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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채색의 빛 - 23. 멈추는 혹성(1/2)

댓글: 3 / 조회: 1166 / 추천: 1



본문 - 12-12, 2015 12:46에 작성됨.

극채색의 빛 - 23. 멈추는 혹성

 



가득 들어찬 시부야 린의 스케줄표.
그 약간의 빈틈 모든것에 자신의 손으로 기입한듯한 트레이닝, 이라는 항목.
안 그래도 다른 프로젝트 멤버하고는 격이 다른 일의 양이 들어있는데, 거기에 더욱 트레이닝을 집어넣으면 휴식은 거의 없는거나 마찬가지였다. 한숨이 나온다.

상태를 보러 가보니, 린은 그저 말없이 머신을 움직이고 있었다.
빛나는 땀을 흘리며, 시선은 어디를 보고 있는건지 모른다. 린 씨, 하고 말을 걸어봤지만, 자신이 온것조차 깨닫지 못한 모양이었다.
잠시 말없이 린을 보고 있었지만 묵묵히 그대로 물러난다. 하다못해 물이라도 사오려고 생각한 것이다.

자판기에 동전을 넣으면서 린의 모습을 떠올린다.
열심히, 그저 자신을 자책하는것처럼 트레이닝을 계속하는 린.
그리고 발을 다치기 전에, 그저 말없이 달리고 있던 창밖의 인영.
그 모습에, 무언가 위험한것을 느꼈다.
이미, 자신은 알아버렸으니까.
……진짜 사실을.

(우리의 연정은, 린에게 있어선 해악이다)

덜컹, 소리를 내고 물병이 떨어진다.
그녀에게 있어서 이런건 분명, 단순한 발판같은거라, 몇 년이 지나면 그녀의 사랑도, 자신의 추억이 된다. 만 멈춰서버리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고 끝난다.
이대로 나는 결혼하고, 린은 앞으로 걸어가겠지.
행복해지라고 듣고, 행복해지겠다고 대답했다.
약속은, 지킬 수 있는것이야 한다.

물을 갖고 되돌아가니 트레이닝 룸에선 린은 아직 같은 머신으로 트레이닝을 계속하고 있었다. 어딘가 먼 곳을 쳐다보고 있는 초점이 맞지 않는 눈동자.
가만히 그걸 쳐다보고, 묵묵히 물을 옆에 놔두고 린에게 말을 걸지 않고 방을 나갔다.

문을 닫고 료코를 떠올린다.
여성다운 용모하고는 반대로 아이처럼 호기심 왕성하고 소녀같은 얼굴로 어떠한 때도 웃고 있는 그 따뜻한 사람을.

이대로면 된다.
그늘에서 움직이며 겉으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도록 하자.
그게 제일 좋다.

내내 수동적이었다.
사랑도 연애도 결혼도, 일을 제외한 모든건 전부.
멈춰 서서 가만히 있기만 할 뿐이지, 자신의 마음으로 달린 적은 없었다.

그게 그렇게 하는 수밖에 달리 없었던 것이다.
정신을 차리니 어른이라는 입장에 칭청 얽매여서 한 발짝이라도 움직이면 모든것을 엉망으로 만든다. 누구도 상처입히고 싶지 않다.
누구의 미래에도 하자를 만들수는 없다.

이, 막혀버린 상황에서 데려나가줄 사람은 없다.
마법사도 왕자님도 남자인 자신에게는 관계없는 일이다.
화려한 무도회에서 춤추는 신데렐라를 쳐다보는것이, 자신의 일이며 존재의의다.

린의 방해를 할 수는 없다.
그녀에게는 눈부신 미래가 약속되어 있다.
료코를 행복하게 만들어야한다.
그 무구하고 따뜻한 사람을 배신할 수는 없다.

린을 지키고 싶다.
료코를 지키고 싶다.
그렇기에, 설령 린이 젊음의 약동으로 자신을 좋아하게 되어도, 설령 자신이 진심으로 린에게 사랑을 했다고 해도, 무엇 하나, 바꿔서는 안 되는 것이다.
미래가 있는 린을 위해서도, 자신을 기다려주는 료코를 위해서도.
그러기 위해서는 어떠한 일도 해야한다.



          ※



"지금부터, 그게, 어디로 가고 싶습니까?"
"그러네요……타케우치 씨가 가고 싶은곳은 어디인가요?"
"그건……그게, 저는 료코 씨가, 가고 싶은곳에……가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말을 하니 료코는 빤히 들여다보는 눈으로 이쪽을 올려다봤다. 아무 그늘도 없는 곧은 시선이 이쪽을 본다. 그리고 작은 중얼거림.

"……정말로, 그걸로 되는건가요?"
"네. 정말입니다"

쿡, 하며 난처하게 웃는 료코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였다.

"그럼……가고 싶은 곳이 있는데요, 괜찮은가요?"
"네. 료코 씨가 가고 싶은곳이라면, 어디라도"

료코가 가고 싶다고 말한 것은 도내의 카페인 모양이었다.
아무래도 타운지에 실려있던 숨은 가게같은 카페인 모양이다.

"그래서 저기 후르츠 타르트가 굉장히 맛있대요. 단맛이 자제되어서 전체적으로 신맛이 잘 들어서 남성에게도 호평인 모양이에요"
"그런가요. 그럼, 그걸 주문하시겠습니까"
"네, 저는요. 타케우치 씨는 어떤가요?"
"저는……그렇군요, 그럼 저도 같은걸로 하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요, 라며 안내받은 곳은 생각했던것 이상으로 사무소에 가까운 곳이었다.
여성향인 분위기라 들어간 적은 없었지만.
자아, 갈까요, 라며 가볍게 어깨를 밀린다.
재촉받은대로 문을 여니, 생각지도 못한 인물이 눈에 들어왔다.

창측 자리에서 노트에 펜을 굴리고 있던 린.
그녀는 이쪽의 얼굴을 힐끔 보고, 무언가 용건이라도 생긴식으로 일어나려했다.
황급히 손으로 제지한다. 불길한 땀이 등을 타고 가는걸 느꼈다.

(어째서, 이 타이밍에)

하지만 뒤쪽에서 타케우치 씨? 왜 그러세요? 하고 료코가 무구하게 물어오는 목소리. 앞에선 점원이 몇 명인지 물어온다.
――결국 항상 흘려진다.
그대로 가게로 들어가자, 린은 젖은 눈동자로 빤히 이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료코가 선택한 자리는 린이 앉아있는 자리의 옆이었다.
엇갈릴때 린에게 말을 듣고 인사를 나눈다.

아무것도 아니라는 얼굴을 하는 그녀의 격정을, 나는 알고 있다.
아무것도 아니라는 소리를 내는 자신의 연정을, 린은 아직 모른다.

하지만, 그대로면 된다.
료코를 지킨다.
린을 지킨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 발짝도 움직여선 안 된다.

안 되는데.
스케줄표의 문자가 힐끔힐끔 뇌리를 스친다.
트레이닝 룸에서 자신을 몰아붙이고 있던 그녀의 모습을.
그리고 지금, 료코의 어깨너머로 펜을 굴리는 그녀를.
멋대로 눈이 쫓아가버린다.

연정에서, 라는것만은 아니었다.
그녀는 최근, 일에 너무 몰두하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무언가를 뿌리치고 싶어서, 무언가를 잊고 싶어서 그러는지는 짐작이 간다. 하지만, 그걸로 린이 망가져버려선 도저히 안 된다.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데.

"――타케우치 씨?"
"아, 네, 죄송합니다. 뭐였나요?"
제정신을 차리고 료코에게 시선을 맞춘다. 그 뒤에는 린의 뒷모습.
힐끔힐끔 의식이 흩어질것 같다. 료코는 방긋 미소짓고,
"아니요, 별것 아니에요. 평소와 같은 이야기에요"
라며 손가락을 감으며 테이블에 팔꿈치를 댔다.

"언젠가, 타케우치 씨가 가고 싶은 곳에 가요. 약속이에요"

"아뇨, 그건……하지만, 그게"
당황한다. 자신은 아직, 그녀에게 사랑을 줄 수 없다. 사랑이나 정을 키우는 도중이다. 그런 자신에게 할 수 있는건, 료코의 의사를 존중하는것 뿐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후훗, 지금은 아직 괜찮아요. 저, 성미만큼은 굉장히 느긋하니까요. 기다릴게요"
당분간 제가 에스코트 할게요, 라며 료코는 즐거운듯이 웃었다.

커피는 평소보다 쓰고, 타르트의 맛은 잘 몰랐다.
그저, 조금도 달지 않아서, 조금 쓴맛이었다.

가게를 나오려고 할때, 린의 옆을 지나갔다.
그녀는 그 트레이닝 룸에서 본듯한, 초점이 맞지 않는 눈을 하고, 노트가 새까매질때까지 말을 쓰고 있었다. 료코가 시부야 씨, 실례할게요, 라고 말을 걸어도 듣지 못한 모양이었다. 눈을 끔뻑이는 료코에게 죄송합니다, 그녀는 일에 몰두하기 쉬운 성질이라, 라고 설명한다. 료코는 바로 납득한 모습으로 한 손에 레시트를 들고 계산을 시작했다.

딸랑, 벨을 울리며 문을 연다.
가게 밖은 밝고 눈부셨다. 이제 여름이다.
무언가를 발견한 료코가 기쁜듯한 소리를 낸다.

"봐주세요, 타케우치 씨. 큰 호랑나비에요"
거기에는 좀 처럼 볼 수 없을 사이즈의 나비가 하늘하늘 하늘을 날고 있었다.
여전히, 이러한걸 발견하는게 빠른 사람이다.
"……예쁘군요"
"그러네요. 내일도 분명, 여기서 볼 수 있을거에요"
"그런가요?"
료코는 나비 쪽으로 손을 뻗으며 미소지었다. 나비는 도망치듯이 날아간다.
"네. 호랑나비는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곳을 빙글빙글 돈대요. 근거없는 확인이지요, 분명"
"같은, 곳을……"

초점이 맞지 않는, 그 어디를 보고 있는지 모를 시선을 떠올린다.

린은 달리고 있다.
같은 곳을, 마찬가지로 계속. 빙글빙글.
뒤쫓듯이, 자신을 상처입히듯이.
어째선지, 라고는 물을것 까지도 없다.
그 귓가에서 속삭여진 이름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녀는 그 감정을 뿌리치려고 하는 것이다, 분명.

(하지만, 이대로여도, 괜찮은가――?)

"료코 씨" 하고 그녀를 불러세웠다.
"네, 왜 그러시나요"
뒤돌아보는 료코. 나비는 도망간다.
"……죄송하지만 용건이 들어왔습니다"
거짓말을, 한건, 아니다. 용건은 있다. 일이 아닐, 뿐이다.
"죄송하지만, 오늘은, 여기서……"
고개숙이며 말하자 료코는 생각했던것보다도 시원스런 목소뢰로,
"어머, ……유감이지만 어쩔 수 없네요"
"그게, 하다못해 역까지 바래다 드리겠습니다"
"괜찮아요, 여기면. 급한 일이지요? 또 만나요"
타케우치 씨, 안녕히, 라며 평소의 인사를 하고 료코는 한 두번, 뒤돌아보면서 걸어갔다.

죄악감이 솟아오른다. 이 사람은 좋은 사람이다.
일은 어디에도 들어있지 않다.
그저 린이 걱정되어서, 그래서 뭔가 하고 싶다고 생각한것 뿐이다.
그래도, 거기에 연정이 비집어 들어갈 여지는 전혀 없었냐고 물으면, 제대로 대답할 수가 없다.

린은 소중하다.
료코는 소중하다.
그녀들을 위해서 무언가 해주고 싶다.
하지만, 거기에 사랑이 얽히게 되면, 모르게 된다.

작아져가는 료코의 뒷모습을 쳐다보며, 이 사람에게 최선을 다해야한다고 생각했다.



          ※



린의 전국 남하 편의점 이벤트 투어가 시작되자, 갑자기 바빠졌다.
도쿄와 전국 각지를 왔다갔다 하는 매일이 계속되고 있다. 그래도 린은 약한 소리 하나 뱉지 않았다. 그러긴 물론 노력에 박차가 가해진 느낌마저 든다.

린은 달리고 있다.
물리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다리가 나은 그녀는 이벤트 중에도 체육관을 빌려서 뛰고 있었다.
라디오 드라마 대본 읽기나 자주 연습도 열심히 하고 있었다.
말을 걸어도 깨닫지 못할 정도로 모든 일이나 레슨에 몰두하고 있어서, 나는 그저 묵묵히 물을 주고 있을 뿐이었다.

대체 린을 위해서 뭘 할 수 있지?
몸 컨디션을 다스리기 위해서라면 얼마든지라도 할 수 있다.
하지만 마음은?
그녀의, 아슬아슬한 균형으로 유지되고 있는 정신을, 사랑에 쫓기어 자신의 주위를 빙글빙글 돌기만 할 뿐인 상황을 대체 어떡하면 타파할 수 있지? 뭘 할 수 있지?

린이 소중하다.
하지만 그건 어째서지?
담당 아이돌이니까? 인간으로서 좋아하니까? 사랑하고 있으니까?
그녀를 위해서 해주고 싶은 온갖 모든것에 캥키는건 없나?
대체 어떡하면 그녀를 위한게 되는거지?
이런 뒹에서 어두컴컴한 자신이 뭘 한다한들, 정말로 그녀를 위한게 되는걸까?

『……왜 그러세요, 타케우치 씨?』
제정신을 차린다. 수화구에서는 걱정스러운 목소리의 료코.
"아, ……, 네, 죄송합니다, 조금 그게, 목소리가 멀어서"
시치미뗐다. 어머, 죄송해요, 조금 음량을 키울게요, 라고 답변이 온다.
『그래서 타케우치 씨, 제인알리는건 뭔가요?』
"그것 말입니다만, 다음에 만날때, 가고 싶은곳이 있어서요"
말한 순간,
『정말인가요!?』
료코치고는 보기 드문, 크고 터지는 목소리가 돌아와서 저도 모르게 전화를 귀에서 뗐다.
"네, 예"
『앗, 큰 소리를 내서 죄송해요, 하지만 정말인가요?』
"정말입니다"
『와아……그런가요……저, 저, 정말 기대하고 있을게요!』
"네, 그럼, 또 연락하겠습니다"
『알겠어요. 일 열심히 해주세요. 이제부터가 중요한 장면이니까요』
"그럼 실례합니다"
『네, 안녕히, 타케우치 씨』

들뜬 목소리로 전화는 살짝 끊긴다.
끊어진 전화는 충전중이라서 그럴지, 조금 발열하고 있었다.



          ※



"프로듀서, 이 아이를 혼자로 만들지 말아줘"

아키노라는 여성 카메라맨은 조금 곤혹스러운 미소로 그렇게 말했다.
순간, 푸숙 꽂힌듯한 느낌이 들었다.

인품으로 선택한 카메라맨이었지만 갑자기 린을 데려가더니 놀라움과 불신감을 안으려던 차에, 놀아와서는 난데없이 한 말이었다.
뒤로 고개숙인 린이 놀란듯이 숨을 삼키는게 들려왔다.

(지금 린은, 혼자인걸까)
……그런거겠지.
린의 성격이라면 누구에게도 연애 상담은 못 할것이다.
상대가 자신이라면, 더더욱.

혼자서 고독하게 참으며, 린은 지금 어쩌고 있지?
계속 달리어, 자신을 괴롭히고, 일에 몰두하여 모든것을 뿌리쳐서 잊으려고 하고 있다. 그런식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것이 린을 위한것인가?
그럴리는 없다.

"그럴, 생각입니다"

굳센 목소리가 멋대로 입에서 새어나왔다.
린을 혼자로 만들지 않는다. 그러고 싶지 않다.
그건 분명, 사랑하고는 전혀 관계없는, 어두컴컴한 구석이 없는 감정이다.
아니, 만약 관계가 있다고 해도 그래도 좋다. 사랑이든 뭐든 상관없다.
그녀를 위한게 된다면, 계속 달리는 린의 브레이크가 되어보이겠다.



          ※



그렇다고는 해도 구체적으로 뭘 하면 좋을지 몰라 고민하고 있으니,

"프로듀서, 몸 상태, 나쁜가요?"

차의 백미러 너머로 아나스타시아가 그렇게 말했다.
솔로 일로 그녀를 방송국까지 바래다주는 도중이었다.

"아뇨,그런건……"
"하지만 여기, 주름, 모였어요"

미간을 가리켜져서 그러고보니 이전에 린에게도 비슷한 소리를 들었다고 생각한다.
"죄송합니다, 걱정을 끼쳐드려서"
"아뇨, 프로듀서, 저희들의 소중한, 사람이니까요. 당연해요"
"……소중, 한"

단 하나의 단어가 생각한것 이상으로 가슴에 왔다.
아무 캥기는게 없는 소중하다는 진솔한 단어는 지금 더러운 자신에겐 적합하지 않는다.

"…………소중한, 사람이"

아무것도 말할 생각은 없었는데, 툭 말이 흘러나왔다.
아나스타시아는 거울 너머로 묵묵히 이쪽을 보고 있다.

"소중한 사람이, 같은 곳을 빙글빙글 돌고 있습니다"
"같은, 곳을?"
이런 말을 해야하는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토로하는걸 멈출 수 없었다.

"네. 거기에 계속 있어도 좋을 일은 아무것도 없고, 그 사람은 좀 더 앞으로 가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런대 그대ㅐ로, 도망도 치지 못하고, 중심을 쳐다보는 채로……계속, 거기서"
조금 뜸을 두고, 아나스티시아는
"……спу́тник(스푸토닉), 위성, 같네요"
그렇게 말했다.

"별의 중력, 위성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아요. 그러니까, 밖으로 가지 못하고 계속, 맴돌고 있어"
같은 곳을, 계속, 빙글빙글. 저도 모르게, 눈썹을 찌푸린다.

"그 위성을 놓으려면……어쩌면 좋겠습니까?"
"그러, 네요……위성은, 애시당초 그런, 거니까요……"
"별에게 사로잡히면, 이제 어찌할 수도 없다는, 겁니까?"
괴로운 마음으로 말한다. 하지만 그러자 아나스타시아는 조금 생각하듯이 모습을 보이고,
"하지만, 소중한 사람, 별이 있다면, 위성이 아니라, ракета(라키에타), 로켓도 될 수 있어요"
그렇게 말했다.
로켓. 어디까지나, 우주의 끝을 향해, 세계의 진리를 찾아, 날아가는 존재. 그런것이 될 수 있는걸까. 지금의 린이.

"гравитационныи маневр(스윙바이), 라는게, 있어요"
"스윙……뭐라고요?"
"별의 중력을 빌려서 멀리 날아가는 기술, 이에요"

아나스타시아는 손바닥으로 살짝 무언가를 미는 동작을 했다.

"별은, 붙잡는것 뿐만 아니라, 등을, 밀어주는것도, 가능해요"
로켓의 등을.
"스윙바이하면, 별의 힘으로 연료를 거의 쓰지 않고, 라키에타는 멀리 날아가요"
"멀리 날릴……수가, 있다"

진지한 얼굴을 지은 아나스타시아는,
"그래요. 하지만, 중요한건, 타이밍"
그렇게 딱 잘라 말했다.


"어디까지 날아갈 수 있는지는, 라키에타가 아니라, 별에 달려있어요.
 스윙바이는, 기적의 순간.
 별이 정해진 순간, 그 타이밍에 날지 못하면, 라케이타, 못 날아요.
 그러니까, 타이밍, 제일, 중요해요"


거기깍지 말하고 아나스타시아는 핫, 하며 입에 손을 대고,
"저……너무 말했, 네요, 죄송해요, 프로듀서"
"아뇨, ……아니요. 굉장히, 참고가 됐습니다"

별은 무언가를 속박하는것도 가능하지만, 아득히 먼곳으로 날려보내는것도 가능하다고.
그 말은, 왠지 굉장히 희망처럼 느껴졌다.

"그런가요?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기쁜듯이 무구하게 아나스타시아는 웃었다. 차는 그대로 주차장으로 들어갔다.



          ※



어느날, 대본 읽기 연습을 하고 있는 린에게 물을 갖고 가기로 했다.
아나스타시아가 한 말을 떠올린다.
날 수 있는지 아닌지는 별에 달려있다. 정해진 타이밍이 아니면, 로켓은 날 수 없다.

――중요한건, 시기를 보고, 각오를 굳히는것.

몇 번이나 망설이고, 겨우 읽기 제안을 했다.
린은 생각외로 쉽게 그걸 받아들여줬다. 둘이서 어깨를 맞대어 책 하나를 본다. 포근하게 감도는 린의 향기에 가슴이 아팠다.

린의 연기는 처음으로 함께 대본 맞추기를 했던 그 무렵하고는 전혀 달랐다.
안타까운듯이, 하지만 무언가를 참는것처럼 웃는다.
웃으며, 그저 계속 웃으면서, 하지만 그 속에 격정을 감추고 있는, 그런 연기.
이제 곧 연기는 끝난다. 정해진 문구를 하고.
그 전에 타케우치는 린의 옆을 살짝 떠나, 그녀의 정면에 섰다.
린은 책에서 눈을 떼지 않고, 초점이 맞지 않은 눈을 한 채로 희미하게 일그러진 표정으로 말했다.

"……정말 좋아해"


그 말에 스며든건 진심인지 아니면 연기인지.
여기서 그저 대본 읽기를 끝내는것이 린을 위한게 되는걸까.
아니면 자신에게 무언가, 할 수 있는게.
정말 좋아해, 라고 그저 읊어주면 되는걸까? 아니면?
아아, 설령 거짓말이라도.


――자신의 사랑은, 누구에게도 줄 수 없다.


"……저에겐, 말할 수 없습니다"

반사적으로 나왔던 말이었다.
린의 표정이 갑자기 현실로 돌아온다.
그대로 희미하게 일그러뜨리며, 하지만 그건 아주 잠깐이라, 평소대로의 미소를 짓는다.
미즈키 씨에게는 미안한걸, 하고 웃는 린의 얼굴.
아무런 상처도 아픔도 보이지 않는, 누구에게도 진심을 모르는 린의 연기 얼굴.
그걸 벗겨내고 싶다고, 그래야한다고 생각했다.
사랑일까, 아니면 연정때문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어느쪽이라도 상관없다.

당신을 위해서,
지금 당장이라도 무너질것 같은 당신을 위해서, 나는.

"조금……쉬는게 어떻습니까?"
"어……?"

거기서 처음으로 린은 절망적인 표정을 지었다. 웃는 얼굴인 상태로.
어째서라고 말을 한다. 그저 휴양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린은 웃는 얼굴인 채로 왜, 라며 작게 중얼거리고,


"――싫어!!"

처음으로 표정을무너뜨리며 큰 소리로 소리질렀다. 어찌할 수도 없는 힘에 저항하듯이.
필사적인 형상으로 머리카락을 흐뜨리며 그녀는 소리지른다. 쥐어짜듯이.
나는 무대에 설거야, 아무도 나를 안 봐도 돼, 무슨 소리를 들어도, 혼자여도 상관없어, 이제 이것밖에 나에겐 남아있지 않아, 그걸 빼앗지 말아줘 라고.

중력에 사로잡혀 달리는 린.
뿌리치지 못하는걸 뿌리치려고 발버둥치는 린.
그런 그녀를 위해, 나는 뭘 할 수 있지?
나는――,

"당신이 어디까지라도 달린다면 제가, 당신의 브레이크가 되겠습니다"

똑바로 잘라 말한다. 본심이었다.
거기에 사랑을 개입하지 않아도, 단순한 담당 아이돌에 대한 애정이었다고 해도, 자신은 같은 소리를 했겠지. 그녀가 어디까지라도 달린다면, 자신은 그걸 때로는 저지할 수 있을만한, 그런 조냊가 되자고.

크게 뜨여진 린의 눈동자가 흔들리고, 마침내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떨어졌다.
참을 수 없이 아름답다, 라고 생각하지만 아프게 생각했다. 그래도 아직 린은 아이돌의 얼굴을 한다. 말을 한다.

"브레이크따위 필요없어. 어디까지라도 혼자서 달릴 수 있어. 당신 따위 필요없어"

욱신, 흔들릴뻔하는걸 참는다.
시기를 보고, 각오를 굳히는것. 그것이 중요하다고 아나스타시아는 말했다.
표면의 거절의 말에 미혹되지마라. 마음을 분기시켜라.

"아이돌과 프로듀서는 일심동체입니다. 아무리 당신이 격하게 거부해도, 저에겐 당신을 멈출, "
"의무가 있어?"
자조기미로 웃는 린. 허세부리는 말. 하지만 그 뺨에는 점차 눈물이 타고 떨어지고 있다. 린은 그걸 깨닫지 못한다. 비처럼 흘러내리는 눈물은 반짝반짝 빛나서 눈부셔서, 무척이나 아름답다고 항상 생각한다. 그 연모를 뿌리치며 말한다.
"각오가, 있습니다"

잠시 혼자 생각하게 해줘, 라고 린은 말했다. 바로 거절한다.
지금의 린은 피아노선 위에 혼자서 걷고 있는 발레리나 같아서, 조금의 실수로 망가져버린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울고 있는것조차 깨닫지 못할 정도로 자신을 몰아붙이고 있다.
그걸 지적하자 린은 놀란것처럼 눈물을 만지고 얼굴을 찡그리며 꼬옥 눈을 감고.

"필요없어. 아무것도 필요없어!
 당신도 필요없고 그런 상냥함도 필요없어!
 ――빨리 어디론가 가버려!!"

그렇게 외친 순간, 린의 마음이 엉망으로 상처입은것을 확실하게 알았다.
스스로 자신이 상처입을 만한 짓을, 말하지 않고는 있을 수 없는 것이다. 뼈아팠다. 저도 모르게 표정이 일그러졌다.
린은 그것만 말하고 울고 있다. 말하고는 바대로, 진짜 마음으로.

지금, 린의 본심이 벗겨져 나오고 있다. 그걸, 똑바로 느끼고 있었다.

――지금이라면. 진실된걸, 들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당신을 위해, 저는……어떡하면 좋습니까?"

갑자기 린의 얼굴은 힘을 잃고, 미아처럼 허둥대며,
아이돌이 아닌, 단순한 소녀의 얼굴이 됐다.

"………………껴안아줘……"

지금이라도 사라질것 같은, 가녀리고 연약한 목소리. 드러나온 마음.
그저 그것뿐인, 무구한 소녀의 진짜 바람.
그걸 이루어주는게 좋은지, 나쁜지, 그건 모른다. 하지만.

――지금이라면, 린은, 떨어진다.

(스윙바이는, 기적의 순간)

기적의 순간이라는것이 있다고 한다면, 그건 지금이다.

"……알겠습니다"

다리를 움직여 다가간다.
린이 제정신을 차리는것보다도 먼저 간격을 좁히고 얼굴이 보이면 망설일테니까 보이지 않을 정도로 세게, 그대로 작은 머리를 가슴으로 끌어안았다. 눈물로 셔츠가 젖어가는걸 알았다.

이걸로 만족인가. 자신도, 린도, 이걸로, 되는건가.
아니,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라며 이성이 경고한다.

"어째서, 이렇게까지 해주는거야……?"
"저는, 당신의, 프로듀서니까요"

그건 흔들림없는 사실의 선고였다.
린에 대한, 여기에서 뛰어내려주라는 바람이었다.

"당신이 좋을대로 하는것이……저의, 일입니다"

일부러 그런 말씨를 써서, 정중하게, 린의 마음을 꺾었다.
가능한 깨끗하게 상처입히듯이. 낫기 전보다도 강해지도록.
그러기 위해서라면, 치사한 어른이라도, 더러운 남자라도, 어떠한 인간이라도 되어보이겠다.
그러니까, 부디 멀리. 중력장의 밖으로.

퉁,밀쳐진다. 그 힘은 너무나도 약했다.
의사를 존중해서 그대로 뒤로 물러난다. 린은 고개숙인채로,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스스로 심하게 상처입히고, 자신의 바람으로 꺾었는데, 역시, 심히 예쁘다고 생각했다.

"두번 다신 이런짓, ……하지마"
"알겠습니다"

먼 곳으로. 부디, 좀 더 먼 곳으로.
중력을 뿌리치고, 자신이 없는, 린이 린으로 있을 수 있는 자유로운곳으로, 부디.



          ※



료코와 교제는 양호했다.
전날의 전화대로 만났을때 자신이 가고싶은 곳으로서 어떤 장소를 제안했다.
거기는 수족관의 뒤쪽을 볼 수 있는 가이드 붙은 투어로, 료코라면 그런 곳을 좋아할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역에 내려붙은 광고를 보고 료코가 좋아할것 같다고 내내 생각하고 있었다.

그 제안에 료코는 조금 놀란듯이 눈을 크게 뜨고,
"정말로, 거기에 가고 싶은건가요?"
"네"
빤히 쳐다보아진다.
"정말로요……?"
"네, 광고를 우연히 보고……거기에, 가고 싶어졌습니다"
"그런, 가요"

료코는 어째선지 조금 고개를 숙이고 땅을 쳐다봤다.
그대로 잠시 고개 숙이고 있었다고 생각했지만 고개를 팟 들고 평소의 따뜻한 미소를 보인다.

"실은 저도 그 전시가 내내 신경쓰였어요! 그러니까 타케우치 씨도 가고 싶다고 생각해줘서 기뻤어요. 자아, 갑시다"

이쪽이에요, 라며 앞을 걷는 료코.
그 뒷모습에서 작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하지만, 언젠간 타케우치 씨가 정말로 가고 싶은 곳에 가요"

거기에 대답할 수는 없었다.



          ※



파이널 라이브날, 린은 평소와 상태가 달랐다.
지금까지 몰리고 있던 눈동자가 아닌, 고요한듯한 조용한 눈이 아직 어두운 무대를 쳐다보고 있었다.

"상태는, 어떻습니까"
"괜찮아. 고마워"

그렇게 말한 목소리가 생각했던것보다도 훨씬 차분해서 놀라는것과 동시에 안도한다.
그때 그녀의 마음을 꺾은건 정답이었다. 가능한 깨끗하게 낫도록 바람을 담아서, 정중하게 꺾은건.

린은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새까만 무대 옆에서 무대를 쳐다보고 있다.
"분명 말야, 기적같은거야"
그렇게 말했다. 그녀가 뭘 생각하고 중얼거린건진 모른다. 하지만 그 말대로다, 라고 생각했다. 스윙바이는 기적의 순간.
그녀를 풀어주기 위해, 단 짧은 순간에만 찾아오는 최고의 기회.
그걸 놓치지 않았던걸, 진심으로 다행이라 생각한다.


후-, 하고 숨을 내쉬고 린은 고양된 모습으로 미소짓는다.
그 미소가 너무나도 아름다워서 넋이 나갔다.

"어두운 곳에서도 빛날 수 있을까나"
"네. 반드시"
"……정말로?"
"네. ……좋은, 미소입니다"

진심에서 나온 말이었다.

물아붙이기와 자학에서 탈각한 린의 표정은 후련한 시원스런 미소로 넘치고 있어서, 앞으로의 무대에 기대로 가득했다.

시간이 온다. 무대가 시작되려 하고 있다.
린은 어둠 속에서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반짝거리는 미소를 짓고,

"보고 있어줘!"

그렇게 말하고 무대로 뛰어나갔다.

무대는 굉장했다.
지금까지의 린의 귀기어린듯한 스테이지하고는 또 다른, 평온하고 정밀하며 강한 무언가로 가득 차 있고, 하지만 열광에 취하여 관객도 린도 스태프도 모두가 하나가 되는 듯한……, 상냥하고도 따뜻한, 소중하고 존엄한 마음이 치밀어오르는듯한, ……감동적인 라이브였다.

무대에서의 린은 아름다웠다.
새파란 빛을 띠어 아플 정도로 눈부시게 빛나고, 기쁨을 몸속으로 표현하며, 목소리는 어디까지라도 멀리 잘 울리고, 진심으로 관객을 사랑하고 있었다. 그것이 진심으로 전해져온다.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눈물이 나올것 같다고 생각했다.

이 사람을 좋아한다.
하지만, 그걸 지우지 않으면 안 되는데.
그래도, 이 사람이 너무나도 아름답고, 좋아해서, 참을 수가 없다.

앵콜이 끝나고, "고마워!!" 하며 무대에서 뛰여내려온 린은 바로 나에게 와서,

"어땠어? 새로운 나는"

하고 물었다. 뭐라 대답할까 생각하는데, 가슴이 가득해서 제대로 말로 할 수 없었다.
그걸 본 린은 기쁜듯이 웃고,
"됐어. 그 얼굴만 볼 수 있다면, 전부 전해지니까"

――지금까지 고마워.
그렇게 말했다.

결별의 말같은거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해방되어, 먼 세계로 날아가는 것이다. 나에게서 벗어나서.
그것이 기쁘고, 하지만 조금 쓸쓸했다.



          ※



린의 활동은 순조로웠다. 편의점 타이업으로 대규모의 노출이 있었던것도 있어서 안 그래도 많았던 일의 양은 더욱 늘어, 시부야 린이라는 이름을 알고 있는 사람은 격하게 늘어났다. 지금의 린은 346의 으뜸 벌이였다.

새로운 솔로 CD 얘기도 나왔다.
린은 '나, 지금까지 조금 고민했어. 하지만 지금은 이제는 아니야. 새로운 내가 됐어'
프로듀서의 덕분이야, 라고 말해서 조금 미소지었다.
그 새로운 자신의 말을 노래하고 싶어, 라는고로 린은 지금 처음으로 작사에 도전하는 참이었다. 스케줄에 여유는 갖고 있지만, 시간에 맞지 않음녀 어쩌지, 하는 걱정을 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지금의 린이라면 해내겠지, 라는 확신이 있었다. 칼럼에서 문자를 쓰는 훈련을 해왔고, 무엇보다지금의 린에게는 일을 하는 기쁨같은게 느껴지고 있기 때문이다.

료코와 교제도 순조로웠다.
휴일은 반드시 만나도록 하고 있고, 휴일이 아닌 날도, 일이 끝나고 만나고 있었다.

이대로 린과 료코와 자신과, 각각 행복해지겠지.
이게 제일 좋은게 틀림없다.

그 날도, 일이 생각했던것보다도 빨리 마쳐서 료코와 만나기로 하고 식사하러 갈 예정이었다. 료코는 일을 마치고 돌아가는길인데 몸 단정해서 멀리서도 분위기로 금방 구별이 갔다.

"타케우치 씨,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료코 씨"

오늘 밤 식사는 료코가 좋아하는 에스닉 용리점이었다.
요리가게까지 조금 걷게 됐지만, 료코는 원래 여기저기 걸어다는걸 좋아하는 모양이었다. 산책을 좋아하고 가끔은 모르는 좁은 길을 발견하면 그만 들어가고 싶어져요, 라고 한 적도 있었다.

네온이 빛나는 번화가 속을 둘이서 걷는다.
평온한 시간. 이대로 계속 이렇게 이어지는걸까, 생각했다.
사람들은 바쁘게 오가고, 그 속에는 이미 충분히 취해있는 사람도 있다.

그런 속을, 손을 이른바 연인 깍지를 하고 있는 고등학생 커플이 앞을 걷고 있었다.
소녀의 뒷모습이 조금 린과 닮아있었다.
긴 머리카락이나, 다리의 실루엣의 느낌이, 조금만.
저도 모르게 눈이 가버린건 어째서일까. 모른다.

료코는 묵묵히 빤히, 행복해보이는 그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렇다고 생각하니 걸으면서 갑자기 거의 깨닫지 못할 정도로 이쪽으로 몸을 기댔다.
서로의 손등이 살짝 맞닿은 순간, 저도 모르게 가까운 거리에 움찔 당황해버린다.
지금까지 몸이 맞닿을 정도로 기댄적은 없었다. 료코는 대수로보지 않은 모습으로, 앞을 쳐다보면채로 이상하다는듯이 말한다.

"왜 그러세요, 타케우치 씨?"
"아뇨, 그게, 손이……"
"아아, 그러고보니 그러네요"
아직 앞을 본채로 아무것도 아닌것처럼 말하는 료코.
빙그르 이쪽을 돌아보고 재미있다는듯이,
"아니, 그런걸로 놀라다니, ……타케우치씨, 순진하네요"
"료, 료코 씨……"
저도 모르게 닿은 손을 반대 손으로 잡았다. 료코의 손의 감촉이, 왠지 위화감처럼 시간이 지나도 남아있었다.
료코는 그대로 부드럽게 미소짓고,
"후훗, 언젠가 아저씨랑 아줌마가 되면, 손을 잡고 걸어요"
그렇게 말했다.
다시 원래 거리로 돌아간다. 안도한다. 왠지 방금전의 느낌은, 심장에 나쁘다.

앞을 가는 행복해보이는 커플을 빤히 쳐다보면서 둘이서 밤의 거리를 걸어갔다.



          ※



"미즈키 씨하고는 어때?"

입을 열자마자 바로 부장님에게 질문 받은것이 그것이며, 순전히 일하는 얘기라고 생각해서 방을 지나갔으로 놀랬다. 부장님은 왠지 부끄러워하는 얼굴을 하고,
"아니, 이런건 그다지 묻는게 아니라는건 알고 있지만 말야. 너희들의 경우에는 경위가 경위인만큼, 좀처럼 진전하지 않아보여서 마음을 쓰고 있어"
신경써주고 있다는데 조금 안도하고 희미하게 미소를 짓는다.
"그게……뭐라고 하면 좋을지 모르겠지만, ……순조롭습니다, 라고만"
"그런가! 그건 다행이군. 그녀는 정말로 좋은 아가씨지만, 어쨌든간에 조금 색다른 점이 있어서 말이지. 그래서 좀처럼……, 말이야"
그러자 부장님은 진심으로 기쁜듯이 웃었다.
"자네라면 그렇게 말해줄거라고 생각했어. 결혼식때는 꼭 사회를 했으면 싶어"
"부탁할 수 있다면, 잘 부탁드립니다"
"물론이지"

그래서, 할 얘기라는건 뭡니까, 하고 물으니 그래그래, 하며 대답받았다.
"시부야군의 이야기인데, 가사는 늦지 않을것 같나?"
"아마 늦지 않을거라 생각합니다. 솔질 기간을 생각해도 충분하다고"
"그런가그런가. 다행이군. 대타를 세우는데도 시간이 필요하니까, 늦지 않는다면 빠른 연락을 원해서 말이야"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당사자는 이제 세세한 부분을 마무리하면 될뿐이라고 했으니까요"
부장님은 먼 곳을 보는듯한 눈으로,
"기대되네에, 시부야군의 작사. 아이돌로서, 새로운 전진이야"
"……네. 기대됩니다"
"좋은 CD로 만들어주고 싶어"
"그렇군요"

최근에 린은 달리기를 하는 시간이 줄었다. 트레이닝도.
물론 하고는 있지만, 휴식을 제대로 하게 됐다. 거기다 레슨할때도, 정신없는 상태로 폭 빠져있다기보다는 전시으로 모든 것을 즐기고 있다, 라는 모습이 되어 있었다. 좋은 경향이라고 생각한다.

그때 린의 마음을 꺾은건 역시 정답이었다.
마음은 아팠고, 죄악감도 있었다. 하지만 그걸로 좋았던 것이다.

"……어라"
부장님의 목소리로 제정신을 차린다.
"왜 그러십니까?"
"이 폴더는?"
"아, ……이건, …………"
선재용 사진을 찍었던 폴더의 구석에 놓인, 시부야 린(2) 폴더. 그걸 발견한 부장님은 이런 선재사진 있었던가, 봐도 괜찮겠냐? 하고 물었다. 거저할 수도 없어서, 하아, 하며 결국 대답을 한다.
"그럼 실례하지"
그렇게 말하고 마우스를 움직여서 부장님은 컴퓨터를 조작해서 린의 사진을 띄웠다.
확대되는 사진, 사복의 린. 푸른 하늘. 나부끼는 머리카락에 흔들리는 치마.
그걸 몇 장이나, 몇 장이나 부장님은 쳐다본다. 말없이.

"……부장님?"
"이건, ………………,"

마지막까지 사진을 본 후에 부장님은 몇 번인가 조작을 하여, 한 장의 사진에서 커서를 멈췄다.
달칵, 그걸 비춘다. 린에게 건낸 그 한 장이었다.
반짝이는 웃는 얼굴, 그 뒤에 있는 근심, 빛나는 땀에 빛나는 푸른 하늘, 나부끼는 치마에 둥실 퍼지는 머리카락. 타케우치도 지금까지 프로듀서 인생에서 한 번도 본 적이 없을 정도로 완벽한 한 장의 사진.

"…………굉장한데"

저도 모르게, 라는 느낌으로 부장님의 입에서 말이 흘러나왔다.
집어먹을듯이 사진을 쳐다보고, 이쪽을 보지 않은 채로 묻는다.
"이건 대체 어디에서?"
"그게, 사적인거라……여기, 뒤쪽 정원에서 폴로라이드를"
"그런가, ……………그런가, ……"

부장님은 아직 사진에 매료되어 있었다. 마음은 안다.
너무나도 오랫동안 쳐다보고 있어서,

"부장님. ……슬슬, "
"아, 아아, 미안하네. 그만 넋이 나가버렸어"

황급히 머리를 긁적이고,
"아무튼, 작사가 늦지 않는다면 그럴 예정으로 스케줄을 짜줘. 미즈키 씨에게도, 꼭 잘 부탁드린다고 전해주게"
그럼, 하고 손을 들고 부장님은 방을 나갔다.

컴퓨터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린이 웃는 얼굴로 이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



"……어떠, 려나"

긴장된 얼굴의 린이 책상 너머로 서 있다.
건내받은 한 장의 하얀 종이. 거기에는 『Never say never』라는 제목이 붙은, 한 곡의 가사가 있었다.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다, 라)

린다운 제목이다.
가사에 눈을 두니 거기에는 멋진 말로 쓰인, 하지만 꾸밈없는 말들이었다.
솔직한 표현은 미래에 강한 희망을 노래한 노래처럼 느껴졌다.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정말로? 기뻐"

지금까지 나를 받쳐준 사람들에게, 감사의 마음으로 쓴거야, 라고 린은 말한다.
팬이나 동료나 스태프, 그리고 프로듀서인 자신. 그러한 사람들 모두에게 향해 쓴거일테지.

한번 더 종이로 눈을 떨군다.
무척이나 흔해빠진 단어가, 당연한 말들이, 반짝반짝 빛나 보였다. 이것이 린의 희망. 린의 미래. 가슴 속에서 깨끗한것이 들어온다.

"정말로……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걸로 갑시다, 회의는 통과시켜두겠습니다, 라고 하자 린은 꽃이 핀것처럼 웃고, 잘 됐다, 하며 말했다.
"나, 마음을 담아서 부를거야. 그러니까, 완성되면 가장 먼저 들어줘, 프로듀서"
"네. 약속합니다"

그럼, 하고 방을 떠나가는 린의 뒷모습을 쳐다본다. 끼익, 문이 닫힌다.
한번만 더, 린의 가사를 봤다. 눈부시고 순수해서 참을 수 없었다. 실감이 난다. 린은 이제, 머나먼 곳에 있다고. 자신이라는 중력에서 해방되어, 넓은 세계로 보내진것이라고.
오가는 일말의 아쉬움을 보지 않은 척을 해서, 린의 가사를 봉투에 집어 넣었다.

그 린의 신곡에 대한 회의에서 있던 일이었다.
린이 쓴 가사는 놀랄 정도로 쉽게 통과했다. 그러긴 물론 이거라면 이후로도 작사를 맡겨도 되지 않겠냐는 의견마저 나왔다. 작사를 할 수 있는 아이돌이라는건 한정되어 있다. 시부야 린이라는 아이돌에 부가되는 가치로서는 결코 나쁘지 않다.

편곡이나 솔질 기간이나 수록 스케줄이 보고된다.
그리고 자켓 촬영 예정일도.
거기서 "잠깐 괜찮겠나" 하며 겸양쩍게 손을 든것이 부장님이었다.

"왜 그러십니까"
"아니, 자켓 사진에 대해서 말인데. 새로 찍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해"
"……라고, 하시는건"

술렁거림이 퍼진다. 이번에는 작사, 시부야 린의 새로운 문출이 되는 곡이다.
그러기 위해서 얼마나 예산을 가르고 어떤 좋은 카메라맨을 준비할지, 라는 얘기를 하려던 차였으므로, 영럿 분들은 다들 놀란 모양이었다.
쓴웃음을 지으면서 부장님은 이쪽을 가리킨다.

"자네, 그 사진은 어떡했는가"
"어, 아니, 하지만 말이죠, 이건……,"
"나는 오랫동안 이 업계를 해왔지만 말야, 그것보다 좋은 사진을 본 적이 없어"
"…………."

파도같은 술렁임. 이 사람이 이만큼 말한다는건, 어느 정도인가하고.
시선이 타케우치에게 몰려온다. 가만히 있지 못해서 고개를 숙인다. 부장님의 목소리.
"딱히 어떻게 하는게 아니야, 일단 하다못해 모두에게 보여주는게 어떤가?"
"그것, 은……"

하지만 그 사진은, 린과 자신의, ……특별한.
그런 이유가 통하지 않는다는건 알고 있었다. 나는 어른이고, 사회인이고, 프로듀서다. 회의에 참가하고 있는 인물은 모두, 타케우치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니라고 말할 분위기는 도저히 아니었다.

"알겠, 습니다……"
갖고 온 노트북에 상비하고 있는 선재 사진의 일람 속에서, 시부야 린의 다른 폴더를 전개하여 린에게 건낸 그 사진을 슬라이드에 비춘다.

순간 방금전까지 술렁거리고 있던 회의실은 파도가 가신것처럼 조용해졌다.

큰 슬라이드 일면에 비추어진 린의 모습.
기쁨도 슬픔도 희망도 절망도 미래도 과거도. 시부야 린이라는 아이돌의 모든것을 담은듯한 사진이었다. 반짝반짝 웃고 있는데, 어딘가 슬프게 울고 있는걸로도 보여서, 그렇다고해서 비장감은 없었다. 조잡한 화질 속에서 끌어낸 린은 역시 아플 정도로 예뻤다.

"어떡……할까, 요"

툭 말을 하자 참가자들은 제정신을 차린 모양이었다.
끔뻑이는 사이에 술렁거림이 퍼진다. 활기를 띤것처럼 이걸로 가자, 라고 말을 하는 사람들. 어째서 이런 사진을 지금까지 꺼내지 않았던거야, 라는 사람. 한번더 잘 보여줘, 복사해줘, 자켓 한 장만으로는 아까우니까 다른것도 써야해, 등등.

자리의 흐름은 완전히, 자켓 사진을 이걸로 간다는걸로 기울고 있었다.

"하지만, 그게, 이건 사적인 사진이고, 화질도 별로……"
"이 정도의 화질이라면 이펙트로 어떻게든 할 수 있어요, 반드시 해보겠습니다"
"사적이라고 해도 선재 사진 폴더에 들어있으니까 아마추어가 찍은건 아니잖나?"
"그건, 그게……부족하지만, 제가"
"그럼 카메라맨에게 허가나 보수라는 점에서도 부드럽게 가겠군, 좋은 이야기다"
"하지만……"
"뭔가, 아직 뭐 있나?"

듣고서 말이 막힌다.
왜냐면 이 사진은 자신과 린 사이에서 나누어진, 단 한장의, 특별한.
……하지만 그런걸 말할 수 있을리는 없다.
애시당초 나에게서 멀리 떠나간 린은 이제 그 사진 한 장에 사로잡히지 않을지도 몰랐다. 그렇다면 정말로, 구속하고 있는건 자신 뿐이다.

"……아무것도……아닙니다"

고개숙이고, 그렇게 말하는수밖에, 없다.
열광하는 참가자들. 그 사진에는 그만큼의 힘이 있다. 그걸 알고 있다.
그렇기에, 누구에게 보여주는 일도 없이 자기들만 갖고 있었지만, 린은 이미 먼 세계로 해방되어 보내어진것이다. 그 사진은 이미, 린의 안에선 과거인게 틀림없다.

반대하는 사람은 나 한 명뿐이었다.
지금 린은 예능계에 혜성처럼 나타난 대형 아이돌이고, 346 프로덕션의 으뜸 벌이이며, 단순한 프로듀서인 나 한 명으로 어찌할 수 있을 문제는 아니었던 것이다.
그래도 발버둥친다. 저항한다. 어째선지는 모른다.

"하다못해, 본인의 승낙을 얻고나서……가 아니면,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것도 그런가 하며 납득하는 참가자. 하지만 모두로부터 압력을 느꼈다. 린의 승낙을 받는건 당연한 것이며, 이건 그저 형식상의 사무 수속이며, 그러니까 빨리 딸 수 있는걸 따와라, 라는 식이다.

무엇 하나 저항할 수 없다.
좀 더 세게 나가려고 해도, 반대하고 싶은 이유가 캥겨서, 아무 말도 할 수 없게 된다.

"알겠습니다……검토, 하겠……습니다"

결국, 그렇게 말하는 수밖에 없었다.



          ※



그 사진을 쓰는것.
그건 린을 위해서가 되는걸까. 그러는 편이, 좋은걸까.
린은 뭘 바라고, 뭘 생각하고 있을까.

Never say never은 린이 처음으로 작사를 한 소중한 곡이다. 첫 작사곡이라는건 당사자에게 있어서 마음이입도 각별해서 이 세상에 둘도 없는 노래가 되겠지.
그런 린이 작사한 곡이기에, 자켓에는 시부야 린이라는 인간 그 자체, 모든것의 매력을 담은 그 사진을 올려라, 라는건 틀림없는걸로도 들렸다.린에게 있어서도, 그게 좋을지도 모른다고도.

하지만 그 사진은 처음으로 타케우치가 린을 찍은, 단 둘만의 특별한 것으로,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건 자신 뿐일지도 몰랐다.
린에게 있어서 자신이 찍은 사진은 확실히 특별한 것이었겠지. 하지만 린은 이미 새로운 무대로 발을 내딛고, 새로운 린으로 변모를 이루었다. 사진의 의미도, 변한다.

카메라를 우려하여 고민하고 있던 린이, 처음으로 파인더에 담을수 있었던 첫 사진.
그렇게 생각한다면, 새로운 린에 의한 『재출발』을 의미하는 첫 작사곡에는 확실히 적합할지도 몰랐다.

거기다, 만약에 린이 아직, 그 사진을 특별하게 생각하고 있었다고 해도.
자신은 아무것도 모르는 척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깨닫지 못한 척을.


"……또, 일을 생각하고 계신건가요?"


료코의 목소리로 제정신을 차린다. 선술집의 술렁거림이 들려온다.
여기는 료코가 가보고 싶다고 말했던 선술집이었다. 아무래도 요리 종류가 풍부해서, 말하면 메뉴에 없는것도 만들어준다던가.
붉바리를 젓가락을 톡 들면서 료코는 의아스럽게 이쪽을 엿보았다.

"시부야 씨의 투어, 끝났지요. 아직 여러가지로 있나요?"
"네……사외비이므로 말할 순 없지만요"
"그렇군요, 죄송해요. 하지만 얼굴이 피로해보였으니까요"
걱정되어서요, 라고 중얼거리는 료코.
그렇게나 얼굴에 나왔던걸까. 저도 모르게 뺨에 손을 대니, 료코가 뿜었다.
"후훗, 글너식으로 해도 아는게 아니에요"
"그런, 가요"
"네. 안색이나, 그런 이야기에요"
"……걱정을 끼쳐서, ……"
"괜찮아요. 걱정하는것도 저의 역할, 인거죠? 그게 기뻐요"
"그렇, 군요……"

천천히 오르는건 죄악감.
아무 꾸밈없이, 솔직하게 호의를 말하는 료코.
이 사람이 소중하다. 이 사람에게 최선을 다해야한다.
그래도 아직, 사랑은, 할 수 없다. 그러니 하다못해, 애정을.

"오늘 전시는 재미있었네요"
화제를 바꾸려고 입을 여니, 료코는 곤란한듯이 미소지었다.
"네. 하지만 타케우치 씨가 가고 싶은곳은 대개 제가 가고 싶은 곳인걸요"
"그건, ……우연, 입니다"
"…………그런가요?"
"네"
입술을 가볍게 뾰족이며 료코는
"그럼 그런걸로 해주겠지만요. 하지만, 언젠가 정말로 타케우치 씨가 가고 싶다고 생각하는 곳으로가요. 저, 기다릴게요"

쿡쿡 웃었다.
지릿지릿하게 무언가가 가슴 속을 침식한다. 캥기는 마음, 죄악감, 그리고 의무감.
이 사람을 행복하게 만든다. 그것이 자신의 의무다. 그걸 잊어서는 안 된다.



          ※



"그래서……할 얘기는 뭔데?"

호출받은 린은 교복 모습인 상태,
"일의 스케줄도 있으니까, 빨리 끝내줬으면 싶은데"라고 말했다.
"짧게 끝날, 이야기입니다"
"그래?"
아무것도 아니라는 식으로 말하는 린에게, 어떻게 전해야할지 생각한다.

결국, 스스로는 해답을 낼 수 없었다.
이 신곡은 린에 의한, 린을 위한 새로운 문출이며, 자신이 어찌 말할 수 있는것은 아니다라고 생각한 것이다. 린을 위한것이 되는걸 하고 싶었다. 그러니까, 린이 바라는대로, 린에게 직접 물으려고 생각한 것이다.

"신곡, 이야기입니다"
"……가사, 뭐 안 좋은거 있었어?"
안색을 삭 흐리는걸 아니오, 라며 제지한다.
"그런 이야기는 아닙니다. 자켓 이야기입니다"
"아아. 스케줄을 너무 잡을 수 없었다던가?"
"아니오"
"……그럼 뭐?"

수상쩍게 이쪽을 쳐다보는 린.
어떻게 말해야할지 고민한다. 그래도, 묻지 않으면 안 된다.
린은 어떡하고 싶은지. 뭐가 린을 위한게 되는지를.

"이 사진이, 지금 가장 유력후보로 올라가 있습니다"

짧게 말하고 컴퓨터에 린의 사진을 표시시킨다.
그대로 화면을 회전시켜서 린에게 보여줬다.

"어? 하지만, 이거"

놀란듯한 린의 표정. 거기에 어떤 감정이 들어있는지, 열심히 간파하려고 한다. 그래도 단순한 경악 말고는 아무것도 볼 수는 없어서 조금 낙담하고 있는 자신이 있다.

"폴라로이드지? 쓸 수 있어?"
"그 점은 이쪽에서 어떻게든 할 수 있습니다"

린 씨의 의사를, 듣고 싶어서.
그렇게 말했지만 린은 묵묵히 컴퓨터 화면을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 오른손이, 살짝 교복 주머니에 들어가있다. 곧았던 자세가 흐뜨러진다.
린은 비스듬히 선 듯한 중심을 비튼 자세를 잡고 쿡 웃었다.

"이 사진, 확실히 뭐, 좋긴 하지"
"저는, 린씨가 어떡하고 싶은지를, 확인하러"
"카메라맨도 아닌 프로듀서가 찍은것 치고는 놀라운 사진이니까"
"린 씨, "
"회의에 냈구나. 이거"
"극건……, …………그, 말대로욉니다"
"흐응-"

시선이 타케우치를 포착한다. 색이 보이지 않는다. 감정이 실리지 않는다.
린을, 모르겠다.
린은 어떡했으면 좋은지 뭐가 린을 위해서가 되는지를 알고 싶은데.

"저는, 린 씨의 의사를 존중하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강하게 말했다. 하지만 린은 그런건 듣지도 않은 식으로,
"일부러 나한테 묻는다고 해도 말야, 이미 거의 결정된 일이잖아?"
하나하나 묻는 의미, 없지 않아? 하며 어딘가 즐거운듯이 웃었다.
"하지만, 린 씨의――"
"좋을대로 해도 돼"
바로 대답. 퉁명스런 목소리. 평소대로의 시부야 린.
그 이면에 뭐가 있는지는 모른다.

"프로듀서가 하는거니까, 좋을대로 하면 되지 않아?"
"저는, 그저 린 씨의"
"내가 이래저래 말해도, 어떻게 안 되잖아?"
"그건, 됩니다. 제가, 어떻게든 합니다"
"――, …………, "

거기까지 듣고 린은 잠시 입을 닫고 생각하는 몸짓을 보였다.
거기에 무거운 색은 없고, 그저 왠지 모르게 오늘 방에 장식하는 꽃을 생각하는것뿐, 인것같은 가벼움이었다. (역시) 린에게 있어선 그 사진은 이미.

린은 활짝 미소를 짓고,
"그럼 조금만, 정말로 조금만 생각하게 해줘"
바로 대답, 해줄테니까. 그렇게 말하고 으응-, 하는 몸짓을 보였다.
"어떡할까나"
"…………어떠한 대답이라도, 저는 린 씨의 의사를 존중합니다"
"아까부터 그말만 하네, 프로듀서"
회의에는 묵묵히 냈으면서. 웃는듯한 목소리.

"뭐, 잠시 기다려. 결정하면 바로, 연락할게"

그럼 다녀올게, 라고 말하고 린은 빙그르 발꿈치를 돌렸다.
문까지 곧게 걸어간다. 그대로 문 손잡이에 손을 대었다고 생각하니,



"……………………특별하다고 생각하던건, 나뿐이구나"


들릴락말락할 정도의 속삭임.
욱신, 가슴이 아팠다. 달칵, 작게 문 손잡이가 돌고 린은 문 너머로 사라져간다.
그걸 쳐다보고나서, ……머리를 싸매고 한숨을 쉬었다.

린을 위한걸 하고 싶었다.
린이 바란다면, 어떠한 일도 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무엇이 린을 위한게 되는건지, 모르겠다.
린의 의사를 존중하는가. 린의 미래를 열어주는건가.
애시당초 린은 뭘 생각하고, 뭘 느끼고 살아가는가.
자신에 대해선 이미, 먼 과거인가. 아니면 아직, 지금인가.

아무것도 몰랐다.

그 날 귀가는 린도 자신도 말이 없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은채 차는 출발하여, 무엇 하나 진전하지 않은채로 린의 집까지 도착해, 그리고 헤어졌다.

그 후에는 사무소로 돌아가 몇 가지 일을 해내지만 그것도 끝.
차를 일단 자택으로 돌리고 약속장소로 서두른다.
그런 루틴이 되어 있었다. 료코와 만나는건.

오늘은 시간이 별로 없으므로 공원을 조금 산책하는것 뿐이었다.
그래도 료코는 평소처럼, 어두운 산울타리에 본 적이 없는 벌레를 찾아내, 달빛에 대해 즐거운듯이 얘기하고, 등불에 모이는 나방의 수를 세고 있었다. 무구한 사람이다.

그녀와 있으면 모르는 것을 많이 배운다.
하늘도 벌레도 물고기도, 타케우치는 깊게 흥미를 가진 적은 없엇다.
료코는 대범하고 항상 호기심 왕성해서 새로운 일이나 특이한 일에는 바로 뛰어들고, 얌전해보이는 외모하고는 반대로 무슨 일이든 도전하는 사람이었다. 지금까지 만난적이 없는 타입의 사람이었다.

이렇게 평온하고 조금 떠들썩한 시간이 계속 이어지는걸까.
왠지 조금만, 마음이 멀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상상을 아직, 잘 할 수 없다.

"……씨, 타케우치 씨?"
"아, 네, 죄송합니다"
"못 들으셨나요?"
"네, 그게…………죄송합니다"
"아니요, 괜찮아요. 그저, 그게, 좀……"

료코 치고는 드물게 말을 흐렸다.
무슨 일인가 싶어 의아스럽게 생각한다. 공원의 가로등이 스포트 라이트처럼 그녀를 비춘다.
그녀는 총총, 손짓을 해서 가까이 오도록 보이고,

"그게, …………, 으음…………"
"왜 그러십니까?"

스포트 라이트 속으로 들어간다. 보다 가까이로, 다가간다.
그녀의 귀가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열이라도 있나 싶어 고개숙이고 있는 얼굴을 들여다보니, 료코는 사라질것 같은 목소리로,

"슈, ………슌스케, 씨, "

삐걱, 거렸다.
이름으로 불리는건 부모님 이래라, 굉장히 오랜만이었다. 익숙치 않은 울림.
모르는 사이에 목덜미에 손이 갔다는걸 깨달았다. 초조해하는걸까.

료코의 눈빛이 이쪽을 올려다본다. 등불을 머금어 빛나는 눈동자. 힐끔, 이쪽의 눈을 보고 목 부근까지 천천히 시선이 떨어지고. 그리고 한번 깜빡였다고 생각하니,

"아, 아이참, 아직 이르네요!"

몹시 큰 목소리로 료코는 수줍은듯이 말을 했다.
"왜, 왠지 수줍어졌어요, 죄송해요"
손으로 뺨을 파닥파닥 부치고 있다. 그 모습이 왠지 평소와 다른 느낌이 들었다. 황급히 말한다.
"아뇨, 그게, 그런건……료코 씨가 부르고 싶다면, ……이름으로, 불러주세요"
허둥대는 목소리가 되려는걸 감추지 않았다. 료코는 생긋, 하며 평소의 얼굴로 미소짓고,

"아니요. 지금은 아직, 괜찮아요. 언젠간 분명……그러네요"

그러니까 기다릴게요.
그렇게 말하고 따뜻하게 웃어보였다. 평소와 아무 차이가 없는, 료코의 미소였다.



          ※



똑똑, 문이 두드려진다.
이 소리는 어른이 아니군, 생각하면서 들어오세요, 라고 말을 하니 거기에는 교복을 입은 린이 서 있었다. 성큼성큼 이쪽으로 걸어온다.

"린 씨?"
"조금 말야, 생각하고 왔어"

또렷한 강한 눈빛. 결의의 표현.
뭘 생각하고 온건지는 물을것 까지도 없다.
린은 올곧게 선 자세로 등을 쭉 펴고

"그 사진은, 안 쓸거야"

똑바로 그렇게 말했다.
거기에 어떤 감정이 담겨있는지는 모른다. 린은 계속한다.

"이 노래는, 새로운 나의 시작이 될거야. 그럼, 옛날의 내 사진이 아니라, 지금의 내 모습을 싣고 싶어"

그것이 대답. 그렇게 린은 똑바로 말했다.
솔직히, 린의 대답은 예측할 수 있던것도 있고, 예측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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