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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부야 린"믿고 있었는데……최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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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8-03, 2015 16:39에 작성됨.

시부야 린"믿고 있었는데……최악!!"
 
 
 
린이 경멸하는 듯한 눈빛을 이쪽으로 향한다.
지금까지같은, 신뢰하는 프로듀서를 보는 눈은 아니다.
마치 인간 쓰레기라도 보는듯한, 어디까지나 적의로 채워진 눈동자.
 
"뭐야 그 눈빛은……못 배워먹은 글러먹은 개가. 네가 기르는 개가 훨씬 더 이해력 좋을것 같군"
"뭣……"
 
애견을 이용한 모욕에 린의 얼굴이 분노로 새빨개진다.
그런 린을 쳐다보면서 나는 히쭉히쭉 웃으면서 경멸하듯이 말한다.
 
"이해력이라고 말한다면, 조금은 자기가 놓인 상황을 이해하라고"
"큭……"
 
진심으로 분하다는 듯이 린이 입술을 깨문다.
여전히 눈빛은 날카로웠지만 이쪽에 거스르려는 의사는 보이지 않았다.
 
"그래, 그거면 돼. 너에겐 거스를 수가 없으니까"
 
내가 오른손에 든 봉투를 흔들흔들 좌우로 흔드니 린의 나를 보는 눈이 한층 험악해졌다.
 
이 봉투 속의 내용이 세상에 나가면 린의 아이돌 인생은 끝이겠지.
아니, 자칫하면 한 명의 여자애로서도 끝일지도 모른다.
그래, 그러니까 린이 나에게 거스를 수가 없는 것이다.
 
나는 절대적인 우월감을 가지면서 린에게 한 걸음 다가간다.
거기에 맞추듯이 한 걸음 뒤로 물러나는 린.
 
"크, 크큭……"
 
숨죽여웃는, 자신을 비웃는 울림을 느낀거겠지. 분노와 분함에 더더욱 린의 표정이 찡그려진다.
그런 린에게 나는 결정적인 말을 한다.
 
"오늘부터 너는……"
 
이어지는 말은 틀림없이 린을 절망의 구렁텅이로 떨어뜨리게 될 것이다.
그런 모습이 기대되어 나는 저열한 웃음이 떠오르는걸 멈출 수 없다.
 
"이 나의 명령을 묵묵히 따르기만 할 뿐인――――"
 
 
 
 
 
 
 
"암큐, 암캐야!"
 
 
"…………"
"…………"
 
실내에 뼈아픈 침묵이 흐른다.
 
――아아, 저질러버렸다.
 
얼굴을 들어올릴 수 없어서 무심코 숙여버린다. 린에게 반응은 없다. 무서울 정도로 조용하다.
하지만 아래를 쳐다보고 있어도 전방에서 날카로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는걸 알 수 있다.
 
얼마 정도 시간이 지난걸까. 몇초인걸지도 모르고 몇 분인걸지도 몰랐다.
 
"하아……"
 
약간 후 린이 진심으로 실망한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한숨에 견딜 수 없어진다.
 
"거기는 특히 중요한 대사잖아? 제대로 해줘, 프로듀서"
"……미안"
 
기막힌다는 듯한 태도의 린에게 나는 고개숙인채로 사과했다.
 
"그런 상태로는 앞날이 걱정이야……. 프로듀서, 알겠어? 아직 대본은 반도 안 끝났다고?"
 
그렇게 말하고 내밀어진 린의 수제 대본에 눈을 둔다.
페이지상으로는 딱 중간보다 조금 앞 정도 부분일까.
 
 
 
 
P【이 나의 명령을 묵묵히 따르기만 할 뿐인, 암캐라고!】
 
저열한 미소를 지으며 말하는 프로듀서. 절망한 표정을 짓는 나.
프로듀서가 나에게 다가온다.
 
나【오지마……오지말라니깐!】
 
필사적으로 허세부리는 나에게는 불안이 보일락말락. 프로듀서는 히죽히죽.
벽까지 몰리는 나. 프로듀서가 벽쿵한 후에 내 머리카락을 잡는다.
 
P【흐응, 이게 린의 머리카락 냄새인가. 나쁘지 않군】
 
프로듀서, 내 머리카락을 잡고 킁카킁카.
 
나【기분 나빠……그만해……】
 
하다못해 말만으로 저항하는 나. 하지만 공포로 목소리는 떨리고 있다.
그걸 보고 점점 흥분하는 프로듀서. ※숨결도 거칠어질 정도로 긴박한 연기로 부탁
머리카락에서 손을 때고 이번에는 내 입술을 집요하게 손가락으로 문지른다. 본능적으로 키스당하는거라고 깨닫는다.
 
나【그, 그것만큼은 싫어……그만해. 나, 난 키스는 아직……】
 
첫키스만큼은 지키고 싶어서 필사적으로 간원한다.
하지만 그건 프로듀서를 더더욱 흥분시키는 결과로.
 
P【시끄럽네, 네 처음은 전부 다 내거다】
 
프로듀서, 격하게 고개를 저어 저항하는 나의 입술에 강제로 키ㅅ――
 
 
 
 
 
엄청난 내용에 눈 앞이 새까매진다.
그런 내 모습을 깨달은건지 린이 입을 연다.
 
"총선거 1위를 따내면 뭐든지 하는 말 하나 들어준다고 말한건 누구였더라?"
"…………"
"프로듀서지?"
"…………"
"처음 대본을 프로듀서가 단고히 거부한다고 했으니까 일부러 15금 정도의 내용으로 바꿔써왔다고?"
"15……금……?"
"뭐야? 완전히 15금이잖아? 흐응, 이 대본도 틀렸다고 한다면, 역시 처음 대본으로――"
 
그 말에 나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젓는다. 그걸 보고 린이 유감스러운 얼굴을 했다.
그렇다, 처음것과 비교하면 대단하지 않다. 15금이라고 린도 말하고 있고……응.
거기다 린은 톱 아이돌이 되려고 내내 열심히 해왔다. 지금까지 조금도 불평도 하지 않고.
그러니까 고작 한 번의 응석 정도는 들어줘야한다.
 
그런 식으로 자신에게 타이르면서 린과 막 만났을 무렵을 떠올린다.
 
――조금 무뚝뚝했지만 남의 배는 노력가. 겉보기 인상과 달리 성실.
기대를 받으면 거기에 응하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칭찬하면 솔직하게 기뻐해준다.
발렌타인 데이, 크리스마스, 그리고 생일. 조금 수줍은듯이 마음이 단긴 선물을 해줘서.
나의 '고마워'라는 말에 마치 자신이 선물을 받은것처럼 행복해보이게 웃는 린.
 
그런, 가장 사랑하는 아이돌.
 
――그것이 어느새 이렇게 되어버렸는지…….
 
긴 교제에서 생각할 요소를 보고 시간이 걸릴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린은 냉장고로 발을 옮겨, 새빨간 외장에 옅은 흰색의 별 마크가 들은 캔 음료를 꺼내어 목을 축이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바빠진 무렵부터일까.
린이 저 캔음료를 마시는걸 자주 보게 됐다.
나도 이전에 치히로 씨에게 권장받아서 조금 마신적이 있지만 너무 입에 맞지 않아서 그걸로 끝이었다.
문득 그런걸 떠올린다. 그러자 린은 마침 다 마시고 이쪽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이제와서 생각해도 소용없다. 나는 마음을 바꿔먹는다.
 
"그렇군, 린은 제대로 신데렐라 걸이 됐으니까. 나도 약속은 지켜야지"
"후훗, 응. 그거야말로 내 프로듀서야"
 
기쁘다는듯이 린이 웃었다.
 
"그럼 처음부터 다시 할게"
"……어? 깨물은 부분부터가"
"중요한 장면에서 깨물거나 대사를 까먹으니까 대본을 다시 읽는 시간을 주세요라니……. 예를 들면 이게 실제 연극이라고 치면 그런건 말도 안 돼. 보러 와주는 손님에게 실례야"
 
무척이나 프로의식이 있는 말이었다. 이런 점은 진지한 린의 이미지대로라서.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아니, 이런 상황이기에 그런가.
그것이 기뻐서 저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나온다. 그런 나를 이상하다는 듯한 얼굴로 쳐다보는 린.
 
"뭐야, 갑자기 웃고……. 후훗, 이상한 프로듀서네"
"아니, 아무것도 아냐. 그렇군, 린의 말대로야. 좋아, 처음부터 할까"
 
그렇게 선언하고 다시 기합을 넣으려고 했을때――문득, 린이 다 마신 빈캔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러고보니 나도 조금 목이 마른걸지도 모른다.
 
"그거, 하나 받아도 돼?"
"딱히 상관없지만……프로듀서, 이거 좋아하지 않았지?"
"그렇긴 하지만 목도 마르고……. 그리고 기합을 넣고 싶어서"
 
그렇게 말하자 린은 기쁜듯이 미소지었다.
 
"왜 그래? 갑자기 웃고"
"으응, 딱히 아무것도 아니야"
 
아까전과는 입장이 반대인, 비슷한 대화.
린은 냉장고로 걸어가서 안에서 같은걸 꺼내려다…….
갑자기 뭔가 망설이는듯이 움직임을 멈췄다.
 
그렇다고 생각하니 아까까지 뻗고 있던것과는 다른, 안쪽으로 손을 뻗는다.
그리고 돌아온 린의 손에는 완전히 같은 디자인의 캔음료.
 
――그저 유일한 차이로서 도장이 적색이 아니라 금색이었다.
 
"…………이쪽이 더 잘 듣는다고 생각하니까"
 
의문스럽게 생각하고 있는 나를 깨달은거겠지.
린은 그렇게 설명하고 마개에 손가락을 걸고 일부러 열어줬다.
 
"자, 여기"
"고마워"
 
린에게 건내받고 단번에 다 마신다. 그런 나를 린은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왠지 힘이 솟아온다.
 
그저 기분상으로가 아니라, 몸속이 실제로 그런 느낌이다.
의욕이라고 할가, 뭔가 그런 여러가지가 솟아오른다.
그것과 동시에, 한계라던가 불안이라던가. 그밖에 여러가지 무언가가 사라지는듯한.
 
어디까지라도 달릴 수 있다. 나는 완주할 수 있다.
완벽하게 불타서 땅에 쓰러져도 몇 번이라도 일어날 수 있을것 같다.
최소한 10번 정도는. 그런 불꽃 에너지가 가슴속에서 불타오르고 있다.
 
기분은 마치 페스티벌. 몸에서 금색의 오러가 생겨나는듯한 느낌마저 든다.
스스로도 무슨 소리를 하는건지 전혀 모르겠지만.
 
아무튼 지금의 나라면 어떠한 일이라도 해낼 수 있을것 같았다.
 
다음은 한 번도 실수하지 않곡 완벽하게 연기를 해내겠지.
그런 근거없는, 하지만 확신을 갖는 무한대의 자신감.
 
 
"……프로듀서"
 
린의, 조금 겸양쩍은 목소리.
 
"왜 그래?"
"그게……역시, 저쪽 대본이 아니면 안 될까?"
"어?"
 
"미안, 무리지……. 저쪽이 분량이 많고, 지금부터 새로운걸 외운다니……. 응, 잊어줘"
 
――무리? 그건 '할 수 없다'라는 의미의 말이다.
 
달린 주제에 완주할 수 없다. 잡은 목표에 도달할 수 없다.
상대에게 진다. 자신에게 진다. 폭사, 폭사, 폭사. 그런 패배의 상징.
 
"무리가 아니야"
"어?"
"할 수 있어. 한 방에 완전하게 연기하겠어"
 
지금의 내가 불가능할리가 없다.
 
 
――Never say never.
린의 데뷔곡. 다시 생각한다. 멋진 제목이다.
 
라고할까.
애시당초 왜 나는 다른 대본을 거부했더라.
 
머리에 떠오르는건 그런 의문.
뭔가 이유가 있었던것 같기도 하지만, 머리에 안개가 낀것 같아서 떠오르지 않는다.
뭐, 떠올릴 수 없다는건 그 정도라는거겠지.
 
소중한 아이돌이, 신데렐라 걸이 된다는 약속을 다했다.
많은 고생과 노력을 겹쌓아서.
그에 비해 나는……뭐든지 한다고 약속을 해놓고서 그걸 거절하고 있는 상황.
 
"다른 쪽으로 갈까"
 
정신을 차리니 나는 그런 말을 하고 있었다. 방금전까지의 자신이 마치 거짓말같다.
 
"……읏! 프로듀서, 고마워!"
 
린이 최고의 미소를 지어준다. 신데렐라 걸에 뽑혔을때처럼.
이렇게나 기뻐해주는데, 일방적으로 싫다고 고집을 피우다니.
방금전까지의 자신은 뭘 생각하고 있던걸가. 정말로 신기해서 견딜 수가 없다.
 
"그럼 이게 대본이야"
 
린에게 다른 대본을 받고 읽는다.
원래 독서는 빠른 편이었지만 지금 자신은 속독의 프로레벨 같은 느낌이 들었다.
파라라락 넘기는것만으로 순식간에 모든걸 머리에 때려박고 린에게 대본을 돌려준다.
그리고 천천히 눈을 감았다.
 
나는 린의 대본에 그려진대로 최악의 인간. 그렇게 몇 번이나 일러준다.
기술되어있던 심리묘사를, 그대로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여간다.
 
……좋아.
마음속으로 한번 중얼거리고 눈을 뜬다.
 
그리고――――.
 
 
 
이후에 엄청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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