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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마무라 우즈키(27) “우울증 때문에 힘낼 수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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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0-12, 2015 17:57에 작성됨.

시마무라 우즈키(27) “우울증 때문에 힘낼 수 없어요.”

 

 

 

미나미아오야마에 있는 회원제 레스토랑.

미오는 지하로 이어지는 계단을 걸어 도착하였다.

 

미오 “시부린, 오랜만~!”

린 “오랜만이야 미오.”

 

핸드백을 내려 둔 미오는

가죽 소재의 체스터필드 소파에 앉는다.

 

미오 “난 카카오 피즈 하나!”

린 “난 차 끌고 와서 술은 안 마실게.”

 

두 사람 앞에 파스타가 도착하였다.

린은 제노베제, 미오는 아마트리치아나를 받았다.

미오는 파스타를 먹으면서 최근 얘기를 꺼낸다.

 

미오 “시부린, 최근에 인기 쩔던데?”

린 “드라마 주연이 결정되고 나서부터 바빠졌지.”

미오 “NHK 아침 연속 TV 소설이지? 엄청 인기더라.”

린 “가수 이외에 처음 맡은 큰 역할이다 보니까, 왠지 모르게 긴장이 많이 돼.”

미오 “나는 뭐 한낱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 리포터나 하고 있고.”

린 “인기 꽤나 많으면서.”

미오 “세계 곳곳에서 요리소개를 하니까, 여러 군데도 가고 재밌어.”

린 “탤런트나 외국인 친구도 많아졌어?”

미오 “뭐 그렇지!”

 

 

파스타를 먹으면서 일 얘기를 하였고

식사를 마친 뒤에는 커피가 왔다.

 

린 “그래서 말이야, 오늘은 우즈키 때문에 상담할 게 있어.”

미오 “시마무 말이지~ 결혼식 이후로 만난 적이 없네~”

린 “뮤지컬을 했다가 지금은 쉬는 모양이야.”

미오 “IT관련 청년실업가가 상대지? 우즈키, 출세했어~”

린 “그건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별로 좋지 않아.”

미오 “결혼생활 잘 안 된대?”

린 “그런 느낌.”

미오 “그렇지만……, 포지티브 정신으로 힘내고 있을 거 아냐?”

린 “아니, 그렇지도 않아. 지금 우즈키는 힘낼 상황이 못돼.”

미오 “어? 그렇게 심각해?”

린 “이제 우즈키 집에 가려고 하는데, 같이 갈래?”

미오 “내가 도움이 된다면야!”

린 “같이 오면 든든해 나도.”

 

 

오렌지색 가로등이 주변을 비치는 주차장.

린은 그곳에 주차해 놓은 알파로메오 줄리에타의 문을 열었다.

미오도 조수석에 함께 탔다.

 

미오 “시마무……. 어떻게 되어버린 거야.”

린 “가면 알 거야…….”

 

린은 애차의 키를 돌렸다.

조용한 밤에 주차장에서 엔진소리가 울렸다.

 

린 “롯본기에 있는 타워 맨션에 사니까, 그렇게 멀진 않아.”

미오 “시마무…….”

 

말수가 줄어든 두 사람을 태운 차는 아오야마 도리를 달린다.

그 사이에 린이 미오에게 충고했다.

 

린 “우즈키를 만나도 힘내라, 라던가 힘내자, 라고 말하면 안 돼.”

미오 “왜? 힘낼 게요 라고 언제나 힘내던 게, 시마무의 보기 좋은 점인데.”

린 “우울증에 걸린 사람을 북돋아주면 역효과야.”

미오 “뭐? 우울증? 시마무가?”

린 “아까도 말했지만, 지금 우즈키는 힘낼 수 없는 상황이야.”

 

 

코인 주차장에 차를 주차한 린은

미오를 데리고 맨션 입구로 향했다.

인터폰으로 우즈키에게 연락, 입구 문이 열리도록 했다.

 

넓고 밝지만 한산한 라운지는

미오의 불안을 더욱 부추기는 분위기였다.

 

미오 “좋은 데에서 살고 있구나.”

 

엘리베이터를 타고 높은 층까지 왔다.

우즈키는 지상과 격리된 곳에서 살고 있다.

 

린은 무언으로 복도를 뚫고 갔다.

미오는 불안한 표정을 띄우며 린 뒤를 따라갔다.

사람의 기척이라곤 없는 밝은 복도를 미오는 아름다운 폐허라고 생각했다.

 

복도 끝 호실 앞에 린이 멈추어 섰다.

문 옆에 있는 인터폰을 눌러

마이크에 얼굴을 향한 린은, 슬픔과 상냥함을 동반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린 “왔어, 우즈키.”

우즈키 “아……, 린 쨩……. 좋은 아침이에요.”

린 “오늘은 미오도 데리고 왔어.”

미오 “시마무, 오랜만이야.”

우즈키 “아……, 미오 쨩 오랜만이에요.”

 

인터폰에서 흘러나오는 우즈키의 목소리는

매우 무거운 느낌이 들었다.

입구 철문의 무거움과 들어맞듯, 무거운 공기가 방문자를 감쌌다.

 

 

잠금이 풀리는 소리가 나면서 무거운 듯 보이는 문이 열렸다.

 

문 틈새에서 나타난 우즈키의 얼굴을 보고

미오는 전율을 느꼈다.

 

미오가 알고 있는 우즈키가 아니다.

 

일단 인상적이었던 것은, 눈에 빛과 생기를 느낄 수 없던 점이다.

그리고 가면 같이 달라붙은 미소가 미오를 당황하게 했다.

생기 하나 없는 로봇이, 미소라고 하는 이름의 무표정을 띄며 멍하니 서있는 듯이 보였다.

 

미오 “아, 응, 오랜만…….”

 

딱딱한 미소를 지은 미오는

평소 자신이 보이는 명랑한 이미지로 대할 수 없겠구나하고 생각했다.

 

어색함을 느끼는 미오는 린을 보았다.

비참한 표정을 지으면서

녹색 눈동자는 살짝 눈물로 윤택해져있다.

 

 

우즈키 “이런 시간에 오게 해서 미안해요.”

린 “나야 말로 늦게 와서 미안해.”

우즈키 “전 밤이 상태가 좋아요. 밤낮이 역전된 생활을 하니까요.”

 

우즈키는 거실로 두 사람을 안내했다.

정리되어 말끔한 거실은 생활의 모습이 느껴지지 않는 분위기였다.

형광등은 어두워서 밖에서 들어오는 야경 빛이 실내를 비추고 있다.

 

그런 가운데, 미오는 테이블 위에 있는 어느 것에 주목하였다.

약 봉지가 몇 장이나 아무렇지 않게 흐트러져있던 것이다.

아마 항우울증치료제일 것이라 생각했다.

 

우즈키 “뭐 좀 드실래요? 생 햄 정도밖엔 없지만요.”

린 “그럼 생 햄이라도 먹을게.”

 

우즈키는 생 햄을 올린 접시를 두 사람 앞에 갖다놓았다.

세 명이서 생 햄을 먹으면서 야경을 바라보았다.

 

야경이 아름다워서 시선을 뺏긴 게 아니고

미오는 야경으로 도망치고 싶은 기분이었다.

뭘 얘기해야 하면 좋을지 모르겠기 때문이다.

 

생 햄의 기름기가 목구멍 안에 붙었고

그것이 미오의 말을 차단하는 듯 느껴졌다.

 

그렇다고 하여, 아무 것도 말하지 않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

또 침묵이 이어지면 이어질수록 분위기가 무거워질 것 같았기 때문에

미오는 한 마디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미오 “항상 혼자서 지내?”

우즈키 “그이는 일에 일로 언제나 안 들어와요.”

린 “그건 심각한데.”

우즈키 “분명 제가 매력이 없어서일 거예요…….”

미오 “그, 그렇지 않아.”

린 “신경 쓰지 마. 분명 단순히 바빠서일 뿐일 거야.”

 

우즈키는 쓸쓸한 눈으로 가까운 빌딩을 바라보았다.

 

우즈키 “저 빌딩에 그이가 있어요. 이렇게 가깝게 보이는데, 엄청 먼 것같이 느껴져요.”

 

 

남편 얘기는 피하는 게 좋을 거 같다고 미오는 생각했다.

화제를 바꾸기 위해 질문했다.

 

미오 “항상 집에 있어?”

우즈키 “가끔 산책도 나가요.”

린 “음, 어디로 가는데?”

우즈키 “롯본기 힐즈던가 하는 공원이요. 거긴 밤에는 사람이 거의 없어요.”

미오 “이, 이번에 말이야, 우리들하고 같이 놀러가자, 알았지?”

우즈키 “사람이 많은 장소는 진정되지가 않아서요…….”

미오 “하, 하지만, 어두운 곳에만 있으면 기분이 개운해지지 않을 거야.”

린 “일단은, 낮에 일어나면 되지 않겠어?”

우즈키 “야간형 인간은 역시 안 되겠죠.”

미오 “태양은 건강을 준다고 하잖아.”

우즈키 “아침에 일어나도록 힘낼 게요!”

린 “그렇게 일부러 노력하지 않으려 해도 돼.”

우즈키 “맞네요. 힘내려고 분발하지 않도록 하는 쪽이 의사선생님도 좋다고 그러셨고요…….”

미오 “일단 조깅부터 시작해본다던가.”

우즈키 “그래요.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도록 하죠.”

 

 

미오 “생활을 되찾으면 여러 가지 할 수 있을 거야!”

우즈키 “그렇죠……. 모두 같이……. 또다시…….”

린 “우즈키는 우즈키의 페이스대로 가면 돼.”

우즈키 “그렇게 얘기해주니 기뻐요.”

린 “우즈키는 지금 빠져있는 거라던가 있어? 그걸 계기로 삼으면……, 반드시 좋아질 거야.”

우즈키 “녹화랑 DVD 감상이에요.”

미오 “녹화? DVD 감상?”

우즈키 “네. 346프로덕션 모두가 힘내고 있는 걸 보고 있어요.”

린 “아침 드라마도 녹화하고 있어?”

린 “네! 미오 쨩이 나오는 프로그램도 녹화하고 있어요. 그 밖에도…….”

 

우즈키는 DVD를 진열한 선반에 손을 향했다.

리이나와 나츠키가 공연한 락 라이브.

미쿠가 하는 토크 버라이어티.

나나가 성우로 출연하고 있는 애니메이션.

코우메가 하고 있는 괴담 토크쇼.

아야메가 출연하고 있는 사극.

카나데, 카에데, 미즈키가 출연한 영화.

그 외에도 많이 있었다.

 

우즈키 “모두 최전선에서 활약하고 있어요!”

 

떨리는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우즈키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다.

 

 

우즈키는 고개를 떨궈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린은 그런 우즈키에게 다가가 조용히 안아주었다.

 

린 “우즈키……. 다른 사람하고 자신을 비교해도 답은 없어.”

미오 “맞아! 시마무는 시마무대로 싸우고 있잖아!”

우즈키 “저……. 완전 머저리죠.”

린 “우즈키는 감기에 걸렸을 뿐인 거야. 마음의 감기야, 그건.”

미오 “우울해지는 건 드문 일이 아닌 걸! 여자는 우울증에 걸리기 쉽다고 그러고.”

우즈키 “저 같은 건 등신이에요. 그이도 그렇게 얘기했고요.”

린 “무슨 말?”

우즈키 “너 같은 건 등신이라고 말하면서…….”

미오 “심했잖아 그건.”

우즈키 “그이는……, 올 때마다……. 등에서 향수 냄새가 나요. 분명 전 버려진 것이겠죠.”

린 “우즈키를 버리고 다른 곳에서 바람 피고 있구나…….”

우즈키 “자가용 조수석에서 여성용 물품이 떨어져 있던 적도…….”

미오 “어째서 시마무 같이 좋은 여자를 버리는 걸까.”

 

 

우즈키 “저, 정신력이 약해요……. 그에게 짐일 뿐이에요.”

린 “아내를 짐짝 취급하다니, 나쁜 놈이잖아.”

우즈키 “너 같이 망가진 여자는, 이젠 매력 따위 없다고 얘기도 했어요.”

미오 “뭔데! 이렇게 된 건 그놈 때문이잖아!”

우즈키 “그이는 저를 저로써 보지 않았다, 즉 아이돌이고 여배우인 시마무라 우즈키니까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에요.”

린 “말도 안 돼.”

미오 “여자를 액세서리 취급하는 거야!”

우즈키 “둘은 제가 망가져도 신경 쓰지 않고 찾아와줘요. 그러니까……, 감사하고 있다고요?”

린 “아니, 우즈키는 친구잖아.”

미오 “맞아! 침울할 땐 서로 의지하는 게 친구인 거야!”

우즈키 “린 쨩……, 미오 쨩…….”

 

 

린 “컴컴한 방에서 혼자 괴로워해도 나아지는 건 없어. 드라이브라도 갈래?”

우즈키 “어디에 가려고요?”

린 “데려가고 싶은 데가 있거든.”

 

린은 우즈키에게 드라이브 가자고 권유했다.

코인주차장까지 손을 붙잡아 끌고 데려왔고

미오는 조수석 바로 뒤에 있는 뒷자리에 탔다.

그리고 우즈키는 조수석에 앉았다.

두 사람이 안전띠를 매는 사이, 린은 차키를 돌렸다.

 

우즈키 “멀리 가는 건 오랜만이에요.”

 

린의 애차, 줄리에타는

국도 246호선을 타고 아쓰기 방면으로 직진했다.

 

국도 옆에 있는 오렌지색 가로등이 세 사람의 얼굴을 비추었다.

그 약간 어둡고 무거운 빛은 우즈키의 불안한 표정을 때때로 나타냈다.

 

신호대기 때, 린은 우즈키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물어본다.

 

린 “아까, 남편한테 버려졌다고 그랬지.”

 

우즈키는 린의 눈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린 “그런 남편하고 일상 따위, 우즈키가 버려버려.”

미오 “맞아! 지금 환경이 나쁜 거지, 시마무는 잘못한 거 하나도 없어!”

우즈키 “제가 버리라고요……?”

린 “우즈키는 힘낼 수 없는 상황이 되었지만, 애초부터 힘낼 필요 따위 없다고 생각해. 맞서 싸우지 않아도 되는 게 있잖아. 지금 우즈키는 그런 거하고 무리하게 싸우고 있는 느낌이 들어.”

 

 

미오 “응. 좀 더 다른 것에 몰두하는 게 좋아.”

우즈키 “저, 힘내지 않아도 되는 구나…….”

린 “내가 우즈키와 같은 경우를 당했다면, 벌써 도망쳤을 거야. 참기 이전에 화가 나 떠난 뒤 다른 걸 찾고 있겠지.”

미오 “맞아 맞아. 혼자서 용케 잘 참았어. 나였다면 본가로 도망쳐서 방에서 나오지 않았을 거야.”

우즈키 “저……, 그렇게나 무리하는 것 같아요?”

린 “우즈키는 옛날부터 노력가다보니까 장점이긴 하지만, 이번엔 역으로 단점이 나온 거야.”

우즈키 “저……, 도망쳐도 되는 구나.”

 

차도의 신호가 파랗게 바뀌어 차가 출발한다.

 

린 “도망치는 거랑은 달라. 새롭게 달려 나가자는 거지.”

미오 “지금 생활에 정체되어 떨떠름하게 있는 것도 좋지 않아.”

우즈키 “새로운 나……, 새로운 생활…….”

 

 

차는 국도 246호선에서 주택가로 들어갔다.

그곳은 린의 집이 있는 거리이다.

 

우즈키 “여기는…….”

 

차가 멈춰선 곳은 추억이 있는 장소였다.

우즈키와 타케우치 프로듀서가

아이돌을 망설이고 있던 린을 설득했던 공원인 것이다.

 

린 “우즈키가 초심으로 돌아가길 바래서, 오늘은 여기로 데리고 온 거야.”

우즈키 “그립네요. 저와 린 쨩이 처음으로 진솔하게 대화했던 장소에요.”

린 “응. 난 여기서 우즈키의 미소에 매료되었어. 그래서 아이돌이 되기로 결의를 다짐한 거고.”

우즈키 “미소……. 그 때 같은 미소는, 지금 전 지을 수 없어요…….”

린 “그럴지도 몰라. 하지만, 천천히도 좋으니까 미소를 되찾았으면 좋겠어.”

 

그리운 그 날처럼, 벚꽃이 흩날리고 있다.

우즈키는 허리를 숙이고 손을 뻗었다.

그리고, 땅에 떨어진 벚꽃 이파리 한 장을 주웠다.

 

우즈키 “미소…….”

 

꽃을 들고 린 쪽으로 몸을 돌린 우즈키는

눈썹을 팔자모양으로 하며 약간 망설이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우즈키 “그걸 위해서는 결판을 내야 할 것 같아요.”

린 “그건 우즈키가 정하는 거지만, 나도 응원할 게.”

미오 “날씨, 맑아지기만 하면 만사형통! 이잖아?”

 

 

얼마 뒤에 우즈키는 이혼서를 남편에게 보여주었다.

 

우즈키도 남편도 생각은 같은 듯, 울음도 웃음도 화도 내지 않았다.

어떤 격한 감정도 올라오지 않을 정도로 한계 상태.

부부간에 있던 그러한 상태가 명백하게 되었다.

 

우즈키는, 동사무소에서 받은 녹색 공적서류를 책상 위에 펼쳤다.

무표정에 사무적인 행동으로 테이블 위에 펼쳐 남편에게 보였다.

 

우즈키의 남편은 어느 정도 예상했던 모양이라

놀라는 모습 없이 담담하게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혼과정 중 서로 주고받는 대화가 차가운 만큼

부부관계는 이미 식어있었다.

이혼은 당연한 결과였다.

 

이혼 후, 우즈키는 본가로 돌아갔다.

 

 

본가에 돌아가고 당분간 시간이 흘렀다.

 

우즈키는 346프로덕션을 견학하고 싶다고 생각,

타케우치 프로듀서에게 연락한 뒤 만나기로 약속했다.

 

타케우치 “오랜만입니다, 시마무라 양.”

우즈키 “프로듀서. 오랜만이에요.”

타케우치 “저기……. 여러 가지로 힘들었다고 들었습니다.”

우즈키 “결말은 지어놨어요.”

타케우치 “……그건 다행이군. 오늘 후배 아이돌들을 견학하고 싶다고 하셨죠.”

우즈키 “네. 초심으로 돌아가 볼까하고 생각하고 있어요.”

타케우치 “저야 뭔가 도움이 된다면 기쁠 따름입니다.”

 

 

우즈키는 후배들의 레슨을 지켜보았다.

아이돌을 데뷔했을 때 당시의 자신과 동갑인 듯 보이는 아이들이

레슨을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었다.

 

우즈키는 “옛날엔 댄스가 정교하게 안돼서 고민이었어요.”

타케우치 “그만큼, 꽤나 노력했었죠.”

우즈키 “어색한 동작을 보고 있으면, 그 때 기분이 떠올라요.”

타케우치 “지금 시마무라 양은 크게 성장했습니다.”

우즈키 “기술적으로는 정교하게 됐을지도요. 하지만, 한결같았던 마음은 잊어 버렸어요…….”

타케우치 “그 기분을 떠올릴 수 있을 것 같습니까?”

우즈키 “네!”

타케우치 “다행이야.”

 

 

응접실에 들린 우즈키는

홍차를 마시면서 타케우치 프로듀서와 대화하였다.

 

우즈키 “예전에 슬럼프에 빠져서 양성소에 돌아간 적이 있었죠.”

타케우치 “그 땐 꽤나 고생했습니다.”

우즈키 “린 쨩하고 미오 쨩이 도와줘서 다시 일어설 수 있었어요.”

타케우치 “시마무라 양은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는 사람입니다. 몇 번을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는 달마와 같은 강함을 지니고 있습니다. 넘어진 채로 있지 않는 점이, 시마무라 양의 장점입니다.”

우즈키 “그렇게 말씀하시면 감사할 따름이에요.”

타케우치 “지금 시마무라 양도 넘어지고 나서 다시 일어서려고 하고 있다, 전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우즈키 “저, 다시 힘내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타케우치 “긍정적으로 되어서 다행이야.”

우즈키 “복귀하기 위한 일을 찾고 있었더니 무대공연에 나가보지 않겠냐고 극단에서 권유했어요. 이렇게 찾아온 찬스를 한 번 써봐야 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고 있어요.”

타케우치 “재출발……, 입니까.”

우즈키 “네!”

타케우치 “실은……, 시마무라 양이 신데렐라 프로젝트를 쉬었을 때, 상무님이 시마무라 양을 포기하라고 말했었습니다.”

우즈키 “그 때, 프로듀서는 어떻게 하셨어요?”

타케우치 “반대했습니다. 시마무라 양은 분명 다시 일어설 거라 기대했기 때문입니다. 개지 않는 구름은 없다, 별은 그곳에 있다……고 상무님을 설득했습니다.”

우즈키 “그런 일이 있었을 줄이야…….”

타케우치 “그 때, 시마무라 양의 포기에 반대해서 매우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시마무라 양은 강한 사람이니까요.”

 

 

미나미아오야마에 있는 회원제 레스토랑.

우즈키가 입구를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우즈키 “기다리게 했죠.”

미오 “아! 왠지 오늘 밝아 보이는데!”

 

우즈키의 눈에 빛이 돌아와 있었다.

얼굴도 자연스러운 감정표현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잠시 동안 세 명이서 대화를 나누다가

우즈키가 가방을 열어

무대공연 티켓을 꺼내들었다.

 

린 “아, 초대하려고 하는 거구나.”

미오 “복귀 축하해! 난 공연첫날에 갈 게!”

린 “나도 그럴게. 미오, 같이 가자.”

우즈키 “고마워요!”

 

린은 티켓을 말끄러미 바라보았다.

 

린 “공연 제목은……, ‘봄의 눈’이라.”

미오 “무슨 역할로 나와?”

우즈키 “히로인인 아야쿠라 사토코요. 백작가의 영예이고 주인공의 소꿉친구에요.”

린 “어떤 줄거리인데?”

우즈키 “아, 그게요……. 비련(悲戀)을 다뤄요. 다이쇼 시대의 기족사회를 무대로 한 연극이에요.”

미오 “힘들어 보이는 역할인 것 같은데?”

우즈키 “지금까지 밝고 귀여운 역할만 수두룩이 했었으니까, 이런 역할도 도전해보고 싶어서 받아들였어요.”

린 “복귀하고 바로 히로인 역할이라, ……우즈키 너 실력 있네.”

 

 

‘봄의 눈’이 시작되었다.

 

린과 미오는 타케우치 프로듀서를 불러 공연을 보러 갔다.

 

세 명은 우즈키의 연기를 보고 놀랐다.

우즈키가 연기한 아야쿠라 사토코는, 귀여움만 있는 역할이 아니었다.

비장감이나 격한 감정들을 오싹오싹한 연기로 보여주었다.

 

역경을 이겨내어 복귀한 우즈키는 한 꺼풀 벗겨져 있다.

그것이 예전 우즈키의 모습을 아는 사람이라면 잘 보이는 부분이었다.

 

린 “우즈키……, 압도적인 연기였어.”

미오 “나, 나……. 감동받아 울어버렸어.”

타케우치 “다시 한 번 성장하셨군요, 시마무라 양. 아이돌로 스카우트 했을 때, 전 미소가 아름답다고 말씀드렸었지만 지금 시마무라 양의 진가는 미소뿐만이 아닌 것 같습니다.”

우즈키 “고마워요!”

타케우치 “오늘 소개하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제 친구이고 영화감독이기도 한 쿠로다 씨입니다.”

쿠로다 “이야~ 깜짝 놀랐어요. 시마무라 우즈키라는 이름은 알고 있었지만요, 항상 싱글벙글하고 꺄르르할 뿐인가 하고 생각했었어요. 전형적으로 아이돌에서 올라온 여배우라고 말이지요. 그런 이미지가 오늘 공연을 보고 확 바뀌었어요.”

우즈키 “그건 기쁜 평가로군요.”

쿠로다 “현재 기획중인 영화에 아무리해도 결정되지 않는 자리가 남아있는데, 시마무라 양 해보실래요?”

우즈키 “네? 정말요?!”

쿠로다 “네,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하는 걸로 하고.”

우즈키 “부디 그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미오 “아싸!”

린 “새롭게 달려 나갈 좋은 기회가 생겼어.”

 

 

우즈키가 연기한 아야쿠라 사토코는 호평을 얻었다.

소름끼치는 연기라고 절찬 받아

미소가 귀여울 뿐이었던 시마무라 우즈키의 이미지를 씻어냈다.

 

이렇게 우즈키는 다시 한 번 성장한 것이다.

 

마지막 날 연극이 끝난 뒤, 린과 미오는 우즈키를 1박 2일 여행에 초대했다.

산간에 있는 고요한 펜션이다.

 

린 “이렇게 느긋하게 얘기하는 건 오랜만이야.”

미오 “난 일 때문에 항상 여행하지만, 이런 건 특별한 느낌이 들어.”

우즈키 “저도 엄청 오랜만에 여행하는 거라 즐거워요.”

 

낮에는 날씨가 흐렸지만,

밤이 되고 구름이 걷어져 갔다.

서서히 별빛이 보였다.

 

린 “맑아져서 다행이야. 여긴 별이 아름답게 보이는 장소니까.”

미오 “별 세 개는 보이려나?”

우즈키 “아까까지 구름에 감춰져있던 별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어요.”

 

그 날 날씨의 모양은

우즈키의 심경과 주위 상황을 상징하는 듯하였다.

 

-Fin-

 

 

해피엔드로 완결하였습니다.

 

일시적이라고는 하나, 우즈키를 최악의 상황까지 떨어뜨린 점은

우즈키 팬 여러분께 사과를 드립니다.

 

최악에서 기어 올라오는 부활극.

그 후 성장극으로써 봐주셨다면 행복할 따름입니다.

 

길게 실례가 많았습니다.

즐거우셨다면 다행입니다.

 

읽어주신 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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