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카테고리.

  1. 전체목록

  2. 그림

  3. 미디어



극채색의 빛 - 12. 당신의 신데렐라

댓글: 4 / 조회: 1145 / 추천: 2



본문 - 12-12, 2015 12:15에 작성됨.

당신의 신데렐라
 




프로듀서의 눈이 천천히 크게 뜨여간다.
책상 위에 올려두고 있던 손이 꼬옥 움켜쥐어져서, 입이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쩍 열렸다.
하지만 말은 아무것도 나오지 않고, 그것이 갑자기 입어버린 그의 상처를 드러내는 모양이었다.

(이런식으로 상처입히고 싶지 않았어)

일찍이, 그의 곁에서 나와 마찬가지로 떠나간 사람들이 있다는걸 알고 있다.
그 일로, 그가 얼마만큼의 상철르 입고, 그리고 뒤로 내빼었더는ㄱ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말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나는, 아이돌을 그만둔다.

"그만둘거야. 이미 정했어"
"…………린, 씨,"
"그치만 그렇잖아. 카메라 앞에 못 서는 아이돌은 무의미해"
"……………………,"
"나, 그만둘거야. 지금까지 줄곧, 줄곧……고마워"

미안해. 그럼.
그렇게 말하고 발꿈치를 돌린다.
프로듀서의 방을 나와, 사무소 안에 동료가 무슨 일이 있었다는식으로 나를 쳐다보지만 대응할 수는 없어서, 짐을 간단하게 정리해서 빠른걸음으로 사무소를 나왔다. 꽃병은 크니까 들지 않았다. 다음에 보내달라고 하면 된다. 지금은 더 이상, 여기에는 있을 수 없다.

뒤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는 나지 않았다.
조금은 안도하고, 하지만 쓸쓸했다.



          ※


나는 카메라 앞에 설 수 없다.
그걸 깨달은건, 며칠 쉬고 천천히 생각을 했을때였다.
어째서 촬영을 못 했는지를 생각하고, 실패했을때는 아무것도 떠올리지 못하고, 정신을 차리니 탈의실에 있었지. 납득이 가지 않으니까 하나씩 일을 했을때를 떠올려봤다.

미카 선배의 라이브에 선것. CD 데뷰가 정해진것. 그 자켓이나 프로모션 사진의 준비. 수록. 엉망이었던 첫 라피브. 캠페인. 노래 방송. 버라이어티 몰카 기획. 아이돌 페스티벌. 여러가지……정말로 여러가지 있었다. 많은 일을 해왔다.

그것들의 반짝거리는 보석같은 기억을 떠올리며, 결심한 몸이 공포로 떨리는 순간이었다.
그건 카메라. 그 검고, 눈알이 큰, 위압감이 엄청난, 사진이나 VTR을 찍는 녀석.

――나는 카메라가 무서워.

깨달은 순간, 발밑이 무너져버리는듯한 절망을 맛보았다.
그런건, 그치만, 너무하다.
발판따위 없는거나 마찬가지인, 갑작스럽게 스카우트 당해서 갑자기 데뷔가 정해졌지만, 그래도 열심히 헤쳐나왔고 겨우 일이 궤도에 올랐는데. 그런데.
이제 두번 다신 카메라 앞에 못 서는건가.

카메라 앞에 서는건 결코 특별히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아이돋ㄹ로서 일을 하는건 즐거웠다. 힘든 일도 즐거운 일도 많이 있었다. 카메라는 다른 곳에 있는 팬에게 나의 마음을 전하기 위한 소중한 도구였다. 그런데. 지금은 공포가 가득하다.

죄악감이 가슴을 조여온다.
갑자기 프로듀서에게 그만둔다고 말했을때도, 아이돌로서 제대로 팬에게 인사를 못했던것도, 동료에게마저도 그 진상을 말 못했던것도. 전부 심한 배신이다,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더는 안 된다. 할 수 없다. 도무지 달려갈 수가 없다.
유리 구두는 깨져버렸다. 마법은 끝이다. 나는, 아무 특징도 없는 단순한 여자애가 된다.

침대 배게에 엎드렸다. 눈물이 자욱자욱 흘러나온다.
"……미안, 해……더 이상, 나는"
최근 며칠간 울기만 한다. 괴롭다. 슬프다. 할 수가 없다. 도저히 어찌할 수가 없다.
그치만 덛는 한 걸음도 걸을 수 없다. 괴로워서 견딜 수가 없다.

스마트폰을 들고 뒤집는다. 카메라 란제를 보려고 하다, ……하지 못했다.
이런 조그만 동그라미가 무척이나 무섭다. 한심하다. 분하다. 스마트폰을 든 손을 들어올린다.
그대로 들어내리려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카메라는 전혀 나쁘지 않다. 나쁜건 두려워하는 나. 결국, 힘없이 손은 침대로 떨어진다. 오열. 목도 배도 가슴도 마음도 전부 아프다.

딸꾹질을 하고 있으니 문이 조심스레 두드려졌다. 엄마에게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다. 필사적으로 오열을 죽이고 대답을 한다.
"지금 좀 힘들어서……나중에 도와줄게, 미안"
하지만 돌아온건 전혀 예상밖의 인물이었다.

"린 씨……얘기를, 얘기를 합시다"
"에,"

프로, 듀서? 어째서?
무심코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다. 그때 쫓아오지 않았으니까 순전히 이젠.
스멀스멀 여러 감정이 솟아오른다. 죄악감, 슬픔, 공포, 그리고 아주 희미한 연모.
떨리는 목소리를 필사적으로 억누르고 문 너머로 대답을 한다.

"미안, 특별히 할 얘기는 이제 아무것도 없어"

말한 순간 눈물이 흘러나왔다. 필사적으로 소리를 죽인다.
이 사람에게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다. 이런 심한 방법으로, 난데없이 그만둔다고 말했다. 그러니까 하다못해, 미움받거나 실망시키는 편으로 있고 싶다. 걱정받거나 다정하게 받고 싶지 않다.
하지만 프로듀서는 다정하니까 물고 늘어진다.

"뭐든 좋습니다. 부탁합니다. 들어가도……되겠습니까"
"안 돼"
"그럼 이대로라도 좋습니다, 부디……부디 얘기를 하게 해주세요"
"돌아가"
"안 돌아갑니다"
"부탁이니까 돌아가"
"오늘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안 돌아갑니다"

그 말에 눈물이 멈추지 않게 된다. 어째서 이런 식으로 해주는걸까. 이제 나는, 당신의 아이돌이 아닌데. 서툰 다정함과 결의가 가슴에 아프다.

"나, 그만둘거야"
"……별수없는 사정이 있다면 그래도 상관없습니다. 그래도, 그래도……얘기를 하고 싶습니다"
"………………어째서?"

무심코 본심이 새어나온다. 닦아도 닦아도 눈물은 나온다. 오열이 나오지 않도록 목을 부여잡으면서 문 너머에 있는 따뜻한 감각에 귀를 기울인다.

"얘기하고 싶다고, 제가 생각했기……때문입니다"
"그건……프로듀서로서?"
"읏, "

숨을 삼키는 기색. 얼마간의 망설임. 하아, 라는 숨결.
마치 바로 옆에 있는것 같다고 생각하고 처음으로, 전신전령으로 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는걸 깨닫는다. 그치만, ……어쩔 수 없잖아. 이 사람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다. 상처를 입혀도, 그만둔다고 말해도 와주었다. 얘기를 하고 싶다고 말해줬다. 그것이……기쁘다. 문 너머에서 작은 기침 소리가 들려온다.

"프로듀서로서도 오긴 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저 개인으로서 입니다"
"…………."

아아, 라고 생각해버린다. 가슴이 따뜻해진다. 올라가선 안 된 기쁨이 솟아오른다.
좋아하게 되버려선 안 되는 사람이다. 그리고 앞으로 나는 그와 관계가 사라지고 만다. 그러니 하다못해, 이 한 마디만큼은 기억해두고 싶다. 그저 개인으로서, 나를 위해 와주었다. 이것만으로 나는, 이후로도 일반인으로서, 단순한 시부야 린으로서 걸어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고마워, 프로듀서"
"린 씨,"
"이제 됐어. 이제 충분해"
"린 씨!"
"잠시 좋은 꿈을 본것 뿐이야. 지금까지 고마워. 즐거웠어"
"그런게, 아니라……!"

이제 됐어. 지금까지 즐거웠어. 과거의 일이야.
모두들, 프로듀서도 고마워.
나는 이걸로, 프로듀서 덕분에 유감없이 그만둘 수 있어.

그러자 덜컹!! 소리가 났다. 엄청 놀랬다.
문 손잡이가 돌아가는 소리다. 그대로 밀려진다.

"에, 싫어, 기다려!"
"기다리지 않습니다"

프로듀서는 결의의 표정으로 방 안으로 성큼성큼 들어왔다.
이런건 처음이라 나는 당황한다. 그치만 그는 언제나 우리들의 의사를 존중하고 내딛지 않기를 바랄때는 절대로 내딛어오지 않을……텐데.
침대에 앉은 나를, 프로듀서가 내려다본다. 그리고 눈이 조금 크게 뜨여진다.

"울고 있었군요"

역시, 라며 말을 잇는다. 간파된것 같아서 뺨이 빨개진다.
황급히 고개숙인 시선에, 그의 손이 있다. 꾸욱 움켜쥔 손은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억지스럽게 해버려서 죄송합니다. 하지만, 여기서부터는 저 개인의 의견입니다"
"프로듀서, 로서가……아니라?"
"네"

그 중후하고 강렬한 눈빛이 나를 보고 있다. 불타버릴것 같다.

"린 씨"
"……왜"

슥, 그의 머리 위치가 내려온다. 동체의 위치도. 무릎을 굽혔다는걸 깨달았을때는 그는 이미 융단 위에 양 무릎을 꿇고 있고, 그대로 깊게 고개를 숙였다.


"그만두길 원하지 않습니다"


"뭐, 뭣……,"
이른바 엎드려 빌기다. 무슨 짓을 하는거냐고 황급히 침대에서 뛰어내린다.
"그만해 프로듀서! 머리 숙이지 않아도 돼! 내가 나쁜거니까!!"
하지만 그는 고개를 들지 않고 계속한다.

"린 씨가 그만두고 싶은 사정이 있는건 잘 알고 있습니다. 마음도, ……모르는건 아닙니다. 하지만, 그래도, 저의 아집입니다. 제발 그만두길 원하지 않습니다"
"그건……어째서?"

프로듀서로서의 의견이 아니라고 그는 말했다.
지금까지 나를 양성하는데 들인 비용, 노력, 앞으로 내다볼 수입, 그런것이 머리를 스쳤지만 그는 프로듀서로서가 아니라 그저 개인으로서 그만두길 바라지 않는다고 나에게 말한다.
몸은 엎드린채로, 고개만 슥 올려졌다. 아플정도로 강렬한 시선이 나를 꿰둟는다. 당황한다.

"이유는 없습니다. 저는 당신이 계속 있어주길 원했습니다"

그런 아무 꾸밈없는 말은 내 심장을 꿰뚫었다. 그치만 나는 그를 좋아한다.

"하지만,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어쩔 수 없다고, 포기할 수 있는게 아닙니다"
"프로듀서……"

힘이 빠져간다. 어째서 이렇게나 나를 원하는걸까.
카메라 앞에 설 수도 없는 별볼일 없는 아이돌을. 어째서.
이유는 없다고 그는 말했다. 그것이 견딜 수 없을만큼 가슴에 와닿았다.
계속 참고 있던 눈물이, 한 방울 흘러떨어졌다.

"그치만……그치만"
"린 씨"
"나, ………………카메라가 무서워"

사실을 말해버렸다.
하지만 그는 직책을 버리고, 그저 열의만으로 여기에 온것이다. 대답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검은 동그라미가 견딜 수 없이 무서워. 스마트폰의 카메라도 볼 수 없다. 더욱이나 촬영이나 수록이라니, 도저히는 아니지만 무리. 이런 내가, 아이돌을 그만두지 않고 있을 순 없어"

그렇게나 참고 있던 눈물이 점차 뺨을 타고 흘러 떨어진다. 그는 통증을 참는듯한 표정으로 그걸 쳐다보고, 갑자기 고개를 숙엿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고개를 팟 든다.

"카메라가 들어가지 않는 일도 있습니다, 라이브라던가……, "
"하지만 대부분의 일은 카메라가 있잖아. 역시 난"
"그래도!!"

큰 목소리였다. 필사적인 형상이었다. 평소부터 무서운 얼굴이 더 무서워진다.
그는 어딘가 굉장히 아프다는 얼굴을 한채로 나를 집어먹을듯이 쳐다보고 있다.

"그래도, 함께 노력하고 싶습니다"
"함께……"
"그렇습니다. 극복합시다, 린 씨"
"터, 터무니 없는 소리마!"

그렇게나 무서운거다. 이제 두번 다신 카메라 앞에 설 수 없다고, 결의할 정도로.
하지만 그는 말한다.

"언제까지라도 제가 같이 있겠습니다. 그러니까 함께"
"……, "
"힘들지도 모르지만, 계속 곁에서 함께 노력하겠습니다. 그러니까,"
"………………어째서?"
"에?"
"어째서, 나를 위해 그렇게까지 말해주는거야?"
"그건……"

거기까지 말하고 그는 처음으로 표졍을 풀고――아니, 이건 틀림없이 미소다.



"이유는 없습니다. 그저 제가 린 씨의 곁에 있고 싶습니다"



"……읏, "
틀렸다. 운다.
양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오열이 흘러나온다.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기쁘다. 이 사람에게, 바래지는것이 기뻐셔 견딜 수가없다.
딱딱하게 굳어있던 마음이 풀어져간다.


"……, 시간, 걸릴거야"
"상관없습니다"
"일도, 그 동안 거의 못 할거야"
"상관없습니다"
"프로듀서, 바쁜데……힘들거야"
"바라던 바입니다"
"읏, 후훗"
"……겨우"
"?"

그가 부드럽게 웃는다. 이런 표정을 지을 수 있는 사람이구나.

"겨우, ……미소를 봤습니다"
"……아이돌이니까"
"네"

울다 웃는 이상한 얼굴. 그래도 프로듀서는 웃어주었다.
여기에 와줘서, 방에 들어와줘서, 얘기를 해줘서. 무척이나 기뻤다.
함꼐 노력하자고 말해줘서, 정말로 기뻤다.


그러니까…….
아주 조금만, 나는 당신의 아이돌로 있으려고 생각해.
고마워, 프로듀서.









당신의 신데렐라











 

 

 

2 여길 눌러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