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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my first star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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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8-21, 2015 12:54에 작성됨.

조금 시기를 거슬러 올라가, 타카가키 카에데의 CD데뷔가 결정된 직후의 이야기다.

아직 매미가 신나게 울어대던 시기에 일어난 일이다.

 

타카가키 카에데의 프로듀스는, 신인 프로듀서 치고는 순조로운 것 같았다.

 

원래 연예계의 고참이고, 미시로 그룹의 백업이 있는지라 여러 방면으로 융통하기도 좋다. 신참인 자신에게조차도 프로듀스하는 일이 맡겨지는 것도 이쪽 사정에 의한 것이다. 촬영 보조나 소규모 가게의 선전, 곳곳으로의 인사 등 소박한 일들을 받아서 했지만, 그럼에도 그녀의 평가는 순조롭게 올라갔다. 모델 일을 했던 덕분인지,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다는 것도 크다.

 

하지만 순조롭기만 한 것도 아니었다.

 

CD데뷔가 결정되었다는 것을 듣고 나서, 그녀는 특이하게도 눈썹을 내리고 불안한 듯한 얼굴이 된 것이었다.

 

"뭔가 문제라도?"

 

"아니에요."

 

그때의 대화는 거기서 끝났다. 상태가 나빴을 뿐이었다는 건, 내 착각이었을까. 그 때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다음 날부터 CD데뷔를 위해 본격적인 레슨을 시작하자, 카에데의 얼굴에는 확실히 불안의 색이 띄워졌다.

 

그건 그에게 있어 의외의 일이라 당황스러웠다. 카에데는 항상 신비스러운 얼굴로 뭔가 우스운 일을 생각하는 여성이지, 그런 표정은 보이지 않는다. 최소한 그때는 그렇게 알고 있었고, 뭔가 레슨이 불안하다고 보고받은 것도 아니다. 트레이너들에게서 받는 평가는 대체로 좋았다.

 

CD를 내는 것에 대해 불안해하는 건가, 하고 그녀의 보컬 트레이닝을 담당하는 트레이너에게 물어보았다.

 

"카에데상이 말인가요?"

 

"네. 뭔가 변한 거 없나요?"

 

"특별한 건....아아, 아니요. 확실히 조금 자신이 없어보이는 때는 있었어요."

 

"타카가키상이 말입니까?"

 

반문한 건, 지금까지 안고 있던 그녀의 인상에서는 그다지 생각할 수가 없던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자신감 넘치는 건 아니지만, 자신을 잃을수록 '미숙함'조차 없다고 생각했다.

 

"네. 그런 표정은 그다지 보이지 않는 사람이었는데도, 노래하기 전부터 패기가 없달까요. 조금 축 처져 있다는 느낌이에요. 노래하는 건 좋아한다고, 전에는 말했었는데."

 

모델과는 영 관계없는 노래하는 걸 좋아한다는 이야기는, 몰랐던 것이었다. 기억해내도록, 머리회전을 시도한다.

 

"죄송합니다만, 조금 더 신경 써 주실 수 있겠나요?"

 

"알겠습니다. 데뷔 전의 중요한 시기니까요. 프로듀서 씨도, 확실히 해 주세요."

 

할 수 있다면 그녀가 해결해 주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 걸 간파당해, 뜨끔했다.

최대한 노력하겠습니다, 라고만 말하고 그곳을 뒤로했다.

 

노력하겠습니다, 라고 말해도 구체적인 방법이 떠오르진 않았다. 원래부터 얼굴을 보는 교제는 서툴렀고 이성친구와도 별로 관계가 없던 인생이었다. 정말로, 어째서 내가 이런 일을 하게 된 걸까, 음울한 기분이 되어 버린다. 한탄할 건 불경기일까.

 

하지만 데뷔 이야기는 계속되고 있다. 슬슬 곡도 올라올 시기라서, 가사가 붙으면 본격적인 녹음도 한다. 그렇게 되면 카에데가 무언가 불안을 느끼더라도 일은 기다려 주지 않는다. 346프로로서의 그녀의 데뷔는 큰 기대를 받고 있다. 실패할 수 없는 건 그녀도 나도 똑같다.

 

어차피 도망갈 수 없는 것은 확실하다. 차라리 자기 때문이라고 무리하게 납득시키고, 카에데가 있는 사무실로 돌아간다. 사무소에는 다른 프로듀서와 몇몇 사무원들이 책상을 나란히 하고 있어 조금 비좁다. 그것은 아이돌 부문이 설립된 지 얼마 안 되어서이다. 사내에 좀 더 제대로 된 사무실을 만드는 것도 계획되고 있다고 그는 듣고는 있지만, 언제가 될지는 알 수 없다.

 

"카에데상."

 

"네?"

 

사무소의 작은 소파에 멍하니 앉아 있는 카에데에데 말을 걸었다. 별 감정 없는 대답이야 언제나처럼이지만, 그래도 패기가 없는 것은 확실히 알 수 있다.

 

"몸상태는 어떤가요."

 

갑자기 물어볼 용기도 나지 않아, 무난하다 싶은 질문을 했다.

 

"네? 문제는 없는데요."

 

"....데뷔할 때까지 얼마 안 남았으니, 되도록 무리하지 마세요."

 

거기서 카에데가 수긍하면서, 대화는 끝나 버렸다. 다른 누구도 없어서, 우선은 자신의 책상으로 돌아가 서류를 읽는 척 한다.

 

한심함에 무심코 목 뒤로 오른손을 옮기고 만다.

그때, 그 오른손에 무언가 부드러운 것이 느껴졌다.

​"카에데상....?"

 

돌아보니, 카에데의 손이 프로듀서의 손에 닿아 있었다.

 

"이상한 잠버릇 때문에 목이라도 다치신 건가요?"

 

"아니요, 그건 아니지만요...."

 

"그럼 마시러 갈까요."

 

"...."

 

전부 모르겠다.

대체 무슨 연유로 그런 짓을 한 걸까. 혹시라도 무언가 고민하고 있다고 생각한 건 전혀 아니고, 이 여성의 미스테리어스한 분위기에 자신은 속고 있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마저 들었다.

 

"술 마시고 싶어요."

 

하지만, 카에데의 말은 조금 달랐다. 언제나 유혹하는 듯한, 진심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목소리는 아니었다.

눈을 보고서, 어떻게든 정신을 차렸다.

 

정말로 마시러 같이 가고 싶은 걸까. 아니면 무언가 상담하고 싶은 거라도 있는 것 같은, 그런 분위기였다.

 

"알겠습니다."

 

다행히 사무실의 다른 사람들은 모두 나가 있다. 여기서 약속을 잡아도 문제는 없을 것이다.

 

카에데는 문득 웃었지만,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은 분위기였다. 혹시라도 상담하고 싶은 것이 있다고 여긴 건 자신의 지나친 생각일지도 모른다, 고 다시 자중했다.

 

어느 쪽도 좋은 기회가 될 것은 확실하다. 저쪽에서 무언가 말할지는 알 수 없고, 불안을 안고 있는 상태로 마시러 가서, 인사불성이 되어 스캔들....이라니, 그런 일은 생겨선 안 되겠지.

 

자신을 그렇게 납득시킨 다음, 그는 전화로 가게의 예약을 잡았다. 이전에 선배가 알려준, 개인실이 있는 주점이다. 또 가격도 싼 데 비해, 맛도 괜찮은 곳이다. 이왕 하는 거, 에스코트해 주고 싶다고 생각하는 건 남자의 본성일까.

 

카에데와 약속 시간과 장소를 잡고, 그날 남은 일에 달려들었다. 담당 아이돌의 중요한 시기인 만큼, 확인할 사항과 여기저기 연락할 곳은 많다.

 

그것들을 하나하나 확실히 하는 것만은 자신이 가진 몇 안 되는 자랑거리 중 하나이다.

아무튼 착실히 한 발씩 나아가다 보면 무언가에 이어질 거라고, 맹목적으로 계속 믿어온 것이다.

 

그것은 용기가 아닌 자신의 무기이면서, 프로듀스라고 하는 일의 방침이었다.

 

약속 시간보다 한 시간 정도 늦게, 그 날의 업무는 끝이 났다. 레슨을 받은 카에데와는 회사의 로비에서 만나기로 약속해서, 걸어가기로 했다.

 

지금의 그녀는 항상 입는 사복에 안경을 쓰고 있다. 도수가 없는 변장용 안경이다. 그것만으로도 인상이 나름대로 바뀌어서, 미스테리어스한 분위기보다는 사무적인 여성처럼 보였다.

 

일단은 변장을 위한 것이다. 아직 아이돌로서는 신인이지만 CD데뷔가 임박해 있고 원래 모델로서의 인지도도 있으니 조금은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이다.

 

"데뷔하면 이것만으로는 부족할지도 모르겠네요."

 

"네."

 

"코안경이라도 쓰는 건 어떨까요?"

 

"반대로 눈에 띕니다."

 

"안 들킬 것 같은데요."

 

"들키면 문제가 커집니다."

 

길에서의 대화는, 뭐, 이 정도다. 더운 시기에 오히려 호황인 사람들의 소란 속을 지나, 두 사람은 그저 걸어간다.

 

조금 걷고 난 뒤, 그는 예약해 둔 가게에 들어갔다. 안내받은 자리는 조촐하고 아담했으며, 서로 마주앉는 다다미방이었다.

 

우선 맥주로 건배했다. 그는 체격이 커서 평소에 술은 잘 안 하지만 잘 마시는 편이다. 그런데도 마시는 데에 익숙한 카에데의 페이스는 따라갈 수 없어서 맥주를 홀짝이는 사이 그녀는 일찌감치 일본주에 손대기 시작했다.

 

"좋은 가게를 알고 계셨네요."

 

"선배에게서 들은 곳이라서..."

 

일단 그녀의 입맛에도 맞는 가게라서 안심이 되었다. 무언가 그녀의 마음 속에 양보할 수 없는 라인이 있는 듯 해서, 적당한 대중 술집에 데려가면 술에 대해 푸념만 하는 것이다.

 

우선은 첫 관문을 돌파했다는 생각에 그는 들키지 않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두 사람 모두 말이 많은 편이 아니다. 조용히 서로 조심하는 것도 아니지만 서로 푸념을 늘어놓지 않고, 취하지 않았을 때와 다를 바 없이 대화를 안주삼아 마실 뿐이었다.

 

언제나처럼의 분위기에, 그가 4잔째의 맥주에서 식힌 술로 넘어갔을 즈음, 당초의 목적이 머리에서 나오려다 말았다. 그다지 카에데의 분위기가 언제나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점원에게 주문하는 카에데를 보며 그런 일을 생각한 순간, 겨우 한 가지 사실을 알았다.

 

"카에데상, 오늘은 페이스가 빠른 것 같은데요?"

 

"...."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고, 재미없다는 듯 외면하는 여성이 맞은편에 앉아 있었다.

술이 약간 깨는 것을 느낀다. 여기까지 오니, 그는 자신의 감과 트레이너의 불안함이 적중했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녀는 꿀꺽, 남아 있는 술을 한 번에 들이켰다. 술의 맛을 즐기는 그녀답지 않게, 자포자기한 듯한 모습이었다.

 

"카에데ㅅ――"

 

"힘내고 있어요."

 

"네?"

 

"CD데뷔라고 하는 일, 한 적이 없고...."

 

"아, 에에....카타가키상은 원래 모델 부문에 계셨으니까요. 노력하시는 건 이쪽으로선 매우 고마운...."

 

"하지만."

 

짧고 작게, 하지만 확실한 목소리였다. 거절도 긍정도 아닌, 종잡을 수 없는 무언가를 호소하는 듯한 목소리였다.

 

그는 등에서 흐르는 식은땀을 느꼈다.

자신이 무언가 할 수 있을까, 알 수 없어서였다.

 

"노래를 다른 사람에게 전해주는 것은, 무엇일까요?"

 

"....무슨 말씀이시죠?"

 

그녀는 이쪽을 한 순간 바라보았다. 그 정도의 말로 헤아릴 수 없는 그를 원망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아니면, 그녀 자신도 원망하고 있을지도 몰랐다.

 

조금씩, 그녀는 아래쪽을 바라보며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모델의 일은, 왠지 모르게 잘 할 수 있었어요. 사진집을 보고 있으면, 언제 어떤 포즈가 필요할까 쉽게 알 수 있었고, 애초부터 카메라맨이 지시에 따르는 것이 가장 중요했으니까요. 거기에 맞추기 위해 노력하면 좋을 뿐이었어요. 아이돌로 전향하고 나서부터는 일도 인사 순회라거나 무언가의 선전이라거나 아무튼 시키는 대로만 하면 괜찮을 거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것을 하는 것만으로도 당신은 충분히 잘 하고 있다고, 사람들은 생각합니다."

 

"하지만, 노래는 그렇지 않았어요. 지시받은 대로 음을 지키면, 그걸로 괜찮은지 스스로에게 물어보면, 그래서는 안 될 것 같아서...."

 

거기서 그녀가 침묵했다.
 

이제, 대부분 몸에 있던 술기운이 가신 참이라서, 사고가 확실해졌다. 쿵, 하고 머리를 맞은 것처럼 이상한 쪽으로 사고가 쏠리고, 폭주한다 싶을 정도로 어지러이 움직인다. 오히려 술 때문에 머리가 이상해졌던 걸지도 모르겠다.

 

"그, 트레이너 분이나, 다른 분들의 평가를 들으면 타카가키상의 노래는, 결코 못 하는 게 아니라고...."

 

무언가 이야기해야겠다고 생각해도, 거기에 맞는 대답이 그의 입에서 나오지 않았다.

 

"알고 있어요. 자랑이라고 생각할진 몰라도, 웬만큼 잘 맞출 수는 있어요, 저."

 

가슴을 펴는 자랑스러운 말투가 아니라, 오히려 자학적인 어조였다.

 

"자신이 없는 거에요. 이걸로 괜찮은 걸까, 어떨까, 하고요."

 

"...노래에 자신이 없다, 라는 겁니까?"

 

"노래할 때 음이 틀리는 일은 없어서, 아마 동시에 춤도 추는 정도도 할 수 있다고는 생각해요. 트레이너상도 그렇게 말하겠지만, 아무래도 잘 오지 않고....음정이 틀리지 않는 것만으로도 좋다고는 생각해요. 그걸로 분명 충분하다고,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노래할 때의 가창력은 좋은 편이다. 그건 프로듀서뿐만 아니라, 카에데 자신도 포함한 대대적인 사람들의 평가이다.

 

하지만 그것은, 단순히 음을 맞추냐 못 맞추냐의 문제일 뿐이다. 막연하게, 그 이외에 무언가 필요하다고 그녀가 생각하면서도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것이리라.

 

살펴보니 그녀의 얼굴은 꽤나 붉어져 있다. 취해도 별로 표정으로 드러나지 않는 타입이지만, 너무 빠른 페이스와 꽤나 쌓여 있던 불안감이 술을 필요 이상으로 받아들인 걸지도 모른다.

 

그런 불안을 해소할 묘안을, 그는 생각할 수 없었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의 침묵이 흘러가는 중, 그는 무언가 계시 같은 것을 기다릴 뿐이었다.

 

그러던 중 주문을 받기 위해 점원이 들어왔다. 사무적으로 주문을 하고서, 그는 진심으로 안심한 자신을 발견했지만 애써 무시했다.

 

"당신은..."

 

점원이 나가고서 곧바로, 카에데의 그 목소리가 들려왔다.

 

돌아보자, 조금 전까지 고개를 숙이고 있던 그녀가 똑바로 이쪽을 보고 있다. 평소에 볼 수 없던 표정에서, 분명한 감정이 보였다. 그것은 매달리는 것 같기도, 탓하는 것 같기도, 복잡한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그 눈은 확실하게 자신을 보고 있었다. 트레이너도, 회사의 선배도, 모델 부문의 친구도 아닌, 아이돌 타카가키 카에데의 프로듀서를 하고 있는, 그만을 보고 있었다.

 

"저는..."

 

대화하면서, 오랜만에 일인칭을 사용한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확실히 자각한다.

카에데는, 자신에게 도움을 청하고 있는 것이다. 익숙하지 않은 일을 하면서 느꼈던 막연이라고 하는 불안감을, 그녀가 자신 이외의 누구에게 상담할 수 있겠는가.

 

한탄할 것은 불경기 같은 게 아니라, 그런 것을 생각하지 못한 자신이었다.

 

그가 잠자코 있어 낙담이라도 한 걸까.

카에데는 다시 시선을 피하고서, 살며시 주문했던 일본주를 집어들려 했다.

 

"아...."

 

그것을 막고서 그가 일본주에 손을 뻗은 것은, 한심하지만 그녀가 술에 기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대로 그녀의 손에 든 술잔을 빼앗고, 술병에서 술을 따라 단숨에 마셨다.

​"프로듀서?"

 

그 목소리는, 드물게 조금 당황했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무시한다.

 

"저는, 타카가키상은 좀 더 어리광부려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어리광이요....?"

 

"네."

 

"그, 무슨 말씀이시죠?"

 

당황하는 그녀에게 가장 좋은 표현 방법을 생각해 보지만, 자신에게는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마음대로 말을 내뱉는다. 그러기 위해 술을 억지로 빼앗은 것이다.

 

"나는, 초등학생 때부터 그림을 못 그렸어요."

 

"에?"

 

어안이 벙벙한 그녀에게 술잔과 술병을 돌려준다. 그녀는 당황하면서도 그것을 받아, 우선 한 모금 마셨다.

그것을 보면서, 그는 계속했다.

 

"무엇을 그려도, 뭔지 알 수도 없다고 이야기를 들었어요. 짜증을 낸 적도 있었어요."

 

"잘 상상하진 못하겠지만요."

 

"그런가요....?"

 

"그건 됐고요. 그래도, 프로듀서는 그 뒤에 어떻게 하셨나요?"

 

"물건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었으니까, 남을 이해시킬 수가 없었던 거에요. 그래서 할 수 있는 한 자신이 본 것을 충실히 재현하려 했죠."

 

"그걸로, 칭찬받으셨나요?"

 

"아니요, 전혀요."

 

그녀는 의외라는 듯 눈을 크게 떴다.

프로듀서는 자신의 술잔을 기울였다. 알코올이 더 들어오지 않으면, 입을 다물어 버릴 것 같았다.

 

"어느 날, 수업 중에 학교에 있는 물건의 그림을 그렸어요. 그 때의 그림은, 학교의 교실 끝에 걸려 있었죠.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기계의 부품이었어요."

 

"보기 좋았다던가?"

 

"그다지요. 그저 복잡해서, 제가 재현하려 했던 것을 잘 살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결국, 무엇을 그린 건지 모르겠다는 평가를 받았죠."

 

지금도 그때 느꼈던 낙담감은 확실히 떠오른다. 생각해보면, 그의 표현이 서툰 것은 옛날부터 그랬던 걸지도 모른다.

 

"그때 선생님이, 너 정말로 이걸 그리겠다고 생각하고 그린 거냐, 고 하셨어요."

 

물론, 그리고 싶다고 생각한 것은 확실했다.

하지만 그것은, 거기에 있는 무언가의 의미를 전하고 싶다고 생각한 게 아니다.

 

"자신이 이렇게 느끼고 있다 하는 것을, 그 기분을 전하지 못해서 뭘 그리려고 했는지 남이 알지 못한 것이었던 거에요."

 

"무엇을 전하고 싶었는가, 인가요."

 

"네. 타카가키상은, 음정이 틀리지 않는 것에만 필사적이었다고, 저는 생각해요."

 

"그것은....소중한 건가요?"

 

"소중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분명, 좀 더 소중한 다른 무언가가 있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계시겠죠? 그러니까, 당신이 노래하는 것이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 건, 자신이 생각하는 것이 노래로 나오지 않아서가 아닐까요. 자신이 납득할 만한, 전달 방법을 찾지 못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요...."

 

떠들고 있다 보니 점점 자신이 없어지고, 마지막은 용두사미가 되어 버린다.

 

"그렇게, 생각합니다만..."

 

"자신이 전하고 싶은 것, 인가요."

 

"네. 타카가키 카에데의 CD를 내면, 타카가키 카에데의 노래가 아니면 안 된다고, 무의식중에 생각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작곡가가 준비한 곡에 맞추어서, 작사가는 가사를 쓴다. 그것은 맞는 방법이지만, 그것만으로는 물론 안 된다. 사람이 지은, 그리고 사람이 부르는 노래라고 하는 건, 지정된 진폭과 주파수의 음파를 성대로 내는 것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목소리의 떨림, 지르는 방법이나 숨쉬는 방법 등, 초보자가 생각할 수 없는 많은 요소들이 엮여서, 한 사람의 숨결을 느끼게 하는 노래가 완성되는 것이다. 음을 이탈하지 않는 것만으로는, 결국 완성되지 않는 이야기이다.

 

그것을 분명, 눈 앞에 있는 총명한 그녀는 알고 있을 거라고, 그는 확신했다.

 

그저 그것을 표현해 내는 방식이, 그녀 자신 안에 없었던 것 뿐이었다.

그렇다면 그 방법을 찾는 것을 돕는 것이, 프로듀서인 그의 역할이다.

 

"비록 소리라는 요소가 없더라도, 나의 노래가 되어야 한다는 건가요?"

 

"네."

 

물론, 소리를 빼고서는 노래가 되지 않는다. 둘 다 완성하는 것이야말로 프로다. 하지만 그는 계속 말했다.

 

기술은, 다른 사람이 제공해주는 것이다.

하지만 정신적인 요소만은 자신이 해결해야 한다.

다른 누구에게도 맡길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에게 이렇게 털어놓았으니까,​

 

"그런 것이라면, 정말로 괜찮은 거겠죠....?"

 

"...저는, 당신의 프로듀서입니다. 당신이 정말로 훌륭한 사람이라고 여겼기에 스카우트한 것입니다."

 

쓸데없는 일까지 하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도 술기운이 사라지지 않았으니 마저 끝낼 필요가 있다.

 

"그러니 저는, 서툴더라도, 당신의 노래를....다른 누구도 아닌, 타카가키 카에데의 노래를 듣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야말로 많은 사람들의 가슴속을 울릴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는 팬이 되었으면, 하고 나도 전력으로 노력하겠습니다.

 

그는 막힘없이 그렇게 말했다.

 

"당신은, 정말로...."

 

웃는 것도 한탄하는 것도 아닌, 알 수 없는....열기 띤 눈으로, 카에데는 그를 바라보았다.

 

무언가 이상한 것을 말한 걸까. 아니다. 자신으로서는 나름 이것저것 말해봤지만, 이상한 걸 말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프로듀서로서는, 그녀의 능력을 믿고 있다는 것을 전한 것 뿐이었다. 어쩌면 지금까지 말하지 않은 것이 이상할 정도였다.

 

그렇게 말하자, 눈앞의 여성은 웃기 시작했다.

 

"저기, 타카가키상, 뭔가..."

 

"아니요. 왠지 그렇게 필사적인 당신을 보니, 내가 무엇 때문에 망설이고 있었는지, 어쨌든 알게 된 것 같아서...."

 

"아, 네에."

 

망설임이 없게 되어서 잘 된 걸까. 이 뒤는 완전히 그의 이해를 넘어선다.

우선 그녀의 웃음을 멈출 때까지, 그는 조용히 기다렸다.

 

"....프로듀서는, 믿고 계시는 거군요."

 

"물론이죠."

 

그렇다. 자신은 누구보다도 타카가키 카에데의 능력을 믿고 있다. 내용이야 어떻든 그렇게 보여야 하고, 애초부터 그는 그런 뱃심 있는 사람은 아니다.

 

스스로도 몰랐을 뿐인지도 모른다.

왜 그렇게나 내가 타카가키 카에데의 영입에 힘을 썼을까.

 

그것은 단순히, 첫눈에 반해서일 뿐이었다.

 

"네, 그 정도로만 알게 된 걸로도, 수확은 있었네요. 마음껏, 나의 노래를 부를 수 있을 것 같아요."

 

"네. 저도, 데뷔를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후훗, CD데뷔하면 CD에 기대시는 건가요."

(역주 : 원문은 ふふっ。CDデビューを、たのしーでぃーにしています로, 楽しみ를 CD의 발음 유사성으로 말장난한 것)

 

"저기, 그것도 무리는 아닐까, 하는데...."

 

어쨌든 말장난을 치는 것은 평소의 그녀로 돌아갔다는 증거겠지. 그것만큼은 안심이다.

 

"그러고 보니,  노력해준다고, 말씀하셔죠."

 

"......? 네. 프로듀서로서, 최대한 노력해 보겠습니다."

 

"그럼, 힘내주세요."

 

무언가 말하려는 건가, 하고 생각한 그때, 그녀는 남아있는 일본주를 단숨에 마셨다.

그야말로 원샷이다. 보통은 맥주로 하지, 일본주로는 하지 않는다.

 

"타카가키상....!?"

 

걱정한 게 딱 맞았다. 카에데는 곧바로 다다미에 쓰러진 것이다.

이런, 급성 알코올 중독인가. 그럼 구급차를, 하고 곁으로 뛰어간다.

 

하지만,

 

"새근....새근...."

 

술 때문인지 약간 거칠게 숨을 쉬면서, 그녀는 편안한 듯한 얼굴로 잠들어 있다.

잘 보니 남아있는 술을 전부 마신 게 아니라, 약간 바닥과 옷에 흘러 있다.

 

아무래도 한껏 들뜬 것이 확실했다. 고민도 풀렸고, 순간 긴장이 풀려 잠든 걸까.

 

그는 조금 착각을 한 건지도 모른다.

타카가키 카에데는, 어쩌면 자신만큼 서투른 사람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미스테리어스하다고 생각한 건 그냥 그녀가 말을 잘 못해서인 게 아닐까.

 

프로듀서 자신보다 나아 보일 뿐, 그리 큰 차이는 없는 걸까.

그저 조금, 그런 자신과 어울리는 방법을 그녀는 알고 있었을 뿐.

 

사실은, 보통 사람들처럼 외롭다거나, 불안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머리를 흔들고, 조금 남아있는 술기운을 쫓아본다. 감상적이 되어 버리는 게 술의 안 좋은 점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이번 한 번뿐입니다...."

 

다음부터는, 깔끔히 자중해 주셨으면 합니다.

 

잠들어 있는 그녀에게 그렇게 말하고, 그는 돌아갈 준비를 시작했다.

한턱 낸 건, 방황하는 데 든 돈이라고 생각해 버리자.

 

그녀를 불안하게 해 버린 건, 미숙한 프로듀서가 담당이 되어버려서일 것이다.

 

 

 

 

 

 

 

 

덧붙여서,

 

혹시라도 이상한 소문이 나지 않을까, 하고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여 카에데를 아무 일 없이 돌려보냈다고 하자, 그 후 얼마간 그녀의 기분이 나빠진 것은 또 다른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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