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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채색의 빛 - 9. 사랑으로 칠해진 벚꽃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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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2-12, 2015 11:45에 작성됨.

극채색의 빛 - 9. 사랑으로 칠해진 벚꽃색
 
 

 
 
 
그때,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후회했다.
 
인목에 접한적이 없는, 촉촉한 하얀 피부에 젖은 흑발이 달라붙어 있었다. 라이트로 듬뿍 비추어진 그녀의 눈동자는 매끄럽게 빛나고 있고, 평소엔 옅은 입술은 제대로 주홍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상기된 뺨은 벚꽃색이라 아름답다. 거의 입고 있지 않은 상태에 드러나는 파란 수영복, 크게 벌려진 다리――
 
후두부가 새하얘져서 심장이 단번에 뛰어올랐다.
 
냉정하게 있을 수 있던건 잠깐뿐이지, 그 후에는 충동에 맡긴채 행동하는 수밖에 없었다. 이건 예술이니까 라는 변명을 구론하고, 정신을 차리고보니 상대를 후려패고 메모리를 부수고 있었다. ――이 무슨 짓인가. 손을 댄것도 최악이었고, 기재를 멋대로 부숴버린것도 안 됐다. 나중에 무슨 소리를 들을지 생각하고, 그럴때가 아니라고 자신에게 일갈을 넣었다.
 
지금 손을 뻗어야하는건 린이다.
뒤돌아서 린에게 다가가니 상체를 비틀거리면서 린은 희미하게 미소지었다. 오싹해질 정도로 예뻤다. 몽롱해하는 그녀에게 물을 마시게 하고, 거기서 겨우 그녀가 탈수였다는걸 깨달았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후회했다.
 
그녀는 매물이 아니다.
섹스 심볼도 아니다.
단순한 고등학생 여자애다.
 
 
――그럼 그 여자애한테 사랑을 하고 있는 자신은?
 
 
오싹했다.
웃긴 얘기도 아니었다.
 
 
 
 
          ※
 
 
 
하늘하늘 떨어지는 벚꽃이 아름답다.
오늘은 신데렐라 프로젝트 멤버끼리 꽃구경 예정이다. 블루 시트를 들어 깔면서 떠들썩한 날이 될것 같다고 생각한다.
요즘은 다들 각각 인기가 많아서 일이 많이 늘어났다. 이렇게 다같이 모여서 떠드는 기회라는것도 있어도 좋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해서 기획한 꽃구경이었지만, 예상밖으로 기대하고 있는 멤버가 많은 모양이다. 기획하는 측으로서는 기쁘다.
 
"프로듀서"
 
시트의 얼룩을 털고 있으니,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와서 놀랬다. 일어서서 돌아본다.
"린 씨"
심플한 사복을 입은 린이 희미하게 미소지으면서 서있었다.
"어째서 여기에? 아직 시간은 이릅니다만……"
"어차피 프로듀서 혼자서 준비하고 있을거라고 생각해서 도와주러 온건데……"
별로 할건 없는것 같네, 라며 주위를 돌아보고 린은 말했다. 확실히 시트를 까는건 진작에 했고, 준비등의 수배도 끝내뒀다. 드링크가 들어있는 박스도 준비 끝이다. 할건 특별히 없다. 난처하다고 생각해 목에 손을 대고 있으니, 쿡쿡 웃는 소리가 들려와서 고개를 든다.
 
"린 씨?"
"거짓말. 실은 프로듀서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왔어"
"에"
 
어차피 준비는 완벽하게 했을테니까, 라며 린은 말한다. 타케우치로 말하자면 린의 발언에 굳어버려서 쿨러 박스를 손에 든 상태였다.
"대단한건 아니야"
"하, 하아"
"걸으면서 얘기하자"
 
린의 뒷모습이 멀어진다. 황급히 자세를 고치고 쫓아갔다.
 
벚꽃이 하늘하늘 떨어지고 있다. 오늘을 놓치면 이제 내년까지 꽃구경은 할 수 없을 것이다.
새하얀 꽃잎을 올려다보고 있으니 린은 입을 열었다.
 
"저기 말야"
"네"
"얼마전에 말인데……"
 
숨을 삼켰다. 그건 쌍방에게 있어서 거북한 화제다. 린도 반나체를 보인건 잊어버리고 싶을테고, 이쪽으로서도 봐버린건 어쩔 수 없지만 어색한건 어색하다. 하지만 신경쓰지 않는듯이 린은 후우, 숨을 내쉬었다.
 
"일에 구멍을 만들어버려서 미안해"
"그건……! 그건 린 씨 탓이 아닙니다"
 
오히려 내 탓이다. 처음으로 그라비아를 하니까, 안이하게 실적이 있는 카메라맨을 불렀다. 그런 일이 될 줄은 생각도 못했지만, 그래도 피해가 지금까지 드러나지 않았다는건 그만큼 사진은 좋았다는 거겠지. 하지만 그것도 자신이 메모리를 꺾어서 부숴버렸다. 결국 전부 다른 카메라맨으로 다시 찍은 것이다.
 
"무섭게 만들어서……죄송합니다"
"으응, 그야 무서웠지만……그게 아니라"
 
그게 아니라?
무심코 고개를 들었다. 린이 돌아본다. 매끈한 머리카락이 벚꽃속을 나부낀다. 그 속에서 반짝반짝 눈동자가 나타나서, 그녀는 이쪽을 똑바로 쳐다봤다. 그리고 피어나듯이 미소짓는다.
 
"구해줘서……고마워. 왕자님 같았어"
"……!"
 
그 표정이, 멈춰서 있는 모습이 너무나도 아름다워서.
심장이 두근거린다. 나이를 먹어놓고, 사랑하는 소년같다.
 
멀리서 목소리가 들린다. 린이 그쪽을 쳐다보고 다들 왔네, 라고 말한다.
뒤돌아볼만한 여유는 아직 없다.
 
 
 
 
 
 
          ※
 
 
 
 
 
……알코올이 없어도 인간은 취하는 모양이다.
분위기에 취했다고 해야할까. 그 자리의 분위기로 왠지 모르게 취한 느낌이 드는것. 아니아니. 그것치고는 심하게 취한거잖아…….
 
"키리라니은~, 안짱이랑 같이 듀엣 듀엣라니~"
"오늘은 일해주마~!"
"우오오오 굉장해 굉자해 시마무-! 일하고 있어!"
"아하하……으으으으~응, 눈이 어질어질해에……"
 

(이건, 굉장한데.)
 
다른 어떤 모임보다도 굉장한 광경에 타케우치는 컵을 들고 굳을 수밖에 없었다. 그 종이컵도 양손으로 하나씩 들었던걸 누군가가 점점 따라준 것이다. 맥주x콜라같군.
그러고보니, 라며 어느틈엔지 옆에 자리잡고 있는 린을 힐끔 본다. 그녀는 딱히 취한 느낌은 아닌 모양이다. 조금 안심한다. 작은 목소리로 말을 걸어봤다.
 
"린씨는 분위기에 취하지 않는건가요"
"나는 괜찮아"
 
똑바른 표정으로 말한다. 저 텐션이 휩쓸리지 않는다는건 꽤 굉장한데……라고 생각하고 있으니 린이 중얼거렸다.
 
"자제를 잃을 수는…없으니까"
"하아……"
 
그 시선 끝에는 "맛있으니까 괜찮아요~!"라고 하면서 엄청난 기세로 과자를 집어먹는 카나코의 모습이 있었다. 그리고나서 "섹시 빔이다-!" 라고 하면서 벗으려고 하다 제지 당하는 리카. ……조금 흥미가 솟았다.
 
"린씨는 취하면 어떻게 된다고 생각합니까?"
"……예상은 가. ……그러니까 말 못해"
그런가. 의외다. 흠, 생각에 잠겨있으니 린이 고개를 들었다.
 
"프로듀서는? 자제를 잃으면 어떻게 된다고 생각해?"
"저는 취한 적이 거의 없으니까요,"
"술이 아니라! 아무튼, 자제를 잃으면. 어떻게 생각해?"
"………………."
 
그건
눈 앞에 있는 이 소녀에게만큼은 말할 수 없다.
 
"그치? 말할 수 없지"
"……말할 수 없군요"
 
서로 고개를 숙이고 린은 차, 타케우치는 콜라x맥주라는 수수께끼의 액체를 비웠다.
 
누가 하자고 말한건지는 모른다.
어느샌가 임금님 게임이라는 흐름이 되어버렸다. 타케우치와 린은 중앙의 흐름에서 벗어난곳에서 조용히 마시고 있으니까 둘이서 흐름 밖에 남겨진 것이다.
 
그렇게해서 행해진 임금님 게임은 시마무라 우즈키가 어째선지 외설스런 주제를 꺼낸것 말고는 뭐, 평범한 임금님 게임이었다. 우즈키가 랩을 사이에 두고 뽀뽀라는걸 알고 있다, 라는데 타케우치는 마음속으로 놀랬다. 타케우치가 봄의 빵 축제를 모으고 있는것이 들켜, 멤버들이 씰을 기부해주는 흐름이 되거나. 칸자키 란코가 화분증이라는 사실을 이해하는데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했다거나.
 
그렇게해서 시간은 흘러, 해산하게 됐다.
각각 사이 좋은 사이끼리 멤버들이 돌아간 후, 타케우치는 엉망진창이 된 블루 시트를 앞두고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조금 뺨이 뜨겁다. 그 소녀들은 자신이 술을 마시지 않는다고 하면서 사양않고 남을 따라오는 것이다. 오랜만에 이런 모임이다. 빈 페트병이나 과자 상자를 모아둔  시트 위를 쳐다보며 어떡할까 생각하고 있으니
 
"도와줄까?"
 
목소리가 들려서 굉장히 놀랬다. 놀래서 돌아보니 거기에는 시부야 린의 모습이.
"……시마무라 씨네랑 돌아간건 아니었습니까"
"뭐 그래. 도와줄게"
이거 어디에 넣으면 돼? 라며 페트벼여을 들고 물어온다. 아직 놀라고 있는 자신하고는 달리 린은 차분한 모습이었다. 뺨이 뜨겁다. 심장이 두근거리고 있다.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이 행동하며 어떻게든 정리를 끝내니, 시간은 벌써 9시를 웃돌고 있었다.
 
"꽤나 늦어지고 말았군요"
"응"
"죄송하지만, 오늘은 차가 없습니다"
"알고 있는데?"
 
새침한 린의 태도에 자신만 신경쓰고 있던걸까, 라며 내심 초조해한다. 린은 원래부터 스스로 돌아갈 생각이라서 자기만 이런식으로 어떡하면 좋을지 생각하고 있던걸까.
초조함은 입을 무겁게 만들어서 침묵이 내려온다.
 
 
"……."
"…………,"
 
하아, 한숨 소리가 들려온다. 린이었다. 뭔가 기막히게 만들어버린걸까, 생각한다. 하지만 그녀는 그대로 고개를 들고,
 
"그럼 전차로 바래다줘"
 
라고 말하며 미소지었다.
 
 
 
 
          ※
 
 
 
 
전차는 환송회 시즌이기 때문에 술냄새 나는 어른들로 득실하게 채워져있어서 자신과 그녀는 마치 속삭이듯이 대화했다. 신기한 분위기였다. 역에 도착할때마다 그녀가 비틀거려서 세 정거역에서 결심하고 가느다른 어깨를 끌어안았다. 꺼질듯한 목소리로 고마워, 라고 들려와서 취한 탓인지 눈이 눈부셔보였다. 자제를 잃을지도 모른다, 라는 위기감을 처음으로 실감을 갖고 느껴버렸다.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사랑으로 칠해진 벚꽃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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