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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키 “린 쨩, 밟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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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1-21, 2015 16:56에 작성됨.

우즈키 “린 쨩, 밟아주세요!”

 

 

‘따끈따끈 Evo! Revo! Generation!’ CD 드라마 파트 후일담.

삼인칭.

우즈린.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린 쨩, 저를 밟아주세요!”

“뭐?”

우즈키가 갑자기 이상한 신청을 하는 바람에 린이 깜짝 놀랐다.

오늘 프로젝트 룸에 아직 둘 밖에 안 왔다.

우즈키는 넓은 방인데도 린하고 가까이 붙었다.

“저번에 뉴 제네레이션즈가 매직아워를 진행했었잖아요?”

“맞아.”

“그 때 ‘린 쨩한테 밟히고 싶다’는 내용으로 메일이 왔었죠?”

“아, 왔었어.”

 

 

“그 때 린 쨩한테 밟히면 어떤 기분이 들까하고 생각했어요.”

“왜 얘기가 그렇게 되니?”

“팬의 마음을 아는 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 메일에서도 ‘밟았으면 좋겠다는 건 거짓말.’이라고 정정했었잖아.”

“아마 부끄러움을 감추는 걸 거예요.”

“부끄러움 감추기?”

“린 쨩이 가진 매끄러운 다리가 저를 밟는다고 상상했더니, 두근거려져버린 거 있죠?”

“우즈키, 괜찮니?”

“괜찮고 자시고 이 기분을 확실시하고 싶어요!”

양 팔을 앞에 두고 주먹을 꽉 쥔 우즈키는 진지한 눈빛을 했다.

 

 

린은 드문 상황이라고 생각했다.

우즈키는 평소 자기 희망을 잘 표현하지 않는 편이다.

그런 우즈키가 이렇게까지 말한다는 건 진심인 거겠지.

“혹시라도 새로운 풍경이 보일지 몰라요!”

린은 강하게 따지는 우즈키에게 예전 자신 모습을 겹쳐 생각했다.

뭘 해야 할지 모르면서도 진심으로 뭔가를 바라서 아이돌이라는 가능성의 문을 두드린 자신.

스카우트 제의를 받은 뒤 부모님에게 아이돌이 되겠다고 얘기했을 땐 매우 긴장했다.

과연 아이돌로써 성공할 수 있을까, 학업과 병행할 수 있을까, 가게 도와주던 건 어떡해야 할까.

의문도 불안감도 해소되지 않았지만 아이돌의 길을 나아가기로 결정했다.

뭔가를 변화시키는 건, 무섭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우즈키가 내린 결단을, 의사를, 용기를 훌륭하다고 생각했다.

무시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우즈키, 알았어. 그래서 난 뭐 하면 되는데?”

“일단 제가 여기에 엎드릴게요.”

“교복이 더러워질 거야.”

“교복은 얼마든지 더럽혀라, 라고 핸드폰으로 검색해보니까 나왔어요.”

“우즈키. 지금 당장 핸드폰 내놔. 깨부술 테니까.”

“어쨌든 전 엎드릴 테니까 린 쨩은 제 등을 밟아주세요!”

린이 제지할 틈도 없이 우즈키는 몸을 바닥에 붙여버렸다.

얼굴 아래에 팔을 모은 게 비치플러그라도 하려는 자세로 보인다.

“자 린 쨩! 시작하세요! 아, 양말차림으로 해주세요.”

이렇게 된 이상 빨리 끝내야지.

린은 꾹하고 입술을 깨문다.

 

 

우즈키는 린이 아이돌을 하기로 결정한 이유 중 하나에 포함된다.

더욱이 자신의 무뚝뚝함을 자각하고 있는 린에게 반짝반짝한 미소를 가진 우즈키는 마치 동경하는 ‘아이돌’이었다.

그런 우즈키를, 밟는다.

그건 성역에 발을 들이미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침을 삼킨다.

분위기 때문에 시작한 거지만 막상 하려고 하니 손바닥에 땀이 찼다.

‘잠깐 기다려봐. 이건 좀 역시나…….’

망설이는 린.

뇌 속에선 악마와 천사가 날뛴다.

악마는 ‘자자, 빨리 해버려.’라고 속삭이고, 천사는 ‘분명 우즈키 쨩이라면 받아들여줄 거예요.’라고 방긋 미소를 짓는다.

다수결에 따라 밟기로 결정했다.

역시 의논은 민주주의 방식으로 해야 해.

 

 

린은 통학용 구두를 벗고 조심스럽게 우즈키 등에 발을 올린다.

우즈키가 순간 꿈틀하고 몸을 떨었다.

교복차림이라는 일상.

그걸 바닥으로 더럽히고 밟으려고 하는 비일상.

그 파괴적인 행위에 린은 뇌가 빙글빙글 도는 것 같은 감각에 빠졌다.

우즈키 등을 이런 식으로 밟은 사람은 여태까지 없었겠지.

부글부글 여러 감정이 뱃속에서부터 치밀어 올라온다.

질척질척하면서 고여 있고 열을 가진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

 

 

예전에 우즈키 집에 간 적이 있다.

잘 지어진 집과 상냥하고 밝은 어머님.

분명 우즈키는 외동딸로써 부모님의 사랑을 받으며 자라왔겠지.

별로 악의라든가, 공격적인 면이라든가 접촉하지 않고 살아왔겠지.

세간에서 천사라든가, 천사라든가 말하는 것도 납득이 간다.

그런 세상물정 모르는 천사를, 밟는다.

어떤 반응을 보일까.

아무도 모르는 우즈키를 알 수 있다.

더욱, 더욱 우즈키를 알고 싶다. 가까이 다가가고 싶다.

린은 급속하게 가슴속을 밀어닥치는 탁한 무언가를 집어 삼키고, 꾹하고 다리에 힘을 실어 아래로 밟았다.

 

 

교복 위여도 우즈키가 뻗은 등 감촉이 느껴진다.

우즈키를 밟았다고 자각한 순간, 피가 일제히 몸속을 날뛰며 심장고동이 뇌까지 울린다.

린이 거의 무의식적인 상태에서 발바닥으로 우즈키의 등을 지근지근 누른다.

우즈키의 분홍빛 입술에서 신음이 새나왔다.

“응, 앗…….”

평소 우즈키가 낼 리 없을 법한 목소리가 들렸을 때, 순간 린의 머릿속에서 뭔가 뚝하고 끊어졌다.

 

 

것과 동시에 문이 열리는 소리.

린은 갑작스레 현실로 되돌아왔고 시야가 팍 트였다.

방에 들어온 건 미오와 프로듀서다.

“시부린 뭐 해?! 시마무?! 거기 바닥이야!”

“잠깐 미오. 아니 이건 그게 아니고.”

“그렇군……. 역시나 시부린은 그런 취미를 갖고 있었구나?”

“아냐! 그보다 ‘역시나’라니?!”

미오는 눈을 반짝 뜨거나 생각에 잠겨 눈을 감거나 해서 바쁘다.

 

 

그 옆에 있던 프로듀서는 미오와 대조적으로, 평소와 다르지 않은 표정으로 목에 손을 얹고 어떤 말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것 같다.

“시부야 양……. 그……. 무슨 일이시죠?”

“팬들이 원하는 걸 여러 가지 답해주는 게 좋을 거 같아서.”

“그럼 이후에 이것과 같은 기획을 검토해보도록 하죠.”

“그렇게까지 안 해도 돼!”

그 뒤에 프로듀서는 ‘도S메이드’ 기획을 제안했으나 린은 그것을 거절.

그리하여 그 일은 미나미에게 넘어가게 되었다.

촬영하는 중 미나미는 왠지 모르게 채찍을 매우 능숙하게 사용했다.

그리고 아냐만이 그 이유를 몸소 알고 있다.

 

끝.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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