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카테고리.

  1. 전체목록

  2. 그림

  3. 미디어



극채색의 빛 - 5. 반짝반짝 떨어진다

댓글: 3 / 조회: 1646 / 추천: 0



본문 - 12-12, 2015 10:50에 작성됨.

극채색의 빛 - 5. 반짝반짝 떨어진다
 
 




인영이 멍하니 서 있다. 어둡지도 않은데 누군지 모르겠다. 옅게 바란입술이 아, 모양으로 벌려지고 눈동자도 같은 수준의 크기로 뜨여있다. 눈 표면은 촉촉하게 젖어서 빛나고 있었다. 그 빛이 흔들린다고 생각하니, 또르륵 눈물이 흘러떨어진다. 어두컴컴한 곳에서 형광등 빛을 띤 물방울이 뚝뚝 빛나며 흘러떨어진다. 그것이 너무나도 예뻐서――손을 뻗고 싶 견딜 수가 없게 되어,




거기서 눈을 떴다.




          ※




"프로듀서 씨, 요즘 몸상태 안 좋은가요?"
그렇게 물어온건 센가와 씨이며, 타케우치는 아뿔싸라는 식으로 눈가에 손가락을 댔다.
"얼굴에 드러났습니까"
"그렇네요……"
그녀는 조금 생각에 잠기고는 눈가 밑에 검지손가락으로 선을 그었다.
"이 부근에 다크서클이 생겼어요"
역시 그런가하고 생각한다. 요즘엔 도무지 잠을 옅게 든다. 그걸 말하니,
"꿈자리가 나쁜거야?"라고 되물어온다.
"그런건"
손을 흔든다. 꿈자리는 확실히 나쁘지 않았다.
나쁜건 없었지만.

"센가와 씨는 반복해서 꾸는 꿈은 있습니까?
그렇게 되물으니 센가와 씨는 턱에 손을 대고 생각에 잠겼다.
"저말인가요? 그렇네요-. 가끔 있어요"
자판기에서 음료수가 멈추지 않게 되는 꿈이에요, 라며 생글거리며 미소지었다. 그건 뭐랄지……기운이 나올것 같은 꿈이다.

"프로듀서 씨도 같은 꿈을 꾸고 있나요?"
"뭐, 그렇습니다"
"그래서 별로 잠들 수 없다고"
"……그렇군요"


――흘러떨어지는 반짝반짝 빛나는 눈물.
――손을 뻗고 싶어서 어찌할 수 없는데 거기서 눈을 뜬다.



"나쁜 꿈은 아니군요?"
"네, 뭐어"
결코 악몽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뒷 내용을 계속 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꿈인데, 늘 도중에 눈을 뜬다. 대체 그건 누구인걸까. 생각을 하고 있으니 센가와 씨는 그렇지, 라며 손뼉을 쳤다.
"꿈일기 같은건 어때요?"
"꿈……일기?"
"그래요. 배게맡에 일기를 두고, 일어나면 바로 꿈 내용을 일기장에 쓰는거에요"
휴대폰이든 메모장이든 뭐든 좋아요, 라고 말한다.
"어떤 꿈인지 확실해지면 후련해져서 잘 수 있지 않을까요?
"과연……"





          ※




그건 재미있을것 같다고 생각한것이 3일전.
타케우치가 이불을 젖히고 일어나서 배게맡에 놓아둔 노트를 손에 집었다. 그대로 펜을 굴린다. 인영. 눈물. 반짝반짝 빛. 내용은 늘 똑같고 변한 이미지는 없다.

손을 뻗고 싶다고 생각해버리면 깨어버리는 꿈.
실제로 뭔가 행동을 하기는커녕 생각만으로 꿈에서 깨어버린다. 얼마나 숙면시간이 짧아도 아직 자고 있어도 그 꿈을 꾸면 반드시 도중에 눈을 뜨고 만다. 수면부족이 되는건 당연했다.

그렇다면 손을 뻗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되는건 아닌가, 생각해서 시험해봤다.
결과로 말하자면 반짝반짝 빛나면서 떨어지는 눈물을 쳐다보는것만으로 점점 가슴이 괴로워져서, 견딜 수 없게 되어서 눈을 떴다. 지금은 실제로 손을 뻗은것은 한 번도 없다.

한숨을 쉬고 노트를 덮는다. 시각은 이제 3시를 넘긴 참이었다.
(한번 더 자자……)
인영이 누구인지는 신기하게도 신경쓰이지 않았다. 그저 그 살마이 흘린 눈물만이, 몹시나 아름답게 가슴 속에 남아서 타케우치를 괴롭게 만들었다.



          ※


"……프로듀서. 파랑색"
"아"

조수석의 시부야 린에게 지적을 받고 타케우치는 눈 앞이 푸른 신호였다는걸 깨달았다. 황급히 차를 발진시킨다. 옆에 앉은 린이 의아쩍게 이쪽을 쳐다보는 기척이 전해진다.

"왜 그래"
"……아뇨. 죄송합니다"

대단한 일은 아니라서 사죄한다. 담당 아이돌에게 걱정을 끼치는건 자신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총명한 린은 타케우치의 컨디션 불량을 깨달았는지 작은 목소리로 미안해, 라고 말했다.

"왜 그러십니까"
"그러니까, 미안. 늘 바래다주게 해서"
"그건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컨디션 나빠보였으니까"

몸상태 관리도 일 내용 중 하나잖아? 라고 린은 말한다. 그건 그렇다.
죄송합니다, 라며 입안으로 말하고 차를 달린다. 린에게 걱정을 끼치게 해선 안 된다. 걱정하는것은 자신의 일이며, 걱정 받는것은 직무태만이다. 정말이지 자기답지 않다.
답지 않은 겸사로 멋대로 입에서 말이 나왔다.

"요즘 잠을 잘 수 없어서요"
"그래?"
"좀 꿈자리가 나쁜것 뿐이지만요"
"……."
"죄송합니다, 잊어주세요"

아차하며 말을 흐렸지만 린은 듣지 않은듯이 으음, 하고 생각에 잠겨있다. 힐끔 옆을 쳐다보니 시원스런 눈매가 뭔가 생각하면서 깜빡이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라며 떠올린다.

"린 시, 얼마전에 초콜렛은 감사합니다"
"어, 아, ……응"
"두 번이나 받아버려서 죄송합니다"
"그건! 괘, ……괜찮아, 정말"

얼마전에 발렌타인 다음날에 린에게 초콜렛을 받은 것이다.
제과에 어두운 타케우치라도 알고 있는 고급 브랜드의, 양주 냄새가 나는 초콜렛이었다.
왜 두번이나 초콜렛을 받는걸까 이상하게 생각했지만 린이 완고히 양보하지 않아서 일단 받았던 것이다.

발렌타인 데이에도 받았는데, 라고 생각해서 그때는 별로 말하지 않는 편이 좋을까 생각한다. 스스로 말한걸 기억하고 있던 것이다, 수제라는 초콜렛 케이크. 하지만 그건 린의 발밑에서 무참한 형태가 되어버렸다. 맛은 불평할 여지가 없어서 아깝게 생각해서 전부 먹었다.

답례는 뭘로 하지, 생각하고 있으니 린이 입을 열었다.

"우즈키가 말했는데"
"네?
"꿈자리가 좋아지는 주문이 있대"
"에"

늘 쿨한 린에게 나온 말치고는 너무나도 귀여운 단어에 무심코 린을 쳐다본다. 린은 이쪽을 쳐다보면서 뭐야, 가끔은 괜찮잖아 라며 입을 뾰족인다.

"아무래도, 자기 전에 회문을 외운대"
"회문이라고 하면……위아래 반대로 해도 똑같다는 그겁니까
"그래. 분명히 어음……기나긴 밤의 멀리 잠든 모두를 깨우는 조각배의 좋은 소리(나가키요노, 토오노네무리노미나메자메, 와타노리부네노오토노요키카나), 였던가"

단어에 암기한 린에게 조금 놀란다. 꽤나 긴 장문이다.

"그 후에는……란코가 말하기에 배게 밑에 무언가를 깔아두면 좋대"
"무언가"
"그래. 보고 싶은 꿈이랑 관계있는거"

꽤나 자세하다. 여자라는건 주문같은 종류에 자세하다고 하지만 정말이었던 모양이다.
문득 생각나서 물어본다.

"린 씨도 하고 있습니까
"어!? 나, 나는……딱히, 어음"
"……하고 있습니까"

허둥대는 모습에서 헤아리건대 하고 있는 모양이다.

"꿈은 꾸셨습니까?
"…………네가 나왔어"
"그건……꽝이군요"

하지만 린은 그대로 입을 다물어버렸다.
입을 다물어버린 린은 집에 도착할때까지 입을 열지 않았다.




          ※



귀가하고나서 목욕에 들어가, 거울에 비친 자신에 놀란다. 눈밑에는 다크서클이 짙고 검어서, 옅은 잠과 피로를 느끼게 하고 있었다. 슬슬 어떻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지푸라기에도 매달린다는건 이런건가……)

배게를 뒤집어보지만 특별히 밑에 깔아둘건 생각나지 않아서 결국 그대로 배게를 돌려놓는다. 꾸고 싶은 꿈이 있다기보다는 그저 후련하게 눈을 뜨고 싶다. 린에게 배운 단문을 우물우물 막히면서도 말해본다. 뭘 하는걸까 하는 기분이 안 드는것도 아니었지만, 분명 잠을 잘 수 있다면 주문 하나 둘은 외워도 좋다. 그러고 이불에 들어가 잠에 들었다.






          ※



반짝반짝 빛으로 정신을 차렸다.
늘 같은 공간. 늘 같은 꿈. 하지만 평소보다 조금, 주위가 밝다.
지금까지 여기가 어디인지 몰랐는데, 낯익은 경색이 빛 속에서 퍼져있다.
(주륜장……)
따분한 풍경 속에서 반짝반짝 눈물이 빛나고 있다. 누군가가 울고 있다. 그것이 누구인가, 알고 있을텐데 모른다. 꿈이기 때문일까.

뜨여진 눈동자는 매끄럽게 젖어있고, 빛이 흔들리고, 흘러넘쳐서 눈물이 흘러나온다. 복숭아색 입술이 벌리며 목 안에서 작은 오열이 들려온다. 반짝반짝 빛난 눈물이 너무나도 예뻐서, 넋이 나가버린다.

손을 뻗고 싶다.
평소라면 여기서 눈을 뜬다.

하지만 깨지 않았다.
망설이며, 망설이고 망설여서――손을 몇 번이나 목덜미에 대고, 그래도 망설인다.
반짝반짝 빛나는 눈물이 계속 흘러넘친다. 그것이 아름다워서, 손을 뻗고 싶어서.


"――씨, "




손을 뻗고.
이름을 부르고.
가느다란 어깨에 손바닥을 올리고 꼬옥 끌어당긴다.
그대로 있는 힘껏 껴안았을때――겨우, 겨우 눈을 떴다.





          ※






벌떡, 이불을 젖힌다. 일어난다.
땀을 흠뻑 흘리고 있다. 하아, 하아, 어깨가 흔들렸다. 숨이 거칠다.

꿈을 꿨다. 이번에는 깨지 않았다.

반짝반짝 눈물을 흘리면서 울고 있었다.
현실의 기억을 거슬러올라가면 누구인지는 바로 검토가 갔을텐데.
그런데, 깨닫지 못했다. 깨달으려고 하지 않았던건.
손을 뻗을 수 없었던건. 껴안고 싶었던, 진정한 상대는――,




"………………………린, 씨――,






창백해진 얼굴로 타케우치는 떨면서 중얼거렸다.
절망적인 기분이었다.







 
반짝반짝 떨어진다

 
 
 
 
 
 
 
 

 

0 여길 눌러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