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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신데렐라 스토리즈 6. 바다와 수영복

댓글: 6 / 조회: 2340 / 추천: 0



본문 - 11-30, 2015 12:26에 작성됨.

그 날 아리스가 프로젝트 룸으로 가려고 하자 들어본 적 없는 목소리가 불러 세웠다.

“ㅈ, 저기…….”

“네.”

돌아보자 작은 소녀가 서있었다.

머리에는 토끼모양을 한 머리장식이 붙어있다.

“타치바나, 아리스 씨죠?”

약간 뺨에 홍조가 띤 소녀가 이름을 물었다.

“그런데요.”

“ㅈ, 전, 사사키 치에라고 해요. 일단 아이돌을 하고 있어요.”

“네…….”

346 프로덕션에는 많은 아이돌이 있어 기억력 좋은 아리스라도 전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단 자신과 마찬가지로 초등학생 아이돌이 있는 건 알고 있었다.

“어째서 내 이름을?”

“그, 레슨에서 때때로 본 적이 있었는데 춤도 잘 추고 노래도 잘하고 그런데도 예의도 바르고, 저랑 나이차도 별로 안 나는데 어른스럽구나, 하고 생각해서요.”

“그래?”

칭찬받아서 나쁜 건 없지만, 역시 이렇게까지 들으니 간지러운 느낌이 난다.

“그래서, 그게…….”

소녀는 부끄러운 듯 머뭇거린다.

“뭐언데?”

상대가 말하기 힘들어하는 거 같아서, 아리스는 가능한 한 상냥한 목소리로 소녀에게 말을 건다.

“혹시 괜찮으면, ㅊ, 친구가 됐으면 싶어서요.”

“친구?”

“그게, 같은 사무소에서 아이돌을 하고 있는 것도 무슨 인연이 있어서인 게 아닐까 해서요, 그래서…….”

“저기, 한 번 더 이름 좀 말해줄래?”

“아, 네. 사사키, 사사키 치에에요.”

“나이는?”

“11살이에요.”

“그럼 나보다 한 살 아래네.”

평소 주변에 연상만 있기 때문에, 연하가 있다는 게 좀 신기하게 느껴지는 아리스였다.

“좋아. 친구하자. 앞으로 잘 부탁할게.”

“저, 저도 잘 부탁드려요. 그……, 타치바나 씨.”

“…….”

치에가 한 말에 아리스는 잠시 생각에 잠긴다.

그리고,

“아리스라고 불러.”

“엥?”

“친구기도 하고, 이름으로 부르자. 나도 치에 쨩이라고 부를게.”

“ㄴ, 네. 알았어요. 잘 부탁해, 아리스 쨩.”

이 날 아리스에게 새로운 친구가 늘어났다.

치에의 존재는, 그녀에게 또 새로운 감정들을 키워주게 된다.

 

 

바다와 수영복

 

 

“절대로 싫어요!!”

평소 같이 나츠키가 프로젝트 룸(프로듀서의 사무실)로 들어가려고 하자, 사기사와 후미카가 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평소엔 모기소리 같이 목소리가 작았던 후미카였으나, 고성을 지르자 엄청나게 울린다.

“ㅇ, 야.”

나츠키가 방에 들어가자 교대하듯 후미카가 빠른 발걸음으로 방에서 나가버리고 말았다.

방 안을 보자, 망연자실한 프로듀서가 보인다.

“이봐, 뭐야 자기. 후미카한테 이별통보라도 했어?”

“음…….”

프로듀서는 나츠키가 농담한 것에 바로 반응하지 않고 난감해 할 때 뒷목에 손을 얹는 버릇을 취했다.

“정말로 뭔데?”

나츠키는 프로듀서하고 마주하고 있는 소파에 앉았다.

아까까지 후미카가 앉았었는지 약간 온기가 남아있다.

“실은, 저번 브라이들 잡지가 호평을 받아서 이번엔 그라비아를 해보지 않겠냐고 의뢰가 왔습니다.”

“엑, 레알? 쩌는데. 확실히 그 때 후미카가 좋은 표정을 지었었지.”

나츠키도 발매한 잡지를 봤지만, 웨딩드레스차림인 후미카는 환상적일 정도로 아름다웠다.

편집자나 사진가가 점찍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그래서 후미카 녀석이 어째서 그렇게 화난 건데?”

“그게, 다음 잡지가.”

그러자 프로듀서가 어느 잡지를 들이민다.

“아하.”

나츠키는 후미카가 싫어했던 이유를 바로 짚었다.

그 잡지는 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만화잡지였다.

권두 그라비아라는 녀석이다.

거기에 실리는 여성은 거의 대부분 수영복차림이다.

“수영복 촬영을 하고 싶대?”

“예, 뭐.”

“그거야 뭐, 후미카는 스타일이 좋으니까 수영복차림을 보고 싶어 하는 마음을 모르는 것도 아닌데.”

“…….”

후미카의 성격을 생각하면 수영복차림을 싫어할 건 불 보듯 훤한 것이다.

프로듀서도 그 점은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근심 가득한 표정을 짓는다.

‘자기 성격을 생각하면, 후미카가 싫어할 일을 무리하게 시키지 않겠지.’

나츠키는 생각한다.

‘코시미즈 사치코네 프로듀서 같이 강인하게 밀고 나가면 이렇게 고민할 일은 없었겠지만.’

솔직히 언짢은 표정을 짓고 있는 프로듀서를 보는 건 나츠키도 좋은 기분이 들지 않는다.

“저기 자기는 어떻게 생각하는데?”

“역시 사기사와 양 자신이 할 마음이 없는 이상, 좋은 미소를 볼 수 없을 거라고 봐서요.”

“그게 아니고.”

“예?”

“후미카 성격을 보면 거절하는 건 예상 가능하잖아? 그런데도 어째서 이 일을 제안한 거야?”

“그건, 그게……. 회사 측에서도 추진하려는 것 같고요.”

“그리고?”

“사기사와 양 본인에게도 좋은 경험이 될 거라 생각해서요…….”

“그게 아니라.”

“예?”

“자기 본인은 어떻게 생각 하냐고. 후미카가 입은 수영복.”

“사기사와 양이 입은 수영복, 말입니까?”

“솔직히, 보고 싶어?”

“…….”

“…….”

잠시 침묵.

그리고 프로듀서가 살짝 입을 연다.

“그, 흥미는……. 있습니다.”

“변태.”

“아뇨! 절대 수상한 마음이 있어서가 아니고, 일반적인 남성 팬의 입장에서 흥미를 말하는 것이고요……!”

“아하하하하. 자기도 남자니까 말이지.”

드물게도 당황한 프로듀서를 보는 것도 즐겁다고 나츠키가 생각했다.

“그러므로 그, 앞으로 활동도 생각해서 말입니다만.”

“그래, 알았어. 알았으니까. 너무 어려운 건 난 잘 모르겠고, 어쨌든 후미카가 할 맘이 생기기만 하면 되는 거지?”

“뭐, 그렇습니다만……”

“나도 나름대로 얘기는 해볼 테니까, 이번 건은 보류하고 있어봐.”

“아뇨, 키무라 양에게 폐를 끼칠 수는 없습니다.”

“이제 와서 뭐래? 동료잖아?”

“……예.”

“여자끼리 얘기가 잘 통하는 것도 있으니까. 그러니까 힘 좀 내고.”

“예, 알겠습니다.”

“미소야, 미소.”

“음…….”

“아, 그러고 보니 딴 얘기인데.”

“뭐죠?”

“이번 주말에 합숙한다고 들었거든?”

“예. 키무라 양은 올해 들어왔기 때문에 처음이었죠.”

“합숙에서 뭐하는데?”

“기본적으로는 346 프로 휴양소에서 섬머페스를 목표로 전체연습을 실시합니다. 스케줄조정이 어려운 아이돌 여러분이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귀중한 기회입니다.”

“흐~음. 하지만 그거라면 딱히 합숙소에 할 필요 없잖아? 도쿄 쪽이 설비가 충실하기도 하고.”

“이 합숙은 연습을 위한 것도 있습니다만, 아이돌 여러분을 위로하는 것도 겸하고 있습니다.”

“위로?”

“예. 자유시간도 있고 친목회 등도 열립니다. 합숙 중에 날씨가 좋으면 가까운 해안에서 해수욕도 할 수 있습니다.”

“호오, 그거 쩌는데.”

“유닛이나 같은 부서사람뿐만 아니라 타부서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 장이므로, 여러분에게도 매우 좋은 체험이 되리라 봅니다.”

“그렇군. 그보다 해수욕 말이지.”

“왜 그러시죠?”

“아니, 그냥.”

나츠키가 그렇게 말하며 윙크했다.

 

 

*

 

 

합숙당일, 346프로 아이돌들은 버스 몇 대에 나눠 탄 뒤 회사휴양소로 향한다.

일 때문에 가는 합숙보다는 버스여행에 가깝듯, 차내 분위기가 화기애애했다.

나츠키는 후미카나 아리스와 같은 버스에 탔지만 프로듀서만은 다른 버스에 탄 모양이다.

그녀가 앞을 보자, 또래 키즈 아이돌과 즐겁게 대화하고 있는 아리스의 모습이 보였다.

“아리스도 또래인 친구가 생긴 거 같네, 다행이다.”

나츠키는 옆에 있는 후미카에게 말했다.

“그러네요……. 매우 즐거워 보여요.”

후미카도 그렇게 말하며 미소 짓는다.

손에는 커다란 하드양장본을 들고 있었다.

버스 안에서 책 읽으면 멀미하지 않을까하고 생각하는 나츠키.

“그런데 후미카 말이야.”

“네……. 왜 그러죠?”

“합숙 이틀째에 자유 시간 좀 있잖아?”

“네.”

“바다 갈래?”

“바다……, 요?”

“모처럼 왔는데 헤엄치자. 수영복도 자기가 준비해놓은 거 같으니까.”

“바다에는……, 안 갈 거예요.”

“엑, 어째서.”

“아니 그게……. 무섭잖아요.”

“별로 안 무섭다니까.”

“나가노 현에는, 바다……. 없었으니까요.”

“아니, 뭐 진짜 없긴 하지만. 그보다 한 번도 바다에서 헤엄쳐본 적 없어?”

“네.”

“못 믿겠다. 그런 녀석이 진짜 있구나.”

참고로 나츠키의 출신지인 도치기 현에도 바다는 없다.

“수영장 같은 데에서도 그렇게 헤엄치지 않아요. 학교수영장에서 수업하고 나서……. 치지 않았어요.”

“레알?”

“해변은 햇볕이 강해서……. 딱히 가고 싶지도 않고요.”

“그렇다는 건, 혹시 후미카 수영복 안 갖고 왔어?”

“저기……. 학교수영복이라면……, 갖고 왔는데요.”

나츠키는 순간 학교수영복차림인 후미카를 상상하고 배덕적인 기분이 들고 말았다.

“비키니 같은 건?”

“ㄷ, 당치도 않아요.”

후미카는 얼굴을 새빨갛게 하고 시선을 내렸다.

‘이건, 수영복 그라비아 같은 문제수준이 아니네.’

나츠키는 후미카가 반응하는 걸 눈앞에서 지켜보면서, 앞으로 갈 길이 험하다는 걸 다시 한 번 확인했다.

 

 

*

 

 

같은 시각, 다른 버스에 탄 프로듀서는 서류를 훑어보고 있다.

“이런 데에서도 일해? 엄청 열심이잖아.”

프로듀서의 옆에 카와시마 미즈키가 앉는다.

“아뇨, 뭘 하지 않으면 진정되지 않을 뿐입니다.”

미즈키 쪽을 흘깃 본 뒤 프로듀서가 말했다.

“그 애들하고 같은 버스에 안타도 돼?”

“키무라 양이 여자끼리 말이 통한다고 그러셨기 때문에요.”

“흐음. 일 쪽은 순조로워?”

“예, 뭐. 그리고 카와시마 씨에겐……. 감사하고 있습니다.”

미즈키에겐 아리스 생일 관련으로 신세를 진 적이 있다.

“이번에는 카에데 쨩은 합숙에 참가 안 하는 모양이야.”

“뭐, 일이 있으므로 어쩔 수 없다고 봅니다.”

“…….”

“…….”

“프로듀서 군.”

“예.”

“카에데 쨩 좀 제대로 챙겨주지 그래?”

“전 이제 담당이 아닙니다.”

“그게 아니라.”

“음…….”

“여자로써 말이야.”

“……저와 타카가키 양은 아무 사이도 아닙니다.”

“그렇게 도망칠 거야?”

“아뇨, 도망치는 게 아니고요.”

“뭐 됐어. 너희들 관계에 내가 끼어들 생각은 없지만.”

“…….”

“하지만 그 애는 그런 식으로 보여도 근본은 쓸쓸함을 많이 타.”

“알고 있습니다…….”

“정말로?”

“예.”

“그럼 됐어.”

“…….”

 

 

*

 

 

합숙은 첫날부터 엔진을 전개하듯 활기에 가득 차있었다.

갈 때 버스에서 풍기던 온화한 분위기에서 순식간에 바뀐 긴장감 있는 연습.

특히 탑 아이돌로 불리는 인기 아이돌들은 높은 수준의 퍼포먼스를 요구한다.

그 압박감은 아직 데뷔 전인 나츠키들도 움찔움찔 느껴졌다.

그러면서도 개별 활동이 많은 아이돌들이 몇 없는 전체연습에서 완벽히 맞추는 것을 보고 새삼 다시 한 번 놀라고 만다.

“프로라는 거야? 역시 쩐다.”

나츠키가 한숨을 쉰다.

“굉장해.”

아리스나 후미카도 마찬가지다.

“예. 그녀들의 지위나 스킬은 하룻밤 사이에 완성 된 것이 아닙니다. 한 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을 했던 결정체인 것입니다.”

프로듀서는 왠지 자랑스럽게 말한다.

“좋았어. 우리도 데뷔를 생각하면 질 수 없겠는 걸?”

나츠키가 그렇게 말하자,

“네!”

아리스도 기합을 넣는다.

“히, 힘낼 게요……!”

후미카도 목소리를 냈다.

전체 곡 연습은 합숙에 참가한 아이돌 전원이 받아야만 한다. 예외는 없다. 이유는 주력멤버가 사고나 병으로 참가 불가능할 경우, 바로 백업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다. 또 멤버가 정해져있는 유닛 곡도 몇 명의 대역으로도 스테이지를 진행할 수 있도록 연습한다.

어떤 멤버와 함께해도 노래를 부를 수 있게 만드는 것은, 위기관리차원뿐만 아니라 각 아이돌에게도 좋은 의미로 자극이 되고 있다. 단 익숙해져있지 않은 후미카나 아리스에겐 꽤 힘든 합숙이 되었다.

그 후 그녀들은 쌩 이틀을 레슨전념으로 시간을 보내야 했고, 3일째 오후에야 자유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

 

 

휴양소 가까이 있는 해안은 사유지라 346 프로덕션의 프라이빗비치라고 해도 무관할 정도겠지.

“간다~”

“사이킥 해수욕!!!”

“봄버어어어어어어!!!”

“잠깐 밀지 좀 말아주세요! 귀여운 제 수영복을 좀 더 모두에게 보여어어어어아아아!!!”

그만큼이나 격렬한 연습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아이돌들은 활기차게 바다를 즐기고 있다.

합숙참가자 중에서는 유명한 아이돌도 있기에 일반 해수욕장에서는 날개를 펼치기 힘들다.

거기다 바빠서 바다에서 놀 기회도 적으므로 이때뿐이라며 즐기는 자가 많았다.

그런 그녀들을 커다란 프로듀서는 비치파라솔 밑에서 바라보고 있다.

“자기, 수고가 많아.”

문득 나츠키의 목소리가 들렸기에 뒤돌아보자 수영복차림인 나츠키가 아리스가 있었다.

“헤헤. 어때? 내 수영복.”

“…….”

나츠키는 당당하게 있었지만 뒤에 있던 아리스는 약간 부끄러운 듯 보였다.

“두 분 다 매우 잘 어울립니다.”

나츠키가 입은 수영복은 비키니 타입이고 아리스는 원피스 형 수영복을 입고 있다.

“라는데? 아리스 잘됐네?”

“ㄷ, 당연하죠. 저도 수영복만 입으면 나름대로…….”

“나름대로 뭐라고?”

히죽거리며 나츠키가 물었다.

“아무 것도 아녜요.”

이래저래 있다보니 다른 방향에서 아리스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아리스 쨔앙~”

“여기여와요~”

다른 부서 초등학생 아이돌들이다.

요새 며칠 연습이나 숙박, 식사 등을 통해 아리스도 다른 아이돌들, 특히 또래 애들과 교류를 넓히고 있었다.

“가봐. 모처럼 바다에 왔잖아.”

나츠키도 그 점을 아는 듯 아리스에게 그렇게 말했다.

“ㄱ, 그럼 갔다 올 게요. 조금 있다 봬요.”

“어. 조심하고.”

“다치지 않도록 조심하십시오.”

프로듀서도 말했다.

“ㅇ, 알고 있다니까요.”

어린애 취급받았다고 생각했는지 아리스가 좀 화난 말투로 말했지만, 표정을 보면 그렇게 화나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럼, 옆에 앉아도 돼?”

아리스를 보낸 뒤 프로듀서 앞에 선 나츠키가 물어보았다.

“앉으십시오.”

“자, 실례 좀 할게.”

그러고 나서 프로듀서 옆에 앉는다.

“키무라 양도, 놀러 들어가지 않으시는 겁니까?”

“나 말이야? 난 좀 지쳐서.”

“괜찮으십니까?”

“후후. 농담이야. 앞으로 데뷔했을 때도 지쳐있을 순 없잖아.”

“무리는 하지 말아주십시오.”

“자기만큼은 무리하지 않는다고.”

“음…….”

프로듀서는 목 뒤를 만졌다.

“후미카가 신경 쓰이지?”

“뭐, 그렇죠.”

“녀석한테도 바다로 놀러가자고 꼬셨었는데, 절대 안 간다면서 숙소에 남아버렸어.”

“그렇습니까?”

“모두가 보는 앞에서 수영복차림으로 있으면 아마 수영복 일도 익숙해지지 않을까하고 생각했었는데 말이야.”

“…….”

“애초에 후미카 자신은 인도어파고 나가노에는 바다도 없었으니까 사람 앞에서 수영복차림으로 나선다는 감각을 잘 모를 수도 있겠지만.”

“음음…….”

“있지 자기?”

“예.”

“나도 수영복 입었잖아. 어때?”

“아까도 아름답다고 얘기했습니다만.”

“똑바로 여기 보라고. 정말 보고 있어?”

“ㅂ, 보고 있습니다.”

“정말로?”

“솔직히……”

“응?”

“눈을 어디에 둬야 할지 난감합니다.”

그러고서 프로듀서가 고개를 숙였다.

“잠깐, 그런 반응 보이지 마. 나도 부끄러워지잖아!”

자기도 모르게 얼굴 빨개지는 나츠키.

“음음……!”

프로듀서는 그런 나츠키한테서 고개를 돌리고 목 뒤를 만졌다.

 

 

*

 

 

같은 시각, 후미카는 숙소 안에 있는 카페테리아에서 가지고 온 책을 읽고 있었다.

숙소 안에 있는 아이돌이나 프로듀서들은 거의 나가버려서 오전 중에까지 느껴지던 활기가 거짓말 같이 싹 사라져 고요한 시간만이 흐를 뿐이었다.

페이지를 넘기는 소리만이 울린다.

바다에 가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고 말하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프로듀서가 준비해 준 수영복을 입고 앞에 설 용기가 선 듯 나질 않는다.

‘그런 짓 했다간 부끄러워서 죽을 거야.’

그렇다고 수영복을 안 입고 바다에 가는 것도 무리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후미카는 이렇게 숙소에서 혼자 책을 읽고 있는 것이다.

그러자,

“안녕.”

갑자기 누군가 말을 걸었다.

“히얏!”

완전 무방비 상태였기 때문에 후미카가 이상한 목소리를 내고 말았다.

“어머나, 미안해.”

“엥…….”

고개를 들자 본 적 있는 키 큰 여자가 서있었다.

“카에데 언니.”

“네. 카에데랍니다.”

타카가키 카에데였다.

“합숙에는……, 참가 안하시지 않으셨어요?”

“응. 올해는 참가 못했지. 하지만 스케줄에 여유가 생겨서 잠깐 들려본 거야.”

“아하…….”

당돌, 너무나도 당돌한 등장에 멍해진 후미카.

“동석해도 될까?”

“ㄴ, 네.”

카에데는 그리 말하고 후미카 테이블 맞은편에 앉는다.

“아무도 없는 모양이네?”

“모두……. 바다에 간 모양이라서 말이죠.”

“바다?”

“자유 시간이 생겨서 바다로 놀러갔어요. 또는 근처에 쇼핑간 사람도 있고요.”

“그러니. 넌 안 나가?”

“전……. 지쳐서요. 연습도 힘들었고요…….”

“그랬구나. 수고 많았어.”

“아뇨…….”

“…….”

“…….”

“…….”

“…….”

어색하기만 한 침묵.

눈앞에 카에데가 있기 때문에 책을 읽을 수도, 그렇다고 대화를 하자니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도 모르겠다.

아니, 주제는 있다. 있는 것이다.

후미카는 살며시 물어보기로 했다.

“프로듀서 씨를……. 만나러 오신 거예요?”

“어머,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는데?”

“그게 일부러……. 예정에도 없었는데 말이죠.”

“우후후. 그거야 분명 만나면 럭키겠네, 하고 생각은 하지만.”

“…….”

이 사람은 흠집 잡을 때가 없다, 고 후미카가 다시금 생각했다.

“하지만 그 사람 왠지 요즘 고민하는 거 같아서 놀려봤자 재미도 없을 것 같기도 하고.”

“고민…….”

“그 사람이 자기 일로 고민할 리 없는데 역시 담당 아이돌 때문에 그런 걸까?”

“…….”

“뭔가 짚는 구석이라도 있니?”

“아마도……. 저 때문일 거라 생각해요.”

“어머 어째서? 뭔가 잘못이라도 했어?”

“아뇨, 절대 그런 게 아니고요.”

“후후, 농담이야. 너도 뭔가 고민 있는 거 아니니?”

“저……, 말인가요?”

“그런 거 같은 얼굴하고 있고.”

“음…….”

후미카는 테이블 위에 책을 놓는다.

지금, 그 사람이었다면 확실히 목 뒤를 만졌겠지, 하고 생각하면서.

“그게, 실은…….”

 

 

그 뒤 후미카는 예의 수영복 그라비아 일 때문에 벌어진 일을 카에데에게 설명했다.

자기가 수영복을 꺼려했던 것, 그리고 그것 때문에 프로듀서가 고민하고 있는 것.

사람들이 보길 꺼려하다니, 아이돌 실격일지 모른다.

그런 말을 들어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그저 여름에도 가능한 한 피부를 노출시키고 싶지 않아하는 후미카가 봤을 때, 수영복이라는 것은 미지의 영역이라고 해도 된다.

“카에데 언니는……. 원래 모델 했었으니까, 그게……. 익숙할 지도 모르겠지만요. 저는, 스타일도 그다지…….”

자기가 알 정도로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하는 후미카.

그런 후미카를 본 카에데는 의외인 발언을 한다.

“저기 후미카 쨩?”

“네.”

“나 말이지, 내 몸이 싫었었어.”

“……네?”

“그게 좀 그렇잖아? 키도 여자치곤 큰 편이지 팔도 너무 얇은 거 아닌가 할 정도로 얇지 가슴도, 말이지?”

그러면서 카에데가 웃는다.

“ㅎ, 하지만 카에데 언니……. 엄청 예쁜걸요.”

카에데는 아이돌에게 없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고 후미카는 생각하고 있다. 그건 키나 몸무게, 스리사이즈 같은 카탈로그 스펙으론 알 수 없는 매력이다.

“우후후. 고마워. 모델 시절에도 그런 말을 들었는데 그래도 왠지 나 자신이 좋아지질 않더라고. 이렇게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예로 들어 코히나타 미호 쨩 같이 귀여운 체형을 지녔다면 좀 더 좋았을 텐데, 하고 말이야.”

“…….”

“내가 내 자신을 좋아하게 된 건 그렇게 이르지 않아. 아마, 아이돌이 되어서 부터겠지.”

“그래요?”

“그 사람이 말해줬어. 나를 직시하면서, 당신은 아름답다고 말이지.”

“……그 사람이라면.”

“그래. 네 프로듀서 씨야.”

“…….”

“거기서 부터지. 내 자신이 좋아지게 된 건.”

후미카는 생각한다.

카에데는 그 사람을 좋아한다고.

하지만 그걸 직접 물을 용기는 지금 후미카로썬 나지 않았다.

“그는 일만 생각하는 거 같아 보여도 역시 남자란다?”

“무슨 말씀이죠?”

“네가 싫어할 걸 알고서도 수영복 일을 갖고 온 건, 역시 보고 싶어서 그랬던 게 아닐까 하는 거야.”

“네?”

“네 수영복차림.”

그 말로 후미카의 얼굴은 물도 끓일 것 같이 뜨겁게 되었다.

“귀여워.”

그런 후미카의 상태를 보고 카에데가 웃는다.

그리고 웃음을 일단락 짓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럼, 슬슬 가야겠다.”

“엑? 가다니요? 바다로요?”

“다음 일.”

“하지만…….”

“왜?”

“만나러 가지 않아도 돼요? 프로듀서 씨요.”

“이젠 시간이 없어. 이제 홋카이도로 가야해.”

“아아…….”

“뭐, 후배가 귀여운 표정 짓는 걸 봤으니까 난 만족했어. 그럼 잘 지내렴?”

그리고 카에데가 걸어나갔다.

“ㅈ, 저기요!”

그러던 카에데에게 후미카가 말을 건다.

“왜애?”

카에데가 뒤돌아본다.

뒤돌아보는 모습도 왠지 우아하게 보인다.

“고맙, 습니다.”

“난 아무 것도 안 했어. 열심히 하고.”

“ㄴ, 네.”

“그는 꽤 완고한 남자야.”

“네?”

“우후후.”

그리고 카에데는 정말로 떠나버렸다.

바람 같은 여자구나, 하고 후미카가 생각했다.

 

 

*

 

 

그 날 밤엔 위로회도 겸할 겸 숙소 뜰에서 바비큐파티를 열었다.

하지만 파티에는 프로듀서도 모르는 또 한 가지 서프라이즈가 준비되어있었다.

“야호~ 프로듀서 군.”

카타기리 사나에의 목소리가 들렸다.

“카타기리 씨?”

“어때? 이 유카타.”

“예, 잘 어울리시는군요.”

“뭐야 그 반응.”

아이돌들이 유카타차림으로 등장한 것이다.

이 계획은 일부 아이돌한테만 알려져 있던 거라 프로듀서는 갑작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자, 미호 쨩도 귀엽지?”

사나에는 그러면서 코히나타 미호를 앞으로 내세운다.

미호의 검은 머리카락과 유카타가 잘 어울렸다.

“매우 아름답습니다. 코히나타 양.”

“역시 부끄럽다고~”

“뭐라는 거니 미호 쨩. 좀 더 보여줘야지 않겠어?”

“카타기리 씨. 너무 코히나타 양을 괴롭히지 말아주십시오.”

그런 대화를 나누고 있자,

“얍, 자기.”

“프로듀서.”

나츠키들도 유카타차림으로 등장했다.

나츠키는 노란색을 베이스로 한 밝은 색 유카타를, 아리스는 보라색을 베이스로 한 차분한 분위기가 나는 유카타를 입고 있었다.

“두 분 다 매우 잘 어울립니다. 특히 타치바나 양은, 어른스럽군요.”

“머, 머라는 거에여 프로듀서 씨도 참.”

“부끄럼타지 말라니까.”

엄청 부끄러워하는 아리스를 보고 나츠키가 웃었다.

“저기, 그런데…….”

프로듀서가 무슨 말을 할지 나츠키는 바로 눈치 챈 모양이다.

“후미카 말이야? 벌써 왔는데.”

그러면서 나츠키는 프로듀서의 등 뒤를 보았다.

나츠키의 시선이 향한 곳을 보자 하늘색 유카타를 입은 후미카가 걷고 있었다.

검은 머리카락에 유카타가 매우 잘 어울린다.

웨딩드레스 때와 다른 환상적인 분위기가 흐른다.

“어떤……, 가요?”

“사기사와 양.”

“네.”

“매우, 잘 어울립니다.”

“ㄱ, 고마워요…….”

수영복은 볼 수 없었지만 유카타차림은 볼 수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만족한다고 프로듀서가 생각했다.

“제 때랑 반응이 다르네요.”

차가운 시선을 보내면서 아리스가 소곤거린다.

“질투하지 마 아리스. 너도 이제 몇 년 만 지나면 후미카 같이 된다니까?”

나츠키가 아리스의 어깨를 안으며 말했다.

“ㅂ, 별로 질투 안하거든요.”

부끄러운 듯 아리스는 뺨을 부풀리고 있다.

유카타가 넘쳐나는 파티는 예상대로 분위기가 크게 무르익었다.

그런 가운데, 후미카는 뭔가 결심한 표정을 짓고 있다.

“ㅈ, 저기요. 프로듀서 씨.”

갑작스레 후미카가 말을 걸었다.

“왜 그러시죠, 사기사와 양.”

“ㄱ, 그게요. 잠깐……. 할 얘기가 있는데 어디 좀 같이 가주실래요?”

이제 조금 있으면 가까이서 불꽃놀이가 시작한다.

거기 있던 많은 사람들이 그쪽에 시선을 빼앗겨있었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그는 불꽃놀이보다도 아이돌을 존중하는 남자이다.

무슨 얘기인 건가하고 생각을 곱씹으면서 숙소로 향했다.

 

 

*

 

 

“ㅈ, 죄송해요……. 일부러 부르고 말아서요.”

어두컴컴한 방 안에서 후미카가 말했다.

창밖에서 가로등불이나 달빛이 스며든다.

“불 켤까요?”

“아뇨. 그대로 있어주세요.”

그가 등을 켜려고 하는 걸 후미카가 말렸다.

“어째서죠?”

“ㄱ, 그게……. 당신에게……, 보여주고 싶어서요.”

“예?”

다음 순간, 후미카는 천천히 유카타의 오비(허리띠)를 풀기 시작했다.

“ㅅ, 사기사와 양?”

“그대로! 그대로 있어주세요…….”

당황하는 그를 후미카가 말로 제재했다.

그 말로 꼼짝달싹 움직이지 못하는 프로듀서.

어두컴컴한 방은 소리가 잘 울린다.

스륵스륵하고 천 맞닿는 소리가 그의 이성을 자극한다.

오비를 완전히 풀고 후미카는 유카타 가슴팍을 쥔다.

“…….”

둥실하고 유카타가 바닥에 떨어진다.

“이건…….”

달빛에 비쳐진 후미카는, 하얀 수영복을 입고 있었다.

그건 합숙 전에 그가 준비해줬던 수영복이다.

“저기요……. 어울려요?”

어둠 속에서 눈이 서서히 적응하자 후미카의 신체라인이 제대로 보였다.

옷 위로 보이는 것과 다르다.

생생한 매력을 느꼈다.

“ㅇ……,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

미세하게 후미카가 어깨를 떤 걸 알았다.

그는 자신이 제안한 것에 대해 후회한다.

터무니없는 말을 꺼낸 것 때문에 그녀를 괴롭혀버리고 말았다고 생각했다.

그는 발언저리에 떨어진 유카타를 주워들어 그녀의 어깨에 덮었다.

“프로듀서 씨. 저…….”

“무리는, 하지 말아주십시오.”

그는 그녀의 눈가를 손가락으로 더듬는다.

손끝이 살짝 젖어있다.

울고 있던 것이다.

“느긋하게 가셔도 됩니다. 자신의 페이스대로 걸어 나가도록 하죠.”

“……네.”

후미카가 고개를 끄덕인 순간, 창밖에선 끝마무리를 알리는 커다란 불꽃을 쏘아 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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