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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채색의 빛 - 23. 멈추는 혹성(2/2)

댓글: 2 / 조회: 1170 / 추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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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2-12, 2015 12:47에 작성됨.

솔직히, 린의 대답은 예측할 수 있던것도 있고, 예측하지  못했던것도 있었다. 새로운 린을, 몰랐으니까.
하지만, 그걸, 린이 바란다면.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잠깐"

짧은 제지. 시선을 맞춘다. 린은 거기서 처음으료 조금 표정을 흐렸다.
"이미 결정난거나 마찬가지, 였던거지"
"그건……신경쓰지 않으셔도 상관없습니다"
"정말로 움직일 수 있어?"
"괜찮습니다"
"그래. 하지만"
나도, 더 이상 애가 아니야. 그렇게 린은 말한다.

"그러니까……기한을 줘"
"기한입니까?"
"그래. 많은 사람들을 무리하게 움직이는거니까, 가만히 있을 수는 없어"
강한 눈빛으로 린은 곧게 이쪽을 쳐다봤다. 망설임이 없는 눈동자.

"기한까지 그거보다 좋은 사진을 못 찍으면, ……포기할게"

좋을대로 써줘.
결심을 굳게 깃든 린의 모습에 마음을 정한다.
특별하다고 생각했었다고 린은 말했다. 그 사진은, 린에게 있어서 아직 특별한 모양이다. 그걸 지키고 싶다. 그렇다면 해야할 일은 하나다.

"네. 린 씨의, 바라는대로 하겠습니다"

그것이, 자신의 일이며, 역할이다.

 

          ※

 

린의 결단은 그리 간단하게는 통과되지 않았다.
그래도 통과시킨다고 결심했으므로 관계자들에게 고개를 숙이고, 스케줄과 예싼을 쥐어짜기 위해 조정에 매일 대부분을 소비했다. 불평을 듣는건 다반사였고, 민폐라고 듣는것도 당연하여, 고집을 통과시키는건 이런 일이다, 라며 그때마다 자신을 분기시켰다. 린이 바라는대로 하고 싶었다. 그걸 위해서라면, 어떠한 일이라도.

집에 돌아가지 못하는 날이 생기게 되었다.
린을 바래다주는 도중에도, 청신호를 깨닫지 못하는 일이 가끔 있고, 뒤에서 경적을 울리는 일도 있었다. 괜찮냐고 걱정받은 적도 있었지만, 그래도 사진에 대해서 취소해달라고는 린은 결코 말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그런걸거라고 판단하고, 그저 움직였다.

료코와 약속도 몇 번이나 직전에 캔슬이 되어, 심할때는 약속시간을 대폭으로 늦고나서 못 간다는 연락을 하게 되었다. 가끔 만나는 장면에서도 몇 분 얼굴을 보이는 정도로, 극히 시간을 낼 수 있을때도, 꾸벅거리는 일이 많았다.
그래도, 어떠한 때라도 료코는, 느긋한 성미만이 장점이요, 저는 기다릴테니까요, 라고 말하며 변함없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죄악감, 책임감, 의무감.
이 사람에게 최선을 다해야한다.
이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
이 사람을 위해서 할 수 있는걸 해야한다.
누군가를 위해서도, 그게 최선이다.

그렇게 일주일 정도 소비한 후에는 겨우 예싼과 스케줄의 전망이 섰다.

(겨우 집에 돌아왔다……)
비틀거리면서 자택으로 돌아온다. 뭔가 배에 넣는 편이 좋다는건 알고 있었지만, 피로가 모든걸 능가하고 있어서 그럴 참이 아니었다. 수트를 입은채로 자버리고 싶었다. 시계는 심야 3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낮에)
점심시간의 극히 짧은 시간에, 료코에게 내일 만날 약속에 대해서 전화가 있었다. 그때에, 오늘은 집에 돌아갈 수 있을것 같으니까, 그때 연락하겠습니다, 라고 말했을 터였다.
어떡하지, 생각한다. 하지만 시간이 시간이었다. 아마 료코는 이미 자고 있다. 역시 이 시간에 전화는 비상식이라고 생각해서 꺼려졌다.

(미안하지만 내일, 직접 얘기를 듣자. 하다못해 내일 만날때는, 자버리지 않도록 해야해……)
비틀거리는 사고 속에서 그렇게 결론을 짓는다.
상의를 벗고 옷걸이에 걸고 넥타이를 푼다. 벨트를 벗는다.
이미 일련의 동작은 무의식으로도 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그대로 스웨트로 갈아입고 모든걸 다 내일로 미루고 이불로 쓰러지고 그대로 의식을 잃었다.

 

료코와 린의 얼굴이 뇌리에 깜빡였지만 그것도 금방 사라졌다.


그리고 다음날.
어느 정도 제대로 수면을 취한 덕분에 몸 상태는 조금만 나아졌다. 그렇다고는 해도 만전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걸어둔 수트의 안에서 적당한걸 고르고 입는다. 넥타이만큼은 사적으로도 쓸 수 있는 러프한걸로 했다.
료코와 만날때는 항상 수트 차림이다. 상사의 소개로 알게된 약혼자와 만난다,라는데 사복으로 가는건 왠지 느낌이 오지 않았고, 애시당초 휴일에 활발하게 나가는 편도 아니었기 때문에 사복으로 밖에 나간다는 행위에 익숙치 않았던 것이다.

그 날은 플라네타리아리움에 갈 예정이었다.
료코가 좋아할법한 기획을 하고 있어서, 거기에 가기로 했다.
평소대로 인사를 나누고, 평소와 다를바 없는 거리감으로 걷는다.
이 느낌에도 상당히 익숙해졌다. 가끔 료코가 갑자기 멈춰서서 구름이나 전차나 벌레를 찾아내는데도 놀라지 않게 됐다.

다만, 평소와 다른게 하나 있었다.
오늘 료코는 어딘가 말수가 적고, 깜빡이는 수가 많았다. 흥미깊게 물사를 만나면 평소와 다를바 없는 료코가 될거라고 생각했지만, 플라네타리움 안에서 옆을 보니 놀랍게도 료코는 꾸벅, 꾸벅 고개를 흔들며 선잠을 자고 있었다. 놀랬다.

(그 료코 씨가, 호기심보다도 수면을 취할줄이야)

무슨 일이 있던걸까, 생각한다.
전시가 끝난후, 찻집에서 그걸 물어봤다.
료코는 부끄러운듯이 뺨을 붉히며,
"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 어제는 조금, ……밤샘을 해버려서"
재미있는 다큐멘터리가 있었어요, 라며 수줍은듯이 말했다.
"모처럼 타케우치 씨가 데려와주셨는데, 죄송해요"
"아뇨, 저는……괜찮습니다. 그렇지, 어제 전화 얘기는"
"아아, 대단한건 아니에요. 이제 곧 시부야 씨의 신곡 발매가 된다고 텔레비전에서 봤으니까, 예약하러 가도 되나요, 라고 물어보려고요"
"말하셨으면 드렸을텐데"
"아니요. 모처럼이니까 공헌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생각한다.
료코는 아이돌에 흥미를 가질법한 타입은 아니었을 터였다. 그것이 린의 CD를 예약이란건 왠지 위화감을 느꼈다. 하지만, 하며 고쳐 생각한다.
그러고보니 최근의 료코는 아이돌이나 예능계의 얘기를 하는것도 늘어난 느낌이 든다. 그것도 346프로덕션의 아이돌 화제가 특히 많았다. 자신과 약혼을 계기로, 새롭게 흥미의 대상이 늘어난걸까.

"시부야 씨, 최근에 정말로 자주, 텔레비전에 나오시네요"
"네……그렇군요"
"라디오도 듣고 있어요, 저. 저녁에 하고 있는, 으음"
"아이올 라이트 블루군요"
"아아, 그거에요"

탁, 하며 손을 치는 료코.
아무래도 정말로 린을 쫓고 있는것 같다.
자신이 돌본 아이돌을 좋게 생각해주는 사람이 눈 앞에 있다는건 생각했던것보다도 좋은 기분이었다. 즐거운듯이 린의 라디오에 대해서 말하는 료코.

"그럼 여기를 나가면 예약하러……갈까요"
"네, 그러죠! 어떤 노래일지, 알고 있어도 먼저 말하면 안 돼요"
"그런 짓은, 안 합니다"

평온한 시간이 지나간다.

 

          ※

 

예산은 내려왔지만, 릴리스 날까지 겸비한것도 있어 시간은 그리 많이는 낼 수 없었다. 그걸 전하자 린은 알았어, 괜찮아, 하고만 굳세게 끄덕였다.
스태프 수배나 촬영일시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던 무렵, 린에게 한 가지 제안이 있었다. 어떤 카메라맨에게 촬영을 부탁하고 싶다고.

그리고 촬영일.

"안녕, 시부야 씨. 오늘도 좋은 일을 하자"

카메라맨은 낯익은 사람이었다.
린을 눈 앞에서 슬쩍 데려가서 금방 돌려놨다고 생각하니, 린을 혼자로 만들지 말라고 해준 그 여성.

눈으로 린에게 묻는다. 그러자 간결한 대답이 돌아왔다.
"아키노 씨. 사적으로 조금 연락을 가졌어"
좋은 사람이야, 라고.
그건 알고 있다. 그저, 이 자켓 촬영은 린에게 있어서 무척이나 중요한 일이고, 그 사진을 초월할 수 있는걸 찍지 않으면 린의 의사하고는 무관계한 다른 사진이 쓰여버리는 그런 중요한 때였다.

솔직히 아키노로선 실력부족이다, 라고 생각한다.
인품은 면목없다. 그건 알고 있다. 하지만 아키노는 아직 독립해서 프리랜서가 갓 된 신출내기 카메라맨이고, 뭔가 큰 실적을 남긴건 아니다. 아이돌 시부야 린의 신곡 자켓 촬영에는 솔직하게 말하자면 얼마간 상응하지 않는 인재였다.

"괜찮, 습니까"
린에게 작은 목소리로 묻는다. 거기에 대해 린은 이쪽을 올려다보며 살짝 웃었다.
"괜찮아. 이 사람이라면 믿을 수 있어"
"그렇……습니까"

어느새 아키노와 린은 이런 신뢰관계를 맺고 있던거겠지.
그 린을 빌려가도 될까, 라고 말하고 둘이서 갔었던, 짧은 시간일까.

(나는, 아직 린을, 잘 모르고 있는데)

질투같은 무언가. 그걸 부끄럽게 여기고 참는다.
일을 하자. 린을 위해. 그리고 린의 CD를 기다리고 있는 료코를 위해.

아키노는 척척 세팅을 하면서 메이크를 하러 간 린을 쳐다봤다.
그리고 이쪽을 힐끔 보며,
"그 사진, 봤어"
툭 말했다. 별것 아닌듯한 목소리였지만, 그 표정은 굳어있었다.
"굉장한 사진이야. 피사체의 매력을, 전부 이끌어냈어"
"…………"
제가 찍은겁니다, 라고는 말하기 힘든 분위기다.
얼마간 체크를 마치고 아키노는 좋아, 하고 중얼거리고 이쪽으로 다가온다.

"솔직히 말하자면 말야. 그 사진보다 좋은건, 나는 찍을 수 없어"
"뭣, …………그래선,"

린의 의사는. 바람은, 어떻게 되는걸까.
"그보다, 누구도 무리라고 생각해. 그건 일종의 기적인걸"
"그럼, ……어쩔, 생각으로, 이 이야기를"
"그게 말이야"
나도 그냥 대책없이 받은 이야기는 아니야, 라며 아키노는 웃었다. 보고 있는 사람의 기운을 빠지게 만드는듯한, 힘이 빠진 태평한 얼굴이었다. 그런 경우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간단한거야"
눈동자가 이쪽을 쳐다본다. 쓸데없는 힘이 들어있지 않는 분위기하고는 다른, 굳세네 눈이.

"그것보다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없다면, 그것보다 상응한 사진을 찍을 뿐이야"
"상응한……?"
"노래, 먼저 조금 들었어. 오늘까지 씌일정도로 들었어"

좋은 노래야, 밝고, 힘세고, 하지만 어딘가 허전해. 라며 중얼거리는 아키노.
"그 사진은 확실히 굉장해. 다른 이론도 없다고 생각해. 하지만, 그 노래에 상응한가, 라고 들으면 조금 다르다고 생각해"
"그럼, "
"시부야 씨와 협의는 메일이랑 전화로 이미 정했어. 남은건 그녀의 안의 이미지대로 찍는것 뿐이야"
"과연……"
"그러니까, 맡겨줘"
가볍게 윙크를 해 보인다. 린이 그녀를 신뢰하고 있는것이 어째선지 조금 알은것 같았다.

 

          ※

 

"자, 조금 휴식하자"

밝은 아키노의 목소리. 하지만 거기에는 얼마간의 초조함이 담겨있었다.
촬영개시로부터 몇 시간이나 경과했다. 타임 리미트까지 그리 멀지 않다.
촬영일을 며칠 세웠으면 좋았지만, 공교롭게도 린의 스케줄은 항상 가득해서 오늘 말고는 날짜를 잡을 수 없을것 같다. 시간이 없었다.

린은 메이크를 고치고 있다.
아키노로 말하자면, 찍은 사진의 일람을 보고 체크를 넣고 있는 참이었다. 뒤에서 엿보고 있다. 푸른 옷을 입은 린이, 정면으로 바람을 받고 서 있는 구도.
나쁘지는 않았다. 하지만 내버려둬도 좋냐고 하면 미묘한 부분이다.

"이래선 아슬아슬하게 급제점이네"
"……, "
"어떡할까"

항상 밝게 스타지오를 격려해왔던 아키노의 표정에도 피로가 보이기 시작했다. 힐끔 이쪽을 돌아본다. 미안해보이는 얼굴.

"미안해. 모처럼 시부야 씨에게 부탁받았는데……역부족이라"
"아뇨. 아직……시간은 있습니다"
"시간이 있어도, 내 힘으로는 이것보다 좋은건 찍을 수 있을지"

그야말로, 기적이라도 일어나지 않는한, 하며 힘없이 말한다.
라이트의 열기가 넘치는 스타지오에서 아키노의 관자놀이에 땀이 흘렀다. 한숨.
"그만그만, 소극적이게 되어도 좋은 일은 아무것도 없어, 나답지 않네"
성큼성큼 걸어가 안에 설치되어 있던 의자에 몸을 던지듯이 앉는다. 스니커를 신은 다리가 대충 꼬여진다.

"차라도 마시겠습니까"
"고마워, 프로듀서. 그럼 부탁할게"

건내받은 병을 받고 아키노는 단번에 그걸 비운다.
그 옆에 설치된 의자에 나도 앉는다. 물병을 받고 마실까 말까 망설이다, 결국 그만뒀다.

"그렇지, 프로듀서"
"네"
"그 사진 말인데, 어디의 카메라맨이 찍은거야?"
"……그건,"
"시부야 씨가 나를 지명해준건 확실히 고마워. 이런 큰 일, 처음이야. ……하지만, 그녀를 위한걸 생각한다면, 실력있는 분에게 부탁하는 편이 좋았을지도 몰라"

촬영이 시작되고나서, 처음으로 나온 아키노의 약한 소리였다.
찍은 사진을 보는한, 아키노는 결코 실력이 없는건 아니다. 경력이 없을 뿐이다. 린의 매력을 제대로 이끌어낸 좋은 사진을 찍고 있다. 린 개인과 친분도 있다, 라는 점도 관계하고 있는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확실히 그 사진에는 미치지 못한다.

어찌 말할지 생각한끝에 고민하고,
"………………찍은건, ……접니다"
결국 말했다. 이 사람은 신뢰할 수 있다. 그렇게 말한 린의 말을 믿고.
아키노는 놀란것처럼 눈을 크게 뜨고,
"프로듀서, ……카메라 경험 있었구나"
"아뇨. 완전히 아마추어입니다"
"그럴수가……"
아연한듯이 비어버린 차의 물병을 옆의 탁상에 둔다.
그리고 작게,

"역시, 기적이야"

그렇게 중얼거렸다.
라고 생각하니 덜커덩 의자를 박차듯이 갑자기 일어선다.
너무나도 큰 소리에 맞은편에서 메이크를 하고 있던 린이 뒤돌아봤다. 의아스러운 얼굴로 이쪽을 보고 있다. 그걸 전혀 개의치 않은 모습으로 아키노는,
"그래. 그게 좋겠어!"
흥분한 모습으로 빙글빙글 주위를 걷기 시작했다.

린은 어벙한 얼굴로 아키노를 쳐다보고 있다. 이쪽도 왜 그러 나싶어서 손 안으로 물병을 만지는수밖에 할 수 없다.
아키노는 촬영 공간으로 성큼성큼 걸어가 세팅을 시작하고, 새하얀 라이트를 켜고 플래쉬 위치를 조정하여 바람을 보내는 장치를 확인하고 좋아, 하며 웃었다.

"프로듀서"
"아, 네"
"시부야 씨도"
"어? 나?"
"휴식은 슬슬 끝내자"
"으, 응……왜 그래?"
"조금 말야. 재미있는게 생각났어"

자, 일어나, 하며 린의 팔을 잡아다 스타지오에 세운다. 하얀 빛이 당혹스러워하는 린을 비춘다. 그리고 카메라의 앞에 서고 노출이나 무언가를 조정하고,

"자, 내 일은 여기까지"

(에――?)
곧장 이쪽으로 걸어오는 아키노의 의도를 읽지 못해 당혹한다.
타케우치의 바로 앞에 선 아키노는 신장 차이를 신경쓰지 않고 올려다보며,

"당신, 셔터를 눌러"

극히 당연한것 처럼 말했다.
"에, 아, ……네?"
예상밖의 일에 허둥댄다. 셔터를 눌러, 라고 들어도.
"바람은 이쪽에서 보낼게. 타이밍은 좋을대로 해. 세팅은 이미 끝났어"
"하, 하지만, 저 카메라는"
"내 사물이지만, 삼각다리가 있으니까 쓰러지지는 않잖아? 믿고 있어?"
"하지만, "
"후훗, 그렇게 허둥대지마. 단순한 놀이야, 그렇게 생각하고 해봐"

한 장이라도 좋으니까. 그렇게 아키노는 말한다. 하지만.
아키노를 본다. 아무런 망설임도 보이지 않는 올곧은 시선.
린을 본다. 빤히 이쪽을 쳐다본다. 뭘 바라고 있는건지 모를 눈빛.
(린은, 어떡하고, 싶은거지――?)
망설이고 목에 손을 대고, 고개숙이고서.

"저에겐……할 수 없습니다"

그렇게 말했다.
"어째서?"
바로 추궁하는 아키노.
"여기는, 아이돌을 위한, 일터입니다. 새로운 린 씨의 문출을 위해, 새로운 사진을 찍는, 진지한 장면입니다"
"그래서?"
"그런 장면에, 아마추어인 제가 찍는건, ……린 씨를 위해서, 되지 않습니다"
"…………과연"

빙그르 목을 돌리며, "라고하는데, 어때?" 라며 린에게 말을 거는 아키노.
린으로 말하자면, 감정이 보이지 않는 눈으로 빤히 이쪽을 쳐다보며, 몇 번인가 끔뻑거리고,

"프로듀서"
"네"
"하고 싶은 말은 알겠어. 중요한 장면에, 내딛고 싶지 않은 기분도"
"그럼,"
"하지만"

몸채로 이쪽을 돌아본다. 마주본다.
하얀 라이트에 비추어진 린과, 어둠속에 서 있는 자신과.
빛나는 세계에 선 린은, 강한 시선으로 이쪽을 쳐다보고,

"한 장만. 그것만, 찍어봐"

포기하고 싶지 않아. 그렇게, 말했다.
(Never say never, ……절대로, 포기할 수 없어, 인가)

이대로라면 그 사진이 자켓이 되어버리는건 필연이었다.
아키노의 사진은 결코 나쁘지는 않고, 노래 이미지에도 맞았지만, 그 사진보다 상응한거냐고 물으면, 그렇지는 않았다.


『――특별하다고 생각했던건, 나 뿐이었구나』


……그런건 아니다.
특별하다고 생각하고 있던건, 자신도 마찬가지였다. 누구에게도 접촉을 허락하고 싶지 않은 곳이었다.
그렇기에, 린도, 그리고 자신도, 이렇게 발버둥치고 있던 것이다.

"알겠, ……습니다"
한 장만.

카메라의 앞으로 걸어간다. 순간 하얀 빛이 타케우치를 감싼다.
눈이 아프다. 눈부시고, 눈을 곧게 뜨고 있을 수 없다. 항상 린은 이런 곳에서, 혼자서 일을 하고 있었나. 뒤쪽의 자신에겐, 손이 닿지 않는 곳에서.

바람이 들어온다. 린의 머리카락이 뒤로 나부낀다. 치마가 흔들린다.
자아, 하며 린에게 재촉받고 파인더를 엿보았다. 처음을오 접한 프로의 도구는 본 적이 업서는 계기가 붙어있고, 모르는 수치가 몇 갠가 나열되어 있었다.

프레임 숫자와 그리드 속에서 린이 이쪽을 쳐다본다.
렌즈를 뚫듯이. 곧게.

"보고 있어줘, 프로듀서. 지금의, 나를"

목소리가, 뇌에 직접 들려오는것 같았다.
어쩌면 좋을지 모른다. 그래도, 잘 모를 충동이 가슴을 쑤시며, 시부야 린이라는 아이돌의 빛이 마음을 떨게 만든다.

설령, 이 사람에게 사랑을 하지 않았다고 해도.
시부야 린이라는 아이돌에게, 지금 이 순간, 마음의 전부를 빼앗긴 느낌이 들었다.

(이것이, 그녀를 위해서, ……된다면)

멋대로 손가락이 내려간다.
셔터 소리가 울리며, 빛이 세상을 가득채웠다.

 

          ※

 

결국.
CD 자켓 사진은 겉면과 속면 이면 인쇄가 됐다.
겉면은 아키노의 스타지오에서 타케우치가 찍은것.
그리고 뒷면은, ……그 사진이었다.

그걸 들은 린은 그런가, 하며 작게 말하고,
"……고마워"
라고만 말했다. 그 밖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결국 표리 둘 다 자신이 찍은 사진이 올라가게 되어버려서 복잡한 기분이었다. 린의 고집을 헛됙게 해버린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나, 아키노에게 면목없다는 마음. 그래도 대대적을오 선전에 쓰이는건 스타지오에서 찍은 쪽이었으므로, 린의 마음은 미치지 않을지도 모른다, 라며 자신을 위로한다.

CD는 발매와 동시에 순식간에 매상을 올렸다.
린이 작사를 했다라는 화제성도 있었고, 무엇보다 자켓의 사진이 평판이 좋았다, 라는 모양이다. 이후로도 시부야 린의 선재사진으로서 표면 자켓 사진을 쓰자는 이야기도 나왔다. 이면의 사적인 사전이 대해선 다행히, 표면의 화제에 묻혀서 사내의 화제에서 사라지려고 하고 있었다.

린을 위한것을 하려고 생각했다.
그러기 위해서 셔터를 눌렀다. 하지만 결국, 그 사진이 올라가는걸 멈출 수 없었다.
이후로는 더는 쓰이는 일은 없는 모양이지만, 그래도 한번 세상에 돌아버려선 사라질 수가 없다. 특별하다고 말해준 린의 마음. 특별하다고 생각했던 자신의 마음. 그건 이미, 돌이킬 수는 없다.

그런 가운데 린의 생일이 다가오고 있었다.
지금까지 담당 아이돌에게는 매번 사적으로 선물을 주기로 하고 있었다. 사비라서 그다지 좋은건 살 수 없지만, 그래도 어떤 아이돌도 기뻐해줬다. 작년에는 린에겍 뭘 줬을까. 이미 굉장히 옛날 일 같아서 떠올릴 수 없다.

(……올해는 어떡해야할까)
다른 아이돌과 같은걸로 하지 않으면, 부자연스럽겠지.
뭘 주면 그녀가 기뻐할까. 뭘 받으면, 그녀는 곤란해할까. 잘 모르겠다.
사진을 특별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린은, 더 이상 자신에게서 멀리 떨어져 자유로운 세상에서 살고 있다. 이전의 린하고는 달랐다. 그런 새로운 린에게, 뭘 주면 좋을지 몰랐다.
자신은 아직,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잡지를 보거나 프로젝트 멤버에 묻거나하며 여러가지로 생각했다.
하지만 딱 오는 생각이 떠오르지 않고, 일자는 점점 다가온다. 초조해한다.

(……그렇지, )

료코에게 상담해보는건 어떨까, 문득 생각했다.
료코는 린의 라디오를 듣거나 CD를 예약하면서까지 살 정도의 팬이다. 뭘 주면 좋을지 팬의 시선에서 어드바이스를 해줄지도 모른다. 같은 여성이라는 시점에서도, 자신에게는 깨닫지 못한 무언가를 가르쳐줄지도 몰랐다.

마침, 내일은 료코와 만날 예정이 되어 있었다.
CD발매까지는 바빠서 좀처럼 만날 수 없었지만, 한 차례 발매해버리면 그런대로 시간이 생겨서 서로 자주 얼굴을 맞대고 있던 것이다. 내일도 그 중 하나였다.

시계를 확인한다. 밤 9시.
잠들지는 않앗을테고, 식사시간도 아마 아닐 것이다. 전화를 하는데 좋지 않은 시간대는 아니다. 품에서 전화기를 꺼내어 이력에서 료코에게 전화를 건다.
3번 콜 정도하고 료코는 받았다.

『안녕하세요, 타케우치 씨』
"안녕하세요, 료코 씨"
『우후후, 전화해줘서 기뻐요. 무슨 일 있었나요? 아, 물론 아무것도 없어도 전화해준다면 그건 좀 더 기쁘지만요』
"그게, 말인데요"

어떻게 말을 꺼낼지 조금 곡민했다.
세세한건 내일 물어보면 되겠지.

"실은, 내일 만날때 꼭 부탁드리고 싶은게 있습니다만"
『타케우치 씨의……부탁, 하고 싶은거요?』
"네. 그게, ……어떤 사람의, 생일, 로……말이죠"
『네, ……네, 알겠어요!』
"……료코 씨?"
『앗, 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 아뇨, 내일이지요. 알겠어요!』

료코는 드물게도 흥분한 모습이었다.
그 텐션인채로 얼마간 대화를 나누고 끊는다. 어쩐 일이지, 라고 생각했다. 료코는 항상 차분한 모습으로 대범하면서도 호기심 왕성한 그런 여성이다. 흥분해서 큰 소리를 내는 일은 좀처럼 없다. 무슨 일이 있던걸까.

(아니, 그것치고는, 나쁜 식은 아니었고……)

그거라면, 료코를 위한게 되었던걸까.
그럼 좋은 일이지만.
최근엔 린의 CD발매에 시간을 들여서 료코와 만날 시간을 별로 잡을 수 없었으니까, 그 만큼인걸지도 모른다. 어쨌든, 료코를 소중하게 여기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이 자신의 책무이며, 책임이기도 하다.

료코를 위해.
그리고 린을 위해.
행복해지겠다고 맹세한 것이다.

 

          ※

 

겨우 잡은 휴일, 약속 장소에 가니 료코는 이미 거기에 서 있었다.
달려가서 기다렸는지 묻는다. 어떠한 때도 료코는 자신보다 먼저 와 있어서, 기다렸냐고 물어도 여전히 아니오, 라고 대답하는게 상시였다.

"료코 씨. 오늘은, 어떡할까요"
"평소대로의 질문이네요, 타케우치 씨"
기쁜듯이 쿡쿡 웃는 료코. 왠지 그 표정이 평소보다 즐거워 보인다.
"오늘은 박물관에 가지 않겠나요. 그저께부터 시작된 전시가 굉장히 재미있는 모양이에요"
"네. 료코 씨가 가고 싶은 곳이라면, 어디라도"
"그럼, 조금 걸을까요"
"네"

평소의 거리감. 손을 뻗으면 닿지만, 뻗지 않는다. 그런 거리.
입도운에 대해서 얘기하는 료코의 옆을 걸으면서 이 사람이 평소보다 즐거워보여서 다행이다, 라고 생각한다ㅏ. 어제는 왠지 평소와 모습이 달라보였으니까, 신경 쓰였던 것이다.

"그렇지, 타케우치 씨"
빙그르, 이쪽을 돌아보는 료코. 빙글빙글 잘 움직이는 눈동자가 타케우치를 본다.
"어제 전화로 말했던거, 뭔가요? 생일의 뭐라고"
"아아, 그것, 말입니다만……"
생글생글 웃고 있는 료코에게 어떻게 얘기할지 생각하고, 조금 목에 손을 두고,

"시부야, 린 씨의 생일이, 이제 곧이라"
"――에?"
"평소 담당에겐 사적으로 선물을 보내고 있지만, 뭘 보내면 그녀가 기뻐할지, 전혀 짐작이 가지 않아서……"

제대로 얘기를 못해서 말을 고르면서 말한다.
"그래서, 료코 씨는 분명히 린 씨를 좋아했던것처럼 생각해서……같은 여성으로서, 뭔가 좋은 대안이 있다면 하고…………료코 씨?"

어느샌가 옆에 료코는 없었다.
뒤돌아본다. 함께 걷고 있었을 료코는 뒤쪽에서 가만히 멈춰서있다. 고개숙인 앞머리가 얼굴을 감추어서 표정을 읽을 수 없다. 황급히 달려간다.

"……료코 씨?"
"아무것도, …………아니에요, 아무것도"
"에, 아니, 도저히 그런 식으로는"

이쪽을 봐주세요, 라고 하자 료코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거기에는, 만나고나서 처음으로 보는, 표정을 완전히 잃은 료코가 있었다.

"료코, 씨?"
"……………………저"

한 걸음, 두 걸음, 료코가 뒤로 물러난다. 멀어진다.

 

"내내, 기다렸어요"

 

사라질법한, 떨리는 목소리.

"당신이 마음을 열어주는걸. 저에게 한 걸음 걸어와주는걸"
"아니, 하지만, 저는"
"당신은"

말이 맞물리지 않는다.
료코는 어디를 보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당신은 항상 나를 존중해줘서, 내가 하고 싶다는데 하나도 반대하지 않아줬어"

처음으로, 경어를 쓰지 않게 된 료코.

"내가 이게 좋다, 라고 하면 전부 이루어줬어"

얼어붙은듯한 표정이, 희미하게 일그러진다.

"하지만, ……나는, 당신을 전혀 모르는 상태였어요"

푸욱, 꽂힌다. 사라질법한 목소리가, 강하고, 강하게.


"저희, 결혼할텐데"

"저는 당신이 좋아하는것도 싫어하는것도, 정말로 무엇 하나 몰랐어요"

"알고 있는건 이름과 직업, 그리고 당신이 멋진 사람이라는것, 그것 뿐"

"공부했어요, 아이돌도, 예능계도, 음악도, 방송도"


그것만 말하고, 료코는 뚝 실이 끊어진것처럼 입을 다물었다.
그대로, 가만히 고개를 숙인다. 말을 걸고 싶은데, 뭐라 말하면 좋을지, 모른다.

 


"…………저, 어제, 생일이었어요"
"……, 뭣,"
"몰랐지요"
"………………, 그것, 은"

알아뒀어야 했던 일이었다. 맞선 약서에는 연령도 생일도 학력도 직력도 전부 쓰여있을 터였다. 그걸 머리에 넣지 않았던건, ……나다.

"전화가 걸려온 날, 저는 기뻤어요"
"료코, 씨"
"생일에 전화를 받아서. 처음으로, 당신이 정말로 하고 싶은게 있다, 라고 말해줘서"
"…………"
"하지만, ………………"

거기까지 말하고 료코의 어미가 흔들린다.
울것같은 얼굴로 료코는 웃는다. 지금이라도 망가질것같은 위태로움으로, 평소처럼 미소짓는다.

"당신은 계속, ……저에게 흥미따위 없었던거군요"

또륵, 거기서 처음으로 눈물이 한 줄기 흘러떨어졌다.

 

"저, ……더는, 못 기다려요"


성미가 느긋한게 장점이라고 말한 룔코.
어떠한 때라도, 기다릴게요, 라고만 하며 웃고 있던 료코.
약속 시간에 한 번도 늦지 않고, 전화도 되풀이하지 않았던 료코.

그런 료코가, 얼굴을 찡그리며, 울고 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보기 드문 광경에 이쪽을 쳐다본다.


"……죄송해요"


뚝뚝 눈물을 흘리면서 아이처럼 더듬거리는 목소리로.

"제가, 나빠요. 기다린다고 말했는데, 기다리지 못한, 제가, "
"……저, 는"
"하지만, 저, 이젠 틀렸어요"
"………………, "
"죄송해요"

 


……죄송해요.

 

몇 번이나 몇 번이나 반복하며, 료코는 운다.
딸국질을 하듯이, 오열을 흘리며, 눈물을 흘린다.
어쩌면 좋을지 몰랐다.
뭐라 말을 걸면 좋을지, 몰랐다.
뭐라고 말을 걸면 좋은지, 뭘 하면 좋을지,
사죄하면 좋을까,
껴안으면 되는걸까,
당신이 소중합니다라고 하면 되는걸까.

 

하지만.
(그런건 전부――위선, 이다)

 

결국, 가만히 서 있는채로.
두 사람의 거리는 줄어드는 일은 없이.
그걸로만, ――――끝을, 고했다.

 


          ※

 

정신을 차리니 휘청거리며 거리를 걷고 있었다.
어디서 어떻게 료코와 헤어졌는지 기억하지 않는다.

중개를 부탁했던 부장님에겐 뭐라고 말하면 좋을까, 선배는 어떤식으로 말할까, 그런것만이 멍하니 뇌리를 멤돈다. 그렇게해서, 이럴때에 무성하게 린의 얼굴이 보고 싶어지는 나는 정말로 최악이라고 생각한다.

여름 하늘이 푸르다. 햇볕이 눈부시다. 아플 정도다.

연애와 사랑은 똑같지 않다.
같은게 아니다.
하지만 비슷하기는 했던 것이다.

자신의 연정는 누구에게도 줄 수 없었다.
그러니 하다못해 사랑을 철저하게 하자고 생각했다.
이 마음을 잘게 잘라 팔아도 상관없으니까, 성실하게 진솔하게 상대에게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료코에게도, 그리고 린에게도.
당신들은 소중한 사람이니까.

모든걸 다 료코가 바라는대로 하고 싶었다.
연정을 줄 수 없다면, 하다못해 성실하게 갚아줘야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는 사이에 언젠가, 사랑과 비슷한 무언가가 싹터서, 키울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그렇지 않으면 안 된다고, 그래야한다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더는, 못 기다려요――』


하지만, 그런건 결국 위선밖에 되지 않는다.
그녀가 각장 원했던것을, 자신은 도무지 줄 수 없었던 것이다.

가슴속에서 불타고 있는, 없애는것도 죽이는것도 못한채, 바쳐야할 사람에게 바치지도 못하는, 독과 같은 연정. 수수방관하여 그 사랑을 내버려둬서, 아무것도 못한채로 시간만을 거듭하여, 기다린다고, 말해준 료코에게 응석부리고 있었다.

(그 결과가, 이건가)

정신을 차리니, 전에 린과 만난 카페의 앞까지 와 있었다.
없다고 생각했는데, 창측에는 린이 앉아있었다. 생생한 표정으로 펜을 굴리고 있는 린의 모습. 풀어줘서 가버린, 새로운 그녀. 눈부셨다.

이런 치사하고 더러운, 한심한 자신에겐, 저 빛나는 린에게 보일 얼굴이 없다.
스푸토닉은 날아갔다. 그녀는 이미,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있다.
자신만이, 계속, 여기서.

발꿈치를 돌려 걷는다.
어디로 가면 좋을까, 생각했다.
집에는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할 일도 없었다. 그렇다고해서 어디에 가려고 해도, 이 부근은 린이나 료코와 추억이 넘쳐나 있어서, 숨이 막혔다.

"…………프로듀서도 참!!"
"린, 씨"

멀리서 부르는 목소리에 멈춰서 돌아본다.
린이 숨을 헐떡이면서 뛰어오고 있는 모습이었다. 어째서, 라고 생각해 말을 한다.
"어째서냐니……이쪽을 보고 있는걸 발견했으니까, 용건이라도 있나 생각했어"
그랬더니 갑자기 가버렸으니까 놀랬어. 라고.
평소대로의 린의 모습에, 가슴이 아팠다.
아무것도 변한게 없다.
거리도, 하늘도, 린의 모습도.
(현기증이 날것 같다)

 

"저는……어떡하면, ……좋을까요"


망연자실해서 툭, 멋대로 중얼거림이 흘러나왔다.
린은 조금 놀란듯이 눈을 끔뻑거린다.
"무슨 일 있었어?"
별것 아닌듯한 말이, 마음에 스며든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것이.
뭘 말하면 좋을지, 뭘 말하면 안 될지, 모르게 된다.
료코의 눈물이, 선렬하게 뇌리에 되살아난다.
이제와서 뭘 말해도 치사한 변명밖에 되지 않을거라는 느낌이 들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짧게 말하고 그대로 발꿈치를 돌려 린의 곁을 떠났다.
빨리, 빨리. 가능한 먼곳으로. 순수하고 아름다운것에서, 멀어져라.

"아, 기다려! 프로듀서!!"

못 들은 척을 했다.
린의 눈물은 아름다웠다, 료코의 눈물은, ……고통스러웠다.
잘 모를 격정이 치솟아 올라서,
(아아,)
이럴때에, 사람은 우는건가.
그렇게 생각했다.

잠시 빠른걸음으로 걷고 있으니 화악, 팔을 잡아당겨지는 선명한 감촉이 있었다.
누구인지는 알고 있다. 천천히 돌아보니, 아니나다를까 어깨로 숨을 내쉬는 린이 손목 주위를 잡고 있었다. 하아, 하아, 가냘픈 호흡이 들려온다. 좋아한다고 생각한다.

전조도 없이, 솨아, 안개처럼 비가 내렸다.
태양은 가려지지 않는다. 커튼처럼 주위를 감싸는 부드러운 비는 빛나면서도 희미한 소리를 내고 있다.

"정말로, ……왜 그래? 무슨 일 있었어?"
"아니요"
가능한 흔들리지 않도록 빠르게 대답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아무것도………니다"
"도저히 그런식으로는 안 보이는데"
똑바로, 놓치겠냐는 식으로 린은 말한다. 그 목소리에, 모든걸 몽땅 자백하고 싶어진다. 하지만, 할 수 없었다. 해야해선 안 됐다. 그런건 그저 자신이 편해지고 싶을 뿐이다. 누구를 위한것도 아니다.

움켜쥐어진 손목을 내려다본다. 가느다란 손가락이, 꼬옥 힘을 싣고 있다.
시선을 위로 드니 린과 곧게 시선을 마주쳤다.

"린 씨에겐, ……관계없는, 얘기입니다"

가능한, 정중하고, 확실히게. 선을 긋는다.
넘어오지 말아달라고, 좀 더 멀리 가주라고, 바라면서.
의도는 전해졌다고 생각한다. 린은 천천히 손을 놓고,
"……그래, "
짧게, 하지만 거리를 느끼게 하는 말투로 중얼거렸다.
추욱, 린의 손이 내려간다. 시선이 요동치고, 아래로 내려가는걸 쳐다본다.
먼 곳으로. 좀 더, 부디 먼곳으로.

멈춰 서 있는 린을 그대로 두고,
"실례하겠습니다"
말하고서 그대로 갔다. 아쉬움은 엎어뒀다.

 

료코를, 잃었다.
린은,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났다.
마음 정 중앙에 구멍이 뚫린것 같아서, 반짝반짝 빛나는 비가 내리는 속을 빠른 걸음으로 걷는다. 달리듯이.

(당신이 소중합니다)

당신, 이라는게 누구인지, 몰랐다.

당신을 위해서 뭐든지 해주고 싶다.
하지만, 무엇이 당신을 위해서가 되는건지, 모른다.
자신이 어떡하고 싶은지, 좀 더 모른다.
감정은 진작에 칭칭 얾개여서, 나는 어른이니까, 의무나 세간이나 상식이나 양심이나 정의라는것이 뇌의 태반을 점거하고 있다. 순수한 것은 어디에도 없다.
당신처럼은 될 수 없다.
눈부셔서, 어쩔 수 없다.

당신을 위해서, 대체 뭘 할 수 있고, 뭘 하면 되지?
뭘 하지 않으면 됐던거지?

더는, 아무것도 모르게 됐다.

정신을 차리니, 거리를 멈춰 서 있었다.
우산을 쓴 사람들이 방해된다는 듯이 타케우치를 피해서 걸어간다.

금색의 입자가 되어, 극채색의 여우비가 내려온다.
망연자실한채로, 그저 빛나는 하늘을 올려다봤다.
여름 하늘은 무대보다도 훨씬 눈부시고, 난반사하는 빗방울이 눈에 아팠다.

 

 


멈추는 혹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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