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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채색의 빛 - 20. 거짓말쟁이인 그녀의 잔량

댓글: 2 / 조회: 1120 / 추천: 2



본문 - 12-12, 2015 12:39에 작성됨.

극채색의 빛 - 20. 거짓말쟁이인 그녀의 잔량
 



그때 내 몸을 뚫었던건 뭐였던건지,
아직 모른다.

의식한건 확실하게 올 이별에 대한 슬픔인건지, 스스로 버린다고 결심한 사랑에 대한 체념인건지,
처음으로 마음이 삐걱일정도로 사랑한 사람에 대한 감사인지, 아니면 나한테서 떠나가려고 하는 그 사람에 대한 미움인지.

단 하나의 추억을 파란 보자기에 안고 한번에 이 사랑과 함께 죽어버리자고 생각했다.
그 사람이 나에게 해준 모든 따뜻한 모든것을, 그것만 있으면 분명 나는 괜찮을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 됐어, 이제 됐다고.
몇 번이나 들려준다, 이제 됐다고.

당신을 좋아했어.

말이 없는 점을 좋아해.
목덜미에 손을 대는 몸짓을 좋아해.
문을 열때 아주 큰 소리를 좋아해.
상냥해서 견딜 수 없는 점을 좋아해.
날카로운 안광이 부드러워지는 순간을 좋아해.
우리를 위해 그늘에서 노력해주는 점을 좋아해.
누구보다도 우리를 생각해주는 점을 좋아해.
나를, 찾아내준것.
그것이 견딜 수 없을만큼 기쁘고, ……좋아해.

좋아했어.
……정말 좋아했는데, 프로듀서.



          ※




"……심한 얼굴"

자택의 세면대에서 거울을 본다. 아침에 일어난것치곤 심한 얼굴이 유리창 너머로 나를 도로 쳐다보고 있었다. 아이돌로서 해선 안 될 표정이다. 그 정도로 거울의 나는 심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 날부터, 그때부터, 나는 제대로 잠들지 못한다.
잠드는건 좋고, 밤중에 눈을 뜨는 일도 없다.
피로를 못 푼다거나 그런것도 아니다.
그저 침상에 누우면 갑자기 심한 죄악감이 솟아올라서 그것과 동시에 어찌하지도 못하는 통증이 가슴을 통과한다. 어찌할 수도 없이 그걸 안고, 그저 잠든다.

처음에는 억누르려고 했다.
내일을 위해, 그의 앞에서 웃을 수 있는 내일을 위해, 모든것을 죽이고 평온하게 잠들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아무리 노력해도, 마음을 돌려보려고 해도, 아무 생각도 안 하려고 해도.
누구에게 배운 적도 없는 듯한 감정은 가슴을 찔러올린다.
하다못해 눈물이 나오면 좋을텐데, 마른 마음은 그마저도 허락하지 않는다.

내 모습을 쳐다본다.
정말로 심한 표정이었다.
피부 컨디션은 조금도 나쁘지 않다. 다크서클 하나 없다. 상태가 나쁘기는커녕 컨디션이 흐뜨려졌다고는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그저 표정 하나가, 전력으로 건강한 몸 모든것을 나타내는것 같았다.

헤어 고무를 입에 물고 앞머리를 꾸욱 헤어 밴드로 들어올린다. 기분이 전환되는듯한 착각. 그대로 머리카락을 묶고 얼굴을 씻는데. 물소리가 세계를 채운다.
꾸욱, 물을 끄고 고개를 드니 젖은 피부의 나는 아직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정말로, 심한 얼굴.
하지만……하지만.

슬슬, 손가락이 하늘을 종횡하고, 망설이고.
헤맨끝에 새끼손가락만이 슥, 젖은 입술에 닿는다.
지릿, 전류같은것이 달린 느낌이 들었다.

두근두근했다.
뺨이 뜨거워진다.

이 입술로, 그를 접했어.

솟아오르는건 죄의식, 자책의 마음, 삐걱이는 마음.
하지만 그걸 전부 칠해버릴 정도로 사랑이 다가온다.
뛰는 고동은 아플 정도로 솔직하게 사랑을 한다. 죄악감.


『겉치레 정으로……나를, 지우려고 하지마』


저도 모르게 흘러나온 그 말.
프로듀서는 멀리 가버린다. 결혼해버린다.
그런데 그는 언제나, 언제나 나를 생각한다.
아이돌이기 이전에 한 명의 여자애로서 언제나 나를 대우한다.
소중하게 여겨지고 있다. 그걸 알고 있다.

그걸 겉치레 정이라고 생각한건, 한 번도 없을 것이었다.
그에게서 많은것을 받았다. 기쁜도, 감동도, 몰입해져서 달리는 황홀감도.
다 감사해도 못할 은혜가 그에게 있을 것이었다.
그런데 흘러나오는건 모르는 사이에 말을 해버린건, 그 말.

이 얼마나 심한걸까.
그는 그 나름대로 사랑했다. 그걸 알고 있다.
그런데 나는 그걸, 겉치레 정이라고 말한 것이다.
자신이 원한 감정이 아니라고 하는, 이것뿐인 이유로.

빛나는 하늘 아래 그에게 한 장의 사진을 받았다.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추억이었다.
그것만 있으면 모든 폭풍을 견뎌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가 멀리 가는것도, 나를 돌아보는 일이 결코 없어도.
그런데.

그와 나 둘밖에 없는 그 밀실.
어디부터도 무엇으로부터도 간섭을 받지 않는, 그의 눈빛조차 나를 포착하지 못하는, 그런 공간은 나로부터 정상적인 판단을 빼앗아갔다.

(괜찮지 않았어)

전혀, 괜찮지 않아.

그때 내가 생각했던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치사하고 더럽고 추잡한 것이었다.
이렇게 계속 껴안고 있으면, 그가 나를 안아주지 않아도, 내가 그에게 매달려만 있으면, ……발견됐을때, 스캔들이 나버리는게 아닐까, 라는것.

(최악이야)

아이돌이 밀실에서 프로듀서와 껴안고 있다. 충격적인 그림이다.
분명 변명은 통하지 않을 것이다. 적어도 나는, 변명따위 할 생각은 없었으니까.
그러면, 그러면.
그의 결혼은 헛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면 그와 나는 아이돌과 프로듀서가 아니게 된다.
단순한 남자와 소녀가 될 수 있다.

(추악해, )

아무 희망도 뭐도 없다.
어차피 그는 결혼해버린다.
그래도, 지금보다는 훨씬――훨씬 나사다.
그렇게 생각했던 것이다.

암흑 속에서 끌어나온, 평소라면 생각도 못할만한 나의 가장 추악한 생각.

(너무해)

나는 치사하다.
나는 더럽다.
나는, 그 사람에게 적합하지 않다.

얼굴이 일그러지는데 눈물이 나오지 않는다.
첫 키스. 정말 좋아하다 마다않는 사람과의 첫 키스.
그런데 조금도 행복하지 않다. 아파서 견딜 수가 없다.
나의 키스는 그를, 누구보다도 소중했을 그를, 더럽히고 말았다.

(마음이, 부서질것 같아――)



          ※



결국은 그날 구조가 오는 일은 없었다.

갑자기 주위가 밝아졌다고 생각하니 아무 일도 없었다는것처럼 엘레베이터는 목적층까지 우리를 옮기고 칭, 하는 소리를 내며 허망하게 문은 열렸다. 아무 전조도 없었다.

나는, 그렇게나 매달리고 싶었는데, 주위가 밝아진 순간 제정신으로 돌아왔다. 돌아와버렸다.
거기에 있던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추악한 자신의 모습.
싹, 마음에서 무언가가 떨어지는걸 느끼고 황급히 그에게서 뛰쳐나와버린 것이다.

튕겨지듯이 뛰어간 순간, 그의 얼굴이 달라붙어서 머리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얼어붙은 듯한 표정――기쁨도, 자애도, 좋은 마음 하나도 없는, 모든것을 억누른듯한 그의 표정.
아마 나도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아니, 좀 더 추했던걸지도 모른다.

이 사람에게 심한 짓을 했다.
실수나 어쩔 수 없는것도 아닌, 치밀어오르는 격정에 밀려서 더러운 욕망에 먹혀서 일부러 그를 상처입히려고 했다. 그런 추악한 자신을, 눈 앞에 내밀어진 느낌이 났다. 경악했다.

문이 열리고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치듯이 문에서 나온다. 공기 조절기가 용서없이 젖은 나를 찌른다.
그는 일어서서 고개숙인채로 표정을 감추고,
"빨리, 갈아입고……돌아갑시다"
마치 그러애햐는 기계처럼 말했다. 대답도 할 수 없었다.

그렇게나 매일 즐거웠던터인 귀가길.
우리는 말없이, 눈을 마주치는 일조차 없이 거의 사무적인 대화만을 하고 헤어졌다.
그것뿐이었다.




          ※




그날부터 우리는 이상했다.
서로가 서로를 피하고 있다. 그건 다른 눈으로도 명백해서 우리는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삐걱거려버렸다.
만나는 사람마다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그때마다 나는 희미하게 미소짓고,
"조금 싸워버렸어. ……하지만 내가 잘못한거야. 금방 사과해서 화해할게. 걱정 끼쳤네"
그런 변명을 했다. 전부 거짓말은 아니지만 역시 진심도 아니었다.
비는 매일 내린다.

한 동안은 밖에서 인터뷰나 레슨이 많이 들어와서 그는 그대로 회의나 소재 판매업으로 우연히 바빠서, 귀가길 말고 얼굴을 맞댈 기회는 별로 없다.
그 일에 안도해하는 자긱 보신만 하는 자신이 있었다.
(……역시 나는 더러워)

레슨이나 일하는 동안에는 모든걸 잊을 수 있었다.
노래하고 있을때는 아무 생각하지 않을 수 있었고 연기를 하면 배역이 되었다. 시부야 린이 아니라서 다행이었다.
하지만 시간은 용서없이 지나간다. 언제까지고 이렇게 있을 수는 없었다.
주변의 걱정이 에스컬레이트 되는게 싫었고(역시 보신이다), 그를 언제까지고 어중간하게 내버려두는것도 괴로웠다.
나는 앞으로 걸어가지 않으면 안 된다.

그 키스로부터 얼마 지난 어느날 저녁, 그가 나를 바래다주는 평소 시간.
나는 사무소 안쪽에 있는 그의 방 앞에 서 있었다. 결착을 짓기 위해.

이 며칠간.
변명은 생각했다. 각오도 굳혔다.
자신이 더러운 인간이라는것도 알았지만 그건 그하고는 아무 관계도 없는 일이다.
문을 열어야해.
열어서 얘기를 해야해.
……끝내기 위해.

문 손잡이로 뻗은 손을 내려다보니 잘게 떨고 있었다.
그걸 꾸욱 움켜쥔다. 눈을 감는다. 마음 모든것을 흔들어 버리듯이.

이건 일이다, 하며 들려준다.
나는 아이돌이고 연기를 한다, 그것뿐이야.
그렇게 생각하면 분명 괜찮아. 괜찮을거야.
자아, 평소의 표정을 지어, 시부야 린.

세 번의 노크.
그리고 잠시후에 들어오세요, 라는 대답. 그 사람의 낮은 목소리.
그것만으로 멋대로 내 심장은 두근 비명을 지른다.
(진정해)
진정해. 대본을 생각해.
떨지마, 무서워 하지마, 결코 들키지 마.
문을 잡고 그리고 열었다.

프로듀서는 들어온게 나라는걸 깨닫고 바로 표정을 잃었다.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듯한, 전혀 마음을 읽을 수 없는 얼굴에 저도 모르게 기가 죽을뻔한다. 가슴이 아플듯이 우는것을 그래도 엎는다.
"죄송합니다, 조금 일이 밀려있어서요. 조금 더 기다리게 되겠습니다"
평탄한 목소리. 무섭다. 무서워서 견딜 수가 없다.
"아아, 응……"
하지만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얼굴을 만들고 등쪽에서 손가락을 감고 조금 고개를 숙였다. 그대로 통통 발끝으로 땅을 차본다. 그게 의아해보이는 얼굴을 한다. 하고 싶은 말이 있지만 주저하고 있다. 그런 동작을 만들어보인다.

"저기 말야, 조금 시간 돼?"
긴 침묵.
"…………………, 네"
빗소리와 공포가 가슴을 울린다. 그래도 참는다. 말해야해. 고개를 든다.
유리창을 치는 비가 눈물같다. 그러고보니 나는 계속, 계속 오랫동안 울지 않았던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날부터. 사랑을 하고나서는 그렇게나 눈물 흘리기만 했는데.

"그게, 엘리베이터의 일 말인데,"

말한 순간, 그의 어깨가 흠칫 크게 굳는걸 알았다.
눈물을 흘리는 유리창을 뒤로 그는 어째선지 심판이 내려지는 죄인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괜히 죄악감이 솟아오른다.
(얼굴에 드러내선 안 돼)
나는 곤혹스러운듯한 표정을 열심히 만들고 저기 말야, 하고 입을 열었다.

"그때 일, 말인데……별로 기억을 못해"
"네?"
예상밖이었던 모양이다. 그의 손이 멈춘다. 나는 계속한다.
"무슨 일이, 있었지? 왠지, 그런 느낌이었으니까……"
그만, 피해버렸다. 그렇게, 진심으로 당혹해서 곤란한, 그런 표정을 보이고 또 고개숙였다.
그리고 가볍게 어깨를 움츠리고 후우, 하고 숨을 내쉬고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축 어깨를 떨군다.
가볍게 숨을 들이키고 준빟나 대사를 말했다.

"실은 말야,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지만……어두운곳과 좁은 곳은 정말로 안 돼"
그가 꿈틀거리는 기척이 난다.
"처, ……처음 듣습니다"
"응. 말 안했으니까"
고개를 든다. 눈이 마주친다. 피하고 싶은 공포를 참는다.
"무대 뒤같은곳은 실은 엄청 무서워. 뭐, 그래도 그곳은 펜라이트가 있으니까 아직 낫지만"
"그랬……었군, 요"
재판받는 죄인같았던 그의 얼굴이 점점 당혹으로 변한다. 안도한다. 하지만 아직 안 돼.
목소리가 떨리지 않도록, 각오가 꺾이지 않도록 정중히, 하나씩 얘기를 세운다.
그를 믿게 만들기 위해서.

"밝아져서 정신을 차려보니, 나, 그런……그게, 그거, 였잖아"
놀래버렸어, 라고 엄청 작은 목소리로 말하니, 고개를 팟 들어 양손을 얼굴 앞에서 흔든다.
"앗, 아니, 정말로 놀란건 프로듀서지, 그렇지"

허둥대는듯한 빠른 말. 아무것도 모른다는 모습을 만들려고, 조금 수줍은듯이 가볍게 뺨을 붉혀본다.
"왠지 패닉에 빠져서……추태, 보여버린거지?"
그리고 각오하고, 각오하고서――찌릿, 그의 눈동자를 곧게 쳐다봤다. 무서워서 참을 수가 없었다. 당혹과 불안으로 흔들리는 그의 눈빛.

"그러니까, 폐를 끼쳐서, 정말로 미안해!"

단번에 말하고 푹, 고개를 깊게 숙였다.
그대로 기세 좋게 고개를 들자, 내 얼굴은 타이밍 좋게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마치 모르는 사이에 프로듀서를 껴안았던것이 너무나도 부끄러운것처럼.

그 순간.
그때까지 내내 굳어있던 그의 어깨 힘이 빠지는것이 똑바로 보였다. 성공을 확신하고 그래도 아아, 하고 생각한다.

(역시)
역시, 민폐였구나. 곤란하게 만들어버렸었구나.
그러니까 그런 짓을 해버린거겠지.
후회는 이미 늦다. 해버린건 되돌릴 수 없다.
그러니까 하다못해 지금부터라도 그를 편안하게 해주고 싶어서. 그래서 연기를.

위선이라고 속삭이는 또 한 명의 내가 있다.
그 밀실에서 행해진것, 그것이 나의 본성이라고.
그걸 뿌리치며 웃는다. 새빨간 얼굴로 수줍은듯이.

(――웃어)
웃어, 웃어, 웃는거야.
미소입니다, 그는 말했다.
본 적도 없었떤 미소를 위해, 나에게 걸어줬다.
그걸 결코 잊지마.

시선을 피하고 그도 어색한듯이 입을 연다.
"그게……저야말로, 죄송합니다"
피하는듯한 짓을 해서, 라며 그는 말한다.
"어른스럽지 못했습니다. ……그저, 그게"
천천히 목덜미로 손이 닿는다. 난처할때의 그의 버릇.
"그게……정말로, 놀라……버려서……"
어미는 천천히 사라져간다. 거기에 혐오가 전혀 보이지 않는것이 한층 괴로웠다.

숨을 들이킨다.
마지막 밀기에, 나는 타탓, 프로듀서의 책상 옆까지 달려간다. 흥미가 있지만 부끄러워, 같은 얼굴을 하고 홱, 책상 너머로 프로듀서의 얼굴을 들여다본다.
참고로 말야.
"……나, 뭔가 했어? 그렇게까지 놀랬, 다니"

그렇게 말하자 그의 얼굴이 주홍색으로 물들었다.

(어――?)
예상밖의 반응. 가슴이 밀쳐진것처럼 흔들렸다.
좀 더 당혹이나, 곤란한 얼굴이나, 죄악감이나, 그런걸 상상했는데. 그런데.

욱신욱신한다. 가슴이 아프다. 연기는 계속한다. 눈물도 흐르지 않는다.
표정도 몸짓도 완벽해서 나는 그저, 조금 수줍어하는 여고생 겸 아이돌이었다.
그래도 가슴 속에 폭풍은 휘몰아친다. 그걸 마음 하나로 억누르고, 짓궂게 미소짓는다.

"뭐야 그 얼굴. 프로듀서, ……변태"
"뭣……!!"
"읏, 앗하하하! 재미있는 얼굴!"

걸작이라며 있는 힘껏 웃는다.
웃어, 웃는거라고 명령내리며 웃는다. 미소.
마음은 내내 멀리 놓여있고, 연기는 완벽하지만 남겨진 나는 아파아파하며 비명지르고 있다.
그래도 나는 웃는다.

어늣내가 이런 짓을 하게 됐던걸까.
치사하고, 더럽고, 남을 간단하게 속이는……추악한 나.
더는, 그가 나를 찾아줬을때하고는 뭔가가 결정적으로 변해버렸다.

그 무렵의, 열심히 무언가를 찾고 있던 나는 더는 없다.
별은 될 수 없다.

"후후후, 뭐야 정말, 조금 놀려본것 뿐이잖아"
"리, 린 씨!"
"야해라아-"
"그러니까 정말……차, 참아주세요……"
"아하하하!"

마음이, ……껶여버릴것 같다.

한차례 깔갈 웃고 프로듀서를 놀리고.
그의 얼굴에서 굳은 표정이 완전히 빠져나간걸 확인하고 나는 일의 방해를 했다며 사과하고 그럼 기다릴게, 하고 말하고.
가볍게 손을 흔들어 생긋 웃고, 그의 방에서 나갔다.

끼익, 등 뒤에서 문이 닫히는 소리가 몹시 크게 들렸다.
갑자기 모든 표정을 지운다.
선언의 소리같았다. 너는 비겁하고 간단하게 남을 속이는 죄인이라는 식으로.

더는 아무도 없는 사무소에서 한 걸음, 한 걸음 휘청거리면서 소파로 다가간다. 빛나는 전기가 심히 눈부시다. 짓눌리지 않도록, 마치 겁에 질리듯이 천천히 앉는다. 부드러운 쿠션이 나를 다정하게 받아들인다.

그 감촉에.
평소와 아무 다를바 없는 사무소의 경색에.
무언가, 굉장히 소중한것이 무너져가는걸 느꼈다.

고개 숙이고 떨리는 양손으로 얼굴을 덮었지만, 마른 호흡이 잘게 떨리기만 할 뿐이다. 가슴속에서 무언가가 빠져떨어져버린다. 눈물도 나오지 않았다.

"……안녕, 안녕, 안녕, ……, "

작은 목소리로 몇 번이나, 몇 번이나 되풀이한다.
이걸로 끝이다. 모든것이 다 끝나는 것이다.
미숙했던 사랑도, 아무것도 몰라서 아름다웠을 무렵의 나도, 그 모든것도.

흔들리는 호흡을 떨면서, 나는 창을 흘러떨어지는 빗소리를 듣고 있었다.




          ※




그리고나서 아무 일도 없이 하루하루는 지났다.
업무량은 복귀전보다 단번에 늘어서 그것이 지금은 고마웠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일할때, 옛날에는 좀 더 여러가지로 생각했던것처럼 생각한다. 저렇게 하지 않거니와 이렇게 해야지, 좀 더 이렇게 할걸 그랬다, 그런식으로.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촬영이나 레슨할때, 나는 뭔가 투명해진다.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다. 시간도 모르겠다. 여기가 어디인지 조차 모르게 된다.
그래도 그걸로 다행이었다.
최고의 퍼포먼스를 발휘할 수 있었다. 아무것도 변한게 없다.

"수고하셨습니다"
"숫공-! 오늘도 대단하네, 시부린!"
댄스 레슨후, 미오가 내 어깨를 두드린다. 눈부신 미소. 거기에 쓴웃음으로 대답했다.
"대단했다니……미오의 댄스가 더 대단했잖아"
그러자 미오는 생긋 이를 보이며 웃는다.
"아니아니아니, 지금 인기 급상승중인 폭포타기 중인 아이돌 시부야양한테는 못 이긴다니까!"
"그, 그만해……그렇게 부르는거 부끄러워"
짓궂은 말투에 부끄러워하니 미오는 수건으로 슥 얼굴을 닦고 시원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말야"
"응?"
"정말로 이렇게 시부린이 점점 인기가 나면 말야……굉장히 좋은 자극이 돼. 우리도 힘내야지! 라고"
"미오……"
"그러니까, 그게, 어떤 의미로 감사하고 있다구?"
여러가지로 참고도 되니까, 라면서 미오는 웃는다. 그 미소에는 한 점의 그늘도 없다.

나같은것보다도 미오가 훨씬 아이돌답다고 생각한다.
미오만이 아니다. 프로젝트의 멤버는 다들 반짝반짝거리고 빛나고, 열심이라. 사랑에 빠져있던 나하고는 전혀 다르다.
그래도 멤버와 있으면 좋은 자극을 받고, 나도 열심히 해야한다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생각한다.
수분 보급을 하면서 잡담에 꽃을 피우고 다같이 웃는다.
우즈키의 열심히 하겠다는 선언, 아스타리스크의 해산 드립, 란코의 어려운 얘기.
평소대로의 일상, 평소와 아무 다를바 없는 잡담, 함박 터지는 듯한 미소들.

(실은 조금도 웃고 싶지 않아)

지금 당장이라도 소리지르고 싶다.
모든게 다 거짓 투성이.
아무도 깨닫지 못한다.

나는 변해버렸다.
아무리 스태프에게 칭찬을 받아도, 동료에게 칭찬받아도, 늘어가는 팬들에게 둘러 싸여도.
나는 더는 별은 될 수 없다.
거짓 미소로 가장 소중했던 사람들을 속이고 있다.
나는, 정말로 별은 될 수 없다.



          ※



첫 라디오 드라마 일이 들어왔다.
성우도 아닌데 드물기는 하지만 매주 2개의 라디오가 우연히 각본쪽에 눈을 뒀던 모양이다. 똑바로 말하고, 목소리도 좋고, 하면서 지명을 받았다. 요즘은 그 연습에 바빠서 눌리고 있다.

프로덕션에서 레슨은 하지 않는다. 전속 양성소까지 다녀서 레슨이 계속된다.
하지만 오늘부터는 어느 정도 형태가 잡혔으니까 양성소에서 레슨량을 조금 줄이고 그 만큼 자주연습을 열심히 하자는게 되었다.

사람이 적은곳에서 책읽기를 하고 싶어서 여기저기 갔지만 결국 도착한 곳은 그와 카메라 연습을 했던 그 곳이었다. 공동같은 기분이 든다.
끝나가는 장마의 맑은날, 아플 정도로 맑은 하늘. 햇빛이 눈에 날아든다.
자외선 차단 크림을 제대로 바른걸 확인하고 나는 빛 아래로 걸어나왔다.

(왠지……훨씬 전에 느끼네)
여기서 그와 둘이었을 무렵. 카메라게 겁에 질려 그걸 극복하고 싶어서 분기했을 무렵.
그 무렵은 행복했던걸까.
아니면 이미 괴로웠던걸까. 왠지 잘 떠올릴 수 없다.

결혼해가는 그.
손이 닿지 않는 존재가 되는 그. 그것이 무척이나 괴로웠다.
(하지만)
비겁한 수단으로 그를 끌어내리려고 한 나.
누구에게든 태연하다고 속이며 웃어보이는 나.
이런 자신을 알아버리기 전이라면, 얼마나 아파도 행복했다고 생각한다.

(……그만두자)
머리를 흔들어 마구 써놓은 대본을 펼친다. 종이의 새하얀 부분이 태양빛을 반사해서 눈을 가늘게 뜨게 만든다.
질질 생각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일을 해야한다.

나를 위해서가 아니다.
팬을 위해서, 동료를 위해서, 나를 찾아내준 사람을 위해서.
어떠한 거짓말로 칠하더라도, 나는 내가 해야할 일을 한다.

암기한 대본에 한번 더 눈을 두고, 유연체조부터 들어가서 몸이 따뜻해지는 부근에서 발성연습. 목이 풀어져서 한번 더 대본에 손을 뻗었다.

이번 제재는 원거리 연애를 하는 두 사람이 전화를 걸어 대화를 한다는 연애물.
매일 여보세요에서 시작해서 정말 좋아해로 끝난다. 두 사람의 대화만으로 구성된 심플한 이야기다.
서로의 세계나 일상이 거리로 인해 점점 어긋난다. 만나고 싶다고 말한 한 마디가 금구처럼 말을 할 수가 없다. 서로를 생각하고 있는데 엇갈린다.
그런 얘기라고 각본 쪽에서는 들었다.

애뜻한 이야기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아름다운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둘 다 순수하고 순진하며 올곧게 사랑을 한다. 이 두 사람을 응원하고 싶다, 이런 사랑을 할 수 있다면, 하고 생각하는 힘이 있다. 남은건 거기에 걸맞는 연기를 할뿐이다.
숨을 들이킨다.

"……여보세요? 노보루군?"

연습을 시작한다.
함박 웃듯이, 조금 쓸쓸하다는 듯이, 기쁜듯이, 귀엽게.
여러가지 감정을 목소리에 담는다.
제 1화 단계에선 아직 애뜻함은 없고 두 사람은 무척이나 기뻐보이는 상태다.
앞으로 엇갈려가는걸 모르는, 그저 있는것만으로 행복한 두 사람.

왠지 자신과 비교하거나 투영을 해서 침울해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역시 읽기 시작하자 나는 모든것에 몰두해 있어서 주위 일을 전혀 모르게 될 정도로 집중해서 그녀가 나인건지 내가 그녀인건지, 지금이 언제고 여기가 어디인지 아무것도 모르게 되었다.

"응. 나도……정말 좋아해!"

후우, 숨을 내쉬고 고개를 든다.
정신을 차리니 일면은 석양으로 빛나고 있었다.
(어느새에,)
정말로 짧은 순간 읽었다고만 생각했는데.
몇 번인가 수분을 보급한 기억이 희미하게 스친다. 하지만 다른 기억은 역시 거의 없었다.

요즘 나는 일을 시작하면 바로 집중해버린다. 그러니까 확인을 위한 비디오나 레코더는 필수였다.
주머니에서 레코더를 꺼내어 녹음을 멈춘다. 아니나다를까 엄청난 시간이 지나있었다.

하아, 숨을 내쉬고 물을 마시면서 석양으로 물든 하늘을 본다.
핑크에서 희미한 보라색, 그리고 청색으로 그라데이션.
구름은 여러가지 색으로 빛나고 있어서 마치 무지개같다.
병에서 멋대로 입이 떨어지고 저도 모르게 넋이 나가 있었다.

(예뻐)
프로듀서를, ……보고 싶네.

자신의 안에서 아직 그런 소녀스런 감정이 남아있다는데 놀랬다.
그것과 동시에 아직 그런걸 생각하는거냐고 질타한다.
나에게 그를 생각할 자격은 이미 진작에 없다.

"……린 씨?"
"에, "

당사자의 목소리가 들려와서 움찔거렸다. 엄청 놀랬다.
설마라고 생각해서 돌아보니 프로듀서가 내 옆에 서 있다. 그 손에는 물병이 둘.
심장이 두근두근 거린다. 하지만 이건 사랑이 아니라 놀랬으니까. 변명을 한다.

"놀랬어……아무도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아아, 아뇨. 시간이 되어도 모습이 보이지 않아서……"
"엑, 벌써 그런 시간!? 아으, 미안!"
"아뇨"

그렇게 말하고 그는 부드럽게, 희미하게 미소지었다.
욱신, 꽂히듯이 심장이 아프다. 현기증이 난다.
하지만 웃는다.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라고.
이런걸 태연하게 할 수 있게 되어버렸다.
몸도 마음도 진작에 너덜터덜해져서 나는 어떠한 일이라도 태연하게 할 수 있다.

드세요, 하고 건내받은 병을 받는다.
그러고보니 갖고왔을 물통을 보니 거의 텅 비어있는 상태에 가까웠다. 다음부터는 몰두하는것도 생각해서 좀더 많이 수분을 갖고 오지 않으면 안 된다.

프로듀서는 정원수 부근에 앉고 열심이군요, 라고 말했다.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뭐, 그렇지. 처음으로 목소리만으로 연기하는거니까 힘내야지"
"어떻습니까? 컨디션은"
내내 서있는것도 부자연스러우므로 그의 옆에 슥 앉는다. 아무렇지 않은식으로.
거칠어지는 심장을 뒷전으로 하고 태연한 목소리가 입에서 흘러나온다.
"으음-……오늘 몫은 들어보지 않으면 모르겠지만 이대로 열심히 하면 수록에서 실수하는 일은 없을거라고 생각해"
겁없이 웃는다.
"그렇습니까. 그건 잘 됐습니다"

그리고나서 잡담을 했다.
이런 일을 갖고온다고는 생각 못했다던가, 자외선차단제를 다시 바르는걸 잊고 있으니까 걱정이라던가, 돌아가면 가장 먼저 하나코의 산책을 가야한다던가, 정말로 여러가지.

평온한 대화.
행복한건지 불행한건지 모른다.
그가 곁에 있고 아무렇지도 않은 대화를 할 수 있고, 석양은 멋지고 아름다바고, 주위는 아무도 없다.
하지만 나는 그래도 좋은 인간이 아니라서. 그저 웃는다.
표면만이 무시무시하게 잔잔하지만 가죽 한장 너머에는 모든게 다 엉망진창이다.

"그렇지, 프로듀서. 대본 읽기 어울려줘"
좋은 생각이 났다는것처럼 심술궂게 웃는다. 시간대와 그의 평소 스케줄을 생각해서 어차피 거절당할게 틀림없는 화제의 하나로서.
하지만 그는 조금 생각하고

"좋습니다, 오늘은 아직 일도 없으니까요"라고 말했다.
"엣"

놀란것과 동시에 저질렀다고 생각한다. 실수했다.
아니, 하지만 어차피, 연기를 시작해버리면 나는 아무것도 모르게 되어버린다. 그렇다면 차라리 그러는 편이 훨씬 좋을지도 모른다. 이런 겉치레인 평온함보다는.

그럼, 하고 일어서서 프로듀서에게 대본을 건낸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지도 확인해줘"
네, 라고 하며 프로듀서도 일어선다.
"나는 미카코. 프로듀서는 노보루야"
"알겠습니다"
"됐어? ……그럼 갈게"

여보세요.

설령 대본을 보면서 딱딱하게 읽어도, 상대가 있으면 역시 모든게 달랐다.
뭔가 정말로 감동같은것이 솟아오른다.
전화할 수 있어서 기뻐, 오늘은 이런 일이 있었어, 그쪽은 어떤가요, 변함은 없나요, 누구누구는 어떻게 지내나요, 당신은 제대로, 건강한가요.

(이렇게나 행복하구나)
사랑하는 두 사람이 대화한다는건, 이렇게나.
미카코는 정말로 상대를 좋아해서 견딜 수가 없구나.
만나고 싶다고 말하지 못하는건, 그녀는 아직 노보루를 금방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흘러넘칠정도로 흘러나오는 행복감.
정말 좋아하는 마음. 반짝반짝한 연심.

"그럼, 아쉽지만……슬슬, 끊을게"
"아아, 미카코"
"왜?"

낮은 목소리가 고막을 흔든다. 제 1화는 이제 끝난다. 정해진 프레이즈로 이제 끝이다.
이런 행복한 시간이 끝나버리는게 안타깝다.


"……저, 정말 좋아해"


――그, 순간.
"!?"
뚜욱, 머리의 어딘가에서 소리가 났다.

그렇게나 시간도 장소도 나 자신이 누구인지도 잊어버리고 있던 나에게, 브레이커가 떨어진것처럼 모두 돌아온다. 경악한다. 흘러들어온다. 현실이.

눈 앞의 경색이 갑자기 알 수 있게 된다.
수트 차림의 프로듀서가, 핑크색 대본을 양손으로 들고, 귀를 조금 붉히면서 숙이고.
한마디 한마디, 열심히 읽고 있다.
그 뒤에는 석양.
장대할 정도로 멋진 그라데이션.
가장 큰 별이 반짝이며 빛난다.

어질어질한다.
(말하지 않으면, 안 되는데)
나도 정마라 좋아해, 라고.
평소라면 어려벼지도 않게 말했던 간단한 대사인데.
목이 아파서. 심장이 조여드는것 같아서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아프다.
(어째서?)
왜 갑자기 미카코로 있을 수 없게 된거야?
일엏게 간단한걸 어째서 못하는거야?

말해야해.
웃어야해.
제대로, 해야해.

나는 누구?
시부야 린이 닌 나는 누구?
미카코가 되어라. 미카코가.
하지만 나, 나는――,


"……나, 나, 도, ……정말 좋아, 해……"


겨우 쥐어짜낸, 자신의 목소리라고는 생각못할, 너무 졸렬한 연기.
그 순간 튀기듯이 눈 앞의 프로듀서가 고개를 들었다.
크게 뜨여진 눈, 놀람으로 굳는 표정.

어째서 이런 대사 하나를 부드럽게 못하는거지?

어째서일까, 마음은 무서울 만큼 고요한데.
내 안에선 이미, 아무것도 아니게 되어버렸는데.
그저 몸 속이 아프고, 욱신욱신거려서.
 
"린, 씨――"
 
프로듀서의 어미가 놀라서 희미하게 떨고 있다.
왜 그래? 나, 뭔가, 이상한거, 틀려먹은 점이――
 
히끅, 목 안에서 소리가 났다.
(에?)
 
뺨이 차갑다.
턱 부근에 물이 맺혀가는 감촉.
톡, 톡, 작은 소리.
저도 모르게 아래를 본다. 발밑에는 이슬.
 
나, ――나, 어째서,
어째서?
 
받아내듯이 손을 내밀어도, 계속 물이 손바닥을 친다.
비가 아니다. 이건
 
얼마나 아파도, 괴로워도, 힘들어도, 계속 내내 줄곧.
눈물 하나 흘릴 수 없었을텐데――
 
"읏, 우, ……, 읏"
 
마음은 전혀, 어디도 아프지 않다.
사랑도 연애도 정도 절망도 자책도 혐오도, 모두 웃으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괴롭지도 않고, 힘든 마음도, 자신을 탓하는 마음도, 지금은 이미 어디에도 없다.
그런데 몸만이 멋대로 전력으로 아프다는걸 호소한다.
 
나는 갈갈이 모두 분단 되어서.
눈물따위 어디론가 가버렸을텐데.
그렇게나, 울고 싶어도 울지 못했는데.
 
몸은 마음을 배신한다. 멋대로 움직인다.
발밑이 격하게 지면을 친다. 뛰어간다. 곧게. 앞으로.
 
쿵, 부딛쳐서 뛰어든건 등이 넓은 냄새.
꼬옥 등에 손을 가마고 매달린다.
어째서?
이런거 하지 않아도 돼. 하고 싶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데, 왜.
"웃, 으, "
"린, 씨"
 
 
"우아아아아아아아……!!"
 
 
큰 소리로 우는 나를, 나는 믿을 수 없는 마음으로, 다른 사람이 된 기분으로, 의문부 투성이인 마음을 안고.
그저 석양만이 눈에 스며서, 그것이 아파서 견디지 못하고 있었다.
 
 
 
          ※
 
 
 
울다 지쳐서 힘이 쭉 빠진 나를 태우고 차는 달린다.
해는 저물고 창밖에는 꺼져가듯이 희미한 별.
그렇게나 울고 울고 울었는데. 아직 내 뺨에는 이따끔 눈물이 타고 떨어진다.
 
뭔가 말하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뭔가를 말하면, 전부 사실을 말해버릴것 같아서 무서웠다.
 
"린 씨"
아까까지 내내 말이 없었던 프로듀서가 앞을 본채로 말했다.
 
"웃고 싶지 않을때는……웃지 않아도 됩니다"
 
그 말이 조골의 정중앙에 서서히 스몄다.
몸속이 아파서 견딜 수가 없다. 목이 찢어질것 같고, 고동은 귀의 바로 옆에서 울리고 있다.
눈물은 아직 멈추지 않는다.
 
"……나"
 
툭, 의식도 하지 않았는데 혼자서 말이 흘러나왔다.
 
"프로듀서를, 조금 좋아했어"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꿈틀거리지도 않는다.
이런말 하고 싶지 않다. 하고 싶지 않은데. 내 의식을 배신하고 말은 이어진다.
 
"아빠같다고 생각했어"
 
"아마 나는 계속 당신을 아빠로 겹쳐보던거야"
 
"그러니까, 그런 당신이 결혼한다는걸 듣고……쓸쓸해져서"
 
어미가 떨리고 또 눈물이 또륵 떨어진다.
 
"그랬……던겁, 니까"
 
억누른 듯한 그의 목소리.
 
"나를 지켜주는, 아빠같은 사람이, 어딘가 멀리 가버리는것 같아서"
 
거기까지 말하고 기나긴 숨이 멋대로 새었다.
 
"하지만, 미소입니다라고 들었으니까"
 
"실은 그거 들었을때, 무척이나……기뻤으니까"
 
"그러니까, ……웃고, 싶었어"
 
 
 
미안해.
 
 
거기까지 말하고, 나는 얼굴을 피해서 창밖을 쳐다봤다.
모든것이 멀어진다. 그가 나에게 사죄하는 목소리가 희미하게 멀리서 들려온다.
별이 스민다.
 
(――거짓말쟁이)
 
완전한 거짓이 아니다,
하지만,
사실을, 하나도 얘기하지 않았어――
 
웃고 싶어서 웃은게 아니다.
비슷하긴 하지만, 아빠같다고는 한 번도 생각한적 없어.
결혼을 알고 생각한건 쓸쓸함 따위가 아니야.
좋아했던건, ……조금 따위가 아니야.
 
하나도, 사실이 아니야.
 
어느새 이런식으로 되었던걸까.
의식조차 하지 못한채 멋대로 입이 거짓말을 한다. 어째서 그런 내가 되어버린걸가.
그는 뭔가를 말하고 있다. 뭔가를 얘기하고 있다고 의식조차 못할텐데, 거기에 멋대로 대답을 하는 내가 있다.
술술 매끄럽게 입은 움직인다. 끝같은 무언가.
웃고 웃고 웃어서. 마음은 진작에 텅 비어버렸는데, 이 입술은 사랑을 끝내기 위한 수순을 제대로 밟고 있다. 말을 하고 있다.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걸까)
(하지만……이제 됐나)
 
더는 미혹시키지마.
괴롭게 하지마.
이 이상, 나를 텅 비게 만들지마.
빨리 끝내줘.
끝내줘.
 
별빛이 눈물에 스며서 가로등과 섞이었다.
지금 맑은것이 하다못한 기쁨이었다.
 
빨리 장마가 걷히면 좋겠다.
안 그러면, 비가 내릴때마다 나는 이 사랑을 떠올리겠지.
 
 
――더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거짓말쟁이인 그녀의 잔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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