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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맨발 그대로의 사랑이었습니다.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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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9-09, 2015 19:28에 작성됨.

그것은, 맨발 그대로의 사랑이었습니다.

2. 행복의 열쇠는 선물

 

 그 전화 내용을 들은 순간, 나도 모르게 "네? "하고 되묻고 말았다.

『미안해, 하루카! 급한 얘기라서, 나도 거절하려고 했는데……. 일단 하루카 의견을 들어 보고 결정해야겠다고 생각해서 말야.』

 "아, 아뇨. 프로듀서님께서 사과할 일이……."

 예능 잡지를 간행하고 있는 대형 출판사의 기자가 내일 오후에 취재를 해 달라고 연락을 했다고 한다.

 정말, 왜 이렇게 갑자기. 내 방 침대 위에 걸터앉아, 책상 위의 시계를 슬쩍 바라보았다. 4월 2일 (수) 21시 6분. 아마도, "생일을 맞은 아이돌의 성장과 포부!"같은 기사를 쓰고 싶은 것이겠지. 조금 망설였지만 거절할 수는 없었다. 낙담이 목소리에 섞이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입을 연다.

 "알겠습니다. 내일 15시, 맞죠?"

『고마워. 저쪽에는 다음부턴 좀 더 빨리 연락하도록 얘기해 둘게. 자세한 건 지금 메일로 보내 줄 테니까. 일도 끝났는데 미안하다. 그럼 내일 보자.』

 "네! 프로듀서님도 수고하셨습니다. 안녕히 주무세요."

 하아.

 통화가 끝난 핸드폰을 베개 위에 던졌다. 툭 떨어지는 소리와 한숨이 겹쳐졌다.

 물론 취재가 오는 것은 기쁜 일이다. 요즘 정말로 일이 많다. 지금 자신이 어디쯤에 있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게 그런 대로 '팔리고 있다'는 것이겠지.

 조금씩 쌓아 올려 간다. 내가 동경하던 존재에, 한 걸음이라도 가까워질 수 있도록. 이것이 내가 고른 길. 아무리 바쁘더라도 상관없다. 오히려 바쁘다는 것이, 내가 제대로 아이돌을 하고 있다는 실감이 든다. 하지만, 왜 하필이면 내일 그 시간――

 일단 회상, 시작할게!



………

……





 "하루카, 이번 주 시간 비는 날을 알려주지 않을래?"

 엊그제, 월요일 밤. 따로 일을 마치고 마침 사무소에서 나오는 시간이 치하야 짱과 겹쳤다. 둘이 나란히 걸으면서, 치하야 짱이 스케줄 수첩을 손에 들고 그렇게 물어왔다.

 "음~, 4일은 완전히 비었고……그리고 3일 오후일까, 제대로 된 빈 시간은. 무슨 일이야?"

 "왜냐니……곧 하루카 생일이잖아?"

 아니, 하지만, 그런 당연하다는 얼굴로 말하지 않아도 되잖아.

 "그만큼이나 성대하게 내 생일을 축하해 줘 놓고, 자기만 아무것도 안 당할 거라고 생각했어?"

 "아아, 네. 과연 그렇군요."

 2월 말의, 치하야 짱의 생일을 떠올린다. 확실히 그 날은 상당히 떠들썩했지.

 하지만.

 나, 다른 사람한테 뭔가를 하는 건 좋아하지만 반대로 뭔가를 받는 건, 뭐라고 할까……익숙하지 않다, 고 할까. 물론 솔직히 기쁘기는 하지만.

 "아니, 그럴 거 없어, 특별히 아무것도 안 해도 돼. 난 치하야 짱한테 축하한다는 말만 들어도 엄청 기쁜걸. 그리고 치하야 짱도 바쁘잖아?"

 "그렇게는 못 해. 그리고 나, 3일은 프로듀서한테 부탁해서 하루 종일 오프를 받았는걸."

 그러니까 왜 당연하다는 듯이 놀라는 거야…….

 "아, 하지만 하루카는 역시 생일은 가족들과 보내겠구나……. 그러면, 전후 어느 한 쪽에 어떻게든 시간 만들 테니까. 아, 그래도 4일은 아침부터 일이――"

 "확실히 우리 집에서도 생일 축하는 하지만, 그건 다음날로 해도 되겠지 싶었으니까! 괜찮아, 당일은 오후부터 한가해! "

 조금 유감스러워하는 치하야 짱의 말을 허둥지둥 끊는다. 치하야 짱은 몇 년이나 가족과 생일 파티를 안 했을 테니까 그만큼 내가 해 줘야지――생각했던 것도 있었으니, 그 날은 조금 지나치게 열심히 했는지도 모른다. 치하야 짱도 다른 사람이 축하해 주는 건 좀 어색해하는 사람이니까 받은 만큼 돌려주지 않으면 마음이 편치 않은 거겠지.

 그 마음은 정말 기쁘기도 하고, 솔직하게 받기로 했다.

 게다가.

 나도 생일은 치하야 짱과 함께 보내고 싶다.

 여태껏 특정한 누군가와 생일을 보내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는데, 이번엔……왜일까.

 치하야 짱이 어떤 식으로 축하해 줄지 굉장히 신경 쓰이기도 하고.

 올해로 몇 살이 되는지도 잘 모를 정도로 신경도 쓰지 않던 자신의 생일이지만, 아주 기대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지금 내 대답을 듣고 기쁜 듯이 미소 짓는 치하야 짱이――

 "그래. 그러면 3일 오후로 하자. ……있지, 하루카. 그런데, 생일은 어떻게 축하하면 되는 걸까."

 "그걸 본인한테 물어봅니까!"

 넘어질 뻔 했다. 역시 이런 거, 안 익숙한 거구나…….

 "하루카가 해 줬던 것처럼 하면 된다는 건 아는데……똑같은 걸 해도, 재미가 없다고 할까."

 왼손을 턱에 대고, 정말로 고민하기 시작하는 치하야 짱.

 "역시 아무것도 생각이 안 나. 적어도 하루카가 하고 싶은 걸 하나만 가르쳐 주지 않을래? 그걸 축으로 플랜을 짜 볼 테니까."

 "하고 싶은 거라……."

 무엇이든 진지하게 임하는 치하야 짱을 본받아서, 나도 조금 진지하게 생각해 본다. 그러면――

 "아, 꽃놀이! 꽃놀이가 하고 싶어!"

 "꽃놀이……? 그거라면, 요전번에 사무소 사람들하고 다 같이 했었잖아."

 "그랬지……. 아무래도 봄에 뭔가 즐거운 일을 생각해 봤더니, 일단 꽃놀이가 떠올라서."

 "정말, 하루카는 생각이 짧구나."

 "아, 아무것도 안 떠오르는 치하야 짱한테 듣기는 싫어!"

 어이가 없다는 듯한 표정의 치하야 짱과 잠시 눈을 맞추고, 둘이 동시에 참지 못하고 뿜었다.

 정말로, 우린 어쩔 수가 없다.

 한참 웃고 나서, 치하야 짱이 웃는 얼굴인 채로 작게 끄덕였다.

 "알았어. 꽃놀이를 하러 가자."

 "에, 괜찮아? 나도 좀 아닌가 싶었는데."

 "의외로 둘이서 하는 꽃놀이도 재밌을지도 몰라."

 "하긴, 나 둘이서 꽃놀이 해본 적 없어……. 그럼, 낮에는 내 레슨 끝나니까 일단 사무소에 돌아오기 전에 전화할게."

 "응. 나도 준비해 둘게. "

 "에헤헤, 기대된다, 치하야 짱하고 꽃놀이――"



………

……





 네, 회상 종료.

 그런 연유로, 내일 내 생일이 꽃놀이 당일이었는데, 왜 이렇게 됐을까…….

 치하야 짱한테 연락해야지.

 납처럼 무겁게 느껴지는 오른손을 뻗어서, 다시 핸드폰을 손에 들었다.

 어떻게 사과할까 생각할 틈도 없이, 전화를 걸어 보니 금방 치하야 짱이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하루카? 무슨 일이야?』

 "밤에 미안해, 치하야 짱. 실은, 내일 말인데――"

 일의 시종을 설명해 감에 따라서, 스피커에서 들려오는 맞장구가 점점 어두워진다.

 치하야 짱이 지금 어떤 표정으로 내 얘기를 듣고 있을지 상상하니, 가슴이 조이는 것 같다.

 "――그렇게 돼서, 정말 미안해, 치하야 짱. 내일 꽃놀이 못 하게 됐어. 미안해, 내가 먼저 말 꺼냈는데."

 미안하다고 몇 번이나 말하면서, 그 이상으로 미안하단 말을 마음속으로 되뇌면서, 핸드폰을 귀에 댄 채로 고개를 숙였다.

『어쩔 수 없지. 그리고 일이 들어오는 건 좋은 거잖아.』

 "…………."

 응, 이라고 말하려고 했는데, 말이 나오질 않는다. 아니다. 아닌데. 나는, 치하야 짱을 이렇게 만들려고 아이돌이 된 게――

 어?

 마음속에서 내 것이 아닌 것만 같은 마음이, 설탕 덩어리를 커피에 넣을 때처럼 한 순간 떠올랐다가 금방 녹아 사라졌다.

 지금 그건 뭐였을까.

『하루카?』

 "아……미안해. 미안. 진짜로, 미안――"

『하루카가 사과할 일도 아닌데, 아까부터 자꾸 그 말 뿐이네. 다음에 생일 축하는 천천히 하자?』

 분명 치하야 짱도 나랑 똑같이 아쉽게 생각하고 있을 텐데. 어쩌면 내일을 위해서 여러 가지 생각하고 준비했을 테니까, 치하야 짱이 더 실망하고 있을 지도 모르는데――귀에 전해지는 것은 봄날의 햇살 같은 부드러운 목소리.

 하지만. 굳이 말하지는 않았지만, 치하야 짱도 아마 알고 있으면서 말을 꺼내지 않는 거라고 생각하지만.

 다음에 우리들의 휴일이 겹칠 때에는, 분명 벚꽃은 져 있을 것이다. 올해 꽃놀이는 이제 할 수 없다.

 1년에 한 번 돌아오는 계절의, 정말 짧은 시간만 흐드러지게 피는 벚꽃.

 그 짧은 점 때문인지, 봄의 다른 어떤 꽃보다도 당당히 빛나서 보는 사람을 매료하는 그 꽃은――

 어쩐지, 아이돌 같다고 생각했다.



………

……





 "드디어 끝났다……."

 밖에 나오자마자 완전히 어두워진 하늘을 올려다본다. 이제 겨울은 아니라고 해도 밤은 아직 조금 춥다.

 오전에 댄스 레슨을 갔다가, 오후는 요전번의 그 잡지 취재. 사무소에서 인터뷰를 한 뒤에, 촬영을 하러 스튜디오. 전부 끝나고 나니 시간은 오후 9시를 지나고 있다. 정말 바쁜 생일이 되어 버렸다.

 치하야 짱하고 꽃놀이 하고 싶었는데. 차도를 달리는 차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마침 빈차 표시를 걸고 있던 택시를 잡았다.

 뒷좌석에 앉아서 기사님에게 가야 할 역을 말하고, 가방에서 휴대폰을 꺼낸다.

 조금 눈부신 디스플레이의 백라이트에 눈을 찡그리면서, 일을 하느라 쌓인 메일을 한 통씩 확인해 간다.

 사무소의 다른 사람들과 학교 친구들이 축하 메일을 보내 주었다. 하나씩 소중히 보존해 두고, 답장을 써내려간다.

 마지막 한 통은――보낸 사람 이름을 보고, 가슴이 아팠다. 치하야 짱도, 메일 보내 줬구나.

 내용을 슬쩍 보고, 어라, 하고 생각했다. 다른 친구들 것과는 달리 '생일 축하해'가 어디에도 없다. 용건만 적은 간소한 메일이었다.


『제목 : 일 수고했어

 본문 : 끝나면 전화해』


 메일이 아니고 전화로 축하한다고 말하고 싶었던 걸까. 아련하게 가슴이 따뜻해졌다. 기사님에게 양해를 구하고, 치하야 짱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치하야 짱? ――어? 응. 끝났어. ……지금? 응. 알았어."

 짧은 대화를 끝내고 통화 종료 버튼을 누른다. 기대로 삐져나오려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다시 한 번 기사님에게 말을 걸었다.

 "저, 행선지를 바꾸고 싶은데요――"



………

……





 사무소에서 조금 떨어진 공원. 그 벤치에, 오늘 만날 예정이었던, 하지만 만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며 앉아 있었다. 지금 당장 뛰어가고 싶어지는 양 다리의 속도는 바꾸지 않고, 목소리만을 먼저 전한다.

 "치~하~야~짱!"

 나를 본 치하야 짱이 핸드폰을 집어넣고 일어났다. 달빛이 그녀의 발밑부터 내 쪽으로 긴 그림자를 만들었다.

 "일 수고했어."

 "응. 그래서 무슨 일이야? 이런 데로 불러내고."

 "하루카――"

 몇 걸음만큼 거리를 두고, 멈추어 선다. 치하야 짱이 벤치에 두었던, 뭔가 여러 가지가 들어 있는 비닐봉지를 왼손으로 들어올렸다.

 "――꽃놀이를 하자."

 "……응? 아, 그렇구나!"

 치하야 짱이 서 있는 곳에서 조금 떨어진 위치에 늘어서 있는 나무들을 바라보았다. 여기도 벚나무가 심겨 있었구나. 그리고――

 "밤 벚꽃도, 가끔은 괜찮지 않을까."

 꽃놀이라고 하면 낮! 그런 이미지가 있었지만, 딱히 밤에는 벚꽃이 피지 않는다든지 그런 것은 아니다. 달빛에 떠오른 벚꽃도 낮과는 또 다른 아름다움을 보여 준다. 뭘까, 이 요염함? 이라고 할지, 조금 어덜트한 수상함 같은. 잘 모르겠지만.

 "이런 시간에 벚꽃을 바라본다는 것도, 어쩐지 어른의 시작! 그런 느낌이 드네!"

 "분명 어른이라면 이럴 때는 술이라도 마시겠지만――"

 벤치에 나란히 앉으면서, 치하야 짱이 비닐봉지에서 탄산음료 캔을 두개 꺼내서 하나를 나에게 주었다. 받아 든 손이 조금 시렵다. 역시 앉아 있으면 조금 춥구나.

 "우리들은 이걸로 하자."

 "응!"

 같이 캔을 따서, 각각 손에 든 캔을 들어올린다.

 "그럼, 하루카가 태어난 날을 축하하며――"

 "아하하, 뭔가 부끄러운데――"

 건배 소리와 캔이 부딪히는 소리가 인적 없는 공원에 울려 퍼진다. 목을 타고 내려가는 탄산이 기분 좋다.

 "푸하아! 살겠다아!"

 "하루카, 아저씨같아."

 "꽃다운 여고생에게 무슨 말씀을! 괜찮아, 우리들은 엄연한 노동자니까."

 "아니, 여자로서 좀 그렇지 않냐는 말인데."

 "자잘한 건 신경 쓰지 마! ……그래도, 치하야 짱하고 술 마셔보고 싶다곤 생각해."

 "우리들은 언제 어른이 되는 걸까."

 "자잘한 건 신경 쓰지 마아!!"

 알콜 같은 건 들어있지 않은 음료를 한 손에 들고 둘이서 웃는다. 치하야 짱, 웃는 얼굴이 정말 보기 좋아졌구나. 역시 웃고 있는 치하야 짱이 최고!

 갑자기 내가 정말 좋아하는 웃음을 집어넣고, 치하야 짱이 내 눈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 똑바른 시선이 낯간지러웠지만 나도 정면에서 치하야 짱을 바라본다.

 "하루카. 생일 축하해."

 "……고마워, 치하야 짱."

 오늘 가장 듣고 싶었던 사람의 그 말을 행복과 함께 음미한다. 태어나길 잘했다. 평소엔 의식하지 않는 그런 당연하지만 소중한 것을, 지금 이 순간과 함께 새긴다.

 "이거 선물인데――"

 치하야 짱이 가방에서 포장된 꾸러미를 꺼내서 건네주었다. 예쁜 꽃무늬 종이로 포장된 그것을 받아 들어 보니, 크기에 비에서 훨씬 가벼웠다.

 "고마워! 열어봐도 돼!?"

 "당연하지. 오히려 지금 쓰라고 고른 거니까."

 뭘까. 조심스럽게 포장지를 벗긴다. 안에서 나타난 것은 엷은 분홍색의 카디건이었다. 조그맣게 벚꽃잎 모양 자수가 놓여 있다.

 "우와아, 예쁘다! 고마워, 치하야 짱! 바로 입을게?"

 그렇군요. 이 밤 벚꽃을 즐기기 위한 장비란 말이죠. 과연 치하야 짱, 준비 만반이다. 일단 봄철용 코트를 벗고 카디건을 걸친다. 사이즈도 딱 맞고, 무엇보다――

 "따뜻해……."

 이 따뜻함은 단순히 옷 한 겹을 더 걸쳐서 그런 게 아니구나.

 아까 소중히 넣어둔 말이, 이 선물에 담긴 마음이, 천천히 가슴 깊은 곳에서 퍼져 나가듯이, 등부터 감싸 안듯이, 전신을 따뜻하게 해준다.

 ――또 하나, 만지면 데일 것만 같은 이 뜨거움은……뭘까.

 "그래, 다행이다."

 내 모습을 보고 기쁜 듯이, 하지만 조금 부끄러운 듯이 시선을 돌린 치하야 짱의 옆얼굴을 바라본다. 치하야 짱이 표정을 감추는 게 이렇게 서툴렀던가?

 "사실은 하루카가 자주 넘어지니까, 서랍장이나 책장과 천장 사이에 넣는 봉으로 할까 했는데……."

 "그거, 지진 대비용 말이지!? 나한테 붙여도 효과 없다구!??"

 "그래. 더 밸런스가 나빠질 것 같아서, 그만뒀어."

 "아니, 그런 문제가 아니고 있지……."

 머리에서 I자형 봉이 튀어나와 있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적어도, 아이돌이라기 보단 개그맨이었다.

 "오늘 예정이 밤 벚꽃이 돼서 다행이야. 덕분에 제대로 된 선물을 고를 수 있었는걸――"

 치하야 짱의 시선을 따라, 다시 벚꽃을 올려다본다. 갑작스런 일로 처음 예정과는 달라져 버렸지만, 그런 것은 신경 쓰지 않는 치하야 짱의 친절함이 전해져 왔다.

 오늘 이렇게 따뜻했던가?

 낮에도 밤에도, 피어있는 짧은 동안은 아름답게 있으려 하는 벚꽃은 정말 예쁘다고 생각했다.

 "꽃놀이라고 하면――"

 벚꽃을 올려다보면서, 치하야 짱이 중얼거렸다.

 "역시 개그지."

 !??

 "여러 가질 생각해 봤는데, 재밌는 게 떠오르질 않았어."

 "아니, 사람 많은 연회도 아니고, 무리해서 그런 걸 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딱히 도구를 준비한 것도 아니고, 역시 여긴 말로 승부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 여태 생각했는데――"

 잠깐만 기다려, 치하야 짱. 내가 여러 가지로 감상에 젖어 있던 때에, 그런 걸 생각하고 있었어? 이제 안 좋은 느낌밖에 안 드는데!

 "이전에 TV에서 봤던 소재로 하나 떠올랐어."

 "아니, 괜찮아, 그런 거! 나 지금 충분히 즐거운 걸!? 꽃놀이 예~이!!!"

 필사적인 나를 무시하고 치하야 짱이, 엇흠 하고 헛기침을 했다. 아니, 아직 재미없다고 확정된 것도 아니고, 제대로 끝까지 듣고 나서 판단하자. 각오를 굳힌다.

 "도마라고 걸고, 제 가슴이라고 풉니다."

 아, 이건 안 되는 놈이다.

 "그 심중은, 양쪽 다 평평하겠지요."

 "아니, 그거 전혀 걸리지도 풀리지도 않았으니까!"

 그만둬, 그런 상처받은 얼굴은! 소재로서 성립하지 않는단 말을 들어서 그런지, 자학인지, 어느 쪽 때문에 상처 입은 건지 모르겠지만!

 "……."

 "……."

 불편한 침묵이 흐른다.

 "으음, 도마에는 마음이 없습니다만, 제 가슴에는 있습니다."

 "뭘 무리해서 계속하려고 하는 거야!?"

 "하지만, 정말로 마음은 가슴에 있는 것일까요. 감정을 형성하는 뇌야말로 사람의 마음이 깃드는 곳은 아닐까요."

 "치하야 짱, 부탁이야! 돌아와!"

 "보이지 않는 것이 어디에 있는지, 그것이 어떤 것인지, 어차피 저 같은 도마는 모릅니다."

 "이제 됐으니까! 그만 해!"

 "이상입니다."

 "아, 끝나는구나!?"

 손쓸 방법이 없는 침묵이 흐른다.

 이거 어떡할 거야.

 "아, 치하야 짱, 그 비닐봉지 안에 든 거 경단이지! 먹자, 먹자!"

 잠시 동안, 둘이서 말없이 경단을 먹는다. 꽃놀이가 한 순간에 상가에서 밤을 새는 것처럼 돼 버렸다. 왜 이렇게 됐지.

 문득 시간을 보니――어라? 이미 막차 놓쳤나?

 묵묵히 경단을 우물우물 먹고 있는 치하야 짱을 슬쩍 본다. 내일은 아침부터 일이 있다고 했고, 역시 오늘 묵는 건……사무소 아직 열려 있으려나?

 에에이, 물어 보자. 애초에 이런 분위기로 어떻게 헤어져! 저번과 같은 수법으로 밀고 나가 보기로 했다.

 "아, 아~……. 막차 놓쳐 버렸네~. 어디에, 이런 하루카 상을 재워줄 친절한 치하야 짱은 없을까~."

 "그래. 그건 유감이네."

 "어, 어라?"

 "그럼, 난 슬슬 돌아갈게."

 "치~하~야~짱~……."

 오늘은 치하야 짱이 불러 놓고서, 이런 전개다. 곧바로 쓰레기를 정리하는 치하야 짱.

 "뭐하는 거야, 하루카. 놓고 간다?"

 "……어?"

 일어선 치하야 짱을 올려다보니, 조금 장난스럽게 웃고 있었다.

 "유감스럽게도, 하루카는 오늘밤 우리 집에서 묵을 수밖에 없게 됐다는 말이야."

 우와아……악랄한 얼굴이다……. 아까 자폭 개그를 했던 것도, 나를 집에 데리고 가기 위한 연기였단 말입니까.

 꽤 하게 됐군요, 치하야 짱.

 자연스럽게 웃음이 나왔다. 마지막 1초까지 치하야 짱과 보낼 수 있는 생일. ……최고야.

 다시 한 번 벚꽃을 돌아보고, 나도 옷을 정돈하고 일어섰다.

 정말 처음 생각한 것과는 전혀 다른 꽃놀이가 돼 버렸지만――

 보이는 것도, 보이지 않는 것도. 치하야 짱이 준 여러 가지 선물이, 나를 따뜻하게 해 주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는 치하야 짱과 지낼 수 있는 것만으로, 그것만으로 이렇게 행복해지는구나. 조금씩 아이돌로서 성장하고 있는 게 분명한데, 꽤나 값싼 인간이 돼 버린 것 같다.

 "치하야 짱. 봉지 한 쪽 내가 들까?"

 "이 비닐봉지, 이제 쓰레기밖에 안 들었으니까 가벼운데?"

 "아니, 그게 있지. 이렇게 둘이서 한 봉지를 들고 집에 돌아간다는 게, 뭔가 좋구나 싶어서."

 "――이 말이 나중에 일어날 사건의 복선이었다고는, 이 때의 하루카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뭐야, 그 모놀로그."

 "후후, 아무것도 아니야. 살짝 농담한 것뿐이야."

 "치하야 짱, 진짜 농담 같은 거 못 하는구나."

 "뭣……."

 "하지만 그런 서툰 부분도 포함해서, 난 치하야 짱이――"

 "?"

 안 들렸겠지. 안 말했으니까.

 아까 당한 못된 짓에 대한, 사소한 복수.

 어제는 '미안', 오늘은 '고마워'만 잔뜩 말했던 내가, 아마도 더욱 하게 될 말.

 그렇지만 내년도, 내후년도, 이렇게 치하야 짱과 벚꽃을 보고 싶으니까. 그렇게 바라면 말할 기회는 잔뜩 있을 테니까――

 "그런데, 하루카."

 "응?"

 "설마 오늘은 이걸로 끝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겠지?"

 "……무슨 말이야?"

 "지금부터가 진짜야. 같이 못 있었던 시간만큼 제대로 돌려받을 거니까."

 ……네?



………

……






………

……





 "시, 실례합니다~."

 "들어와."

 치하야 짱 뒤를 따라서, 현관에 발을 들이고 등 뒤의 문을 조용히 닫는다.

 이 신발장도, 복도도, 꽤 익숙해졌다.

 어두운 복도를 익숙한 발걸음으로 나아가던 치하야 짱이 거실 입구에 멈추어 서서, 방의 전등 스위치가 있는 곳으로 손을 뻗는다.

 "다시 한 번, 하루카, 생일 축하해."

 딸깍 하는 소리와 함께 방 안에 빛이 넘쳤다.

 눈부시다.

 그래서.

 한 순간, 잘못 보았나 싶었다.

 감은 눈을 천천히 뜬다. 역시 환각 같은 게 아니었다.

 정정한다. 이 집에는 여러 번 온 적이 있지만, 이런 공간을 나는 모른다.

 먼저, 정면 벽에 시선을 향한다. 『HAPPY BIRTHDAY 하루카』하는 글자가 커다랗게 적힌 현수막 같은 것이 걸려 있다.

 그 주위에, 종이 링을 이어서 만든 것 같은 장식.

 테이블 위에도 뭔가 잔뜩 놓여 있다. 저런 식기가 치하야 짱네 집에 있던가?

 그 중에서도 유난히 이채를 발하는 것이, 침대 위에 슬쩍 놓인 콧수염 달린 코안경이다. 저런 걸 어디에 쓰려고.

 이런 광경을 언젠가 본 적이 있었다. 필사적으로 기억을 더듬어서, 겨우 생각해 낸다. 이거, 초등학교 교실에서 수업 후에 했던, 조금 이른 크리스마스 파티와 닮았다.

 "치하야 짱, 어떻게 된 거야, 이거……."

 "어디 이상해? 생일 파티란 걸 잘 몰라서, 나 나름대로 여러 가지를 조사해서 재현해 봤는데."

 "아아, 그래……."

 확실히 파티라고 하면 이런 느낌이겠지. 설마 고등학생이 되어서 보게 될 줄은 몰랐지만.

 "그럼, 하루카."

 "네~, 하루카 상이에요."

 "하루카 생일을 위해서 준비를 한다고 했었지."

 아, 월요일에 꽃놀이 약속을 했을 때지. 설마 이런 장대한 것이 될 줄은 몰랐지만.

 "처음엔 낮에 꽃놀이를 하고, 그 다음 어딘가에서 저녁을 먹고 헤어지려고 했는데, 하루카가 오후에 일이 생겼다는 전화를 했으니까――"

 "아니, 정말로 죄송합니다. 여러 가지로."

 "급히 예정을 변경해서, 오늘 오전 중에 방 장식과 선물 조달, 그 외에 여러 준비를 마치고――"

 "나도 바쁜 생일이라고 생각했지만, 치하야 짱보다는 아니었던 모양이네."

 "오후엔 잤어."

 "엣!?"

 "하루카는 내일 휴일이지. 나는 아침부터 일이 있는데, 낮잠을 자 뒀으니까 3시간쯤만 자면 문제없어. 이걸로 하루카 생일 축하의 연장전을 할 수 있다는 거지."

 "치하야 짱, 내 생일 이제 1시간도 안 남았는데?"

 "자잘한 건 신경 쓰지 마."

 정말이지.

 치하야 짱, 바보 아닐까.

 하루를 통째로 나 같은 걸 위해서 써 버리고, 이런 일도 하고.

 색종이를 자르고, 풀칠을 하고, 장식 준비를 하는 치하야 짱을, 떠올리지 않으려고 한다.

 날 위한 선물을 찾아서, 평소에는 그다지 안 입는 타입의 옷을 파는 가게를 돌아다니는 치하야 짱을, 떠올리지 않으려고 한다.

 그렇지만, 뭐야 이게. 뭐야. 이건 좀,

 너무 기쁘다――

 예전엔 이런 때에 솔직하게 감정을 표현했던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아니, 지금도 그렇다.

 하지만 어쩐지 지금 치하야 짱 앞에서는 그래선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한 번 마음이 폭발해 버리면, 더 이상 스스로는 컨트롤할 수 없게 될 것만 같아서.

 아까부터 계속, 아슬아슬하게 자신을 유지하기 위해서 필사적이다.

 냉담함을 겉에 둘러서 어떻게든 마음에 바리케이드를 만든다. 치하야 짱에게도 들키지 않도록 표정도, 와, 굉장하다, 고마워~ 정도가 되도록 조정하고 있다. 할 수 있을 거다.

 이런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다. 그렇게까지 기쁜 건 아니다. 괜찮아.

 치하야 짱은 바보다. 정말로 바보다.

 하지만.

 치하야 짱을 이렇게 만들고 만 건, 나다――

 "왜 그래? 갑자기 싱글벙글하고."

 "아, 아니, 아무것도 아냐! 정말 아무것도 아니야!!"

 양손을 얼굴 앞에서 붕붕 휘두르면서, 이상하단 듯이 얼굴을 들여다보는 치하야 짱을 셧 아웃시킨다.

 얼굴이 타는 것처럼 뜨겁다. 이런 거, 치하야 짱한텐 못 보이겠어――

 "그럼 성냥을 가져와야겠다."

 "절 모조리 불태울 셈입니까!?"

 "뭘 남 듣기 나쁜 말 하는 거야. 불을 붙이는 건 양초야."

 아, 아아. 그 쪽인가. 그렇군요. 저도 바보입니다. 죄송합니다.

 "거기 앉아서 기다려."

 치하야 짱이 찬장에서 성냥을 한 상자, 그대로 냉장고에서 케이크가 들어 있을 흰 상자를 꺼내 돌아온다.

 테이블을 끼고 앉아, 맞은편의 치하야 짱이 케이크를 꺼낸다. 우와, 크다 싶더니 역시 조각 케이크가 아니다. 딸기가 올라간 모범적인 쇼트케이크. 그 중앙에는, 또『HAPPY BIRTHDAY 하루카』라고 적힌 초콜릿. 그 주변에 양초가 세워져 간다. 빙글 한 바퀴를 돈 그 끝에 불이 붙여져 간다.

 "일단 전등 끌게."

 방 불이 꺼지고 어둠 속에 케이크가 떠올랐다. 숨을 한껏 들이쉰다. 그런 나를 바라보는 치하야 짱의 눈동자는, 역시 어디까지나 부드러웠다.

 오늘 생일은 어두운 시추에이션이 많다고 문득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기분 나쁜 어두움이 아니고, 은은한 빛과, 그 빛을 받는 멋진 것과, 무엇보다도 치하야 짱이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에 있어서.

 이것만 있다면, 아무리 어두워도 괜찮다.

 한 번에 입김을 불었다. 모든 빛이 방에서 사라진다.

 "축하해, 하루카."

 "……응!"

 방의 어두움에 감사했다.

 치하야 짱이 다시 일어서서, 얼마 지나지 않아 방에 빛이 돌아왔다.

 "아, 자르는 건 내가 할게. 하지만 이 양이면 둘이선 다 못 먹을지도 모르겠네."

 "남은 건 내일 내 저녁밥이 될 거야."

 "발렌타인 때도 초콜릿 비슷한 것이 잔뜩 굴러다니고 있었지. 얼마 안 가서, 치하야 짱의 절반은 당류가 돼 버릴 것 같아……."

 "그, 그건 이제 잊어줘! 이젠 꽤 나아졌잖아!"

 "확실히 그래. 요즘은 정말 솜씨 좋아졌지. 맛뿐만 아니라 모양도 굉장히 안정적이 됐고."

 "고마워, 하루카가 가르쳐 준 덕분이야. 이번엔 시간이 없었으니까 사 왔지만, 오토나시 상이 추천해 준 가게 거니까 분명히 맛있을 거야."

 "그렇구나, 오토나시 상이……. 그럼, 잘 먹겠습니다."

 내 접시에 케이크를 덜고, 양손을 모았다. 포크를 찔러 넣기 전에 치하야 짱이 초콜릿을 슬쩍 내 케이크 위에 올려 주었다. 에헤헤, 기뻐라――

 케이크가 중심을 잃고 철퍽 넘어졌다.

 크림의 점착력을 압도적으로 상회하는 중력에 이끌려, 딸기가 힘없이 접시 위를 굴러간다.

 "앗."

 "……."

 "……미안해, 하루카――"

 치하야 짱이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신경 안 써도 되는데. 내가 지금 얼마나 많은 것을 너에게 받았는지, 분명히 눈치 못 채고 있겠지.

 너무 서툴잖아, 치하야 짱. 여러 가지 의미로.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엣!?――아니 아니, 괜찮아, 이 정도쯤! 넘어지다니 과연 내 케이크다워!"

 "그 말은――과연 그렇구나."

 "납득하는 것도 복잡한 기분인데……. 좋아, 결심했어! 나, 내년엔 안 넘어지는 여자가 되겠어!"

 "또 하루카의 소중한 아이덴티티가 하나 줄겠구나."

 "너무해! 안 넘어지는 나도, 엄연한 아마미 하루카야!?"

 "그렇지. 넘어지는 하루카는 좋아하지만, 분명 안 넘어지는 하루카도 좋아하게 될 거야."

 "――!!!"

 젠장! 뭘 진지한 얼굴로!

 나도 모르게 얼굴을 돌리고 말았다. 이건 큰 대미지인데. 이럴 거라면 나도 공원에서 나올 때, 끝까지 말해서 한방 먹여줄 걸 그랬어!

 안 말하는 것보다 말하는 편이 심술궂게 느껴진다니.

 하지만 치하야 짱은 그런 귀찮은 것까지 생각하면서 말한 게 아니란 말이지. 그렇다면 그거대로, 그렇기 때문에 정말, 아아 이제 뭐가 뭔지 모르겠어!

 "음, 그럼! 먹겠습니다!"

 "아까 잘 먹겠다고 했잖아. 하루카, 이상해."

 이상해서 미안하게 됐네. 이젠 자포자기야. 넘어진 케이크 가장자리를 포크로 잘라낸다. 그런 작은 작업에 모든 신경을 집중시켜서.

 "――아, 진짜다. 맛있어!"

 "――응, 맛있네. 다행이다."

 다시 한 번 포크를 입으로 옮긴다. 싫은 것은 하나도 섞지 않고, 오직 입안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태어난 듯한 달콤함이다. 스펀지도 크림과 함께 금방 혀 위에서 녹아내린다.

 응, 한 입만 먹었을 때는 잘 몰랐지만, 단 걸 먹을 때의 마음 편함은 역시!

 하지만. 오늘 이 행복은 어쩐지 나한테는 과분하다고 할지. 어째서 치하야 짱은 나한테 이렇게까지 해 주는 걸까.

 "있지, 치하야 짱. 나, 지금 엄청, 엄청 행복해――"

 "여러 가지 준비를 한 보람이 있었네."

 "하지만 나, 이렇게 잔뜩 치하야 짱한테 받아 버려서, 뭐라고 할까――"

 하아, 하고 치하야 짱이 한숨을 쉬었다. 왜 한숨?

 "하루카는 정말로 자기 평가가 낮구나. 내가 하루카한테 받은 건, 오늘만으론 갚을 수 없을 정도야."

 "그런――"

 "오늘 벚꽃을 봤지."

 "어? 으, 응."

 치하야 짱이 갑자기 내 말을 끊고 포크를 내려놓았다.

 "나, 벚꽃은 왠지 우리들 같다고 생각했어."

 "나, 나도 그래! 아이돌은 빛날 수 있는 시간은 정말 짧고. 그걸 위해서 오랫동안 준비하고 말야."

 "그것도 있지만. 내가 생각한 건, 나나 하루카, 사무소 사람들을 말한 거야."

 어라? 틀렸나?

 "벚꽃 한 송이 한 송이는 아주 작잖아. 만약 그 꽃이, 길가에 슬쩍 민들레 같은 꽃 사이에 피어 있었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쳐다보지도 않았을 거야."

 "……그렇지."

 "하지만 나무로 묶여서, 꽃이 모여서, '벚꽃'으로서 강하고 아름답게 흐드러지도록 피고. 나도 혼자서는 절대로 피어날 수 없었을 거야. 여기까지 올 수 없었을 거야. 그런 당연하지만 아주 소중한 걸 가르쳐 준 것도, 하루카야."

 "아냐. 나 벚꽃을 봐도 좀 부정적인 것밖에 생각 못 했고――"

 "하루카는 좀 더 자신을 가져도 돼. 나도, 다른 모두들도, 분명 하루카에게는 감사하고 있어. 그러니까 생일쯤은 제대로 축하하게 해줘."

 치하야 짱이 내 눈을 지긋이 바라보았다.

 "하루카. 태어나줘서 고마워."

 치사해, 치하야 짱.

 고마워는 오늘 내 전매특허였는데.

 "치하야 짱도, 오늘 정말 고마워."

 "응."

 어쩐지 낯부끄러워져서 다시 케이크에 포크를 넣었다.

 기분 탓인지 아까보다 달콤하게 느껴지는 케이크를 음미하며, 역시 나는 이런 과자 같은 걸 정말 좋아한다고 실감한다.

 무엇보다도 이 맛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순간을 좋아한다. 스스로 만들 때도, 대부분은 가지고 가서 누군가에게 준다. 그 사람이 기뻐하는 걸 보면 정말로 행복하니까.

 오늘 답례로 치하야 짱에게 뭔가 만들어 줘야지. 아니, 또 치하야 짱네서 같이 만드는 것도 재밌을지도.

 처음 내가 이 집에 왔을 때보다 늘어난 부엌의 조리 기구를 바라본다. 이것도, 내가 바꾸어 버린 '치하야 짱'이다.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는 둘째 치고. 아니, 혼자 산다면 요리를 조금이라도 할 수 있는 편이 좋지, 응!

 그럼, 집의 바뀐 점이라고 하면.

 "있지, 치하야 짱. 말을 꺼낼지 말지 계속 망설였는데, 저 침대 위의 코안경은 뭐야?""

 "아아, 그건――"

 치하야 짱이 케이크를 먹던 손을 멈추고 내 시선 끝을 쫓았다.

 "아미한테 파티에 뭘 준비하면 좋을지 상담했더니, 그럼 이거지! 하면서 건네받았던 물건인데. 솔직히 어떡하라는 건지 모르겠어."

 "아아, 그렇구나. 응. 특별히 아무것도 안 하는 게 현명하다고 생각해."

 "그렇지. 나도 자폭은 사양이야."

 "아까 충분히 했으니까."

 "실은, 하루카한테 선물이 하나 더 있어."

 "필요 없는 걸 억지로 떠넘겨도 곤란한데."

 "아니, 코안경 말고."

 "……어?"

 치하야 짱이 청바지 주머니에 오른손을 집어넣었다. 이번엔 꽤 조그마한 물건인가?

 내민 손바닥 위에 놓여 있는 것은, 한 열쇠였다. ――열쇠?

 "치하야 짱……? 이게 뭐야?"

 "몰라? 하루카. 이건, 여, 열쇠야."

 "아니, 아는데……."

 "정확하게는 여벌 열쇠야. 오전에 만들어 왔어."

 "어디 열쇠?"

 "우, 우리 집, 인데."

 "음, 이유를 들을 수 있을까?"

 "그래. 먼저, 하루카는 오늘 묵고 갈 거지. 하루카는 오늘 약속을 취소하려고 한 벌로, 나와 밤늦게까지 놀아야만 해. 하지만 난 조금만 자고 바로 일을 갈 테니까, 필연적으로 하루카는 혼자 우리집에 남겨지고 말겠지. 하루카는 집에서 하는 생일 파티에 늦지 않도록 우리집에서 나가야 하니까, 내가 돌아오는 걸 기다릴 수는 없어. 그러니 나는 하루카가 원할 때 일어나서 우리집을 나설 수 있도록, 열쇠를 줘 버리는 편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했어. 그렇지!?"

 "그, 그렇지. 그래도 이거 받아도 괜찮은 거야?"

 "……물론 하루카가 필요 없다고 한다면, 내일 문을 잠근 뒤에 우편함에라도 넣어두면, 되, 는데――"

 "아니, 받을게! 받아 버려야지!? 필요하니까!"

 "그래. 그렇지. 이건 필요했으니까 어쩔 수 없는 처치야."

 "저기, 있지. 그래서, 치하야 짱. 이 열쇠는 몇 번까지 써도 되는 거야?"

 "RPG같은 데서 나오는 아이템도 아니고, 한 번 쓴 것 정도로 없어지거나 부서지거나 하진 않지 않을까."

 "그럼 나, 쓰고 싶어지면 써 버릴 거야?"

 "하루카가 쓰고 싶다면 어쩔 수 없지."

 "만나고 싶어지면 만나러 와 버릴 거야?"

 "하루카가 만나고 싶다면 어쩔 수 없지."

 "이제 돌려달라고 해도 안 돌려줄 거야!?"

 "이제 하루카 물건인 걸."

 "이, 이래선 꼭――"

 "?"

 "잠깐만, 슬슬 샤워 좀 할게!??"

 "어? 그건 상관없는데, 하루카――"

 치하야 짱의 말을 남겨둔 채, 욕실로 뛰어 들어갔다.

 뭐야, 이게.

 뭐야, 이게.

 이래선, 꼭, 치하야 짱과 내가――

 아까 잠깐 떠올랐던 생각을 다시 한 번 벗어던진 옷과 함께 세탁기 안에 집어넣었다. 취소, 역시 지금 그건 취소!!

 욕실에 들어가서 샤워기 물을 맞는다. 뜨겁다. 뜨겁다, 뜨겁다, 뜨겁다――

 아까 방을 나오기 전에 거실의 시계를 봤을 때, 슬슬 하루가 끝나려는 시간이었다.

 오늘 마지막 1초까지 치하야 짱과 보내는 것은 이루지 못했지만.

 유리 구두를 신은 신데렐라는 0시에 돌아간다고 하지만.

 나는 날짜가 바뀌고 나서, 치하야 짱에게 돌아간다――

 급하게 들어오느라 오른손에 쥔 채 욕실에 가지고 온 열쇠를 바라본다.

 내가 돌아갈 장소가, 돌아갈 수 있는 장소가, 하나 늘어나고 말았다.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냈을 때의, 조금 부끄러워하던 치하야 짱을 떠올린다.

 대본을 읽듯이 필사적으로 생각했을 변명을 열쇠와 함께 전했던 치하야 짱을 떠올린다.

 굳이 말을 꺼내지는 않았지만, 그냥 내가 치하야 짱과 같은 시간에 집에서 나오기만 하면 되는 문제지. 나는 돌아가서 또 자면 되니까.

 그 이전에, 내일은 치하야 짱하고 같은 시간에 일어날 테니까.

 그래서, '잘 다녀와'라고 말할 거야.

 에헤헤. 이래선, 꼭.

 ――지금 내 얼굴은 누구에게도 보여줄 수 없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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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 그냥 결혼해라.

하루 세 편까지는 올려도 되는 거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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