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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채색의 빛 - 3. 메리고랜드는 침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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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2-12, 2015 02:01에 작성됨.

극채색의 빛 - 3. 메리고랜드는 침실에서
 
 
 




"――몰카, 입니까"

지금 타케우치의 앞에는 버라이어티 방송 AD가 와서 만면의 미소로 끄덕이고 있었다.
조금 생각에 잠긴다. 몰카. 아이돌에겐 정석인 방송 소재이긴 하지만 어째서.

"왜, 시부야 린 한 명에게?"

그걸 물어보니 AD중 한 사람이 부탁하듯이 손을 모았다.

"그게 말이지, 업계 관계로 한 사람 몫밖에 찍을 수 없었어. 그래서 이번 CD를 내는 유닛 중에서는 시부야 린이 제일 그, 먹음직스럽단 말이지, 가쉽거리로"
"……먹음직스럽다라"
"그래. 쿨한 캐릭터로 통하는 여자애의 뜻밖인 일면은 다들 보고 싶잖아?"
"……보고 싶다라"
"그래애. 까놓고 말해, 그 중에선 가장 당황하지 않을것 같고"
"그런, 가요……"

그렇게 말하자 AD는 허리에 손을 대고 증말, 하고 말했다.

"너는 프로듀서로서 모두의 꾸밈 없는 얼굴을 보고 있는걸지도 모르지만 말야. 그걸 좀 부탁해"
"부탁해, 라고 하시면……그렇군요"
"응. 재미있어질것 같은 애?"
"……재미는……있겠지요……"

확실히.
린은 퉁명해보이지만 근본은 성실해서 동요하지 않는걸로 보여도 평범한 여자애다. 그 갭을 보고 팬을 늘린다, 라는건 확실히 꽤 좋은 방법처럼 보였다.
생각하고 있는 타쿠에치에게 AD는 부탁해-, 라며 다시 손을 모은다.

"자리가 별로 없어-. CD 선전, 방송 끝에 해줄테니까"
"받겠습니다"

즉답했다.
어쨌든 전국방송이다. 골든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꽤 좋은 시간대의 방송이다. 애시당초 타케우치에게는 거절한다는 선택지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 신경쓰이는 점이 있다.

"……내용은? 칙칙한거나 이미지를 현저하게 손상입히는건 좀"
"그건 괜찮아아. 이쪽도 몇 번이나 아이돌을 상대하고 있으니까"
"그럼"

잘 부탁합니다.
그렇게 말하고 타케우치는 고개를 숙인 것이었다.




 

          ※
 
 
 
 
 
(――뭐가 괜찮은거야, 그 망할 AD!!!)
 
 
 
지금. 나는.
시부야 린과 러브호텔 방에 있습니다.
 
 
 
 
"……………………."
"………………………………."
 
어색하다. 무척이나.
멍하니 입을 벌리고 이쪽을 아연하게 올려다보는 린.
그걸 어쩌지 못하고 당황하면서 내려다보고 있는 타케우치.
표정으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목덜미에 손이 왔다갔다 바쁘다.
 
린은 바둥바둥 떨면서,
"여, ……여기가 오늘, 그, 숙박하는……"
"그렇습니다"
 
어떻게든 떨지않고 말할 수가 있었다. 아마 얼굴에도 드러나지 않을 것이다. 자신의 철면피가 고맙다.
린은 그, 그래, 라고 말하고 어째선지 걱정스렁룬듯이 타케우치를 올려다봤다.
 
"……예산이라던가, 있지……데뷔도 했고, 나. 미안, 놀래켜서"
"……."(착한 애다……)
 
진심으로 연민의 눈빛을 받고 타케우치는 당황하면서도 아니아니, 라며 마음속으로 딴지걸었다. 아무리 예산이 없다고 해도 아이돌과 매니저(대신해 프로듀서)를 같은 방에 집어넣는건 어디에서도 하지 않는다. 게다가 러브 호텔에. 러브 호텔에.
 
타케우치는 지금쯤 숨겨진 카메라 영상을 보고 폭소하고 있을 방송 스태프들을 저주하면서 어디가 괜찮은거냐, 그 바버 AD가, 라며 다시 마음속으로 욕했다. 린에게 잘못된 상식이 붙으면 어떡할거야.
 
"아, 아무튼, 진정할까"
"아, 하아……"
 
그렇게 말한 린 자신이 진정 되지 않은듯 여기저기를 돌아보고 있다. 그리고 호기심에 진듯이 "잠깐만……보고 와도 돼?" 라고 물었다. 끄덕인다.
 
린은 가장 먼저 목욕실로 향했다. 거기에는 역시 숨은 카메라가 달려있지 않아서, 자신도 같이는 가지 않는다. 우와아, 라며 작은 감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프로듀서! 욕실 엄청나……"
"네"
"넓어. 그리고 드라이어기가 세 종류 있었어. 편의품도 많이 있어"
"……그런가요"
 
……배기지 못하겠다. 나쁜걸 가르치는 기분이다.
그건 러브호텔의 표준 장비입니다, 라고 할 수도 없어서 타케우치는 표정근육이 움직이지 않는걸 기회삼아 철면피를 관철하고,
 
"잘됐……군요……"
 
라며 죽을만큼 아무래도 좋은 맞장구를 넣었다.
 
돌아온 린은 타케우치의 앞을 지나가서 적당한 옷장을 열어 배스 로브가 둘 걸려있는데 경직했다. 3초 정도 정지하고서 방, 난잡하게 문을 닫고,
 
"……텔레비전 볼까!"
 
아마 마음의 서랍부근에 허용량이 넘은 것을 전부 피했다.
그리고 침대 쪽으로 다가와서, ……척 멈췄다.
 
"무슨 일이십니까"
 
무슨 일이야! 전신전령으로 무슨일인데! 라는 마음의 절규는 방치하고 타케우치는 물었다. 긴장해서 목덜미가 무척이나 가렵다. .신종 병인걸까.
린븐 반쯤 웃으며 뒤돌아서 원형 침대 앞에 멈춰서고,
 
"이거……둘이서, ……자라는 거……지"
"그런게 됩니다"
 
무슨 소린데!! 마음의 소리는 이미 대절규다.
원형 침대에는 깨끗하게 시트가 깔려있고, 폭신폭신한 청결해보이는 이불이 덮여져 있다. 그걸 보면 쾌적한 환경이겠지만, 어쨌든간에 한 가운데에 자리잡고 있는 두 개의 배게가 모든걸 망가뜨리고 있다.
린은 하하하, 웃고는 일단 침대에 앉았다.
 
"……응? 자"
 
팡팡, 하며 자신의 옆을 친다. 꽤나 간이 눌러앉은 아이돌이다.
그림 상으로 너무 심하다, 라고 생각하면서도 마지못해 옆에 앉는다. 러브 호텔 침대에 여고생과 둘이서 나란히 앉아있는 구도다. 심하다.
 
린은 마음을 도로 잡은듯이 텔레비전 리모콘을 잡고 전원을 삑 넣었다.
다른 사무소의 아이돌이 비치고 있다. 린은 그걸 보고 하-, 하며 한숨을 쉬었다. 황급히 쳐다보면 의외로 불쾌해보이는 색은 없다. 린은 입을 열었다.
 
"저 사람들도, 이런 생활을 해온거구나……"
"……그렇군요"
 
아마 안 했겠지만. 린이 그렇게 말해서 타케우치도 일단 그렇게 대답한다.
 
"힘드네……아이돌은"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에 견주는건 있습니다"
"……몰입이 돼?"
"네"
 
쿡하고 웃은 린은 처음 만났을때부터 그렇게 말했지, 라고 중얼거렸다.
파삭, 뒤로 손을 대고 얼룩진 천장을 올려다보고 있으니,
 
"분명 이런것도 말야, 나중에는 웃음거리가 되겠지"
 
라며 미소지으며 말했다. 시원스런 미소였다. 그대로 사진에 넣어서 광고에 쓰고 싶을 정도다.
하지만 지금의 린은 현재진행형으로 웃음거리가 되고 있어서 꽤나 복잡한 기분이다.
 
잠시 텔레비전을 보고 있어서 움직임은 없었지만, 린은 리모콘을 탁 잡았다.
다른건 뭐하는걸까, 하면서 채널을 바꾼다. 그 손끝이 어떤 버튼을 누를뻔한걸 타케우치는 확실하게 봤다.(그건,)
 
"안 됩니다, 린 씨"
"어!?"
 
덥석, 린의 손을 감싸듯이 잡는다. 리모콘채로.
안절부절해지는 린을 곁눈으로 타케우치는 필사적이 되어서 리모콘을 탈취하려고 했다. 지금 버튼. 그것만큼은 안 된다.
 
 
 
 
 
(그건 유료 채널입니다, 린 씨―――!!)
 
 
 
 
 
 
뺨을 새빨갛게 붉힌 린이 "왜, 왜 그래" 라며 손을 빼려고 한다. 타케우치는 빼지 않는다. 꼬옥 끌어당긴다. 얼굴과 얼굴이 가까워진다. 린의 뺨은 사과철머 새빨갛다. 가까이서 보면 속눈썹이 굉장히 검고 길다. 입술은 비칠듯한 핑크색이고 매끈하게 빛나고 있다. 젖은 눈동자에 타케우치가 비치고 있다.
린이 눈을 꼬옥 감았다.
 
"린 ㅆ――"
"……,"
 
시간이 멈출것 같은 가운데, 타케우치는 일단 리모콘을 빼앗으려고 손에 힘을 넣은 그때.
 
 
 
 
 
"꺄아아아아아아아!!"
"우왓"
 
 
 
구이이잉, 하는 모터 소리와 함께 침대가 회전했다.
 
 
 
충격으로 침대에 쓰러진 린과 타케우치는 벌떡 일어나서,
 
"뭐야 이거-! 나 아까 엄청 멋진 소리 했던 참인데!!"
"린 씨! 이 채널은 성인용입니다!!"
 
빙글빙글 돌면서 리모콘을 뻇었다.
방의 풍경이 빙글빙글 도는 가운데 린이 저기, 라고 하면서 침대에 매달린다.
 
"왜 이거 점점 빨라지는거야!?"
"엑"
 
그런 장치는 모른다. 들은 적이 없다.
라고할까 린은 회전 침대를 모르는 세대였나……. 자신도 전문으로 밖에 모르지만, 그래도 커피 컵처럼 회전수가 올라간다는 얘기는 못 들었다. 어지러워졌다.
 
"우와와와……"
"리, 린 씨! 원심력! 원심력을 조심하세요!"
 
빙글빙글 돌며, 경치가 흐려지고 배게가 날아가고 이제 뭐야 이거――라고 생각한 그 때.
 
 
 
 
파앙, 문이 열리며 『몰카 대성공!』 플랜카드를 든 스태프들이 우쭐대며 들어왔다. 물론 지금은 보이지 않는다. 빙글빙글 도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 그럴 참이 아니다.
 
"이야- 수고했어-!"
"재미있었어-!"
"꽤 좋은 그림을 찍었어!"
 
우쭐대면서 말하고 있지만 솔직히 그럴참이 아닌 타케우치는 복근에 힘을 담아 소리질렀다.
 
 
"우선 이걸 멈춰, 주세요-!!"
 
 
 
 
 
          ※
 
 
 
 
 
 
스태프가 철수한 후 방은 텅 비어보였다.
린으로 말하자면 뿡뿡 화내고 있다. 말하길, 내 순정을 돌려줘, 라고 한다. 무슨 소리일까.
 
좋은 그림을 찍었다며 스태프는 크게 기뻐했다. 특히 어째선지 타케우치 자신도 크게 사고 말아서
"아무리 그래도 미성년의 앞에서 유료 채널이 나올리가 없잖아~"
라며 폭소하고 있었다. 그 리모콘 소동은 대체 뭐였던걸까.
참고로 침대의 회전수는 물론 스태프의 조작이었다.
 
 
 
이미 돌지 않게 된 침대에 앉아 린은 어딘가를 쳐다보고 있었다. 화난건 어디론가 가버린 모양이다.
 
"왜 그러십니까. 이제 곧 이동할 시간입니다"
"아, 역시 여기에는 안 자는구나……"
"당연합니다"
 
똑바로 잘라 말하자 린은 쿡쿡 웃었다.
 
"프로듀서는 그거네, 오늘은 왠지 재미있었어"
"뜻밖입니다"
"아하하!"
 
너무 웃어서 눈물을 닦는 린은 그치만, 하고 말했다.
 
"네?"
"나, 프로듀서랑 침대 하나 써도 괜찮았다구?'
"에"
 
 
 
두근, 거렸다. 그건.
 
린이 심술궂게 웃고 있다. 그렇게나 보고 싶어도 볼 수 없었던 미소를, 린은 최근들어 가끔 보여주게 됐다. 역시, 린도 웃는 얼굴은 좋다.
 
"린 씨,"
"아"
 
달칵, 뭔가 스위치가 들어가는 소리가 났다. 린의 손 아래에는 침대 스위치.
 
"와아아아아아! 어째서야! 지금 좋은참――꺄아!"
 
 

린이 또 빙글빙골 돌아간다. 그걸 보고 그만 자신도 웃어버렸다.
 
 
 
(방송이 기대된다)
 
 
 
 
 
 
 
 
 
메리고랜드는 침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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