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카테고리.

  1. 전체목록

  2. 그림

  3. 미디어



극채색의 빛 - 17. 미확인의 반짝거림을

댓글: 2 / 조회: 1121 / 추천: 1



본문 - 12-12, 2015 12:31에 작성됨.

극채색의 빛 - 17. 미확인의 반짝거림을

 
 


조수석의 그녀는 평소보다 조금 허무하게 보였다. 아마 반해버린 편파어린 시선이다. 아니면 밤이라서 그럴까.
내리뜬 눈빛은 나른해보이며 이따끔 가로등으로 속눈썹이 뺨에 그림자를 떨어뜨린다. 가로등 빛으로 하얀 손가락은 평소보다 훨씬 가늘게 보였고 부드러워보이는 몸을 꼬옥 붙드는 안전띠는 평소보다 답답하게 느껴졌다. 분명 전부 자신의 기분 탓이다. 평소보다 그녀가 아름답게 보이는것도, 이 가슴의 고동도, 모든것도 다.

――이대로 어디론가 멀리 가버리고 싶다.
그녀를 데리고, 어디까지라도 간다면.

시답잖은 망언이다.
그녀는 그런걸 생각도 하지 않을테고, 실제로 실행해버리면 틀림없이 그건 범죄다.
그래도 핸들을 쥐는 손은 영문 모를 초조감을 타고 타케우치는 거기에 따르고 싶어진다.

비내리는 밤이었다.



          ※



모두 순조로웠다.
그녀가 안은 콜럼은 두 개가 되고, 라디오 방송은 메인 퍼스널리티만으로 둘, 게스트도 포함하면 상당한 수가 됐다.
카메라를 극복하는 트레이닝도, 셔터 소리는 통상대로고 장난감 카메라를 사용해도 괜찮게 되었다. 이 상태라면 카메라 앞에 복귀할때까지 그리 시간은 걸리지 않겠지.
그리고, 타케우치 자신의 일도.

(맞선, 인가)

슬슬 체념을 해야할 때다.
상대 아가씨는 흠잡을곳 없는 좋은 분이었다. 너글하고 다정해보이고 웃을때 얼굴이 조금 작은 동물같고, 배려도 있는 여성이었다. 이쪽을 마음에들어줫다고 연락이 들어온건 꽤나 전이다.
그걸 자신의 사정만으로 기다리게 해버리고 있다.
부장은 이상해하고 있었다. 저렇게나 좋은 아가씨인데 왜 망설이냐고. 그래도 발걸음을 좀처럼 나서지 않는다고 말한건 타케우치다. 스스로 기다리게 한 이상, 슬슬 답을 내지 않으면 안 된다.

눈 앞에는 린네가 보컬 레슨을 하고 있다.
생각을 하면서도 무의식중에 손에 든 메모에 멤버의 오늘 컨디션을 쓰고 있다. 린으로 말하자면……드물게도 컨디션이 나빠 보였다. 고음이 가끔 들려버린다. 어째서일까. 이후에 비주얼 레슨 예쩡이니까 물어봐야겠다. 오늘부터 싼 컬러풀한 폴로라이드 카메라를 쓸 예정이었다. 린이 말하는 '나를 프로듀서가 찍어줘'라는것이 이루어지는 날이기도 하다.
(그런데……)
린의 표정의 초조함이나 흐린데 뭔가 불길한 것을 느끼는 타케우치였다.



          ※



인기척이 없는 늘 하는 비주얼 레슨장. 오늘은 드물게도 장마가 겆혀서 맑다.
린은 어깨를 떨구고 서있다. 어떻게 말을 걸지 망설이고 망설인 끝에,
"……무슨, 일이십니까"
평소대로 재미없는 질문밖에 할 수 없었다. 갑자기 린이 웃는다. 그 표정에 자조같은 기색을 느끼고 타케우치는 놀랬다. 이런 웃음을 짓는 소녀였던걸까. 린이 고개를 든다.

"평소대로구나"
"……그건, 무슨 의미인가요"
"으응. 아무것도 아니야. 아무것도 아냐. 프로듀서에게 있어서도, 아무것도 아니잖아?"
"?"
"그러니까 평소대로인걸. 응. 알고 있어"
"린 씨……?"
"하지만, 나는……"

고개 숙인 린의 표정은 보이지 않는다. 울고 있는걸까 애가 탄다. 하지만 린은 그대로 굳은 표정으로 슥 고개를 들었다. 울지 않는다. 울지 않는데――심히 슬프게 보였다.
어째서.

"어째서……입니까?"
"뭐가? 나는 평소대로야. 평소랑 같아"
"그러니까, 그게"
"어디도 다르지 않아. 그렇잖아?"

확실히 그랬다. 예쁘게 선 모습도, 늠름한 분위기도, 날카로우면서도 부드러움을 깃든 눈빛도, 예쁜 얼굴도. 평소와 다를바 없다. 그런데, 어째서.
(이렇게나 슬프게 보이는걸까)
빤히 쳐다보고 있으니 갑자기 린의 얼굴이 일그러졋다. 우는가 싶었다. 두근거렸다.

"……저기, 어째서?"

그건, 오삭할 정도로 예쁜 표정이었다. 비통할 정도로 슬프고, 그런데 미소는 그대로.
"하, 에, 뭐가――"
하지만 순간 그 아름다움은 사라지고 평소의 린의 표정으로 돌아온다.
"아무것도 아냐. 자, 시작해야지"
일, 그 밖에도 많이 있잖아? 라고 말하는 린에게 마지못해 끄덕인다.
그대로 카메라를 들었다.



          ※



파인더 너머의 린은 예뻤다.
뭔가 평소와 전혀 다른, 굉장히 다른 무언가를 가슴에 감추고 있는건지, 귀기어린듯한 박력마저 있어서. 절실함이나 집중, 호소하는듯한, 이쪽의 심장을 직접 뒤흔들어오는 듯한, 그런 견딜 수 없는 표정이나 몸짓에. 눈빛 하나로 세상이 뒤흔들리는 듯한 힘이 있어서.

(……굉장해)


아연해했다. 반쯤 정신을 놓으면서 셔터를 눌렀다. 최고의 피사체를 앞둔 카메라맨이라는건 이런 기분이 되는걸까. 손이 멋대로 셔터를 누르는것 같았다. 어떻게 해줫으면 좋은지, 어떤 각도가 좋은지, 그런 지시는 둘 사이에 한 마디도 날지 않았다. 서로 통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린이 어떤 식으로 찍어줬으면 싶은지 타케우치에겐 알 수 있었고, 타케우치가 어떤 식으로 해줬으면 싶은지 린에데고 알아버리는것 같아싿. 말없이 몇시간, 필름을 교체하는것도 아쉽다는듯이 타케우치는 셔터를 눌렀다.



          ※



"굉장해……굉장합니다, 린 씨"
"……그래?"
흥분하며 그렇게 말하니 린은 한 번도 마시지 않았떤 물을 겨우 들고 슥 앉았다.
그만큼 서로에게 집중하고 있었다. 목이 말랐다는걸 이제와서 깨닫는다. 하지만 아무것도 갖고 있지 않았다.
그때 물병이 내밀어진다. 쳐다보니 린이 생긋 웃으며,
"자, 물"
"에, ……아니 하지만"
"뭐야. 못 마셔?"
술을 권하듯이 물을 마시게 하는군, 라며 잠간 생각하고 여기서 그저 망설이면 도리어 의심받는게 아닐까 생각하고 최종적으로 타케우치는,
"……받겠습니다"
라고 하며 물병을 들었다.
하지만 아직 망설임이 있다. 병의 입 부분을 쳐다보고 만다. 목덜미에 손이 간다. 그러자.

"아하하하!"
"리, 린 씨?"
"에이참 프로듀서. 그거 미개봉이야"
"엑"

요컨대 자신은 터무니 없는 우스꽝스런 모습을 보였다는 소리다. 얼굴에 피가 쏠린다.
자포자기로 물병을 열었다. 엄청 간단하게 열렸다. 악력에는 자신이 있다.
입을 대고 마시고 있으니 린이 빤히 이쪽을 올려다본다. 푸하, 입을 뗀다.

"으, 하아, 왜 그러십니까"
"으응. 아무것도 아니야"
"하아"
"자, 이제 끝. 그 이상 마시면 내 몫이 없어져"
"엑"

잊고 있었다. 이건 린의 물이지, 라는건, 이후――,

"자, 몰수"
그렇게 말하고 린은 아무 망설임도 없이 병에 입술을 대고 하얀 목을 보였다. 왠지 묘하게 요염해서 두근거리고 만다. 의식해버리는 자신이 미숙하다고 알고 있어도, 그래도.
무리하게 눈을 피해버렸다. 꿀꺽, 꿀꺽 소리가 난다. 푸핫, 하는 숨내쉬는 소리.

"프로듀서"
"아, 네"
시선을 되돌리니 린이 짖궂은 얼굴로 웃고 있었다.

"간접키스네"
"읏!!"

알고는 있었다. 있었는데, ……왔다. 부왁, 하며 무언가가 밀려오는듯한 감각. 현기증이 난다.
올려다보는듯한 시선이나 병을 든 가느다란 손가락이나, 복숭아색의 작은 입술이 가슴에 닥친다.
저도 모르게 눈을 피하니 린이 쿡쿡 웃었다. 아무래도 완전히 기운을 차린 모양이다.

"프로듀서"
"네"

린이 슥 일어서서 타케우치의 정면에 선다.
시원스러운듯한, 어딘가 후련한듯한 얼굴이었다.

"나, 나말야……이제 됐어"
"네?"
"이제, 됐어……된거야. 분명 괜찮아"
"라고 하시는건"

리는 잠깐이지만, 정말로 아주 잠깐이지만 어딘가 그늘이 있는 표정을 보이고, 또 원래의 웃는 얼굴로 돌아가 말했다.

"이제 카메라, 괜찮다고 생각해"
"정말입니까!!"

저도 모르게 앞으로 몸을 내밀어버렸다.
린은 희미하게 미소지으며 응, 이라고 말한다.

"정말로……다행입니다……"
"응"

어덯게 될까 생각했다. 더는 틀렸다고 몇 번이나 생각했다.
그래도 린은 열심히 노력해서 여기까지 와주었다.
오가는건 뭐라 형용하기 어려운 감동같은 것.

"프로듀서"
"네……"

린은 슥 고개를 숙인다.

"여기까지 어울려줘서, 그리고 마지막에 최고의 사진을 찍어줘서……고마워"
"그런, 당치도 않습니다, 저는"
"그래도"
끊긴다.
"그래도, 나 기뻤으니까"

고마워.

린의 말에 지금까지의 모든것이 보답받은 느낌이 들었다.
정신을 차리니 태양이 서쪽으로 저물려고 하고 있었다. 멋진 석양이었다.



          ※




"…………그러니까 이제, 괜찮아. 당신에 대한것도"

"린 씨, 왜 그러십니까?"

"아무것도 아냐! 자, 얼른 돌아가자!"



미확인의 반짝거림을




 

 

 

1 여길 눌러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