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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채색의 빛 - 15. 눈동자 앞의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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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2-12, 2015 12:24에 작성됨.

눈동자 앞의 별
 





손끝으로 만들어낸 시야너머에는 한 명의 아이돌이 보였다.

그녀는 생생하게 표정을 바꾸고 포즈를 바꾸고 반짝이는 눈동자로 이쪽을 쳐다보며, 때로는 우수를 띤 표정을, 그리고 최고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파인더 너머의 그녀는 이렇게나 반짝이는가 감동마저 느꼈다.

시부야 린.

그녀는 역시, 빛나야할 아이돌이다.


          ※


처음으로 만났을때를 떠올렸다.

자신의 과실로 신데렐라 프로젝트에 세 명의 결원을 냈다.
열심히 할 생각이었던 말이나 태도가 그녀들에게 부담을 주었다는것이 너무나 충격적이라 뭘 하면 좋을지 망설여, 묵묵히 뒤쪽에 철저하게 하려고 결심한 그런 나날.

그때, 시부야 린과 만났다.

우르르 웅성대는 도로 가운데 뻥 뚫린 공간이 있어서 쳐다봤더니, 거기에는 울고 있는 아이와, 그리고 그걸 어찌할바 모르는듯 쳐다보는 소녀가 있었다.
앚기새로운 로퍼, 매끈하고 솔직한 다리, 나이에 상응하는 짧은 치마, 주머니에 대충 쑤셔넣은 손, 조금 모난 검은 카디건, 느슨한 넥타이와 반짝 빛나는 목걸이.
그리고.
옅은 입술, 하얀 피부, 작은 귀――그리고 놀랄만큼 단정한 얼굴.

하지만 이끌린건 눈동자였다.
깊은 색을 가진, 무언가를――강한 정열이나 격정을 감추고 있는듯한 눈동자.

길고 검은 속눈썹이 애수를 띠고 그것들을 두르고 있다.
끔뻑거릴때마다 타케우치는 반짝, 반짝 눈동자가 빛나보였다.


(아이돌이다)


무의식중에 마음이 그렇게 중얼거렸다.
보석같았다. 마음이 저리고, 그보다도 좀 더 깊은곳이 떨렸다.
이 사람을 놓쳐선 안 된다고 본능이 경고했다. 반드시 붙잡아야한다고.
그 사고를 깨닫기 전에 다리는 앞으로 나서고 있었고, 어느샌가 모여있던 경찰에게 가고 있었다. 그 탓에 괜히 번거로운 일이 일어났지만, 그건 또 그거다.

그렇게해서 실제로 대화해본 그녀는 인상이 조금 달랐다.
퉁명스럽고 무뚝뚝, 거기까지는 예상대로였지만, 그 불타는 듯한, 데일듯한 무언가를 보였던 눈동자와는 반대로 그녀 자신은 즐거운일은 아무것도 없다, 인생은 그런거라는 식의 식은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기회라고 생각했다.

몇 번이나 얼굴을 보이며 말을 붙였다.
명함만이라도 라는건 구실이고 경계심을 풀고 싶다는게 본심이었다.
그녀의 본심을 듣고 싶다.
정말로, 그 눈동자에 잠든 격정을 향하는 곳은 없는것일까.
인생을 즐거운거라고 생각하고 있는걸까.
무언가에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일 잊을법한 무언가를 찾은건 아닐까.
자신의 정열을 깨달을까.

묻고 싶은건 산더미만큼 있었지만 이미 자신은 묵묵히 수레바퀴에 철저하자고 생각했으니까 묵묵히 있었다. 묵묵히 그저, 그녀의 자주성에 맡기며 명찰을 건냈다. 그래도 놓칠 생각은 아마 없었다고 생각한다.

몇 번인지 모를 정도가 되어서 겨우 그녀는 꺾였다.
정확하게는 검문을 받는 자신을 구하려고 였지만.
그래도 명찰을 받아준건 무척이나 기쁜 일이었다.

이때라는듯이 말을 했다. 결과는 참패.
나는 아이돌 따위 흥미없어, 라고 딱 잘라버렸다.
그래도 그녀의 눈동자는 여실하게 무언가를 격정의 갈곳을 찾는걸로 보여서 여기서 그만둘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녀를 위해서가 아니라, 반쯤은 자신을 위해서였다. 처음 만났을때 반짝임을, 타케우치는 강하게 믿고 있었다. 그녀라면 톱아이돌을 지향할 수 있다. 그만큼의 자질이 그녀에게는 있었다.

결국, 그녀의 등을 민것은 우즈키였다.
아이돌이 되고 싶어, 라는 꿈을 한결같이 쫓는 소녀. 우즈키는 춤이나 노래 재능은 일반인 수준이었지만, 어떠한 때라도 미소를 잊지 않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강한 심지가 있다. 그런 그녀에게 린은 촉발된 모양이었다.

잘 부탁해, 라고 들은 그날부터 줄곧.
자신은 그녀의 프로듀서다.
그리고 그녀는 줄곧, 타케우치에게 있어서 아이돌로 있는다.



          ※


단 둘만의 비주얼 레슨을 시작한지 며칠이 지났다.

그녀의 회복은 현저해져서 지금은 손가락으로 ㅁ나든 파인더에 전자음 셔터 가짜 소리를 음량을 섞어서 틀어도 태연해졌다. 큰 셔터음이나 실물 렌즈는 아직 무섭지만, 공포도 족므씩 풀어지고 있다. 이건 생각했던것보다도 빨리 복귀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라디오나 잡지 콜럼도 호평이었다. 특히 콜럼 쪽의 반향이 커서 꾸밈없는 문체로 쓰여진 등신대의 소녀의 모습, 이라는게 인기였던 모양이었다. 연재을 한번 더 갖지 않겠냐는 얘기되 왔다. 무대에서는 몰랐던 시부야 린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는거겠지. 확실히 그녀는 노래가 큰 매력인 아이돌이었지만 그녀의 내면이라는것도 대단히 매력적이다. 퉁명스러우면서 무뚝뚝해보이지만 정이 깊고 성실하고, 현재 상황을 부엄해서 보는데다 물사를 제대로 생각한다.

(그런 모습을――,)

아니아니, 라며 고개를 저었다. 지금 뭘 생각하려고 한걸까.
자신은 그녀를 잊겠다고 맹세한 것이다. 그녀는 아이돌이고, 그리고……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지만, 그런건 문제는 아니다. 자신의 마음이라는건 관계없는 것이다.
중요한건 린의 아이돌로서, 인간으로서의 장래. 그걸 위해 프로듀서로서, 어른으로서 정당해지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 죽이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연정을.


"――에이"
"!?"

툭, 미간을 누르는 감촉이 나서 뛸듯이 놀랐다.
눈 앞에는 짖궂은 표정을 지은 린이 있다.

"미간에 주름"
"어, 아, 네, 죄송합니다"
"무슨 생각한거야?"

말할 수 있을리가 없다.
비주얼 레슨의 휴식중, 린은 타케우치의 옆에 툭 앉고 물병을 들어 단번에 비웠다. 하얀 목이 드러난다. 놀라 빨려들어간 시선을 억지로 떼어놓는다.
그런건 깨닫지 못하고 린은 푸하, 하며 입을 떼고

"나, 알아. 프로듀서가 뭘 생각하는지"
"에"
"나의 장래에 대해서 생각한거지"
"어째서, 그걸"

놀란다. 린은 표정을 풀며 알어, 라고 말한다.

"어째서일까. 신기하지만 말야, 찍히는 측에서도 꽤 찍는 측을 알거든"
"……그 반대라면 자주 듣습니다"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고 있으면 놀랄만큼 피사체를 알 수 있는 순간이 있다. 슬로우 모션으로 보이는 때가 있다, 라고 말했던 사람도 있다. 상대가 뭘 생각하고 잇는지 손에 잡힐만큼 아는 순간이 있다라고도. 그것과 반대가 피사체에게도 일어난다는걸까.

거기까지 생각하고 오싹했다. 연심.
이건 전해져선 절대로 안 되는 것이다.
조심조심 린에게 묻는다.

"저는……어땠습니까"
"응. 나를 많이 생각한다고 생각했어"
"린 씨……를"
"그야 찍고 있으니까 당연하겠지만. 왠지 이거……깊게 여러모로 생각해준다고 하는걸……알아"

고마워. 그렇게 말하고 그녀는 살짝 미소짓는다. 죄악감이 드러난다.

"저는 그런……그런건, 아닙니다, 아니, 있지만요,"
"후후후, 어느쪽이야"
"어음……이, 있습니다"

거짓말을 할 수 없다. 하다못해 생각한 내뇽에 대해서는 추궁하지 말자.
린이 시원스럽게 웃는다. 최근에 그녀는 정말로 잘 웃게됐다. 한번 크게 울고나서 후련해졌다는 모양이다, 쓴 콜럼도 긍정적인게 많다. 다행이다.

슥, 린이 일어선다.

"자, 슬슬 계속 힘내볼까"
"네"
"예쁘게 찍어줘"
"네"

언젠가 진짜 카메라로 그녀를 찍는다. 그게 목표다.
그게 된다면 얼마나 멋질까, 생각한다.
파인더 너머로 그녀는 빛나고 있었다. 누가 보아도 틀림없이 아이돌이었다. 카메라맨들은, 관객석의 팬들은, 언제나 이런 그녀를 만나고 있었냐고 놀랄 정도로. 그걸 자신의 손으로 사진을 찍는다는건 무척이나, 무척이나 좋은 일인것처럼 생각한다.

"무리는 하지 말도록 하세요. 기분이 나빠지만 바로 말해주세요"
"알았어"
"그럼 시작합니다"

전자음 준비.
그녀와 단 둘만의 촬영회가 시작된다.



          ※


시부야 린은 고등학생이다.
시부야 린은 아이돌이다.
시부야 린에게는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그녀에게는 빛난 미래가 약속되어 있다.

자신이 들어갈 틈은 어디에도 없다.
포기하기 위한 요소는 얼마든지나 거론할 수 있다.

빨리 몸을 빼지 않으면. 사랑을 죽이지 않으면.

안 그러면, 아아.

(파인더 너머의 그녀가 너무나도 예뻐서)

매일매일, 점점 좋악하게 된다. 늪에 빠져버린다.


 


"부장"
"응?"
"저는 슬슬 결심하려고 생각합니다"



사라져라, 연심.
저 빛은 팬의 것이다.
그녀의 미래는 좋아하는 사람의 것이다.
나는 그저, 프로듀서로서 관여할 뿐.

어떻게든 해야한다.
얼른, 얼른.







눈동자 앞의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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