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카테고리.

  1. 전체목록

  2. 그림

  3. 미디어



극채색의 빛 - 24. 이율배반은 잡히지 않는다(1/2)

댓글: 3 / 조회: 1380 / 추천: 1



본문 - 12-12, 2015 13:05에 작성됨.

극채색의 빛 - 24. 이율배반은 잡히지 않는다
 



눈 앞에는 새하얀 종이.
파란 펜은 아직 움켜쥐지 않는다.
그저 마음만이 가슴 속에서 부풀어서 속을 채운다.
아직 식지 않은 커피 향이 둥실둥실 주위를 떠다닌다. 부드러운 햇살.
평소대로의 카페에서 평소와 같은 자리에서. 나는 새하얀 노트를 쳐다보고 있었다.

편의점 엔스토어와 타이업이 끝나고 조금 지나, 또 신곡이 나오는게 결정됐다.
무척이나 페이스가 빠르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기세에 오르고 싶었던 나는 거기에 이의를 제기하지는 않았다. 안 그래도 많았던 일이 더욱 늘어나는것이, 피부로 느껴졌다.
그 신곡으로, 나는 처음으로 작사를 담당하게 됐다.
해보고 싶은데, 라고 말한건 나고, 프로듀서는 바로 그걸 실제로 계획에 올려주었다. 회의는 쉽게 통과하여 만일을 위한 예비 라이터를 준비해서, 너무 많을 정도의 충분한 기간을 나는 받았다.

어째서 작사를 하고 싶다고 말한건지는 한 마디로는 표현할 수 없다.
그저, 지금까지 나와 지금의 나는 다르다, 그렇게 생각한 것이다.
얼마전까지 나는 도망치기 위해, 등을 돌리기 위해,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기 위해, 그러기 위해서만 일을 했다. 달렸다. 괴로웠다. 숨을 쉴 수가 없었다.
하지만 깨달은 것이다. 첫번째 장소에 두고온 것을.
최상급의 반짝거림과, 즐거워서 견디지 못해, 무엇이든지 폭 빠졌던, 그 마음.
그저 즐거워서 행복해서, 미래는 희망으로 흘러넘치고, 어떠한 곤란이 있어도 이 반짝거리는 마음만 있으면 뛰어넘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설령 뛰어넘을 수 없어도, 언제까지라도 열심히 해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걸 떠올렸다.

분명, 어떠한 곳에서도 자유롭게 달릴 수 있다. 지금의 나라면.
그걸 생각하니 왠지 가슴이 뜨거워져서, 마음 속에서 깨끗한 감정이 흘러나와 참을 수 없게 되어서, 어딘가에 무언가를 남겨두고 싶어진 것이다. 나의, 마음을.

(……하지만. 막상 하게 되니 망설여지네)

새하얀 종이는 며칠이나 며칠이나 전부터 내 앞에 자리 잡고 있다.
빈 시간이나 이동시간을 사용해서 여러가지로생각했지만, 마감까지 반을 보낸 지금이 되어서도 아직, 나는 한 마디도 말을 쓰지 않았다.

쓰고 싶은게 없는건 아니다.
마음만큼은 많이, 정말로 많이 솟아올라왔다.
무언가 깨끗하고 순수한것이, 가슴속을 채우고, 그곳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그저, 그걸 어떤 말로 표현하면 좋을지, 어떻게 이 멜로디의 안에 담으면 되는지, 그게 도무지 모르겠다.

가슴이 가득해져서 말로 안 나오다니, 태어나서 처음알았다.
목이 막히는 느낌이 들어 커피를 마신다. 아직 조금 따뜻하다. 카페 안에는 사람은 뿔뿔이 흩어져서, 점원은 안쪽에서 천천히 물을 끓이고 있다. 여기는 좋다. 따뜻하고, 상냥하고, 조용해서. 내가 유명해져도 조금도 취급은 변하지 않고, 창가 자리는 항상 청결하고 의자 감촉도 좋고.
(그러니까, 그 두 사람도 여기를 선택한걸까)
힐끔, 기억을 스쳐가는 미즈키 씨랑 프로듀서의 모습. 가슴이 아프지 않냐고 하면 거짓말이 되지만, 그래도 이전보다는 훨씬 평온하게 있을 수 있었다.

여러가지 일이 있었다.
취조직전에 도와준 그와 만난것.
아무 흥미도 없었던 아이돌이 되어본것.
반짝반짝 빛나는 무대에 현기증을 느낄것 같아져서 심장이 쑤신것.
자신들의 첫 무대에서 제대로 못 한것.
그래도 역시 그만둘 수 없어서 아이돌을 계속한것.
모두와 무대 위에서 하나가 되어 노래 부른것.

처음으로, 마음이 죽을 만큼 아픈 사랑을 한것.
그와 둘이서, 같은 차로 돌아가게 된 것.
발렌타인에 초콜렛을 제대로 줄 수 없었던것.
카메라 앞에 설 수 없게 된 것. 그걸 둘이서 극복한것.
그가 맞선을 보고 있는 장면을 마주치게 되버린것.
엘레베이터에 갇혀서, 누구에게도 말 못할, 태어나서 첫 키스를 한 것.
끝나가는 사랑에 견디지 못해 일에 도망친것.
보답받지 못한 사랑이지만, 그래도 좋다고 믿은것.

정말로, 여러가지 일이 있었다.
그 사이에, 나도 많은 변화를 이루었다고 생각한다.
이제 그 무렵같은,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가 아니다. 나는 사랑을 알고, 좌절을 알고, 실연을 알고, 영광을 알고, 그리고 앞으로, 기쁨을 알아간다.
그걸 남기고 싶었다. 이 하얀 종이 위에.

(하지만……말이 나오지 않아)
뭘 어떤식으로 말하면 전해지지? 나는 뭘 전하고 싶었지? 간단하게 말할 수 있으면 좋은데, 무엇 하나 말할 수 없다. 말이 되지 않는다.

브브브, 진동소리. 시간이 다 되었다는걸 알리는 타이머다. 다음 일이 기다리고 있다.
나는 한숨을 한번 쉬고 식은 커피를 단번에 마시고 가방을 들었다.



          ※



"오랜만, 시부린!"
"앗, 오랜만이에요, 린짱!"
"미오, 우즈키……오랜만"

왠지 굉장히 오랜 시간 얼굴을 못 봤던 느낌이 들어서 조금 부끄럽다.
타이업 때는 뉴 제네레이션의 일이 적었으니까, 이렇게 댄스 레슨으로 얼굴을 마주보는건 정말로 오랜만이다.

"잘 지냈어요? 앗, 라이브 봤으니까 알고 있지만요"
"이야-, 좋은 라이브였지! 실은 우리도 보러 갔어!"
"그래? 모처럼이니까 악실까지 왔으면 좋았을텐데"
그러자 미오는 왠지 난처한듯이 쿡 웃었다.
"아니 그게, ………시부린, 왠지 전이랑 조금, 달랐으니까"
"어?"
우즈키가 보조하듯이 사이로 들어가 방긋 미소짓는다.
"그게, 저희가 정했어요. 린짱이 기운을 차릴때까지, 기다리자고"
"우즈키……미오,"
나, 그렇게나, ……주위에 걱정을 끼칠 정도로, 초조해하고 있었던걸까.
왠지 부끄러워진다. 나 혼자서 애타서, 헛돌고, 도망치고. 그 사이에 두 사람은 내내 여기서 기다려줬는데.
"하지만, 이제 괜찮네요! 저, 믿고 있었어요!"
"시부린일아면 금방 부활한다고, 우리는 알고 있었는걸!"
저도 모르게 미소가 새어나온다.
"둘 다……미안. 고마워"
그 말에 우즈키도 미오도 최고급의 미소로 돌려줬다.
평소와 아무 다를바 없는 미소로.

 
          ※
 
 
 
단스 레슨을 마친 나는 우즈키와 미오가 바래다주는 가운데 잽싸게 다음 일을 하러 향했다.
이동 밴에 올라타니 거기에는 러브라이카의 두 사람과 란코가 있었다.
"어라? 둘 다, 다음 같이했던가"
"으응. 중간까지는 가는 곳이 같아. 우리는 A스타, 란코짱은 S라디오"
뒤돌아본 미나미가 말하는걸 들으면서 란코의 옆에 앉는다.
그러자 옆에서 하얀 손이 휙 뻗어와서 나에게 무언가를 내밀었다.
"에, 이거……뭐야?
"하늘에 반짝이는 우리의 동포여, 기울어가는 빛을 천사의 날개로 닦아낼때를 축복하여 우리가 공물을 바치자"
"으음……"
일단 받아든다. 갈색의 상자. 고급스런 블루 리본. 안을 열어보니 비싸보이는 초콜렛이 몇 개 들어있었다.(이건……)
"받아도, 돼……?"
그러자 란코는 이쪽을 보지 않은채로 끄덕인다. 그 귀가 약간 빨간것 같아서 이상하게 생각하니 앞 자리서 쿡쿡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란코짱, 린짱을 위해서 선물을 찾고 있었어"
"린이 좋아하는, 초콜렛, 란코가 주는거에요"
"에……, 나를, 위해서? 어째서?"
저도 모르게 손의 초콜렛을 내려다본다. 우주의 혹성을 본뜬 예쁜 초콜렛.
"이거, 란코가?"
"저희도, 같이, 골랐어요"
"요즘 린짱, 조금 지쳐보였으니까……"

그렇게 말하고 미나미와 아냐는 얼굴을 맞대고,
"하지만, 라이브를 보는한, 이제 괜찮아보이네"
"보러 왔었어? 다들?"
"네. 프로젝트 모두, 스테이지의 린을 보러, 갔어요"
"그랬, 구나……"
미나미의 어러굴을 본다. 아냐의 얼굴을. 그리고, 란코를.
란코는 귀를 붉힌채로,
"…………………………, 피, 필요없다면, 딱히, "
사라질것 같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니까 황급히,
"필요없지 않아!! ……소중하게 먹을게…고마워"
푸른 지구를 하나만 집어들어 입에 넣었다. 달고 조금 쓰고, 뒷맛은 상쾌해서 왠지 조금, 눈물의 맛이 날것 같았다.
"맛있어, ……"
그러자 란코는 파앗, 얼굴을 반짝인다. 그 모습을 앞자리에서 미나미와 아냐가 즐거운듯이 쿡쿡 웃으면서 쳐다보고 있었다.
 
 
 
          ※
 
 
 
"조금은 제대로 됐냥?"
얼굴을 보자마자 날카로운 안광의 미쿠에게 곧장 들었다.
듣겠지, 라고 예상은 하고 있었다. 어느날 쉬는 시간에, 프로덕션의 병설 카페에서 가사를 생각하고 있던 때였다. 성큼성큼 발소리가 들려왔다고 생각하니 가장 먼저 한 말이었다.
"미쿠……리이나"
"대답해라냥. 조금은 머리, 식었냥?"
"좀 미쿠, 그 말투는 봐, 조금 더……"
"괜히 감싸는것보다는 낫다냥"
리이나는 나와 미쿠 사이에서 우왕좌왕하고 있다. 하지만 정면으로 부정하지 않는 점에서 미쿠의 주장을 부정할 생각은 없는거겠지.
"라이브, 와줬지, 다들"
"그래, 맞아! 나도 미쿠도, 다 같이……"
"그 라이브는 뭐어, ……좋았다고 생각하냥"
하지만 말야, 라며 하고 싶은 말이 있어보이는 눈동자가 나를 쳐다본다. ……하고 싶은 말은 알고 있다.
"미안해. ……일에 마음이 안 들어있던걸, 깨닫고 있었구나"
"……당연하지. 그런건 록이 아니야"
리이나가 툭 말한다. 목에 걸은 헤드폰을 만지면서,
"무슨 생각이었어? 혼자서 일을 떠안고, 혼자서 열심히 할 생각이었어? 우리, 같은 프로젝트의 멤버 아니였어?"
"…………, "
"리이나짱. 말이 지나쳐"
"읏, …….
입을 다무는 리이나와 미쿠는 하아-, 하고 길게 한숨을 쉬고 짝! 하고 양손을 치고 생긋 미소를 지었다.
 
"이제 됐다냥!"
 
완벽한 미소의 미코는 자, 하며 리이나의 손을 잡고 내 손에 겹쳤다.
"미쿠네는 프로 아이돌이다냥. 서로를 지탱하고, 최고의 일로 가져가는게, 미쿠나 리이나짱, 린짱의 일이다냥"
위로 미쿠도 손을 겹치고 꼬옥 움켜쥔다.
"그 라이브는 록이었더냥. 그것만으로 됐다냥"
프로 의식이 높은 미쿠다운 주장이었다. 그걸 듣고 하지만, 하며 겨우 미소를 지은 리이나가 계속한다.
"다음에 혼자서 비슷한 짓을 하면, ……화낼거다?"
"그건 미쿠도 동감이냥"
"………………이제, 안해. 절대로"
움켜쥐어진 손의 온도가 따뜻하다. 무언가가 흘러들어오는 느낌이 들었다. 말로는 못할, 하지만 무척이나 소중한, 무언가가.
 
 
 
          ※
 
 
 
"아-! 린짱이다-!"
"린짱이잖아! 엄청- 오랜만!!"
사무소에 들어간 순간, 무언가가 발가로 모여왔다, 라고 생각했더니.
"아……미리아짱, 리카, 랑……"
"수곳수곳, 린짱! 오늘도 해피해피한긔?"
데코레이션의 세 사람이었다. 여전히 강렬한 캐릭터다.
"응……그런대로, 일까"
대답을 하고 키라리의 맞은편 소파에 앉는다. 왠지 키라리가 아닌 내 양 옆에, 푸욱 하고 큰 소리를 내면서 리카와 미리아가 달라붙듯이 앉았다. 키라리가 방긋 웃는다.
"봐, 리카짱도 미리아짱도 린짱에게 하고 싶은 말 있잖아?"
"나한테?"
좌우를 본다. 리카와 미리아는 뭔가 즐거룬걸 생각하고 근질거린다는 얼굴을 하고 생긋 웃었다.
"에, 뭐야――앗, 우왓!"
덥석, 양옆구리로 손이 날아와서, 아이의 손에 얽혔다. 털썩, 소파에 밀쳐뜨려진다.
"뭐, 뭐, 뭐야, 이거!? 좀, 키라리, 멈춰줘!"
"응후후후~,"
"와아-!" "와--!"
영문을 모르겠다.
소파 위에서 엉망진창으로 묶여 풀려고 하니, 갑자끼 찰딱 붙은 감촉이 이마에 붙었다. 이어서 뺨에도. 그리고 눈꺼풀에.
"엥, 좀, 뭐야!?"
"테리야-!!" "에잇-!!"
"우와, 와아아앗!!"
여기저기에 무언가가 붙여졌다, 라고 생각하니 갑자기 두 사람은 떨어졌다.
빙그르 일어서서 키라리의 옆으로. 그리고,
 
""린짱, 라이브 성공 축하해-!!!""
 
그렇게 말하고 큰 박수를 나에게 보냈다.
"어……으, 음"
키라리가 반신을 앞으로 내밀며 손거울을 내밀어온다.
"자, 린짱. 봐볼래?"
조심조심 거울을 들여다보니, 거기에는,
 
『참 잘했습니다』
『합격』
『축하해』
『대길』
 
여러가지 색깔의 씰을 얼굴에 붙여진 내가 비쳐있었다.
키라리의 목소리가 난다.
 
"린짱, 수고했어. 지금까지, 많이 힘냈다긔"
 
그 목소리가 너무나도 따뜻하고 상냥해서. 가슴이 뜨거워진다.
"뭐야, 이거……후훗, 아하하핫, "
굉장히 이상하다. 하지만, 굉장히, ……기쁘다.
저도 모르게 내가 웃으니 장난이 대성공해서 기쁜건지 미리아와 리카는 꺄아, 하며 소리를 지르며 둘이서 하이터치를 했다. 키라리가 생글생글 나를 쳐다보고 있다.
나는 울어버리지 않도록, 그저 웃고 웃으며, 배가 아파질 정도로, 웃었다.
 
 
 
          ※
 
 
 
피팅 룸의 문을 연다.
거기에는 예상했던 대로의 얼굴이 있었다. 가장 먼저 돌아본건 카나코였다.
"앗, 린짱. 오랜만!"
"오, 오랜만……"
"어쩐 일이야~, 여기 쓸 예정 있었어?"
늘어진 안즈의 목소리가 말한다. 맞춘 의상을 혼자만 아직 입고 있어서, 그대로 추욱 의자 등받이에 기대듯이 앉아있다.
"요즘 린짱, 일, 바쁘니까……갑자기 약속이 들어왔다, 던가?"
치에리가 끼익 로커를 닫고 조심조심 말한다.
뭐라고 하면 좋을지 몰라서 결국,
"그게……예정은, 없, 지만……. …………모두의, 얼굴을 보고 싶어져서"
솔직하게 그렇게 말했다. 세 사람의 눈이 끔뻑거린다. 하지만 놀란건 짧은 순간이라, 다들 표정은 미소를 지었다.
"그거라면 카나코짱의 쿠키, 먹고 갈래요?"
"에헤헤, 마침 오늘 아침에 구운게 있어-. 그 밖에도 머핀이랑 마카롱도 있으니까, 괜찮다면 어때?"
"뭐야, 그 태도. 안즈한테는 『약속이 끝날때까지 안 줘!』라고 한 주제에~"
"그치만 그러지 않으면 안즈짱이 진심을 안 내잖아"
'그건 그렇지만-"
말하고 안즈는 힐끔, 내쪽을 보고 휙휙 손짓을 했다.
"뭐, 자잘한것 됐어. 들렀다가"
"그거 안즈짱이 할 소리!?"
"카, 카나코짱……나, 차를 가져왔으니까, 끓일게"
마법병이지만, 하고 치에리가 홍차를 붓는다. 자요, 하고 건내받은걸 받으니, 종이컵 너머로는 조금 뜨거울 정도의 온도가 느껴졌다.
카나코는 솜씨 좋게 탁상 위에 과자를 펼치고 있다. 안즈가 거기로 손을 뻗고, 한발 먼저 마카롱을 베어문다. 평소와 아무 차이 없는 광경. 왠지, ……굉장히 그립게 생각됐다.
"나도……받을게"
"응! 자아, 부디 드시라!"
네잎 클로버 형태를 한 쿠키는 치에리의 리퀘스트일까. 너무 달지 않고 바삭해서, 평소대로 맛있다. 몇 갠가 집어먹으면서 뭐부터 말을 꺼내면 좋을지 몰라 주춤거리고 있으니,
"그래서 말야. 뭐 할 얘기가 있어서 온거지?"
척, 안즈가 말을 꺼냈다. 두근거린다. 여전히 감이 좋은 아이다.
"으, 응……그렇긴, 한데……"
"뭔데뭔데? 뭐든지 말해볼래?"
"네……저도, 린짱의 얘기, 듣고 싶어요……"
이렇게 쳐다보면 왠지 말하기 힘들어서 더듬거린다.
몇 번인가 망설이고, 무러 말할지 생각하고, 하지만 여러가지로 생각하기보다 입이 움직이는데 맡기자고 생각했다. 그대로 입을 연다.
"저기, 말야. 라이브, 와줬다며?"
"아아, 갔었는데. 뭐, 괜찮지 않아?"
"그건, 다 같이오자고 말한건, 말야……"
"프로듀서에요"
 
――역시.
 
확신으로 변한 감상을 마음속으로 갖고 있으니 치에리가 하지만, 하며 말했다.
"듣지 않아도, 저, 갈 생각……이었어요"
"나도!"
"음-, 안즈는 모르지만"
"그건……어째서?"
갑자기 셋 다 입이 막힌다. 쿡 웃고 말하기 힘들지, 라고 말했다.
"나, 그렇게나 상태 나빠보였어?"
"으음……"
"조, 조금?"
"까놓고 말해, 엄청"
"안즈짱!"
"됐어. 나도 알고 있어"
손 안의 따뜻한 종이컵을 빙그르 돌린다. 액체가 흔들린다.
"다들, 나를 걱정해준거구나"
……고마워.
그렇게 말하자 마치 신호라도 준듯이 셋은 일제히,
 
"""당연하지!!"""
 
라고 말했다. 그 안즈까지. 세 사람이 놀란듯이 얼굴을 마주보며 갸우뚱거리는게 우스워서 웃는다.
"……후훗. 후후훗"
웃는 나를 보고 카나코가 웃는다. 치에리도 덩달아 웃는다. 안즈는 혼자서 수줍은듯이 중얼중얼거리고 있다. 그 본심을 나는, 알고 있다.
나는 기뻐져서, 하지만 왠지 가슴이 가득차서, 얼버무리듯이 뜨거운 홍차를 마셨다.
 
 
 
          ※
 
 
 
일을 끝내고 프로덕션에 돌아와서.
가장 먼저 향한 레슨 룸의 문너머로 안을 들여다본다.
거기에는 시간을 지나도 아직 연습을 계속하는 우즈키와 미오의 모습이 있었다. 살짝 문을 연다.
두 사람이 고개를 팟 돌리며 웃는 얼굴을 지었다.
 
"앗, 린짱!"
"시부린!"
"그게……조, 좋은 아침?"
"후훗, 벌써 저녁이지만요"
"그치만 말야, 이런거 업계 사람같네! 좋은 아침-!"
 
별것 없는 대화. 당연한 일상. 그게 왠지 굉장히 오랜만에 느껴져서 눈부시다.
뭔가 말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뭐라도 좋으니까 무언가, 무언가를, 전하고 싶다.
 
"우즈키, 미오……,"
"응? 왜 그래"
"무슨 일 있었나요?"
 
제대로 얘기할 수 없다. 하고 싶은 말은 있을텐데, 말로, 나오지 않는다.
어쩌지. 고맙다거나, 미안해나, 기다렸지나, 생각나는 말은 얼마든지 있는데, 죄다 그것만으로는 무척이나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 고개를 숙인다.
 
"나, ……나 말야,"
"천천히 말해도 돼"
"……미오"
"네! 저희도, 오늘은 이만 끝나서 시간은 많이 있으니까요!"
"우즈키, …………."
 
숨을 들이킨다. 내쉰다. 심장이 두근거린다.
 
"둘 다……이런 시간까지 연습한건, ……나를, 기다렸기 때문이야?"
"……응. 맞아"
"셋이서 연습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한거에요!"
"그렇, 구나……"
 
예정표를 알고 있다. 두 사람이 끝날 시간은 2시간이나 전이었다는것.
나를, 연습하면서 내내 기다려줬다는것.
어쩌지. 뭐를 말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뭔가 말하고 싶은데. 그래도 입술은 멋대로 움직여서, 내가 하는 말을 듣지 않고, 마음 속을 토로하려고 한다.
 
"나……계속 혼자서 달리려고 생각했어"
"응"
"아무도, ……아무도 나를 신경쓰지 않는다고……혼자라고,"
"……네,"
"멋대로, 혼자서 앞에 갈 생각, 이었어"
……우습네. 말하는 목소리가 떨리고 눈물이 나온다.
"아무도 나를, 따라와주지 않는다고, ……생각했어,"
"린짱"
"하지만,"
 
틀렸다. 참을 수 없다.
꾹 고개 숙인 시선의 끝에, 목재 바닥에 뚝뚝 눈물이 떨어졌다.
혼자라고 생각했다. 아무도 나 따위 깨닫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렇지만.
 
"……다들, 계속 옆에…, 있었구나"
――깨닫지 못했어.
"미안해……, 얘들아"
 
거기까지 말한 순간, 우즈키가 몸을 부딪쳐오고, 거기에 미오가 이어서, 꼬옥 껴안겼다. 땀냄새와 뜨거운 온도가 전해져서 아아, 옆에 있구나, 하고 생각했다. 신기한, 하지만 확실한 실감이었다. 눈물이 흘러나온다.
 
"고마워, "
"……어서와, 시부린"
"어서오세요, 린짱!"
"……응, 응……, "
 
셋이서 땀이나 눈물범벅이 되어, 한심하게 엉엉 울었다.
그래도,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굉장히 눈부셔서, 마음에 스며서, 참을 수 없었다.
 
 
 
          ※
 
 
 
평소대로의 귀가길, 평소와 같은 차 안.
나는 어떻게 말을 꺼내면 좋을지 생각하고 있었다. 하고 싶은 말은 많이 있었고, 말 못할 일도 많이 있었다. 하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물어두고 싶은것도 있어서.
 
"……신곡의 상태는, 어떻습니까"
"어, 아……아직, 조금 더, 일까"
"그런가요. 일정에는 아직 여유가 있으니까요"
"응……저, 저기 말야"
"네?"
 
시선을 앞을 쳐다보는 상태로, 그의 의식이 이쪽을 향한다. 좋아한다고 생각한다.
가슴 고동을 느끼면서 나는 해야할 말을 말했다.
 
"파이널 라이브에 말야……모두를 불러준거, 프로듀서지"
"그건……그렇, 습니다"
"나, 전혀 몰랐어. 모두 응원해줬다니"
쿡 웃으며 알아둘걸 그랬어, 하고 말한다.
"그러면 좀 더, 멋진 나를 보여줬을지도 모르는데"
"린 씨는"
거기까지 말하고 그는 입을 다물고, 음- 하며, 조금 목에 손을 대고,
 
"……린 씨는, 원래부터, 멋집니다"
 
툭, 말했다. 두근거렸다. 심장이 뛰었다.
확실히 그 무대에선 내가 생각해도 좋은 퍼포먼스를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렇게 정면으로 들으니, 왠지……부끄럽다. 하지만 기쁘다.
 
"그게……고, 고마워"
"아, 아뇨"
 
침묵. 왠지 어색하다.
얼버무리듯이 억지로 밝은 목소리를 낸다.
 
"아, 그렇지. 다들 나를 걱정해줬대. 프로듀서도지……, 정말로, 고마워. 걱정도, 끼쳐버려서……"
"아니요"
"어?"
묘하게 딱 자른 목소리.
 
 
"이것도, 프로듀서의 일이니까요"
 
 
그 목소리는 무척이나 단정적이고 냉혹하게 들렸다. 기분 탓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위화감 같은게 언제까지고 남아서 사라지지 않았다.
 
 
 
          ※
 
 
 
새로운 꽃을 한 송이 넣는다.
최근는 꽃을 방에 장식하게 됐다.
 
"……자 그럼"
의자에 앉아 책상 위에 새하얀 노트를 펼친다.
거기에 말은 아직 없다. 하지만, 지금이라면.
 
――여러가지를 떠올리고 생각했다.
프로듀서, 프로젝트의 모두, 팬 모두, 스태프도, 그 밖에도 나에게 관여해준 많은 사람들을.
 
나는 이 일을 좋아한다.
즐거웠다. 모든것에 폭 빠질 수 있고, 무대 윙에서는 모두가 아름답게 보였다.
하지만 거기에 서 있을 수 있는건 모두, 주위의 많은 사람들의 지지각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 셀 수 없을 정도의 많은 사람들을 떠올린다.
그 중의 누구 한 사람이라도 빠졌으면, 지금의 나는 없었다.
『부족한건 하나도 없어』
들은 말을 떠올린다.
망설였던것도 고민했던것도, 괴로웠던것도 많이 있었다. 일에 도망쳤던것도 있었다. 현실에서 눈을 돌려, 그저 무택대고 달린 것도.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나는 그저, 기뻐하기 위해서만 달리고 있다.
많은 사람들에게 지켜보여지면서, 브레이크를 손에 넣은 나는 지금, 어딘가 먼 곳으로 향해 달리고 있다. 등을 떠밀리면서.
 
그건 무척이나 소중하고 존엄한, 깨끗한 감정이었다.
고마워나 미안해나 좋아하는 마음이나 기뻤거나 즐거웠거나, 그런것이 전부 섞여서 하나가 된 듯한 기분이었다.
그것만 있다면, 어떠한 일이 있어도 포기하지 않고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포기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어디까지라도, 나는 달린다. 이 등을 떠밀어주는 손이 있는한, 나는.
 
"……좋아"
 
주눅들지 말고, 어려운걸 생각하지 말고, 그저 쓰자.
평소와 똑같아. 칼럼이나 라디오나 인터뷰랑 같아.
자신의 마음을, 자기만의 말로.
나는 펜을 들고, 살짝 노트에 문자를 쓰기 시작했다.
 
그렇게해서 쓴 가사는 한 방에 OK를 받은 것이었다.
 
 
 
그리고나서 긴 사전협의와 회의를 통해, 마침내 레코딩하는 날이 왔다.
부스에 들어가서 목의 상태를 확인한다. 유리 너머에서 스태프가 이것 기재를 만지고 있는걸 쳐다보고 아아, 그는 없네, 생각한다.
 
그래, 그는 없다. 프로듀서는 오늘, 귀중한 오프였다.
(정말로 가장 먼저, 들어줬으면 싶었는데)
노래의 해석이나 부르는법에 대해서는 이미 완전히 머리에 들어있다. 최종적으로 린 씨가 자유롭게 해주셔도 상관없습니다, 라고 그가 말한것도. 하지만, 그가 이 자리에 없는건, 역시 조금 쓸쓸했다.
 
『시부야 씨, 마이크 테스트 부탁합니다』
"아, 네!"
 
마음을 고쳐먹는다. 일을 하자. 나의 기쁨과, 그리고 감사를 위해.
아무리 들어줬으면 싶어도, 올 수 없는 사람은 올 수 없다, 어쩔 수 없다.
그렇다면 지금 눈 앞에 있는 사람을 위해, 그리고 없는 사람을 위해 부를 뿐이다.
 
『OK입니다, 그럼 수록 들어갑니다』
"알겠습니다, 잘 부탁합니다!"
 
(지금쯤, 미즈키 씨랑 만나고 있는걸까)
작은 체구에 어른스러워보이는 분위기인 상냥해보이는 사람. 프로듀서와 잘 어울렸다.
(……행복해, 졌으면 싶네)
솔직하게 그렇게 생각했다. 처음이었다.
프로듀서도, 미즈키 씨도, 그리고나서 나와 연관된 모든 사람들도, 행복해졌으면 싶다.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한다.
 
쿡 작게 웃고 헤드폰을 귀에 다시 끼고 나는 부른다.
 
 
 
          ※
 
 
 
모두 순조로웠다.
집어먹을 정도로 매달리는 순조가 아니라, 정말로 전부 잘 됐다.
하지만.
 
"……이 사진이 지금, 가장 유력후보로 올라가 있습니다"
 
갑자기 호출받아서 무슨 말을 듣는가 했더니.
빙그르 돌린 화면에 비쳐있던건 그 사진. 그가 나를 찍어준것 중에서도 가장 예쁘게찍혔던, 그 사진.
"――어?"
저도 모르게 아연해했다.
그치만 이거, 그냥 장난감 카메라로 찍은 폴라로이드다. 자켓 사진에 쓸 수 있을리가 없다. 하지만 그는 그런건 어떻게든 된다고 말한다. 조용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며,
 
"린 씨의 의사를, 듣고 싶어서"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걸로 깨달아버렸다. 이미 거의, 모든건 정해져있다고. 일부러 나에게 최종확인을 구한다는 말은, 그런 소리다.
"……, "
화면을 본다. 거기에는 거칠기 짝이없는 근심을 감추어 있는 힘껏 미소를 보이는 내가 있었다. 그저 그에게 사랑을 하고 있는, 있는 그대로의 내가.(이게, 자켓으로?)
저도 모르게 주머니에 손이 들어갔다. 거기에는, 그에게 받은 명찰과, 그리고 마찬가지로 그에게 받은 이 사진이 들어있다. 나날로 조금씩 색이 바래가는, 덧없는 폴라로이드가.
 
"……이 사진, 확실히 뭐, 좋긴 하지"
 
차가운 말이 멋대로 입에서 나왔다.
처음으로 그와 만났을때 같은, 재미없어보이는 듯한, 세상은 색바래있다고 하는, 그런 목소리. (정말로, 세상이 색을 잃어간다) 그가 말이 막힌다. 거기에 놀랄만큼 퉁명스럽게 대답하는 나. 자신이 심하게 상처입히고 있다고 깨달을때까지는 꽤나 시간이 필요하다.
 
"회의에 냈구나. 이거"
 
차가움 속에 본심을 감추고 중얼거렸다. 그는 아무 변명도 하지 않고, 당연하다는 듯이, 그 말대로입니다, 라고만 말했다. 가슴속이 푸욱 꽂힌다. 뚫린다.
(얌전해져라, 나)
상처입은 척을 보이지마. 웃지 않아도 돼, 하다못해, 평범하게.
그치만 그런거다. 그가 아무 망설임도 없이 가장 완성도가 좋다는 이유로 사진을 회의에 올렸다면, 요컨대 저 사진은 그에게 있어서 단순한 일의 도구라는게 된다. 그것이 보통이다. 프로듀서와 아이돌로서, 당연한 관계다. 아무 의문도 없다. 상처받을 피리요따위, 없다. 내가 멋대로 사랑을 하고 있는것 뿐이다.
오른 주머니속에서 갈곳을 잃은 손을, 꾸욱 움켜쥔다.
사랑은 끝났다. 그는 아무것도 모른다. 그것 뿐, 이다.
하지만.
 
"저는, 린 씨의 의사를 존중하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제와서 그런 말을 한다.
어른은 치사하다. 이미 정해진 이야기인데, 형태만이라도 나의 의사를 개입시키려고 한다. 어차피 이미, 어찌할 수도 없는 일인데.
좋을대로 하지 그래, 라고 내던지듯 말하니 그는 필사적으로 매달린다. 마치 소중하게 취급받는것 같다, 라고 생각해서, 아니, 소중하게는 취급 받고 있겠지, 라고 다시 생각한다. 수많이 있는 그의 아이돌 중 한 명으로서, 이다. 유일무이한건 될 수 없다.
 
"내가 이래저래 말해도, 어떻게도 안 되잖아?"
"그건, 됩니다. 제가, 어떻게든 합니다"
 
그런거 그만둬. 괴로워지니까. 기대해버리니까.
가슴이 아프다. 상처입고 있는거다, 라고 새삼 실감한다. 그저 그는 자신의 일을 한것 뿐인데. 이런 감상은 틀렸다. 그럼 하다못해 아무것도 아닌것 같은 얼굴을 하자. 조금만 생각해볼까, 라며 노래처럼 말한다.
"어떠한 대답이라도, 저는, 린 씨의 의사를 존중합니다"
……어른은, 그것만 말한다. 처음에 의사를 무시한건 그쪽인데.
아픈 가슴을 무시하고 미소짓는다. 조금만 생각하게 해줘, 라고 웃는다. 여기서 상처입은 얼굴을 하는건, 누구를 위해서도 되지 않는다.
 
이야기는 끝, 하고 끝내고 문으로 향한다. 문 손잡이를 잡는다.
이걸 무척이나 큰소리를 내고 돌리는건 그의 버릇이었던가, 하고 생각하니 갑자기 심장 가운데가 꾸욱 괴로워졌다.
 
"……특별하다고 생각했던건 나뿐이구나"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도록 중얼거리고 나는 살짝 문 손잡이를 돌린다. 그하고는 다르다. 나는 아직 어른이 아니고, 그는 진작에 어른이 되어서 그 거리는 잴 수가 없다. 한없이 멀다.
 
끼익, 조용히 내 뒤에서 문이 닫힌다.
그대로, 등을 기대어 조금만, 정말로 조금만, 한숨을 쉬었다. 그걸로 끝내기로 했다.
모든게 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
 
 
 
잠시 생각했다.
그 사진이 전국에 퍼지고 광고에 실리는것을. 선전 도구가 되는 것을.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고 머리는 이해했다. 하지만 마음은, 도저히 납득가지 않았다.
며칠을 생각해도, 얼마나 혼자서 자신을 설득해도, 내 마음은 싫다고 말한다. 그 사진은 소중한 것이라, 나와 그에게만 존재하고 있던 특별한 것이엇는데.
거기다.
그 새로운 가사에는 그 사진은 도무지 맞지 않는 느낌이 들었다.
그에게 사랑을 하고, 그걸 감추고, 그래도 사라지지 않는 열을 눈동자에 깃들고 찍은 나. 그런건, 그 가사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좀 더 의연한, 미래를 바라보는 내가 찍혀야 한다.
 
결국, 그 사진은 쓰지 않겠다고 그에게 말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가 너무나도 간단하게 그렇게 말하니까 나는 놀란다. 이미 거의 결정된거나 같은 이야기를, 그래도 그는 움직일 수 있는걸까. 나는 더는 아이가 아니다. 아직 어른은 아니지만,다소의 물사 정도는 알고 있다. 나의 이런 한 마디 응석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과 돈과 시간이 소요되는지 정도는 알고 있다.
그러니 하다못해, 리미트만큼은 세우려고 생각했다. 제한된 예산과 시간으로 좋은 사진을 준비할 수 없었다면, ……그때는 포기하자. 그러자 그는,
"린 씨의, 바라는대로 하겠습니다"
굳은 표정으로 그렇게 말했다.
 
그는 정말로 그 말대로 했다.
일주일하고 조금 후, 시간과 예산을 준비했습니다, 라고만 간결하게 그는 말했다. 하지만 그때까지 어러마나 고생을 했는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나도 바보가 아니다. 준비했다고 말하는 그의 눈가에는 짙은 다크서클이 새겨져 있었고, 그때까지도 매일, 피로곤비한 모습을 보고 있었다. 얼마나 여기저기에서 움직이고, 얼마나 여기저기에 고개를 숙였을 것이다, 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괴로워진다. 결정된 사항을 움직인다는건 그런 것이다. 나는 안전한곳에서 그렇게 하고 싶다고 말한것 뿐이지, 실제로 상처를 입은건 그다.
 
어째서일까, 생각한다.
회의에는 묵묵히 사진을 냈으면서, 나를 위해서 고개를 숙여서 돌려주었다.
그것이 기뻐서, 하지만 그를 잘 모르겠다. 이 사람이 뭘 생각해서 움직인건지, 나에겐 전혀 알 수 없었다.
 
 
 
          ※
 
 
 
파인더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면 그 사람의 본질이 보인다.
그렇게 말한건 아키노 씨였다. 나의 본질이 보인다고 한다면, 나도 그녀의 본질이 보이는 거겠지.
 
바쁜 시간을 내어 겨우 잡은 자켓 촬영일.
우리는 초조해하고 있었다.
셔터를 누르는 소리가 들릴때마다 알 수 있다. 이 사진도, 아까전의 그 사진도, 전부, 프로듀서가 찍은 사진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나도 아키노 씨도, 같은걸 느끼고 있다는걸 알았다.
예산은 그다지 많이는 내려오지 않았다. 의상은 간결한 것이었고, 배경에 세트다운것도 아무것도 없다. 그저 내가 서 있고, 그걸 아키노 씨가 찍는다, 그것 뿐이다.
그래도 좋은 사진이란늑너 찾아와주는거라고 믿고 둘이서 계속 찍고 있었지만.
슬슬 서로에게 피로가 보이기 시작했다.
 
"조금 휴식하자"
극히 밝게, 아키노 씨가 말한다. 그 목소리에 배어나온 피로를 감출 수 없다.
나는 물을 받고(『그』 사건 이래로 일을 하는 도중에는 과다할 정도로 물을 마시도록 하고 있었다), 땀으로 지워진 메이크를 고치러 간다. 아키노 씨는 사진 체크를 하러 갔다. 프로듀서는 그걸 옆에서 보고 있다.
 
(……제대로, 해야해)
포기하고 싶지 않다. 욕심이라고 들어도 무엇 하나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그 사진을 올리고 싶지 않다. 새로운 사진은, 그 사진보다 훨씬 좋은걸로 하고 싶다.
팬에게 새로운 나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스태프나 동료 모두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다.
마음만이 애가 탄다.(이런건, 좋지 않아)
애가 타서 좋은 일은 할 수 없다. 중요한건 좋은 일을 하려고 노력하는게 아니다. 무엇보다 중요한건 집중하는것. 지금이라는 한 순간에만 집중을 쥐어짜는것. 그것만 할 수 있따면, 분명 모든건 나중에 제대로 따라온다.
 
예산만이 아니라 시간도 없었다.
나의 일은 산더미라, 이 후에도 라디오 드라마 촬영이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나서 노래방송 촬영에도 가고 성우양성소에 가고, 사무소로 돌아가 자주 레슨. 낼 수 있는 시간은 이제, 오늘밖에 남겨져 있지 않았다.
메이커가 최단 수순으로 내 얼굴에 붓을 긋는다. 긴장과 초조함으로 두근거릴것 같은 심장을 억누른다. 진정해. 평소처럼. 지비중해.
그때.
 
 
 
"――그래! 그게 좋겠어!!"
 
 
 
덜커덩!! 하는 큰 소리가 났다.
저도 모르게 돌아보니 훌륭하게 의자를 뻥 차서 넘어뜨린 아키노 씨가 마치 즐거운 일이라도 있었던것 같은 얼굴을 하고 일어서는 모습이었다. 그 옆에서 프로듀서가 눈을 끔뻑거리고 있다. 그런걸 개의치 않고 그녀는 프로듀서와 나를 불렀다.
 
"휴식은 슬슬 끝내자"
"으, 응. 왜 그래?"
"조금 말야. 재미있는게 생각났어"
 
자아, 하며 아키노 씨는 나에게 다가와, 팔을 잡는다. 흥분에서인지 그 손이 심히 뜨겁다.
그대로 새하얀 스타지오 속에 나를 세우고 이쪽을 봐, 하고만 말한다. 척척 기재 조절을 하고 찍는걸까, 생각한 순간,
 
"내 일은 여기까지. ……당신, 셔터를 누를래?"
프로듀서를 향해 보고 말했다.
"에, ……네?"
(프로듀서, 가……?)
 
그는 당혹해하고 있다. 당연하다, 아무리 그래도 시간도 예산도 없는 아슬아슬한 상황에서 완전히 아마추어에게 셔터 찬스와 자신의 카메라를 맡기려고 하는 카메라맨은 보통 없다.
하지만 아키노 씨는 그 보통이 아닌 쪽의 사람인 것이다.
(아마, 들은거겠지. 누가 그 사진을 찍었는지)
지금까지로는 어찌할 수도 없다는건 나도 그녀도 알고 있었다. 막혀버렸다고. 그렇다면 일말의 희망에 걸어보는것도 좋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저에겐……할 수 없습니다"
 
망설인 끝에 프로듀서는 그렇게 말했다. 똑바로.
"여기는 아이돌을 위한, 일터입니다. 새로운 린 씨의 문출을 위해, 새로운 사진을 찍는……진지한 장면입니다. 그런 장면에 아마추어인 제가 찍는건……린 씨를 위해서, 되지 않습니다"
"……과연"
 
(하고 싶은 말은, ……알아, 프로듀서)
남의 영역을 침입하고 싶지 않다. 프로를 위한 장면에, 아마추어가 나가고 싶지 않다. 그런건, 나도 잘 안다. 만약 내가 같은 입장이었어도 같은 소리를 하겠지.
하지만.
 
항상 주머니에 넣어뒀던 부적 사진을 떠올린다.
넘쳐나는 거칠게 날뛰는 연심을 감추고 그저 웃으며, 그의 앞에서 웃는다. 그렇게 찍은 단 한 장의 소중한 사진. 괴롭고 슬퍼서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좋아했던, 그런 사진. 하지만.
 
(지금은 이젠, 아니야)
나는 사랑을 알고, 그리고, 실연을 알았다.
사랑이 끝나도 인생은 끝나지 않는다. 길은 앞으로 이어지고 있다.
나는 그걸, 나와, 등을 밀어주는 사람들과, 브레이크가 되어 준다고 말한 사람의, 모두의 힘으로 걸어가지 않으면 안 된다. 언젠가, 끝이 올때까지, 계쏙.
 
그를 돌아봤다.
어두컴컴한 곳 속에서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잘 모를 눈이 나를 보고 있다.
 
"한 장만. 그것만, 찍어봐. ……포기하고 싶지 않아"
 
당신의 손으로, 이번에는, 지금의 나를.
강한 어조로 말하자, 그가 흔들리는걸 알았다. 망설이고, 주저하고. 그리고,
"……알겠습니다. 한장, 만"
살짝 걷는다. 암색의 수트가 새하얀 스타지오에 들어온다. 순간 눈부신듯이 눈을 가늘게 뜬 그는 드물다는 듯이 카메라를 들여다보고, 손으로 나에게 신호를 보냈다. 바람이 불어진다.
 
파인더를 사이두고 마주보면 그 사람의 본질이 보인다.
나에게도, 그의 본질이 보이는걸까. 그에게도, 나의 본질이 보여지는걸까.
 
"보고 있어줘, 프로듀서. 지금의, 나를"
 
사랑은 끝났다. 나는 시작됐다.
이 사람을 좋아해. 무엇과도 바꾸기 어려울 정도로, 좋아해.
하지만 이미,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아. 바라는건 그저, 당신의 행복, 그것뿐이야.
당신을 위해서가 아니랄, 누구를 위해서도 아니라, 나를 위해서, 나는 빛날거야.
당신이 데려와준 스테이지에서, 당신이 보고 있는걸 느끼면서.
 
바인더 너머로, 그가 숨을 삼키는 기척을, 똑바로 느꼈다.
 
(저기, 보고 있어줘. 나를. 앞으로도, 쭈욱)
 
 
 
          ※
 
 
 
 
CD는 발매되었다.
자켓 사진은 스타지오에서 그가 찍은 한 장.
사랑하는 눈동자가 아니라, 미래를 내다본 내가, 거기에는 확실하게 찍혀 있었다.
끝나는 사랑을 받아들이고, 찾아오는 미래를 받아들이고 당신이나 나나, 다른 모든 사람의 행복을 바라고 있는, 그런 내가.
 
하지만 뒷면에는 결국, 그 사진도 실리게 되었다.
둘 다 버리는건 아깝다는 사진이었다, 라는거겠지. 아키노 씨는 자켓 사진에 대해서는 '기적의 사진을 찍히는 순간을 볼 수 있다니, 나는 행운이네' 라며 그저 웃고 있었다.
 
프로듀서가 찍은 새로운 사진은 순식간에 가도 비젼이나 잡지 표지에 실려, 거리에 넘쳐났다. 왠지 신기하면서도 후련한 기분이었다.
이걸로 나는, 새로운 내가 됐다. 앞으로는, 모두와 함께 열심히 할 시간이다.
 
항상 가는 카페에서 칼럼을 쓰려고 펜을 굴린다.
전보다도 훨씬 매끄럽게 말이 떠오르는데, 어디에도 수상한게 없어서, 글러먹은 곳도 한심한 구석도 있지만, 그래도 쓰여진건 확실히 내 말이었다.
한때의 나를 봐준 사람은 실망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이게 진짜 나다. 치사하고 약하고 한심한 구석도 잔뜩있는, 단순한 16살. 그거면 된다.
 
커피를 마시려고 고개를 든다.
문득 창밖에 낯익은 인물이 보였다. 프로듀서.
가만히 이쪽을 쳐다보고 있다. 뭔가 말을 하고 싶어하는 눈동자였다.
(무슨 일인걸까)
눈이 딱 마주친다. 그러자 갑자기 그는 발꿈치를 돌려 빠른 걸음으로 사라져간다.
(어? 자, 잠깐만,)
뭔가가 이상했다. 그의 눈빛이나, 표정의 딱딱함이나, 전체의 분위기나. 황급히 자리를 일어서서 계산을 마치고, 죄송해요 거스름돈은 필요없어요, 하고 짧게 외치고 그대로 카페를 뛰쳐나갔다.
 
그의 뒷모습은 점점 멀어져간다. 신장 차이가 다르다는걸 실감한다.
어쩔 수 없으니까 소리질렀다.
"프로듀서!!"
그는 뒤돌아보지 않는다. 들리지도 않는 모습이었다.
"프로듀서도 참!!"
한번 더 큰 소리로 부르자, 그는 겨우 발을 멈추고 천천히 뒤돌았다.
프 표정이 평소보다 색을 잃고 있는 느낌이 든다. 기분 탓일지도 모른다.
"린 씨……어째서"
"어째서, 냐니……"

그렇게 들어버리면, 제대로 대답할 수 없었다.
뭔가가 평소와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는 조금도 알 수 없어서.결국 지장없는 대답을 하는 수밖에 없다.
"용건이라도 있었나 생각해서……그랬더니 갑자기 가버렸으니까"
놀랬어, 하며 어미가 점점 작아져간다.
(나, 무슨 소리를 하는걸까)
만약 이걸로 프로듀서가 정말로 아무 용건이 없고, 평소대로, 모든게 다 나의 착각이었다면, 그야말로 엄청 부끄러운 짓을 한게 된다.
하지만, 그는 내 말을 듣고도 표정을 바꾸지 않았다.
"……프로듀서?"
수상쩍게 생각해서 부른다. 하지만 시선이 맞지 않는다.
얼어붙은듯이 표정을 잃은 그는, 발밑에 시선을 툭 떨어뜨리고,
 
 
 
"저는……어떡하면, 좋을까요…"
 
 
 
망연자실한 아이처럼 중얼거렸다.
(――아, ) 순간 확신했다. 지금 이 사람을 혼자 내버려둬선 안 된다고.
그가 무척이나 위태로운 곳에 혼자 서 있는듯한, 그런 느낌이 들었다.
조심조심 말을 고른다.
"무슨 일, 있었어?"
하지만 그건 실수였던것 같아서, 그는 빠르게 평소대로의 얼굴을 만들고,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것만 말하고 빠르게 건너편을 향해 달리듯이 사라진다.
"아, 기다려……!!"
뻗은 손은 닿지 않는다. 그의 뒷모습은 점점 작아져간다.
 
 
(…………, 이걸로 좋을, 리가 없어)
 
 
왠진 잘 모른다. 사정도 모른다. 그의 생각을 모른다.
하지만, 아까전의 그의 목소리가 너무나도 힘이 없어서, 내버려둬선 안 된다, 라고 생각했다. 반사적으로 달린다. 신장 차이를 매운다.
숨이 오른다. 이렇게나, 이렇게나 이 사람은 발이 빨랐던걸가. 그렇지, 지금까지는. 우리들에게 맞춰서, 천천히 걸어주고 있던거다. 이제와서 깨닫는다. 좋아한다고 생각한다.
 
"……읏, "
 
겨우, 덥석 하고 그의 손목을 붙잡았다.
큰 힘도 아니었는데, 프로듀서는 제대로 멈춰선다. 그런점은 성실하다고 생각한다. 천천히 뒤돌아본 그 얼굴에는 역시, 표정이 없었다.
 
솨아, 나는 빗소리. 주위에는 여름색으로 눈부시다. 여우비다.
안개처럼 가느다란 입자는 금색으로 빛나면서, 극채색으로 경색을 비춘다.
왠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정말로, ……왜 그래? 무슨 일 있었어?"
"아니요. 아무것도, 아닙니다"
(거짓말)
희미하게 그의 눈썹이 일그러졌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도저히 그런식으로는 안 보이는데"
 
상냥하게 물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나는 결국 평소같은 식으로밖에 할 수 없다. 놓치지 않겠다고 붙잡고, 숨기지 말고 말하라고 따진다. 그것밖에.
하지만 그는.
천천히 그의 시선이 들어올려진다. 내 눈동자를 곧게 쳐다본다. 색이 없는 시선.
입술이 살짝 벌어지며, 그리고,
 
 
"린 씨에겐, ……관계없는, 얘기입니다"
 
 
똑바로 말했다.
(……아아, ) 그때를 떠올린다. 껴안겨서, 만족하십니까라고 듣고. 어째서 이런식으로 해주는지 물었더니, 그게 일이니까라고.
그때와 같은 거리를 느꼈다. 실수했다. 나는 그에게, 무언가를 내밀어줄 수가 없었다. 좀더 다른 방식이었다면, 그는 뭔가를 말해줫을까.
하지만 이미 늦었다. 경계는 그어져버렸다. 단절.
 
천천히 손을 놓는다.
더는, 무슨 말을 해도 닿지 않겠지, 라고 생각했다.
그렇게나 미아처럼 어쩌면 좋겠습니까하고 말했는데.
같은 입으로 관계없다고 말한다.
그를 모르겠다.
 
"실례하겠습니다"
"………………, "
 
멀어져가는 뒷모습을, 보이지 않게 될때까지 쳐다봤다.
극채색의 여우비는, 밤이 될때까지 멎는 일은 없었다.
 
 
 
          ※
 
 
 
오늘은 CD발매를 기념한 악수회가 열린다.
레귤러 예정이 세워져 있던 탓에 발매로부터는 조금 늦었지만 그건 전부 CD 패키지 속에 악수회의 티켓을 봉입한다, 라는 방법으로 그런대로 설득력을 갖게 했다. 이번에는 CD를 사준 사람들만이, 악수회의 대상자다.
그렇게라도 안 하면 시간적으로 팔리지 않는다는 프로듀서의말이었다. 나의 레귤러나 이레귤러 업무량이 라는것도 있었겠지만, 확실히 최근에 내 팬수는 늘어나서 하루 악수회만으로는 다 할 수 없는 일도 있었다. 한 명당 한 번만, 이라는 조건을 달고, 거기에 CD를 산 사람만, 으로 좁힌건 그런거겠지.
 
"왠지……앞으로도 점점 이런 악수회가 되어가는걸까"
"라고, 하시는건"
뒤에서 의상을 체크하면서 말한다. 머리장식이, 하며 지적하는 프로듀서를 따라 머리카락을 만지고 나는 조금 망설이듯이,
"……그게, 말야……사준 팬들만, 이나, 한 사람에 한번만, 이나"
"네"
"이 쪽이 팬을 고르는것 같아서……싫어"
 
처음에 할 무렵에는 길을 가는 사람을 불러세우면서까지 어떻게든 악수를 했었다. 얼굴을 기억해줬으면 싶었고, 팬을 늘리고 싶었으니까. 그런데. 어느샌가, 팬이 이쪽을 불러세우며, 어떻게든 악수를 받으려는 구도가 되어 있다.
 
"왠지……이상한 느낌"
"하려는 말은, 알겠습니다"
프로듀서는 가볍게 끄덕이고 하지만, 하며 계속했다.
"지금은 린 씨의 시간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짐 검사나 신체검사 시간을 매번 하는걸 생각하면 티켓의 확인 시간을 한다고 해도, 이게 한계입니다. ……죄송합니다"
"프로듀서가 사과할 일이 아니야"
 
그저, 왠지 점점 커져가는 규모에 내가 따라가지 못하는것 뿐이다.
팬이 늘어나는건 알고 있다. 노출이 늘어난것도, 일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것도, 자신의 일이니까, 제대로 알고 있다.
그래도 한 명 한명 제대로 마주보고 싶었다.
어쩌지도 못하는건 알고 있다. 그저, 그러고 싶었다, 라는것뿐.
후우, 숨을 내쉬고 짝, 가볍게 뺨을 친다.
 
"그만두자. 우선 지금 일을 제대로 해낼것. 그게 중요……하지"
"네, 린 씨"
 
그의 표정은 굳지는 않았다. 비교적 보통, 에 부류되는 편이다.
그때, 망연자실한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그로부터 한 번도 물을 수 없었다. 물어선 안 된다고, 묻지 말라고 선을 그어진건 확실하게 느꼈다. 그걸 내딛을 용기는 나에겐 없어서, 내딛은 곳에서 손을 잡아도 될만한 자격도, 나에겐 없다.
단순한 아이돌과 프로듀서. 그가 뭘 생각하는지 몰라도, 어쩔 수가 없다.
 
(그러니까, 일을 제대로 하자)
나를 위해, 오늘 와준 팬을 위해, 그리고 그를 위해.
아이돌로서 직무를 전부 하자. 최고의 미소로, 와준 사람을 맞이하고 싶다.
 
"시부야 씨, 시간이에요!"
"아, 네! ……프로듀서, 가자"
"네, 린 씨"
 
 
 
          ※
 
 
 
악수회는 막을 열었다.
오늘 의상은 그 자켓 촬영에서 입고 있던 푸른 옷. 평소 의상과 비교하면 꽤나 심플하지만, 그래도 시부야 린의 이미지로 바로 떠오르는것이 이 옷이다, 라는 사람은 상당히 많은 모양이었다. 그만큼 CD의 영향은 컸던거겠지.
 
상당히 규모가 큰 회장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사람은 가득 차 있어서, 스태프들이 주위를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왠지 이번에……엄중, 한데)
 
선물이나 편지를 직접 건내는건 금지. 전용 박스에 회수된다. 줄 서있는 동안에 수하물 검사랑 신체검사. 직전에 카메라만 스태프에게 맡기고 악수할때는 프리 핸드. 한 명당 시간은 정해져 있어서 그걸 오버하면 스태프가 저지하러 온다. 탁상 너머로 악수한 후, 촬영 공간에서 스태프에 의한 기념촬영. 복수 줄서는걸 금지하기 위해, 끝난 사람은 유도를 따라 밖으로 나가게 된다.
 
(…………………벨트 컨베어같아)
좀 더 나에게 시간이 있으면, 하고 이때만큼 생각한 적은 없었다.
시스테마틱으로 흐르듯이 악수만 하고 한 두마디 대화를 나누고, 기념촬영을 하고 그걸로 끝이라니. 왠지 허전하다. 유명해지는건 이런건가.
(하지만, )
그래도, 적어도 눈 앞에 있는 사람을 위해, 그 사람을 위해서만 웃자.
왜냐면 그 사람은 여기까지 나를 보러 와준 사람이니까.
그러니까, 웃으며 맞이하고 싶다.
 
"악수회, 개시합니다!!"
 
와아, 하고 술렁이는 회장 속에서 나는 웃는다.
눈 앞에 나타난 단 한 명의 사람을 위해, 최고의 웃음을.
 
팬 중에는 해외에서 왔어요, 라는 사람도 있었다.
여성도 있었다. 가사에 기운을 차렸다고 하는 사람도.
데뷔한 당시부터 내내 와주고 있는 사람들.
오늘 학교가 쉬어서 다행이다,라며 웃는 중학생 여자애.
부인 몰래 온겁니다, 라는 아버님.(이게 의외로 많다)
 
그 사람도, 아마 그런 사람이었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라는 굉장히 전형적인 얼굴 감추는 법으로, 두리번두리번 좌우를 몹시나 신경쓰는 모습이었다. (아, ……몰래 온 사람이네) 바로 알았다.
아이돌에게 빠져있는걸 알려지고 싶지 않은 사람은 의외로 많이 있다. 팬이라는걸 감추고 싶지만, 라이브나 악수회에는 오고 싶다, 하는 사람들도.
그 사람들은 대개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묘하게 주위를 경계하거나, 얼굴을 조금 감추거나. 그래도, 이렇게까지 단단하게 얼굴을 감추는 사람은 좀 처럼 없어서, 그만 드물게 보고 말아버릴것 같은걸 경계했다.
 
(그런건, 실례. ……그만둬야해)
 
오히려 그렇게까지 해서 나를 만나러 와주는거니까.
가족이나 지인에게 알려지지 않도록 집을 나와, 전차나 비행기를 타고 여기까지 와서, 얼굴을 감추고 회장에 입장하고, 오랜시간 계속 기다리게 했다. 그렇게까지 해서.
그렇게 생각하니 굉장히 고마운 마음이 든다.
 
무척이나 큰 카메라를 스태프에게 건내고 그 사람은 나와 마주 섰다.
자연히 미소가 솟아오른다. 손을 내민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와주셔서 고마워요. ……기뻐요"
"린짱……, "
"……?"
왠지, 낯익은 목소리였다는 느낌이 든다. 데뷔 당초부터 몇 번이나 와준 팬중 한 사람일까. 마스크 너머로도 알 수 있는, 감격한듯한, 기쁨에 가득찬 목소리. 그대로 손이 뻗어와서 움켜쥐어진다.
 
(어라……?)
 
처음에는 뭔가 축축하다고 생각했다.
그대로 꼬옥 쥐여져서 끈적하게 문질러지듯 만져진다.
 
"으음……어디에서 오셨나요?"
"린짱, ……린짱, 린짱"
 
대화가 성립하지 않는다. 아무래도 나와 만난것만으로 감동한건지, 대화다운 대화를 할 생각이 없는것 같은 느낌이었다. 몇 번이나, 몇 번이나 이름을 불린다. 그때마다 대답을 하면 되는건지, 하지 않아도 되는건지 망설이고, 결과 호응하듯이 끄덕인다.
"린짱……예뻐졌네……린짱"
"가, 감사합니다"
축축한 손을 문질러진다. 뜨뜻하고 느슨한 감촉.
슬슬, 하고 스태프가 재촉을 하니, 그 사람은,
"이대로, 이대로 찍어주지 않으려나"
"에, 촬영 공간까지 안 가도 되나요?"
"괜찮아. 이대로가"
"으음……그런 모양, 인데요……"
스태프도 당혹한듯이 일단 카메라를 든다. 탁상 너머의 우리를 옆에서 찍는 앵글이다. 큰 카메라 렌즈가 나를 보고 찰칵, 하는 셔터 소리.
 
"고마워, 린짱"
 
속삭이듯이 말했다, 라고 생각하니 스륵 빠져나가듯이 손을 빼고 낚아채듯이 카메라를 받아든 그 사람은 유도될 틈도 없이 뛰어갔다.
(왠지……이상한 사람이었네)
 
"!! 갑니다!"
"에?"
 
갑자기 프로듀서가 잽싸게 안색을 바꾸고 뛰쳐나간다.
"시부야 씨!!"스태프가, 작은 목소리로 소리질렀다.
"뭔, "
 
묘하게 손이 서늘하다.
 
시선을 내리니, 주르륵, 한 백탁의 액체 투성이가 된 자신의 손이 있었다.
되게 짠내나는, 비린내 나는 이상한 냄새가 났다.
 
(――읏, 뭣, )
 
비명을 지르는것만큼은 어떻게든 참았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스태프에게 다음 사람을 제지해달라고만 말하가ㅗ, 안으로 뛰어간다.
 
"읏, ……웃,"
"시부야 씨! 젖은 수건과, 그리고 봉투입니다, 이거……
"오지마!!"
 
저도 모르게 소리 지르고 있었다. 토할뻔하는걸 어떻게든 참는다.
누구도 다가오지 말았으면 싶었다. 헤아린건지, 교대로 여성 스태프가 가볍게 수건과 비닐 봉투를 이쪽에 던져서 건낸다. 받아들 수도 없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토하는건 지는것 같아서 싫었다. 치솟아 오르는 오한과 구토를 열심히 참는다.
 
"프로듀서, ……프로듀서, "
 
어디에 있어?
몇 번을 불러도 그는 오지 않는다. 어떡하지. 나 혼자선, 더는.
질척하게 더럽혀진 손을 시야에 넣는것조차 하고 싶지 않아서 눈을 감는다. 어디에도 만져지고 싶지 않으니까 손을 앞으로 내민채로, 우는것과 토하는것만을 그저 참고 있으니 몇 분 후에 겨우 그는 숨을 헐떡이며 뒤쪽으로 뛰어왔다.
 

1 여길 눌러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