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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채색의 빛 - 11. 그것을 죽일 약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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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2-12, 2015 12:15에 작성됨.

그것을 죽일 약을 주세요
 




움츠러든 작은 몸.
더는 견딜 수 없어, 라는 식으로 흘러나오는 오열.
황급히 다가가도 그녀의 눈동자는 아무것도 비추지는 않고, 아무리 불러봐도 응답이 없다.

남자인 자신이 만져도 될지 순간 망설였다.
하지만 남자이기 이상으로 나는 그녀의 프로듀서였다.
망설임을 굽히고 넓은 상의를 어깨에 걸쳐주고 굳게 끌어만아 일으켜 세운다.
한 시라도 빨리 여기에서 데리고 나가고 싶었다.

어째서 이렇게 되버린걸까, 원인은 알고 있다.
나 때문이다.

안이하게 실적만으로 사람을 신용해서 단 둘이 있게 만들었다.
그 결과가 지금의 린이다. 이를 악문다.
울고잇는 몸이 기대어서 그녀의 다리가 잇따라서 제대고 걷지 못하고 있다.
오열의 간격에 목소리가 들려온다. 프로듀서, 어디에 있어. 심장이 아프다.
그때 그녀를 혼자 놔둬서는 안 됐는데.

무슨 일을 있어도 그녀의 곁을 따라가야했다.
사적인 감정과 일의 사이에서 마음은 흔들려서 그녀의 곁에 있고 싶다는건 사적인 감정이라고 생각해서 끊고 카메라맨에게 일을 맡겼다. 하지만, 곁에 있는것도 일중 하나엿을 것이다.
지금이라면 안다. 그녀에 대한 사랑에 고집해버린 나머지, 일과 사적인 감정의 한계선이 보이지 않게 되어버렸다고.

린은 떨며 울고 있다. 잘 모를 말을 중얼거리면서.
이 사랑은 포기해야한다, 라는 마음이 더욱 강해졌다.
마음속에서 몰래 기르는것마저도 분명 죄다.

연심을 완전히 죽이지 않으면 안 된다. 그녀를 위해서.




          ※


일의 진상을 따지고난 다음날, 린은 사무소에 오지 않았다. 그 다음날도.
메일을 받은 다른 멤버에 의하면 몸 상태가 나쁘다, 병문안도 가능하면 아직 오지 말아줬으면 하는 모양이다.

가는 편이 좋을까 고민했다.
그녀는 와주길 바라는걸까. 아니면 오지 않는 편이 좋다고 생각하고 있는걸까.
자신은 가고 싶다. 가고 싶지만, 그견 연모에서일까. 직무이기에 그런걸까.

아무것도 모르겠다. 이 사랑을 하고나서, 모르는 일 투성이다.

몇 번이나 망설이고 결국――그 날은 가지 않았다.
가야한다고 마음은 경종을 울렸지만 진정해지기 위한 시간을 들인 후에 방문해야한다고 이성이 고하고 있었다.

어째서일까 생각한다.
이 일을 하고나서, 망설임도 주저하는 일도 산만큼 있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모르게 된 적은 처음이었다.
어디에 있어도 뭘 해도 연모가 방해를 한다. 냉정한 판단을 할 수 없어진다.
이래선 안 된다. 도저히 안 된다.




          ※





"연심을 없앨 방법?"
"……네"

고민한 끝에 불러낸건 늘 술집에서 푸념을 들어주는 선배였다.
바쁜 와중에 제발 부탁을 해서 식사를 사줄테니까 와달라고 했다.
선배는 우물우물 기운차게 카츠동 정식을 먹고 있다. 겉절이 시금치를 들고 아, 간장을 집어줘, 라고 말해서 순순히 건내줫다.

"그래서. 어떤 애야?"
"그건……"
"어려운 일이지만, 뭐 어쩔 수 없는……건가?"
"그건 당연합니다"
"당연하다라……단언하는구만. 그래서, 어떤 애? 꽤 잔뜩 안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건……말하지 않으면 안 됩니까"
"그치만 그 아이의 특성이나 성격도 여러가지로 있잖아"
"? 뭐, 있지만요"
"그럼 거기에 맞추는 방법이 필요해지겠지"
"그런……겁니까"
"그런거야"

탈칵, 사발을 두고 이번에는 된장국을 드는 선배.
후루룩, 소리를 내며 마시면서,

"하지만, 몰래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정도는 괜찮지 않아?"
"그건 안 됩니다"
"단언하는구마안"
"뭐, 346은 엄격하니까……"
"엄하고 엄하지 않고 이전의 문제입니다"
"그런가아?"
"그런겁니다"

다시 카츠동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그래서, 어떤 앤데"
"………………퍼뜨리진 않겠지요"
"할리가 없잖아. 나도 이 일은 오래하고 있으니까"
"………………."
"야, 다 먹어버린다"
"시, "
"시?"

고개 숙인다. 말할 수 없다. 너무 말하기 어렵다.
화악, 얼굴이 빨개지는걸 안다. 귀가 무척이나 뜨겁다. 사라질것같은 목소리고, 그래도 용기를 쥐어짰다. 여기서 상담할 수 없으면, 다른 어디에도 상담을 할 수 없다.

"시, 시, 시, ……………………시부야, 리, 린 씨, 입니다"

하지만 선배는 전혀 동요하지 않고

"아아- 그 애말이지. 요즘 노출이 많지. 그야 힘들겠네"

너무 싱거워서 놀란다.

"……선배는 화내지 않습니까"
"나? 나라면 화내진 않는데……?"
"그렇, 습니, 까"

하지만 카츠동 사발을 든채로 선배는

"그래서 어디의 누구를 좋아하는걸까아, 시부야 씨는"

라며 소근거리는 목소리로 전혀 뜻밖의 소리를 했다.

(그런건가!)

어쩐지 대화가 맞물리지 않았다. 머리를 감싸맨다.

"응? 왜 그래"
"아뇨……다릅니다"
"다르다니, 뭐가"

그야 그렇겠지. 이 상담에서 설마, 자신이 린에게 마음을 갖고 있다고는 좀처럼 생각할 수 없다. 어쨌든 이쪽은 다 큰 어른이고 프로듀서고, 상대는 담당 아이돌인데다 미성년이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지 않으면 혼자서 계송 끙끙 고민하게 된다. 과감히 고개를 들었다.

"다릅니다. 반대입니다"
"하?"
"그게, 린 씨를………………좋아, …………하는건, ……저입니다"
"헤"

투둑, 젓가락이 떨어졌다.
잠시 침묵.


"――그건 안 되지!!!"



파앙! 탁상을 치며 선배는 일어섰다. 가게 안의 시선이 모인다.
선배는 황급히 주위를 돌아보고 사죄하고 털썩 앉았다.
시선이 따갑다. 방금전까지 편안한 눈빟과 달리, 찌를듯이 이쪽을 쳐다본다.
하지만 린을 좋아하게 된다는건 그런거다. 당연하다.

선배는 엄청 깊게 한숨을 쉬었다.

"…………그건, ……안 되겠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렇습니다"
"너니까 손은 대지 않았을거라고 생각하지만"
"당연합니다"
"하지만 말야, 뭐가 어떻게 되어서 그렇게 된건데. 상대는 애잖아?"

너 딱히 로리콘도 아니잖아, 라며 선배는 말한다. 깊게 끄덕인다.

"어느샌가……도저히 어찌할 수가 없어서"

하아-, 라며 다시 한숨.

"그래서 연심을 없앨 방법이라……"
"네"
"그야 필요하겠네. 여러가지로 위험해"
"어쩌면……좋겠습니까"
"으음-"

조금 생각에 잠긴다. 그리고 탁, 손을 쳤다.

"새로운 사랑을 하는게 최고야"
"새로운……어렵지 않습니까?"
"그건 노력해야지. 죽을 각오로. 너도 적당히 나이 찼잖아. 맞선하거나 혼인 활동 파티에 가거나 헌팅하거나, 아무튼 상대를. 제대로 된 상대를 찾아. 그래서 잽싸게 누군가랑 사귀어버려"
"하지만……좋아하는 사람을 잊기 위해 사귄다는건 불성실하지 않습니까"
"담당 아이돌을 좋아하게 된 시점에서 불성실하기 짝이없어"
"그건……그렇군요……"
"거기다 사귀는 동안에 마음도 자랄거 아냐. 그러면 과거의 오점은 잊혀질거야"
"오점"
"그래. 오점. 틀림없이 그렇잖아? 프로듀서로서는 말야"

마음이 뭉개뭉개해진다. 린에게 대한 마음을 오점으로 듣는게 본의 아니었다.
하지만, 남이 보면 그런것이다. 다 큰 어른이 미성년을. 프로듀서가 담당 아이돌을. 그런건 오점이라고 불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선배"
"으응?"
"지도 감사합니다. 참고하겠습니다"

꾹 고개를 숙이자 선배는 젓가락을 휙휙 흔들며 웃었다.

"딱딱하구마안. 딱히 괜찮대도. 그보다, 잘못 벗어나지마"
"그것만큼은 말도 안 됩니다"
"음. 네 성격에 지금만큼은 감사한다"

그렇게해서 선배는 정식비를 대뜸 들고 (아무리 사준다고 말해도 결국 듣지 않았다), 자신의 사무소로 돌아갔다.




          ※



(혼인 활동인가……)

생각해야할지도 모른다, 라고 생각하고 있으니 사무소 안에, 타케우치에게 할당된 작은 방의 문이 노크되었다. 고개를 들어 들어오세요, 라고 말한다.

"……안녕"
"린 씨"

적시다. 왠지 모르게 얼굴을 보는게 부끄러워져서 시선을 피해버린다. 하지만 다음 순간, 린이 말한 한 마디로 들떴던 마음은 단번에 되돌려진다.



"나, 아이돌 그만두려고 생각해"



(――어?)

몸이 굳어버려서 움직일 수 없다. 린의 얼굴을 볼 수 없다.
굳어있는 자신을 두고 린은 그저 조용히, 결의에 찬 모습으로 서있었다.





그것을 죽일 약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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