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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마스】 카렌 「연꽃의 잔화」

댓글: 8 / 조회: 2585 / 추천: 1



본문 - 10-10, 2015 21:33에 작성됨.

모바P 「시한부 몰래카메라」 http://idolmaster.co.kr/bbs/board.php?bo_table=trans&wr_id=81075&sca=%EA%B8%80 의 후속편입니다.

 

 

 

 

1: ◆TDuorh6/aM:2015/08/28(金) 02:56:41.96 ID:ce9MZTcP0

・이건 모바마스SS입니다
・지문이 상당히 많습니다
・2일 이내에 완결시키겠습니다
・모바P「시한부 몰래카메라」의 속편격이지만 읽지 않으셔도 괜찮으실거라 생각합니다

 


2: ◆TDuorh6/aM:2015/08/28(金) 02:57:26.74 ID:ce9MZTcP0

와글와글와글


많은 사람들 사이를, 꿰뚫듯이 빠져나와 앞으로 나아간다.
오가는 사람들에 휩쓸려, 열기에 휘청인다.
땀도 엄청나고 호흡도 끊어질 것만 같다.


그래도, 앞으로.


헤쳐 나가고선 한 마디 해줘야지.
몸이 약하다고 항상 말했었는데.
이런 인파 속을 끌고 다니다니.
아까부터 머리가 빙빙 돌고있어.


그런 걸 생각하면서도, 마음 속 어딘가에서 기쁘다고 느끼고 있었다.
이런 식으로 억지로 손을 끌어주는 사람은 없었으니까, 하고.
몸이 약한 나도 너무 걱정되는 나머지, 주변 사람을 필요 이상으로 신경쓰고 있어서.
너무 비굴한 걸지도 모르겠지만, 다들 나를 대등한 관계로 보지 않는 듯이 느끼고 있었다.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
자신의 컨디션, 체질에 대해서는 나 자신이 가장 잘 이해하고 있다.
그 탓에 여러 사람들에게 누를 끼치고 말았던 것도.
그 탓에 많은 즐거움을 놓쳐버리고 만 것도.


그리고 지금은, 나만이 아니라…


붕붕 머리를 젓고서 어두운 사고를 쫓아낸다.
지금은 그런 건 생각하고 싶지 않아.
일단은 어떻게든 무사히 이 인파 속을 헤쳐서 진정할 수 있는 곳으로.
그걸 위해서라도.


이어진 손을, 더욱 세게 잡았다.

 

3: ◆TDuorh6/aM:2015/08/28(金) 02:59:00.67 ID:ce9MZTcP0

팔월도 중순.


열기는 한 층 높아지고, 셔츠 소매를 더 이상 올라가지 않을 만큼 걷어올리는 무의미한 행동이 눈에 띄는 여름 한 가운데.
바로 몇 주전까지, 아직 춥다느니 이불을 넣어버리기엔 이르다느니 하는 소리를 들었던 것이 거짓말 이였던 것 처럼.
어젯밤 내렸던 비의 습도와 함께, 더위는 자비 없이 빌딩을 녹이려 하고 있다.
오늘도 오늘대로 매미는 질리지도 않는다는 듯이 거리를 소음으로 덮고 있다.


들러붙는 듯한 여름의 결정체를 빠져나와, 땀 투성이가 되어서도 시원하고 시원한 사무실로 달려가고 있던 것이 오늘의 오전.
아이돌로서 그럭저럭 팔리기 시작한 나는, 변장용 모자의 더움에 저주를 퍼부으며 역에서 맹 대쉬.
그 쪽이 오히려 눈에 띈다고 생각할만한 정도의 정상적인 사고력도 이 열기에 쓰러져버렸다.


마치 성 같은 사무실의 자동문으로 뛰어 들어, 진절머리나는 더위와 일단은 이별.
마치 방금과는 다른 세계같은 선선한 공간에 숨을 돌린다.
주변의 시선을 신경쓰면서 셔츠의 가슴팍을 파닥파닥 부채질 한다.
보고 있자니 내 뒤에 들어온 슈트를 입은 남성이나 교복차림인 아이돌도 같은 행동을 하고 있어서, 조금 웃고 말았다.

 

4: ◆TDuorh6/aM:2015/08/28(金) 03:00:09.47 ID:ce9MZTcP0

내가 소속되어있는 부서로 향하기 위해 엘리베이터에 올라 탄다.
고맙게도 승객은 나 혼자.
층 더 냉방이 시원한 엘리베이터 안에서, 아까 이상으로 크게 부채질해 셔츠 안쪽으로 냉기를 옮겨 넣는다.


「아─, 엄청 덥네… 왜 이렇게 여름이란 건 더운걸까…」


나도 모르게 입에 담고 만다.
주변에 아무도 없어서 다행이야.
생각해봐야 어쩔 수도 없는 일임은 알고 있지만, 그렇게 머릿속에 떠오르고 마니까 별 수 없지.


이왕이면 지내기 좋은 겨울이나 봄 무렵이 항상 이어졌으면 좋을텐데.
아, 그런데 그러면 크리스마스도 내 생일도 안 오는구나.
그런 바보같은 생각으로 시간을 낭비하고 있자니, 엘리메이터의 패널이 가려던 층을 표시하고 있었다.


위이이이잉


조용히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린다.
달려온 덕분에 예상했던 시간보다 빨리 도착해버렸지만, 그만큼 프로듀서랑 잡담을 나누면 된다.
가능하다면의 얘기지만, 이왕이면 다른 아이돌은 아직 안 왔으면 좋겠네.
뭐래는 거람, 약간 새까만 바람을 머리에서 쫓아낸다.

 

5: ◆TDuorh6/aM:2015/08/28(金) 03:01:29.37 ID:ce9MZTcP0

그러고보니, 오늘은 근처 신사에서 마츠리를 한다고 들었는데.
이왕이면 프로듀서라도 꼬셔볼까.
모자 잘 쓰고서 말하면, 거절하지 않을… 거야.


으─음, 그래도.


상당히 더운데, 몸은 괜찮고? 라든가.
피부 타는거랑 탈수증상 조심해라, 라든가.
자주 수분을 보급해라, 라든가.
그런 잔소리를 듣겠지.
이제 그렇게까지 몸이 약한 건 아닌데.


그래도 날 그렇게 걱정해주는 건 솔직히 기쁘다.
때때로 귀찮게 느껴버릴 때도 있지만, 역시 기쁘다.
될 수 있으면 조금만 그 과하게 걱정하는 걸 고쳤으면 좋겠지만.
자─그럼, 그 걱정쟁이인 아무개 씨는…


「…하지만 …어째서 …인가요…?」


방 안에서는 치히로 씨와 프로듀서의 대화가 들려왔다.
정확히는 대화하고 있는 게 들렸다.
내용은 알 수 없지만, 치히로 씨가 뭔갈 묻고있는 것 같다.


「일반적… 위… 예요…」


그에 대답하는 프로듀서.
위? 위쪽? 무슨 대화인건지 전혀 상상이 안 간다.
무슨 순위 말하는 걸까? 요전번에 했던 인기 랭킹?


그러고보니 애초에 내가 방에 들어가지 않을 이유도 없다.
무슨 얘기인지는 직접 들으면 될 뿐.


「안녕─하세요」


평소와 같이 인사를 하며 방에 들어가기 위해, 나는 문 손잡이에 손을 뻗었다.
그것과 거의, 동시였다.

 

6: ◆TDuorh6/aM:2015/08/28(金) 03:02:09.14 ID:ce9MZTcP0

「저, 이제 얼마 남지 않았어요…」


호흡이, 멈추는 줄 알았다.

 

11: ◆TDuorh6/aM:2015/08/28(金) 11:41:35.89 ID:ce9MZTcP0

농담이 아니라, 몸도 머리도 한순간 멈춰있었다.
손잡이에 뻗은 손을 움직이지 못하고, 다리도 미동조차 하지 않는다.
방금전 까지의 더위도, 조금 강한 냉방의 추위도, 모든것이 날아갔다.


「……어?」


겨우겨우 움직인 입에서 나온 것은, 문 너머에 있는 두사람에게는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은 힘빠진 목소리였다.
머리는 아직도 돌아가지 않는다.
혹시나 어쩌면, 생각하고 싶지 않을 뿐일지도 모르지만.


프로듀서가 내뱉은 말을, 다시 한 번 반복시켜본다.
모를 리가 없다.
그 말의 의미를, 추측해본다.
이해 못할리가 없다.


그러니까…


더이상, 조용히 서있을 수는 없었다.

 

12: ◆TDuorh6/aM:2015/08/28(金) 11:43:39.52 ID:ce9MZTcP0

큰 소리가 난 것도 상관없이, 나는 기세 좋게 문을 열었다.
방 안에서 놀라있는 치히로 씨를 무시하고, 인사도 없이 냉큼 다가선다.


「뭐야! 대체 무슨 소리야?!」


누군가가 듣고있다고는 생각 하지 못했던 건지, 프로듀서는 굉장히 놀라고 있었다.
확실히 숨어서 듣는다는 건 좋지 못한 일이지만, 지금은 그런 걸 생각할 때가 아니다.
곤란한 듯한 표정을 하고 조금 움츠러들고 만 프로듀서에게 추궁하는 건, 제일 중요한 의문.


「뭐냐고! 얼마 안 남았다는 게 무슨 소리야?!」


두 사람은 꽤나 입을 열어주지 않았다.
그 상황이 이미 대답과 같은 것이라고 이해는 하고 있다.
그래도, 제대로 된 설명을 원했다.


「새, 생각보다 빨리 왔구나, 카렌…」


그야 조금 빨리 왔지만, 이런 상황에 무슨 소리 하는거야?
얘기를 억지로 돌리려 하는 프로듀서를 노려본다.
역시, 나에게 들려줄 내용은 아니였던 모양이다.
다시 움츠러들어 입을 닫고 만다.


뭐라고도 할 수 없는 답답함이 가슴 속에 자리잡는다.
빨리 들려줬으면 좋겠어.
하지만, 듣고싶지 않아.
그때문에 재촉하지도 못한 채, 착잡한 공기를 계속 들이 마시고 있었다.

 

13: ◆TDuorh6/aM:2015/08/28(金) 11:44:54.48 ID:ce9MZTcP0

「…진정하고 들어줄래?」


드디어, 천천히.
프로듀서는 얼굴을 들었다.
그 표정은 당연하게도 밝지는 않다.


역시 말 하지 말아줬으면 좋겠어.
아니, 그렇다고 해서 아직 확실히 정해진 건…

 

14: ◆TDuorh6/aM:2015/08/28(金) 11:45:29.29 ID:ce9MZTcP0

「위암, 이래… 앞으로 1년도 못 버틴대, 의사가…」


숨이, 멎었다.

 

15: ◆TDuorh6/aM:2015/08/28(金) 11:47:19.92 ID:ce9MZTcP0

잘 못 들은거라도, 착각도 아니다.
머릿속에서 많은 생각이 교차했다.


암에 대해 자세히 아는 건 아니지만, 굉장히 무거운 병인 것은 알고있다.
말기가 되면 더는 손 쓸 방법이 없는 것도 알고있다.
하지만 그것이, 설마 가까운 사람에게 일어날줄은 생각도 못했었다.


어째서 말 하지 않았던 거야? 라고는 하지 못한다.
입을 뗄 수 있을리가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침착하고 있을리도, 없다.


「정말… 이야? 몰래카메라 같은 건…」


사실은 자주 있을법한 몰래카메라 인지라.
뒤에서 누군가가 몰래카메라라고 적혀있는 플레이트를 들고 있고.
프로듀서나 치히로 씨가 웃으면서 그것을 말해주고.
조금 울먹거리면서도 화를 내며, 나는 프로듀서를 있는대로 때리는.


만약 그렇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최악의 경우 꿈이라도 좋다.
잘 못 들은것이라도 좋다.
뭐든지 좋으니까 부정해줬으면 좋겠어…


두 사람은 고개를 숙인채 무언인 채로.


그것이, 돌아온 대답이였다.

 

16: ◆TDuorh6/aM:2015/08/28(金) 12:56:34.64 ID:DHptvOPjO

누구도 입을 열지 않는다.
침묵이 방을 계속해서 지배하고 있다.
그런 상황이 답답해, 무언가를 말하려 머리를 굴린다.
하지만, 입에서 나온 건 소리를 담지 않은 공기 뿐이였다.


「미안하지만, 너희들의 프로듀서로 일할 수 있는 건 올해 말까지야… 뭐, 인수인계 할 곳은 정해 놨으니까 업무에 관해선 걱정하지 마.」


아냐,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 없어.
일에 관해서는 솔직히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
그런 걸 생각할 여유 따위는, 지금의 나에겐 없다.


「프로듀서는… 어떻게 되는건데?」


가장 중요한 의문.
내가 지금, 가장 대답을 알고 싶어서.
내가 지금, 가장 대답을 듣고싶은 의문.
그걸 어떻게든, 입에 담을 수 있었다.


다시 찾아온 침묵.
분명, 대답하기 힘든 질문이였으리라.
내가 물어놓고서도 내 위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17: ◆TDuorh6/aM:2015/08/28(金) 12:58:08.75 ID:DHptvOPjO

「어떻게든 아슬아슬 할 때 까진 일을 할 수 있도록 부탁해놨어. 그리고서 뒤에는… 글쎄다, 느긋이 지내야지.」


거짓말.


지금도 너무나 괴로워보이는 표정을 하고 있다.
아마도, 느긋이 지낼 여유 따윈 남아있지 않겠지.
그 증거로, 치히로 씨는 계속 고개를 숙인 채였다.


「프로듀서…」


뭔가 말하고 싶어.
하지만, 말을 찾을 수 없었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18: ◆TDuorh6/aM:2015/08/28(金) 12:59:10.68 ID:DHptvOPjO

「…짜, 짜─잔. 몰래카메라 였습니다, 몰래카메라」


무거운 공기를 날려버린 것은, 그런 프로듀서의 말이였다.
아까까지 괴로워보였던 표정따윈 거짓말이였던 것 처럼, 밝게 웃는다.
하지만, 치히로 씨의 표정은 밝아지지 않은 채로.


더는,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


콰앙!! 하고.


기세 좋게 문을 열어, 나는 방을 뛰쳐나왔다──

 

19: ◆TDuorh6/aM:2015/08/28(金) 14:44:38.86 ID:DHptvOPjO

마침 도착한 엘리베이터에 타고서, 아래 층으로.
갈 곳 따윈 떠오르지 않고, 로비의 소파에 내려 앉았다.


…하아, 하고 한숨.


대체 지금까지, 프로듀서는 어떤 심정으로 나에게 주의를 준걸까.
그렇게나 몇 번이고 컨디션을 신경쓰라는 잔소리를 매정하게 대해온 나를, 어떤 마음으로 바라봐 왔을까.
사실은, 나 자신이 제일 힘들었을 텐데도.
그렇게 생각하니, 가슴이 아파왔다.


아직 현실을 완전히 받아들이지 못해서인지, 신기하게도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주변에는 사람이 있으니, 고맙다면 고마웠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 제대로 이해를 하고 냉정히, 하다못해 혼란에 빠지지 않고 앉아있는 자신이 슬퍼진다.


왠지,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아.
생각을 포기하고 현실도피 하고싶어.
뭔가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이 고통에서 도망치고 싶다.
수렁에 빠지듯이, 생각과 의식을 내던진다.


그 직전이였다.


나는 문득, 어떤 가사를 떠올렸다.

 

20: ◆TDuorh6/aM:2015/08/28(金) 14:45:49.34 ID:DHptvOPjO

부르는데 익숙해진, 내 노래.
그 사람이 나에게 준, 첫 노래.
포기했었던 내 꿈을 이루어준 그 사람이 준, 소중한 노래.


하느님이 주신 시간은 흘러 넘친다.
앞으로 어느정도일까?


비극의 히로인인 척 하고싶은 건 아니지만, 이 노래는 나만의 노래라고 생각하고 있다.
나를 완벽히 이해하고, 내 매력을 최대한으로 끌어내기 위해 만들어진 이 노래.
부를 때 마다, 지금의 나는 그다지 그렇게 까지는 병약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만다.
하지만, 그래도 과거의 경험을 생각하면 가사가 욱씬거릴 만큼 이해가 된다.


내일이 꼭 올 것이란 걸 알 수 없어서.
내일 또 보자는 말이, 괴로워서.
꿈을 포기할정도 만큼은 약해진 마음으로 보내는 나날.
그것이, 지금 프로듀서라는 것을.


저런 프로듀서의 눈은 처음 봤다.
앞으로 프로듀서 자신이 어떻게 될지를 들었을 때 그 눈.
마치 더는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을 것만 같은, 공허한 눈.
혹시, 처음 만났을 때의 나도 저런 눈을 하고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한다면, 지금의 나는…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21: ◆TDuorh6/aM:2015/08/28(金) 14:46:55.89 ID:DHptvOPjO

위잉─, 위잉─.


주머니 속에서 바꾼지 얼마 안 된 스마트폰이 진동했다.
디스플레이에 표시된 것은, 라인(LINE) 알림.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어플을 연다.
대화란의 가장 위에 표시된 것은, 프로듀서의 이름.


후, 하아…


심호흡을 하고, 마음을 가다듬었다.
10초정도 손가락을 방황시키다, 각오를 하고서 톡을 연다.


『지금 어딨어? 방금 얘기, 제대로 설명하고 싶은데』


집어 던지고 싶은 마음을 어떻게든 억눌렀다.
여기서 도망쳐서 어쩔 셈이야?
그리고서 나는 후회하지 않을까?
현실과 마주하는 것이 아무리 무섭다고 한들, 그걸로 만족해?


크게 숨을 들이쉬고, 손가락을 움직인다.
후회는 더는 하고싶지 않아.
자기 혼자 포기하고서, 도망치진 않을 거야.


그러니까… 조금만, 내 어리광에 어울리게 만들어도 괜찮겠지?

 

22: ◆TDuorh6/aM:2015/08/28(金) 14:47:56.06 ID:DHptvOPjO

「미안, 오래 기다렸어?」


「아니, 방금 도착했어. 그렇게 안 달려와도 괜찮은데」


해도 지기 시작한 저녁 무렵.
길다란 그림자를 늘어뜨리고, 프로듀서는 이쪽으로 한쪽 손을 올렸다.
바람이 불고, 해는 기울고 있다고는 해도 역시 아직 덥다.
파닥파닥 하고 셔츠를 부채질하고, 소매로 땀을 닦는다.


약속 장소는 어떤 신사의 입구.
사람이 많이 다니는 토리이 앞이였지만, 서로 곧바로 알아봤다.
왜 신사인데도 사람이 많이 다니냐고 한다면, 오늘은 마츠리를 하기 때문이다.


「자, 모처럼 왔으니 여기저기 돌아다녀 볼까?」


혹시나, 프로듀서는 이미 여러가지로 무리를 하고 있는 상태일지도 모른다.
사실은 이 더운데에 달려온 것도 상당히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지금도 아픔을 견디며, 이렇게 미소를 띄고있는 걸지도 모른다.


어리광에 어울리게 만들어서 미안해.
그래도, 소중한 시간을 조금이라도 낭비하고 싶지 않으니까.
아직 확실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둘 만의 시간을, 아름다운 것으로 간직하고 싶으니까.


지금은 아이돌과 프로듀서라는 관계는 잊고서.
되는대로 밝게, 웃는 얼굴로.


나는, 손을 뻗었다.

 

23: ◆TDuorh6/aM:2015/08/28(金) 14:49:24.89 ID:DHptvOPjO

「이거 원─, 마츠리 같은 건 오랜만이네」


사격이랑 금붕어 건지기.
야키소바에 타코야키.
마츠리의 왕도라고도 할 수 있는 노점을 한 바퀴 돌고서, 신사 안 쪽 계단에서 한숨을 돌린다.


들어온 시간 자체가 늦어서인지, 조금씩 사람들의 발길은 줄어들기 시작하고 있었다.
높은 텐션으로 숨기고 있던 피로를 덜기 위해, 스커트가 더러워지는 것도 무시한채 돌계단 위에 앉았다.
몇 단밖에는 되지 않는 돌계단은, 그다지 앉기 편한 것은 아니였지만.


「여기저기 끌고다녀서 미안. 무심코 텐션이 올랐지 뭐야. 더웠지?」


「여름이니까. 당연히 덥지」


아까까지 자연스레 손을 잡고 있었는데, 이제와서야 부끄러워져 손을 돌린다.
덥다기 보다는, 왠지 따뜻하단 느낌이였지.
잡고있던 손의 온기가, 아직 남아있는 기분이 든다.
이것 또한, 여름이니까란 소릴 들으면 그 뿐일 것 같지만.


모처럼이니 유카타 입고 오고싶었네.
전에 촬영하면서 입었던 적은 있지만, 그 땐 카메라맨 분도 계셨고.
그 이전에, 일이랑 사생활은 전혀 다르니까.
뭐, 좀 호사랑 주문이 많은 거려나.
그 때도 그 때 나름대로 재밌었으니.

 

24: ◆TDuorh6/aM:2015/08/28(金) 14:51:05.77 ID:DHptvOPjO

「…저, 저기, 카렌. 오늘 있었던 일 말인데…」


문득, 프로듀서가 이쪽으로 말을 걸었다.
아까까지의 밝았던 톤과는 다른, 괴롭다는 듯이 나온 목소리.
마치 고민 끝에 쥐어 짜듯이 나온, 그 목소리.


바라보니, 배에 손을 대고 있었다.
역시 아픈걸까.
이렇게 평범하게 대화하고 있을 뿐인데도 아픈걸까.


…도망치는 것도, 여기까지려나.
슬슬, 마주보지 않으면 안 되는 모양이다.
하지만, 그렇다면.
앞으로, 정말 조금만…


「저, 저기 프로듀서」


가능한 한 밝게, 나는 말을 가로막았다.
부자연스럽다고 생각해도 좋아.
어떻게든, 앞으로 조금만.

 

25: ◆TDuorh6/aM:2015/08/28(金) 14:52:35.80 ID:DHptvOPjO

「방금 사격할 때 경품으로 말야, 선향불꽃 있었지?」


「어어, 아차상이긴 했지만. 간단해 보여선 어렵단 말이지」


그렇게 말하고 끌어안은 비닐봉투를 부스럭거리며 헤집어, 안에서 선향불꽃을 꺼낸다.
결국 경품에 맞추긴 했지만 떨어트리지는 못해 받았던 아차상 이였지만, 지금은 과자나 인형보다도 고맙다.


「모처럼이니, 여기서 하고 가지 않을래? 선향불꽃이라면, 아마 뭐라고 하진 않을 것 같은데?」


「상관은 없지만, 시간은 괜찮아?」


대체 고등학생을 뭐라고 생각하는 거지?
나 참, 프로듀서는 항상 그렇게 걱정을…
거기까지 생각하고, 말을 집어 삼켰다.


「…물론, 괜찮지. 라이터 있어?」


「있지, 여기」


찰칵, 찰칵


몇 번정도 실패하고서, 세 번째에 겨우 불을 붙이는 데에 성공.
왜 이렇게 요즘 라이터는 딱딱한 거지.
아니 안전면을 생각해서 그랬겠지만, 손이 지치면 켤 수가 없을 거 아냐.


착, 하고 소리가 나고서 선향불꽃의 앞부분에 불이 붙는다.
경쟁하는 것도 아닌데도 스타를 거의 동시에 하고 싶어서, 재빠르게 프로듀서에게 돌려준다.
어쩌다보니 의도를 읽어낸 것인지, 프로듀서도 재빠르게 손에 든 선향불꽃에 불을 붙였다.

 

26: ◆TDuorh6/aM:2015/08/28(金) 14:53:57.81 ID:DHptvOPjO

타닥타닥, 타닥타닥


작지만 선명하게, 선향불꽃이 불을 흩뿌린다.
커다란 불꽃놀이 보다도, 이쪽이 난 좋던데.
왜일까?


「불꽃놀이라, 이것도 오랜만에 해보…」


「아저씨 같애 프로듀서. 다른 아이돌이랑 불꽃놀이 같은 거 해본 적 없어?」


「대학생 이래로 해본적이 없었네. 시간이란 건 정말 빠르다니까」


시간이 빠르다, 라.
지금의 프로듀서에겐, 그게 싫을정도로 이해되고 있겠지.


…내가 먼저 울고싶어져 버려선.
선향불꽃을 쥐고있는 반대쪽 소매로, 슥 하고 눈가를 닦는다.
괴로운건 프로듀서인 건 알고있다.
그래도, 그렇다면.
내 마음은 어떡하면 좋은 걸까?

 

27: ◆TDuorh6/aM:2015/08/28(金) 14:55:47.44 ID:DHptvOPjO

「…저─엉말, 어쩜 즐거운 시간은 이렇게 빨리 가는 걸까」


뚝, 하고.
아까까지만 해도 맹렬히 빛나고 있던 선향불꽃이 떨어져갔다.
그대로 빛은 사그라들어, 바닥에 삼켜져간다.


어째서, 빛나고 있는 건 금방 사라지는 걸까?
어째서, 빛나고 있는 시간은 금방 끝나버리는 걸까?
어째서… 내 소중한 것은, 금방…


「…아무리. 아무리 시간이 짧아도 말야, 그 반짝임이 없었던게 되는 건 아니잖아?」


「그건… 그렇지만…」


누군가의 기억 속에 남아있으면 될까?
그런 건 소설 속 히로인 만으로 충분해.
선향불꽃은 덧없어 좋은 것이라고 하지만, 그건 사람의 목숨과는 달라.
덧없는 편이 좋다니, 그럴 리가 없다.
그런 건 프로듀서도 알고 있잖아?

 

28: ◆TDuorh6/aM:2015/08/28(金) 14:56:58.77 ID:DHptvOPjO

「아직… 시간은 아직 있으니까. 앞으로 많은 꿈을 이룰 수 있을거야. 전부 끝나고서 뒤돌아 보고 나서, 그 한 순간이 덧없는지 어떤지 확인해보면 되지 않을까?」


「…프로듀서… 나는…」


프로듀서가 들고 있던 선향불꽃도, 이미 빛을 잃고 있었다.
그래도 분명히, 예뻤다.
아까까지의 짧은 시간, 제대로 빛나고 있었다.
시간의 길고 짧음은, 관계 없이…


「시간이 한정되어있다고 해서, 초조해할 필요는 없어. 천천히라도 괜찮아. 소중히, 있는 힘껏 한다면 그거면 된거야」


…후훗.
역시, 프로듀서는 이상한 사람이구나.
정말.
웃겨서, 눈물이 날 것 같아.


그리고, 응.
그런 사람이라서 나는…

 

29: ◆TDuorh6/aM:2015/08/28(金) 14:58:15.56 ID:DHptvOPjO

「맞다, 프로듀서…」
「아, 맞다 카렌…」


목소리가 겹친다.
눈이 마주쳐, 서로 웃어버리고 만다.
정말이지, 이런 때 까지 프로듀서는.
라고,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사실 말야, 나──」
「나, 사실은──」


마츠리의 떠들썩함과, 연꽃의 향기가 흘러간다.


여름 밤 이야기는, 아직 조금 더 계속될 것 같다.

 

30: ◆TDuorh6/aM:2015/08/28(金) 14:59:52.88 ID:DHptvOPjO

힘드러따
여기까지 어울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또 투고할 일이 있을지도 모르니, 그 때는 잘 부탁드립니다.
HTML화 의뢰를 신청하고 오겠습니다

 

 

 

 

 

 

 

 

 

일단은 끝입니다

 

발번역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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