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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my first star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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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8-19, 2015 16:17에 작성됨.

인생의 전환점이란 것을 잘 모르긴 했지만, 정신차리고 보면 프로듀서는 일에 집중하고 있었다. 세상 일은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다.

 

원래부터 말을 잘 못하는 성격은 요즘 커뮤니티 중시의 면접에 맞지 않고, 바라는 직종에 종사하는 것도 할 수 없다. 그저 최근의 아이돌 붐으로 사람 손이 필요했으니, 346프로덕션에서는 자신의 고지식한 성격이 받아들여진 듯, 간신히 입사한 것은 정말인 듯했다. 뭐, 규모로만 따지면 미시로 그룹 입장에서는 별 것 아니었겠지.

 

사무적인 일은 적성에 맞았다. 체격도 좋으니 물건 정리도 도와줄 수 있고, 체력도 있고 개인적으로 우선하고 있는 취미도 마땅히 없으니 매일 늦게까지 일도 할 수 있었다.

 

그랬으니 위쪽에서 그를 보는 인상은 꽤 좋은 듯 하다. 입사하고 5년도 지나지 않았는데 프로듀서 일을 하게 되었다. 아무래도 반 년 정도로 계획된 아이돌 부문의 인력은 필요하고, 경험은 어쨌든 일에 몰두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던 것 같다.

 

평사원인 그에게 거부권은 물론 없다.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불안감을 느끼면서도 명령받은 대로 미시로 프로덕션의 프로듀서가 되어, 한 명의 아이돌을 담당하게 되었다.

 

이름은 타카가키 카에데라고 하고, 원래 모델 일을 하고 있던 미인이다. 나이는 아이돌의 연령대로 치자면 좀 많은 편이다. 오드아이는 어딘지 모르게 미스테리어스한 분위기가 감돈다. 입 다물고 있으면 그림 같기도 하다.

 

타카가키 카에데를 아이돌 부문에 끌어들이라는 지명을 받아서, 모델 부문에서 끌고온 건 바로 자신이다. 삼고초려라도 할 소동을 내려 한 건 아니었지만, 밀어붙인 끝에 겨우 고개를 끄덕여 줄 때 안심하고서는 주저앉을 뻔했다. 첫 일이라서, 어쨌든 필사적이었다.

 

하지만, 이 타카가키 카에데란 사람은 훌륭한 기인(奇人)이다.

 

뚜껑 열어보면 상당한 주당으로, 언제나 어딘가의 주점에서 휘청휘청 걸어다니고 있다. 한 주 동안도 마시지 않으면 병이라도 나는 모양이다.

 

지성파인 듯한 겉모습과는 달리, 내용물은 꽤나 엉망진창인 것도 놀랍다. 뭔가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는가 하면 오늘 마실 일본주는 쓴 게 좋을까 단 게 좋을까 고민하고 있을 뿐인 것이 일상다반사다.

 

더해서 말장난을 좋아하는 것 같아서, 아이돌 일에 대해 설명하면서 '아이돌의 일은 아이 돌보는 일이네요'라니, 설마 말장난일 거란 생각도 못하고 진지하게 받아들여 버렸다.

(역주 : 원문은 アイドルのお仕事ってわーくわーくしますね - 해석하면 "아이돌의 일이란 건 두-근-두-근- 하네요" 라고 한 건데 무슨 말장난인지 알 수 없군요)

 

술 마시는 데다 말장난까지 좋아하는데, 이건 무슨 아저씨 캐릭터냐, 하면서 그녀를 스카우트한 자신의 머리를 싸맨다.

 

그래도 일은 착실히 하고 있다는 게 그녀의 대단한 점이다. 모델에서 아이돌로 전향하면서 여러가지 레슨을 받고 있는데 거기서도 평가는 생각 이상으로 좋다. 그런 여성이 자신의 멍청한 스카우트를 받아들인 이유는, 스카우트 후로부터 반 년이 지난 지금도 알 수 없다. 다만 그도 그 이유를 들을 생각이 그다지 없다.

 

​옆에 앉은 당사자를 곁눈질로 보면서, 그는 멍하니 그런 걸 생각했다. 일 때문에 차로 이동 중이라, 프로듀서는 운전석에 있다. 카에데는 조수석에 앉아 멍하니 눈을 뜨고서, 앞만을 바라보고 있다. 차 안에서 이야기하지 않는 건 항상 있는 일이다. 프로듀서도 카에데도 말이 많은 편이 아니다. 라디오에서의 음악 소리도 나오지 않고, 그저 차의 엔진 소리와 달리는 소리, 그리고 거리의 소란만이 차내를 채우고 있다.

 

거리는 초가을을 맞아, 무언가 약간 시끄럽다. 그래도 늦더위는 지독해서,  차에서도 살짝 에어컨을 틀고 있다. 문득, 그는 벌써 1년이 지났나, 하고 잠깐 생각했다.

 

"프로듀서는 일본주 파인가요?"

 

갑자기, 그녀가 그렇게 물어왔다. 맥락이 없는 건 언제나와 같다. 아마 본인밖에 알 수 없는 사고 회로가 그녀의 안에 있고, 거기서 나름대로의 논리로 정리된, 표면으로 드러나는 말이 나오는 것 때문이라는 것을 최근에 겨우 깨달았다.

 

".....그다지 자주 마시지 않다 보니, 위스키 같은 독한 것보다는 일본주를 좋아합니다."

 

"그렇다면 잘 됐군요. 이 앞에 좋은 일본주가 들어와 있는 가게를 찾았거든요. 소개해드릴까요?"

 

"별로 관심 없습니다."

 

"어머."

 

틈만 나면 그녀가 술 이야기를 꺼내는 것도 이제 일상이라 놀라울 것도 없다. 하지만 그것도 그것대로 그녀다운 느낌일까.

 

"제가 술을 좋아한다고 해서 술을 막 술술 넘기는 건 아니라구요."

(역주 : 원문은 私がお酒をサケるなんて、そうそうアルコールじゃありません로, 해석하면 "제가 술을 피하다니, 그런 정도로 주정뱅이는 아니라구요." 酒와 サケる의 サケ의 발음이 같은 것을 이용한 말장난. 여기서는 술이라는 단어로 말장난을 했습니다.)


"...............뭘 넘기고 있는지는 알고 있습니다."

(역주 : 원문은 …あることではないのは、存じております로, 해석하면 "뭐가 없는지는 알고 있습니다" 앞의 말장난에 맞받아치는 식으로 옮겼습니다)

 

담당 프로듀서라고 이 말장난에 웃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그로서는 뭔가 반응하는 게 좋을까, 하고 우직하게 생각해 버리니, 보통 말장난 직후에는 조금 굳어 버린다. 하지만 무시해도 기분 나빠하는 기색도 없고, 뭔가 반응을 해도 그녀는 별로 뭔가를 하진 않는다. 아무래도 그냥 말장난을 하고 싶은 모양이다.

 

"타카가키상도 앞으로는 바빠질 테니, 생활도 불안정해질지 모릅니다. 몸 관리는 충분히 해 주십시오."

 

"오히려 마시지 않으면 바이오리듬이 망가지는걸요."
 

흥, 하는 의성어가 들릴 것 같은 표정으로 그녀는 창 밖을 바라본다. 스무 살을 넘은 여성답지 않게 유치한 행동이었지만 뭔가 매력이 있다. 장신인 데다 동안이라고 하기도 그렇지만, 그게 그녀의 신기한 매력이다.

 

그렇지만 그녀의 앞으로를 서포트하는 몸인 이상, 프로듀서도 쓴소리를 아낄 필요는 없다. 무슨 설교라거나, 설득이라도 시도해 본다.

 

"곧 CD발매입니다."

 

"그렇네요. 고생하셨어요."

 

"반 년 동안 별 것 아닌 일들 하며 기다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부터는 콘서트도 열릴 예정이죠?"

 

"네."

 

"긴장되네요~"

 

".....그러니까, 저기, 몸 상태 관리에 조금 더 신경써 주십시오."

 

어떻게든 재치 있는 말을 하려 했지만, 결국 허사였다. 자신의 말재주가 없는 것이, 가끔은 원망스럽다.

 

그렇지만 옆에 있는 그녀는 산뜻하게 웃을 뿐이었다.

뭔가 즐거운 분위기라는 것만큼은, 운전 때문에 앞만을 봐야 하는 자신도 잘 알고 있다. 왜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냥 데뷔가 좋은 걸지도 모른다.

 

"그럼 역시 마시러 가야겠죠. 과음하면, 프로듀서가 말려 주면 좋겠네요."

 

"하아....검토하겠습니다."

 

스스로도 뭐라고 하는지도 모르고 대답하자, 그녀는 킥킥, 작은 소리로 웃고 있었다.

 

기막혀하고 있는지 바보 취급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래도 나쁜 기분은 아니다. 음악을 틀지 않고, 도시의 소란 속에서 이뤄지는 그 조용한 대화가 이뤄지는 차 안은, 그에게도 기분 좋은 공간이다.

 

프로듀서가 되어서, 그것만은 좋다고 생각한다. 어쩌다 보니 자신도 그녀에게 이끌린 팬 중 한 명일지도 모른다.

 

처음에는, 그다지 그런 생각은 들지 않았다.

 

영입하러 나선 이유도, 위에서부터 지시받았기 때문이라는 것일 뿐이다. 실제로 만나볼 때까지는, 아이돌의 프로듀서를 해야 한다는 것이 두통의 원인이었을 정도였다.

 

하지만 만나보니, 자신도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끌리고 있었다.

예감이라고도 직감이라고도 하든 어쨌든 감이 왔다. 그것만이 그를 움직였다.

 

"얼마 전에 스카우트를 받았다고 생각했는데, 왠지 시간 참 빠르네요."

 

​카에데도 그때를 떠올린 건지, 그런 말을 했다.

 

"갑자기 덩치 큰 남자가 나타나서, 조금 무서웠지만요."

 

"그때 타카가키상은 여유로웠다고 생각하는데요...."

 

"설마요. 그때 엄청 무서워서, 몸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구요?"

 

".................확실히 무서워하고 있는 몸은 굳어버리죠."

 

말장난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한 순간만 분위기가 얼어붙는다. 그녀는 전혀 흔들림이 없지만.

 

"매일 스카우트하러 오신다면, 확실히 익숙해져 버리지만요. "

 

"고맙습니다."

 

"그래도 아이돌이 된 후의 계획서를 써 오라고 하시는 건, 조금 너무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카에데는 놀리는 듯한 표정이었지만, 프로듀서는 뜨끔한 느낌이 들었다. 선배나 상사에게서도 그건 너무한 거 아니냐는 말을 많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죄송합니다. 필사적이었거든요."

 

"필사적이요?"


"네."


"어째서요?"


"'미소'입니다."


그리고 카에데는 또 다시 이상하다는 얼굴을 했다. 스카우트한 이유를 들었을 때에도 그런 말을 들어 어리둥절했고, 그 뒤로도 몇 번 물어봤지만 이런 반응이 돌아왔다.


"항상 생각하는 거지만, 이상하죠?"


"네. 무척이요."

 
그렇게 말하면, 그도 할 말은 없다.

 
어찌할 줄을 몰라서, 곧바로 목 뒤를 만진다. 버릇이 또 다시 나왔다는 것을 깨닫고 금방 손을 원래대로 돌리지만, 그녀의 재밌다는 듯한 시선은 사라지지 않았다.

곁눈질로 보고서, 뭐 그래도 괜찮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

 
처음이야말로 그다지 이야기도 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그럭저럭 기분좋은 이야기도 할 수 있다. 차 안이 조용해진다고 불편해지는 것도 아니었다.

 
조금 정도는, 성장했을지도 모르겠다.

지금까지 그것 때문에 실패해온 건 아니지만, 작은 망설임도 있었다. 이 일을 어떻게든 둘이서 이어온 것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안심하고 있는 자신을, 카에데가 알아차릴까 하고 생각했지만, 알 수는 없었다.


"그러고 보니, 프로듀서는 내가 왜 스카우트를 받아들였는지, 듣지 못했군요."


"저로서는 이렇게 스카우트를 받아준 것만으로도 만족이니까요."


"심술쟁이."

 
카에데는 이쪽을 보고, 불만어린 얼굴을 하고 있다.
어쩔 수 없어서, 그도 무언가 말을 꺼내본다.


"저는 프로듀서이지만, 타카가키 카에데의 팬 중 한 사람입니다."

 
'그렇다면 스카우트를 받아준 것만으로도 만족입니다' 라는 의미로 그렇게 말했다.

 


이번에는, 기뻐 보이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샤플입니다.

 

저도 저 미소를 보고 싶습니다.

역시 2D든 3D든 예쁜 사람의 미소만큼 힐링되는 건 없죠.

 

오늘 오전에 픽시브에서 소식이 왔습니다. 원작자 분께서 번역을 허락해 주셨습니다 헤헷.

 

괴이하다거나 매끄럽지 않은 번역 지적받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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