처가 후벼지듯이 아프다. 가줘, 라고 생각하는데, 같을 정도로 강하게, 어디에도 가지 말아줘, 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자신이 해야할 일은 내일, 이니까, 억지로라도 손가락을 벗겨낸다.

자유로워진 손을 추욱 떨군 린은 조용히 손목을 조금 쳐다보고, 그리고나서 이쪽을 봤다. 무슨 감정이 실려있는지, 타케우치에겐 알 수 없었다. 그저, 무서웠다.

기나긴 침묵. 린은 내리지 않는다.
마음속에서 무언가가, 지금이라도 무너질것같은 무언가가 흘러 나올것 같아서, 그것이 무서웠다.
저주라는 사랑. 말 그대로 그렇다. 지금 자신은, 저주받았다. 왜냐면 이렇게나 괴롭다. 무서워서 견딜 수가 없다. 자신을, 그리고, 린을.

견디지 못해서 고개숙여서 한 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눈물도 나오죄 않았다. 이별이다, 라고 알고 있는데, 그걸 하고 싶지 않는 자신이 있다.
말로 할 수 없는 것이 가슴안을 날뛰어서 그저 아프다.
입이 열려지는걸 몇 번이나 참았다. 지금 말해버리면, 뭘 말할지 몰라서, 무서웠다. 그런데, 역시 견딜 수 없어서. 말이 새어나와버린다.


"………………, 당신이 소중합니다, …, "


소리가 되어 나온건 고작 그것뿐.
온갖 모든 깨끗한 감정도 추악한 욕망도 이별의 두려움도 더러운 집착도, 모든게 마음속에서 흘러나오고 있는데, 입에 나온건 그저, 정말로 그것 뿐이었다.
떨림을 감추지 못하고, 얼굴을 엎은채로, 이를 악문다. 이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도록.
자제하고, 자율하고, 프로듀서의 얼굴을 만든다, 하지만 얼굴을 들 수가 없다.

"가주세요……"
"안 가. 여기에 있을래"

――순간.
어떠한 단죄보다도 아픈 말이, 가슴에 꽂혔다.

저도 모르게 고개를 들었다. 모든게 다, 무너져버릴것 같았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손을 뻗어서, 지금 당장 그녀를, 있는 힘껏 껴안고 싶었다.
이대로 그녀를 데리고, 차를 달려서, 어디까지도 도망가버리고 싶었다.
그래도 린은 괜찮다고 말할 것이다. 단죄하지도 않고, 타케우치를 용서하겠지.
그것이 무엇보다도, 괴로워서 아팠다.

(……만나선 안 됐다, )

무언가가, 망가져가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 빗소리를 떠올린다. 그녀에게 사랑을 하고, 비가 내리는 가운데, 절망을 알았다.
그때보다도 심하다고 생각했다. 용서받을리 없다. 자신도, 그녀도.

격정이 가슴을 쑤셔올랐다.
분노와도 닮은, 분개에 가까운 무언가였다.
거기에 이끌리는대로, 린에게 가주라고 말한다. 린은 듣지 않는다. 알고 있었다.
그러니까.

"……가라고!!"

부디, 부디 멀리. 내가 없는 세상으로.
처음부터 만나지 않았던게 불가능하다면, 하다못해 지금만이라도.

문을 난잡하게 열고, 린을 세게 밀쳐낸다. 가녀린 몸은 놀랄정도로 간단하게 굴러서, 노로라서 크게 뜨여진 눈동자가 그대로, 데구루 떨어져갔다. 아파서 견딜수가 없다.

콰앙, 세게 문을 다다고, 지금까지 한 적이 없는 액셀을 마구 밟아서 그 자리를 떠난다. 들은 적도 없을법한 시끄러운 타이어 소리가 났다. 비명같았다.

"…………읏, "

핸들에, 기세 좋게 왼손을 후려친다.
이렇게나 몸이 말을 듣지 않는건 몰랐다.
하지만 그것도 전부, 마지막이다. 모든게 다 끝이다. 내일이 되면 린은, 자신이 버려졌다는걸 알고, 타케우치를 단죄하고, 매도하고, 화낼것이다. 그거면 된다.

이럴때, 린처럼 눈물이 나오면 좋을텐데 하고 생각했다. 무리한 이야기였다.
어른 남자인 자신은, 신데렐라는 될 수 없다. 마법사도 왕자님도 나타나지 않는다. 기껏해야, 스스로 탑에 틀어박힌 라푼젤이다. 그것도 단발의. 누구의 도움도 오지 않는다. 누구도 가까이 올 수 없다. 그거면 된다. 이야기는 이걸로 끝이다.

"………………린 씨,"

그 후에 이어지는 말은 없었다.감사도 사죄도 사랑의 말도, 뭐도.

돌아간 후에는 혼자서 술을 마시고 잤다. 이럴때마저 다음날에 영향이 없는 분량밖에 마실 수 없는 일하는 인간인 자신이, 바보같았다.



          ※



눈 앞에 내밀어진 서류를 넘기는 소리가 조용히 울린다.
파라락, 파라락, 하고 조용한 소리가 점점 난잡해지고, 마지막에 린은,

"이거, 무슨 소리야"

조용하게 말했다. 와야할 때가 왔다고 생각했다.
있는 그대로를 전한다. 새로운 프로젝트가 움직인것. 신데렐라 프로젝트와 겸임해도 상관없지만, 이후 활동의 비중은 프린세스 블루에 무게를 둘것. 많은 사람이 관여하는 큰 크로젝트라는것.
그리고 거기에, 타케우치의 이름은 올라가지 않는다는것.

린은 아연한 표정으로툭, 떨어뜨리듯이 서류를 탁상에 두었다. 푸른 꽃을 모티브로 한 로고가 표면에 춤추고 있다. 저기, 하고 매달리는듯한 린의 목소리.

"지금…………뭐라고, 했어"

결정적인 말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사실을.
아연해하는 린을 곧게 쳐다보고 입을 연다. 각오는 되어 있었다. 준비도 했다. 남은건 그저, 자신이 혼자서 몸을 뺄 뿐이다.

"저는……당신의 프로듀서를, 그만두겠습니다"

흔들흔들, 린의 가녀린 손이 들어올려진다. 무언가를 요구하듯이.
하지만 그건 이쪽으로가지 않고, 결국 공중을 조금 맴돌고, 목덜미의 목걸이를 잡았다. 자신이 어제, 이 손으로 그걸 달아줬다. 그 추억이 있다면, 나는.

그저 망연한 상태였던 린의 눈에, 힘이 갑자기 돌아온다.
꽈악, 목걸이를 움켜쥐고, 날카로운 안광이 이쪽을 쳐다봤다. 낮은 목소리.

"어떻게 된 거야?"
"저는, 린 씨를 위해……,"
"대답이 안 돼"

즉답. 거짓말은 하나 하지 않았는데, 전해지지 않는다.
하는 수 없이 같은 말을 되풀이한다.

"…………그러는 편이, 이후의 린 씨의 활동을 위한게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것뿐?"
"그것뿐, 입니다"

린은 한 순간만 지금이라도 울것같은 얼굴을 하고, 눈을 꼭 감았다.
(당신에겐, ……권리가 있습니다)
나를 단죄할만한, 권리와, 이유가. 그걸 그저 가만히 기다린다.
떨리는 목소리가 린의 목에서 쥐어짜내진다. 재촉하듯이, 이름을 부른다. 그러자.



"――이런건! 이런건 전혀 나를 위한게 아냐!!"


눈물 글썽이는 아름다운 목소리가, 힘세게 소리질렀다. 강한 목소리로 린은 이쪽을 탓한다.
나는 그저 묵묵히 그걸 받아들였다. 그래야했다. 린은 말한다.

"그때, 새로운 세계를 보여준다고 말했잖아!! 그건 전부 거짓말이었어!?"

거짓말이 아니다. 하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해야하지 않다.
길을 헤멘 린에게,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고 싶다고 말한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 뒤에는 어찌할 수도 없는 강한 욕구가 하나, 있었다.

(당신의, 미소를 보고 싶었다)

그걸 위해서라면, 당신을 위해서라면, 어떠한 일도 할 수 있었다. 그렇게 둘이서 달려왔다. 하지만 그건 전부 잘못이었던 것이다. 더는, 같이 있어야하지 않았다.
린은 머리카락을 흔들면서, 어째서 아직 울지 않는건지 신기할 정도의 격정으로 소리지른다.

"그것만이 아냐, 요즘 너 이상해! 평소하고 전혀 달라……대체 왜 그러는거야!?"

(……평소.)
평소, ……대체, 평소의 나는, 어떻게 그녀를 접했던걸까.
사랑을 알때까지 일년간, 대체 나는, 그녀와 어떻게 걸어갔던걸까. 더는 떠오르지 않는다. 되돌릴 수 없다. 사랑은 시작되어버렸다. 그리고 이제 끝내야한다.
하다못해 마지막으로 그녀가 바라도록 행동하고 싶었는데, 아무것도 떠올리지못한다.
고개를 든다. 그저 조용하게 물었다.

"평소, 란, 뭡니까?"
"에……"
"어떤 저를, 바라고 있는겁니까?"
"……뭐야, 그거"

진심으로 이해할 수 없다라는 식으로 린은 고개를 저으며 한 발짝 뒤로 물러난다. 마치 타케우치가 정체 모를 생물이 되어버린것처럼.
(나에게 있어서도, 그래)
타케우치 자신이 뭐가 영문 모를 무시무시한게 되어버린걸로밖에 생각할 수 없다. 자제도 듣지 않는다. 격정이 멋대로 솟아오른다. 그런데다 그녀를 상처입힌다. 어떻게 행동하면 올바른건지 모른다. 그러니까 가르침을 바랄수밖에 없다.

"……저는, 당신이 좋을대로 하는, 것이"
"그만둬 그거!! 더는 듣고 싶지 않아!!"

귀를 막고 소리지르는 린. 그렇게 듣는다면 따르자.
그것이 린이 바라는거라면.

"…………알겠습니다"

그저 묵묵히 린의 단죄를 기다렸다.
평소대로라는게 어떤건지, 더는 모르겠다.
린에게 있어서 좋도록 행동하면 되는데, 그것도 모르겠다.
하다못해 그녀에게 듣고 싶었지만, 그녀는 더는 듣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그러니까, 그저 기다릴 수밖에 없다.

(겨우, …………, …….)

안도하고 있었다.
나는 계속, 이렇게, 혼나면서, 문책받고 싶었던 것이다.
누구도 자신을 탓하지 않았다. 그것이 아플만큼 괴롭고, 고통스러웠다.
설령 사랑이 아니었어도, 린에겐 자신을 탓할 권리가 있다.
그걸 행다받는데, 그저 안도하고 있었다.

좀 더 헐뜯으면 된다, 좀 더 세게,
두번 다신 미련 따위 남지 않도록, 절망해주면 된다.

그런데.

린은 갑자기 입을 다물었다.
조심조심 고개를 들어보니, 올곧게, 조용하고 고요한 눈빛이 이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거기에 분노의 색도, 실망의 색도 보이지 않는데 놀란다. 어째서. 그녀에겐, 권리가.

"잘 들어, 프로듀서"

조용해진 방에, 심지 있는 린의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어떠한 말이라도 달게 받으려고 생각했다. 각오를 굳힌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나는, 네 옆에 있을거야"


(――, 뭣, )
전혀 예상도 못했던 곳에서 먹은 일격이었다.
놀란 나머지 눈을 크게 뜬다. 린의 모습이 어지럽게 흔들려 보인다.
(어째서, 아직, )
그런 말을, 할 수 있는걸까.
자신은 그녀를 끌고와서 휘젓고, 그리고 마지막에 버리고, 도망치는데.
차라리 있는 힘껏 욕하고, 후려쳐주면 좋을 정도인데.

린의 눈동자가 빤히 이쪽을 쳐다본다. 강한 의지를 깃들고.
어떠한 때라도 옆에 있겠다고, 그 눈이 말한다. 아이돌과 프로듀서는 일심동체라고. 하지만 그걸 뒤엎은건 나인데. 그런데, 아직.

(…………이런건, ……너무하다, )
왜냐면 그래선 린은 영원히 행복해질 수 없다.
자신이 옆에 계속 있는한, 절대로. 나는 사랑을 버릴 수 없다. 린은 어떤지 모른다.
하지만, 어더한 일이 있어도라고 그녀는 말한다. 그러니까 요컨대, 그런거다.

영원히, 지금의, 돌고 도는 챗바퀴를 계속해도 좋다고 그녀는 말한 것이다.

너무나 심한 이야기다.
절망으로, 발밑이 무너질것 같았다.
그런데, 마음속 깊은곳에서 무언가가 싹틀것 같다.
마음이 흔들리고, 정이 움직인다. 실은, ……사실은.


――이루어진다면, 계속 옆에 있어줬으면 싶었으니까.


어른이 됭어서 처음으로, 눈물이 배어나와서 눈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상태를 체험했다.
혼란이 심하다. 머리 속에서 무언가가 말다툼을 한다. 계속 옆에 있고 싶어. 지금 당장 떨어지고 싶어. 이렇게해야한다 저렇게 해야한다, 하지만 실은, 나는 이렇게 있고 싶었던 것이다. 영문을, 모르게 될것 같았다.

그런 타케우치를 빤히 쳐다보고 있던 린은 슥, 한 발짝을 내딛는다.
당황해서 뒤로 물러나고 싶어지지만, 뒤는 이미 탁상이라, 어디에도 도망갈 길이 없다.
린은 점점 다가온다. 눈을 감는다.

포근, 따뜻한 감촉이 손을 감싼다.
린의 손바닥이었다.
린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저 묵묵히, 살짝 이 손을 포개고, 상냥하게 쥐었다.
그것이 너무나도 따뜻해서, 죽고 싶어졌다.

이 사람의 옆에 있고 싶다.
하지만 그건 해선 안 되는 것이다.
어쩌면 좋을지 모르겠다.
어째서 이렇게 간단한걸로 흔들려버리는걸까.
각오는 진작에, 결심했다고 생각했는데.

버티지 못했다고 료코는 말했다. 그럼 린은?
옆에 있다고 말한, 린은? 마찬가지로 소중하게 여기고 싶었던 사람이다.
믿고 싶다, 라며 통렬하게 생각하는 자신을 참을 수 없었다. 참아야하는데.

뿌리치려고 생각했는데, 할 수 없었다.
마치 전날밤같다, 하며 몰려버린 구석에서 생각한다. 린을 놓고 싶지 않아져서, 계속 옆에 있어줬으면 싶어서, 무의식중에 매달렸던, 그.
지금은 반대다. 린이, 자신을 붙잡고 있다. 무의식이 아니라, 아마 자신의 의지로.

(그래도, )

해야하는걸, ……하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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