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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리「작별이야」

댓글: 24 / 조회: 3792 / 추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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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7-27, 2013 22:44에 작성됨.

원본 : http://ssimas.blog.fc2.com/blog-entry-1679.html


1 : 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saga] :2013/03/12(火) 20:35:21.19 ID:fz9LGbgw0



『작별이야(さようなら)』

그때의 나와 만나면 모두들 그렇게 말했다.

옛날의 나는 지금보다 훨씬 제멋대로였다구?
제멋대로라는 건 자신의 의견만을 억지로 밀어붙인다는 거야. 알고 있어?
자신는 미나세 재벌의 영애로서 소중히 다루어지고 있다… 라는 건 어린 시절부터 알고 있었다.
그러니까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 있으면 등 뒤의 위세를 빌려 뭐든지 그 자리에서 밀어붙였었다.

어렸을 때부터 생각했었다.
'어째서 그런 말을 하는 걸까'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알았다. 아아, 어째서 그랬던 건가… 그 이유를.

나는 다른 사람과는 확실히 처한 경우가 다르다.
부자유로운 건 아무 것도 없이 자라 왔다. 정말로 아무 것도 없이. 

하지만 그때의 내가 끌어안고 있던, 타인에게는 일평생이 걸려도 가질 수 없는 대량의 자유는
조금 어른이 되고 나니 전부 부자유로 변하였다. 어째서냐고? 뻔하잖아.
고락(苦楽을 극복해 온 인간과 편한 것밖에 선택해 오지 않은 인간이 있다고 하자.
언젠가 괴로운 것도 선택해야만 하는 때가 왔을 때, 어느 쪽이 강할까.

…금방 알겠지.
어느 쪽이 강한지 따위는 일목요연하게… 아니, 비교할 것까지도 없다.

그리고 나는 자신의 무력함을 실감했다.
나는 아무 것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제서야 겨우 알았다.
『자신의』방,『자신의』옷,『자신의』집, 모든 것이 그렇다는 걸. 

올바르게 말한다면 그것들은 전부『자신의 집의 부모님이 빌려 준』것이었다는 걸.
그걸 깨달았을 때, 나는 울었다. 눈물 한 방울마저 흐르지 않게 될 정도로.
그야 그렇잖아? 모든 것을 얻었다는 기분에 취해 있었는데 사실은 아무 것도 가지고 있지 않았던 거니까.

'이 얼마나 꼴사나운 인간인가' 그런 생각이 들어 신도의 품속에서 울었다.
나는 생각한 것을 전부 말하고서 부끄러워하며 맹세했다. 전부 다, 자신의 선악을 전부 하나로 뭉쳐 토해냈다.
『반드시 착한 아이가 될 거야. 시간은 걸릴지도 몰라… 하지만 반드시… 그러니까 보고 있어 줘』라고.

신도는 복잡하다는 듯이 눈가에 주름을 지으면서… 조금이지만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나는 놀랐다. 어째서 그런 표정을 짓는 걸까 하고.
그리고… 그도 이렇게 말했던 거다. 







『작별입니다』라고.

2 : 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saga sage] :2013/03/12(火) 20:36:44.63 ID:fz9LGbgw0


그날부터 신도는 말했던 대로 내 앞에서 모습을 보이지 않게 되었다.
이것도 자신이 초래한 거니까 어쩔 수 없겠지.
하지만 그 덕분에 나는 자신을 알 수가 있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생각할 수가 있었다. 정말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게 무엇인지를.
우선은 나의 신체. 낳아 주었으니까 당연한 거겠지. 내 피부, 머리카락, 얼굴.
이것은 오로지 하나, 내가 태어나면서부터 지녔으며 이어 받은 것이다.
솔직히 마음에 들어. 존경하는 파파와 마마를 꼭 닮았는걸.

그 외에도 미술이나 공예품의 가치, 진위 여부를 판별해 낼 정도의 지식, 안목… 그런 것을 가지고 있었다.
파파나 마마가 자주 모으곤 했으니까 어느 게 진짜인지 가려낼 수 있다.
그에 가까운 것으로는 센스가 좋았다. 패션에서부터 다른 모든 것까지.

다른 걸 찾자면, 학업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신도가 가정교사 역할을 해 주고 있었으니까.
덕분에 공부 쪽으로 곤란한 일은 없었다… 아무 것도 하지 않더라도 일 등을 딸 정도는 됐었다.
하지만 이렇게 되어 버린 이상, 이제 신도에게는 의지할 수 없다. 이제부터는 스스로 어떻게든 해야 한다.

거기까지 생각을 가다듬은 나는 그 다음을 생각할 수가 없었다.
내가 정말로 가지고 있던 것은 그것뿐이었으니까.

뭔가 눈에 보이는 걸로 존재하고 있던 건 내 학업성적뿐.
온갖 것들을 전부 모아 보았지만 골판지 상자 하나 분량도 되지 않았다.
깜짝 놀했다. 내 십수 년 인생에서 눈에 보이는 성과가 골판지 상자 하나 이하였다니.

나는 지금까지 해 온 것을 떠올렸다.
사욕을 채우며 자신의 존재를 승인받기 위한 나날이었다.
그저 인정해 주기를 바랐던 걸지도 모른다. 뒤집어 생각하면 조금 쓸쓸했던 걸지도 모른다.




3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saga sage] :2013/03/12(火) 20:37:24.93 ID:fz9LGbgw0


내게는 오빠가 있다… 두 명. 평소에는 오라버니라 부르고 있다.
파파와 마마처럼 머리가 엄청 좋고 멋있어서 존경하고 있으니까.
『일족의 최고 걸작』이라고까지 불리고 있다니까?
대단하네, 나는 그저 그런 말을 하는 것밖에 할 수가 없다.

나도 학력에는 자신이 있지만 오라버니들에게는 발끝에도 미치지 못한다.
『머리가 좋다』라는 건 학력, 교양, 유연한 발상… 즉, 임기응변이려나.
내게는 학력 이외의 나머지 두 개가 없었다.

교양 같은 건 지금까지 해 온 일을 생각하면 입 밖에 내는 것도 부끄럽게 여겨야 할 거다.
임기응변도 마찬가지. 그저 내 의사를 밀어붙이면 뭐든지 할 수 있었다.
임기응변이고 자시고 전혀 필요치 않았으니까.

오라버니들은 회사의 사장을 맡거나 미국으로 유학을 가 있거나. 
반면에 나는 집 안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을 뿐.
자업자득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조금 콤플렉스로 여기고 있다.
하지만 존경도 하고 있으니까 왠지 이율배반이라는 느낌. 조금 답답하다.




5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saga sage] :2013/03/12(火) 20:38:26.24 ID:fz9LGbgw0


아아, 이야기가 옆으로 샜네.
계속하겠는데, 나는 오라버니들을 참고하기로 했다.
훌륭한 재능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전혀 그것을 자랑하거나 하지 않는다.
성실한 것뿐만이 아니라 놀아야 할 때도 알고 있다. 견식이 정말로 넓다.
그때의 나는 신기하게 여겼었다. 어째서 자랑하지 않는 건가 하고.

나는 때맞춰 집에 돌아왔던 오라버니에게 여쭈었다. 아, 큰오라버니에게.
『오라버니는 어째서 훌륭한 능력을 지니고 계시면서 그걸 자랑하시지 않는 건가요』라고.

그랬더니 오라버니는 큭큭 웃으셨다. 하지만 놀리고 있는 게 아니었다.
정말로 즐거운 듯이 나를 보면서 웃으셨다. 나까지 웃게 될 것 같았다.
하지만 아무리 해도 모르겠기에 계속해서 여쭈었다.

『오라버니가 자랑을 하면 틀림없이 모두들 칭찬해 주시겠지요』
『그럴 만큼의 일을 하고 계시니까요. 제가 뭔가 틀린 생각을 하고 있는 건가요?』

불안한 듯이 여쭈어 보니 오라버니는 신중하게 말을 고르고 계시는 것 같았다.
나 같은 조그만 여동생을 대하면서도 진지하게 생각해 주고 계신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나는 잠시 기다렸다. 그게 5초였는지 5분이었는지 기억하고 있지는 않지만.

그리고 내 눈을 보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틀리지 않았지만 틀렸단다』라고.

오라버니가 말을 진지하게 혀 위에서 굴려가며 고른 끝에 내놓은 결론이 그것이었다.
그렇다면 틀림없이 의미가 있다. 지금의 나는 그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뿐이다.
그렇게 생각했다.

다시 생각해 보니 나는 오라버니가 하고 계시는 일을 대부분 알지 못했었다.
그러니까 같은 위치에 서자고 생각했다. 하지만 우선 무엇을 하면 좋은 걸까.
이럴 때에 오라버니에게 의지하면 되는 걸지도… 하고 생각했지만 그렇게 하지는 않았다.

결심했으니까.




6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saga sage] :2013/03/12(火) 20:38:58.79 ID:fz9LGbgw0


오라버니와 같은 위치에 서는 방법을 알지 못했었다.
오라버니와 나를 비교하여 자신의 결점을 발견하고는 침울해 할 뿐이었다.
앞이 보이지 않았기에 다시 한 번 자신이 처해 있는 입장을 재확인하기로 했다.

미나세 이오리. 중학생이며 미나세 재벌의 여식.
그저 그것뿐. 달리 할 말이 없었다. 지금까지의 경험에 비추어 보아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 
파파와 마마를 따라 사교계에 갔을 때에도 다들 입을 모아 말한다.
연령, 성별, 직업… 모두들 다른 사람들인데도 똑같은 말을 한다.
『아아, 그 미나세 재벌의… 잘 부탁드립니다』라고. 

사람들이 나를 부를 때에 빠지지 않던 평가가『미나세 재벌의』였다.
혹시 반대로 내가 미나세 재벌의 여식이 아니었다면 사람들은 내게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
지금과 똑같이 내게 웃음을 지어 주었을까. 방긋하고 내 눈을 보면서.

…그 밑에 있는 본심을 숨기고서.

저기, 나에게 인사를 한다는 게 어떤 가치가 있는지 알고 있어?
내가 사교장에 가면 모두들 내게 인사를 하려고 필사적이다.
왜냐면 내게 인사를 해서 마음에 들게 되면 업무가 잘 진척되니까.

내게 인사를 한다는 것은 결국 두 사람에게 인사를 하는 것과 같다.

…내 뒤에는 파파가 있으니까. 그리고 할아버님도.
세계적인 기업을 통솔하는 두 사람의 왕에게.




7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saga sage] :2013/03/12(火) 20:39:44.28 ID:fz9LGbgw0


부모는 자식이 생기면 기뻐하는 존재이다.
개중에는 좋은 표정을 짓지 않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나의 경우는 달랐다.
내가 태어나서 어느 정도 철이 든 시점부터… 나는 빛으로 눈부신 사교장에 발을 들이고 있었다나 보다. 

그때의 기억은 그다지 없다. 그야 정말로 옛날 일이니까.
그래서 나는 그 사람을 몰라도 상대는 나를 알고 있거나 하는 경우도 있다. 
정말로 몇 초, 몇 분의 회화밖에 하지 않은 상대에게도 이런 말을 듣는다.
『예전에 만났던 적이 있단다. 어렸을 무렵이니까 기억나지 않으려나』라고.

아무리 어린아이더라도 어디까지나 미나세 재벌의 여식.
그런 말씨를 들으면 당연히 이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다.
『네, 물론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때 제게 잘 대해 주셨으니까요』
몇 번이고 되풀이했던 그 말. 지금도 갑자기 그런 말을 들으면 그렇게 대답할 뻔하게 된다.

그렇게 대답하면 상대는 지금까지 지은 적 없는 미소를 띠운다. 마음속에서부터 웃고 있다.
하지만 절대로 본심은 보이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어디까지나 깊고 검은 눈동자 속에.
나는 이용되고 있다고 알고 있었다. 다른 사람의 출세를 위한 재료로써, 제물 같은 존재로써.

…어째서 솔직하게 대답하지 않느냐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 그렇게 대답하지 않는 거냐… 고?
나도 '모르는 건 모른다', 그렇게 밀어붙이고 싶다.
하지만 존경하는 파파와 마마, 오라버니들의 얼굴에, 명예에, 가문에 먹칠을 할 수는 없잖아?

어떻게 대처했으면 좋았을까. 어떻게 했다면… 그렇게 생각할 때도 있다.
그렇게 해서 흔히 말하는 가면을 쓰는 법을 배웠다.

온갖 세계적인 실업가들이 모이는 사교장.
세계의 사치를 전부 한 곳으로 응축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닌 그런 사교장.

다만… 나도 그것을 반복하는 동안에 이상해질 것만 같았다.




8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saga sage] :2013/03/12(火) 20:40:33.70 ID:fz9LGbgw0


나이를 먹음에 따라 늘어나는 사교계. 그때에도 아직 오라버니의 위치에 다가설 실마리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또 반복하는 거다.『네, 물론 기억하고 있습니다』

내가 하고 있는 행동은 기계가 하고 있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그저 피가 흐르고 있는가 아닌가. 그것뿐이었다.

그때의 나는 거의 이상해져 있었다. 
당시 자신의 가치의 한계를 알고 있었으니까 더욱더 그랬던 걸지도 모른다.

나는 자기자신이 싫어졌다. 딱히 모습이나 학업이 어떻다거나 하는 건 아니었다.
자신의 행동거지, 일거수일투족이 지인이라는 이름의 세상 사람들에게 감시되고 있는 거니까.
자신의 존재를 인정해 주기를 바란다, 집안에 등을 돌리는 짓은 하고 싶지 않다.
그뿐인 이유로 나는 자신에게 색을 칠했다. 무수히 겹겹이, 원래의 색을 알 수 없게 될 정도로.

결국 집에서조차 평소의 말투를 잊었던 적도 있었다.
사용인에게 질문을 받고서 평소의 정형화된 어구가 입에서 나왔을 때에 나는 깨달았다.

다른 사람의 출세를 위한 재료로 사용되어 자기주장도 할 수가 없다.
오로지 이름과 직함만을 외워 졍형화된 어구만을 입 밖으로 낼 뿐.
아까 가면을 쓴다고 말했었지? …더 이상 그렇게 표현하는 건 적절치 않았다.

…나는 가면 그 자체가 되어 있었다.



9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saga sage] :2013/03/12(火) 20:41:05.44 ID:fz9LGbgw0


내 집에는 오락을 위한 물건이 그다지 없었다. 
나의 오락… 즉, 즐거움은… 쇼핑을 하는 정도였으려나.
가지고 싶다고 말하면 받을 수 있었고 사오게끔 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조그만 내가 생각해 낼 만한, 가지고 싶은 물건의 리스트는 금방 동이 났다.

집에는 게임기도 있었다. 뭐든지 다 모여 있었다고 생각한다.
최신 게임기도 있었고 몇십 년도 전에 만들어진 게임기도 있었다.

하지만 같이 놀 친구도 한정되어 있었다.
장발장… 아, 내 집에서 키우는 개인 자이언트 슈나우저이다. 
그리고 샤를… 내 친구.

학교에서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은 그다지 없었다.
모두들 집안 간의 관계로 내 곁에 있는 거라… 사교장 같다는 기분이 드는 바람에.
내 생각을 간파했다는 듯이 소원해졌다.

그래서 오락이라고 해 봤자 게임을 잠깐 하는 정도지만 역시 질려 버렸다.
그다지 혼자서 파고드는 타입이 아니었나 보다.
그 외에는 여행도 좋아한다. 하지만 가족과 가는 거니까 그다지 취미라고는 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가끔씩 TV를 보는 걸 좋아했다.
뉴스든 퀴즈 방송이든 뭐든지.
하지만 버라이어티나 만담… 그런 종류는 거의 보여 주지를 않았다.
틀림없이 교육적으로 어쩌고 저쩌고… 하는 거겠지. 사실은 정말로 보고 싶었는데.




10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saga sage] :2013/03/12(火) 20:43:42.62 ID:fz9LGbgw0


이야기를 되돌려서, 가면 그 자체가 된 나는 기분이 내키는 대로 사교장을 나왔다.
파파는 끊임없이 이야기를 하시는 도중이었고 사용인도 분주하게 일하고 있었다.
그때까지 계속 가면을 쓰고서『미나세 재벌의 착한 영애』를 연기해 온 나를 걱정하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틀림없이 이렇게 생각하고 있던 거다. 누구나 다 내가 착한 영애인 채로 계속 있겠지 하고.
설마 도망치거나 할 거라고는 생각지도 않았겠지. 

제대로 이동해 본 적은 차를 타고서 이동한 것뿐었기에 꽤나 힘들었다.
하지만 바깥 경치를 유리 너머로밖에 보지 않았던 내게는 매우 신선했다.
한걸음 한걸음을 힘껏 내딛으며 거리의 풍경을 바라보면서, 거리의 밝음에 눈을 빼앗기면서.

사교장 같은 것보다 훨씬 훨씬 아름다워서… 내게는 희망의 빛처럼 보였다.
그때 배가 꼬르륵거렸다. 계속 인사만을 하고 있느라 아무 것도 먹지 않았었으니까.
기본적으로 사교회가 끝나고 나서 늦은 저녁을 먹던 내게는 지금이 찬스라고 생각했다.

평범한 사람이 먹고 있는 걸 먹고 싶다. 평범한 사람이 마시고 있는 걸 마시고 싶다.
평범한 사람이 보고 있는 풍경을 보고 싶다. 평범한 사람과 똑같이.
세상을 모르는 내게 지금은 오라버니 같은 견식을 얻을 수 있는 절호의 찬스라고 생각했다.

내게는 어느 가게가 어떤지 구별이 가지 않았다.
알고 잇는 건 브랜드의 이름과 그 브랜드의 가게뿐이었으니까… 아무 것도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배는 점점 더 고파져 간다. 헤메던 끝에 가장 가까이에 있던 찻집으로 들어갔다.

요새는 그다지 없는, 나무로 지어진 작은 찻집이었다. 내게는 좁다고 느껴졌다.
차분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고 커피의 구수한 향기가 은은하게 나고 있었다.
나는 커피를 마시지 못하지만 정말로 좋은 향기라고 진심으로 생각했다.

나는 또 다시 자신을 부끄럽게 여기게 되었다.
이 가게의 나무의 질감, '오랜 세월 동안 빠듯하게 운영해 온 거겠지' 라고 느끼게끔 하는 가게의 내부 장식.
시계는 조금 기울어져 있는데다가 그림도 아마 이름조차 없는 화가의 것이겠지.
하지만 지금까지의 어느 고급스러운 것보다도 대단히 높은 가치를 느꼈으니까.

브랜드 같은 세간의 이미지에 놀아났던 자신이 한없이 부끄러웠다.
괜찮네, 그런 본심이 입에서 새어 나올 정도로 정말 좋은 가게라고 생각했다.




11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saga sage] :2013/03/12(火) 20:45:26.33 ID:fz9LGbgw0


그리고 점원 분이 다가왔다. 나이가 있지만 웃는 얼굴이 아름다운 할머니였다.
조금 통통하셨고 입고 계신 꽃무니 앞치마는 무척 잘 어울리셨다.

『주문은 정하셨나요』
그렇게 상냥하게 물으셨다. 하지만 나는 주문하는 방법도 정확히 알지 못했다.

그게… 하며 내가 당황하고 있는 것을 보고서는 메뉴를 내밀어 주셨다. 
그곳에 적힌 메뉴는 그다지 없었다. 샌드위치, 커피, 홍차, 오렌지 주스.
다른 것도 몇 가지 있었지만 내 눈을 잡아끈 것은 오렌지 주스와 샌드위치였다.

샌드위치라면 가벼운 식사니까 양도 틀림없이 딱 맞겠지.
오렌지 주스는 마신 적이 없었다. 내 집에서는 주스가 나오는 것도 드물었으니까.
사교장에 가면 술, 홍자…
어느 것도 양은 얼마 되지 않으면서 수십만 엔이나 하니까 싫증도 났던 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망설임 없이 그 두 개를 주문했다.
『잠시 기다려 주세요』하고 할머니는 방긋 웃으며 말씀해 주셨다.
아아, 오랜만에 봤다. 이 숨김없는 미소를.
나이를 드셨는데도 이 얼마나 아름다운 여성이신가… 그렇게 생각했다.

기다리고 있는 동안에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조리를 하고 있는 사람은 할아버지였다.
윤곽이 뚜렷한 얼굴이라 젊으셨을 적에는 인기가 많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할머니와는 대조적으로 말이 없으시지만 시원시원하게 일을 처리하고 계시는 모습이 카운터 너머로 보였다.

그 외에는 몇 명밖에 없었지만 기품 있어 보이는 분들이 가볍게 웃으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이곳의 분위기 탓도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12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saga sage] :2013/03/12(火) 20:46:26.82 ID:fz9LGbgw0


『기다리셨죠. 샌드위치와 오렌지 주스입니다』
내밀어진 샌드위치는 원래의 양이 아닐 거라 느껴질 만큼 속재료가 듬뿍 채워져 있었다.
할머니는 커다랗고 동글동글한 눈을 조금 가늘게 뜨시고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런 밤에 조그만 아가씨가 혼자서 오다니, 하고 생각했단다』
『내 멋대로인 서비스지만 괜찮다면… 쓸데없는 참견을 해서 미안하구나』

나는『조그맣다』라는 소리를 듣는 건 절대로 싫지만 이때는 전혀 화조차 나지 않았다.
그야 깔보고 있는 게 전혀 아니라 손자를 보는 듯한 눈으로 하신 말씀이었으니까.
게다가 어디의 누군지도 모르는 아이에게 이렇게나 친절히 대해 주시다니.
반대로 어쩐지 기뻤다. 자연스럽게 입가가 느슨해졌다.

오렌지 주스에는 빨대를 꽂아 주셨다. 빨간 줄무늬가 들어간 보통의 빨대였다.
틀림없이 키 때문에 마시기 힘들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꽂아 주신 거겠지.

그런 세세한 마음 씀씀이가 이 가게를 지탱해 주고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내가 야채가 듬뿍 채워진 첫 번째 샌드위치로 손을 뻗으려고 했을 때,
다른 손님은 돌아가서 나와 할머니와 할아버지만이 남았다.

나는 그 속재료가 듬뿍 채워진 샌드위치를 한입 가득 물었다.
부드럽게 부푼 빵에 좋은 소리를 내며 씹히는 야채, 아련히 퍼지는 고기의 감미로움.
정말로 맛있다. 조금 더 세련된 표현을 할 수 있었다면 좋겠지만 그 말밖에는 할 수가 없었다.

할머니는 또 기쁘신 듯이 눈웃음을 지으며 내 맞은편 자리에 앉으셨다.
의자도 오래 사용한 건지 가볍게 소리가 났다.




13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saga sage] :2013/03/12(火) 20:47:39.94 ID:fz9LGbgw0


『저기, 아가씨. 아가씨는 어디서 온 거니』
『아아… 미안하구나. 정말로 아름다운 옷을 입고 있으니까 괜히 신경이 쓰였거든』

틀림없이 이런 밤중이니까 내심 걱정이 되어서 말씀하신 거겠지.
우선 이야기의 계기를 만들기 위해서 궁리를 하고 계셨던 걸지도 모른다.
그 말로 단번에 의식이 현실로 돌아왔다. 몰래 도망쳐 나온 것에 대해서도, 집안에 대해서도.

저는… 그렇게 중얼거렸을 때, 계속해서 말씀하셨다.
『먹으면서라도 상관없으니까 TV라도 보면서 조금 이야기를 하자꾸나』

그리 말씀하시며 TV를 켜 주신 할머니.
천장 가까이에 설치된 작은 브라운관 TV가 가볍게 정전기를 일으키며 밝아진다.
『아가씨는 어떤 방송을 좋아하려나. 나는 유행에 어두워서 말이지』

모른다. 솔직하게 대답했다. 샌드위치를 삼키며 그저 그것만을.
그렇게 하니 계속해서 채널을 바꾸어 주셨다. 그중에서도 눈에 띈 것이 있었다.
내가 본 적도 없는 거대한 돔의 안에서 빛을 받으며 노래하는 여자아이.

그때의 내게는 마치 마법사처럼 보였다.




14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saga sage] :2013/03/12(火) 20:48:23.01 ID:fz9LGbgw0


눈을 빼앗기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노래하며 사람들을 미소 짓게 만들고 사람들의 지지를 받으며.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고 있었으니까.

나는 할머니에게 모든 것을 이야기했다. 집안에 대해서,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과 실제의 나에 대해서.
정성껏 고개를 끄덕여 주셔서 내 이야기를 제대로 들어 주고 있다는 것에도 기쁨을 느꼈다.
아아, 이해해 주시는 거네. 그렇게 느낄 수가 있었다. 그저 대답을 원했다.

『아가씨는 어떻게 하고 싶은 거니』가 입을 열고 나서 하신 첫 질문이었다.
『그 멋진 오빠처럼 되고 싶은 거니. 아니면 어머니, 아버지처럼?』 
대답할 말이 막혔다. 확실히 될 수 있다면 기쁘다.
하지만 그렇게 되고 나서 어떻게 할 건지는 생각하고 있지도 않았다.

금방 대답에 다다랐다. 인정해 주기를 바란다. 우선 그 한 마디가 입 밖으로 나왔다.
내 머릿속을 맴도는 사고와는 반대로 내 혀는 유창하게 움직였다.
미나세 재벌의 여식이라서가 아니다. 누군가를 위해서도 아닌, 그저 자신을 위해서.
많은 것을 바라지는 않는다. 겨우 한 사람이라도 좋다…. 나를, 미나세 이오리를、인정해 주기를 바란다.

『대답이 나온 것 같아 다행이구나』
그렇게 말씀하신 할머니는 말 그대로 마법사였다.




15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saga sage] :2013/03/12(火) 20:49:01.48 ID:fz9LGbgw0


찻집의 도어벨이 울린다. 아가씨, 아가씨. 그렇게 부르는 사용인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돌아가셔야 합니다, 주인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주인님께서, 주인님께서.
가시지 않으시겠다면 다소 강제로라도.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가 그렇게 말했다.
그 무리에 신도는 없었다. 당연한 거지만 조금 쓸쓸했다.

『곧 갈테니까 밖에서 기다리고 있어』필사적으로 목소리를 쥐어짜냈다.
어짜피 입구는 하나밖에 없다. 뒤로 돌아가면 더 있겠지만 그런 짓을 해도 눈치챌 것이다.
그것을 이해했는지 몇 사람으로 구성된 검은 양복 무리는 밖으로 나가 서 있었다.

『죄송합니다』나는 그 한 마디를 하는게 고작이었다.
모처럼 더욱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더 여러 가지를 가르쳐 주시기를 바랐었는데.

괜찮단다, 그렇게 말씀하시며 할머니는 내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어 주셨다.
너는 너란다. 다른 누구도 될 수 없는, 오직 한 명뿐인 너란다.
아가씨의 미래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다면 좋겠구나.
아, 오렌지 주스를 아직 마시지 않았구나. 그렇게 말씀해 주셨다.

나는 빨대를 가볍게 빨았다. 처음으로 마시는 오렌지 주스의 맛을 확인했다.
감귤 계통의 좋은 향기. 대단히 시다. 이런 음료였구나.

고맙습니다. 틀림없이 이 일은 잊지 못할 거예요.
본심에서 우러나온 말이었다. 내 몸도 자연스럽게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스커트 자락을 살며시 잡는 게 아니라 머리를 숙였다.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었으니까.

그러면 나중에 또 만나요. 
그렇게 말하고서 가게를 나왔다. 검은 양복 무리에게 안내되는 대로 차에 올라탄다.
아직 가볍게 흔들리는 도어벨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다. 조금 녹슬은 듯한, 하지만 기분 좋은 소리가.

할머니가 가게 밖으로 나오셔서 무언가를 말하고 계신다.
차에 들어간 내게는 그다지 잘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마지막의 한 마디만은 알 수 있었다.







『작별이란다』

입에 남은 오렌지 주스의 맛에 은은하게 단맛이 스며든 느낌이 들었다.




16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saga sage] :2013/03/12(火) 20:49:29.71 ID:fz9LGbgw0


그 뒤의 일은 잘 기억하고 있지 않다.
집에 돌아왔더니 지금까지 중에서 가장 다정한 마중을 받았다.
안쪽의 큰 방과 연결된 복도를 통해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도록 사용인에게 재촉을 받았다.

안쪽의 방에서 조금 커다란 목소리가 들렸다.
오라버니의 목소리라고 생각한다. 이오리, 라는 말이 들렸으니까.
사용인도 당황한 듯이 내게 방으로 돌아가라고 재촉한다.

걱정스러운 듯이 내 몸을 돌봐 주는 사용인. 하지만 나는 어느 곳도 아프지 않았다.
오히려 의사는 확고하게 다져져 있었으니까.




17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saga sage] :2013/03/12(火) 20:49:57.16 ID:fz9LGbgw0


침대에 누워서 오늘 일어났던 일을 떠올렸다.
멋대로 사교장에서 도망쳐 나온 일, 거리로 나와 수많은 반짝임을 알게 된 일.
할머니와 만나서 자신의 해답을 찾은 일.
정말로 달콤새콤한 오렌지 주스를 마신 일.
그리고――― 아이돌에게 눈을 빼앗겼던 일.

미나세 재벌의 미나세 이오리가 아니라 한 사람의 여자아이로서, 한 사람의 사람으로서.
미나세 이오리를 인정하게 만들기 위해.
나는 나 자신의 힘으로 미나세 이오리를 인정하게끔 만들어 보이겠다. 그렇게 강하게 결심헸다.




18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saga sage] :2013/03/12(火) 20:50:39.96 ID:fz9LGbgw0


아이돌에게 눈을 빼앗겨 부러워하며, 동경하며.
나는 아이돌이 되어 자신을 인정하게 만들기로 결심했다.

아이돌이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선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되겠지.
그렇게 생각해서 공용 컴퓨터를 켰다.

쉬는 날 하루를 전부 사용해서 나는 수많은 정보를 얻었다.
아이돌은 노래하고 춤을 추기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
많은 견실한 활동을 해 오며 존재하고 있다는 것.
오디션은 각 프로덕션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
프로덕션에 소속되어야만 한다는 것.

계속해서 조사해도 프로덕션이 너무 많아서 알 수가 없었다.
도쿄만 해도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프로덕션이 존재하니까.

그러고 있는 동안에 하루가 지나갔다.
오늘은 너무 열중하는 바람에 식사를 두 번밖에 하지 않았다. 밤이 되니 공복이 찾아왔다.
배가 고프면 뭔가 만들어 주라고 하면 되지만 그럴 기분이 들지 않았다.

그 샌드위치를 떠올리고 말았으니까.
다시 먹고 싶다. 그 샌드위치를.
재료가 뭐였더라. 어떤 맛이 났었더라.

차분히 기억을 더듬으며 식당으로 발을 옮겼다.




19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saga sage] :2013/03/12(火) 20:52:19.87 ID:fz9LGbgw0


아직 셰프는 있는 것 같았다.
식기와 조미료, 식재의 사전 준비를 하고 있었나 보다.
내가 있는 것을 눈치채고 말을 걸어 왔다.

『아가씨, 뭔가 만들어 드릴까요』
어째서 알았을까, 하고 생각했지만 심야에 식당에 있는 거니까 당연한 거네.
우선 생각하고 있던 것을 말했다.

샌드위치를 먹고 싶은데 스스로 만들어서 먹어 보고 싶어요. 협력해 주시겠나요?
그는 놀란 것 같았다. 무리도 아니겠지.
지금까지 제멋대로였던 여자애의 태도가 갑자기 바뀐 거니까.

나는 계속했다.
다치게 된다면 내 책임이었다는 것을 제대로 파파에게 전달할게요. 그러니까 부탁합니다.
몇 번이나 부탁해서 겨우 허가를 받았다.
맛을 상세한 부분까지 떠올려서 그에게 전달했다. 이런 느낌이었다, 그런 느낌이었다 하고.
그는 말하는 대로 맛을 재현해 나갔다.

나는 정말로 놀랐다. 듣기만 한 걸로 이렇게까지 맛을 표현할 수가 있다니 하고.
이런 일류의 인간에게 제멋대로 굴었던 건가.
깨달은 시점에서 지금까지의 무례를 사과했다. 그리고 고맙다고도 말했다.

식칼을 사용하는 것에 익숙치 않았던 나였기에 빵은 약간 울퉁불퉁했고,
야채도 예쁘게 썰 수가 없어서… 모양도 외관도 그다지 좋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는 열심히, 그리고 자상히 내게 하나씩 만드는 방법을 알려 주었다.
화해의 의미도 겸해서 그와 함께 먹기로 했다.

맛있네요, 그렇게 말하며 미소를 지어 주는 그도 또한 다정한 사람이었다.
맛도 모양도 비슷하게 만드는 건 불가능했지만 이건 또 특별한 맛이었다.




20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saga sage] :2013/03/12(火) 20:54:02.84 ID:fz9LGbgw0


나는 지금까지의 일로 깨달았다.
내 지금까지의 행동도 제대로 상대에게 솔직해지면 마음이 통하게 된다는 것을.
아이돌이 되기 위해 이것저것 획책하고 있던 게 갑자기 바보 같아졌다.

그러니까 나는 파파에게 직접 이야기를 하자고 생각했다.
틀림없이 알아주실 거다. 알아주시지 않더라도 의사만은 전하겠다.
하고 싶다, 목표로 삼고 싶다는 의사만은.

하지만 나는 아직 그렇게 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
내 주위에 있는 사용인들에게 그동안 저질렀던 무례를 사과하지 않았으니까.

모두들 나를 위해서 열심히 일을 해 주고 있다. 그런데도 내가 제멋대로 굴어서.
이 무슨 실례를 저지를 건가, 가슴이 아팠다. 약간이지만 심장 박동도 빨라졌다.
하지만 해야만 한다. 나의 '시작의 한걸음' 으로서.

집의 사용인은 매일 같은 사람이 있는 게 아니다.
오랫동안 계속 근무하고 있는 사람도 있지만 정기적으로 휴식을 취하는 사람도 있다.
일주일에 걸쳐 나는 모두에게 사죄를 계속했다.

나를 책망해도 괜찮아요. 그럴 만한 일을 했으거니까요.
그렇게 말해도 누구 하나 나를 책망하거나 하지 않았다.
어느 사용인에게 어째서 책망하지 않는 건가 하고 물었다.
혹시나 하는 구석도 있었다.

그는 말했다.
『절대로 주인님이 두렵다거나 하는 이유가 아닙니다』
『아가씨께서는 과거를 후회하고서 자신을 고치려 하고 계십니다』
『어리신 데도 스스로의 잘못을 깨끗하게 인정하시는 건 쉽사리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좋은 방향으로 가려 하시는 아가씨를 어떻게 책망할 수가 있겠습니까』
『저는 아가씨의 성장을 볼 수 있어서 기쁨마저 느끼고 있습니다』

눈물이 넘쳤다.
그저, 그저, 사과를 계속했다.
이제 이런 잘못만은 절대 하지 않겠다고 굳게 맹세했다.

그리고 모든 것을 바꿀 그 날이 왔다.




22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saga sage] :2013/03/12(火) 20:55:39.75 ID:fz9LGbgw0


할 이야기가 있어요, 파파.
저녁 식사를 마치고 사용인도 전부 물러가고 난 뒤에.
『아아, 역시 그런 거냐』라고 말씀하고 싶으신 듯한 표정을 짓고 계셨다.

전부 다 알고 계셨겠지. 쉽게 상상할 수 있었다.
공용 컴퓨터를 사용하고 있었으니까.
사용 이력을 지우기는 했지만 알아낼 방법 따위야 얼마든지 있었을 테니까.

이오리.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점점 커져 가는 것을 느낀다.
하지만 이미 나는 발을 내딛었으니까. 이제 뒤돌아 보지 않겠다. 

저는 미나세 재벌의 미나세 이오리인 게 아니라는 걸 증명할게요!
친구에게, 세상 사람들에게, 사회에게!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
내가 미나세 이오리라는 것을 인정하게 만들고 싶어요!
그 방법으로써 아이돌이 하고 싶어요…

그러니까…

그러니까.




23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saga sage] :2013/03/12(火) 20:57:11.16 ID:fz9LGbgw0


『…이오리는 이오리다. 내가 사랑하는 딸… 그게 변할 일은 없단다』
『―――하지만 이오리는 자신이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생각하는구나』

네. 아버님도 어머님도 저를 진심으로 사랑해 주고 계신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하지만…

『하지만… 미나세 재벌이라는 단어에 속박되어 있지』

네. 그래서… 저는.

『………』

『…해 보거라』
『그걸로 마음이 개운해진다면, 자신을 자신이라고 증명할 수 있다면 말이다』
『다만… 하기로 한 이상 정점을 노리거라』

카드 케이스에서 한 장의 명함을 내미시고는.

『프로덕션도 찾고 있었지? 오랜 지인이긴 하지만 그가 있는 곳으로 가거라… 이야기는 해 둘 테니』
『신뢰할 만한 프로듀서… 아니, 지금은 사장이 있으니까 말이다』

『틀림없이 그가 있는 곳이라면』
『…이오리는 어떤 아이돌이 되려나』

그건 이미 정해져 있다.
별이나 아침보다도 더 빛나는, 마치 다이아몬드 같은. 
오래도록 변하지 않는 존재가 될 거다.




24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saga sage] :2013/03/12(火) 20:57:55.74 ID:fz9LGbgw0


그런가, 하시고는 희미하게 웃으신다.
지금 내가 웃고 있을 수 있는 것도 파파 덕이다.

가까운 시일 내에 찾아 가도록 할게요.
그렇게 고하고서 방을 나가려고 했을 때.

『그래』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이오리에게는 필요가 없었던 건가』
『이게 필연이었던 걸지도 모르겠군』
『이오리도 또한 일족의 최고 걸작이니까』

『그래』
『그렇다면』
『그러한――――』

또다시 나의 귀에 들렸다.









『―――――――작별인가』




25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saga sage] :2013/03/12(火) 20:58:30.70 ID:fz9LGbgw0


사무소에 소속되고 난 뒤, 처음에는 모든 것이 큰일이었다.
레슨도 그랬고 영업도 그랬다.

노력에 걸맞는 결과가 나오지 않아서 가끔씩 참을 수 없을 때가 있다.
하지만… 정말로 화를 내고 있는 게 아니다. 기대한 대로 되지 않으니까… 아니, 다르다.
금방 톱 아이돌이 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하지만 별 진전이 없는 게 답답하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도 수많은 폐를 끼쳐 왔다. 지금도 그럴 때가 있다.
가끔씩밖에 솔직해질 수가 없지만… 언젠가 제대로 말할 테니까.

모두와 만나서 나는 상다잏 변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가끔씩 서로 다투기도 한다.
하지만 그만큼 본심을 털어놓을 수 있는 상대라는 거다.

내가 가면을 쓰게 되는 일도 적어졌다.
영업에서는 인상이 중요하다고 배운 적이 있었으니까 가면을 쓰거나 한다.
하지만 전보다 훨씬 본성을 드러낼 수 있게 되어서 매일이 정말로 즐겁다.

처음에는 레슨도 엄청 힘들었다니까?
평소부터 차를 타고 이동하던 이 내가 갑자기 아이돌이 되기 위한 레슨을 받은 거니까.
처음으로 레슨을 받은 날에는 근육통 때문에 움직일 수가 없었다. 지금은 좋은 추억거이지만.

영업은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
사교회로 인해 익숙해져 있었기도 했지만. 
사람의 얼굴과 이름을 간단히 기억하는 것도 가능했었고, 조금이지만 팬도 생겼다.
처음으로 '팬이에요' 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정말로 기뻤다.

부끄러워서, 어찌할 수가 없어서 본성을 드러내고 말았지만… 팬 분에게는 그게 먹혔나 보다.
'가끔씩 매도해 주세요' 라는 팬레터까지 온다니까. 곤란하단 말야.
하지만 그것도 사랑받고 있다는 증거겠지. 소중히 여겨야겠다.

그리고 데뷔한지 반년이 지나고 나서… 네가 왔어.
우리들의 프로듀서가.




26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saga sage] :2013/03/12(火) 20:59:03.58 ID:fz9LGbgw0


맨 처음에는 어쩔 수가 없었어…
이쪽이 차마 보고 있을 수 없을 정도였다니까?
…지금이야 조금은 나아졌으니까 괜찮지만.
하지만 아직도 나는 톱 아이돌과는 멀어.

그러니까…
그러니까.

네가 프로듀서인 걸로 괜찮으니까.
나를 반드시 톱 아이돌로 만들어 줘.

…슬슬 좋은 시기라고 생각했거든. 
내가 먼저 말한 적은 그닥 없었으니까.
조금은 너를 믿고 있으니까.
…조금만이라구, 조금만.

그러니까 말하려고 생각했어.
내 옛날 이야기는 이걸로 끝.

이번에는 너에 대해서도 조금은 알려줘.
평소에도 계속 일만 하느라 사적인 이야기 같은 건 전혀 듣지를 못하잖아.

맞다, 내일은 오면서 오렌지 주스를 사 와.
슬슬 다 떨어질 참이었으니까.

네게는 이 정도의 취급이 딱 맞단 말야.
니히힛.

그러면 끊을게. 잘 자.




27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saga sage] :2013/03/12(火) 20:59:38.29 ID:fz9LGbgw0


푹신한 침대 위에서 눈을 떴다.
아침 식사는 홍차와 토스트. 가벼운 식사지만 딱 적당하다.
가볍게 뜬 머리를 정리하고서 몸단장을 한다.

오늘도 슈퍼 아이돌 이오리는 완벽하네.
니히힛.

하지만 우쭐해 하고 있어서는 안된다.
그때처럼은 더 이상 되지 않겠다고 맹세했으니까.
그리고 아직 꿈을 이루어 가는 도중이지만.
세계에 있는 무한의 돌 중의 하나이지만.
언젠가, 꿈을 그리는 하나의 의지가 될 거다.




28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saga sage] :2013/03/12(火) 21:00:17.13 ID:fz9LGbgw0


갈게.
그 말에 신도가 '예' 하고 대답한다.

저기, 신도. 나, 착한 아이가 되었을까.
나는 아직 자신이 없다. 그러니까 그렇게 물어볼 수밖에 없다.

『저는 그저 아가씨를 모시기만 할 뿐입니다』
『…하오나』

『제가 아가씨께「반드시 착한 아이가 될 거야. 신도는 도와주지 마. 단지 보고 있어 줘」』
『하시는 말씀을 들었을 때 이미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저도 그저「뜻이 그러하시다면(然様なら = さようなら)」하고 대답했습니다』




29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saga sage] :2013/03/12(火) 21:00:44.87 ID:fz9LGbgw0


그렇다. 부끄러움을 감추듯 모자를 조금 깊게 쓴다.
신도는 옛날을 그리워하듯이 가볍게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을 계속한다.

『이전에 아가씨께서 고민하고 계셨던 것도 이제 그 의미를 이해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오라버니의『틀리지 않았지만 틀렸단다』라는 발언을 떠올린다.
틀림없이 오라버니께 들은 거겠지.
지금은, 명확한 모양은 아니지만… 조금은 이해한 것 같다.
오라버니도 자기 자신을 위해 해 온 일을 자랑하더라도 딱히 별도리가 없으셨던 게 아니었을까.
결과적으로 다른 사람들을 위한 일이 되었기는 하지만 자랑할 일은 아니다… 그런 걸지도 모른다.

『주인님과 이야기를 나누셨을 때에도』
『스스로를 돌이켜보시고 후회하시며 자신을 새로이 하셨습니다』
『이를 착한 아이라고 하지 않으면 무엇이라 불러야 하겠습니까』

『게다가 주인님께서도 또한 후회를 조금 하시고 계셨던 것 같습니다』
『자식의 귀여움에 넋을 잃으신 채 자식의 고민을, 괴로움을… 이해하지 못하고 계셨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아들녀석에게 질책을 당하고 말았다네' 쓴웃음을 지으셨습니다』




30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saga sage] :2013/03/12(火) 21:01:55.06 ID:fz9LGbgw0


내가 도망을 쳤던 날… 짐작은 조금 했었지만, 그 말을 듣고서 다시 한 번 떠올렸다.

『그리고 말씀하셨습니다』
『이오리는 아이돌을 하고 싶던 것 같더군. 남들에게 인정을 받고 싶은 거겠지』
『미나세 재벌, 미나세 재벌… 어디에 가더라도 그것뿐』
『그러니까… 이오리가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둘 생각이네』
『뭔가 원하는 게 있으면 들어주려고 생각했었는데 필요없게 되어 버렸지 뭔가』

『여태까지 용케 참아 주었으니까 말이지. 허락하려고 생각한다네』
『부자유를 강요했었으니까 약간의 요망을 들어주어도 괜찮다고 생각했지』
『이렇게 키워 온 반동… 아아, 말하자면, 그러한』

『작용이라면(作用なら = さようなら) 말일세』




31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saga sage] :2013/03/12(火) 21:02:59.92 ID:fz9LGbgw0


아아, 아가씨, 늦겠습니다.
신도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언제나처럼 차 앞에서 대기하며 계속 나를 기다려 준다.

이제 과거의 나는 없다.
그렇다고 해서 과거를 소중히 여기지 않는 게 아니다.

파파, 마마, 오라버니, 신도, 모든 사용인들.
모두가 나를 지탱해 주고 있는 덕분에 오늘도 웃으며 일을 하러 갈 수 있는 거니까.

지금 갈게. 조금만 기다려 줘.
그렇게 말을 하니 언제나처럼 인사를 하고서 기다려 준다.

나는 이제부터 계속해서 톱 아이돌을 목표로 삼을 거다.
톱이 되더라도 쭈욱 높은 곳을 목표로 삼을 것이다.

과거의 나는 없다. 다만 소중한 것은 가슴에 담아 두면 된다.
그러니까 나는 어제의 내게 작별을 고한다.

거대한 거울을 향해 방긋 웃으며.








『작별이야』라고.







                                 끝




33名無しNIPPER [sage] :2013/03/12(火) 21:18:05.23 ID:AVfo9DdAO


수고.
정말로 좋은 분위기를 지닌 SS였어.




34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sage] :2013/03/12(火) 21:25:51.02 ID:h0+z+F2to


수고.
고민하는 소녀가 나아가기 시작하기까지의 이야기라는 느낌이라서 좋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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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분위기 + '사요나라'의 다른 의미들을 이용한 내용 전개가 버무러진 SS였습니다.

예전에 읽고 확 꽂혀서 갈무리해 두었던 건데 이제야 번역하네요 ㅎㅎ.

원문은 적절한 단어 생략으로 분위기를 더 살렸는데 한글에서 그렇게 생략했다가는... 이게 더 부드럽게 읽힐 겁니다, 아마도.

하는 김에 문어체와 구어체를 오가며 들쑥날쑥하던 어미도 하나로 통일했습니다.

'사요나라' 들의 번역은 원문의 뜻에 맞춰 최대한 머리를 굴린 결과입니다 @_@

파파와 마마는 이오리가 평소에 사용하는 단어입니다. 아빠 엄마로 바꿀까 하다가 그냥 냅뒀습니다.

그러면 차분히 즐기셨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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