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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채색의 빛 - 4. 만약 내가 신데렐라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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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2-12, 2015 10:49에 작성됨.

극채색의 빛 - 4. 만약 내가 신데렐라라면
 
 
 


 
2월.
세간은 발렌타인 일색이다.

핑크색 장식과 초콜렛의 달콤한 냄새. 색이 알록달록한 반짝반짝 초콜렛.
복실한 리본으로 묶인 포장. 소중한 사람에게 건내기 위한 마음.

(내 경우……들키지 않을거라고 생각하지만)

소중한 사람에게 주는 특별한 초콜렛.
나도 그걸 준비했다. 집의 도우미로 모아둔 돈을 써서 평소에는 지켜만 볼 뿐이었던 모 고급 초콜렛 브랜드 초코를 샀다. 비쌌다. 그 이상으로 예뻤다.

"……사버렸어"

사버렸다. 프로듀서에게 줄 초콜렛.
침대에 정좌하면서 나는 눈 앞에 자리잡고 있는 초콜렛 포장지를 빤혀 봤다.
아무리 봐도 예쁘다. 속은 좀 더 예쁘다는걸 나는 알고 있다. 유감스럽지만 예산 관계상 맛은 모르지만.
나는 초콜렛을 쳐다보면서 조금 웃었다.

"사버렸어……후후후"

왠지 두근거린다. 절대로 의리라고 밖에 생각하지 않겠지만, 그래도 좋아하는 사람에게 손을 흔들며 선물을 주는 기회는 그리 없다. 상대가 어른이라면 더욱 그렇다.

이걸 받으면 프로듀서는 어떤 얼굴을 할까.
조금은 웃거나 부끄럽거나 할까. ……보고 싶네. 프로듀서의 무표정을 제외한 얼굴. 곤란해하는 모습은 곧잘 보지만 웃거나 한 모습은 본 적이 없다.
볼 수 있으면 좋겠네. 그 사람의 웃는 얼굴.

"후후후……기대 돼!"





          ※




그날은 이따끔 발렌타인 화제가 모두의 입에 올랐다.
미쿠는 고양이형태 초콜렛을 찾고 있는데 못 찾은 모양이다.
누군가에게 줄거야? 라고 물었더니 "나한테 줄 포상이다냥!" 라는 대답이 돌아와서 프로듀서를 위한건 아닌 모양이다.

"프로듀서에게는 큰 하트 모양을 줄거다냥! 귀엽다냥-"
"진부하네"

이래저래 말하면서 미쿠는 여차할때는 놓치지 않는다. 고양이귀를 항상 갖고 다니는 캐릭터 만들기에 철저함도 있어서 진부하지만 견실한걸 선택하고 있다. 프로의식이 높은 애다.

그걸 불씨삼아 모두 프로듀서에게 어떤 초콜렛을 줄지에 대해 왁자지껄 얘기를 하고 있었다. 나로 말하자면 그 틀에 왠지 모르게 들어가기 힘들어서 멀찌감찌서 쳐다볼뿐이었다.
그때 아냐가 다가와서

"린은 어떡할거에요?"

라고 물었다. 덜컥한다. 지금까지 얘기를 들은 한, 다들 각자 초콜렛을 준비는 했지만, 나만큼 진심으로 초콜렛을 준비한 애는 아무도 없었다. 그도 그렇지만.
나는 아냐에게 경직된 미소를 지으며

"평범해, 평범한거. 별거 아니야"

라며 얼버무렸다. 순간 애들이 다가온다.
"그래선 모르잖아-!" "좀 더 털어놔봐!"
"에-……

표면은 쿨한 표정을 짓고 있지만 심중에선 폭풍이 불고 있다.
그치만, 거, 그거잖아? 거의 일만에 가까운 가격의, 초유명 브랜드의 어디에서 어떻게 보아도 진심인 진짜 초콜렛. 말할 수 있을리가 없다. 말하면 확실하게 들킨다. 첫사랑이라던가 여러모로가.

아이들이 더욱 털어놓으라고 할때 덜컹!!! 하는 엄청난 소리를 내며 문손잡이가 돌아갔다. 모두 다 얼굴을 마주본다. 누구인지는 말할것도 없다. 영문 모를 악력을 구사해서 문온잡이가 빙그르 도는건 단 한 사람――내가 좋아하는 사람 뿐이다.

"안녕하세요……어?

모두가 자신을 쳐다보고 있어서 프로듀서는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미쿠가 팡, 하며 탁상을 치고 일어섰다. 성큼성큼, 프로듀서에게 걸어간다.

"무슨 일이십니까?"
"이렇게 되면 본인더러 정해달라고 하겠다냥!"
"어?"
"프로듀서는 어떤 초콜렛이 좋다고 생각하냥?"

당사자에게 묻다니, 그건 반칙이잖아 등등 다수의 목소리. 그것들을 전혀 돌아보지 않고 미쿠는 슥슥, 프로듀서에게 접근했다. 잠시, 잘 모른다는 얼굴을 하고 있던 프로듀서여지만 아아, 하고 납득한 모양이다.

"발렌타인인가요"
"그렇다냥! 깨닫는게 늦다냥!"

그래서, 어떤 초콜레이 기호다냥? 라고 묻는 미쿠. 프로듀서는 목덜미에 손을 대고 조금 생각에 잠기고는,

"마음이 담겨있으면 어떠한거라도 좋지 않겠습니까"

라고 대답했다. 미쿠가 폭발한다.

"그게 아니다냥-!! 되게 우승당 대답이다냥! 좀 더 진심으로 대답해라냥!"

응응,하며 모두가 끄덕인다. 물론 나도 끄덕였다. 좋아하는 사람의 초콜렛 희망이다. 듣지 않을 수는 없다. 프로듀서는 모두를 돌아보고 조금 어찌할 줄을 모를 표정을 지었다.

"어음……그게"
"네냥"
"……수, 수제라던가……좋지 않겠습니까"

마음이 담겨있으니까요. 라고 말하자 모두 다 일어선다.
"카나코의 대승리야!
"나? 그러게, 진심을 담아서 늘 만들고 있어"
맛있어져라, 라고.

목덜미를 긁적이는 프로듀서와 카나코를 둘러싸고 왁자지껄 말하는 모두들.
나로 말하자면.


(그, 그, 그럴 수가……)



아연하게, 그 안에 들어갈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



――초콜렛을 만들어야지.



이젠 강박관념에 가까운 마음으로 나는 서점으로 향했다. 카나코에게는 묻지 않는다. 이제와서 이 타이밍에 초콜렛을 만들는 방법을 물으면 이젠 확실하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들켜버린다. 그렇다고 해서 나에게는 과자 만들기 스킬은 전혀 없었다. 이럴때는 어떡하면 좋은가.



(견실하게, 확실하게. 열심히 만들겠어!)




서점에서 몇 권의 책을 샀다. 우선 과자만들기 기초 중의 기초 책. 그리고나서 조금 스텝업한 책과 목표로하는 초콜렛 전용 책. 아무것도 모른다, 가장 먼저는 기초부터 들어가지 않으면 안 된다.

집으로 돌아와, 나는 재빠르게 과자 만들기 연습을 시작하려고 했다. 하지만.
(말이 어려워……)
들어본적이 없는 말이나, 들어본 적이 없는 비유(귓불 정도는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가 펑펑 날아온다. 우선 그걸 공부하는데부터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됐다.

15년 인생중에서 과자는 커녕 요리도 별로 만든 적이 없다. 간단한 아침 정도밖에 못 하는 내가, 갑자기 화려한 초콜렛 과자를 만드는건 꽤 어려운 일이었다.

첫날은 단어 연습에 소비했다. 귓불을 살짝 만져봤다. 대충, 이라는 섞는법의 동영상을 몇 개 봤다. 여우색, 이라는걸 조사해보거나, 꼬챙이를 찌르나 마나의 경계는 어디인가 알아보기도 했다.

둘째날은 기본적인 과자를 연습했다. 쿠키를 죽을만큼 굽고, 그저 온도계를 한 손에 들고 초코렛을 녹여서 굳힐 뿐인 작업을 반복했다.

셋째날, 발렌타인 전날밤.

"다 됐어……!"

겨우, 나의 초콜렛이 완성했다.
밖은 보들보들, 속은 찐득한 퐁당 쇼콜라. 조금 힘들게 완성해서 라즈베리를 섞어서 맛에 강조를 줬다. 같은 것을 둘 만들어서 맛보기도 완벽.
포크를 한 손에 들고 나는 두근두근 기뻐했다. 내가 생각해도 무척, 무척이나 맛있어! 조금 단맛이 부족할지도 모르지만, 남자인걸 그 정도가 딱 좋겠지. 이걸로 하룻밤 지나면 생지가 굳어져서 또 촉촉하게 맛있는게 틀림없다.

"나 굉장해……완벽해!'

홀로 승리 포즈를 취한다. 답지 않은걸지도 모르지만 기쁜건 기쁘다.
이걸로 내일은 주는것 뿐. 그게 제일 불안하지만. 주는것 뿐이다.


"내일도 힘내자"






          ※





발렌타인 당일.
나는 안절부절해하고 있었다. 레슨에서도 댄스는 발이 미끄러지고 노래는 가사를 까먹었다. 모두에게 걱정받았지만 괜찮다는 한 마디로 어떻게든 버텼다.

(아뿔싸……좀 더, 제대로 하고 싶었는데)

모처럼 그 사람이 나를 봐주고 있으니까. 댄스도 노래도 좀 더 제대로 하고 싶다.
좀 더 잘, 좀 더 능숙하게. 그런데 마음은 그걸 배신한다. 초콜렛 하나로 이렇게 되버리다니, 정말로 나답지 않다.

그래도 시간은 지나가, 레슨도 끝나고 돌아갈 시간이 됐다.
나는 모두가 돌아가는걸 쳐다본 후에 프로듀서의 일이 일단락 나는걸 가만히 기다리고 있어다. 어디서 건내지. 모두의 앞에선 건내주고 싶지 않다. 인목이 없는 곳이 좋다. 가능하면 그 후에 대화를 할 수 있을만한, 그런 곳에서…….

(지하주차장일까, 역시)

차에 타기 전에 건내자. 타버리면 운전을해야하고, 내릴때는 인목이 있다.
그러자. 그게 제일 좋다. 이 시간이라면 주차장은 완전히 사람이 없다. 어른은 좀 더 나중에 돌아갈테니까.

달칵!! 소리가 나며 프로듀서가 나타났다. 심장이 뛰어오른다. 얼굴이 뜨겁다.
지금부터 나, 이 사람에게 진심 초콜렛을 건내는거야.

"갈까요, 린 씨"
"으, 응

나는 프로듀서를 따라 걸었다.
엘레베이터에 타자 사람이 많이 있었는데, 점점 사람들은 내려가고 지하에 도착했을 무렵에는 나와 프로듀서만 남게 되었다. 문이 열리고 그가 걸어간다. 황급히 뒤를 따라간다.

두근두근거린다. 심장이 귀 바로 옆에서 울고 있는것 같다.
마음이 아프다. 안절부절한다. 짓부서질것 같다.

자연스레 다리는 늦어지고 프로듀서의 등이 멀어져갔다. 차 앞에서 그가 기다리고 있다.



(건내줘야해)

(건내줘야해. 그에게, 내 마음을 건내줘야해)

(깨달아주지 못해도 돼. 진심이라는걸 몰라줘도 돼. 하지만)

(건내주고 싶어)




"――앗"

그때.
비틀거려서, 발을 헛딛어서. 소중하게 품고 있던 꾸러미가 슬로 모션으로 하늘을 난다.
손을 뻗어 잡으려고 하는데, 손끝을 빠져나간다. 중심을 잡을 수 없다.
어쩌지.
어쩌지.

꾸러미는――툭, 지면에 착지했다, 라고 생각했지만.
비틀거린 내 발로 인해 와그작, 밟혀버렸다.





――핏기가 가셨다.




멀리서 린 씨, 라는 목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오싹했다. 소중하게, 소중하게 만들었다.
하나부터 공부해서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연습해서, 보물처럼 소중하게 만들었다.
실패하고 실수해도 그때마다 그래도 분기해서. 반짝반짝 예쁜 초콜렛을, 그에게 전해주고 싶어서. 그것뿐인데. 그런데.



"린 씨!!"



큰소리가 나서 그가 바로 옆에 서 있다는걸 겨우 깨달았다.
프로듀서는 필사적인 형상으로 내 이름을 부르고 있다. 나는 아직 아연한 마음으로 상자를 짓밟고 있던 다리를 느리게 치웠다. 그러는걸로, 모든 일이 거짓말이 되는게 아닐까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주머니에 들은 상자는 와그작 부서지고 예쁜 블루 리본이 더러워졌다.

"……울지 말아주세요"
"어?"

무슨 소리를 하는걸까. 그렇게 생각해서 뺨을 만지니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거짓말이야, 라고 생각해서 입을 연다. 우엣, 같은 딸국질같은 소리가 멋대로 나왔다.
오열이 멈추지 않는다. 어쩌지. 곤란하게 만들어버린다. 누구보다도 기뻐했으면 싶었는데, 곤란하게 만들어버린다.

그치만, 모처럼. 모처럼.
소중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아침에는 기대로 눈을 뜨고 점심때는 언제 건내줄까 안절부절 거리고 있었다.
방금전까지 모든건 장미색, 이었는데, 그런데, 나는, 스스로.

미안해, 라고 말하려고 했다. 그런데 오열이 심해서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입을 열면 영문 모를 소리만이 쉰 목소리처럼 나온다. 슬퍼서 견딜 수가 없다.

그가 웅크려 앉은 기척이 났다. 엉망진창이 된 상자를 슥 집어든다. 그 손이 망설이듯이 나에게 내밀려고 해서 그만해, 라고 목덜미로 말했다.

"올라타주세요"

우선 거기에서. 그는 그렇게 말했다. 곤란한듯한 목소리였다. 곤란하게 만들고 싶지는 않았는데.



조수석에 올라탔다. 끼익, 문이 닫힌다. 절망적인 소리로 들렸다.
같은 소리를 내며 그가 운전석에 오른다. 그 손에는 망가진 주머니에 든 망가진 상자. 안에는 희미한 초콜렛 냄새가 나서, 그는 아마 그걸로 모든걸 눈치챈 모양이었다.

"린 씨"
"……아무, 말도, 하지마"

딸꾹질이 나온다. 이런 식으로 만들기 위해 힘낸게 아니다. 매일매이, 이런걸 위해 가슴 들뜨게 한건 아니다. 눈물이 멎지 않는다. 무릎 위는 점점 축축해지고, 킁, 하고 코를 훌쩍인다.

그는 잠시동안 나를 쳐다보고 있다고 생각하니, 엉망이된 포장으로 시선을 내렸다. 그리고.

"뭐, 하는거――"

짓밟혀서 발자국이 남은 상자에서 내용을 꺼낸다. 그리고 그는, 탁! 되게 큰 소리로 손을 맞대고,

"잘 먹겠습니다"

라며 땅을 기는듯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놀란 나머지 눈물이 가셨다. 나는 애가 탔다. 그치만, 엉망진창으로 짓밟아버린 것이다. 먹으면 안 된다.

"아, 안 돼!
"안 되지 않습니다"

그대로 포크도 아무것도 없는 손으로 그는 케이크 조각을 집어든다.

"그치만 더러워……"
"그렇지 않습니다"

그대로 입 안으로 집어넣어버린다. 우물우물우물, 입이 움직이며 으음, 하고 목이 소리낸다.
삼백안이 눈물로 젖은 나를 봤다. 엄지에 묻은 초콜렛을 낼름 핥고는

"감사합니다. 정말 맛있습니다"

라며 곧게 나를 보고 말했다.
그의 목덜미를 본다. 손은 놓여있지 않다. 곤란하지, 않았다. (다행이야,)
안도가 솟아오른다. 따뜻함이 가슴에 흘러넘친다.

받아줬다.
초콜렛 뿐만 아니라. 좀 더 소중한것을 받아줬다.
기쁘다. 기뻐.


"나도……고마워"


눈물을 닦고 가능한 예쁘게 웃었다.






 
만약 내가 신데렐라라면
(왕자님은 당신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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