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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채색의 빛 - 24. 이율배반은 잡히지 않는다(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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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2-12, 2015 13:06에 작성됨.

"린 씨!"
"프로, 듀서"
"죄송합니다. 붙잡지 못했습니다"
 
그런건 아무래도 좋았다.
그런걸 하는것보다도, 내 옆에 있어줬으면 싶었다.
내내 참고 있던 눈물이 흘러나온다. 프로듀서, 라고 부르고 싶은데, 목소리가 떨린다.
그는 제정신을 차린듯한 표정을 짓고, 내 눈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만져도, 되겠습니까"
끄덕이자 그는 젖은 수건을 손에 들고 내 손을 감싼다. 그대로 백탁의 액체를 슥, 닦았다. 몇 번이나 몇 번이나수건을 바꾸면서, 이대로라면 손이 없어지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몇 번이나.
쥐어짠 수건으로 완전히 젖어버린 내 양손. 거기에는 이미, 타인의 욕정의 잔해는 없다. 하지만 그는 아직 몇 번이나 계속 닦으며, 겨우 끝났다고 생각하니, 손등에 이마를 대는것처럼 고개를 숙였다.
 
"……죄송, 합니다……당신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그 목소리가 분노와 한심함으로 떨고 있는건 나에게도 알 수 있었다.
그런거였나, 하고 이제와서 납득했다. 몹시나 엄중했던 체제를.
"어쩔 수, 없어"
목소리가 떨리는건 감출 수 없었다.
"아무리 신체검사를 해도, 저런건, 어떻게도, 하니까, "
화내지마. 떨지마. 말을 들려줘도, 나는 내 말을 듣지 않는다.
"하지만!"
"뭐라할 일 아냐, 이런건"
"린 씨"
"나는 괜찮아. 아무렇지도 않아. 괜찮아. 지지 않아"
말을 들려주고 있는건 스스로도 알았다. 눈 앞에 무릎 꿇은 그가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다. 무슨 일이든 간파당하는것 같아서 시선을 피한다.
"가야해. 팬이 기다리고 있어.
그대로 손을 뿌리치려고 했더니 꽈악, 굳세게 잡혀서 그럴 수 없었다.
 
"괜찮지, 않습니다"
 
손을 굳세게 잡힌채로 그렇게 듣고 괜히 울고 싶어진다. 눈물이 배어나온다.
"그치만"
"…………, "
"그치만! 괜찮다고 밖에……할 수 없잖아, "
손을 쥐는 감촉이 강해진다. 아플 정도로.
그걸 뿌리치려고, 나는 시선을 피한채로 말한다.
"나는 스테이지에 올라갈거야. 그렇게 정했어. 무슨 일이 있어도"
"그건……무엇을 위해서?"
"나를 위해서"
즉답이었다.
의무감도 도피도 뭐도 아니다, 그저 내가 폭 빠질 수 있는 무언가를 위해서, 나는.
"하지만"
또르륵, 말이 흘러나왔다.
 
"다음부터는, 이럴때는, 쫓아가지 마……내 옆에 있어줘"
 
약한 말이었다. 나답지 않다. 이런건, 그에게 밖에 할 수 없다.
겨우 시선을 돌리니 그는 놀란듯이 몇 번이나 끔뻑였다, 그렇다고 생각하니 시선을 꾹 숙이며, 눈을 꼭 감고. 그리고 무언가를 참는듯한 얼굴을 했다.
천천히 나한테서 손을 떼고 일어선다.
시선이 위에서 내려온다.
 
"그건……할 수 없습니다"
 
역광이라, 그의 얼굴이 잘 보이지 않는다.
"……어째서?"
"그건……일, 이니까요"
갑자기 밀쳐내는듯한 음성에, 당혹한다.
방금전까지 그렇게 상냥했다. 몇 번이나 내 손을 닦고, 이마를 대고, 미안했다고 말해줬다. 그런데.
왠지 그가 갑자기 다른 사람이 되어버린것 같았다.
 
"……나갈 수 있습니까"
"으, 응……"
"그럼, 갑시다"
 
심히 사무적인 말씨. 정말로, ……어째서 그러는걸까.
하지만 시간은 지나가서, 모든건 이미 벨트 컨베어 위에 올려져버려서, 나는 겉으로 나와 웃을 수밖에 없다.
 
결국 그의 진의는 모르는채로, 악수회는 그것 말고 문제다운 문제도 없이 끝났다.
 
실은 그 전부터 이상한 편지나 저속한 선물이 왔었다, 라는걸 알게 된건 조금 후의 일이었다. 그것들은 모두 검토되어 있어서, 나에게 오지 않았던 것이다. 몰랐던건, 나 뿐이었다.
팬의 편지는 굉장히 개인적인 접촉이라고 생각했으니까, 인목이 있던것에 조금 저항을 느꼈다. 하지만, 그 축축한 감촉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걸지디ㅗ 모른다, 라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의 손을 경유한 편지를 읽는건 조금 아쉬웠지만, 그 만큼 한 명 한 명의 펜에게 성실하게 접하자, 설령 그게 어떠한 사람이라도, 라고 마음먹고 이 일은 무리하게 끝내기로 했다.
실은 공포나 혐오나 의심이 없는건 아니었지만,하지만 나를 만나서 기뻤다고 말해준 미소들의 앞에선, 그런건 무의미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니까 끝. 더는, 생각하지 않는다. 대책은 스태프가 한다. 나는, 나의 일을.
 
 
 
          ※
 
 
 
똑똑, 소극적으로 문을 두드린다.
"나, 인데……"
"들어와주세요"
프로듀서의 말에 살짝 문을 연다. 이번에도 또 갑작스런 호출이었다.
오늘은 정말로 오랜만에 오프여서, 하지만 왠지 휴식에 몸이 익숙치 않아서 이 호출이 조금이지만 고마웠다. 달리기를 하던 그 발로 사복으로 갈아입고 여기까지 왔다.
 
"무슨 일 있었어? 새로운 일?"
"아뇨……그런, 건"
 
그는 버벅인다. 악질적인 팬이나 이상한 일이나……불쾌한 일인걸까, 하고 자세를 잡으니, 그걸 깨달은건지 황급히 그는 손을 흔들었다.
"아닙니다. 그게……일이나, 그런 종류가, 아닙니다"
"어? 그럼, 왜……"
"그게……으음"
조금 시선을 피하고, 목덜미에 손을 대는 프로듀서. 뭘 그렇게 곤혹해하는걸까. 어딘지 모르게 귓가가 빨간 느낌마저 든다. 이런 반응, 처음으로 본다.
 
그대로 오랜시간 조용히 있었지만, 1분 정도 후에 그는 겨우 각오를 굳힌건지,
"린 씨. 그게……이쪽으로"
살짝, 겸양쩍게 손짓을 했다. 거기에 따른다.
큰 책상 너머로 마주보니 그는 서랍을 열고,
 
"……생일, 축하합니다. 린 씨"
 
통, 하고 작은 상자를 내 앞에 두었다.
(어? 오늘은, ……오늘, 이었어?)
눈을 끔뻑거리는 나를 보고, 그는 조금이지만 표정을 부드럽게 만든다.
"그 모습으로는 잊고 있던거군요"
"아……, 응, 완전히"
매일 그렇게나 바빠서. 달력을 보기는 했지만 그건 전부 일이나 레슨 예정에 대해서만 쓰여 있어서 자신의 일은 전혀, 완전히 잊고 있던 것이다.
 
"그런가……그래, 응…생일, 이구나"
눈 앞에 놓인 네이비 상자가 반짝반짝 빛나보인다. 기분탓이다. 하지만, 나에게 있어서 진실. 조심조심 손을 뻗고,
"열어도 돼?"하고 물으니 그는 깊게 끄덕였다.
 
고급스러워보이는 상자는 상하로 열게 되어 있어서 디자인으로 보건데 악세사리가 들어있는거라고 생각했다. 손에 들고 살짝 연다.
 
"…………어? 이건,"
 
거기에는 극히 심플한, 귀걸이와 목걸이 세트.
예쁜 은색에 쓸데없는 주장이 없는 둥근 디자인. 낯익은 형태.
고개를 들어 프로듀서를 보니, 그는 조금 얼굴을 찡그리며,
 
"항상 차고 다니는거라면, ……필요한걸까, 생각해서요"
 
(그렇게 올줄은 생각 못했어)
왠지 맥잉 빠진다. 선물받은건 지금도 내가 끼고 있는, 둥근 실버 귀걸이와 목걸이. 그것과 완전히 같은 디자인에, 같은 브랜드였다.
"악세사리에 필요도 불필요도 없는데……후훗, "
"린 씨?"
"으응, 아무것도 아냐……그저, 후후훗"
 
되게 서툰 사람인걸까.
분명 나에게 선물을 주는데 이것저것 생각한게 틀림없다. 어쩌면 프로젝트의 모두에게 물어본걸지도 모른다. 그래서 분명 고민하고 생각한 그 결과가 이거. 평소와 완전히 같은, 차이가 없는 악세사리.
 
"이래선, ……후후, 내가 스스로 선물을 고른것 같네"
"그건……그럴, 지도 모릅니다"
 
반성하겠습니다, 라고 말하는 그에게 됐어, 그대로면 돼, 하고 대답한다.
어차피 지금 끼고 있는 실버는 많이 사용해서 빛이 무뎌졌다. 그건 그거대로 맛이 나올지도 모르지만, 새로운게 한 종류 정도 있어도 좋다, 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설마 완전히 같은걸 받을줄은 상상도 못했지만.
 
"괜찮다면……껴주시겠습니까"
"그러게, 그럴까"
 
살짝 상자를 탁상 위에 돌려놓고 오른쪽 귀걸이를 뺀다. 왼쪽도, 마찬가지로.
네이비상자의 옆에 하나씩 두고, 손을 목 뒤로 가져가서 목걸이의 이음새를 풀었다. 체인을 정리해서 벗은 귀걸이 옆에 둔다.
그러자 그 동작을 그가 빤히 쳐다보고 있던걸 깨달았다.
"뭐야?"
"아, ……어, 아, 아뇨……아무것도…"
"이상한 프로듀서"
"…………죄송합니다"
그렇게 말한 그의 귓가가 역시 붉다. 어딘가 상태라도 나쁜걸까 생각했지만, 그런식은 아닌것 같고. 이상하다.
넌지시 선물 목걸이로 손을 뻗으려던 그때 그렇지, 하고 생각했다.
 
"있잖아, 프로듀서"
"네"
"괜찮다면 말야. 이거, 프로듀서가 해줘. 나한테"
"――에?"
 
고개를 들어 믿을 수 없는걸 들었다, 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 프로듀서를 뒷전으로 나는 극히 평범한걸 말한것처럼 중얼거린다.
"그치만 항상 같은걸 스스로 낀들 평소랑 아무 차이가 없잖아"
"하, 하지만"
"모처럼 생일인걸. 평소와 다른 기분을 느끼게 해줘도 되잖아"
"……그것, 은"
"그치?"
생긋, 웃어보이니 그는 마침내 입을 다물었다. 귀가 새빨갛다.
(아아, 이건, ) 컨디션이 나쁘거나 그런게 아니라, 단숞니 수줍은걸까.
그렇게 깨달으니 간지러운 기분이 든다.
 
이제 충분히 드문걸 보게 됏으니, 이것도 또 생일 선물로 칠까, 하며 나는 놀리는걸 그만두고,
"라는건, 농담,"
"――알겠습니다"
"엣"
벌떡, 소리를 내며 그가 일어선다. 키 차이가 난다.
 
(자, 잠깐, 기다려)
나, 그럴, 생각은.
 
탁상을 가로지르고 그가 다가온다. 정면으로.
조금 몸을 숙이고 얼굴을 가져온다. 심장이 시끄럽다. 낮은 목소리.
 
"머리카락을……치워, 주시겠습니까"
"아, …………, "
 
정신을 차리니 말대로 하고 있었다.
얼굴을 조금 기울이고, 귀를 드러내듯이, 머리카락을 쓸어올린다. 뺨이 굉장히 뜨겁다.
그는 귀걸이를 들고,
 
"……만집니다" 짧게 말했다.
"읏, ――"
 
그 목소리가 굉장히 가까워서 심장이 찢어질것 같다.
귀 바로 옆에서 고동이 쿵, 쿵, 시끄럽다.
그 귀에, 그의 손가락이, ――닿는다.
서늘한 감촉이었다. 오싹했다.
그는 손으로 귀걸이 캐치를 떼고,
"괜찮, 습니까"
"……으, 응, ……"
그대로 뚝, 귀에 귀걸이를 넣었다.
귓속을 차가운 관이 통과해가는게, 평소에는 전혀 아무것도 느끼지 않는데, 지금만큼은 엄청 느껴졌다. 스, 스스윽, 하고.
그대로 귓불 뒤를 살짝 만져지고 꼬옥, 조여지듯이 만져진다. 캐치가 끼워진 것이다.
 
(어쩌지, 현기증이 나, )
왜냐면 나는 이 사람을 좋아하는거다.
 
이런식으로 할생각이 아니었는데.
그저, 생일인데 아무 변함이 없는 선물을 준 그가 너무나도 그다워서, 그걸 조금 놀려보고 싶어져서 그것 뿐인데.
왜냐면 그에겐, 미즈키 씨가. 그런데.
 
반대쪽 귀속을, 차가운 금속이 통과해간다.
스슥, 소리가 나는것처럼 느낀다. 그에게 만져진 부분이 뜨겁다.
이따끔 번거로운듯이 그는 손등으로 머리카락을 살짝 치운다. 그 동작이 괴롭다.
 
"……다음으로 마지막입니다"
"…………응, "
이제 내 목소리는 사라질것 같아졌다. 프로듀서는 목걸이를 손에 들고, 신기하다는 듯이 금속 이음새 부분을 쳐다보고, 큰 손으로 어려운듯이 그걸 떼고,
 
"실례합니다"
"……읏!"
 
그렇게 말하고 내 목을 안듯이, 머리카락 뒤쪽으로 손을 뻗었다.
놀랬다. 그래. 이 사람은 남자니까, 목걸이를 다는 법은, 모르는 것이다. 남에게 달아줄때는 뒤로 돈다거나, 그런건, 전혀.
(우, 와……)
뺨이 뜨겁다. 얼굴이, 굉장히 가깝다. 껴안겨있는것처럼 착각한다.
목 뒤로 돌려진 손이, 목덜미 부근에서 꼼질꼼질 움직이고 있다. 가끔 손의 일부가 목덜미에 스칠때마다 움찔거린다. 목도 귀도 뺨도, 그 사람이 다가온 부분 전부가 뜨겁다.
그의 눈썹이 찡그려진다. 몇 번인가 시행착오를 하고, 하지만 이음새 부분이 제대로 연결되지 않았던것 같다. 보지 않고 목걸이를 채우는건 확실히 조금 요령이 필요하다. 여자애라면 누구라도 할 수 있는 그런 사소한것을 못하는 그는 어른 남자라는걸 알게 된다.
 
깨닫고보니 그도 나도 숨이 막혀있었다.
얼굴은 아까보다도 훨씬 가깝다. 그의 의식은 완전히 뒤족 이음새 부분에 가 있는것 같아서 나와 코가 맞닿을것 같은 거리를 깨닫지 못한다. 닿지 않도록 얼굴을 피하며, 하지만 그의 숨결이 두근두근 뺨이나 목덜미나 귀에 걸리는게 참을 수 없이, 괴롭다.
 
영원이라 생각하는 시간이 지나고.
하, 하는 짧은 숨이 들려왔다. 그렇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온도는 떨어졌다.
 
"……끝났습니다"
"………………, 고마, 워"
"린 씨"
"아, 응"
전혀, 평범한 대답을 할 수 없다. 하지만, 그는 조용히 잔잔한 표정으로,
 
"17살, 축하합니다"
 
조용히 그렇게 말했다.
"처음 만났을때보다도……훨씬 훌륭해졌다고, 생각합니다. 린 씨"
그러고 희미하게 미소짓는다.
부드러운 미소. 처음 만났을 무렵에선 상상도 못할만한 변화.
 
그는 변했다.
말없고 서툰구석은 변함없지만, 조금은 잘 웃게 됐고, 여러가지를 우려하지 않고 말하게 됐다, 같은 느낌이 든다.
 
나도 변했다.
말없고 퉁명스러운건 아직 있지만, 상당히 자주 웃을 수 있게 됐고, 하고 싶은 말을 한 후에, 제대로 보조를 할 수 있게 됐다는 느낌이 든다.
 
세월은 흐르는구나, 생각했다.
그에게도 나에게도, 마찬가지로 시간은 흐른다. 나는 앞으로 점점 아이돌로서 성장해가겠지. 팬의 수나 일도 늘어날테고, 프로듀스의 규모도 커지게 되겠지. 그는 미즈키씨와 결혼하고, 일은 분명 계속하겠지만, 결혼식을 하거나, 아이가 생기거나, 그런것도, 있겠지.
 
(……끝난 사랑, 인가)
 
"저기"
"네?"
"약속을 말야, 했었잖아, 나"
으음, 하고 생각하는 동작. 거기에 쿡 웃고,
"신곡이 완성되면, 가장 먼저 들려준다고 한거"
"……아아, "
"그거, ……지키지 못했지"
"음원은, 먼저 체크했습니다만……, "
"그런게 아니야. 그런거 아냐"
레코딩에서 그는 없었다. 나의 새로운 라이브 노래를, 그는 아직 한번도 듣지 않았다. 노래 방송으로 몇 번인가 불렀지만, 그때도 그는 뒤족에 있었고, 제대로 내 노래를 들은건 아니었다.
 
빙그르 턴을 돈다. 새로운 귀걸이가 빛나고 목걸이가 흔들린다.
"지금, 들려줄게"
그러니까 앉아줘. 말하자 그는 조금 놀란듯한 얼굴을 하고, 하지만,
"네"
그대로, 의자에 깊게 앉았다.
 
Never say never. 포기하지 않아.
끝나는 사랑 앞에서 부르기에는 뒤죽박죽인 제목이지만.
하지만, 사랑이 끝나도, 우리는 계속해간다.
당신의 옆에서 빛나기 위해.
 
 
 
――나는, 당신에게 이 노래를 바칠게.
 
 
다 부르자 그는 박수를 쳐줬다.
단 한 사람의 박수가, 어떠한것보다도 굳게 내 등을 밀었다.
나는 최대한 미소를 짓고,
 
"고마워, 프로듀서!"
 
단 한 명의 관객을 위해, 인사를 했다.
그의 표정이 미소가 아니었던게, 조금, 신경쓰였다.
 
 
 
          ※
 
 
 
그 날은 프로젝트의 모두가 생일파티를 기획해준 모양이라, 프로듀서의 방에서 나오자마자 빵! 하며 폭죽이 터지길래 굉장히 놀랬다. 아무래도 내가 프로듀서와 대화하거나 노래부르는 사이에 다들 준비를 마쳤던 모양이다.
 
선물과 함께 이것저것 캐물어지진 않을까, 순간 간담이 서늘했지만 그 방의 문은 비교적 두텁고, 노랫소리도 조금 새어나간 정도라서 다른건 아무것도 없었던 모양이다. 오히려 프로듀서는 시간을 잘 벌어줬다며 모두에게 칭찬을 받았다.
 
생일 파티는 즐거웠다.
다같이 웃고, 먹거나 마시고, 좋을대로 떠들고. 오늘만큼은 프로젝트의 모두가 각각 쉬어도 되는 시간을 받아서, 교대로 레슨하러 가거나 일을 하러 갔지만, 한 번도 얼굴을 보이지 않은 멤버는 한 명도 없었다. 프로듀서는 역시 매일 일이 있으므로 자리를 비우는 시간도 길었지만.그래도 그는 함께 있었고, 나의 17살 생일을 축하해줬다. 그것이 무척이나 기뻤다.
 
"아, 나, 잠깐 자리 비울게"
"네에-!"
손씻으러 가려고 일어난다.
"마실거 바꿔올게! 다음은 뭐가 좋을까"
"으음-, 그럼 밀크티로"
"오케이-"
 
간단한 인사를 하고 그 자리를 떠난다.
끼익, 사무소 문이 닫히고, 소동이 굉장히 멀어졌다. ……방음 시설이 좋은 문을 쓰고 있구나, 우리 프로덕션. 후우, 숨을 내쉬고 걷는다.
 
여전히 주위는 넓고, 문만 있어서 익숙해지지 않을 무렵에는 자주 길을 헤맸었지.
지금은 이제 그러지는 않지만.
그러자 어디에선가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와서 나는 그만 귀를 기울였다. 복도가 조용한만큼, 작은 목소리가 굉장히 크게 느낀다. 그만,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걸어간다.
복도 안쪽, 아주 작은 틈새가 벌어져 있는 문에서 그 목소리는 들려왔다.
 
 
 
"……죄송, 합니다"
 
(프로듀서?)
엿보기에는 너무 좁은 틈새여서, 귀를 세우는것 뿐이었지만, 그 목소리가 누구의 것인지는 바로 알았다. 프로듀서와, 이마니시 부장.
 
"아니, 자네가 사과할 일도 아니야……일까, 그런, 건"
"그래도. 일의 잘못은 전부, 저에게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하지만……그쪽도 완전히 같은 말을 하고 있어"
무슨 일이 있었던거야? 하며 당혹해한 목소리.
"그것, 은……"
"아아, 아니, 무리한 질문을 하려는게 아니야. 그저, 정말로, 어떻게 안 되는가 해서,"
"……도무지, 안 됐습니다"
"………………그런가. 그럼 어쩔 수 없군"
"죄송합니다……, 중개까지, 부탁했었는데"
 
 
 
(――중, 개?)
 
 
달칵, 하고 머리속에서 무언가가 끼워지는 소리가 났다.
프로듀서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미즈키 씨에겐, 이쪽에서도 사죄를 하려고 했지만……거절당해서"
"반대로 사과받게 됐다고?"
"네……그래선, 도리가 통하지 않습니다"
"뭐어, ……그런건, 당사자 끼리의 비밀이 최고지. 외야가 이래저래 말해도 소용엉ㅄ으니까. 자네들은, 특별히 무언가가 나빴던건 아니야"
"하지만"
"그저, 우연히, ……인연이 없었던거야. 그것뿐이야"
"…………죄송합니다"
 
 
 
 
(……, ………………, 그럴수가, )
심장이 쿵쾅, 쿵쾅, 시끄럽다. 식은땀이 등을 타고 흐른다.
이게 무슨 사태를 가리키고 있는지, 모를리가 없다.
프로듀서와, 미즈키 씨가, …………, 그렇다니.
왜냐면 그는 앞으로 행복해지고, 나에게, 행복해진다고, 말했는데.
 
눈 앞이 새까매지는것 같았다.
바닥이 빠져 떨어지는듯한 감각.
무언가 굉장히 기본적인, 근본부분이, 크게 힌들려버렸다.
사랑은 끝났다. 그는, 행복해진다. 그것만을 믿고, 나는.
 
"……실례합니다"
 
"읏, 아"
 
문소리. 위험해.
나는 황급히 그 자리에서 뛰고. 뛰고, 뛰고, 그대로 도망쳤다.
멀리 뒤쪽에서 그가 혼자, 멈춰 서 있는 기척이 났다. 기분 탓이다.
 
 
 
          ※
 
 
 
귀가길.
나는 뭐라 말 못할 어색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는 내가 엿듣고 있었다는건 모를 것이다. 오늘은 그저 나의 17살 생일이고, 모두와 즐거운 파티를 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선물이나 축하의 말을 받고……그런, 행복한 날이 될 터였다.
 
하지만 알아버린 사실이 너무나도 무거워서, 가슴 속에 넘친다.
그는 그대로 내가 말을 하지 않으면 기본적으로 말이 없으니까, 결국 침묵이 차 안을 가득 채워서 숨막힌다. 뭔가 말하지 않으면 안 되는걸까 생각했지만, 나같은거한테 무언가를 말할 권리도 없다, 고도 생각했다.
그저 힐끔힐끔 곁눈으로 그의 얼굴을 살필 뿐이다.
그래도 표정에 평소와 다른 구석은 거의 보이지 않아서, 그가 뭘 생각하고 있는건지 조금도 모른다며 몇 번째가 될지 모를 결론에 도달한다.
 
그대로 차도, 자택 앞에 도착했다.
결국 무엇 하나 말하지 못한 상태다. 가방을 들고, 안전 벨트를 푼다.
 
"으음……오늘은, 고마워, 프로듀서"
"……네"
"그럼, 그게, 나……돌아, 갈게"
"네"
"안녕"
 
끼익,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간다. 나가려고, 한다.
(……응?)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꼭, 세게 잡아당겨지는 감촉.
 
뒤돌아보니, 마치 매달리듯이 내 손목을 잡고 있는 그가 있었다.
 
"……에?"
"네? 왜, 그러십니까?"
 
그는 아무것도 깨닫지 못한것 같은 얼굴로, 놀람을 표정에 실어 나에게 되묻는다. 어째서인지, 돌아가지 않는가, 같은 식으로.
나는. 뭘 말하면 좋을지, 모르게 되어서.
(미즈키 씨랑, 프로듀서는, ……)
사실이나 현실이나 들어버린 이것저것이, 가슴속을 빙글빙글 돈다.
 
그대로 결국, 시선을 손목으로 떨구는 수밖에 없었다.
덩달아 그도 시선을 내린다. 순간 놀란듯이 굳었다.
 
"아, ……어, 저기, 이것, 은"
"……………, "
"으음……어라, ……어, 라?"
 
확, 몇 번이나 잡아당겨보는것 같지만, 전혀 손목에서 손은 벗겨지지 않는다. 그는 도저히 이해못하는 모습으로 몇 번이나 도전한다. 그때마다, 내가 그저 손목을 잡아당겨질 뿐이다.
 
"프로듀서……"
"………………, "
 
그가 고개를 든다.
절망적인 얼굴을 하고 있었다. 무언가가 망가지기 직전인듯한.
 
"…………죄송합니다, "
 
어딘가 아픈것처럼 얼굴을 찡그리고, 몇 번이나 몇 번이나 사죄하면서, 그는 반대 손으로 하나하나, 자신의 손가락을 벗겨낸다. 따뜻했던 손목이 갑자기 서늘해진다. 손이, 떨어진다.
추욱, 떨어뜨려진 손목을 그대로, 나는 한번 더 좌석에 앉고 문을 닫았다.
그는 내가 돌아가려고 하지 않는걸 깨닫고 고개숙이고 입을 다물었다.
 
긴 침묵.
여운밖에 남지 않는 손목의 온도.
스스로도 깨닫지 못한 사이에, 도움을 요구하는것처럼 나를 만류한 그.
뭘 생각하고 있는지 모른다. 상냥해지거나 차가워지는 그.
내내 계속 줄곧 입 다물고 있었다고 생각하니,
 
 
"…………당신이 소중합니다…, "
 
 
쥐어짜내듯이 단 한 마디만, 말했다.
두 눈가를 누르듯이 한 손으로 얼굴을 덮고, 그대로 통증을 참는듯이 고개숙이고, 부들부들 떨리는 힘없는 목소리로,
 
"가주세요……"
"안 가. 여기에 있을거야"
 
반사적으로 그렇게 대답하자 그는 무방비하게 고개를 들었다.
굉장히 심한짓을 당했다, 같은 표정이었다. 가슴이 아프다.
그래도. 지금, 가버리면 안 되는 느낌이 들었다.
그에게서 떠나선 안 된다고 본능이 경종을 울리고 있었다.
 
내 말을 듣고, 그는 그저 놀란듯한 얼굴에서, 천천히 아파서 견딜 수 없는것 같은 표정으로 변해가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절망한 얼굴이 되었다.
남의 마음이 깨지는 순간을, 본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그는 표정을 엄하게 짓고,
 
 
"가주세요……가라고!!"
 
 
문을 탕, 열고 나를 세게, 밀쳐냈다.
기세좋게 굴러 도롤에 엉덩방아를 찧는다. 벌떡 일어났을 때에는 이미, 콰앙! 하고 난폭한 소리를 내고 문은 닫히고, 도망치듯이 차는 출발한 참이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
 
 
 
귀가해서 맛있는 밥과 케이크를 가족이서 먹고, 모두가 축해해줬다는 얘기를 하고. 가족에게도 선물을 받고, 그걸 열고 기뻐하고. 그렇게 한 차례를 끝나 한밤중이 되어, 겨우 나는 방에서 혼자가 되었다.
 
그가 달아준 목걸이를 풀려고 생각했지만 그만뒀다.
아직, 풀고 싶지 않았다.
 
책상 앞에 앉아서 생각했다.
여러가지, 하지만 무척이나 소중한 것을.
 
――그가 뭘 생각하고 있는지, 전부터 몰랐다.
 
그때, 끌어안겼다.
하지만, 프로듀서니까요, 하며 밀쳐졌다.
 
모두를 라이브에 불러줬다.
하지만 그건 일이니까라고 말했다.
 
묵묵히 회의에 사진을 내밀었다.
하지만 나의 응석을 위해, 고개를 숙이며 돌아다녀줬다.
 
악수회때, 지키지 못했다고 사죄해줬다.
하지만 나를 두고가는것도, 일이라고 말한다.
 
그 극채색의 빗속에서 어쩌면 좋을까하고 아이처럼 말했다.
하지만, 관계없는 얘기입니다, 하고 엄하게 경계를 그어졌다.
 
생일 선물을 골라서 달아줬다.
하지만 그건, 그 자신이 고른것은 아니었다.
 
나의 노래를 들어줬다.
하지만, 그때 그에게 미소는 없었던걸로 생각한다.
 
방금전까지, 매달리듯이 손목을 잡으며 만류했다.
하지만, 가주라고 말하고 밀쳐냈다.
 
――그가 뭘 생각하고 있는건지, 내내 몰랐다.
하지만.
 
가장 순수하고 단순한걸 생각하고 싶었다.
겉보기 행위나 알기 쉬운 태도로 망설이고 싶지 않았다.
사실만을 알고 싶었다.
 
(……내가, 아는건)
 
그가 굉장히 괴로워하고 있는것.
나를, 소중하다고 말한것.
 
그것만큼은 사실이며, 틀림없는 진실이라고.
얼마나 망설이거나 모르는 일이 있어도, 그것만큼은 사실이라고 생각했다.
 
일어선다. 아래로 내려가, 팔리지 않는 꽃을 한 송이 받아와서, 방에 꽃을 갈아끼운다. 어두컴컴한 방에서도 희미하게 하얗게 빛나 보였다.
꽃의 이름을 나는 이미, 알고 있다.
 
『그 꽃을 피우고 싶다고 생각한건, 한 번도 없었어?』
 
"……나는, "
 
나는.
나는, 그의 옆에 있고 싶어.
바라지 않아도, 거부해도 괜찮으니까,
당신이, 나의 브레이크가 되어준다고 말한다면,
나를, 소중하다고 말한다면,
당신의 옆에서, 빛나고 싶어.
 
내내 혼자서 살아왔다고 생각했어.
가족이 있어도, 친구가 있어도, 하나코가 있어도, 어딘가 내내 허무해서, 혼자라고 생각했다. 나에겐 아무것도 없고, 뭘 하면 좋을지 몰라서. 살아 있어도 가슴이 고동치는것도 시야가 빛난적도 없어서 모든걸 잊고 폭 빠질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어서.
그걸 찾고 있던것도 있었지만, 포기해버렸다.
그렇게 혼자서 걸었다.
 
그때, 당신을 만났다.
당신은, 나를 새로운 세계로 이끌어줬다.
그때부터 모든게 변했다.
세계가, 빛났다.
 
"……, "
 
같은걸, 해주고 싶다.
그가 혼자서, 괴로워 하고 있다면.
일찍이 내가 받았던것과, 같은걸, 당신에게.
 
당신의, 옆에서.
 
 
 
          ※
 
 
 
"…………지금, 뭐라고 했어"
 
손끝이 차갑다.
얼굴에서 핏기가 가시는걸 스스로도 알 수 있다.
나를 또 불러낸 프로듀서는, 오늘은 책상 맞은편에 없었다.
손을 뻗으면 만질 수 있을법한 눈 앞에서 결정적인 한 마디를, 나에게 했다.
 
"저는……당신의 프로듀서에서, 내려가겠습니다"
 
시부야 린일라는 브랜드는 너무 커졌다.
신데렐라 프로젝트의 일원이라고만은 다룰 수 없다.
전용으로 다른 프로젝트를 세워서 그쪽에서 중심으로 프로듀스해간다고.
 
(그럴 수가, )
무의식중에 목걸이를 잡고 있었다.
어제 오늘로, 이건, 그럼, 내내 생각하고 있던 거야?
이 선물은 전부, 단순한 전별이었어?
글너건, 너무하다.
그대로 따진다.
 
"무슨 소리야?"
"저는, 린 씨를 위해……, "
"대답이 안 돼"
"…………그러는 편이, 이후의 린 씨의 활동을 위한게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것뿐?"
"그것뿐, 입니다"
 
그는 그것만 말하고 입을 다문다.
참는것처럼, 뭘 생각하고 있는지 잘 모를 시선으로 빤히 나를 쳐다보고.
 
"…………아냐,"
"린, 씨"
 
"이런건! 이런건 전혀 나를 위한게 아냐!!"
 
뿌리치고 소리지른다. 그러지 않고는 있을 수 없다.
 
"그때, 새로운 세계를 보여준다고 말했잖아!! 그건 전부 거짓이었어!?"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반응조차 하지 않는다. 괴로워서 말이 나온다.
 
"그것만이 아냐, 최근에 너 이상해! 평소와 전혀 달라……대체 왜 그러는거야!?"
 
거기서 겨우 그는 움찔 반응했다.
시선이 곧게 닿는다. 마음은 전혀, 통하지 않는데.
너무 조용할 정도의 목소리로, 그는 말했다.
 
"평소란, 뭡니까?"
"에……"
"어떤 저를, 바라고 있는겁니까?"
 
"……뭐야, 그거"
 
마치 바라면 그대로 행동해주겠다는 말씨였다.
아연해하는 내 앞에서, 그는 담담하게 말한다.
 
"저는, 당신이 좋을대로 하는, 것이"
"그만둬 그거!! 이제 듣고 싶지 않아!!"
"…………알겠습니다"
 
그대로 그는 정말로 입을 다물었다.
판결을 기다리는 죄인처럼, 그저 무언가를 참는것처럼. 잘 모를 눈동자로.
 
"읏……,"
 
뭐든 좋으니까, 뭔가를 말해줫으면 싶었다.
거짓말이라도, 거절하는 말이라도 상관없으니까, 진실로 이어지는 무언가를.
하지만 그는 내내 입을 다물고, 내 얼굴조차 보지 않는다.
심한 얘기일텐데, 나보다도 그가 훨씬, 훨씬 괴로워보여서.
 
『울거나 큰 소리를 쳐도 돼』
 
문득 아키노의 말을 떠올렸다.
그에게 그렇게 말해주고 싶었다.
 
저어신을 차리니 분개나 분노가, 물처럼 사악 가신다.
남은건, 그저 순수한 마음뿐.
그 마음으로, 나는 입을 열었다.
 
"잘 들어, 프로듀서"
"…………"
"무슨 일이 있어도, 나는 네 곁에 있을거야"
 
나는 그녀하고는 다르다. 떨어지지 않는다.
프로듀서와 아이돌은, 일심동체다.

 
욕을 얻어먹을거라고 생각한거겠지, 그는 굉장히 놀란 얼굴을 하고, 그게 무너지는것처럼 흔들리고, 어제 본, 망가질것 같은 절망스런 표정을 짓고. 그리고 그대로 참듯이 꾸욱 이를 악물고, 눈빛이, 처음으로 흔들렸다. 습기같은, 무언가로.
그는 꽈악 손을 움켜쥔채로, 떨리는 목소리로,
 
"그만둬주세요……, …,"
 
눈가를 붉게 붉히며 지금이라도 망가질것 같은쉰 목소리로,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게 속삭였다.
 
참을 수 없었다.
견딜 수 없다.
나는, 자신의 의지로 처음으로, 한 걸음을 내딛었다.
 
격정에 휩싸인것도, 영문을 모르게 된것도 아니다.
자신의 의지로, 스스로, 선택해서. 그의 옆으로 걸어간다.
 
살짝 그의 양손을 잡고, 감싸고, 상냥하게 움켜쥐었다
이 온도에서 무언가가 전해지도록, 흘려넣도록, 빌면서.
 
실은 껴안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그러면 좀 더 그가 상처입을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금의 그는 분명 만신창이라, 어떠한 부드러운 일격으로도 죽어버릴것처럼 생각했다.
 
말은 필요없다.
그의 말도, 하나도 신용할 수 없다.
믿는건 단 두 가지, 그의 괴로움과, 나를 소중하다고 말한, 그 말뿐이다.
 
그는 오랜 시간을 들여서, 거의 아무 저항도 되지 않는 약한 힘으로,
그래도 겨우, 내 손을 뿌리쳤다.
 
"이제……끝, 입니다……………, 린 씨"
"…………, "
 
망가질것 같은 그의 마음과, 끝을 고하는 우리에게,
아아, 울어도 되는데, 하고 생각했다.
 
 
 
 
 
 
이율배반은 잡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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